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속도에 불을 붙였다. 비대면 원격·재택 근무가 확대되면서 특정 소속을 갖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시간만큼 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가 됐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에게는 쉽지 않은 시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서비스 업종의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플랫폼 비즈니스 일자리는 늘었다. 음식 배달, 택배, 가사 서비스, 돌봄 서비스 등의 일자리가 많아진 것.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긱 이코노미’가 성장하고 있다. 긱 이코노미는 ‘임시로 하는 일’이라는 뜻의 긱(Gig)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약 284조 원이었던 긱 이코노미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52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의 시대가 온다
긱 이코노미의 확산은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N잡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앞으로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최근에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나선:나도 선수’라는 플랫폼도 생겼다. N잡 시대의 정보에서 소외되는 중장년을 위한 재능 거래 플랫폼이다. 오히려 중장년이 N잡러가 되기 적합하다는 것.
은퇴 이후 불안정한 일자리가 중장년층을 취약계층으로 만든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유연한 근무를 원하는 중장년에게 디지털 플랫폼 일자리는 기회일 수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민간에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잘 참여하지 않는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중장년층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74%는 구직 활동에 가장 관심이 많았으며, 그중에서도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희망하는 비율이 약 50%에 달해 절반을 차지했다. 물론 생계형 일자리를 원하는 중장년층도 있지만(30%), 대부분은 오랜 시간 일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세 번만 일하거나, 하루 세 시간만 일하는 형태의 일자리를 원했다. 숙련도 높은 시니어에게 긱 이코노미가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관계자는 “중장년분들이 교육을 듣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지속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원하고, 사회 활동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의지가 있었다”며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들이 단지 수업만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사회 활동을 연계해서 목적에 다다를 수 있도록 일자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줄어드는 일자리, 늘어나는 디지털 격차
은퇴 이후 사회 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니어의 욕구는 무척 높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97.6%는 계속 일하기를 원했다. 일하기를 희망하는 나이는 평균 71세까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인 일자리가 줄면서 중장년 일자리도 감소하고 있다. 국가에서는 정년 60세 연장법을 만들고, 기업 차원에서도 은퇴 후 재취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한정되거나 그 자리가 매우 적은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재취업 시장의 경쟁도 치열하다. 은퇴 후 재취업에 도전했다가 여러 차례 실패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구직을 포기하는 이도 많다.
디지털에 취약한 중장년층에게 비대면 시대는 눈뜬장님으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난 2년 동안 무인 매장이 늘고 키오스크를 도입한 가게도 많지만, 서울에 사는 55세 이상 시니어 중 키오스크를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54%로 절반이 넘는다.
액티브 시니어라고 불리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힘들더라도 이런 사회 변화에 적응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디지털 역량을 높이려면 대면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배점태 컨설턴트는 “디지털 교육에 대한 중장년의 관심은 높아졌는데, 코로나19로 대면 교육이 불가능해지면서 답답해하는 분이 많았다”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교육에 대한 적응도는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화상 대화 등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긱 이코노미가 중장년층에게 적합한 고용 시장이 되려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긱 이코노미가 디지털 플랫폼을 발판 삼아 확산되는 만큼, 중장년층의 디지털 격차를 줄여줘야 한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교육뿐 아니라 새로운 고용 시장에 적응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도 필요하다. 또 중장년층이 사회 취약계층이 되지 않도록 비정규직 일자리에 대한 사회 안전망도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지나간 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 상황을 ‘포스트 코로나’라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특히 중장년층은 어떤 변화를 맞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난해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를 진단한 저서 ‘팬데믹 제2국면’을 펴낸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코로나19의 충격은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갈 겁니다.”
우석훈(54) 성결대학교 교수의 첫마디였다. 책의 부제 또한 ‘코로나 롱테일, 충격은 오래간다’다. 우 교수는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에 끼칠 영향이 지대하고 오래갈 것을 예상해 ‘롱테일’(Long Tail, 긴 꼬리)이라는 표현을 썼다.
책에서 우 교수는 팬데믹을 제4국면으로 나눴다. 제1국면은 2020년, 코로나 백신이 등장하기 이전의 기간을 말한다. 제2국면은 2021년으로 선진국에 백신 보급이 시작되는 기간이다. 우석훈 교수는 백신을 확보한 나라와 확보하지 못한 나라 간 국제적 갈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2022년인 현재는 우석훈 교수의 예상대로라면 팬데믹 제3국면이다. 우 교수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에도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를 제3국면으로 정의하며 선진국 사이의 여행이 부분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4국면은 2023년으로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도 백신이 어느 정도 보급되는 시기이며, WHO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선언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석훈 교수는 예상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은 우 교수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을까. 우석훈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오미크론의 등장은 예상했지만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또한 예상했던 것보다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률이 낮고 충격을 덜 받았다”고 변수를 짚었다.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은 우석훈 교수의 책이 나오던 시점인 2021년부터 흘러나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오미크론의 등장은 코로나19의 꼬리를 더욱 길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정확히 언제부터를 ‘포스트 코로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 교수는 “PCR 검사 없이 일본 관광을 다녀올 수 있을 때가 기준점”이라고 답했다. 현재 일본, 인도네시아는 자국 입국자에게 PCR 검사 결과만 인정하고 있다.
우석훈 교수는 책에서 제4국면에 속하는 2023년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봤다. 특히 그는 그때가 되면 “한국 경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코로나 균형’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제1그룹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조만간 일본과 프랑스도 넘어설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의 선진국화가 국민들도 부자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우 교수는 “추운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따뜻해진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모두가 아닌 ‘나만 힘들다’를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진다.
결과적으로 팬데믹 양극화 속에 ‘부자 나라의 가난한 국민’이 더욱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우석훈 교수는 앞서 말한 대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 양극화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령, 소득에 상관없이 국민들이 좋아하는 것은 딱 하나더라고요. 해외여행이죠. 이제 국경이 열리면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은 해외에 자주 나가겠죠. 반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먹고살기도 힘들기 때문에 못 나갈 거예요. 코로나19 때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 같이 집에 있었고 동네에서 같은 슈퍼를 왔다 갔다 했으니 그 차이를 못 느꼈는데 이제 실감하게 된다는 거죠.”
우석훈 교수는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업종의 차이에서 온다고 했다. 코로나19의 특수를 맞은 산업은 더욱 잘 되고, 충격을 받은 산업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한국은 산업 구조가 IT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평했다.
“결국 IT와 관련된 회사는 더욱 커질 것이고, 격리 시절에 필요했던 배달은 앞으로 줄어들 것인데 배달업 쪽이 어떻게 될지는 회사마다 다를 것 같아요.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19로 승자가 됐죠. 코로나19 확산 초반에 보건소에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자차로 가라고 했잖아요. 어떤 이유로든 차 없이 버티던 사람들도 차가 없으면 곤란한 상황이 됐으니까 차를 사게 되고, 그게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호황을 불러온 거죠.”
특히 우석훈 교수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영화 산업의 앞날을 걱정했다. 코로나19 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극장 관람 횟수는 4.37회였다. 이는 미국을 앞지른,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그 숫자가 확 줄었고, 배급과 유통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 교수는 “영화 산업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느냐를 넘어 산업 존폐도 달려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기생충’ 이후 당분간 천만 영화는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버스 안에는 부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고, 공기업 근무자들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앉아 있다. 한계에 내몰린 청년들이 서 있고, 가사노동자를 비롯한 여성들이 서 있다. 노약자 보호석이 있기는 하지만, ‘인생 2모작’이라는 명찰을 단 일부 노인만 앉아 있고 나머지는 서 있다. 중간중간에 멀미를 버티지 못해서 내린 사람들을 보니까 대학 비정규직 강사 등 지식 생산을 담당하던 사람들이나, 작가와 화가처럼 문화 경제 분야 종사자들이 적지 않다.’
우석훈 교수는 팬데믹 이후 도래할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의 상황을 덜컹거리는 만원 버스에 비유했다.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노인층도 빠지지 않고 언급됐다. ‘인생 2모작’ 명찰을 단 사람과 달지 못한 사람 사이에서 격차가 발생했다.
“일을 하는 노인은 많아지고 있지만, ‘2모작’ 소리를 들을 만한 일을 하는 사람은 적어질 거예요. 돈을 충분히 벌어서 은퇴 후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인생 2모작을 하더라고요.작가를 한다든지 화가를 한다든지 말이죠. 돈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그러나 저소득층이나 계속 일을 해야만 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생 2모작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은퇴 후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석훈 교수는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까지,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쥐어짜서 일해야 한다. 노동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됐을 때부터 20, 30년은 평균적으로 더 살아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별로 없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더불어 우 교수는 출생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10·20대는 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인구가 많은 40·50대를 향한 문화 경제의 집중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 교수는 “잔인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IT 변화에 맞춰나가는 수밖에 없다. 꼭 IT 관련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지금 20·30대는 선진국 국민이고, 50대 이상은 개도국 시절 국민이다. 개도국 시절에 하던 것을 선진국 국민들은 하기 싫어 한다. 그 변화를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같은 50대 사이에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같은 개도국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도 격차가 굉장히 클 거예요. IT에서 생겨난 변화, 인공지능으로 생겨난 변화를 따라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커질 거라는 거죠. 이것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에요. 시대 감성이 바뀐 것을 읽을 줄 알아야 해요. 글을 쓴다거나 뭔가 기획을 한다고 했을 때 그런 것들이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의 팬데믹 시기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이전에 했던 육체노동이나 집단노동 시대가 아닌 개별화된 노동인들이 움직이는 시대가 될 건데, 여기에 적응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인 거죠.”
더불어 우석훈 교수는 앞으로 고령화 사회의 대응 방안으로 일본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역에서 서로 봉사하고 돌보면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개별화된 삶의 형태인 우리나라에 특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1인 가구가 늘어나므로 로봇과 사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이후 어느 국가에 사느냐, 어느 동네에 사느냐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가 몇 명 안 된 나라는 편안하게 있었던 거고, 10만 명당 몇 천 명이 확진된 나라는 꼼짝 못 하고 갇혀 있었던 거죠. 이렇게 팬데믹은 개인의 삶이었던 것 같은데 돌아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얘기해주죠. 공동체, 그 다음 국경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시켜준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는 공동체와 개인, 두 가지 축을 두고 늘 고민을 하셔야 될 거예요.”
우석훈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팬데믹은 또다시 온다고 했다. 우리는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4~5년 주기로 팬데믹을 겪었다. 우 교수는 다음은 무엇일지 모르지만 4~5년 내에 또 팬데믹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올지도 모른다.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힘을 못 쓰고 있지만 이제 마스크를 벗으면 독감이 몇 번 돌 것이고, 다음 선수가 또 나오겠죠. 또 지구 자체에 여행이 너무 많아지고, 공동체화가 되고, 자연 생태에 있던 것들이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팬데믹이 생겨나는 거예요. 이번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긴 팬데믹이었죠. 저도 50대 중반으로서 수많은 실망스러운 사건들을 겪었지만 아직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아련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다음번 팬데믹까지 모두 안녕!”
지난해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도 전체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축소됐는데, 아직 50대는 임금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6월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1만9806원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월 1만9316원 대비 2.5%가 증가했다.
시간당 임금총액은 월 임금총액을 월 근로시간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2021년은 달력 상 근로일수가 전년과 동일(22일)해 이에 따른 영향은 미미했다.
전체 근로자의 월 임금 총액은 327만 1천 원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월 318만 원 대비 2.9% 증가한 수치다. 월 임금 상승률 확대는 정액급여와 초과급여가 상승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정액급여는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2021년은 제조업 등에서 휴업·휴직 감소 등으로 상승률이 확대됐다. 초과급여는 2020년 -7%에서 2021년 10.4%로 매우 증가했는데, 기저효과와 수출 호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고용형태별로 보면, 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2만1230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비정규직은 1만5482원으로 3.1% 증가했다.
정규직 시간당 임금총액을 100으로 봤을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 격차가 개선되는 추세다. 비정규직/정규직 수준은 72.9% 수준으로 전년 동월(72.4%)보다 임금 차이가 0.5%p 축소됐다.
연령별로 보면 정규직,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는 모두 연령이 높아질수록 시간당 임금총액이 증가하다가 40대 2만2699원을 정점으로 감소했다.
비정규직/정규직 수준은 50대가 74.5%로 가장 낮았다. 이는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는 뜻으로 50대의 임금은 정규직은 2만3395원, 비정규직은 1만7425원이었다. 전체 임금은 2만1952원이었다.
60세 이상은 19세 이하(88.2%)에 이어 80.8%로 임금의 격차가 적었다. 60세 이상의 전체 임금은 1만7073원이었으며, 정규직은 1만8703원, 비정규직은 1만5105원으로 조사됐다.
정규직은 전기‧가스‧증기·공기조절 공급업(3만7275원), 금융·보험업(3만5931원) 순으로 높고, 비정규직은 교육서비스업(2만4105원), 금융·보험업(2만3760원), 건설업(2만2936원)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체 근로자의 월평균 총 실근로시간은 164.2시간으로 집계됐다. 이 중 30대·40대의 실근로시간이 가장 긴 편이며, 정규직은 연령대별로 비슷하나(19세 이하, 60세 이상 제외), 비정규직은 30대가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50대의 실근로시간은 163.7시간이었으나 60세 이상이 되면 149.1시간으로 떨어졌다. 60세 이상의 실근로시간은 정규직은 173.2시간이었던 반면, 비정규직은 120시간이다.
더불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15.6%로 전년(16.0%)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저임금 근로자는 임금 수준이 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인 근로자를 의미한다. 작년 6월 기준 중위 임금은 월 297만 원이다.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줄곧 20% 이상을 유지하다가 2018년 19.0%를 기록한 뒤 2019년 17.0%, 2020년 16.0%, 작년 15.6%로 낮아져 4년 연속 20% 미만을 기록했다.
임금 상위 20% 근로자의 평균 임금을 하위 20% 근로자의 평균 임금으로 나눈 임금 5분위 배율은 4.35배로 전년과 같다. 임금 5분위 배율은 줄곧 5배 이상을 유지하다가 2018년 4.67배로 떨어진 뒤 2019년 4.50배, 2020년 4.35배, 2021년 4.35배로 하락 추세다.
이처럼 지난해 임금 관련 분배 지표가 개선됐지만, 실질적인 분배 개선에 따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다수가 일자리를 잃은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고용노동부는 국내 3만3000개 표본사업체 내 근로자 약 97만 명의 2021년 6월 급여계산 기간을 기준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가구 내 고용 활동 및 달리 분류되지 않은 자가소비 생산 활동, 국제 및 외국기관, 개인경영 농림어업 등의 업종은 조사에 포함하지 않았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조사에서 제외됐다.
취직이 안돼 자영업을 시작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로 인해 20~40대의 신규 자영업자가 늘었는데, 여전히 자영업자는 중·장년층이 많은 상황이다. 이는 50대 이후 자영업자에서 임금 근로자로 전환이 쉽지 않은 노동 환경 때문이다. 이에 직업 훈련 등 국민취업지원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6일 발표한 ‘KDI 포커스-자영업자까지 포괄하는 고용안전망 구축방향’에서 “코로나19 이후 기존 고용안전망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정규직 임금근로자 위주로 설계됐던 기존의 구직급여나 고용유지 지원 등은 비정규직, 특고·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 등을 포괄하지 못해 충분한 사회적 보호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위원은 통계청의 종사상지위 분류상 비임금근로자를 근거로 지난해 연간 비임금근로자 수가 약 652만 명인데 이 중 자영업자가 551만 3000명, 무급가족종사자가 100만 7000명이라고 집계했다. 그는 “2002년 비임금근로자가 800만 명, 자영업자가 621만 명에 달해 자영업자 과잉이 큰 문제로 인식됐으나 이후 인구구조가 변하고 최저임금과 종합소득세율이 상승하며 자영업자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영업자 중 중ㆍ고령층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신규 자영업 진입자의 경우에도 중ㆍ고령층의 비중이 높다는 인식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최근 신규 자영업 진입자의 대부분은 20~40대이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현재의 전반적 상황에서 자영업으로의 비자발적 진입은 결코 많지 않다. 신규 자영업 진입자 중 “임금근로로 취업이 어려워서” 진입했다는 응답자의 비중은 코로나19 위기 이전인 2019년의 12%에 불과했다. 자영업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이유로는 자신만의 사업체 경영, 근무시간의 재량성, 독립적인 업무 처리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일부 집단에서는 비자발적 진입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 고용형태별로 살펴보면 비공식 자영자의 경우 비자발적 진입 응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령대나 성별로 살펴보면 주된 일자리 퇴직 시기 남성과 출산ㆍ육아 시기 여성의 경우 예외적으로 경기 악화 시 자영업 유입 증가가 관찰됐다.
그럼에도 자영업의 과밀화가 지속되는 이유는 퇴장 측면과 관련 있다. 한번 자영업에 발을 들이면 분야를 바꾸더라도 계속해서 자영업을 영위하는 경향이 존재하므로, 자영업 비중은 연령에 따라 계속 증가한다. 앞서 30~40대에 비해 50대 이상의 자영업 유입은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영업 비중이 증가하는 이유는 이러한 지속성 때문이다. 특히 단독자영자의 경우 50대 이후의 자영업 지속성이 높게 나타난다.
자영업 진입 후 생각보다 낮은 소득이나 개인 상황의 변화 등으로 임금근로로의 재취업을 원할 수 있다. 그런데 단독자영자의 경우 특히 50대 이후에 임금근로로의 재취업 비중이 현저하게 낮아지는데, 세부 형태별로는 특수고용직 내지 비공식 자영자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50대 이후 괜찮은 일자리로의 재취업이 어려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한다.
한 연구위원은 “자영업자를 포괄하는 고용안전망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자영업자 고용보험 의무화 필요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사업자등록이 안 된 자영업자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소득이나 자산의 의미가 자영업자마다 달라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더 내실화하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도입된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고용보험기금과는 별도의 국가 재정을 투입해 취업 경험이 있는 구직자에게 6개월간 월 50만 원의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60% 이하, 순자산 4억 원 이하 저소득가구 구직자다. 모든 취업자가 기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적용되고, 주로 저소득층의 경제적 위험에 초점을 맞춰 지출금액의 효과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한 연구위원은 국민취업지원제도에서 제공하는 취업지원 서비스를 내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계유지를 위한 단순 소득지원을 넘어서 시장성 있는 직업훈련과 일 경험 기회를 제공해 현재의 폐업, 재창업 지원과 구분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생애 주 일자리 퇴직 내지 출산ㆍ육아기 이후 임금근로로의 재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임금근로로의 재취업 가능성을 높이려면 취업지원 서비스만으로는 족하며,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분단적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 예컨대 직무와 성과를 반영하는 보상체계의 확산도 필요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한 연구위원은 실업부조 강화를 주장했다. 그는 “6개월의 수급기간은 국제적으로도 짧은 편”이라며 “기술 변화가 빨라질수록 새로운 숙련 형성에 필요한 충분한 기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민취업지원제도 지원을 받기 위한 소득과 자산 기준도 지금보다 완화해 사각지대를 줄일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노인복지센터 부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는 시니어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함에 따라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환경에 기반하여, 안심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시니어 노동법률상담 서비스’를 시작한다.
11일 시니어 일자리 정책과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춘 일자리를 발굴하고 시니어 맞춤 직종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는 ‘시니어 노동법률상담 서비스’를 통해 노동관계에서 겪는 시니어의 고충을 해결하고, 노동권에 대한 인식개선과 취업환경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비스 대상은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시니어뿐만 아니라 취업 준비 중인 구직자, 시니어를 채용하고 있는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자와 직업상담사까지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시니어 노동법률상담 서비스’가 마련된 배경은 시니어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증가하지만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서울의 노동 동향 2019-20’에 따르면 2020년 서울시의 50세 이상 인구는 370만 2천 명으로 이중 경제활동인구는 198만 3천 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60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는 84만 5천 명으로 지난 10년 간 가파르게 늘어가고 있으며(2011년 대비 33만 4천 명 증가), 20대 경제활동인구(2020년 90만 2천 명)와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시니어 대부분은 필수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며, 최저 수준의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놓여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된 만큼 임금체불, 부당 해고, 산업재해, 직장 내 괴롭힘 등 각종 노동권익 침해를 당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시니어 노동법률상담 서비스는 4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운영하며, 상담을 원하는 이는 사전예약을 통해 시간과 상담 방법(전화, 방문)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해당 일시에 맞춰 서울노인복지센터 부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를 자유롭게 방문하면 된다. 4월의 경우 4월 28일 목요일에 진행 예정이고, 현재 홈페이지와 전화(www.goldenjob.or.kr 02-735-1919)를 통해 신청 받고 있다.
이에 지난 8일 도심권서울특별시노동자종합지원센터와 ‘고령 구직자 노동법률상담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진행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노동법률 정기 상담 운영을 위한 자원 연계 협력 ▲노동권익에 대한 중요성 확산과 인식개선을 홍보를 위해 상호 협력하게 된다.
도심권서울특별시노동자종합지원센터는 종로구·중구·용산구를 중심으로 서울시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와 권익향상을 돕는 기관이다. 노동상담 및 법률구제, 노동인권교육, 노동단체 활동 지원, 도심권 제조업 노동자 실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희유 센터장은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연령은 49.3세로 퇴직 이후에도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시니어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시니어의 노동환경이 점차 개선되어, 현재 일자리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안심노동환경 조성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도심권서울특별시노동자종합지원센터 정숙희 센터장은 “시니어 다수가 종사하는 일터의 경우 소규모 사업장이 많아 노동권 인식 제고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협력을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의 고령층은 높은 노동시장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고령층이 퇴사한 후 1년 안에 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비율은 9.0%에 그치는 등, 재취업 일자리의 질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중·고령층 재취업의 특징 및 요인 분석과 시사점' 연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고령층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한국의 고용률 순위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40~44세, 45~49세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며, OECD 내 순위도 각각 31위, 29위를 기록했다. 50~54세 고용률은 76.4%로 OECD 평균(75.7%)을 상회했고, 연령층이 올라갈수록 OECD 내 순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한국은 65~69세 고용률이 OECD 중 2위, 70~74세 고용률은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의 고령층은 높은 고용률에도 불구하고, 빈곤율도 OECD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2018년 기준 한국의 고령층 빈곤율은 66~75세가 34.6%, 76세 이상이 55.1%로 모두 OECD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와 같이 고령층이 높은 비율로 노동 시장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사 후 재취업 일자리의 질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이 한국노동패널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퇴사 시 연령이 55∼74세인 중·고령층의 1년 내 재취업 비율은 45.3%였고 5년 내 재취업하는 비율은 67.6%였다. 퇴사 시 연령이 65~74세인 경우에도 퇴사자의 절반 이상 55.4%가 5년 이내 재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퇴사 후 1년 내 재취업한 일자리를 연령대와 고용 형태 별로 분석한 결과 55∼74세의 정규직 재취업률은 9.0%에 그치며, 비정규직 재취업률 23.8%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25∼54세의 정규직 재취업률이 32.5%로 비정규직 재취업률 20.8% 보다 높은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55~74세의 퇴사 후 5년 내 재취업률은 정규직 11.5%, 비정규직 39.4%, 자영업 16.7%로 재취업자 10명 중 정규직 재취업자는 1.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한경연이 55~74세 중·고령층의 재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 고학력일수록, ‣ 남성일 경우, ‣ 직업훈련 참여자, ‣ 퇴사 시 임금근로자로 일했을수록, 정규직으로의 재취업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재취업 확률은 초대졸 이상일 경우 고졸 이하보다 65.6%, 직업훈련 참여자는 비참여자보다 약 43.0%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정규직 재취업 확률이 약 29.4% 감소했다.
부채가 있을 경우에는 정규직,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 모든 재취업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가 퇴사 후에도 노동시장에 머무르게 하는 요인인 것. 또한 연령이 증가할수록 정규직으로의 재취업 확률이 가장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1세 증가 시 정규직 재취업 확률 17.9% 감소, 비정규직 11.3% 감소, 자영업자 10.6% 감소 등) 고령층으로 갈수록 정규직으로의 재취업 확률은 상대적으로 더욱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 시 취업 형태는 재취업 시에도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정규직, 비정규직)로의 재취업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향후 고령층의 일자리와 빈곤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임금 체계 개편, 직업훈련 강화, 연금 제도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의 유진성 연구위원은 "고령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 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는 등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호봉제 중심의 임금 체계를 직무급·성과급 임금 체계로 개편하고 임금피크제의 확산을 통해 중·고령층의 고용 유지 혹은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중·고령층의 양질의 일자리 접근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상시 직업 훈련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경연은 고령층 근로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후생활에 대한 보장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도록 연금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금제도는 공적연금제도의 가입조건을 점진적으로 완화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여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의 기능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고덕강일지구와 위례지구에서 7년 만에 2500세대가 넘는 대규모 국민임대주택이 공급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2013년 세곡·마곡·신내지구에서 2571세대를 공급한 이후 7년 만에 고덕강일지구와 위례지구에서 국민임대주택 2519세대를 공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공급되는 해당 지역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에 따른 물량으로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4단지 396세대, 6단지 689세대, 7단지 619세대, 9단지 255세대, 송파구 위례지구 3블럭 560세대다.
신혼부부 및 자녀 만 6세 이하 한부모, 고령자, 장애인, 비정규직, 중소기업재직자, 노부모부양자 등 우선공급 대상자에게 총 1518세대가 공급된다. 그 외에 주거약자에 250세대, 고덕강일지구 및 위례지구 개발 철거세입자 특별공급 114세대, 일반공급으로 637세대가 공급된다.
고덕강일지구 전용면적별 공급물량은 29㎡ 557세대, 39㎡ 693세대, 49㎡ 709세대이며, 위례지구 전용면적 별 공급물량은 39㎡ 202세대, 59㎡ 358세대다.
일반공급 입주자격은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무주택세대구성원으로서, 가구당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이며 세대 총 자산 2억8800만 원 이하, 세대 보유 자동차 가액 2468만 원 이하다.
전용 50㎡ 미만 주택의 경우 경쟁 시 가구당 월평균소득 50% 이하인 자를 우선 선정하며, 1순위 조건은 해당 자치구 및 연접 구 거주 여부다. 전용 50㎡ 이상 주택은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 횟수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며, 1순위 조건은 주택청약종합저축 24회 이상 납입해야 한다.
우선공급 대상은 고령자, 장애인, 노부모부양, 신혼부부 및 자녀 만 6세 이하 한부모 등 총 23개 분야의 해당 자격 대상자에게 공급한다.
이번 공급되는 국민임대주택 공급가격은 전용면적 29㎡는 보증금 1700만~1900만 원, 임대료 16만~18만 원이다, 39㎡는 보증금 3200만~3900만 원, 임대료 23만~25만 원, 49㎡의 경우 보증금 4900만~5100만 원, 임대료 30만~32만 원, 59㎡는 보증금 6800만~7000만 원, 임대료 36만~38만 원으로 책정됐다.
SH공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인터넷과 모바일 청약은 6월8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다. 고령자 및 장애인 등 현장방문이 불가피한 청약자를 위해 주말인 13~14일 선순위 방문청약접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후순위의 경우 17일 방문 및 인터넷청약 접수를 진행하며, 선순위 신청자 수가 공급세대의 300%를 초과할 경우 후순위 신청접수는 받지 않는다.
서류심사대상자 발표는 다음달 26일, 당첨자 발표는 11월 6일, 계약기간은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다. 자세한 사항은 SH공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고문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바람에 실려’, ‘밤에 떠난 여인’ 등으로 7080세대 청년들의 마음을 울렸던 하남석. 최근 24세의 나이로 사망한 비정규직 청년 김용균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 ‘천화’와 나이 들어서도 꿈을 꾸는 청춘의 노래 ‘황혼의 향기’가 유튜브에 소개되며 그가 다시 대중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철학을 표현하는 올곧은 뮤지션으로 여전히 노래를 부르는 그는 1949년생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은 정신으로 무장해 있었다. 여전히 지혜와 담론이 담긴 노래를 부르길 멈추지 않겠다는 몽상가, 칠순의 하남석이 꾸는 꿈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1974년, 포크와 싱어송라이터의 전성시대에 자신의 이름을 깊이 새긴 가수가 대중 앞에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하남석. 데뷔 앨범 ‘바람에 실려/밤에 떠난 여인’에는 총 10곡이 실렸고 타이틀곡인 ‘바람에 실려’와 ‘밤에 떠난 여인’은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이후 TBC 라디오 DJ로도 활약하며 그 시대의 다운타운가를 장식했다. 나지막하면서도 쓸쓸한 음색의 목소리로 청춘의 아이콘이 된 그는 7080세대의 가슴에 남게 됐다.
청춘들을 위로해온 목소리
그가 첫 앨범을 발표한 지 어느새 45년이 흘렀다. 강산이 다섯 번은 바뀌었을 그 긴 시간 동안 하남석은 결코 지치거나 꺾이지 않았다. 그동안 낸 앨범이 무려 14집. 소위 ‘대박을 친 노래’가 없어서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졌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절대로 놓지 않고 있었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온 그 긴 시간이 놀랍다. 대표적으로 그의 14집 앨범에 실린 타이틀곡 ‘몽상가’를 들어보면 그가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어떻게 넓혀왔는지 알 수 있다. 재즈 음악을 기반으로 한 편곡에 블루지한 색채의 관조적인 목소리 톤이 잘 어울리는 이 곡은 칠순이 넘는 가수의 노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럽다. 그가 젊었을 때보다 도리어 더 젊어진 감각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는 걸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젊었을 때보다 더욱 젊게 사는 70대
하남석이 최근 푹 빠져 있는 가수는 호주 출신으로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라이 엑스(RY X)라고 한다. 그는 아예 그들처럼 공연을 해보고 싶은 게 꿈이라 말한다. 처음에는 싱어송라이터라고 하기에 자신처럼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가수로 생각했단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포크와 일렉트로니카를 결합시킨 포크트로니카 장르의 뮤지션에 온갖 악기들을 활용하는 다채로운 스타일의 가수였다. 보컬 스타일도 요즘 팝 음악계에서 소위 ‘대세’인 얇고 호소력 있는 고음을 구사한다. 심지어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도 않은,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젊은 실력파였다. 하남석의 음악적 감각이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그의 데뷔가 1973년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가 가수를 하게 된 데에는 그보다 먼저 1960~70년대를 풍미한 형 하남궁의 영향이 컸다.
“형은 프랭크 시나트라, 앤디 윌리엄스 등 주로 팝송 레퍼토리로 노래를 불렀던 중후한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가수였죠. 특히 김희갑 씨가 형 목소리를 좋아해 곡을 많이 줬어요. 그런데 1973년에 형이 가수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떠나버렸죠.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가수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형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노래를 하게 됐죠.”
진정한 뮤지션으로서 묵직한 존재감
그러나 그는 형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에만 만족할 가수가 아니었다. 장르를 넘나드는 창법, 그리고 트렌디한 작곡과 작사 등 예상 가능한 부분이지만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발전시키는 데도 게으르지 않았다.
“요즘 매일 산에 다녀요. 그 이유가,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길을 알게 돼서죠. 거기가 지금 제 아지트가 됐어요. 사람들이 없으니까, 산에 갈 때면 그곳에 꼭 들러 음악 들으면서 연습을 하거든요. 옛날에는 소리를 지르는 노래가 별로 없었어요. 저음 가수를 선호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승철, 김종서, 김건모 등 고음을 잘 지르는 가수가 세상에 나오게 됐어요. 저도 시대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쪽으로도 창법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가 최근 발표한 노래를 들을 때 느낄 수 있었던 세련된 변화는 그러한 꾸준한 연습 덕분으로 보였다.
“30대부터 연예인이 아닌 진정한 뮤지션이 되고 싶었죠. ‘진정 좋은 음악을 이 세상에 남기자’ 그게 원동력이 돼서 지금까지 활동한 거예요.”
사회의 약자들을 보듬는 ‘몽상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젊어지고 있는 하남석의 감각은 시대의 아픔과 정서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가 2004년에 내놓은 ‘거리의 아이들’은 방황하는 가출 청소년들을 보듬는 노래이고, 2010년에 나온 ‘넌, 특별한 사람이야’는 장애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만든 노래다. 2011년에 발표한 곡 ‘길 위의 남자’는 노숙자들의 애환을 담았고 최근에 작사·작곡한 ‘천화’는 태안화력발전소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비정규직 청년 김용균을 추모하며 만든 곡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노래로 만드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자꾸 눈길이 그쪽으로 가더라고요” 한다. 그가 가수 활동을 시작했던 시절의 포크가 청년의 정서를 대변했던 만큼, 여전히 청년의 마음을 지녔다면 시대의 고통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제 노래는 돈 많고 신나게 사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는 아니죠. ‘몽상가’처럼 살아왔고 ‘몽상가’라는 노래를 만들어 세상에 던진 이상 그렇게 계속 해야죠.”
사회, 정치, 음악, 문화가 너무 흔들리고 있다며 각 분야가 주체성을 갖고 가고자 하는 길을 확고하게 가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이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삶에서 노래를 건지고 그 노래가 삶과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이였다.
결국 뮤지션일 수밖에 없더라
하남석의 노래들 중 ‘나이 듦에 대하여’는 제목 그대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담은 노래다.
나이 듦에 대하여 걱정 말아요
나이 들어가면 갈수록 그대는 더욱 멋지고 아름답죠
더 깊고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죠
커다란 고목나무 그 나무처럼
더 많은 그늘을 만들어 사랑을 주죠
나무가 되어 그늘을 만들고 그 그늘을 통해 사랑을 주자는, 나이에 대한 철학이 담긴 노랫말을 보고 문득 궁금해졌다. 45년이 넘는 긴 시간을 같은 일을 하면서 그 또한 지치고 힘들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며 지냈을까?
“현실은 항상 돈 문제가 있으니까, 위기의식은 늘 있었죠. 그래서 미사리, 평택에서 가게도 하면서 꾸준히 라이브를 했지요. 그런데 장사를 하려면 철저한 장사꾼이 해야 해요. 자존심 다 버리고 어떻게 해서든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프로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런 게 없었죠. 노래 부르는데 술 취한 사람이 올라와 방해하면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고. 그런 게 쌓이면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을까’ 하며 자괴감이 들었죠. 결국 작년 8월에 가게는 정리했어요.”
자신이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그만뒀다는 것은, 결국 하남석은 가수이자 뮤지션으로서 살아야 한다는 자각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는 최근 후배들에게도 곡을 주기 시작했다.
“후배들에게 준 곡이 많지는 않아요. 저는 전문 작곡가도 아니고 싱어송라이터니까, 주제넘게 누구에게 곡을 주나 싶은 생각도 했고. 그런데 그동안 200곡 정도를 만들었는데, 알려지지 않으면 그저 묻혀버리는 것 아니겠어요? 히트나 상업적인 결과를 원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제부터라도 주변 후배들에게 주자는 마음이 든 거죠.”
비록 외로울지라도 할 수밖에 없다
“삶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돈만 벌고…. 제가 활동하는 통기타 쪽은 애초에 그런 것과는 거리를 둬야 하는 것 같아요. 의미 있는 이야기를 가사에 담고 싶고…. 이 나이에 판 팔고 다시 인기 얻으려고 음악하겠어요? 좋아서 하는 거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그게 삶의 ING죠. 그래서 안주하고 있는 동료 가수들을 보면 속으로 화가 날 때가 있어요. 선배가 후배들에게 가교역할을 해야지 옛날 노래만 갖고 인사나 하고 돈이나 벌려고 하는 그런 모습들이 참….”
그는 자신과 같은 이른바 ‘선배 가수’들이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일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점점 목소리를 높였다. 어쩌면 가수들 중에서도 그이라서 볼 수 있었던 드문 격정이었다.
“나라도 하자, 외로울지라도. 하다 보면 멜로디가 생각나고 책을 보다가 이게 좋겠다 싶으면 노래로 풀어나가고…. 어차피 완성은 없지만 그래도 근사치에 가까워지는 것, 그래서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일을 하는 거죠.”
‘책과 음악 그리고 자연’.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황혼의 향기가 이 세 가지라고 말한다.
“정말 좋은 음악을 남기고, 누군가가 나중에 인정해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젊음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그에게 시간의 흐름은 자신의 목적과 비교하면 큰 의미를 갖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나이가 들어 불편할 수 있고, 달라지는 부분들 또한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변치 않을 것을 끝까지 품에 안고 있는 사람이었다. 젊음이란 그렇게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을 가진 사람이어야 지켜지는 것 아닐까. 여전히 치열하게 도전하는 하남석의 노래가 펼쳐 보일 젊음에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보다 더 오래 남게 될 그의 노래에 실릴 새로운 꿈을 응원한다.
“신이시여 저를 죽음이 바로 옆에 있는 이곳에서 무사히 작업을 끝내고 내려가게 해주십시오. 저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식구들이 나의 슬픈 소식을 전하여 듣고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젊은 시절 전기에 관련된 일을 했던 사람이다. 직접 고압송전탑에 올라가 보지는 않았으나 말만 들어도 작업환경의 상황이 생생히 느껴졌다. ‘윙 ~’ 하고 소리를 내는 전선의 진동음을 들으며 교체해야 할 전선과 애자, 용접기, 압착기, 전동 공구 등 무거운 짐을 싸 들고 송전탑으로 올라가는 작업자들. 절연 장갑과 부츠, 안전모를 착용했어도 정전기로 온몸이 따끔거리고 강한 바람에 중심 잡기 힘들다. 345 KVA의 고압 전기는 몸에 살짝 스치기만 하여도 감전사를 일으킨다. 이들은 무사히 작업을 마치고 내려오면 천국 문을 노크까지만 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이들 작업자는 오른쪽이 생(生)이고 왼쪽이 사(死)인 면도칼 위에 서 있는 모습이다.
원가절감의 미명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원가절감이라는 미명 아래 기본적인 안전도 보장되지 않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 현장. 자신이 하는 일이 위험한 줄 알지만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받아들이며 일할 수밖에 없다. 무방비 상태. 안전 밖으로 내몰려 업무환경을 개선해달라며 호소해봤자 달라진 것이 없다. 원가절감은 무조건 납품단가만을 낮출 것이 아니라 합리적 방법을 따라야 한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말은 그냥 말뿐이고 작업환경에 대한 적절한 투자는 ‘나 몰라’라다. 안전을 보장해야 할 원청업자는 ‘갑질’과 ‘욕심’의 소산이나 싶을 정도다. 그들이 돈 되고 일하기 편하고 위험하지 않은 일이라면 하청업자에게 줄 수 있을까. 위험한 작업환경에 안전투자가 없이는 제2의 김용균 사태는 막을 수 없다. 광화문 광장에서 확성기를 켜고 촛불을 밝힌다고 김용균이 살아오고 산업재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용균은 누구인가? 꿈 많고 인내심 이 컸던 우리의 청년이자고 아들이다. 비정규직이 죄는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경제 가치를 능가하지 않는 한 산재는 막을 수는 없다.
산재의 예방
“내가 조금 더 조심해서 작업하면 되지. 투정 부리다가 그나마 이 일이 끊어지면 누가 우리 가족을 책임지고 미래는 또 누가 이뤄 주려나?”
비정규직 하청업자는 원청업자의 눈치를 본다. 이 바닥에서 하청업체가 생존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은 눈치보기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권이나 정치권은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처럼 소란하다. 대책 없는 이슈만 내놓을 뿐. 하지만 사회는 확실한 대책을 원한다.
오늘도 천국 문 앞과도 같은 산업 현장에서 땀 흘리는 비정규직. 그들의 기도는 한결같다. 지옥이라도 좋으니 가족의 웃음이 있는 곳에 무사히 돌아가게 해달라는 기도다. 소박하면서도 가장 큰 기도이기도 하다. 신길온천역 앞에 있는 송전탑에는 정규직을 원하는 우리의 식구들이 알알이 꿈을 품은 콩깍지처럼 매달려있다. 300mm 줌 렌즈로 당기니 그들의 거친 숨소리도 같이 딸려 온다.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기도 소리도 내 귓가에 딸려온다. 3번 음주운전 적발되면 운전면허 취소되듯이 산업 현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그 기관장이 책임을 지는 제도를 도입할 수 없을까. 큰 병에는 과감한 큰 수술이 필요하듯 사회의 근본적 병적 요소를 제거해야 우리의 식구들과 슬프게 이별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보기는 이미 일상적인 문화가 되었다. 그런 풍경을 볼 때마다 이제 새로운 문화에 발맞추어 의미가 퇴색한 ‘경로석’보다 차라리 ‘스마트폰 안 보는 자리’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 보곤 한다. 요즘 사람들이 스마트폰에만 열중하자 지하철 창문 위쪽의 광고란이 텅 비어 버렸다. 그러자 틈새를 노린 새로운 광고 수법이 등장했다.
한 아줌마가 재빠른 솜씨로 출입문 옆에 광고지를 붙이고 지나간다. 제목은 ‘떼인 돈 받아줍니다!’ 밑에는 ‘밀린 이자까지’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좀 있으니 허름한 행색의 청년이 바람같이 지나가며 그 옆에 또 다른 광고지를 붙인다. 이번 제목은 ‘월수익 300 보장! 하루 6시간 나이 불문’이란다. 이른바 ‘광고지 돌리기’에서 진화한 새로운 일자리다. 어느새 그 자리에는 서너 개의 광고지가 지저분하게 붙게 되었다.
그런데 10분이나 지났을까. 유니폼 비슷한 걸 착용한 아줌마가 나타나 무자비하게 광고지를 뜯더니 횡 하고 사라진다. 아마도 지하철에 고용된 비정규직 미화원일 것이다. 그 광경 속에서 잠시 ‘밥벌이’로서의 일에 대해 생각했다. 광고지를 붙이는 일도 사소하지만, 나름대로 일이고 그것을 떼어내는 비정규직도 버젓한 일이다. 두 개의 절실한 일자리가 충돌하여 순간 일의 의미가 ‘무’로 환원하는 희한한 경험이었다.
현재 온 나라가 일자리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바늘구멍이 되었다. 최근 정부가 일자리 부족을 메우려고 길거리 쓰레기 줍기 같은 단기 일자리라도 만드는 것을 보며 자업자득이지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둘째 치고 거시적인 시각으로 보면 일의 개념이나 형태가 이미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초연결사회’가 되어가고,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다. 일의 형태도 이미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끼리의 일자리 경쟁은 의미가 없다.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어 가는 현실에서 시간의 제약은 무의미하고, 휴양지에서 노트북만 있으면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에서 공간은 무제한이다. 그러니 같은 시간,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정규직은 사실 20세기 산업사회의 유물인 셈이다.
아마도 더 큰 문제는 AI라는 괴물의 출현일 것이다.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얼마나 더 소멸할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말끔한 정장으로 안락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정규직이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어쩌면 AI가 모든 일을 주도하고 인간은 부스러기 같은 일자리에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수백 년 전 영국에서 양털 깎는 기계에 반항하던 노동자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수천 년 전 그리스에서 시시포스가 준 교훈처럼 인간은 본디 무의미한 일을 형벌로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무의미해도 연명을 위해 일을 해야 할지 모른다. 정부가 시행하는 쓰레기 줍기 아르바이트가 가치 있으려면 사전에 쓰레기 버리는 아르바이트도 가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