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이른 격포해수욕장

기사입력 2017-05-11 11:17 기사수정 2017-05-11 11:17

▲격포해수욕장 바닷가에서 손녀와(박혜경 동년기자)
▲격포해수욕장 바닷가에서 손녀와(박혜경 동년기자)
누에박물관을 돌아본 후 격포해수욕장이 있는 바닷가로 갔다.

바로 옆에는 채석강이 있다. 층층이 책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바위는 여전했다.

40여 년 전 아버지와 함께 걸었던 곳이다.

풍경은 여전한데 그리운 아버지는 옆에 없어 가슴이 아려왔다.

그 당시 아버지는 지금의 필자 나이보다도 어렸다. 필자가 어느새 그때 아버지의 나이를 훨씬 넘어 손주들을 둔 할머니가 되어 있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과 함께 격세지감이 들었다.

바닷가는 하늘과 맞닿은 바다의 수평선이 눈부시게 푸르고 깨끗해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부터가 바다인지 구분 지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아직 피서철이 아니어서 바닷가는 한적했다.

빨간색의 비치파라솔을 펴니 파란 바다와 넓은 모래사장에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매우 더운 날씨였지만 비치파라솔 아래 그늘은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참으로 쾌적했다.

아이들은 필수품인 모래장난 도구로 융단처럼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대며 뛰어다녔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필자도 덩달아 행복했다.

오늘은 며느리와 아기들을 외가에 내려주고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오전 10시쯤 호텔 체크아웃을 한 후 아쿠아 월드로 가기로 했다.

물놀이만큼 신나는 놀이도 드물어서 어른, 아이 모두 들뜬 기분이 되었다.

실수로 호텔 방에서 커피 컵 하나를 깨뜨려 5000원을 추가로 내야 했다.

아쿠아 월드엔 연휴를 맞아 부모님을 모시고 어린 자녀와 함께 온 젊은 가장이 많았다.

우리 아들과 같은 다정다감한 젊은 아빠들이 많이 보여서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필자도 물을 좋아해 수영장이 즐거웠다.

수영장 안에서는 필수로 수영 모자를 착용해야 하는데 수영 모자가 머리를 찰싹 눌러 웬만큼 두상이 예쁘지 않으면 어울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수영 모자 쓰는 게 불편했는데 요즘엔 야구 모자로 대신해도 되어 훨씬 편해졌다.

아쿠아 월드는 실내와 옥외 수영장이 연결되어 있었고 아기들을 위한 작은 풀과 폭포, 여러 가지 슬라이드 놀이기구도 있었다.

필자가 가장 즐겼던 건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물살 마사지였다. 여기저기 마구 두드리는 물줄기가 마치 안마를 받는 것처럼 시원하고 좋았다.

또한 아이들이 즐기는 슬라이드도 즐겼다. 곡선의 통로를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오는 놀이기구를 타는 동안 무섭고 불안했지만 신나게 미끄러지는 게 즐거워 눈치도 보지 않고 자꾸만 줄을 섰다. 아들은 아이들보다 엄마가 더 좋아하신다며 웃었다.

서너 시간 놀다가 이곳의 유명 특산품 젓갈시장 구경을 하기로 했다.

며느리의 친정이 있는 계룡으로 가야 했으므로 젓갈로 유명한 강진으로 방향을 잡았다.

강진에 가까워져 오니 동네가 온통 젓갈 판매장으로 가득했다.

아직은 젓갈 철이 아니어선지 동네는 한산했다.

한 젓갈 판매장에 들어가 사돈께 드릴 젓갈 세 종류와 필자가 좋아하는 낙지젓을 골랐다.

짭짤한 맛이 좋아 시식을 자꾸만 했더니 입안이 얼얼했다.

판매점 주인에게 동네가 조용하다고 하니 김장철에는 활기를 띤다고 한다.

계룡에 도착하니 사돈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저녁을 함께한 뒤 며느리, 손주들과 바이바이를 했다.

외할아버지 차에 탄 손녀가 큰 소리로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외쳐서 가슴이 뭉클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들은 외가에서 며칠 즐거울 것이다.

연휴 중간이라 그런지 길도 막히지 않아 아들과 필자는 휴게소마다 서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커피도 마시며 고속도로 드라이브를 즐겼다.

2박 3일의 꿈같은 휴가여행을 마치고 나니 몸과 마음이 힐링이 되고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듯하다. 여행이란 이렇게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준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벌써 다음 여행이 기다려진다. 연휴 여행에 엄마를 초대한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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