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을 비롯한 오감의 쇠퇴, 기억력 감퇴나 근력 감소, 민첩성 저하 등. 노화로 인해 노인들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겪곤 한다. 계단 오르기, 작은 글씨로 된 안내문 읽기 등 나이 들기 전과는 달리 수행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필요한 시설이나 시설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의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문제 상황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이 있다.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연령이나 성별, 장애 유무, 문화적 배경 등에 구애 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다. 생활 속 흔히 접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사례로는 벽과 바닥, 위생기기의 색을 다르게 적용한 화장실이 있다. 노화로 인해 시야가 흐린 노인의 경우 색상이 구분되지 않으면 변기에 부딪힐 위험이 있지만, 색상으로 벽과 바닥을 구분하면 시야가 흐린 노인들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2020년 기준 서울시의 고령자 인구는 총 153만 4957명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고령자 인구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2021년부터 건축계획단계부터 서울시 공공건축물을 신축‧증개축 시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 준수를 의무화했다. 이에 서울시 내 경로당이나 치매전담시설 등 최근 지어진 노인 복지시설에는 노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돼 있다.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개발한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이 그 중 하나다. 치매 노인의 신체‧정신‧사회적 특성을 맞춤형으로 고려한 이 디자인은 치매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 개발에는 노인요양센터 종사자와 보호자, 치매 관련 의료계‧학계 전문가와 유니버설디자인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다. 기존 요양시설보다 더 넓은 1인 생활공간과 공동거실, 전문 요양인력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디자인의 핵심은 공용공간(공동거실 등), 개인공간(생활실), 옥외공간 등 치매전담실 내 모든 공간을 최대한 ‘집’과 비슷한 환경으로 조성한 것이다. 병원이나 시설 같은 느낌은 최소화하되, 거주하는 어르신들끼리 즐겁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공용공간과 개인공간을 분리했다.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은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와 시립서부노인요양센터 2곳에 적용됐다. 또한 서울시는 공공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이를 적용하고, 디자인 가이드북을 공개해 민간 영역으로의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는 노인복지시설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시설 개선에 나섰다. 지역내 구립경로당 23곳 중 노후 정도와 이용 인원 등을 고려해, 가장 시급한 곳부터 개선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로당 이용자 워크숍, 주민설명회 등 여러 차례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유니버설디자인 설계를 적용했다. 지난해 3월 장충경로당, 12월에는 필동경로당과 다산동 충현경로당이 새단장을 마쳤다.
필동경로당과 충현경로당의 경우, 노인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후화된 내외부 시설을 손봤다. 우선 입구에는 경사로와 안전손잡이를 설치해 휠체어나 보행보조기를 타고도 경로당을 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악천후를 대비해 현관에 캐노피(덮개)를 설치하고,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교체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복도와 계단에는 픽토그램을 활용한 안내판을 부착했다. 또한 낙상사고 예방을 위해 모든 계단에는 안전손잡이와 미끄럼방지패드가 붙었다. 가장 노후화된 공간이던 화장실은 출입문부터 세면대, 변기 등 내부시설을 모두 교체하고, 위급상황 발생을 대비해 비상벨을 설치했다.
삼화페인트는 한국컬러유니버셜디자인협회와 함께 2015년 국내 도료업계 최초로 노인복지시설을 위한 ‘컬러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를 완성했다. 복지시설의 공간을 복도, 침실, 휴게실, 식당 등 목적에 따라 10개로 분류하고, 시각이 약한 고령층의 편의와 안전을 고려해 주조색, 보조색, 강조색으로 활용할 수 있는 652가지 색과 사인물 사용기준을 담았다. 제품, 건축, 서비스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나 색각을 가진 사람을 배려해 시설이나 건설 현장에서 활용해 노인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까지 챙기기 위함이다.
가이드는 홍성군의 여러 노인복지시설에 적용됐다. 고령층 시력, 색상 인지 능력에 맞춰 홍성노인복지관, 홍성유일노인요양원, 사회복지재단 청로회의 복지차량이 컬러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에 맞춰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 고령자들이 선호하며 눈에 잘 띄는 분홍색을 차량에 적용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식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다양한 생애주기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모두가 이용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는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필요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단편적인 디자인이 아닌, 공존을 위한 디자인인 유니버설디자인이 더 많이, 더 널리 쓰여야 하는 이유다.
경기 고양시는 고용노동부와 공동으로 6월 7일부터 14일까지 ‘Bravo! 2022 고양시 중장년일자리박람회’를 개최한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박람회 참여에 제한을 뒀지만, 이번 박람회는 찾아오는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다.
이번 박람회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진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온ㆍ오프라인으로 준비되어 있다.
먼저 6월 3일부터 13일까지 박람회 홈페이지에 마련된 ‘온라인 채용관’을 통해 고양시를 비롯한 인근 지역의 30여 개 기업의 구인정보 확인 및 이력서 사전 접수를 진행한다. 이후 14일 고양꽃전시장에서 개최되는 오프라인 박람회에서 현장면접이 진행된다. 미처 이력서 사전 접수를 하지 못한 구직자도 오프라인 박람회 현장에서 이력서를 접수하면 면접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장면접은 구인기업 인사담당자와 구직자의 1:1 면접으로 진행된다. 더불어 ‘취업클리닉관’에서는 일자리 상담, 취업서류 및 면접컨설팅, 지문적성 및 퍼스널컬러, 이력서 사진 촬영 등을 한다.
또한 창업관과 귀농·귀촌귀어관도 준비되어 있다. 취업과 귀농·귀촌에 관한 전문가에게 상담 받을 수 있고 각종 지원제도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
미래유망일자리관에서는 드론지도사, 도시농업관리사, 유튜브 크리에이터, 병원 동행 매니저 현직자 멘토링 등이 진행된다. 일자리유관기관에서 알려주는 직업훈련과 자원봉사 등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잡(JOB)학다식관’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또한, 고양시통합일자리센터의 신중장년강사양성프로그램을 수료한 새내기 강사의 강연부터 중장년 생애경력설계를 위한 심도 있는 컨설팅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중장년 취업에 관한 정보를 한 곳에서 볼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람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2년 동안 일자리 시장에 변화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중장년층분들이 박람회에 참여하시는 이유도 다양한 것 같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보려는 분들도 있고, 생계를 이유로 일자리를 찾으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반영해 이번 박람회에서는 중장년층분들에게 현장 면접 기회뿐만 아니라 진로 쪽 안내도 해드리려고 한다. 현장 면접 50%, 진로 상담 50%로 박람회 프로그램을 구성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문 상담가들을 기용해 중장년층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번에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약 35개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쿠팡, 마켓컬리 등의 기업이 참여했다. 생산직, 물류 쪽에서 구인 요청이 많은 편이다. 사무직과 관련한 구직 자리도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 시니어들이 보이스피싱·스미싱으로 피해를 본 금액은 7000억 원. 매해 사라지는 은행 점포는 300여 개. 스마트폰 보급률은 95%에 이르지만 60세 이상의 모바일뱅킹 사용률은 25%에 불과하다.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62)은 디지털 시대의 정보 격차가 금융 소외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미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의 말이다. 대한노인회에서 정책이사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정부·국회와 함께 노인 빈곤 문제 등 노인 정책을 다뤘던 오영환 사무총장은 이 문장에 깊이 공감했다. 금융을 잘 모르는 시니어가 많기 때문. 시니어들이 노후 빈곤을 겪지 않으려면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를 설립하고, 연간 2만여 명의 시니어를 만나고 있다.
Q 대한노인회에서 노인 정책 관련 일을 꽤 오래 하셨는데 어떻게 시니어 금융 교육을 시작하시게 됐나요?
대한노인회에서 노인정책 이사로 있으면서 노인 빈곤, 노인 소외, 노인 복지 등에 대한 정책들을 보건복지부, 국회와 함께 협의하는 일을 했습니다. 서울시 일자리위원회 위원, 웰다잉 시민운동 이사로도 활동했는데요. 노인에게 필요한 정책 중에서도 노인 빈곤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이유 외에 금융도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은행 점포도 없어지는 추세인데, 디지털 금융을 모르면 노후가 빈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는데 나이 들면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시니어들의 스마트폰 활용도가 무척 낮아 디지털 정보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뱅킹만 보더라도 2030 세대는 약 80%가 사용하는데, 50대는 51% 수준이에요. 60대는 18.7%, 70대 이상은 6%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모바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 금리 우대도 해주고, 계좌이체 수수료도 면제되고요. 대출받을 때 금리 우대도 받습니다. 이런 돈을 연간으로 계산하면 50만 원 정도 차이가 납니다. 디지털 정보 격차가 금융 격차로 이어지는 셈이죠.
시니어의 경우 의도하지 않은 정보 차단도 많이 겪습니다. 요즘은 시니어도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요. 예를 들어 태극기 부대가 뭔지 궁금해 눌러봤는데, 알고리즘으로 인해서 계속 태극기 부대 관련 영상이 올라오는 거예요. 하나를 보면 그것에 관련된 내용만 계속 나오니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되는 거죠. 그래서 시니어들에게 디지털 시대의 금융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2017년에 금융위원회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를 설립하게 되었죠.
Q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는 어떤 일을 하나요?
많은 시니어가 금융사기로 피해를 보고 있고, 금융 소외를 겪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인 착취 문제도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죠. 노후 빈곤을 예방하려면 생애 주기에 맞춰 은퇴 준비도 해야 합니다.
곧 다가올 초고령사회에서 시니어들이 빈곤에 시달리지 않고 행복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금융사기예방교육, 디지털금융교육, 은퇴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교육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생활 팁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요즘은 기차표를 사는 것도, 호텔 예약도, 쇼핑도 다 스마트폰으로 하잖아요. 실제 교육을 받은 분들이 “자식들에게도 물어보기 어려웠는데, 배우고 나니 너무 편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동네에서도 이런 교육을 쉽게 배우실 수 있도록 노인종합복지관, 도서관, 대한노인회가 운영하는 경로당, 노인대학 등 여러 기관과 함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시니어뿐 아니라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정책을 목적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시니어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금융이 디지털화되면서 정보 격차가 벌어지고 금융사기를 당하는 시니어가 많아졌습니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 시니어들이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으로 잃은 금액이 7000억 원 정도 됩니다. 역대 최고 금액이에요. 예상외로 50대가 굉장히 많습니다. 피해 건수로는 70~80대가 많은데, 피해 금액은 오히려 50대가 훨씬 많아요.
고전적인 수법은 전화로 “당신의 자녀, 손주를 납치했다”고 하는 건데요. ‘나는 안 속는다’고 하지만 막상 당하면 머리가 하얘진다고 해요. 요즘은 또 보이스피싱 하는 사람들이 피싱 전화를 걸면서 동시에 실제로 자녀를 만나고 있어요. 휴대폰을 빌려달라거나 해서 자녀에게 확인하려고 거는 전화를 가로챕니다. 납치되었다는데 전화를 해도 안 받으니까 속는 경우가 많죠. 또 문자를 이용한 스미싱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어요. “아빠 휴대폰 고장 났어요. 돈 좀 보내주세요”라는 문자, 해외 구매한 상품이 세관에 있으니 확인해보라는 문자 등이 있어요. 젊은 분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경고를 받는데, 시니어들에게는 그런 경로가 많지 않아요.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850만 명 정도 됩니다. 50세 이상 시니어까지 포함하면 2000만 명이에요.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2026년 초고령사회로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1년 앞당겨졌어요.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니 노인 착취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요양원 원장에게 통장을 맡겼다가 치매가 와서 그 사실을 잊어버리자 원장이 그 돈을 써버린 사례도 있고요. 간병인이나 지인이 그러기도 합니다. 부모의 연금을 자식이 가져가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요. 치매기가 있는 노인에게 케이블TV 하나 두라며 대충 사인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고 법적으로는 ‘후견인 제도’라는 걸 운영하는데요. 간단히 말하면 누군가 내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려고 할 때 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데다 그 과정도 굉장히 복잡합니다. 법원에 신청하면 판사가 판결을 통해 후견인을 지정해줘야 하고 변호사도 있어야 하는데, 70세 넘어 이 과정을 할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대안으로 주민센터 공무원이나 노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가 후견인이 되는 ‘공공 후견인 제도’가 있어요. 노인 착취 문제는 주로 70세 이상 노인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그전에 이런 방법들을 알아둬야 합니다.
2025년이면 인구의 20%가 노인입니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니 그 피해도 늘어나겠죠.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시기에는 자신의 재산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거든요.
Q 금융 교육은 어떤 내용인가요?
금융 관련 교육은 크게 디지털금융교육과 금융사기예방교육이 있습니다. 금융사기예방교육은 연극과 뮤지컬로 만들어서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강사가 앞에 나가 PPT를 띄우고 교육을 했는데 지루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극단과 함께 금융사기 내용을 연극으로 만들었더니 굉장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다음 더 재미있게 해보려고 트로트 뮤지컬을 만들었어요. 트로트가 나오니 함께 따라 부르고 춤도 추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연극과 뮤지컬을 합해서 약 2년 동안 100회 가까이 공연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동안은 공연을 못 했어요. 아쉽지만 이번에는 국악으로 흥부놀부 이야기를 통해 금융사기를 알리는 영상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디지털금융교육은 먼저 스마트폰 이용과 같은 디지털 교육을 하고, 잘 따라오시면 금융 교육으로 넘어가는데요. 시니어들은 교육을 할 때 직접 해봐야 해서 1:1 대면 교육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대면할 수가 없게 되었죠. 고민을 하다 행사로 기획했던 ‘시니어 골든벨’을 비대면으로 시도해봤습니다. 먼저 지원자들에게 골든벨 교재를 보내드리는데요. 예상 문제집인 셈인데 거기에 생활에 꼭 필요한 금융 꿀팁을 담았습니다. 금융사기, 투자, 보험, 주택연금 등 금융 상식도 넣고, 유튜브로도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시니어 골든벨’은 화상 채팅으로 진행하고요. 250명이 정원인데, 참여율은 70~80% 정도 됩니다. 혼자서 화상 프로그램 접속을 못 하시거나, PC가 없어서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런데 유튜브 완주율은 100%입니다. 골든벨 대회도 좋지만, 저희 목표는 대회 준비 과정을 통해 금융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는 거였거든요.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금융 교육도 하지만 은퇴 교육도 하신다고요. 은퇴 교육이라니 조금 생소합니다.
은퇴 교육도 결국은 금융 교육이에요. 생애 주기별 금융 교육이 필요한 것이죠. 우리에게는 세 가지 수명이 있습니다. 평균수명, 건강수명, 경제수명인데요.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4세입니다. 건강수명은 평균 74세, 경제수명은 평균 70세예요. 평균 10년을 노인성 질환을 앓고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신다는 뜻이죠. 은퇴 교육은 경제수명을 늘려서 시니어들이 노후를 조금 더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은퇴 교육은 40대에게 가장 필요합니다. 은퇴 이후의 삶을 미리 설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직 젊다고 생각해서 교육을 많이 안 받아요. 그래서 일단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6개월 앞둔 분들에게 하고 있어요. 교육청, 사학연금, 공무원 연금공단 등과 연계해서 교사, 교직원,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은퇴를 하면 신체적 변화뿐 아니라 수입과 지출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수입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병원비 지출은 많아지죠. 재무적으로 그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또 비재무적으로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준비해야 하죠. 요즘은 우스갯소리로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산다’고 그래요. 50세에 은퇴하고도 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거죠. 인생 이모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시니어분들이 많은데, 은퇴 후 삶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분들을 위한 금융 교육과 은퇴 교육도 중요합니다.
Q 시니어금융소비자보호정책 포럼을 열어 시니어 디지털 금융 격차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하셨는데요. 고령 친화적인 정책들이 생겨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에 은행 지점 311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점포가 없어지는 곳은 첫째 낙후된 지역, 둘째 고령화된 지역입니다. 많은 분들이 은행을 공공기관으로 생각하지만, 은행은 민간 기업입니다. 점포 하나를 유지하는 데 월 2억~3억 원이 필요하다고 해요. 그러니 점포를 닫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동네 은행이 문을 닫으면 시니어들은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해요. 금융 접근성에 제한이 생기죠. 그래서 대안을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건 디지털 금융 교육입니다. 점포를 없애기 전 디지털 금융 교육을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점포 폐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어요. 지역 주민들에게 설문조사도 하게 되어 있고, 점포를 닫는 대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작됐는데요. 그 하위법으로 노인과 관련된 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가 시니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야기했던 내용이 많이 반영되고 있는데요. 올해 안으로는 완성될 것 같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중장년에게 민간 전문기관의 1:1 심층 경력 설계 상담을 지원하는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 사업을 시작한다.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은 국민 평생 직업능력 개발법 개정에 따라 올해 처음 운영하는 사업이다. 노동시장의 변동성 증가에 대응해 근로자들이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생애 경력설계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1000인 미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만 45~54세 중장년이라면 국민내일배움카드 한도 외에 100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고, 이를 민간의 전문 컨설팅 기관이 제공하는 1:1 경력설계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 사업은 근로자 개인이 노동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해 직무역량을 개발해 나갈 수 있게끔 하는 데에 초점을 둘 예정이다. 그간 국민내일배움카드는 구직자에게 직무능력 향상 위주의 기술 훈련을 지원해 단기간 내에 일자리를 알선해왔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고용부와 직업능력심사평가원은 상반기 공모 절차를 거쳐 해당 사업을 운영할 총 10개의 민간 컨설팅 기관을 선정했다. 고용부는 전문 상담 인력을 보유하고 다양한 고용서비스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일부 운영기관은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도권 외 지역의 중소기업 재직자도 경력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각 운영기관은 ‘중장년 행복이음 과정’과 ‘5 Weeks 커리어 챌린지’ 등 45~54세 재직자에게 맞춤형으로 개발된 다양한 특화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여자의 특성 및 수요에 맞춰 직무전환형과 직무유지형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참여자 개개인에게 전담 상담사가 배정돼 기초상담과 경력진단을 시작으로 1:1 심층상담이 이뤄진다. 개별 진단에 따라 심리·재무 전문가와 전·현직 직무 전문가 등이 멘토로 참여하는 1:다(多) 협진 시스템도 운영할 계획이다.
류경희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중장년은 인생 전반의 많은 문제들이 눈앞에 닥쳐 있어 내면의 갈등까지 같이 고민해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 사업이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 근로자가 변화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내자가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조언자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고용부는 올해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 사업에 5000명 지원을 목표로, 생애 경력설계가 꼭 필요한 중소기업 재직자들을 적극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중소기업 재직자는 직업훈련포털에서 국민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은 후,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 과정을 수강 신청할 수 있다. 가까운 고용센터에서도 신청 가능하다.
노사발전재단이 ‘트래블헬퍼’를 통해 제주도 신중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그들은 장애인과 고령자의 관광을 돕게 된다.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가치 확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노사발전재단은 19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관광공사, 사회적기업 두리함께와 ‘제주 무장애관광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무장애관광’은 장애인, 고령자 등 관광약자가 관광에 있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번 협약은 제주지역 신중년 적합직무로 개발된 ‘트래블헬퍼’ 양성을 통해 신중년 일자리창출과 사회적 가치확산을 위해 상호 협력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 트래블헬퍼는 관광약자의 여행시 불편함을 해소하고, 관광 활동에 따른 여행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번 협약을 통해 운영되는 ‘관광업 특화 전직지원서비스’는 생애경력설계 및 업종 특화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제공되며 트래블헬퍼 과정 이수 후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로 취업할 수 있다.
재단은 ‘관광업 특화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탐색, 진로 설정 및 취업 역량을 높이고, 장애유형별 트래블헬퍼 역할, 보조기기 이해 등 전문 과정을 제공한다.
제주관광공사는 무장애관광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제작 및 관광약자 참여형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관광약자의 문화향유권 증진을 지원한다.
정형우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관광업 분야 전직지원서비스가 코로나로 인해 퇴직·전직을 하는 관광업 종사자들의 재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관광약자들을 위한 무장애관광 육성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에는 은퇴란 없다는 말이 있다. 은퇴 후 재취업으로 제2의 직업을 가지며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중장년층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연령은 49.3세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남자는 51.2세, 여자는 47.7세다.
더불어 고령층은 평균적으로 73세까지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층의 일하는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58.7%로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33.2%) ▲‘무료해서’(3.8%) 등 순이었다.
결과를 보면 실제 평균 은퇴 연령과 희망 연령에는 20년이 넘는 차이가 발생한다. 고령화 사회에 신중년 일자리가 더욱 증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 신중년들의 일자리는 단순 노무직을 떠나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점점 전문화되어가고 있다. 또한, 신중년 고용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들도 함께 짚어봤다.
4차산업과 전문성
2021년 5월 55~79세 고령층 인구는 1476만 6천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9만 4천 명(3.5%)이 증가했으며, 15세 이상 인구(4,504만 9천 명)의 32.8%를 차지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8.0%로 전년동월대비 0.5%p 상승했고, 고용률은 56.0%로 전년동월대비 0.7%p 상승했다. 55~64세 고용률은 67.1%로 전년동월대비 0.2%p 상승했으며, 65~79세 고용률은 42.4%로 2.0%p 상승했다.
고령층 취업자의 산업별 분포를 보면,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이 38.1%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도소매·숙박음식업(17.6%), 농림어업(13.6%) 순으로 높았다.
직업별 분포를 보면, 단순노무종사자(25.6%), 서비스‧판매종사자(22.3%), 기능·기계조작 종사자(22.3%)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전문 기술직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꼽은 신중년 유망 직업은 보건, 의료, 생명공학, 사회복지 분야 등이다. 특히 데이터 보안, 항공(드론) 관련 직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차 산업시대를 맞아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이 높아짐에 따라 재취업을 원하는 신중년들도 전문적인 기술과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이제 단순 노동직을 원하면 안 된다는 것. 단순 노동직은 단기 일자리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어 이전처럼 농사만 지을 것이 아니라 스마트팜을 운영하면서 디지털 사회에 맞춰 발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중년 일자리 정책
먼저 신중년의 고용을 위한 정책으로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이하 ‘적합직무’) 제도가 있다. 2018년부터 시행된 적합직무 사업은 중소·중견기업이 신중년 적합직무에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하면 1년간 최대 960만 원의 고용장려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선지원대상기업(산업별로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가 일정 기준 이하인 기업) 등 기업들은 장려금을 지원받아 필요한 직무에 적합한 신중년을 채용해 인력난 해소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단 우선지원대상기업 또는 중견기업은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하려는 경우 지원받을 수 있다. 우선지원대상기업은 최대 월 80만 원, 중견기업은 최대 월 40만 원까지 지원한다. 지원 기간은 최대 1년으로 승인 후 3개월 단위로 지원금이 지급된다.
노동부는 지난해 디지털·환경 분야의 20개 직무와 인구구조·시장 변화에 따라 구인 수요가 늘어난 장례지도사·애완동물 미용사 등 9개 직무 등 총 29개 적합직무를 추가로 지원대상에 포함하며 신중년의 고용을 장려했다.
이와 함께 장년 근로시간단축 지원금 제도도 있다. 근로시간단축으로 감소된 장년 근로자의 임금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현재 직장에서 18개월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 근로자로서, 주당 근로시간을 32시간 이하로 단축하면서 임금이 줄어든 경우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이 되면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 전후 임금 차액의 2분의 1을 최대 2년간 연 1080만 원 한도로 지원한다. 사업주에게는 근로시간 다축 적용 근로자 1인당 최대 2년간 월 30만원의 간접노무비가 지원된다.
정부와 지자체의 신중년을 위한 일자리 지원 센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4차 산업시대에 발맞춰 전문성을 길러주는 교육도 확대되고 있다. 자신이 사는 지역과 업무 능력을 파악해 자신에게 맞는 지원센터를 찾아보자.
먼저 대표적으로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만 40세 이상의 중장년에게 생애경력설계, 전직, 재취업 등과 관련된 교육을 제공한다. 대표 프로그램으로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와 생애경력설계서비스, 전직·재취업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중장년이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직업역량을 강화하는 맞춤형 직업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고령자인재은행은 만 50세 이상 장년 구직자들에게 직업을 소개해주는 곳이다. 현재 44개소가 있다. 이밖에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나 자신이 사는 지역의 50+센터나 일자리 센터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함께 책을 통한 50+세대의 사회 참여 활동을 돕는 사업을 추진한다. 50+세대가 책을 매개로 인생 후반기의 삶을 더 풍요롭게 설계하고, 지역 내 인문독서문화 가치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재단은 두 기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50플러스캠퍼스에서 전화로 책 읽어주는 활동가 입문, 북큐레이션 문학도서 입문, 어린이 미술사 에듀케이터 입문 등 3개 정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전화로 책 읽어주는 활동가 입문’ 과정은 어르신들에게 전화로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 활동가를 양성하는 과정으로 운영된다. 강좌 수료생 대상으로 ‘전화로 책 읽어주는 봉사단’을 구성하고 자원봉사 활동으로 연계할 계획이다.
‘북큐레이션 문학도서 입문’ 프로그램 수료생을 대상으로는 ‘문학도서활용 모니터링단’을 운영할 예정이다. 수료생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 나눔 도서 보급사업 참여 시설을 대상으로, 도서활용 모니터링 역할을 수행한다.
아이들의 미술 교육 지도 역량을 키워주는 ‘어린이 미술사 에듀케이터 입문’과정의 경우, 수료생을 대상으로 ‘문화누리인솔 자원봉사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문화누리카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원봉사 활동을 연계할 예정이다.
각 기관은 원활한 프로그램 운영 뿐 아니라, 인문독서문화 가치 확산과 책을 통한 50+세대의 사회참여 활동 확대를 위해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북부캠퍼스 내 3개 정규 교육 과정 개설을 통한 교육 및 후속 프로그램 운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도서 기증, 문학도서 활용 모니터링 대상처 제공, 모니터링단 사례비와 문화누리인솔 활동비 지원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진행한 ‘2021 60+책의해’ 경험을 바탕으로 추진 노하우 전수 및 교육 과정 강사를 추천을 담당한다.
고선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생애전환지원본부장은 “50+세대는 인문 독서 활동에 특히 적극적인 세대”라며 “전문 기관과 협력을 통해 50+세대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공헌 활동을 더욱 확대하고 서울시 지역사회 내에서는 문화 예술 가치가 확산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제6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가족 돌봄 청년 지원대책 수립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 방안은 가족을 돌보고 있는 청년을 뜻하는 ‘영 케어러(young carer)’에 대한 첫 번째 국가적 대책이다. 이로 인해 영케어러 청년으로부터 돌봄을 받는 노인도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영케어러란 장애, 정신‧신체 질병, 약물 등의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이다. 영국, 호주, 일본 등 해외에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돌봄자를 영케어러로 지칭한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에 따르면 국가는 34세까지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3월부터 전국적 현황조사를 실시해 가족 돌봄 청년의 규모와 실태를 파악한다. 조사를 통해 나타난 가족 돌봄 청년들은 기존 제도에 연계해 즉각 지원하고 간담회를 통해 신규로 필요하다고 확인된 지원 내용은 시범사업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지원 내용은 돌봄, 생계, 의료, 학습지원으로 나뉜다. 돌봄지원으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맞춤돌봄서비스, 가사간병방문지원사업, 긴급돌봄 등이 해당된다. 생계지원으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긴급복지 지원제도가 포함되며, 의료지원에는 의료급여, 건강보험 수급자 및 차상위자 본인부담경감, 재난적 의료비가 제공된다. 학습지원으로는 교육급여, 학습종합클리닉센터 지원, 대학생 튜터링 사업, 학교밖 청소년 검정고시 지원 및 직업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영케어러(가족 돌봄 청년)는 각종 복지 서비스 신청의 어려움, 간병‧치료 등에 대한 정보 부재, 집안일 미숙, 상담자의 부재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립감‧우울감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돌봄 과정에서 겪는 생계비‧의료비‧돌봄비용 마련의 어려움은 소득 창출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에게 생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지우고 있다. 이는 학업과 진로 탐색의 기회가 줄어들고, 미래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져 결국 청년 개인의 생애가 취약해지는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간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복지 정책에는 여러 한계점이 있었다. 가족 돌봄들이 기존 복지 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았고, 그들에 대한 공적인 조사와 지원 체계 역시 없었다. 또한 가족 돌봄 청년은 그간 복지 지원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아 정책적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 및 전달체계 부족 등 공적인 지원을 받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복지부는 가족 돌봉 청년 당사자들,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들과의 간담회를 각각 거쳐 지원 대책을 설계했다. 돌봄 대상자가 아닌 ‘돌봄 제공자’에 대한 접근이라는 점이 그간의 지원과는 다른 점이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돌봄 제공자에 대한 지원으로, 특히 어린 나이에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첫 접근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며 “가족에 대한 돌봄으로 인해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업이라는 사실을 막연히는 알겠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 수행기관도 많고,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노인을 위한 정책인데 정작 노인들이 어렵게 느끼니 접근부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에 노인 일자리 사업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봤다.
우리나라는 2000년을 기점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섰다.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노인 복지는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됐고, 정부는 정책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면서 노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2004년에 도입됐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은 노인복지법 제23조에 의거해 시행되고 있다.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노인에게 일자리 창출과 보급을 통해 사회참여와 근로 소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정책이다.
2022년 사업 확대의 중요성
더욱이 2023년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4% 이상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가 전원 60대 노인 세대로 편입된다. 더불어 2025년에는 예정대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약 50년 뒤인 2070년에는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통계청,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
이에 노인 일자리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정부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82만 개에서 올해는 84만 5000개로 사업이 확대 추진됐다. 만 60세 또는 만 65세 이상이라면 조건에 따라 참여 가능하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거의 모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임금은 평균적으로 월 30만 원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유형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 일자리 유형에는 공공형, 사회 서비스형, 민간형 사업이 있다. 먼저 공공형에는 공익 활동(노노케어, 취약계층 지원, 공공시설 봉사, 경륜전수 활동)과 재능 나눔이 있다. 2020년 기준 일자리 참여 노인 76만 9605명 중 공익 활동에 참여한 노인은 55만 4101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평균적으로 월 30시간 일하고 27만 원을 받았다.
민간형에는 시장형 사업단,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화 친화 기업이 속한다. 이 중에서는 시장형 사업단 참여자가 가장 많았다. 2020년 참여자는 6만 879명이었고, 평균 임금은 32만 9000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화 친화 기업의 경우는 평균 임금이 100만 원을 넘었다.
고득영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노인 일자리는 참여자들의 노년기 소득에 큰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 증가, 우울감 개선, 의료비 절감 등에서 성과가 있다고 인정할 만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사업 참여 노인 가구는 미참여 가구보다 상대적 빈곤율이 7.3%p 낮고, 가구 소득도 월평균 17만 원 많다. 또 스스로 경제적 상태가 좋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사업 참여 후 14.9%p 상승했다. 이외에도 ‘건강이 좋아졌다’, ‘인간관계가 좋아졌다’, ‘아직 일할 수 있음을 느낌’ 등 긍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노인 일자리 체계 이해하기
먼저 복잡하게 느껴지는 노인 일자리 사업 수행 체계를 살펴보자. 보건복지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 정책 결정, 관련 법·제도 개선, 예산 지원 등 정책 전반에 대해 관장하며,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2005년 12월 설립됐으며, ‘1000만 노인 시대, 100만 노인 일자리 선도기관’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 지원, 노인 일자리 사업 종사자 교육 훈련, 노인 일자리에 관한 조사 및 연구, 노인 일자리 종합 정보 시스템 및 노인 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운영 등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회 내 사업을 총괄하며 재정과 행정의 지도·감독을 맡고 있고, 사업 수행기관의 역할도 일부 맡는다. 지자체 외 사업 수행기관으로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등이 있다.
“나에게 딱 맞는 일자리, 어디서 찾을까?”
앞서 언급한 다양한 노인 일자리 수행기관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차이가 있을까.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시니어가 어디를 방문하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정리해봤다. 전국 시니어클럽, 대한노인회, 노인복지관, 중장년희망센터, 그리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를 소개한다.
지역 특화형+시장형 일자리 찾는다면 ▶ 시니어클럽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가장 많이 담당하는 기관이다. 실제로 2020년 시니어클럽을 통해 일한 노인은 25만 6449명으로 가장 많았다. 2020년부터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지원기관으로 변경됐고, 노인인력개발센터도 시니어클럽에 포함시켜 참여자가 더욱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니어클럽은 수행기관 중에서 시장형 사업단을 주도한다. 2020년 시장형 사업단 참여자는 총 6만 8729명이었는데, 이 중 시니어클럽을 통한 참여자는 5만 3935명으로 무려 78.5%를 차지했다.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출발점이었다. 2001년 보건복지부는 시니어클럽 5개 기관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했고, 2004년 전국으로 확대하며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명명한 것. 시니어클럽은 지역사회 내에서 일정한 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추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노인의 일자리를 창출·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에 17개 지회를 두고 있으며, 회원 기관은 총 189개다.
경비원·청소원 취업 원한다면 ▶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에서는 노인 인력이 필요한 구인처, 60세 이상의 구직자를 모집한다. 취업을 알선해주고, 교육 및 취업 후 사후 관리까지 해준다. 근로 능력이 있는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안정된 노후 생활을 보장한다는 목표다.
대한노인회가 발표한 2020년 취업자 실적을 보면 직종은 총 68개, 3만 7089명이 취업했다. 이 중 남자는 1만 9942명, 여자는 1만 7147명이다. 남자는 경비원이 6539명(여자는 164명)으로 가장 많았고, 여자는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이 6104명(남자는 2803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즐기면서 재능 나눔 원한다면 ▶ 노인복지관
노인들이 노인복지관을 찾는 이유 자체는 무료하지 않게 즐거운 노후 생활을 보내고 싶어서다. 보통의 노인복지관에서는 노인의 교양·취미생활 및 사회참여 활동이 가능하도록 각종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 노인복지관에서는 보통 노인 일자리 사업 중에서 재능 나눔 활동 지원사업을 주관한다. 재능을 보유한 노인이 재능 나눔 활동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재능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사회참여를 통해 노후 성취감 및 대인관계 향상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참여자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10시간 일하고 10만 원을 번다.
노인 여가 복지시설 및 공공시설 안전 관리 활동, 노인 상담, 학대 예방, 인권 지킴 활동, 박물관 안내, 내외국인 대중교통 안내, 음악·미술·공연·전시·체험 등과 관계된 문화예술 활동 등이 있다.
40대부터 재취업 준비한다면 ▶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노사발전재단에서 운영한다. 만 40세 이상 퇴직자(예정자 포함)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광역 단위에 12개 센터와 업종별 센터 1개를 운영 중이다.
중장년층에 대해 퇴직 이전 단계부터 이후 구직 활동에 이르기까지 전직 및 취업 등 전반적인 고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 맞춤형 인재 추천, 중장년을 위한 생애경력 설계 서비스부터 퇴직 예정 중장년을 위한 전직 스쿨 프로그램, 구직자 재취업 지원을 위한 재도약 프로그램 등이 있다.
앙코르 일자리 원하는 서울 시민이라면 ▶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산하기관으로 40대부터 60대까지 50세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서울시 시니어를 위해 사회공헌 일자리, 창업·창직·전직 지원, 종합상담 및 교육 등 노후 준비에 필요한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재단은 ‘앙코르 커리어 일자리’를 추구한다. ‘50+ 세대의 경험과 연륜을 활용하되, 사회적 가치와 수익 모두를 적절히 만족하는 수준으로 제공하는 일과 활동거리’를 뜻하며, 보다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공헌 일자리로는 ‘서울시 50+보람일자리’가 있으며, 약 3200명을 뽑고 월 57시간 이내 일한다. 시니어 인턴십 유형은 파트타임형인 ‘서울 50+ 인턴십’과 풀타임형인 ‘서울 50+ 뉴딜 인턴십’이 있다. 이 밖에도 창업·창직을 돕는 ‘점프업 5060’ 등이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 자신에게 가장 맞는 활동을 찾아 제2의 삶을 시작해보자.
재취업 원하는 55세 이상 서울 시민이라면 ▶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2004년 4월 서울시가 설립, 서울노인복지센터 부설 서울시어르신취업훈련센터로 운영했다.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재취업을 위한 상담, 교육, 알선을 담당한다. 2018년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서울시 어르신의 취업과 사회활동 지원을 위한 다양한 기반 조성 사업, 재취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를 위한 다채로운 훈련과 실전 인턴십 등을 개발해 서울시 어르신들의 취업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정리’는 점점 어려워진다. 어떤 물건이든, 사람이든 ‘추억’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리하지 않고 모아두면 의미 있던 물건도 짐이 되고 쓰레기가 되는 법이다. 그럼 도대체 정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국내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 1호’ 김민주(55) 한국청소직업학원 이사를 만나 조언을 들어봤다.
먼저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Senior Life Organizer)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단어의 뜻을 풀어보면 ‘중장년(Senior)+생활(Life)+정리하는 사람(Oragnizer)’이다. 한국어로는 ‘생활조력 전문가’라고도 불린다.
시니어에게 정리란 노전(老前) 정리, 생전(生前) 정리 및 유품 정리까지 포함된다. 이에 시니어에게 정리가 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민주 이사는 2026년 초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를 창직했다.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는 기존의 수납 정리 전문가나 가사도우미와는 차별된다. 시니어들의 생활 공간 개선을 돕는 정리수납과 생애 설계를 연결해 효율적인 노후 생활까지 도움을 준다.
평범한 직장인,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 되다
김민주 이사의 인생은 2009년 ‘정리수납’ 교육을 듣고 180도 바뀌었다. 정리수납 전문가 이전의 그녀는 무역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도 20년 넘게 일했다. 정리수납, 살림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살림을 도와준 친정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집안일을 도맡게 됐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결혼한 지 15년이 넘었을 때 처음으로 살림을 오롯이 하게 됐어요. 집안일을 해보니 할 일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너무 재미가 없고 바쁘기만 했어요. 살림을 못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관심 분야는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살림을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정리수납 교육을 듣게 됐죠.”
정리수납 교육 후 그 매력에 푹 빠진 김민주 이사. 그녀는 2012년 12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13년 정리수납 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2016년 12월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를 창직했다. 김 이사는 “정리수납 일로 가정집을 돌아다니다 보니 부모님들이 정리를 못 한 집들을 보게 됐다. 그래서 부모님 집 정리 프로그램을 해야겠다 싶어,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로 명명하면서 특허를 냈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이사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도 꾸렸다. 지금은 임기가 끝나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현재 한국청소직업학원의 이사로 있다. 행정 일을 하면서 강사로 교육도 한다. 김 이사는 의뢰를 받으면 ‘정리·청소·소독’을 함께 한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니어에게 정리가 중요한 이유
앞서 말했듯이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의 출발점은 ‘부모님 집 정리 프로그램’이었다. 김민주 이사는 어르신들이 ‘정리를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리정돈을 못 해서가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녀들은 결혼해서 집을 떠나는데, 물건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 물건들은 자신들이 피땀 흘린 돈으로 산 것이기도 하고, 자녀들의 추억도 배어 있기 때문에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
“어르신들은 전쟁도 겪으셨고, 그 이후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잖아요. 굉장히 치열하게 살았고, 근검절약, 희생, 봉사의 아이콘이죠. 자기들은 아껴 쓰면서 자녀들에게는 많은 것을 해주셨죠. 월급 타서 살림도 장만하고, 학교도 고등교육 이상 투자했죠. 컴퓨터, 그랜드피아노도 사주고요. 그런데 자녀들이 결혼할 때 자기한테 필요한 것만 가져가다 보니 본가에 짐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 넓은 집에서 부모님들이 짐과 함께 사시는 이유죠. 결국에는 몸이 아파오니 정리를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죠. 그래서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정리를 같이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김민주 이사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시니어의 마음을 이해했다. 먼저 베이비부머가 어떻게 살았는지 이해해야 했다. 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해 김 이사는 “물욕을 못 채운 상태로 자랐다”고 짚었다. 그 베이비부머들이 결혼할 당시에 13, 15평의 아파트가 생겼고, 자녀들이 중고등학생이 됐을 때는 24, 28, 32평 아파트로 옮겨갔다. 집이 넓어지다 보니 장롱, 냉장고, TV 등을 사들인 것. 거기에 홈쇼핑, 대형마트의 확대로 크고 작은 물건들을 더욱 사들였다는 설명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신이 못 채웠던 물욕을 자녀들에게 채우고, 물건을 사들이는 것으로 충족했죠. ‘못 버린다’를 그냥 이해하면 쉬워요.”
자칫 주의해야 할 것은 정리를 못 한다고 해서 쓰레기 집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김 이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인으로 서울 송파구의 고급 아파트에 혼자 사는 한 할머니를 꼽았다. 할머니는 11년 동안 한 번도 청소를 안 했고, 아들·딸과의 사이도 멀어진 상태였다. 김민주 이사는 할머니의 동의 하에 대청소를 했는데, 이후 할머니는 자기한테 소중한 물건들이 사라졌다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누가 봐도 버려야 할 것들인데, 할머니는 그것들을 다 품고 기억하고 있었던 것. 김 이사는 “물건을 버린다는 것을 못 견디고 상실감을 크게 느낀 것”이라며, 시니어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2022년, 시니어에게 추천하는 정리 방법
그렇다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정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김민주 이사는 “버리기 전에 물건이 더 이상 집 안으로 안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건을 사기 전에 꼭 필요한지, 집에 대체할 물건이 있는지 고려해볼 것을 조언했다. 다만 잘 먹고 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식재료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구입하라고 말했다.
더욱이 물건을 사들여도 ‘아끼다가 똥 되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물건은 쓰려고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왜 쓰지 않고 아끼냐”면서 “이 세상에서 아까운 존재는 시간과 사랑뿐이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더불어 김 이사는 모든 정리의 시작은 ‘물건 째려보기’라고 생각한다. ‘역할이 끝난 물건, 방치된 물건, 설레지 않는 물건’을 찾는 과정이다. 더불어 “40세부터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40대 때 창직을 했잖아요. 그때부터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째려봤어요. 안 보이던 물건이 보이기 시작하고, 역할이 끝난 물건도 보이는 거죠. 집에 보면 자녀는 다 컸는데 공갈젖꼭지, 유치원 때 읽던 전집류, 중고등학교 교복, 그랜드피아노 다 있을걸요. 추억인 건 알겠지만 다시 쓸 일이 없잖아요. 그걸 버릴지, 갖고 있을지는 그 물건의 주인인 자녀가 결정하는 거예요. 귀중한 거니 결혼할 때 가져갈 수도 있고, 버리라고 할 수도 있죠. 그렇게 정리를 하는 거예요. 저도 10년째 째려보니 이제 조금 정리가 됐어요.”
김민주 이사는 2022년을 시작하는 시니어들에게 ‘비움-나눔-채움’이라는 3단계 정리법을 제시했다. 사람도, 물건도, 식재료도 비우고 나누는 정리를 한 뒤, 최상위 것들로 다시 채우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하면 ‘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 또한 갖게 된다’고 궁극적인 의도를 밝혔다.
“하루에 하나씩 물건 버리기를 해보는 거예요. 휴대폰의 전화번호부도 ‘ㄱㄴㄷ’ 순서로 하루에 한 명씩 정리해보세요. 우리는 20%의 물건만 쓰고, 80%는 안 쓰는 물건이에요. 안 쓰는 것들을 버린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눠준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유익해요. 그리고 휴대폰에 ‘버림의 행복’이라는 사진 폴더를 만들어 놓고, 버리기 전에 사진을 찍어두세요. 내일은 뭘 버릴까 기대하게 돼요. 평생 하라는 건 아니에요. 매일 계속 버리면 상실감이 생기니까, 어느 정도 충족되면 좀 쉬어야죠. 사람들이 비우면 행복하다 하잖아요. 비워야 다른 것들로 채워져요. ‘비운다, 버린다’를 나눠준다로 생각하시고, ‘채운다’는 제대로 된 것들로 채운다고 생각하라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김민주 이사는 홀로 살다 86세에 세상을 떠난 이모 이야기를 전했다. 이모는 근검절약했고 물건을 아껴뒀지만 세상을 떠난 뒤 그것들은 다 쓰레기가 됐고, 자식들에게 짐만 됐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김 이사는 살아 있을 때 ‘정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금쪽같은 자식들에게 그렇게 우려하는 ‘짐’ 같은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이모님이 돌아가시고 4남매 자식들이 조를 짜서 집 청소를 했는데 3개월 이상 걸렸어요. 정리를 해보니 옷, 스카프, 장갑 등 안 입은 좋은 것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처음에는 딸들이 좋다고 가져갔지만, 나중에는 한탄이 되는 거죠. 그러다 어느 날 서랍장에서 돈이 나오니까 자식들의 자세가 달라졌죠. 그걸 보면서 현금, 통장, 도장이 아닌 것은 다 쓰레기가 된다고 느꼈어요. 저는 시니어들이 뭘 남기고 뭘 버려야 좋을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돈 있으면 자식들 다 주라는 것도 아니에요. 건강하게 살면서 좋은 것 드시고, 좋은 데 다니시라는 거예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를 하고 있기도 하고, 앞으로 시니어 라이프 정리 교육은 더욱 중요해질 것 같아요. 국가 차원이면 더 좋고, 교육이 확대됐으면 좋겠어요. 시니어에게 정리란 자신의 빛나는 인생을 돌아보면서 추억을 반추하는 것이고, 금쪽같은 자식들을 덜 고생시키는 것이죠.”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정리정돈 팁
정리수납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납 도구를 미리 구매할 필요는 없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박스(홍삼, 화장품, 각티슈)나 쇼핑백을 활용하면 수납 도구가 된다. 홍삼 박스 옆면에 손잡이를 부착하면 수납 트레이가 된다.
◆ 쇼핑백을 활용한 수납 도구 만들기
손잡이 끈을 풀어놓는다. → 들어갈 공간의 높이보다 조금 낮게 접는다.(앞뒤로 각각 접기) → 접힌 부분을 안으로 집어넣어 바구니 형태로 만든다. → 그대로 냉장고 야채칸에 넣어두면 저절로 칸막이가 생겨서 종류별로 나눠 수납할 수 있다. 또한 쇼핑백 옆면에 링 라벨을 안팎으로 붙인 다음 풀어둔 손잡이 끈을 넣으면 또 다른 수납 도구로 활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