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역시 다사다난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고, 국민MC 송해도 세상을 떠났다. 10월 29일에는 비극적인 이태원 참사도 있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는 연말을 맞아 중장년 관련 2022년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공식 취임했다. 1960년생인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출신의 첫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썼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대통령실 이전 논란, 이태원 참사 등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4개 여론조사기관 공동 NBS(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잘하고 있다’(매우+잘함)라는 긍정적 평가는 34%를 차지했다. ‘잘못하고 있다’(매우+못함)라는 부정적 평가는 56%였다. 특히 60대(52% 대 44%), 70대 이상(61% 대 26%)에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중장년층의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확인케 했다.
◇노인 일자리 축소 논란
정부는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을 시행, 만 60세 이상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월 2023년도 예산안이 공개됐는데, 노인 일자리 수는 올해 84만 5000개보다 2만 3000개 줄은 82만 2000개였다.
그중에서도 정부는 공공형 일자리를 올해 60만 8000개에서 내년 54만 7000개로 6만 1000개로 대폭 축소했다. 공공형 일자리 참여자는 기초연금을 받는 저소득층 노인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정부의 정책은 노인빈곤율 심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정부는 노인 일자리가 축소된 것이 아니라는 견해다. 공공형 일자리는 줄였지만,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는 3만 8000개 늘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송해 별세
“전국노래자랑!” 일요일 아침마다 들리던 송해의 힘찬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국민 MC’ 송해가 지난 6월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5세. 백세 인생의 아이콘이자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 송해의 사망은 대한민국에 슬픔을 안겼다.
송해는 1988년부터 34년간 KBS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을 맡았다. 국내 최장수 MC를 넘어 지난 4월 ‘최고령 TV 음악 경연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송해의 후임으로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유독 슬픈 소식이 많았다. KBS ‘가족오락관’을 25년간 진행한 또 다른 ‘국민 MC’ 허참과 ‘원조 월드 스타’ 배우 강수연도 세상을 떠났다. 해외의 유명인들도 세상을 떠나 별이 되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9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피살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다.
◇부동산 시장 급락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급등하던 부동산이 꺾였다. 올해 들어서만 부동산 가격이 10% 이상 급락했다. 과거 부동산 침체기와 달리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서울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마저 줄었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전세 가격 10% 하락 시 4만 가구가, 40% 급락 시 13만 가구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부동산 규제 정책을 마련했다. 8·12%로 설정된 다주택자 대상 취득세 중과세율은 4·6%로 완화한다. 내년 5월까지 한시 유예 중인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조치는 일단 1년 연장한 후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찾기로 했다.
◇고독사 증가
한국의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고독사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더욱이 고독사 10명 중 5명은 50· 60대의 중년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보건복지부는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실태를 조사한 것이다. 고독사 사망자는 지난해 3378명으로 2017년 2412명보다 40.0% 증가했다.
노년층보다 50·60대 중장년층 남성의 고독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가 1001명(29.6%)으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981건(29.0%)으로 뒤를 이었다. 50·60대 중장년층이 60% 가까이(58.6%) 차지한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전체 사망자는 고연령층일수록 많지만 고독사는 50대~6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50대 남성은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지 못하며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희망퇴직 시작
금리 인상으로 올해 큰 실적을 거둔 시중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적극적인 감원에 나섰다. 최대 5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내년 초까지 약 2000명의 은행원이 짐을 쌀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은행은 한 번 들어가면 정년까지 다닌다는 이른바 ‘철밥통’ 직장으로 여겨졌다. 디지털 전환 바람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앱 비대면 서비스 이용객이 늘면서 인력 효율화를 노려야 하는 은행의 상황과 핀테크 기업 등 인터넷 은행으로 이직하고 싶어하는 은행원들의 바람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상은 은행권에 국한된 것은 아니어서, 2023년에는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았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 9월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황동혁 감독), 남우주연상(이정재)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했다. 비영어권 작품이 시상식에 후보로 오른 것도 상을 받은 것도 모두 최초였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문화의 새 역사를 썼다. 우리의 전통 놀이문화가 외국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K-컬처의 위상이 더욱 드높아졌다.
◇ 이태원 10·29 참사
지난 10월 29일 이태원에서는 악몽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 핼러윈을 즐기기 위한 엄청난 인파가 몰렸지만,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 총 158명이 사망했고, 196명이 부상을 입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2~30대 젊은이들로, 어린 자녀를 둔 중장년들을 더욱 비통케 만들었다.
10·29 참사는 정부가 이전과는 다른 대응 태도를 보이면서, 영정 없는 분향소, 뒤집힌 근조 리본, 희생자 표현 사용 금지, 마약 부검 등 다양한 논란을 낳기도 했다.
희생자의 이름과 영정이 공개된 합동 분향소는 참사 후 한 달이 넘은 지난 14일에야 차려졌다. 현재는 분향소 설치를 반대하는 일부 보수단체 항의의 대상이 되면서 조롱과 멸시가 도를 넘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
올해 우리나라는 7대 우주 강국으로 우뚝섰다. 지난 6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발사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도 8월 5일 발사에 성공, 달 궤도에 안착했다.
누리호 프로젝트는 2010년 3월 시작돼 2022년 6월 발사에 성공하기까지 장장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총예산 1조 9572억 원이 투입됐다. 누리호의 성공 뒤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 250명의 피, 땀, 눈물이 서린 노력이 있었다.
성공의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기주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체계팀장은 “2002년 나로호 사업을 시작으로 항공우주연구원이 되었고, 벌써 20년이 지났다. 나로호, 누리호 발사체 개발을 하면서 연구·개발하는 모든 것이 우리나라 우주 개척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 자긍심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 같다”면서 감격의 소감을 본지에 전한 바 있다.
◇월드컵 16강 진출
‘2022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친 국민을 위로해줬다. 이번 월드컵은 카타르에서 열려 경기가 늦은 밤 또는 새벽에 진행됐지만 많은 국민은 경기를 시청하면서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이번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2002년 월드컵에 비교할만하다. 그때의 추억을 안은 중장년층은 특히 열광했다.
국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한국은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축구 강국을 이기고 얻은 성과로 대한민국의 저력을 입증했다.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구슬치기와 딱지치기 하는 것을 좋아한 개구쟁이가 어느새 환갑이 넘어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있다. 거울을 보면 머리숱은 적지만 하얗게 셌으며 눈가에는 주름이 지고 검버섯도 핀 얼굴이 푸석푸석한, 익숙하지만 낯선 모습의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요즘 백 세 인생을 누리려면 이제부터 인생 이모작을 차분히 그리고 계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비붐 세대로 농경사회와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화사회를 숨 돌릴 새 없이 겪고 인공지능 시대를 앞둔 채 노년기에 접어든 어르신의 헌신과 고충, 그리고 불만과 불안을 이해한다. 농경사회에서 노인은 지혜의 창고이자 살아 있는 교과서였다. 날씨를 가늠해 씨앗을 뿌리는 것부터 농사짓는 기술과 도구 사용 방법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서,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그 시대에 통용되었다. 오랜 인생 역정을 통해 터득한 경륜과 지혜는 후손에게 존중받았다. 또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전통과 유교의 효 사상을 결합하여 장유유서, 즉 연장자가 존중받는 문화가 당연시되었다. 대가족제는 이러한 어른 존중 사상이 강화되는 장치로 작용했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자본이 위력을 발휘하고 경쟁이 심화되자 공동체 정신이나 가족주의는 쇠퇴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면서 연장자 우선이나 노인 우대 사상은 우리 사회에서 서서히 영향력을 잃어갔다. 더구나 정보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은 정보기기 작동이 서툴고 정보에 어두워 속이기 쉬운 나약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지어 저출산·고령화가 고착되는 사회구조에서 자식 양육과 부모 봉양에 힘쓰느라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을 ‘연금충’이라 하고, 할머니들이 시끄럽게 떠든다며 ‘할매미’라고 비유하는 현실에 노인은 먹먹함과 배신감을 느낀다. 또한 노인이 젊은이의 일자리를 침범한다는 허구적인 사실에 근거해 노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갖거나, 노년층을 맹목적이고 극단적인 정치집단으로 인식해 태극기부대라고 비하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경로 사회에서 벗어나 혐로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약 30년 동안 국민의 가치관 변화를 그 나라의 노인 비율(65세 이상)과 연관 지어 분석한 결과, 고령화율이 높을수록 노인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나 존경이 줄어든다고 했다. 사회 구성원이 고령화사회로 갈수록 부양해야 할 노인의 증가에 대해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에 노인을 별다른 효용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라고 짐작된다.
한편 한국에서 노인이 조롱과 차별 그리고 혐오의 대상이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보다 급속하게 시대 변화를 겪고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이 저마다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시대가 변해서 젊은이가 노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핵가족 시대 혹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는 시대에 조부모의 지혜와 경험은 듣기 어렵고 들을 수도 없다. 더구나 사회구조와 인식 변화로 인해 소통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노인과 개인주의에 익숙한 젊은 층의 대화는 자칫 갈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상황적 변화 속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소통 부족 그리고 소외와 무시 등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로 시작되는 케네디의 명언처럼 노인이 먼저 나서서 이웃과 주변을 살피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겨울에 눈이 오면 아파트에 사는 노인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마음 맞는 노인과 함께 아파트에 쌓인 눈을 청소하고 경로당에 모여서 차라도 한잔하며 한담을 나누면 신체 및 정신 건강에도 좋고, 노인에 대한 주민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나이 먹은 것이 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벼슬도 아니다. 젊은 세대가 노인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노인이 자기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대접받으려고만 한다든지, 나이를 내세우며 권위적으로 무엇인가를 강요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등 부정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게 손가락질받는 이런 모습을 개선하지 않으면 노인은 꼰대 혹은 꼴통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다. 따라서 노인도 대우받기 위해서는 어른답게 배려심을 보여주고, 경로우대를 해주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실수를 하면 미안하다고 하는 등 지킬 것은 지키고 가릴 것은 가려서 행동해야 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젊은이라고 하대하거나 하찮은 일로 싸가지 없다며 갑질하거나 억지 부리는 것은 치기 어리고 못난 노인의 모습일 뿐이다.
노인은 세상을 웬만큼 살아본 만큼 누구보다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제대로 분별할 수 있다. 자존심과 품격은 본인이 가꾸고 유지해야 한다. 노인 혐오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어른답게 체면을 차리면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실천을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은퇴를 앞둔 86세대는 걱정이 많다. 우선 고정적인 수입이 끊긴다는 점이 공포스럽다.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는 신체적 변화도 두렵다. 일만 열심히 했던지라 은퇴 후 닥쳐올 방대한 시간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막막하다. 이런 그들을 위해 일하는 은퇴자 컨설턴트가 있다. 같은 고민을 공유하기에 그의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인생 2막 설계 서비스는 호응도가 높다. 동년배 친구와 강사, 컨설턴트를 넘나들며 고객의 마음이 편해지도록 돕는 86세대 이관석 신한은행 은퇴솔루션 컨설턴트를 만났다.
이관석 컨설턴트는 명예퇴직한 회사에 재취직한 케이스다.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실제로 은퇴해본 자산관리 경력자가 필요하다는 은행장과 퇴직연금사업그룹장의 판단으로 이뤄진 일이다. 명퇴 전 자산 규모 50억 이상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관리 업무를 맡았던 경험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전에 비해 보수도 적고 업무량도 소일거리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일은 만족스럽다. 그간 해왔던 업무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일할 수 있어서 현재 맡고 있는 ‘은퇴 자산관리 컨설팅’은 앞으로 발전할 유망 분야를 개척한다는 자부심도 있다.
무엇보다 은퇴를 앞둔 동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차다. 일대일 은퇴 컨설팅을 진행할 때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는 일을 우선시한다. 솔루션 제공은 그 다음 일이다. “본인은 은퇴 후 일터를 떠나 여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데 백세 시대이니 무조건 일하라고 한다거나, 계속 일하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 있으니 일터를 떠나 여행하고 놀러 다니라고 조언한다면 듣는 사람 마음이 편할까요?”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이미 은퇴를 경험해본 데다 숱한 컨설팅 경험으로 다져진 그다. 이관석 컨설턴트는 1년째 하고 있는 컨설팅과 강의가 마냥 즐겁다.
“86세대, 수혜자이자 낀 세대”
그가 평가하는 86세대는 고도성장의 수혜자이자 자식 부양을 받지 못하는 낀 세대다. 어릴 적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보냈지만,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경제·사회적 신분 상승이 가능했고, 집도 한 채씩은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누렸다는 것. 하지만 정호승 시인이 말했듯 누구나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는 비슷하다. 86세대는 부모를 부양해야 하지만 자식에게는 부양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가 되었다.
그런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단연 건강이다. “나이 50이 넘어가면 몸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 것을 느낍니다.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난 자리의 대화 주제는 거의 대부분 건강입니다. 어디가 어떻게 안 좋아졌는지, 그래서 무슨 조치를 취했는지, 무엇이 효과가 좋았는지 등을 얘기해요. 서로 가진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죠.”
건강 다음은 전혀 달라질 인생 2막에 대한 걱정이다. 장수는 축복이라는 것도 점차 옛말이 되어가는 시대, 요즘 86세대는 ‘오래 사는 위험’에 대해 고민이 많다. 은퇴 후 40~45년을 살아가야 할 이들의 고민거리를 한 가지씩 추려내니 무려 다섯 가지나 된다. 첫째 유병(有病)장수, 둘째 무전(無錢)장수, 셋째 무업(無業)장수, 넷째 독거(獨居)장수, 마지막으로 투쟁(鬪爭)장수다. “돈 걱정 없고 건강하고 화목하게 오래 살 수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걸 다들 알고 있으니 걱정하는 것이지요.”
고객들의 고민 대부분은 그도 공감하는 바이나, 무전장수에 대해서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건강만큼이나 노후생활비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과도한, 어찌 보면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매달 받던 월급은 끊기고, 다달이 지급되는 국민연금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우니 걱정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과도한 걱정이에요.”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은퇴한 노부부 월 적정생활비는 283만 원, 최저생활비는 197만 원이다. 그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야겠지만, 그는 국민연금에 더해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퇴직연금제도를 이용하면 충분한 노후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퇴직연금을 준비하지 못한 채 은퇴했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므로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은퇴자 자산관리 컨설팅에 나설 때 그가 강조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찾지 말고 연금으로 수령하라는 것. 세금 절세는 물론 금융소득종합과세, 건강보험료 등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은퇴자가 빠지면 안 될 4대 크레바스
크레바스(Crevasse)란 빙하가 갈라져 생긴 좁고 깊은 틈이다. 한번 빠지면 구조되기 어려워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지형으로, ‘소득 크레바스’나 ‘연금 크레바스’ 등 경제·사회적 위험 요소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한다. 이관석 컨설턴트는 컨설팅, 은퇴자 대상 강의에서 4대 크레바스에 대한 설명을 빼놓지 않는다.
‘배우자 크레바스’는 은퇴한 남성들에게 특히 위험한 크레바스다. 은퇴 후 집에서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칫하다 크레바스에 빠져 이혼하게 되면 앞으로의 노후가 암담해지는 것은 물론, 살아온 인생 자체가 허망해지기 쉽다. “세계 최고 부자 빌 게이츠를 보세요. 최근 배우자 크레바스에 빠져 그가 모은 재산이 반토막 나고, 그간의 명성에도 먹칠을 하지 않았습니까?”
두 번째는 자식 크레바스다. 자신의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음에도 자식의 유학, 결혼, 사업 자금을 대다 노후가 불행해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잘해주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는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지원해주라고 말한다. 과도하게 지원하다 노후 자금이 축나서 훗날 부양 부담을 지우는 것보단,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두 아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다. “법적으로 성인인 자녀에게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는 한도는 5000만 원입니다. 그래서 아들들에게 미리 말했지요, ‘너희 결혼할 때 5000만 원씩 주겠다. 단, 어떠한 부양도 받지 않겠다’고요.”
세 번째 크레바스는 사업이다. 은퇴하는 사람 중 다수가 재취업이나 창업을 꿈꾼다. 현금 흐름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건 재취업이지만, 퇴직금이라는 목돈을 갖고 있는 이들은 창업의 유혹에 곧잘 넘어가곤 한다. 하지만 그는 창업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에 하던 일이 있는데 고작 그런 일을 어떻게 하느냐며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직원이나 은행원, 군인, 공무원, 교사처럼 세상사에 비교적 적게 노출된 이들이라면 더더욱 피해야 해요. 생각보다 손실이 나기 쉽고, 그 손실을 메우기란 정말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크레바스는 투자다. 은퇴 자금으로 주식, 부동산 외에도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하며 우려를 표했다. 제대로 된 지식 없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다 큰 손실을 입고 그 충격에 건강까지 해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가 추천하는 보편적인 투자 방법은 ‘100-나이 투자법’이다. 숫자 100에서 현재 나이를 뺀 숫자의 비율만큼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예금이나 TDF를 활용해 안정적인 운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나이가 60세라면, 100에서 60을 뺀 40%만큼만 투자하고 나머지 60%는 예금에 넣어두는 식이다. 사람마다 투자 성향이 다르므로 각자에게 맞는 투자법이란 가지각색이기 마련이나, 그는 변동성이 커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을수록 소액만 투자할 것을 권한다.
자산관리 컨설팅 외에 비재무 은퇴 컨설팅도 맡고 있는 그는 고민하는 86세대에게 다양한 조언을 건넨다. 세 가지 이상의 취미를 만들어둬라, 동호회나 도서관 등 일정하게 외출할 장소를 만들어둬라 등등.
그럼에도 제일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을 꼽으라면 역시나 건강이다. 여태껏 현업에 매진하느라 스스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86세대가 인생 2막을 힘차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돈이든 취미든,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시기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건강이 우선이고, 그 다음 노후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세요. 노후에 월급처럼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을 마련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노년기의 삶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을까?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등장한 질문에 독서로 답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취미이자 문화적 수단이며, 건강을 챙기고 장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결과가 독서가 노년기 삶의 행복에 꼭 필요한 요소임을 증명한다. 예일대 공공보건대학이 50세 이상 3653명을 대상으로 12년간 조사한 결과 독서하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2년(23개월) 더 오래 산 것으로 밝혀졌다. 아예 독서하지 않는 이들에 비해 신문과 잡지를 읽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순으로 장수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또한 치매 예방에 독서가 갖는 중요성은 익히 알려져 있으며, 과학자들은 꾸준한 독서가 뇌를 자극하고 뇌 기능을 유지하는 데에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독서량과 독서 시간이 감소하고 있다. 2019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9~29세의 경우 77.8%가 독서를 하지만 60세 이상의 경우 32.4%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2021년 60+책의해 추진단’은 60+세대를 대상으로 범사회적 독서 캠페인을 열었다.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캠페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전국 단위로 시행 중에 있다. ‘60+ 책 사진 공모전’, ‘치매환자를 위한 책 선물’. ‘60+ 독서동아리 지원’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 중에는 코로나 시국 맞춤형 사업이 있다. 비대면 책 낭독 지원 프로그램 ‘전화로 책 읽어드립니다’는 나홀로 어르신 대상으로 낭독활동가가 전화로 20분가량 책을 읽어주는 사업이다. 고령층의 독서격차 해소 및 사회적 교류 지원을 목표로 올해 처음 시행된 이번 사업은 광주동구시니어클럽, 여주사람들,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세 곳에서 진행 중이다.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10월부터 140명가량의 어르신들에게 전화로 책을 읽어드리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걸려오는 전화에 대한 어르신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귀찮게 여기거나 중도 하차하는 어르신이 있는 반면, 낭독활동가에게 유대감이 생기면서 과거 이야기를 꺼내놓는 어르신도 있다. 정정훈 발로뛰어 자원봉사 담당자는 “직접 고른 소설책의 낭독을 들으며 여주인공의 모습을 직접 그림으로 그리고, 이를 낭독활동가에게 선물한 어르신도 계시다”며 “이번 달 내로 프로그램이 마무리 되면 낭독활동가들과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니어가 직접 출연해 ‘내 인생의 책’을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를 제보받기도 한다. ‘백 세 인생 내 인생의 책’ 프로그램에서 선정된 60+책의해 유튜브 채널에 10분 내외의 영상을 게재한다. 단순한 책 소개 영상을 넘어 책에 얽힌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소통, 공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사연에 공감하거나 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게 해줘 고맙다는 등의 댓글 후기들이 달리고 있다.
짧은 서평만 작성하면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도 있다. ‘60+세대가 60+글자로 건네는 책 이야기’ 사업으로, 책을 읽고 60자 이상의 서평을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특별한 양식이나 서적 목록이 없으며,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 할 수 있다. 다달이 60편을 선정하며, 우수작에 선정되면 소정의 상금도 받을 수 있다.
독서는 하고 싶지만 마땅한 책을 고르지 못한 이들을 위한 책 추천 프로그램도 있다. ‘60+ 책 추천’ 프로그램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추천받은 60+ 세대 맞춤형 책들을 소개한다. ‘노년의 삶을 담은 소설과 시’, ‘오래된 사진으로 세월을 기억할 수 있는 책’ 등 60+ 세대가 관심 가질 만한 주제로, 주제 하나당 서너 권의 책을 추천한다. 올 연말은 책 한 권 읽으며 건강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고용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동시에 노인 빈곤율 또한 1위다. 이를 두고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과연 노인 일자리 사업은 득일까, 실일까.
지난달 28일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34.1%였다. 1년 전보다 1.2%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 중에 3명 중 1명꼴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일하는 고령층이 많지만, 반대로 상대 빈곤율 또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OECD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 빈곤율은 43.4%다. 회원국 평균 15.7%에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은 비율이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재 노령층인 이들이 자녀를 키우는 데 물심양면 힘썼기 때문에 연금 등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사회안전망이 빈약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장 큰 이유로 정부의 '노인 공공 일자리 만들기'가 거론된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일할 능력은 있으나 일자리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다. 그러나 월 임금 30만 원 수준으로 '무의미한 경제활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조희평 부연구위원 역시 지난 30일 발간한 '재정포럼 11월호'에서 "공공형 일자리의 증가가 비공공형 일자리의 감소를 야기하는 구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기에 앞서 기존 민간 부문의 노인 일자리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경제 활동을 하는 노인들의 인구는 늘어났지만, 수익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적은 수익이라도 경제 활동의 장이 마련된 것을 나쁘게 보기 만은 어렵다. 이마저도 없으면 노인들의 고통은 천장을 찌를 수준이기 때문.
쓴소리에 정부도 할 말이 있다. 노인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노인들의 수요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희망 월 평균 근로 소득은 50만 원 미만, 희망 근로 시간은 월 40~50시간 수준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는 현 고령층이 미니잡(mini-job) 형태의 단기 근로를 선호함을 의미한다는 것. 이러한 선호를 반영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시작했고, 올해 82만 개, 오는 2022년에는 84만 5000개로 일자리 창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노인 일자리가 단순히 소득 만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노인 일자리 참여자들은 사회 활동을 통해 건강이 개선되고, 우울감이 감소해 삶의 만족도 또한 높아졌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 또한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이 노인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다양한 연령층이 있고 사업도 많은데, 어떻게 노인만 지원할 수 있겠나. 그럼에도 정부의 지원 사업이 차차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백세 시대에 일하는 고령자들을 많이 이끌어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이 약 30만 원이라는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적다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그것도 중요하다는 거다.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면서 "사회적인 욕구,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몸도 건강해지고,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더 나아가서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을 추구하면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에이징 테크(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을 통칭하는 말로 실버 기술이나 장수 기술), 임금피크제(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도 있다 보니 노인 일자리가 확대될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초고령화 사회에 고용률을 높인 노인 일자리 사업은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노인에게 경제 활동이란 '수익'보다는 '사회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빈곤하지 않은 노후를 위해서는 연금에 대해서 잘 알아보고 준비를 미리 해둘 것을 조언한다.
백세시대를 맞아 인생 후반기를 ‘제3의 인생’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은퇴 후에도 새 일거리를 찾아 인턴으로 취직하고,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건강한 취미와 새로운 친구를 한꺼번에 사귄다. 노년기를 적극적으로 맞이하고 가족, 회사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펼치는 시간으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상당수의 중년이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생활비 마련이 가장 큰 이유이나 단순히 돈만을 바라고 재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건 아니다. 서울대학교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에서 5060세대에게 새로운 직업 활동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물었다. 50대 56.8%, 60대 74.5%가 “유연성, 성취감, 재미 등 자아실현 부분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자아실현 수단으로 만화를 선택한 시니어들을 위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는 2019년부터 ‘웹툰 시니어멘토링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활동 중인 웹툰 작가가 45세 이상 시니어 작가, 출판 만화를 그렸던 경력단절 작가가 웹툰 작가로 거듭날 수 있게 돕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방식 외에 화상 미팅, 메일로 작화 파일을 주고받는 온라인 멘토링도 이뤄졌다.
사업에 참여한 시니어들의 만족도도 높고,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는 추세다. 지원 사업에 참여한 작품으로 ‘카카오웹툰리그’, ‘네이버 나도만화가’ 등의 플랫폼에서 웹툰을 연재하거나 캐릭터를 활용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멘토링을 받은 손진효(55) 작가의 경우 웹툰 공모전에 당선돼 연재를 준비하고 있다.
손 작가는 “단순히 학원 강의를 들으며 배우는 것이 아니고 멘토와 대면하여 멘토링을 받으니 디지털작업, 웹툰 연출력, 웹툰PD 크리틱 등에 대한 궁금증을 바로 해결할 수 있어 좋았다”라며 “멘토링 사업 덕분에 직접 그린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90%까지 높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70~80대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카툰캠퍼스가 여러 노인 기관들과 협력해 진행하는 ‘시니어 만화창작학교’다. 시니어 만화창작학교에서는 2014년부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만화 자서전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사물이나 인물 그리는 법, 소묘 등 그림 그리기 기술 수업 외에도 스토리 전개 수업이 포함된다. 상대적으로 만화에 익숙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업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아서다.
전체 과정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작업을 위해 그림 그리기 수업에서 어르신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소재를 많이 활용한다. 만화 자서전 프로그램의 강사 현상규 작가는 “어릴 적 사용했던 소품 그리기, 운동회 장면 그리기 등의 주제를 던지고 그림 그리는 걸 도와드리면서 왜 이 소품을 선택했느냐고 물어보는 식으로 이야기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적게는 두세 달, 길게는 여섯 달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세상에서 하나 뿐인 만화 자서전이 탄생한다. 5쪽 분량의 동화책에 가까운 자서전에서 10쪽 가량의 만화 자서전까지 가지각색이다.
참여한 어르신들의 만족도도 높다. 현 작가는 “자서전 작성을 위해 본인도 잊고 있었던 과거의 자랑스러운 일들을 떠올리면서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된 어르신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수업 외적으로도 그림 그리기에 집중해 손녀에게 줄 동화책을 완성시킨 어르신도 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들끼리 공감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자신의 삶이 담긴 자서전 줄거리를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해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했다. 카툰캠퍼스 측은 “내년에는 방역 지침과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 진행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 현상이 초래되면서 대응 방안이 다양하게 전개되던 와중에 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 사태가 일어났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이미 2억3000만 명이 확진되고 470만 명이 사망했으며, 의료 역사상 악명 높았던 1918년의 스페인독감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냈다. 놀랍게도 그동안 선진국으로 인정되었던 국가들마저 역병을 통제하지 못했고 환자들의 병원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젊은이보다 노인의 치사율이 100배 정도 더 높다는 점으로, 미래 장수 사회에 울린 경종이 아닐 수 없다. 역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가별로 사회 문화적 차별성이 크게 노출되어, 이번 팬데믹 출현은 미래 사회 구축에 개인적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공공 정책과 문화적 요소가 더욱 중요함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특이한 사항은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들 대부분이 고혈압, 당뇨, 폐 질환, 암, 비만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러한 기저질환의 근저에는 생활 습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태의 해법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갖게 했다.
면역 향상에 좋은 방안 7가지
코로나19 팬데믹이 보여준 고령 사회에 대한 엄중한 메시지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 고령이 되더라도 고혈압, 당뇨, 암, 폐 질환, 비만 등의 기저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생활 습관 개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둘, 노인 요양 개호 시설의 철저한 관리와 지원이 요구되며, 밀집과 밀폐를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 사회적 거리두기와 연계해 시설의 단순 폐쇄로 초래되는 노인 고립화를 해소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넷, 위기 상황에서 노인들이 스스로 생활하고 봉사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절실하다. 다섯, 팬데믹 상황에서 가족과 지역주민의 연대 의식과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여섯, 개인의 일부 희생으로 보다 많은 공공의 혜택을 누리도록 질서를 지키는 데 협력해야 한다. 일곱, 비대면 상황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술적 시스템을 보급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치사율 저하의 결정적 조건으로 부각된 기저질환 예방이 시급하다. 기저질환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일어나는 질환이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을 통한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한 대책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부터 오래 살기 위한 장생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인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찾지 못했던 천연 불로초 대신 이에 준하는 약물을 직접 조제하는 연단술을 개발해, 그 소산인 단약을 방사들이 비술적 방법으로 제조하여 16세기 무렵까지 황실을 비롯한 고관대작과 부자들에게 1000년 이상 사용해왔다. 연단술은 아랍권으로 그리고 유럽권으로 전파되면서 연금술로 발전했고, 근대까지 이어져 철학과 의학의 중심 과제를 이루었다. 그러나 천연 또는 인공의 단약들은 수많은 부작용을 야기했다. 그 반작용으로 천연 또는 인공 약제의 복용을 거부하고 신체를 직접 단련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장생술 기법이 다양하게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장생술은 생활 방식 개선과 신체 단련 위주로 발달하여 역사적으로 도교가 주도하면서 종교적 위상으로 승화했다. 그 결과 중국을 비롯한 동양권에 달생법(達生法)과 양생술(養生術)이라는 이름으로 전승되어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여전히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로장생술의 핵심은 일상생활 습관에 있다
중국의 명산 무이산(武夷山)은 자연, 생태, 문화 세 가지 영역에서 모두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될 만큼 특별한 지역이다. 이곳에는 주자(朱熹)가 제자를 양성한 무이정사(武夷精舍)가 있어, 조선조 유학자들이 가고 싶어 한 성리학의 성지였다. 무이정사 가까이에는 도교 36성지 중 하나인 천유봉(天遊峰)이 있고, 그 정상에 팽조(彭祖)를 모시는 사당이 있다.
팽조는 1000년 가까이 살면서 부인을 49번이나 바꾸었고, 장생술의 일환인 방중술 비법을 완성했다는 인물로 달생술의 전설적 상징이다. 그 사당 안쪽 팽조의 조상 양편 기둥에 각각 은수서산수정양성 내장생불로극공(隱水棲山修精養性 乃長生不老極功)과 찬하복기토고납신 위익수연년요지(餐霞服氣吐故納新 爲益壽延年要旨)라는 장생술의 비급 두 가지가 새겨져 있다. 맑은 물 있는 깊은 산에 살며 정기를 단련하고 본성을 다스리는 것이 불로장생의 최고 방안이며, 이슬 먹고 호흡을 다스리며 낡은 것을 뱉어버리고 새것을 받아들이면 해를 거듭할수록 건강해지는 핵심 방안이라는 의미다. 장생술의 요건인 깊은 산 맑은 물은 청정한 지역으로 공기와 물이 맑고 열심히 신체 단련을 할 수 있는 공간적 환경을 거론하고 있고, 이러한 장소에 살며 몸과 마음을 단련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팬데믹에서 심각하게 제기되는 공간적 문제점인 밀폐, 밀집, 밀접의 심각성을 이미 1000년 전부터 거론한 것이다. 나아가 신체 단련으로는 소식하며 호흡을 거칠게 하지 말고,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하는 적극적인 쇄신의 삶을 살아야 하는 실천적 생활 습관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도교의 양생술은 음식 섭생의 섭양술, 호흡 조절의 복기술, 자연과의 합일을 지향하는 신체 단련의 도인술, 음양 조화를 통한 방중술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섭양술로는 소식과 생식을 위주로 하라는 벽곡, 신선이 되는 장생식 또는 단약과 같은 약물을 복용하라는 복이가 있다. 약으로는 웅황이나 단사와 같은 광석과 지황이나 영지 같은 천연 식물이 있으며, 효능에 따라 상약, 중약, 하약이 있다. 호흡 조절의 복기술에는 조식, 태식, 폐기와 토고, 납신, 행기가 있다. 이와 같이 호흡 수련을 강조했고, 몸 안의 모든 노폐물을 제거하고 맑은 기운을 받아들이고자 했다. 이러한 호흡법은 단전호흡 형태로 현대에도 일반에 널리 보급되고 있다. 신체 단련을 위한 도인술로는 몸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기를 보존하기 위한 운동 요법으로 역근경, 팔단금, 오금희 등이 전해지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공산당 정부 수립 이후 국민 건강 체조인 태극권과 같은 기공 요법을 보급하여 크게 성행하고 있다.
남녀 간의 육체적 결합을 적절히 활용하여 정(精)을 보하고 기(氣)를 키우는 방중술은 기본 원리가 채음보양에 있으며, ‘소녀경’, ‘채녀경’, ‘황제내경’ 등을 통해 일반에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도교의 장생술은 도교 신봉자만이 아니라 유학자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청정한 곳에서 은일하게 지내는 청정무위의 삶과 스스로 노력하여 건강을 다지는 자강유위를 생활 규범으로 삼았으며, 이를 본받아 퇴계 선생도 신체 단련을 위한 활인심방을 개발하여 중화탕, 화기환, 도인술과 같은 체조 요법을 스스로 실천했다. 이와 같이 양생술의 핵심인 신체 단련의 도인술은 선비 사회에서도 널리 유행하여 건강을 유지했다.
백세인들의 운동
프랑스의 랑동(Lucile Randon) 수녀님은 117세로 세계 최고령 2위에 오른 분인데, 코로나19에 걸렸지만 회복했다는 뉴스가 나와 세인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어 세계 곳곳에서 백세인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회복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작년 9월 말 통계로 미국에서도 코로나19에 걸렸음이 확인된 백세인 60명 중 사망에 이른 분은 단 3명에 불과해 백세인의 코로나19 치사율이 5%라는 보고가 나왔다. 같은 보고에서 대조적으로 90대 초고령자의 코로나19 사망률은 11.4%로 백세인의 치사율이 유의미하게 낮았음을 밝혔다.
일본에서도 팬데믹 기간 중 백세인의 수가 예년보다 오히려 크게 증가했음을 보고했다. 또한 7월 말 도쿄에서 개최된 국제백세인학술대회(ICC2021)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의 백세인에 대한 매우 의미 있는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저명한 인구학자 미셸 풀랭(Michel Poulain) 팀은 코로나19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벨기에의 2020년도 사망률이 80대 이상 연령대에서 평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는데, 놀랍게도 100대의 경우에는 사망률이 0.95배로 오히려 감소했음을 보고했다. 백세인이 80~90대보다 코로나19에 대한 회복 능력이 더 강하다는 의외의 사실이 구체적으로 보고된 것이다. 큰 미스터리는 왜 백세인의 코로나19 치사율이 일반 고령인보다 낮은가라는 문제다.
노인이 되어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생체 기능이 저하되고 생체를 보호하는 기능도 동시에 낮아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백세인의 코로나19 저항성은 뜻밖의 사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일반 고령인과 백세인의 다른 점을 비교해보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추진되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백세인 조사에서 밝혀진 백세인의 생활 습관적 특성인 활동성과 규칙성 그리고 절제성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백세인은 항상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생체 리듬에 따라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에서 결코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보였다. 그 결과 의학적으로는 당뇨병이환율이나 고혈압률이 일반 노인보다 백세인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생활 리듬을 지키며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생활 습관은 건강을 지키고 기저질환을 예방했으며, 이러한 생활 습관은 결국 고대로부터 내려온 장생술의 재현이 아닐 수 없다.
신체 단련과 생활 습관 개선이라는 양생술이 불로초보다 강한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부작용 측면에서 훨씬 안전하다는 기대치와 고가의 경비가 들지 않는다는 경제성 때문이었다. 신체를 단련하는 방법으로 귀족만이 아닌 일반인들도 활용할 수 있었기에 널리 보급될 수 있었다. 장생술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개개인의 일상생활 습관을 개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 사는 일반인은 일상생활의 편리함에 익숙하여 신체를 활용하고 욕구를 절제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도회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먹는 것을 절제하고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행동양식의 개선이 더욱 요원한 일이다. 그러나 고령사회에서 건강장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각종 기저질환의 근원인 퇴행성 질환을 미리 예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일반인이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실천적 생활 습관을 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터벌 워킹
이러한 측면에서 고령인이 일상생활 습관으로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방법을 한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적 장수 지역인 일본 나가노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권장하는 인터벌 워킹(Interval Walking)은 간단하다. 매일 3분 천천히 걷고 3분 빨리 걷는 사이클을 5회씩 반복하는 단순한 방법이다.
신슈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운동법을 3개월 이상 수행한 주민들의 심폐 기능이 크게 개선되고 고혈압과 당뇨가 회복되었으며, 3년 이상 추적한 결과 지역주민 건강보험 의료비 지출이 30%가량 줄었다. 인터벌 워킹은 단순하게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빠르게 그리고 천천히 되풀이하여 걸음으로써 심폐 기능을 효율적으로 자극하는 가장 간편한 운동 방법이다. 이에 덧붙여, 심신을 자극해 정서적 기능도 증진하고 신체 균형 감각을 증진해 낙상 같은 사고를 방지하는 목적의 우리 춤 체조 같은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권장한다. 이러한 운동 프로그램은 모두 신체적 기능을 증진하는 성과 외에 인지 기능 저하와 면역력 저하도 방지할 수 있음이 차례로 밝혀지면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 병에 걸리지 않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생활 습관 개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질병에 걸리지 않는 이상적인 무병장수를 이룬 경우는 기대만큼 흔하지 않다. 다만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가능한 한 아주 늦게 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보이는 백세인의 모습이다.
장수인이 되는 여러 가지 경로가 있지만, 결국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여유로운 곳에서 건전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서 성실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비법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 보여준 백세인의 강인한 생존 미스터리는 그들이 평생 지켜온 건강한 생활 습관이 반영된 것임이 분명하며, 미래 장수 사회의 기본 조건이 바로 생활 습관 개선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100세를 상수(上壽)라 부른다. 하늘이 내려준 나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100세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인지도 모른다. 백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건강과 장수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는 가운데, 송촌(松村) 김형석(102) 교수의 주치의이자 한의사인 박진호(54) 남산당한의원 원장과 김형석 교수를 만나 행복한 장수 비결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송촌의 삶을 가까이에서 접했던 박진호 원장은 그의 삶을 바탕으로 행복한 장수의 비결을 담은 책 ‘김형석 교수의 백세 건강’을 최근에 출간했다. 이 책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4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는 어떤 동기로 이 책을 집필한 것일까?
“건강 비법을 알려주는 책은 시중에 많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입니다. 다만 제시한 방법이 맞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대부분 ‘내 생각에는 이렇게 해야 건강하다’는 것이죠. 저는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싶었고, 마침 교수님의 주치의로서 살펴본 삶을 바탕으로 건강과 장수에 관한 얘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주치의로서 의무라고 할까요? 원래는 교수님께 논문으로 보여드렸는데 더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권하셔서 이번에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한의사로서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주제 중 건강과 장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교에서 ‘건강식품학’ 강의를 맡으면서 올바른 건강에 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예를 들어 흔히 한약을 보약이라고 생각하지만, 한약도 일종의 약입니다. 약효가 있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될 수도 있죠. 이처럼 한의사로서 학생들에게 건강에 관한 올바른 접근과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싶었던 마음이 시간이 지나 이렇게 결실을 본 것 같습니다.”
더불어 사는 행복
진료실에서 숱한 환자를 만나면서 장수하는 분들을 유심히 살펴봤을 것 같은데, 한의사로서 바라본 장수하는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그는 “나이는 마음의 상태다”라고 답하며 이렇게 말했다.
“진료를 하면 60세의 노인도 보지만, 80세의 청년도 만납니다. 몸은 나이를 먹어 늙더라도 우리의 마음은 청년일 수 있습니다. ‘연로한 견공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면 늙지 않을 수도 있죠.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건강해서 행복한가, 행복해서 건강한가?’ 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하는 것이죠.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라 다른 이와 나눌수록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송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건강과 나이에 대해 특별하게 신경 쓰지 않았다. 김형석 교수는 “그저 마주한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갈 뿐”이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보통 건강과 장수에 관심이 많아서 내게 비결을 물어본다. 하지만 특별한 비결은 없다. 허약한 체질이라 어릴 때부터 매우 아팠다. 그래서 건강을 위해 노력은 했지만, 건강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지는 않았다. 살면서 나이를 의식할수록 더 늙는 것 같아 굳이 나이에 연연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긴 코스를 뛰는 마라토너는 뛰면서 분과 초를 계산하지 않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뛸 뿐이다. 나 역시도 살아가는 동안 모든 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살았다.”
실제로 김형석 교수는 남들에게 베푸는 행복을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줄수록 더 커지는 사랑처럼 나누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만 살면 욕심만 생긴다. 욕심은 가지기 위한 마음인데, 결국엔 잃는 것이 더 많더라. 대신 더불어 살려고 할 때 지혜가 생기고,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남들에게 베풀려고 할 때 더 큰 행복이 생기더라. 남에게 주는 행복의 가치, 그것은 말로 설명하기 참 어렵다. 다만 그것을 실천해본 사람은 그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는 행복
더불어 사는 행복, 그것이 김형석 교수의 장수 비결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행복한 장수를 꿈꾸는 시니어가 갖추어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진호 원장은 꽃에 비유했다.
“젊은 시절엔 앞만 보고 목표를 향해서 뛰었다면 이제는 한 걸음 쉬면서 여유를 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주위의 시선에 휘둘려 살았던 이전의 삶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화창한 봄날에 핀 꽃을 생각해보세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핀 꽃도 충분히 아름답지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참사랑을 실천하려고 했던 송촌 선생님처럼 말이죠. 꽃은 피우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도 똑같습니다. 자신의 소중함을 느낄 때 ‘행복’이란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습니다. 그런 삶에 자연스레 장수가 따라오지 않을까요?”
김형석 교수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단단한 사유와 더불어 풀어내는 이야기마다 늘 소박한 유머를 곁들이고,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평온한 마음과 긍정적인 사고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태도가 행복한 장수 비결인지도 모른다. 주치의이자 인생의 제자로서 그의 사유와 철학을 세심하게 연구하며 기록하고 있는 박진호 원장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도 박진호 원장은 김형석 교수의 삶을 바탕으로 건강과 장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는 다음 책 출간을 위해 한의원을 운영하는 충남 예산에서 토요일마다 서울로 올라와 송촌을 만나고 있었다. 피곤할 법도 한데, 매주 송촌과 만나는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귀하고 재밌는 순간이라 피곤함을 느낄 새가 없다고 한다. 그만큼 이 일을 즐기고 있었다. 사시사철 푸른 주목을 빗대 ‘生千年 死千年’이라 부른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산다는 말이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자신만의 기개를 늘 유지한다는 뜻이다. 두 분이 품은 긍정의 힘으로 빚어지는 결과물이 주목처럼 오랫동안 남아서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응원하며 마친다.
코로나19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게 만들었다. 그전부터 커져오던 건강에 대한 시대적 관심이 전염병의 창궐을 통해 폭발하듯 넘쳐나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수요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많은 사람이 먹어서 자신을 가꿀 수 있는 이너 뷰티 제품에 눈길을 기울이게 됐다. 그 이너 뷰티 제품 중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이 바로 먹는 콜라겐이다. 콜라겐은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하며 먹는 콜라겐을 고르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40대 이후부터 급격히 감소
중장년들에게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건강 관련 식품들 중 그 성장세가 가파른 콜라겐. 남다른 인기의 이유를 이해하려면 우선 콜라겐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콜라겐은 한마디로 단백질의 일종이라고 보면 된다. 포유동물 신체에 있는 전체 단백질의 25%에서 35%까지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단백질인 콜라겐은 사람의 몸에서 발견되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힘줄, 인대, 피부와 같은 섬유조직에서 가장 흔하며 각막, 연골, 뼈, 혈관, 소화관, 척추사이원반, 치아의 상아질에도 있다. 즉, 콜라겐은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로서 우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콜라겐을 보충해야 하는 이유
그런데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콜라겐을 굳이 왜 보충해야 하는 걸까? 왜냐하면 콜라겐은 노화로 인해 분해되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만 35세를 이후로 몸속 콜라겐 합성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자연 노화 외에도 자외선을 받으면 피부 섬유아세포의 콜라겐 합성이 멈춰 콜라겐 양을 줄게 만든다.
콜라겐은 피부의 수분량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콜라겐이 부족할수록 피부의 수분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외모의 노화도 두드러지게 된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또한 콜라겐은 관절 및 뼈 건강, 탈모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러한 콜라겐의 역할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듯 콜라겐을 보충한다며 닭발이나 돼지껍질 등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해봐도, 단백질을 먹었을 때 그게 바로 몸으로 흡수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단백질은 섭취하면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변하기 때문에, 바로 우리 몸의 단백질이 되지 않는다. 아미노산 단계 이후에 다시 콜라겐으로 생성되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
식약처가 인증한 ‘기능성 콜라겐’
이러한 자연 원리 때문에 콜라겐을 섭취했을 때 효과를 보려면 똑똑한 섭취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장 먼저 강조되는 부분은 ‘저분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콜라겐의 흡수율과 관련된 부분인데, 분자가 크면 클수록 흡수율이 좋을 리가 없다. 콜라겐의 분자 크기 단위는 달톤(DA, Dalton)으로 표시하는데, 이 단위가 작을수록 흡수율이 높아진다. 시중에는 300달톤부터 1000달톤까지 여러 가지 콜라겐 제품이 있지만, 모두가 저분자 상품이라며 광고를 한다. 하지만 되도록 작은 분자 크기의 콜라겐을 섭취해야 흡수되는 양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콜라겐으로 재생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저분자 콜라겐을 확인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기능성을 인증한 ‘기능성 콜라겐’을 고르는 게 신뢰도가 높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식약처로부터 인증을 받지 않은 일반 콜라겐 제품들도 있고, 사실 그러한 제품들이 대다수이지만, 식약처 인증이 이뤄진 저분자 콜라겐은 그보다 확실하고 품질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원료의 기원, 제조 방법, 적정 섭취량에 대한 실험, 안전성 시험, 효과를 실험하는 임상 시험 등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이상의 기간을 거쳐 까다롭고 복잡한 검증 과정을 거친 결과물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제품 유형에 ‘건강기능식품’ 표시를 했는지 안 했는지의 유무로서 확인할 수 있다.
엘라스틴, 히알루론산, 세라마이드
콜라겐의 분자 크기 외에도 같이 들어간 성분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맛을 더 내기 위해 합성착색료, 합성착향료 등의 화학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추천되지 않는다. 명색이 건강 기능을 돕는 식품인데 화학 성분이 들어가 있다면 과연 건강 기능에 도움이 될 것인지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화학 성분이 민감한 사람에 따라 예측 못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위험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대량 생산을 위해 이산화규소, 스테아린산마그네슘 등의 화학부형제가 들어간 경우가 있는데, 이것들도 장기 복용 시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반면 콜라겐과 함께 들어 있으면 좋은 성분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콜라겐 합성에 필요한 비타민A나 비타민C, 철분 등을 추가로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피부 깊숙한 곳에 자리한 진피를 이루는 히알루론산과 엘라스틴, 피부의 겉면인 표피를 이루는 세라마이드를 함께 섭취하는 것도 추천한다. 엘라스틴은 콜라겐을 지지하고 히알루론산은 피부 속 수분을 저장했다가 보습이 필요한 부위에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세라마이드는 피부 수분 증발을 막고 외부 유해 물질을 차단한다. 모두가 콜라겐의 보존과 유지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이므로 더 효과적인 콜라겐 성능을 발휘하려면 필요한 재료들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액상 형태가 추천된다. 저분자 콜라겐은 타블렛, 분말, 액상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출시되어 있는데, 이 중 액상 형태가 흡수에 용이하므로 액상으로 된 제품이 추천되는 것이다.
먹는 콜라겐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
이미 시중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광고 모델을 하고 있는 무수한 콜라겐 제품들이 나와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동안 분야가 다른 업계에서 경력을 쌓고 있던 유력 회사들이 콜라겐을 들고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게 현재 상황이다. 뉴트리, 롯데, 풀무원, 지엔앰, 동국제약, GC녹십자, 종근당, 경남제약, 메디포스트, 리드마인 등 기존 콜라겐 시장의 강자들에 더해 국내 중견 화장품 업체 클리오도 따로 사업부를 만들어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도전한다고 발표했다. 클리오는 그간 바르는 화장품의 재료로서 콜라겐을 사용한 라인업이 있으나, 이제는 20~30대 여성들을 위한 먹는 콜라겐 제품을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라면 업계의 전통적 강자인 농심도 먹는 콜라겐으로 시장 확대를 꾀할 예정이다. 홈쇼핑도 자체 상품을 내놓으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관심을 증명하듯 콜라겐은 허위, 과대광고의 위험성 또한 높다. 2020년 6월, 식약처는 집중적인 점검을 벌여 총 416건에 달하는 허위 과대광고 행위를 적발하고 판매 사이트를 차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 중 식약처의 인증을 받지 못한 일반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건강기능식품인 양 부풀려서 광고를 한 제품들은 164건. 전체의 39.4%로 집계됐다. 예를 들어 건강기능식품으로서 인증을 받았다면 ‘피부보습’,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으로부터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 등 기능성을 표시·광고할 수 있지만, 일반 식품에서는 이런 기능성 등을 표방해서는 안 된다. 이 외 성분 효능·효과 광고를 통한 소비자 기만이 146건(35.1%), 효과 거짓·과장 103건(24.8%), 질병 예방·치료 효능 표방 3건(0.7%) 등이 적발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면역력 강화 이슈와 함께 초고령사회와 백세시대의 도래로 더 건강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먹는 콜라겐은 미용 목적, 관절 등의 고연령 건강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서 제시되고 있는 점에서 미래 수요가 더 늘어나리라고 여겨지는 식품이다.
그러나 위 단속 사례에서 보듯 먹는 콜라겐 시장에는 허위 광고와 소비자 기만 사례가 많다. ‘대세’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지 말고 함유된 성분과 건강식품으로서의 기준에 바탕하여 냉정하게 제품을 살펴보고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지리라는 진단이 의료계에서 거듭 나오고 있는 지금,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이루려면 기존과는 다른 차원으로의 도약이 필요한 상황. 정부에서는 이를 위한 ‘한국형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지역에 안착해 주민들이 좋은 일자리를 체감하는 게 정부의 목표이자 지역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는 양천구를 책임지고 있는 김수영 양천구청장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에게 직접 일자리와 양천구 개발의 미래상을 들어봤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에서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지역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목소리를 대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는 각 지방정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우수한 일자리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중앙-지방정부 간, 지방-지방정부 간 협업을 강화하는 소통의 창구 역할이다. 양천구는 2019년 119개 사업에 7231개 일자리 창출 목표를 수립해 119개 사업, 68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일자리는 더 이상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적인 복지 영역입니다. ‘일자리가 곧 복지’인 거죠.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힘써 다양한 계층이 체감하는 내실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모두의 바람이자 희망입니다.”
중장년층 일자리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
김 구청장은 50대 이후의 중장년층을 위한 양천구만의 일자리 지원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양천구의 어르신복지과 ‘인생 이모작 팀’이 중장년층을 위한 여러 솔루션들을 기획 중이다. 그리고 50대 독거남들이 사회에 다시 진출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나비남 프로젝트’, 8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 전담 팀이 직접 방문해 건강관리를 해주는 ‘백세건강 돌봄 사업’ 등 세대별 맞춤형 복지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 양천시니어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장년층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게끔 다양한 정보 제공 및 취·창업 지원을 위한 양천50플러스센터를 2021년 7월 개관할 예정이다. 또한 ICT 기술을 독거노인 및 취약 계층에 도입해 디지털 취약 계층과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신중년 일자리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예를 들어 ‘ICT 기반 돌봄 서비스’는 신중년 ICT 케어 매니저들이 AI 스피커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의 고독사 예방 및 신속한 위기 대응 등의 돌봄 서비스를 수행하는 일이다. 더불어 조리사 자격을 갖춘 신중년들이 어린이집의 대체조리사로 활동해 급식 공백을 최소화하는 서비스인 ‘대체조리사 지원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 지정
양천구가 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됐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양천구가 선정된 배경에는 먼저 ‘연의목공방’이 서울시 자치구 목공방 중 규모가 제일 크며, 목재 관련 박사학위가 있는 외부 강사를 인력풀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목공지도사를 직원으로 채용해 직접 운영하는 것도 높이 평가받았다.
“양천구는 주거 지역이 전체 면적의 약 72%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베드타운으로 흔히 목동을 얘기하면 대입 전문학원이나 목동 아파트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입시학원 중심의 목동에서 평생학습 중심의 양천구를 만들기 위해 오목공원 내 창고로 방치돼 있던 공간을 목공예 체험장으로 조성한 것이 연의목공방의 시작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7월 산림청에서 전국적으로 공모한 ‘목재교육 전문가 양성기관’에 지원하였으며, 지정을 받았습니다. 전국 총 44개 기관에서 신청했는데 6개 기관만 선정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양천구죠. 앞으로 목재교육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국가자격증반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개강은 곧 할 예정입니다.”
12월부터 개강할 목재교육전문가는 산림청에서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한 기관만이 배출할 수 있다. 6개월 과정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목재교육 분야의 전문지식·기술습득 및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면 목재문화체험장, 강사 활동, 학교 방과후 교사 및 마을 학교 강사, 소창업 등이 가능해진다. 양천구에 목공방 마을 1호가 머지않아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음 치유는 공원에서
일자리를 못 구하는 일도 사람의 마음을 척박하게 만들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그 이전에 가혹한 생존의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코로나19다. 김 구청장은 자칫 몸과 마음이 삭막해질 수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삶의 질’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런 기준에 따라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여가를 보내는 대신, 쾌적하고 안전하게 ‘쉼’을 누릴 수 있는 공원을 추천했다. 양천구는 이러한 방향성에 맞춘 다수의 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양천구 면적은 17.4k㎡로 이 중 주거 지역이 71.8%인 12.5㎢입니다. 녹지는 23%인 4㎢로 그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며 전역에 크고 작은 공원 104개소가 조성되어 있어 힐링하기에 좋은 환경이죠. 특히 연의목공방에서 700m 떨어진 곳에 양천도시농업공원을 작년 4월에 개장했는데, 7000평 규모에 농업체험학습장, 친환경텃밭, 야생초화원, 생태연못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삭막한 도시 환경을 개선함은 물론 마을공동체 사업과도 연계해 건강, 교육, 공동체 개선 등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끌고 있는 중입니다.”
양천도시농업공원에서 수확한 채소는 각 동의 취약 계층과 어르신 사랑방에 기부하거나 양천푸드마켓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작년 한 해 동안 기부된 채소들은 300kg이 넘는다. 공원을 가꾸는 재미가 정서적 위안과 함께 공동체 정신을 높이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2022년까지 연의목공방 맞은편에 제2의 도시농업공원을 하나 더 개장해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균형 발전을 위한 대규모 사업들
“양천구는 강남권과 비강남권을 말하는 서울시의 축소판처럼 목동과 비목동 간의 지역 격차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균형 발전에 대한 밑그림을 구상했고 민선 7기를 열면서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구청장이 균형 발전을 위해 구상한 ‘H-Plan’은, 양천구의 큰 개발 계획을 통해 동쪽(목동)과 서쪽(비목동)이 균형 발전을 이루고 상생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정책 사업이다. 미래 양천의 30년 발전을 위해 주민들과 약속한 내용이기도 하다. 우선 동쪽에는 중소기업 혁신 성장 밸리를 조성하고 서쪽에는 서부트럭터미널을 개발해 도시 첨단 물류단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남쪽은 신정차량기지를 이전 및 개발해 문화 상업 복합 시설을 유치하며 북쪽으로는 국회대로와 차도를 지하화해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정3동의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은 운영사인 서부T&D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해 그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경전철 목동선도 서울시와 정부에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발표한 이후,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위원회의 심의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끝나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다음 절차가 진행될 것입니다. 워낙 큰 사업들이라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는 없겠지만 미래의 먹거리 사업이라 생각하고 차근차근 추진해나가려고 합니다.”
자발적인 착한 소비 운동에 감동
김 구청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양천구민들에게 감동을 받은 경험이 있다. 구청에서는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어려워지자 힘들어하는 소상공인을 응원하기 위해 ‘착한 소비’ 캠페인을 시작했다. 동네 단골집에 미리 ‘착한 선결제’를 한다거나 포장 주문을 하거나, 1+1 구매를 해서 주변 이웃과 나누자는 ‘착한 소비자’ 운동이 그 내용이다.
“현장에 나가 보면 손님이 너무 없어 힘들다는 사장님이 많은데 ‘주민들이 이렇게 착한 소비 운동을 해주시니 그래도 버틸 힘이 난다’고들 하셨습니다. 그중 한 식당 사장님은 주민들이 방문 포장도 하고 선결제도 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자신도 단골 미용실에서 선결제를 하는 착한 소비자 운동에 동참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새희망자금, 소상공인 신용보증 융자 지원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을 통해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일시적인 지원보다 단골손님들의 응원과 소비가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사실 ‘착한 소비’ 캠페인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했을 사업입니다. ‘나도 힘들지만 우리 이웃을 위해 함께 이겨내자, 힘내자’ 하면서 서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동참해주시는 주민들을 보면참 감사한 마음도 들고,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은 주민들에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니어 구민을 위한 행정
최근 김 구청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시니어 구민을 위한 디지털 격차 해소다.
“얼마 전 모 신문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이 유튜브를 이용하고, 한 달 평균 30시간이나 시청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뉴스가 가장 많은 채널을 묻는 질문에 50대와 60대의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지목할 만큼 가짜 뉴스에 노출되어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에서 진짜를 가려낼 수 있도록, 중장년 어르신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줄 ‘디지털 문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김 구청장은 로봇과 시니어를 연결하는 일도 하고 있다. 관내 어르신들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용 로봇 사업을 도입한 것이다.
“어르신 복지관 3개소에 얼굴과 음성 인식이 가능한 카카오톡 교육 로봇인 ‘리쿠’를 40대 보급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손님들이 비대면 주문을 선호하고,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도 적어 매장마다 늘어나고 있는 무인단말기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패스트푸드점 주문, 기차표 발매, 영화관 티켓 발매, 무인발급기 이용 방법 등을 알려주는 교육용 키오스크를 복지관에 설치하고 관련 강좌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김 구청장은 또한 ‘스마트폰 사용 기초 과정’을 시작으로 유튜버로 활동할 수 있는 ‘1인 크리에이터 교육’, ‘시니어를 위한 빅데이터 교육’ 등을 실시해 다가오는 스마트 미래 시대에 신중년들이 당당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진행형의 인생 2막
“보통 정년이라고 해서 퇴직하는 나이가 정해져 있는 직업에서는 은퇴 후를 ‘인생 2막’이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계속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더 일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김 구청장은 양천의 미래 30년을 위한 굵직한 사업을 많이 추진하고 있다. 그런 사업들을 꼼꼼히 챙기면서 양천구민들을 위해 어떻게 잘 마무리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50대 중반의 신중년인 김 구청장이 생각하는 시니어로서의 삶은 뭘까. 그녀는 나무와 같다는 말로 비유했다.
“울창한 산길을 걷다 보면 주위에 나무가 참 많은데, 이 나무들의 나이를 겉만 보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나무는 우리처럼 나이를, 이마나 눈가에 주름으로 새기는 것이 아니라 나무 속에 나이테로 새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봄이 되면 모든 나무가 푸른 잎을 꺼내는 것은 똑같죠.”
김 구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성해지는 나무처럼 나이 들수록 더욱 울창하고 푸르른 나무가 되어, 누군가 와서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그런 포용력과 배려심을 키우는 게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큰 나무처럼 양천의 미래를 책임지며 자신의 나이테를 깊이 새기고자 하는 그녀의 소망이 어떤 봄을 맞이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