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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시니어의 긍정적 노후 살기 비결은?
- 지난해 말 미국은퇴자협회(AARP)와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제2의 인생 연구’에서 미국 고령자를 대상으로 ‘노화’의 개념을 재정립했다. 연구에 참여한 시니어들은 건강, 재무, 관계, 죽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관념과는 다른 생각을 내놓았다. 그 결과부터 요약하자면, 이전보다 노화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연재를 통해 담고자 한다. 그 세 번째 순서로 ‘행복 추구’에 대해 알아봤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는 언제일까? AARP ‘제2의 인생 연구’에 따르면 ‘당신은 현재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매우 행복하다’라는 반응은 최고 연령대인 80대 이상에서 가장 많았다(34%). 같은 항목에서 가장 행복감을 적게 표한 연령대는 40대였다(16%). 40대 이하는 5명 중 1명꼴로 자신이 매우 행복하다고 여겼는데(20%), 이들 세대를 제외한 연장자 그룹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그 수치가 비례해 나타났다(50대 18%, 60대 21%, 70대 27%). 자신이 매우 불행하다고 여긴 이들 또한 70대, 80대 이상에서 가장 적었다(각각 10%). 또 85세 이상 고령자에게 인생에서 최고의 10년을 꼽으라는 물음에는 50대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행복의 정도와 낙관적인 태도는 일치하지 않는 경향이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얼마나 낙관적이냐고 묻자 80세 이상의 46%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 세대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가장 낮은 연령대는 60대로 44%에 그쳤다. 반면 40대와 50대의 경우 행복지수 대비 낙관지수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각각 51%, 48%). 상대적 수치를 떠나 절대적 수치만 바라본다면 미국 중장년의 절반가량은 자신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김동철 심리학 박사는 “해외 다른 논문들을 봐도 낙관도와 행복도는 별개로 나타난다”며 “낙관적 태도는 각 개인 본연의 기질에 따른 양상으로 나이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반면 행복도는 다를 수 있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일상의 스트레스가 약화되고, 질투, 좌절, 이기심 등 부정적 감정이 거의 사라지며 행복감은 더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실제 70세 이상 응답자 3명 중 2명은 스스로 ‘최상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며, 현재의 삶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삶의 질을 점수로 나타내는 항목에서, 10점 만점에 8점 이상 매긴 이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했다(40대 이하 20%, 40대 24%, 50대 37%, 60대 49%, 70대 61%, 80대 이상 66%). 이러한 현상에 대해 루이스 아론슨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대학 노인과 교수는 “심리학적으로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부정적인 것은 버리고 긍정적인 것을 우선으로 인지하게 된다”며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한다. 이때 가족과 함께하고 산책하는 등 일상의 소소한 부분이 큰 행복이었다는 걸 깨닫곤 한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90대 여성은 “나이 듦은 피할 수 없다. 노화를 부정적으로 여기면 시간이 지날수록 삶은 불행해진다. 그러니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물론 신체적 한계가 있지만, 일상의 모든 것에 매일 감사하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베카 레비 예일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노화에 대한 긍정적 믿음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역할을 하며, 건강하고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동기를 부여한다. 김동철 박사는 “노후에도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려면 약간의 ‘노동’은 필수다. 말이 노동이지 가벼운 소일거리 정도로, 재능기부나 봉사활동도 추천할 만하다. 자신의 행위가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 보탬이 됐을 때 더 큰 삶의 의욕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2022-10-2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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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처럼 따뜻한, 모나코와 칸의 햇살
- 니스에 머물면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 중에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모나코와 칸이 있다. 버스나 지하철로 한 시간 이내면 모두 가능한 거리여서 누구나 당연히 여행 코스에 넣지 않을 수 없다. 꼭 니스가 아니어도 근교의 생폴드방스나 에즈빌리지에서도 연결되는 교통편이 있으니까 알뜰한 여행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니스 일주일 살기가 끝나간다. ◇모나코(Monaco) 모나코에 대해서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밖에 아는 게 없다고 무엇이 문제인가. 생각부터 그레이스켈리의 모나코에 간다는 기분이다. 모나코행 버스 타는 곳에 기다리는 줄이 의외로 길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30분쯤 달린 버스 차창 밖으로 도시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마치 서울에서 시외버스 타고 가까운 수도권 도시 어드메쯤 온 듯하다. 니스 역에서 기차를 타도 30분 남짓 가까우니 잠깐 교외 나들이 나온 듯하다. 그러나 관광 국가답게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움과 넘치는 볼거리가 금방 압도한다. 여긴 미국의 영화배우에서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모나코다. 모나코는 국경선 길이 4.4㎞, 면적 1.95㎢., 로마 바티칸시티(0.44㎢)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 소국이다. 1297년 1월 8일에 독립한 나라로 프랑스 남동부 끝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몬테카를로가 가깝다고 했지만 일단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몬테카를로...”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저쪽으로~”라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이들의 당연한 손짓이 이 작은 나라의 주 수입원이 국제 중계무역과 카지노 산업이라더니 이렇게 체감시킨다. 몬테카를로로 가는 길에 있는 열대 정원 Jardin Exotique에는 주민인듯한 사람들이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휴식 중인 모습이다. 몇 걸음쯤 더 걸어가니 오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카지노 몬테카를로(Casino De Monte-Carlo)가 보인다. 그 옆의 노천카페엔 모나코를 즐기는 모습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게 뭐라고 무수한 저들은 이곳에 모여드는 걸까. 도박을 하는 건축물이라고 하기엔 고풍스럽고 우아하다. 파리의 오페라 극장을 설계했던 샤를 가르니에가 설계한 덕분에 고급 사교장 느낌이다. 카지노 앞에는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고급 자동차 전시장처럼 번쩍거리는 차들이 잔뜩 주차되어 있다. 이곳 카지노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모두 국가의 재정이 되고 중요한 관광산업으로 관리된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럭셔리하고 화려함이 더해진다. 아이러니한 점은 모나코 국왕에 의해 모나코 국민들의 도박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또한 병역과 세금이 없는 나라다. 그래서 세금을 피해 이주해온 부자들 덕분에 유난한 사치스러움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시내 전체가 관광지화되어있어서 지나가는 누구나 여행자 같아 보인다. 휴양도시인 모나코의 풍족한 삶을 보여주듯 카지노 주변엔 일반 가게처럼 쇼핑센터나 명품샵이 즐비하다. 유명 브랜드의 스포츠카가 내 옆을 계속 지나간다. 어쩐지 도박장 귀빈들의 거리로 특화된 양 요란하다. 볼거리 놀거리를 위해 만들어진 듯한 풍경이다. 우리가 태어나 세상을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또는 아프거나 뿌듯해하며 기쁘고 성내고 노력하며 산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일상을 모르는 사람들의 놀이터에 온 느낌이다. 그런 곳을 대충 챙겨 입은 여행자의 모습으로 심드렁하게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다. 느슨하게 온 몸의 긴장을 풀고 그렇게 어슬렁거리는 맛을 즐긴다. 모나코 사람들을 먹여 살려주는 카지노였기에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 나라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 Grace Kelly뿐이다. 모나코의 유일무일한 브랜드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의 왕자 레니에 3세와 결혼하여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았던 그녀다. 전설의 허리우드 여신에서 모나코의 왕비가 된 것이다. 모나코의 상징이기도 했던 그녀의 나라에 와 있다. 구시가지 언덕에 위치한 그녀가 살았던 화려한 모나코 궁전을 바라보며 살짝 가슴이 뛰기도 했다. 어릴 적 TV 명화극장에서 자주 보았던 그녀의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졌기 때문이다. 해안가의 거리에도 바닷가 미풍에도 그녀의 삶이 녹아있을 것만 같았다. 절벽의 절경에 잘 앉혀져 있는 이쁜 집들, 에흐귤르 항구에 가득하게 정박해 있는 고급 요트, 궁전과 대성당이 있는 구시가지를 지나 해양박물관도 볼거리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모나코 빌리지의 골목까지 걸어볼 수 있다면 아쉬울 게 없다. 해안가로 나와 눈앞에 펼쳐지는 도박꾼들의 화려한 요트로 가득 찬 항구를 멍하니 구경하다 보면 하나둘씩 가로등이 켜지고 지중해 저편으로 서서히 노을이 찾아온다. 어릴 적 알았던 영화배우의 나라에서 확인하듯 내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잠깐 머물다 온 ‘그레이스 켈리의 나라’ 모나코였다. ◇칸(Cannes) 일주일 동안 머물며 여유롭게 지내던 니스를 떠나는 시간이 오후 네 시다. 느슨하게 반나절 시간을 칸에서 보내고 출발하기로 했다. Nice Ville에서 Ter기차를 타고 열 정거장쯤 지나면 Cannes 기차역에 30분 만에 도착한다. 호기심과 신기함과 설렘으로 보내기 딱 좋은 30분이다. 기차 2층 칸에서 보이는 외곽의 풍경이 마치 서울을 벗어난 지하철 1호선 같다. 아침햇살이 쏟아지는 칸느역에 오가는 사람들. 긴장감이라곤 일 그램도 안 느껴지는 모습들. 여행 중엔 이런 모습을 부러워할 틈 없이 바로 전염되듯 나 역시 빠르게 긴장감 풀고 무장해제~. 지중해에서 가장 화려한 휴양도시 CANNES. 남국의 화려한 꽃과 달콤 새콤 향의 과일들이 길거리로 나오고 사람들은 어디든 마음대로 걷거나 주저앉거나 세상 편함 그 자체다. 칸느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벌이란 건물이 앞에 있다. 매년 5월이면 영화 축제가 열리는 곳,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칸느,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중의 하나인 Cannes 국제영화제는 우리에겐 이미 익숙하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가는 길엔 공사가 한창이다. 전도연이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곳을 그렇게 쓰윽 한번 보며 지나간다. 올해는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송강호 배우가 남우주연상도 탔다. 영화 배경 속을 걷듯 칸의 햇살 속을 걷는다.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시간 또한 즐겁다. 종려나무들이 즐비한 해안가에서 느긋하게 놀아보라. 해피바이러스는 이런 것이란 걸 알게 된다. 해안가로 나가보면 햇살 쏟아지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수많은 고급 휴양 요트들이 줄지어 있다. 지중해에서 가장 럭셔리하다더니 요트의 화려함이 아찔하다. 쏟아지는 태양, 짙푸른 바다가 마냥 눈부시다. 어딜 보아도 여유가 뚝뚝 떨어지는 풍경이다. 도무지 다른 세상이다. 이 도시는 사실 영국과 이탈리아를 오고 가던 유럽 사람들이 별장들을 세우고 요트들로 항구를 오고 가며 휴양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 역시 호텔과 카지노가 많아서 프라이빗한 휴가를 즐기거나 돈 많은 도박꾼들을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길거리 노천카페는 이미 테이블 세팅을 마쳤다. 칸느 역 주변으로 앙티브 거리(Rue d’Antibes)는 내가 보아도 알만한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있다. 프랑스 남부의 지중해 도시 칸. 도시 전체에 쏟아지는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내맡기고 카푸치노 한 잔 마신다. 지중해를 향해 앉아 그 햇살 한 번 원 없이 받아본다. 환한 태양 아래서 마음껏 누리던 사람들이 기억될 칸(Cannes)이다.
- 2022-10-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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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 삼성전자 부사장, ‘돌덩이’에 빠지다
- 책은 누군가에게 부족했던 영감을 주고, 뜻밖의 인연이 닿게끔 돕기도 한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부터 퇴직 후 지금까지 희귀 광물을 수집해온 이지섭 민자연사연구소 소장도 마찬가지다. 책을 통해 고인 생각을 정리하고, 지구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초석을 다듬었다. 또한 직접 펴낸 책 ‘광물, 그 호기심의 문을 열다’로 독자들과 만나며 수집과 연구에 대한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약 150평 규모의 민자연사연구소에는 다양한 빛과 보기 드문 기하학적 형태의 희귀 광물이 전시돼 있다. 이 남다른 3000여 점의 ‘돌덩이’들은 이지섭 소장이 40년 넘는 시간 동안 직접 모은 소중한 예술품이다. 멕시코, 케냐, 페루, 콩고, 모로코 등 원산지도 다양하다. 2010년 개장 이후 광물자원공사 임직원, 고려대학교 지구과학 전공학부 대학원생, 국립과학관 관계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 LED 빛을 받고 있는 그의 수집품들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남다른 분위기를 내뿜는다. 이 소장은 삼성전자에 36년간 몸담으며 대한민국 기업의 신화를 함께 쓴 인물이다. 흑백 TV를 만들던 때부터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겪었다. “삼성전자에서 새로 개발한 전자레인지의 품질 관리를 위해 미팅을 다녔습니다. 기획과 설계, 개발만 기업이 진행하고 협력업체가 생산하는 방식이긴 했지만,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제품이었어요. 좋은 품질 덕에 세계적 기업들의 수요가 높아 수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졌고, 자연스레 저는 해외 출장이 잦았죠. 그러던 중 1981년 우연히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들렀는데, 살면서 보지 못했던 희귀 원석과 광물이 가득하더군요.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돌 부자’가 된 삼성맨 금속공학을 전공했기에 원석과 광물을 책으로는 자주 봐왔던 그였다. 하지만 박물관에 전시된 돌들을 직접 보니 완전히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가난하던 어릴 적 냇가에서 반짝이는 돌을 주워 모으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 길로 뉴욕 자연사박물관을 나와 인근 기념품점에서 60달러를 주고 ‘쌍둥이 눈사람’ 모양의 마노(석영과 옥수가 혼합된 보석)를 샀다. 그 후로도 5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짬이 날 때마다 광물 시장이나 광산 인근 지방에서 표본을 구했다. 가벼운 산책길에서도 작은 돌, 바위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원석 수집에 사용했어요. 적지 않은 비용 탓에 아내와 마찰도 있었죠. 하지만 제가 퇴근 후 집에서 원석을 보고 미소 짓는 걸 보더니 아내도 이해해주더라고요. 지금은 아내와 자녀들도 원석 수집을 돕고 있어요. 수집품 중 일부는 아내와 가족들이 사서 선물로 준 것입니다.”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더 심도 깊은 취미활동을 위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광물을 향한 지극한 사랑에 전국 방방곡곡의 각종 소모임이나 연구 단체를 꾸준히 찾았고, 관련 서적을 수십 권 독파했다. 광물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직접 표현해보기 위해 그림도 배웠다. 민자연사연구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모든 전시물에 대한 역사와 과학적인 유래를 어렵지 않게 설명해주기 위함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여전히 자연과학에 대한 투자나 관심이 부족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연과학은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의 안내 책자에는 건축에 사용된 재료에 대한 설명이 면밀히 적혀 있습니다. 웬만한 과학 교과서보다 훌륭하더군요. 내부의 예술품들을 보기 전 외관의 요소부터 이해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광물은 그 무엇보다 인간의 역사와 생활에 밀접한 대상이거든요.” 미국 혹은 유럽처럼 대중이 지구과학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선 접근성을 높여 사람들이 다양한 광물을 접할 수 있도록 250개의 표본을 모두 모았어요. 아름다운 원석을 보면 ‘신기한 빛깔과 결정 모양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진 걸까?’ 궁금해하고, 자연스레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테니까요.” ‘격물치지’ 위한 광물 이야기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으로 젊은 시절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문학가로 알려졌지만, 광물학 연구에도 상당히 힘썼다. 지질 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소설이나 영화로 널리 알려진 ‘폼페이 최후의 날’ 들끓던 베수비오 화산을 네 번이나 등반했을 정도니 말이다. 이 소장 역시 어릴 적부터 동네의 유명한 ‘알고잽이’였다. 뭐든 알고 싶어 한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다. 평상에 누워 밤하늘을 보다 떨어지는 별똥별을 본 다음 날이면 그것을 줍겠다며 아침 일찍 집을 뛰쳐나가기도 했다. 그와 괴테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다름 아닌 호기심과 그에 따른 행동력이었다. 이 소장은 제대로 된 환경만 만들어주면 한국에도 괴테가 많이 탄생할 것이라 힘줘 말했다. “꿈은 박물관에서 자랍니다.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수집의 세계로 뛰어든 저처럼 말이죠. 학생들의 질문에 시달린 지구과학 선생님이나 꼬마 광물 박사의 성화에 연구소로 오는 부모님들을 보면 내심 뿌듯하기도 해요. 광물을 눈에 담으면서 설명을 듣는 것은 사진으로만 보는 것과는 다릅니다. 어떤 것이 계기가 되든 간에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는 건 확실해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지만, 길가의 흔한 돌에도 지구의 시간과 우주의 신비가 켜켜이 쌓여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생각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책 by 이지섭 돌의 사전 (야하기 치하루 저) “긴 세월 돌과 인류는 항상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이 돌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몰라요. 이 책은 광물이 어떻게 생성되고 발견됐는지,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는지, 또 우리 주변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돌이 만들어지고 순환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있어요. 특히 리엘가, 쿤자이트와 같이 연관성을 유추하기 어려운 돌 이름에 얽힌 신화와 전설은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너무 학술적이지 않아 광물과 원석, 보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지구 이야기 (로버트 M. 헤이즌 저) “카네기연구소 산하 지구물리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특유의 상상력과 시각으로 우리 행성이 수없이 반복해온 일들을 설명합니다. 원자 수준의 변화들이 어떻게 지구 구조의 극적인 전환들로 번역되는지 생생하게 그려낸 거죠. 사실 무수히 많은 돌은 인류 이전, 지구의 탄생과 더불어 시작됐어요. 빅뱅 이후 원시 광물의 탄생, 태양과 지구의 형성 등 총체적인 우주의 역사를 이해하면 오늘날 광물의 가치가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겁니다.” 광물, 그 호기심의 문을 열다 (이지섭 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쉽게 광물을 접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쓴 책이에요. 시중에 나온 책은 대부분 저자의 소장품 도록이 주된 내용이거나, 깊이 있는 전문 서적이었거든요.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들죠. 광물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낼 수 있게끔 여행에서 만난 광물들, 그에 관련한 경험담을 많이 풀어냈어요.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더 재밌잖아요.” 이탈리아 기행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 “광물 하나에만 집중하기보다, 관련된 다른 현상을 함께 바라보며 복합적인 시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은 괴테인데요. ‘이탈리아 기행’은 그가 1786년 9월부터 1788년 6월까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지인들에게 보낸 서한과 일기, 메모와 보고를 손질하여 엮은 책입니다. 괴테는 자연환경, 사회, 그리고 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었어요. 특히 식물학, 기상학, 지질학, 광물학, 색채학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연결성을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설정하며 세심한 관찰 기록을 남겼죠. 그의 행적을 따라가 보면서 겉으로만 알던 지식을 직접 보았을 때의 진실한 기쁨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2022-10-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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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가 바라본 알츠하이머성 치매 연구 조작의 전말
- 최근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을 필두로 치매 치료제 개발에 대한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놀라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바로 치매 연구의 ‘근간’이라 평가받는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의 논문 ‘조작설’이다. 치매 치료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전문가에게 이 사건의 전말과 앞으로의 영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치매는 현대인이 가장 피하고 싶은 노인성 질병이다. 치매는 크게 뇌 자체의 퇴행으로 인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뇌혈관 손상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 그리고 원인이 불분명한 치매의 3가지로 나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치매 환자의 약 60~70%가 앓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전 세계 대형 제약사들의 치매 치료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1907년 독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의 최초 보고 이후 100년 넘게 연구되었지만, 원인과 기전은 아직도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최상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약 6개월간 전문가들의 조사를 통해 2006년에 ‘네이처’에 발표되었고 2300여 회 인용된 미네소타대학 논문의 이미지와 데이터가 조작되었음을 보고했다.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진행기전과 관련해 특정 아밀로이드-베타(Aβ56)의 축적이 뇌의 기억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문에 대한 ‘사이언스’의 보고 발표 이후 주요 언론들은 이 논문으로 인해 미국 정부가 잘못된 알츠하이머성 치매 연구에 큰 예산을 사용했을 가능성, 글로벌 치매 연구 방향의 오류 유발, 그리고 대형 제약사들의 치매 치료제 개발이 늦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과학자로서 연구윤리에 어긋난 행동을 한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을 비난하고, 이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을 걱정하는 언론의 관점은 타당해 보인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언론들이 보인 과학 연구 검증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이로 인해 발생한 대중의 불안감 조성이었다. 인문사회 분야와 달리 과학 연구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검증이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기존 연구의 방향성에 영향을 줄 정도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관련 분야 연구자들은 확장된 대상과 변화된 조건 아래 유사 시험들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발표된 연구 결과의 신뢰성과 보편성을 검증하여 보고한다. 유전자 실험, 분자세포 실험, 그리고 동물 실험 등을 통해 축적된 결과들이 동일한 방향성을 보일 때 이는 하나의 가설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한두 개의 조작 논문이 최상위 학술지에 발표될 수는 있어도, 이러한 검증 과정을 통해 주류 연구에서는 배제되는 것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대한 아밀로이드-베타의 영향에 관한 연구는 미네소타 연구팀의 논문 조작 훨씬 전부터 이루어져왔으며, 1991년에 발표돼 3446회 인용된 데니스 셀코이(Dennis J. Selkoe)의 리뷰 논문을 통해 정리되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의 자료 검색 사이트인 펍메드(PubMed)에서 1984년부터 2022년 7월 말까지 찾아볼 수 있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아밀로이드-베타 관련 논문 수는 5만 1755개에 이른다. 이러한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아밀로이드-베타가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행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 가설로 받아들여졌고, 미네소타 연구팀이 주목했던 Aβ56이 아닌 Aβ40과 Aβ42가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연관된 핵심 아밀로이드-베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축적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2021년 미국 FDA는 아밀로이드-베타 제거를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를 목표로 한 아두카누맙(바이오젠)을 조건부 승인했고, 현재 임상에서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기존 치매 치료제들(도네페질, 메만틴, 갈란타민 등)이 치매 증상 완화 효과만 보이는 것에 비해,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두카누맙은 일부 임상시험자들의 치매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 아밀로이드-베타를 타깃으로 하는 다른 치료제인 레카네맙(바이오젠, 에자이)은 임상 3상 시험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얻은 결과는 또 다른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의 등장을 기대하게 한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의 개발과 진행 상황을 돌이켜보면, ‘사이언스’의 보고를 통해 대중과 언론의 많은 걱정을 받았던 알츠하이머성 치매 연구 조작의 영향은 미네소타 연구팀과 이들과 함께 치료제를 개발해온 제약사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개발에 미친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논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과학계의 엄격한 검증 시스템을 이해하고, 과학계를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임재홍 메디프론 중앙연구소장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일본 국립산업기술종합연구소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소 등에서 활동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방사선종양연구소 창립멤버로 종양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바이오 기업 메디프론에서 치매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 2022-10-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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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력과 치매의 연관성 "백내장 등 안과 질환 적극 치료해야"
- 미국은퇴자협회(AARP)에 따르면 시력 장애와 치매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ARP는 근간의 연구를 통해 시력 문제를 치료하는 것이 나이가 들며 발생하는 기억력 및 사고력 감퇴 요인을 낮출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시력 문제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잠재적으로 치매의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존스 홉킨스 공중보건대학에서 치매와 인지 저하를 연구하는 재니퍼 딜 연구원은 “알츠하이머를 퇴치하는 약물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정 가능한 위험 요소’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며 “최근 연구를 통해 시력 저하 문제를 치매의 수정 가능한 위험 요소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CDC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시력 장애를 겪고 있다. 이중 70~80%는 알맞은 안경을 쓰거나 백내장 수술을 통해 쉽게 교정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에 캘리포니아 대학 전염병학자 윌라 브레노위츠는 “충분히 예방 가능한 문제임에도 많은 노인들이 제대로 시력을 교정하지 않거나 백내장 수술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며 “시력 문제를 해결하면 무엇보다 노년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결과적으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쇠퇴를 늦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력뿐만 아니라 청력 역시 치매 위험성에 기여하는 감각 요소로 알려졌다. 2020년 랜싯 위원회(Lancet Commission) 보고서에 따르면 인지 문제와 오랫동안 연관되어 온 청력 상실은 치매의 수정 가능한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치매 사례의 약 9%를 차지한다. 연구원들은 시력 또한 청력과 동일한 매커니즘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이 시력 상실이 유사한 연관성을 가질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은 최근 몇 년 동안이다. 2021년에 연구원들이 개인을 관찰하지만 치료를 제공하거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관찰 연구에 대한 여러 가지 대규모 분석에서 시력이 손상된 노인이 결국 인지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안과학회지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시력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인지 장애가 있을 확률이 66% 더 높고 치매에 걸릴 확률이 109% 더 높았다. 한편 지난해 말 미국 의사협회 내과학 학회지(JAMA Internal Medicine)에는 백내장 제거 수술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이 그렇지 않은 동일 연령대보다 추후 치매 진단을 받을 확률이 30% 낮다는 내용이 실렸다. 연구원들은 “눈은 뇌의 연장선인 신경 조직이다. 따라서 신경 퇴행이 발생하면 눈뿐만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화 및 인간 발달 연구를 진행하는 듀크대학교 의과대학 헤더 휘트슨 소장은 “시력이 저하되면 청구서 지불이나 레시피 읽기 등 일상적인 작업이 더 어려워져 뇌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러면서 잠재적으로 다른 사고 및 기억 작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빼앗길 수 있다”며 “시각이든 청각이든 감각의 결핍으로 인해 뇌의 일부가 수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물론 시력이 저하됐다고 해서 무조건 치매로 연관 짓거나 의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확실성이 아닌 위험성 측면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하며 “현대 의학으로 시력 개선은 어렵지 않을뿐더러, 삶의 질 향상을 통해 잠재적인 치매 요인까지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2022-10-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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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 인상인 듯, 인상 아닌, 인상 같은 ‘슈링크플레이션’
- 평소 마시던 음료, 미묘하게 병이 얇아진 느낌이다. 간식으로 먹으려고 과자를 뜯었는데 손 몇 번 가니 다 먹었다. ‘원래 이렇게 양이 적었나?’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기분 탓이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사실 양이 줄어든 게 맞다. 슈링크플레이션이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줄어들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전반적·지속적인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기업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제품의 크기·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서 가격을 올린 것과 같은 효과를 내려 하는 현상을 말한다. 영국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이 만든 용어로,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이라고도 한다. 물가는 오르고 제품은 작아지고 최근 글로벌 경제 시장은 지속되는 물가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 기업들이 가격 인상 압박을 받게 된 것. 하지만 물가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된 상태에서 가격까지 올라간다면 판매가 줄어들 수 있어 슈링크플레이션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물가가 치솟고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 밀과 해바라기씨유 생산량의 28%, 62.6%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게다가 원유, 곡물, 가스 등의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또한 코로나19는 글로벌 유통망의 발목을 잡았고, 재료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결국 기업들은 제품 크기와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돌입했다. 쇼트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 등에는 소비자의 인증이 쏟아지고 있다. 시리얼, 과자, 음료수, 샐러드드레싱, 아이스크림, 지퍼팩, 샴푸 등 전반적인 부분에 슈링크플레이션이 반영되고 있다. 이를테면 15개 들어 있던 지퍼팩이 12개로 줄거나, 한 상자에 12개 들어 있던 과자가 10개로 줄어드는 식이다. 틱톡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해시태그는 2억 40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급등하자 재료 가격이 올랐고 외식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반찬 가짓수를 줄이거나, 국수에 들어가는 면의 양을 줄이거나, 원재료를 더 저렴한 것으로 대체하고, 리필 서비스를 없애는 방식이다. 인상인 듯 아닌 듯, 가격 오른 효과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은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보다 안의 내용물을 줄여 생산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익을 유지한다. 최종 소비자가격에 오른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면 판매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 소비자 저항을 낮추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인 셈이다. 물론 소비자로서는 같은 가격에 더 적은 제품을 사니 가격이 인상된 것과 다름없다. 기업이 이 전략을 취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제품량을 줄이는 것보다 가격을 올리는 데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기업은 내용물이 줄었거나 제품 품질이 낮아졌다는 걸 소비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뒤에 숨겨진 인플레이션’이라고도 불린다. 미국 소매 데이터 분석업체 ‘84.51°’이 발표한 ‘컨슈머 다이제스트 2022년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들은 슈링크플레이션을 체감하고 있었다. 용량이 줄었다고 느낀 품목은 과자류(51%), 시리얼(37%), 막대사탕(29%), 화장실 휴지(26%) 순이다. 하지만 응답자의 44%는 쿠폰이 있다면 용량이 줄었어도 구매 의사가 있다고 했으며, 41%는 같은 용량의 다른 브랜드를 구매하겠다고 말했다. 37%는 양이 줄었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용량을 줄인다고 소비자가 크게 이탈하지는 않을 것을 알 수 있다. 가격 인상 대신 용량을 줄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슈링크플레이션에 속지 않으려면 최종 소비자가격만 보지 말고 그램(g)당 가격을 비교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신제품’, ‘대용량’, ‘패밀리’ 등의 문구와 함께 포장이 바뀌었다면 용량을 줄이면서 포장을 바꾼 것일 수 있으니 역시 중량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 2022-10-0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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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은퇴협이 권장하는 50세 이후 필요한 백신
- 10월 중하순부터 12월말까지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이 무료로 시행된다. 독감에 걸리면 심장질환, 당뇨병 및 기저질환 등이 있는 노인에게는 치명적일 위험이 있어 매년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이러한 사항은 미국 시니어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10월 말까지는 독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50대 이상 시니어에게 필요한 백신들을 소개했다. 목록은 다음과 같다. ◇ 인플루엔자 백신 미국에서 매년 독감 관련 입원 환자의 50~70%는 노인층이다. 그러나 AARP의 집계에 따르면 50~64세 미국 성인의 절반만이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았다. 물론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독감에 걸릴 수는 있지만, 질병의 심각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독감 유행 시기는 10월에 시작해 3월 정도에 끝난다. 독감과 싸우는 항체가 체내에서 생성되는 데 약 2주가 소요되기 때문에 가급적 10월 이내 접종을 권고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높은 65세 이상의 성인에게는 고용량 버전의 백신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란셋 호흡기 의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용량을 접종한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표준 용량을 접종한 같은 연령대보다 입원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뉴 잉글랜드의학 저널 또한 고용량 백신이 표준 용량 대비 65세 이상 성인의 독감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 코로나19 백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높은 50세 이상 시니어라면 이전에 백신을 맞았더라도, 유행 변종을 피하기 위해 업데이트된(오미크론) 부스터를 맞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2022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터에 따르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백신을 맞은 또래보다 코로나 19로 사망할 가능성이 5배 더 높았다. 아울러 50세 이상 성인 중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최신 코로나19 백신이나 부스터를 맞은 사람보다 관련 질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14배 더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과거 약물이나 백신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던 경우라면 의사와의 상담 후 독감 예방 주사와 동시에 코로나19 부스터를 예약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 폐렴구균 백신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매년 다른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을 합친 것보다 폐렴구균 질환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았을 정도로 발병률이 높았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과 어린 아이들에게 심각한 증상을 보이며, 이로 인한 사망률은 노인층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PCV13(폐렴구균 백신 중 하나)이 사용 첫 3년 동안3만 건 이상의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과 3000명의 사망을 예방했다고 추정한다. AARP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성인의 약 65%가 폐렴구균 백신을 맞았다. 아울러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만성 질환자와 노인을 케어하는 사람들의 경우 건강하더라도 관련 백신을 접종하길 권장한다. ◇ Tdap 백신 또는 Td 부스터 Tdap 백신은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를 의미하며, Td는 파상풍과 디프테리아를 말한다. 이러한 백신에 대해 들어본 적 없거나 맞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접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성인의 경우 10년마다 Tdap 또는 Td 접종을 권고하며, 심각한 상처나 화상 등을 입은 경우라면 5년 후 접종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백일해 접종의 경우 12개월 미만의 아이를 돌보는 부모와 조부모라면 더욱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한다. 아울러 미국에서 백일해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65세 이상이라도 예방 접종은 필요하다. 간질 또는 기타 신경계 문제가 있거나 이전 백신 접종 후 심한 부기 또는 통증, 또는 길랭-바레 증후군이 있다면 의사와의 상담 후 접종을 진행한다. ◇ 대상포진 백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0세 이상의 경우 기존 대상포진 관련 백신을 맞았거나 이미 질환을 앓은 적이 있더라도 새로운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길 권장한다. 3명 중 1명은 일반적으로 50세 이후에 대상포진에 걸리며, 나이가 많을수록 그 위험성이 높아진다. 85세가 되면 적어도 2명 중 1명은 대상포진에 한 번은 걸렸을 것이다. 대상포진은 수두와 같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이 바이러스는 수두에 걸렸던 사람의 몸에서 수십 년 동안 휴면 상태를 유지하다가 스트레스, 약물 또는 질병 등으로 면역 체계가 약화될 때 다시 나타난다. 감염되면 불은 발진과 함께 고통스러운 수포를 유발한다. 환자의 약 15%는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지속되는 대상포진이나 극심한 신경통을 앓게 된다. 상태가 확실하지 않고 우려되는 경우 CDC는 백신을 다시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합니다. AARP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에 50~64세 성인의 16%가 대상포진 백신을 맞았다. 어린 시절 수두를 앓았던 적이 있든 없든 고령자라면 이 백신을 맞는 것이 중요하다. ◇ A형 간염과 B형 간염 백신 간 질환인 A형 간염과 B형 간염의 경우 고위험군인 50세 이상에게 예방 접종을 권고한다. 1995년 A형 간염 백신이 처음 출시된 이후 미국의 A형 간염 발병률은 95% 이상 감소했다. A형 간염의 경우 질환에 걸리더라도 뚜렷한 징후가 없다가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체액(혈액, 정액, 타액)이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몸에 들어갈 때 전염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6년 신규 B형 간염 건수가 2만 900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A형 간염과 B형 간염에 대한 혼합 백신도 있으며, 이 경우 6개월에 걸쳐 3회 접종하면 된다.
- 2022-10-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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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자 900만 명 넘었다… 초고령사회로 과속 진입
- 올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01만 8000명으로 처음으로 900만 명을 넘어섰다. 더불어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5162만 8000명)의 1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고령자 통계’에는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담겼으며, 고령인구 비중이 계속 증가해 2025년에는 20.6%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또한 2035년에는 30.1%,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20%는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고령인구 비율아 7.2%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14.4%로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17년이 걸렸지만 고령사회에서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는 불과 7년밖에 걸리지 않게 된다. 이는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라고 할 수 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도달하는 데 오스트리아는 53년, 영국은 50년, 미국은 15년, 일본은 10년이 걸린 바 있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고령인구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는 2022년 24.6명이며, 2035년에는 48.6명, 2050년에는 78.6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기준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지역은 전남(24.5%), 경북(22.8%), 전북(22.4%), 강원(22.1%), 부산(21%) 등 5곳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519만 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24.1%를 차지했다. 고령자 가구 중 3분의 1 이상인 187만 5000가구는 1인 가구다.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은 2021년 기준 4억 1048만 원으로, 전년 대비 6094만 원 증가했다. 부동산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9%로 가장 높았고, 저축은 13.8%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았다. 2021년 전체 이혼 건수는 전년 대비 4.5% 감소했으나, 65세 이상 남자와 여자의 이혼은 각각 13.4%, 17.5% 증가했다. 전체 재혼 건수 역시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65세 이상 남녀의 재혼은 남녀 각각 6.4%, 14.7% 증가했다. 더불어 지난 10년간 결혼과 이혼에 대한 고령자의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고령자 중 결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75.9%이며, 이는 지난 10년간 7.6%p 감소한 수치다. 결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고령자는 지난 10년간 6.1%p 증가한 19.2%로 집계됐다. 2020년 고령자 중 이혼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55.6%이며, 지난 10년간 25.3%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은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지난 10년간 15.9%p 증가했다.
- 2022-09-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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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서두르는 美 고령자 비결은 완성된 노후 준비
- 지난해 말 미국은퇴자협회(AARP)와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제2의 인생 연구’에서 미국 고령자를 대상으로 ‘노화’의 개념을 재정립했다. 연구에 참여한 시니어들은 건강, 재무, 관계, 죽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관념과는 다른 생각을 내놓았다. 그 결과부터 요약하자면, 이전보다 노화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연재를 통해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그 두 번째 순서로 ‘돈과 일’에 대해 알아봤다. ‘제2의 인생 연구’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자신의 재정 상태를 우수하게 평가했다. 이는 근래 미국 중장년이 은퇴 후 저축된 노후 자금에 한계를 느낀다는 여타 보고서들과는 상반된 반응이었다. AARP는 “요즘 시니어들은 저축한 자산이 부족할지라도, 그 안에서 절약하며 생활하는 노하우를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사례자 중 56세 재키 씨는 “예산에 맞추기 위해 늘 절약한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올라 걱정은 되지만, 그만큼 더 엄격하게 생활비를 관리할 계획이다. 절대 내가 가난한 노인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이러한 노인들의 재정적 현실은 젊은 층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타났다. 젊은 응답자의 약 37%는 은퇴 후 사회보장연금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실제 고령 응답자의 94%가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AARP는 “오늘날 삶의 패턴을 보면, 성인이 되어 약 40년 일하고 은퇴 후 20년가량 노후를 보낸다. 따라서 20여 년의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저축이 필수”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 시니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박지혜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은 “우리나라 가구 지출 통계에 따르면 고령일수록 평균 가구 지출이 낮아진다”며 “소비 자산에 맞춰 절약한다고 볼 수 있다. 70대에는 외식 등 재량소비 비중이 50대의 절반으로 줄고, 식료품, 주거·관리비, 보건 등 필수재 위주로 소비하며 노후를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45%가 국민연금을 받고 있고,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하여 생활하기엔 충분하지 않아 다른 노후 소득원과 생활비를 고려해 은퇴 자금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4%의 법칙이 깨지고 있다 널리 알려진 은퇴 자금 관리법 중 ‘4%의 법칙’이 있다. 은퇴 첫해에 저축한 자산의 4%를 꺼내 쓰고, 이듬해부터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만큼만 늘려 쓰면 최소 30년간 자금 고갈 없이 지낸다는 것. 이에 AARP는 최근 유례없이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개인에 따라 4%보다 적게 써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능한 한 저축 기간을 늘리고, 사회보장연금 수령 기간을 연기할 것을 조언했다. 이에 박 연구원은 “노후 자산을 인출할 때 물가상승 위험에 대한 대처와 은퇴 자산의 유지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4%의 법칙을 따르면 은퇴 기간 구매력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 단 과도한 물가상승 시 은퇴 자산 소진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으니 초기 인출액을 적절히 낮은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 개시 나이는 62세에서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조정되고 있다. 희망한다면 정상 수급 시점보다 최대 5년까지 연금을 앞당기거나 늦춰 받을 수 있는데, 그만큼 연금액은 재조정된다. 연금저축 및 퇴직연금은 55세부터 수령 가능하므로 퇴직 후 공적연금 수급 전까지 소득 공백기 대비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퇴 택하는 美 시니어, 한국은? 한편 많은 미국인이 자신의 예상보다 빨리 은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퇴직자의 57%는 65세 이후 은퇴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82%가 64세 이전에 은퇴를 맞았다. 대다수 응답자는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계속 일해야 한다. 개인의 보람, 가치 추구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AARP는 고령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한 과도기적 선택을 했다고 유추한다. 즉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처럼, 제2직업을 위해 제1직업 전선에서 물러나 준비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한국 시니어들은 어떨까? 박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평균 49.3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 소득활동을 이어가다가 72.3세에 이르러 실질적 은퇴를 한다”며 “특징은 한국이 OECD 국가 중 실질 은퇴 연령이 가장 늦고, 공적연금 수급 개시 후에도 소득활동 지속 기간이 10.3년으로 가장 길다는 것이다. 완전한 은퇴가 늦어지는 것은 경제적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소득의 일부를 꾸준히 적립해 연금 자산을 최대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2022-09-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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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투로 아파하는 당신에게… “나부터 행복해집시다”
-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1989)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시인은 자신이 지나온 모든 시간이 머뭇거림과 탄식과 질투로 가득했다고 고백합니다. 끝없이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했지만 끝내 한순간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참회합니다. 혹시 질투의 불길 속에서 자신을 태우고 있지는 않습니까? 질투로 아파하는 모든 분과 마음 미장공 아홉 번째 이야기 함께하겠습니다. 아직도 질투에 사로잡힌 당신에게 살림하는 전업주부로 산 세월이 많던 시절, 무릎 나온 바지에 애들 안 입는 낡은 티셔츠 입고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든 날 아침, 승강기에 같이 탄 이웃을 나도 모르게 훔쳐보게 됩니다. 옷차림부터 머리 매무새며, 들고 있는 서류가방, 풍기는 향수 냄새까지. 저는 물론 세수도 하지 않은 채입니다. 머리부터 발끝, 아니 구두 끝까지 제대로 갖춰 입은 또래로 보이는 여인. 역한 냄새 나는 쓰레기봉투를 든 나와 예쁜 백을 단정하게 든 그녀. ‘아 저 여자는 무슨 일을 할까? 얼마나 전문적이고 근사한 직종에 있는 걸까? 출근해서는 얼마나 재미 있고 또 의미 있게 하루를 보내고 돌아올까?’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보던 때도 많았습니다. 시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아이들 챙기느라 자신을 가꿀 수 없었던 제 모습이 창피스럽기도 했습니다. 발코니에서 내려다보이는 사람들 모습, TV에 나오는 유명인이나 드라마 속 주인공을 보다가 당신은 시기와 질투, 시샘하는 마음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까? 이 감정이 도대체 뭐길래 나를 초라하게 하고 내 신세를 형편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할까요. 질투의 대상과 거리 : 최소한 사촌은 돼야 배가 아프다 친구가 성공할 때마다 나는 조금씩 죽는다. -고어 비달, 미국 소설가 영성이 높은 한 수도사가 금식 기도하며 수련 중에 있습니다. 마귀가 아무리 유혹하고 훼방하려 해도 안 통합니다. “그런데 말이야, 오늘 교구 인사에서 당신 동생이 주교가 되었다고 하는데….” 말을 맺기도 전에 “진짜? 말도 안 돼” 하며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질투의 대상은 질투의 거리와도 밀접합니다. 부부나 연인, 형제자매, 친구 사이처럼 그 사람이 나와 얼마나 가까운지가 관건입니다. 거론한 대상이 자신과 너무 동떨어지고 격이 차이가 나면 질투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또래일 경우 질투의 불길은 활활 타오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사돈의 팔촌이 아니라 나와 가까운 혈연 관계인 사촌이 땅을 샀기 때문에 내 배가 아픈 법입니다. 평생 일면식도 없던 먼 친척이라면 아무런 감정도 일어나지 않기 마련이니까요. 만만할수록 불붙는 질투심 수십조 혹은 수백억 달러를 상속받았다거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일론 머스크한테 질투를 느끼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입니다. 막연히 부러워하거나 경탄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그러나 매일 같이 운동하는 이웃이 경매로 작은 아파트 한 채를 샀다거나, 내 옆자리 동료가 주식으로 3000만 원을 벌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대가 성취한 부와 행복의 크기가 내가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할 때 질투가 솟구칩니다. 또 이미 세상을 떠난 과거의 예술가나 과학자에게 질투가 일어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고인(古人)과 경쟁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동시대를 사는,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질투가 한결 커집니다. 질투는 시간적이나 공간적으로 나와 가깝고, 내용이나 크기로도 만만할 때 더 폭발해 마음을 상하게 합니다. 질투는 죄가 없다? 질투(嫉妬)라는 글자에서 질(嫉)의 핵심은 계집 녀(女)에 있는 게 아니라 병 질(疾)에 있습니다. 괴로워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증오하고 성급한 마음 때문에 근심하다 결국 나한테 독이 되고 남에게도 독이 되는 것. 이러한 괴로움이 질투에 들어 있는 병이라는 것입니다. 투(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에 돌을 던졌으니 병이 들 수밖에요. 말이나 행동, 관계 따위로 손해나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병든 상태가 질투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질투의 신은 누구일까요? 바로 젤로스(Zelos)입니다. 한자 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서는 질투를 칠거지악(七去之惡)의 하나로 꼽을 만큼 여자한테만 덮어씌웠는데, 서양에서 질투를 맡은 젤로스가 남신이라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젤로스는 폭력의 신 비아와 권력과 힘의 신 크라토스를 형제로, 승리의 신 니케를 누이로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양 문화권에서 젤로스는 질투의 개념보다는 경쟁, 열의, 전념 같은 긍정적인 뜻을 더 많이 함축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질투의 이중주 : 스타 탄생과 몰락 이야기 1937년 ‘스타 탄생’이란 이름으로 처음 영화로 만들어졌고, 2018년 세 번째 리메이크된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은 사랑 영화이자 음악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질투가 주인공 못지않은 역할을 하는 작품입니다. 애리조나 하늘같이 타오르는 그대 눈동자 날 보는 그대 눈길에 불타고 싶어 내 영혼 깊숙이 캘리포니아 황금처럼 묻힌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빛을 찾아낸 그대 목이 메고 할 말을 찾지 못해 헤어질 때마다 가슴이 아파 해가 지고 밴드가 연주를 멈출 때 우리 모습 영원히 이대로 기억할 거야 (중략) 그대가 날 바라보면 온 세상이 사라지고 우리 모습 영원히 기억할 거야, 이대로 -OST ‘Always Remember Us This Way’(우리 모습 영원히 이대로 기억해) 중에서 나를 발견해주는 사람을 조심하라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외모가 걸림돌이 되어 낮에는 웨이트리스로, 밤에는 무명 가수로 무대에 오르던 앨리(레이디 가가 분). 천재 기타리스트이자 컨트리 뮤지션으로 명성을 날리는 슈퍼스타 잭 메인(브래들리 쿠퍼 분). 순회공연 중 우연히 찾은 바에서 노래하는 앨리를 보고 잭은 첫눈에 ‘캘리포니아 황금처럼 영혼 깊숙이 묻힌’, 그녀도 몰랐던 내면의 빛을 발견합니다. 나를 찾아내고, 무대에 세우고, 나를 키워주고 응원하는 사람과 결혼한 그녀. 내 진가를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무대에서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를 기회를 주었으니, 두 사람은 이제 사랑밖에 할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내가 당신을 망쳤어. 당신이 부끄러워. 안쓰럽고 그래. 당신 더럽게 못생겼어. 얼굴에 자신이 없어서 남한테 잘 보이는 게 더럽게 중요하지.” 전성기에서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잭과 달리 앨리는 스타 시스템에 힘입어 대형 토크쇼에 초대되는가 하면, 그래미상 3개 부문 후보로 선정될 정도로 승승장구합니다. 기쁜 소식을 들은 바로 그날, 잭은 술과 마약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독설과 폭언을 퍼붓습니다. 심지어 신인상을 받게 되어 시상식에 초대된 날, 앨리가 수상 소감을 말하는 옆에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소변을 보고 맙니다. 그 뒤 마음을 다잡고 알코올 중독 치료도 하는가 싶더니, 아내 앨리의 대형 해외 투어를 앞두고 목을 매달아 세상을 등집니다. 한 여자를 살렸지만 자신은 살리지 못했던,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남자. 앞선 기형도 시인의 독백과 겹쳐집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죄 질투는 오로지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로 자신을 방치해 병이 되게 해서는 곤란합니다. 열의, 열정, 전념을 담당하는 젤로스 신을 불러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제가 처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게 된 것은 남편의 공이 큽니다. 그 옛날 원고지에 글 쓰던 시절, 시외삼촌의 권유로 타자를 배운 남편을 보면서 마음에 질투의 불씨가 당겨졌습니다. 하지만 질투에 굴복하지 않고 선의의 경쟁과 열정이란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꾸어 저도 당시 ‘한메타자교사’로 컴퓨터와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매우 가까이에 있는 친밀한 관계에서 생기는 질투를 내 삶의 좋은 에너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뭔가를 해내는 것을 지켜보는 건 자신에게 굉장한 자극을 주기 때문입니다. 질투를 놓아주고 나부터 행복해집시다! : 마음의 주인 노릇 질투에 함몰되어 자기 비하와 자학으로 자신을 파괴할 것인지, 그 감정이 나를 옭아매지 않도록 방향을 선회해 자기 발전, 자존, 자족, 건강한 자극으로 동기를 부여할 것인지 그 선택은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내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주인이 나일 때만 가능합니다. 마음이 괴로울 때마다 그 마음의 주인이 누구인지 질문해보세요. 질투는 남보다 나를 망칩니다. 내 화살로 나를 쏘는 것과 같습니다. 남을 질투할 시간에 나를 더욱 사랑해보면 어떨까요. 남과 견주며 끝없는 고통과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지 말고 나부터 행복해집시다.
- 2022-09-19 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