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단순했다. 양양고속도로를 개통했다는데 같이 한번 떠나보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대상이 조금 특이했다. 내 절친도 가족도 아닌 페이스북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란다.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알게 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번개(갑작스럽게 만나자고 제안하는 것)를 외친 것! 중년 남녀 낯선 이들의 동반 여행! 과연 얼마나 모이고 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페이스북 친구들과 난생 처음 마주하다
제보를 받았을 때 과연 이 도발적인 작전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이메일을 통해 건네받은 파란하늘 바탕위에 ‘You′ve Arrived’라고 쓰인 포스터가 왠지 모르게 낭만적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맺었다고 해서 현실에서도 친구는 아니다. 전 세계 사람이 모인 페이스북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교류한다. 모이자고 해서 호응하고 따를 사람이 과연 있을까? 더군다나 페이스북은 단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과 사이좋은 댓글을 주고받는다.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일단 제쳐놓고 이 일을 추진한 이명재씨에게 물어봤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대한민국의 중년들이라면 페이스북을 통해서라도 이런 작당모의(?)가 가능할 법도 하다.
“우리 나이대에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들은 학교 동문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요. 제 페이스북을 봐도 대학 동문을 시작으로 그들과 아는 지인의 지인들이 제 페이스북(이하 페친)친구거든요. 만나보지 않아도 대충 어떤 성향에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고 있죠. 차 한 대 정도 올까 예상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왔어요. 일이 커진 거예요.”
교육업체를 운영하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는 이명재씨는 연세대학교 공대 출신. 대부분이 연대 동문과 그들의 친구로 구성됐다. 2012년에 페이스북을 시작했는데, 현재 600명 정도가 페친으로 등록돼 있다.
예상을 깨고 다양한 페친들 모이다
2주 정도 기획했다는 이 모임에 생각보다 다양하고 재밌는 사람들이 속속 찾아들었다. 이명재씨는 이 모임을 위해 사전 답사까지 하는 성의를 보이며 페친들의 구미를 끌어당겼다. 7월 20일 오전 10시 반경. 만남의 장소였던 가평휴게소에서 드디어 페친들이 얼굴을 마주했다. 그저 페이스북으로만 인사를 나눴던 이들과의 인사는 영락없는 맞선이다. 동문들의 등장으로 동창모임 같아 보였다. 다들 어디서 찾아왔는지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홍삼매장 사장님, 수학선생이 싫다는 수학선생님, 음대 나온 댄스스포츠 강사에 체대 출신 심마니, 알프스 스키장을 설계한 현직 농부 등 세상 어디에서도 이런 구성은 찾아보기 힘들 것만 같다. 최대한 성향을 보고 가리고 가렸다는데 인터넷 세상은 색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이날의 일정은 아주 간단했다. 새로 뚫린 양양고속도로를 달려 가진항에서 물회를 먹는다. 자기소개 뒤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한 뒤 상경. 끝. 놀라운 일은 이 모든 걸 고속도로 개통으로 하루 만에 끝냈다는 사실이다.
‘페뮤니티’로 세상을 한번 바꿔보자
이명재씨는 이런 모임을 통해서 일종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그 안에서 재능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커뮤니티를 합쳐 ‘페뮤니티’라는 용어도 이미 만들어놓았다.
“일종의 인맥으로 소통을 하자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으로 만난 공동체 내의 재능 품앗이 같은 것이죠. 가령 어떤 사람은 그림을 그리니까 그것에 대해 나눠주고, 누구는 여행작가니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주고요. 외부에서 누군가를 모실 것 없이 모임 안의 전문가와 함께 심포지엄도 할 수 있고 이렇게 여행도 했으면 합니다.”
중년의 나이.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세대이기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좀처럼 쉬운 것이 아니란다. 성향이 맞았으면 좋겠고 서로 검증된 사람끼리의 어울림을 원한다고 이명재씨는 말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온라인 중심으로 인맥을 이뤄가는 세상이니만큼 페이스북에 능하고 나름의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이루고 싶다고 했다. 이들의 모임을 자극했던 말 ‘You′ve Arrived’는 ‘당신은 도착했다’라는 의미다. 이번에는 어딘가를 향해가서 도착한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언제든지 그 목적과 행동은 또 다르게 바뀔 수 있다고 이명재씨는 말했다.
“뒤에 오는 동사를 바꿔가면서 유동적이고 다양한 모임을 계획하고 싶습니다. 회원의 개념은 아니지만 SNS 플랫폼을 이용해 뜻을 같이하고 시간을 내주는 사람들과 함께할 생각입니다. 봉사는 안 할 겁니다. 즐길 거예요(웃음).”
※ 라이프@이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소개하고 싶은 동창회, 동호회 등이 있다면 bravo@etoday.co.kr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 쾨쾨한 매연, 고막을 괴롭히는 소음…. 공해로 얼룩진 도시의 묵은 때를 자연의 민낯처럼 깨끗이 씻어내고 싶다. 일상의 번잡함일랑 잠시 내려두고 너른 자연의 품 안에 뛰어들어보자. 갑자기 떠날 곳이 막막하다면,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국립자연휴양림’을 이용해보는 것 어떨까?
◇ 수도권
아쉽게도 서울에는 국립자연휴양림이 없지만, 도심에서 가까운 경기도에는 5곳이 있다. 그중에서도 ‘산음자연휴양림’은 3km 거리의 ‘치유의 숲길’, 산림치유프로그램, 건강증진센터 등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산림치유지도사가 진행하는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양주시에 위치한 ‘아세안자연휴양림’은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0개국의 전통가옥과 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다. ‘유명산자연휴양림’은 우리 꽃 자생식물원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라면 유익하다.
-산음자연휴양림(양평군) 산림치유지도사 상주
-아세안자연휴양림(양주시) 이국적인 객실 외관
-운악산자연휴양림(포천시) 가마터 향토유적지 인근
-유명산자연휴양림(가평군) 우리 꽃 자생식물원 보유
-중미산자연휴양림(양평군) 산림레포츠 오리엔티어링
◇ 경상도
한려해상국립공원 북단에 위치한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편백나무 숲이 조성돼 있어 삼림욕을 즐기기 좋다. 아울러 전남 여수와 경남 남해 앞바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통고산자연휴양림’은 불영사 계곡, 덕구온천, 백암온천, 동해안 해수욕장 등과 연계한 관광 코스로 이른바 3욕(금강소나무숲 삼림욕, 해수욕, 온천욕)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더불어 관동 8경 중 하나인 월송정과 명사십리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망양정도 가까워 즐길거리, 볼거리가 풍성하다.
-검마산자연휴양림(영양군) 책 4000여 권의 숲속도서관 운영
-남해편백자연휴양림(남해군) 편백나무숲 산림욕, 나비더테마파크
-대야산자연휴양림(문경시) 문경 8경 중심부, 천연염색체험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울주군) 통행차량이 없는 고즈넉한 분위기
-운문산자연휴양림(청도군) 야생식물관찰원, 농경시대 귀틀집
-지리산자연휴양림(함양군) 토요 숲속야학, 한지체험관 운영
-청옥산자연휴양림(봉화군) 그린스쿨, 자연학습 체험 교육
-칠보산자연휴양림(영덕군) 금강송숲 탐방, 숲속 작은 음악회
-통고산자연휴양림(울진군) 3욕(삼림욕·해수욕·온천욕) 체험
◇ 충청도
충남 서부의 최고 명산으로 불리는 오서산 자락에 있는 ‘오서산자연휴양림’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편히 쉴 수 있는 휴양관과 물놀이장, 야영장, 숲속교실 등을 고루 갖췄다. 휴양림에 자생하는 대나무 숲을 거닐며 숲 해설은 물론, 활쏘기 투호 등 놀이체험과 목공예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은 산 전체가 해송(海松)으로 뒤덮인 희리산의 푸름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다. 휴양림 수종의 95%가량을 차지하는 해송에서 피톤치드와 테르핀 성분이 다량 분비돼 삼림욕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상당산성자연휴양림(청주시) 유아, 학생 대상 산림교육 프로그램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보은군) 휴양림 내 토속 식용·약용식물 자생
-오서산자연휴양림(보령시) 어린이물놀이장, 대나무숲 체험장
-용현자연휴양림(서산시) 백제 후기 문화유산·유적지 인근
-황정산자연휴양림(단양군) 황정산 암벽지대 소나무 군락 경치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서천군) 해송 삼림욕, 솔방울 공예 체험
◇ 전라도
‘방장산자연휴양림’ 내 ‘에코어드벤처’에서는 숲속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면서 자연을 감상하는 친환경 레포츠 ‘집라인(zipline)’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편백나무를 이용한 비누, 문패, 액자 만들기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곳이다. 낙안읍성민속마을 2km 지점에 자리한 ‘낙안민속자연휴양림’, 덕유산국립공원, 무주리조트 등과 가까운 ‘덕유산자연휴양림’,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위치한 ‘변산자연휴양림’ 등은 주변 관광지, 휴양지와의 접근이 편리하다.
-낙안민속자연휴양림(순천시) 낙안읍성민속마을 주변 경관
-덕유산자연휴양림(무주군) 야생식물관찰원, 반딧불이 관찰
-방장산자연휴양림(장성군) 에코어드벤처 친환경 레포츠
-변산자연휴양림(부안군) 모항해수욕장, 변산해수욕장 인근
-운장산자연휴양림(진안군) 휴양림 내 7km의 갈거계곡
-진도자연휴양림(진도군) 2017년 개장, 남도소리체험관
-천관산자연휴양림(장흥군) 휴양림 진입로에 동백·비자나무숲
-회문산자연휴양림(순창군) 유아·청소년 대상 ‘열려라곤충나라’
◇ 강원도
1989년 개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휴양림 ‘대관령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대관령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휴양림 내 50~200년생 아름드리 소나무 숲 중 일부는 1920년대 인공으로 소나무 씨를 뿌려 조성해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다양한 목공예 프로그램을 즐기고 싶다면 ‘백운산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 휴양림 내 ‘숲속공예교실’은 2013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로부터 지속가능한 발전교육(ISD) 공식프로젝트로 인정받았다. 또한 대한걷기연맹에서 지정한 ‘제1호 건강숲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가리왕산자연휴양림(정선군) 정선오일장(아리랑시장) 인근
-검봉산자연휴양림(삼척시) 오토캠핑장, 산림문화 프로그램
-대관령자연휴양림(강릉시) 숯가마를 활용한 체험·공예 프로그램
-두타산자연휴양림(평창군) 두타산 두근두근둘레길 탐방
-미천골자연휴양림(양양군) 휴양림 내 통일신라시대 선림원지
-방태산자연휴양림(인제군) 인근 내린천 래프팅 체험
-백운산자연휴양림(원주시) 숲속공예교실 문화 프로그램 특화
-복주산자연휴양림(철원군) 용탕골 계곡과 잠곡리 경관 수려
-삼봉자연휴양림(홍천군) 오대산국립공원 인근 활엽수
-용대자연휴양림(인제군) 다람쥐 등 다양한 야생동물 서식
-용화산자연휴양림(춘천시) 등산·캠핑 전문 산림레포츠 휴양림
-청태산자연휴양림(횡성군) DIY목공교실, 인도네시아전통전시관
요즘이 휴가철이긴 한가보다. 꽉 막힌 고속도로를 보니 확실히 느껴진다. ‘다들 어디 가려고 이렇게들 나온 걸까?’ 했지만 우리처럼 여름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일 것이다. 밀리면 밀리는 대로 여행 시작의 들뜬 기분은 필자를 설레게 한다.
참 오랜만에 여름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아이가 어릴 땐 여름, 겨울 꼭 휴가를 갔는데 한동안 휴가 여행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텐트에 물놀이 기구, 밥해 먹을 도구, 식료품을 가득 싣고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정말 즐거웠다. 요즘에야 어딜 가든 잠잘 곳을 예약하고 떠나지만, 예전엔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민박을 하거나 야영지에서 텐트를 쳤다.
우리가 주로 택했던 여행지는 동해안과 설악산이었다. 1년에 두어 번씩 다니다 보니 강원도 인제 원통을 지나서 가는 길이 고향길처럼 익숙하고 정겨웠던 기억이 난다. 오색약수를 지나 한계령으로 올라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기도 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남겨준 고마운 코스다. 당시 새로 지어진 한옥 민박집. 수다스러웠지만 훈훈한 인심을 보여줬던 할머니도 생각나고 물레방아 휴게소에서 맛있게 먹었던 점심마저도 그립다. 특히 잊을 수 없는 건 바람불이 계곡에서의 야영이다. 설악산의 세찬 물살이 흐르는 계곡 옆 유료 야영장 ‘바람불이’에서 텐트를 치고 테이블을 펼쳐 파라솔을 꽂으며 자연 속에 동화되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관리소 마룻장 밑에 잔뜩 들어 있던 뱀을 보며 소스라치듯 놀랐던 일, 밤하늘의 쏟아질 듯 가득한 별을 세 식구가 바라보았던 추억이 아직도 아름답게 남아 있으니 여행의 소중함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크면서부터는 사는 일에 바빠 가족 여행이 점점 줄어들다가 언제부터인지 휴가 여행이라는 말을 아예 잊고 살았는데 얼마 전 낚시를 같이 다녀온 시동생 부부가 멋진 펜션을 예약했다고 해서 휴가를 같이 보내게 되었다. 목적지는 안면도로 섬 안 바다와 호수가 마주 보는 장소에 우리가 지낼 펜션이 있었다. 어디나 펜션이 있는 곳은 경관이 뛰어나다. ‘레이크 앤 시’라고 이름 지은 이 펜션은 주인이 어떻게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풍광이 아주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숙소 선정부터 여행 내내 스케줄을 미리 짜보았다며 시동생이 의기양양하셨다. 점심은 ‘딴뚝’ 이라는 곳에서 간장게장을 먹을 것이며 저녁은 가는 길 홍성의 한우매장에서 고기를 사서 준비하고 다음 날 아침은 그 지방에서 유명하다는 게국지라는 음식과 함께 바닷가에서 회를 먹을 예정이라고 했다. 게국지는 게로 만든 찌개인데 먹기가 좀 불편한 음식이었다. 게살을 발라먹기가 귀찮았지만 국물은 아주 시원한 게 괜찮았다. 이러니 맘먹은 다이어트는 멀리멀리 떠나버렸고 식도락에 빠져 휴가 내내 행복하기만 했다.
특별 이벤트로 시동생이 요즘 취미로 푹 빠지신 색소폰 연주회도 있을 거라고 했다. 펜션 주인과는 구면으로 같이 색소폰을 연주한다고 했다. 펜션 관리실에는 조촐하고 아담한 음악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가끔 연주회도 열린다는데 아름다운 풍경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색소폰 선율이 한여름 밤의 정취를 한껏 높여주었다.
펜션의 잘 가꾼 마당을 지나면 바다 건너편으로 큰 호수가 있고 그곳에 낚시터가 있었다. 사유지로 통해서인지 매우 깨끗하게 관리가 잘되어 있어 특별히 낚시를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소였다. 이번엔 아예 읽다가 만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가방에 넣어왔다. 지난번 낚시터에서 다들 낚싯대 찌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통에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 필자는 경치 감상밖엔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파란 잔디와 잔잔한 호수, 깔끔하고 예쁜 집, 어느 곳에 눈길을 줘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낚시를 하며 희희낙락 즐거운 식구들을 바라보다가 벤치에 앉아 소설책 한 페이지를 넘기니 마치 동화 나라에 들어온 것처럼 환상적인 기분이었다. 2층 숙소의 삼각 창을 통해 밖의 경치를 내다볼 때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된 기분도 들었다. 유치하긴 하지만 아직 녹슬지 않은 필자의 감성이 기쁘다.
빠듯한 일상을 살다 보면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 휴가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일부러 짬을 내서라도 휴식시간을 갖는다면 몸과 마음이 재충전된다. 한동안 잊고 지낸 휴가를 잘 보냈다. 훗날 생각해보면 오늘도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장마가 지나가고 더욱 더 더워진 무더운 여름, 더위를 식힐 피서의 시즌이 다가왔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두고 갈 반려동물이 걱정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 여름은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는 것은 어떨까?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멍비치’, 그리고 반려동물과 같이 가볼 만 한 여행지를 추천한다.
반려견과 시원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멍비치!
반려견과 함께하는 바다 여행과 물놀이는 반려인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사실 반려견과 같이 갈 수 있는 해변이 많지 않을뿐더러 다른 이용객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이런 견주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해수욕장이 바로 강원도 양양 남애해변에 있는 ‘멍비치’다.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한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으로 일반 관광객과 분리돼 있다. 해변에 반려견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도 있고, 함께 해변에서 해수욕도 즐길 수 있다. 멍비치에는 100m의 길이로 안전펜스가 둘려 있고, 1m 20cm 깊이의 바다까지만 들어갈 수 있도록 울타리가 쳐져 있어 안전하다. 또한 해수욕장 입구에는 강아지 전용 놀이터와 샤워장까지 마련되어있다.
이용수칙과 주의해야 할 점
멍비치는 한 사람이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인당 3천 원, 강아지는 kg에 따라 5천 원 이상 낸다. 맹견류(입마개를 해야 하는 종류)는 입장이 불가하고 반려견이 없는 일반인도 들어갈 수 없다. 깨끗한 해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강아지의 배설물을 치울 수 있는 비닐봉지가 파라솔마다 준비되어있다. 배설물을 수거해 오면 간식이나 사료 같은 선물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루에 2번씩 모래사장 소독을 하고 매일 해양경찰 점검도 받고 있단다. 이 외에 애견 에티켓과 공지사항을 잘 참조하여 즐긴다면 우리 강아지들과 함께 시원하고 즐거운 바다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주소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광진리 78-20 광진해변
개장 기간 2017년 7월 8일 ~ 8월 20일
강원도 평창 봉평 허브나라 농원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강원도 태기산 자락에 허브나라 농원이 있다. 1993년 문을 연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 허브 테마 관광농원으로 평창의 대표 명소 중 하나다. 이곳은 반려견과 함께 입장할 할 수 있어 애견인들 사이에서는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손꼽힌다. 태기산의 흥정계곡을 따라 조성된 허브나라는 1만여 평 규모의 정원으로 7가지 주제로 꾸며져 있다.
이용수칙과 주의해야 할 점
허브나라 농원의 입장료는 인당 7,000원이며, 반려견 입장료는 없다. 허브나라 농원 안에서는 반려견에게 목줄을 반드시 착용시켜 주변 관람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내 관람 시에는 반려견을 안고 입장하며 배변 봉투를 지참하여 배설물을 즉시 수거해야 한다. 대형견은 출입할 수 없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흥정계곡길 225 (흥정리 302-7)
덕평 자연 휴게소 ‘달려라 코코’
강아지와 장거리 이동이 걱정되시거나,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를 원할 때 애견 테마파크 ‘달려라 코코’를 추천한다.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체험장소로 애견 테마파크가 떠오르고 있다. 그 중 덕평 자연 휴게소 내에 위치한 ‘달려라 코코’는 반려견을 기르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명소 중의 명소다. 덕평 자연휴게소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 테마파크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주말이나 연휴가 되면 운전 중 휴식의 목적이 아닌, 이곳 휴게소의 테마파크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 중 ‘달려라 코코’는 도심 속에서 산책할 공간이 부족한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반려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친환경 애견 놀이터 ‘달려라 코코’는 1,200평의 천연 잔디 시설로 전력 질주 코스, 물고 당기기, 터널, 망루 등과 같은 시설을 마음껏 뛰놀며 도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소형견을 위한 인조잔디 공간과 반려견카페가어 다른 애견친구를 만나 사회성을 기를 수도 있다.
이용수칙과 주의해야 할 점
친환경 애견 놀이터와 애견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입장권은 10,000원이다. 반려견을 동반할 시 5,000원이 추가된다. 강아지가 많이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한다. 퇴장 시 소독용 물티슈와 세면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달려라 코코’는 예방접종이 완료된 3개월 이상의 건강한 반려견만 입장이 가능하다. 반려견의 건강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 음식물 반입은 금지하며 일부 공격성이 강한 강아지나 타인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품종은 입장이 제한된다.
주소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덕이로 154번길 287-76 덕평 자연휴게소 내
제주도 애견 동반 가능 관광지
요즘 반려견과 함께 제주도를 여행하는 관광객이 많다. 국내 항공사에도 반려견이 탑승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제주도 내 애견 펜션과 애견 출입 가능 식당도 증가했다. 사전에 준비를 철저하게 하면 어렵지 않게 반려견과 함께 여행할 수 있다. 반려견이 입장 할 수 있는 제주도의 관광지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
● 섭지코지
드넓은 초원과 광활한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제주도의 대표 관광지다. 영화 , , 드라마 의 로케현장이기도 하다. 이 근처 성산일출봉은 반려견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섭지코지는 가능해 반려견을 동반한 관광객을 종종 볼 수 있다. 섭지코지 입장은 무료이고 이곳 역시 배변 봉투와 목줄은 필수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 제주 카멜리아힐
제주 카멜리아힐은 사계절 내내 다양한 풍경이 펼쳐지는 동백 수목원이다. 80개국의 동백나무 500여 종에 6,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꽃과 식물들로 예쁜 풍경을 이루어 계절마다 보는 즐거움이 다르다. 동백과 벚꽃, 튤립, 야생화가 계절마다 자태를 뽐내는 이곳의 여름은 동그랗고 풍성한 수국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반려견의 출입이 가능한 곳으로 입장료는 성인 기준 8,000원, 청소년은 5,000원, 반려견은 따로 입장료를 내지 않는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166
● 한림공원
입구에서부터 야자수가 늘어져 이색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한림공원은 반나절을 할애해도 될 만큼의 큰 공원으로 9가지 테마로 즐길 수 있다. 적정한 습도가 유지되며 넓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걷기 좋다. 재암 민속마을에서 옛 제주의 초가집을 볼 수 있고, 사파리 조류원에서 먹이를 주는 등 체험도 가능하다. 용암동굴과 석회동굴이 공원 안에 각각 있고, 7월에서 9월은 연꽃축제 기간이다.
한림공원 역시 반려견 입장 가능한 제주도 관광지로, 성인은 11,000원이며 반려견은 따로 입장료가 없다. 또 한림공원 바로 앞으로는 에메랄드빛의 금능으뜸원해변이 있다. 한림공원에 반려견과 함께 입장할 때에는 목줄과 배변 봉투를 반드시 지참한다.
주소 제주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300
반려동물과 이동 시 주의해야 할 점
과거와는 다르게 반려동물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비교적 자연스러워졌다.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 멀리 여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운송수단마다 준수해야 하는 사항이 각기 다른데 어떤 규칙이 있는지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 자동차 장시간 여행시 휴게소에 들려 휴식을 갖는 것이 좋다. 반려견 또한 장거리 탑승의 경우 멀미를 할 수도 있다. 여행 가기 전 동물 병원에 들려 멀미약을 미리 처방 받아 준비해놓아야 한다.
주의점 어떠한 이유라도 개를 차안에 혼자 있게 하면 안 된다. 바깥의 기후 변화를 예측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를 스트레스, 저체온증, 열사병, 혹은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이 발생 할 수 있다.
⊙ 비행기 항공사마다 약관에 의해 다르나 국적기의 경우 소형 반려동물의 기내 동반 탑승을 허용한다. 전용 이동장을 사용해야 하고 기내에서는 이동장에서 나오지 않도록 한다. 대형견의 경우 수화물 위탁을 해야 하며 소형견과 대형견 모두 kg에 따라 규정 요금을 지불한다.
⊙ 지하철 운영 약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모든 지하철에서 반려동반 동반 탑승을 허용하고 있다. 이때 전용 이동장에 넣어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한다. 또한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 반려동물의 동반 탑승을 허용하고 있다.
⊙ 버스 장애인 보조견 및 전용 이동장으로 이동하는 반려동물은 함께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운송 시 불쾌감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 탑승이 제한될 수 있다.
⊙ KTX 외 기차 전용 운송장 또는 가방을 이용해 반려동물이 보이지 않게 이동한다. 광견병 예방접종 등 예방접종을 마친 애완동물의 동반 탑승을 허용한다.
반려견 여행 다녀온 뒤 케어
해수욕을 했던 여행이라면 바닷물의 소금기로 인해 피부병이 날 수도 있으니 해수욕 후에 꼼꼼히 씻겨야 한다. 뙤약볕에 오랜 시간 있었다면 미지근한 물에 부드럽게 마사지 하듯이 씻겨주는 것이 좋다. 허브 농원 또는 수목원, 놀이터 다녀온 뒤라면 반려견의 몸에 벌레나 진드기가 붙어 있을 수도 있으니 부드럽게 빗질을 해준 뒤 목욕시킨다. 귀가 덥힌 품종의 경우 귀 쪽에도 벌레가 들어 갈 수 있으니 유심히 봐주는 것이 좋다. 여행에 신이 난 반려견의 몸에 상처가 있을 수도 있다. 여행 전에 반려견의 상처 연고를 처방받아 가져가는 것도 좋다. 반려견에게도 여행이 피로 할 수도 있으니 다녀온 뒤 반려견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한 뒤 이상 징후가 있다면 동물 병원을 내원해야한다.
피부로 느끼는 경기도 안 좋고 상황이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이직해야 하는 아픔을 안고 두 달여 동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쓰기에 돌입했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항상 자긍심으로 가득 찼던 필자는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다.
자격증과 스펙(?)이 빵빵하니 ‘무슨 일인들 못하랴’ 하며 항상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력서를 이메일로 몇 군데 제출하면서 필자의 어깨는 서서히 처졌다. 이력서를 쓸 때만 해도 이쯤이야 했고, 또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얼마나 감동 넘치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필자는 스스로에게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여기저기 이력서를 제출하면서 ‘아~ 안 되고 있구나’ 하면서 의기소침해지기 시작했다.
현실을 직시한 다음 필자의 이력서를 살펴보니 포장만 잘되어 있을 뿐, 현실이 요구하는 이력도 아니었고 경력 또한 필자가 원하는 방향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스펙 또한 그랬다. 필자는 이력서를 낼 때마다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얄팍한 자격증 몇 개 놓고 여태 목에다 힘주고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고 청년들의 빵빵한 학력과 두둑한 스펙과 패기를 밀치고 들어가 보려 발버둥치고 있음을 직시했다. 암담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젊은이들이 직장을 잡지 못해 힘들어할 때 안타까워만 했을 뿐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는데, 필자가 현실에 뛰어들어 보니 숨이 막히고 먹먹했다.
필자의 고민이 깊어가던 어느 날 친구들을 만나 시원한 팥빙수를 먹었다. 그리고 여의도 강변 따라 펼쳐진 2018평창동계올림픽 체험 행사에 참여해 버스킹을 하는 젊은이들의 무대를 감상했다. 취업과의 전쟁을 뒤로 미루고 한강변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니 마음도 상쾌해지고 그동안 무거웠던 어깨도 훨씬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강변의 시원한 분수와 야외 수중놀이가 마냥 신나는지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 거기에 맞춰 같이 물장구를 신나게 쳐주는 어른들. 첨벙첨벙 시원한 물놀이는 보는 사람까지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해줬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중년의 꿈도 저렇게 신나게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 뒤편으로 북한산 국립공원으로부터 2km 정도의 길이인 개천이 흐른다.
개천 따라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걷다 보면 두 정거장 아래의 전통 재래시장도 지나게 된다. 토요일에 산책을 하다가 시장가 개천에 커다란 장이 선다는 것을 알았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와 음악 공연 등 재미있는 공간들이 있음을 알았다.
흐르는 물을 보통 개천이나 냇물로 불렀는데 이곳을 지나다 잊고 있었던 아주 예쁜 말을 알게 되었다. 개울, 참 어감도 좋고 정겹다. 개천 대신 개울이라 부르고 개울장이 열린다고 한다. 상인․주민․시민단체․대학이 협력해 개울(정릉천)의 특성을 살리고, 신세대 장돌뱅이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전통시장을 체험과 놀이가 가득한 복합문화 공간으로 변신시킨다는 목적으로 몇 년 전 정릉에 사는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진 뒤 주말마다 열린다.
개울장의 장점은 정릉천을 무대로 복잡한 도심에서도 맑고 깨끗한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물건을 사고파는 즐거운 한마당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어느 날은 풀피리 강습이 열려 어른과 아이 모두 즐겁게 풀피리 부는 법을 배웠다 이외 옷감에 직접 물을 들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염색체험장, 아이들을 위해 색색의 공을 준비해놓은 물놀이장도 있었다.
개울을 따라 걷다 보면 시원한 코발트블루의 차일이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에서 누구나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테이블이 길게 놓여 있다. 개울장 참가비는 없다 신청만으로 참여할 수 있다. 개울장을 소개하는 말처럼 우리 마을 주민, 청년, 예술가, 상인들이 모여 새롭게 만들어가는 개울놀이터다. 구에서는 마을 장터를 통해 청년 인력을 시장으로 유입해 정릉 시장의 활력을 증대시키고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청년들에게 새로운 도전 및 활동 기회를 주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긴 행렬을 이루고 있는 판매대가 재미있기도 해서 어떤 물건인지 찬찬히 구경하며 걸었다.
주로 팬시용품으로 액세서리나 향초, 가방 등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물품이 많았다. 젊은이들이 직접 제작한 수제 물건도 많았다. 가격도 1000원에서 2000~3000원이 대부분이어서 구입을 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재미있었던 장 풍경도 있었는데 어린아이가 자기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인형을 펼쳐놓고 구경하라고 외치는 모습이었다. 저 아이는 나중에 커서 야무지고 똑똑한 사업가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필자가 운동 겸 걷기를 하다가 잠시 쉬기도 하는 다리 밑에서는 젊은이들의 음악회가 열렸다. 기타와 건반악기 정도이지만 그 모습에서 필자의 젊은 날을 떠올리며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필자가 대학생일 때 기타 연주 정도는 기본이었다. 기타도 못 치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구나 통기타에 심취했다. ‘꽃반지 끼고’, ‘아침이슬’을 불러대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리운 마음으로 청년들의 연주를 감상했다.
우리 동네에 이런 행사가 있어 자랑스럽다. 자주 구경나와야겠다는 생각이다. 또 개울 장이 유명해져서 다른 동네에서도 보러 오고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더욱 발전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제9회 품앗이공연예술축제가 7월 20일 화성 민들레연극마을에서 열린다.
품앗이공연예술축제는 화성시 자생특화축제에서 발전한 지역 대표 공연예술축제로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나흘간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정겨운 시골에서 공연도 보고, 농촌도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구성으로 해마다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20여 편의 수준 높은 공연을 자연과 어우러져 감상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 연희극을 비롯해 자연예술 퍼포먼스, 오브제 음악극, 서커스, 베이비 드라마, 레지던시 개발작 등 다양한 장르가 마련돼 있다.
현대판 이야기꾼 이미라가 풀어가는 오브제 음악극 , 2015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서 호평받은 비언어 가족극 등은 실내 공연장에서 밀도감 있게 감상할 수 있다. 시골의 자연을 활용한 , 은 노을이 지는 언덕에서, 자연예술 프로젝트 은 시원한 넝쿨극장에서 진행된다.
축제 한 달 전부터 한국 예술가들이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 아시아 예술가들과 함께하면서 작품을 만드는 등 아시아 문화를 널리 이해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준비했다.
물놀이와 옥수수 따기, 천연염색, 탈 만들기, 대나무 물총 만들기 등 각양각색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주민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도 판매하며, 마을 주택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상세 일정 확인 및 문의는 ‘극단 민들레’ 홈페이지 참고.
누에박물관을 돌아본 후 격포해수욕장이 있는 바닷가로 갔다.
바로 옆에는 채석강이 있다. 층층이 책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바위는 여전했다.
40여 년 전 아버지와 함께 걸었던 곳이다.
풍경은 여전한데 그리운 아버지는 옆에 없어 가슴이 아려왔다.
그 당시 아버지는 지금의 필자 나이보다도 어렸다. 필자가 어느새 그때 아버지의 나이를 훨씬 넘어 손주들을 둔 할머니가 되어 있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과 함께 격세지감이 들었다.
바닷가는 하늘과 맞닿은 바다의 수평선이 눈부시게 푸르고 깨끗해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부터가 바다인지 구분 지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아직 피서철이 아니어서 바닷가는 한적했다.
빨간색의 비치파라솔을 펴니 파란 바다와 넓은 모래사장에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매우 더운 날씨였지만 비치파라솔 아래 그늘은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참으로 쾌적했다.
아이들은 필수품인 모래장난 도구로 융단처럼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대며 뛰어다녔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필자도 덩달아 행복했다.
오늘은 며느리와 아기들을 외가에 내려주고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오전 10시쯤 호텔 체크아웃을 한 후 아쿠아 월드로 가기로 했다.
물놀이만큼 신나는 놀이도 드물어서 어른, 아이 모두 들뜬 기분이 되었다.
실수로 호텔 방에서 커피 컵 하나를 깨뜨려 5000원을 추가로 내야 했다.
아쿠아 월드엔 연휴를 맞아 부모님을 모시고 어린 자녀와 함께 온 젊은 가장이 많았다.
우리 아들과 같은 다정다감한 젊은 아빠들이 많이 보여서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필자도 물을 좋아해 수영장이 즐거웠다.
수영장 안에서는 필수로 수영 모자를 착용해야 하는데 수영 모자가 머리를 찰싹 눌러 웬만큼 두상이 예쁘지 않으면 어울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수영 모자 쓰는 게 불편했는데 요즘엔 야구 모자로 대신해도 되어 훨씬 편해졌다.
아쿠아 월드는 실내와 옥외 수영장이 연결되어 있었고 아기들을 위한 작은 풀과 폭포, 여러 가지 슬라이드 놀이기구도 있었다.
필자가 가장 즐겼던 건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물살 마사지였다. 여기저기 마구 두드리는 물줄기가 마치 안마를 받는 것처럼 시원하고 좋았다.
또한 아이들이 즐기는 슬라이드도 즐겼다. 곡선의 통로를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오는 놀이기구를 타는 동안 무섭고 불안했지만 신나게 미끄러지는 게 즐거워 눈치도 보지 않고 자꾸만 줄을 섰다. 아들은 아이들보다 엄마가 더 좋아하신다며 웃었다.
서너 시간 놀다가 이곳의 유명 특산품 젓갈시장 구경을 하기로 했다.
며느리의 친정이 있는 계룡으로 가야 했으므로 젓갈로 유명한 강진으로 방향을 잡았다.
강진에 가까워져 오니 동네가 온통 젓갈 판매장으로 가득했다.
아직은 젓갈 철이 아니어선지 동네는 한산했다.
한 젓갈 판매장에 들어가 사돈께 드릴 젓갈 세 종류와 필자가 좋아하는 낙지젓을 골랐다.
짭짤한 맛이 좋아 시식을 자꾸만 했더니 입안이 얼얼했다.
판매점 주인에게 동네가 조용하다고 하니 김장철에는 활기를 띤다고 한다.
계룡에 도착하니 사돈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저녁을 함께한 뒤 며느리, 손주들과 바이바이를 했다.
외할아버지 차에 탄 손녀가 큰 소리로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외쳐서 가슴이 뭉클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들은 외가에서 며칠 즐거울 것이다.
연휴 중간이라 그런지 길도 막히지 않아 아들과 필자는 휴게소마다 서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커피도 마시며 고속도로 드라이브를 즐겼다.
2박 3일의 꿈같은 휴가여행을 마치고 나니 몸과 마음이 힐링이 되고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듯하다. 여행이란 이렇게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준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벌써 다음 여행이 기다려진다. 연휴 여행에 엄마를 초대한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최근의 여행 트렌드는 친구나 연인과의 여행보다는 가족과 함께 떠나는 테마 여행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여행의 보편화와 맞물리는 현상으로 보인다. 여행이 일상이 된 현재, 보다 일상적인 이벤트로서 가족과 함께하는 모습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시인 류시호씨는 며느리, 사위, 손주 등 온 가족과 자주 여행을 떠난다. 이번 5월에 떠나는 여행지 그곳의 시간이 느리게 흘렀으면 좋겠다.
류시호 시인ㆍ수필가
얼마 전, 가족 9명을 데리고 보라카이로 여행을 떠났다. 큰아들 부부와 작은아들 부부가 직장을 다니며 고생하기에 손주들과 시원한 바다에서 여유롭게 쉬도록 우리 부부가 경비를 마련했다. 여행은 어디를 가든 즐겁다. 준비할 때부터 기분이 좋다. 우리 가족은 그동안 강원도 양양의 바닷가에서, 강원도 영월에서, 그리고 충북 수안보에서 숙박을 하면서 여러 번 가족여행을 했기에 서로가 여행 분위기를 잘 느낀다.
이번 가족여행은 해외로는 처음 가는 것이라 어린 손주 3명이 걱정스러웠다. 이동 중 간식을 먹이는 문제도 그랬고 장거리 비행 중 아프지나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염려가 됐다. 어린아이들 때문에 인천공항까지 가는 길에도, 비행기에 탑승할 때도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게이트 번호가 100번이 넘는 곳이라 탑승구로 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 열차를 타고 가서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탑승시간에 임박해서 겨우 게이트에 도착했다. 그동안 여러 번 해외여행을 했지만, 공항 내에서 지하철로 이동한 것은 처음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이륙할 때 큰 손주는 좋아서 웃고 작은 손주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장거리 비행기를 타다 보니 둘째 손주가 기내 공기가 안 좋아서인지 좁은 곳이 갑갑해서인지, 며느리 가슴에 음식물을 토하기도 했다. 막내 손주는 인천공항 비행기가 이륙할 때, 그리고 보라카이 섬과 가까운 칼리보 공항으로 비행기가 착륙할 때 울어댔다. 기압 차이로 귀에 통증이 왔던 것이다. 막내 손주가 어디가 불편한 건지 표현을 잘 못해 며느리가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 외 시간은 비행기 안에서도 잘 놀아 다행이었다.
작년과 재작년에 필자가 방문한 베트남과 미얀마는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한국인들을 우대해줬는데 이곳은 세관 심사가 너무 까다로웠다. 보라카이 휴양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해 하루에 이곳을 찾는 여행객이 2만 명이나 된다 하니 작은 섬의 인기가 대단하다. 이 섬의 치안은 안전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10년 전 필리핀을 여행할 때도 총기사고가 있었다. 최근에는 불법으로 유통되는 총기가 100만 정이나 된다는 뉴스도 있었다. 심지어 총기 규제가 허술하니 ‘필리핀에서는 택시를 타지 말라’는 경고도 있다.
칼리보 공항에 내리니 밤이었다. 그곳에는 한국인 가이드가 아닌 필리핀 가이드가 서 있었다. 필리핀 가이드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한국인을 바꿔줬다. 그분이 하는 말이 오늘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와서 안내하느라 자신이 두 시간 거리인 보라카이에 있으니 현지 가이드와 같이 오라고 한다. 공항에서 낯선 필리핀 사람이 우리 가족들 이름이 쓰인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을 보고 약간 실망도 했는데 어두운 밤에 그 외국인을 따라 목적지인 보라카이로 가려니 걱정도 됐다. 그러나 가는 동안 필리핀 가이드와 대화를 한 뒤 불안감은 조금 가셨다.
얼마 후 보라카이 섬으로 들어가는 부두에 도착했다.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배를 타니 한국 여행객들이 많았다. 그제야 비로소 안심이 됐다. 섬에 도착하니 보라카이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인 자전거 택시 베디카부와 오토바이를 개조해 좌석을 몇 개 만든 3륜 오토바이 트라이시클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을 타고 우리 가족은 호텔로 이동을 했다. 10여 년 전, 마닐라를 방문했을 때는 미군이 사용하던 군용 지프를 개조한 작은 버스 지프니가 대중교통 역할을 했다.
우리 가족이 예약한 호텔은 이 지역에서 꽤 유명한 호텔로 시설이 아주 좋았다. 다음 날 호텔 수영장을 배경으로 한국인 모델이 촬영을 하고 있어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인기 있는 호텔이라 한국에 선전하려고 찍는다고 했다. 그만큼 괜찮은 호텔이라는 의미라서 기분이 좋았다.
보라카이는 세계 3대 화이트비치라는 소문에 세계 여러 나라의 자유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보아하니 한국인들도 많이 온 것 같았다. 숙소인 ‘파라다이스 가든’에는 넓은 부지에 야자수를 비롯한 다양한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조용한 휴식과 레저 스포츠를 즐기기에도 적합해 보이는 이곳은 아름다운 정원과 함께 상쾌한 물줄기를 내뿜는 인공폭포가 마련된 옥외 수영장이 인기였다. 전체적으로 안락한 분위기에 우수한 시설로 불편이 없었고 도보로 5분 거리에 화이트비치가 있어 참 편리했다.
호텔에서 주는 아침은 열대식물이 있는 정원에서 가족 9명이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먹었다. 아름다운 섬 보라카이의 멋진 정원에서 식사를 하니, 대기업에서 스트레스받으며 일하는 큰아들 부부, 부부 공무원으로서 민원인들에게 시달리며 일하는 작은아들 부부가 기분이 좋은지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손주들도 신이 나는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아파트에 사는 손주들에게 늘 했던 “조심하라”는 말을 안 해서 필자도 즐거웠다.
옥외 풀장에서는 가족 모두가 물놀이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우리 부부가 손주들과 놀아주니 아들과 며느리들이 오랜만에 해방된 기분이라며 이구동성이다. 점심은 보라카이 다운타운 디몰(D-mall)에서 먹기로 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많아서인지 멕시코식, 일식, 그리스식, 스페인식, 이탈리아식, 스위스식, 한식 등 여러 나라 음식이 많았다. 우리 가족은 이곳저곳을 살피다가 필리핀 음식점에서 닭고기와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을 주문했다. 공장에서 만들었는지 종이에 싼 밥도 나왔다. 손주들과 며느리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기분이 좋았다. 후식은 자리를 옮겨 필리핀 특산물인 망고로 만든 망고쉐이크를 주문했다. 가족들 모두가 좋아했다. 길을 걷다가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젤라토를 사 먹기도 했다. 그런데 큰손주가 망고쉐이크가 맛있다고 또 사달라고 하니, 둘째 손주도 덩달아 자기도 사달라고 해서 할머니가 지갑을 분주히 열고 닫아야 했다. 가족들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사는 맛이 났다.
다음 날, 바다에서 물놀이도 하고 밀가루 같은 모래로 손주들과 두꺼비집도 지으며 놀았다. 큰손주는 신이 나서 아예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이어서 필리핀 전통 선박으로 엔진 없이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돛으로만 이동하는 세일링 보트를 탔다. 그물망에 앉아 바람을 느끼며 보라카이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즐겼고, 가족 모두가 흥겨워하니 쪽빛 바다, 흰 파도, 그리고 멋진 모래사장이 있는 이곳으로 여행을 잘 온 것 같다.
저녁에는 가족 모두가 방에 모여 맥주와 위스키,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손주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다. 특히 손주들이 이 방 저 방으로 옮겨 다니며 즐거워하니 아들과 며느리들도 만족스러운지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동안 국내 여행을 자주 함께하며 가족 간 사랑을 나눴던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부모와 형제는 수족 같고 처자식은 의복과 같다고 했다. 어른이든 아이이든 사랑을 받아야 삶의 활력이 생긴다. 사랑은 살아가는 이유가 될 만큼 아름다운 감정이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어깨 위에 올려놓은 자식과 손주를 절대로 짐으로 여기지 않는다.
자녀들은 가족이 함께 있을 때는 소중함을 잊고 살지만 공부와 취업, 그리고 결혼 때문에 떨어져 살거나 부모 중 한 분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그제야 부모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각자 자기 둥지에서 살다가 인간관계, 심리적인 문제 등이 생겼을 때, 가족을 찾는다. 가족이 가장 편하고 세상 어느 누구보다 든든한 지지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머니는 늘 따뜻한 마음으로 자녀들을 안아주고, 아버지는 투명한 빛으로 자녀들의 길을 밝혀주기에 부모가 오래 곁에 있다면 최고의 복이다.
이 세상에서 가정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집이 대궐같이 으리으리하고 돈이 많아도 가족 간에 사랑이 없으면 행복한 가정이라 할 수 없다. 가정의 행복을 맛본 사람은 인생의 햇볕을 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빛으로 아름다운 삶의 꽃을 피울 수 있다. 보라카이로 떠난 가족여행은 행복했고, 무사히 귀국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덕분에 가족들의 아름다운 미소는 오랫동안 우리 가정의 풍경이 되고 에너지가 됐다.
주말에 큰손주가 오면 “할아버지 할머니 보라카이 또 가요. 그리고 망고쉐이크 사주세요” 한다. 그 말에 필자와 아내는 싱긋이 웃는다. 그리고 또 다른 여행 계획을 짜본다.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큰 행복이다. 재충전의 기회도 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동안 가족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면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떠나보자.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는 시간 속에 어쩌면 꽃보다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웃음꽃이 만발할 것이다.
>>류시호 시인ㆍ수필가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임한 후 시인과 수필가로 등단해 현재 중부매일신문의 오피니언 ‘아침뜨락’에 2008년부터 고정필진으로 있다. 이외 대구일보와 현대문학신문의 필진으로 있으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2016년 문학 창작금 수혜(受惠)를 받았다. 서울특별시장의 ‘서울사랑 이야기 공모전’ 수상 외 6건을 수상했고, 저서로 과 등 4권이 있다.
우리 아파트 뒤편의 산책로는 개울을 따라 2km나 이어져 있다.
시니어들의 운동량으로 최적이라는 왕복 4km 걷기 산책길은 동네 사람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걸으러 오는 명소가 되었다.
산책로를 따라 개천이 이어지고 유명한 절도 지나니 구경하기 좋고 경치 따라 걷다가 삼삼오오 벤치에서 담소를 즐기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도 흐뭇하게 해준다.
요즘 필자도 틈나는 대로 모자에 선글라스로 중무장하고 열심히 걷고 있다.
운동하러 나선 길이어서 대체로 앞만 보고 빠른 걸음으로 갔다 오기 때문에 양옆에 펼쳐지는 사계절의 풍경을 감상할 여유를 갖지 못할 때가 많지만, 어느 땐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속에 놀고 있는 작은 물고기도 들여다보고 새끼오리를 거느린 청둥오리 가족의 자맥질도 즐겁게 바라보곤 한다.
어느 날 걷기 운동 중 개울을 지나다가 이제까지 관심 두지 않았던 나무로 만든 징검다리를 발견했다.
개천이 길어서 군데군데 돌로 만든 징검다리는 여러 곳 있었는데 나무로 만든 징검다리는 처음 보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 나온 아빠가 서로 손을 잡아주며 건너는 징검다리의 모습, 그 풍경은 무언가 아련한 징검다리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정겹게 보였다.
이쪽저쪽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의 추억은 필자를 어린 시절로 이끌어 주었다.
10살까지 필자는 대전에 살았다. 어린 날 우리 집보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삼촌 이모가 사는 번잡한 외갓집을 더 좋아해서 그곳에서 지낸 시간이 많았다.
우리 집은 대흥동이었는데 자주 놀러 간 외가는 삼십 분 정도 걷는 거리의 문창동이었고 그곳에서 지낸 시간이 많은 만큼 어린 시절 친구들도 문창동에 더 많았다.
일본강점기가 끝나고 본국으로 돌아간 일본인의 집인 적산가옥이었던 외가는 어린 날 필자 눈엔 궁궐같이 넓어 보였다.
마당엔 연못이 있고 돌로 만든 거북이도 있었으며 다리 건너편의 작은 동산은 동네 아이들과 숨바꼭질할 정도의 크기였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에게 우리 외가는 들어와 보고 싶은 꿈의 동산 같아서 필자는 덩달아 아이들이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우상처럼 군림할 수 있었다.
문창동의 큰길 쪽으로 보문산으로부터 흘러내려 오는 대전천이 흘렀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모르지만, 그 당시엔 아주 넓은 냇가였다.
냇물 건너편에 있던 동화극장이라는 삼류극장도 생각난다.
벌써 몇 십 년 전이니 개발로 그 동네 풍경이 변하지 않았을 리 없겠다는 마음에 서운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장마철이 아니면 대전천에 물이 그리 깊지는 않았다. 항상 햇빛에 반사해 반짝거리는 맑은 물이 동네 꼬마들이 물놀이하기에 좋을 만큼 흘렀다.
친구들과 빨래를 한다면서 손수건을 들고 냇가의 넓적한 돌에 비벼대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방울을 튀기는 물싸움으로 깔깔대며 한바탕 옷을 적시기도 했다.
젖은 옷으로 냇물 가운데에 놓인 징검다리 돌 위에 서서 발아래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 필자 자신이 마구마구 물 위에서 떠내려가는 착각이 들었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균형을 잡으려 버티는 동안 어느만큼 멀리 떠나온 듯한 기분은 정말 스릴 있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러다 올려다본 하늘은 너무나도 파랗고 높았고 뭉실 떠 있는 흰 구름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가슴에 남았다.
그렇게 냇가에서 물장구치며 놀았던 어린 시절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비록 대전천처럼 크고 넓은 냇가는 아니어도 우리 동네 개울에 놓인 징검다리를 보며 어린 시절을 돌아보았다.
순수했던 날들, 그 시간들이 참으로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