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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물·혼수·신혼집, 이것만 알아두자!
-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애지중지 키운 자녀는 엊그제만 해도 아장아장 걸어 다녔던 것 같은데, 벌써 결혼을 한다고 법석을 피운다. 학자금까지가 마지노선이라 생각했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물가도 오르고, 집값도 오르고, 자녀의 저축만으론 감당할 수가 없다. 자녀 결혼 전 예물, 혼수, 신혼집 마련 시 알아두면 좋은 것을 소개한다. 시쳇말로 ‘부모은행’이란 말이 있다. 자녀의 취업과 결혼을 통한 자립이 쉽지 않은 시대인 만큼 자녀의 경제적 지원을 뒷받침하는 부모를 일컫는 말이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50·60세대 10가구 중 7가구는 현재 성인 자녀와 함께 살고 있으며, 이 세대의 80%는 자녀에게 생활비와 목돈을 지원했다. 미혼의 경우는 65.6%가 부모에게 학자금 등의 목돈을 지원받았고, 기혼 자녀도 10명 중 4명은 결혼자금 등의 목돈을 지원받았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2021 결혼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2억3618만 원이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주택 1억9271만 원 ▲혼수 1309만 원 ▲예식장 896만 원 ▲예단 729만 원 ▲예물 619만 원 ▲신혼여행 437만 원 ▲웨딩 패키지(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278만 원 ▲이바지 79만 원으로 구성됐다. 주택 비용과 예식장 및 예단 비용이 결혼자금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모의 지원을 받은 자녀들은 어떻게 결혼 비용을 소비하고 있을까? 보복 소비와 샤테크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가 생겨나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보복 소비’에 대해 조사한 결과 38.3%가 보복 소비를 한 경험이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보복 소비를 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20대(46.3%)는 절반 가까이 보복 소비를 하고 있었고, 30대(42.2%), 40대(31.4%), 50대(18%) 순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도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 신혼부부 사이에서 신혼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고가의 다이아몬드나 혼수를 통해 보복 소비를 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혼부부는 신혼여행 대신 고가의 예물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특히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많이 구매했다. 월곡주얼리산업진흥재단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주얼리 시장 규모는 약 5조 원으로 추산된다. 2020년 예물 시장 규모는 약 1조 원에 달하는데 2018년과 비교해 9.4% 줄어든 수치다. 반면 2020년 기준 다이아몬드 구매율은 60.4%에 달했으며, 2018년과 비교해 3.4%P 늘어난 수치다. 예물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가치 있는 물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고가의 예물인 다이아몬드를 구매하는 것은 그들에게 일종의 가치투자다. 아울러 금전적 여유가 있는 상류층의 경우 골드바를 혼주 선물용으로 구매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신혼부부는 백화점 명품 매출을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34.5% 증가했다. 특히 해외 유명 브랜드는 57.5%나 상승했다. 가정용품을 제외한 백화점 전 분야의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명품 매출은 2020년 5월부터 20~80%의 성장률을 보였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트렌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대표 예물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과 루이비통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89% 증가했다. 디올도 1586% 급증하며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도 약 378% 상승했다. 이른바 샤테크(샤넬+재테크의 합성어)라 하여 샤넬 백을 사는 수요도 대폭 늘었다. 명품 브랜드 제품의 가격이 줄줄이 상승하자, 오늘이 제일 싸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월 각종 커뮤니티에 샤넬 가격 상승 소식이 떠돌면서 샤넬을 사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백화점 앞에 개장 전부터 긴 줄을 형성했다. 실제로 금융정보 분석업체 ‘밸류챔피언’의 자료에 따르면, 15개 국가의 샤넬 주요 상품 가격 인상 폭을 비교한 결과 평균 가격 인상률은 17%로 나타났다. 한국은 23%를 기록하며 샤넬 가격 인상 폭이 여섯 번째로 높은 나라였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는 고가의 예물을 통해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차별성을 드러낸다. 샤테크는 남들과 다르다는 걸 표현하는 스눕 효과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혼수의 트렌드는 프리미엄과 집콕 신혼부부는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식 비용을 절감한 덕분에 금전적 여유가 생겼다. 더불어 집콕 문화의 심화로 인해 혼수 가전에 관심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유통업체의 상품군별 매출을 살펴봤을 때 소형 가전 중심의 가전·문화(25.6%), 생활·가정(16.2%) 등 실내용 상품이 성장세를 보였다. 백화점의 가정용품 매출은 지난해 5월부터 20% 내외의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했다. 혼수의 트렌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프리미엄’과 ‘집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레 가사노동을 줄일 수 있는 혼수를 고르는 신혼부부가 많아졌다. 이전보다 더 좋은 가전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경우가 늘었다. G마켓의 자료에 따르면 혼수 중 가전의 구매 단가가 많이 상승했다. 대표적으로 TV 객단가는 47% 증가했다. 지난해 100만 원짜리 TV를 구매했다면, 올해는 147만 원 상당의 TV를 구매했다는 의미다. 드럼세탁기(34%), 냉장고(15%) 등도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로 가사 부담을 줄이는 가전이 인기가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기반인 패밀리허브 기능을 갖춘 비스포크 냉장고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고도화된 식품 자동 인식 기술로 보관 중인 다양한 식재료를 스스로 파악하며, 인식된 재료는 ‘푸드 리스트’에 추가해 관리한다. 푸드 리스트 내 식재료나 가족 구성원 음식 취향을 바탕으로 최적 식단과 레시피를 제안하는 기능도 있다. 아직 요리가 서툰 신혼부부에게 알맞은 가전이다. 프리미엄 식기도 유행이다. SGC솔루션의 ‘보에나 드 모네’는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의 걸작 ‘수련’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으로 다양한 조명에 반응해 독특한 빛의 색상을 극대화한 식기다. 유리 고유의 투명함과 투과된 빛의 아름다움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국내 유리 테이블웨어 최초로 파손된 제품을 2년간 무상으로 교환해주는 ‘파손보증제도’를 운영하며 제품력과 서비스를 한층 강화했다. 세련된 디자인을 더한 프리미엄 글라스 테이블웨어로, 신혼부부의 혼수 제품으로 유용하다. 증여로 보금자리 마련 혼수가 준비되면 들어갈 ‘보금자리’도 필요하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자료에 따르면 결혼에 드는 주택 비용은 전체 결혼 비용 중 81.6%를 차지했다. 신부보다 신랑의 부담이 더 컸다. 신랑 신부 결혼 비용 부담률은 각각 61%, 39%이고, 주택 비용 부담률은 각각 67%, 33%로 나타났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결혼 비용은 신랑 1억4421만 원, 신부 9197만 원으로 추정된다. 신혼부부가 이 모든 금액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상속·증여세제가 부의 축적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5억 원 이상인 55세 이상의 부모 세대는 자녀에게 평균 1억6200만 원을 지원했다. 이 중 약 79%가 주택자금과 결혼자금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부동산 구매나 전·월세 보증금으로 9200만 원, 결혼자금으로 3500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전세자금을 증여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부모가 자식에게 증여할 경우 10년간 합산하여 5000만 원(미성년자는 2000만 원)의 증여재산 공제가 적용된다. 5000만 원을 초과하는 주택 취득자금 또는 전세자금의 증여는 증여세 신고 및 납부를 해야 한다. 1억 원을 증여했다면 5000만 원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다만 비과세거나 증여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다. 통상적으로 혼수는 비과세다. 하지만 혼수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사용품에 한정된다. 고급 차나 주택, 전세자금은 증여세를 매긴다. 국세청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 제38조에 따르면, 세대주를 기준으로 30세 이상인 경우 주택 취득 금액 1억5000만 원, 40세 이상은 주택 취득 금액 3억 원까지는 자력으로 재산 취득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해 증여로 보지 않도록 하고 있다. NH투자증권관계자는 “사무처리규정에서 정한 조건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무조건 증여세에서 배제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녀 주택 마련 시 절세 꿀팁 양가로부터 증여 ▶세법상 5000만 원까지는 증여세가 면제된다. 신랑 측이 3억 원을 증여했을 경우 2억5000만 원에 대해 20%의 증여세(5000만 원)가 부과된다. 반면 신랑 신부 각각 양가에서 1억5000만 원씩 나눠 증여받으면 각각 1억에 대해 10%의 증여세로 2000만 원만 내면 된다. 임대 ▶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지 않고 임대하는 것이 세금 부담이 적다. 5년간 부동산 무상 사용이익이 1억 원 이상인 경우만 증여세를 매긴다. 세법상 정한 적정 임대료를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예를 들어 시가 14억 원의 주택을 무상으로 빌려주면 약 561만 원을 과세한다. 동거 주택 ▶ 부모와 10년 이상 같이 산 경우 상속 주택 가액의 6억 원 한도 내에서 상속세 과세 재산에서 빼준다. 동거 주택 상속공제를 받으려면 10년 이상 1세대 1주택으로 부모와 10년 이상 같이 산 주택을 자녀가 상속받아야 한다. 공제는 가능하지만 장기간이므로 선택 시 신중해야 한다.
- 2021-07-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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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 은퇴자 위한 감소형 등 상품 다양화한 주택연금
- 최근 금융권을 비롯해 4050 조기 은퇴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을 받는 만65세까지 소득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연금이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며, 조기 은퇴자들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그동안 주택연금 가입대상이 늘어났지만 연금 수령 방식이 다소 경직돼 있어 가입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조기 은퇴자 같이 만65세 이전에 월 수령액이 많이 필요한 가입자를 위해, 가입 초기 일정 기간 연금을 많이 받고 이후엔 시간이 갈수록 수령액이 줄어드는 ‘감소형’ 주택연금을 빠르면 이번달에 출시한다. ‘감소형’을 이용하면 퇴직 후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 수입이 단절되는 ‘연금 크레바스’ 시기에 안정적으로 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 연금을 더 많이 받는 기간은 가입자가 3년·5년·7년·10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더 많이 받는 기간이 짧을수록 해당 기간에 받을 수 있는 월 수령액이 많아진다. 주금공은 초기에는 적게 받고 나중에 많이 받는 '증가형' 주택연금도 출시한다. 증가형은 초기에는 수령액이 적지만 3년마다 일정 비율씩 월 수령액이 늘어난다. 해가 갈수록 물가가 오르는 특성을 감안해 추후 구매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가입자들을 위해 설계했다. 주금공은 ‘우대형 주택연금’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대형은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가 일반 주택연금보다 월 최대 20% 더 받는 상품이다. 지금은 1억5000만 원 미만 주택 1채인 노인만 가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취약계층 노후 보장을 위해 우대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보완에 나섰다. 주택연금은 지난 4월 최소 가입 연령이 낮아지고 주택 가격 제한이 완화됐다. 가입 가능한 주택범위도 확대됐다. 부부 중 1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둘 중 한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한다. 부부 기준 9억 원 이하 주택을 소유하거나 합산가격이 9억 원 이하인 다주택자가 대상자가 된다. 9억 원을 초과하는 2주택 보유자라면 3년 안에 하나를 팔면 된다. 주택연금은 살고 있던 집에서 계속 살면서 연금을 평생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부부 중 한쪽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수급액이 깎이지 않는다. 주택연금은 일반적으로 정액형, 전후후박형으로 지급방식이 나뉜다. 정액형은 사망하기 전까지 매달 정해진 금액을 받는 방식이다. 전후후박형은 최초 10년간 정액형보다 15% 더 많은 금액을 받다가 그 이후엔 수령 금액이 기존 70% 수준으로 줄어든다. 주택 가격 5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정액형은 만 55세에 월 80만 원을 받는다. 전후후박형을 선택하면 10년 동안 매달 92만 원을 받고 이후에는 56만 원을 받는다. 한편 주금공은 지난달 9일 ‘신탁형 주택연금’과 압류 방지 통장도 출시했다. 신탁형 주택연금은 소유권을 주금공에 넘기고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주택연금이 자동 승계되는 방식이다. 집 일부를 남에게 전세로 빌려준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 또 압류 방지 통장을 도입해 주택연금 월 지급금 중 최저생계비인 185만 원 이하 금액은 압류하지 못하게 했다. 노후에 파산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주택연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한 셈이다.
- 2021-07-0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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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인 노인가구 7월부터 전기료 2000원 오른다
- 7월부터 1·2인 노인가구의 전기요금이 사실상 2000원 늘어난다.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됐지만 ‘주택용 필수사용 공제’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올 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소득이 일정치 않은 노인가구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주택용 필수사용 공제는 전력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구(한달 사용량 200kWh 이하)에 적용되는 할인 혜택이다. 취약계층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고자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취지와 달리 중상위 소득층과 1·2인 가구가 주로 혜택을 받게 되자, 최근 정부와 한전이 할인액을 기존 4000원에서 2000원으로 조정했다.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국민 생활 안정 도모’를 이유로 3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통보했지만, 1·2인 가구는 다음 달부터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해도 2000원을 더 내야 하는 이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상청은 올 여름이 지난해보다 더 더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 일수가 최소 2.2일 더 늘어나고, 8월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이상기온현상인 라니냐가 끝나는 해여서 폭염이 올 가능성도 크다. 최악의 폭염 일수를 기록했던 2018년도 라니냐가 끝나는 해였다. 이에 취약계층을 제외한 1·2인 노인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시니어 1인 가구는 61.4%에 달한다. 은퇴 후 소득이 일정치 않은 시니어들에게 야속한 여름이 이미 시작됐다.
- 2021-06-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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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기(山氣)와 햇살과 바람, 그리고 볼 만한 그림들
- 산 좋고 물 좋으니 그냥 놔둘 리 없다. 용인시 고기동 산간에 있는 뮤지엄 그라운드로 접어드는 들머리의 풍경이 가히 난리 블루스다. 산자락 물가에 마음 내려놓고 쉬기 좋았던 이곳에 요즘 개발 바람이 한창이다. 보이느니 빈틈없이 들어선 카페와 식당, 부동산 업소들이다. 뮤지엄 그라운드는 용케도 이 난장의 끝자락, 비로소 시퍼런 산과 하늘이 후련하게 펼쳐지는 고샅에 있다. 폐부로 스며드는 산기운이 맑아 기분을 돋워준다. 뮤지엄 그라운드는 화가 전광영(79)이 설립한 사립미술관이다. 그는 이름을 좀 날린 정도에 그치는 화가가 아니다. 해외 화단에서도 알아주는 눈이 많다. 미국 뉴욕의 5대 미술관에 속하는 브루클린미술관에서 한국인 최초로 전시회를 가지기도 했다. 그런 그가 미술관을 개설한 이유가 있다. ‘후배들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 이게 무슨 얘기? 열정과 재능을 다해 성장을 도모하는 신진 작가들에게 사심 없는 멍석을 깔아주겠다는 뜻이다. 인생 문제의 대부분이 노력 여부, 또는 운수에 달려 있다. 그런데 전광영은 화가들에겐 노력과 운보다 공정한 전시 기회를 부여받는 일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이건 그의 생생한 체험에서 유래한 진단이자 처방이다. 뮤지엄 그라운드 개관식 때 가진 간담회에서 그는 죽을힘을 다해 작업을 했지만 찬밥처럼 괄시받았던 젊은 날엔 ‘너무도 외롭고 힘들었다’며 개관의 변을 이렇게 토로했다. “대한민국은 화가가 작업하기 어려운 곳이다. 학연과 지연, 인맥을 통하지 않고서는 좌절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 않은가?” 이런 발설은 드문 게 아니다. 미술동네에도 너절한 승자독식의 풍조와 무리 짓기의 쇼가 일각에서 판을 친다는 걸 모르는 이가 몇이나 되겠나. 전광영은 이 코믹한 고질을 소리 소문 없이 조금치나마 깨트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렇다 할 전시 공간을 부여받지 못해 남몰래 애태우는 젊은 후배들에게 뮤지엄 그라운드를 ‘선물’로 제공, 거침없이 날아오르라 등을 밀어주고 싶었던 거다. 그렇게 해서 미술관을 개관한 게 2018년. 그의 아들 전용운이 관장 직분을 맡았다. 뮤지엄 그라운드는 2500여 평 부지 안에 지은 지상 3층, 지하 2층 건물, 그리고 야외 잔디광장으로 구성됐다. 건축 설계를 맡은 사람은 전광영의 막내아들 전용천으로, 그는 ‘미술관 건물 자체를 작품’으로 생각하고 설계했다고 한다. 획일적이고 규격화된 틀을 깨고 개성 넘치는 미술관 건물을 짓고 싶었다는 얘기다. 말은 그러했으나 묘한 발상과 기발한 파격 따위를 동원하는 일은 자제해서인가, 건물의 안팎 모습은 대체로 평범하고 수굿해 밋밋하지만 안정감을 준다. 개성을 추구하되 자칫 요란한 치레로 흐를 경우 오히려 건물의 품격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미감을 돋우되 기능성과 실용성을 중심에 둔 설계에 방점을 찍었던가 보다. 재미있는 건 미술관 건물 입구로 연결되는 통로다. 건물 외벽과 병행하는 가벽 형태의 구조물을 덧대어 조성한 좁고 어둑한 뜻밖의 통로. 관람객은 잠시 골목길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을 주는 이 통로를 통해 마치 물살에 쓸려 흐르듯 미술관 현관문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위트와 센스가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이왕 미술관에 왔으니 딴 생각 말고 미술과 만날 즐거움 하나로 설레어보라는 뜻으로 만든 통로라 보면 되겠다. 개관 이후 뮤지엄 그라운드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2019년 7월,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사진 작품 130여 점과 영상을 전시한 특별기획전을 통해서였다.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마그리트는 기상천외한 그림으로 명성을 날렸다. 상식 파괴를 본령으로 삼고 마치 가상현실과도 같은 그림을 그려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마그리트의 사진 작품과 영상을 국내 최초로 애호가들에게 선보인 뮤지엄 그라운드의 특별기획전은 성황을 이루었다. 이후 알아서 찾아오는 관람객 수가 확 늘었다는 게 아닌가. 기획전의 품질이 미술관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주요 변수임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옥상에서 커피 한잔을 이제 그림 구경을 해볼까. 전시실은 지하 2층에 있으며 모두 세 개다. 현재 세 가지 전시회가 펼쳐지는데 전부 2021년 10월 3일까지 계속된다. 제1전시실에선 설치미술가 정찬부의 ‘곰돌이 J의 2050년으로부터 온 초대장’전을 볼 수 있다. 정찬부는 다량의 플라스틱 빨대를 꼼꼼히 잇고 붙이고 색칠해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현시대를 플라스틱 문명기, 또는 플라스틱 천국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게다. 플라스틱만큼 현대를 사는 인간의 편리와 복리에 기여한 물건이 다시 있겠는가. 그러나 해양의 물고기들 뱃속에서조차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 인간은 그 위험한 물고기를 먹는다. 사용엔 편리하나 사후 쓰레기 처리엔 난감해 골머리를 앓게 하는 게 플라스틱이다. 정찬부의 작품은 이 미워할 수 없으나 끌어안고 살 수만도 없는 플라스틱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한다. 환경 메시지를 담은, 이를테면 ‘플라스틱 프리’ 운동 차원의 작품이 아니다. 정찬부는 플라스틱 빨대를 촘촘히 엮어 동물이나 식물의 형상을 만들어 흥미롭고 어여쁘게 재생시켰다. 보잘것없는 쓰레기로 전락할 운명을 지닌 빨대에 생명감을 불어넣었다. 폐기될 사물마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머리와 영혼을 쥐어짜는 심각한 창작 행위만이 예술인 것은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주변에 흔하디흔한 재료마저 흥미진진한 미술 작품의 원천이 된다는 걸 무언중에 귀띔하면서 삶의 모든 현상과 물상을 예술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달아준다.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슴을 탕! 치고 들어오는 뭔가 짜릿한 맛은 없어 아쉽다. 제2전시실에선 설립자 전광용의 작품전이 펼쳐지고 있다. ‘전광영 Chapter3: 집합 화법의 완성기 1996~2003’이라는 타이틀로. 그는 우리의 전통 한지를 오브제로 평면과 입체 작품을 해온 작가다. 어렸을 때 본 한약방의 약봉다리에서 영감을 얻은 그만의 한지 작업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자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 ‘집합’ 시리즈에 나온 유별한 작품들을 보면 그가 상상력의 대가임을 직감할 수 있다. 크고 작은 스티로폼들을 고서 한지로 일일이 싸맨 무수히 많은 조각들을 프레임에 깨알처럼 촘촘히 붙여 대지의 원초를 느끼게 하거나, 한국적 전통 정서의 끌텅을 생각해보게 한다. 이건 다분히 실험적인 형태의 조형물이다. 전시실 하나를 통째로 장악하고 허공에 매달린 구체(球體) 작품은 시공의 벽을 뚫고 외계에서 날아와 멈춘 별똥별 같은 걸 연상시킨다. 전체적으로 모든 작품이 아름답다기보다 신비로우며, 추상적이지만 거침없는 직정(直情)의 산물이라서 감정이입이 수월하다. 그림을 위해서라면 다른 모든 걸 포기할 각오가 돼 있는 게 화가다.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그림 하나에만 들입다 몰입하는 게 진짜 그림쟁이다. 전광영은 그림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극단적인 시도까지 두 차례나 했던 인물이다. 목을 걸고 그림에 매달렸으니 독종이다. 매너리즘을 극구 경계하며 작풍의 변신을 무수히 시도하기도 했다. 작품 세계의 확장과 성장에 대한 본능이 그토록 강렬하다. 그는 미술관 뒤편에 있는 대형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한다. ‘하루에 다만 1cm라도 변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새로운 조형의 지평으로 나아가는 거다. 애석하게도 이 치열한 사람과의 인터뷰가 예정됐었으나 불발에 그쳤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하니 어쩔 수 없다. 미술관 건물 옥상 테라스는 ‘카페 그라운드’다. 그림을 감상한 뒤 향긋한 커피 한잔 즐기기에 적격인 공간이다. 저만치 사위에서 술렁이는 산야와 흰 구름, 그리고 햇살과 바람…. 근사한 세상을 여기에서 다 보고 느낄 수 있다.
- 2021-06-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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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 담백하게 살았던 옛사람의 초가 한 채
- 초가집 한 채, 물가에 있다. 나무들 우거지고 옥색 냇물 돌돌거리는 산골짝이다. 개울 건너엔 들이 펼쳐져 후련하고, 들판 건너편은 높고 낮은 산들의 파노라마로 청신하다. 초가를 지은 이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석학인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 1563~1633)다. 산천경개 수려하고 윤택하니 이 아니 좋을쏘냐? 그는 반색하며 무릎을 탁 쳤을 게다. 세상의 문장을 독하게 섭렵한 내공으로 산수를 가늠하는 눈썰미도 달인 경지에 이르는 게 성리학자다. 햐, 그런데 초가의 몸피가 한 줌 크기다. 왜 이렇게 지었나? 벼슬이면 벼슬, 학문이면 학문, 정경세는 헌걸차 몸담은 분야마다 큰 발자국을 남긴 준재다. 그런 그가 요즘말로 시골 세컨드하우스에 속할 정자를 아주 자그맣게 지었다. 성냥갑 크기의 방 한 칸과 마루 한 칸이 고작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대충 지은 움집이 아니다. 들보와 기둥은 제법 야무지고, 마루 벽엔 쌍으로 창을 달아 통풍과 채광에 지장 없게 했다. 몸 하나 편히 눕히고 비바람을 능히 피할 수 있으면 그만이었던 거다. 그는 이 초가에 ‘계정’(溪亭)이라 이름을 붙였다. 중앙정치의 꿍꿍이와 아귀다툼에 밀려 한미한 신세가 될 때면 낙향해 이 오두막에 머물렀다. 작고 초라한 계정은 인테리어 하나 없으나 아름답다. 잎이며 꽃이며 군더더기 다 털어내고 본질만으로 존재하는 한 그루 겨울 나목처럼 개결하다. 비우고 또 비웠으니 득도에 가까이 간 정자다.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난 옛사람의 자유로운 정신을 이 집에서 보지 않고 무엇을 더 볼 것인가. 정가의 이전투구에서 패퇴한 사대부들은 흔히 번듯한 원림(園林)을 지어 경영하며 울분을 달랬다. 정경세는 달랐다. 그의 내부는 이미 넓어 보잘것없는 초소형 정자에서도 활달하게 노닐었다. 겨우 나뭇가지 하나를 침상으로 삼아 발톱으로 움켜쥐고 밤을 보내는 산새들의 생태와 유유상종하며 허름한 초가를 우주처럼 크넓게 썼을 게 아닌가. 계정 옆댕이엔 대산루(對山樓)가 있다. 2층짜리 조선 전통한옥을 본 적 있는가? 우리의 옛집은 왜 다들 단층이냐고 섭섭해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라면 2층으로 지어진 대산루를 찾아볼 일이다. 한옥으로선 이례적인 이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一’자형 1층 위에 정면 2칸, 측면 5칸의 ‘l’자형 2층 누각을 올려 전체적으로는 ‘ㅓ’자형을 이루고 있다. 예사 건축 구성이 아니다. 아마도 당대의 첨단 테크놀로지를 동원했을 테다. 2층 누각에 온돌방을 설치한 데에서도 대단한 창의적 발상으로 지어진 집임이 확인된다. 2층 하부에 벽을 치고 흙을 채워 인공지반을 확보한 뒤 구들과 고래, 아궁이를 설치해 온돌방을 만든 것이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을 사각 돌덩이들로 조성한 점도 이채롭다. 왜 그랬는지 딱히 밝혀진 건 없다. 누각 마룻장에 빠끔하게 뚫어둔 구멍 하나도 요상하다. 용변을 보거나 청소를 위한 배출구라는 설이 있으나, 여하튼 익살스럽다. 1층 계단 쪽 회벽엔 ‘工’(공)자 문양들을 또렷하게 새겨 넣었다. 이건 누각의 풍류를 즐기되 공부에도 열을 내라는 뜻? 공부에 미치되 설 미쳐서야 푼수밖에 될 게 없다. 깨달음을 좇는 게 선비들의 공부였으니 산수 간에 앉아서도 궁구(窮究)를 일삼았다. 대산루 자리엔 원래 정경세가 제자들을 가르쳤던 학당 건물이 있었다. 그걸 6대 후손 정종로(鄭宗魯, 1738~1816)가 새롭게 지어 대산루라 했다. 정경세 생시의 학당 모습을 볼 수 없어 실로 아쉽다. 그러나 대산루의 형상과 디테일이 매우 기발해 기분을 돋우기엔 부족함이 없다. 계정도 대산루도 고귀하지만, 정경세가 늘 바라보았을 물가 풍경도 내 눈엔 절경이다. 화려하지 않으나 정겹고, 웅장할 거 없으나 섬려하다. 옛사람의 꿈과 상상이 저 산수와 함께 무르익었을 게다. 예학(禮學)의 대가였던 정경세는 ‘섬김’의 도리를 실천, 타자를 가슴속에 들여놓는 일을 본분으로 삼았다. 사설 병원 존애원(存愛院)을 세워 백성들을 무료 진료하기도 했다. 정경세의 말년은 곤궁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랑곳없었다. 적게 먹고 끝내 담백하게 살았다. 가난을 가난으로 느끼지 않았으니 무소유의 본이다. 비범한 한 생애였구나. 답사 Tip 경북 상주시 외서면 우산리에 있다. 우복종택(국가민속문화재 제296호) 공터에 주차하고 종택과 계정, 대산루 순으로 답사한다. 종택 들머리엔 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 2021-05-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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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 연못을 벗 삼아 노닐기만 하였으랴?
- 국도를 벗어나 냇물 따라 이어지는 소로로 접어들자 풍경이 환하다. 물은 맑고, 물가 바위는 훤칠하다. 마을 동구, 냇가의 느티나무들은 또 어떻고? 늙었으나 우람하고 당당하다. 느티나무 아래로 흐르는 냇물은 연둣빛으로 순정하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 연당마을이다. 마을의 집들은 검정 기와를 올린 개량한옥 일색이어서 차분하다. 서석지(瑞石池)는 마을 한복판에 있다.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부용정과 함께 ‘조선의 3대 원림’이라 소문나면서 서석지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엄청 늘어났다. 나직한 대문을 통해 서석지로 들어서자 이제 조선이다. 조선 시대의 건축과 연못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시간을 초월한 공간이다. 보수가 잦았으나 원형을 훼손하진 않았다. 조선 광해군 때의 선비 정영방(鄭榮邦, 1577∼1650)이 조성했다. 서석지는 이곳의 연못 이름이지만, 담장 내부의 별서 공간을 통틀어 서석지라 부른다. 자연을 바라보는 산림선비들의 눈엔 경계가 없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풍치를 내 것으로 삼았다. 정영방이 그랬다. 그는 서석지를 내원으로, 주변 일대의 산천경개를 외원으로 간주했다. 자연을 무한풍류의 대상으로 관조한 선비들이었으니 하늘의 달과 별빛인들 나의 것이 아닐 리 있으랴. 또 그들에겐 자연이 경전(輕典)이었다. 수신(修身) 교과서였다. 담벼락으로 내·외부를 가를 일이 아니었다. 정영방은 매우 신중한 캐릭터의 소유자? 그는 10여 년에 걸쳐 서석지를 구상했다. 이후 완성까지는 다시 17년이 걸렸다지? 풍수지리에 밝았던 그는 주변 산수의 형국을 면밀히 고려해 연못을 파고 정자를 지었다. 정자의 이름은 경정(敬亭)이다. 경(敬)! ‘섬김’이다. 매사 예를 다해 삼가고 섬기는 게 성리학자의 본분이자 이상이었다. 정영방은 퇴계학파의 문인. 정자를 짓더라도 분수에 넘쳐 도학자의 체통을 스스로 구기는 일을 할 리 없는 인물이었다. 정자보다 서재인 주일재(主一齋)를 먼저 지은 데에서 그의 됨됨이가 읽힌다. 음풍영월을 즐길 정자를 지을지라도 일단 공부부터 해두자! 그런 뜻으로 공부방부터 지었던 게 아닐까. 정영방이 한층 심혈을 기울인 건 연못이다. 터의 대부분을 연못 공간으로 활용했다. 조선의 연못은 네모꼴이 일반적이다. 서석지 역시 네모 모양이다. 괜히 네모가 아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로 본 성리학적 자연관을 적용했다. 연못의 물은 동북쪽 귀퉁이에서 들어와 서남쪽으로 나간다. 이 수로의 방위 역시 조선 연못들이 공통으로 지닌 특징이다. 풍수를 중시했던 옛사람들은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물을 역수(逆水)로 봐 배제했던 거다. 이래저래 서석지는 전형적인 조선 연못이다. 그런데 서석지엔 특별한 게 있다. 연못에 있는 90여 개의 크고 작은 돌들이 그렇다. 정영방은 못을 팔 때 나온 이 바윗돌들 일부에 이름을 붙였다. 생김새에 맞춰 물상의 이름을 주기도 했고, 도학의 이상세계를 표현해 명명하기도 했다. 이 명명보다 흥미로운 건 돌들과 못물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미감이다. 정영방은 ‘돌엔 문기(文氣)가 있다’고 했다. ‘숨어 사는 군자를 닮았다’고도 했다. 돌을 동행할 만한 벗으로 삼았던 셈이다. 경정은 규모가 꽤 큰 정자다. 6칸 대청마루에 올라 내려다보는 연못 경관이 압권이다. 연꽃들 소담히 피어오르는 계절엔 아찔하리라. 꽃에 마음을 두고 은거의 고독과 허기를 달랬으리라. 그런데 성리학자의 유토피아를 상징적으로 구현한 게 원림이요 연못이라지만, 오직 은둔을 일삼노라면 삶이 맨송맨송해지니 유토피아고 뭐고 별 의미 없어진다. 허세꾼의 여흥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럼 무엇으로 허기진 마음을 채우나? 정영방에겐 공부가 처방이었다. 서재 주일재에 틀어박히는 날이 많았다. 서재 앞에는 소나무와 대나무 등 고상한 것들을 심어 족집게 레슨 교사로 삼았다. 아예 연꽃이 보이지 않도록 나무들로 못을 가린 건 독공(獨工)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였을 테다. 정영방은 진사시에 붙었으나 한 번도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았다. 이렇다 할 취직한 적 없이 살았다. 조선 양반들이야말로 ‘금수저’의 레전드였으니 요상할 거 없다. 밥벌이 걱정 없이 그저 무욕을 길잡이로 삼아 노닐 것 다 노닐되 공부에도 부끄럽지 않게끔 열을 내는 사람이라면, 그는 인생 최고봉에 오른 게 아닐까. 백수도 이쯤이면 진흙을 딛고 올라온 연꽃에 뒤지지 않는다. 답사 Tip 서석지가 있는 연당마을은 운치 있는 전통 마을이다. 돌담길 따라 한 바퀴 돌아볼 만하다. 아랫마을엔 정영방의 후손이 지은 양반 가옥 태화고택이 있다. 서석지 들머리에 있는 천변의 바위벼랑 석문(石門)도 빼어나다.
- 2021-04-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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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 국민연금을 매달 내는데, 나중에 돌려 받을 때는 과연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국민연금도 세금을 내야할까? 국민연금 지급시기 및 방법에 관해서 다음의 Q&A를 통해서 알아보자, Q. 국민연금으로 낸 금액보다 받는 금액이 더 많나요?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은 납부한 금액보다 나중에 연금으로 받는 액수가 많습니다. 국민연금은 현재 소득의 9%를 납부하고 2028년 이후부터 소득대체율 40%(가입기간에 평균소득이 가입자 전체 평균소득과 같은 경우 기준)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되어 받는 연금액을 계산할 때, 가입 기간 중의 소득은 연금수급 시점의 가치로 재평가하여 그동안의 물가 및 소득상승분을 반영합니다. 연금을 받는 중에도 통계청에서 고시한 전년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만큼 매년 연금액을 인상하여 지급하기 때문에 실제 받는 금액은 본인이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많게 됩니다. 즉, 가입자인 국민의 부담 수준보다 혜택은 비교적 높게 설정되어 있어 사기업의 개인 연금상품과 비교해도 국민연금만큼 수익이 높은 상품은 시중에 없습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공적 연금으로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운영 비용의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하며 상품 판촉 비용, 수수료 등 부대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 국민연금의 수급 연령은 이후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조정되었으며, 1952년생 이하는 60세, 1953-56년생은 61세, 1957-60년생은 62세, 1961-64년생은 63세, 1965-68년생은 64세, 1969년생부터는 65세에 완전 노령연금을 수급할 수 있다. Q. 부양가족이 많으면 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나요? 부양가족이 있으면 국민연금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을 받는 분에게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가족수당 성격의 추가급여를 지급하는데 이를 부양가족 연금이라 합니다. 부양가족 연금은 연금을 받는 분(유족연금의 경우에는 사망한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분의)의 배우자, 자녀(19세 미만 또는 장애 2급 이상), 부모(62세 이상 또는 장애 2급 이상, 배우자의 부모 포함)로서 연금을 받으시는 분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에 지급됩니다. 가입 기간 등에 관계없이 정액으로 지급됩니다. 이때 배우자가 결혼 전에 얻은 자녀(계자녀)와 부 또는 모의 배우자(계부모)를 포함하여 인정합니다. 부모, 계자녀, 계부모 그 외 기타의 관계인 분들은 수급자와 주민등록표상 세대를 같이 하는 때에만 인정합니다. 다만 공적 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을 받고 계시는 분은 다른 분의 부양가족 연금 대상이 될 수 없으며, 한 사람이 두 명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의 부양가족 연금 대상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 기타의 관계는 사망한 가입자와의 관계는 배우자, 자녀(계자녀), 부모(계부모)에 해당하나, 수급권자와의 관계는 배우자, 자녀(계자녀), 부모(계부모)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말함 Q. 국민연금으로 받은 급여도 세금을 내야 하나요? 노령연금 및 반환 일시금의 일부분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됩니다. 국민연금은 2002년 이후 부과된 보험료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02년 1월 1일 이후 가입 기간에 의해 산정된 노령연금 및 반환일시금을 과세대상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장애 연금과 유족연금은 과세대상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이는 국민연금 가입 중 낸 연금보험료에 대한 소득공제를 통해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이는 한편, 연금소득에 대한 과세를 통해 소득 발생 시기와 과세 시기를 일치시킴으로써 과세기반 확충 및 과세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Q. 나중에 받게 될 예상 연금액과 내가 낸 연금보험료 내역을 알 수 있나요? 나중에 받게 될 예상 연금액과 납부내역은 국민연금 홈페이지(공인인증서 필요) 또는 ‘내 곁에 국민연금’ 모바일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상 연금액은 현재까지 납부한 보험료를 기준으로 만 60세 또는 연금수급 가능 시까지 계속 납부하는 것을 가정하여 산정한 금액으로 ‘내 연금 홈페이지(csa.nps.or.kr) - 국민연금 예상연금 조회’에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공인인증서가 없는 분들은 공단 홈페이지의 ‘예상 연금 간단 계산’에서 월 납입 보험료를 본인이 직접 입력하거나, 내 연금 홈페이지의 ’국민연금 모의 계산‘에서 과거 및 미래의 소득을 본인이 직접 입력하여 향후 예상 연금액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개인이나 사업장이 납부한 보험료 내역은 공단 홈페이지→민원신청→개인 민원/사업장 민원→‘보험료 납부내역 조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상 연금액과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 내역을 조회하는 또 다른 방법은 ‘내 곁에 국민연금’ 모바일 앱을 이용하는 것인데, 이 경우 공인인증서, 카카오페이 인증을 통해 로그인 후 조회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공단 지사를 방문하면 본인의 국민연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노후생활을 위한 건강, 재무, 취미·여가, 일 등 종합적인 노후 준비 서비스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 2021-02-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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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연금 언제 어떻게 받으면 좋을까?
- 한 씨는 식당을 경영하는 60세 남성이다. 한 씨 식당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많이 줄었다. 현금흐름을 고민하던 중 그는 조기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친구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지금까지 보험료 불입만 신경 써왔던 한 씨는 이참에 조기노령연금 등 국민연금수령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상담을 신청해왔다. 컨설팅 포인트 ㆍ국민연금 제대로 챙기려면 ‘A값’을 알아야 한다. ㆍ조기노령연금 받으려면 소득이 없어야 한다. ㆍ소득이 많으면 연기연금을 고려하자. 국민연금 제대로 챙기려면 ‘A값’을 알아야 한다 개인별 예상노령연금액은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www.nps.or.kr)의 ‘내 연금 알아보기’를 통해 쉽게 조회해볼 수 있다. 만약 한 씨처럼 ‘내 연금을 언제 어떻게 받으면 좋을까’를 고민하는 경우라면 연금액 결정구조에 대한 지식이 도움이 된다. 국민연금의 최대 장점 두 가지를 꼽으라면, 종신지급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연금액의 실질가치 보전이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최소 10년 이상이 되어야 수령이 가능한데, 연금액 결정구조는 가입기간 20년 이상인 자를 기본으로 한다. 가입기간 20년 이상인 사람은 ‘기본연금액+부양가족연금액’을 노령연금액으로 수령한다. 기본연금액은 다시 균등부분(A값)의 급여와 소득비례부분(B값)의 급여로 이루어지며, 여기에 일정률을 적용해 기본연금액을 산출한다. 균등 부분, 즉 ‘A값’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인데 조기노령연금 지급 여부와 노령연금 감액의 기준이 되는 ‘소득’이니 알아두면 유용하다. A값의 특성상 해마다 금액이 변하는데, 2021년 ‘A값’은 253만9734원이다. B값은 가입자 개인의 기준소득월액이다. 기준소득월액은 개인별 국민연금보험료 부과기준이 되는 금액이기도 하다. 2020년 6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적용되는 기준소득월액은 최저 32만 원, 최고 503만 원이다. 한 씨와 같은 지역가입자는 기준소득월액의 9%를 전부 개인이 부담한다. 부양가족연금액은 일종의 가족수당 성격의 급여다. 배우자, 19세 미만의 자녀, 60세 이상(1953년 출생자부터는 출생연도별로 1~5세의 연령을 상향 조정함)의 부모 그리고 연령에 관계없이 장애등급 2급 이상의 자녀나 부모가 있을 때 적용한다. 2021년 부양가족연금액은 배우자 26만3060원(연), 자녀·부모 1인당 17만5330원(연)이다. 가입기간 10년 이상인 사람은, 기본연금액의 50%에 가입기간 1년당 5%를 가산한 금액에 부양가족연금액을 더한 금액을 수령한다. 조기노령연금을 받으려면 소득이 없어야 한다 1961년생인 한 씨가 정상적으로 국민연금을 수령하려면 63세가 되어야 한다. 만약 한 씨가 지금부터 조기노령연금을 수령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어야 한다. 둘째, 국민연금 수급연령 5년 이내여야 한다. 한 씨의 수급연령은 63세이므로 이 조건을 충족한다. 셋째, ‘소득’이 ‘A값’ 이하여야 한다. A값에 포함되는 소득은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이다 사업소득인 경우는 매출에서 임대료와 인건비 등 필요경비를 뺀 금액이고, 근로소득은 급여에서 근로소득공제를 차감한 금액이다. 한 씨가 식당의 사업소득금액과 부동산임대소득금액 등 사업으로 인한 소득금액이 A값을 초과하면 조기노령연금을 수령할 수 없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후 수령하면, 정상적인 수급연령일 때 받을 수 있는 기본연금액에 연6%(월 0.5%)의 감액비율을 적용한 금액을 받는다. 정상적인 수급연령을 3년 앞둔 한 씨가 조기노령연금을 수령하게 되면, 63세에 받을 수 있는 기본연금액의 82%와 부양가족연금액을 종신토록 받는다. 조기노령연금 수령 도중 소득이 A값을 초과하거나, 한 씨가 조기노령연금 지급 정지신청을 하면 조기노령연금 지급은 정지된다. 향후 조기노령연금 지급이 재개되면, 지급정지 전후의 가입기간을 고려해 기본연금액을 재계산한다. 이때 조기노령연금을 지급했던 기간만큼 월 0.5%의 감액비율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한 씨가 지금부터 12개월간 기본연금액의 82%를 조기노령연금으로 수령한 후 조기노령연금 지급 정지를 했다가 63세부터 연금을 다시 수령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63세 시점에 재계산된 기본연금액에 ‘12개월×0.5%’인 6%의 감액비율을 적용한 금액, 즉 재계산된 기본연금액의 94% 연금액과 부양가족연금액을 종신토록 연금으로 수령하게 된다. 소득이 많으면 연기연금을 고려하자 정상적인 수급연령이 되더라도 수급연령 후 5년간, 한 씨의 경우에는 63세부터 68세까지, 소득이 있으면 노령연금액(부양가족연금액은 대상에서 제외)이 감액된다. 여기서 ‘소득’의 기준은 역시 ‘A값’이다. 소득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규모는 [표3]과 같다. 최대 감액금액은 노령연금액의 2분의 1이다. 일반 직장인과는 달리 한 씨처럼 자영업을 하거나 부동산임대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연령에 관계없이 소득이 발생한다. 만약 소득이 A값을 많이 초과해 노령연금 감액규모가 크다면 연기연금을 고려해보자. 연기연금은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되었을 때 연금액의 50% 이상을 최대 5년 이내의 기간까지 지급연기를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은 1회만 가능하며 중도 취소도 가능하다. 연기연금을 신청하면 연기기간에 따라 월 0.6%(연 7.2%)의 기본연금액을 가산해준다. 연기기간이 5년이면 36%가 가산된 기본연금액에 부양가족연금액을 더한 연금액을 받는다. 조기노령연금은 최대 30%가 감액된 70%의 연금액을 수령한다. 반면에 연기연금은 최대 36%가 가산된 136%의 연금액을 수령한다. 2배에 가까운 차이다. 언뜻 보면 연기연금으로 받는 것이 무조건 유리해 보이지만,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연기연금에 비해 최대 10년간 연금을 더 수령한다. 국민연금은 종신지급이다. 사람의 수명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금액이 적더라도 먼저 받는 것이 유리할지, 수령시기를 늦춰 많이 받는 것이 유리할지를 따지는 것은 운명을 예측하는 것과 같다. 자신에게 적합한 국민연금 수령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 우선 노후자금에 대한 기준부터 세우자. 그런 후에 건강상태, 소득의 종류와 규모를 고려하면 결정이 훨씬 편해질 것이다.
- 2021-01-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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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SA로 노후 대비하기
- 의학기술의 발달로 전보다 수명은 늘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아픈 곳이 많다.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잔병치레도 잦고, 금방 낫던 상처가 더디게 아문다. 은퇴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전념하느라 노후를 위한 대비는 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길라잡이를 소개한다. 도움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정나라 선임연구원 초(超)수명시대가 도래했다. 기대수명이 대폭 늘었다. 기대수명은 특정 연도에 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다. 2020년 12월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에는 62.3세였지만, 2019년에는 83.3세다. 근 50년 만에 21년이 증가한 것이다. 예전에는 환갑을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 잔치를 크게 열었지만, 최근에는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의미가 퇴색됐다. 그만큼 수명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늘어난 기대수명이 마냥 좋기만 한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20년 12월 통계청은 ‘2017년 국민이전계정’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생애주기적자는 2016년과 비교했을 때 7.1% 증가한 118조2000억 원이었다. 참고로 생애주기적자란 시기를 유년, 장년, 노년으로 구분해 시기별 소비와 노동소득을 토대로 적자를 파악한 지표다. 연령계층별로 살펴보면 유년층(0~14세)과 노년층(65세 이상)은 각각 135조7000억 원과 94조6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노동연령층(15~64세)은 112조1000억 원 정도의 흑자가 발생했다. 1인당 생애주기적자를 살펴보면 27세까지는 적자이지만, 28세부터 58세까지는 흑자다. 이후 59세부터 다시 적자가 발생하며, 연령이 올라갈수록 적자폭도 커진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층에서 적자가 증가하는 것은 59세 이상 연령대에서 노동소득보다 보건이나 의료와 같은 공공소비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노년층은 노동소득이 노동연령층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데, 수시로 병원에 갈 일이 많아서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소득은 적고 소비는 많아서 적자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PISA로 평생소득 마련하기 노후자금은 도대체 얼마나 필요할까?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자료에 따르면, 부부의 노후기간을 10년으로 가정했을 때 노후자금으로 대략 2억7918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대략 60세에 은퇴해 70세에 사망하는 경우다. 은퇴 후의 생활을 20년으로 가정했을 때 필요한 금액은 5억3242만 원이다. 10년 증가했을 때보다 2배 정도가 더 필요한 것이다. 물론 물가상승률과 운용수익률을 고려한 수치이지만, 실제론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닥친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더 많은 노후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위의 설계 금액이 노후 대비를 위한 일종의 가늠자는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노후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까? 공격적인 투자도 좋지만 일단 인생의 마지막까지 안정적으로 자산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젊을 때와 달리 육체적 제약이 있고, 근로 여건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야 한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노후 소득을 얻는 방법으로 PISA를 제시했다. PISA는 연금(Pension), 보험(Insurance), 안전자산(Safe Asset), 투자자산(Active Asset)을 의미한다. 첫 번째로 연금은 안정적이다. 국민연금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최저생활비와 필요생활비는 필수적인 비용으로 사망 전까지 필요하다. 물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지출이 커진다. 이런 비용은 연금을 통해 대비하는 것이 수월하다. 길고 불확실해진 수명에 대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두 번째는 보험이다. 의료비는 예측할 수가 없다. 중증도에 따라 달라지고, 발병 시기도 예측할 수 없다.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리면 많은 지출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따라서 이런 비용은 스스로 준비하기보다는 보험으로 대비하는 것이 낫다. 세 번째는 안전자산이다. 예비자금이나 여유생활비는 정기적인 지출이 아니다. 특정 시점에 필요한 비용들이다. 따라서 위험 부담이 큰 상품보다는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한 것이 낫다. 위험 수준이 아주 낮거나, 중간 정도의 위험이 있는 상품을 준비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투자자산이다. 잉여자금은 자산 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 된다. 말 그대로 남는 돈이라서 손해를 봐도 생활에 위협적인 요소는 아니므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장기로 운용할수록 손실 확률이 낮아져,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서 더 자세히 살펴보자. Pension, 연금 은퇴자 박(61) 씨는 5년 전 직장에서 퇴직했다. 중소기업에서 임원 자리에까지 올랐고 서울에서 괜찮은 동네의 아파트에서 자가로 거주하고 있다. 걱정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박 씨의 속사정은 다르다. 겉보기와 달리 가진 건 집 한 채뿐이다. 은퇴하면서 받은 퇴직금과 모아두었던 예금은 자식들 결혼시키면서 다 써버렸고, 집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다. 10여 년 전 집을 사면서 보험과 개인연금도 다 깨버린 탓에 받을 수 있는 연금은 국민연금밖에 없다. 당장 필요한 생활비와 관리비, 건강보험료까지 대출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방법이 필요하다. Tip 현재 다른 자산이 없는 상황이라면 ‘주택 다운사이징’을 권하고 싶다. 거주하는 주택을 처분해 더 작은 집 또는 외곽 지역에 있는 집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거주 주택의 가격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면 전·월세를 주는 것도 임시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사를 하고 남은 자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고 국민연금이 나올 때까지 생활비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주택연금 가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Insurance, 보험 은퇴자 이(65) 씨는 10년 전 뇌졸중으로 퇴근길에 갑자기 쓰러졌다. 집안 내력인 고혈압으로 큰형, 작은형, 본인까지 3명이나 비슷한 나이에 같은 경험을 했다. 젊을 때 보험을 준비해둔 큰형과 작은형은 진단비를 두둑이 받았지만, 이 씨는 준비해둔 보험이 없었다. 자신의 건강을 너무 과신했던 탓이다. 병원비 마련도 힘들었다. 결국 이 씨는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은퇴를 해야 했다. 아내와 딸도 이 씨 병간호에 매달리느라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회복기간을 거쳐 건강이 나아진 지금도, 이 씨는 가끔 “미리 보험을 들어뒀더라면 노후가 조금 달라졌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하곤 한다. Tip 이 씨가 한 가장 큰 실수는 뇌졸중이라는 가족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다.이 씨의 나이가 60대라 해도, 20~30년간의 삶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다른 질병에 또 걸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후회만 하고 있지 말고 지금이라도 노후를 위해 보험자산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질병을 앓았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씨 같은 경우를 위해 ‘유병자보험’이라는 상품이 나와 있다. 당뇨나 고혈압, 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특화된 보험상품이다. 해당 질병을 제외한 다른 위험에 대해 일반인과 똑같은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만, 보장 범위가 좁고 보험료가 일반 보험보다 비싼 편이다. Safe Asset, 안전자산 정(60) 씨는 작지만 알찬 식당을 꾸려가고 있는 자영업자다. 그동안 모은 자산도 제법 되고, 내년에는 가게를 정리할 예정이라 노후에 쓸 자금은 어느 정도 마련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꼬박꼬박 부은 덕분에 몇 년 후면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 씨의 가장 큰 고민은 가게를 정리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주식이나 펀드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경우 소중한 노후자금을 잃을까봐 두렵다. 예금으로 묻어두자니 금리가 너무 낮다. 그동안 휴일도 없이 일해서 번 돈인 만큼, 이 자금으로 노후에는 여행도 다니고 여유를 즐기고 싶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지키면서 적당한 수익률을 거둘 수는 없을까? Tip 정 씨는 노후 대비를 위한 자금을 잘 준비해온 편이다. 연금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비가 확보된 만큼, 가게를 정리한 목돈을 잘 운용하면 노후 자산을 불릴 수 있다. 다만 정 씨가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지만,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면 배당주나 리츠 같은 ‘중위험·중수익’ 자산을 추천한다. 일반 주식투자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으면서도 예금보다는 수익이 높은 자산이다. 배당주는 매매차익보다는 배당수익을 추구하는 주식을 말하며, 리츠(REITs)는 상가나 오피스 빌딩 등에 투자해 임대료 수익과 지가상승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Active Asset, 투자자산 오(63) 씨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갑작스런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인해 어릴 때 가난에 시달렸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 항상 여유자금을 준비하는 편이다. 몇 년 전 사업을 정리하면서 노후자금은 든든하게 마련해두었다.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준비해둔 연금, 물려받은 땅도 있어 생활 걱정은 없다. 지금 오 씨는 여윳돈을 장기로 투자할 만한 대상을 찾고 있다. 자산을 불려 노후도 여유롭게 보내고, 자녀와 손주에게 상속도 하고 싶다. 이 자금을 가장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 Tip 오 씨의 경우 노후생활자금 마련보다는 보유한 자산을 잘 불리는 것이 핵심 재무 목표다. 본인이 여유롭게 생활하는 것뿐 아니라 자녀와 손주에게 일정 부분 상속도 하길 바라는 만큼, 자산의 운용기간을 30~40년 이상 장기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자산을 넣어두고 수익이 나면 인출하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운용을 지속하는 방식이다.
- 2021-01-1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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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이 캄캄하다면 저 강물에게 물어라
- 강과 산과 하회마을이 맞물려 자아내는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서애와 겸암의 행장을 더듬어보는 재미도 짭짤하다. 부용대 주차장에 당도한 뒤 부용대-겸암정사-옥연정사 순으로 탐승한다. 하회마을 나루터에서 도선을 타고 강을 건너 부용대에 오르는 방법도 있다. 그저 봉긋할 뿐, 야트막한 야산이다. 산길은 밋밋한 데다 펑퍼짐해 풍경이 맺힐 리 없다. 꼭대기에 오른들 뭐 볼 게 있으랴 싶었으나, 웬걸, 부용대(芙蓉臺) 산마루에 닿자 급격한 반전이다. 별안간 확 트이는 시야 가득히, 수직벼랑 저 아래로 사행(蛇行)하는 낙동강이 엄습해오는 게 아닌가. 강의 젖을 물고 들어앉은 물동이동(洞) 하회마을도 한눈에 들어온다. 강변 모래밭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몽당연필처럼 작달막하게 짜부라져 코믹하다. 부용대는 강물과 하회마을을 한꺼번에 부감할 수 있는 전망대다. ‘부용’은 연꽃을 상징한다. 이곳 아찔한 벼랑 위에서 옛사람들은 하회마을을 통째 연꽃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형국)의 길지라고 일렀다. 긴 말이 필요 없겠다. 조선의 인문지리학자 이중환은 ‘택리지’를 통해 물가의 마을 중 살기 좋은 곳으로 하회를 제일로 쳤다. 살기에 좋아 출세한 이들이 속출했나. 풍산 유 씨 씨족촌인 하회마을은 겸암(謙菴) 유운룡(柳雲龍, 1539~1601),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 1542~1607) 형제 대(代)부터 번창해 위력을 떨쳤다. 현대에 이르러선 인파가 몰리는 관광명소로 거듭난 마을이다. 고택과 초가로 연출한 관광 재료들에 힘입어 상업이 기차게 발달했다. 그러나 부용대에서 내려다보면 그저 땅에 납작 엎드려 포복하는 마을일 따름이다. 거뭇한 기와지붕과 누런 초가지붕이 어우러진 자못 이상적인 색감 조합으로 평화롭다. 하회마을을 에두른 솔숲과 강물은 또 얼마나 평온한가. 마을 안에선 지금 열띤 호객 경쟁이 벌어지고, 여행자들이 왁자하게 떠들어대고, 연인들은 혹간 초가집 뒤란에 숨어 숨 막힐 키스를 할지도 모르지만 높은 곳에서 보면 일체가 은자처럼 마냥 고즈넉하다. 티 없이 조화롭다. 삶이란 이렇게 멀리서 보면 모든 게 상통이자 상생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모든 게 작아 애잔하다. 가장 드높은 곳에 상주하는 신이나 하늘에게 우리가 사랑을 갈구하는 건, 미미한 존재에 불과해 슬픈 나를 자각할 때다. 부용대 서편 오솔길을 따르자니 숲이 제법 깊어진다. 솔향기 감돌아 청신하다. 아무리 작은 야산이라도 향이 있고 깊이가 있고 기품이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에서 멈춰 산에 산다. 청산을 건너던 나비가 들꽃에 꽂혀 갈 길을 잊듯이. 강물에 밀리는 모래알처럼 덧없는 인생, 굳이 꿍꿍이와 아귀다툼이 난무하는 비정성시(悲情城市)에 살 일이 뭐람. 그쯤의 생각이었을까. 겸암은 문득 벼슬을 버리고 낙향, 이 야산 자락에 공부방을 두고 지냈다. 겸암정사(謙菴精舍)가 바로 그곳이다. 부용대 동쪽 산자락 아래편엔 서애 유성룡이 벼슬을 마치고 머문 옥연정사(玉淵精舍)가 있다. 야산 양편에 형제가 나란히 정사를 짓고 자연 속에 은거했던 셈이다. 벼슬살이로 보낸 세월이 길었으나 둘 다 퇴계를 사사한 도학자로서도 쌓은 게 많았다. 못 말릴 산야 기질도 스승을 닮아 자연을 경전으로 읽었고, 흐르는 강물과 솔의 푸름을 바라보기를 유락(遊樂)으로 삼았다. 그래 격물치지의 혜안이 환하게 열렸을 테다. 특히나 사람 보는 눈에 있어서 서애를 따를 이가 누구랴. 서애는 임진왜란이 터지자 이순신과 권율을 임금에게 천거했다. 실로 신의 한 수였다. 지척에 살아 형제간 만남도 잦았던가보다. 심심파적으로 산꽃 보러 나갔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일도 흔했으리라. ‘층길’이라는 이름을 달고 야산의 3부 능선쯤에 아직도 온전히 남아 있는 옛길 하나. 형제는 이 ‘층길’에서 상면하길 즐겼다고 전해진다. 옹색해서 위험한 층층 벼랑길이라 요즘은 아예 출입을 금지했다. 옥연정사는 강변의 높직한 둔덕에 있다. 고가의 관용과 운치로 아름답다. 서애는 여기에서 임진왜란의 전말을 담은 ‘징비록’을 집필했다. 전쟁의 사령탑 역할을 한 서애였으니 리얼리티로 생동하는 책이다. 그의 성품은 맑고 온유했다지. 그러나 실록엔 곱지 않은 평도 간간이 나타난다. 줏대가 약해 폐단을 당차게 간하는 일이 드물었다고 기록했다. 만년의 서애는 “평생 부끄러운 일이 많아 한스럽다”고 탄식했다. 세상의 갈채에도 불구하고 묵은 빚을 느꼈다? 그렇더라도 그 겸허한 풍모가 오히려 출중하다.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설령 비바람의 광란에 수면을 찢기더라도 유유히 흐를 뿐이다. 먼지구덩이 세상이라도 아랑곳없이 나아간다. 눈앞이 캄캄한 삶이라면 저 강물에게 물을 일이다.
- 2020-12-16 0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