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폭염주의보까지 내렸으니 함부로 외출하는 것도 겁난다. 그러나 찜통더위에 에어컨 밑에만 있자니 전기료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 덥다고 집에만 가만있는 것도 답답한 노릇이다. 어디 더위를 피할 만한 마땅한 곳이 없을까
제일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곳은 관악산 계곡길이다. 관악산 하면 보통 가파르고 험한 산을 생각하지만 등산로와 달리 계곡길은 경사도 완만하고 길이 잘 닦여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걷기 좋다. 실제로 관악산에 가보면 등산복을 잘 차려입은 등산객들도 많지만 반바지에 샌들, 혹은 유모차를 밀고 산책 나온 주민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관악산 입구에 들어서면 한창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시간에도 울창한 숲 속이라 시원하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바위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 사람, 계곡에 발을 담그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물소리 바람 소리와 함께 걷다 보면 이보다 더 좋은 피서법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관악산엔 100m나 되는 천연 계곡에 물놀이장이 운영되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서울 도심에서 더위를 피해 쉴 곳을 찾는다면 청계천 옛 한국관광공사 자리에 새롭게 들어선 K-스타일 허브 한식문화관을 추천한다. 한식을 직접 즐기고, 맛보고, 경험할 수 있는 이곳은 관광객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한식체험관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가면 한식을 맛볼 수 있는 널찍한 식당 안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강된장비빔밥이나 콩비지, 쌈밥, 묵 등 정갈한 한식 외에도 예쁘게 만든 전통 과자와 떡, 약과 등의 디저트, 전통차를 맛볼 수도 있다. 영화배우 송중기가 만들었던 개성약과도 예쁘게 개별포장해 판매 중이다. 시원한 오미자차 한잔, 혹은 전통주를 곁들인 주전부리 하나 시켜놓고 다음 스케줄을 짜보는 것도 좋겠다.
직접 한식을 만들어 보는 한식배움터도 인기다. 이곳에서 불고기, 잡채, 김치 등 우리나라 대표 한식을 만들어 볼 수 있다. 40명이 한꺼번에 요리할 수 있는 주방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유료로 진행된다. 이외에도 한식의 재료와 특징, 철학적 가치를 설명해 주는 한식전시관도 있고, 2층엔 관광안내센터가 자리하고 있으니 서울 여행에 필요한 정보나 지도도 구할 수 있다.
이것저것 다 귀찮을 땐 도서관이 최고다. 잘 살펴보면 집 가까이에 작은 도서관들이 많이 있다. 관악구에 있는 ‘용 꿈꾸는 도서관’은 늘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게 사람들로 붐빈다. 70석의 좌석에 1만7000여 권의 장서를 갖춘 작은 도서관은 이용자들로 가득하다. 관악구청 1층에 자리해 접근성이 좋은 데다가 카페 분위기의 인테리어 덕분에 어린아이에서 70~80대 시니어까지 여기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시원한 실내에서 하는 독서는 여름 무더위를 잊게 해준다. 아이스 커피 한잔 마시며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것도 폭염을 피하는 좋은 방법이니 집 가까운 곳에 작은 도서관이 있나 둘러보자.
폭염이 이어지며 사람들이 더위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이럴 땐 집안에만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더위를 피할 방법을 찾아보자. 관악산 계곡길을 걷거나 한식문화관을 찾아 한식을 즐기든, 가까운 작은 도서관에서 독서의 즐거움에 빠지든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 여름 무더위를 지혜롭게 이겨보면 어떨까.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경복궁 소주방에서 식사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대장금이 나인 시절 근무했던 궁중의 부엌, 소주방에서 궁중음식을 체험할 수 있다. 비빔밥 도시락과 12가지 반찬이 나오는 수라상 등 왕과 왕비가 먹던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수라간 ‘시식공감’을 사전예약해서 다녀왔다.
도슭 수라상은 왕과 왕비만 받을 수 있는 12첩 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합에 조금씩 담아냈다. 육포장아찌, 더덕구이, 오이송송이, 탕평채 등 우리 전통음식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궁중음식을 1인 상차림으로 내니 귀하게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
골동반(비빔밥)은 궁중에서도 즐기던 전통 음식이다. 올리는 나물은 제철에 나는 신선한 것을 썼으며 흰색, 푸른색, 갈색 등 색색의 나물을 섞어 보기 좋게 냈다. 비빔 나물을 따로 담고 달걀지단 대신 달걀찜을 가운데 올려 부드럽게 비벼지도록 한 것이 이채로웠다.
음식 구성도 정갈하고 맛도 좋았다. 전국에서 진상한 식재료로 최고의 주방 상궁이 만든 특별한 음식만 임금님 상에 올랐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장아찌, 젓갈, 마른 찬 등 우리가 먹는 음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함께 간 가족들과 정다운 시간을 보내며 오랜 시간 전승돼 온 우리 음식의 맛과 멋을 체험하는 즐거운 자리였다.
문화재청의 2016 궁중문화축전의 다양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수라간 ‘시식공감’은 점심과 저녁, 1일 2회 차려지며 1회 60명 현장 접수할 수 있다.
봄이 물씬 오른 4월이면 봄바람도 쐬고 꽃구경도 하기 위해 산에 오른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등산을 마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발길로 인근 식당이 북적북적해진다. 여러 음식이 있겠지만,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산채비빔밥을 빼놓을 수 없다. 벚꽃놀이를 즐기기 좋은 남산 둘레길의 비빔밥 맛집 ‘목멱산방’을 소개한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남산 둘레길 관광객을 위한 아늑한 밥집
목멱산(木覓山)은 남산의 옛 이름이다. 그 이름을 딴 ‘목멱산방’은 남산 케이블카 정류장 맞은편 돌계단을 오르면 찾을 수 있다. 서울시가 15억원을 들여 지은 한옥으로, 아름다운 남산자락이 어우러져 멋을 더한다. 시에서 위탁관리를 하고 있지만, 음식의 맛은 운영자 장경순씨의 아내 강현영씨의 부모(강광전·조효숙씨) 역할이 컸다. 고품질·저가격, 무(無)화학 조미료, 족보 있는 먹거리를 지향하는 목멱산방, 이곳의 주재료인 장맛을 강씨 노부부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 메뉴인 비빔밥에는 ‘비빔 매실 고추장’이 빠지지 않는다. 전라북도 장수군에서 노부부가 재배한 매실로 만든 매실청(청과 과육을 갈아 넣음)에 고춧가루와 비법이 담긴 육수를 더해 맛을 낸다. 이외에도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메주를 쑤어 만든 간장·된장 역시 나물과 음식에 들어가는 핵심 조미료다. 부모의 손길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장 덕분에 목멱산방의 음식은 믿음직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산 둘레길을 끼고 있어 산책을 나온 시민이나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잦다. 또, 서울의 명소인 N서울타워를 보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미가 물씬 나는 외관에 이끌려 방문하곤 한다. 특히 남산 둘레길에 벚꽃이 개화하는 4월이면 손님이 늘어나 줄을 서기도 한다. 목멱산방에서 맛볼 수 있는 산방 비빔밥(7000원), 불고기 비빔밥(9000원), 육회 비빔밥(1만1000원)은 골고루 인기 있다. 나물과 밥, 고추장이 따로 나와 입맛에 맞게 비벼 먹을 수 있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나물은 봄 향기 가득한 취나물부터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머금은 깻잎나물, 겨울 눈 속에서 자라는 부지깽이나물, 유채나물 등이다. 지리산 언저리에서 수십 명의 할머니·할아버지가 직접 채취한 나물을 사용한다. 나물에는 순도 99.9%의 들기름을 넣어 깊은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순도 99.9% 참기름은 밥에 들어간다)
목멱산방에는 정이오(鄭以吾)의 ‘남산팔영(南山八詠)’이라는 시에서 따온 여덟 개의 방(운횡북궐(雲橫北闕), 수창남강(水漲南江), 암저유화(岩底幽花), 영상장송(嶺上長松), 삼춘답청(三春踏靑), 구일등고(九日登高), 척헌관등(陟巘觀燈), 연계탁영(沿溪濯纓))이 있다. 방마다 있는 창문을 통해 남산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주기적으로 오가는 케이블카도 흔한 풍경이 된다. 뒤뜰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은 남산을 병풍 삼아 한적하게 식사와 전통차를 즐기기에 좋다. 한쪽에는 작은 인공폭포도 있어 상쾌한 분위기를 더한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경치를 보러 가는 것도 묘미다.
편안하고 아늑한 이미지이지만, 메뉴 주문과 서빙, 정리까지 셀프 서비스(self service)다. 조금 수고스럽긴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경치가 그에 대한 보답이라 할 수 있겠다.
봄과 가을에 추천하고 싶은 자리는 야외 테이블이 있는 뒤뜰이다. 봄이면 따뜻한 바람을 타고 날아온 꽃잎들이 비빔밥에 달달함을 더하고, 가을에 쌓인 알록달록 낙엽은 한옥과 어우러져 고아한 정취를 풍긴다. 비빔밥과 곁들이는 메뉴로는 해산물 부추전(1만2000원), 지리산 참도토리묵(1만원), 우리 콩 두부김치(1만원) 등이 있다. 그 외에 훈제오리와 참나물 무침·한우 육회 무침·묵은지 보쌈(각 2만5000원)도 푸짐한 저녁 식사를 원할 때 많이 찾는 메뉴다.
식사 후 차를 주문하면 1500원을 할인해준다. (모든 차 메뉴는 아이스로 주문 가능, 500원 추가) 목멱산방에 들어서면 한의원에서 맡을 수 있는 쌉싸름한 한약 향이 솔솔 난다. 십전대보탕·대추차(4500원), 오가피차·당귀차(5500원) 등 몸에 좋은 한약재로 만든 차를 매장에서 직접 끓여내기 때문이다. 유자차·모과차(4500원)는 시원하게 에이드(ade)처럼 즐겨도 좋다.
겨울이면 각종 청을 만드는 손길로 분주해진다. 전남 고흥의 유자, 전북 장수에서 재배한 생강과 경북 청도의 모과 등을 설탕에 재워둔다. 과일청이 들어간 전통차에 카운터에서 판매하는 모둠한과(4500원, 삼색유과·모둠강정·찹쌀약과)를 곁들이면 잘 어울린다.
주소 서울시 중구 남산공원길 627 영업시간 11:00~21:00 문의 02-318-4790
마음에도 무게가 있을까. 대개 이상, 사회공헌, 자아실현, 사랑, 성공 등 몇몇 단어에 행복이 있다고 믿는다. 뒤도 안 보고 달린다. 돌아보면 이리 저리 치였고, 주름은 하나둘 늘었다. 지난 세월의 무게만큼 늘어진 몸, 마음에도 무게가 있을까. 측량해 볼 수도 없지만 마음속엔 늘 돌덩이 하나 앉아 있다, 중년이다. 잠깐, 돌덩이 내려놓을 휴식이 필요하다. 오전과 오후 일상을 이어주는 낮잠처럼 쉼표 하나 찍는 것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잠 깨면 다시 일상이지만 그와는 다른 힘을 주는 낮잠이 있다. ‘템플스테이’다. 전국에는 훌쩍 찾아가도 낮잠을 내주는 사찰이 많다. 사찰에서의 하룻밤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한다. 나를 되돌아보는 성찰이다. 천혜의 자연은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그래서 떠난다.
글 최호승 법보신문 기자 0910time@naver.com
사진 한국불교문화산업단 제공
거북도 쉬어 가는 성주 심원사
거북도 쉬어 간다는 경북 성주 심원사는 지친 몸과 마음을 뉘일 수 있는 곳이다. 소백산맥 자락 가야산에 둥지를 틀고 있는 산사다. 일찍이 에 ‘가야산의 지세나 풍경이 천하에 뛰어나며 그 덕은 해동에 견줄 곳이 없으니 참으로 수도하기 좋은 곳’이라고 했으니, 심원사는 일상 속 쉼표를 찍기에 제격이다.
심원사는 등산객으로 비좁은 가야산 안에 있지만 관광객을 만나기 어렵다. 그만큼 다른 세상이라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여기만 한 곳이 없다. 가야산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어 거북이처럼 쉬어 갈 수 있다.
특히 심원사는 ‘푹 쉬다 가이소’라는 휴식 템플스테이가 주말과 평일에 운영된다. 기본적인 사찰예절과 108배 등을 빼면 간섭을 받지 않는다. 사찰에 도착하면 단아한 수련복을 제공받고 기본적인 일과 설명이 끝나면 자유다.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참가비가 아쉽다면 차담을 권한다. 스님과 차담이 자유로워 말 못할 고민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유필상 상상출판 대표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도움으로 이곳을 찾아 스님을 만난 뒤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촌음을 다투며 워커홀릭으로 살았던 과거와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했던 아픔을 잠시 내려놓고 비로소 자신 안의 ‘나’와 마주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그는 “잘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스님이 답했다. “‘걸리버 여행기’에는 반짝이는 돌을 갖기 위해 싸우고 숨기는 이야기가 나오네. 자네가 가지려는 그 무엇이 반짝이는 돌과 무슨 차이가 있겠나. 잃어버리면 낙심하고 세상 다 끝난 것 같고 죄진 것도 아닌데 피하고 숨어 지내는 것 아니겠나. 돈이든, 자리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밤엔 가야산 산줄기 따라 쏟아지는 별빛에 몸과 마음을 샤워하는 환상적인 시간이 참가자를 기다린다. www.simwonsa.kr 054)931-6887
내게 걸어 들어가는 길, 반야사
충북 영동 반야사도 혼자 가야 정취를 제대로 느낀다. 자신을 위한 여행의 로망을 풀어놓기에 영동 첩첩산중에 자리한 반야사가 안성맞춤이다. 반야사는 큰 물줄기를 끼고 있다. 소백산맥 줄기에 솟은 백화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산허리를 감아 돌면서 만든 연꽃 모양 중심에 반야사가 있다.
반야사의 길은 특별하다. 숲에 난 오솔길을 한참 걸려야 산문에 다다르는데, 이 길의 고요함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넓지 않은 도량에 문수전과 관음전이 적당히 떨어져 있어 오가는 길이 곧 산책로이자 사색의 길이다. 문수전을 돌아 푸른 대나무 숲을 지나 관음전으로 향하는 짧은 산책로는 맨발로 걸으며 흙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통로가 된다. 또 산마루에 있는 문수전까지 이르는 길은 사계절 내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났다. 정묵당 뒤로 개천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계단이 나오는데, 물길 따라 걷는 이 길은 압권이다. 그리고 관음전 연못가는 자신을 반추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상시 운영 템플스테이 ‘난 나를 사랑해’와 특별 프로그램 ‘또 하나의 시작’에서 누구나 길을 만날 수 있다.
별빛 아래 산책은 반야사 템플스테이의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한낮의 산행과 다른 맛과 멋을 선사한다. 반야호수 주변에는 가로등 몇 개만 가물거린다. 달과 별을 위한 배려다. 한적한 이 호숫가를 거닐면서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며 자신과 대화를 나누면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반야호숫가, 관음전 오솔길, 편백나무숲, 수령 500년 된 배롱나무, 문수전 등 반야사 도량이 건네는 쉼표이기도 하다. 심원사에 이어 반야사도 찾았던 유필상 상상출판 대표는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웠던 자연의 소리에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 순간,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했다”고 회고했다. www.banyasa.com, 043)742-7722
지리산 천왕할미 품 속 산청 대원사
아픈 배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약손처럼 위로가 필요할 땐 지리산 산청 대원사로 발길을 돌려보자. 대원사는 주차장에서 30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천왕봉에 이르는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새재마을 아래에 일주문이 있다. 대원교에 올라서면 남한 제일이라는 시원한 계곡 경치가 맞이한다. 천왕봉에서부터 중봉, 하봉을 거쳐 쑥밭재와 새재, 왕등재 등을 지나온 실개울들이다.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사찰예절과 합장, 절에 대한 의미를 배운다. 이어 지리산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저녁 공양시간이다. 마고할미가 산다는 지리산에 자리한 대원사는 비구니 스님이 거주하는 사찰이다. 여성 수행자들이 있다는 뜻이다. 해서 공양에는 어머니 손맛이 그득하다. 지리산에서 나는 갖가지 산나물이 지천이고, 비빔밥은 나물마다 독특한 향이 날것 그대로 몸과 마음을 적신다.
골짜기 주변으로 맹수들이 많이 살았다는 데서 유래한 맹세이골 숲 탐방을 나서면 지리산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친 나무들이 새로운 이름과 이야기로 다가온다.
대원사에는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이 한 번도 바닥에 눕지 않고 42일 동안 수행했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좌선대가 있다. 흉내 낼 요량으로 앉으면 지리산 치마폭에 안긴 대원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야사에서 하룻밤을 묵은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김혜윰씨는 “어떤 모습이어도 있는 그대로 받아 줄 것만 같은 절집으로의 여행은 고향 할머니를 찾는 마음처럼 부담이 없다”며 “힘들다고 한바탕 한탄하고 어리광 부리면 ‘그래,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느냐’며 안아주고 고봉밥을 내주던 할머니 같다”고 했다.
대원사는 ‘몸생생’, ‘마음생생’ 2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계곡 포행(布行: 천천히 걸으며 선을 행함)이나 약초찜지라, 맹세이골 생태체험 등 휴식 템플스테이 ‘몸생생’은 매일 진행된다. 명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면 주말에 ‘마음생생’을 찾길 권한다. www.daewonsa.net, 055)974-1112
사람 향기 풍기는 땅끝마을 해남 미황사
땅끝마을, 그곳에도 절이 있다. 달마산 아래 해남 미황사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주차장에서 미황사로 오르는 돌계단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찰 가운데 섬에 있는 곳을 제외하곤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천년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대웅보전에는 거북이나 게 등 바다생물 문양이 새겨져 있다.
미황사는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바다로 떨어지는 일몰이 장관이다. 석양이 물드는 시간,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내려다보는 일몰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달마산에 해 지고 달이 찾아오면, 처마 끝으로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는 밤풍경에 취하는 것이다. 김혜윰씨는 “달마산 정상의 백색 화강암 바위 봉우리가 낙조의 붉은 빛을 받아 더욱 금빛으로 반짝인다”며 “대웅보전 주춧돌에 조각돼 있는 게와 거북이 마치 연꽃 위로 기어 올라가고 있는 듯 보인다”고 상상의 나래를 폈다.
미황사 경내를 돌아보는 시간을 추천한다. 미황사가 품은 단 하나의 암자인 부도암은 왕복 20분 거리다. 여러 부도탑에는 게와 물고기, 거북 조각이 새겨져 있고, 조각의 소박함에서는 따스함이 묻어난다. 측백나무 숲길이 주는 싱그러움이 그립다면 돌 더미가 흘러내리는 너덜지대를 지나 ‘다르마 로드’에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미황사는 ‘참 나’를 찾는 템플스테이가 인기다. ‘나를 챙기다’는 간단한 수행 프로그램이 있다. 특별 프로그램 중 ‘길 없는 길’을 택한다면 참선부터 다도, 묵언, 오후불식, 수행문답 등을 체험하면서 일상에 길들여진 ‘거짓 나’에서 ‘참 나’를 찾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www.mihwangsa.com, 061)533-3521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로 봄 분위기가 물씬 나는 4월이다. 이맘때면 어린 시절 진달래와 아카시아 꽃을 뜯어 먹던 추억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먹을 것이 귀하고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었던 그 시절, 혀끝을 간질이는 달콤한 꽃 맛은 쏠쏠한 즐거움이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도 그런 꽃 맛을 알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세대를 불문하고 함께 느끼고 추억할 만한 꽃 맛이 있다. 한식과 양식은 물론 술과 디저트까지, 꽃과의 맛있는 추억을 만들어줄 맛집들을 소개한다.
1. 절밥, 입맛을 훔치다 ‘고상(高尙)’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연꽃처럼 고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찰음식 전문점 ‘고상’. 고상은 고려시대 궁중음식과 연관성을 가진 옛 사찰음식들을 재현하여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요리들로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와 육류를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건강을 위해 채식 위주 식습관을 가진 이들이 주목하는 사찰요리를 맛볼 수 있으면서도 한국적인 이미지와 자연을 주제로 한 다양한 크기의 룸이 있어 신중년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소규모 인원부터 40명 이상의 모임까지 조식을 즐길 수 있어 조찬모임 장소로도 활용 가능하다. (무선마이크, 프로젝터 무료 이용)
조찬메뉴 발우(29,700원)와 공양(39,600원)을 비롯해 진상(64,900원), 어상(84,700원), 수라상(143,000원), 고상(230,000원) 등 코스메뉴가 마련돼 있다. 꽃과 함께 어우러진 연잎연꽃우엉잡채(63,800원)와 꽃잎더덕잣무침(31,900원)은 단품으로도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 중구 수하동 67번지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B2F
영업시간 조식 7:00~10:00 중식 11:30~15:00 휴식 15:00~17:00 석식 (평일) 17:30~22:00 (일요일, 공휴일) 17:30~21:00/ 추석, 구정 당일 휴점
2. 유기농 꽃샤브의 아름다움에 풍덩 ‘~랑’
식탁 위에 꽃밭을 옮겨놓은 듯 알록달록한 꽃들로 한상 가득히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음식점 앞마당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한련화, 베고니아, 금어초 등을 사용해 더욱 산뜻한 기분으로 꽃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각양각색 꽃들이 푸짐하게 들어간 꽃 비빔밥(10,000원)은 꽃의 향과 함께 신맛, 매운맛, 쓴맛 등 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끼기 위해 고추장과 참기름 대신 약간의 간장만을 곁들여 먹는다. 이외에도 꽃버섯 샤브(1人 15,000원), 꽃만두 샤브(1人 15,000원), 꽃쌈 샤브(1人 14,000원) 등 세 가지 샤브샤브 메뉴와 꽃 감자전(8,000원), 쟁반 꽃막국수(15,000원) 등 다양한 꽃요리가 오감을 자극한다.
주소 경기도 화성시 매송면 원평리 227
영업시간 10:00~22:00/ 명절 연휴 휴점
3. 삼청동으로 떠나는 봄나들이 ‘플로라’
하얀 도우위에 화려한 꽃들이 소복하게 쌓인 플라워 피자(Flora flower pizza, 19,000원)가 궁금하다면 삼청동으로 가자. 화덕에서 갓 구워낸 피자 위에 신선한 루꼴라와 식용 꽃들이 맛과 향을 더한다. 요리에 꽃을 접목하면서 ‘꽃 요리 전문가’로 알려진 조우현 셰프가 오너셰프로 있는 플로라에는 플라워 피자 외에도 수준 높은 이탈리안 푸드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따뜻한 봄에는 3층 테라스 자리에서 식사를 하면서 삼청동 골목을 내려다보는 것도 좋겠다.
올 봄에는 화창한 주말에 아들, 딸과 팔짱 끼고 삼청동을 거닐며 데이트도 하고 화사함을 더해줄 플라워 피자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동 147-20
영업시간 11:30~22:30 연중무휴
4. 화분을 퍼먹는다? ‘바나나트리’
미국에서 유행하는 매그놀리아 푸딩을 변형시킨 디저트로 화분 모양의 그릇에 초코파우더, 쿠키, 과일 등의 재료를 채우고 조화를 꽂아 낸다. 디저트를 떠먹는 스푼 또한 삽 모양을 하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주소 (신사점) 서울 강남구 신사동 526번지 (한남점) 서울 용산구 한남동 739-5번지 (롯데 스타시티점) 서울 광진구 능동로92 롯데백화점
영업시간 (신사점) 월~토 11:00~21:00/ 일 12:00~20:00 (한남점) 11:00~22:00 (롯데 스타시티점) 월~목 10:30~20:00/ 금~일 10:30~20:30
5. 밤이면 밤마다 ‘요나요나’
순박한 매력으로 뜨고 있는 연남동에 위치한 일본식 꼬치구이 전문점 ‘요나요나’. ‘밤이면 밤마다’라는 뜻의 ‘요나요나’는 아늑한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흔히 볼 수 없는 벚꽃사케 사쿠라슈(7,500원)와 벚꽃맥주(8,000원)도 별미다.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504-32
영업시간 19:00~이튿날 새벽 2:00, 일요일 휴점
6. 로맨틱한 플라워 젤라또 ‘제멜로’
파리, 헝가리, 이탈리아 등에서 볼 수 있었던 꽃 모양의 젤라또(4,800원)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곳이다. 제멜로는 젤라또의 프리미엄을 위해 이태리 직수입 재료와 수제공법으로 만들고 있다. 초콜릿, 밀크티, 자몽, 그린티, 블랙빈, 커피, 수박 등 다양한 맛의 젤라또 중 두 가지를 선택하면 예쁜 꽃 모양을 만들어 콘 위에 올려줘 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6-2 푸르지오시티2차 115
영업시간 11:00~22:30 연중무휴
#천년 역사의 중심에 선 한옥마을
전주라는 이름을 갖게 된 지 천년이 훌쩍 넘는다. 신라시대 때인 757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 오랜 세월 속에 녹아든 역사의 무게는 가히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깊이를 지닌다. 후백제의 마지막 수도이자, 조선왕조를 꽃피운 발상지로 역사의 중심이 되어온 도시다. 그게 다가 아니다. 현재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식창의도시이자 판소리의 본고장으로, 또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담고 있는 도시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전주라는 이름의 화려한 역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기에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그 중심에 한옥마을이 자리한다. 700여 채의 한옥이 도심 한복판에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한옥촌이 형성된 것은 불과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 자긍심의 표출로서 지금의 한옥마을을 이루게 된 것이다. 1905년 일본이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한 이후 전주에도 일본인들이 대거 들어왔다. 처음에는 전주성 바깥쪽 전주천변에 거주했으나, 성곽이 강제 철거되고 성 안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그렇게 세력을 확장하며 일본인들이 전주 최대의 상권을 차지하고 만다. 이에 대한 반발로 1930년을 전후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전통가옥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점점 늘어나는 일본식 건물에 맞서 뜨거운 민족의식이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조선왕조의 뿌리이면서 암울한 시대를 헤쳐 나가려는 저항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역사의 향기를 따라 거닐다
한옥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오목대에 오를 것을 권하고 싶다. 이곳에 올라야 한옥마을 풍경과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천천히 올라도 10분이면 충분히 오를 만큼 나지막하다. 언덕바지 중턱에 설치된 조망대에 서면 기와지붕과 처마 곡선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목대는 이성계가 남원 황산에서 왜구를 정벌하고 개선하는 길에 종친들과 전승 축하잔치를 벌인 곳이다. 그 자리에서 유방이 불렀다던 대풍가를 읊어 자신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뜻을 넌지시 나타냈다고 한다. 훗날 조선왕조를 개국하고 이곳에 정자를 지어 오목대라 이름 붙였다. 정자 앞에는 고종황제의 친필 비석과 비각도 함께 세워져 있다. 태조께서 잠시 머물렀던 곳이라는 뜻의 ‘태조고황제주필유지’라는 비문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든다. 한 왕조의 막을 내리는 황제가 그 나라의 문을 열었던 선조의 머문 자리에 글귀를 새기는 심정은 어땠을까.
오목대에서 내려와 태조로를 따라 400미터 정도 가면 두 마리의 사자가 기다린다. 경기전 정문 앞에 있는 하마비(下馬碑)이다. 이곳을 지날 때는 계급의 높고 낮음과 신분의 귀천을 떠나 누구라도 말에서 내려야 하며, 잡인들의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이곳의 하마비는 한 쌍의 사자가 판석을 받치고 있고, 그 위에 비를 세워놓았다. 여느 하마비와는 다른 모습이다. 조선왕조를 건국한 왕의 어진(왕의 초상화)을 봉안한 곳이기에 수문장으로서 하마비의 위용이 남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기전에는 또 하나의 숨겨진 비밀이 있다. 바로 거북이 그것. 정전 중앙에 ‘丁(정)’자형으로 돌출된 배향 공간이 있다. 그 돌출된 지붕의 측면에 거북 두 마리가 붙어 있다. 경기전을 지은 목공이 화마를 피하고 조선이 영원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한 쌍의 거북을 붙여놓았다고 전해진다. 사실 이 거북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거북을 찾아보는 것도 작은 재미다. 경기전에는 태조의 어진을 모신 본전 외에도 전주 이씨 시조 이한공의 위패를 모신 조경묘, 조선의 여러 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사고, 예종의 탯줄을 묻은 태실, 어진박물관 등이 함께 자리한다. 어진박물관에는 태조의 어진을 비롯해 세종, 영조, 정조, 고종, 순종 임금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다. 가까이서 왕의 얼굴을 마주하는 즐거움을 누려볼 기회다.
경기전과 마주 보고 있는 전동성당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성당 중 하나다. 호남지역 서양 건축물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것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의 웅장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픈 역사도 함께 한다. 천주교의 첫 순교자가 나온 장소가 여기다. 많은 천주교 신자가 참수당한 자리에, 순교자들의 피로 물든 성벽의 돌들을 가져다 주춧돌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하에서 성당을 떠받치고 있는 돌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이 스며들었을까. ‘한국 최초의 순교터’라는 비석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전동성당에서 동쪽으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고려 때 쌓은 성문이 우뚝 서 있다. 풍남문이다. 옛 전주부성의 남쪽 문으로 네 곳의 성문 가운데 유일하게 보존되고 있는 보물이다.
#맛에 반하고, 멋에 빠지다
이쯤 되면 슬슬 허기가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한국을 대표하는 맛의 고장답게 맛있는 음식이 수두룩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주비빔밥을 비롯해 콩나물국밥, 오모가리탕, 전주백반, 한정식까지 무엇을 먹어도 후회는 없다. 풍성한 음식은 물론 훈훈한 인심까지 더해져 여행자의 오감을 만족시켜준다. 오모가리는 뚝배기의 전주 사투리다. 크고 작은 오모가리에 끓여낸 매운탕이 바로 오모가리탕. 얼큰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다. ‘전주막걸리집’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막걸리 주전자가 추가될 때마다 특별 안주가 코스로 따라오는 전주만의 특별한 문화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전주 음식에는 특별함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에서 맛보는 가장 한국적인 음식, 그 맛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다시 거닐어 보자. 오목대에서 경기전으로 이어지는 태조로를 걸어왔다면, 이제 한옥마을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은행로를 걸어볼 차례다. 수령 6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버티고 선 은행나무 길. 한가로이 거니는 발길 따라 맑은 물소리가 들려온다. 화강석으로 조성된 조그마한 실개천이 길 옆으로 흐르고 있어서다. 물길 따라 곳곳에 정자와 작은 연못, 물레방아 등이 조성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전통문화가 묻어나는 공간과 세련되게 꾸며진 공간이 오밀조밀하게 어우러져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골목 구석구석 숨어 있는 다양한 전시관, 박물관, 체험관도 재미를 더한다.
한옥마을이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이와 함께 상업시설이 그만큼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게스트하우스와 음식점, 카페 등이 들어서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한옥카페에 앉아 우리 문화를 즐기는 외국인의 모습에 뿌듯한 마음도 든다. 한옥과 어우러진 커피향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다. 골목을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번잡한 도심의 풍경에 익숙해져 잊
혀가던 곳. 좁은 골목 사이사이
스며든 세월의 향기가 옛 정취를 고이 간직한 채 기다린다. 반가운 마음에 돌담 너머 누군가의 살림집 마당을 염치도 없이 훔쳐보게 된다. 골목길에서 느끼는 감정은 연령대마다 다를 것이다. 골목을 가로막고 실컷 뛰놀던 시절이 있을 테고, 지친 마음으로 지나쳤을 때도 있을 테니 말이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들에 마음이 즐겁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골목길,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걸음마다 조심스럽다. 행여 추억이 달아날까. 더 느린 걸음으로 남모를 향수에 젖어든다. 처마 밑으로 저녁밥 짓는 냄새가 풍겨오면 다시 오목대로 가자. 석양에 익어가는 한옥마을 풍경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짙어가는 노을 아래 하루 동안 지났던 길들이 오버랩 돼 쌓여간다. 걸어온 인생의 길처럼. 천년의 향기를 품고 있는 전주한옥마을.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직도 돌아볼 곳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비둘기 집’이란 노래를 불렀던 마지막 황손을 만나러 ‘승광재’도 들러야 하고, 문학의 향기를 좇아 ‘최명희 문학관’과 ‘책방거리’도 가야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서두르지 말자. 하루로 모자라면 하룻밤 머물러도 좋고, 다음에 다시 찾아와도 좋다. 느린 걸음으로 느긋하게 걸어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니까.
※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독자 이기섭(92)씨가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두 아들과 함께 딸과 사위가 있는 오스트리아와 체코 여행기입니다. 이기섭씨 처럼 독자 여러분의 희로애락이 담긴 사연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항상 기다립니다.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 기행- 이기섭
오스트리아에 다녀왔다. 내 인생에 있어서 먼 해외여행은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90세가 넘으면서 모든 것이 약간씩 귀찮아지는 경향이 생기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나 열심히 다녔던 등산도 잘 안 가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두 아들이 오스트리아 여행에 아버지를 모시고 싶다고 했다.
오스트리아에는 딸이 살고 있다. 사위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 본부가 있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에 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내년에 귀국예정이다. 사위는 전부터 계속 나를 초청했었으나, 나이 탓인지 좀 귀찮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계속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들 2명이 사위와 같이 여행경비를 부담하면서 정성껏 모시겠다고 하니 용기를 내어 다녀오게 되었다.
2014년 5월 1일 출국해, 5월 10일 귀국했다. 나의 건강을 염려해 기간을 좀 짧게 잡은 것 같았다. 오랜만에 비행기 실컷 타 보았다. 갈 때는 인천공항 출발, 이스탄불 경유, 비엔나까지 약 14시간, 돌아 올 때도 같은 노선인데 약 13시간 걸린 것 같다. 갈 때 비행기에서 제공된 비빔밥이 참 맛있었다.
성수기라 그런지 갈 때 올 때 비행기는 거의 만석이었는데, 나처럼 백발노인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역시 여행은 젊어서 다니는 거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옆자리에 앉은 아들은 비행 내내 영화나 음악 감상으로 바쁜 모습인데, 난 기기 조작도 귀찮고 해서 그냥 무료하게 앉아 있었다. 비엔나 도착 후엔 딸집에 편안히 머물면서 이곳저곳 다녀보았다.
이번 오스트리아 여행은 한마디로 음악과 함께 낭만을 마음속에 가득 품었던 여행이었다. 5월은 역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아닌가 싶다. 아주 딱 맞는 온난한 기후라 쾌적하게 지내다 왔다.
◇ 오스트리아 개관
오스트리아하면 수많은 음악가와 클래식 음악의 선율이 떠오른다. 하이든, 모차르트, 슈베르트, 슈트라우스, 브람스와 같은 세계적인 음악가를 배출해 낸 국가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적에, 인구는 약 8백 만명 정도로, 절대 다수가 카톨릭 교도라고 한다. 모든 면에서 넉넉하고 느긋하다는 인상과 함께 검소한 느낌을 주었다.
위 말에 의하면, 오스트리아의 법은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버스가 2시간 이상 운행하는 경우는 운전자가 2명 탑승, 교대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고 한다. 안전 운전을 위한 조치라 하겠다. 오랜 세월 ‘빨리 빨리 문화’에 젖어 사는 우리와 달리 ‘안전 안전 문화’가 확실히 자리 잡고 있다고 하겠다.
동쪽 비엔나에서 서쪽 찰츠부르크행 고속도로로 사위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오스트리아의 자연경관을 느낄 수 있었다. 멀리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알프스산맥의 눈덮힌 산악지대도 많이 보였다. 동북쪽으로 평지와 완만한 경사 지대인데, 농지의 잘 정리 정돈된 모습과 곳곳에 펼쳐지는 노란 유채꽃 단지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대부분의 인구는 동쪽에 모여 살고 있다고 한다. 서쪽 지역은 골짜기가 깊고 높은 산악으로 이루어져 있어 여기저기 스키장도 많이 보였다. 서쪽으로 가면서 머물렀던 스키산장에서의 추억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경남 하동 삼신마을 녹차체험 행사가 28일 시작된다.
하동군은 본격적인 녹차 수확시기를 맞아, 화개면 삼신 녹차정보화 마을에서 이달 28일부터 9월 말까지 ‘2014 지리산 하동 삼신마을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체험 기간에는 녹차를 따고 덖고 비비는 등 친환경 야생녹차체험을 비롯해 다도체험, 직접 만들어 보는 우리 밀 찐빵 만들기, 직접 수확한 녹차로 만드는 녹차 코스 요리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지리산 야생차의 고장으로 알려진 삼신녹차마을은 김동리의 소설 ‘역마’에 등장하는 화개장터와 쌍계사, 지리산 국립공원, 섬진강 등을 주변에 두고 있어, 녹차체험과 함께 즐길 거리 또한 풍성하다.
마을 다도교육장에서는 녹차를 마시는 예절을 배워볼 수 있다. 녹차를 우려 만든 다식, 녹차 비빔밥, 녹차 수제비, 녹차 칼국수 등 다양한 녹차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자세한 정보 및 신청 문의는 삼신 녹차정보화 마을 홈페이지(http://samsin.invil.org)를 참조하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와 한국관광공사(사장 변추석)는 외래관광객 대상 음식소재 관광활성화 거점을 육성하기 위해 음식테마거리 3개소를 추가로 선정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3개 거리는 함평천지한우비빔밥거리, 남한산성닭오리백숙거리, 포항과메기물회거리로, 한국음식의 대표성과 함께 상품화 가능성이 있는 단일음식거리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선정방법은 공모를 통해 해당 광역시ㆍ도 지자체 1차 심사를 통과한 14개 시ㆍ군ㆍ구 지역 16개 거리에 대해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들이 서류심사 및 현장방문 실사를 통해 평가기준 점수가 높은 우선순위에 따라 선정됐다.
관광공사는 2012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전국에 5개 음식테마거리(신당동떡볶이ㆍ강릉초당두부ㆍ대구안지랑곱창ㆍ남원추어탕ㆍ부산민락횟집거리)를 선정하고, 외국어 메뉴판 제작 지원, 환경 개선 물품 등 음식 서비스 인프라 개선, 온ㆍ오프라인 홍보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국내외 이용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2013년에는 담양죽순푸드빌리지, 영덕대게거리, 춘천명동닭갈비거리를 선정한 바 있다.
한국관광공사 김정아 관광환경개선팀장은 “향후 해당 거리에 전문가 컨설팅 등을 통해 테마음식 브랜드 강화, 접객환경 개선뿐 아니라 연계 관광 테마상품을 발굴하는 등 음식 관광 서비스를 개선해 음식관광거점으로 지원 육성하고, 매년 우수한 음식테마 거리를 발굴 선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북 충주의 향토축제 수안보온천제가 18~20일 수안보면 물탕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이번 축제는 ‘53도 힐링 특별한 행복이 있는 곳’을 테마로 펼쳐진다. 이번 축제는 전국 제일의 수질을 자랑하는 수안보온천을 널리 알리고 끊임없는 온천수 용출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축제 첫날인 18일에는 개막식을 비롯해 행사 알림 한마당·시조 전람회·꿩 요리 품평회·주민화합거리축제·불꽃놀이·축하공연 등을 즐길 수 있다. 19일에는 내고장사랑 사생대회·전국온천 가요제·꿩 산채 비빔밥 퍼포먼스·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체험·온천수로 송편빚기·7080스파콘서트 등이 열린다.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시조백일장·온천수 취수제·온정 수신제·온정 수신굿·한마음 윷놀이 대회 등이 진행되며 뒤풀이 한마당 행사를 끝으로 축제의 막을 내린다.
전국 온천 가요제는 15일까지 수안보온천 홈페이지(http://www.suanbo.or.kr)에서 신청서 다운로드 후 전화·문자·메일·우편·협회 방문 등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