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풀어 드립니다] 돈 부탁에 대처하는 법

기사입력 2015-10-06 08:45 기사수정 2015-10-06 08:45

살아가면서 자주 부딪히는 일이 돈 부탁이다.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으면 돈 부탁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대부분 거절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부탁이라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놀부같이 행동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인심 좋은 키다리 아저씨 역할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본주의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까?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사례별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소개한 ‘돈 부탁에 대처하는 법’을 알아본다.

◇번거롭지만 문서를 만들어 서명하라

<사례 1> 친척이나 친구로부터 돈 부탁을 받을 경우

가장 흔한 일이다.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여유가 없을 때는 그런 사정을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금융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중립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대응 그냥 빌려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우선 얼마나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갚을지, 이자를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간단한 문서를 작성하여 서로 서명하는 것이 좋다. 갚지 않을 때 법정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빌려간 후 딴소리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일을 돕도록 하는 등 다른 보상방법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좋다. 되돌려 받지 못하더라도 선물로 준 셈 칠 수 있어야 한다. 꼭 돌려받아야겠다면 귀금속 같은 담보물을 받아두어야 한다.

◇도울 여력이 있나 자문해 보라

<사례 2> SNS로 기부 요청을 받을 경우

절친한 친구가 SNS(페이스북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기부를 부탁했다. 갑작스런 사고로 크게 다쳐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오랜 직장 동료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 친구는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모금활동을 하는 등 동료의 딱한 사정을 널리 알리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대응 SNS나 웹사이트를 통한 기부 요청에 선뜻 응하기는 쉽지 않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손쉬운 부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친구에 대한 신뢰다. 부담 없이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 보고 결정하면 된다. 사정이 딱한 사람에게 직접 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선단체에 기부할 때보다 더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

◇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

여러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전문회사를 통해 펀딩을 추진하게 되는데, 미국의 경우 Kickstarter와 Indiegogo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유캔펀딩’이 유명하다. 이 방식으로 진행된 ‘박태환 국민 스폰서’ 프로젝트의 경우 7000여만 원이 모이는 등 파급효과가 크다.

◇감정적 협박에 굴하지 마라

<사례 3> 자녀가 분에 넘치는 학자금 융자를 요구하는 경우

7자녀 중 큰딸이 등록금이 매우 비싼 예술대학을 다니겠다면서 학자금 융자를 위해 연대보증해 달라고 보채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융자해 주지 않으면 부녀의 연을 끊겠다고까지 하는데...

대응 감정적 협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머지 자녀들의 등록금도 댈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융자서류에 서명해서는 안 된다. 자녀의 협박에 단호히 맞서는 것이 현명하다. 등록금 부담이 크지 않은 주립대학을 다니게 하는 것이 자녀는 물론 자신을 빚더미에서 구하는 길이다. 결국 장녀는 융자금 연대보증을 받지 못하자 부모와는 말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대신 고모의 연대보증을 받았으나 1학년을 마친 후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융자금을 갚느라 애를 먹고 있다.

◇돌려받지 못한다고 마음을 먹어라

<사례 4> 친구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경우

주택 매매로 큰돈이 들어왔는데, 빚에 시달리고 있던 20년 지기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이 친구는 열심히 일했지만, 남편이 아직 공부를 하고 있고 자녀들도 취학 전이라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사정이 딱해 5000달러를 생활비로 보태주었는데도, 카드빚을 갚아야 한다면서 1만 달러를 더 빌려 달라고 하니...

대응 아름다운 우정에 금이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친구의 사정이 가슴에 아리지만, 돈을 돌려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돌려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라면 빌려줘도 좋다. 결국 그 친구에게 1만 달러를 빌려줬고, 친구 남편이 학업을 마친 후 열심히 일해 반 이상을 벌써 갚았다. 친구는 재정적으로 탄탄해졌고, 두 사람의 우정도 더욱 단단해졌다.

◇여유가 없을 땐 성의만 표시하라

<사례 5> 장례식 비용을 부탁받을 경우

경제 사정이 어려운 여동생이 22살 먹은 아들이 자살을 하자 장례를 위해 6000달러를 빌려달라고 했다. 그럴 형편이 안 되니 화장을 할 것을 제의했는데, 여동생은 아들이 불쌍해 화장은 할 수 없다며 정통적 장례식을 고집했다.

대응 형편이 된다면 장례비 일부라도 빌려주는 것이 좋다. 여동생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고 두고두고 기억하게 되기 때문이다. 형편이 정 안 된다면 화장을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 결국 여동생은 친구에게서 돈을 빌려 장례식을 치렀다. 가족들이 나름 성의를 보였기 때문에 사이가 나빠지지는 않았다.

◇황당한 사정이라도 경청하라

<사례 6> 믿기 어려운 이야기하며 급전을 부탁하는 경우

과테말라 망명자 출신인 보모가 동생이 납치됐다며 몸값 5000달러를 빌려달라고 간청했다. 오랫동안 일한 보모이지만 믿기 어려운 이야기라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대응 과테말라에서는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납치당하는 경우가 많다. 부탁을 무시했다가 큰일이 벌어지면 크게 후회할 수 있는 상황. 여유가 있다면 돌려받지 못해도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빌려주는 것이 좋다. 결국 급전으로 1000달러를 빌려줬고 나머지는 보모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구해 동생이 석방되었다. 그 후 1000달러도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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