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해 마음가짐은 예년과 달라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와 한계로 기존의 생활 방식을 고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한 해의 동향을 잘 읽고 대응하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2021년 전망 중 시니어가 알아야 할 핵심 트렌드를 알아보자.
도움말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 겸 심리학 박사
자료 출처 엠브레인 패널 빅데이터, 2021 트렌드 모니터, 이지서베이(조사 대상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20대~50대 각 250명)
Chapter1. #관계 #가족 #SNS
[1] 은둔형 꼰대의 지름길 ‘필터 버블’
원하지 않아도 과도하게 걸러진 편향된 정보를 받게 하는 알고리즘과 이것을 야기하는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 한다. 조사 결과 유튜브, 페이스북 친구가 나의 정치성향이나 투자성향과 유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상당수였다. 코로나19로 혼자만의 시간이 늘며 ‘내 판단이 옳다’는 자기중심적 사고는 강화되는 반면, 자기 생각과 판단을 평가받을 자리는 줄고 있다.
[Senior Point] 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거나 자기 판단을 점검할 기회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필터 버블은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러한 알고리즘의 이해가 부족한 중장년의 경우 자기 확신에 갇혀 소위 ‘꼰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또 부동산, 주식 투자 등은 객관적 논리로 접근해야 하는데 편향된 정보로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를 막으려면 종종 자신과 반대 성향의 키워드를 SNS나 유튜브에서 검색해 균형 있는 콘텐츠가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2] 코로나로 관계 리셋 ‘딥택트’
코로나19 이후 대중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지가 약해졌다. 가족이나 몇몇 친구와의 깊은 관계면 충분하다고 여기며, 혼자가 편하고, 개인 시간을 더 중요시한다. 2021년은 ‘관계의 확대’보다는 ‘관계의 질’을 깊게 하려는 움직임이 여느 때보다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Senior Point] 우리나라 사람들은 코로나19로 모임이 줄어든 것에 오히려 만족해한다고 한다. 50대의 경우 이러한 상황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이가 20대보다 적었다. 이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의 인간적 교류와 만남이 자유로운, 자발적 선택이 아니었다는 걸 방증한다. 가령 원치 않는 경조사에 체면치레로 가야 했다면 ‘코로나19’라는 피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주변을 되돌아보는 시기인 중장년에게는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리셋’하고 ‘딥택트’할 기회로 작용한다.
[3] 심신의 회복 공간 ‘홈 플랫폼’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은 일과 여가의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아울러 외부 세계의 불안과 어려움으로부터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홈 플랫폼’에서는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각자의 공간을 더 철저히 분리해야 집에서도 개인의 자존과 존엄,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Senior Point] 집에 오래 있으면 자주 멍해지곤 한다(이른바 ‘멍 때리기’). 어쩌면 이러한 행위가 시니어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으리라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신경인류학자 존 S. 앨런은 오히려 인간에게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등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것은 ‘뇌의 휴지 기간’ 붕괴라고 말한다. 딴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뇌는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등 성찰의 시간을 보낸다. 즉 뇌가 쉬는 것은 역설적으로 뇌의 활동이 제대로 기능한다는 뜻이다. 새해부터는 노후 정신 건강을 위해 집 안에서 ‘멍 때리기’를 즐겨도 좋겠다.
[4] 새해엔 더욱 애틋하게 ‘新가족’
인간관계는 축소됐지만, 가족 관계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조사에서 10명 중 8명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일상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가족’만이 제 기능을 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Senior Point] 新가족 형태에서 집안의 어른 역할은 달라져야 한다. 요즘 가족은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제각각이다. 콘텐츠만 해도 과거처럼 모두 거실에 모여 TV를 보지 않고, 누군가는 PC로 유튜브를, 또 누군가는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를 보는 등 각자의 디바이스로 따로 즐긴다. 가족의 공통 관심사가 적은 데다, 취향 존중 시대라 가장의 외로움은 커질 수 있다. 이럴 때는 가족 화합을 강제하기보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개인의 시간과 공간을 배려하면서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