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족보나 문헌들을 조사해보면 고려시대(918~1392년) 임금 34명의 평균수명은 42.3세, 조선시대(1392~1910년) 임금 27명의 평균수명은 46.1세로 나타난다. 왕들의 수명은 40세 전후에 불과했던 셈이다. 조선시대 임금 중 가장 장수했던 임금은 21대 영조로,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을 뛰어넘는 83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그 시대의 장수 비결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필자는 시골에서 홀로 생활하시던 외조모가 몇 년 전 향년 92세로 굴곡 많은 생을 마감하시는 모습을 보며 100세 시대가 멀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 일반적으로 100세 시대란 사망 빈도가 가장 높은 연령, 즉 ‘최빈사망연령’이 90세가 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대략 2020년경이면 최빈사망연령이 90세가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의 의료기술 발달 속도와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고려할 때 5070세대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살 확률이 높다고 봐야 한다.
5070세대는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동안에도 자산 축적에 관심이 많았다. 즉 은퇴설계를 할 때도 수익률과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제는 축적된 재산을 유지하고 보전하는 일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열심히 저축하고 모아온 자산 등이 예상하지 못한 일로 한순간에 없어지거나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우리 코앞으로 다가온 100세 시대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위험과 우발적으로 생기는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앞으로 5070세대가 부딪칠 수 있는 대표적 위험 3가지를 살펴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자.
의료비 리스크
보장자산을 사망에서 노후 의료비로 재편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몇 명 정도 될까? 2015년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3159명으로 여성이 2731명, 남성이 428명으로 여성이 6배 정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자치부 조사에서는 100세 이상 인구를 17만562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1만4000명 정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 기준으로 말소 여부로 판단하는 반면 통계청은 인구센서스 전수조사를 통해 파악하는 조사 방법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필자는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더 생겼다. 과연 차이가 나는 1만4000여 명의 100세 어르신들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대부분은 거동의 불편과 질병 등을 이유로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치료 중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생명보험협회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수명, 즉 전체 평균수명(82.4세)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는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간이 76.4세라고 발표한 바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의 건강수명을 73.2세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 정도 병치레를 하다 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노후에는 질병이라는 달갑지 않은 친구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후 질병이 재무적인 측면에서 특히 위험한 이유는 일정 연령이 되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오래 살수록 그 위험의 정도가 급증하며, 질병의 정도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노후에 발생하는 질병은 자연스런 현상이란 점에서 건강관리만 잘하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겠지만, 완벽한 예방이 쉽지 않고 한 번 발병하면 치료비가 만만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노후에 발생되는 치료비는 가족에게 큰 부담이다. 건강보험공단(2015)의 조사에서처럼 연령이 증가할수록 1인당 연간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1인당 생애 총의료비가 65세 이후에 절반 이상 발생하는 것은 노후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5070 은퇴재무설계 관점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의료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 먼저 국민건강보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5070세대가 은퇴 후 의료비가 1000만원 발생했다면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요양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건강보험공단에서 63.4%(약 630만원)를 부담하고 나머지 36.6%(약 370만원)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개인부담분을 분해하면 건강보험 급여 대상 의료비의 20.1%와 비급여 의료비 16.5%다.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구조를 감안할 때 5070세대의 노후의료비 부담은 건강보험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부분을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5070세대가 2040 시절에는 가장의 유고에 대비한 사망보장 중심의 위험관리에 초점을 두었다면, 50대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후의료비 보장 중심의 위험관리로 보장 자산을 새롭게 리모델링해야 한다. 2040 시절에 가입해두었던 보험을 노후의료비 보장 중심으로 재검토하고, 행여 중복보장으로 인해 과도한 보험료 지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분석해 웰스(wealth)가 아닌 헬스(health) 시대에 맞도록 재편할 필요가 있다.
자녀부양 리스크
현명한 노후준비는 ‘자녀의 경제적 독립’
대한민국의 5070세대가 늙은 염낭거미를 닮아가고 있다. 염낭거미는 독거미의 일종으로 새끼가 먹을 것이 없으면 새끼를 위해 제 살을 먹이로 주는 습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 5070세대는 은퇴 후에도 성인이 된 자식 뒷바라지를 걱정하고 있다. 혹자는 자식뒷바라지가 100세 시대에 무슨 위험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를 낳았으면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까지 물심양면 지원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연금 외 변변한 수입원이 없는 상황에서 생물학적 성인자녀가 사회학적 성인자녀로 탈바꿈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따른 심리적 고충은 물론 경제적 부담도 만만찮다는 점에서 엄청난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경기침체에다 비혼(非婚)과 만혼(晩婚)이라는 사회적 현상까지 더해져 부모와 불편한 동거를 하는 성인자녀가 늘고 있다. 동거를 하지는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성인자녀도 꽤 많다. 이는 선배 세대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고민이란 점에서 5070세대에겐 새로운 리스크라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는 대학졸업 후 취업을 못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 곁에 머무는 자녀를 ‘낀 세대’라는 의미의 ‘트윅스터(Twixter)’라 부른다. 캐나다에서는 직업을 구하러 이리저리 다니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온다는 뜻에서 ‘부메랑키즈’, 영국에서는 부모 퇴직연금을 축낸다는 뜻에서 ‘키퍼스(KIPPERS: 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 이탈리아에서는 모친이 해주는 음식에 집착한다는 의미의 맘모네(Mammone)라고 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졸업 후 취업을 못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20~30대 젊은 층을 캥거루족, 취업을 했어도 경제적 독립을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30~40대를 신캥거루족이라고 칭한다.
이처럼 5070세대가 은퇴 이후 성인자녀를 부양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이들의 노후준비 자산은 급속하게 줄어들게 된다.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노후준비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개인이 처해 있는 상황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자녀부양 리스크에 대한 통일된 대처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조금 생각하면 실천할 수 있는 방안 두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부양기간과 지원 범위를 자녀와 함께 정하는 것이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에서 20~50대 성인을 대상으로 “언제까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하나?”라고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0.9%는 적어도 취업 전까지는 자녀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응답했다. 2008년에는 이 비중이 26.1%였던 점을 감안할 때 성인자녀의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자녀의 경제적 미독립이 게으름 등 개인적 소양 탓보다는 사회경제적 구조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황에서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이끌어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경제적 지원 범위와 기간을 자녀와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선에서 정하고, 독립을 이루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다 보면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둘째 소규모 청년창업이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소규모 청년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창업의 경우 어느 정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능력이 된다면 한없이 지원하고 싶지만, 5070세대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참 난감한 상황이다. 수년 전 은행에서 퇴직한 박씨(60)의 경우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땅과 아파트, 그리고 퇴직금이 전 재산이다. 그런데 명문대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을 하지 못하고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던 자녀가 어느 날 조심스럽게 창업자금을 요청하더란다. 지원을 해야 하나, 말려야 하나? 많은 고민 끝에 박씨는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고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자녀에게 사업계획서를 요청하고, 자금을 한꺼번에 지원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지원하며, 아버지가 아닌 채권자로서 계약서까지 썼던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혀를 찰 수도 있으나, 이런 일일수록 냉정하게 대하는 게 정답에 가까운 차선책인 것 같다.
금융사기 위험
내 돈 지키는 5가지 행동지침
뉴스나 드라마를 통해 은퇴자들이 어이없게 금융사기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드라마의 소재거리로 활용될 정도로 은퇴자들이 쉽게 금융사기 표적이 되는 이유는 뭘까? 주된 직장에서 물러난 은퇴자들은 비록 고정수입은 크게 줄어들었다 해도 퇴직금과 모아둔 유동자산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여기에다 금융시장의 변화에 둔감한 상황에서 줄어든 고정수입을 보충하고픈 조급한 마음에 고수익 상품에 대한 욕구가 커져 금융사기범의 미끼를 덥석 물 가능성이 높다.
미국 투자자교육재단에서는 금융사기를 당하기 쉬운 사람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① 50대 후반의 기혼자, ② 자신의 판단과 금융 지식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낙관적인 성격의 소유자, ③새로운 생각이나 판매 선전에 귀가 솔깃한 사람, ④ 최근에 건강 또는 금융상 어려움을 겪은 사람 등. 이 중에서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되는 사람은 금융사기에 당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단 한 번이라도 금융사기를 당하게 되면 힘들게 모아온 자산을 다 잃을 수 있다. 아래에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5가지 행동지침을 소개한다.
첫째, ‘아는 사람인데 잘해주겠지, 전문가이니까 잘해주겠지’라는 생각을 버려라!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울 수 있다. 이들은 오히려 고객의 이익보다 금융기관이나 종사자의 이익을 우선할 수 있다.
둘째, 금융업에 종사하는 개인이 제공하는 보고서가 아닌 금융기관의 보고서를 받아라! 가끔 개인이 작성한, 고수익을 보장하는 보고서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약속 뒤에는 대부분 고객의 자금을 유용할 의도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고수익을 미끼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호시탐탐 돈을 노리는 금융사기꾼이 주변에 널려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셋째, 배우자의 사망, 이혼소송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불현듯 다가오는 도움의 손길을 조심하자! 사람의 어려움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돈과 연관된 도움의 손길은 주변 사람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해도 늦지 않다. 채근하는 사람은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삶의 전환기나 시련기에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
넷째, 장점만 있는 금융투자상품은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때는 그 상품의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한 후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마지막으로 금융사기꾼이 노리는 것은 높은 수익률에 쉽게 흔들리는 고객의 마음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고수익을 확정 보장하거나 마감임박이라면서 투자 권유를 종용하는 경우 금융사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결혼을 하면 서로 사랑하고 관심을 갖기 때문에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오랜 상식이다. 여러 조사 연구에서도 독신자보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암, 치매, 폐렴 등과 같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고 평균수명도 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면 잔소리가 심한 배우자와 그렇지 않는 배우자 중 어느 편이 건강에 도움이 될까? 건강은 부부 금실과 비례할까?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10월호 회보에서 ‘배우자와 건강의 상관관계’라는 제목의 특집을 통해 이런 궁금증을 풀어줬다.
글 남진우 뉴욕주재기자 namjin@etoday.co.kr
1. 부부는 체질도 닮는다 오래 같이 산 부부는 외모만 닮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도 비슷해진다. 미시간대학 연구팀은 1500쌍의 노부부를 대상으로 한 혈액검사를 통해 신장 기능, 콜레스테롤 수치, 손의 악력, 우울증 등과 같은 건강 상태와 체질이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과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연구 팀도 결혼한 지 40년이 넘은 미국인 부부 1700쌍을 대상으로 한 공동 조사에서 오래 같이 산 부부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서로 거울을 보는 것처럼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 배우자의 우울증은 만성질환 요인
에든버러대학이 10만 쌍이 넘는 영국인 부부의 상담 및 검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만성질환은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배우자 정신건강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배우자가 우울증이 있으면 만성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식사, 생활습관, 부부가 공유하는 환경도 만성질환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3. 부인의 잔소리는 보약
미시간주립대학은 2016년 발간한 연구보고서에서 부인의 바가지는 남편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남편의 잔소리는 부인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인의 잔소리는 귀에 거슬리지만 남편에게 보약과 같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남편이 잔소리하지 않고 잘해주면 부인의 당뇨병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4. 긍정적 배우자는 만성질환의 백신
미시간대학이 노부부 2000쌍을 대상으로 4년간 조사 연구한 결과,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사고가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면 비관적인 성향의 부부에 비해 당뇨나 관절염 같은 만성질환의 발생률이 낮고 기동성과 운동능력도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5. 부부싸움 스타일에 따라 발생하는 질환도 다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과 노스웨스턴대학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부부싸움을 할 때 목청을 높이는 부부는 심장병과 혈압 관련 질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꾹 참는 스타일은 목과 척추질환 그리고 근육통으로 고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 운동습관도 닮는다
존스홉킨스대학은 최근 연구 조사를 통해 부인이 운동량을 늘렸을 때 남편이 운동량을 늘릴 확률이 70%나 높아지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비해 남편이 운동량을 늘려 권장 운동량을 달성했을 때 부인이 이에 동참할 가능성은 40%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7. 함께하는 다이어트는 역효과
다이어트는 부부가 함께하지 않는 것이 좋다. 콜로라도주립대학이 과체중 부부 5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부가 함께 다이어트를 할 경우 한 사람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다른 한 사람은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8. 나쁜 습관은 전염된다
배우자의 나쁜 습관은 배우자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맥길대학이 7만5000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6건의 국제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배우자가 제2형 당뇨병을 앓는 경우 상대 배우자가 당뇨병에 걸리는 비율이 26%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뇨병전기의 위험성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는 나쁜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공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우자가 당뇨병 진단을 받았을 경우 상대 배우자도 당뇨병 검사를 받거나 식습관을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9. 배우자 간병은 건강 저해 요인
배우자가 만성질환이나 중병을 앓으면 상대 배우자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뇌졸중의 경우 배우자의 건강에 장기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노스웨스턴대학의 셰릴 램피지 심리학 교수가 밝혔다. 뇌졸중을 앓는 배우자를 간병할 경우 첫해는 물론 이후 7년간 신체와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출산과 수명연장,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초고속 고령화가 진행 중인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는 한국 사회만의 특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과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9월 27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창조경제연구회(KCERN) 제29회 정기포럼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에 참여한 각계 분야 패널들의 조언을 담아봤다.
첫 주자로 나선 이남식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은 ‘고령화 위기 진단’이라는 주제를 발표하며 이번 포럼이 지니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 총장은 “디자인 분야에 있는 사람은 사용자(실제 고객)와의 공감을 중요시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시니어가 어떤 환경에 처해 있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며 “실질적이면서 훨씬 더 폼 나고 위엄 있게 노후를 디자인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토론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시니어 분야의 리더십을 발휘해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번 포럼의 주최 측인 창조경제연구회의 이민화 이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이사장은 “지구온난화보다 더 심각한 것이 고령화”라고 언급하며 “속도는 빠르게, 질은 나쁘게 늙어가는 게 한국의 문제”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KSM(KCERN Silver Model)을 제시해 고령화 현상 및 정책을 분석하며, 고령화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이 선행돼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공유경제와 긱(Gig) 이코노미의 등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긱은 일종의 소규모 밴드로 인력 매칭 직업의 종말과 프리에이전트의 등장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긱 플랫폼, 일본의 클라우드웍스 등 사례를 참고해 한국도 시니어 프리랜서와 사내 기업가 양성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초고령화 국가가 되기까지 10년 남았다. 만약 고령화가 선행된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에너지가 없을 것이다. O2O(Online to Offline)제도와 기술혁신 등으로 4차산업 완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두 발표자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김일섭 aSSIT 총장의 진행으로 패널 토론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운을 뗀 강시우 창업진흥원 원장은 “현실적으로 재취업이 어려운 은퇴자들은 대개 치킨집이나 편의점 등의 창업에 도전한다. 창업 경쟁이 과열되면 성공할 확률이 낮은데, 그보다는 기술창업 쪽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개인과 사회에 이롭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전국에 시니어창업기술센터가 23곳, 여기에 투입된 기업만 430여 개다. 이곳에서 중·장년들이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예산은 정부 보조금과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마련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시니어가 경제활동에 기여하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소기업의 창업지원을 돕고 있는 박광회 르호봇 대표는 “시니어 세대와 주니어 세대의 협력을 통해 청년과 고령자 취업 문제를 함께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협업 모델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은 멘토 모델이다. 은퇴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청년 세대와 공유하고,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배워나가는 등 세대 간 융합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민간의 지혜와 집단의 지성이 존중되는 형태로 그들을 돕기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 기획단 단장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은퇴자와 청년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단장은 “그동안 노인은 부양의 대상으로만 생각했지만, 고령화 사회에서는 경제의 주체가 돼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령자의 노동력을 저평가하는 연령 차별주의가 사라져야 하며, 시니어 스스로도 일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후의 경제력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유익한 삶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았다. 노호성 웰니스IT협회&협동조합 부회장은 ‘맞춤형 행복 플레이팅 서비스’ 시장을 개척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노 부회장은 “시니어 인력 활용에 대해 논의할 때 그들의 건강과 체력은 기본”이라며 “시니어의 체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젊은 세대와 차별화해야 한다. 가령 윗몸일으키기나 달리기 등은 그들의 신체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 없다. 자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시니어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제도와 서비스를 찾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구분해 각자의 형편에 맞게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재 이투데이 대표 겸 한국SR전략연구소 소장은 고령화 문제를 바라보는 언론인의 관점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컨트롤타워가 분명하지 않아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오갈 뿐”이라며 “고령화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책임감 있게 해결해나갈 주체가 필요하다. 연구소나 언론 등 객체의 역할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람찬 노후를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액티브 시니어가 많다. 그런 이들을 위해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사회의 큰 흐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함께 고민해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점심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함께하는 오찬이다. 지난 6월 이베이가 실시한 버핏 회장과 함께하는 연례 자선 오찬 참석 경매의 낙찰 금액은 346만 달러(약 40억원)였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 등 최고의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버핏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이면서 뛰어난 혜안과 겸손한 자세로 존경받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버핏 회장이 맨해튼의 ‘스미스 앤 월런스키’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오찬을 함께하지 못하는 은퇴자들을 위해 은퇴자금 관리비법을 털어놓았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월간지 7월호에 특집으로 실은 ‘워런의 지혜(The Wisdom of Warren) 10가지’를 소개한다.
글 남진우 뉴욕주재기자 namjin@etoday.co.kr
1. 비상시와 투자 기회에 대비해 현금을 보유하라
예기치 않은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이면 현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것이다. 은퇴를 하고 나이가 들수록 현금의 필요성이 커진다. 은퇴를 하면 월급이 나오지 않아 유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상금을 여유 있게 가지고 있어야 폭풍이 몰아쳐도 힘들지 않게 헤쳐 나갈 수 있다. 또 수익성이 좋은 투자 기회도 현금이 있어야만 유리하게 잡을 수 있다. 현금을 끈기 있게 보유하다 보면 최상의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2. 지루함을 참고 견더라
튀지 않는 기업이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례로 기저귀, 비누, 화장지 등 생필품을 생산하는 프록터앤갬블(P&G) 같은 기업은 첨단기술회사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커 보이지 않지만 세계 소비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P&G에 1986년 1000달러를 투자한 후 매년 나오는 배당금까지 재투자했다면 현재 시가로 3만2000달러에 달하게 된다.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기업이라면 지루해 보일지 모르지만 튀는 기업보다 좋은 수익을 보장해 준다. 버핏 회장은 이런 기업을 선택해 큰 성과를 올렸다.
3. 시장가격 지배력이 있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을 골라라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창조하는 것이 기업 성공의 지름길이다. 재구매가 일어나고 입소문을 통해 새로운 고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충성심이 강한 고객들은 더 비싼 값으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버핏 회장이 브랜드 가치를 보고 투자한 대표적인 기업이 코카콜라다. 코카콜라는 세계 3위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여 탄산음료에서 주스와 생수로 제품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강한 브랜드에 투자했을 때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원리다.
4. 우수한 경영인은 유망한 사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업이 성공을 하려면 경영인이 우수해야 한다. 우수한 경영인은 전략적 비전을 창조하고 기업이 이를 달성할 수 있게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립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같은 경영인이 대표적인 예다. 위대한 경영자와 강력한 사업 모델이 어우러졌을 때 장기적인 수익이 창출된다.
5. 실수를 최소화하되 실수를 통해 배워라
누구나 실수를 한다. 버핏 회장도 2013년 영국의 최대 식품유통회사인 테스코에 투자했다가 회계문제가 드러나면서 주가가 폭락해 4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투자 실수를 극복하는 열쇠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손실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처음에는 몰랐던 경고신호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신호를 감지할 수 있으면 반복적인 실수나 더 큰 미래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투자 실수를 꼼꼼히 기록해 놓으면 훌륭한 투자의 길잡이가 된다. 이 교훈을 자녀나 손주들과 공유하면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6.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고수하라
광범위한 주식시장을 전부 파악하지 못해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버핏 회장은 1990년대 말 인터넷 혁명을 감지하지 못해 기술업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000년대 초에 발생한 기술주 폭락사태를 피해갈 수 있었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익숙한 금융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에 집중해서 자신의 통찰력을 활용하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
7. 구매력을 높여나갈 수 없는 투자는 피하라
버핏 회장은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금의 경우 2011년 세계 공급량이 1926㎥ 였다. 그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162만㎢의 미국 농지와 16개 엑손모빌 공장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이 규모의 농지에서는 매년 2000억달러 상당의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고 엑손모빌 공장에서는 400억달러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데 비해 금에 투자를 했을 경우 시세 차익 외에는 아무런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 당장 수익이 필요하지 않다 하더라도 성공적인 기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배당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은퇴자들은 지속적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분야에 투자를 해야 물가가 오르더라도 구매력을 유지하거나 높여나갈 수 있다.
8. 유망한 주식이라도 과도한 시세에서는 사지 말라
유망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너무 비싼 시세에 주식을 사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버핏 회장은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도 주가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산다. 실례로, 얼마 전 국제 유가 폭락으로 에너지기업의 주가가 급락했을 때 버핏 회장은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평소에 관심 있는 주식의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있다가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면 그만큼 투자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인내심이 커지기 때문에 투자에 유리할 수 있다.
9. 매입했으면 가급적 장기 보유하라
좋은 결정을 한 번 내리기는 쉽다. 하지만 결정을 자주 내리다 보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순간, 주식거래 수익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처음에 종목 선택을 잘해 수익을 올렸다가도 다음 결정이 잘못되면 수익이 사라지거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유망한 주식을 너무 일찍 매도한 후 다시 매입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큰 수익을 놓치는 셈이다. 중요한 매입 결정을 한 번 내린 후 장기 보유를 하면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주식을 장기 보유하라는 뜻은 아니다. 가급적이면 결정의 횟수를 줄여야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실수할 기회가 많을수록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10. 혁신적인 투자를 피하지 말라
투자자는 수익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때로는 혁신적인 생각과 박애주의적인 투자에서 더 높은 수익이 창출된다. 2008년 버핏 회장은 제너럴 일렉트릭(GE)에 투자를 하면서 “GE는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강력한 리더십과 브랜드를 감안했을 때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 당시 GE는 신재생에너지인 풍력과 우주항공엔진 기술, 영상 의료장비 등과 같은 신사업 분야에 뛰어든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인류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이 개발됐고 상당한 수익도 올렸다.
미국인들도 여름철에는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쓴다. 우리처럼 보약이나 보양식을 챙겨 먹지는 않지만 종합비타민, 오메가 3, 글루코사민 등 다양한 건강보조제를 항시 복용한다. 삼복더위를 뜨거운 음식으로 이기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비법이 우리에게 있듯이 미국인에게도 나름의 건장 유지비결이 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회원들에게 전해 주는 ‘여름철 건강 상식 20가지’를 소개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신기술 개발 붐을 타고 청력이 약한 신중년을 위한 신상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음성인식 기술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다양한 신제품 덕분에 청력 약화로 인한 불편을 많이 덜 수 있게 됐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최근 선정한 청력 약한 시니어를 위한 신제품 13가지를 소개한다. 일부 제품은 미국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른 시일 내에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 집에 얹혀살면서 어린이처럼 처신하는 현상이 미국에서도 새로운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캥거루족, 키덜트(Kidult), 어덜테슨트(Adultescent) 같은 신조어에도 익숙해졌다. 제 앞가림을 못하는 자녀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의 속앓이가 심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애지중지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이런 현상에 대한 학계의 연구와 언론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전문가들의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AARP(미국은퇴자협회)가 5월호에 게재한 ‘끔찍한 22세들(The Terrible 22s)’이란 제목의 특집 내용을 소개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시각 :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요즘 20~30대인 밀레니얼 세대는 애지중지 키웠더니 제 구실을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그건 한쪽에 치우친 말이다. 정말 문제는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다. 원인을 제공했고 날개까지 달아줬다. 줄리 리스코트-하임스 스탠포드대학 교수는 그의 저서 에서 “많은 부모가 자녀를 지나치게 보호하고 간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힘든 경험을 해보지 않은 밀레니얼 세대는 온실의 난처럼 현실 적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20대일 때는 해외여행이나 연수를 가도 부모가 일정을 세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엽서나 편지 한 장 보내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당시 부모는 자녀가 20세가 되면 성인으로 인정하고 자신의 일을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뒀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 첫 봉급을 받을 때까지 생필품과 방값을 지원해 주면 부모의 책임을 다했다고 여겼다.
이런 경험을 한 베이비붐 세대가 자신들의 자녀를 대하는 태도는 전혀 딴판이다. 성인이 된 자녀를 여전히 품안에 끼고 있다. 자녀와 함께 지내면서 내밀한 생활까지 공유하려는 욕심 때문일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와 같은 현대기술 덕분에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베이비부머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을 이용해 자녀의 일상생활과 고민을 낱낱이 파악하고 간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자녀의 연예나 결혼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결혼할 생각이 없는 청년과 몇 년째 교제를 하고 있는 딸에게 시간 낭비니 단교하라고 종용하는가 하면 중매 사이트에 자녀의 세세한 이력과 취향까지 올려 배필을 물색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자녀의 직장 생활에까지 발 벗고 나서는 부모도 적지 않다. 회사에 전화를 걸어 자녀의 취업인터뷰 절차를 알아보는 것은 기본이고 연봉 계약과 승진 문제로 직장 상사와 직접 상담을 하고, 자녀의 업무 성과까지 평가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자녀가 어린이일 때보다 부모의 역할이 더 커진 셈이다.
미국 부모의 과보호 현상은 지난 1979년, 당시 여섯 살이던 에단 파츠가 학교버스를 타러 가다가 행방불명되면서 미국 전체가 공포에 빠진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에 1980년대 초 미국 어린이의 학력이 세계 수준에 못 미쳐 국가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내용의 대통령 보고서가 발간되면서 ‘헬리콥터 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학생 6명 중 1명이 불안증세로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을 정도로 정신력이 약해졌다.
부모가 병원 예약에서부터 선물 구입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일을 대신해주니 자녀는 성인이 되어도 사소한 일조차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부모는 아들딸이 도움 없이도 잘 지내게 되면 자신은 쓸모없는 늙은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듯한 분위기다.
네브래스카의 임상심리학자 제인 워렌은 “좋은 가정에서 곱게 자란 자녀들의 자립심이 더 낮은 것은 아이러니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부모와 함께 있을 때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니 독립할 이유가 없어진다. 부모들도 고분고분 잘 따라주는 자녀와 함께 살고 싶으니 독립이 반가울 리 없다. 맨해튼의 심리치료사 제리 애게이트는 “자녀가 독립하면 부모는 책임을 다했다는 생각이 우선 들지만 자녀로부터 소외된 느낌도 들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리건주립대학 리처드 세터스턴 교수와 작가인 바바라 레이는 공동 저서 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 특히 어머니에게 조언과 자문을 받을 뿐 아니라 동료애와 위안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덕분에 세대 차이가 많이 좁혀지고 있다. 1970년대나 1980년대와는 달리 자녀의 생각이 부모와 닮아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자녀의 주위를 빙빙 돌면서 스스로 자유로운 생활을 접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면을 감안할 때 이제는 자녀들이 21세기에 직면할 문제를 스스로 해결토록 하는 공동 목표를 세우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음 세대가 번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자녀인 밀레니얼 세대의 시각 : 부모님은 몰라요
베이비붐 세대는 헌신적인 노력에도 자녀들이 무기력하고 생활을 꾸려갈 준비도 안 됐다고 낙담하고 있는 것 같다. 공포와 수치심이 뒤섞인 숨 막힐듯한 태도로 자녀를 대하는 느낌마저 준다. 밀레니얼 세대를 평가절하하는 근거없는 이야기도 많이 나돈다.
입사 면접에까지 부모와 함께 간다는 소문이 단적인 예다. 이 이야기는 2013년 9월 월스트리트저널에 ‘면접장까지 부모와 함께 가야 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됐다. 인력관리회사인 아데코가 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한 이 기사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응답자의 8%가 입사 면접에 부모와 함께 갔고 3%는 자리를 같이했다는 내용이다. 사실을 제대로 파악해 보면 황당해진다. 차가 없는 자녀를 면접장까지 차로 데려다 주고 면접장 주위에 앉아 기다린 부모의 비율을 집계한 통계를 왜곡해 큰 제목으로 기사화한 것이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미국에서는 부모가 어디든 차로 데려다 주는 것은 자연스런 일상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왜곡된 점이 없지 않다. 2013년, 25~34세인 남성의 수입은 1980년 그 또래의 남성에 비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18.5%나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기간 젊은 여성의 수입은 40.5%나 증가해 전체적으로 보면 그 전 세대와 수입 차이가 별로 없다.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하위 60%는 부모세대 때보다 재정상태가 훨씬 열악하다. 1989년, 18~34세의 젊은 성인들은 평균 3300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했으나 2013년의 그 또래는 77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학자금 융자가 빚 증가의 주요인이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가 과거 부모세대에 비해 더 많이 파산했냐 하면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대학을 졸업한 경우 베이비붐 세대보다 형편이 더 낫고 고등학교 이하 학력의 경우는 부모세대 때보다 수입이 훨씬 떨어지는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이런 자녀를 위해 옹호자, 친구, 상담사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녀와 좀 더 가까워지려 하고 있다. 하지만 자녀의 생각은 좀 다르다. 부모가 자신만의 소셜미디어 영역에 깊숙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하고 있다. 부모 집에 같이 사는 것도 밀레니얼 세대만의 현상은 아니다. 1911~1924년에 태어난 가장 위대한 세대 때는 대공항의 여파로 직업을 구하지 못해 부모와 함께 지낸 캥거루족이 더 많았다. 고용여건이 악화되고 임대료 부담이 가중되면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요즘 직장 상사들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문자를 주고받느라 근무를 태만히 하지만 일일이 나무랄 수 없어 포기하고 만다”고 말한다. 하지만 근무 태만은 밀레니얼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징계를 하거나 해고를 하면 될 일을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밀레니얼 세대는 아직 젊다. 앞으로 수십 년을 살아가면서 미흡한 생활능력을 키우고 재산도 모으며 자녀도 낳아 기를 것이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보면 밀레니얼 세대도 다른 세대와 별 차이가 없다. 더 예민한 부모가 있을 뿐이다.
신대륙 미국도 더 이상 신세계가 아니다. 3억2000만 명의 인구 중 50세 이상이 1억900만 명으로 3분의 1을 넘어섰다. 인생 후반기를 맞은 미국의 신중년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돈 걱정 없이 사는 것이 소망이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회원용 월간지 3월호에 신중년들이 지켜야 할 자산관리의 7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1. 돌발 상황에 대비하라
예기치 않은 일이 항상 생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가용 재원의 10% 정도는 언제라도 활용이 가능한 현금 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이 좋다. 한 종목의 주식에 가용 재원의 5% 이상을 투자하거나 한 종류의 자산에 가용 재원의 20% 이상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배당금, 이자, 임대료 등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자산에 50% 이상을 투자하라. 주식(S&P) 투자 수익의 71%는 배당에서 나온다.
2. 꿈이 아니라 현실을 추구하라
큰 꿈과 야심으로 가득 찬 창업자들 중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은퇴자금도 현실에 잘 맞춰 관리해야 한다. 투자 수익을 지나치게 높게 예상하는 것은 금물이다. 원금이 사라지는 역모기지(주택연금)는 권장할 만한 자산관리기법이 아니다.
3. 건전한 피해망상증을 가져라
자산을 관리할 때는 항상 주위에 돈과 명성과 꿈을 빼앗으려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라. 자산관리 상담사, 변호사, 부동산 중개인 등과 같은 전문가라 하더라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4. 의심스럽거나 자신 없는 거래는 아예 피하라
투자나 금전 거래를 할 때는 확실한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들과도 이야기해 보는 것이 좋다. 투자나 거래를 하는 목적과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등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체면이나 인간관계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하는 투자나 거래는 실패할 위험성이 높다.
5. 계산된 위험만 감수하라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어떤 위험이 나타날지 알 수가 없다. 경험했거나 잘 알고 있는 분야에 투자하라. 투자에는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미 예상됐거나 과거 자료와 경험을 통해 파악된 위험은 더 이상 위험이 아니다.
6. 어떤 것이라도 문의하고 협상하라
유선방송요금, 무선통신료, 병원비 등의 청구서가 왔을 때 자세히 문의하고 협의를 하다보면 요금을 낮추거나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경우가 많다. 흥정과 협상은 상대방을 현혹시키거나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손해를 피하거나 득을 볼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7. 경청하고 계속 배워라
거래가 뜻하는 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를 생각하라. 구입한 주택의 감정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낮게 나왔을 때, 가족이 갑자기 어려운 일이 생겨 하는 수 없이 정기저축을 해지했을 때, 무언가 느끼고 배워야 한다. 성공한 사람은 이런 경험을 확실한 교훈으로 삼으며 나이에 상관없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알고 더 현명해져야 한다.
돈 관리는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운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물가나 자산 시장의 변화를 어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살이처럼 돈 관리도 마음가짐과 행동 변화에 따라서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 판단해서 노후생활에 결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미국 은퇴자협회 1월호에 실린 ‘금전관리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7가지의 결정적인 오류’ 부분을 정리했다.
죽을 때까지 쓸 돈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참 좋은 일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낙관적인 자세를 갖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금전 문제에서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미래를 낙관해서 저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지출을 많이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돈 관리에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철저히 절약하고 저축하는 사람들이라 은퇴 후에 오히려 넉넉할 수 있다.
텍사스테크대학(Texas Tech University)의 마이클 핑케(Micheal Finke) 개인자금관리 전공 교수는 가장 좋은 예방법으로 통장에서 자동 저축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퇴직연금에 가입해서 급여에서 자동으로 이체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뮤추얼 펀드나 정기저축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제품을 구입하면 정말 기분은 좋지만 이 기쁨은 오래 가지 못한다. 새로운 사치품을 구입하는 쾌락적 느낌은 금방 사라지고 또 다른 신제품을 찾는 행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항상 자기보다 나은 신제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의 저자인 조나단 클레멘츠는 신제품 구입을 결정할 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신제품을 구입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실제 구입하는 것 만큼이나 즐거워질 때가 많다.
요즘 같은 저금리시대에는 돈 관리에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저축을 해봐야 이자가 거의 없고 그렇다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돈이 묶이거나 손해를 볼 수도 있어 마땅찮은 상황이다. 그러다 보면 그냥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보통예금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된다. 저물가라 하지만 그것이 장기화되면 엄청난 이자 손실이 발생한다.
보통예금보다는 저축성 예금계좌를 이용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CD 등 단기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금리라고 하지만 이것이 장기화되면 큰 이자가 된다.
무력감과는 반대의 개념이다. 누가 어떤 주식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충동적으로 투자하다 보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미끼다. 전혀 위험없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지만 주식은 오르내릴 수밖에 없고 떨어지면 겁이 나서 그냥 팔아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단 행동을 자제하고 많이 생각하라. 심리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박사는 그의 저서 에서 인간은 2가지 방식으로 사고한다고 밝혔다. 급하고 감정적이며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방식(시스템 1)과 느리고 논리적이며 의식적이고 계산하는 사고체제(시스템 2)다. 시스템 1에 가까운 사람은 천천히 생각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시스템 2에 가까운 사람은 찬반과 장·단점을 논리적으로 생각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맹신하기 쉽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요청하는 것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 카네기멜론대학의 조지 로웬스타인 경제학 및 심리학 교수는 이런 성향을 아부성향이라고 표현했다. 상대방의 솔직한 제안을 거절하게 되면 신뢰를 못하는 것처럼 비치지는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성향이다. 그런 제안을 한 사람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거절하지 못하고 비싸게 구입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제안하는 사람을 신뢰하되 맹목적으로 제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완전히 납득이 될 때까지 여러 각도로 질문을 해보고 따져야 한다. 로웬스타인 교수는 “바로 행동하는 것을 절대 자제해야 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과 상의 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 정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좋은 투자는 투명하고 단순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위험 고수익을 좇다보면 낭패를 당한다. 아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점검하더라도 고수익상품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위험 없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같이 보이는 투자상품이나 제안은 일단 피하라. 세상에 남을 부자로 만들어 주기 위해 사는 사람이나 상품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러 은행에 계좌를 열거나 투자를 분산시키면 제대로 관리가 안 된다. 세월이 가고 집이나 직장을 옮기면서 여기저기 계좌를 열다보면 정리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계좌를 통합하여 자금관리를 질서 있게 해나가야 한다. 은퇴 예정일에 맞추어 주식과 채권을 통합 관리하는 펀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금관리 상담전문가에 자문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상담전문가도 고객의 취향에 맞춰 즉흥적으로 투자하는 등 비슷한 잘못을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살아가면서 자주 부딪히는 일이 돈 부탁이다.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으면 돈 부탁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대부분 거절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부탁이라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놀부같이 행동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인심 좋은 키다리 아저씨 역할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본주의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까?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사례별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소개한 ‘돈 부탁에 대처하는 법’을 알아본다.
◇번거롭지만 문서를 만들어 서명하라
친척이나 친구로부터 돈 부탁을 받을 경우
가장 흔한 일이다.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여유가 없을 때는 그런 사정을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금융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중립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대응 그냥 빌려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우선 얼마나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갚을지, 이자를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간단한 문서를 작성하여 서로 서명하는 것이 좋다. 갚지 않을 때 법정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빌려간 후 딴소리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일을 돕도록 하는 등 다른 보상방법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좋다. 되돌려 받지 못하더라도 선물로 준 셈 칠 수 있어야 한다. 꼭 돌려받아야겠다면 귀금속 같은 담보물을 받아두어야 한다.
◇도울 여력이 있나 자문해 보라
SNS로 기부 요청을 받을 경우
절친한 친구가 SNS(페이스북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기부를 부탁했다. 갑작스런 사고로 크게 다쳐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오랜 직장 동료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 친구는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모금활동을 하는 등 동료의 딱한 사정을 널리 알리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대응 SNS나 웹사이트를 통한 기부 요청에 선뜻 응하기는 쉽지 않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손쉬운 부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친구에 대한 신뢰다. 부담 없이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 보고 결정하면 된다. 사정이 딱한 사람에게 직접 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선단체에 기부할 때보다 더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
◇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
여러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전문회사를 통해 펀딩을 추진하게 되는데, 미국의 경우 Kickstarter와 Indiegogo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유캔펀딩’이 유명하다. 이 방식으로 진행된 ‘박태환 국민 스폰서’ 프로젝트의 경우 7000여만 원이 모이는 등 파급효과가 크다.
◇감정적 협박에 굴하지 마라
자녀가 분에 넘치는 학자금 융자를 요구하는 경우
7자녀 중 큰딸이 등록금이 매우 비싼 예술대학을 다니겠다면서 학자금 융자를 위해 연대보증해 달라고 보채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융자해 주지 않으면 부녀의 연을 끊겠다고까지 하는데...
대응 감정적 협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머지 자녀들의 등록금도 댈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융자서류에 서명해서는 안 된다. 자녀의 협박에 단호히 맞서는 것이 현명하다. 등록금 부담이 크지 않은 주립대학을 다니게 하는 것이 자녀는 물론 자신을 빚더미에서 구하는 길이다. 결국 장녀는 융자금 연대보증을 받지 못하자 부모와는 말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대신 고모의 연대보증을 받았으나 1학년을 마친 후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융자금을 갚느라 애를 먹고 있다.
◇돌려받지 못한다고 마음을 먹어라
친구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경우
주택 매매로 큰돈이 들어왔는데, 빚에 시달리고 있던 20년 지기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이 친구는 열심히 일했지만, 남편이 아직 공부를 하고 있고 자녀들도 취학 전이라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사정이 딱해 5000달러를 생활비로 보태주었는데도, 카드빚을 갚아야 한다면서 1만 달러를 더 빌려 달라고 하니...
대응 아름다운 우정에 금이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친구의 사정이 가슴에 아리지만, 돈을 돌려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돌려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라면 빌려줘도 좋다. 결국 그 친구에게 1만 달러를 빌려줬고, 친구 남편이 학업을 마친 후 열심히 일해 반 이상을 벌써 갚았다. 친구는 재정적으로 탄탄해졌고, 두 사람의 우정도 더욱 단단해졌다.
◇여유가 없을 땐 성의만 표시하라
장례식 비용을 부탁받을 경우
경제 사정이 어려운 여동생이 22살 먹은 아들이 자살을 하자 장례를 위해 6000달러를 빌려달라고 했다. 그럴 형편이 안 되니 화장을 할 것을 제의했는데, 여동생은 아들이 불쌍해 화장은 할 수 없다며 정통적 장례식을 고집했다.
대응 형편이 된다면 장례비 일부라도 빌려주는 것이 좋다. 여동생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고 두고두고 기억하게 되기 때문이다. 형편이 정 안 된다면 화장을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 결국 여동생은 친구에게서 돈을 빌려 장례식을 치렀다. 가족들이 나름 성의를 보였기 때문에 사이가 나빠지지는 않았다.
◇황당한 사정이라도 경청하라
믿기 어려운 이야기하며 급전을 부탁하는 경우
과테말라 망명자 출신인 보모가 동생이 납치됐다며 몸값 5000달러를 빌려달라고 간청했다. 오랫동안 일한 보모이지만 믿기 어려운 이야기라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대응 과테말라에서는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납치당하는 경우가 많다. 부탁을 무시했다가 큰일이 벌어지면 크게 후회할 수 있는 상황. 여유가 있다면 돌려받지 못해도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빌려주는 것이 좋다. 결국 급전으로 1000달러를 빌려줬고 나머지는 보모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구해 동생이 석방되었다. 그 후 1000달러도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