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출신의 A(81세) 씨는 11세에 부모를 모두 여의고 홀로 상경했다. 사업가인 모 독지가 눈에 띄어 그 밑에서 일하게 되었고, 고생 끝에 독립해 제조업과 부동산 중개업으로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지금은 큰아들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준 탄탄한 중견기업과 강남 소재 빌딩 3채, 아파트 등을 가지고 있다. 부인이 몇 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나기는 했지만 아들 둘, 딸 셋, 10여 명의 손자녀, 증손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A 씨는 사소한 것들을 자주 잊어버리곤 했다. 단지 기억력이 조금 떨어진 것이겠지 했는데 그로부터 1년 뒤 알츠하이머병 확진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요즘은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주위 사람들은 물론 가족도 거의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A 씨 가족의 분란은 약 6개월 전 둘째 딸이 간호를 핑계로 A 씨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둘째 딸이 재산을 제멋대로 처분하자 나머지 형제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여기에 빌딩 3채를 포함한 전 재산을 둘째 딸에게 주겠다는 A 씨의 유언장이 작성되자, 나머지 가족은 법정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A 씨는 현재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고 자신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족들은 세 패로 나뉘어 자신이 아버지를 모셔야 하고 법률 대리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재산을 먼저 받은 사람은 돌려놓고 유언장도 무효로 해야 한다며 싸우고 있다.
자녀들은, 그의 건강이 어떤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어떤 치료가 필요하고 어떨 때 가장 행복해하는지 관심이 없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척하지만, 상속이 이뤄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온 신경이 쏠려 있을 뿐이다.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먼 훗날의 일이거나 남의 집만의 이야기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필자가 서울가정법원에서 3여 년간 담당했던 성년후견제도 관련 사건은 약 1500여 건에 이른다. 몇백만 원의 임대아파트 보증금이 재산의 전부인 경우부터 몇조 원의 재산을 가진 대기업 총수 사례까지 다양했다. 싸우는 양상도 A 씨 가족과 거의 비슷했다. 의사, 법조인, 교수, 대기업 임원이라 해도 갈등하는 모습이 똑같은 걸 보면, 돈에 대한 욕심은 배움, 지위 고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 7월부터 우리나라에 도입된 성년후견(成年後見)제도는 질병, 노령, 장애 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 때문에 자신의 사무를 스스로 처리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을 다른 사람(후견인)이 돕는 제도다. 정신적 문제의 원인으로는 치매나 뇌출혈 등 뇌병변이 가장 많고, 조현병 같은 정신병이나 발달장애도 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무는 재산에 관한 것도 있지만, 거주지나 치료 방법을 결정하고, 사람을 만나고 전화 수신이나 우편 수령 등과 같은 신변에 관한 것도 있다. 정신적 문제의 정도에 따라, 혼자서는 사무를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중한 경우에 개시되는 ‘성년후견’과 몇몇 사무에 한해 도움을 줘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한정후견’으로 나뉘고, 특정 사무에 대해서만 지원을 해주는 ‘특정후견’도 있다. 후견을 받아야 할 사람(피후견인)에게 정신적 문제가 생기기 전에 후견인을 누구로 할지, 후견인에게 어떤 권한을 줄지에 대해 계약을 통해 미리 정해둘 수도 있는데 이를 ‘임의후견’이라고 한다.
가족들 중 피후견인과 정서적으로 가장 가깝고 피후견인을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이 후견인이 되는 게 일반적이다. 가족이 추천하는 사람이 후견인이 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A 씨의 경우처럼 서로 후견인이 되겠다고 싸우는 경우는 변호사나 사회복지사 같은 전문가가 선임되기도 한다.
자신이 선택한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재산을 관리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재산이 자녀들에게 독이 아닌 복이 되게 하고 A 씨 가족과 같은 진흙탕 싸움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치매 등 정신적인 어려움은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려면 보험을 들듯 임의후견 계약을 미리 체결해두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자녀들이 다투지 않도록 재산을 신탁회사에 맡겨두고, 사망한 후 자신이 정해둔 조건에 따라 재산이 사용되고 처분되도록 미리 신탁계약을 체결해놓을 수도 있다. 존엄하고 아름다운 삶의 정리를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유언장(훗날 자녀들의 분쟁을 방지하려면 현재의 정신건강 상태를 증명하는 진단서를 첨부해두는 것이 좋다)을 미리 작성해두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평생을 바친 가업이 있다면 누구에게 언제 승계할지, 과다한 세금을 어떤 방식으로 줄여야 할지, 후계자 교육이나 기업 구성원 사이의 갈등에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치밀한 전략을 세워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판사로 활동. 2015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한정후견개시사건을 담당했고, 2018년부터 2019년 2월까지는 상속재산분할사건, 이혼과 재산분할 등에 관한 가사항소사건을 담당하는 합의부 재판장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상속, 후견, 가사 분야에 있어서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제대로 상속을 준비한다는 건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즉 웰다잉과도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남은 가족의 삶에 힘이 되고 밑거름이 되는 소중한 행위다. 상속에 관한 지식을 채우고 지혜를 일깨워줄 도서들을 소개한다.
상속·증여 A to Z, 2018 신간
1) 2018 아버지는 몰랐던 상속분쟁 (최세영 외 공저, 삼일인포마인)
상속분쟁을 피하기 위한 과정, 상속세를 합법적으로 줄여나가는 방법, 신탁과 보험을 이용해 의도대로 재산승계를 이루는 노하우 등을 담았다. 일반적으로 기피하는 ‘죽음’을 삶의 연속으로 받아들이고, 유종의 미 차원에서 ‘상속’을 이야기한다. 남은 자녀들을 위한 아버지의 마지막 배려로서 재산을 남기는 방법을 사례로 풀어간다.
주요 목차 △똑같이 나눠준 재산, 과연 정답일까? △치매가 두려울 때, 나의 현명한 선택은? △아들에게 바로 증여하지 마라! 며느리가 나설 때다! △증여세 부담 없이 자녀의 창업자금 마련할 수 있다
2) 재산, 자식에게 절대로 물려주지 마라 (노영희 저, 둥구나무)
제목은 말 그대로 자녀에게 재산을 주지 말라는 뜻이 아닌, 어떻게 잘 물려줄 것인지 고민하고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저자는 “진정 자식의 행복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상속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너무 늦지 않게, 정신이 멀쩡할 때, 가족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마음으로 상속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요 목차 △재산상속, 이렇게 황당한 케이스도 있나? △새로운 선택 ‘상속보다 기부를’ △물려준 재산 되찾기 △5070세대가 꼭 알아둬야 할 상속증여의 기술
3) 2018 기업경영과 증여·상속 (김창영 저, 영화조세통람)
증여세 관련 기본사항과 상속에 대한 민법 규정을 포함한 상속세 기본사항을 순차적으로 풀어냈다. 거래유형별로 증여문제를 상세하게 구분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증여세 과세특례 부분은 별도로 구성했다. 상속이 개시된 이후의 주요 절차, 업무처리기관, 신고 시 필요서류 등 실무사항을 알려주며, 활용도 높은 상속세 및 증여세의 절세전략을 소개한다.
주요 목차 △거래유형에 따른 증여의 이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공과금, 장례비, 채무액을 빠짐없이 챙겨라! △상속 개시 후 절세방법은 이렇다!
사례로 풀어본 상속·증여
1) 상속전쟁 (구상수 외 공저, 길벗)
남편이 생전에 내연녀에게 준 재산에 대한 상속세 고지를 본처가 내야 하는 황당한 경우, 친어머니처럼 모시며 지극정성으로 병수발까지 한 새어머니의 재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 등 황당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상속 관련 사례들을 담았다. 책을 읽고 나면 상속법은 때론 야속하지만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요 목차 △분쟁을 피하라! 올바른 유언의 방법 △엇갈린 부부, 억울한 자식… 상속에서 일어나는 뜻밖의 스캔들 △남다른 스케일, 기업&가업 상속
2) 최신 사례로 꼼꼼히 설명한 상속 증여 (홍원표 저, 인벤션)
최대한 절세하면서 재산을 남겨줄 수 있는 안전한 길을 제시한다. 아울러 법에 저촉되는 방법을 선택했을 때 감수해야 할 위험성도 함께 지적한다. ‘Q&A 코너’를 마련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일반인이 굳이 알 필요 없는 어려운 상속 이론은 덜어내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사례 중심으로 쉽게 설명한다.
주요 목차 △상속vs증여vs양도 무엇이 유리할까? △개인 기업을 미리 물려주고 싶다면 법인전환 후 승계하라 △보험은 정말 상속세를 절세할 수 있을까?
3) 세금은 아끼고 분쟁은 예방하는 상속의 기술 (전오영 외 공저, 매일경제신문사)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상속 분쟁을 어떻게 준비하고 해결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상속 전문 세무사들이 제시하는 상속 가이드라인과 상속세 기본 계산 구조, 상속공제, 세액공제, 올바른 납부방법 등을 통해 상속세를 아끼는 방법을 소개한다. 상속 이후 상속인들이 상속 재산을 운용할 때 발생하는 세금을 최소화하는 방법까지 담았다.
주요 목차 △그래도 챙겨주고 싶은 자식, 더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든 재산을 주는데 부모 노후를 책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상속, ‘돈’이 전부는 아니다
1)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의 모든 것 (서건석 저, 라온북)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상속의 다른 측면, 돈이 아닌 인생의 지혜와 가족정신을 물려주는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가족이 돈에 대한 경제관념을 공유하고, 함께 봉사·기부 등을 하면서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자녀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 세대의 정신적 유산을 잘 상속하는 법을 통해 3대가 부유해지는 상속 전략을 상세하게 안내한다.
주요 목차 △3대가 부유해지는 철학과 가치관 상속 △위대한 상속을 위해 당신이 오늘부터 시작할 것 △나의 상속 계획을 가족과 공유하라: 상속노트
2)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 (짐 스토벌 저, 예지)
세계적인 대부호 레드는 유언장을 통해 그의 손자에게 일생일대의 프로젝트 ‘최고의 유산’을 상속한다. 손자는 매달 1개씩 12개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는 레드가 유산상속을 빌미로 돈보다 소중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고자 한 것이다. 손자는 ‘최고의 유산’을 거머쥐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과제를 수행하지만, 결국 12가지 인생의 지혜를 터득해나간다.
주요 목차 △‘일’이란 유산 △‘고난’이란 유산 △‘나눔’이란 유산 △‘하루’란 유산
3) 유대인의 상속 이야기 (랍비 조셉 텔루슈킨 저, 북스넛)
유대인이 상속받아온 정신적 유산 40가지를 정리했다. 그들의 유산에 담긴 지혜와 번영에 관한 조언부터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까지 아우른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삶을 살다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지켜야 할 유대의 전통과 관습을 담았다. 말미에는 유대인들이 상속받는 특별한 7권의 도서를 소개한다.
주요 목차 △자녀를 현명하게 사랑하라 △보화보다 지혜를 물려주어라 △유대인이 물려받은 책들
부모는 주는 존재, 자식은 받는 존재 김미나 동년기자
‘내 몫은 얼마나 될까’, ‘언제쯤 주실까?’
그러나 짜다는 소리 들으며 부를 축적하신 부모님께 성화를 부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투잡을 뛰고 하얀 밤 지새우며 일했지만, 누구는 연봉 3억이란 말에 손을 떨궜다. 언젠가는 주시겠지 하는 느긋한 마음도 아이들이 자라고 사교육에 등골이 휠 때마다 절심함으로 밀려왔다.
그렇게 기다림에 지쳐가던 사촌 언니의 넋두리에 드디어 종지부가 찍혔다. 부모 도움 없이 성공하는 일이 정말 힘든 세상이라며, 내 자식 뒤처질까 증여를 해주셨다는 것이다. 환한 목소리로 곧 이사를 해야 한다며 전화를 끊는 언니는, 가뿐하게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꽃밭으로 들어갔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으로 아들 유학도 보냈다. 만만치 않은 등록금 폭탄에도 한숨이 터지지 않았다. 중년 이후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 노후자금 끌어다 자녀 유학비 대는 것이라지만 언니 마음은 늘 아들에게로 향했다. 남편과 부딪혀도 위로를 해주는 건 아들이고, 엄마 스테이크를 한입 크기로 잘라서 먹기 좋은 쪽에 놓아주는 사람도 아들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다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자녀들은 나만큼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에 직면하니 더 안쓰러웠다. 부모 잘 만나는 것도 능력이라는 자조가 씁쓸해도, 받은 것이 있으니 주기가 한결 수월했다. 인생에서 돈이 다는 아니지만 돈만 한 것이 없고 그 맛을 봤으니 어쩌랴.
유학을 마치고 모두들 어렵다는 취업 허들도 가뿐히 넘은 아들이 여자 친구를 데려왔다. 둘이 결혼 말이 오간 모양인데 외동딸인 여자 친구 앞으로 번듯한 아파트가 있다고 했다. 게다가 그 집에서 신혼살림을 하기로 했다니 돌아서 빙그레 웃었다. 그러던 중 문제가 생겼다. 신혼살림을 하려던 그 집이 살고 있는 세입자와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 입주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쌉싸래한 기분을 내색할 수도 없어 아들 가진 쪽에서 적잖은 전세금을 내줬다. 얼마 후 며느리의 임신 소식에 그간의 속상함은 어디론가 내빼고 애정이 솟았다.
연이은 한파가 휘몰아쳐 뼈마디가 시큰거리고 마음까지 곤두박질치던 어느 겨울날이었다. 짧은 추위에도 내의를 챙겨주던 아들이 전화를 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장장한 대화 중에 엄마의 단락은 없었다. 장모님께서, 매서운 추위에 사위 감기라도 걸릴까 두툼한 패딩 사 입으라 50만 원을 보내셨다는 감동 소감만이 물결쳤다. 엄마도 거기에 공감하라는 메시지를 폭풍 전송하고 있는 남자가 아들이었다. 사돈댁 지원에 제스처를 취해야 할 것 같아 상응하는 임신 축하금을 보냈다. 아들은 오래된 집이라 아기 키우기에 춥고 불편해 이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흘렸다.
찌르르하면서 멍함이 파고들었다. 아들은 잊고 있나보다. 막대한 유학비와 조건 없는 억대의 전세자금이 흘러 들어간 벅찬 사정을. 그때 감사 표현을 지금 감동의 조각만큼이라도 했던가. 제 돈 가져가는 것처럼 당당했지. 크고 작은 결제를 할 때도 머뭇거림 없었지. 주저 없이 카드를 썼지. 손 벌려 받은 것이니 그렇게 써도 되는 돈이라 생각했겠지. 부모가 영원한 봉이냐고 말하려다 사촌 언니 스스로 말문을 닫았다. 마치 자기가 들어야 할 말처럼 뜨끔해했다. 애써 모은 내 돈 쓸 때는 가슴이 벌렁거리고, 부모님이 고생하며 번 돈 쓸 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어느 날 뚝 떨어진 돈, 쓰는 재미가 쏠쏠했고 잘 먹고 잘 사니 어깨가 가벼웠다.
울적한 마음 달래보려 남편 앞세워 여행을 기획했다. 그런 사촌 언니에게 아들은 말했다. 3~4년 후에 아이 크면 그때 함께 가자고. “어이쿠, 이게 바로 친구들이 뜯어말렸던 ‘육아 도우미’ 패키지 여행이로구나.” 손주와 가는 여행에 따라나섰다가는, 독박 육아에 여행 경비 떠맡을 돈줄로 내몰려 여행은커녕 스트레스만 뒤집어쓰고 돌아오게 된다 하지 않았던가. 사촌 언니는 소리 소문 없이 빠르게 여행을 떠났다. 답 없는 질문을 변명으로 툭 던지면서.
애초에 부모는 주는 존재, 자식은 받는 존재로 태어난 것일까.
자연으로 돌려주고 싶은 유산 백외섭 동년기자
지난 여름휴가 때 지인으로부터 제주도 초대를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자산관리사인 내가 이번 그의 여행에 동행해 상속재산 ‘제주 땅’을 찾고 그 활용 방안 자문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휴가를 겸해서 떠난 상속재산 찾기 여행. 이른 아침 거북바위에서 바라보는 제주도의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는 자신이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에 그 땅이 있을 것이라 했다. 모친에게 상속등기를 해놓은 땅인데, 성산일출봉에서 가깝다는 ‘제주 땅’을 아직 본 일은 없다 했다. 아직 젊은 그는 재능기부 창업상담 활동을 하면서 나와 만났고 가끔 산행을 같이하면서 교류하는 사이다.
상속은 멀리 그의 외조부로부터 시작됐다. 옛날에는 상속지분이 지금처럼 ‘남녀평등’하지 않았다. 아들과 딸, 호주상속자 차별이 심했다. 제사를 모시는 장자에게는 듬뿍 주고, 출가한 딸의 몫은 거의 없었다.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도 오늘날처럼 상속분쟁으로 패가망신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의 외조부는 아들 하나와 딸 셋을 두었다. 집과 선산, 문전옥답은 아들 몫이 될 터였다. 외조부는 임종이 가까워지자 세 딸도 생각했다. 농토의 일부를 정리한 뒤 현금을 마련해 딸들에게도 재산을 똑같이 나눠줬다. 이는 상속과 구분하기 어려운 증여였다. 그의 어머니와 이모들은 생각지도 않은 돈을 받고 생활 여건에 따라 긴요하게 사용했다. 어렸을 때 그가 부모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였다.
큰 회사 제주지사에 근무했던 그의 부친은 장인에게서 받은 돈이므로 땅에 묻어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장래에 집 지을 생각으로 적당한 곳의 임야를 샀다. 개발전망이나 투자가치 같은 건 생각지도 못했던 옛날이야기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서울로 발령이 났고, 그 후로는 제주도에서 살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그의 가족은 그 땅을 보지도 않았고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성산일출봉이 바라보이는 곳인데도 누구 하나 찾는 사람도 없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그 땅에 있었다. 우선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분석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는 창작예술 사업가였는데,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차를 운전하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뭔가 창작소재를 찾고 싶은 눈치였다.
얼마 후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던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주소대로 안내를 받은 곳은 해안의 반듯한 도로와는 전혀 다른 비포장도로였다. 한참 더 들어가서야 차가 멈췄다. 우리가 찾는 ‘임야’였다.
하지만 도로보다 조금 낮게 야트막한 늪이 펼쳐져 있었다. 물오리 몇 마리가 수영을 즐길 정도로 물이 있었다. 상당한 넓이의 임야 중 절반이 그랬다. 경사진 땅으로 가려면 늪에 배를 띄워야 할 형편이었다. 이른바 맹지였다.
“허허! 이게 뭐야?”
그의 헛웃음이 주변으로 메아리쳤다.
가까운 곳에 몇 가구가 사는 조그만 마을이 있었다. 마침 ‘토박이 부동산’ 어르신을 만났다. “옛날에는 모두 땅이었는데, 웬일인지 지반이 점점 내려앉아 물이 고였다”고 설명해줬다. 토지로 활용하려면 늪을 메워야 하는데 지반이 약한 제주에서는 장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일출봉 앞 백사장에서 우린 맥주를 들고 마주 앉았다. 낮에 봤던 물오리 몇 마리가 눈에 어른거렸다. 인공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풍경, 물오리가 사는 늪이 좋았다. 그러니 그 ‘제주 땅’을 자연으로 돌려주자!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공평한 나눔에 대한 생각 박종섭 동년기자
공평한 나눔이란 어떤 것일까? 어느 집이든 이런 물음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크든 작든 돈과 연관이 되면 하나의 답을 내기가 어렵다. 그리고 상속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이 걸려 있다. 핏줄을 나눈 형제도 있고 배우자도 있다. 아무리 우애가 좋은 형제라도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산 때문에 사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겪지 않았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며 6남매를 키우신 우리 부모님은 부지런히 일해 돈이 생길 때마다 근처의 땅을 사들이셨다. 부자는 아니었지만 시골에서는 논마지기깨나 있는 집안이 된 것이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부모님이 땅을 살 때마다 명의를 자식들 앞으로 하나둘 해놓으셨다는 걸 알게 됐다. 집 앞 논은 큰아들, 고개 넘어 서 마지기는 작은아들, 그리고 주산골 밭 한 뙈기는 막내아들, 이런 식이었다. 그때는 그게 별거 아닌 것 같았고 큰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그 유산이 자식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게 됐다. 무엇보다 자식들이 서로 마음 상하지 않고 감사해하며 부모님 제사를 지낼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아들에게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이 땅은 팔지 않고 네게 물려줄 거다. 그러니 너도 팔지 말고 훗날 네 아들에게 물려줘라. 저 건너 밭은 네 사촌형 밭이니 사촌끼리도 잘 지내도록 하라.”
내 처가도 형제간 우애가 정말 좋다. 부모님이 아직 생존해 계셔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형제들은 시골에 자주 모여 즐겁게 지냈다. 가을이면 텃밭의 배추를 뽑아 온 가족들이 모여 김치를 담그고 맛있는 보쌈김치도 만들어 두툼한 돼지고기와 막걸리를 곁들이며 축제를 열었다. 남은 텃밭에는 형제들이 나눠 먹자고 건강에 좋다는 ‘아로니아’ 나무를 심었다. 형제들이 모여 거름 주고 김매고, 열매가 까맣게 익으면 함께 수확을 하곤 했다. 어느 가족 못지않게 형제들 사이가 좋았다.
그런데 작년에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옛날 어른이라 그런지 덩치가 가장 큰 뒷산은 장남에게 벌써 명의이전을 해놓으셨다. 나머지 논밭 그리고 집이 있는 대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있다. 분배 과정에서 서운함이 있었고 결국 형제들은 옛날 같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었다. 물론 법이 있기는 하지만 형제간 문제는 법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살아 계실 때 어느 정도 정리하시고 가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특별수익’을 챙긴 손윗사람이 먼저 마음을 비우고 아랫사람을 품어야 한다.
공평한 나눔이란 어떤 것일까? 내가 나눠놓고 선택 우선권은 상대에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상황은 거의 없다.
삶에서 죽음은 피해갈 수 없으며 세금 또한 죽음으로 인해 사라지지 않습니다. 세금에 대해 미리 대비하면서 생전 본인의 재산을 미리 증여하는 방법을 통해 상속이 발생한 후 논란이 없도록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에 손주에게 상속 또는 증여 방법으로 부동산 등을 물려줄 경우 고려할 사항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상속인이란 상속으로 인해 피상속인의 재산을 받는 자로 ‘민법’에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피상속인의 유언이 없는 경우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법정상속분을 상속 순위에 따라 받을 권리가 생기며 각각의 상속인은 상속세 납세의무를 갖게 됩니다. 상속을 받으면 상속인에 따라 법정 순위가 정해집니다. 이는 상속인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 상속으로 인한 분쟁을 미리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제1순위 상속인인 직계비속은 자녀를 말하며 여러 명인 경우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직계비속에 자녀와 손주 둘 다 있다면 최근친인 자녀가 우선 상속자가 되고 손주는 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손주가 직접적인 상속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속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데 그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유언으로 손주에게 상속분을 지정하는 것입니다. 이를 지정상속분이라 합니다. 다만, 손주가 유언에 인해 상속을 받더라도 법정상속인 보호를 위해 전부 다 인정해줄 순 없으며, 유류분제도를 통해 법정상속분의 한도 내에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대습상속이 되는 경우입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상속인이 사망했거나 결격 사유로 상속권을 상실하면 이를 대신해 그의 배우자나 직계비속이 상속받는 것을 말합니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 상속권을 상실하면 손주가 상속인을 대신해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세대를 넘어 손주에게 상속이 되면 대습상속의 경우를 제외하고 상속세 산출세액에 30~40%를 할증해 과세가 됩니다. 이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 아닌 손주에게 상속함으로써 상속 또는 증여세의 부담을 건너뛰고 한 번에 부를 이전해 세금부담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이렇듯 손주는 직접적인 상속인이 아닌 상속인 외의 자에 해당됩니다. 피상속인이 손주에게 부동산을 주고 싶을 때 유언을 남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까요? 사전에 세대를 건너뛴 증여를 한다면 세법상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피상속인이 생전에 본인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망하기 전에 미리 손주에게 직접 증여를 한다면 손주가 부담하게 되는 증여세와 상속이 개시된 이후의 상속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사전증여, 점검해야 할 부분은
증여를 받은 손주에게는 증여재산가액에서 5000만 원을 공제해주며 손주가 미성년자인 경우 2000만 원까지 공제해줍니다. 다만, 동일인으로부터 10년 이내 증여를 받은 금액이 있는 경우 이미 공제받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제액에 대해서만 받을 수 있으니 증여받은 시점에 10년 이내 받은 재산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손주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도 세대를 건너뛴 증여에 대한 할증과세가 적용됩니다. 증여세 산출세액의 30~40%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산해 과세하며, 이 경우에도 증여자의 직계비속이 사망하면 가산되지 않습니다.
이후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상속이 발생하기 전 미리 증여한 재산가액은 상속재산에 포함하도록 하는데, 이는 사망 전 증여를 통해 상속세의 누진적인 세율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손주는 상속인 이외의 자로서 상속개시일 전 5년 이내 피상속인이 증여한 재산가액에 대해서만 상속재산가액에 포함되며, 증여일부터 상속개시일까지의 시가 상승분은 고려되지 않는 증여일 현재 시가로 상속재산가액에 합산됩니다.
세대를 건너뛴 분산증여
따라서 손주에게 증여하는 경우 할증되어 과세가 되지만 여러 명의 손주들에게 분산해 증여할 수 있다면 각각 증여재산공제액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증여세 과세표준이 낮아짐에 따라 낮은 세율구간에서 과세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동산의 가치 상승분을 고려해볼 때 세대를 건너뛰고 미리 증여하면 증여 당시 평가한 가액으로 증여세가 먼저 과세되고, 상속개시일 이후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증여재산가액은 상속 당시가 아닌 증여 당시 평가한 가액이 적용되므로 미리 증여하는 게 유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손주는 상속인 이외의 자에 해당되어 증여 후 5년이 지난 후에 상속이 이루어진다면 상속재산가액에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금전소비대차계약 등 그 외 방법
부동산이 아닌 현금을 증여하게 될 때는 차용계약서를 작성해 금전소비대차계약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손주에게 교육비나 용돈을 목적으로 현금을 주는 경우 사회 통념 내 범위로는 과세하지 않습니다.
상속과 증여는 개개인의 상황이 다르고 갖고 있는 재산의 규모도 다양하기 때문에 단번에 판단할 수 없는 사항입니다. 긴 시간을 갖고 전문 상담을 받는 것이 절세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 사료됩니다.
현금 및 유가증권, 귀금속류, 부동산(회원권), 주식(상장 및 비상장 불문), 금융자산(금융상품) 등의 전통적인 상속 재산 이외에 미술품에 대해서도 상속 문의가 늘고 있다. 미술품은 고급 취미를 즐기면서 저금리 시대의 대체 투자 상품이 될 수 있다. 세무변호사의 시각에서 본다면 부동산, 주식 및 금융자산은 실명 등기 또는 등록이 의무이고 그 평가기준이 비교적 체계화되어 있어 과세당국이 양도, 증여 및 상속과 같이 그 소유자(귀속자)의 변동을 쉽게 포착해 과세할 수 있다. 반면, 미술품은 양도, 증여 및 상속 여부와 같은 소유자(귀속자)의 변동을 과세당국이 쉽게 포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이를 포착하더라도 그 과세표준(즉, 세금을 얼마나 매길 것인가)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미술품 부과 세금, 이렇게 다르다
그렇다면 미술품에 대한 세금은 어떻게 부과될까? 원칙적으로는 미술품의 생성단계(작가의 측면), 유통단계(화랑, 경매 회사의 측면), 소비단계(수집가, 미술관의 측면)로 구분해야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필요한 범위인 수집가 측면에서 미술작품을 양도, 증여 및 상속하는 경우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미술품 과세를 소개한다.
먼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개인이 미술품을 양도할 경우다. 양도인은 미술품 양도로 인해 일정한 소득을 얻는다. 그 소득에 대해서는 ①그 양도가액이 건당 6000만 원 이상인 경우에 한해(금액 기준), ②그 작품이 외국 작가의 작품이거나 또는 양도 시점에 국내 원작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에 한해(작가 기준), ③‘양도소득’이 아니라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된다(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④기타소득으로 과세되는 경우라도, 미술품 양도가액의 80%, 미술품 보유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양도가액의 90%까지 필요경비가 인정되고, 실제 소요된 필요경비가 위 금액보다 크다면 실제 소요된 금액만큼 필요경비가 인정된다(고율의 필요경비 인정). ⑤분리과세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미술품 양도인에게 그 대가를 지급하는 자가 양도가액에서 위 필요경비를 차감한 금액에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을 적용한 금액을 원천징수한 뒤, 다음 달 10일까지 세무서에 납부하는 것으로 세금 납부가 종결된다(세금신고 및 납부의 간편성).
요약하면, 다른 경우에 비해 소득세 부담이 적고 소득세 신고납부의 절차도 간편하다. 또한 미술품 거래에는 부가가치세가 면세된다. 부가가치세 및 개별소비세까지 과세되는 귀금속 거래에 비해 유리하다. 주식거래와 달리 증권거래세도 없고, 부동산(회원권) 거래와 달리 취득세도 없다. 게다가 실무적으로 볼 때 미술품은 등기·등록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양도의 경우 양도인에게 그 대가를 지급하는 자가 원천징수를 하지 않더라도 이를 과세당국이 포착해 과세하기는 더더욱 어렵다(참고로 양도인이 원천징수를 하지 않을 경우 원천징수불이행가산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다운계약서, 불법적 요소 주의해야
양도와 달리, 미술품을 증여 또는 상속할 경우에는 다른 재산 대비 유의미한 절세제도는 도입되어 있지 않다. 미술품을 증여 또는 상속할 때는 다른 재산과 동일하게 증여 또는 상속세를 신고 및 납부해야 한다. 다만, 증여 또는 상속세를 과세하기 위해서는 증여 또는 상속 재산을 증여 또는 상속일 당일의 ‘시가’가 얼마인지를 금액으로 평가해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미술품에 대해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2인 이상 전문가의 감정평균금액과 국세청위촉 3인에 의한 감정평가심의회 감정가액 중 높은 금액으로 미술품의 ‘시가’를 결정한다. 미술품의 경우 일반적인 재화와 달리 작품별 소장가치 및 투자가치가 가격 형성의 기초가 되어 참고할 만한 다른 가격을 찾기 어렵다. 전문가라 하더라도 평가에 주관적 가치가 개입될 수밖에 없어 그 평가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평가금액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최선은 아니겠지만 차선으로 위와 같은 ‘시가’ 결정의 기준이 마련돼 있다.
그 때문인지 위와 같은 미술품의 ‘시가’ 결정에 대한 세법규정에도 불구하고, 실무상으로는 세무조사 단계에서 피상속인의 미술품 취득가액이 입증될 경우 그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증여세 또는 상속세를 과세하는 사례도 여전히 존재하고, 이를 고려해 일단 미술품 취득에 대해서는 소위 ‘다운계약서’를 체결해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다운계약서’ 작성은 오히려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서 조세포탈죄로 처벌받을 여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물론, 다운계약서가 아니라 실제 취득가액을 기재한 매매계약서나 경매기록을 보관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고, 실제 큰 도움이 된다. 이런 기록들은 관리를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챙겨두는 것이 자녀들의 상속세 또는 세무조사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길이다.
한편, 부동산이나 유가증권과 달리 상속 재산인 미술품으로 물납(物納)할 수 없다. 즉 미술품의 경우 상속세를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자녀에게 다수의 미술품을 상속하려면 그에 대한 상속세 납부재원을 반드시 함께 마련해야 한다. 미술품을 자녀들에게 상속하지 않고 공익법인에 출연해 자녀들에게 관리하게 함으로써 당장의 증여세 또는 상속세를 절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공익법인의 경우 미술품 출연 이후 생각보다 까다로운 규제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미술시장은 거래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렵고 거래비용이 과다하다. 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품의 유통 및 감정에 관한 법률을 추진 중이고, 부동산처럼 일정 기준 이상은 등록제 또는 공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미술계의 지적도 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무책임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향후 어떻게 미술품 관련 법과 세제가 정비될 것인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미술품에 대해서도 상속세 물납을 허용하도록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하고, 개인 소장자의 미술품 양도에 대한 과세기준을 현행 6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며, (이번에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법인의 미술품 구매에 대한 손금 인정 한도를 건당 취득금액기준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 이를 통해 전체적인 미술품 거래가 활성화 및 양성화되길 바란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당연히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 규모도 매우 커졌다. 서울 대부분의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 과거 부자의 상징이었던 백만장자는 지금의 관점에서는 부자 축에도 들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개인들의 재산 규모가 확대될수록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상속과 증여의 문제다. 과연 자녀에게 어떻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좋을까? 일률적으로 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국민들 상당수가 공통적으로 고민할 법한 사례들을 통해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재산의 대물림과 관련해 실제로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대표적인 사례 세 가지와 그에 대한 해법을 나름대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사례1. 상속이 좋을지, 증여가 좋을지
김갑동(가명) 씨는 상속을 해주는 것보다는 미리 증여를 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이익이라는 말도 들었고, 아들이 원하기도 해서 아들에게 미리 증여를 해주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아직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별 문제가 없어서 앞으로도 꽤 오래 생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재산을 증여한 이후 아들이 자신을 제대로 부양하지 않을까봐 걱정이다.
많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미리 증여를 해준 후 생계가 곤란해지거나 자식들이 부모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무시할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부모가 자식에게 증여를 할 때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고 부양할 것을 약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만약 자식이 그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이미 증여한 재산의 반환을 청구하면 법원이 받아들여줄까? 이러한 증여는 법률상 ‘부담부증여’에 해당될 수 있다. 증여를 하되 증여받는 사람, 즉 수증자에게 일정한 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부담부증여를 받은 수증자가 부담을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자는 계약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다(민법 제561조).
문제는 그러한 부담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의 여부다. 증여는 원래 부담 없이 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부담이 있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 즉 부모가 부담의 존재(재산을 증여하는 대신 부양하기로 했다는 사실)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보통 부모 자식 간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증여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보니 부담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이른바 ‘효도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증여를 하는 대신 부양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만약 이를 어기면 증여한 재산을 다시 반환한다는 취지의 계약서인 것이다. 이런 계약서를 작성해두면 나중에 자식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부담부증여임을 주장, 입증하기가 매우 용이해진다. 즉 증여 재산을 다시 반환받기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고 꺼려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긴 하지만, 미래에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증여하기 전에 꼭 효도계약서를 작성해둘 것을 권한다. 그리고 효도계약서의 내용은 가급적 구체적일수록 좋다.
사례2. 위대한 상속, 아름다운 증여
김을동(가명) 씨는 아들과 며느리가 자신에게 잘해주고 대를 이을 손자도 있어서 아들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주고 싶다. 그래서 전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취지의 유언장을 작성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유언장을 작성하면 자신이 사망한 후 아들과 딸들 사이에 분란이 생길 것 같아 걱정이다.
남아선호 사상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딸보다는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 부모가 많다. 특히 가업을 물려주고 싶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유류분제도라는 것이 있어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유류분이란 상속 재산 중에서 피상속인(부모)이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고 상속인(자녀)을 위해 법률상 반드시 남겨둬야 할 일정 부분을 말한다.
‘상속 재산 중 남겨둬야 하는 부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상속으로부터 배제된 상속인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다. 상속으로부터 배제된 배우자나 자녀들은 생전 증여나 유언이 없었다면 자신이 원래 받을 수 있었을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유류분으로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1112조).
법정상속분 전체를 반환받지 못하고 2분의 1만 반환받도록 한 이유는, 피상속인의 이익과 상속인의 이익이라는 상반되는 두 개의 이익을 균형 있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즉 피상속인에게는 유언의 자유가 있고, 자기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자유가 있다. 그런데 유류분제도는 상속인이 상속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내지는 이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서로 2분의 1씩 양보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유류분제도가 있기 때문에 만약 사례2와 같이 김을동 씨가 아들에게만 전 재산을 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했을 경우 딸들은 아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딸들의 권리의식이 투철해진 요즘 이러한 유언장을 작성할 경우 김을동 씨의 우려대로 사후에 자식들 간에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아무리 아들에게 전 재산을 주고 싶어도 그렇게 해서는 분쟁을 피할 수 없으므로, 딸들의 유류분에 해당하는 만큼의 재산은 딸들에게 주고 나머지는 아들에게 주는 것으로 유언장을 작성할 것을 권한다.
사례3. 성년후견인과 유언대용신탁
김병동(가명) 씨에게는 자식이 하나 있는데 정신지체자이고 결혼도 하지 못했다. 이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모두 탕진해버리거나 사기를 당해 나중에 생계유지도 못할 것이 걱정이다.
김병동 씨의 경우처럼 자식에게 장애가 있거나 또는 나이가 너무 어려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온전히 재산을 보존하지 못할 위험이 높아 걱정하는 이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생전에 증여를 해도 걱정이고 사후에 상속을 해줘도 걱정이다. 자녀가 정신지체자이거나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자녀를 위한 성년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 성년후견인은 자녀의 신상보호와 재산관리를 맡아서 처리하게 된다.
그러나 성년후견인은 일반적으로 재산관리의 전문가도 아니고 관리를 맡은 재산을 횡령할 위험도 있다. 우리보다 성년후견제도를 먼저 시행했던 일본의 경우에도 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횡령해 문제가 된 사건들이 있다. 이런 위험과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제도가 바로 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자신이 사망한 후에도 재산이 자신의 뜻대로 처분되고 활용되기를 희망하는 재산승계 수단이다. ‘사후설계’에 관한 피상속인의 욕구를 해소시켜주기 위한 대안으로 2012년에 도입되었다(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은 말 그대로 유언을 대체하는 수단으로서 유언과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피상속인)가 생전에 신탁계약으로 자신의 재산을 신탁에 맡기는 것으로서 위탁자의 생전에 이미 신탁이 효력을 발생한다.
그러나 유언은 유언자 사후에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 그리고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이 아니라 계약이기 때문에 엄격한 유언의 방식을 갖출 필요도 없고 유언법정주의(법에 정해진 사항에 대해서만 유언을 할 수 있다는 원칙)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유언대용신탁이 유언에 비해 매우 편리하고 융통성 있는 제도임을 알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의 전형적인 예를 들면, 위탁자 갑이 수탁자 을과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원본(처음에 신탁에 맡겼던 재산)으로부터 나오는 신탁수입을 갑의 생존 중에는 갑에게 지급하고 갑이 사망하면 신탁원본 및 신탁수입을 병(상속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때 수탁자는 반드시 금융기관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일반 개인도 수탁자가 될 수 있지만, 자녀를 위해 안심하고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하는 것이 좋다.
정신지체 자녀를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피상속인이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치자. 그 건물을 신탁하면서 자신이 죽더라도 자녀에게 건물을 넘겨주지 않고 자녀가 사망할 때까지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수익만을 지급함으로써 자녀가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자녀가 사망하면 그 자녀의 상속인에게 이전시키든지 아니면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린 자녀를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앞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피상속인이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치자. 그 건물을 신탁하면서 자신이 사망할 당시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 건물을 바로 자녀에게 넘겨주지 않고 자녀가 성년자가 될 때까지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수익만을 지급하고, 자녀가 성년자가 되면 비로소 건물의 소유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이처럼 기존 제도로는 커버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재산승계 수단이다.
이런 제도를 잘 활용하면 평생 힘들게 모은 재산이 탕진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승계될 수 있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는 버킷리스트. 그러나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애써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주제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을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앞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2위를 차지한 ‘유언 작성(웰다잉)’에 대해 유언 공증 전문 이상석 변호사의 조언을 통해 알아봤다.
도움말 유언 공증 전문 공증인 이상석 변호사
사망 후 재산, 신분 등 법률관계를 생전에 미리 정해놓은 자기만의 일방적인 의사 표시를 ‘유언(遺言)’이라 한다. 유언은 상대의 수락이 필요 없는 단독 행위이기 때문에 물려받는 사람(수증자)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유언은 ‘유언 능력’이 있는 유언자가 ‘법적 유언 사항’에 관해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과 방식에 따라야 하므로 혼자 임의적으로 작성한 유언은 무효가 되고 만다. 가령 일기나 편지처럼 써놓은 고인의 바람은 유족 간 갈등이나 상황에 따라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을 이미 작성했다면, 자기 삶을 정리하고 계획하는 의미에서 주기적으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실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유언은 본인이 원하면 죽을 때까지 철회나 내용 변경이 가능하다.
유언 가능한 항목 체크하기
‘유언 사항’은 법에 낱낱이 규정돼 있어 아무 내용이나 쓴다고 다 유언이 아니다. 예컨대 ‘형제간 화목하라’ 등의 유훈(遺訓)이나, ‘사망 시 화장하지 마라’ 등의 유지(遺志)는 도의적인 의무일 뿐, 따르지 않는다고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유언 사항이 아니다. ‘사망 시 내 재산을 누구에게 주겠다’는 유증(유언증여)도 유언의 전부가 아닌, 여러 유언 중 하나다.
1)유증 2)유언집행자의 지정 또는 위탁 3)상속재산 분할금지 4)상속재산 분할방법의 지정 또는 위탁 5)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재산출연행위 6)미성년후견인의 지정 7)미성년후견감독인의 지정 8)친생부인 9)인지 10)신탁의 설정 11)저작권의 등록 12)상속의 준거지법 지정 13)장기 기증에 관한 동의 14)우편계좌 가입자의 권리의 양도 15)유족보상 받을 유족의 순위 16)산재보상 보험급여 받을 유족의 순위 17)선원 사망보상금 받을 유족의 순위 18)전사, 순직 군인의 장례의식의 일부 또는 전부의 생략 19)군 수용자 시신의 인도승낙
유언 방식 결정하기
민법은 다음 5가지 유언 방식만을 인정한다. 그밖에 민법상의 전형적인 유언 방식은 아니지만, ‘신탁법’에 의한 ‘유언대용신탁’ 계약 방식도 있다.
#공정증서 유언(유언 공증) 유언자가 공증인 앞에서 증인 2명 참여하에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의 승인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여러 유언 방식 중 가장 공신력이 있어 선호도가 높다. 공증인은 판사, 검사, 변호사로서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자로 국가(법무부)가 엄격히 심사해 임명한 법률전문가다.
#자필증서 유언 유언자가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식. 간편하지만 사망 후 무효로 판명될 위험이 높다. 유언 내용 전문, 주소, 성명, 작성 연월일을 자필로 쓰고 날인까지 해야 성립된다. 또 인쇄·복사본이거나 필체가 달라도 무효이며, 유언장을 발견한 자가 찢어 없애거나, 위조·변조 시 원본 확인이 불가하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녹음 유언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는 방식.
#비밀증서 유언 유언자가 필자의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엄봉날인하고 이를 2명 이상의 증인의 면전에 제출해 자기의 유언서임을 표시. 봉서 표면에 제출 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구수증서 유언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인해 다른 방식에 따라 유언할 수 없는 경우, 유언자가 2명 이상의 증인 참여로 1명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구수받은 자가 이를 필기 낭독.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존엄사 유언장까지 작성하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임종을 앞두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혈액투석 등)를 받지 않겠다’며 건강할 때 본인이 미리 써두는 ‘존엄사 유언장’의 법정 명칭이다. 일반적인 유언장에 기재하는 유언 사항이 아니므로 연명의료 결정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에서 법적 양식에 따라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 언론인 출신 최철주 웰다잉 전문가는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내용이 다르다.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할 때 또는 노인 증세가 나타난다고 자각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둬야 한다. 그저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가족과 이야기하면서 작성하고, 그 뜻을 밝혀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유언 공증의 장점
1)법원의 검인절차 생략
유언공정증서는 곧바로 진정한 공문서로 인정된다. 따라서 자필 유언장처럼 상속인 전원이 몇 달 동안 법원에 불려 다니며 번거로운 검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2)상속세 절세에 유리
10억 원 내의 재산의 경우 생전증여보다 유언 공증으로 유증받는 게 상속세 공제 폭이 넓다. 생존 배우자가 유증받지 않더라도 형식상 ‘배우자 공제 5억 원+일괄공제 5억 원=합계 10억 원’을 공제받아 유증으로 인한 ‘상속세’를 한 푼도 안 내게 된다.
3)최대 500억 원 가업상속공제
망인이 기업인으로서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미리 상속인들에게 가업이나 주식 전부를 유언 공증으로 물려주면 최대 500억 원까지 가업상속공제를 받는다.
4)유산 기부 가능
사후 재산을 사회복지단체, 교육연구기관 등에 기증하거나 재단법인 설립 및 공익신탁을 설정하고 싶다면 유언 공증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유산을 물려받을 상속인이 없는 경우, 전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므로 기부를 원한다면 미리 유언 공증을 해둬야 한다.
Q&A로 알아본 유언 작성 이모저모
Q. 치매에 걸려도 유언이 가능한가?
의사 능력이 없는 중증 치매 환자(피성년후견인)는 유언이 불가능하다. 단, 치매에 걸렸더라도 정신이 일시적으로 돌아와 의사 능력을 회복하고 있는 때라면 의사가 유언서에 ‘심심 회복의 상태’를 부기(附記)하고 서명날인한다면 유언할 수 있다(민법 제1063조). 그러나 아무리 의식이 또렷하고 필담이 가능하더라도 말로 대화할 수 없다면 유언 공증이 어렵다.
Q.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로 유언했는데, 자녀가 먼저 죽게 된다면?
수증자가 먼저 사망하면 유언의 효력이 생기지 않으므로 다시 유언을 해야 한다. 한 예로, 유언자와 수증자가 같은 비행기를 탔다가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도 유증의 효력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유증이 무효, 실효되면 유증 대상은 ‘상속인’에게 귀속된다.
Q. 유언장에 전 재산을 준다고 썼는데, 기재하지 않은 유산은 어떻게 찾아낼까?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부모가 자녀 모르게 비밀리에 유언하면서 재산 내역을 꼼꼼히 기재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나 대리인이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해 안심상속 서비스를 신청하면 사망자의 금융재산, 토지 소유, 자동차 소유, 국민연금, 국세, 지방세 등 총 6가지 재산조회가 가능하다. 결과를 확인하는 데는 7~20일 정도 걸린다.
Q 유언을 하며 ‘효도계약서’도 작성할 수 있나?
‘조건부 유증’을 하면 된다. ‘유언자 여생 동안 수증자가 효도를 다하면 사망 시 유산을 넘겨주겠다’는 식으로 ‘효도계약’을 이행하도록 조건부 유증을 하는 것이다. ‘한 달에 몇 번 손자녀를 데리고 찾아오라’거나 ‘매월 부모 용돈으로 얼마씩 지급하면 그의 10배에 상응하는 금액을 주겠다’ 등 효도계약 조건을 어떻게 할지는 공증인과 의논해서 작성하는 것이 좋다.
Q 보험금과 연금도 유언을 통해 물려줄 수 있나?
보험금과 연금은 유언 공증 대상이 아니다. 보험금은 보험수익자가 수령하도록 되어 있고, 상속재산도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수익자가 수증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되어 있다면,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미리 보험회사에 말해 보험수익자를 수증자 명의로 바꿔놓아야 한다. 공무원 연금, 국민연금의 연금수급권은 타인에게 양도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유언 공증이 안 된다.
Q. 유언 공증을 할 때, 추가로 녹음이나 촬영을 해두면 도움이 될까?
딱히 그럴 필요는 없다. 유언공정증서는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되고 아주 강력한 증거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녹음에 의한 유언을 했더라도 그 녹음을 유언자 사망 후 지체 없이 법원에 제출해 검인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민법 제1091조).
평생을 한 직장에서 근무하며 하나의 일에만 매달려 살아온 이들에게 두 번째 삶, 은퇴 후 인생설계는 그저 막막한 일일 뿐이다. “후배들에게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잔소리했지만, 정작 회사 밖으로 나오니 눈앞이 캄캄하더라”는 어느 공기업 정년퇴직자의 소감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퇴직 후의 삶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자사 임직원의 은퇴 준비,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선명한 미래가 업무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 아닐까. 이런 기업 중 모범 사례로 꼽히는 포스코를 찾아 인생설계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본지 제호와 비슷해 친숙하게 여겨지는 이 이름은 포스코의 퇴직 후 인생설계 프로그램명이다. 교육 참여는 50세 이상의 포스코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은 2001년부터 포스코인재창조원이 운영해온 정년퇴직 예정자 대상의 교육 과정인 ‘그린 라이프 디자인’이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교육 진행 과정 중 정부의 정년퇴직 연장 정책에 따라 2016년과 2017년에는 정년퇴직자가 발생하지 않게 되면서 프로그램 운영에 변화가 있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준비기간’에 대한 의견도 반영됐다. 교육 시점이 정년퇴직 3개월 전부터 시작되어 인생설계에 제대로 반영하기엔 빠듯했기 때문이다. 그린 라이프 디자인 교육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약 3000여 명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인재창조원 관계자는 “정년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그린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이 퇴직이 임박한 이들을 대상으로 실제적으로 필요한 서류 처리나 연금 문제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은 퇴직 후 생활에 대한 마인드 변화, 방향성 제고와 같은 포괄적인 부분이 중심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래가 명확해야 근로의식 높아져
올해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에 참여 예정 인원은 330명. 포스코의 주된 사업장인 포항과 광양의 임직원 300명과 서울 근무자 30명이 참여한다. 강의에 참여하는 인원만 13명. 포스코인재개발원의 교수 외에 다양한 분야의 사외 강사들이 각 전문 분야의 교육을 담당한다.
포스코인재창조원 김일수 교수는 이 프로그램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한다.
“50대를 넘어선 직원들이 퇴직 후 삶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젊은 시절부터 포스코에 몸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회사 밖에서의 삶에 겁을 먹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회사가 나서서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생애설계와 퇴직 준비를 지원해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근로의식도 고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또 퇴직 후 삶의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부분도 있고요.”
2016년과 2017년 진행된 프로그램에는 총 7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본인의 생애설계에 대한 진단과 자산관리, 생애관리, 건강관리 교육이 중점적으로 이뤄졌고, 관심 분야와 관련한 현장 탐방과 체험 학습도 이뤄졌다. 참여자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어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4.88점의 반응이 나왔다.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은 올해 변화를 줬다. 초기 프로그램이 1일 8시간 포괄적인 방식으로 진행돼 교육시간 부족, 교육 내용 전문성에 대한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직업형 트랙과 자산형 트랙으로 나눠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산형 트랙의 경우 자산관리는 결국 부부 공동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임직원의 배우자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원한다면 두 프로그램 모두 참가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재무관리 교육과 달리 특정 금융상품의 밀어주기가 없다는 점도 참여자들에게 환영받는 이유다.
‘먹고사는 문제’ 이외의 것까지
직업형 트랙은 1인 창업이나 프랜차이즈 창업의 특징과 차이점, 창업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위험 요소, 재취업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구직 목표 설정, 자격증 취득 등과 같은 현실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자산형 트랙은 수익형 부동산이나 부동산 경매 또는 공매에 대한 정보, 세금과 관련 법률에 대한 소개, 각종 금융상품이나 상속·증여와 관련한 교육도 실시한다.
또 각 프로그램에선 즐거운 여가를 위한 본인의 여가 유형 진단에서부터 여가 활용 방법과 건강관리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 등도 함께 소개한다.
프로그램의 구성이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에 국한되어 있지 않은 것이 흥미로운 부분. 포스코인재창조원 관계자는 이렇게 주제가 넓어진 것에 대해 “직원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임직원들의 관심이 많은 건강과 재무, 인간관계, 여가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것은 단순한 재테크 활동뿐만 아니라 정년퇴직 후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물론 재취업이나 창업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이나 준비사항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개인별로 성격검사와 적성검사도 실시한다. 여기에 직원에게 재취업 장애요인은 없는지 체크한다.
오프라인 교육과 별도로 사이버학습을 사전학습 형태로 진행하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다. 인생설계, 창업, 귀촌과 같은 커리어 디자인과 재무 디자인, 라이프 디자인을 온라인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은퇴 대비에 ‘눈치 보기’는 없어
올해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의 참석률은 전체 대상자의 20% 정도. 은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정년퇴직을 10년 앞둔 임직원까지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편이다.
혹시 회사가 먼저 나서서 ‘퇴직’에 대해 논하는 것이 사측에서 퇴직을 권하는 것처럼 비춰지진 않을지, 또 프로그램 참여가 퇴직 의사를 밝히는 것처럼 여겨지진 않을지 의문을 가졌지만 참가자들은 “사내 분위기를 모르는 상태에서 갖는 의문”이라고 일축한다.
한 프로그램 참석자는 “포스코라는 기업의 특성상 대부분의 직원들이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정년 때까지는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런 문화 때문에 정년퇴직 후 생애설계에 대해 논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이 사내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시니어에게 재산은 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평생 노력해왔음을 증명하는 징표이자 보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재산이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더 나아가 사망한 후에도 제대로 쓰이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돈을 모으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다. 재산 운용 능력을 잃으면, 나를 위해 쓰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자녀 혹은 사위, 며느리에 의해 낭비될 수도 있다. 최근 떠도는 소문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젊은이들이 있다는데 남 얘기 같지 않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금융기관에 내 재산 운용을 믿고 맡기는 유산대용신탁이 그것이다.
신탁제도가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을 통해서다. 마이클 잭슨은 가족신탁계약서를 통해 사후에 자신의 유산이 어떻게 운용될지 미리 정해놨다. 이를 통해 사후 유산의 20%는 자선재단에 기부됐고, 장례비, 변호사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아내와 세 자녀에게 상속됐다. 계약 내용에 따라 자녀들은 유산을 한 번에 받을 수 없었고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인 30세가 넘어야 일부 상속을 받았다. 계약서상 상속이 완전히 끝나는 시기는 자녀가 40세 되는 생일이었다. 이는 자녀의 삶이 유산으로 망가질까 걱정한 마이클 잭슨의 요구 때문이었다.
유언장 작성보다 절차 간단
신탁에 의한 상속관리는 2012년 개정된 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과 제60조 수익자연속신탁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신탁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지정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부동산, 주식 등을 내가 원하는 대로 운용하게 하는 상품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의 수익자와 상속받을 사람을 정하는 신탁으로서,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생의 마지막까지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불효방지신탁’으로 부르기도 했다. 업계에선 2020년이 되면 2조 원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유언대용신탁 상품은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권이 시장을 선점한 형태이며, NH투자증권이나 신영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회사들이 은행권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유언장과 신탁 계약은 내 재산을 물려줄 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이 다르다. 유언장은 상속 이해관계인이 아닌 보증인 2명과 공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증인에게 개인 재산 내역이 밝혀지는 것은 유언장 작성 시 가장 껄끄러운 부분 중 하나. 만약 유언 내용을 변경하고 싶다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에 반해 신탁은 금융기관과의 계약으로 충분하다. 계약 의지와 계약 능력만 있으면 된다.
성용배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유언장의 경우 사망 이후에 개봉돼 그 효력을 갖기 때문에, 생전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와 형식을 충족하지 못하는 하자를 인지하지 못해 유언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공증의 불편함이나 보관 과정에서 위·변조나 분실의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며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의 상대방인 금융기관이 존재하고 생전에 계약에 따른 쌍방의 이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상 하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계약서의 분실이나 변경 등의 우려도 적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상속, 치매 후 관리도 해결
유언대용신탁이 최근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골치 아픈 상속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주에게 안전하게 재산을 상속하려면 유언대용신탁이 유용하다. 여러 세대에 걸친 수증자 지정도 가능하다. 1차 상속자를 자녀, 2차 상속자를 손자로 지정하는 식의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유언장의 경우는 다음 세대 수증자 지정만 가능하다.
또 유언에 따라 상속 재산에 차등이 생겨 자녀 간에 분쟁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도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유언이 집행되면 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 집행인이 되는데, 분쟁이 생기면 상속 과정에서 집행인이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신탁은 집행인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상속인끼리의 분쟁 발생 가능성이 낮다.
유산대용신탁의 장점 중 하나는 부동산에 있다. 부동산은 현금에 비해 운용이 쉽지 않고, 분할도 어렵다. 상속자들이 매각을 결정해도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니어의 상당수가 부동산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상속은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다. 신탁 상품은 이런 경우 또 다른 대안이 된다. 부동산의 상속, 증여뿐만 아니라 신축이나 리모델링, 임대위탁관리 등도 가능하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부동산 임대 수익을 나눠주고 싶다면 신탁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신탁 상품이 만능은 아니다. 부동산을 신탁하려면 수탁자인 금융기관에 소유권이 이전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재산을 보전하고 사후 상속하려면 등기이전을 통해 수탁자가 관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일부 고객은 은행이 마치 내 소유권을 가져가고 마음대로 처분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맡게 정확하게 관리되고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령화에 따른 치매 관련 불안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치매안심신탁 같은 상품이 그것이다. PET-CT와 같은 알츠하이머 진단 장비 개발로 인해 치매 발병의 예측이 상당 부분 가능해지면서 스스로 치매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방법으로 신탁이 활용된다. 치매 발병 전이나 초기에 신탁을 통해 자산관리와 상속설계를 해놓으면 병원비나 간병비, 생활비에 필요한 돈을 은행이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치매와 관련한 일반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에서 신탁 상품을 위해 대면상담한 고객 중 치매 관련 상품 상담자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빨리 늙어가고 있는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지 불과 17년 만의 일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약 5175만 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어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14.02%인 725만 명으로 기록됐다. UN에서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이처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상속 문제’다. 고도성장기 때 젊은 층은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이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유산을 가지고 친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자매끼리 벌이는 분쟁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또한 자식들에게 자산을 효과적으로 이전해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특히 초고령 국가 일본에서는 ‘老老상속’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노인이 된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자신을 부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일본 노인들이 죽을 때까지 자산을 자식에게 증여하지 않으면서 생겨난 신조어라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상속 시 발생하는 큰 문제는 ‘세금 줄이기’와 ‘상속인들 간 분쟁 방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5070세대가 앞으로 다가올 유산 분배와 관련해 자녀분쟁을 방지하고 효과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상속인들 분쟁 방지를 최소화하는 방법
상속권 문제
상속이나 증여 관련 문제는 자신과 상관없는 문제로 인식하고 관심 없어 하는 경우가 많다. “가진 재산도 별로 없는데 무슨 상속, 증여?”라며 반문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속과 증여는 평생에 한두 번 정도 발생하고, 증여의 경우는 당장 세금 문제가 생기다 보니 무관심하거나 준비 소홀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러한 준비 소홀은 가족 간의 분쟁은 물론이거니와 평생 일궈온 사업체가 없어지는 경우(가업상속) 또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재산이 분배됨으로써 분쟁 방지와 절세(節稅)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속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은 ‘상속권’ 문제다. 상속인은 누가 되고 상속재산을 얼마를 분배받을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민법은 상속의 방법을 ‘유언상속⇒협의상속⇒법정상속’의 순서로 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의 유언이 있는 경우 유언대로 상속재산을 집행하면 된다. 하지만 유언이 없는 경우라면 상속인들끼리 협의를 하게 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정지분대로 상속받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유언, 협의 상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정상속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속순위는 어떻게 될까? 배우자와 자녀(직계비속)가 1순위로 상속재산을 균등분할하되 배우자에게는 50%를 가산하게 된다. 가령 배우자와 아들, 딸을 두고 있는 홍길동씨가 10억원의 재산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고 가정하자. 남겨진 아내는 4억2000만원(10억원×1.5/3.5), 아들과 딸은 각각 2억8000만원(10억원×1/3.5)을 분배받게 된다. 다만 배우자가 없는 경우는 자녀가 동일하게(각각 5억원씩) 분배받게 된다. 2순위는 배우자와 직계존속, 3순위는 형제자매, 4순위는 4촌 이내 방계혈족으로 순위가 순차적으로 정해진다. 다만 상속순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배우자는 1순위와 2순위 상속인이 있을 경우엔 단독이 아니라 공동 상속인이 되고, 직계비속과 존속이 없을 경우에만 단독 상속인이 된다는 점이다.
상속인의 ‘유류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유언의 자유가 존재하기 때문에 살아생전에 피상속인은 자신의 뜻에 따라 재산을 특정인에게 증여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남은 유가족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유류분을 잘 챙겨야 하는데, 유류분은 상속재산 중 상속인에게 돌아가야 하는 최소한의 법정비율의 몫을 말한다.
유류분은 법정지분을 기준으로 배우자/직계비속의 경우는 1/2,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1/3이다. 그럼 간단하게 유류분을 계산해보자.
예를 들어 배우자가 없는 홍길동씨가 자신의 재산 6억원을 남기고 사망하였다고 가정해보자. 유가족으로는 아들1, 2와 딸이 있다. 그런데 홍길동은 아들1, 2에게는 각각 3억원을 남겨주고 딸은 출가외인이라며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다. 이런 경우 유류분은 어떻게 계산하고 딸은 누구에게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을까?
① 먼저 6억원이 상속재산인 경우 아들1, 아들2, 딸의 법정상속지분은 2억원이다.
② 유류분은 법정상속지분의 1/2이기 때문에 1억원
③ 따라서 딸은 아들1, 2에게 ‘1억원×3억원/6억원=5000만원’을 각각 유류분 반환청구할 수 있다. 참고로 유류분 반환청구는 만법상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이내, 상속개시 사실 및 증여나 유증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안에 청구하면 된다(민법 제1117조 소멸시효).
위의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유류분 계산 방법을 제시했지만, 실제의 유류분 계산은 복잡하다. 유류분 부족액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과 그 외의 사람에게 어떻게 분배(증여, 유증)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은 경우에 따라서 복잡한 재산관계가 얽히거나 부수적인 쟁점사항(세금 등)들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변호사와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현명하게 유언장 작성하는 방법
유언을 통해 유가족의 ‘유류분’을 고려만 한다면 피상속인의 의사대로 재산을 분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언은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5가지 방식(유언의 방식 참조)에 의해서만 유효하기 때문에 작성 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자필증서의 경우 유언서 전문,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 날인하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
과거 사회복지사업을 했던 A씨의 경우다. 2003년 11월에 세상을 떠났고 그 후 A씨의 금고에서 자필로 작성된 유언장이 발견되었다. 유언장에는 ‘유고 시 본인 명의의 부동산 및 금전신탁, 예금 전부를 B대학에 기부한다’고 적혀 있었다. A씨의 유족들은 유언장에 날인이 없으니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B대학은 자필로 작성된 만큼 날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고인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례에서 120억원은 누구에게 귀속되었을까? 법원은 고인의 자필증서가 분명하지만 자필증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유언장은 무효이고, 학교가 아닌 유족들이 상속재산 전부에 대해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유언장은 엄격한 형식에 따라 작성되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자필증서에서 날인의 경우는 유언자의 인감도장뿐만 아니라 막도장도 무방하지만 사인은 안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유언의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최근에는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가입자가 살아 있을 때는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돌려주고, 사후에는 상속인에게 재산을 이전하는 신탁상품이다. 그리고 살아생전에 재산을 분할함으로써 상속재산의 원만한 분배로 사망 후 재산분할에 관한 분쟁을 방지하고, 미성년자나 장애를 가진 상속인의 상속재산도 보존이 가능하며, 유언서 작성 및 복잡한 법적상속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상속·증여세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
2017년 국세통계 1차 공개자료에 따르면, 2016년 상속세 신고세액은 2조3000억원, 상속세 신고 건수는 6217건으로 상속인 1인당 평균 신고세액은 3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상속세는 6개월 안에 신고하고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밖에 없다. 상속세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상속세 기일(6개월)을 넘기지 마라
상속이 발생하면 고인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산분할이 원활하지 않아 상속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 상속세 납부기일을 넘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재산분배 등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신고기한 내에 상속세를 신고해야 가산세 불이익(무신고 가산세 20%)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신고기한 내에 상속세를 납부할 경우 세금의 7%를 공제해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기한(6개월)을 넘길 경우 세금을 27% 이상 더 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기한 내 미신고 시 불이익 (상속 개시월의 말일로부터 6개월 이내)
-세액공제 불가 : 6개월 내 신고 시 산출세액의 7% 공제
-미신고 가산세 : 기한 내 미신고 시 산출세액의 20% 가산세
-납부 불성실 가산세 : 고지기한 내 납부 못할 경우 매년 10.95% 가산세
결국 1년만 늦어도 추가적인 부담이 약 37.95% 늘어나는 것이다.
줄 거면 빨리 줘라
상속세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에 피상속인의 재산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10년 단위로 자녀,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배우자에게는 6억원, 성인 자녀에게는 5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특히 소득이 없는 자녀에게 사전증여를 한다면 향후 자금출처를 만들어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최소 10억원은 상속공제(배우자공제 5억원, 일괄공제 5억원)가 되기 때문에 그 이하의 금액은 상속세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세대생략 이전(移轉)’ 고려해볼 만하다
부모가 자식에게 정상적으로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할아버지나 증조부가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나 증손자에게 재산을 증여 또는 이전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들에게 물려준 증여재산의 과세표준이 1억원이면, 증여세의 세율은 10%가 적용되어 증여세 산출세액은 1000만원이 된다. 반면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는 증여세의 세율이 13%(30%가산)가 되어 산출세액은 1300만원이 되기 때문에 아버지가 증여하는 경우보다 세금이 많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증여하고, 아버지가 다시 아들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증여세 산출세액이 2000만원이 되지만, 할아버지가 직접 손자에게 증여할 때는 1300만원이 되어 총액으로 볼 때는 세대생략 이전의 경우가 세금이 더 적다. 또한 피상속인(조부모)의 사망으로 상속세를 계산해야 할 경우에도 상속인(부모)에게 증여한 재산을 상속개시일 전 10년 내에 증여한 재산 모두 포함하지만 비상속인(손주)에게 증여한 재산은 5년 내에 증여한 재산만 포함하기 때문에 상속세 계산 시에도 유리하다.
생명보험을 활용하라
강남의 부자들이 거액의 상속세 납부재원을 준비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생명(종신)보험이다. 생명보험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폭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계약구조(표 참조)에 따라 생명보험금이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경우와 포함되지 않은 경우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병원비는 고인의 계좌에서 인출하라
고인의 병원비나 공과금, 장례비용, 채무 등은 상속세 계산 시 총 상속재산에서 빼도록 돼 있다. 장례비용의 경우 증빙이 없더라도 500만원을 공제해주며, 500만원을 초과하면 증빙에 의해 지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공제해준다. 다만 장례비용이 1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000만원까지만 공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