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의 집은 곧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있다. 바로 2022년 시작된 일본의 ‘어른의 생활 기분’ 캠페인이다.
캠페인을 시행하는 곳은 사단법인 ‘케어링 디자인’(Caring Design)이다. 디자인, 건축, 의료, 간호, 복지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50+세대를 대상으로 한 주거나 의료, 돌봄이 이뤄지는 공간을 편안하게 만들고자 활동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소고‧세이부 백화점에서 ‘라이프 디자인 살롱’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시니어 맞춤 주거 리모델링 사업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수천 건의 시니어 주거 관련 컨설팅을 진행한 케어링 디자인은 2020년 온라인 세미나 ‘100년 인생 생활의 디자인’을 열었다. 일본 유명 건축가인 아베 쓰토무(阿部勤)가 ‘중심이 있는 집’을 소개하는 영상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됐다.
그라데이션으로 다양성 주는 노후의 집
노후 인테리어와 관련해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그의 설명 중 ‘집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분하기’, ‘부엌 집기들이 전부 보이도록 수납공간을 설계하기’이다. 그의 집은 이름처럼 내부에 중심이 되는 방이 있고, 벽 너머에는 3면에 창문이 있어 외부처럼 느껴지는 공간, 정원으로 구성돼있다. 그는 중심에서 바깥으로 넓어지는, ‘그라데이션’을 만들어 때와 기분에 따라 공간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계단에는 모아둔 서적을 보관하고, 복도를 취미용 화실로 활용하는 식이다.
부엌 설계는 독신 남성이 나이가 들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료 손질과 세척, 조리와 식사까지, 순서를 고려해 불필요한 동선을 없앴다. 또한 중심이 있는 집 부엌의 모든 집기는 전부 외부에 드러나 있는데, 이 역시 노화로 인한 특성을 고려한 부분이다. 노화로 인해 건망증이 생기면 눈에 보이지 않는 집기는 사용하지 않게 되므로 집기들이 전부 보이게끔 부엌의 수납공간을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직접 지은 집에서 50년간 살고 있는 건축가가 ‘100세 시대에 집이 갖춰야 할 디자인’에 대해 소개하는 이 영상은 2023년 4월 기준 누적 조회수 28만 회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영상이 2022년의 ‘어른의 생활 기분’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모태가 됐다.
집은 곧 인생의 표현 방식
어른의 생활 기분 다큐멘터리는 미래 시니어 주거의 본보기가 될, 50대 이상의 ‘멋진 어른’들의 생활을 소개한다. 이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집을 꾸미고, 생활환경을 구현한다. 노후에는 살기 편하고 안전한 거주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고, 삶의 색깔을 구현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것.
다큐멘터리는 현재 총 3편이 공개된 상태다. 191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을 현대적인 디자인의 민박집으로 개조하고 찾아오는 세계인들과 꾸준히 교류하고자 하는 여성, 집 근처에 오두막과 허브 정원을 조성한 여성과 자연 속에 컨테이너 하우스를 짓고 자택 겸 작업실로 활용하는 작가 부부의 삶과 삶이 묻어나는 집을 조명한다.
3편의 영상은 모두 평생 숙성시켜온 삶의 방식을 완성하는 곳이 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당 캠페인을 소개한 책 ‘뉴그레이’에서는 ‘시니어의 거주지가 단지 안전한 상자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미디어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평했다. 케어링 디자인 편집부는 향후에도 취재를 이어나가 100세 시대를 맞이할 현대의 어른을 위한 롤모델들을 계속해서 다큐멘터리로 소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어로 제작돼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노후의 집을 자아실현을 위한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싶다면 이웃 나라의 50+세대들이 벌이고 있는 실험적인 시도들을 눈여겨 봄 직하다. 유튜브 자막 생성 기능을 활용하면 한국어 자막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수치나 담론에 경험담이 붙으면 생생한 맥락이 생긴다. 그래서 맥락을 만들어줄 두 명의 ‘찐’ 후기청년을 초대해 대화를 나눴다. 후기청년이라는 공통분모 덕분인지 나이와 성별, 가구 형태가 전부 달랐음에도 대화가 수월하게 이어졌다.
대담 참여자 소개
유지은(45) 경북대 수의학과 4학년. 15년의 브랜드 컨설팅 경력을 뒤로하고 마흔에 새 공부를 시작해, 97학번에서 18학번이 되어 Z세대와 공부 중. 마케터로서 시니어의 욕망을 분석한 책 ‘뉴그레이’를 공동 집필했다. 미혼이다.
조성일(53)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건강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려면 각기 다른 세대의 구성원 사이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연구 보고서 ‘낀 세대(X세대)의 자존감을 높이자’ 등을 집필했다. 결혼해 자녀가 있다.
진행자 신중년, 액티브 시니어, 낀 세대 등 새로운 중년을 하나의 용어로 아우르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사자로서 각 용어들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조성일(이하 조) 중장년이 제일 적절한 것 같습니다. 세대 갈등을 말할 때 종종 언급되는 낀 세대의 경우 인류 최초의 세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내가 낀 세대’라고 주장했을 확률이 높아서, 딱 우리 세대를 정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유지은(이하 유) 제게 낀 세대라는 용어는 이중적이에요. 위로는 베이비부머, 아래로는 Z세대 사이에 낀 우리의 애환을 달래주는 의미가 담겨 있죠.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 세대는 다른 세대에 빗대야만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는 세대인가’ 생각하게 해요. 실버 세대나 액티브 시니어, 중장년에는 의도치 않게 노인이나 노화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어서인지 조금 기피하게 되고요.
진행자 그렇다면 후기청년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유 제일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청년이라고 불릴 수 있다니 감사한데요.
조 동감입니다. 다만 청년이란 단어가 젊은 남성만을 의미할 때도 있기 때문에 조금 조심스럽네요.
진행자 아,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에요.
조 성별을 구분하는 용어가 계속 쓰이면 ‘차별이나 소외감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니까요. 어렵지만 언론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죠.
진행자 그렇네요. 세대 구분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시나요?
유 네. 구체적으로는 청년기가 길어져야 한다고 봐요. 저만 해도 옷 입는 스타일,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방식이 97학번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기대수명이 길어지니 전반적으로 돈을 벌지 않고 공부하는 시기가 더 길어지고, 가정을 꾸리는 시기도 늦어졌죠. ‘청년’과 같은 건강 상태를 누리는 시기 역시 길어졌고요.
조 저도 청년기가 길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세대’라는 단어는 어린아이가 성장해 부모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기간을 의미하죠. 이전에는 20대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이제 30대나 40대가 돼야 결혼하는 경우가 흔하잖아요.
유 그러네요.
조 오히려 세대가 짧아질 수도 있겠죠. 세대는 나이로만 나눌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니까요. IMF나 기술의 발전처럼 대대적인 사건이나 하나의 흐름을 같이 겪은 사람들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진행자 그런 의미에서 대학생 때 IMF를 겪었던 두 분은 같은 세대로 묶는 게 자연스럽겠네요.
유 그렇죠.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IMF가 터졌는데, 저와 동기들만 해도 캠퍼스 생활에 대한 로망이 컸어요. 그런데 바로 한 살 밑의 후배들부터는 경제위기 속에서 대학을 입학해서인지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하더라고요. 공통 경험에 따라 세대를 구분하는 것도 좋은 방식인 것 같습니다.
진행자 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를 바라보는 요즘, 적정 정년 연령은 몇 세라고 생각하세요?
유 조 70세요.
조 일본에서는 이미 70세가 됐고, 미국이나 서유럽 등은 정년이 없어요. 원하면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전문직처럼요. 노동시장이 유연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죠. 그러니 생계를 걱정하는 근로자들이 정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는 거고요.
진행자 두 분은 몇 세까지 일하고 싶으세요?
유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한 나이 상관없이 계속하고 싶어요.
조 전 60세나 65세? 사실 65세도 넘기고 싶지 않아요. 남이 주는 월급 받으며 해야 하는 일이라면요.
유 남이 시키는 일을 하는 월급쟁이 말고 개인사업자, 프리랜서로 내가 한 만큼 돈을 버는 일을 한다면 일단 마음가짐부터 다르겠죠. 저는 15년 정도 브랜드 컨설팅 일을 하다가 마흔에 회사를 그만뒀는데, 일은 재밌지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저는 누군가를 돕는 데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인데 그런 의미를 찾지 못한 거죠. 그러다 우연히 수의사라는 새로운 진로를 찾았고, 동물을 돕고 사람도 도울 수 있는 점이 좋아서 기꺼이 도전하게 됐어요. 수의사 일은 평생 하지 않을까요?
조 저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는 만큼 돈을 버는 형태의 일에는 기한을 두지 않으려고요. 올해로 정년까지 7년 남았기 때문에 요즘은 회사를 나가면 뭘 하며 살지 고민하고 있어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보다 연구 경력을 살려 책을 내고 강연하는 프리랜서로서의 삶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진행자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위한 재투자가 필수겠어요.
유 그렇죠. 직장 그만두고 대학 다니면서 시간을 쓰고 학비를 내는 것도 재투자의 한 방식이고요.
조 저는 최근에 30만 원짜리 만년필을 셀프로 선물했습니다. 수고한 내게 보상을 주고 싶을 때 좋아하는 만년필이나 펜 같은 문구류를 사거든요. 또 앞으로 책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초고 작업을 끝내면 5년 쓴 휴대폰을 신형으로 바꿀 생각이에요. 동기부여를 위한 일종의 당근이죠.(웃음)
유 저도 비슷한 의미로 마음대로 커스텀이 가능한 아동용 청진기를 10만 원에 샀어요. 제가 존경하는 수의사가 사용하는 것을 보고 따라 산 건데, 그분의 마음가짐을 본받고 공부도 실습도 열심히 해보자는 다짐의 일환이랄까요.(웃음)
진행자 두 분은 바쁘게 사느라 나이 드는 걸 느낄 새도 없겠어요.
유 그럴 리가요. 이제는 공부하려고 오래 앉아 있으면 몸이 너무 힘들고, 아침에는 분명 잘 보였는데 밤이 되면 눈이 침침하고 글자가 잘 안 보이더라고요. 처음에는 우울해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영양제 한 통 더 사는 걸로 넘기고 있어요. 달리 어떻게 하겠어요.(웃음)
조 맞아요. 그래서 최대한 걸으려고 해요. 걸으니까 기분이 환기되고 아이디어도 잘 떠올라서 좋더라고요.
유 저는 운동 좀 해보려고 20대인 학교 친구들과 함께 ‘방송댄스 프로그램’ 한 달치를 끊은 적도 있어요. 그런데 제 몸이 너무 맘대로 안 따라주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우울해하다가 결국 남은 강습권을 날렸죠. 하지만 이건 나이 때문이 아니잖아요. 세상에 춤 잘 추는 나이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아요. 그냥 개인의 능력치나 성향이 달라서인데, 나이 탓하는 게 제일 쉬우니까 나도 모르게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나이 핑계를 대면서 안주하려 하더라고요. 이제는 의식적으로 안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도 ‘성장한다’는 감각을 유지하는 게 더욱 중요하니까요.
진행자 조 연구원님도 같은 생각이신가요?
조 전적으로 동의해요. 제 인생의 목표도 ‘성장’이에요. 성장에 끝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유 시간은 동일하게 흐르는데, 왜 젊은 사람은 ‘성장’하고 나이 든 사람은 ‘늙는다’고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10년 전보다 지금이 제 인생의 한창때 같아요.
진행자 왜요?
유 그때는 회사에 소속돼 있었으니 안정적이긴 해도 성장한다고 느끼진 못했거든요. 예전에는 수동적으로 일했지만 지금은 안 그래요. 하나를 배워도 나중에 개인 병원을 차리면 어떻게 써먹을지 고민하고 계획을 짜게 되더라고요. 지금의 경험이 나의 미래를 완성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경험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져서 더욱 집중할 수 있고요.
조 매일 두 시간씩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90세의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누군가 왜 매일 연습을 하냐고 물었더니 ‘지금도 연습하면 내가 조금 더 나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라고 답했대요. 저는 이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 바이올리니스트처럼 같은 일을 계속하고,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하는 삶을 살려고 해요. 나 역시 조금씩, 더디더라도 성장할 테니까요. 매일을 충실히 사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서울에 살던 장영수(65, 보은 두드림농원)가 충북 보은군으로 귀농한 건 건강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물 좋고 산 좋은 시골에 살며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다스리고 싶었다. 그는 광고대행사 직원으로, 또는 개인사업자로 일하며 긴긴 서울 생활을 했다. 과로와 스트레스를 달고 살았다. 폭탄주를 돌리는 술자리도 매우 잦았다지. 마침내 심혈관 질환이 그를 방문했는데, 좁아진 관상동맥을 스텐트 삽입으로 뚫는 시술을 한 뒤 2011년에 귀농했다.
장영수가 사는 마을은 딱히 경관이 빼어나거나 유별한 특징 없이 그저 평범한 농촌이다. 인가와 전답이 고르게 섞여 아늑하다. 그는 이 한적한 농촌에서 여생을 원만하게 누리고 싶었던 것이다. 농사를 통한 건전한 육체노동으로 몸을 북돋우고, 마음엔 여유를 부여해 즐겁게 살고 싶다는 또렷한 목적을 정하고 귀농했다. 부연하자면 농사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경제적 성과를 거둘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돈벌이야 도시에서나 가능하지 시골에서 가당키나 하겠나?” 귀농 이후 시종일관한 그의 기본 관념이 그렇다. 한마디로 쉬엄쉬엄 살고 싶었던 것이며, 귀농은 그러한 삶의 방식에 적격일 뿐 결코 돈을 가져다주는 수단이 아니라는 신념을 고수해왔다.
귀농 초기 개척기에 장영수는 혼자 살았다. 농업 소득이 발생하기까지 한동안 동갑내기 아내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계속해 가계를 꾸려나갔던 것. 한편 장영수가 선택한 재배 작목은 보은군의 전통 특용작물인 대추. 1800평 규모의 농원을 조성해 600여 주의 대추나무를 심었다. 이 아담한 농장에서 소득이 나오기 시작한 2014년부터 비로소 아내가 서울에서 내려와 합류했다. 순리를 좇아 세운 계획대로 차질 없는 행진이었다. 대추나무 묘목이 성장해 생산물이 나오기까지 3년여 동안 장영수는 또 다른 일거리를 만들어 수입을 올렸다. 이 역시 서울에서 미리 구상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었다.
“원래 내가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귀농 전엔 소비자 심리와 경영 마케팅을 공부했다. 이게 유용하게 쓰였다. 대학에서 잠시 강의를 했으며, 충북농업기술원이 주관하는 강소농 교육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할 수 있었으니까. 여기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귀농 초기의 필요비용을 충당하기도 했다.”
농사 경험이 없었던 귀농 직후 강소농 강사로 나서는 게 어떻게 가능했지?
“강소농들을 모아놓고 강의를 하는 식의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개별 농가를 방문, 재배 기술이 아닌 경영 마케팅을 가르쳤다. 나에겐 매우 유익한 기회였다. 농촌과 농업, 귀농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농사를 짓는 기본 자세와 흙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기도 했다. 음으로 양으로 나의 대추 농사에 큰 도움이 됐다.”
대추를 전공 작목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겠지?
“사실 처음 관심을 가진 건 소나무 농원이었다. 강원도로 귀농해 소나무를 기르고 싶어 한동안 적지를 찾아 강원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마땅치 않아 고심하던 차에 마침 보은군으로 귀촌한 처형 내외의 권유에 이끌려 이곳으로 귀농한 뒤 대추 농사를 선택했다.”
보은군은 조선 중기부터 대추 주산지로 이름을 날렸다. 현재 1200여 농가가 대추를 재배한다.
귀농인들은 가급적 지역 특산물을 재배하라는 충고를 듣는다. 이점이 많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렇던가?
“장점이 많다.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판로 확보인데 특산물의 경우 이 점에서 확실히 유리하다. 이미 꽤 안정된 유통 루트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재배 기술 수준도 높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초심자에겐 당연하지만 어려움이 많다. 우선 병충해에 관한 대처 능력을 갖추기 어렵더라. 수확 뒤의 전면적인 전지 작업에도 진땀을 쏟아야 한다. 무엇보다 난감한 건 종잡을 수 없는 기상 변동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이래저래 자칫 흉작을 볼 수 있다.”
심신 치유에 치중하다
장영수는 작년의 대추 농사에서 최대의 흉작을 기록했다. 날씨 조건이 따라주지 않아서였다. 보은엔 예로부터 ‘삼복에 비가 내리면 보은 아가씨들이 시집을 못 갈까 봐 운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대추알이 영그는 여름철에 가장 필요한 게 햇빛인데, 줄기차게 비가 내리면 성숙이 부실해 거둘 게 적어진다. 장마가 길었던 작년, 그는 평년 대비 50% 남짓 수확했을 뿐이다.
“농사의 관건은 사람의 손길이 얼마나 가느냐에 달려 있다지만,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하지만, 요즘은 이게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기후 변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하는 일을 어떻게 인간이 제어하겠나. 이상 기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상책이지만 대추 전문가도, 대추 연구기관도 이 문제에 관한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 물어볼 곳조차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노련한 농부들도 전전긍긍한다. 이는 물론 대추 농사만의 난제는 아니다.”
당신은 보은군 귀농귀촌협의회장을 역임했다. 이 지역 귀농 현실에 누구보다 밝을 테지. 대추를 재배하는 귀농인들의 일반적인 실태는 어떻다고 보나?
“복합영농을 하는 고령층 중심의 원주민 농부들에 비해 귀농인들이 한결 좋은 방식으로 대추 농사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농가마다 편차가 크다. 농사를 접고 역귀농을 하는 사례도 가끔 보인다.”
누군가 귀농을 해 대추 농사를 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갖가지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굳센 의지가 있는지부터 스스로 점검하라 말하고 싶다. 또 하나. 농사로 큰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은퇴자들에겐 더욱 버거운 게 농사다. 몸을 부지런히 써야 하는 게 농업이니까. 힘과 패기를 갖춘 젊은이들의 귀농은 비즈니스로서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러나 농촌 청년들이 대부분 도시로 빠져나간 현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촌에서 경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현실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하는 거다.”
대추 농사 경력이 10년이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제 안정 궤도에 올라섰나?
“겨우 10년 차일 뿐이다. 아직 뭘 잘 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부부 둘이 감당할 수 있는 소형 농원을 그럭저럭 원만하게 운영하고 있다. 순소득은 연평균 2500만 원가량이다. 이쯤이면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아내와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여행 경비까지 나오는 수익 수준은 아니라 아쉽긴 하지. 하지만 먹고사는 데는 별 지장 없다. 도시보다 생활비가 한결 덜 드는 게 시골이니까.”
다년간 귀농인 취재를 해온 내 경험에 따르면, 귀농 10년이 지나도 안정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고심하는 사례가 많았다. 농업이란 왜 이렇게 힘든가? 무엇이 문제라 보는가?
“첫째는 농사로 돈을 벌기엔 구조적 한계가 너무 많다. 과격하게 말하면, 귀농으로 대단한 수준의 수입을 올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둘째, 흔히 치밀한 준비 없이 대충 귀농하는 경향도 문제다. 가령 중국식당을 하려면 사전에 짜장면을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뛰어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무작정 식당부터 차려놓고 보자는 식의 귀농이 너무 흔하다. 난 귀농 전에 이러한 상황을 미리 간파하고 아예 돈벌이에 목적을 두지 않았다. 수입은 소박한 수준에 만족하자, 대신 심신 치유에 더 치중한 생활을 하는 걸 지향으로 삼았다.”
됐다! 이쯤에서 만족하며 산다
귀농으로 경제적 성취를 해 삶을 고양하기보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얘기다. 농사는 물론 최선을 다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닳도록 썼다. 그러자 피가 잘 돌지 않던 혈관의 형편이 좋아지더라는 게 아닌가. 근면한 노동만이 아니라, 시골에 지천으로 존재하는 햇빛과 바람과 꽃과 새소리 역시 쓰러질 듯 궁지에 몰린 그의 건강을 일으켜 세우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귀농 전엔 야트막한 언덕을 걷기조차 어려웠다. 얼굴색이 너무 안 좋다는 소리를 수시로 듣고 살았다. 그러나 귀농 후엔 한라산 정상도 가볍게 오를 수 있을 만큼 호전되더라. 몸 건강이 좋아지면서 마음도 평온해졌다. 사실 도시에 살 때 내 성격은 그리 좋은 게 아니었다. 늘 화를 품고 살았으니까. 그러나 귀농 이후 변하더군, 상당히 느긋한 인간으로.”
마을 원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는 얘기가 흔하다. 어떤 처신이 필요하다 보나?
“무조건 인사 잘하는 습관을 들이면 된다. 진심을 담아서. 소소한 일에 도움 주는 걸 인색하지 않아야 하고. 그러나 10년을 살았더라도 원주민들에게 귀농인은 여전히 외지인이라는 관념이 남아 있다. 이걸 인정하고, 마을의 기본 질서를 존중하는 게 좋겠다. 그런데 텃세니 불화니 하는 건 대체로 땅 문제에서 발생한다. 토지 경계가 모호한 게 시골인데, 귀농인들은 대뜸 측량부터 하고 자기 땅에 울타리를 친다. 이렇게 되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양보와 양해를 통해 해결하는 게 속 편하게 살 수 있는 지름길이다.”
소형 농원의 이상적인 모델을 추구하며 대추 농사를 한층 성장시킬 구상을 가지고 있진 않은가?
“(정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쯤에서 만족하며 산다. 특별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농원이지만, 그저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다. 여기에서 무엇을 더 바라랴. 큰 굴곡 없이 무난하게 정착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게다가 나이 들어 이젠 힘도 좀 딸린다. 아내와 나의 건강을 유지하며 이대로만 살면 행복하겠지. 그런데 어떻게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지? 아는 게 있다면 말해달라.(웃음)”
재미있게 살며 하루에 15초만 크게 웃어도 근육은 물론 장기까지 운동이 돼 건강해진다 하더라. 문제는 크게 웃을 일이 별로 없다는 거겠지.(웃음)
“모든 하루를 즐겁게 살고 싶다. 가급적 간소한 생활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즐거운 삶이라는 생각으로 귀농했다. 그 목적을 꽤 달성한 셈이다. ‘아, 나도 이렇게 편안하게, 여유롭게 살 수 있다니!’ 속으로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자연과 근접해 사는 것만으로도 시골 생활의 가치는 크다는 생각도 하고.”
그의 얘기는 자주 맥락이 끊겨 뒤엉기곤 했다. 하지만 할 말 다 했다. 간추려놓고 보니 애써 최선을 다한 언설이었다 할까? 이게 좋은 여운으로 남는다.
장영수가 주는 귀농 Tip
•사전에 귀농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설정하자. 그러기 위해선 귀농 교육기관을 통한 학습을 미리 충실하게 해야 한다.
•농토를 임대해 농사를 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제약 조건이 많아 시설물 설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집은 빌려 쓰더라도 농토만은 내 소유여야 유리하다.
•가급적 부부가 함께 귀농하라. 단신 귀농을 할 경우엔 불안정하고 불규칙한 생활을 피할 수 없어 손실이 커진다.
•이왕 귀농할 거라면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귀농하자. 농사는 체력과 순발력이 필요한 직업이다.
•귀농지에 특화된 농작물을 재배하라. 생산품의 마케팅과 유통에 유리하니까.
•반짝하다 사라지기 십상인 유행 작물에 편승하는 건 위험하다.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지 약 8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상속 고민은 속 시원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재산을 물려줄 사람의 거주지에 따라 법이 다르고, 밟아야 할 절차가 복잡해서다. 아직 법률에서 전 세계 통합이 이루어지기는 요원한 듯하다. 그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법률 가이드에서는 사례를 통해 해외 상속의 대략적인 흐름을 살펴보자.
case
“미국에 사는 54세의 Kate Song(케이트 송)이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미국 유학 시절 어머니를 만나 결혼해 저를 낳으셨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분은 이a혼하셨고, 아버지는 한국으로 돌아가셨어요. 새 사람과 재혼해 아들도 태어나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더군요. 그 아들은 저의 이복동생인 셈이죠. 행복하게 지내시는 듯했지만 최근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장례식장을 찾아가 애도의 뜻을 표하고 계모, 이복동생과 상속에 관한 대화를 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가 꽤 많은 부동산 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고 있는 데다 평소 관계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합리적인 분배를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들은 받을 재산이 거의 없다며 아버지의 재산 내역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례는 피상속인의 이혼 전 자녀(전혼 자녀) 케이트 송 씨와 이혼 후 재혼 배우자, 그 자녀 간 상속 분쟁이 일어난 경우다. 통상적으로 이들은 모두 상속인으로 인정되지만, 전혼 자녀는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돼 있지 않으면 재산을 받을 수 없다. 더불어 전혼 자녀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과정이 더욱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우선 국제적인 문제에서는 어느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경우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법령에 따라 상속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국제사법상 상속은 고인의 국적에 따라 관할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상속 절차를 진행하는 방법
계모와 이복동생이 아버지의 자세한 재산 내역을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겠지만 다행히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상속인이라면 고인의 자산과 채무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24에서 제공하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기관 방문 없이 국세(체납, 고지세액), 금융거래(은행 잔고, 대출, 보험, 주식 등), 국민연금(가입 여부), 지방세(체납, 고지세액), 자동차(소유 정보), 토지(소유 내역) 등 사망자의 재산 상황을 볼 수 있다. 서류를 구비하면 대리 신청도 가능하다.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처리 기한은 7~20일가량 소요된다. 금융감독원 역시 상속인이 사망자의 금융 재산 및 채무를 확인할 때 각 금융회사를 일일이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고자 상속인 금융거래정보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고 보니 케이트 송 씨의 아버지는 서울시 강남구의 아파트 세 채와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계모, 이복동생과 협의를 마친 끝에 부동산을 한 채씩 나눠 갖기로 했다. 예금은 상속세 납부에 보태기로 한다. 그러나 송 씨는 한국에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인이 된 후 한국 방문을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터라 아는 친척이나 친구도 없다.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할까?
고인의 재산을 내 명의로 가져오려면, 기본적으로 상속인 전원의 ‘인감증명서’가 첨부된 합의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외국인이나 해외 거주자는 인감이 등록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다소 복잡하지만 방법은 있다.
먼저 예금 수령 또는 상속등기에 동의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본인 확인을 위한 서명확인서와 신원 확인을 위한 거주확인서를 작성하고 여권 사본을 첨부한다. 대신 인감증명서를 대체할 공식 절차가 필요하다. ‘아포스티유’ 또는 ‘영사인증’을 받아야 한다. 본인이 거주하는 국가가 미국, 일본 등 아포스티유 협약국이면 아포스티유를, 그렇지 않으면 영사인증(캐나다, 중국 등)을 받으면 된다.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영사관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영문으로 작성된 서류는 모두 한글 번역문을 제출해야 하지만, 한국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이러한 서류는 반드시 원본이어야 하니 ‘Fedex’ 등 국제우편을 통해 원본을 한국으로 보내야 한다.
준비해야 할 서류 적지 않아
케이트 송 씨가 어릴 적 아버지가 한국에 출생신고를 했던 모양이다. 가족관계증명서의 이름은 송지연이었다. 미국 여권 속 Kate Song이라는 이름과 다른데, 가족관계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한국 내 등록된 이름이 따로 있다면 동일인확인서(Certification of Identity)라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여권 이름과 한국 이름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동일인확인서도 함께 준비해 아포스티유 또는 영사인증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아파트를 내 명의로 상속등기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할 ‘부동산등기용 등록번호’ 부여까지 신청하면 상속등기를 포함한 모든 상속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외국인 토지취득신고까지 마치고, 상속세를 납부하면 마무리된다. 드디어 모든 서류 작업을 마치고, Kate Song 명의로 압구정 아파트 한 채의 등기를 끝냈다.
그러나 케이트 송 씨는 아파트를 처분하고 매각 대금을 미국으로 가져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임대료를 받기도 번거롭고, 임차인 관리 또한 쉽지 않아서다. 한국에 그대로 두자니 아깝고, 해외 거주자 신분으로는 투자도 녹록지 않다. 게다가 세금 신고와 납부의 번거로움까지. 이럴 때는 중개업체를 통해 부동산을 처분한다. 매수인과 계약을 마친 후에는 매도인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다. 앞서 설명한 아포스티유 또는 영사인증을 통해 처분위임장과 관련 서류를 준비하면 된다.
한국 비거주자인 케이트 송 씨는 상속으로 취득한 부동산의 매각 대금을 외국으로 송금하고자 하기 때문에 이를 상속받았다는 점을 입증할 관련 서류를 외국환은행에 제출해야 한다.(외국환거래규정 제9-43조) 거주자란 상속 개시일 현재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을 말하며, 비거주자는 거주자가 아닌 자를 말한다. 주소는 거주 기간, 직업,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국내 소재 자산의 유무 등 생활 관계의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판단한다. 상속세, 양도소득세를 모두 완납했다는 세금완납증명서 역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외국인이 국내 재산을 상속받기 위한 절차는 결코 쉽지 않다. (여담이지만 쓰면서도 몇 번이나 주제를 바꾸어야 하나 고민이 컸다. 이를 모두 읽었다면 자녀들에게 문해력을 자랑할 법하다.) 실제로 진행할 때는 서류에 문제가 있을 경우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니, ‘가능하다’는 점만 알고 반드시 경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여생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본 적이 있을 테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기능이 변화하고,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생기지만 시설 입소보다는 익숙한 곳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56.5%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다.
이처럼 건강 상태나 경제적 여건이 변하더라도 살던 집, 연결돼있던 지역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나이 드는 것을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라 한다. 정서적으로는 원하는 장소에서 남은 삶을 보내는 편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오래 거주하려면 주택을 행동 특성에 맞게 가꾸고, 현재가 아닌 앞으로 변화할 신체 상태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
신체 능력 저하 예상해 환경 조성해야
미래를 대비해 집을 고치거나 내부를 다시 조성한다면 무엇부터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 책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 디자인’에 따르면, △방향과 길 안내 △작은 쉼터 제공 △장애물 제거 △기억을 돕는 단서 제공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력과 감각이 저하되면 비슷한 공간 배치나 규칙적인 패턴의 문은 방을 구별하기 힘들게 한다. 거실, 복도, 출입구에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닥재를 색채감 있는 제품으로 고르거나 계단 조명을 사용하면 방향 인지에 도움이 된다. 독특한 가구, 미술품을 배치해둬도 좋다. 또한 가능하다면 사용하지 않는 작은 자투리 공간이나 벽의 모서리, 난간 옆 등을 노인들이 멈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운동 범위, 근육 통제력, 힘과 인내력이 약화돼 이동 시간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휠체어나 의자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면 된다.
이동 능력이 제한적인 사람들에게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문은 양 여닫이문이나 자동문이 적절하다. 그러나 건물의 특성에 따라 여닫이문은 건물에 압력을 가하는 바람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문 위 돌출부나 문 앞에 바람막이 벽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 손잡이나 스위치는 버튼 방식과 같이 손바닥이나 팔로 충분히 조작 가능한 유형이 바람직하다. 의자에 앉거나 서 있는 사람이 몸을 굽히거나 쭉 뻗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불어 자동문이나 센서등은 개인의 반응 시간에 맞게 작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종종 자신이 사는 건물이나 방을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시각적 혼란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억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게시판을 달아두면 좋다. 사진, 이름, 방 명칭 등을 넣어 강한 힌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혹은 개인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해 기억을 되살리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전문 업체·서비스 지원의 부재
고령자 복지주택이나 시니어타운 등에 입주하거나 이사하는 것이 아닌, ‘내 집에서 나이 드는 것’은 요즘 노인들의 희망 사항이다. 그러나 고령자, 혹은 고령자가 될 사람들을 위한 주택 개조 업체나 서비스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저소득층의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진희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 디자인’ 저자는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심신 기능, 운동 기능, 시각 기능이 저하돼 자립적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며 “이들의 독립적 생활을 지원하는 특별한 환경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의 신체적·심리적·행태적 특성을 반영한 실내 환경의 보완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고 전했다.
인간은 식물을 가까이하면 좋다. 심신 안정, 건강 증진, 공기 정화 등 이점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식물의 입장은 어떨까? 내게 좋은 식물이면서, 나 또한 식물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반려식물과의 동행을 시작해도 좋겠다.
도움말 신상옥 이화여대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 원예심리 지도교수
화분 하나 장만했다고 반려식물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냥 놓아둔 채로 물만 주는 행위는 무미건조하다. 어떻게 해야 반려식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신상옥 이화여대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 원예심리 지도교수(한국원예치료사협회장)를 통해 알아보자.
[씨앗 단계] 반려식물 고르기
반려식물이란 ‘인간과 짝이 되어 서로 교감을 나누며 살아가는 특정한 식물’(화훼학, 월드사이언스)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한 식물은 ‘특정 종’(種)보다는 키우는 이가 느끼는 ‘특별한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명칭 때문에 반려동물과 여러모로 비교되는데, 감정을 교류하며 일상을 함께한다는 맥락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야생 환경이나 동물원에 있는 동물을 반려동물이라 하지 않듯, 반려식물 또한 개인이 생활공간 내에서 책임감을 갖고 키워나가는 존재인 셈이다. 따라서 원예 활동은 기본이다. 다만 식용으로 하거나, 인테리어나 공기 정화 등 외적 효과만 목적으로 기르는 것은 반려식물로 보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건 식물과의 ‘교감’이다. 따라서 감정적 교류를 이루며 키워간다면 무엇이든 반려식물로 삼아볼 수 있다.
[Tip] 반려식물과 교감하려면 성장 과정을 오래 관찰할수록 좋다. 단기간 키우는 식용작물이나 한해살이보다는 지속성을 지닌 종을 고르자. 최소 2~3년 이상 키우며 번식이 가능해 주변에도 나눈다면 금상첨화다. 테이블야자, 호야, 개운죽, 행운목 등이 추천할 만하다.
[새싹 단계] 애착 심어두기
신상옥 교수는 반려식물이 지닌 의미를 언급하며 ‘애착식물’이라고도 표현했다. 애착이란 특별한 인연이나 사연 등을 통해 생겨나는 감정이다. 따라서 반려식물에는 남다른 의미가 담기면 좋다. 손주가 어버이날 선물로 사준 화분, 항암 치료를 마친 기념으로 산 나무, 사별 후 아내를 그리며 심은 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렇다고 집에 있는 모든 식물에 의미를 두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너무 많은 화분을 두면 관리하기 버겁고, 자칫 반려식물이 스트레스로 다가와 역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가드닝 초보자라면 화분 하나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추후 관리가 잘 되고 자신감이 붙는다면 조금씩 늘려가도록 하자. 이미 집에 식물이 너무 많은 상태라면 난(蘭)류, 다육이류 등 특정 그룹 형태로 의미를 부여해도 괜찮다.
[꽃봉오리 단계] 교감으로 꽃피우기
식물과의 교감은 사람, 동물처럼 상호작용이 즉각적이지 않아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반응이 느릴 뿐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 몇 가지 방법을 실천해보자.
이름 불러주기 반려식물에게도 반려동물처럼 특별한 애칭을 붙여본다. 가령 “초록아(애칭 예시) 굿모닝” 하며 아침 인사를 하거나 물을 줄 때도 “초록아 많이 먹고 쑥쑥 크렴”이라며 대화를 시도해보자. 반려식물의 이름과 사연 등을 적은 작은 팻말을 꽂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감(五感) 일깨우기 반려식물은 오감을 모두 활용해 교감이 가능하다. 바람에 사부작거리는 이파리 소리(청각), 보드랍고 촉촉한 꽃잎(촉각), 빨갛고 탐스럽게 맺은 열매(시각), 은은하게 번지는 꽃향기(후각), 말린 잎과 꽃으로 만든 차 한 모금(미각). 모든 감각을 열고 반려식물을 대하다 보면 더욱 충만하고 깊은 교감을 이룰 것이다.
생장 리듬 맞춰가기 대부분 식물은 천천히 자라나기 때문에 인내심이 요구된다. 오늘 비료를 줬다고 내일 꽃을 피우지 않듯, 무언가를 했더라도 당장은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조급함보다는 느긋한 마음으로 식물의 생장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식물을 통해 얻는 심리적·정신적 효과 또한 천천히 스미듯 나타나니, 생장 리듬에 맞춰가려 노력해보자.
식물일지 작성하기 맨 처음 반려식물을 들인 뒤 기본적인 정보를 비롯해 이후 성장에 따른 일지를 기록하면 교감에 도움이 된다. 신 교수는 “식물은 성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하루하루 변화를 기록하기보다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상황과 더불어 자신의 감정을 남기면 좋다”고 조언했다. 가령 ‘기다리던 꽃망울이 피어나니 내 마음도 활짝 피어난 듯하다’, ‘오늘 하루 종일 힘들었는데 새순 돋아난 걸 보니 기운이 솟아난다’는 식이다. 가능하다면 그림일기처럼 반려식물을 그려 넣거나 사진을 찍어 붙여도 좋다.
‘식멍’ 때리기 이런저런 방법들을 실천하기 어렵다면 식물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최근 들어 ‘불멍’, ‘물멍’ 등 특정 현상이나 사물을 멍하게 바라보며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것이 유행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멍때리기’가 때론 일상의 쉼표 역할을 한다. 반려식물 또한 그러한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신 교수는 “이제는 식멍의 시대”라며 “식물이 지닌 녹색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가만히 들여다보는 과정에서도 스트레스와 피로 해소, 두뇌 활성화 등 ‘녹색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오래 주시하면 식물의 미세한 성장과 변화도 발견하게 된다. 이때 느끼는 경이로움과 즐거움은 덤”이라고 말했다.
[열매 단계]| 나의 삶 관조하기
씨앗이 발아해 새싹이 돋아나고 꽃과 열매를 맺지만, 병충해를 입으면 결국 죽음과 동시에 다시 씨앗으로 남는다. 이것이 식물의 생로병사(生老病死)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자신의 인생과 내면을 들여다보고 인문학적 성찰을 해볼 수 있다. 내가 살면서 꽃을 피웠던 때는 언제인가, 어떤 결실을 맺었는가, 이 삶의 끝에 어떤 씨앗을 남길 수 있겠는가 등을 가만히 생각해보자. 때론 반려식물을 통해 삶의 지혜를 터득하기도 하고, 잔잔한 위로를 얻기도 한다. 다만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하거나 의존하는 것은 경계하자. 신 교수는 “반려동물에 비해 반려식물의 죽음은 상실감이나 슬픔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지만, 종종 이를 강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식물의 생로병사를 이해하되 꽃이 떨어졌다고 우울해하거나, 나무가 죽었다고 삶의 희망을 잃는 등 심하게 감정을 투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티끌 모아 태산’ 전략이 주목받는 짠테크 시대. 애먼 돈을 낭비하지 않고 숨은 돈까지 찾을 수 있는 소소한 절약 방법을 소개한다.
PART1 | 복지 & 금융 | 무심히 방치한 돈, 몰라서 지나친 혜택. 유심히 알아보자.
[1] 정부 보조금 찾기
정부 지원금 혜택을 모르고 지나친다면 아까울 것이다. ‘정부24’ 홈페이지 내 ‘보조금24’ 메뉴에 접속해 연령, 거주지, 소득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개인 맞춤형 정부(지자체) 보조금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진행이 어렵다면 ‘보조금24 활용안내서’ 앱을 찾아보거나, 주민센터에서 ‘보조금24 정보제공 동의 신청서’ 작성 후 자녀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국민비서 구삐’ 알림 신청 또는 ‘보조금24 신청알리미’ 앱을 설치하면 관련 정보를 때맞춰 알려준다. 복지로 홈페이지를 통해 ‘맞춤형 급여안내’(복지멤버십) 서비스를 신청하면 개인 맞춤형 복지 정책을 생애주기에 따라 안내받을 수 있다.
[2] 카드 포인트 현금화하기
야금야금 쌓인 카드 포인트도 모이면 쏠쏠하다. 카드사마다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이, 금융결제원 ‘계좌정보 통합관리서비스’ 또는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 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모아둔 카드 포인트를 확인해 현금화(계좌이체) 또는 기부도 가능하다. 금융결제원 사이트에는 카드 및 계좌 자동이체 목록도 나오니 불필요한 건은 해지 신청해 새는 돈을 막자.
[3] 숨은 보험금 받기
‘내보험 찾아줌’ 사이트에서는 보험 가입 내역과 미청구 보험금, 휴면 보험금 조회가 가능하다. ‘연락처 한번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추후 숨은 보험금 발생 시 안내를 받아볼 수 있다.
[4] 무료 법률·세무상담 서비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무료 법률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 전국 150곳 공단 사무소를 방문하거나, PC·모바일·전화 등을 통해 비대면 상담도 가능하다(예약 필수, 문의 : 대한법률구조공단 132). 세무 관련 상담은 ‘마을세무사’를 이용한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누리집에서 마을세무사 연락처를 확인한 후 전화·팩스·이메일로 상담 신청하면 된다(문의 : 읍면동 주민센터).
[5] 통신비 미환급금 돌려받기
‘스마트 초이스’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통신 미환급액 및 유료방송 미환급액을 조회할 수 있다. 휴대전화 구입 시 지원금을 받지 않았다면 선택약정 할인 25%를 받는데, 이 부분도 확인 가능하다. 그밖에 요금 감면이나 멤버십 혜택 등 통신비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6] 본인부담액상한제 확인하기
건강보험 가입자가 부담한 연간 본인일부부담금 총액이 본인부담상한액(소득 구간에 따라 상이)을 넘었을 경우, 초과액은 공단에서 부담한다. 사전급여(의료기관에서 처리)와 사후환급으로 나뉘는데, 사후환급은 직접 신청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 및 신청 가능하다. 접속할 때 본인부담금 환급금(이중납부, 착오납부로 발생한 금액)도 확인해보면 좋다.
[7]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로 의료비 할인
만 65세 이상 고혈압·당뇨병 환자라면 월 3500원(진료비 1500원, 약제비 2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질병관리청). 지역 내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 의료기관 및 약국에서 신청 가능하며, 해당 기관 정보는 지역 보건소에 문의하면 된다.
[8] 틀니·임플란트 70% 지원
만 65세 이상 건강보험 대상자라면 틀니와 임플란트 진행 시 본인부담금 30%만 내면 된다. 진행 후에는 지원받을 수 없으니, 계획이 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보건복지상담센터(129)로 문의해보자.
[9] 휴면계좌 잔금 찾기
서민금융진흥원 ‘휴면예금 찾아줌’에 접속하면 휴면예금 계좌 목록을 알 수 있다. 확인된 잔고는 본인 계좌로 이체하거나, 기부금으로 전환 가능하다.
[10] 내일배움카드로 지원받기
자격증 취득 등 뭔가 배우려 한다면 해당 기관이 ‘내일배움카드’ 사용 가능처인지 알아보자. 카드 발급 후 5년간 300만~500만 원의 직업능력훈련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11]약국 할증 시간 피하기
약국 조제료 야간가산제도에 의해 평일 오후 6시(토요일은 오후 1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 사이 또는 일요일·공휴일에는 조제료의 30%가 할증된다. 일반의약품은 제외되며, 처방약이나 처방 일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PART2 | 쇼핑 & 여가 | 즐거움을 위한 소비. 쇼핑과 여가 활동에도 틈새 절약법은 있다.
[12] 유통기한 임박, B급 상품 저렴하게
요즘 마트에서는 유통기한 임박 제품이나 못난이 채소·과일 등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 쿠팡 등 온라인 마켓에서도 하자 없는 반품 상품 등을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B급 상품 아이템을 모아 판매하거나 정보를 알려주는 ‘떠리몰’, ‘임박몰’, ‘이유몰’, ‘라스트오더’ 등의 플랫폼(앱)도 살펴보면 좋다.
[13] ‘1+1 제품’ 보관하기
편의점에서도 ‘1+1’, ‘2+1’ 등 덤 이벤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통기한이 짧아 소진이 어렵거나, 딱히 당장 필요 없는 덤 제품이라면 잠시 보관해두자. ‘우리동네GS’(GS편의점), ‘포켓CU’(CU편의점) 앱을 활용하면 가능하다.
[14] 기프티콘도 사고팔고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몇몇 중고거래 앱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고파는 경제적 효과와 더불어, 자원 활용의 측면에서도 유익하다. 최근에는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도 중고거래가 가능하다. 일상카페, 니콘내콘, 기프티스타 등의 앱을 이용하면 된다. 카카오톡으로 받은 기프티콘의 경우 유효기간이 지나면 상품가의 90%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으니 이점 참고하자(선물 구매자가 아닌 수신자에게 입금, 앱 내 선물하기 메뉴에서 진행).
[15] 유류비 아끼고, 가벼운 드라이브
주유하고 나왔는데 근방에서 더 값싼 주유소를 발견했다면, 안타깝지만 손해를 본 것이다. 주유할 일이 있다면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사이트또는 앱을 먼저 살펴보자. 시도별 최저가 주유소와 가격 정보, 현 위치를 중심으로 주변 가장 저렴한 주유소 등을 알 수 있다.
[16] 비교 쇼핑 생활화
같은 제품이라도 언제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값이 다르다. 다양한 상품의 최저가를 알려주는 ‘비교 쇼핑’ 앱을 활용하자. 쿠차, 쇼핑스캐너, 다나와 등이 대표적이다. 핫딜 노마드족(특정 시간대에만 할인하는 핫딜 제품을 찾아다니는 소비자)을 위한 ‘세일포유’ 사이트에는 실시간 할인 정보가 올라온다.
[17] 돈·건강·환경 1석 3조, 알뜰교통카드 마일리지
만 65세 이상이라면 지하철이 무료지만, 그 이전 세대라면 ‘알뜰교통카드’로 교통비를 아껴보자. 버스·지하철 정류장까지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해주고(앱과 연동), 카드사의 추가할인 혜택 포함 최대 30% 대중교통비가 절감된다. 미세먼지 발령일에는 마일리지를 2배 제공하고, 모인 마일리지는 캐시백으로 전환해 교통비에 충당할 수 있다. 후불카드(신용카드, 체크카드)와 선불카드(티머니, 캐시비, 원패스) 중 신청 가능하다.
PART3 | 생활 & 관리비 | 1와트의 전력, 한 방울의 물도 아끼는 절약 고수를 위한 관리비 절감 노하우.
[18] 겨울철 난방비 폭탄 막기
가스비는 온도에 비례한다. 보일러 온수 온도를 40℃정도로 설정하고, 중간 수압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온수 온도를 55℃에서 40℃로 줄이면 월 8610원가량 요금이 덜 나온다(일 온수 사용량 200kg 가정). 빈방의 난방밸브를 잠그거나(월 2만5923원 절감 예상) 보일러를 청소해도(월 1만3007원 절감 예상) 가스비를 아낄 수 있다. 보일러 실내 온도는 20℃를 기준으로 1℃ 올라갈 때마다 난방비가 15% 상승한다. 18~20℃로 맞추면 적당하다. 보일러를 끄면 재가동 시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돼, 10시간 이내로 귀가한다면 외출 모드를 이용한다. 한파에는 외출 모드 대신 15~17℃ 정도로 설정하면 동파를 막으면서 집안의 온기를 유지할 수 있다.
[19] 졸졸 새는 대기전력 차단하기
세탁기,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등 대기전력이 있는 가전제품의 경우 전원을 껐더라도 콘센트를 꽂아둔 상태면 전력이 소비된다. 가정 내 대기전력왕은 바로 셋톱박스. TV(1.27W)의 10배(12.27W)에 이른다. 일일이 콘센트 관리가 어렵다면 대기전력을 차단해주는 콘센트타이머나 스마트 플러그를 사용하자.
[20] 탄소포인트제(에코마일리지) 인센티브
전기, 상수도, 도시가스 사용량을 절감하고 감축률에 따라 탄소포인트를 부여하는 제도다. 온라인 탄소포인트제 누리집(서울시 거주자는 에코마일리지 홈페이지) 또는 관할 시·군·구 담당 부서를 방문해 신청 가능하다. 과거 1~2년간 월별 평균 사용량과 현재 사용량을 비교해 연 2회(6월, 12월) 현금, 상품권, 지역화폐 등의 형태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21] 돈 내고 버리는 폐가전, 무료로 처분하기
대형 생활 폐기물을 버리려면 시·군·구청을 통해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구매해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전제품의 경우 ‘폐가전무상배출예약시스템’을 이용하면 무료로 처분 가능하다. 회원 가입 절차와 수수료 없이 원하는 날짜에 예약 후 지정된 장소에 폐가전을 내놓으면 된다.
[22] 전력피크대 피하기
전력피크대에 전기를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높게 나온다. 생산단가가 높은 발전기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겨울철 전력피크대는 오전 9~12시, 오후 4~7시이니 급하지 않다면 이 시간대를 피하자(봄·여름·가을은 오전 10~12시, 오후 1~5시).
[23] 마트 갈 때 들르는 빈병 무인회수기
고전적인 짠테크 방법으로 알려진 빈병 팔기. 최근에는 대형마트(롯데마트, 이마트 등)를 중심으로 빈병 무인회수기가 설치돼 있다. 보증금액은 빈병 용량에 따라 1병당 최소 70원부터 350원까지다(하루 최대 30병). 모아둔 빈병을 마트에 가져가 돌려받은 보증금을 장 볼 때 보태면 쏠쏠하다.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세대의 창업을 통한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을 펼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점프업506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에 성공하고 새 인생을 펼치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도로 귀퉁이에 핀 꽃 한 송이, 빌딩 옥상 정원의 나무 한 그루. 삭막한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존재들입니다. 이렇듯 식물을 통한 초록빛 도시재생을 꿈꾸며 권수정 씨는 ‘점프업5060’에 지원했습니다.
권수정 씨는 결혼과 출산으로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의 삶을 살던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숲에서 열린 원예 강좌를 들은 뒤, 그녀에게 도전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숲 도시정원사 수업을 들었는데 내용이 정말 좋았어요. 흔히 ‘자연이 소중하다’고 하잖아요. 그 말을 실감하는 계기가 됐죠. 무엇보다 함께 참여했던 분들이 식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잘 이해하셔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권수정 씨는 자신이 깨달은 자연의 소중함을 가까운 곳부터 알려나갔습니다. 거주지인 서울 응봉동에서 마을공동체 ‘중장년 리셋 타임’ 사업을 시작한 것이죠. 지역 학생, 주민을 대상으로 숲 체험, 가드닝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공동 정원 가꾸기 봉사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처럼 경단녀를 벗어나 원예 전문가로 거듭난 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차차 관련 분야 인연이 쌓이며 권수정 씨에겐 ‘원예사회적기업’이라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저 같은 경단녀 주부들이 그동안 공부해온 것들을 각자가 아닌 사회적 기업을 통해 함께 펼치면 좋겠더라고요. 마침 우연히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점프업5060’ 온라인 설명회를 접하게 됐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일의 기반을 다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당시 막 50세가 됐던 권수정 씨는 그렇게 ‘점프업5060’의 막내세대로 합류했습니다. ‘싹을 틔우다’는 뜻을 담아 ‘티움’이라는 이름을 짓고, 원예사회적기업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까’라는 말처럼, 처음부터 모든 목표를 이뤄내기엔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결국 아쉽게도 최종 목표였던 사업화 지원금까지 해내지는 못했지만 이번 프로젝트로 배운 점이 많았다는 권수정 씨입니다.
“원예사회적기업이라는 그럴싸한 꿈을 갖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던 것이죠. 사업적으로 무언가를 제안하고 시행하려면 문서작업이나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한편으론 추진력이 미흡했던 게 아닌가 생각도 해요. 크라우드펀딩으로 사업을 확장할 기회도 있었는데, 실상 놓쳐버렸거든요. 그래도 ‘점프업5060’을 통해 또래의 (예비)창업가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기부여도 됐고,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어요. 결과는 조금 아쉽지만, 모든 것을 귀한 경험으로 생각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려 합니다.”
프로젝트 이후 권수정 씨는 ‘위치맘’이라는 작은 카페를 열었습니다. 단순히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창업을 한 것은 아닙니다. 뭐든 돕는 일을 좋아하는 권수정 씨는 함께해온 원예 전문가들을 기관이나 강의 등에 연결해주는 메신저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이들을 위한 매개 공간으로써 카페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꿈도 열심히 키워가는 중입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봉사와 원예를 하며 언젠가는 실버타운을 짓고 싶습니다. 이런 꿈을 이야기하면 다들 사회복지사 따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저는 원예치유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영국에서는 원예치유가 처방전에 쓰일 정도로 효능을 인정하는 분위기죠. 그렇게 원예가 어르신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점프업5060’에서의 시행착오를 밑거름 삼아 꿈을 위해 한발 한발 다가가겠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5060에게
“코로나19 당시 다른 분야와 다르게 원예 쪽은 수요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거리두기로 인한 답답한 일상에 초록 식물이 활력을 준 덕분이죠.
또 ‘힐링’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서 원예가 주는 치유 효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원예는 창업 아이템으로도 전망 있다고 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먼저 지역 숲을 찾아 관련 프로그램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노화를 겪는 몸은 돌봄을 필요로 한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노인의 나라에서 돌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돌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OECD는 2040년 우리나라가 2040년에 세계에서 요양 서비스 인력이 가장 부족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냈다.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벌어진 일인데, OECD는 2040년까지 노인돌봄인력을 140% 이상 충원해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게다가 노인 스스로가 대표적인 노인돌봄시설인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장기요양기관 입소를 원치 않는다. 노인 스스로가 지역 사회를 떠나기 싫어하는 것은 다양한 통계자료로 검증된 사실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3.8%가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이들은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다. 살던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그간 맺어 온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서 정서적 안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에 주목한다. 서울연구원의 도시사회연구실 연구위원들은 책 ‘노인을 위한 동네-고령친화 지역사회 만들기’에서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고령친화사회’의 열쇠가 노인의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동네에 있다고 말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이 노인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
그러나 저자들이 책에서 짚었듯, “하나의 정책만으로 오랜 시간 고성장 산업화에 맞춰 형성되어 온 우리 도시와 동네가 금세 노인도 행복한 삶터로 바뀔 수 없다.” 노인이 집을 떠나 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삶의 직접적 공간이 되는 지역사회가 ‘노인이 살기 좋은 동네’로 재편돼야 한다는 것.
이에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취약계층인 고령층을 위해 어떤 지역사회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차례는 미국이다.
WHO 기준 맞춰 운용, 뉴욕‧포틀랜드 참고해야
세계보건기구(WHO)는 노인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대해 일찍이 관심을 표한 바 있다. WHO는 2006년부터 ‘고령친화도시’ 프로젝트를 시행해오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세계적 문제로 대두된 고령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도시에서 거주하는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교통, 주거, 사회참여 등 8개 영역, 84개 세부항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에 부합하는 지역에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부여한다. 지난해 말 기준 51개국, 1445개 도시가 가입해 상호 교류 중이며, 국내에는 서울 도봉구, 영등포구, 마포구, 전라북도 완주군 등 40개 지자체가 가입 완료된 상태다.
지난 2007년 ‘고령친화 뉴욕’ 정책을 발표한 뉴욕시는 2010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령친화도시에 가입했다. 이에 걸맞게 뉴욕은 고령자에게 친절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고령친화 안전도로조성사업을 통해 버스정류장의 휴식시설을 늘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택시 바우처를 개발하는 식이다. 또한 고령자 커뮤니티 지원 사업을 통해,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고령친화지구’로 지정하고 교통 편의나 사회적 교류 활동 등을 지원한다.
포틀랜드의 사례도 눈여겨 봄직하다. 2006년 미국에서 최초로 WHO 글로벌 고령친화 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일한 도시로, 현재까지도 주택, 교통, 디자인 등 물리적 환경에 중점을 두고 보다 고령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 정책을 펴고 있다. 지역사회 내 50세 이상 중장년이 어린이를 가르치는 튜터링 자원봉사 프로그램 역시 성과를 내고 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중장년 튜터 97%가 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 중 57%가 읽기 쓰기 능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주택 수리비 지원하고 대중교통 시설 정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제사회보장리뷰’ 2022 가을호에 실린 ‘미국의 고령친화 지역사회 정책’ 연구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도 WHO의 기준에 근거해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는 노인이 거주하는 집 안의 위험 요소를 줄이고, 주택의 안전 및 기능을 향상함과 동시에 주택을 소유한 저소득층 노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연 3천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한다. 프로그램은 화장실의 미끄럼을 방지하고 단차를 제거하거나, 안전바‧손잡이를 설치하고, 보조의자나 가정용 리프트를 두는 식으로 진행된다.
집을 수리할 금액을 마련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금전적인 지원도 있다. 농무부는 △거주지 중위소득 50% 미만이며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실거주자이고 △62세 이상 노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자는 최대 1만 달러, 대출 받을 자격이 인정된 노인은 대출금 4만 달러를 합쳐 최대 5만 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노인 대상 교통 지원 프로그램은 ‘미국노인법’(Older Americans Act)에 기초한다. 고령자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에 의한 노인 교통 지원 프로그램은 노인과 장애인의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통수단이 부족한 지역의 비영리기관에 예산을 지원한다. 예산은 교통수단의 유지‧보수, 휠체어 관련 장비 구매, 대중교통 운행 시간표와 같은 정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분야에 쓰인다.
이러한 교통 지원 프로그램은 노인을 돌보는 가족 요양인도 이용할 수 있다. 미국노인법의 ‘가족 요양인지지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이외에도 가족 요양인에게 상담이나 자조모임, 요양자 훈련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60세 이상 노인이나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를 돌보는 18세 이상의 가족 요양인 혹은 55세 이상의 친척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당연해진 사회, 인터넷 요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비대면 사회 교류를 돕는 곳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21년 ‘EBB’(Emergency Broadband Benefit)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 노인에게 매달 최대 50달러의 인터넷 요금 할인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의 자격 요건을 충족한 이용자들은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구매할 때 최대 100달러의 할인까지 받을 수 있다.
다양한 방면에서 고령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미국이지만 한계는 있다. ‘미국의 고령친화 지역사회 정책’ 연구의 저자는 “동‧서부의 큰 도시에만 정책이 몰려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작 시골에 사는 노인들은 지원 프로그램이나 혜택에서 빗겨나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를 대비해야 할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곧 사라질 마을의 주민들이 거주 지역에 대한 기록을 스스로 남긴다면, 이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까? 채록된 기록들은 어디에 모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한국문화원연합회(이하 한문연)가 올 한해 사업의 지역별 성과 공유와 함께 지역 아카이빙 사업의 방향과 인력양성, 수집 정책, 활용방안 등 연관 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를 23일 마련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유튜브 채널로 온라인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는 구술채록 및 아카이브 관련 전문가 7명이 함께했다.
문화원연합회는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사업’을 올해부터 시행했다. 서울 성북문화원, 인천 서구문화원, 대전 대덕문화원, 경기 김포문화원, 충남 태안문화원에서 이라는 주제로 지역민들이 지역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번 사업에서는 지역 시민이 기록가로 나서 같은 지역 주민을 직접 만났다. ‘지역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게 하는 것’을 취지로 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현장에 나가서 구술할 주민을 구해 그 기록을 채록했다. 일련의 과정은 영상으로 제작됐으며, 한문연은 이번에 얻은 메타 데이터를 정리해 국립중앙도서관 쪽에 제출할 예정이다. 해당 자료는 한문연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역N문화 포털에도 게재할 예정이다.
행사는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사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시작으로 세 가지 주제에 대한 발제, 이후 패널들과 자유로운 방식으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발제자로는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 원종관 서울기록원 보존서비스과 과장, 국기기록원 기록정책부 기록협력과 소속 이정연 학예연구사가 나섰다. 패널로는 설문원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이호신 한성대학교 크리에이티브인문예술대학 교수, 정보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 차장, 이동준 이천문화원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의 강점으로는 ‘면담자와 구술자가 모두 지역 주민이라는 점’을 꼽았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정연 학예연구사는 “지역 아카이빙은 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역사 서술로, 지역민들은 스스로 가치없다 여겼던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며 거주하던 지역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역민들 사이 연대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집한 기록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기록을 수집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주민은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다른 지역의 주민들로 하여금 기록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책을 출판하거나 전시를 여는 등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 기획자 측이 꼼꼼히 신경써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오갔다.
이어 전문가들은 지역 기록가와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를 나눴다. 이호신 한성대학교 크리에이티브인문예술대학 교수는 “‘지역주민들이 갖고 있는 자발성을, 어덯게 지원할 수 있을까’ 라는 관점에서 자발성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문화기관의 역할일 것” 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원종관 서울기록원 보존서비스과 과장은 3년 간 이와 비슷한 사업을 시행해온 파주 중앙도서관의 사례를 들며 “문화 행정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를 잘 이행하며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주민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기록 수집에 나서게끔 한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사업 결과를 통해 개선돼야 할 점에 대해, 정혜경 대표는 “모인 기록들이 전시나 책으로 출판되는 등 활용이 적극적으로 돼야, 호응도가 높아지고 사업의 본연의 의미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예산안은 수집에 주로 집중돼있는데, 실제 지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쪽으로 예산이 편성되고, 인력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