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서울시 보람일자리 성과공유회가 15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참여자가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의 한 해를 재조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보람일자리는 연륜과 전문성을 지닌 중장년에게 지속적인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안정된 노후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공헌형 일자리 사업이다. 2015년 442명으로 시작한 사업은 2023년 5149명이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참여자 수와 규모가 증가해왔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환기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 ‘서울런4050’의 일환으로 생애전환기인 40대도 참여가 가능해졌다. 아울러 시대에 발맞춰 문화·예술·미디어, 환경 분야를 강화해 ‘중장년미디어활동가’, ‘도서관지원단’, ‘에너지컨설턴트사업단’ 등을 신설해 새로운 일자리 경험을 제공했다.
이번 행사는 신규 사업 중 하나인 중장년미디어활동가 분야의 참여자였던 윤이다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오프닝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아름다운 동행을 모티브로 한 ‘케이휠댄스프로젝트’ 팀의 공연이 펼쳐지며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후 장애인사업지원단 이지선 씨와 빗물관리지원단 김효 씨의 개회선언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성과보고를 맡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이성수 사업운영본부장은 “서울시 보람일자리는 중장년이 자신의 경력을 발휘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사회적 소속감을 얻는 동시에 적정한 근로시간을 통해 여가 활동을 겸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중장년 시민들에게 최적화된 서울시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올해 출산·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거나 가구 여건 등으로 정규 일자리를 갖기 어려웠던 40대 여성들의 참여가 많았다. 보람일자리 경험을 발판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나가겠다”고 밝혔다.
올해 서울런4050 시행으로 234명의 40대 참여자가 보람일자리와 인연을 맺었다. 한국통계연구소 의뢰 조사 결과, 중장년 참여자들은 높은 만족도(86.8점)를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참여자들과 함께 호흡했던 활동처(92.9점)와 최종 수혜자인 시민(95.3점)들의 만족도도 또한 상당히 높았다.
이날 행사에 축사를 위해 참석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참여자와 수혜자들의 반응과 만족도가 좋은 만큼, 계속되는 사업을 통해 많은 분들이 함께해나가며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만들어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서울시 또한 지난 1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사업을 잘 챙겨나가겠다”고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축하했다.
이어진 ‘2023 보람일자리 유공자 표창’ 순서에서는 분야별 총 37명의 유공자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이후 시각장애인생활이동지원, 건강코디네이터, 소상공인온라인홍보마케팅 분야 참여자들이 단상에 올라 좌담 형태로 활동 우수사례를 나누는 것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됐다.
한편 2023 보람일자리 사례집 ‘모두를 위한 내 꿈. 다시 뛰자, 보람일자리’를 통해 참여자 및 활동처, 수혜자들의 더 자세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해당 사례집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 홈페이지 또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매거진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온·온프라인 기사로도 확인 가능하다.
정부가 치매환자에게 환자가 선택한 ‘치매 관리 주치의’가 체계적인 치료·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일 제2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치매관리주치의(가칭) 시범사업 추진계획안을 발표했다.
‘치매관리주치의(가칭) 시범사업’은 치매환자가 시범사업에 참여한 치매 치료·관리에 전문성이 있는 의사를 선택해 체계적으로 치료·관리 받고, 만성질환 등 다른 건강문제도 통합적으로 관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시범사업 추진계획에서는 치매 치료·관리를 위한 환자별 맞춤형 계획 수립, 심층 교육과 상담 제공 등 치매환자 치료관리에 중요한 서비스들을 각각 건강보험 수가 행위로 규정하여 환자 여건 등에 맞게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치매 관리 주치의 서비스에 대한 본인부담률은 20%로 적용되나, 중증 치매환자에 대해서는 산정특례를 적용하여 10%가 적용된다.
치매 관리 주치의는 치매환자에 대해 포괄평가 및 치료·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환자나 보호자에 대한 심층 교육·상담, 추가 비대면 관리, 방문진료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필요시 치매안심센터 등 지역사회 의료복지 자원을 연계, 활용하는 등 지역사회 치매 치료관리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치매환자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따라 빠르게 증가 중이며, 치료가 어렵고 돌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 등에게 큰 고통과 부담을 초래하고, 이는 전체 사회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복지부는 “무엇보다 발병 초기 경증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하여 건강한 삶을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번 정부 차원의 치매 관리 주치의 제도 도입은 치매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관리의 시작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올해 내 ‘치매관리주치의(가칭) 시범사업 추진 세부계획’을 마련하여 사업 참여 공모를 실시하고, 시범사업 교육, 요양급여 청구 전산시스템 구축 등 준비를 마친 후, 내년 7월부터 치매 관리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1년 차(2024년)에는 20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며, 의료기관(의사) 및 환자의 참여 정도 등을 감안하여 2년 차(2025년)에는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서른 중반에 딸아이의 장애를 알게 됐을 때 이지선(40) 씨의 인생에 변곡점이 찾아왔다. 왜 나에게,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억울하고 화가 났다. 나는 이제 뭘 할 수 있을까, 막막하고 슬프기도 했다. 그렇게 잠시 내리막을 걷는 듯했으나 이내 깨달았다. 그건 인생 2막을 열어준, 삶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준 지점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마흔, 그는 또 하나의 상승 좌표인 보람일자리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이지선 씨에게 아이의 장애를 밝히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이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숨기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사실 그의 삶을 논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이지선 씨는 서울시 보람일자리 장애인사업단의 참여자로 성민복지관에서 활동 중이다. 이러한 행보 역시 아이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딸아이를 위해 치료실에 다니다 보니 다른 발달장애 아동들을 보게 됐고, 그 부모들의 삶도 보게 됐어요. 처음에 내 삶에만 몰입돼 있을 때는 원망스럽고 서글펐는데, 차차 그런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한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더라고요. ‘그래, 일단 현장에 가서 보면 뭐라도 길을 찾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보람일자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꿈을 향한 출발점을 찾다
이지선 씨는 주 2회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성민복지관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한다. 그가 전담하는 이는 자폐증과 뇌변병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어 의사소통과 신체활동이 쉽지 않은 편이다. 뭐든 도움을 주고 즐거움을 나누고 싶지만 상호작용이 어려워 초반에는 꽤 막막했다고. 그래도 열심히 고민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며 교류해나가는 중이다.
“제가 담당하는 분은 애착 물건이 테이프더라고요. 그걸 계속 뜯고 만지면서 감각 추구를 하는데, 다른 활동에는 관심도 적었고 잘 움직이지 않으셨죠.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색깔 테이프를 뜯어 바닥에 그림을 그리듯 붙여봤어요. 그랬더니 테이프 그림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고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 긍정적 반응은 처음이었죠. 미약하지만 어떤 교감을 했다는 기분도 들었어요. 이렇게 조금이나마 그들의 일상에 동기부여를 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알아가려 합니다.”
이지선 씨는 현장 경험을 쌓는 동시에 이론도 공부하며 전문성을 다지고 있다. 올해는 대학원에 입학해 가을학기부터 전공 강의도 듣는다. 아직은 보람일자리도, 대학원 생활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이룬 듯한 표정이다. 방황하고 막연했던 시기를 지나 새로운 출발점을 찾았기 때문일 터. 게다가 목표점도 생겼다. 바로 운동재활치료사가 되는 것이다.
“아직 수업을 들은 지는 2주밖에 안 됐지만, 명확한 꿈이 생겨 좋아요. 사실 아이 때문에 뭘 할 수 없을 거라고 낙담하곤 했는데, 아이 덕분에 이렇게 꿈도 찾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어요. 예전엔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긴 적도 있는데요. 그때 나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누군가를 돕는 일을 가치 있고 기쁘게 여기더라고요. 지금 그런 것들을 실현하고 있고,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잖아요. 더 이상 내가 초라하지도 않고, 삶이 고통스럽지도 않습니다.”
행복한 선행,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꿈을 갖게 된 요즘, 일상이 마냥 꿈 같다는 이지선 씨다. 그는 자신과 같은 경단녀 엄마들에게 보람일자리를 적극 권하고 싶다 말했다.
“일단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는 분들에겐 최적일 것 같아요. 저도 일주일의 대부분을 아이 치료에 할애해야 하는데요. 보람일자리는 월 최대 57시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면 아이 돌볼 시간이 줄어드는데, 그럼 결국 일을 포기하게 되죠. 그러지 않으면 아이에게 소홀해질 수도 있고요. 적절한 시간을 투자하면서 제2의 직업을 고민하고, 그에 대한 도움을 얻는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지선 씨는 원하는 분야가 분명했지만, 어떤 보람일자리에 도전할까 고민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경력을 발휘하거나 관심 있는 사업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분명 얻어 갈 게 많으리라고 말하는 그다.
“저도 막연히 시작했지만 여기 와서 경험 많은 선배 참여자들 이야기도 듣고, 관련 업무와 종사자들을 접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거든요. 또 보람일자리는 특성상 선행(善行)이 바탕이 되는데,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기분 나쁠 수 있을까요? 어떤 분야를 택하더라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으니, 그만큼 보람은 따라오리라 생각해요. 사실 보람일자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만큼의 시간을 어영부영 보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일을 함으로써 시간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일상의 루틴도 만들어져서 자기계발이 되는 듯해요. 무엇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활동하고 어떤 기능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이 생기니, 아이들에게도 더 자랑스러운 엄마가 된 것 같아 행복합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요즘은 그 말을 실감하고 삽니다. 아이들만 자라는 게 아니더라고요. 마흔 넘은 엄마도 함께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초고령화 시대에는 1인 노인 가구, 노인 부부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시설 이용이 어려운 노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방문 진료, 재택 의료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이미 다양한 방문 진료, 재택 의료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지난 11월 7일 진행한 ‘바람직한 재택 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를 참고해 우리나라 재택 의료 시범사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정책이 일본처럼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해 들여다봤다.
지난 11월 보건복지부가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 따라 2024년 2차 시범사업에서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를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으로 의료진과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지역 사회 자원을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2차 시범사업에서는 참여 대상을 기존 장기요양 수급자 1~4등급과 함께 5등급과 인지 지원 등급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치매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노인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2022년 12월 시작한 이번 사업에는 28개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 7곳, 경기 10곳, 충북 2곳이 있고, 나머지 9개는 각 시도별로 1개 의원이 참여했다. 다만 부산, 대구, 울산, 세종, 경북에는 참여 의원이 없는 상태다.
환자 만족도 높지만, 유지 어려워
우리나라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의료팀을 구성하고 의사는 월 1회, 간호사는 월 2회 가정 방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통합 돌봄서비스 연계 관리를 담당한다.
현재 2차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 9월 기준 1993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2024년 100군데의 의원 참여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재택 의료를 위해 병원 진료를 포기해야 하는 의료진의 의료 수가(진료비)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환자와 보호자는 집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지만,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를 진료하는 대신 1명을 방문해 진료하는 데 있어서 진료비가 그리 높지 않다 보니 참여 의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방문 진료보다는 재택 의료 진료비가 높지만 앞서 언급했듯 3명이 팀을 이뤄야 해서 인건비 유지비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가 동행할 경우 간호조무사에 대한 수가는 책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사업 참여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또한 본인부담금이 10% 수준인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현재 3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해 관련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택 의료 사업은 왕진료에 재택 의료 기본료 14만 원이 추가된다. 만약 6개월 이상 지속 방문하거나 추가로 방문 진료를 원한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비용에 대한 환자의 부담도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방문 진료·재택 의료 의사 인식조사’에 따르면 재택 의료보다 먼저 시범 사업을 한 방문 진료의 경우 참여하고 있는 의료 기관이 전체의 1.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방문 진료가 필요한 환자 발굴이 어려움’(32.3%)이었고,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외래 환자 진료시간 감소에 대한 기회비용’(22.6%)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추가로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한 6개 기관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 사업이 유지되려면 한 센터당 환자가 50~70명이 유지되어야 하고, 사업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방문 진료와 마찬가지로 활성화가 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로는 △환자 발굴 한계 △필수 인력 기준에 따른 인건비 부담 △환자 본인부담금 높아 참여 저조 △홍보 부족으로 환자가 기관 찾기 어려움 △급여비 청구 시스템 시간 소요 많음 △ 지방자치단체의 시범사업 개념 부족 △의료서비스 필요 기관(치매안심센터, 복지관 등)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력 부족 등이 문제로 꼽혔다.
의료·보험·기관 등 협업 있어야
국내의 방문 진료와 재택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 7일 ‘바람직한 재택 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를 열고 일본의 사례를 공유하며 국내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을 제시했다. 일본에서 2013년부터 시작한 ‘지역포괄 케어시스템’과 같은 것인데, 일본의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의 핵심은 재택 의료다. 재택 의료는 치료보다 질환 관리와 질병 예방 등을 지역 자원과 연계해서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의료·보험·기관 등 각 영역의 협업이 필수라는 의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카미가이치 리에 재택클리닉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재택 의료 수요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일상적 요양 지원, 증상 급변 시 대응, 퇴원 지원, 케어 등 네 가지 기능이 요구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개호서비스와 의료서비스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문 진료의 경우 외래와 비교하면 비싼 편이지만, 입원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라고 일본의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이란 간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더라도 익숙한 지역에서 본인다운 삶을 마지막까지 지속할 수 있도록 의료, 개호(간호), 예방, 거주, 생활 지원을 일원화해 제공하는 시스템”이라며 “한정적인 자원과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역사회 내에서 고령자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장기요양 재택 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충형 대한의사협회 커뮤니티케어 특별위원회 위원은 “(우리나라는) 커뮤니티 케어, 돌봄 재택 의료 등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하고, 합의도 부족한 것 같다”면서 “재택 의료 수요는 늘고 있지만 재택 의료 대상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통계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가정만 하는 것이지 정확한 수요 예측은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서비스 공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정책 준비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충형 위원은 “사망 전 1년 동안 쓰이는 의료비가 마지막 3년 동안 사용하는 의료비의 8~90%에 해당하지만, 대부분 국민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머물던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면서 “재택 의료가 활성화된다면 시설 입소를 줄일 수 있고, 임종까지 1년이 남지 않은 분들에게 존엄한 죽음과 의료비 절감 두 부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를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한데,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양쪽에서 지원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지금까지 1차 의료 기관이 질병을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고, 병·의원 시설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건강관리와 예방, 재활과 재택 의료를 포함하고 의료 인력 외의 전문가 인력까지 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주로 문제로 꼽힌 것은 ‘수가’다. 팀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인건비도 충당하기 어려운 수가 때문에 의료진의 참여가 적을 수밖에 없고, 혹여 좋은 마음으로 참여한다 해도 고립된 환자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그럼에도 일본처럼 지역에서 자원들을 연계해 재택 의료를 활성화하고, 잠재적인 재택 의료 수요를 감당하려면 지자체별로 30~50개 정도의 1차 의료 기관이 재택 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 시대 의료비 절감과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재택 의료는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현재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참여 의원도 많지 않고, 이런 사업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정부, 건강보험공단, 1차 의료 기관 등이 함께 노력해 우리나라도 향후 일본처럼 재택 의료가 잘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지역 문화유산 순례기’는 한국문화원연합회의 후원으로 제작됩니다. 다양한 지역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지역N문화는 한국문화원연합회와 지역문화원이 함께 발굴한 다양한 지역 이야기를 서비스하는 지역문화포털입니다. 기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지역N문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암민속마을은 충남 아산시 송악면 설화산 자락에 있는 옛날 마을이다. 일부러 꾸며 만든 눈요기용 민속 마을이 아니다. 단장이야 좀 했지만 겉치레에 흐르지 않았다. 이곳은 500년간 이어진 ‘예안 이씨’ 집성촌이다. 지금도 일부 후손들이 산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즐비해 이색적이며, 하나같이 묵은 시간의 잔영이 더께로 쌓여 고색창연한 마을이다.
마을 길은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일 없이 거듭 휘어져 나직한 선율처럼 포근하다. 느린 걸음으로 걷기에 좋은 골목길이다. 발길이 느려지면 풍경이 한결 세밀해져 살갑게 다가온다. 첫눈에 정겨운 건 돌담길이다. 집과 집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마을 사이사이로 흘러가는 돌담길 길이는 자그마치 5.3km에 이른다. 외암마을의 시그니처 구조물이라 할 만하다. 예로부터 외암은 ‘삼다(三多) 마을’로 통했다. 양반이 많고, 양반들의 글 읽는 소리가 흔하며, 돌이 유독 많다는 건데, 땅을 파면 온통 돌투성이 지질이란다. 따라서 돌담은 자연스러운 귀결로 등장했다. 이는 어쩌면 주민들이 집단으로 창작한 환경미술에 가깝다. 그 이미지는 수더분하나 아름다우며, 기법은 소박하지만 능란한 것이니까. 돌담길은 미로처럼 얽혀 퍼져나간다. 길 끝이란 없다. 끊길 듯하다가도 다시 이어진다. 마치 미로 속에서 길을 찾는 떠돌이 인생의 상징처럼.
신창댁에서 객을 싣고 시동을 건 돌담길은 온 마을을 감고 휘돌며 덩실한 양반 고택들과 조촐한 초가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주요 반가(班家)들은 대체로 마을 안길 북쪽에 있다. 이곳은 일반 민가들이 들어앉은 남쪽보다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다. 그래 마을을 보듬은 설화산으로부터 내려오는 계류의 범람을 피할 수 있다. 즉 주거 여건이 좋은 심층부다. 종가, 사당, 송화댁, 참판댁 등 상류층 가옥들이 주로 여기에 산재한다. 개중 핵심은 건재(建齋) 이상익(1848~1897)이 1869년에 지은 건재고택이다.
건재고택은 우람하면서도 정교한 구조를 지닌 집이다. 떡 벌어진 행랑채 중앙에 자리한 솟을대문으로 들어서면 마당과 사랑채가 있고, 그 뒤편에 정갈하고 수려한 구색으로 돋보이는 안채가 있다. 건재고택이 유명한 건 사랑채 앞마당에 조성한 정원 때문이다. 조선의 옛집들을 보면 크거나 작거나 사랑채 마당을 거의 여백으로 남겨둔 걸 알 수 있다. 조경이라야 그저 소나무나 배롱나무 두어 그루 심거나 자그만 화단을 만든 게 고작이다. 옛사람들은 마당에 굳이 나무를 잔뜩 심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집으로 들이치는 산야의 경관을 만끽하며 내면에 자연을 들여놓는 걸 즐겼을 뿐이다. 이와 같은 전통 미학을 차경(借景, ‘풍경을 빌려온다’는 뜻)이라 한다.
그런데 건재고택의 사랑채 마당엔 수목이 빼곡하다. 용트림처럼 절묘하게 비틀린 채 생동하는 노송을 비롯해 갖가지 정원수를 보라. 화려한 정원이다. 괴석과 석조 장식물에 정자까지 다양한 조경 요소를 조밀하게 배치하기도 했다. 당최 여백이 없어 답답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허공으로 펼쳐진 나무들의 가지로 인해 한낮에도 어둑하다. 전통 범례를 초월한 이 정원의 이질성은 오히려 묘한 미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미태의 레이스를 펼치는 나무들의 모습에 무슨 결함이 있으랴. 뭔가 웅숭깊은 맛을 자아내는 이곳에서 신령스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 정원을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본식 조경 방법을 따른 것으로 본다. 조선식과 일본식이 혼합된 공간으로 보기도 한다. ‘조선집 마당 가운데 나무를 심은 것은 방에 나무를 심은 것과 같다’며 평가절하하는 견해도 있다. 사랑채와 대문이 일직선상에 놓인 바람에 집안의 기(氣)가 빠져나갈 수 있어 비보(裨補) 용도로 나무들을 심었다는 얘기도 있다.
건재고택에선 추사 김정희를 살짝 만날 수 있어 매력을 더한다. 추사체로 쓴 현판과 주련 다수가 걸려 있어 문기(文氣)가 풍긴다. 이 집은 추사의 두 번째 부인 예안 이씨의 친정이다. 이런 인연으로 추사가 글씨를 남겼다. 낙관이 박힌 추사의 친필은 5점 정도로 파악된다. 건재고택엔 오랫동안 빗장이 걸려 있었다. 개인 소유였던 데다 소유권 소송 문제 등이 겹쳐 문을 닫아뒀던 것. 그러다가 2019년 아산시가 인수한 이후 요즘은 하루 두 차례 일정한 시간에 개방한다.
맹사성 고택은 최고(最古) 민간 주택
건재고택 뒤편 저만치엔 참판댁이 있다. 건재고택과 함께 외암리를 대표하는 집이다. 현재 종손 일가가 산다. 여느 빈집과 달리 사람의 온기로 숨을 쉬는 집이다. 규모로나 구조로나 완연한 대갓집이다. 참판 벼슬을 지낸 퇴호 이정렬(1868~1950)의 고택으로 고종이 하사한 집이다. 고종이 왜? 이정렬은 똑 부러지는 기개로 할 말 다하며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일제의 침략 야욕 저지를 탄원하는 상소를 거듭 올렸다. 하나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이정렬은 말 등에 거꾸로 올라타고 대궐에 들어가는 진기한 시위를 했다. 조회를 주관하던 고종이 경악할 수밖에. 이 통렬한 장면에 대해 황성신문은 이렇게 썼다. ‘아침 햇살에 봉황이 울었다.’ 이정렬은 종단엔 ‘나라 망하는 꼴은 차마 못 보겠다’며 벼슬을 던지고 낙향했다. 이후의 생활은 매우 곤궁했다지. 그걸 안 고종이 먹고살 만한 재산을 보냈으나 세 차례나 사양하며 돌려보냈고, 이번엔 고종이 낙선재의 축소판쯤 되는 집을 지어줬는데 그게 지금의 참판댁이다. 이 집의 처마엔 금색으로 ‘퇴호거사’라 쓴 현판이 걸려 있다. 퇴호는 고종이 이정렬에게 내린 별호다. 현판은 고종의 아들 영왕이 9세 때 썼다. 이정렬의 못 말릴 결기와 고종의 대범한 풍모가 겹으로 환히 비치는 역사의 한 장면이다.
발길은 이제 설화산 너머 배방읍 중리에 있는 맹씨행단(孟氏杏壇)에 닿는다. 조선의 명재상이자 청백리의 표상인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 1360~1438)의 고택이 있는 곳이다. 이 집의 주인은 본래 고려 말의 무신 최영 장군이었다. 한편 맹사성은 최영의 손녀사위였다. 이런 연고로 최영이 맹사성에게 집을 물려줬다. 집의 형상은 그지없이 조촐하다. 물질에 무심한 청백리의 살림집답게 단출하다. 세월의 풍상을 겪으며 으스러진 게 많은 집이기도 하다. 덩달아 보수와 변형도 잦았다. 엄밀한 분석을 할 경우 종도리를 받치고 있는 복화반 정도가 이 옛집에 남은 원 구조물이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고려 말에 지어진 집이라는 사실엔 하자가 없다. 우리나라에 남은 최고(最古)의 민간 주택으로 간주되는 집이다.
맹사성은 황희와 함께 세종조의 황금기를 쌍두마차처럼 이끌었던 주역이다. 정치인다운 기량은 물론 청렴결백으로 당대의 사표가 된 인물이다. 그의 말년 생활은 소박해, 이를테면 집에서 기르던 소를 타고 돌아다니는 정도에서 자족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겸손해 신분의 고하를 가리지 않았다. 허름한 이가 방문할 때에도 반드시 예를 갖추어 맞이했다. 매사 목에 힘을 주는 법이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처럼 고결한 인품이 흔하던가? 저마다 꿍꿍이와 내숭을 장착하고 각축을 일삼는 게 속세다. 맹사성의 성정은 봄바람처럼 부드러웠다고 한다. 그의 온유한 정신은 세상의 어둠을 감쌀 수 있는 치마폭 같은 것이었다.
정종호 온양문화원 원장
“락페스티벌 펼쳐 성황 이뤄”
아산시는 1995년 1월 아산군과 온양시가 통합되면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 근래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형 산업체들이 입주하면서 지역사회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있다. 지역문화를 향유하는 인구도 늘어났다. “문화원이 해야 할 역할이 많아졌다. 책임감도 느낀다.” 이는 정종호 온양문화원 원장의 얘기다.
“아산시 인구가 38만여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유입이 많았다. 아산에서 출생한 2세대도 많은데, 그들은 아산의 미래를 짊어질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 문화원은 아동이나 청소년은 물론 젊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반응은 매우 좋다. ‘전통놀이와 내 고장 알기’ 같은 프로그램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 문화의 위력에 눌려 퇴색하기 쉬운 게 전통문화다. 옛것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세대가 많다고 보나?
“현대적인 문화를 즐기는 경향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지역의 옛것에 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한 문화재 탐사 프로그램을 적극 가동하고 있다. 이 역시 참여도가 높다.”
아산은 예로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요즘도 온천에 사람들이 몰려드나?
“아산시 온양지구의 온천은 백제 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왕실 온천 역할을 할 만큼 유명했다. 1980년대엔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이후 생활상의 변화에 따라 한동안 온천의 인기가 저하됐지만 서울-아산 간 전철이 개통되면서 상황이 개선됐다. 전국의 어느 온천 지역보다 양질의 수질을 공급한다는 점도 이 지역 온천의 강점이다.”
요즘 아산시에서 부각된 문화 이슈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온천 문화의 보고인 ‘온양행궁’의 복원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아산 시민의 숙원이자 지역 발전을 위한 핵심 사업이다. 그러나 재원 문제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온양문화원이 추진한 중점 사업과 성과엔 어떤 게 있나?
“신정호수공원을 신정호 아트밸리로 이름을 바꾸고 전국 최고의 명품 공원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미 문화예술과 생태가 어우러진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온양문화원은 ‘락페스티벌 달그락’을 주관하기도 한다. 지난 8월에 열린 행사엔 노브레인, 육중완밴드, 크라잉넛 등 21개 팀이 참가해 열띤 공연을 펼치며 성황을 이루었다. 전국 최고의 페스티벌로 키워나갈 참이다.”
요즘은 문화원마다 전통문화 보존 활동에서 나아가 한결 트렌디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문화원이라 하면 흔히 옛날 문화를 축으로 삼아 활동하는 걸로 오해한다. 사실 문화원은 이미 변화했으며, 변신에 더욱 가속을 붙이고 있다. 현대 문화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온양문화원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프로그램을 다수 개발했다. 타 문화원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잦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이 12월 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홀에서 3차 ‘서울미래학습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서울시와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이 주최한 것으로 ‘미래 서울시민 인생을 디자인하는 새로운 학교 비전’을 주제로 했다.
사회는 김종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조정국장이 맡았다.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원장 직무대행)은 기조발표를 통해 ‘미래 서울시민 인생을 디자인하는 학교 비전’에 대해 전했다.
다음으로 ‘인생 전환점의 성장 스킬을 기르는 학교 모델’, ‘4050 세대가 말하는 인생디자인학교’, ‘우리가 바라고 응원하는 인생디자인학교’ 발표가 이어졌다.
행사장 한편에는 인생디자인학교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프로젝트 결과물이 전시됐다.
인생디자인학교 핵심은 ‘실행력’
인생디자인학교 모델을 소개한 김혜영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정책팀장은 새로운 40·50세대에 맞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40·50세대는 과거 X세대라고 불렸다. X세대는 90년대 초반 문화 부흥기를 지내면서 개성을 마음껏 표현하는 젊은 시절을 보냈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해 자녀와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부모 세대를 말한다.
김 팀장은 새로운 40·50세대를 분석해보니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특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첫째 ‘표준’이 되는 중장년이 없다. 그만큼 다양성이 있는 세대라는 뜻이다.
둘째, 청년기와는 다른 중장년기의 혼란이 있다. ‘나는 제대로 가고 있나?’를 고민하는 시기다.
셋째, 변화가 두렵지만 안주도 하고 싶지 않은, 아직 더 할 수 있다는 시도에 대한 욕구가 있다.
넷째, 트렌드에 대한 감각과 취향이 발달한 세대다.
다섯째, 생애 전환을 시도하는 이유로 ‘관계’가 많이 꼽히는 시기다. 배우자, 자녀, 부모님 등 주변 네트워크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새로운 인생디자인학교를 설계할 때 “기존의 정형화된 생애 설계 콘텐츠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인생 방향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한 중장년이기에 실험과 재건 단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네트워킹과 지지 모델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반영했다.
김 팀장은 “커리큘럼 중심이 아니라 인생학교가 플랫폼이 되어 기회의 장이 되고 실행력을 높이는 콘텐츠로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모델을 구성했다”면서 “생각하는 힘을 넘어 실행하는 힘을 기르는, 인생 전환점의 성장 동행 플랫폼인 셈”이라고 말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중장년을 위해 인생학교는 단순히 교육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네트워킹과 연계를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파일럿 교육에 참여했던 네 명의 사례자(김희정, 장기도, 이승은, 장한나 씨)가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네 사람은 “생각만 하던 것을 2주 만에 하게 됐다”, “실제로 결과물이 나온 것이 신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성도 잡지 못했지만, 인생디자인학교의 수업 모델을 따라가며 방향도 잡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구체화하고, 무엇보다 실행에 옮겨 결과물을 냈다는 점을 뿌듯해했다.
발표가 끝나고 이희수 중앙대학교 교수(서울시 교육명예시장)는 “오전의 역습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면서 인생 전반전이 오전이라면 인생 후반전은 “‘내가 살아주지 못한 삶’이 나를 역습하지 않도록 디자인학교와 동행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황성현 퀀텀 인사이트 대표는 “그동안 3년 단위로 경력을 설계했는데, 회사 즉 일을 그만두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설계를 안했더라”면서 “서울시에서 이런 장을 마련한 것도 좋지만,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더 의미 있어질 것”이라며 시민 참여를 독려했다. 무엇보다 인생디자인학교를 통해 또 다른 D, ‘dreaming’을 강조하면서 “삶에 대해 꿈꾸고 드리밍(dreaming) 프로젝트가 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재취업에 도전한다면 온라인 공고를 주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원하는 기업이나 직무의 채용소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다양한 구인구직 플랫폼이 있지만, 대부분 청년층 대상이 많은 편. 중장년 재취업자를 위한 맞춤형 채용정보를 찾는다면 아래 플랫폼들을 먼저 들러보자.
◇ 노인일자리 모집공고 한눈에 ‘노인일자리 여기’
지역별·유형별 노인일자리(60세 또는 65세 이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구 단위로 검색 해보면 각 채용정보마다 유형 및 계획인원과 참여인원을 표기해 구분하기 용이하다. 분류하는 일자리 유형으로는 △공익활동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취업알선형 △시니어인턴십이 있다. 검색창을 통해 원하는 채용정보를 찾았다면, 관련 수행기관 또는 시·군·구에 방문해 참여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후 상담 및 면접-선발 및 안내-세부 활동내용 확정-협약서(근로계약서) 작성-참여자 교육 등의 절차를 거쳐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단 △생계급여수급자 △국민건강보험직장가입자 △장기요양보험등급판정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타 부처 사업에 2개 이상 참여자는 참여 선발 기준에서 제외된다(노인독신가구 또는 경제무능력자와 동거 중인 노인 우선선발). 타 플랫폼에 비해 폰트 크기가 크고 직관적으로 정보를 보여준다는 게 특장점이다.
◇ 고령자우대·인생2모작 채용 전용 ‘워크넷’
워크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채용정보’→‘테마별 채용관’으로 들어가면 ‘고령자 우대 채용관’과 ‘인생2모작 중장년 일자리’ 메뉴가 보인다. 해당 메뉴를 누르면 전용 채용관 화면이 나온다. 여기서 다시 원하는 키워드나, 직종, 지역 등을 입력·선택해 더 자세한 채용정보를 확인해볼 수 있다. 그밖에 직군별, 지역별, 경력별로도 검색 가능하고 ‘사회 기여형’, ‘공공·참여형’ 메뉴를 둘러봐도 좋다. 채용 정보 목록에 담당업무, 지원자격, 근무 조건 등을 간략하게 제시해 일일이 눌러보지 않더라도 대략적인 정보 파악이 가능하다. 채용정보를 살펴본 뒤 원하는 기업은 ‘관심기업등록’을 해두거나, 워크넷을 통해 온라인 입사지원을 해볼 수도 있다(기업별 입사지원 방법은 상이하며, 워크넷 입사지원이 불가한 곳도 있음). 사전에 워크넷을 통해 이력서 작성 등 구직신청을 해둔 경우라면 훨씬 간편하다. 현재 경력관리 AI 서비스 ‘잡케어’도 시범 운영 중이니, 이러한 툴을 이용해 한번쯤 자신의 경력관리를 해보는 것도 괜찮다.
◇ 40세 이상 중소기업 채용정보 ‘올워크’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이 국내 중소기업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인력과 일자리를 매칭해주는 구인구직 플랫폼이다. 채용정보 메뉴에 들어가면 왼쪽에는 채용정보 리스트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해당 채용정보의 상세란이 나와 비교하며 살펴보기 편리하다. 또, 해당 채용정보 하단에는 ‘유사채용정보’ 목록도 함께 제시해 비슷한 직무의 다른 채용정보도 함께 엿볼 수 있다. 내일배움카드나 기관 및 기업에서 진행하는 교육 일정을 알리는 메뉴도 있다. 재취업을 준비하며 관련 교육을 찾는 이들에게는 편리하고 유용한 서비스다. 그밖에 중장년 자영업자를 위해 무료 컨설팅, 재교육 및 재취업을 안내하는 ‘자영업자 컨설팅’ 메뉴 및 회원 간 소통 창구 역할의 ‘올워크 해우소’(커뮤니티)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 공공·민간 일자리부터 교육까지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홈페이지 내 ‘일자리’→‘구인정보’ 메뉴에 들어가면 민간과 공공 일자리정보 및 서울일자리포털 구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민간 일자리정보’ 화면에서는 현재 구인 중인 일자리 업체의 위치를 지도로 보여주고, 업체명·직종·근무지역·연령(제한) 등 간략한 채용 프로필 목록이 나온다. 해당 페이지의 구인정보를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상담사에게 전화(해당 페이지에 연락처 제시됨) 후 절차를 따르면 된다. ‘공공 일자리정보’ 화면 상단에는 ‘이주의 추천 일자리’가 나오고, 캘린더 형태로 공공일자리 스케줄을 정리해 보여준다. 캘린더에는 각각의 공공일자리 시작일과 마감일도 표시해놓았다. 그밖에 서울일자리포털을 연계해 관련 일자리 정보도 살펴볼 수 있다. 마땅한 채용정보가 없거나 재취업이 어렵다면 ‘구직신청’(서울 거주 만 55세 이상 취업희망 구직자)을 이용해보자. 1:1 구직상담 및 구직 알선, 훈련, 취업 후 사후관리까지 가능하다.
◇ 온라인, AI, 앱 서비스까지 ‘벼룩시장’ 중장년 우대 일자리
중장년이라면 ‘벼룩시장’의 존재를 대부분 잘 알 것이다. 과거에는 종이신문 형태의 벼룩시장을 통해 일자리를 알아봤다면, 요즘은 온라인과 앱을 통해 같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벼룩시장 홈페이지 내에는 ‘중장년 우대 일자리’ 전문관을 별도로 운영한다. 홈페이지 및 온라인 지원을 비롯해, ‘문자지원’, ‘전화지원’도 가능하다는 점이 타 플랫폼과의 차별점이다. 전문관 메뉴에서는 주부·여성 우대 일자리, 간호·요양일자리, 버스·택시·대리 일자리 등 중장년의 수요가 높은 일자리들을 유형별로 묶었다. 또, 브랜드별로 채용 정보를 찾거나, 아르바이트 공고만 따로 볼 수 있는 메뉴도 마련됐다. ‘취업가이드’ 메뉴도 꽤 유용하다. 취업연구소-추천직업을 살펴보거나, AI 추천일자리를 통해 재취업 방향을 모색 해봐도 좋다. 그밖에 각종 취업지원정책, 교육·행사 일정, 취업소식, 노동법령정보 등도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정리해놨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근로계약서 및 재직증명서, 경력증명서 등 다양한 양식도 다운로드 가능하다.
웰다잉(Well-dying)을 직역하면 ‘좋은 죽음’이다. 저마다 삶의 양식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좋은 죽음에 정답은 없지만, 대체로 ‘삶의 마무리 단계에서 자기결정권을 실현할 수 있는 죽음’을 의미한다. 국내에선 자기결정권의 일환으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다만 이에 따른 실천은 미미한 편이다. 문제는 개인이 실천했음에도 웰다잉 실현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무엇이 그들의 존엄한 마무리를 가로막는 것일까?
웰다잉 수요 변화를 충족할 사전적 정책 대응 마련해야
2025년 한국은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후기고령자(75세 이후)로 대거 편입되는 시점과 맞물린다. 후기고령자는 치매, 중증 질환 등으로 인해 자기결정권 행사에 제약이 있는 노인이 많다. 이에 대비한 생애 말기 지원 정책의 확대가 요구되는 가운데, 웰다잉 지원 정책의 필요성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정부는 2020년 12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내 세부 항목에 ‘존엄한 삶의 마무리 지원’을 포함했다. 당시 ‘생애 말기·죽음 관련 자기결정권이 구현되는 사회문화적 기반 조성’을 목표로 내세우며 해당 정책의 내실화를 강조한 바 있다. 그보다 앞선 2018년에는 연명의료결정법, 2019년에는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19∼2023)을 발표해 시행 중이다. 그밖에 존엄사법, 성년후견지원제도, 장사제도, 유족연금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생애 말기 케어, 고독사·죽음준비 평생교육과 상담, 유류품 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관련 법과 지원책이 마련되기도 했다.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국내 웰다잉 정책의 역사는 짧지만, 최근의 시도 덕분에 죽음에 대한 인식과 관심은 꽤 높아진 편이다. 그러나 앞으로 늘어날 웰다잉 정책 수요를 충족하는 제도적·물리적 여건이 현실적으로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존엄한 삶 마무리 지원 정책 모니터링 및 과제’(이하 ‘존엄한 삶 마무리’) 보고서에서는 “현시점 이후부터는 웰다잉 정책 수요의 급증이 예상된다”며 “수요 변화를 충족할 수 있는 사전적 정책 대응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혼란 또는 논란이 대두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이슈 1] 고령화·1인 가구 증가, 웰다잉 품앗이해야 할 판
웰다잉의 직접적 정책 대상자는 사망자다. ‘존엄한 삶 마무리’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사망자 수는 초고령사회 진입 시점인 2025년 이후 급증해 그 흐름이 2060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65세 이상 노년층 중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로 사회에서 웰다잉을 지원해줄 청장년층의 부담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장차 1인 가구 장례 품앗이 등을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가장 안타까운 건 저소득 독거노인의 죽음이다.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는 “독거노인의 경우 무연고 사망자가 많은데, 사실 90% 이상은 연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시신 인수를 포기한다. 생전에 돈이 없어서 소외됐던 이들이, 결국 또 돈이 없어 장례도 못 치르는 설움을 겪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민간에서 해결하긴 어렵다. 결국 정부에서 고민하고 나서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허울만 있는 웰다잉 정책은 ‘공염불’
웰다잉 정책 수급 불균형의 대표적 사례로 ‘화장(火葬)장 부족’을 꼽을 수 있다. 통상적인 화장로 1기당 1일 적정 가동 횟수(3.5회) 및 가동 일수(300일)를 고려할 때 해마다 늘어나는 사망자 수를 감당하기엔 버거운 실정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당시 일시적 수요 증가에 따른 화장장 부족으로 인해 4~5일 장으로 장례를 치른 상황만 봐도 실감할 수 있다. ‘존엄한 삶 마무리’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고령화에 따라 연간 1만 명 이상 사망자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감안할 때 화장로는 매년 약 10기 이상씩 확충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확충된 화장로는 7.8기에 불과하다. 더구나 화장장은 님비현상이 적용되는 대표적 시설로, 증설에만 약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존엄한 죽음을 뒷받침할 시설과 제도 확충이 시급하다. 웰다잉 수요를 고려할 때 화장장, 영안실, 호스피스 병동 등이 훨씬 더 늘어나야 한다”라며 “법적인 부분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유언장을 썼더라도 법적 효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하니 죽음 이후 남은 가족끼리 갈등을 겪거나 소송까지 하게 된다. 독거노인의 경우 사망 후 시신 인수나 장례 등을 제3자가 진행하기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스스로 정해놓은 죽음의 방식이 있더라도 이를 실현하기 어려워, 결국 웰다잉에 이르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적으로 웰다잉을 언급하지만, 실질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이나 다름없다.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곧 그 사회의 수준을 말해준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분야인데도 정책적 논의에서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잊힌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슈 2] 벼락치기 연명의료중단, 진정한 웰다잉일까?
현행법상 연명의료중단의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혹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환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가족 2인의 진술을 통한 환자 의사 추정 혹은 가족 전원 합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올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연명의료결정제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7월 말 기준 연명의료중단 이행 건수는 29만 7313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중단이 이행된 건수는 39.2%였다. 즉 가족의 진술 또는 합의를 통한 연명의료중단이 과반수인 셈이다.
같은 자료에서 주목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 연명의료중단을 위한 서식 작성과 이행이 같은 날 이뤄진 건수가 전체의 80%가 넘는다는 것. 이에 서영석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것이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시행되고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살펴보면 나의 선택보다 가족의 선택으로 더 많이 이뤄지고, 준비하기보다 벼락치기가 더 많은 현실”이라며 “많은 국민이 제도에 참여하며 관심을 보이는 만큼 전체적으로 제도를 돌아보고 본래의 취지와 목적을 반드시 지켜낼 수 있도록 개선 및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습적 문제, 가족 눈치 보지 말아야
근래 웰다잉 관련 선행 연구들에서 언급됐던 좋은 죽음에 대한 공통된 개념 중 하나는 ‘자녀(혈연)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이다. 웰다잉은 개인의 처지와 시대적 상황, 문화 등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은 전통적 가족주의 문화가 반영됐다는 걸 알 수 있다. 남은 가족에게 심리적 부담은 물론 돌봄이나 장례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고 떠나려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웰다잉의 일부이겠으나, 심할 경우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죽음 교육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유경 사회복지사는 “웰다잉 실천을 어려워하거나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로 ‘지나친 가족 중심 문화’를 들 수 있다”며 “가령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핵심인데도,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보호자(가족) 쪽으로 결정권이 넘어가는 편이다. 환자의 치료 경과나 예후에 대해서도 당사자보다는 보호자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뤄진다.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몰라 시의적절하게 마지막을 준비하지 못하는 이도 있다. 제도나 인식이 무르익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는 환자가 미리 연명의료중단 의사를 밝혔더라도 의료진으로선 추후 분쟁을 대비해 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남은 가족의 부양이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다는 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자신의 마지막을 선택하기보다는 오롯이 ‘자기결정권’으로 주체적인 고민을 해보시길 바란다”며 “그 이후 가족들을 위해 할 일은 자신의 결정을 알려두는 것이다. 그래야만 갑자기 이별이 찾아오더라도 가족들이 우왕좌왕하거나 갈등하지 않고, 고인의 생전 뜻대로 마지막을 순조롭게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슈 3] 노인 중심 웰다잉 교육, 중장년도 외면 말길
웰다잉 분야 전문가들은 ‘죽음 교육’에 대한 수요 증가 및 활성화는 뚜렷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후기고령자 중심으로 정책 집행(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른 생애 말기 준비·설계 교육 등)이 이뤄져 다소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장소의 특성상 중장년은 교육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을뿐더러, 평생교육과의 연계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존엄한 삶 마무리’ 보고서에서도 “부모의 장례를 준비하는 40~60대를 핵심 정책 대상층으로 선정해놓고 있음에도 (이에 따른 교육 등이) 소극적이라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유경 사회복지사는 “중장년은 죽음을 먼 이야기로 여겨,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도 막상 실천으로 이어가지 못한다. 노년기에 죽음을 생각하면 주로 삶에 대한 회고지만, 중장년기에는 회고와 더불어 다가올 노년기를 계획해볼 수 있다. 즉 중간점검 기회인 셈이다. 다가오는 연말에는 나의 죽음을 떠올려보고, ‘웰다잉’을 내년 버킷리스트로 삼아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 유경 사회복지사(죽음 준비교육 전문강사)
참고 존엄한 삶 마무리 지원 정책 모니터링 및 과제(한국보건사회연구원)
*편집자 주: 국민의 30%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나라, 일본.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합니다
강아지를 기르고 있는 고령자에게 희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반려견과 함께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0%나 낮다고 합니다.
29일 일본 일간지 마이니치신문은 “고령자 1만 명이 넘는 조사에서, 개를 기르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리스크가 4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도 건강장수의료센터(東京都健康長寿医療センター)는 65~84세 1만1,194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펼쳤습니다. 대상자 중 2016년부터 2020년에 치매에 걸린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그 비율을 조사한 것입니다.
결과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발병 리스크를 ‘확률비’로 산정하면, 개나 고양이를 기르지 않은 사람을 1이라고 했을 때, 개를 기르는 이는 0.6, 고양이 기르는 이는 0.98로 나타났습니다. 한마디로 개 사육자의 발병 리스크가 40% 낮아진 반면, 고양이 사육자는 거의 변함이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산책 등 개와 함께 하는 활동이 이러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타니구치 유 연구원의 말입니다. “개를 돌보는 일상적인 운동습관이나 사회참여 기회 유지가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춥니다.”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2022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52.4%인 1227만 가구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렇게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늘어나는 반면, 정작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층간 소음으로 범죄까지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아파트 ‘위스테이 별내’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첫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로서, 입주민 약 1500명은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의 이웃이다. 뿐만 아니라 입주민이 직접 아파트 시설을 설계·운영한다는데, 그 모든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아보고자 위스테이 별내를 찾아가 봤다.
입주민이 직접 만든 커뮤니티 시설
2020년부터 사람들이 거주하는 위스테이 별내는 지하 2층부터 지상 22층의 7개 동, 총 491세대(60㎡, 74㎡, 84㎡ 3가지 주택형) 규모다. 약 1500명의 입주민은 모두 ‘위스테이 별내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아파트는 크게 전유부(거주하는 집), 공유부, 부대·복리 시설(커뮤니티 시설)로 나뉜다. 이 가운데 위스테이는 부대·복리 시설을 입주민이 직접 설계했다. 위스테이에서는 이를 ‘커뮤니티 디자인’이라고 명칭 했으며, 입주 전부터 거의 1년간 논의의 시간을 거쳤다. 그 결과로 법정 기준의 2.5배에 달하는 2777㎡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이 내실을 갖춰 조성됐다.
위스테이 단지 중앙에는 잔디 광장이 있고, 그 주변으로 커뮤니티 시설이 존재한다. 교류의 장인 동네카페를 비롯해 동네책방, 동네체육관이 있다. 작게는 빨래방, 공유주방도 형성됐다. 취미를 공유하는 공간인 동네창작소와 통네텃밭도 만날 수 있다. 아파트 외곽에는 협동상회도 존재한다.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 모두 입주민이다. 공동체 시설에 잘 어울리는 ‘동네’라는 이름 또한 투표로 결정됐다.
위스테이 별내 입주민들은 월세 10만 원을 내는데, 그중 5만 원은 커뮤니티 시설 이용료다. 입주 초기에는 ‘나는 잘 이용하지 않을 것인데 왜 5만원이나 내야 하냐’면서 볼 멘 소리를 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입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각자의 사연으로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들 만족을 표한다. 위스테이에서 커뮤니티 시설은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위스테이에 사는 사람들
위스테이 별내는 남양주 일대에서 ‘아이를 키우기 좋은 아파트’로 소문이 났다. 전 세대가 어우러져 살아가며 교류할 수 있고, 관련 시설도 마련돼 있어서다. 단지 내에는 산새꽃어린이집을 비롯해 미취학 아동 및 방과 후 학생을 위한 돌봄 센터가 있다. 외출 시 이웃에게 자녀를 맡기거나, 학부모끼리 고민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어르신을 위한 공간은 없을까. 위스테이의 60세 이상 어르신은 30·40대 입주민의 부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지 내에 있는 ‘60+센터’가 그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경로당이라고 하는 곳이다. 단순히 소통과 취미·여가를 위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도 힘쓴다.
“이웃은 나의 친구…여행보다 집이 좋아”
수요일 정오 무렵 ‘60+센터’에서는 맛있게 밥 익어가는 냄새가 났다. 오후 요가 수업을 앞두고 어르신들이 함께 밥 먹는 날이라고 했다. 가족을 표현하는 ‘식구’란 ‘끼니를 같이 먹는 사람’을 뜻하는데, 가족 같은 끈끈함이 느껴진다.
‘60+센터’ 어르신 가운데 김연진(76), 김석순(70) 씨와 얘기를 나눠봤다. 김연진 씨는 ‘비공식 요가 강사’이다. 시니어들의 요가 수업은 온라인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40년 넘게 요가 운동을 해온 그는 선배이자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석순 씨는 시니어 동아리 부회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이전에는 공동체 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던 터로 걱정이 많았지만, 현재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김연진 씨는 “최근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힘들기만 하고, 집에 가고 싶었다. 우리 아파트가, 사람들이 많이 그리웠다”면서 “집이 제일 좋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할 정도다.
공동체 삶의 장점을 묻자 김연진 씨는 “여기에서 요가도 하고, 라인댄스도 배우면서 사람들하고 정답게 살다 보니 건강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이웃들과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러깅 활동을 한다는 김석순 씨 역시 건강이 좋아졌다고 맞장구를 쳤다. 또한 그는 “꽁날(공동체의 날)에 우리 시니어들이 공유주방에서 반찬을 만들어서 팔았다. 다들 너무 맛있다고 계속 먹고 싶다고 해서 뿌듯했다. 또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할 때 앞장서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외롭지 않은 노년을 보내게 된 점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위스테이에는 홀로 사는 80대 할머니가 있다. 김연진 씨는 언니인 그분이 마음에 쓰여 일부러 종종 찾아가 말도 걸고 같이 산책도 하고 그랬다고 한다. 이제는 언니가 동생을 먼저 찾는가 하면, ‘60+센터’에도 자주 나오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단다.
‘60+센터’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시니어는 30명 정도다. 이제 그들은 돈독한 친구 같은 사이가 됐다. 김연진 씨와 김석순 씨는 “친구가 많을 필요는 없지만, 같이 늙어가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하며 웃음 지었다. “이제 우리는 서로가 없으면 안 돼. 오죽하면 나중에 우리끼리 같이 살까라는 말도 했다니깐.”
부동산 문제 해결하는 주거 모델
대규모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위스테이는 주거 안정을 꾀하는 대안적 주거 모델로 꼽힌다. 1호 별내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2호 지축은 경기도 고양시에 각각 있다. 위스테이 사업을 주관하는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김종빈 부대표는 “위스테이 사업을 시작한 지 7년째 되어간다. 초반에 정부부터 주변 사람들까지 ‘과연 가능할까’라면서 의구심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니 입주민의 만족도도 높고, 관리도 잘 되고 있어 ‘제법 괜찮았다’고 생각 된다”라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더함의 창립 멤버들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었다. 김종빈 부대표는 아름다운가게․한솔교육희망재단 등 비영리 단체 출신이다. 양동수 대표는 공익 활동에 치중해 온 변호사였다. 그럼에도 그들이 뭉친 이유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였고, 자연스럽게 주요 대상층은 30․40세대가 됐다.
“소득을 기준으로 국민을 10분위로 나눠봤을 때, 우리는 중위 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집중했습니다. 그중 8, 9, 10분위는 집이 있고, 1, 2분위는 공공이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죠. 저희는 3분위부터 7분위 정도가 저희들의 타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이 결국 30․40세대인 거죠. ‘전세 난민’, ‘하우스 푸어’, ‘영끌족’ 등 모두 30․40세대에서 시작되거든요. 그래서 입주민을 모집할 때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는 30·40세대 중에서 공동체 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자’로 아예 표적을 설정했어요.”
더함은 2016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시범사업인 ‘협동조합형 뉴스테이’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뉴스테이’ 사업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2015년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애초 취지와 달리 모든 이익을 건설사가 가져가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에 국토부는 공공성을 보완하고자 협동조합형 뉴스테이 공모 사업을 진행했고, 더함이 선정되면서 위스테이라는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기존의 뉴스테이 사업은 건설사가 자금을 대지만, 위스테이는 입주민이 ‘사회적협동조합’을 꾸려 출자하는 방식을 취했다. 건설사는 단순 도급 형태로만 참여했다. 이를 통해 임대료를 주변 시세 대비 20% 저렴하게 제공하게 됐다. 별내는 보증금이 2억 5000만 원, 지축은 2억 9000만 원이다. 그중 4000만 원은 협동조합원으로 내는 출자금(임대차 계약 해지 시 환급)이다.
“위스테이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의무 임대 기간을 8년으로 정했고, 2년마다 재계약을 진행합니다. 별내는 이미 한 차례 재계약을 했는데, 보증금은 동결이었으며 임대료는 단 1% 상승했어요. 법의 기준은 1년에 5%씩 상승 가능해서 최대 10%까지 올릴 수 있죠. 그러니까 위스테이는 비용적인 측면만 봐도 좋은 부동산 주택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8년 이후에는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어요. 우리 사업 구조가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이긴 하지만, 법 개정 요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죠.”
김종빈 부대표는 위스테이는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중·저 소득자를 위한 저렴 주택’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데, ‘합리적 주택’이 맞는 표현으로 보인다. 그는 “어포더블 하우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장기간 거주가 가능해야 한다. 두 번째, 합리적 주택 비용을 지불하는 정도 수준이어야 한다. 세 번째, 그 안에 좋은 커뮤니티가 존재해야 한다. 위스테이는 그 세 가지의 기본 개념을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공동체 생활 주거 늘어나야
위스테이는 아파트에 거주하면서도 공동체가 살아있는 마을을 만들고, 나아가 지역사회에도 기여하는 모델을 그렸다. 무엇보다 공동체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평생학습 모델인 ‘100개 마을 학교’와 ‘100개 마을 일자리’를 목표로 세웠다.
“100개 마을 학교는 이미 다 채웠어요. 악기 연주, 스포츠, 목공 등의 만들기 등, 현재 동아리를 보면 마을 학교에서 이어진 경우가 많죠. 그러나 일자리 제공은 50여 개밖에 되지 않았어요. 세입이 창출돼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마을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는 아니에요. 바리스타, 경비, 청소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정주부나 시니어가 하기 적합한 파트 타임 일자리가 많은 편이죠. 좀 더 양질의 일자리로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함의 직원 10여 명은 실제로 위스테이에 거주하는 입주민인데, 김종빈 부대표는 지축에 산다. 적극적으로 공동체 활동 참여도 하고 있다. 목공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가 하면, 한 달에 한 번은 아들과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나누는 모임에 참석한다. 직접 거주하며 느낀 공동체 생활의장점을 묻자 그는 객관적인 시선을 위해 아내의 얘기를 전했다.
“사실 제 아내가 좀 내향적인 성격이어서 위스테이로 이사 올 때 썩 내켜 하지 않았어요. 남편이 위스테이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까 동네에서 좀 알려지게 될 것 같고, 민원도 받을 것 같고 조금 부담스러웠나 봐요. 그런데 이 공간이 주는 힘이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해서 지금은 굉장히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요. 둘째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학부모들끼리 엄청 친해졌더라고요. 여행도 다녀올 정도로요. 또 단지 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사람들하고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공동체로 산다는 것은 분명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가족끼리도 싸우는데 ‘갈등’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을 터. 더함은 이를 예상했고, 조합원들이 입주 전 갈등 조정 교육을 60 시간 이상 이수하도록 했다. 또한 위스테이는 갈등 조정 위원회도 두고 갈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공동 주택인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3대 분쟁은 주차·층간 소음·반려동물 문제를 들 수 있다. 특히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Pet+Family)족’이 늘고 있는데, 위스테이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별내에서는 입주 초기에 반려동물 훈련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과 함께 ‘별나개(별내에 나쁜 개는 없다)’ 워크숍을 했었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을 상대로는 에티켓에 대해 얘기했고,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가족에게는 예상되는 불편함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죠. 그리고 세 번째로 같이 모여서 약속했어요. ‘목줄 잘 채워줘’, ‘배변 잘 치워줘’ 등의 약속이 오갔죠. 별내에서는 2년 전 조사 결과지만, 30~40% 정도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요. 1인 가구 거주율이 높은 지축은 50% 가까운 사람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축에서는 목공 동아리에서 반려동물의 배변을 치울 수 있는 간이 부스를 만들었고, 운영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동아리가 하고 있기도 합니다.”
김종빈 부대표는 물론 입주민은 위스테이와 같은 좋은 주거 모델이 지속해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꼭 위스테이 3호가 아니더라도 ‘공동체 생활이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의 주거 모델’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근혜, 문재인, 현재의 윤석열 정부까지. 대통령이 세 번이나 바뀌는 기간이었는데, 정부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모는 딱 한 번 이뤄졌어요. 위스테이와 같은 주거 유형은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적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2100만 가구가 사는데, 딱 1000세대만 독특한 모델인 위스테이에 살고 있는 거죠. 앞으로 정부의 노력도 이뤄져서 그 숫자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