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중 가장 흔한 ‘간세포암’ 환자가 5년 새 약 9% 늘어났다. 환자는 남녀 모두 60대가 가장 많았다.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최근 5년(2017년∼2021년) 간세포암 현황 자료를 보면, 이 질병의 진료 인원은 2017년 5만 9천40명에서 지난해 6만 4천525명으로 9.3%(5천485명) 늘었다. 연평균 2.2% 증가한 셈이다.
간세포암은 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세포에서 기원하는 악성 종양으로, 간암이라고 하면 대부분 간세포암을 말한다.
지난해 간암 전체 진료자는 8만 853명이었고, 이 가운데 간세포암 환자가 6만 4525명으로 79.8%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간세포암 진료 6만 4525명 가운데 남성이 4만 9677명으로 77%를 차지했다. 여성은 1만 4848명으로 23%였다. 연령대로는 60대가 36.7%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70대 26.3%, 50대가 19.9%로 뒤를 이었다.
간세포암 환자의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2017년 4671억 원에서 2021년 5532억 원으로 19.7% 증가했다. 1인당 진료비는 2017년 791만 1000원에서 2021년 857만 4000원으로 8.4% 증가했다.
권정현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예전에는 간암으로 가기 전에 간경변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았다. 이제는 항바이러스 치료제도 많이 나왔는데 간암 환자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면서 “환자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다 보니까 간암이 생길 요인도 많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40대 이상 고위험군에게는 6개월마다 간암 초음파 검진을 진행하고 있다. 간암은 간 수치도 정상이고, 아프지도 않은데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6개월마다 검진을 해야 한다”면서 “한 번 하고 말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세포암은 B형과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간경변증(간경화), 알코올성 간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권 교수는 “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B형·C형 간염 보균자인 경우에는 꼭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으라고 권하고 싶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2월 권정현 교수는 C형 간염의 위험성에 관해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C형간염이 무서운 이유로 A·B형간염과 달리 예방백신이 없으며, C형간염은 간 수치가 상승하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C형간염 환자 10명 중 8명은 증상이 거의 없다는 통계도 있다. 권 교수는 “40~50세 이상에서는 한 번 정도 C형간염을 검사해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AARP가 보도한 축적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독감 예방 주사는 뇌 건강 및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UT헬스 휴스턴의 연구원들은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93만6000명의 65세 이상 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4년 동안 독감 예방 주사를 한 번 이상 맞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또래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40%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다가 예방접종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람들에게서 보호 효과가 더 높았다. 연구의 주저자인 아브람 벅바인더 박사는 성명에서 “매년 독감 백신을 꾸준히 접종한 사람들에게서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가장 낮았다”며 “4년의 추적 기간 동안, 예방접종을 받은 이의 5.1%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유병률은 8.5%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
그렇다면 백신과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아직 뚜렷한 원인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면역 체계가 뇌 장애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착안해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다른 연구에서는 파상풍, 소아마비, 헤르페스와 같은 다양한 성인 예방 접종과 치매 위험 감소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2020년 듀크대학 연구팀은 폐렴 예방 접종을 받은 65~75세 성인의 경우 알츠하이머의 유병률이 더 낮게 나타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연구에서 독감 예방 접종이 이미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진행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코로나19 백신과 알츠하이머병과의 연관성도 조사할 가치가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재유행 대비 4차 접종 대상 확대 계획 발표에 따라,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4차 접종을 당부했다. 4차 접종은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하되, 80세 이상 연령층에게 적극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50대 연령층 전체,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감염취약시설 입소자·종사자 중 3차 접종을 완료하고 4개월(120일)이 경과한 이들도 접종 권고 대상이다. 이번 계획은, 재유행에 대비하여 고위험군의 중증사망 예방을 위해 수립됐다. 대상 집단의 치명률 및 중증화율, 국내·외 연구결과, 주요국의 정책방향 및 근거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방침이다.
국내 코로나19 4차 접종 효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 백신은 감염예방효과가 낮고 지속기간이 짧으나, 중증 및 사망예방효과는 50% 이상으로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확인됐다. 신규변이 유행에도 현재 백신의 중증·사망 예방효과는 유지되므로, 현재 백신을 고위험군의 선제적 보호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국외 연구도 4차접종의 효과성을 지지하는 경향이다. 캐나다의 장기요양시설 입소자를 대상으로 한 4차 접종 효과 분석에서, 백신효과는 매 접종마다 증가했으며, 미접종자 대비 4차 접종의 감염 예방효과가 49%, 중증(입원 또는 사망)예방효과가 86%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 호주 등 국외 주요 국가에서는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실시하고 있으며, 4차 접종 대상 확대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호주에서는 BA.4, BA.5 신규변이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4차 접종을 50세 이상 성인에게 권고(7월 8일)하고 있다.
세부적인 접종 계획은 다음과 같다.
△접종 대상: 50대 연령층 전체,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감염취약시설 입소자·종사자 중 3차 접종을 완료하고 4개월(120일)이 경과한 자.
*50대 연령층: 4차접종 대상자인 50대 연령층은 출생연도 기준으로 1963년 이후 출생자부터 1972년 이전 출생자까지 해당.
△접종 간격: 3차 접종 후 최소 4개월(120일) 경과 시점부터 접종할 수 있으나, 개인 사유(국외출국, 입원·치료 등)가 있을 경우 3차 접종 완료 3개월(90일) 이후부터 당일접종 가능.
△접종 방법: 사전예약 누리집(ncvr.kdca.go.kr)을 통해 예약 또는 당일접종, 누리집을 통한 대리예약이나, 전화예약(1339, 지자체콜센터).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하며, 지자체 여건에 따라 보건소 접종도 가능. mRNA 백신 또는 노바백스 백신으로 접종.
△접종 일정: 사전 예약은 7월 18일(월)부터 시작, 예약접종은 8월 1일(월)부터 시행 예정
당일접종은 7월 18일(월)부터, 카카오톡·네이버에서 잔여백신을 예약하거나 의료기관에 유선 연락을 통한 예비명단을 활용해 접종 가능.
△이상반응 감시: 접종받은 고위험군 모두에게 접종 시 등록된 연락처로 접종 이후 3일 차에 주의사항 및 조치사항 재 안내.
코로나19가 지나간 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 상황을 ‘포스트 코로나’라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특히 중장년층은 어떤 변화를 맞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난해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를 진단한 저서 ‘팬데믹 제2국면’을 펴낸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코로나19의 충격은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갈 겁니다.”
우석훈(54) 성결대학교 교수의 첫마디였다. 책의 부제 또한 ‘코로나 롱테일, 충격은 오래간다’다. 우 교수는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에 끼칠 영향이 지대하고 오래갈 것을 예상해 ‘롱테일’(Long Tail, 긴 꼬리)이라는 표현을 썼다.
책에서 우 교수는 팬데믹을 제4국면으로 나눴다. 제1국면은 2020년, 코로나 백신이 등장하기 이전의 기간을 말한다. 제2국면은 2021년으로 선진국에 백신 보급이 시작되는 기간이다. 우석훈 교수는 백신을 확보한 나라와 확보하지 못한 나라 간 국제적 갈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2022년인 현재는 우석훈 교수의 예상대로라면 팬데믹 제3국면이다. 우 교수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에도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를 제3국면으로 정의하며 선진국 사이의 여행이 부분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4국면은 2023년으로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도 백신이 어느 정도 보급되는 시기이며, WHO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선언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석훈 교수는 예상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은 우 교수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을까. 우석훈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오미크론의 등장은 예상했지만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또한 예상했던 것보다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률이 낮고 충격을 덜 받았다”고 변수를 짚었다.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은 우석훈 교수의 책이 나오던 시점인 2021년부터 흘러나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오미크론의 등장은 코로나19의 꼬리를 더욱 길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정확히 언제부터를 ‘포스트 코로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 교수는 “PCR 검사 없이 일본 관광을 다녀올 수 있을 때가 기준점”이라고 답했다. 현재 일본, 인도네시아는 자국 입국자에게 PCR 검사 결과만 인정하고 있다.
우석훈 교수는 책에서 제4국면에 속하는 2023년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봤다. 특히 그는 그때가 되면 “한국 경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코로나 균형’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제1그룹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조만간 일본과 프랑스도 넘어설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의 선진국화가 국민들도 부자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우 교수는 “추운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따뜻해진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모두가 아닌 ‘나만 힘들다’를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진다.
결과적으로 팬데믹 양극화 속에 ‘부자 나라의 가난한 국민’이 더욱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우석훈 교수는 앞서 말한 대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 양극화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령, 소득에 상관없이 국민들이 좋아하는 것은 딱 하나더라고요. 해외여행이죠. 이제 국경이 열리면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은 해외에 자주 나가겠죠. 반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먹고살기도 힘들기 때문에 못 나갈 거예요. 코로나19 때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 같이 집에 있었고 동네에서 같은 슈퍼를 왔다 갔다 했으니 그 차이를 못 느꼈는데 이제 실감하게 된다는 거죠.”
우석훈 교수는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업종의 차이에서 온다고 했다. 코로나19의 특수를 맞은 산업은 더욱 잘 되고, 충격을 받은 산업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한국은 산업 구조가 IT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평했다.
“결국 IT와 관련된 회사는 더욱 커질 것이고, 격리 시절에 필요했던 배달은 앞으로 줄어들 것인데 배달업 쪽이 어떻게 될지는 회사마다 다를 것 같아요.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19로 승자가 됐죠. 코로나19 확산 초반에 보건소에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자차로 가라고 했잖아요. 어떤 이유로든 차 없이 버티던 사람들도 차가 없으면 곤란한 상황이 됐으니까 차를 사게 되고, 그게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호황을 불러온 거죠.”
특히 우석훈 교수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영화 산업의 앞날을 걱정했다. 코로나19 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극장 관람 횟수는 4.37회였다. 이는 미국을 앞지른,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그 숫자가 확 줄었고, 배급과 유통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 교수는 “영화 산업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느냐를 넘어 산업 존폐도 달려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기생충’ 이후 당분간 천만 영화는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버스 안에는 부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고, 공기업 근무자들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앉아 있다. 한계에 내몰린 청년들이 서 있고, 가사노동자를 비롯한 여성들이 서 있다. 노약자 보호석이 있기는 하지만, ‘인생 2모작’이라는 명찰을 단 일부 노인만 앉아 있고 나머지는 서 있다. 중간중간에 멀미를 버티지 못해서 내린 사람들을 보니까 대학 비정규직 강사 등 지식 생산을 담당하던 사람들이나, 작가와 화가처럼 문화 경제 분야 종사자들이 적지 않다.’
우석훈 교수는 팬데믹 이후 도래할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의 상황을 덜컹거리는 만원 버스에 비유했다.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노인층도 빠지지 않고 언급됐다. ‘인생 2모작’ 명찰을 단 사람과 달지 못한 사람 사이에서 격차가 발생했다.
“일을 하는 노인은 많아지고 있지만, ‘2모작’ 소리를 들을 만한 일을 하는 사람은 적어질 거예요. 돈을 충분히 벌어서 은퇴 후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인생 2모작을 하더라고요.작가를 한다든지 화가를 한다든지 말이죠. 돈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그러나 저소득층이나 계속 일을 해야만 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생 2모작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은퇴 후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석훈 교수는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까지,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쥐어짜서 일해야 한다. 노동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됐을 때부터 20, 30년은 평균적으로 더 살아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별로 없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더불어 우 교수는 출생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10·20대는 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인구가 많은 40·50대를 향한 문화 경제의 집중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 교수는 “잔인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IT 변화에 맞춰나가는 수밖에 없다. 꼭 IT 관련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지금 20·30대는 선진국 국민이고, 50대 이상은 개도국 시절 국민이다. 개도국 시절에 하던 것을 선진국 국민들은 하기 싫어 한다. 그 변화를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같은 50대 사이에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같은 개도국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도 격차가 굉장히 클 거예요. IT에서 생겨난 변화, 인공지능으로 생겨난 변화를 따라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커질 거라는 거죠. 이것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에요. 시대 감성이 바뀐 것을 읽을 줄 알아야 해요. 글을 쓴다거나 뭔가 기획을 한다고 했을 때 그런 것들이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의 팬데믹 시기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이전에 했던 육체노동이나 집단노동 시대가 아닌 개별화된 노동인들이 움직이는 시대가 될 건데, 여기에 적응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인 거죠.”
더불어 우석훈 교수는 앞으로 고령화 사회의 대응 방안으로 일본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역에서 서로 봉사하고 돌보면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개별화된 삶의 형태인 우리나라에 특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1인 가구가 늘어나므로 로봇과 사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이후 어느 국가에 사느냐, 어느 동네에 사느냐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가 몇 명 안 된 나라는 편안하게 있었던 거고, 10만 명당 몇 천 명이 확진된 나라는 꼼짝 못 하고 갇혀 있었던 거죠. 이렇게 팬데믹은 개인의 삶이었던 것 같은데 돌아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얘기해주죠. 공동체, 그 다음 국경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시켜준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는 공동체와 개인, 두 가지 축을 두고 늘 고민을 하셔야 될 거예요.”
우석훈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팬데믹은 또다시 온다고 했다. 우리는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4~5년 주기로 팬데믹을 겪었다. 우 교수는 다음은 무엇일지 모르지만 4~5년 내에 또 팬데믹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올지도 모른다.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힘을 못 쓰고 있지만 이제 마스크를 벗으면 독감이 몇 번 돌 것이고, 다음 선수가 또 나오겠죠. 또 지구 자체에 여행이 너무 많아지고, 공동체화가 되고, 자연 생태에 있던 것들이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팬데믹이 생겨나는 거예요. 이번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긴 팬데믹이었죠. 저도 50대 중반으로서 수많은 실망스러운 사건들을 겪었지만 아직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아련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다음번 팬데믹까지 모두 안녕!”
‘원조 국민 MC’ 송해가 8일 자택에서 영면에 들었다. 향년 95세.
송해는 지난 4일 KBS 1TV ‘전국노래자랑’ 전라남도 영광군 현장 녹화에 불참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년 만에 재개된 현장 녹화였다. 이어 송해는 지난 7일 경기 양주시 편 야외 촬영 녹화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송해는 지난 1월과 5월에는 지병인 폐렴 관리 등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었다. 3월에는 백신 3차 접종을 마친 상태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대중의 걱정을 샀다.
이처럼 올해 들어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고령의 나이에 체력적 한계를 느낀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계속 맡을지에 대해 제작진과 상의를 거듭해왔다. 최근에는 하차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송해는 1927년 4월 27일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났다. 해주예술학교에서 성악을 배웠고, 6·25 전쟁 당시 남한으로 피난 온 뒤 1955년 창공악극단의 단원으로 유랑 극단 무대에 오르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특히 송해는 1988년부터 KBS 1TV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해왔다. 34년 간 공개 녹화를 통해 1000만 명이 넘는 사람을 만났고, 자타공인 ‘국민 MC’에 등극했다. 기네스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 세계기록에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KBS 연예대상 공로상,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한국방송대상 공로상,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이밖에 송해는 KBS 2TV 드라마 ‘싱글네 벙글네’(1981)와 KBS 2TV ‘나를 돌아봐’ MBC TV ‘세모방 : 세상의 모든 방송’, TV조선 ‘부캐전성시대’ 등 예능물에 출연했다. 지난해 고인의 일대기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가 개봉했으며, 올 설 연휴에는 송해의 인생을 뮤지컬로 녹인 KBS 2TV에서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가 방송됐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에서 고인은 “땡과 딩동댕 중 뭐가 더 소중하냐고 하는데, 땡을 받아보지 못하면 딩동댕의 정의를 모른다. 나 역시 ‘전국노래자랑’에서 내 인생을 딩동댕으로 남기고 싶었던 사람”이라는 말을 남겼다.
2016년에는 서울 종로에 송해의 이름을 딴 ‘송해길’이 조성됐다. 본지는 2019년 송해길에서 송해를 만났었다. 건강한 모습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던 그는 "때론 사람 구경도 취미로 삼으면 좋다. 천태만상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재미가 있다. 종로에 자주 오셔서 맛난 것도 드시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고 본지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그동안 무탈하게 잘 지내셨습니까? 흔히 나누던 인사가 귀한 말이라는 걸 새삼 실감합니다. 백신 3차 접종까지 마쳤기에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로 넘쳐나도 우리 집은 무사하겠거니 안심했나 봅니다. 번갈아 가며 식구들이 확진되고, 자가격리 이후 일상 회복까지 몸소 겪으면서 그동안 확진 당사자와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합니다. 이 심정을 담아 마음 미장공 다섯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그러십니다. 너도 딱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보라고요. 엄마의 엄마는 또 그러셨습니다. 너도 시집 가서 꼭 너 같은 새끼 더도 말고 하나만 낳아서 키워보라고. 그래야 엄마 맘을 알 테니까요. 부모 속 썩이던 그때는 모르던 것을 자식 때문에 속이 문드러지고 나서야 아 그랬지 하고 겨우 알아차립니다.
깻잎 논쟁과 역지사지
몇 년 전 텔레비전 방송에서 들려준 중년 가수 부부의 이야기가 일파만파 세대 불문 연일 화제였습니다. 부부와 아내 후배가 같이한 식사 자리. 하필이면 깻잎장아찌를 먹으려는 아내 후배. 때마침 붙어 있는 깻잎. 기다렸다는 듯 젓가락으로 떼어주는 남편. 사건 자체는 간단한데 논쟁은 그칠 줄 모릅니다. 김 여사 남편 역시 그게 왜 화낼 일이냐고 되묻습니다. 이때다 싶어 김 여사는 예를 들어 조곤조곤 설명합니다.
“여보, 한번 상상해봐요. 우리 부부랑 당신 남자 후배,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한 후배랑 셋이 밥을 먹어요. 한창 당신이 신나게 얘기를 하는데, 느닷없이 그 후배란 녀석이 내가 쩔쩔매는 깻잎장아찌를 무심히 툭 떼어주는 거예요. 젓가락질 서툰 나를 지켜봤던 거지. 어때요, 기분이?”
입장을 바꾸자 바로 불쾌해진 남편.
“그건 절대 안 되지!”
역지사지, 참 쉽죠?
식사 속도로 보는 역지사지 실험
그런데 역지사지하는 게 정말 쉬울까요? 이 실험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밥을 빨리 먹는 사람과 천천히 먹는 사람이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 아니면 연인, 친구, 동료까지. 얼마 전 라디오 사연으로 소개되어 진행자와 초대 손님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던 식사 속도 문제. 일주일을 정해서 평소와 반대로 해보면 됩니다. 씹는 건지 삼키는 건지 모를 만큼 빨리 먹는 사람은 천천히, 밥알이든 맹물이든 꼭꼭 씹어 먹는 사람은 꿀떡 삼키듯 빨리. 식습관을 바꿔 해보는데, 보통 일주일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하루 세 끼면 실험 효과는 충분합니다. 도저히 못 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니까요. 그만큼 남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임에 분명합니다.
바꿀 역(易)에 숨어 있는 비밀
나와 다른 누군가의 삶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 말이나 입장을 헤아리기 위해서 ‘역지사지’ 뜻을 살펴보면 좋을 것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에서 핵심은 바꿀 역(易)에 있습니다. 역(易)의 아랫부분인 말 물(勿)의 갑골문에 비밀이 감춰져 있습니다. 그릇에 담겨 있는 무언가를 쏟아내고 거기에 새로운 것을 담는 게 역지사지의 바탕입니다. 바꿀 역, 쉬울 이로 읽히는 이 글자(易)가 나아가서는 고치다, 새로워지다, 평안하다, 편안하다, 기쁘다, 기뻐하다는 뜻을 품고 있다고 합니다.
지(地)는 내가 딛고 있는 땅, 처지, 형편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사(思)는 뇌(腦)를 상징하는 밭 전(田)과 마음 심(心)을 합한 글자로 머리와 가슴으로 깊이 생각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갈 지(之)는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나타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자원(字源)에 따라 풀어보겠습니다.
내 그릇을 비우고, 상대 마음과 생각을 새로 담으면, 나와 당신이 기쁘고 편안해진다.
내가 원래 갖고 있던 당신에 대한 오해나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고집이나 아집을 비우고, 상대의 마음과 생각을 새로 담는 것입니다. 맑고 깨끗해진 내 그릇에 새로 담으면 나와 당신이 기쁘고 편안해진다는 것이 바로 역지사지의 깊은 뜻이 아닐까요.
술과 개는 나의 스승
‘혼자 술 마시는 여자’라는 수필집을 낼 만큼 술을 사랑하던 제가 술을 끊은 경험도 애주가 입장과 그 반대 입장 모두 헤아릴 수 있는 공부가 되었습니다. 특히 개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던 제가 ‘벼리’라는 푸들을 15년 가까이 키우면서 혐오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 모두를 이해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주(酒)님과 개님은 제게 역지사지를 뼈저리게 깨우쳐준 특별한 스승이라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역지사지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게 되지 않아서 엄청 괴로워하고 고통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게 또 우리 인간입니다. 서로 시기하고 미워하고 다툽니다. 아내와 남편이, 부모와 자식이, 형제자매가, 친구와 동료가, 손님과 주인이. 비단 가정 안에서뿐만 아니라 이웃, 사회, 국가 간에도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역지사지는 머리와 가슴으로, 온몸과 마음으로 상대를 깊이 이해하는 것입니다. 먼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낡은 생각을 버리고 상대의 생각이나 입장에 서봐야 합니다. 나 좋을 대로 띄엄띄엄 아는 게 아니라 충분히, 제대로, 정성스레 헤아리는 것입니다.
역지사지 반대말은?
반대말을 살펴보기 전에 역지사지로 사행시 한번 지어볼까요.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의미는 대동소이합니다. 운을 띄워주세요!
역 - 역으로
지 - 지랄을 해줘야
사 - 사람들이
지 - 지 일인 줄을 안다
역 - 역으로
지 - 지랄해야
사 - 사람은
지 - 지가 뭘 잘못했는지 안다
진상을 부리는 고객이나 조직에서 갑질을 하는 상사에게 반대 자리에 서보라고 합니다. 그제야 겨우 자신이 저질렀던 지랄(갑질, 진상)이 상대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고 정서적·신체적 학대와 폭력이었는지 알게 됩니다. 사실 이 정도로 역지사지가 되는 사람이라면 매우 희망적인 부류이긴 합니다. 안타깝게도 역지사지가 안 되는 사람을 바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라 미화하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 비난)이라고 합니다. 이제 뇌 영역별로 역지사지와 내로남불일 때 어떤 감정과 생각이 지배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역지사지’하려면 공감 능력이 필요합니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 처지에 자신을 놓는 감정이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자식을 낳아 키워보고서야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짐작하게 됩니다. 때로는 후회로 마음이 아프고 회한도 몰려옵니다. 철딱서니 없었던 자신을 돌아보며 부모님께 용서를 구하고 화해와 포옹으로 웃음을 되찾는 것이 바로 역지사지로 가는 과정입니다. 갈등의 골을 사랑으로 메우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 반대편에 있는 ‘내로남불’은 자기만 앞세우는 이기심과 자기합리화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겐 엄격한 왜곡된 이중 잣대를 갖고 있습니다. 나에 대한 평가와 의견에 날을 잔뜩 세우고 방어와 공격에 주력하느라 안절부절못합니다.
세 번째 시즌까지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결혼 작사 이혼 작곡’(TV조선)에 나오는 등장인물 면면이 특히 역지사지와 내로남불의 전형이랄 수 있습니다. 아내 몰래 새로운 연인을 만나 이혼한 남자. 전처가 자기보다 어리고 능력 있는 연인을 만나자 질투와 분노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변명과 핑계는 기본에다 갈등 유발자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꼭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오로지 내 편인지만 가리는 피아식별(彼我識別)에 혈안이 되어, 적이라 여기면 온갖 편법과 꼼수로 심술을 부리고 해코지하기에 급급합니다.
편안함과 기쁨을 되찾는 역지사지
지금 어떤 상처나 고통 속에 계십니까? 상대 입장을 이해함으로써 결국은 내 마음이 편안하고 기뻐지는 것이 역지사지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바로 나, 내가 편안하고 기뻐야 내 주변과 상대도 편안하고 기뻐합니다. 인간관계는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먼저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먹으면 어느 순간 그 사람도 내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역지사지는 동심(同心), 같은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나와 당신이 같은 마음 상태에 이르는 것이 역지사지의 좋은 목표, 도달점입니다.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내로남불로만 산다면 역지사지와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내 마음 그릇에 고인 물은 봄비에 흘려버리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다정하고 친절하게, 공감하면서 보내면 어떨까요.
코로나19 확진 이력이 있는 사람의 백신 접종 간격 기준이 변경됐다. 코로나19 확진 이력이 있으나 3·4차 추가 접종을 희망하는 사람은 확진일로부터 최소 3개월 뒤에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변경된 ‘코로나19 확진자의 예방접종 간격’ 기준을 12일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변경된 기준에 따르면 접종을 희망하는 확진자의 기초 접종(1·2차)은 확진일로부터 3주 후, 추가 접종(3·4차)은 확진일로부터 3개월 후 접종받을 수 있다.
기존 확진자는 증상이 회복되거나 의무 격리 기간이 해제되면 기초·추가 접종이 가능했다. 그러나 12일부터는 일정 간격 이후에 접종할 수 있게 됐다. 추진단은 접종 간격 설정에 대해 “누적 확진자 수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감염으로 획득되는 자연면역 효과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1·2차 기초 접종은 확진일로부터 3주가 되는 날짜가 2차 접종 권고일보다 뒤라면 확진일부터 3주 이후에 접종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3·4차 추가 접종의 경우 확진일로부터 3개월째 되는 날짜가 2·3차 접종 권고일보다 멀다면, 확진일 3개월 뒤에 추가 접종을 맞는 것이 좋다. 4차 접종 역시 3개월 이후 맞아야 하는 점은 동일하나, ‘3차 접종일 이후 반드시 4개월 지난 뒤’라는 조건이 덧붙는다.
추진단은 확진 이력이 있어도 접종 대상자라면 3·4차 접종을 받을 수 있으며, 접종을 희망하는 경우 접종 간격 준수하여 접종할 것을 당부했다. 다만, 이전 접종 후 간격과 확진 후 간격을 고려해 둘 중 늦은 시점 이후에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확진자의 3, 4차 접종은 권고하지 않으나 본인이 원하면 맞을 수 있다. 4차 접종은 60세 이상만 접종할 수 있으며, 12일 기준 60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률은 22.3%다.
추진단은 “안전성의 문제가 아닌 효과성을 고려한 조치”라며 “권고 간격 이전에라도 본인이 접종을 희망하는 경우 기존과 같이 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감염을 통해 얻은 자연면역의 효과와 지속기간을 고려해 감염된 경우에는 정해진 접종 간격에 따라 접종받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숙(52)은 세계스마트시티기구 WeGO의 사무총장이다. 어딘가 낯이 익은 것 같다면 아마 방송인으로 활동한 이력 때문일 것이다. 아침방송을 비롯해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MBC 드라마 ‘대장금’에 중전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방송에서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가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녀를 떠나게 만들었을까. 방송인에서 행정가가 되기까지, 도전과 변화를 거듭한 박정숙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1990년대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라는 굵직한 역사를 썼다. 냉전 시대의 종식을 알리는 동시에 해외 진출의 길이 열렸다. 당시 영국의 팝, 일본의 만화 등 외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 박정숙의 가슴은 두근두근 뛰었던 것 같다.
어린 박정숙은 아나운서 출신 김연주를 롤모델로 삼았다. 88서울올림픽 당시 ‘우정의 사절단’ 홍보대사를 맡고, 이후 전문 MC의 길을 걷는 그녀의 행보가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박정숙은 1993년 KBS에서 선발한 대전엑스포 홍보대사에 지원해 합격했다. 이후 엑스포와 대한민국을 알리는 외교사절단으로 활약을 펼쳤다.
“당시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죠. 대학생 홍보대사 선발 과정은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KBS에서 방송됐어요. 지원 조건은 준수한 외모에 외국어 두 가지 이상 할 줄 아는 대학생이었죠. 총 300명 정도 지원했던 걸로 기억해요. 최종 세 명이 뽑혔고, 그중 한 명이 저였죠. 해외에서 온 기라성 같은 친구들이 많았는데, 저는 대학교 2학년 때 EBS에서 학생 리포터를 한 방송 경력이 있어 운 좋게 선발됐어요.”
박정숙은 대전엑스포 홍보대사부터 Wego의 사무총장까지, “가장 트렌디한 조직에서 일할 기회가 계속해서 주어진 것 같다”면서 운이 좋았다고 자평했다.
“엑스포 홍보대사 활동으로 세계를 돌아다녔고, 그 다음에는 아침방송을 10년 동안 했죠. 사실 아침방송이 그전까지는 독립적인 프로그램이 아니었어요. 저는 아침방송이 완전히 꽃을 피울 때 진행자를 맡은 거죠. ‘대장금’도 우연히 한 건데 그 즈음 한류가 꽃피었고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한국 대표, Wego의 사무총장도 중요한 시점에 맡았다고 생각해요.”
‘대장금’과 한류 전도사
박정숙은 KBS 엑스포 특별 생방송 진행을 잘 소화해낸 덕에 SBS 특채 MC가 됐다. 이후 그녀는 SBS ‘출발 모닝 와이드’, MBC ‘아주 특별한 아침’ 등 아침방송을 10년 넘게 진행했다. 단아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문적인 진행 실력을 뽐내 아나운서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당시 그녀의 목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끝내주는 모닝 쇼 호스트’였다. 매일 새벽 세시에 일어나고 진행자로서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자신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던 그때, 박정숙을 힘들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MBC ‘토크쇼 임성훈과 함께’의 MC를 맡게 되면서다.
박정숙이 합류하면서 원래 30분짜리였던 프로그램이 2시간짜리 프로로 업그레이드됐다. 그러나 당시 방송환경 탓에 그녀의 이름 석 자를 프로그램 제목에 올릴 수 없었다. 제작진은 그녀를 파격적인 대우로 캐스팅했지만, 박정숙은 여성 MC로서 한계를 느꼈다. 그녀는 방송인으로서 성공했지만,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자괴감만 느끼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자포자기 심정으로 진행을 하고 있을 때, 박정숙은 이병훈 PD로부터 ‘대장금’ 출연 제의를 받았다. 그녀의 단아한 이미지가 문정왕후 역할에 딱 맞다고 이 PD는 생각했다. 박정숙은 경험 삼아 연기를 하게 됐는데, ‘대장금’은 시청률 50%를 돌파하고 한류 드라마로 등극했다. 드라마의 인기는 그녀가 방송계를 떠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드라마를 잠깐 한 6개월 했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저는 그냥 원 오브 뎀(One Of Them), 그 많은 연예인 중 하나가 돼 있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삶의 터전을 스스로 바꿔버린 거죠. 제가 꿈꾸던 MC로서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너무 힘들었고, 연예계를 떠나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장금’을 안 했다면 유학을 안 갔을 것 같아요.”
2004년은 ‘대장금’이 종영한 때이면서 박정숙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해다. 당시 그녀 나이 34세. 박정숙은 아직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느꼈다. 그녀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관계와 미디어를 전공하고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장금’의 파워는 실로 대단했다. 외국에서 박정숙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고, 그녀는 한류를 몸소 느꼈다. 이에 박정숙은 문화 콘텐츠가 국경을 넘어 전달됨으로써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2007년에는 가수 박진영과 하버드대학교에서 한류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었고, 미국 PBS에서 방영된 김치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는 한류 전도사로 우뚝 섰다.
백신에서 스마트시티로
박정숙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박정숙은 2008년부터 대학교 강단에 섰다. 2010년에는 TBS 교통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박정숙의 오늘’을 통해 5년여 만에 방송 활동을 재개했으며, YTN, EBS 등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재는 방송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교수 겸 방송인이 된 박정숙. 더불어 그녀는 2008년 다문화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후원 단체 호프키즈를 창단해 10년 넘게 운영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는 국제기구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한국 대표로도 활동했다. 박정숙은 팬데믹이 올 것을 예상했다고.
“GAVI는 빌 게이츠가 주도적으로 만든 조직이고, 다보스 포럼에서 만들어졌어요. 그걸 보면서 이제 국제기구는 더 이상 UN 같은 국가 중심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나 어젠다(Agenda, 의제)를 통해 움직이겠구나 느꼈어요. 제가 GAVI의 한국 대표를 10년 동안 하면서 한국이 아시아 최초의 백신 공여국이 되었는데, 기뻤죠. 아쉬운 점은 접촉성 전염병에 의해 팬데믹이 올 것이라는 신호가 계속 있었는데 우리의 관심이 부족했다는 거예요. 그런 걸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박정숙은 방송 활동 덕에 언론과 홍보에 능한 한편, 세계백신면역연합 한국 대표로 활동하면서 이룬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9월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의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WeGO는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해 세계 도시 및 기업 간 스마트시티 협력과 교류를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0년 9월에 창립한 국제 협의체다. 창립 당시 50개 도시로 출발해 현재는 200개 넘는 도시, 기관, 기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무총장이 된 지 6개월이 지난 박정숙은 업무에 적응하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제기구이다 보니 회의 시간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할 일이 정말 많다고 한다. 더불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WeGO의 사무총장이 된 그녀는 자긍심과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제 임기는 3년이지만, WeGO가 10년 후에는 스마트시티의 UN 같은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져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코로나19로 대면은 못 했지만 스마트 기기로 해외 각국과 자주 소통했어요. 해외의 많은 분들이 스마트시티에 대한 지식 공유라든지 새로운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저를 찾는데요. 그런 면에서 큰 가능성을 본 6개월이었던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울이 스마트시티로서 굉장히 앞서 있고 전 세계에서 최고라고 하는데 정작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무총장으로서 박정숙의 목표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어젠다 세터(Agenda Setter, 의제 설정자)가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편리한 세상을 만들고 싶고, 효율적인 스마트 행정을 많이 해서 WeGo를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모든 게 스마트화됐고, 스마트시티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6년 전에 만들어지긴 했지만, 너무 준비 없이 갑자기 우리에게 닥쳐버렸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생겨나는 부작용으로 디지털 소외도 있고, 딥페이크, 피싱, 디지털 성범죄 등의 범죄 문제도 있는 거죠. 그래서 WeGO 사무국에서는 윤리, 규범 등이 제대로 체계화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정책이 필요하죠.”
워킹맘, 그리고 미래
다른 나라는 여성 리더가 국제기구를 맡는 경우가 많은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박정숙은 “사무총장이 여자라고 하면 그 나라의 이미지를 매우 좋게 본다고 한다.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박정숙은 사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무총장이 될 때 제약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남편 이재영이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편견 어린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박정숙은 2012년 5살 연하의 이재영과 결혼했다. 사실 이재영은 박정숙이 사무총장이 되기 전에 정치계를 떠나 교수도 하고 스타트업도 운영하고 있지만 말이다.
“제 경력이라면 WeGo의 사무총장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국회의원 출신이니까 누구의 부인이라서 선발됐다는 얘기가 나온 거죠. 저는 또 박정숙이 아닌 이재영의 아내가 된 거예요. 소문낸 그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싶었지만, 조직의 장으로서 조직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참았죠.”
30년 커리어를 무시당한 기분을 느꼈다는 박정숙은 “심지어 아들을 임신했을 때도 쉬지 않고 일했다”고 강조했다. 2013년 낳은 아들은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 됐다. 일과 가정을 분리하고 싶지만, 아들과 연락이 안 되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워킹맘의 고충이다. 더불어 학구열이 높은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궁금했다.
“저는 사교육에 너무 매몰되어 있는 우리나라 교육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를 학원에 많이 보내지 않아요. 다만 영어, 체육, 코딩은 열심히 배우게 하고 있어요. 저는 무엇보다 아이가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어요. 자신감만 있다면 세상이 별로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사실은 특별히 사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유학도 서른 넘어서 갔지만 아이비리그에 갔고, 지금 국제기구에서 일하잖아요. 자신감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박정숙의 지난 30년을 돌아보니 혜안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이전에 세계백신면역연합의 한국 대표를 맡았고, 석사 전공을 보면 스마티시티가 도래할 것을 예견한 것만 같다. 이처럼 시대를 읽는 눈을 가진 박정숙. 그녀는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보며 윗세대는 창직을, 젊은 세대는 창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와 같은 50대가 세상의 메커니즘을 캐치하고 자신의 경험치를 발휘한다면 최고의 경쟁력을 갖지 않을까 생각해요. 윗세대가 창직을 하는 리드 그룹이 된다면, 젊은 세대는 창작을 해서 새로운 걸 구현해내는 거죠. 메타버스 하면 우리는 어렵게 느끼지만 젊은 세대는 쉽게 만들 수 있거든요. 스마트시티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새로운 직업도 정말 많아요. 그런데 젊은 세대가 그냥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하고, 공무원이 되려고 공부하는 모습이 안타까운 거예요. 그래서는 앞서가기가 어렵다는 거죠.”
박정숙은 참 솔직하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움으로 채워나갔다. 그러면서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그 자신감을 놓지 않고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녀는 그 경험이 모여 현재의 여성 리더까지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인품이 훌륭한 사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박정숙.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궁금하다.
시니어의 보이스피싱·스미싱 피해 금액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불법 중계기를 이용해 070 번호를 010으로 바꿔 보이스피싱(이하 전화금융사기) 범행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070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잘 받지 않아 통화가 어려워지자, 010으로 번호가 바뀌어서 보이도록 불법 중계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전화금융사기는 일단 피해자가 전화를 받으면, 범죄자의 말에 현혹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전화 자체를 받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끼 문자’ 역시 실제 금융기관이 보내는 문자메시지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코로나 민생경제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아 대출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미끼 문자가 많다.
경찰은 금융기관은 절대 전화나 문자로 대출을 권유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문자메시지에 안내되어 있는 상담 전화번호를 바로 누르기보다, 해당 금융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를 검색해서 전화 연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문자에 포함된 인터넷 주소(URL)를 누르면 악성 앱이 설치되면서 휴대전화 주소록 등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주소는 절대 누르지 말고 백신 프로그램으로 정기적인 검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정에 따르면 지난달 전화금융사기 피해 건수는 2067건으로 전월 대비 300건 넘게 늘었으며, 피해액은 499억 원으로 24% 증가했다. 경찰은 “새로운 수법이 나타났을 때 언제든 피해가 크게 증가할 수 있으므로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2020~2040년 인구전망’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20년 815만 명(16.1%)에서 2025년 1000만 명(20%), 2035년 1500만 명(30%)을 각각 넘어설 전망이다. 2025년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뒤에는 고령화에 더욱 속도가 붙어 13년 후 고령 인구 비율이 30%를 훌쩍 넘는다는 것.
노인을 포함한 면역력 취약계층의 건강관리를 위해 예방접종이 필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예방접종 주간’을 맞아 노인이 맞으면 좋은 예방접종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폐렴구균이다. 폐렴구균은 폐렴, 정맥동염, 중이염, 수막염 등의 감염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 중 하나다. 감염자의 침이나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건강한 상태의 성인에게는 대부분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노년층이나 영유아에게는 감염을 일으켜 치명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보건소나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접종을 하는 23가 다당질 백신과 일반병원에서 접종하는 13가 단백접합 백신으로 나뉜다. 23가 다당질 백신은 다양한 혈청형의 감염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 단 접종 후 1년이 지나면 항체의 정도가 감소하기 시작해, 5년 후 재접종해야 한다.
13가 단백접합 백신은 23가 다당질 백신의 한계를 보완한 백신이다. 1회 접종만으로도 효과적으로 폐렴구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김윤정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뛰어나다고 하긴 어렵고, 특성에 따라 상호보완적인 백신이므로 만성 질환자나 면역저하자의 경우 두 종류의 백신 모두 차례로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수두 바이러스가 척수 옆 신경절 속에 숨어 있다가, 면역이 약해지면 분포하는 신경을 따라 붉은 반점, 수포, 농포 등 다양한 피부병변과 신경통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평생 한 번 이상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은 10~30%로, 인구 10만 명 당 141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45세 이후로 급격히 증가해 70대에 가장 많이 앓는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만 50세 이상에 평생 1회 접종한다. 대상포진을 앓은 적 없는 65세 이상 노인 3만8000여 명을 대상으로 3년가량 추적 관찰한 결과, 대상포진 발생률이 51% 감소했다. 연령대별로는 50~59세 69.8%, 60~69세 64%, 70~79세 42%, 80세 이상 18%의 감소 효과를 보였다.
백신 접종 시에 대상포진을 앓고 있어도 증상이 약해지고, 신경통 같은 후유증도 최대 74%까지 발생률이 줄었다. 대상포진은 6.2%의 재발 확률을 보이고 있으므로, 김 교수는 대상포진을 앓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 번째로는 파상풍이 있다. 파상풍은 상처에 침입한 균이 생성하는 독소가 사람의 신경에 이상을 유발해 근육 경련, 호흡 마비 등을 일으키는 감염성 질환이다. 토양이나 분변에 있는 파상풍균이 피부나 점막의 상처로 들어가 발생한다. 넘어져 상처가 났을 때, 피어싱이나 타투를 했을 때, 곤충에 쏘였을 때도 감염된다. 그러나 생활환경 개선으로 발생률은 크게 낮아져 연간 10~20건 보고되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고령자나 영유아의 경우 일단 감염되면 예후가 좋지 않은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 김윤정 교수는 “과거 파상풍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해 파상풍균 독소에 대한 면역력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예방백신인 파상풍 톡소이드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며 “면역 유지를 위해서는 10년마다 재접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는 일본 뇌염이다. 일본 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 빨간집모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인체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잠복기는 7~14일 정도로,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감염자 250명 중 1명 꼴로 급성뇌염, 무균성 수막염, 비특이적인 열성 질환 등이 발현한다. 사람 간 전파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뇌염 예방접종 경험이 없는 성인 중 논이나 돼지 축사 인근에 거주 또는 활동 예정인 경우, 일본 뇌염 유행 국가가 아닌 비유행 지역에서 국내로 이주해 장기 거주할 외국인, 일본 뇌염 유행국가 여행자 등이 접종 대상이다.
불활성화 백신은 7~30일 간격으로 2회, 이후 12개월 뒤 3차 접종 등 총 3회 접종한다. 생백신은 단 1회 접종만으로 2주 만에 충분한 방어 면역을 형성한다. 단 항암치료 중인 고형암 환자나 면역억제제 사용자, 장기이식 또는 조혈모세포이식 후에는 접종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는 인플루엔자다. 급성 인플루엔자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분비되는 호흡기 비말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된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할 때 감염 가능성이 높다. 흔한 증상으로는 갑작스러운 발열(38도 이상), 두통, 전신쇠약감, 마른기침, 인후통, 코막힘, 근육통 등이 있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지정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쉽게 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예방백신 무료접종 대상은 만 65세 이상 노인, 생후 6개월~12세 어린이와 임신부 등이다. 인플루엔자 유행이 주로 12월에 시작되고, 접종 2주 후부터 예방 효과가 나타나 약 3~12개월(평균 6개월) 정도 유지되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11월까지 가까운 동네 의료기관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겨울철 주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라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은 고령자는 유행 시작 전인 10~11월에 예방접종을 완료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