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 따라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걷다 보면 두 정거장 아래의 전통 재래시장도 지나게 된다. 토요일에 산책을 하다가 시장가 개천에 커다란 장이 선다는 것을 알았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와 음악 공연 등 재미있는 공간들이 있음을 알았다.
흐르는 물을 보통 개천이나 냇물로 불렀는데 이곳을 지나다 잊고 있었던 아주 예쁜 말을 알게 되었다. 개울, 참 어감도 좋고 정겹다. 개천 대신 개울이라 부르고 개울장이 열린다고 한다. 상인․주민․시민단체․대학이 협력해 개울(정릉천)의 특성을 살리고, 신세대 장돌뱅이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전통시장을 체험과 놀이가 가득한 복합문화 공간으로 변신시킨다는 목적으로 몇 년 전 정릉에 사는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진 뒤 주말마다 열린다.
개울장의 장점은 정릉천을 무대로 복잡한 도심에서도 맑고 깨끗한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물건을 사고파는 즐거운 한마당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어느 날은 풀피리 강습이 열려 어른과 아이 모두 즐겁게 풀피리 부는 법을 배웠다 이외 옷감에 직접 물을 들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염색체험장, 아이들을 위해 색색의 공을 준비해놓은 물놀이장도 있었다.
개울을 따라 걷다 보면 시원한 코발트블루의 차일이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에서 누구나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테이블이 길게 놓여 있다. 개울장 참가비는 없다 신청만으로 참여할 수 있다. 개울장을 소개하는 말처럼 우리 마을 주민, 청년, 예술가, 상인들이 모여 새롭게 만들어가는 개울놀이터다. 구에서는 마을 장터를 통해 청년 인력을 시장으로 유입해 정릉 시장의 활력을 증대시키고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청년들에게 새로운 도전 및 활동 기회를 주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긴 행렬을 이루고 있는 판매대가 재미있기도 해서 어떤 물건인지 찬찬히 구경하며 걸었다.
주로 팬시용품으로 액세서리나 향초, 가방 등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물품이 많았다. 젊은이들이 직접 제작한 수제 물건도 많았다. 가격도 1000원에서 2000~3000원이 대부분이어서 구입을 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재미있었던 장 풍경도 있었는데 어린아이가 자기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인형을 펼쳐놓고 구경하라고 외치는 모습이었다. 저 아이는 나중에 커서 야무지고 똑똑한 사업가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필자가 운동 겸 걷기를 하다가 잠시 쉬기도 하는 다리 밑에서는 젊은이들의 음악회가 열렸다. 기타와 건반악기 정도이지만 그 모습에서 필자의 젊은 날을 떠올리며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필자가 대학생일 때 기타 연주 정도는 기본이었다. 기타도 못 치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구나 통기타에 심취했다. ‘꽃반지 끼고’, ‘아침이슬’을 불러대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리운 마음으로 청년들의 연주를 감상했다.
우리 동네에 이런 행사가 있어 자랑스럽다. 자주 구경나와야겠다는 생각이다. 또 개울 장이 유명해져서 다른 동네에서도 보러 오고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더욱 발전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