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해 마음가짐은 예년과 달라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와 한계로 기존의 생활 방식을 고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한 해의 동향을 잘 읽고 대응하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2021년 전망 중 시니어가 알아야 할 핵심 트렌드를 알아보자.
도움말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 겸 심리학 박사
자료 출처 엠브레인 패널 빅데이터, 2021 트렌드 모니터, 이지서베이(조사 대상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20대~50대 각 250명)
Chapter2. #여가 #건강 #편의
[1] 여행의 새바람 ‘스테이케이션’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한 마음을 휴가를 통해 풀고자 하는 마음은 20대(61.3%) 다음으로 50대(56.3%)가 강했다. 실제 조사에서 코로나19로 여행 제한이 계속된다면 장기휴가를 집에서의 휴식(69.7%, 중복응답)이나 근교 드라이브(55.1%) 등으로 즐기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즉 올해 휴가철도 집이나 근처에서 휴가를 즐기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Senior Point 은퇴 후 해외여행을 계획한 이가 많았을 터. 아쉽지만 당분간은 휴식과 힐링에 집중한 ‘캠핑’을 즐기면 어떨까. 실제 ‘해외여행을 못 가는 현시점에서 캠핑은 최고의 대안이 될 것’(51.6%)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캠핑도 마냥 안전하지는 않겠지만, 사람이 붐비는 곳보다 자연 친화적인 장소라면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2] ‘면역력’은 ‘건기식’에 맡길래
코로나19로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에 대한 관심도 고조됐다. 관련 조사에서 1차 베이비부머는 건기식을 가장 잘 챙겨 먹는 세대로 나타났다(46.5%). ‘비타민C’(71.7%)와 ‘유산균 제품’(70.1%)의 섭취가 주를 이뤘고, 가장 기대되는 효과로 ‘면역력 강화’를 꼽았다. 바이러스 염려로 면역력 향상이 강조되며, 건기식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추세다.
Senior Point 건기식이 건강에 일부 도움은 되겠지만, 절대적인 신뢰는 금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5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건기식 섭취를 통해 건강을 지킨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76.2%). ‘건기식은 신뢰할 수 있다’(44.3%)는 의견도 전 세대 중 가장 많았다. 일각에선 건기식의 오·남용 문제도 제기되는 만큼 효능과 성분 등을 잘 따져보는 등 현명한 섭취 요령이 필요해 보인다.
[3] 알고 보면 오래된 습관 ‘구독 경제’
중장년들은 ‘구독 경제’를 얼마나 이해할까? 1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단 6%만이 이 용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서비스나 상품을 제시하자 ‘이용 경험’이 있다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이들의 구독 서비스 이용 경험을 보면 ‘TV 유료방송’(51%), ‘정수기’(48%), ‘유무선 인터넷’(41.5%), ‘신문 구독’(36%) 순이다. 즉 이미 구독 경제를 누려온 것이다. 이렇듯 구독 경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주목받던 시장이며, 비대면 서비스 등이 활성화되며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Senior Point 기성세대는 ‘소유’ 중심의 소비에 익숙하다. 이들은 구독 서비스 역시 기존의 상품을 ‘저렴한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에 그친다(정수기, 안마의자 등). 그러나 구독 경제를 잘 누리려면 소유보다는 경험과 체험 중심의 ‘사용가치’를 느껴야 한다. 개념이 어렵다면 한 예로 ‘넷플릭스’를 즐겨보길 권한다. 사실 유선방송이나 케이블 TV와 비슷한 형태다. 물리적으로 잡히는 게 없어도, 유익한 시간을 산다는 가치를 체감하는 것이 구독 경제 이해의 첫걸음이다.
일본의 에세이스트 이노우에 가즈코는 자신의 저서에서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50대부터 덧셈과 뺄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쓰는 물건이나 지나간 관계에 대한 집착은 빼고, 비운 공간을 필요한 것들로 채워나갈 때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 빼고, 잘 더할 수 있을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브라보 독자를 위해 인생에 필요한 여러 정리법을 3회에 걸쳐 안내한다. ‘비움 라이프’의 마지막 글에서는 죽음을 성찰하고 삶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면한다. 8세기 인도의 고승 파트마삼바바는 “사람들은 죽음이 임박해서야 비로소 죽음을 준비 한다”고 말했고, 19세기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는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를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풍조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모양이다.
‘액티브’한 죽음을 위해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양준석 연구원은 인간이 죽음을 기피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봤다. 세상과의 단절로 사람들에게 잊힐 것이라는 불안, 알 수 없는 사후세계에 대한 공포,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 등이다. 양 연구원은 “죽음을 두려워할 수 있지만, 때로는 한계를 직면하는 것이 삶에 도움이 된다”며 “죽음을 사유의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해 계획을 세울 때도 당장 3일 뒤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그 기간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을 상상해보면 허황된 다짐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며 “같은 이유로 새해에 유언장을 쓰고 한 해의 마지막에 다시 읽어보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와 같은 주장은 ‘웰다잉’(Well-Dying)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맞이하고, 인식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웰다잉 관련 시장 규모가 해외에 비해 크지 않다. 그러나 2020년 7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65세 고령 인구로 진입하면서 관련 담론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여생을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로 살고 싶다면, 죽음마저도 ‘액티브’하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컨대 새해를 맞아 지나온 삶을 톺아보고, 생의 마지막 서류들을 준비해보는 것이 ‘좋은 죽음’의 출발점이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서명하기
웰다잉은 연명의료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시작됐다.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가 식물인간이 된 김 할머니에 대해 자녀들이 연명 치료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병원에서 거부해 소송까지 이어진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김 할머니의 존엄사를 허용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고, 2018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19세 성인은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자신이 향후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두는 서류다. 작성을 하려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에 방문해 본인 확인을 받아야 한다. 등록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에서 찾으면 된다. 비용은 무료다. 만일 기관에서 비용을 요구한다면 보건복지부 지정 기관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작성된 서류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며, 작성자는 언제나 이를 열람할 수 있다. 이미 작성한 경우라도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활용 방법은 환자의 의사 능력에 따라 나뉜다. 의사 능력이 있다면 담당 의사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에서 서류를 조회하고, 환자에게 서류상의 내용이 현시점에도 유효한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가 의사 능력이 없는 상태라면,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이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확인하고 연명의료 중단 등을 결정해야 한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2018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자는 8만 명 남짓이었지만, 2020년 11월 기준 총 74만 명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그중 80% 이상이 고령층이다. 아직 전체 인구 대비 등록률은 미미한 편이지만, 초고령화 사회가 성큼 다가온 만큼 앞으로 더욱 대중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 손으로 준비하는 작은 장례식
죽음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면서 장례식을 자발적으로 준비해 간소화하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망자를 기리고 애도하는 자리가 유족 중심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늘날 장례식장 문화를 보면 상을 당해도 슬퍼할 겨를이 없을 만큼 바쁘다. 식장을 알아보고, 부고(訃告) 소식을 알리고, 조문객을 맞이하다 보면 식이 끝난다. 실제로 2015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1가구당 장례 평균 비용은 1300만 원 정도이며, 이 중 식장과 음식 접대비에 드는 비용이 80%에 달했다. 이와 같은 ‘보여주기식 의례’는 부모의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면 불효라고 여긴 조선시대 유교적 풍토의 영향이 크다.
이에 소박하지만 진정성이 담긴 장례를 원하는 이들은 ‘사전장례의향서’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사전장례의향서란 원하는 장례 의식과 절차를 미리 적어놓는 일종의 유언장이다. 부고 범위, 장례 형식, 부의금 및 조화, 음식 대접, 염습·수의·관 선택 여부, 시신 처리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사전의료의향서가 임종 직전 생명 연장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사전장례의향서는 죽은 뒤 떠나는 방식을 정해놓는 서류다. 한국골든에이지포럼의 사전장례의향서,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장수행복노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을 처음으로 시작한 이광영 한국골든에이지포럼 공동 대표는 “과거에는 시신이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염을 하고 수의를 입혔지만, 요즘에는 영안실에서 시신을 안치하고 화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가의 관이나 수의는 큰 의미가 없다”며 “장례문화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간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 역시 자식들에게 내가 죽으면 장례 절차를 최대한 생략하고 산에다 뿌린 다음 내 생일에 식사나 한 끼 하라고 일러두었다”며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 고장이 나면 버리듯 때가 되면 육체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감는 순간까지 유언과 같은 삶을
편안하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만큼, 남겨진 사람들이 떠난 이의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유언장을 써두는 것이 좋다. 유언장은 가족 간의 ‘상속 분쟁’을 방지함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길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민법 제1060조에 따르면 유언은 민법에서 정한 방식에 의해서만 행해져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양식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유언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자신이 남긴 유언장으로 가족 간 잡음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면,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을 써야 한다.
유언은 크게 자필증서, 녹음, 공증증서, 비밀증서 등 5가지로 나뉜다. 그중 가장 많이 쓰이는 유언 방식은 자필증서다. 자필증서는 말 그대로 본인이 직접 종이에 작성하는 유언이다. 본인의 의지가 담겨 있더라도 타인이 대신 썼거나, 컴퓨터로 작성한 유언은 인정받지 못한다.
유언장에는 이름, 날짜, 주소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행복한 죽음 웰다잉 연구소 강원남 소장은 “어르신들이 유언장 쓸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주소를 적지 않는 것”이라며 “아파트 동과 호수까지 상세하게 적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유언장에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유언의 법적 효력 여부를 두고 다툼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쓴 유언장이라도, 자신의 삶이 유언과 닮아 있지 않다면 가족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족들이 유언의 내용을 지키길 원한다면 타인의 모범이 되고, 유언의 내용에 떳떳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강 소장은 “본인이 베풀지 않고 살았는데, ‘나누며 살라’는 말을 남기면 자식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생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면 설령 유언장이 없어도 자식들은 그 모습을 본받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언장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을 감는 순간까지 유언장과 일치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21 상장 기업 업종 지도 (박찬일 저·에프엔미디어)
2100여 개 주식 종목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마인드맵 형식으로 소개한다. 새로 주목해야 할 5가지 테마와 25개 대표 업종을 정리해 주식 시장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돕는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마르타 자라스카 저·어크로스)
장수의 비결은 무엇일까? 과학 저널리스트 마르타 자라스카가 600여 건의 논문 분석과 50여 명의 전문가 인터뷰, 현장 조사 등을 통해 노화와 장수에 관한 궁금증을 체계적으로 안내한다.
꼭두각시 조종사 (요슈타인 가아더 저·현대문학)
노년에 접어드는 언어학자가 한 여인에게 자신의 인생을 편지로 쓴 서간체 소설이다. 인생의 황혼기에서도 소속감을 찾는 주인공을 통해 외로움에 대한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 평 반의 행복 (유선진 저·지성사)
어느 80대 노부부의 인생 회고록. 2015년 갑자기 쓰러진 남편을 돌보며 틈틈이 적은 글을 산문집으로 엮었다. 남편을 향한 미안함과 사소한 일상에 대한 감사함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김인선 저·나무연필)
1950년에 태어나 한 여성과 함께 독일에 사는 70대 여성의 일대기. 48년간 겪은 타지 생활 경험부터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 등 저자만이 할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황헌 저·시공사)
와인을 사랑하는 언론인 출신 저자가 와인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해설한다. 와인의 뿌리부터 포도 품종, 라벨 문화의 기원까지 와인에 대한 지식을 다방면으로 제공한다.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새해가 되었다고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게임 속에서 ‘리셋’ 버튼을 누르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듯 1월 1일부터는 새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지난해 모두가 고생한 만큼 올해는 희망찬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대해보면서,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버킷리스트 (The Bucket List, 2007)
병상에서 만난 두 노인 ‘카터’(모건 프리먼)와 ‘잭’(잭 니콜슨)이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앞두고 죽기 전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평생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죽음 앞에서는 공평한 두 사람이 병상을 박차고 나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버킷리스트를 이뤄나가는 모습이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할리우드 노장 배우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이 영화로 ‘버킷리스트’라는 단어가 대중화되면서 평생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는 문화가 확산됐다. 새해를 맞아 뜻깊은 계획을 세우고 싶다면, 영화를 보며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iness, 2006)
한물간 의료기기를 판매하며 어린 아들 ‘크리스토퍼’(제이든 스미스)와 어렵게 살아가는 세일즈맨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가 절망 끝에서도 행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군분투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무일푼 노숙인에서 무급 인턴으로, 자산관리회사 ‘가드너 앤 리치 컴퍼니’의 CEO로 거듭난 월가의 신화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지하철 화장실에서 쪽잠을 자고, 노숙인 쉼터에서 지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행복의 열쇠를 찾아낸 가드너의 굴곡진 삶이 윌 스미스와 그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의 절절한 부자 연기로 극대화된다. 영화 후반부쯤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가드너가 카메오로 등장하니, 두 눈 크게 뜨고 집중해서 시청해보자.
3.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16년째 잡지사에서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는 사진 에디터 ‘월터’(벤 스틸러)가 잃어버린 잡지 표지 사진을 찾기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견디기 위해 매일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시간을 보내던 월터는 여행지에서 자신의 상상들이 현실로 이뤄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인생에 전환점을 맞는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상어와 싸우고, 폭발 직전의 화산으로 돌진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낸 월터는 현실로 돌아와서도 더이상 상상에 갇히지 않고 상상을 눈앞의 현실로 이뤄나가며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히말라야 산맥 등 대자연을 넘나들며 성장해나가는 월터의 환상적인 여정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해 마음가짐은 예년과 달라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와 한계로 기존의 생활 방식을 고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한 해의 동향을 잘 읽고 대응하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2021년 전망 중 시니어가 알아야 할 핵심 트렌드를 알아보자.
도움말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 겸 심리학 박사
자료 출처 엠브레인 패널 빅데이터, 2021 트렌드 모니터, 이지서베이(조사 대상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20대~50대 각 250명)
Chapter1. #관계 #가족 #SNS
[1] 은둔형 꼰대의 지름길 ‘필터 버블’
원하지 않아도 과도하게 걸러진 편향된 정보를 받게 하는 알고리즘과 이것을 야기하는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 한다. 조사 결과 유튜브, 페이스북 친구가 나의 정치성향이나 투자성향과 유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상당수였다. 코로나19로 혼자만의 시간이 늘며 ‘내 판단이 옳다’는 자기중심적 사고는 강화되는 반면, 자기 생각과 판단을 평가받을 자리는 줄고 있다.
[Senior Point] 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거나 자기 판단을 점검할 기회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필터 버블은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러한 알고리즘의 이해가 부족한 중장년의 경우 자기 확신에 갇혀 소위 ‘꼰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또 부동산, 주식 투자 등은 객관적 논리로 접근해야 하는데 편향된 정보로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를 막으려면 종종 자신과 반대 성향의 키워드를 SNS나 유튜브에서 검색해 균형 있는 콘텐츠가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2] 코로나로 관계 리셋 ‘딥택트’
코로나19 이후 대중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지가 약해졌다. 가족이나 몇몇 친구와의 깊은 관계면 충분하다고 여기며, 혼자가 편하고, 개인 시간을 더 중요시한다. 2021년은 ‘관계의 확대’보다는 ‘관계의 질’을 깊게 하려는 움직임이 여느 때보다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Senior Point] 우리나라 사람들은 코로나19로 모임이 줄어든 것에 오히려 만족해한다고 한다. 50대의 경우 이러한 상황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이가 20대보다 적었다. 이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의 인간적 교류와 만남이 자유로운, 자발적 선택이 아니었다는 걸 방증한다. 가령 원치 않는 경조사에 체면치레로 가야 했다면 ‘코로나19’라는 피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주변을 되돌아보는 시기인 중장년에게는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리셋’하고 ‘딥택트’할 기회로 작용한다.
[3] 심신의 회복 공간 ‘홈 플랫폼’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은 일과 여가의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아울러 외부 세계의 불안과 어려움으로부터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홈 플랫폼’에서는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각자의 공간을 더 철저히 분리해야 집에서도 개인의 자존과 존엄,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Senior Point] 집에 오래 있으면 자주 멍해지곤 한다(이른바 ‘멍 때리기’). 어쩌면 이러한 행위가 시니어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으리라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신경인류학자 존 S. 앨런은 오히려 인간에게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등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것은 ‘뇌의 휴지 기간’ 붕괴라고 말한다. 딴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뇌는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등 성찰의 시간을 보낸다. 즉 뇌가 쉬는 것은 역설적으로 뇌의 활동이 제대로 기능한다는 뜻이다. 새해부터는 노후 정신 건강을 위해 집 안에서 ‘멍 때리기’를 즐겨도 좋겠다.
[4] 새해엔 더욱 애틋하게 ‘新가족’
인간관계는 축소됐지만, 가족 관계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조사에서 10명 중 8명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일상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가족’만이 제 기능을 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Senior Point] 新가족 형태에서 집안의 어른 역할은 달라져야 한다. 요즘 가족은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제각각이다. 콘텐츠만 해도 과거처럼 모두 거실에 모여 TV를 보지 않고, 누군가는 PC로 유튜브를, 또 누군가는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를 보는 등 각자의 디바이스로 따로 즐긴다. 가족의 공통 관심사가 적은 데다, 취향 존중 시대라 가장의 외로움은 커질 수 있다. 이럴 때는 가족 화합을 강제하기보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개인의 시간과 공간을 배려하면서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제 진 해와 오늘 뜬 해가 다 같은 해이건만, 사람들은 1월 1일 아침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절대권력을 가진 구원자를 만난 듯 간절한 염원을 전합니다. “부디 신축(辛丑)년 새해에는 황소 뒷발차기에 걸려 코로나19가 영구히 종식되기를 기원한다”라고. 필자 또한 하루속히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태양을 닮은 붉은 꽃, 산작약을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들에게 새해 선물로 드립니다.
작약과 작약속의 9개 식물 중 하나인 산작약. 화단 등지에서 흔히 보는 작약이나 모란도 같은 작약속 식물이기에 무엇이 그리 대단해 새해 선물 운운할까. 하지만 어떤 야생화 동호인은 산삼보다도 만나기 힘들다 하고, 또 다른 이는 자생지를 몇 번이나 찾아갔으나 허탕을 치고, 결국 멀리 백두산 인근 습지에서 겨우 보았다고 합니다. 또 어떤 이는 앙다문 꽃잎이 살짝 벌어지는 적색의 황홀경을 체험하려고 같은 자생지에 여덟 번이나 걸음을 했다고도 합니다.
산작약은 백두산과 그 일대에 자라는 데서 알 수 있듯 전형적인 북방계 식물인데,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란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그러나 척 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예쁜 데다 약효 또한 뛰어나 모습이 드러나는 족족 남채되기 일쑤여서 일찍부터 대부분 지역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에 환경부는 특정 야생식물로 지정, 관리하다가 2005년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같은 작약속의 희귀 야생 작약으로 백작약과 참작약이 있는데, 둘 다 꽃 색이 흰색이어서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참작약은 드물게 아주 연한 홍색을 띠기도 하는데, 하나의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달리는 점에서 역시 차이가 납니다.
산작약의 자생지는 깊은 산 숲속 그늘진 곳. 본 줄기는 높이 40~70cm로 곧게 자라며, 여러 개의 가지를 치기 때문에 여러 송이가 모인 경우는 드물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 홀로 자랍니다.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 사이 원줄기 끝에 지름 5cm 안팎의 둥근 공 모양의 꽃이 단 한 송이씩 달립니다. 5~7장의 붉은색 꽃잎은 오전 11시 전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살짝만 벌어집니다. 외설적이며 헤퍼 보일 수 있음을 의식한 탓인지 중앙의 홍색 암술머리와 황금색 수술을 겨우 들여다볼 수 있는 정도만 벌어집니다. 필자 또한 처음 오후 늦게 만나 꽉 다문 꽃봉오리만 보고 돌아온 다음 날 오전 다시 찾아가 빙그레 미소 띤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꽃송이가 달린 기간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커녕 사나흘도 되지 않습니다.
Where is it?
예전 우리나라 전역이었던 산작약의 자생지가 현재는 거의 강원도로 한정되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대관령을 비롯해 강원도 내 37곳에서 산작약이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야생화 동호인들이 산작약을 보기 위해 주로 찾는 곳은 강원도 영월의 한 생태습지다. 화천과 양구, 인제 등 외지인의 발길이 뜸한 산간벽지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현지의 약초꾼들은 백작약에 비해 약효가 떨어지기 때문에 채취하지 않아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몸이 불편한 노인에 대한 가족 구성원의 돌봄이 한계와 문제점에 부딪히자, 2008년부터 이러한 노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만든 사회보험제도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2019년 12월 기준 전체 노인의 8%에 해당하는 77만 명이 이 보험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내년부터 달라진다.
지난 12월 22일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장기요양보험료율을 10.25%에서 11.52%로 변경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장기요양보험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지난 9월 8일 제4차 장기요양위원회에서 의결된 2021년도 장기요양보험료율(11.52%)을 반영하였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 내년 1월분부터 부과되는 장기요양보험료에는 변경된 보험료율이 적용된다. 2021년 가입자 세대당 월 평균 보험료는 약 1만3211원으로 2020년 1만1424원에서 약 1787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임혜성 요양보험제도과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보험 재정의 건전성이 강화되어 많은 어르신에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 밝혔다.
지난 9월에 열린 제4차 장기요양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장기요양 수가는 올해 대비 평균 1.37%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방문 요양급여가 1.49% 정도 오르며, 노인요양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은 각각 1.28%와 1.32%씩 오른다. 수가가 오르면서 주·야간보호, 방문요양, 방문간호 등을 포함한 재가 서비스 이용자의 월 이용 한도금액도 등급별로 예전과 비교해서 7300원에서 2만2400원 정도 늘어난다.
실제로 내년부터 노인요양시설을 이용할 경우 1등급자 기준 하루 비용은 7만1900원이며, 이는 올해보다 910원 증가한 금액이다. 1등급자가 노인요양시설을 한 달 동안 이용하면 총 급여비용은 215만7000원으로 측정된다. 이렇게 했을 때 수급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43만1400원이 된다.
새해부터 달라지는 장기요양보험 Q&A
Q. 주‧야간보호 급여 이용 시 등급별 월 한도액보다 더 이용 가능한 기준이 달라졌나요?
A. 월 한도액 추가 증액률이 50%에서 20%로 조정되었으며 인정기준은 1일 8시간, 월 20일 이상에서 1일 8시간, 월 15일로 완화됐습니다. 즉, 1~5등급의 경우 주‧야간 보호서비스를 1일 8시간, 월 15회 이상 이용할 경우 등급별 월 한도액의 20% 범위에서 추가하여 이용할 수 있습니다. 주야간보호 내 치매전담실은 1일 8시간 이상, 월 15회 이상 이용할 경우 등급별 월 한도액의 50% 범위에서 추가하여 이용할 수 있습니다.
Q. 일반적 의료기관에서 발행해주는 일반 소견서에 치매 상병이 있는 수급자라면 인지활동형 방문요양 이용이 가능한가요?
A. 아닙니다. 인지 활동형 방문요양을 받기 위해서는 일반 소견서가 아닌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13조 제1항에 따른 의사 또는 한의사의 소견서에 치매 상병이 있거나 최근 2년 이내 치매 진료내역이 있어야 합니다.
Q. 치매가 있는 부부 수급자에게 1인의 요양보호사가 종일 방문요양을 제공하는 경우 급여비용 산정은 어떻게 되나요?
A. 동일 가정에 거주하는 2명의 수급자에게 1명의 요양보호사가 종일 방문요양 급여를 제공하는 경우, 각 수급자에 대하여 제공한 시간의 급여비용 80%를 적용합니다. 다만, 2021년 1월 1일부터는 급여 제공 시간을 기준으로 1회 제공당 6만6590원의 가산금은 1명에 한해서만 산정됩니다.
Q. 주‧야간 보호급여 이동 서비스 비용 관련 2021년도 변경사항은 무엇인가요?
A. 이동 서비스 비용 적용 기간이 신청을 한 날부터 중단(변경)일의 전일까지로 변경되었습니다. 2021년 1월 5일부터 주·야간 보호기관의 이동 서비스를 시작한 후 신청은 1월 10일 하였다면 이동 서비스는 2021년 1월 10일(신청을 한 날)부터 적용이 됩니다. 따라서, 이동서비스 비용 적용 시작일이 신청을 한 날부터이기 때문에 실제로 1월 5일부터 이동서비스를 제공했더라도 소급 적용이 불가합니다.
Q. 이동 서비스 비용을 적용받던 수급자가 2021년 1월 5일 실거주지 변경되었으나 7일 이내 변경 신고를 하지 않고 15일 뒤인 1월 20일에 하게 된다면 적용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A. 세부사항 제8조 제1항에 따라 변경이 발생한 경우 발생한 날부터 7일 이(2021.1.5.~2021.1.12 / 초일 산입, 공휴일 미산입) 공단에 신고하여야 하며, 7일 초과 시 변경으로 인한 소급 적용이 불가하므로 기존 적용 건 중단 후 변경된 내역으로 신규 적용신청이 필요합니다.
Q. 근로자의 날에 방문요양·방문간호 급여제공 시 가산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졌나요?
A. 2021년 1월 1일부터는 방문요양과 방문간호급여를 근로자의 날에 제공한 경우 급여비용의 50%를 가산합니다. 또한, 유급휴일(일요일을 제외한 관공서의 공휴일)에 방문요양 및 방문간호 급여를 제공한 경우에도 급여비용의 50%를 가산합니다. 다만, 일요일에 제공한 경우에는 이전과 동일하게 급여비용의 30%를 가산합니다.
Q. 요양보호사가 공휴일이 아닌 평일 18시 이후 22시 이전 방문요양을 제공한 경우, 가산 산정이 가능한가요?
A. 아닙니다. 2021년 1월 1일부터는 18시 이후 22시 이전에 급여 제공 시 지급하던 급여비용의 20% 가산을 폐지하였습니다. 따라서 평일 18시 이후 22시 이전에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 가산 산정이 어렵습니다.
출처 : 국민건강보험공단
2021년은 흰 소의 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몰살을 앓았던 2020년을 지나, 다가오는 신축년에는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조부모부터 손주 세대까지, 연령대별 소띠생들이 주의할 질환과 건강 관리법을 자생한방병원 김노현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환갑 맞은 61년생, ‘척추관협착증’ 주의
환갑을 앞둔 1961년생 소띠. ‘영 올드’(young old) 이른바, 젊은 노인으로 인식되며 요즘은 환갑잔치도 생략한다지만, 신체 노화가 가속되는 시기다.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기 쉬우며, 특히 최근 빠른 추세로 증가하는 척추관협착증을 주의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의 퇴행으로 척추 중앙의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요통과 신경 증상 등이 나타난다. 척추관협착증은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과 함께 대표적인 척추 질환으로 알려졌다.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척추관협착증 환자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60% 이상이다. 2015년 85만1599명에 그쳤던 노인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지난해 113만2823명으로 약 33%(28만1224명) 증가했다.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비수술 치료를 권한다. 최근에는 약침액인 ‘신바로2(SHINBARO2)’의 척추관협착증 치료 효과에 대한 기전이 밝혀지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와 서울대 약대 공동연구팀이 척추관협착증을 유도한 실험용 쥐들에게 ‘신바로2’ 약침을 투여한 결과, 쥐들의 보행 능력과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빠르게 향상됐다. 통증을 유발하는 주원인인 염증 반응도 효과적으로 억제됐으며 척추관협착증으로 손상됐던 척수구조가 회복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김노현 원장은 “척추관협착증은 완치가 쉽지 않고 재발 우려도 커 미리 예방과 관리에 나서야 한다”며 “척추관협착증 예방의 핵심은 꾸준한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과 가벼운 근력 운동을 병행해 평소 뼈와 근육을 강화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갱년기 앞둔 73년생, ‘골다공증’ 대비해야
1973년생 소띠 중에는 갱년기를 앞두고 각종 근골격계 질환을 겪는 이가 적지 않다. 갱년기가 다가올수록 호르몬 저하로 골밀도가 줄어들고 척추와 관절의 퇴행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골다공증을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중장년 여성에게 골다공증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50세 전후 폐경기부터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파골세포를 억제하는 호르몬인데,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면 골조직의 생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빠른 속도로 골밀도가 줄면 사소한 충격에도 골절될 가능성이 커져 주의해야 한다. 골다공증은 노년기에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중년기부터 서서히 진행되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
골다공증 예방에는 뼈를 강화하는 비타민D와 칼슘 등을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력을 키워 골밀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평소 관리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전문의의 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 한방에서는 골밀도 감소를 억제하는 한약을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에 활용한다. 생약 복합물인 ‘연골보강환(JSOG-6)’은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와 서울대 약대 천연물과학연구소의 공동연구를 통해 골다공증을 억제하고 뼈를 보호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85년생 직장인, 소처럼 일하다 ‘일자목’ 될라
직장 생활에 성숙기를 맞은 1985년생들은 평소 일하는 자세를 돌아봐야 한다. 장시간 모니터를 볼 때 턱을 앞으로 내밀거나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본다면 ‘일자목 증후군’의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자목 증후군은 앞으로 목을 길게 빼는 자세 때문에 정상적인 C자 형태의 경추(목뼈) 곡선이 소실돼 외부적인 충격에 취약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일자목 증후군을 방치하면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올바른 자세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해 일자목 증후군을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니터를 볼 때는 상단 부분을 눈높이에 맞추고, 화면의 정중앙은 눈높이보다 10~15도 아래가 되면 좋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가능한 눈높이로 들어 올려 고개를 숙이지 않도록 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한방에서는 일자목 증후군 치료에 추나요법을 주로 활용한다. 추나요법은 긴장된 근육과 인대를 풀고 경추의 정렬을 바르게 교정함으로써 통증 원인을 해소한다.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쇄골 잡아 앞뒤 스트레칭’은 일자목 증후군 예방에 효과적이다. 먼저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아 양손을 교차시켜 쇄골을 잡는다. 그다음 천천히 코로 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뒤로 젖혀 15초간 유지한다. 이 스트레칭은 일자목 증후군으로 인해 목과 어깨가 받는 비정상적인 하중을 줄여주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
97년생 취준생, 스트레스부터 해소해야
1997년생 소띠들은 대개 취업 준비로 여념이 없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고용 시장은 20대에게 정서적 불안을 안기고 있다. 아울러 최근 5년간 연령대별 우울증 환자 수를 보면 20대 증가율이 가장 높다. 20대 우울증 환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정서적, 신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면역력도 감소시킨다. 따라서 취미, 운동, 명상 등 다양한 해소법을 통해 제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신체적인 증상으로 발현돼 불면증, 소화장애 등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는 ‘태충혈(太衝穴)’ 지압이 효과적일 수 있다. 태충혈은 전신의 수축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대표적인 혈자리로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 발등 쪽으로 2cm가량 올라온 지점이다. 태충혈을 엄지손가락으로 3초간 지긋이 10회 정도 눌러주면 각종 스트레스성 증상이 완화된다.
09년생 초등학생, 성장기 ‘척추옆굽음증’ 주의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2009년생 소띠들은 본격적인 골격 형성이 진행되는 중요한 성장기다. 하지만 학습으로 인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척추에 무리를 줘 척추옆굽음증에 노출되기 쉽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초등학생의 평일 평균 학습시간은 6시간 9분에 달해 대학생(4시간 8분)보다 많았다.
척추옆굽음증(척추측만증)이란 정면에서 봤을 때 척추가 C자형이나 S자형으로 휘어져 몸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말한다. 틀어진 척추 배열이 주변의 근육, 인대, 신경에 압박을 주기 때문에 요통이나 어깨결림,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골반 불균형으로 이어져 키 성장에도 방해가 될 수 있다. 특히 겉으로 봤을 때 골반 또는 어깨 높이가 다르거나 몸통이 한쪽으로 치우쳐 보인다면 척추옆굽음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김노현 원장은 “척추옆굽음증은 이유를 알 수 없는 특발성 측만이 대부분이나 주로 잘못된 자세나 습관이 원인이므로 기대어 몸을 틀어 앉거나 다리를 꼬는 자세는 자제하고 무거운 책가방을 한쪽으로 메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지난 1년간의 건강관리를 스스로 살펴보고, 연령별로 주의해야 할 질환과 관리법을 숙지해 다가오는 새해를 알차게 계획해보는 것도 건강한 일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골프 월드는 뒤죽박죽이었다. 매년 4월에 열던 ‘마스터스’를 84년 만에 처음으로 11월에 연 것이 대표적이다. 그 바람에 덕을 본 선수가 두 명 나왔다. 한 명은 최저 타수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더스틴 존슨이다. 더스틴 존슨은 늦가을에 촉촉하게 젖은 오거스타 내셔널(마스터스를 매년 여는 골프장) 그린을 장타와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공략해 나흘 합계 20언더파를 기록했다. 종전 최저타 기록은 타이거 우즈와 조던 스피스가 갖고 있던 18언더파다. 더스틴 존슨의 기록은 늦가을에 비가 흠뻑 내려 그 악명 높은 오거스타 그린이 딱딱함을 잃은 덕분임이 분명했다.
참, 내 정신 좀 보라. 제목은 최고령 기록 어쩌고 해놓고 엉뚱한 길로 새서 한참 가고 있다. 새해 첫 글의 주제는 독자도 보다시피 ‘최고령 기록과 에이지 슈팅’이다. 더스틴 존슨이 대회 중계 화면을 독차지하다시피 한 그 대회에서 내가 눈여겨본 선수는 따로 있다. 언뜻언뜻 비칠 때마다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는 바로 베른하르트 랑거다. 나는 2019년 마스터스에서 만 62세로 컷 통과를 한 그가 2020년에도 선전하기를 바란 것이다. 결과는 어땠냐고? 그는 내 바람을 훌쩍 뛰어넘어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바로 마스터스 역사상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세운 것이다. 만 63세로. 랑거는 1957년생이다. 나흘간 합산한 최종 성적도 빼어났다. 공동 29위. 2019년에는 컷 통과 후 맥이 풀렸는지 컷 통과자 중 최하위를 기록했는데 말이다. 랑거 또한 더스틴 존슨과 마찬가지로 ‘11월에 열린 마스터스’의 수혜자다. 왜냐고? 마스터스를 예정대로 4월에 열었다면 랑거가 컷 통과를 해도 최고령 기록을 달성하지는 못했을 테니까.
랑거의 최고령 마스터스 컷 통과 기록에 내가 환호한 이유는 또 있다. 랑거는 2019년 주로 활동하는 미국 PGA 투어 챔피언스(시니어 투어)에서 시즌 중반 갑자기 부진에 빠졌다. 그는 그해 마스터스 컷 통과를 한 직후 대회부터 몇 개 대회에서 죽을 쒔다. 마스터스에 진을 뺀 후유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때 ‘시니어 투어를 지배하던 랑거의 시대가 끝났다’는 내용의 칼럼을 여러 골프 칼럼니스트가 썼다. 그때 내 생각은 어떠했는지는 애독자라면 잘 알 것이다. 모른다고? 흑. 애독자가 아니거나 내가 아직도 철저하게 무명이라는 얘기다. 나는 ‘랑거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큰소리를 친 칼럼을 바로 이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썼다. 못 믿겠다면 2020년 3월호 베른하르트 랑거 편을 찾아보기 바란다.
2020년에는 마스터스가 열리기 직전 다른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도 멋진 기록이 나왔다. 1956년생 프레드 펑크가 버뮤다 챔피언십에서 컷 통과를 한 것이다. 세상에 만 64세에 말이다. 64세 이상일 때 PGA 투어 대회에서 컷 통과를 한 선수는 프레드 펑크를 빼면 딱 세 명뿐이다. 누구누구냐고? 모두 다 내가 이 칼럼에 소개한 이들이다. 바로 잭 니클라우스와 샘 스니드, 그리고 톰 왓슨이다.
놀라운 선전을 거둔 베른하르트 랑거와 프레드 펑크가 밝힌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독자도 이미 알 것이다. 바로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꿈을 꾼 것이다. 꾸준한 운동이 비결 아니냐고? 맞다. 그런데 꿈을 꾸면 훨씬 더 꾸준하게 운동하게 된다. 만 60세로 한국과 일본 시니어 투어 무대에서 뛰는 김종덕 프로는 40세 때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 20년째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 집에서 TV를 보더라도 아령을 든다고 말이다.
그래 김용준 프로 당신 얘기가 다 맞다고 치자. 그렇다면 “시니어 골퍼인 우리는 무슨 꿈을 꾸면 좋을까?” 하고 묻는 독자가 분명 있을 것이다. 순전히 참고하라고 내 목표를 살짝 밝힌다. 골프에서 내 목표는 에이지 슈터(age shooter, 나이보다 더 적은 타수를 기록한 골퍼)가 되는 것이다. 명색이 프로 골퍼라면서 목표가 우승이 아니고 에이지 슈팅(age shooting, 나이보다 더 적은 타수를 기록하는 것)이냐고? 흑! 맞다. 나이보다 더 적은 타수로 한 라운드를 마치는 그 에이지 슈팅 말이다. 에이, 김 프로 당신이야 프로 골퍼니까 에이지 슈팅이 가능할지 몰라도 어디 우리 같은 레크리에이션 골퍼가 가능하겠냐고? 일단 에이지 슈팅은 나도 장담 못한다. 그리고 독자에게는 ‘변형 에이지 슈팅 기준’을 소개한다. 변형 에이지 슈팅 기준이라고? 첨 들어본다고? 당연하다. 내가 세계 최초로 내놓는 것이니까. 변형 에이지 슈팅이란 바로 ‘전성기 핸디캡을 현재 나이에 더하고 그 점수보다 더 낮게 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창때 핸디캡이 ‘12’이고 지금 나이가 칠십이라면 ‘82’를 에이지 슈팅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어떤가? 세계 최초로 제안하는 ‘변형 에이지 슈팅’이라는 콘셉트가. 혹시 변형 에이지 슈팅을 하고 나서 옆 사람이 그런 게 어디 있냐고 깎아내리기라도 하면 꼭 김용준 프로가 만든 개념이라고 당당하게 말해주기 바란다. 변형 에이지 슈팅. 영어로는 ‘모디파이드 에이지 슈팅’(modified age-shooting)쯤 되려나? 그 기록을 달성하면 ‘변형 에이지 슈터’이고.
김용준
한마디로 소개하면 ‘골프에 미친놈’이다. 서른여섯 살에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독학으로 마흔네 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가 됐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KPGA 경기위원.
이제 막 사회인으로서 발걸음을 내디딘 청춘에게 세상은 두려움과 불안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런 20대를 맞이한 딸을 위해, 50대 엄마는 “세상을 향해 망설임 없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펼쳐나가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인생 선배인 박미진(51) 작가는 이 세상 딸들의 인생을 축복하고 응원하기 위해 ‘엄마가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메이트북스)을 펴냈다.
Q. ‘엄마가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펴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전에는 자녀 교육에 관한 도서들을 써왔습니다. 첫 책이 나온 건 아이가 열 살 무렵이었죠. 당시엔 내가 아이를 어떤 생각으로 키웠고, 교육관은 어땠는지 등을 담으려 했어요. 어느덧 그 아이는 자라 20대가 됐고, 엄마 품을 떠나 자신의 삶을 개척할 시기가 왔죠. 이제는 ‘네가 어떤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걸 제 경험을 통해 들려주고 싶어요. 그런 이야기를 직접 해줄 수도 있겠지만, 내 딸뿐만 아니라 또래의 아이들과 나누면 더 좋을 거 같았어요. 마침 작년에 딸과 유럽여행을 다녀왔는데, 덕분에 평소보다 더 밀착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 평소의 생각과 더불어 그때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엮게 됐습니다.
Q. 책을 낸 뒤 소감은 어떤지요? 딸은 반응은 어땠나요?
아마 글 쓰는 사람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나?’ 하는 생각이 들죠. 한편으론 딸이 이 책을 두고두고 보면서 삶이 힘든 순간에 작은 지혜와 통찰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고, 또 그럴 수 있으리라는 위안이 됐어요. 평생 엄마가 함께할 수는 없잖아요. 내가 어느 순간 사라질 수도 있는데, 이렇게나마 아이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작은 씨앗을 남긴 게 다행스럽기도 했죠. 처음 책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딸이 “내 거야”하고는 먼저 집어가더라고요.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요. 그런데 차마 읽어봤느냐, 어땠느냐고는 못 물어보겠더군요.(웃음) 그래도 애초에 책을 쓴다고 할 때부터 딸이 적극 지지해줬고, 또 책이 나오고도 좋아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은 굉장히 좋습니다.
Q. 집필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건 무엇인가요?
딸의 또래, 20대 여성에게 하는 말이잖아요. 제일 우려했고 고민했던 지점은 자칫 이 이야기가 ‘꼰대의 잔소리’로 들리면 안 된다는 거였어요. 그에 대해선 끊임없이 자기 검열 과정을 거쳤죠. 아무리 좋은 말도 엄마가 하면 잔소리가 되니까요. 제 육아 원칙 중 하나가 ‘잔소리는 하지 않겠다’였어요. 잔소리가 될 이야기는 세 마디 이상 안 넘어갔죠. 아이에게 바라는 행동이 있으면 먼저 제안을 해보고, 그걸 실행하느냐 마느냐는 아이의 선택이라고 여겼어요. 그러다 보니 이 책 역시 잔소리가 될까 봐 그 점을 가장 경계했습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가 아닌 ‘이런 방식도 있단다’, ‘이런 생각은 어때?’ 정도로만 받아들였으면 해요.
Q. 딸과 72일간의 ‘따로 또 같이 유럽여행’(잠은 같이, 여행은 따로)을 다녀오셨는데요. 당시 여행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면요?
엄마 눈에는 아무리 성인이라도 내 딸은 마냥 어려 보이잖아요. 이 아이에게 다가오는 위험과 고난을 내가 다 막아주고 싶은 마음이고요. 그런데 이번에 여행을 가서는 상황이 역전됐어요. 딸이 제 보호자 역할을 했으니까요. 여행 중 프라하에서 항공사의 실수로 하마터면 비행기를 못 타고 선불로 예약했던 이후 일정까지 취소해야 할 지경에 이른 적이 있어요. 여러모로 난감했던 상황인지라 자칫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낼 수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딸아이가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뿌듯했어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딸이 훨씬 컸구나, 성인으로서 자기만의 삶을 개척해나갈 힘이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덕분에 아이에 대한 신뢰의 폭이 훨씬 커졌고, ‘나 혼자라면 어땠을까?’ 싶었을 정도로 여행 내내 제가 의지를 많이 했어요.
Q. 자신이 20대 때 부모님께 들었던 조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아무래도 엄마는 딸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존재잖아요. 어릴 적 아버지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서는 젊은 나이에 홀로 3남매를 키우셨어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인데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그런데도 어머니는 늘 이런 생각을 하셨대요. ‘문제가 있다면 분명히 답도 있다. 그 답이 뭘까?’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제가 20대 때 자주 해주셨어요. 제가 고민이 있어 보이면 ‘미진아, 문제가 있으면 답도 있어. 잘 찾아보면 꼭 답이 보일 거야. 그러니 너무 힘들어하거나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말씀하셨죠. 덕분에 저는 삶의 난제가 찾아왔을 때도 움츠러들기보다는 끊임없이 답을 찾으려 둘러보고 생각하고, 그래도 답이 안 찾아지면 ‘내 질문지 잘못된 건 아닌가’ 점검해보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딸에게도 가끔 그런 할머니의 이야기를 해주곤 한답니다.
Q. 책 제목과 반대로 ‘딸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제가 엄청 진지하거든요. 좀 완벽주의적인 경향도 강해요. 근데 저희 아이가 한 번씩 그렇게 말해요. “엄마,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 좀 해봐. 지나갈 줄도 알아야 해.”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내 몸을 채우던 긴장이 확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면서 굉장히 위로되고 고맙더라고요. 엄마라고 완벽하지는 않잖아요. 엄마도 헷갈릴 수 있고요. 그렇게 제가 어떤 위기에 봉착했을 때 딸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제 문제를 바라보고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어요.
Q. 새해를 맞이하는 딸에게 덕담 한마디 한다면요?
책에서도 내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데요. ‘두려워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말해주고 싶습니다. 제 20대를 돌아보면 이게 맞나? 내가 제대로 가고 있나? 그런 질문들을 스스로 끊임없이 했어요. 막상 어떤 길을 찾았다 하더라도 현실에 발목 잡히는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환경적인 요인이나, 경제적인 문제 등등으로요. 그럴 때마다 저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많이 주춤거렸어요. 우리 딸은 설사 현실이 발목을 잡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망설임 없이 요구하며 살아갔으면 해요. 제가 그리 낙관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그동안 살아본 바로는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믿고 나아가면 그 끝은 원하는 삶에 닿아있더군요. 그러니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두려움 없이 가라고, 그리고 그 끝은 분명히 행복할 거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