● Exhibition
◇라이프 사진전 : 더 라스트 프린트
일정 5월 11일~8월 2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세기 포토저널리즘의 상징인 ‘라이프’ 사진전이 4년 만에 돌아온다. 1936년 창간된 ‘라이프’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세계 곳곳에 뛰어들었고, 찰나의 순간을 역사로 만들어내며 세상을 ‘읽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바꾼 전설적인 사진 잡지다. 전성기 시절 총 1350만 부가량 발행하고 정기 구독자 수가 800만 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텔레비전이 대중화되기 전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피, 땀, 눈물을 담은 이번 전시는 2013년 ‘하나의 역사, 70억의 기억’과 2017년 ‘인생을 보고, 세상을 보기 위하여’에 이은 마지막 시리즈로 3부작의 서사를 마침내 완성한다. 지난 두 번의 전시가 격동의 시대와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이번 전시는 우리 삶에 보다 가까운 일상을 포착한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선동하거나 미래를 자극하기보다, 혼란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에 맞설 여유와 원동력을 선사한다. 1000만 장의 방대한 사진 자료 가운데 엄선한 100장의 작품과 더불어 ‘라이프’와 함께한 사진가 8명을 조명해, 프레임 저 너머 그들이 추구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일정 5월 1일~8월 29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파리국립피카소미술관의 소장품 110여 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70년에 걸친 피카소의 예술 인생을 살펴보고, 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미술사에 혁명을 일으킨 입체주의 작품부터 신고전주의 화풍의 회화, 조각, 도자기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광범위하게 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소재로 한 ‘한국에서의 학살’을 국내 최초로 감상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전쟁의 잔혹성을 예술로써 고발한 이 작품은 ‘게르니카’, ‘시체구덩이’와 함께 피카소의 반전 예술 3대 걸작이라 불린다. 입체주의 시대를 함께한 페르낭드 올리비에, 피카소가 가장 사랑한 여인 마리 테레즈, 생의 마지막을 함께한 자클린 로크 등 그의 뮤즈를 그린 그림도 전시의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다. 총 7섹션으로 나눈 연대기적 구성을 통해 피카소의 전 생애를 탐험하는 듯한 신비롭고 생생한 시간을 선사한다.
● Book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김두엽 저·북로그컴퍼니)
미국에 ‘모지스 할머니’, 영국에 ‘로즈 와일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 할머니가 있다. 83세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 어느덧 12년 차 화가로 활동 중인 94세 김두엽 할머니다. 그녀의 소소하고 따뜻한 인생 이야기가 최근 110여 점의 작품과 함께 한 권의 그림 에세이로 탄생했다. 늦깎이 화가를 결심한 사연부터 아들, 며느리,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 그리고 지난 90년 인생에 대한 반추가 알차게 담겨 있다.
김두엽 할머니의 인생은 그야말로 굴곡진 언덕길 같다.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해방 다음 해인 1946년에 가족과 귀국하고, 우리말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해 혹독한 시집살이를 한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으며, 80세가 넘도록 나물 장사, 세탁소 운영 등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며 고된 나날을 보냈다.
힘들었던 삶이 원망스러울 법도 하건만, 할머니가 그린 그림은 지난한 인생과 달리 화사하고 포근하다. 로즈 와일리의 화풍처럼 때로는 유쾌하고 발랄하면서도, 모지스 할머니처럼 일상 속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그림을 보고 있자면, 아픈 날마저 고운 색으로 추억하고 아름다운 것만 눈에 담고자 했던 그녀만의 강인한 의지와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책은 83세에 꿈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딘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8세 일본에서 만난 첫사랑과 눈물겨운 시집살이, 택배 일 나간 아들을 기다리며 그림을 그리는 오늘날의 일상까지 그녀의 삶 면면을 모두 담아낸다. 그 한 편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훑고 나면, 영화 같은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힘들어도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할머니의 염원이 아주 오래, 가능하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고독사를 피하는 법 (리처드 로퍼 저·민음사)
장례업에 종사하는 앤드루가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를 고독사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관계 맺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살집팔집 (고종완 저·다산북스)
시니어가 만나고 싶은 인물 1위에 오른 저자가 아파트 매매의 ‘A to Z’를 말한다. 핵심 이론부터 전국 아파트 단지의 가치 분석, 슈퍼 아파트 목록까지, 뜨는 부동산 이슈를 총망라한다.
◇사라진 서울을 걷다 (함성호 저·페이퍼로드)
건축 평론가이자 시인인 저자의 서울 예찬기. 문학과 시, 역사 속에 그려진 서울로 그때 그 시절을 반추하는가 하면, 저자만의 시선으로 동네 곳곳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한다.
● Stage
◇레드북
일정 6월 4일~8월 22일 장소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박소영 출연 차지연, 아이비, 김세정, 송원근, 서경수, 김인성 등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하는 독특한 여인이 있다. 상상은 자유라지만, 문제는 이 여인이 신사의 나라 영국, 가장 보수적인 시기 빅토리아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도 개의치 않고 뛰어난 상상력과 글재주로 외설적인 이야기가 가득 담긴 ‘레드북’을 출간한 그녀는 당대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신성 모독죄로 법정에 서게 된다. 뮤지컬 ‘레드북’의 내용이다. ‘레드북’은 미래를 꿈꾸는 여성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잡지 ‘레드북’ 출간 후 벌어지는 사회적 파장과 그로 인한 편견에 맞서나가는 이야기다.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던 시대, 갖은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마음껏 욕망하고 표현하는 안나의 진취적인 모습이 시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주인공 안나 역으로 차지연, 아이비, 뉴 페이스 김세정까지 합류해 3인 3색의 매력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완벽한 타인
일정 5월 18일~8월 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대극장
연출 민준호 출연 유연, 양경원, 유지연, 김재범, 박소진, 이시언 등
2018년 국내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이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7명의 주인공이 저녁 식사 도중 서로의 휴대전화 알림을 모두 공개하는 게임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의 치밀한 심리전과 게임을 통해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무대 위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로 극대화되며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1976 할란카운티
일정 5월 28일~7월 4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유병은 출연 오종혁, 이홍기, 산들, 김륜호, 안세하 등
1976년 미국 켄터키주 광산회사의 횡포에 맞선 노동자들의 함성과 투쟁을 그린다.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함께 뉴욕으로 떠나는 다니엘의 여정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광부들의 희망의 노래가 감동을 전한다. 배우와 무술감독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유병은 연출가와 젊은 창작진의 열정적인 협업으로 창작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인 스케일을 선보인다.
※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주기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며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 등을 이용하는 ‘구독경제’의 몸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뿐 아니라 의식주부터 취미와 여가 등 삶의 전반에 다양한 방식으로 침투하고 있다. 심심할 때 TV 대신 넷플릭스를 보고, 유튜브 구독자 수로 인기를 가늠하는 구독 전성시대, 시니어가 알아두면 좋을 이색 서비스를 소개한다.
속도 모르고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이 야속한 봄이다. 장미부터 튤립, 유채꽃까지 오색 봄꽃이 만발하는 5월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로 겨우내 꽃놀이를 기다려왔던 상춘객의 발이 꽁꽁 묶였다. 지난달 벚꽃 명소인 서울 여의도, 잠실 석촌호수 일부 구간도 코로나19 방지 차원으로 통제되면서 벚꽃 축제도 물 건너갔다. 계절을 만끽하지도 못한 채 속절없이 흘려보내는 것 같아 아쉽다면 집 안을 꽃향기로 가득히 채워보는 건 어떨까. 복잡한 인파를 뚫고 꽃 시장을 가지 않아도 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꽃 구독 서비스 ‘꾸까’
핀란드어로 꽃을 의미하는 꾸까는 2주 간격으로 계절이나 콘셉트별로 어울리는 꽃을 정기배송 한다. 스몰(1만7900원)·미디엄(2만6900원)·라지(3만4900원)·엑스라지(4만9900원) 가운데 원하는 꽃의 크기를 고르고 구독 기간을 선택하면 알록달록한 플라워 박스가 집 앞으로 도착한다. 구독 신청 시 수령할 요일도 설정할 수 있어 “비 오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주고 싶다”는 옛 노래 가사처럼 자신에게 깜짝 선물을 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 이용자 대다수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 자신을 위해 꽃을 산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그 매력에 빠져 2주 뒤를 기다리게 된다는 반응이다.
박춘화 꾸까 대표가 추진하던 화장품 정기구독 사업을 접고 꽃으로 시선을 돌린 것도 같은 이유다. 박 대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기분전환을 위해 꽃집을 찾는 이들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일상에서 꽃을 향유하는 것을 낯설게 여긴다”며 “그동안 경조사나 선물용으로만 소비되던 우리나라의 꽃 문화를 좀 더 일상적으로 바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박 대표는 ‘꽃의 일상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구독경제’라는 용어가 대중화되기도 전인 2014년에 꽃 구독 서비스를 고안해냈다.
기존 인터넷 꽃 배달 서비스를 통해서도 꽃을 받아볼 수 있지만, 만족도는 들쑥날쑥한 편이다. 콜센터를 통해 지역별 꽃집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신선도나 보관 방식, 재고 등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꾸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자와의 직거래로 꽃을 대량 주문하고, 본사 작업실에서 플로리스트가 직접 꽃을 손질하는 방식으로 품질을 표준화한다. 꾸까를 단순 배달 서비스가 아닌 전문성 있는 꽃 브랜드로 발돋움시키겠다는 취지다. 박 대표는 “다양한 꽃을 자주 접하기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이 좋은 후기를 남겨주실 때 가장 뿌듯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화문·잠실·월계·구로점에서 선보이고 있는 오프라인 쇼룸에도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꽃을 접하길 바라는 박 대표의 소망이 담겼다. 유럽의 파머스 마켓(전통시장)과 카페를 결합한 콘셉트로, 음료를 주문하면 꽃 한 송이를 제공한다. 또 꽃에 관심이 생긴 이들을 대상으로 수준별 플라워 클래스도 진행한다. 따분한 ‘집콕’ 일상으로 기분전환용 취미를 찾고 있거나, 인생 삼모작으로 새로운 도전을 모색 중인 시니어에게 솔깃한 기회다. 박 대표는 “꽃을 경험하는 데 거창하고 대단한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며 “앞으로도 일상에서 꽃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브라보’ 독자에게 추천하는 5월의 꽃
작약 꽃 시장에서 3월부터 6월까지 만나볼 수 있는 작약은 ‘봄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계절을 대표하는 꽃이다. 특히 새하얀 속잎과 분홍빛 겉잎이 수줍게 조화를 이루는 가드니아 작약은 그 자체로 봄의 전경을 닮았다. 개화할수록 겹겹이 풍성하게 피어나, 같은 공간에 두어도 매일 색다른 무드를 선사한다. 추천 꽃다발 로즈 앤 피오니 가격 3만7900원
캄파넬라 하늘에서 축복의 햇살이 내리쬐는 듯 노란빛의 화사하고 우아한 색감을 자랑하는 캄파넬라는 ‘축복’이라는 꽃말에 걸맞게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웨딩 부케다. 주변에 축하할 만한 소식이 들려올 때 샴페인과 함께 캄파넬라 한 다발을 건넨다면 그야말로 센스 만점 시니어가 될 수 있다. 추천 꽃다발 캄파넬라 에디션 가격 5만4900원
델피늄 & 블루 스위트피 흔치 않은 분위기를 원한다면 오묘한 푸른빛을 띠는 델피늄과 블루 스위트피를 한데 담아보는 것도 좋다. 특히 향수의 원료로 쓰일 정도로 달콤하고 진한 향이 매력적인 스위트피는 꽃잎의 모양이 나비가 모여 있는 모습과 닮아, 향기 가득한 정원을 거닐다 나비를 만난 듯 기분 좋은 설렘을 전한다. 추천 꽃다발 파랑새 에디션 가격 5만6900원
● Exhibition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일정 7월 11일까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 만화, 음악 등 대중문화의 순간을 재탄생시킨 맥스 달튼의 개인전이 국내 최초로 열린다. 맥스 달튼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주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영화를 소재로 해 보는 이들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아트북 일러스트를 작업했으며, ‘스타워즈’, ‘메트로폴리스’ 등 SF영화를 정교한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는 맥스 달튼의 영화 일러스트를 중심으로 포스터, 드로잉, 수채화 등 다양한 작품 220여 점을 살펴본다. 특히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한국 영화 ‘기생충’과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 포스터 및 미공개 연작 8점, 초안 드로잉 등을 최초로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비틀스, 밥 딜런 등 음악 거장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린 LP 표지와 동화책 일러스트 등도 전시해 그의 작품 세계를 다방면으로 조명한다. 특유의 물 빠진 듯한 빈티지 색감과 유머러스한 디테일로 관람객을 매료하는 그의 작품은 영화 속 한 장면을 유영하는 듯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
일정 7월 11일까지 장소 일민미술관
샤머니즘과 우주론적 세계관을 예술적으로 탐구하는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전이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운명과 상담소, 두 공간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는 작가 17명의 작품으로 ‘운명’의 의미를 고찰하고, ‘상담’을 통해 내면을 깨닫는 여정을 마련한다. 1전시실 ‘운명’에서는 베토벤이 악상을 떠올린 숲속을 재현해 운명이 인생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공감각적으로 형상화한다. 빛과 어둠, 사계절, 음양오행 등 운명적 의미를 나타내는 신비로운 상징물이 내부를 가득 채운다. 2전시실 ‘상담소’는 사주포차, 본능미용실 등 작가들이 만든 6개의 이색 상담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사주, 타로, 연금술 등 운명론적인 방식으로 스스로의 운을 시험하고,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미신이라 여겨지던 우주관을 예술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 하여금 깊은 내면을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모바일 앱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게임, 살풀이 굿판, 전자음악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보다 입체적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다.
● Book
◇그러라 그래 (양희은 저·김영사)
데뷔 51년 차에도 한 그루 느티나무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세월만큼 깊어진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양희은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지나온 삶과 노래,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마치 오랜 친구의 사연을 낭독하듯 따스하고 정감 있게 담았다.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 어떤 근심도 툭 털어버리는 양희은의 말처럼, 이 책에는 쉽지 않은 인생이라도 정성껏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애틋한 응원이 들어 있다. 그런 그녀만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늘 여유만만하고 단단해 보이는 그녀도 순간마다 흔들렸던 시절이 있었다.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무대에 섰으나 자신을 향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줄 사람이 없어 방어기제로 똘똘 뭉쳐 있던 이십대, 난소암으로 석 달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서른 살까지, “모진 바람을 맞으며 그냥 서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세월이 많이 지나간” 인생이었다고 담담히 돌아본다.
“무릎이 ‘나 여기 있다’ 하고 위치를 가르쳐주고” 늘 서서 부르던 노래를 앉아서 시작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일부였던 노래를 언젠가 떠나보내야 할 것을 예감한다. 몸은 자꾸 느려지고, 노년을 준비하는 동갑내기 친구들의 말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인다. 또 치매 어머니를 모시며 ‘엄마가 떠나시면 어쩌나’ 마음 졸이다가도 마음과 달리 틱틱 쏘아대고,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후회 없는 헤어짐을 준비한다.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다.
몇 십 년을 살아도 어렵고 지난한 것이 인생이지만, 그녀는 그동안의 실패와 어려움에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덕분에 “마음의 자리가 넓어졌다”고도 덧붙인다. 인생의 시행착오를 ‘탓’이 아닌 ‘덕’으로 표현하는 그녀의 여유와 넉넉함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파도가 밀려와도 “그러라 그래” 하고 맞설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백년 허리 1 : 진단편 (정선근 저·언탱글링)
스테디셀러 ‘백년 허리’의 개정증보판이다. 초판에서 고쳐야 할 부분을 대거 보충했으며, 허리 통증은 진화의 축복이라는 요통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공간의 미래 (유현준 저·을유문화사)
건축가인 저자가 코로나19로 가속화된 각종 공간의 변화를 진단한다. 단순 공간 이야기뿐 아니라 주거 문제부터 국토 균형 발전까지 사회를 위한 거시적인 조망이 담겨 있다.
세계사의 탄생 (데이비드 크리스천 엮·소와당)
케임브리지 세계사 시리즈 한국어판으로, 복잡다단한 세계사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200여 명의 석학이 저술에 참여해 주제별 다양한 시선으로 역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 Stage
◇나빌레라
일정 5월 14일~5월 30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출 이지나
출연 조형균, 최인형, 강상준, 강인수 등
최근 tvN 드라마로 방영되며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있는 ‘나빌레라’가 창작가무극으로 관객을 찾는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인생의 끝자락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품은 70대 ‘덕출’과 현실의 벽 앞에서 방황하는 20대 발레 유망주 ‘채록’이 발레를 매개로 함께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점점 희미해지는 덕출의 기억과 위태로운 채록의 삶을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 발레단의 상황과 연결해 가슴 찡하게 풀어낸다. 창작가무극으로 만나는 ‘나빌레라’는 웹툰 한 컷의 감동과 드라마의 세밀한 감정선을 공연만의 매력인 현장성으로 살려낸다. 특히 독보적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이지나 연출가의 합류로 초연보다 안무 비중이 늘어났으며, 힙합, 재즈, 모던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활용돼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웹툰과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무대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지붕위의 바이올린
일정 4월 28일~5월 16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정태영
출연 박성훈, 권명현, KoN, 이혜란, 정은영, 서유진 등
1905년 러시아 유대인 마을, 중매결혼을 중시하는 아버지 ‘테비예’와 주체적으로 사랑을 찾아 나서는 다섯 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랜 전통 앞에서 구세대와 신세대가 갈등하지만, 마침내 서로를 포용하는 가족의 모습이 감동을 전한다. 결혼을 허락받은 딸의 기쁨과 그런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이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로 극대화된다.
◇포미니츠
일정 5월 23일까지 장소 정동극장 연출 박소영
출연 김선경, 김선영, 김환희, 김수하 등
2006년 개봉한 실화 바탕의 독일 영화를 뮤지컬만의 매력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살인수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소녀 ‘제니’와 60년 동안 여성 재소자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크뤼거’가 피아노를 매개로 만나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의 제목처럼 제니의 처절한 삶과 아픔을 담은 4분간의 피아노 연주가 강한 여운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 Exhibition
◇ANDY WARHOL : BEGINNING SEOUL
일정 6월 27일까지 장소 더현대서울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의 회고전이 이탈리아 주요 미술관 투어를 마치고 한국에 도착했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개관을 기념하며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된 앤디 워홀 전시 중 최대 규모다. 앤디 워홀은 미국의 대표적인 상업미술가로,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듯 작품을 찍어내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택해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작업실을 ‘공장’이라고 표현하며, 양극단에 있던 상업주의와 순수미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매릴린 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유명 스타들의 얼굴이 담긴 셀레브러티 시리즈와 캠벨 수프 등 소비 상품을 소재로 한 판화가 대표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앤디 워홀의 대표작을 비롯해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드로잉 작품까지 총 153점을 공개한다. 앤디 워홀의 삶을 키워드로 돌아보는 인트로를 시작으로 총 6개 섹션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며, 마지막 섹션에서는 화려한 작품 뒤에 감춰진 내성적이고 겁 많던 앤디 워홀의 또 다른 모습까지 살펴본다. 그만의 예술적 감수성이 담긴 개인 소장품도 함께 엿볼 수 있다.
◇필립 콜버트 : 넥스트 아트 팝 아트와 미디어 아트로의 예술여행
일정 5월 2일까지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세기에 앤디 워홀이 팝아트의 신대륙을 개척했다면, 21세기에는 필립 콜버트가 있다.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차세대 앤디 워홀’이라 평가받는 영국의 팝아트 작가 필립 콜버트의 전시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기존 팝아트에서 한층 진화한 장르를 선보이고 있는 필립 콜버트는 오늘날 미술 시장이 주목하는 팝아트의 비전이다.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영국 런던의 유명 화랑인 사치 갤러리 소속 작가로 선정된 바 있으며, 몽블랑, 벤틀리, 삼성KX 등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대중미술을 구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조형 작품과 미디어아트 등 60여 작품을 선보이며,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을 향한 필립 콜버트의 헌정작이 세계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다. 또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과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인근에 설치된 3m 높이의 대형 조형작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독특한 회화 스타일로 현대인의 소비문화를 지적하고, 예술적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그의 작품은 영감이 필요한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 Book
◇은퇴의 맛 (한혜경 저·싱긋)
“다 내려놓으면 나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내 삶의 의미와 재미는 어디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교수로 재직 중 수많은 퇴직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들의 삶을 연구한 은퇴 전문가 한혜경이 교단을 떠나고 직접 마주한 달콤씁쓸한 은퇴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맞이했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은퇴 전문가로서 은퇴 후의 삶을 나름대로 잘 극복해나가리라 자부했지만 실상은 그와 달랐다고 말한다. 은퇴는 생각보다 더 씁쓸했으며,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난 듯한 기분에 온갖 상념과 불안,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은퇴와 관련한 책을 두 권이나 펴내며 간접 경험을 한 만큼 무언가 다르겠거니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다고 저자는 반추한다.
그렇게 1년 정도 지지고 볶으며 시행착오를 거치던 어느 날, 저자는 문득 행복을 깨닫는다. 재직 중에는 몰랐던, 온전히 내 시간의 주인으로 살며 느끼는 행복이다. 저자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노동하는 인간’으로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놀이하는 인간’으로서 삶의 재미를 찾는다면 은퇴 생활의 불안감도 서서히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하루이틀 사이에 끝날 놀이가 아닌, 여생을 바칠 수 있을 만한 가슴 뛰는 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일생의 중요한 기로 앞에서 멘토를 찾는다. 초행길을 떠나기 전 자신보다 먼저 첫발을 뗀 이들의 이야기를 지도 삼아 펼쳐보는 것이다. 은퇴 또한 수십 년의 인생 경험이 무용해질 만큼 낯설고 두려운 여정이다. 하지만 앞서간 이들의 진심 어린 격려와 조언이 있다면, 조금 더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이 그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한국인의 종합병원 (신재규 저·생각의힘)
췌장암 4기를 진단받은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한 저자가 직접 겪은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현안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제안한다.
◇걷는 생각들 (오원 저·생각정거장)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는 생각으로 매일 아침 산책하며 발견한 삶의 의미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나이 듦, 인연에 대한 성찰 등 중년 여성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를 위한 노래 (메리 올리버 저·미디어창비)
미국이 사랑하는 베스트셀러 시인 메리 올리버의 시집으로, 인간과 개의 특별한 유대를 서른다섯 편의 시와 한 편의 산문에 담았다. 저자가 평생을 함께한 반려견의 그림도 함께 수록했다.
● Stage
◇시카고
일정 4월 2일~7월 18일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연출 김태훈
출연 최정원, 아이비, 박건형, 김영주, 차정현 등
매혹적인 하모니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시카고’가 돌아온다. ‘시카고’는 문화적 황금기인 동시에 도덕적으로는 쇠퇴기였던 1920년대, 미국 쿡카운티 교도소 여죄수들의 유혹과 욕망, 복수를 다룬다. 미모의 죄수 ‘록시 하트’가 정부를 살해한 죄로 수감돼 시카고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전직 배우 ‘벨마 켈리’의 자리를 위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가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을 화려한 춤과 관능적인 재즈로 발칙하게 풍자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내 초연부터 함께한 ‘시카고’의 살아 있는 역사 최정원과 200:1의 경쟁률을 뚫고 새롭게 선발된 걸그룹 소녀시대 티파니 영 등 클래식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캐스트로 전에 없는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올 댓 재즈’(All That Jazz) 등 유명 넘버를 15인조 빅밴드의 풍성한 라이브 선율로 감상할 수 있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일정 6월 6일까지 장소 예스24스테이지 1관 연출 오세혁
출연 도창선, 조풍래, 김재범, 김지온, 최석진 등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과 의심을 그린다. 친부 살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모순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약 2000페이지에 달하는 원작의 서사를 밀도 있게 집약해 고전 속에 담긴 위대한 철학을 무대 위로 고스란히 옮겼다.
◇데스트랩
일정 6월 6일까지 장소 플러스씨어터 연출 황희원
출연 고영빈, 송유택, 이지현, 이현진, 선한국 등
한때 잘나갔던 극작가 ‘시드니 브륄’이 우연히 자신의 학생이 쓴 희곡 ‘데스트랩’을 발견하고, 이를 탐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978년 미국 극작가 아이라 레빈이 집필한 이 작품은 초연 당시 토니어워즈에 노미네이트될 만큼 짜임새 있는 줄거리를 자랑한다. ‘데스트랩’을 차지하기 위한 두 사람의 숨 막히는 심리전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왕년 전성기에 누렸던 최고의 영웅담이나 에피소드를 꺼내보는 페이지입니다. 가수 남궁옥분의 시간을 되돌려본 그 시절, ‘우리 때는 이것까지도 해봤어, 나도 그랬어, 그랬지!’라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추억 속 이야기를 넘겨보는 마당입니다. 글 사진 남궁옥분
어릴 적 동네 사람들이 저를 사과 궤짝 위에 올려놓고 노래를 시키면 곧잘 불러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는 어머니의 증언!
시작은 미미하고 초라했으나 유년 시절의 그런 일들이 밑거름이 되었던지, 데뷔 후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를 만나 방송국과 국내외 무대를 종횡무진했지요. 하루에 12군데 스케줄을 소화해내며 달리던 1981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최초’라는 기록들도 세우며 운 좋게 아직 현역으로 남아 무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40년의 세월 속에서 아름답고 영광스러웠던 기억 몇 가지를 꺼내봅니다.
1983년 봄! ‘귀국서약서’를 비롯한 수십 장의 서류를 작성해 통과해야만 출국이 가능하던 시절, 첫 해외 공연을 앞두고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겨서 취소되는 건 아닐까 조바심 내던 때가 생각납니다.
대한항공이 주최하는 미주 공연이었기에 생애 첫 국제선 비행기는 퍼스트 클래스였습니다. 지상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수준의 식사와 서비스는 지금 생각해도 황홀합니다.
처음 타보는 국제선에 처음 밟아보는 미국 땅은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했을 때만큼의 기쁨이라 해도 좋을 만큼 설렘 가득했습니다. 외국에 대한 동경이 컸던 시절이라, 쌀쌀한 초봄에 서울을 떠나 날짜변경선을 경험하고 만난 사계절 여름인 하와이는 가히 충격적이었지요.
당시 교포들도 고국의 소식조차 여러 날을 두고 시간차로 접하던 미국에서 고국의 많은 가수들을 만난다는 건 꿈같은 일이었을 겁니다.
대한민국 당대 최고의 연예인으로 구성된 공연단이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가든’,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을 순회 공연하는 일정이었지요. 첫 도착지 하와이에서 동부 뉴욕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가수 최초의 대형 공연장에서의 공연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답니다.
이미자, 김상국, 조영남, 하춘화, 바니걸스, 국악인 조상현, 이춘희 등 대중가요와 국악계를 빛낸 국내 최고의 가수들이 밴드까지 이끌고 미국 최고의 공연장에서 노래한다는 것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었습니다.
현지 교민들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 감동이었다 할 정도였으니, 그때 막내였던 저로서도 꿈에 그리던 큰 무대에서의 공연을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당시 국내엔 큰 공연장이 없었던지라 무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한참을 달려야 도달하는 ‘메디슨 스퀘어가든’은 명성만큼이나 저를 주눅 들게 했는데, 훗날 다시 서보니 그때보다는 많이 작아져 있었습니다.
‘케네디센터’는 주변의 모든 시설들까지 대리석으로 완성돼 눈에 띄는 아무 곳에나 대고 셔터를 눌러도 그냥 작품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런 곳에서 최초로 공연을 했다는 자부심은 이 글을 쓰면서 되살려본 기억 속에서도 여전히 뿌듯한 기쁨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감동도 ‘카네기홀’을 넘어설 수는 없을 듯합니다.
1989년인가? ‘조영남의 카네기홀 콘서트’를 함께하자 해서 무작정 따라나섰던 일이 제 생애 가장 잊지 못할 영광스런 일이 되었습니다.
메인홀 최초 공연자는 조영남이 아닌 패티김이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니 그 후로도 아주 오랫동안 메인홀 공연자는 패티김, 조영남, 남궁옥분뿐이었습니다.
콘서트홀이 아닌 메인홀!
노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며 서고 싶어 하는 가장 영광된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전 충분히 행복합니다.
대한민국의 예술인 의전이 최악이던 시절, 미니 칵테일바까지 있는 하얀 리무진이 뉴욕 시내를 돌아 카네기홀에 내려놓을 땐 이곳을 다녀간 예술가들의 모습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그곳을 거쳐간 영혼들이 지켜준다는 전설 덕분인지, 리허설 때의 긴장감은 아랑곳없이 정말 무언가에 이끌리듯 아주 편히 노래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미국 스태프들이 공연 중 카메라 촬영도 불허하는 바람에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못한 점이 정말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 일에 별로 관심 없던 조영남 선배의 성향 때문에 결국 허접한 사진 두 장만이 카네기홀의 그 영광스런 순간을 이야기해주네요. “이게 정말 카네기홀이야?”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평범한 사진이기에 좀 억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많은 예술 거장들이 실황음반을 남기며 사랑했던 역사적인 문화 현장,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 한 귀퉁이를 지키는 남궁옥분에게도 그곳에 설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사진을 찾다가 카네기홀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게 옷에 붙이는 백스테이지 스티커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네요.
이렇듯 살아가면서 ‘최고’, ‘최초’를 경험하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입니다.
가수를 직업으로 삼아 살아오면서 참 많은 특혜를 누리고 참 많은 곳에서 대우를 받은 지난 시절이 생각할수록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엔 호주로 가봅니다.
1987년 호주 공연은 연예인 공식 초청 1호였고, 우리 연예인단은 모두 이민 비자를 받아 입국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민을 꿈꾸던 그 시절! 그곳에 그냥 눌러앉아도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아마도 외국을 동경했다면 합법적인 호주 이민이 될 수도 있었겠지요.
정말 모든 게 지금에 비해 허술했던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입니다.
호주에서의 잊지 못할 또 다른 추억 하나는, 교민들이 우리에게 건네준 어마어마한 선물들 때문에 공연단 일행 모두가 당시 100달러 남짓 추가 운임을 지불해야 했던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답니다.
그렇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정이 있었고 따뜻한 마음이 넘쳐났지요.
공연 마지막에는 언제나 태극기를 흔들며 ‘고향의 봄’을 함께 불렀습니다. 우리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에 무대를 향해 눈물을 훔치며 한없이 손을 저어주시는 모습은 어디서든 똑같은 풍경이었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유년 시절을 함께 지켜준 사람들! 평범하게 고무줄놀이, 공기놀이를 하고 가끔 풍금 치며 노래하던 남궁옥분이 이렇게 최고의 경험을 하며 최초의 역사를 간직하고 살 거라는 건 감히 생각도 못 했을 겁니다. 저도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으니….
그렇게 준비 없이 등 떠밀려 뛰어들었던 가요계에서 이렇듯 좋은 추억이 많다는 건 축복이고 행운입니다.
언제나 제 삶 속에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빛날 것이기에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합니다.
● Exhibition
◇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
일정 5월 9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장샤오강, 왕광이, 팡리쥔과 더불어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유에민쥔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1989년 발생한 천안문 사태에 혐오를 느낀 유에민쥔은 다음 해 베이징에서 화가로 등단해 특유의 시니컬한 웃음으로 그가 겪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의 모든 작품에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활짝 웃는 얼굴이 등장하지만, 이는 사회주의 붕괴를 목격한 국민으로서의 절망을 역설적이고 자조적인 웃음으로 나타낸 것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유화부터 대규모 조형 작품, 최근 선보이는 꽃 형상의 얼굴 작업까지 1990년부터 이어지는 유에민쥔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총 6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섹션은 유에민쥔의 트레이드마크인 웃음 속 감춰진 의미를 삶과 죽음, 인간 사회 등 다각도로 바라본다. 전시 기간 코로나19로 인해 도슨트의 대면 해설 대신 앱 ‘도슨트’로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며, 아이돌 그룹 샤이니 온유가 따뜻한 음성으로 읽어낸다.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일정 5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1934년 시인 이상은 서울 종로에 다방 ‘제비’를 열었다. 벽에는 그의 절친 구본웅의 그림과 쥘 르나르의 경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예술가들은 미샤 엘만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르네 클레르의 영화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1930~50년대 격동의 시기, 장르는 다르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시대의 전위를 꿈꿨던 문예인들의 뜨거운 연대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막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전은 정지용·이상 등 문학인과 구본웅·황술조 등의 화가를 통해 일제강점기 및 해방기 문학과 미술의 밀월 관계를 조명한다. 총 4부로 나누어 구성된 이번 전시는 다방 ‘제비’를 배경으로 한 공간을 시작으로 신문·잡지 등 인쇄 미술, 대표적인 문학·미술인 커플의 관계도,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던 작가의 글까지 총 300여 점의 다양한 시각 자료로 두 장르의 지적 연대를 살핀다. 가난과 모순으로 가득 찬 시대 속에서도 정신적 풍요를 잃지 않았던 예술가들의 숭고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 Book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 (이주희 저·청림출판)
50대에 들어선 저자가 여유롭고 건강한 인생 후반기를 위해 필요한 어른의 태도를 책에 담았다. 유쾌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오늘날 중년들의 걱정 근심을 속 시원하게 풀어낸다.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이나미 저·쌤앤파커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나미 박사가 황혼으로 접어든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노년의 삶을 성찰한다. 죽음과 이별 등 무거운 주제를 담담하고 소탈하게 풀어내 공감과 울림을 선사한다.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박찬일 저·인플루엔셜)
셰프 박찬일이 평균 업력 64년 노포의 장사 철학을 한데 모았다. 우래옥부터 할매국밥, 청진옥까지 화려한 장사 기술과 손익 계산 없이 ‘자기다움’으로 승부하는 노포의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 Stage
◇팬텀
일정 3월 17일~6월 27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박은태, 카이, 전동석, 규현, 김소현, 임선혜, 이지혜, 김수 등
“세상이 무너진 이 순간, 너의 음악이 되리라.”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장르로 진한 감동을 전하는 뮤지컬 ‘팬텀’이 3월 네 번째 시즌의 막을 올린다.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흉측한 얼굴 탓에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살아야만 했던 ‘에릭’의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199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으며, 국내에서는 2015년 관객과 처음 만나 예상 밖의 흥행을 거두며 ‘뮤지컬의 결정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렇게 그대 품에’, ‘그대를 찾아내리라’, ‘그의 얼굴을’ 등 캐릭터 간 서사를 강화하는 곡을 새로 추가하고, 작품의 백미인 발레 장면의 비중을 높여 몰입도를 더했다. 어둠 속에 사는 에릭에게 빛 같은 존재인 크리스틴이 있듯이, 뮤지컬 ‘팬텀’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관객을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위로할 예정이다.
◇검은 사제들
일정 2월 25일~5월 30일 장소 유니플렉스 1관
연출 오루피나 출연 김경수, 이건명, 박가은, 지혜근 등
5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검은 사제들’이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올해 초연 무대를 올리는 뮤지컬 ‘검은 사제들’은 신학생 ‘최부제’와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가 악령에 시달리는 소녀 ‘영신’을 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원작의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무대와 연출, 음악 등으로 오컬트 분위기를 극대화해 숨 막히는 긴장감과 으스스함을 선사할 예정이다.
◇마지막 사건
일정 2월 15일~5월 9일 장소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연출 성재준 출연 김종구, 홍승안, 김찬종, 정민, 조풍래, 백기범 등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 아서 코난 도일과 그의 손에서 태어난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이다. 의사였던 도일이 탐정물에 관심을 보이고 세기의 작가로 데뷔하기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40여 년 동안 셜록 홈스를 주인공으로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 소설을 쓴 도일의 강렬한 열망과 내면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코로나 19 시대에 발맞춰 탄생한 ‘언택트 돌봄’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고령자 돌봄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커졌다. 경로당, 복지관, 체육관이 문을 닫고, 장년들이 집에만 머물자 정신적 고립을 느끼며 무기력,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에 각 지자체와 기관들은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언택트 돌봄’을 고안해 실행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1. 릴레이 안부 전화 주고받기
대한노인회 대구연합회와 대구경로당 광역지원센터에서 추진하는 운동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1,525곳에 이르는 대구의 전 경로당이 장기간 휴관하며 고독감을 호소하는 노인이 많아지자,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고안했다.
연합회장이 전화를 시작해 각 구의 지회장들로 이어지다 다시 역순으로 돌아온다. 또 지회장이 전화를 시작해 분회장, 선임 경로당 회장, 부회장, 총무로 이어지는 전화도 있다. 경로당 회원 간에도 순번을 정해 전화를 주고받는다. 경로센터 직원들이 각 경로당 회장에게 안부 전화를 하기도 한다.
통화에서는 안부 내용을 물을 뿐 아니라 연합회 소식, 지회 운영 내용을 주고받고, 겨울철 건강 관리나 방역 지침 준수도 당부한다.
2. 문화 예술 체험 꾸러미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청춘문화공방’이라는 비대면 문화 예술 체험 꾸러미를 제작해 전국의 60세 이상 장년들에게 배포했다. 총 604명이 신청했다. 언택트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목적이다.
청춘문화공방 체험 꾸러미는 장년들에게 친숙한 전통 민화로 만들어졌다. 민화 컬러링북, 부채, 에코백 채색 등 세 가지 체험 팩이 있으며, 집에서 직접 배우고 체험할 수 있다. 민화 컬러링북에는 각 민화의 의미와 상징 설명도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SNS에서 꾸러미 체험 후기 인증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에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는 이용자들의 다양한 후기가 #청춘문화공방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와 체험 경험담을 공유했다.
3. 스마트 홈 서비스
경남 김해시는 2019년부터 장년층 1인 가구 300세대를 대상으로 스마트 홈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동작 감지 센서를 주택 내에 부착해 응급 상황에 대비하고, 정보 제공과 말벗 기능이 탑재된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보급했다. 사회복지관 내에는 ICT케어센터를 마련해 전담 사회복지사 3명이 늘 모니터링하며 위급 시 긴급출동도 지원했다.
ICT케어센터는 최근 AI스피커 기능을 활용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돌봄 공백 대안으로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인지 능력 강화 훈련, 명상, 노래 교실, 홈 트레이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요일별, 시간대별로 송출하여 심신 건강관리를 돕고 있다.
김해시 관계자는 코로나 19 장기화로 지친 어르신들의 건강이 우려된다며, 향후 ICT 기능을 활용한 비대면 돌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Exhibition
◇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특별전
일정 5월 2일까지 장소 M컨템포러리
16세기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의 걸작을 미디어 아트를 통해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드로잉, 유화, 프레스코, 조각, 시 등 5가지 장르를 통해 그림을 시작했을 때부터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미켈란젤로의 전 생애 작품을 살펴보고, 그의 예술세계를 탐구한다.
전시는 미켈란젤로의 작품 연대기와 작업 방식을 살펴보는 공간으로 시작한다. 이어 그가 남긴 드로잉으로 작품을 위해 수없이 그어야 했던 선을 확인한다. 회화 부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유화 작품과 시스티나 예배당 프레스코 등을 조명한다. 이곳에서는 ‘아담의 창조’를 비롯한 유명 프레스코화를 미디어로 재해석해 환상적인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 외에도 3D 영상, 홀로그램 등 다양한 미디어 기술과 접목한 조각품으로 몰입도를 높이며, 미켈란젤로의 시를 함께 전시해 그의 생각을 엿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미켈란제로의 작품을 색칠하는 컬러링 존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환기가 필요한 일상에 영감을 제공하는 이번 전시는 실제 작품을 감상하기 어려워진 관객들에게 색다른 방식으로 위로를 전하고, 지성을 불어넣는다.
◇마티스 특별전 : 재즈와 연극
일정 4월 4일까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앙리 마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진행하는 국내 최초 마티스 단독 전시회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되고 있다. 앙리 마티스는 강렬한 색채가 특징인 프랑스 야수파 화가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로 손꼽힌다. 50년간 유화, 드로잉, 조각, 판화, 컷아웃, 책 삽화 등 방대한 작품을 제작했으며, 주요 작품은 ‘모자를 쓴 여인’, ‘춤’, ‘붉은 화실’, ‘폴리네시아 하늘’ 등이 있다. 그중 마티스의 컷아웃(종이 오리기) 기법은 20~21세기 추상미술, 미니멀리즘 디자인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번 전시는 컷아웃 기법으로 제작된 ‘재즈’ 시리즈와 드로잉, 석판화, 발레 공연을 위해 디자인한 무대 의상, 로사리오 성당 건축 등 작품 120여 점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특히 대표작 ‘재즈’를 통해 마티스 특유의 생생한 색채와 선을 조명하고 작품과 어울리는 재즈 음악을 큐레이션해 그림과 음악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도슨트의 풍부한 해설로 작품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한다.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마티스의 예술적 순수함과 열정은 코로나19로 메마른 감성에 단비가 되어준다.
● Book
◇노인을 위한 치료백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저·알에이치코리아)
시니어에게 자주 나타나는 여러 질환을 한 권에 모아 소개한다. 질환뿐 아니라 간병, 요양병원 등 복지서비스까지 총망라했다. 시니어라면 집에 한 권 두고 틈날 때마다 찾아볼 만하다.
◇억척의 기원 (최현숙 저·글항아리)
중장년 여성의 구술 생애 작업을 이어온 최현숙 작가가 이번엔 60대 나주 농민의 이야기를 실었다. 두 여자의 굴곡진 삶을 통해 그들이 억척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풀어낸다.
◇어른의 말공부 (사이토 다카시 저·비즈니스북스)
나이가 들수록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품격 있는 언어 습관을 소개한다. 필요한 말만 하는 분별력, 진심을 담는 전달력 등 말의 내공을 갖추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 Stage
◇얼음
일정 3월 21일까지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출 장진
출연 정웅인, 이철민, 박호산, 이창용, 신성민, 김선호 등
‘충무로의 이야기꾼’ 장진 감독의 화제작 연극 ‘얼음’이 초연 후 5년 만에 돌아왔다. ‘얼음’은 독특한 구성의 2인극으로, 2016년 초연 당시 장진 감독 특유의 작가적 상상력과 뛰어난 이야기 구성,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작품은 잔인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18세 소년과 그 소년을 범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무대에 등장하진 않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소년과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의 정황을 짚어가는 두 형사 사이 팽팽하게 펼쳐지는 심리전이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이번 공연에는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었다. 배우 이철민과 박호산이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초연에 이어 이번 무대에 다시 오르고, 배우 정웅인, 이창용, 신성민, 김선호가 새롭게 합류해 작품에 힘과 활력을 불어넣으며 짜릿한 연기 앙상블을 펼칠 예정이다.
◇위키드
일정 2월 16일~5월 1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조 만텔로 출연 옥주현, 손승연, 정선아, 나하나, 서경수, 진태화 등
초록 마녀 열풍을 일으켰던 뮤지컬 ‘위키드’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두 마녀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과 사랑, 용기 등을 다룬다. 거대한 타임 드래곤, 날아다니는 원숭이, 350여 벌의 의상 등 화려한 무대와 마녀들의 매혹적인 노래가 마법에 걸린 듯 시선을 사로잡는다.
◇붉은 정원
일정 2월 5일~3월 28일 장소 유니플렉스 2관 연출 성재준
출연 박은석, 이정화, 조현우 등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3대 문호로 꼽히는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을 각색한 창작 뮤지컬이다. 감수성이 풍부한 18세 소년 ‘이반’과 치명적인 매력의 ‘지나’, 이반의 아버지이자 유명 작가인 ‘빅토르’의 위험한 삼각관계를 그린다.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대사들과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음악들로 원작의 감동을 구현했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20년간 국내외 문화재를 펜화로 그려낸 김영택 화백이 전시회 1주일 전인 1월 13일 76세로 타계했다.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1월 20일 시작된 ‘김영택 펜화전’은 주인공 없이 2월 15일까지 열린다. 전시에는 고인의 펜화 작품 40여 점과 함께 펜촉 등의 유품이 출품됐다.
나는 개막 다음 날 찾아가 펜촉을 사포로 갈아서 0.03㎜ 굵기로 수십만 번 세밀한 점과 선을 그어온 열정과 섬세함을 잘 감상했다. 대장암으로 투병하면서도 화업 30년을 결산하는 전시에 공을 들인 고인은 한 인터뷰에서 “펜화와 함께한 삶 자체가 축복이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시에는 ‘질사모’ 회원들과 함께 갔다. 질사모는 불세출의 테너 베냐미노 질리(Beniamino Gigli, 1890~1957)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질리를 사랑하는…”이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발음만 듣고 철학도 모임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 ‘질사모’는 음악으로 시작됐지만 문학 미술 등 문예 전반에 대한 애호와 감상,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동호인 단체다.
하여간 질사모 단톡방에 그의 죽음을 알리자 여러 반응이 올라왔다. “화가들은 자기 전시회 기간에 영면하는 걸 큰 복으로 알았다지요?” 처음 듣는 말이었다. “서예가는 붓 잡고 선종하시고요.” 이건 서예가는 아니지만 붓 잡고 끼적거리는 나 들으라고 한 말이다. “저는 임종처를 벌써 정해두긴 했는데 어떻게 될는지….” 죽는 장소까지 정해두었다니 어딘지 자못 궁금했다. “불교에서는 강의 도중 쓰러지는 걸 학문열반(學問涅槃)이라고 합니다.” 정말 그런가?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뭐.
내가 “그러면 언론인은 어떻게 해야 된대유?” 하고 물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신문을 읽다가 가라고 했다. 실제로 “나는 신문 읽다가 신문을 쥐고 가고 싶다”고 한 분이 있다는 것이다. 신문기자(교열)이면서 소설가 수필가였던 민기(閔幾, 1925~2018) 씨의 말이라고 한다.
듣고 보니 그럴 법하긴 했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가수가 혼신의 힘을 다해 공연 중 무대에서 쓰러지고, 미술가가 화폭에 마지막 붓질을 하다 숨을 거두고, 시인이 독자들 앞에서 시 낭송을 하다 떠나가는 건 그런대로 폼 나고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신문 읽다가 가는 건 신문기자 아니라도 누구나 그럴 수 있지 않나? 아무래도 좀 없어 보인다. 방송기자가 방송 중 마이크 앞에서 죽는 것과는 질과 결이 다른 것 같다.
그러면 의사가 수술 중 죽는 건 어때? 안 좋지. 환자한테 큰일 나지. 판사가 재판 중에 죽는 건? 장사꾼이 흥정 중에 죽는 건? 목사가 침 튀기며 설교하다가 죽는 건? 수사관이 피의자 심문 중에 죽는 건? 선생님이 화가 나 학생을 훈계하다가 죽는 건? 요리사가 신나게 칼질을 하다가 죽는 건? 이탈리아 폼페이의 유적 중에는 자위하던 중 화산재가 덮쳐 죽은 남자도 있던데 그런 건?
아무래도 신문기자는 책상에 앉아 뭔가 쓰다가 죽는 게 좋을 것 같다. 근데 무슨 글을 쓰지? 자신의 삶에 대해 쓰는 게 좋겠지. 선비들 중에는 묘비나 묘표(墓表), 묘지명(墓誌銘)을 미리 써놓은 사람이 많다. 생전에 만든 자기 무덤을 수장(壽藏) 또는 생분(生墳)이라 하고, 무덤에 묻을 묘지명을 살아 있을 때 쓴 것을 생지(生誌)라고 한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문집에 실을 ‘집중본’(集中本)과 무덤에 묻을 ‘광중본’(壙中本) 등 두 가지 자찬(自撰) 묘지명을 남겼다. 광중본은 “간사하고 아첨하는 무리들이 기세를 폈지만/하늘은 그로써 너를 곱게 다듬었으니/잘 거두어 속에 갖추어 두면/장차 아득하게 멀리까지 들려 올리리라”로 끝난다.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 1629~1703)은 주자학을 비판하며 경전과 노자 장자를 재해석했던 분답게 자신의 묘표를 이렇게 썼다. “차라리 외로이 살면서 세상에 구차하게 부합하지 않을지언정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이 세상 사람답게 살면서 남들로부터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지면 그걸로 옳다’고 하는 자에겐 끝내 머리 숙이지 않겠으며 마음으로 항복하지 않겠다고 여겼다.”
우리나라 언론인 중에도 자신의 사망기사를 써놓은 사람이 있긴 하다. 그런데, 공개된 기사를 읽어보니 산에 가서 실종되는 내용인 데다 너무 소설적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사망기사가 나온 지 벌써 10년이 더 지났으니 새로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범 사례는 미국 칼럼니스트 아트 버크월드(Art Buchwald, 1925~2007)다. 2007년 1월 18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는 “안녕하세요? 아트 버크월드입니다. 제가 조금 전에 사망했습니다”라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1982년 퓰리처상을 받은 그의 칼럼(주로 정치풍자)은 전 세계 500여 개 신문에 실릴 정도로 평가가 좋았다. ‘워싱턴의 휴머니스트’로도 불려온 그는 40년 넘게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워싱턴 정가의 엘리트 계층을 풍자한 칼럼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의 글을 실으면 신문의 품격이 높아진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는 당뇨병이 악화해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도 신장투석을 거부한 채 워싱턴의 호스피스 시설에서 죽음을 맞는 과정을 특유의 유머러스한 필체로 소개했다. 그런 칼럼니스트가 마지막 순간까지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본인의 사망 소식을 알린 것이다.
글은 해학과 풍자가 넘쳤지만 그는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만큼 불우했고 어머니는 평생을 정신병원에서 살았다. 우울증이 심해 자살충동을 느낀 적도 있었지만 스스로 잘 이겨냈다. 한 인터뷰에서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잘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아마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들기 위해 태어난 것 아닐까요?”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고 유머의 힘을 잘 아는 게 언론인 아닐까. 가만있어도 나이 한 살 더 먹는 설날을 앞두고 이렇게 죽는 이야기를 한 건 좀 거시기하지만, 아트 버크월드 같은 해학과 여유를 갖게 되기를 나도 바라고 있다.
● Exhibition
◇Hullo Hullo Following on: 로즈 와일리
일정 3월 28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934년생 80대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의 세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 한국에서 열린다. 어린 시절부터 화가를 꿈꾼 로즈 와일리는 결혼을 하며 꿈을 접고 40대에 들어서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그녀는 당시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매일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76세의 나이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주목을 받으며 신예 작가로 떠올랐다. 현재는 세계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전속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로즈 와일리의 열정적인 미술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회화, 드로잉, 설치미술을 포함한 원화 150여 점을 단독으로 선보인다.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VIP룸에서 전시했던 희귀작뿐 아니라,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를 그린 작품까지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로즈 와일리의 작품은 일상 속 순간이나 영화의 한 장면같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을 소재로 한다. 어느덧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그녀의 천진난만한 예술세계는 회색빛으로 물든 우리네 일상에 긍정의 힘을 전파한다.
● Book
◇클로리스 (라이 커티스 저·시공사)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아 산속에서 길을 잃은 70대 노인 클로리스와 그녀를 찾는 구조대원 루이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인물과 삶에 대한 독창적인 통찰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미국 주식으로 은퇴하기 (최철 저·황금부엉이)
유튜브 채널 ‘미주은’이 알려주는 미국 주식 투자 노하우. 시니어들의 풍요로운 은퇴를 위해 실전 용어부터 유망 종목 분석 등 미국 주식을 시작할 때 알아야 할 정보를 총망라한다.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저·다산북스)
수십 편의 작품으로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연기 활동을 해온 배우 정애리의 세 번째 에세이. 화면에서는 볼 수 없는 그녀만의 소소한 일상과 진솔하고 따뜻한 내면을 기록했다.
● Stage
◇명성황후
일정 1월 19일~2월 26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안재승 출연 김소현, 신영숙, 강필석, 손준호 등
한국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준 ‘명성황후’가 25주년 기념 공연을 올린다. 조선조 말 고종의 비로서 격변의 시대 열강에 맞서 나라를 지켜야 했던 명성황후의 삶을 그린다. 이번 공연은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스루’ 형식에서 벗어나 대사를 추가하고, 의상과 소품을 시대에 맞춰 새로 디자인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한층 완성도 높아진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앙리할아버지와 나
일정 2월 14일까지 장소 예스24스테이지 1관 연출 이해제
출연 이순재, 신구, 유리, 박소담, 채수빈 등
프랑스 극작가 이방 칼베락의 작품으로, 홀로 사는 고집불통 할아버지 ‘앙리’의 집에 대학생 ‘콘스탄스’가 룸메이트로 들어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콘스탄스를 위해 그녀의 ‘인생 멘토’가 되어주는 앙리의 모습이 훈훈한 감동을 자아낸다. 국민 배우 이순재, 신구와 상큼 발랄한 여배우들의 귀여운 ‘케미’를 확인할 수 있는 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