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브라운관에 울려 퍼졌던 이 말. 바로 ‘영원한 뽀빠이’ 이상용이 라는 군인 대상 TV 프로그램 사회를 보면서 마지막에 외치던 멘트다. 어느새 칠순을 훌쩍 넘긴 그는 요즘 인기 강연자로서 제2의 인생을 숨가쁘게 살고 있다. 그런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 사회자였던 그의 소식을 우리는 듣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프로그램의 종영, 그리고 오랫동안 이어졌던 그의 침묵 뒤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전히 ‘뽀빠이’다운 건강을 뽐내며 살고 있는 그를 만나 현재와 과거를 잇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활동 안 하세요?”
‘뽀빠이’ 이상용과 식사를 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인데, 식당 주인이 살갑게 물어왔다. 로 전국을 누비며 당대 최고의 MC로 활약했던 그를 한참 동안 TV에서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물을 것이다. 그는 특유의 너털웃음을 날리면서 대답했다.
“너무 많이 해요.”
그 말대로다. 그는 요즘 하루에 서너 개의 강연을 뛰고 있다. 한 달이면 쉬는 날을 빼고 대략 오륙십 건에 달한다. 기자가 그를 만난 것도 중구보훈회관의 강연이 끝난 뒤였다. 1990년대 전성기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그는 다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73세의 나이에.
죽지 않으려고 한 운동
이상용이라고 하면 누구나 ‘건강’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듯이, 그는 7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태어날 때부터 체질이 건강해서 그런 것 아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나는 기초 체력이 약하지. 여섯 살 때까지 누워 있었거든. 일곱 살 때 처음 걸음마를 뗐어요. 그래서 안 죽으려고, 삶의 의욕이 강했지.”
그에게 건강은 태어날 때부터 얻은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해서 쟁취해야 할 어떤 것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임신한 상태로 아버지를 만나러 열 달 동안 부여에서 백두산까지 걸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아버지는 만나지 못했고, 다시 부여로 돌아와 그를 낳았다.
열 달 동안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한 어머니에게서 나온 그는 12세까지 여덟 가지 병을 앓아야 했다고 한다. 그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13세에 아령 운동을 시작해 18세에 미스터 대전고와 미스터 충남, 미스터 고려대, 고대 응원단장을 거쳐 ROTC 탱크 장교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는 우리가 아는 ‘뽀빠이’의 삶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살아 있음에 감사
그에게 70세가 넘어서도 젊음을 유지하는 건강 비법을 물어봤다.
“건강? 밥 먹으면 돼. 오래 살려면 나이를 먹으면 되고. 그리고 숨쉬기 운동이 중요해. 숨쉬기 운동은 하다가 안 하면 죽어(웃음).”
슬쩍 치고 들어온 농담과 함께 그는 자신이 평생 담배, 술, 커피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찬물을 마신다고 한다. 밤 동안 속에 쌓인 노폐물을 씻기 위해서다.
“아침은 치즈, 계란, 바나나 하나씩 먹어. 소식이야. 그리고 저녁은 일찍 먹고. 최근에는 콩비지와 두부를 좋아하게 됐어. 고기는 일주일에 두 번 먹고.”
그는 인생의 마지막 승리자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인명은 제천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는 날까지 사람들이 자신만 보면 즐거워지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단다.
“사람들이 내 강연을 들으면서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내가 헛살았다’ 하는 생각을 하면 좋겠어.”
모든 것을 무너뜨린 억울한 누명
이상용과 를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989년 4월에 처음 방송을 시작해 1997년 3월에 종영된 는 군인 위문을 예능으로 만든 신선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국민 예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특히 마지막 코너인 ‘그리운 어머니’는 를 상징하는 코너로 무수히 패러디되었다. 하면 “뒤에 계신 분은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를 외치는 장병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의 사회자였던 이상용은 를 의미하는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건이 터진다. 공금횡령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당시 그는 사회봉사와 모금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가 특히 주력한 것은 심장병 어린이 돕기 사업이었다. 그런데 1996년 11월
녹화 도중 정체불명의 남자들이 들이닥쳤고 녹화가 중단됐다. 그들은 경찰이라고 주장하면서 심장병 어린이 기금 횡령 혐의로 이상용을 수사한다고 했다.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갔고 온갖 매체에서 그를 횡령범으로 몰았다. 사실 확인도 제대로 안 된 출처 불명의 소문들이 퍼져나가더니 마치 진실인 양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벤츠 S500을 탄다, 집이 40억짜리다, 만 평이나 되는 땅이 있다….’
진실은 얼마 안 가 드러났다. 검찰에서는 조사를 착수한 지 3개월 만에 그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심장병 어린이 돕기 사업을 이용해 횡령을 일삼은 파렴치범’이라는 누명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다. 언론에서는 제대로 된 해명 기사도 내주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아무도 나한테 확인조차 하지 않았어. 얼마나 답답하고 원통한지.”
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살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상용은 42만원 들고 미국으로 떠났다. ‘벤츠S500을 탄다’는 괴소문과는 달리,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82억원을 쓴 그는 돈 한 푼 없었다. ‘횡령범’ 이미지가 씌워져 방송에서 활동할 수도 없었다. 먹고 살려고, 돈을 벌기 위해 떠나야 했다. 미국에서 관광버스 가이드로 일하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훈장을 세 개나 받았는데 ‘한 명도 수술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고 대서특필하면 40년간 해온 일이 어떻게 돼? 나쁜 놈들이야.”
도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걸까? 누가 그에게 누명을 씌운 걸까? 자연스럽게 의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혹자는 그가 당시 제안받은 국회의원 출마를 거부했기 때문에 정치권의 보복을 받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불쾌하다는 듯 그때의 기억을 단답형으로 무뚝뚝하게 말하는 이상용의 목소리에는 아직 씻지 못한 분노와 억울함이 느껴졌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심장병 어린이 돕기 사업도 그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그는 전 재산을 털어가며 무려 567명을 치료했다. 그러나 치료받은 아이들 중 단 3명만 연락이 닿았다.
“내가 한 일에 대해 후회는 안 해. 다만 좀 서운한 것뿐이지. ‘고맙습니다’ 한마디만 해줘도 좋을 텐데…. 그런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못 나서는 게 아닌가 싶어.”
그렇게 힘든 시절, 이상용에게 위로가 됐던 것은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 김동길 박사가 해준 말들이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걱정 마라. 눈이 왔다. 쓸지 마라. 봄이 오면 눈이 녹고 너는 나타난다’고 말씀하셨고, 법정 스님은 ‘자루에 너를 넣고 흔든다. 많이 담으려고 그런다. 하루 종일 흔들지는 않을 것이다. 땅에다 놓으면 흔들림은 없어지고 너는 많이 담기는 자루가 된다’고 말씀 주셨지. 김동길 박사는 ‘강물이 흐르다 보면 위에서 오줌 누는 놈이 있다. 그렇다고 강이 지려지지 않는다. 너는 흘러가서 큰 바닷물이 되라’고 말씀하셨고.”
그는 고마운 사람들이 자신에게 해준 말대로, 자신을 폄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내버려둔단다. 그들은 이쪽에서 상관하지 않으면 스스로 죽는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파란만장한 사건들을 견뎌내면서 단단해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멋지게 살다 간 놈’으로 기억되고 싶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는 매일 명동성당에 간다. 아침 6시면 성당에 앉아 있는 그를 볼 수 있다. 눈비가 와도 멈추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문득 그의 얼굴이 보살 얼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그가 겪은 일들, 그리고 그것을 견뎌낸 세월이 새겨졌기 때문일까.
“법정 스님이 ‘너는 불자다’라고 말씀하셨지. 내 얼굴이 지장보살인데, 지장보살은 베푸는 보살이라고 하시면서 절도 다니라고 하셨어. 그래서 절도 다녀(웃음).”
그는 사회를 보는 것보다 강연하러 다니는 게 마음이 편하다면서 외로울 때는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사우나, 그리고 독서를 하지. 내가 책을 좋아해.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기도 하고.”
그의 큰딸은 쉰 살, 아들은 마흔두 살, 외손주는 열일곱 살이다. 그는 자제들이 잘 자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자신이 어떻게 기억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우직하게 한마디로 말했다.
“멋지게 살다 간 놈.”
그는 마지막으로 독자들을 위해서도 한마디했다.
“브라보 독자님들, 뺏으려고 하지 마시고 주세요. 악착같이 사는 모습을 보이지 마세요. 측은합니다. 돈은 쫓아가면 도망가고 외면하면 찾아옵니다. 그저 오늘을 즐기세요.”
한의학에서는 약재와 사람에 대해 차갑다, 뜨겁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한의학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체질이 더운지 찬지 어림짐작은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더운 체질, 찬 체질은 어떻게 구분하는 것일까?
덥다는 것과 춥다는 것은 활동성의 차이다. 더워지면 빨리 움직이고, 차가워지면 천천히 움직인다. 일종의 운동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을 살펴보자. 더워지면, 봄여름이 되거나 낮이 되면 만물은 땅 위로 솟구쳐 자란다. 잎과 꽃을 틔우고 피우며 움직이며 에너지를 발산한다. 추워지면, 즉 가을겨울이 되거나 밤이 되면 만물은 땅속 또는 집 안으로 들어간다. 잎과 꽃을 오므리고 움츠리며 활동을 최소화시키고 잠이 든다. 여름에는 음식물이 빨리 부패하지만 겨울에는 잘 상하지 않는다.
동물은 크게 변온동물과 항온동물로 구분한다. 변온동물은 계절과 낮밤의 변화에 그대로 순응한다. 하지만 사람은 항온동물이라 계절 변화에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즉 36.5℃의 체온을 유지하려고 한다. 여름에 덥거나 운동해서 열이 나면 인체는 열을 식히기 위해 땀을 흘린다. 겨울에 춥거나 몸이 차가워지면 인체는 추위를 극복하려고 몸을 떨거나 이를 부딪친다.
인간의 체온은 36.5℃ 근방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체온은 늘 변한다. 화가 나도 올라가고 술을 마셔도 올라가며 밥을 많이 먹어도 올라간다. 반대로 굶으면 내려가고 마음이 안정되어도 내려간다. 한의학에서 사람의 체질에 대해 ‘뜨겁다, 차갑다’고 표현하는 것은 체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체온이 올라가려는 성향인지, 내려가려는 성향인지를 두고 표현하는 말이다. 즉 체질이라는 것은 속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도를 말하는 것이다.
더운 체질의 사람의 체온은 36.5℃보다 높아지려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몸은 땀을 흘리거나 소변과 대변을 보거나 가래, 탈모, 눈꼽 등으로 열을 밖으로 배출하거나 찬물을 찾는다. 일종의 자가 수랭식으로 열을 식혀 36.5℃의 체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또는 피를 체표면으로 보내 얼굴이나 손바닥, 피부가 붉어지는데, 일종의 공랭식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것이다. 더 심하면 피부병, 염증으로 열을 내보내 몸을 식히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36.5℃의 항상성을 늘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더운 체질의 사람은 기운이 충만해 목소리도 크고, 활동량도 많으며, 식욕도 좋다.
찬 체질의 사람의 체온은 36.5℃보다 낮아지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은 자주 오한을 느껴 옷을 껴입거나 움츠리거나 따뜻한 물을 찾는다. 또 핫팩을 껴안고 살거나 밤에 소변을 자주 본다. 이런 식으로 36.5℃의 체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찬 체질의 사람은 기운이 약해 목소리도 작고, 활동량도 부족하고, 식욕도 좋지 않다.
이처럼 더운 체질, 찬 체질이라는 표현은 36.5℃라는 수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려는 경향성, 즉 벡터(vector)를 말하는 것이다.
약재의 성질이 뜨겁다, 차갑다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는 환경에서 더워지려는 노력을 하는지, 차가워지려는 노력을 하는지 그 경향성을 보는 것이다. 바나나, 야자는 무더운 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증산작용으로 땀을 흘려 차가워지려고 노력한다. 두리안도 열대에 살지만 자신의 몸을 뜨겁게 해서 외부 열기가 열기로 느껴지지 않도록 적응했다. 그래서 그 약성도 뜨겁다. 사막의 선인장은 고온건조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진액을 머금고 스스로 서늘해지기를 선택했다. 가평의 잣나무와 소나무는 잎을 침엽수로 만들어 열을 보존한다. 그래서 겨울에 잣을 먹고 송편에 솔잎을 넣고 쪄서 추위를 이기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약재의 노력을 몸에 재현시키는 것이 한약이다.
시베리아에 사는 근골이 단단한 사람에게 제주도의 잣을 먹이면 열 보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사는 허약한 사람에게 시베리아의 잣을 먹인다면 열과 에너지 보존에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환경에 적응하려는 생물의 선택이 한열로 나타난다. 따라서 같은 종이라도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한열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더운 체질은 식욕이 좋아 많이 먹는 경향이 있다. 또 몸에 찌꺼기가 남아 피가 탁하고 성인병이 생기기 쉽다. 이런 사람은 열대의 서늘한 열매나 넓은 잎채소를 먹어 피부를 통해 열이 쉽게 발산되도록 해줘야 한다. 쌀은 안남미나 묵힌 쌀, 통곡을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수생식물과 해조류 섭취를 통해 피를 맑게 해주는 것이 좋다. 여름에 더위가 심하면 미숫가루나 콩국수를 자주 먹는데, 더운 체질에게는 평소에도 적합한 음식이다.
찬 체질의 사람은 식욕이 없는 편이고 기운도 없다. 이런 사람에게는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이 좋다. 둥글둥글하고 속이 꽉 찬 씨앗류, 열매류(밤, 복분자, 오미자)가 좋다. 밥에는 좁쌀, 찹쌀을 섞어 먹는 것이 좋다. 구운 마늘, 부추, 보신탕, 사골국도 좋다. 몸이 찬 체질의 사람은 너무 싱겁게 먹지 말아야 한다. 염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죽염이나 토판염을 쓰는 것이 좋다. 겨울에 추위가 심하면 면, 떡, 빵, 묵을 먹는데 찬 체질에 좋은 음식들이다. 다만 소화가 잘되도록 반찬이나 양념을 곁들여야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음식의 한열은 조금씩 달라야 한다. 뜨거운 체질이라고 해서 겨울에도 차가운 음식이 좋은 것은 아니고, 찬 체질이라고 해서 여름에도 뜨거운 음식만 먹을 수는 없다. 체온을 잘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관건이다. 에서는 봄에는 서늘하게, 여름에는 차게, 가을에는 따뜻하게, 겨울에는 뜨겁게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개괄적인 조언일 뿐이다. 여름에도 가끔씩은 뜨겁게 먹어줘야 하고, 겨울이라도 차갑게 먹어줘야 할 때가 있다. 즉 여름에 수박을 자주 먹다가도 보신탕, 삼계탕을 한 번씩은 먹어주라는 말이다. 여름에는 겉은 뜨거워지고 속은 차가워지기 쉽기 때문에 보신탕, 삼계탕을 한 번씩 먹어 속을 데워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겨울에는 면, 떡, 빵, 만두, 고기를 자주 먹다가 가끔씩 냉면, 메밀국수를 먹어주면 좋다. 겨울에는 겉이 차가워지고 속이 뜨거워지기 때문에, 냉면, 메밀국수, 동치미 등의 음식으로 속을 식혀주면 좋다는 의미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1978년, 필자는 아이 둘을 데리고 남편을 따라 영국으로 갔다. 동경 경유, 알래스카에서 기름 보충, 그리고 비행기를 갈아타느라고 드골공항에서 두 시간이나 기다려야 해다. 그곳에서 만국 인간박람회에 온 듯 온갖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을 봤다. 우물 안 개구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당시 필자는 호기심이 철철 넘치는 눈으로 다가온 동전 수집가 프랑스 꼬마에게 우리나라 동전을 설명하며 챙겨주기도 했다. 일본은 알면서 코리아는 전혀 몰라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나라라고 간단히 말해줬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아 나오니 남편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인가 걱정했는데 차를 타자마자 불평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내용인즉슨 곧바로 아프리카 출장을 보름간 가야 한다는 거였다. 어렵게 수속을 밟아 먼 낯선 땅에 내리자마자 듣게 된 청천병력 같은 소리였다. 하도 날벼락 같은 일이어서 그 뒤의 말들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남편이 윗사람에게 밉보였나? 그래도 그렇지 남편만 믿고 따라온 가족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사람 됨됨이가 못된 상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쨌든 남편은 동양인들이 가는 일본 식료품 가게로 가서 쌀과 식료품을 대충 사가지고 와 우리가 머물 곳에 내려놓고는 주머니에서 지폐 한 다발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갔다 올게” 하고 퉁명스럽게 한마디하곤 나가버렸다. 평소 인색했던 남편도 남아 있는 가족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내 잘못도 아니건만 잔뜩 볼멘소리였다. 아이들은 다시 떠나는 아빠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놀기에 바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저녁 준비를 하며 남편이 없는 동안 어찌 보낼까를 곰곰이 생각했다. 비행기 음식에 질려 있던 아이들은 필자가 해준 밥을 맛있게 먹고 금세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필자는 남편도 없는 낯선 방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슬슬 곁가지가 쳐지기 시작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렇게 스스로를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남편의 부재라는 특별한 기회가 가슴을 뛰게 했다. 무엇보다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필자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은근 기대가 되었다. 살금살금 필자를 부추기는 이상야릇한 희망이었다. 잠도 안 와 그 밤을 붕붕 뜬 채로 보냈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아이들 손을 꼭 잡고 런던의 하늘 아래를 돌아다녔다. 낯선 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인사도 주고받았다. 바나나와 오렌지가 어찌나 싼지 우리는 마냥 싱글벙글했다. 책방에서는 런던 가이드북도 샀다. 남편은 ‘제까짓 게 어딜 가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꽤 큰돈을 건네고 간 남편 덕에 돈과 자유와 시간을 맘껏 쓰고 즐길 수 있었다.
매일 밤 아이들을 재운 뒤 가이드북을 체크해가며 행복 만들기에 바빴던 날들. 전철을 갈아타며 아이들과 누비던 그 거리들을 잊을 수 없다. 런던에서 윔블던까지 서툰 영어로 대화를 해가며,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공원, 동물원, 장난감 백화점, 미술관, 박물관 등을 빠짐없이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니 ‘15일 간의 남편 부재’는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내 멋대로 계획하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했던 단 한 번의 기회였으니까. 마치 천국여행에 비할 수 있을 만큼 내 생애 가장 뜻깊고 행복했던 시간이다.
혼자라서 힘들고, 불편하고, 못 살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 사는 건 혼자이지만, 싱글라이프를 도와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당신의 생활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 CHAPTER 1. 의(衣) 생활 아재 패션 탈피하는 맞춤형 스타일링 서비스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은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요소다. 홀아비와 중년신사는 셔츠 한 장 차이로도 갈릴 수 있다.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느낀다면, 패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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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컨설턴트가 체형, 상황, 피부톤, 얼굴형,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기성복이 아닌, 자기 몸에 맞춰 결점은 보완하고 매력은 살리는 최적의 핏으로 디자인한 옷을 제작할 수 있다. 넥타이 연출법, 트렌드 컬러, 직업별 코디 등 유익한 패션 정보도 있어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싱글족을 위한 추천 셔츠 7종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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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빨래, 스마트폰만 있으면 괜찮아요!”
세탁물이 많지 않은 1인가구용 미니드럼세탁기와 스타일러(살균·먼지제거·탈취 등 의류관리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적은 양의 세탁물을 관리하기엔 실용적이지만 이불이나 커튼 등을 세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단점. 셔츠 한 장에서부터 침구까지 세탁을 해결주고, 직접 세탁소를 찾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세탁 서비스 앱’이 주목받고 있다. 세탁물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고 수거 장소와 시간을 정하면 편리하고 빠르게 빨래를 해결할 수 있다.
◇ CHAPTER 2. 식(食) 생활 장보기 걱정 뚝!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생수, 쌀, 야채, 과일 등 주기적으로 장을 봐야 하는 식재료가 있다. 혼자 지내다 보니 사려 했다가도 잊어버릴 때도 있고, 자주 장을 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잡지나 우유처럼 주기별로, 원하는 만큼 받아볼 수 있는 서브스크립션(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냉장고가 텅텅 비는 날은 없을 것이다.
1) 쿠팡 정기배송(www.coupang.com)
라면, 통조림, 반조리·냉동식품, 조미료, 소스 등 즉석·가공식품을 비롯해 생수, 우유, 커피, 탄산음료 등 마실 거리와 시리얼, 과자, 사탕 등 간식 등을 주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이나 다이어트 제품, 잡곡, 견과류, 애완 사료도 주문 가능하다. 월 1회부터, 4개월에 1회까지 주기를 고를 수 있고, 제품 수량도 원하는 만큼 선택할 수 있다.
2) 돌리버리(www.doleivery.co.kr)
수입과일 전문브랜드(Dole)에서 판매하는 과일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1주에서 4주까지 기간을 설정하고 화~금요일 중 하루를 고르면 된다. 1인가구를 위한 바나나 1송이, 파인애플 1개, 코코넛 1개, 패션프루츠 1팩, 용과 1개 등으로 구성된 싱글박스(1~2인용, 1만9800원)가 있다.
간편하고 맛있게 삼시 세끼 챙기기
배달음식 하면 짜장면, 치킨, 피자 등을 떠올리겠지만 요즘은 1인가구를 위한 건강하고 실속 있는 배달음식 서비스가 늘고 있다. 요리 솜씨가 없는 이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매일 같은 반찬이 지겨운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특한 서비스다.
1) 에이엠푸드(www.amfood.co.kr)
매일 새벽 우유를 배달해주듯 아침을 배달해주는 곳이다. 우유처럼 새벽에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현관문 배송주머니를 통해 전달받는다. 핑거푸드, 다이어트식단, 덮앤밥, 모닝죽 등으로 분류해 미리 짜놓은 한 달 식단대로 제공한다. 원하는 콘셉트를 고르면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건강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 (월 12만원)
2) 배민프레시(www.baeminfresh.com)
도시락뿐만 아니라 반찬, 국, 빵, 커피, 신선주스까지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저염·친환경·유기농·프리미엄 메뉴가 있어 건강을 염려하는 싱글족의 걱정을 덜어준다. ‘아내의 식탁’ 카테고리를 이용하면 원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레시피와 정량의 재료가 함께 배달돼 요리가 쉽고 편리해진다.
3) 식스레시피(www.6recipe.co.kr)
양을 사더라도 1인분씩 조리하다 보면 재료가 남기 마련. 그렇다고 오래두고 먹기엔 신선도가 떨어지니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식스레시피는 필요한 재료를 1인분에 맞춰 소분해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자투리 재료가 생기지 않게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매일 새벽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들여오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화학조미료와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 레시피를 제공한다.
◇ CHAPTER 3. 주(住) 생활 집안일 미루지 말고, 가사도우미 앱을 활용하자
주거 공간이 깨끗하게 정돈돼 있어야 기분도 쾌적하고 생활도 건강해진다. 그러나 혼자 살다 보면 청소하고 정리하는 일이 귀찮아질 때도 있고, 가끔은 혼자 청소하기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럴 땐 가사도우미 앱을 사용해 청소를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전한 우리 집 지킴이 ‘케이티 홈캠&홈매니저 서비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을 관리하고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홈캠’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카메라로 집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고,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케이티텔레캅 직원이 출동하도록 연계돼 있다. ‘홈매니저’는 가스안전기(밸브 자동 잠금 기능), 도어락(실시간 문 열림 상태 확인), 열림 감지기(외부 침입 감지), 플러그(에너지 절감 및 전력량 확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 extra :: 생활+
의식주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편리하고 즐거운 싱글라이프에 도움이 될 만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소개한다.
1) 뷰티 큐레이션 커머스 ‘글로시데이즈(www.glossydays.kr)’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춰 뷰티 전문가가 고른 화장품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한 달에 한 번씩 받아볼 수 있는 정기배송 박스와 한정된 시즌에 맞춰 구매할 수 있는 스페셜 박스가 있다. 평균 6만원 상당의 화장품 5종을 월 1만65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매월 15일 옵션을 선택하면 박스가 배달되는데, 이 절차가 번거롭다면 3~12개월 선불권을 이용하면 된다.
2) 싱글라이프 트렌드와 정보를 한눈에 ‘1집(1hows.com)’
이미 혼자 살고 있거나 혼자 살고 싶은 사람, 또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사이트다. 플레이스(PLACE), 푸드(FOOD), 리빙(LIVING), 러브(LOVE) 등 싱글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다.
3) 생활 심부름 서비스 앱 ‘띵똥’
배달하지 않는 맛집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마트 또는 편의점 장보기, 퀵서비스, A/S, 각종 관공서 업무, 약국 방문, 선물 배달 등 다양한 생활 심부름을 1만원 내외의 금액으로 대행한다. 365일 24시간 내내 이용 가능하고, 서비스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라오스는 인도차이나반도에 있는 국가 중 가장 낙후된 나라지만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나라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으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표정엔 순수함이 가득하다. 역사적 유적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라오스는 2009년 뉴욕타임즈가 꼭 가봐야할 여행지 1위로 라오스를 꼽으면서 세계인들에게 여행자의 천국으로 불리게 됐고, 우리나라는 인기 tv 프로그램 ‘꽃보다청춘’에서 라오스 여행기를 보여줌으로써 커다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요즘은 여행자들이 많아지면서 외국문물이 급속히 유입되고 관광지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 속에서 라오스 사람들의 소박한 미소를 만날 때 마다 행복했다.
방비엥 아침시장에선 기분 좋은 미소를 만났다. 나이 든 아주머니가 노오란 메리골드 꽃과 바나나잎을 이쑤시개로 꽂아 꽃장식을 만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곳에서 대여섯 개의 꽃장식을 샀다. 나는 사람들이 꽃장식을 사가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남자는 꽃장식을 사서 오토바이에 걸어놓고 장을 봤다. 곧이어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그 만큼의 꽃다발을 사갔다. 꽃만드는 아주머니 앞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하우머치?” 다가가서 물었다. 잠시 올려다보더니 “2000낍” 이라고 작게 말했다. 이게 뭐하는데 쓰는 거냐고 물으니 두 손을 모으고 절하는 시늉을 했다. 호텔 앞 제단, 오렌지주스 옆에 놓을 생각으로 2000낍을 주고 꽃장식을 하나 샀다. 아주머니는 돈을 건네 받으면서 호의에 찬 미소를 보여주었다. 꽃을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시장은 먹거리가 가득했지만 여행자들이 살만한 건 거의 없었다. 그래도 무언가 사고 싶어 이리저리 다니다가 바게트 빵 파는 아가씨를 발견했다. 바게트를 수북히 쌓아놓고, 연유를 비닐 봉지에 담아 팔고있었다. 얼마냐고 물으니 수줍어 하며 손가락 세 개를 폈다. 3000낍이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는데 자신이 없어 보였다. 그 사이에 새로운 손님이 와서 2000낍을 내고 빵을 사갔다. 나는 못 본 척 하고 3000낍을 냈다. 빵값을 들켜버린 빵장수 아가씨는 얼굴이 빨개진 채 어색하게 웃으며 1000낍을 돌려주었다.
2000낍이면 우리 돈으로 300이 채 못 되는 돈이다. 라오스에선 이 돈으로 겉은 바싹하고 속은 부드러운, 파리바게트에서 파는 바게트 보다 훨씬 맛있는 바게트를 맛볼 수 있다. 바게트를 담은 투명 비닐봉지를 한 손에 받아들고, 또 한 손은 빵장수 아가씨에게서 돌려받은 1000낍 때문에 난처해졌다. 1000킵을 돌려줄까 하다가 모른 척 하고 발길을 옮겼다. 아침시장에서 돌아오면서 순진한 빵장수 아가씨가 관광객 앞에서 뻔뻔스러워지는 날이 올까 생각해 보았다. 그날이 머지 않았으리라 생각된 건 루앙프라방에서 꽝시폭포 갈 때 만난 툭툭이 기사 때문이었다.
꽝시폭포에 갔다가 시간이 초과됐다고 툭툭이 기사는 추가요금을 요구했다. 분명 올-데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지만 끈질기게 웃돈을 요구하는 툭툭이 기사 때문에 불쾌해졌다. 라오스 사람 특유의 웃음과 순진해 보이는 어투, 조금은 이상한 영어발음 등은 이때까지 만났던 라오스 사람들과 모두 같다고 생각했는데, 옳지 못한 방법으로 관광객 주머니를 노린다는 점이 싫었다. 관광객들 틈에서 순수함을 도둑맞은 건지도 모를 일이다. 툭툭이 기사를 생각하면 바케트 파는 아가씨의 어수룩함은 오히려 애교스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라오스 사람들은 친절하고 따뜻했다. 라오스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방비엥에서 투어를 함께 했던 가이드다. 10년 넘게 가이드 생활을 했다는 그는 한국말과 영어를 교묘히 섞어서 한국사람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를 구사했다.
블루라군에서 짚라인을 하기 위해 가이드는 안전수칙을 설명하고 구명조끼와 안전줄을 매주며
“익(스) 큐즈미...”
를 연발했는데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다.
“엄마, 괜찮아요?”
그 가이드한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투어를 함께 한 10여 명 모두가 20대였고 필자만 중년이었다. 가이드의 특별관리(?) 대상이 된 것이다. 짚라인을 하면서 나무를 옮겨갈 때마다 가이드는
“엄마, 괜찮아요?”
혹은
“엄마, 괜찮아요”
라며 내게 용기와 힘을 주고 신경을 써주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 괜찮아”
라고 대답하고 씩씩하게 발걸음을 옯겼다. 그러면 가이드는 활짝 웃었다. 더운 여름날 나무 위에서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샹냥했던 가이드는 필자가 라오스를 여행하며 만났던 많은 라오스 사람들처럼 순진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손에 팁을 넉넉히 쥐어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라오스 여행을 하며 청정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재미도 좋았지만 친절하고 온화한 미소의 라오스 사람들이 무척 마음에 남았다.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얘기하며 환한 웃음을 보이는 그들 마음 속에는 선한 부처님이 하나씩 들어있는 것 같았다.
스트레스가 많은 한국인들은 마음 편하게 숙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 잠을 잘 못자는 사람들에게 도움될 지혜와 지식을 모아본다.
◇안대
숙면을 위해 안대나 암막커튼은 유용하다. 심야팀으로 야근한 적이 있다. 그때 낮에 잠을 자라고 안대를 회사에서 나눠받았는데 연예인들이 암막커튼으로 대낮에도 깜깜한 밤처럼 만들어 숙면을 취하는 것처럼 숙면에 크게 도움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음식
숙면에 도움되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다. 의학, 건강tv프로그램에 의사들이 수없이 언급해서 우리 모두 익숙한 수면조절기능이 있는 생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을 만들어낸다는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간 식품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들었던 우유를 포함하여 멸치, 참깨, 바나나등의 식품을 먹고 자는 것은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의사 이에스더님은 멸치를 더 강조한다.
특히 열대야에는 숙면슬러시를 만들어 마시면 좋다. 아예 잠 못 자는 저녁이 계속 되면 저녁식사를 이 재료가 주로 들어간 숙면전이나 숙면빈대떡,숙면반찬 종류로 준비하는 것 또한 매우 도움될 내용이라고 본다.
◇4.7.8호흡법
478호흡법도 도움이 된다. 작년 5월께부터 각종 포털사이트와 SNS에 대거 꾸준히 올라온 내용으로 하바드 의대 출신의 대체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앤드류 와일 박사가 개발하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내용이다. 다음은 이 호흡법의 핵심 내용.
입을 다문 상태에서 코로 4초간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깊이 들이마신 숨을 7초간 참는다.
참았던 숨을 8초간 서서히 내뱉는다.
이 4,7,8호흡과정을 2~3회 꾸준히 연습하면 숙면에 크게 도움 된다고 한다.
실제 이 호흡법을 해보면 상기되었던 상태가 이완되면서 소화에도 매우 도움되었고 숙면에도 실제로 도움되는 경험이 있기에 강조해도 될 것이다.
◇임신부의 경우
임산부 시절 잠이 안 올 때 효과를 봤던 가장 좋은 방법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따뜻한 우유나 따뜻한 대추차와 감두탕(감초와 검은콩달인 물)마시고 나면 신기하게 잠이 잘 왔던 기억이 난다. 대추차는 정치인들이 그래서 편안한 정신 상태로 신경을 이완시켜주기에 많이 먹는다고 한다.
◇그밖의 팁
의사들은 잠 자기 전까지 TV나 스마트폰 등을 보는 것을 금하라고 권한다. 드라마나 예능이나 휴대전화에서 나눈 대화나 여러 가지 정보가 생각을 많이 하고 번민이 이어질 수 있어서 숙면에 방해된다는 것. 하지만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있다면 크게 웃기 때문에 오히려 잠을 잘 잔 기억이 많다.오히려 번뇌의 마음으로 뒤척이는 것보다 도움된 일상이었다.
여름은 무더위[濕熱]가 극심한 계절이다. 노약자는 너무 더워서 사망하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 여름은 콩팥[水]이 약해져서 심장[火]을 제어하기 힘든 계절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건강이란 水火의 균형이 중요한데, 여름에는 火가 극성하고 水가 약해지기 때문에 균형이 깨지기 쉽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름은 피부, 얼굴 등 겉은 뜨거워지지만, 위장 등 속은 차가워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보양식의 특징은 진기를 보충하며, 땀이 많이 새나가는 것을 막아 주고, 속이 허약한 것을 따뜻하게 하며, 콩팥[腎臟]이 약한 것을 보충해 주며, 무더위를 소변으로 빼주는 것이다.
생맥산은 여름을 대표하는 처방이다. 맥문동 8g, 인삼 4g, 오미자 4g을 물에 달여 마시면 좋다. 여름철에 기운이 떨어진 것을 보충해 주고 무더위를 이기게 한다. 생맥산을 만들기 힘들면 오미자차를 자주 마셔도 좋다.
콩류는 습열을 소변으로 빼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여름철 무더위를 이기기에 아주 좋은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백편두가 좋은데, 더위를 먹어서 비질비질 땀이 나고 입맛이 없을 때 좋다. 여름철 식중독도 예방한다. 기가 허약하고 몸이 무거운 사람에게 더 맞다. 여름철 콩국수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덩굴 식물은 소변을 잘 나가게 하기 때문에 무더위를 소변으로 몰아낸다. 수박, 참외, 포도, 다래 등 열대의 무더운 환경에 적응한 과일들도 무더위를 잘 풀어준다. 야자, 망고, 바나나 등 물론 반대로 무더위를 조장하는 과일도 있다. 자연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 가지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름에는 인체의 겉은 덥지만, 속은 차가워진다. 그래서 배탈, 설사가 여름에 가장 많다. 보신탕, 삼계탕, 뱀장어는 여름철 차가워진 속을 덥혀 주고 피부의 열은 식혀 주는 음식이다.
구선(臞仙)의 에 이르기를, “여름은 사람이 정액[精]과 정신[神]을 빼앗기는 계절이다. 이때에는 심(心)은 왕성해지고 신(腎)은 쇠약해져서 신의 정액[腎精]이 녹아 물이 된다. 이것은 가을에야 응집되고 겨울이 되어야 비로소 굳어지기 때문에, 여름에는 더욱 보호하고 아껴야 한다. 그러므로 여름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을에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우환을 겪지 않는다. 뱃속이 늘 따뜻한 사람은 자연히 모든 질병이 생기지 않고 혈기가 왕성해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런 음식을 먹을 때는 속을 덥혀주는 부추를 넣어서 먹고, 따뜻하게 데워 먹는 것이다.
보신탕은 개고기에 부추, 생강, 토란대, 마늘을 넣어 만든다. 개고기, 부추, 마늘을 삶으면 아랫배 단전을 덥혀서 강화한다. 토란대는 무더위로 가슴이 답답한 것을 식혀 준다. 생강은 맛을 조화시키고, 방아(배초향)잎은 냄새를 제거하고 소화를 돕는다. 보신탕의 효능을 종합해 보면 여름에 차가워진 속을 덥힌다.
삼계탕은 누런 암탉에 인삼 또는 황기, 마늘, 찹쌀을 넣어 만든다. 누런 암탉은 잦은 소변, 설사, 냉, 하혈을 수렴하는 효과가 있다. 황기나 인삼, 찹쌀은 기운을 보충하면서 피부를 수렴해서 땀이 덜 나게 한다. 삶은 마늘은 속을 덥혀준다.
잎이 큰 열대 식물들은 구멍을 열어 증산작용을 활발히 해서 무더위를 잘 식히는 특징이 있다. 인체 내에서는 땀구멍을 열어 무더위를 식히는 작용을 한다. 연잎은 잎이 크면서 물에 살기 때문에, 땀과 소변으로 열을 식히는 효능이 뛰어나다. 그래서 연잎은 여름 더위, 열사병을 이기는 데 중요한 식품이다. 더위를 먹어 입맛이 없는 데도 좋다. 호박잎밥도 잎이 크기 때문에 더위를 식혀준다. 동남아에서 바나나잎밥(론똥), 파초잎밥, 야자잎밥(크투팟), 대나무로 찐 딤섬 등을 많이 먹는 것도 더위를 식혀 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여름철에 좋은 음식 종류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여름철에 적합한 맛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약간 시큼한 과일이나 음료수, 오미자차나 묽은 매실차를 자주 마시면 땀과 기운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둘째, 약한 짠맛이 여름에 필요하다. 사막을 횡단하는 카라반은 소금을 늘 복용해서 진액이 땀으로 새지 않도록 한다. 약한 짠맛을 먹으면 진액을 끌어당겨 땀이 덜 나가게 한다. 그리고 몸의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다. 여름철에 우뭇가사리를 많이 먹는 것과 콩국수에 소금을 넣는 것도 이런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보신탕, 삼계탕이 여름 보양식으로 좋은 것도 이 짠맛이 있기 때문이다. 뱀장어도 여름에는 소금을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셋째, 단맛이 필요한데, 이때는 초콜릿 같은 맛이 아니라 뒤끝이 달달하면서 입에 침이 고이는 단맛이 필요하다. 더운 여름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이것을 보충하기 위해 단 것을 많이 먹는다. 더운 동남아와 중동 사람들이 단 것을 엄청 많이 먹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수박, 야자 등 여름 과일, 열대 과일류는 대부분 달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장 홍
매해 11월 셋째 주 목요일 0시를 기해 전 세계가 보졸레 누보의 동시 출시로 한바탕 난리를 친다. 나라마다 그리고 지역마다 축제가 없는 곳이 없지만, 보졸레 누보처럼 전 세계에서 정해진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축제는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새 와인’(vin primeur)에 대한 기대와 기다림은 일찍이 로마 시대부터 있어왔다. 그 시대에는 와인의 보관이 어려워 지난해 생산된 와인은 새 와인이 출시하기 전에 동이 나기 일쑤였다. 그만큼 사람들은 새 와인에 목말라 있었다. 보졸레 누보는 기발한 마케팅으로 성공한, 역사상 가장 눈길을 끄는 새 와인임에 틀림없다.
보졸레 누보의 역사는 1951년부터 시작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보졸레 누보는 생소한 와인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해 생산된 모든 와인은 12월 15일 이전에는 출시를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었다. 1951년 11월 13일 프랑스 정부는 일정한 조건 하에 일부 와인은 이 날짜부터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데, 이 조치가 바로 보졸레 누보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이후 15년간 보졸레 누보는 해마다 11월의 다른 날짜에 출시되다가, 1967년부터는 매해 11월 15일 출시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11월 셋째 주 목요일 판매는 1985년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11월 셋째 주 목요일 0시를 기해 전 세계에 동시 출시를 하니, 시차 덕으로 한국이 프랑스보다 8시간 앞서 보졸레 누보를 맛볼 수 있는 셈이다.
보졸레 누보가 본격적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것은 1975년부터다. 같은 해에 르네 팔레(Rene Fallet)라는 작가의 소설 가 출간되었으며, 프랑스 국회에서도 보졸레 누보의 출시를 기념하는 공식 행사가 국회의장인 에드가 포르(Edgar Faure)와 유명 가수인 조르주 브라상스(Georges Brassens) 등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히 거행되었다. 이로부터 보졸레 누보의 본격적인 파리 진출이 시작되었다.
보졸레 누보의 성공은 무엇보다도 마케팅의 성공이다. 프랑스의 방송인이자 작가이며 보졸레 출신이기도 한 베르나르 피보(Bernard Pivot)는 “보졸레의 놀라운 성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와인전문가보다 심리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재치 있는 설명을 한다. 그만큼 보졸레 누보의 대대적인 성공에는 와인 이외의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는 뜻이다. 사실 프랑스의 11월은 우울하다. 해는 짧아지고, 날씨는 춥고 비도 자주 내린다. 게다가 지난 여름휴가는 아득한 추억이고, 다음 여름은 아득히 멀다. 크리스마스도 아직은 먼 훗날이다. 이때 11월 셋째 주 목요일, 봄처럼 젊고 루비빛에 신선한 과일 향이 나는 보졸레 누보가 기적처럼, 구원처럼 도착하는 것이다. 그러니 보졸레 누보는 무엇보다도 적절히 때맞춰 출시해 히트한 와인이다. 모든 식당과 술집의 탁자 위에는 (새 보졸레 도착)이라는 팻말이 놓이고, 사람들은 술집과 식당은 물론 사무실이나 집에 모여서 보졸레 누보 잔을 기울이며 우울한 11월 하순을 자위하는 축제를 벌인다.
보졸레 누보는 단일 포도 품종으로 빚는다. 즉 가메이(gamay)만으로 주조하며, 출시 후 6개월 내에 마셔야 한다. 그 이상은 보관이 어렵기 때문이다. 연간 생산량은 45만~50만 헥토리터(1헥토리터 = 100리터) 정도며, 그중 절반은 세계 곳곳으로 수출된다. 산딸기·딸기·바나나·푸른 사과 등 과일 향이 특징인 보졸레 누보는 루비빛을 띠는 옅은 붉은 색에, 타닌이 적어 몸체가 매우 가벼운 와인이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병당 1~2유로로 부담 없이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이며 민주적인 와인이기도 하다. 이처럼 보졸레 누보가 대단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자 프랑스의 다른 와인 생산지역에서도 새 와인을 출시하기 시작했고, 다른 나라로까지 그 영향이 전파되었다. 이탈리아의 비노 노벨로(vino novello)가 대표적이라 하겠다.
솔직히 보졸레 누보는 와인의 진미를 느끼기 위해 마시는 와인이 아니다. 호기심으로, 기분으로, 분위기로 그 순간을 마시고 즐기는 와인이다. 그리고 흔히 보졸레 하면 누보만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보졸레 누보는 전체 보졸레 생산량의 약 40퍼센트에 해당하며, 보졸레·보졸레 빌라주(village)와 10개 크뤼가 있다. 전체 생산량의 1퍼센트 정도에 해당하는 지극히 적은 양이긴 하지만, 샤르도네로 주조한 보졸레 화이트도 존재한다. 특히 10대 크뤼에는 들지 못했지만 성 베랑(Saint Verand)의 화이트 와인은 산도와 향이 일품이다. 일부 보졸레 빌라주와 특히 10개의 크뤼 중에는 몸체가 균형 잡히고, 작고 붉은 과일 향이 일품이며 10년 이상 보관이 가능한 것들도 있다. 심지어 병당 100유로 이상 가는 것도 있을 정도다. 그러니 ‘보졸레 누보가 보졸레를 죽였다’는 불만이 나올 만도 하다. 독자들은 보졸레 누보에만 눈길을 두지 말고, 다양한 그 밖의 보졸레에도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보졸레와 관련해서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은 ‘보졸레는 역사가 짧은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보졸레 누보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한다. 기록으로 보면 보졸레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최소한 10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프랑스의 다른 주요 와인 생산지역에 비하면 가장 역사가 짧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1000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이지 않은가! 18세기에는 운송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파리까지 판매되었으며, 특히 지리적으로 인접한 리용이 가장 큰 시장이었다. 하여 레옹 도데(Leon Daudet)는 “론 강과 손 강 이외에도 리옹엔 세 번째 강이 흐르는데, 그건 레드 와인으로 보졸레”라고 할 정도였다.
다음으로 보졸레를 부르고뉴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보졸레는 지리적으로 마꽁(Macon) 밑에서 시작하여 리옹 북쪽까지 위치한다. 행정구역상으로도 부르고뉴가 아니라 론(Le Rhone)에 속한다. 그러니 부르고뉴와 보졸레는 행정구역상으로나 주조에 사용하는 포도 품종으로나 와인의 특성상 아무런 연관이 없다. 맛과 향에 있어서도 서로 판이하다. 하지만 1930년 법원 판결에 따라 보졸레는 부르고뉴 포도재배지역으로 분류된다. 행정 편의상 이렇게 분류했다고 해서 보졸레가 부르고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보졸레에 부르고뉴 와인이란 레이블을 사용할 수 없다. 다만 보졸레의 10개 크뤼- 부루이(brouilly)·꼬뜨-드-부루이(cote-de-brouilly)·쉐나스(chenas)·쉬루블(chiroubles)·플레리(fleurie)·줄리에나스(julienas)·모르공(morgon)·물랭-아-방(Moulin-a-vent)·레뉘에(regnie)·셍-타무르(saint-amour)- 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지만 레이블에 부르고뉴란 명칭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 이래저래 보졸레는 좀 색다른 와인이다.
△ 장 홍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 알자르 소믈리에협회 준회원이며,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사회학적 측면에서 살펴본 와인, 인류역사 속 와인의 의미와 파워, 예술 인문학을 통해 본 와인 등에 대해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서의호(徐義鎬·63) 교수(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는 ‘무즙파동’을 겪은 당사자다. 현재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당시 수험생으로서, 또 지금의 대학교수로서 그는 50년 전과 오늘날의 입시환경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글 유충현 기자 lamuziq@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이게 정말 대단한 사진인데 말이지”
서의호 교수는 약속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신기하다는 듯 휴대폰을 내밀었다. 마침 그날 초등학교 동창회 행사가 있었다. 그곳에서 친구에게 받은 사진이라고 했다. 1964년 중학교 입학시험 자연과목 18번 문제지가 그 안에 있었다. ‘엿을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진 속에는 꼬불꼬불한 ‘디아스타제’라는 답이 써 있었고 그 위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서 교수는 당시 이 문제의 답을 ‘무즙’이라고 적었다.
한 문제 차이로 낙방, 부잣집 아이들만 구제받아
“1964년 12월 7일 그날은 굉장히 추운 날이었어요. 시험을 보고 나와서 어머니와 함께 빵집에 가서 빵을 먹고 있었는데 산신령처럼 생긴 할아버지가 와서 ‘경기중학교 시험을 쳤느냐, 몇 문제나 틀렸느냐’ 묻더군요. 당일에 채점을 했기에 4문제 틀렸다고 했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3문제면 합격이지만 4문제면 불합격이라며 안타까워하시더라고요. 어머니께선 이상한 할아버지라며 화를 내셨지만 결과는 그 정체불명의 할아버지 말이 맞았죠”
한 문제 차이로 경기중학교에 가지 못했다. 초등학교에도 ‘4당5락’(하루 4시간 자면 경기중학교에 합격하지만 5시간 자면 불합격한다)이라는 말이 있던 때였다. 13살 어린 소년이었던 서 교수가 잠까지 줄여가며 준비했던 입시였다.
“당시 우리 반에서 6명이 경기중학교 시험을 쳤습니다. 절반은 붙었고 절반은 떨어졌어요. 떨어진 이유는 하나같이 자연과목 18번 문제에 답을 무즙이라고 적었기 때문이었고요”. 서 교수는 마치 바로 며칠 전 시험을 보고 온 사람처럼 당시 상황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중학교 입시는 치열했다. 그는 “나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통틀어서 중학교 입시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몇 년 후배들은 고등학교가, 그 뒤로는 대학교가 목표였지만 우리 때만 해도 중학교 진학이 ‘남들보다 더 배우는 것’이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에게 낙방의 기억은 중학교 시험뿐이었다. 중앙중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에 무난히 진학했다.
“50년 넘게 지난 지금도 ‘무즙’이 정답이라고 확신해요”
‘무즙도 정답으로 인정한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지만 혜택을 받지는 못했다. 당시 소송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하나같이 ‘돈이 있는 집 애들이거나 힘깨나 쓰는 집안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날 몇 명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더군요. 왜 나오지 않았는지 확인해봤더니 경기중학교로 갔다고 하더군요.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를 알게 됐다고 해야하나, 뭔가 허탈한 기분을 느꼈었죠”라고 말했다.
그 뒤로 많은 세월을 보냈다. 시험지 앞에서 전전긍긍했던 소년은 이제 대학교수가 돼서 직접 문제를 출제하는 입장이다. 지금은 그 문제의 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디아스타제는 녹말을 당으로 바꿔주는 효소잖아요. 가령 ‘비타민C가 필요한데 사과가 없으니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라는 문제가 있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답으로 비타민C가 들어 있는 귤을 먹는다든지, 바나나를 먹는다든지 해야 맞는 것이죠. 비타민C가 필요하니 비타민C를 먹으라는 것은 문맥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잖아요. 디아스타제가 무슨 알약 이름이라면 모를까 효소를 직접 넣으라는 것은 정답이 될 수가 없는 거죠”
서 교수는 “무즙파동 문제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없애는 주입식 교육이 만든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50년 묵은 억울함 같은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를 비판했다. “주입식 교육이라는 것이 그런 겁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외우지 못하면 그냥 그 자체로 한 대 맞는 거죠. 그런데 왜 물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지 궁금해 할 수 있거든요. 이런 식으로 창의성을 하나하나 죽여 가는 것입니다”. 이공계 대학 교수의 말이라 더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오늘날의 교육환경도 자신이 겪었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입시중심의 교육’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입시제도가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 많은 학생들을 받아서 가르쳐 봤지만, 외국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의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창의력이라는 것은 18세 이전에 어느 정도 완성되는 것입니다. 대학에서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이지만 큰 효과를 보긴 어려워요”라며 “한국에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이유도 입시위주 교육이 원인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대학서열이 입시전쟁 원인, ‘대학 클러스터’ 도입해야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수많은 제도 변화가 있었는데도 어째서 입시 위주의 교육문화가 변하지 않는 것인지, 서 교수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학벌주의 때문”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각 대학의 서열을 줄줄이 읊어낼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런 우월감과 열등감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거죠”..
해법은 있을까. 서 교수는 ‘대학의 클러스터(cluster)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대학들이 그 안에서 우열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 일종의 묶음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대학에서 나타나는 흐름이다.
“미국을 예로 들면 예일대학교에 간 학생에게 ‘왜 스탠포드를 가지 않고 예일대에 갔느냐’는 식의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클러스터 내에서는 어디를 가도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있거든요. 주립대학끼리도 버클리, 일리노이, 미시간, 플로리다 등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만그만한 곳에 원서를 넣고 어디든 하나 걸리면 되는 겁니다. 대학간 클러스터가 단단한 국가에서는 입시전쟁이 치열하지 않습니다”.
이어 서 교수는 “30~40년 걸렸지만 포항공대-카이스트-서울대공대 클러스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형태가 법학대학, 경영대학 쪽으로도 넓어지도록 해야 합니다”라면서 “단숨에는 어렵고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서의호 교수는?△1952년 서울 출생 / 중앙중학교,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 카이스트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경제공학 석사 △일리노이대학교 경영정보시스템 박사 △前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연구원 △前 숭실대학교 산업공학과 전임강사 △前 테네시텍대학교 경영학과 조교수 △前 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 경영학과 조교수 △現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노랗게 피어난 꽃들을 보면 마음도 밝아지고 기분도 싱그러워진다. 실제 심리적으로 노란색은 낙천적 태도를 갖게 하고, 운동신경을 활성화시켜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식물이 가진 여러 물감들 중 노란색을 내는 물감성분이 바로 ‘베타카로틴’인데, 노란색을 띤 식재료에는 베타카로틴을 비롯해 비타민 A가 다량 함유돼 있어 암과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또한, 백내장과 안구건조증을 예방하는 알파카로틴과 심혈관 건강에 좋은 헤스페라딘 등 신중년 건강에 유익한 영양소가 풍부하다. 대표적인 옐로 푸드에는 호박, 옥수수, 바나나, 고구마, 생강, 유자 등이 있다.
재료 오이, 연어 슬라이스, 토마토, 방울토마토, 생청국, 케이퍼, 오이피클, 리코타 치즈
만드는 방법 반달 모양으로 썰어둔 토마토 위에 속을 파낸 오이를 얹고 연어, 피클, 케이퍼, 리코타 치즈, 방울토마토, 생청국 등을 차례로 쌓는다.
재료 생청국 10g, 채썬 마, 유자청, 새싹
만드는 방법 위 재료를 잘 섞어 먹되, 건강식으로 먹기 때문에 따로 간은 하지 않는다.
재료 단호박 1통, 불린 찹쌀 2컵, 삶은 팥 1/2컵, 대추 6알, 은행 6알, 생밤 3알
만드는 방법 불린 찹쌀과 팥, 대추, 은행, 생밤 등을 넣고 밥을 지어둔다. 속을 파낸 단호박에 지어놓은 밥을 넣고 찜솥에 20분간 쪄내 완성한다.
건강을 위한 황금덩어리 ‘청국장’
첨가물 없이 ‘밭에서 나는 쇠고기’ 노란 메주콩만을 발효시켜 만든 청국장이야말로 진정한 자연식품이다. 청국장은 발효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유산균이 1g당 10억 마리로 우리나라 발효식품의 최고봉이라 할만하다. 바실루스 균은 인체에 유익한 세균으로 청국장을 발효시킬 뿐만 아니라 인체에 흡수되어서는 대장으로 들어가 강력한 정장작용을 한다. 대장 내에서 인체에 유익한 유산균의 성장은 촉진하면서 해로운 균은 억제해 준다. 장에서 서식하는 부패균은 발암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바실루스균은 부패균의 활동을 억제하고, 부패균이 만들어내는 발암 물질과 발암촉진물질 등을 흡착하여 체외로 배설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바실루스 균이 다량으로 함유된 청국장을 섭취하면 장이 건강하게 되어 변비가 해소되고 대장암의 발생 위험이 급격하게 낮아진다. 또한 청국장의 시스틴은 피부 노화를 억제하고 콜라겐 생성을 촉진해 피부를 탱탱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