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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확장 이전
-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확장 이전했다. 노사발전재단은 14일(목)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김종철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 황세영 울산광역시 시의회의장 등 내외빈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이전 개소식을 개최했다. 울산광역시 남구 삼산동 근로자종합복지회관 2층에 자리 잡은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울산지역 40세 이상 중장년을 대상으로 생애경력설계프로그램과 전직스쿨, 구인구직서비스, 재취업 교육 등 중장년층에 특화된 고용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인생 2․3모작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단계별․유형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생 후반기 계획 수립 및 경력관리․능력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한다. 노사발전재단 이정식 사무총장은 “울산센터가 울산의 중심지인 삼산동으로 확장 이전함으로써 고객들의 접근성 및 편리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라며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한 울산 중장년층이 계속 우리 사회의 중요 구성원으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노사발전재단은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비롯한 전국 12개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및 금융특화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울산지역에서 다양한 전직지원서비스를 받기 희망하는 중장년 구직자와 기업은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또는 울산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 2019-03-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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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부시게’ 속 ‘홍보관’, 주의하세요
- ‘국민 엄마’ 김혜자를 비롯해 정영숙, 장미자, 정진각, 전무송 등 대한민국 대표 시니어 배우의 활약이 돋보이는 월화극 ‘눈이 부시게’가 종영 3회를 앞두고 전국 기준 7.7%의 높은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을 기록했다. 11일 방영된 9회에서 사채 빚에 시달리던 김희원이 샤넬 할머니의 보험금 수혜자인 이준하를 폭행하고 위기에 빠뜨리는 장면이 공개돼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좋은 형으로만 알았던 김희원의 본색과 함께 ‘효자홍보관’의 실체 또한 드러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드라마 초반부터 중요한 무대였던 효자홍보관은 지금까지 있었던 시니어 대상 사기 피해를 떠오르게 했다. 극 중 효자홍보관은 종이접기도 하고 노래와 율동을 하는 ‘노치원(노인들의 유치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건강식품을 비싸게 파는가 하면, 생명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중간에 돈을 가로채는 등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던 것. 이런 사건은 드라마 밖 현실에서 시니어들 대상으로 자주 발생한다. 의료상품 사기뿐만 아니라 금융사기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회장 윤덕홍)가 금융사기 피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피해 사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을 만들어 교육을 대신 하기도 한다. 금융사기 예방 교육연극 '네놈 목소리'의 첫 장면이 바로 홍보관. 주름을 없앤다는 '다리미 크림'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구입했다가 사기당하는 시니어의 모습이 그려진다. 홍보관이 극 중에서 전반적인 금융사기 피해 현장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시니어들이 사기피해를 입는 곳이기에 작품 속에 녹여냈다. 작년 3월 금융위원회의 비영리법인으로 인가받은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는 작년 한 해 약 7000여 명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금융사기 피해 교육을 해왔다. 오영환 사무총장은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시니어들에게 교육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면서 “금융사기 예방교육 2만5000명, 디지털 금융교육 6000명, 은퇴자산 관리와 생애설계 교육 2500명 등 약 3만 명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 2019-03-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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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업 근무 29년보다 프리랜서 생활 더 만족”
- 공기업. 안정된 직장의 표본처럼 취급받는 일터. 그곳에서 29년을 일했다. 평생 큰 굴곡 없이 살아오다 은퇴 직전에 느닷없이 찾아온 위기. 그래서 느꼈을 충격은 더 컸을지 모르겠다. “계획이 어긋나는 순간 눈앞이 깜깜하더라고요.” 그는 그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하지만 주저앉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평생 천직이라 생각하고 살아온 일보다 자신에게 더 맞는 직업을 찾았다. 프리랜서 강사 박영호(朴英鎬·63) 씨의 이야기다. “퇴직 전부터 일찍 준비를 했죠. 문제는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과정에 있었어요. 그냥 막연히 공인중개사를 하면 어떨까 하고, 1년간 자격증 취득 준비를 했죠. 그런데 실제로 실무를 접해보니 제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과장하는 등의 모습을 보니까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렴한 공기업 근무자로 국민을 위해 평생을 살았는데, 누군가를 후회하게 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죠. 그렇게 포기하고 나니, 그다음이 문제더라고요. ‘뭘 하고 사나’ 하는 물음을 또 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갈 곳 정해지자 발걸음 빨라져 그는 위기의 시절 만난 노사발전재단의 생애설계 프로그램을 ‘방아쇠’로 표현했다.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에게 방향을 제시해줬기 때문이다. “퇴직 프로그램인 공로연수과정에서 생애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죠. 처음엔 별 생각 없이 한번 들어나 보자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눈이 뜨이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렇다고 어떤 일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정해주진 않았어요. 대신 제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스스로 돌아보게 해주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일으켜줬죠. 때문에 강사라는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어요.” 그가 새롭게 잡은 목표는 노후준비 전문 강사. 평생을 국민연금공단에서 근무한 만큼 이미 전문성은 갖추고 있었다 . “국민연금은 국민의 최소한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한 장치이지만, 국민연금공단이 단순히 연금 관리만 하는 곳은 아닙니다. 개개인이 제대로 된 노후준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좋은 제도가 많은데 잘 알려지지 않아 회피하거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평생을 공단에서 근무한 입장에서 갖게 된 소명의식이 있어 은퇴 후에도 많은 분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력만으로는 강사가 되지 못한다. 그 역시 남 앞에 서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판단했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방향이 정해졌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진로나 일자리 관련 강의를 위해 직업상담사 자격증, MBTI 성격유형검사 강사 자격증도 땄어요. 또 보건복지부 인구교육강사 양성과정에도 참여해 1기 강사로 뽑혔죠. 이후에는 한국고용정보원 전직지원 프로그램, 공무원연수원의 미래설계 강사로도 위촉되었어요. 몇 년 전 저와 같은 입장의 후배들 앞에서 강의를 했죠. 적어도 저처럼 시행착오는 겪지 않도록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입소문 난 인기 강사 강사로서의 삶은 어떨까? 박 씨는“공기업 생활할 때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직업 안정성으로 따지면 최고 수준에서 최저 수준으로 내려온 셈인데,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의 대답이다. “조직을 벗어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과업에 몰입되지 않다 보니 만족감이 커지는 것 같아요. 직장에서는 나만의 노력으로는 성과 내기 어려운 구조이지만, 지금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그게 매력적이에요. 이제야 제 모습을 찾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꾸준히 찾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한 법. 강사로서 얼마나 많은 강의에 나서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한 달에 20여 차례 강의 의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많은 숫자다. “2016년 큰 교회에서 진행한 노후준비 강의가 첫 시작이었어요. 강의 슬라이드 순서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달달 외워갔죠. 지금 생각하면 미련한 짓이었어요. 물론 초창기에는 강의가 필요할 만한 곳에 가서 나 좀 써달라고 영업을 해야 했죠. 그렇게 강의 경험이 쌓이고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이제는 찾아주시는 분이 제법 많아졌어요. 제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재능기부도 마다하지 않아요.” 정년퇴직자로서, 일자리 강사로서 은퇴 이후의 중장년 일자리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의견을 듣고 싶어졌다. “직업에 대한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에 가치를 둘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죠. 금전에 대한 기대치는 높은데 역량이 부족하다면 일자리를 찾기 어렵잖아요.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에 대한 동기를 찾아야 해요.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막연하게 일자리를 찾는 것이 의미도 없어요.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난 상태라면 소득에 연연해하지 말고 사회 환원을 위해서 또는 자아실현을 위해서 봉사활동도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희생해왔던 삶과는 다른, 의미와 가치를 찾게 해주는 직업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 2019-01-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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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일자리 찾기보다 생애설계가 먼저”
- 연일 일자리 정책에 대한 뉴스가 쏟아진다.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700만 베이비붐 세대’까지 은퇴 후 유입되면서 취업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경쟁이 심해졌다는 것은 당사자들에겐 더욱 일자리가 필요해졌다는 뜻. 정년 후 20~30년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시니어 입장에선 단 한 번의 실패도 극복하기 어렵기에, 제2직업에 대한 선택과 도전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하고 선택하는 게 좋을까? 중장년 일자리와 관련해 대표적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대중(金大重·51)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본부장을 만나 물었다. 김대중 본부장은 퇴직자나 재직자의 전직(轉職)지원 분야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많은 정부부처에서 운영 중인 공공부문 전직지원 프로그램은 대부분 그가 개발한 모델을 원형으로 만들어졌다. 그런 그가 중장년일자리사업 총괄 본부장으로 돌아왔다. 순환보직으로 4년 만의 귀환이다. 수요 늘었지만 기관 규모는 제자리 과거와 변화가 느껴지느냐는 질문에 김 본부장은 “시장이 확대된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중장년 일자리 지원 사업에 나선 기관이나 지자체도 많이 늘었죠. 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장년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서비스의 성격이 개인별 맞춤 서비스보다는 단체를 대상으로 한 획일적인 교육이나 취업 알선에 국한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일자리 정책 하면 우리는 흔히 두 가지를 떠올린다. 바로 교육훈련과 취업 정보다. 구직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기술을 알려주고, 교육훈련을 마치면 갈 만한 일자리를 알려주는 방식. 하지만 김 본부장은 이런 단편적인 접근은 전직자들이 재취업 일자리에서 1년 버티기도 힘들게 한다고 단언한다. “지금 40대 이상의 중장년들은 적성과 무관하게 전공을 선택하고, 전공과 무관하게 직장을 고른 사람이 많아요. 다시 말하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뜻입니다. 젊을 땐 학습능력도 있고, 시행착오를 이겨낼 힘도 있으니까 버틸 수 있지만, 중장년이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방황할 수 있는 1~2년의 여유도 없어요. 개개인에게 맞지도 않는 교육과 알선은 오히려 인생 후반부 역시 그분들을 그릇된 길로 안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맞춤형 서비스가 중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일 뭔지 알아야 그래서 그가 최근 심혈을 기울인 일이 9월 11일 진행된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다. 단순히 구직정보만 나열해 즉흥적인 취업을 유도하기보다는 중장년들이 재취업과 재취업 후의 인생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중장년 입장에선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의 조건들이 정해져 있어요. 본인 진로에 대한 계획 없이 근무 지역이나 급여 등의 조건만 챙기면 전직에 실패하게 돼요. 또 엉뚱한 교육을 받느라 시간만 낭비하기도 하죠. 이런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었습니다.” 그가 중장년 일자리와 관련해 주목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구인의 주체인 기업이다. 중장년 구직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주고 싶다는 것. “나이가 많으면 열정이 없다, 급여 수준이 높다, 고집이 세다는 선입견이 커요. 기업들이 중장년을 고용하지 않으려는 이유죠. 사실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많은데 말입니다. 이러한 선입견을 깨기 위해 임원 대상 간담회나 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 등을 늘려나가고 싶습니다.” 중장년이 청년 일자리를 침범한다는 인식도 개선해야 할 부분. 그는 “중장년은 자식(청년) 보살피고 고령의 부모를 모셔야 하는 가정의 기둥이기 때문에 조건 없는 희생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되레 전통적으로 중장년이 해왔던 일자리에 청년들이 진출하는 것이 가정까지도 해체시킬 수 있는 더 큰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생의 2모작, 3모작을 원하는 중장년들은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면 열의가 생겨 스스로 공부하고 자기계발에 나서기도 합니다. 또 조건보다는 일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면 구직자가 능동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더라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구직자가 그러니까요. 전국에 있는 저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는 이런 분들을 위한 전문 컨설턴트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분들과 상담하다 보면 진짜 내가 원하는 제2직업을 찾을 수 있습니다.”
- 2018-09-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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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성장에 기여하고 인생 후배도 돕는, 신중년 신직업 ‘산업카운슬러’
-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의 순간에 듣는 힘이 되는 조언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이런 상담자의 역할을 과거에는 형제나 가족, 이웃 등이 맡아왔지만, 핵가족화와 이웃 간의 교류 단절 등 달라진 환경으로 대체할 대상이 필요해졌다. 이 역할을 최근에는 상담사, 카운슬러, 상담심리사 등으로 불리는 인력들이 담당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현장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산업카운슬러는 최근 시니어의 새로운 직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 산업카운슬러를 신중년 적합직무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이 분야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카운슬러라는 직종을 낯설어하는 이도 많겠지만, 이 직업이 생긴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업계에선 산업카운슬러의 기원을 1924년 미국에서 진행된 호손실험에서 찾는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노동자에 대한 물질적 보상 방법 변화가 생산성을 증진시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 이 연구는 노동자의 심리상태나 인관관계의 중요성을 깨닫는 단초가 됐으며, 산업 현장에 카운슬러가 배치되는 계기가 됐다. 이때 활동한 카운슬러가 최초의 산업카운슬러(Industrial counselor)로 평가받는다. 국내 노동운동 늘면서 도입돼 산업카운슬러가 활성화한 대표 국가로 일본이 있다. 일본은 195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관리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각 기업에서 카운슬링 제도를 도입하면서 현재 활동 중인 산업카운슬러가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산업카운슬러 도입이 시도된 것은 노조설립 등 노동운동이 태동하던 1980년대부터다. 노동운동 발생 이유나 노동자의 요구사항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이뤄진 것이 계기가 돼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어 1988년 1월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가 설립됐다. 산업카운슬러가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근로자가 겪는 심리적 갈등이나 고충,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상담가다.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는 이러한 역할을 크게 3가지 프로그램으로 세분화해 정의한다. 첫 번째는 근로자 상담지원 프로그램이다. 근로자가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직무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가정불화 등 개인적인 문제까지 상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톱는 역할이다. 두 번째는 커리어 개발지원 프로그램이다. 근로자의 경력과 적성, 재능을 고려해 능력개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마지막 조직문화 개선 프로그램은 사내 직원 간 인간관계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해주는 상담이다. 현재 정부는 근로복지기본법 제83조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문가 상담 등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주로 상담과 교육 두 가지 역할이 핵심이다. 상담의 경우 기업 내 초년생의 적응을 돕고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를 유도한다. 적응한 인력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해주거나 세대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에서의 상담은 철저하게 익명으로 진행된다.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만 상대의 지위나 이름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근로자들이 상담 내용이 알려지는 것에 예민해하기 때문이다. 기업카운슬러들은 근로자들이 직장 내 인간관계나 업무상 고충보다는 부부관계나 자녀 등 가정사에 대한 상담을 주로 요청해온다고 이야기한다. 시니어 제2인생에 딱맞아 산업카운슬러가 시니어에게 적합한 직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상담을 하려면 회사 조직이나 업무 프로세스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개인적인 고민까지 들어주고 지원해줘야 하므로 인생의 경험도 지식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양순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 원장은 “시니어는 신체적으로는 노화를 겪고 있지만 경험과 경력, 지혜를 갖추고 있어 근로자의 정신적 건강을 담당하는 산업카운슬러로서 적합하다”고 설명하면서 “최근 정부에서도 신중년 적합직무로 고시하고 고용장려금을 지원할 정도로 시니어에게 적합한 직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는 6월에 노사발전재단과 MOU를 통해 신중년 평생현역활동을 위한 생애경력설계와 일자리 발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학력 등 자격 취득 문턱은 높은 편 그렇다면 산업카운슬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를 통해 민간 자격을 획득하는 방법이다. 협회 자격은 1급과 2급으로 나뉘는데 1급은 석사 이상 혹은 그에 준하는 경력자로 6개월간 180시간 이상의 교육과 임상전문실습을 거쳐야 심사에 지원할 수 있다. 2급은 학사 이상으로 6개월 120시간의 교육과 임상일반실습을 거쳐야 취득할 수 있다. 일반적인 민간 자격에 비해 꽤 까다로운 수준이며 실제로 국내 1급 자격 보유자는 8월 현재 350명에 불과하다. 매년 배출되는 인원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2급 취득자는 총 2850명. 협회 관계자는 “2급은 현직 회사원으로 재직하며 사내에서 카운슬러로 활동하기 위해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1급은 기업 임원이나 전문직 출신자들이 전문 카운슬러로 활동하기 위해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1급 자격 보유자는 시장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 대부분 현역으로 활동 중이라고. 물론 기업에서 산업카운슬러로 활동할 때 이 자격이 필수조건은 아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가 부여하는 상담심리사 자격증이나 한국상담학회 등의 자격을 통해 관련 경력을 쌓아도 기업의 의뢰를 받는 경우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관련 협회를 통한 자격 취득을 권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에서 산업카운슬러를 채용할 때 협회를 통해 추천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인 국가자격이 없는 상황 하에 업계에서 인정받는 자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사전 조사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용은 일반적으로 계약직 채용으로 이뤄진다. 근무일이나 근무시간은 천차만별. 회사에 따라 5~6시간에서 더 짧게 일하는 경우도 있다. 근무일도 주 1~2일에서 5일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고용 조건이 파트타임 근무를 선호하는 시니어에게 적합하다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임금은 시간당 3만~5만 원 수준이다. 경력에 따라 더 높아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채용이 협회나 학회를 통해 이뤄지다 보니 회사에서 지급하는 금액에서 수수료를 떼어줘야 한다. 폐쇄적인 시장 특성 때문이다. 현직 산업컨설턴트 중에선 “비용이 아깝게 여겨질 수 있지만 심리검사 비용, 보수교육 등 기관을 통해 지원받는 부분도 있어 큰 손해는 아니다”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한 산업카운슬러는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고, 상담이나 교육 증 선택해 전문화한다면 상근직뿐만 아니라 프리랜서로도 활동 가능하기 때문에 시니어가 노려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 2018-08-3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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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3모작 원하는 중장년 위한 직업정보 한자리에
- 40대 이상 중장년이 생애경력을 설계하고 인생후반부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고,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2018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가 9월 11일 서울 SETEC 제3전시장에서 개최된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노사발전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120개 기업이 참가해 중장년 구직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취업 시장에서 중장년 세대는 은퇴가 시작된 700만 베이비붐 세대의 유입으로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중이다. 이번 행사의 특징 증 하나는 구인 중인 기업이 직접 현장에 나와 면접과 상담을 진행한다는 점. 현장에서 구인절차를 진행하는 박람회 참여 기업만 70개사에 이른다. 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접수 대행하는 간접참여 기업도 50개사다. 또한, 중장년의 인생 3모작을 위한 관련 정보도 제공된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귀촌 귀농에 대한 컨설팅부터 대한노인회 어르신취업지원센터를 통한 취업상담, 미취업자를 위한 직업 교육과정 소개, 사회적 기업 참여 안내 등도 지원된다. 또 인생 3모작 홍보관이나 전직멘트관, 생애경력 설계관, 생애경력 설계관, 매칭관, 취업지원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중장년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관계자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3D프린터 분야 등 창업이나 창직, 재취업과 관련된 특강도 준비 중"이라고 말하고, "정부 제도나 정책서부터 기업 동향까지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18-08-3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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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용도변경’ 무조건 다 쓰고 가자!-변용도 동년기자
-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들 한다. 1990년대 후반 IMF를 악으로 깡으로 견뎌야 했던 부모 세대에게 묻는다면 ‘평범했노라’ 회상하는 이는 극히 드물 것이다. 넥타이를 매던 손놀림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어느 날 아침부터 부지런히 살아야만 했던 수많은 아버지 중 변용도 동년기자도 있었다. 남들보다 이른 ‘용도폐기’ 인생을 딛고 잇따른 ‘용도변경’ 요구에도 능숙 능란 살아온 인생. 세월 역경을 딛고 여유로운 귀촌생활에 도시생활 잘 섞어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푸른 들판이 바라보이는 땅콩집에 산다 인터뷰가 있기 며칠 전, 변용도 동년기자와 점심식사를 하다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와 가깝게 지내던 이웃사촌 부부와 마음이 맞아 경기도 고양시에 대지를 사들이고 건물을 지어 두 가구가 같이 사는 이른바 ‘땅콩하우스’에 산다고 했다. 텃밭을 일궈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채소를 따먹고 집 주위 논밭 다니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변용도 동년기자는 우렁이 알과 관련한 기사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온라인에 게재하며 귀촌해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참새에게 모이도 가끔 준다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누리는 귀촌생활이라니. 마침 8월호 커버스토리가 귀농·귀촌 이야기라 변용도 동년기자의 집에 방문하기로 했다. 햇빛 잘 드는 텃밭에서는 상추, 오이, 가지, 파 등이 잘 자라고 있었다. 집 안 마당에 깔아놓은 잔디도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아내 이흥열 씨가 집에서 딴 부추로 만들었다며 부추전을 부쳐 내오신다. “논에 가면 우렁이도 있고 오리도 봅니다. 가을이면 밤도 많이 떨어져요. 사실 이곳에는 안사람 때문에 왔습니다. 이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 하더라고요. 대신 아내가 제 매니저 역할을 종종 해줍니다. 지방 강의가 있을 때 운전을 해주기도 하고 주변 역까지 차로 바래다주고 마중도 나오고 말이죠.” ‘좌절할 시간에 뭐든 했다 멀리 내다보이는 들이며 밭이며 마음 참 편안하게 해주는 곳에 사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다.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을 사는 사람 아닐까? 현재 변용도 동년기자의 직업은 전문강사다. 여가 설계와 생애 재설계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 등을 또래 시니어에게 가르친다. “정년퇴임 후 여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취미생활이라든지 봉사활동, 학습 이런 것들에 관해 강연합니다. 제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요. 다행히 강의를 듣는 분들이 잘 호응해주셔서 강의시간이 즐겁습니다.” 뿐만 아니다. SBS러브FM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 리포터로 시니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시니어 자격으로 노크할 수 있는 매체란 매체는 두루 섭렵했다. 글을 좋아하다 보니 저서도 출간했고 육십 넘어서부터는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연기에 관심이 생겨 연극무대에 설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미투 운동을 ‘춘향전’에 접목한 창극 ‘어화둥둥 아.우.성’에서 변사또 역으로 출연합니다. 50플러스영등포센터에 있는 연극 소모임 작품인데 저는 회원은 아니고 이름이 특이해서 뽑혔대요. 이래봬도 제가 고등학교 때와 군 시절에 연극무대에 서본 경험이 있거든요. 7월 30일 공연이고 10월에도 서울시청에서 공연한다는군요.” 말 그대로 액티브 시니어의 삶을 살고 있는 이가 바로 변용도 동년기자다. 하지만 은퇴는 그의 생각보다 빨랐다. “마흔일곱 살에 회사 그만뒀거든요. 쌍용화재 영남권 본부장이었는데 IMF 앞두고 하루아침에 해임됐습니다.” 꽤나 잘나가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 보험 상품을 최초로 개발한 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낚시보험, 골프보험 등 특색 있는 보험에서부터 가정종합보험, 해양시추보험 등을 개발했다. 텃새 심한 제주도권 본부장으로 지낼 때 만났던 직원들은 아직까지도 변용도 동년기자가 제주에 떴다 하면 만나기를 청한다. “회사에서 나오고 나서 참 많은 일을 했어요. 청학동 산골에서 나고 자라다 대학교를 다녀야해서 서울로 왔고 졸업한 뒤로 회사에만 있었으니 제가 뭘 어떻게 했겠어요. 회사 나와서 처음으로 한 사업이 만화방이었습니다. 화정 L마트 옆에서 한 3년 했어요. 요즘 만화방이 유행이던데, 예전에 집에서 만화 보던 식대로 드러누워서 만화를 볼 수 있게 만들었는데 잘됐어요. 처제에게 인수하고 부대찌개 집을 한 1년 했습니다. 술도 팔다 보니 늦게 끝났습니다. 안사람 고생이 심했죠.” 힘에 부쳐 부대찌개 가게를 팔았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들어간 곳이 당시 호황을 누리던 생활정보지 회사 건물. 보직은 조경관리사였다. “고양, 일산 이쪽에서 생활정보지가 상당히 잘됐습니다. 그 회사 건물에서 조경관리사를 뽑더라고요. 말이 좋아 조경관리사지 쓰레기도 치우고 허드렛일 다 했죠. 그때 월급이 40만 원이었습니다. 제가 가끔 강의할 때 그 시절 이야기를 하는데 ‘명색이 대기업 임원이던 양반이 대비전 마당쇠 했다’ 그래요.” 나무 좀 가꾸다 쓰레기 치우고, 단풍 치우고, 잔디도 깎았다. 마음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도 기회라 생각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한창 정육식당 바람이 불 때였어요. 생활정보지 회사가 500평 정도 잔디밭을 가지고 있었어요. 거기다 정육식당 하면 딱 좋겠다 생각하고 회사에 건의를 했더니 그럼 저더러 점장을 하라더군요. 마당 쓸다가 대형 식당 점장이 된 거죠. 처음엔 젊은 사람 시키라면서 못하겠다고 고사했는데 그동안 제 얘기를 들었는지 믿고 맡기더라고요.” 마음에 안 차도 열심히 덤벼들었더니 새로운 길이 열렸다. IMF 때는 드라마 엑스트라 출연도 해봤다. 정치인의 주례가 잠시 금지됐던 시절에는 예식장 전속 주례사도 했다. “여하튼 돈 되는 일이라면 다 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잘했든 못했든 이 모든 것들이 나중에 큰 자산이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제가 사람들 앞에서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어쨌든 기회가 되면 그냥 한번 도전해보자고요. 규모가 작건 소소하건 해보면 뭐든 얻는 것이 있습니다.” ‘중요한 한 가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변용도 동년기자를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 ‘안 해본 일이 거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제대로 인정받을 때까지 파고드는 근성은 타고난 것 같다. 가족을 위해 살고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쉬지 않고 문을 두드리고 찾아다니게 된 계기가 있다고 했다. “두 친구가 비슷한 시기에 죽었어요. 건강하던 친구들이 하루아침에 한 명은 산에 갔다가, 한 명은 차를 몰고 가다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간 거야. 술도 안 먹고 건강관리도 잘했어요. 다른 친구는 100억대 자산가였고요.” 죽고 나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어느 날 허망하게 갈 수도 있는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바람처럼 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사진이었다. “어렸을 때 친구 권유로 ‘촌놈의 세상보기’라는 문패를 달고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쓰고 있을 때였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마침 있어 글 쓸 때마다 사진과 같이 올렸어요. 좀 더 잘 찍고 싶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두 친구가 죽고 난 뒤에 사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했죠.” 점점 사진에 취미가 붙으면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까 고민을 하게 됐다. 일산동구청에서 하는 무료 사진교실이 있다기에 찾아가 일주일에 두 번 사진도 배웠다. “때마침 첫째 아들이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겠다며 사두었던 카메라가 있었어요. 아이가 그 사업을 접으면서 카메라를 저에게 줬습니다.” 2010년 7월에 사진 공부를 시작했고, 그해 10월에 공모전에 당선됐다. 스물여덟 번 도전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 시니어 기자로서 다양한 방면에서 두각을 보이고 블로그에서도 덤덤하게 인생 표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방송 프로그램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케이블TV 출연 뒤 KBS ‘아침마당’에 은퇴준비 전문강사 중 사진 분야 강사로 출연하며 인생에 큰 계기를 맞이했다. 진짜 다른 사람들 삶에 귀감이 되는 전문강사가 된 것이다. “육십이 돼서 사진을 배우기 전까지는 먹고살기 위해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살았습니다. 이제 여유가 좀 생겼어요. 요즘은 아침이 되면 사진기를 들고 나갑니다. 장애인 시설에 가서 사진 찍어주는 봉사도 하고요.” 물론 변용도 동년기자의 사진 실력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도 빛을 발한다. 온라인에 게재하는 기사에 적절한 사진은 기본이고 다른 동년기자 취재에도 사진기자로 참여한다. “2017년 1월호 ‘브라보 마이 라이프’ 커버스토리에 장영희 동년기자가 취재했을 때 제가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물으니 사진을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변용도 동년기자의 집 3층은 개인 사진 전시 공간으로 쓰인다. 최근 ‘한 달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써낸 자서전에서 자신을 청학빛그림학교 교장으로 소개한 바 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죠. 영상도 배우고 싶고, 책도 3년에 한 권은 내고 싶어요. 무엇보다 사진을 더 잘 찍고 싶고 말이죠. 사진이 빛그림이잖아요. 사진은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또는 카메라로 그리는 수채화이기도 하고요. 제 사진 전시회 제목도 ‘카메라로 그리는 수채화’였습니다. 저희 집 3층도 좋은 전시 공간이니 야외전시도 할 수 있겠죠. 두세 명은 이곳에서 충분히 합숙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침에 주변을 돌변서 산책도 하고요.” 훗날 때가 되면 아내 이흥열 씨와 함께 이 지역 저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고 싶다고 했다. 집의 규모를 땅콩하우스로 줄인 것도 훗날 여행을 하면서 살 계획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사진도 찍지만 사람들을 찾아가 봉사도 하니 찾아가는 사진교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사람하고도 오랫동안 얘기했습니다. 지금은 강아지 때문에 못 가요. 아직은 챙겨줘야 하니까.” 집 안 가장 따뜻한 자리에서 이불 깔고 사는 반려견 헨리 때문에 아직은 계획을 이행할 수 없다고 했다. 함께 산 지 19년, 앞도 잘 못 보고 귀가 나빠져 잘 듣지도 못해 재롱도 부리지 않지만 가족이기에 늘 마음이 쓰인다. ‘용도변경’ 그리고 ‘다쓰가’ 인터뷰를 마치고 변용도 동년기자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신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 용어인 ‘용도변경’과 ‘다쓰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첫째 사자성어가 용도변경입니다. 후반생을 바쁘고 즐겁게 살자고 만든 말입니다. 60세에 제 삶을 용도변경했습니다. 사진이 그 출발점이었고요. 취미에 머물지 않고 영역을 확대해 강사로 방송인으로 사진강사로 저술로 활동하고 있죠. 현재 사진작가로 나름의 브랜드도 만들었고요. 포토스토리텔러, 제가 만든 세계 유일한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다쓰가’는 ‘다 쓰고 가자!’를 세 글자로 줄인 말입니다. 은혜를 되갚고 경험과 지혜, 재물을 다 쓰고 가는 것을 후반생 삶의 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뭔가 물어보려 연락했던 오늘도, 여전히 바삐 살고 있는 변용도 동년기자. 그렇게 부지런히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미 걸음을 옮겨 어디론가 떠나 걷고 있다. 너무도 이른 절망 속에서 희망의 빛을 찾고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스민다. 브라보 3기 동년기자 릴레이 인터뷰를 본지 에디터가 진행합니다.
- 2018-08-1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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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의 은퇴 교육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 평생을 한 직장에서 근무하며 하나의 일에만 매달려 살아온 이들에게 두 번째 삶, 은퇴 후 인생설계는 그저 막막한 일일 뿐이다. “후배들에게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잔소리했지만, 정작 회사 밖으로 나오니 눈앞이 캄캄하더라”는 어느 공기업 정년퇴직자의 소감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퇴직 후의 삶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자사 임직원의 은퇴 준비,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선명한 미래가 업무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 아닐까. 이런 기업 중 모범 사례로 꼽히는 포스코를 찾아 인생설계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본지 제호와 비슷해 친숙하게 여겨지는 이 이름은 포스코의 퇴직 후 인생설계 프로그램명이다. 교육 참여는 50세 이상의 포스코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은 2001년부터 포스코인재창조원이 운영해온 정년퇴직 예정자 대상의 교육 과정인 ‘그린 라이프 디자인’이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교육 진행 과정 중 정부의 정년퇴직 연장 정책에 따라 2016년과 2017년에는 정년퇴직자가 발생하지 않게 되면서 프로그램 운영에 변화가 있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준비기간’에 대한 의견도 반영됐다. 교육 시점이 정년퇴직 3개월 전부터 시작되어 인생설계에 제대로 반영하기엔 빠듯했기 때문이다. 그린 라이프 디자인 교육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약 3000여 명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인재창조원 관계자는 “정년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그린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이 퇴직이 임박한 이들을 대상으로 실제적으로 필요한 서류 처리나 연금 문제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은 퇴직 후 생활에 대한 마인드 변화, 방향성 제고와 같은 포괄적인 부분이 중심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래가 명확해야 근로의식 높아져 올해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에 참여 예정 인원은 330명. 포스코의 주된 사업장인 포항과 광양의 임직원 300명과 서울 근무자 30명이 참여한다. 강의에 참여하는 인원만 13명. 포스코인재개발원의 교수 외에 다양한 분야의 사외 강사들이 각 전문 분야의 교육을 담당한다. 포스코인재창조원 김일수 교수는 이 프로그램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한다. “50대를 넘어선 직원들이 퇴직 후 삶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젊은 시절부터 포스코에 몸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회사 밖에서의 삶에 겁을 먹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회사가 나서서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생애설계와 퇴직 준비를 지원해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근로의식도 고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또 퇴직 후 삶의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부분도 있고요.” 2016년과 2017년 진행된 프로그램에는 총 7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본인의 생애설계에 대한 진단과 자산관리, 생애관리, 건강관리 교육이 중점적으로 이뤄졌고, 관심 분야와 관련한 현장 탐방과 체험 학습도 이뤄졌다. 참여자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어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4.88점의 반응이 나왔다.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은 올해 변화를 줬다. 초기 프로그램이 1일 8시간 포괄적인 방식으로 진행돼 교육시간 부족, 교육 내용 전문성에 대한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직업형 트랙과 자산형 트랙으로 나눠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산형 트랙의 경우 자산관리는 결국 부부 공동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임직원의 배우자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원한다면 두 프로그램 모두 참가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재무관리 교육과 달리 특정 금융상품의 밀어주기가 없다는 점도 참여자들에게 환영받는 이유다. ‘먹고사는 문제’ 이외의 것까지 직업형 트랙은 1인 창업이나 프랜차이즈 창업의 특징과 차이점, 창업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위험 요소, 재취업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구직 목표 설정, 자격증 취득 등과 같은 현실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자산형 트랙은 수익형 부동산이나 부동산 경매 또는 공매에 대한 정보, 세금과 관련 법률에 대한 소개, 각종 금융상품이나 상속·증여와 관련한 교육도 실시한다. 또 각 프로그램에선 즐거운 여가를 위한 본인의 여가 유형 진단에서부터 여가 활용 방법과 건강관리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 등도 함께 소개한다. 프로그램의 구성이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에 국한되어 있지 않은 것이 흥미로운 부분. 포스코인재창조원 관계자는 이렇게 주제가 넓어진 것에 대해 “직원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임직원들의 관심이 많은 건강과 재무, 인간관계, 여가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것은 단순한 재테크 활동뿐만 아니라 정년퇴직 후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물론 재취업이나 창업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이나 준비사항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개인별로 성격검사와 적성검사도 실시한다. 여기에 직원에게 재취업 장애요인은 없는지 체크한다. 오프라인 교육과 별도로 사이버학습을 사전학습 형태로 진행하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다. 인생설계, 창업, 귀촌과 같은 커리어 디자인과 재무 디자인, 라이프 디자인을 온라인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은퇴 대비에 ‘눈치 보기’는 없어 올해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의 참석률은 전체 대상자의 20% 정도. 은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정년퇴직을 10년 앞둔 임직원까지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편이다. 혹시 회사가 먼저 나서서 ‘퇴직’에 대해 논하는 것이 사측에서 퇴직을 권하는 것처럼 비춰지진 않을지, 또 프로그램 참여가 퇴직 의사를 밝히는 것처럼 여겨지진 않을지 의문을 가졌지만 참가자들은 “사내 분위기를 모르는 상태에서 갖는 의문”이라고 일축한다. 한 프로그램 참석자는 “포스코라는 기업의 특성상 대부분의 직원들이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정년 때까지는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런 문화 때문에 정년퇴직 후 생애설계에 대해 논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이 사내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 2018-06-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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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전·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21
- 노후의 삶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장수리스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준비 없이 맞이하는 긴 노년은 괴로움만 더할 뿐이다. 따라서 나이에 맞는 ‘생애자산관리’가 뒤따라야 하며, 은퇴 직전인 50대뿐만 아니라 30~40대부터 노후필요자산에 대한 적정성 점검과 자산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은퇴 이후에는 노후 기간을 세분화하여 자산의 적정한 인출과 소득의 보완에 신경 써야 한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꼽은 시니어가 알아야 할 재무 설계 키워드를 은퇴 전·후로 나눠 정리해봤다. 도움말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PART1. 은퇴 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5565'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기 직전 5년부터 퇴직한 뒤 5년에 해당하는 55세부터 65세 사이의 시기를 말한다. 직장생활을 잘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로 매우 분주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인간관계 중심이 회사에서 가정으로 바뀌므로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형 인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아울러 노후자금 관리도 돈을 모으는 ‘적립’에서 ‘인출’ 중심으로 변화한다. #2 임금피크 ≠ 인생피크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55세 전후로 임금피크를 실시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근무연한이 늘어나면 임금도 상승하는 연공서열방식 임금제도와 달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특정 연령부터 임금이 줄어든다. 임금이 줄어들면 덩달아 퇴직급여도 줄기 때문에 대응을 잘해야 한다. 기업에 따라 임금피크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전은퇴 교육을 시행하는 곳도 있으니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임금피크 전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전이 달라진다. 자칫 이 시기를 무의미하게 보내면 임금피크가 인생피크가 될 수도 있다. #3 이중부양 은퇴를 앞둔 50대는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이라는 두 가지 짐을 짊어진 경우가 많다. 그나마 현재 50대는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직장에 다니며 부를 축적하고 노후준비도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부모 세대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했다. 게다가 고도성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그들의 자녀 세대 또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상황이다. 부모봉양과 자녀부양이라는 이중의 짐이 50대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자신의 노후준비까지 하려면 연금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기초생활비를 만들고, 여기에 개인연금과 주택연금을 더해 기본 생활비를 마련하자.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퇴직금을 지켜라 우리나라 남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6.7년으로 OECD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가 짧으면 이직 때마다 노후자금의 주요 축인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아 다른 용도로 활용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후자금 축적에 큰 위협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직 시 IRP(개인형 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에 이관된 퇴직금은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고, 55세 이후 5년 이상 연금으로 받는 것이 좋다. 이 경우, 퇴직금을 노후자금의 목적대로 보존할 수 있으며 퇴직소득세 감면 효과(30%)까지 누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 #5 자녀 리스크 회피 자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우리나라 부모 세대는 오랜 기간 자녀 리스크에 노출된다. 사교육비부터 결혼자금 지원까지, 생애 지출의 상당 부분이 자녀를 위해 쓰인다. 즉 소중한 자녀가 노후준비의 걸림돌이 되는 것. 2016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5년 내 자녀를 출가시킨 부모의 3분의 1은 결혼자금 지원을 위해 노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산(부채, 퇴직금, 개인연금 등)을 활용했다. 자녀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자녀에게 부담 주지 않는 독립적인 노후를 보내는 것이 결국 자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임을 명심하자. #6 연금라이프 점검 평균수명 증가로 은퇴기가 길어지면서 필요한 노후생활 자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득이 사라지는 은퇴기에도 삶의 질 하락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생활비’를 확보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필수생활비는 살아있는 한 꾸준한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인 국민연금 이외에 종신연금처럼 죽을 때까지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상품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 필수생활비를 연금으로 충당하는 연금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지 점검해보자.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집, 소유 말고 사용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선진국의 경우 가계의 부동산 비중이 약 50%이지만, 우리나라는 70%가 넘는다. 집은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사용하는 개념으로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집을 사용하는 것으로 여기면 무리하게 투자해 집을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억짜리 집을 사기 위해 3억을 대출받는 것보다, 5억짜리 집에 살면서 2억을 연금보장형 상품 등으로 넣어두는 편이 낫다. 10억짜리 집을 사면 이자를 내야 하지만, 5억짜리 집에 살면 이자를 받는 셈인데, 이는 매우 큰 차이다.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노후자산에 톡톡히 활용할 수 있다. #8 자산관리 분배 원칙 '5533' 5: 총자산의 50%를 금융자산으로! 가계의 총자산 내에서 26% 수준에 불과한 금융자산의 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자. 노후에 필요한 것은 정기적인 현금흐름이고, 이를 만들어내는 금융자산을 최소 5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좋다. 5: 금융자산의 50%를 투자형 자산으로! 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리연동형의 안전형 상품으로는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40%를 훌쩍 넘는 예금자산을 줄이고, 20% 수준에 불과한 투자형 자산의 비중을 늘려보자. 3: 투자형 자산의 30% 이상은 해외자산으로! 투자형 자산에 투자할 때는 해외자산의 비중을 늘려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증시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2%도 안 된다. 국내 종목에만 집중투자하기보다는 글로벌 분산투자의 개념에서 해외 종목을 30%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3: 연금자산은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100세 시대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자산은 결국 연금자산이다. 아무리 많이 잡아야 8% 수준에 불과한 연금자산을 최소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장기보장자산 마련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한 재무 설계는, 늘어난 노년기에 경제적으로 독립된 노후생활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해서는 일정 소득을 제공하는 노후자금기본형성 계획과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면서 ‘인플레이션+α’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 확대 계획이 필요하다. 노후자금기본형성을 위해 개인형 IRP, 연금보험 등에 대한 이슈가 중요하며, 노후자금자산 확대를 위해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하는 자산관리 전략의 혼용이 필요하다. *경제활동기 이후 노후생활기 증가: 1985년 13.4년, 2016년 26.8세. 단순히 ‘노후자산관리’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은퇴 이후, 즉 #10 '1세대가구형' 생존전략 가구에 대한 개념 변화와 기대수명의 연장,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의 약화, 에이징인플레이스(Aging in Place)의 개념 등으로 은퇴 후 1인가구나 부부가구 증가가 예상된다. 전통적 방식의 2세대 이상 가구 유형(부모-자녀 세대)은 감소할 것이다. 특히 재무 설계의 목적을 설정할 때 1인 또는 부부가구 중심의 노후자금준비 목적이 이뤄지도록 반영해야 한다. 이는 1세대가구 생존을 위한 노후자금준비 목표에 대한 재점검과 자산관리 재조정으로 이어진다. * 부양의식의 변화: 부모부양 부담에 대해 가족의 책임 2002년 70.7%, 2016년 30.6%. * Aging in Place: 연령, 소득, 능력 수준에 관계없이 자신이 살던 집과 공동체에서 안전하고 자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 PART2. 은퇴 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일병식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수명이 늘어났다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자 중 30% 이상이 와병 상태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나이가 들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늘어난 수명을 병상에서 보내지 않으려면 건강관리에 매진해야 한다. 보통은 아무런 질병이 없을 때 건강을 돌본다는 의미로 ‘무병식재(無病息災)’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때는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 별다른 준비를 안 하고 무리하게 된다. 건강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는 은퇴하고 나서 체력이 떨어지고 가벼운 질병을 하나 정도 갖게 됐을 때다. 이때부터라도 건강관리에 힘쓰면 장수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일병식재(一病息災)’라 한다. #2 평생월급 은퇴 후 삶의 시기를 크게 3단계로 나눠 정년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는 ‘평생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1단계는 정년퇴직 이후부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령할 때까지다. 월급이 끊긴 뒤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소득공백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퇴직금과 모아둔 금융자산으로 매달 얼마의 소득을 낼 수 있는지 점검해본다. 2단계는 공적연금수령 기간이다. 부부가 받는 공적연금으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을 받는 방법도 고려한다. 3단계는 독거생활 기간이다. 본인이 먼저 사망했을 때와 그 반대의 경우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본다. 이런 점검을 통해 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소득이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평생소득을 만들어가야 한다. #3 딴 지붕 한 가족 자녀들도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지만, 부모도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반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아주 먼 곳에 떨어져 살려고도 하지 않는다. ‘방금 끓인 수프가 식지 않을’ 거리에 떨어져 살면서, 프라이버시는 지키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부모·자식 관계가 일상화되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얼굴을 맞대고 사는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다른 지붕 아래 살면서 보고 싶을 때만 보는 ‘딴 지붕 한 가족’이 보편화되고 있다.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100세' 보장 민간 건강보험으로 탄탄한 의료비 보장을 해놓은 이가 많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연장돼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며 과거에 해둔 보장이 불충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비 보장이 80세까지만 되어 있는 경우다. 특히 고령화 후기로 접어들면 간병비도 늘어난다. 이에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의료비와 간병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5 '4% 인출' 법칙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그동안 저축한 은퇴자산에서 자금을 찾아 써야 하는 은퇴자가 많아지고 있다. 은퇴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한정된 은퇴자산에서 매년 생활비로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을 알려주는 법칙이 있다. 일명 ‘4% 법칙’이라고 하는데, 은퇴 직전 자산의 4%를 기준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을 더해 인출하면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될 우려가 없다는 법칙이다. 인출하고 남은 은퇴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소 달라지겠지만 은퇴자의 생활비 인출 범위를 대략적으로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6 버킷 전략 시니어도 젊은 시절에는 자산운용에 할애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비교적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엔 투자 실패 시 만회할 시간이 부족해 적극적 자산관리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산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보유한 자산이 생전에 고갈되는 장수 리스크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은퇴자산을 인출 시기별로 나누어 각각 달리 관리하는 이른바 ‘버킷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당장 써야 할 자금은 현금성 자산으로, 앞으로 10년 이내에 꺼내 쓸 자금은 각각의 인출 시기까지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유한다. 나머지 자산은 향후 10년 이상 운용 가능하게 되어 더 적극적인 투자관리를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버킷 전략이라 하는데 최근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장수리스크, ‘일’로 대비하자 오래 살게 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드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관계와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일’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전 세계 1위이고, 이 중 47%, 즉 둘 중 한 명은 절대빈곤을 겪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능기부 등의 일이라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가계에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8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부분 금융기관에서는 매월 시장의 동향과 좋은 투자 상품 등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퇴직 후 시간이 여유로운 시니어는 이런 프로그램을 직접 찾아다니며 들어보고,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담당 직원에게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상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고 정보를 얻어 활용해야 한다. 이때 투자 결정을 할 때는 한 사람에게 들은 정보만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정보를 같은 기관의 다른 직원이나 타 기관 직원에게 반드시 크로스체크하자.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투자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담당 직원에게 “왜 올랐나요?”, “왜 떨어졌죠?” 등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음에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합리적 인출전략 기대수명 연장으로 늘어난 노후생활기, 에이징인플레이스의 확산 등에 따른 새로운 영역의 필요노후자금 등이 발생하면서 합리적 노후자금 인출전략 수립이 중요해졌다. 새로운 자산 증가나 소득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자산으로 여생을 살아가기 위한 인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출전략 수립에 앞서 보유자산 진단, 예상되는 자산 유출 진단, 노후 라이프스타일 결정 등의 과제가 선행되어야 인출전략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10 은퇴 후 기간 세분화 100세 시대라 할 정도로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노후생활기도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 재무 설계에 대한 접근이 바뀌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까지는 은퇴 후 기간을 하나의 통으로 보고 재무 설계를 추진해왔으나, 이제는 개인의 자산 현황, 활동성 정도, 인생계획 등이 반영된 기간 세분화가 필요하다. 재무 설계는 이러한 분석 아래 시도해야 하며, 아울러 노후자금 인출전략을 세울 때도 주요 자료로 참고해야 한다. #11 현금 가능한 고정수입 유동화 은퇴는 고정수입 창출에 큰 변화를 발생시킨다.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이, 사업자의 경우 사업소득이 발생하다가, 은퇴 후에는 초기 연금이나 금융자산의 이자소득 등으로 수입이 창출된다. 이후에는 금융자산, 부동산자산 순으로 유동화하여 수입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 가구에서 부동산자산 비중은 80%에 이른다(2016년 3월 통계청 기준). 이를 노후자금으로 유동화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가구가 거치게 될 것이다. 자산 감소와 유동화 시기 점검으로 재무 설계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 2018-03-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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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크바움 유형종 대표 인터뷰-오페라 키드(kid)의 생애, 확률과 통계적 사고가 만들다
- 수만 가지의 수를 내다보고 절대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사는 알파고형 인간을 만났다. 계획적이면서도 일정하다. 돌다리는 두드려볼 생각 없이 잘 닦여진 길을 선택해왔다는 사람. 수학이나 과학자를 만나러 갔더라면 대충 짐작이라도 했을 텐데. 그의 직업은 음악 칼럼니스트다.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천국 무지크바움 대표이자 음악 칼럼니스트 유형종(劉亨鐘·56)을 만났다. 인생역전 드라마만 재밌다는 편견은 접으시고, 유형종 대표의 기막힌 인생설계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시라. 클래식 놀이터 주인장 유형종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는 놀이터(?) 무지크바움의 주인장인 유형종 대표. 그는 클래식 예술 관련 칼럼니스트로, 예술을 강의하는 강연자로서 삶을 살아간다. 압구정역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무지크바움에서는 요일마다 오페라, 클래식, 발레 감상 동호회 모임을 비롯해 음악과 관련한 각종 강연이 이뤄지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찾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늘 유형종 대표와 눈을 맞추고 알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눠야 하는 직업 특성 때문일까? 유형종 대표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활발할 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만나서 한다는 말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저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좀 폐쇄적이죠. 그런데 여기는 클래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좋아요. 욕심 같은 거 별로 없어요. 그저 저의 기쁨을 위해 살아가는데 그 원천이 음악? 클래식인 거죠.” 자발적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택하다 유형종 대표는 주로 오페라와 발레 등 서양 예술의 결정체와도 같은 분야를 전문으로 글을 쓴다. 역사적으로 사교계와도 친밀한 예술이 오페라와 발레 아닌가. 그런데 그가 클래식 음악에 눈뜬 이유가 기가 막히게 남다르다. “제가 남들 하는 걸 안 해요(웃음). 가령 카카오톡도 안 합니다. 중학교 때는 친구들이 영어공부한다며 팝송을 듣더라고요. 저는 그때 팝송이랑 대중가요 대신 클래식 음악만 듣겠다고 결정했죠.” 마침 집에는 어머니가 가지고 계셨던 클래식 음반들이 여러 장 있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가 지휘한 푸치니의 라 보엠(La Bohe‵me)과 베르디의 아이다(Aida)였다. “그거 말고 몇 장 더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토스카니니’라고 적혀진 음반들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입니다. 그게 제 인생 첫 음반인 거죠. 중학교 들어가서 오페라 음반을 사기 시작하면서 ‘내 취미는 음악이야!’라고 생각했어요.”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집 안에서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던 유형종 대표는 다행히 네 살 터울의 동생과 죽이 잘 맞았다. “동생이 동아일보 유윤종 기자입니다. 음악이나 문화 쪽으로 저보다 유명할걸요? 둘이 집에서 뭐했냐면 클래식 음악 모음집 15곡을 쭉 듣고 난 다음에 점수를 매겨요. 그러고는 둘이 합산해서 종합 1위를 뽑는 거죠. 그리고 한 달 있다가 또 해요. 순위가 바뀌었는지 확인하는 게 우리 형제의 놀이였습니다.” 클래식 음악만큼 발레의 매력에도 빠져버렸다. 1984년 빈 국립 발레단(오스트리아)과 내한한 러시아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의 춤사위를 보는 순간 마치 신이 춤추는 것 같았다. 남자가 무슨 발레냐고 하던 시절이었지만 그렇게 자신만의 세상에서 기쁨을 만끽하고 살아왔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팝송이 싫어요. 뮤지컬도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오페라와 발레를 감상하고 이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사는 게 재밌습니다.” 내 인생의 원동력은 확률과 통계 클래식을 듣고 오페라를 감상하는 취미는 끝이 없었다. 잠시나마 꿈꿨던 음악대 진학을 접고 상경대를 선택했다. “성악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저는 체력도 약하고 성공할 것 같지 않다고 말씀해주시더군요. 여러 가지 생각을 했죠. 나는 튼튼하지 않으니 애호가로 사는 게 더 행복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어머니 앞에서는 삐져서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습니다(웃음).” 음대 포기의 이유에 맏이라는 가정 안에서 위치도 작용했다. 역사학도 좋았지만 맏이면 당연히 돈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상경대 진학을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도전 한 번 안 해보고 너무 빨리 포기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저는 경영학을 전공했어요. 수를 좋아했죠. 경영학에도 회계학이 있는데 그것도 재밌었고요. 회사에서도 기획 재무 쪽 일을 했어요. 고등학교 때 미적분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확률과 통계는 아주 좋아했어요. 그래서 제 모든 생활 전반이 확률 통계적 사고로 돌아갑니다. 성악을 선택하지 않은 것도 그렇습니다.” 유형종 대표는 음악대학에서 음악사 수업 외에 공부를 더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화성악 청강을 해봤다. 그런데 음대생의 영역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고 한다. “음대생이 전공하는 영역은 음악 애호가로서 확률과 통계적으로 좇아갈 수 없는 영역이었어요. 저는 예술가 기질은 없어요.” 무모한 짓은 안 하고 평생을 살았다는 유형종 대표. 굉장히 좋아 보여도 무엇을 희생해야 한다면 하지 않았다. 목적지향, 확률통계. 이런 것을 고려해서 원칙을 세우고 의사결정하는 것이 습관화됐다고 말한다. “대신 재미가 없죠. 어떤 사람들은 저보고 냉소적이라더군요.” 취미가 인생의 큰 그림이 되다 경영학과에 들어간 뒤 공부보다는 음악감상 동아리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때는 클래식을 듣는 음악감상 동아리의 규모가 꽤 컸습니다. 지금과 비교도 안 됩니다. 동아리에서 음악감상실을 운영했기 때문에 DJ 활동을 의무적으로 했어요. 감상실에서 트는 곡목을 칠판에다 적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물론 감상실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절반이 숙면에 들기는 했지만 감상실 운영으로 동아리를 유지했다. 가을에 열리는 교내 합창대회는 음악감상에 방해돼 싫었다. “합창 시즌만 끝나면 속속 커플들이 탄생했어요. 헤어지면 커플이 동시에 탈퇴를 하니까 동아리 모습이 말이 아니었죠. 연애금지령도 있었는데 저는 철저히 그 법칙을 따랐습니다(웃음).” 대단한 모험을 즐기지 않고 확률과 통계를 바탕으로 살아왔다는 유형종 대표. 그는 대학생활 이후에도 나름 순탄했다고 말한다. 1987년 첫 직장인 대우증권에 입사해 2006년 한국신용보증보험의 임원으로 20년 직장생활을 마무리할 때까지 그는 영락없는 금융인의 모습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칼럼니스트로서의 이중생활도 멋지게 즐겼다. “졸업 후에 동호회 후배들이 창립기념일 문집을 만들 때 저에게 의뢰하기에 글을 쓰게 됐고, 1995년부터 잡지에 정식으로 음악 칼럼을 쓰기 시작했어요. 음악감상 동아리 후배인 의 기자가 저를 칼럼니스트로 추천했어요. 그때부터 음악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을 얻게 됐습니다.” 금융업계에서 대리, 과장으로 승진하는 동안 업무와 야근으로 음악회는 꿈도 못 꿨다. 대신 음반을 들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매달 밀려오는 잡지사 음악 칼럼을 쓰는 작업도 일상의 큰 업무(?)였다. “금융회사는 아침 8시가 되면 일을 시작해요. 저는 6시 반에 출근을 했어요. 부서장님이 저더러 부지런하다고 칭찬하셨는데 오해죠. 저는 글을 쓰기 위해 회사에 빨리 간 것이잖아요.” 한 달에 한 번씩 월간지에 기고를 하고 짬짬이 공연 프로그램 글도 썼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제가 하는 다른 일에 대해 사장님이 알게 되셨어요. 표정이 좋지 않더라고요. 임원이 그런 일 하는 것을 몰라서 언짢으셨을 겁니다.” 진짜 인생의 문을 열다 유형종 대표는 2003년 은퇴를 준비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느꼈다. 회사에서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딱 3년이란 시간이 남아 있었다. “회사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을 확률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다른 회사로 가느냐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느냐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나의 즐거움을 희생해서까지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 해설가로 살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었지만 좀 더 밀도 있는 공부를 하며 강의자료를 준비했다. 연재하던 글을 모아 은퇴 시기에 맞춰 단행본 출간을 계획했다. 결국 2006년 9월 은퇴, 12월 1권과 2권(시공사) 출간. 꽤 멋진 은퇴 작전이 성공했다. 20년 남짓의 넥타이 삶을 청산하고 난 유형종 대표는 무지크바움에서 음악과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칼럼을 쓰고 외부 강의를 하면서 여전히 음악에 파묻혀 살고 있다. 올해 우리 나이로 쉰일곱인 유형종 대표는 스스로 2년 전까지가 음악 칼럼니스트로서 전성기였다고 생각한다. “음악 칼럼니스트라고는 하지만 글 써서 먹고살겠어요(웃음)? 제 공간인 무지크바움에서 동호회나 강좌를 열고 외부 강의도 다니고요. 그런데 제 나이가 이제 기업체 특강 강사로는 좀 많아요. 왜냐하면 기업체 사장이 저랑 나이가 같거나 어리거든요. 물론 저도 이제 돈을 열심히, 많이 벌 생각은 없어요. 생업은 55세까지 충분히 했다고 봐요.” 이런 날을 생각해서 20년 직장생활을 했다. 먹고사는 데 당장 큰 문제는 없다. 벌어놓은 돈도 있으니 즐기면서 오래오래 이 일을 하고 싶다. “마음은 천국이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되니까. 대신 제가 일정을 짜놓고 많은 일들을 정해야 하니까 좀 바쁘죠. 마음은 천국, 몸은 지옥? 앞으로도 10년은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10년은 골골거리면서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웃음).” 음악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최근 귀찮지만 꼭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슈베르트에 관한 글을 쓰게 됐다고. 예술서 100권, 문학서 100권, 사상서 100권 총 300권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는 한 대형 출판사에서 유형종 대표에게 제안을 해왔다.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제부터 자료조사를 새로 해야죠. 그런데 사실 쓰겠다고 한 이유가 딴 게 아닙니다. 제 동생도 쓰기로 했더군요. 괜찮은 필자를 출판사에서 저자로 섭외했던데 내가 안 쓰면 소외될 거 같아서 할 수 없이 쓰는 거거든요(웃음).” 그래도 적잖은 사명감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물어보았다. “불명예는 막아야죠(웃음). 적어도 대한민국 예술 필자 100명 중에 끼지 못한다는 소리는 들으면 안 되잖아요. 불타오를 정도는 아니고 약오름?” 말은 이렇게 해도 어떤 주제로 쓸지에 대해 찾아보고 있다. 너무 어렵게 않게 슈베르트에 대해 사람들이 알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책을 쓰게 될 것 같단다. 유형종 대표는 어떤 것을 평가하고 논하는 평론가의 삶을 구하지 않는다고. “칼럼니스트로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은 갖되 너무 깊숙이 관여하지는 않아요. 관객으로서 내 시선을 내려놓고 싶지 않습니다. 누군가 공연장 사장 할래? 그러면 전 아마 안 할 거예요. 사람 임명하고 관리하는 거 하기 싫어요. 육체는 힘들지만 영혼의 자유를 누리면서 살고 싶어요.” 인터뷰하는 동안 그가 20년 금융 전문가에서 음악 칼럼니스트로 변신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는 원래부터 직장생활 20년 하고 난 다음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니 지금이 제1인생이죠. 제1의 인생을 위해 기반을 마련하고 돈을 번 것입니다. 합리적으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처음부터 그의 시작은 음악이었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는 느낌이다. 평생 제1의 인생을 위해 살아온 집념과 고집이 앞으로도 영원하기를 기대해본다.
- 2017-09-08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