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식사를 하는, 이른바 ‘혼밥’ 노인일수록 노쇠가 훨씬 빠르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홀로 식사하면서 생긴 우울감이 영양 결핍과 고립을 불러 노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송윤미 교수·박준희 임상강사)·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원장원 교수) 공동 연구팀은 지난 1월 이 같은 결과를 밝혔다. 2016∼2017년 한국노인노쇠코호트(KFACS) 연구에 참여한 노인 2072명(70∼84세)을 대상으로 했으며, 연구팀은 식사 유형에 따른 노쇠 변화를 두 차례 비교‧분석해 결과를 도출했다. 한국노인노쇠코호트는 노쇠의 원인과 그로 인한 영향을 장기적인 추적관찰로 찾아낸다.
노쇠는 △체중 감소 △근력 감소 △극도의 피로감 △보행속도 감소 △신체 활동량 감소 등 5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측정한다. 각 지표에서 평균치의 하위 20%에 속하는 경우가 3개 이상일 때를 노쇠라고 본다. 1∼2개만 해당하면 노쇠 전 단계, 하나도 해당하지 않으면 건강하다고 판단한다.
연구팀은 혼밥에 따른 노쇠 정도를 비교·분석하기 위해 4개의 그룹으로 분류했다. 1번 그룹은 기존에도, 연구 기간인 2년 동안에도 모두 다른 사람들과 식사(1583명), 2번 그룹은 기존에는 다른 사람들과 식사했지만 2년 동안에는 혼자 식사(136명), 3번 그룹은 기존에는 혼자 식사했지만 2년 동안에는 다른 사람들과 식사(136명), 4번 그룹은 기존에도, 2년 동안에도 혼자 식사(217명)로 각각 나누어졌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노인 2072명은 연구를 시작할 당시 노쇠에 해당하지 않았다. 혼자 밥을 먹는 비율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조사 모두 17.0%(353명)였다. 2년의 추적 연구 결과, 노인의 혼밥은 노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특히 노쇠 진단의 5가지 지표 중 체중이 감소할 위험이 혼밥 그룹에서 약 3배가량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성별로는 여성 혼밥군에서 극도의 피로감과 보행 속도 감소가 발생할 확률이 각각 1.6배, 2.8배 높아졌다. 홀로 식사를 지속한 4번 그룹은 노쇠 지표 중에서도 체중 감소(2.39배)와 근력 감소(2.07배)가 두드러지는 특징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혼밥 노인의 노쇠 위험이 커지는 원인으로 ‘우울감’에 주목했다. 혼자 식사를 하면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영양결핍과 고립으로 이어져 결국 노쇠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구팀은 식사하는 사람이 있다가 혼자 식사하게 된 2번 그룹(136명)의 노쇠 변화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2번 그룹의 노쇠 발생 위험은 계속해서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있는 그룹(1583명)에 견주어 61%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연구팀은 2년간 혼자 식사를 한 4번 그룹에 대해서는 “배우자가 있거나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교육 수준이 가장 낮았다. 골다공증, 저작 문제, 우울증 및 낙상도 가장 많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의 독거노인 문제를 시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국내 독거노인의 수는 187만 5000명으로 전체 65세 이상 인구의 20.8%를 차지한다. 65세 이상 노년층 5명 중 1명은 홀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연구 시작 당시에는 혼자 식사하다가 2년 후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이 생긴 3번 그룹(136명)에서는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비율이 의미있게 줄었다. 혼자 식사할 때보다 일부 노쇠 지표가 개선됐다. 이에 따라 식사로 노쇠를 늦출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연구팀은 “식구(食口)란 단어 뜻 그대로 끼니를 함께할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연구”라며 “만약 함께 식사하다가 홀로된 부모님이 계신다면 혼밥에 따른 우울감이 있는지 등을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연구팀은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누군가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사회적인 프로그램을 조성하는 등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로당을 비롯해 노인의 커뮤니티 공간 확대와 독거노인 돌봄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주택 가격 예측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공급과 수요 측면을 다 살펴야 합니다. 어디에 얼마나 짓는지, 얼마나 필요한지 다 따져봐야 합니다. 실물경제 흐름, 금리와 물가, 대출 조건 등 금융 환경, 지역별 일자리와 사회간접자본(SOC) 정도, 병원 등 생활 편익시설, 학군·학원 등 교육 환경에 인구 추이와 가구 형태까지, 변수도 많습니다.
이번 글은 이런 변수 등을 반영한 역대 정권 부동산 정책과 아파트 가격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30여 년간의 흐름을 보면 일정한 ‘관계성’이 읽힐 것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흐를 것인지 장담은 못 해도 예측은 가능할 것입니다. KB금융 주택통계 시계열자료를 근거로 했음을 밝힙니다. 긴 분석 기간, 쉬운 통계 추출 때문입니다. 위 그래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故 노태우 대통령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의 출범 첫 해까지(1988~2022년) 각 정권 재임 기간 중 전국, 서울, 6대 광역시(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의 아파트 가격 흐름이 반영된 그래프입니다. 이를 보면 노태우·故 김대중·故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아파트 가격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故 김영삼 대통령 집권 기간 전국·서울 아파트 가격은 2~3% 올랐고, 6대 광역시는 1% 정도 하락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서울•지방 모두 10% 안팎 올랐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3.2%)한 반면 6대 광역시 가격은 크게(+31.8%) 뛰었습니다.
집값이 뛰면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규제책을 내놓았습니다. 노태우 정부는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 시행했습니다.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법’ 등입니다. 택지 소유는 제한하고, 초과이득·개발이익은 국가가 환수하는 초강수 정책입니다. 공시지가제도 도입,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건설도 이때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주택거래신고제, 분양가상한제 등의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분양원가 공개도 추진했고, 전매제한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 정책도 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8차례 대책을 통해 대출은 옥죄고, 고가·다주택자 보유세는 무겁게 했습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나섰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은 크게 늘렸습니다.
주택 시장이 위축되면 반대로 부양책을 쏟아냅니다. 김영삼 정부는 “부동산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개입을 최소화했습니다. 분양가 자율화를 추진하고, 양도세•전매제 등을 완화하면서 부양에 나섭니다. 이명박 정부는 전 국토의 19%가 넘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9%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대출 및 세금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분양 및 청약제도도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시행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및 조합원 3채까지 분양 허용’ 등 이른바 ‘주택 3법’을 도입했습니다. 세제 및 대출도 완화했고, 민영주택 건설 활성 대책을 내놓으면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부추기기까지 했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집값 오름세에도 해외 개방, 후분양제, 전매와 청약제도 모두 활성화에 맞춰 정책을 폈습니다. 토지 3법 중 택소법, 토초세법이 무력화된 것도 이 시기입니다. 당시는 외환위기 극복이 국가 과제였다는 점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양책을 편 것으로 해석됩니다.
역대 정권은 오르면 규제하고 내리면 부양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당연해 보이지만, 정부가 집을 사는 곳(Living)이 아니라 살 곳(Buying)으로 보고 정책을 편 것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주택은 대다수 국민에게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집값이 오르면 ‘부의 증식’이라는 착시가 작동합니다. 소비와 투자는 활발해지고 경제는 나아집니다. 정부 정책이 이런 점에 기대어 시장에 개입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은 합리적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집값 끌어올리기 정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규제란 규제는 다 푸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도 집값 내림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이 있습니다. 왜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잡으려 하면 오르고, 활성화하려 하면 내려가는가 하는 점입니다. 정책의 효과가 왜 5년 뒤, 10년 뒤 나타나느냐 하는 것입니다.
주택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은 제각각입니다. 겉으로는 모두가 ‘안정’을 말합니다. 그런데 속내는 다릅니다. 정책 당국자는 경제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하락보다는 조금 올랐으면 합니다. 집이 있는 사람들은 오르기를, 없는 사람들은 떨어지길 원합니다. 여기에 틈을 노리는 투기적 수요가 가세합니다. 한몫 잡아보려는 투기꾼들 말입니다. 이런 가수요(거품)의 증가는 과다한 공급을 만들어냅니다. 투기적 수요, 공급이 너무 크면 시장은 불안해집니다. 정부 정책의 효과를 지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 크기가 너무 크면 길게, 적으면 짧게 불안이 이어집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집값은 전국적으로 38%, 서울은 62% 상승했습니다. 잔뜩 낀 거품이 빠지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연착륙을 위해 여러 부양책을 내놓지만,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최근 조사한 전문가들 예상은 “하락세는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겁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판단과 책임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확산되면서 셀프 계산대가 늘었다. 음식을 주문하는 키오스크뿐 아니라 마트처럼 물건을 사는 곳에서도 스스로 바코드를 찍고 계산하는 ‘셀프 계산대’가 많아진 것. 운영 측면에서는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이용법을 모르는 고령자에게는 무척 곤란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에서는 셀프 계산대의 ‘빠름’과 반대로 ‘느림’을 강조하는 ‘슬로레지’(スローレジ)가 퍼지고 있다.
천천히 계산하는 ‘느린 계산대’
최근 일본에서는 ‘슬로 레지’(느린 계산대)가 주목받고 있다. 영어로 ‘느린’을 뜻하는 slow와 일본어로 ‘계산대’를 뜻하는 レジ의 합성어다. 슈퍼마다 부르는 이름과 운영 방법 등은 조금씩 다르지만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해 ‘천천히 계산해도 되는’ 계산대를 따로 만들었다. 빠른 계산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셀프 계산대와는 반대되는 행보다.
느린 계산대는 2019년 이와테현 타키자와시 슈퍼마켓에서 처음 시작됐다. 치매가 있는 고객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계산을 도와주면서 ‘슬로우 쇼핑’이라는 개념이 소개됐다. 이후 후쿠오카 현(福岡県) 유쿠하시 시(行橋市)의 유메타운 미나미유쿠하시(南行橋) 지점에서 2020년 7월부터 시범적으로 ‘슬로 레지’라는 고령자 전용 라인을 설치해 운영했다. 이 지점 쇼핑객의 약 40%가 60대 이상인 것을 반영한 조치였다. 처음에는 월 2회 오후 2시간만 운영했는데, 이용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2021년 1월부터는 상설 가동하고 있다.
느린 계산대에 있는 직원들은 ‘천천히 말하고,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들으며, 늦어도 괜찮다고 말해줄 것’을 교육받는다. 더 특별한 점은 이 계산대를 치매가 있는 고령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직원 중 40여 명이 ‘치매 서포터 양성 강좌’를 수료한 뒤 현장에서 활동한다는 점이다. 점원들의 배려가 입소문이 나면서 점포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욱 늘었다. 유메타운은 해당 지점 외에 약 64개의 점포에도 느린 계산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후쿠이(福井)현의 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식품매장 허츠(Hearts)는 2022년 ‘느긋하게 레인’(ゆっくりレーン)을 시범 운영했다가 반응이 좋아 4월부터 전 점포에 도입했다. 처음에는 주 1회로 운영했지만 11월부터는 매일 운영한다. 느긋하게 레인에는 ‘바쁘신 고객들은 별도의 계산대를 이용해 주세요’라는 안내 배너를 설치해 고령자가 초조해하지 않고 계산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고령자 전용 계산대에 있는 직원들에게는 전용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한다. ‘큰 소리로 또박또박 발음할 것, 무거운 바구니는 옮겨줄 것, 영수증은 별도로 전달할 것’ 등을 특별히 강조한다. 지역 인구의 절반이 고령자가 되어가는 일본에서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느린 계산대의 도입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바코드는 직원이, 계산은 고객이 ‘세미셀프 계산대’
느린 계산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대중화된 건 아니다. 일본의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볼 수 있는 계산대는 보통 세 가지다. 바코드로 물건을 찍는 것부터 계산까지 모두 직원이 해주는 ‘일반 계산대’, 바코드는 직원이 찍어주지만 정산은 본인이 하는 ‘세미셀프 계산대’,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하는 ‘셀프 계산대’다.
일본의 ‘2021년 슈퍼마켓 연차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79개 기업 중 셀프 레지(셀프 계산대)를 설치한 기업의 비율은 23.5%에 달한다. 51개 점포 이상을 보유한 대기업의 경우 70.6%의 설치율을 보였다. 그만큼 셀프 레지 이용자도 늘었다. 야후 뉴스와 IT미디어 비즈니스가 공동으로 진행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8%가 셀프 계산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거나 ‘가끔 사용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셀프 레지라고 해서 인력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항상 근처에 직원이 있어서 사용법을 알려주거나, 오류가 나면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세미셀프 레지’(세미셀프 계산대) 설치율이 더 높다.
‘2021년 슈퍼마켓 연차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기업 중 세미셀프 계산대 설치율은 72.2%에 달한다. 대기업(51개 점포 이상 보유) 설치율은 94.1%로 대부분이며, 지역밀착형(4~10개 점포 보유) 슈퍼도 71.8% 설치율을 보였다. 1~3개 점포를 운영하는 지역 슈퍼에서도 58%에 달하는 곳이 세미셀프 계산대를 운영한다. 반면 지역밀착형이나 지역 슈퍼는 셀프 계산대 설치율(각 39.3%, 12.8%)이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이후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셀프 계산대 도입이 크게 늘었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 주간에는 직원이 상주하고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가 늘었다. 일본의 세미셀프 계산대는 무인점포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계산 방법에 있어서 직원의 개입이 얼마나 되느냐는 정도의 차이일 뿐 항상 직원이 있기 때문이다. 셀프 레지조차 근처에 1~4명의 직원이 대기하며 고객의 불편함을 주시하고 도와준다.
지역으로 갈수록 셀프 레지 설치율이 낮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형 슈퍼야 직원이 많기에 셀프 레지에 도움을 줄 직원을 둘 수 있지만, 인원이 적은 슈퍼일수록 오히려 셀프 레지가 할 일이 더 많아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외로움과 고독 줄여주는 ‘커뮤니케이션 계산대’
느린 계산대는 일본 이전에 유럽에서부터 시작했다.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슬로우 쇼핑’은 프랑스, 네덜란드 등으로 퍼졌다.
유럽의 느린 계산대는 ‘대화를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네덜란드의 슈퍼마켓 윰보(Jumbo)는 2021년 ‘수다 전용 계산대’를 설치했다. 전체 점포의 약 30%에 해당하는 200개 점포에 도입했다. 이는 네덜란드의 75세 이상 고령자의 33%가 외로움을 느낀다는 조사에서 시작됐다. 외로움은 건강에 영향을 주기 때문. 혼자 살며 고독한 노인들이 계산할 때만이라도 누군가와 대화하며 외로움을 해소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시작됐다.
프랑스의 까르푸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슈퍼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수다 전용 계산대’를 만들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늘 들르는 슈퍼에서 잠시 계산원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다는 취지다. 2022년 1월에 시작된 ‘수다 계산대’는 한 달 만에 150대로 늘었다. 뜻밖에 10대부터 고령층까지 매우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한다고.
이미 세계에서 고령화율이 가장 높고, 2025년 단카이 세대(1947~19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가 노인이 되는 시점에서는 고령 친화적인 장치들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이미 녹색 신호등 점등 시간을 늘리거나,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느리게 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시간을 연장하는 등 고령자가 편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본의 주요 언론은 고령 친화 사회의 맥락에서 느린 계산대나 세미셀프 계산대의 장점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꼽는다. 뒷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계산대라는 점도 물론 좋지만, 이 과정에서 계산원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것. 또한 치매 노인이 스스로 물건을 구매하고 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치매 전문의 칸노 토시아키(紺野敏昭)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치매가 있는 사람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어한다”면서 “쇼핑을 스스로 하면서 주체성을 확인하고 사회와 접점도 생긴다”고 느린 계산대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2025년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의 기초체력 유지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기초체력 유지는 중장년 건강과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일반 성인은 체력 증진 또는 만성 질환의 예방이 ‘건강한 삶’의 주목적인 경우가 많다. 반면 일과 중 대부분을 실내에서 활동하는 노인들의 경우 타인이나 보조기구에 의지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해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생활에 필요한 근력·근지구력·유연성·보행 능력 등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국민의 체력 및 건강증진을 돕고자 ‘국민체력100’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체력100은 국민 체력 수준 저하 및 비만 인구 증가, 국가의 대국민 체력관리서비스 제공 필요성 증가, 초단기 고령사회 진입 및 국민 평균수명 연장 사회간접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시행하게 됐다.
전국 약 75개소의 국민체력인증센터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연령별 무료 체력 측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체력 검사는 유소년기(만 11세~12세), 청소년기(만 13세~18세), 성인기(만 19세~64세), 어르신(만 65세 이상) 등 연령별로 각 검사 항목을 다르게 구분해 진행한다.
65세 이상 어르신은 일반 성인과 건강 체력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측정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악력 측정,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기, 의자에 앉아 3m 표적 돌아오기, 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 6분 걷기, 2분 제자리 걷기, 8자 보행 등의 항목이 있다.
측정 이후에는 체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개인별 맞춤형 운동을 처방하고, 체력 수준에 따라 국가 공인 인증서를 발급한다. 체력 인증 단계는 성별, 연령별 각 검사 항목의 백분위와 해외의 체력 인증 단계를 참고해 △최소한의 건강 유지에 필요한 체력 수준(3등급) △활발한 신체활동 참여에 필요한 체력 수준(2등급) △다양한 스포츠에 도전해 활력적이고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체력 수준(1등급)으로 나뉜다.
체력인증센터에서 검사받아보고 싶다면, 국민체력100 공식 홈페이지 회원가입 후 체력측정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혹은 홈페이지에서 ‘내 주변 체력인증센터’를 확인하고, 해당 센터에 방문·전화 접수도 가능하다.
한편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23년, 민간협업을 통해 국민체력100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디지털 기반 체력측정 신규 모델을 개발하고, 국민체력인증의 간편 버전인 헬스업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시설을 현행 10개소에서 100개소까지 확대한다. 아울러 체력인증센터와 공공스포츠클럽에서 운동하는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 마일리지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검은 토끼의 해,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토끼는 십이지 동물 중 네 번째로 성장과 번창 그리고 풍요를 상징한다. 특히 토끼는 영리하고 기민한 동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특성을 빗댄 사자성어로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꾀 많은 토끼는 숨을 굴을 세 개 파놓는다’는 의미로 지혜롭게 미래를 준비하면 어려운 상황을 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계묘년 한 해에는 지혜로운 토끼처럼 미리미리 습관을 고쳐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자. 신년을 맞아 자생한방병원 이남우 원장의 도움말로 토끼 하면 쉽게 연상되는 이미지들을 통해 건강과 습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관리법을 알아본다.
깡충깡충 토끼처럼…’유산소 운동’으로 만성질환 극복
바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다. 신년에는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토끼처럼 건강을 위해 걷기와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시작해보자. 유산소 운동 중 특히 달리기와 걷기는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이 규칙적으로 달리기하는 사람 3만 3000여 명과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 1만 5000여 명을 대상으로 6년간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달리기는 고혈압 발생 위험률 4.2%, 당뇨 12.1%, 심혈관 질환 4.5%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 운동의 경우 각각 7.2%, 12.3%, 9.3%를 낮추며 달리기보다 더욱 큰 효과를 보였다.
운동의 강도와 실천 시간도 중요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을 위한 신체 활동 지침서’에 따르면 걷기 같은 중강도 운동은 일주일에 150분 이상(주 5회 30분), 달리기 등 고강도 운동은 75분 이상(주 3회, 25분)으로 각각 권고하고 있다. 이때 운동 시간을 계산해 달리기와 걷기를 병행하는 인터벌 운동을 시행하면 효과가 더 커진다.
하지만 바르지 못한 자세로 달리기·걷기 운동을 하게 되면 척추·관절에 체중이 불균형하게 쏠려 부담을 안기고 통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운동 중 허리나 무릎 등에 지속적으로 통증이 발생한다면 즉각 운동을 중단하고 진료를 받아보도록 하자.
자생한방병원 이남우 원장은 “유산소 운동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고 체지방감소를 통한 체중관리에 효과적”이라며 “하지만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 야외 운동은 근육을 수축시켜 통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철저한 준비운동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초식동물 토끼처럼…’채식 위주 식단’으로 비만 탈출
초식동물의 대표주자인 토끼는 당근을 비롯한 각종 야채들을 주식 삼아 섬유질 위주로 식사한다. 섬유질은 장 건강을 활성화하고 체내 노폐물 배출을 촉진해 비만, 고혈압 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이다. 신년 건강을 위해 토끼처럼 채소와 통곡물 등 섬유질 식단의 비중을 높이면 각종 만성질환 예방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만병의 근원이라 불리는 비만은 고혈압과 당뇨를 비롯해 암 등의 발생률을 높인다. 우리나라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최근 비만 인구가 늘어가는 추세다. 실제로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내 비만율은 2010년 30.9%에서 2020년 38.3%로 증가했다. 증가 폭이 큰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다.
비만 탈출을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은 채식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채식은 체중 감량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도 좋다. 하지만 채식만 할 경우 고르지 못한 영양 섭취로 인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단백질과 탄수화물 등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 섭취량도 두루 살피는 것이 현명하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 준수, 과음·과식 절제 등의 습관도 건강한 한 해를 위한 좋은 건강법이다.
정온동물 토끼처럼…’적정 체온관리’로 면역력 향상
운동과 식단관리도 중요지만 평소 생활습관이 평생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정온동물로서의 토끼의 습성은 올바른 건강 생활습관을 돌아보는 데도 도움을 준다. 바로 토끼의 길고 큰 귀를 통해서다. 토끼 귀는 뛰어난 청력보다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도구다. 온몸이 털로 뒤덮인 토끼는 땀샘이 없고 열이 많아 추위를 잘 타지 않지만 더울 때는 혈액을 얇은 귀로 보내 열을 발산해 체온을 효과적으로 낮춘다.
하지만 인체는 추위와 더위에 매우 민감한 만큼 항상 체온 유지 및 관리가 필요하다. 체온이 1도 떨어질수록 면역력은 30%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적정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수시로 생활환경이 변하는 만큼 계절별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한의학적으로 체내 한기가 머물게 되면 혈액이 정체되는 증상인 어혈을 야기해 원활한 신진대사를 방해한다. 이는 특히 생리불순, 자궁질환 등 여성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몸의 중심이 되는 복부를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면 내부 장기의 기능과 척추건강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혜로운 토끼처럼…빠른 두뇌 회전을 위한 ‘태양혈·풍지혈 지압’ 효과적
별주부전 설화에 등장하는 토끼는 용왕 앞에 끌려가도 살아남을 정도로 지혜롭고 임기응변이 탁월한 동물로 그려진다. 올해도 한층 더 똑똑해진 자신을 위해 신년 목표로 ‘공부’와 ‘자기 개발’을 설정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바쁜 일과만으로도 녹초가 되기 일쑤인 만큼 빠른 두뇌 회전을 위한 지압법 숙지를 추천한다.
먼저 태양혈(太陽穴) 지압법은 머리의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피로를 해소하는 데 도움 된다. 태양혈은 눈과 귀 사이의 지점으로 음식을 씹을 때 따라 움직이는 부분이다. 5초간 10회 정도 지그시 눌러주자. 또한 풍지혈(風池穴) 지압은 머리를 맑게 해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풍지혈은 목 뒤 중앙에서 양쪽으로 1.5cm 정도 떨어져 있다. 하루 3번 10초씩 검지나 엄지로 자극해주면 좋다.
한의학에서는 육체적 피로감이 집중력·기억력에 악영향을 주는 증상을 기력이 부족한 ‘기허(氣虛)’의 일종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약 치료를 실시한다. 대표적으로 황제의 약이라고도 불리는 공진단은 면역력 증진, 피로 회복과 집중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영양소(Nutrients)’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공진단이 노화를 억제하는 ‘시르투인1’ 유전자를 활성화해 신경세포 보호와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 최초로 확인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이남우 원장은 “새해 거창한 건강 목표를 잡고 갑자기 심한 운동을 한다거나 생활 방식을 바꾸는 등 무리하는 것보다 차근차근 건강에 도움 되는 생활 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강은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 올해부터는 자신의 몸을 위한 배려로 건강한 삶을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은 척추를 비롯해 무릎, 어깨 등 모든 신체 관절에서 발견된다. 그중에서도 '퇴행성 견관절염(어깨 관절염)'은 고령층에 흔히 나타나는 어깨 질환으로 꼽힌다. 질환명 그대로 어깨 관절의 퇴행성 변화로 발생한 염증에 의해 통증, 강직, 가동 범위 제한 등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퇴행성 견관절염은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서 약 20%의 유병률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러 만성 질환을 앓는 노인들의 경우 수술 부작용과 재수술 우려로 치료법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환자들에게 보존적 치료법이 우선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치료 종류가 한정적인 데다 수술적 치료법보다 관련 연구도 부족해 추가적인 연구결과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소장 하인혁)는 퇴행성 견관절염 치료에 비수술 한방통합치료가 객관적인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최윤영 원장(창원자생한방병원 원장) 연구팀은 퇴행성 견관절염에 대한 한방통합치료의 객관적 효과 및 임상적 유효성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추나요법과 침, 약침, 한약 처방 등으로 구성된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 결과 퇴행성 견관절염 환자들의 통증 및 기능장애가 상당 부분 개선됐고 삶의 질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SCI(E)급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 IF=1.817)’ 11월호에 게재됐다.
최윤영 원장 연구팀은 먼저 2015년 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전국 자생한방병원 7곳(강남∙광주∙대전∙부천∙분당∙울산∙해운대)에서 퇴행성 견관절염 진단으로 일주일 이상 한방통합치료를 받은 입원 환자 18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어 연구팀은 객관적인 치료 유효성 분석을 위해 △통증 숫자평가척도(Numeric Rating Scale, NRS) △어깨통증장애지수(Shoulder Pain and Disability Index, SPADI) △삶의 질 척도(EuroQol-5 Dimension, EQ-5D) 등을 지표로 활용했다. NRS(0~10점)와 SPADI(0~100점)는 값이 클수록 통증 및 장애의 정도가 심함을 의미하며, EQ-5D(-0.066~1점)의 경우 건강한 상태를 1로 두고 점수가 높을수록 삶의 질이 좋음을 뜻한다.
연구 결과 한방통합치료 이후 환자들의 모든 지표에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통증 NRS의 경우 치료 전 중등도 통증 수준의 6.09에서 입원치료 후 경증 정도인 4.02로 감소했다. SPADI는 중증 이상의 장애 수준(55.00)이 낮은 수준(35.42)으로 호전됐다. 아울러 삶의 질도 향상됐다. 치료 전 0.61이었던 EQ-5D가 치료 후 0.74로 상승한 것이다.
또한 2021년 9~10월 온라인 및 전화 설문조사를 통한 장기추적관찰에서도 지속적인 호전 양상이 나타났다. 통증 NRS는 3.04로 통증이 더욱 나아졌으며, 특히 SPADI는 입원 시점보다 약 3배 낮아진 18.95로 두드러진 기능 장애 개선이 확인됐다. EQ-5D의 경우 0.83까지 상승하며 높은 삶의 질을 유지했다.
함께 진행된 치료 만족도 조사(Patient’s Global Impression of Change, PGIC)에서는 응답자의 86.4%가 현재 어깨 건강 상태에 대해 ‘개선’ 이상의 답을 표했다. 이에 연구팀은 한방통합치료가 퇴행성 견관절염 환자의 통증 및 기능 개선과 삶의 질 향상에 장∙단기적으로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임상적으로 확인된 것이라 해석했다.
창원자생한방병원 최윤영 원장은 “이번 연구는 퇴행성 견관절염에 대한 한방통합치료의 유효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향후 연구자들이 퇴행성 견관절염 보존적 치료법 분야의 가이드 라인을 수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국민의 기대수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한편, 혼자 사는 1인 가구 또한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돌봄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됐으며, 관련 유망 직업들도 떠오르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병원동행매니저’이다. 병원에 혼자 가기 어려워하는 사람을 도와 보호자 역할을 해주는 직업이다.
병원동행매니저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병원 동행을 필요로 하는 경우, 병원에 갈 때부터 귀가할 때까지 모든 과정에 보호자처럼 동행하는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동행매니저는 신청자가 원하는 장소로 직접 찾아와 병원에서의 접수·수납, 입·퇴원, 약국 이동까지 지원한다.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 1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00만 명을 넘어섰다. 또한 2025년이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는 병원동행매니저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의미로 직업의 전망이 매우 밝다.
현재 서울시에서도 ‘1인 가구 병원동행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병원동행매니저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시간당 50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다만 중위소득 85% 이하 저소득층은 무료 지원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까지는 중위소득 100% 이하까지 무료다. 서울시를 시작으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병원동행매니저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병원동행매니저 되는 방법
병원동행매니저가 하는 일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병원동행을 원하는 신청자는 주로 60대 이상의 어르신으로 거동이 힘든 어르신을 돕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일이 사람 대 사람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발부터 교육까지 까다롭게 진행되는 편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 부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센터장 희유 스님)에서는 지난해부터 ‘병원동행매니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21년에는 1회가 진행돼 15명이 수료했고, 올해는 3회가 진행돼 42명이 수료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는 병원동행 서비스의 이해, 기초 의료지식, 서비스 마인드와 스트레스 관리 등 실무지식을 교육한다. 또한 교육 이후 상담을 통해 취업 의사가 있는 수료생에게는 취업 연계 서비스를 진행한다. 현재 수료생 중 18명은 병원동행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저희 센터에서는 실제 직무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병원동행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의 담당자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말미에는 현장실습 참여를 통해 선임병원동행매니저와 실제 업무를 경험해 보며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은 만 50세 이상 서울시 시민이면 들을 수 있다. 단 자격 요건이 있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장애인활동보조인 자격증 중 하나를 필수로 갖고 있어야 한다. 이는 병원동행매니저의 필수 자격 요건이다. 다시 말하면 자격증 중 하나를 보유해야 병원동행매니저가 될 수 있다. 업무 자체가 사회 복지성 성격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병원동행매니저가 되고 싶은 이들은 어떤 자격증을 많이 취득했을까.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소지하신 분들이 많다”면서 “아무래도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시니어에게 추천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수강생 중 자격증만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되어 수강하는 경우도 있었고,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다른 일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오신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장년층 추천 이유
초고령사회를 앞둔 현재 병원동행매니저는 분명 유망 직업이다. 그 가운데 특히 중장년층에게 추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병원동행매니저의 장단점과 연결된다. 먼저 병원동행매니저의 장점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근무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라는 점이다. 오랜 시간 근무가 힘들고 여가 시간을 즐기고 싶은 시니어에게 맞춤형 직업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고 싶은 분들에게 병원동행매니저를 추천드린다”면서 “하루 3시간만 근무하는 재가요양보호사 분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여가 시간을 활용해 일할 수 있어 추가적인 경제적 보탬(소득보존)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따른 단점도 존재한다. 수익이 고정적이지 않고,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병원동행매니저의 시급은 1만 원대에서 많을 경우 2만 원이다. 근무 시간에 따라 추가 수당이 붙기는 한다.
그러나 일이 매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달에 100만 원 벌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를 벌기 위해서는 하루에 2명 이상의 환자를 만나고 매일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진료 시간이 긴 투석 환자를 담당하는 것도 수입을 늘리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생계 유지를 위해 직업을 찾는 중장년층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현직에 있는 관계자들은 돈 벌이 보다는 사회생활, 봉사의 성격으로 병원동행매니저라는 직업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더욱이 업무 특성상 섬김의 태도와 감정 노동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직무 특성상 편찮은 분에게 도움을 줘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강점이 있으시거나 희망하시는 분이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근로 조건의 특성상 여가 시간을 활용하여 유연하게 근무하는 것을 희망하시거나 본업 외에 추가 소득을 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고 전했다.
빈곤한 노인에게 장수는 악몽과 같다. 돈이 먼저 죽고 인간이 더 오래 사는 것, 이는 곧 파산이다. 살아 있는 한 돈의 생명력을 꺼뜨리지 않는 게 100세 시대의 과제가 됐다. 빈곤 없는 삶을 위해 염두에 둘 노후 리스크에 대해 알아보자.
도움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은퇴 후에는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전에 저축해둔 자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현역 시절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부족하지 않게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막연히 돈을 모으기보다는 예상액을 계산해보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게 현명하다.
노후 자금, 얼마나 있어야 빈곤 면할까?
국민연금연구원(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들은 부부 기준 매달 적정 노후 생활비로 평균 268만 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금액으로 부부 노후 생활비를 계산하면, 은퇴 후 20년의 경우 6억 4300만 원, 30년의 경우 9억 6500만 원이다. 여기서 변수가 있다. 은퇴 후 사망 시점까지 계속 같은 금액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은퇴 직후에는 생활비 수준이 비슷하지만, 점차 활동성이 감소하며 지출도 줄어든다. 김은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60세 은퇴를 가정할 경우 70세까지는 기존 활동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해 노후 생활비를 100% 적용한다. 70~80세는 70%를, 80세 이후에는 50%를 적용하면 알맞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계산하면 은퇴 후 30년간 필요한 부부 노후 생활비는 7억 800만 원까지 떨어진다. 앞서 계산한 금액보다 2억 5700만 원이 적게 드는 셈이다.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노후 자금을 헤아려보면 현재 얼마가 부족한지, 얼마나 아껴 써야 할지 등을 점검해볼 수 있다. 만약 평균 노후 생활비 책정이 어렵다면, 은퇴 전 생활비의 70% 정도를 보면 된다.
필요 노후 자금을 다 마련했다고 해서 안심하긴 이르다. 방심했다간 자금 고갈을, 심하게는 파산까지 이르게 하는 위험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융 사기나 창업 실패 등 특별한 사건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예상외로 병원비나 자녀 부양 등 평범한 것들이 복병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 자녀 리스크 - ‘집 사달라’ 자녀에 허리 휘는 부모
통계청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인구 314만 명(7.5%)이 부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 청년실업 등으로 2030세대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은퇴 후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부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2021년 50~65세 5115명 대상) 중 ‘자녀 지원에 대한 계획’ 항목에서 ‘결혼까지 지원하겠다’는 응답자는 3명 중 1명꼴로, 전체 중 비율이 가장 높았다. ‘주택 마련까지’(27.6%), ‘취업 전까지’(20.5%), ‘학업 마칠 때까지’(10.7%) 등이 뒤를 이었고, ‘평생 지원하겠다’는 응답자는 3.4%였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2021 결혼비용보고서’를 보면 신혼부부의 총 결혼 비용은 평균 2억 3618만 원에 달했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택(1억 9271만 원, 81.6%)이며, 그밖에 예식, 예물·예단, 혼수, 신혼여행 등에 4347만 원이 들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자녀의 행복을 위해 많은 부모가 결혼 비용 지원을 외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추세를 고려할 때 부모의 지원 없이 자녀 세대가 주택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나라 부모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면 자녀의 주택을 마련해주고 싶어 한다. 다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지원하다 보면 안정된 은퇴 생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다시 자녀에게 부담을 지우는 상황으로 돌아온다. 자녀 지원금은 반드시 은퇴자산과 분리된 별도 자금으로 관리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 배우자 리스크 - 경제적·정신적 빈곤 부르는 ‘황혼이혼’
지난해 통계청이 조사한 동거 기간별 이혼 건수를 보면, 3쌍 중 1쌍 이상(38.7%)이 20년 이상 살아온 중장년 부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이후 전체 이혼 건수 가운데 황혼이혼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 통계에서도 60대 이상 남녀의 이혼상담 비율이 10년 전과 비교해 여성은 2.8배, 남성은 3.2배 증가했다. 배우자와의 갈등 또는 개인의 욕구 실현 등을 위해 황혼이혼을 결정했더라도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는 꼭 따져봐야 한다. 이는 단순히 당장 오가는 위자료 문제만이 아니다. 이혼 시 부부가 공유했을 주택이나 노후 생활비 등을 절반으로(또는 그 이하)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1인 가구가 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간병 문제나 고독사 위험 등까지 고려하면 황혼이혼은 다방면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김은혜 수석연구원은 “황혼이혼을 원하는 쪽은 여성이 많은 편이다. 남편의 경우 갑작스러운 이혼과 더불어 퇴직이라는 환경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며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치명적이다. 배우자와 재산을 분할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도 분할 수령해야 한다. 경제적 이유만으로 반대할 수는 없지만, 노후 자산 배분에 대해 잘 점검해보길 바란다. 가급적 황혼이혼 상황이 오지 않도록 배우자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의료비 리스크 - 65세 이후 진료비 3배 껑충
건강하게 신체 활동이 가능한 나이를 ‘건강수명’이라 한다.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뺀 시간을 ‘유병 기간’이라 볼 수 있다. 2021년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유병 기간은 11.6년, 남성은 9년이다. 10년가량은 의료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은퇴 전에는 의료비의 중요성을 인식했더라도 그 정도를 체감하긴 어렵다. 의료비는 대개 70세 이후 본격적으로 늘기 때문이다. 기존 수준으로 의료비를 책정해둔다면 예상치 못한 금액에 노후 자금이 흔들릴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통계(2018)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건강보험상 1인당 진료비는 연평균 448만 7000원으로, 전체 평균(152만 6000원)과 비교할 때 약 3배 더 많다. 전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진다. 통계청 2020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계지출 중 보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대 6.2%에서 80대 17%까지 3배 가까이 올랐다.
건강보험통계(2019)에서 연간 1인당 진료비가 가장 많은 질환은 만성 신장병으로 837만 4104원이다. 그 다음은 악성 신생물(암)로 동일 기준 495만 4804원이 든다. 치매의 경우 연간 관리 비용이 2072만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직접 의료비에서 건강보험 평균 보장률 64.2%를 제외해도 1362만 원이다. 이는 2019년 기준 60세 이상 노인 가구주의 연간 소득(4151만 원)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중증 치매일 경우 관리 비용은 3249만 원으로, 최경도 치매 1513만 원 대비 2배 이상 높다. 가족 내 치매 환자가 생긴다면 월평균 소득이 낮은 노부부 가구에겐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 간병비와 보험료 리스크 - 암·치매 오랜 간병이 파산 우려
진료비나 치료비 등 의료비 외에 최근 화두로 떠오른 항목은 ‘간병비’다. 암이나 치매는 오랜 기간 간병이 필요한데, 사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매일 10만~15만 원의 간병비를 내야 한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고 직접 가족 간병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역으로 고정 수입이 사라지며 노후 자금이 고갈되는 ‘간병파산’을 겪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간병할 가족이 없다면 간병보험이나 간병인 배상책임보험 등을 알아보는 게 좋다.
퇴직 후에는 급여에서 공제되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스스로 챙겨야 한다. 만 59세까지 내는 국민연금과 달리 건강보험료는 평생 납부한다. 직장에서는 건강보험료를 회사와 반반 나눠 냈지만, 퇴직 후엔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전액 본인 부담이다. 가족 중 직장가입자가 있고 자격 요건을 충족한다면 피부양자로 등재해 면제받는 것이 유리하다.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건강보험료가 올랐다면 ‘직장가입자 임의 계속가입’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귀농·귀촌 등으로 농어촌에 거주하거나 관련업에 종사하는 경우에도 50% 경감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모의 계산해보고 이에 따른 전략을 세워보자.
비영리 활동법인(NPO) 홋토플러스(ほっとプラス)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후지타 다카노리(藤田老典). 그가 2015년 발표한 ‘하류노인’(下流老人)은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하류노인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현장에서 만난 노인 대부분이 기본적인 생활조차 이뤄내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세상에 보이도록 ‘하류노인’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고령화로 인해 예산 부담이 커지자 고령자에 대한 사회보장비용을 줄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출판 이후 여론이 형성되었고, 저연금·저소득 고령자, 주민세 비과세 가구(주민세가 면제될 정도로 수입이 없는)인 고령자에게 지급하는 추가 지원금이나 현금 급부 등의 정책이 잇달아 나왔다. 물론 그는 여전히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한다.
2025년 한국도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의 하류노인 문제를 꼬집은 후지타 다카노리와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다.
Q 작가님께 상담 온 많은 이들이 “내가 하류노인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면서요. 우리는 노후 형편을 걱정하면서도 왜 ‘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과거에는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 많았고, 지역에서 다양한 교류가 있었습니다. 노인들과 교류할 일이 많다 보니 ‘나 또한 미래에 노인이 될 것’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고립화대책담당 장관을 둘 정도로 개인의 고립화가 심각합니다. 가족이 없고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은 채, 인터넷으로만 소통하는 ‘고족’(孤族)이 늘고 있습니다.
이전처럼 고령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가까이서 피부로 접할 기회가 줄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사람들의 괴로움이나 고민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로 여기기가 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Q ‘하류노인’을 통해 고령자의 빈곤을 밝힘과 동시에 정부 비판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하류노인’은 결국 사회 구조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요. ‘빈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며 ‘생활보장은 권리’라고 지적하셨는데요. 국가는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요?
저는 ‘북유럽 모델’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정부’로 순차적으로 변경해가면서, 세금을 인상하고 급부를 충실하게 제공하는 모델입니다. 일본은 미국, 영국 등을 모델로 삼았는데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유럽은 나라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세금이 높은 대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론의 반대가 있겠지만, 세율 인상도 검토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세 시대가 되었습니다. 태어나는 아이는 줄고 고령 인구는 늘어 사회보장비가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사회보장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거기에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가족 부양의 힘이 약해졌습니다. 또 하나, 일본에서는 ‘빙하기 세대’(1970~1984년생)라고 불리는 세대가 있습니다. 버블경제 붕괴 후 취업난을 겪은 이들인데요. 이 자녀들을 부양하는 것은 가족인 부모 세대의 몫이 되어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고령자가 많아지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 사회입니다. 사회적 약자는 본인 책임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요.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인권 옹호의 대상이 되는 것이 근대 선진국의 도달점입니다만, 그 가치가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가치 규범이 변해야 할 것입니다.
Q 연금 수령 시기는 늦춰지고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령자에게 일자리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선진국에서 ‘일하는 고령자’가 있다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라고 하셨는데요. 한국도 일본처럼 65세가 넘어서도 일하고 싶어 하는 고령자가 많고, 가장 큰 이유는 생계를 위해서입니다. 고령자의 일자리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로 임금을 받는 노동 형태인 임노동(賃勞動), 특히 노인의 임노동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아시다시피 사회보장, 연금, 주택, 간호 제도 등이 정비된 북유럽 국가에서는 고령자에게 임노동이 강요되지 않습니다. 노인은 자신의 재미와 삶의 보람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생계를 위해 일합니다. 고령자는 연금을 받기 때문에 저렴한 임금이어도 일하고 싶어 합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이죠. 그런 의미에서 ‘노인의 임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들이 사회공헌적인 일에 종사했으면 좋겠습니다. 간호, 보육, 청소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업무는 저임금에 항상 노동자가 부족합니다. 거동이 어려워 생필품을 사거나 장보기 어려운 고령 인구를 뜻하는 ‘쇼핑 난민’도 늘고 있습니다. 이는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에서는 관리 인구가 없어 곰이나 멧돼지 수해가 심각해지고, 산림·논밭이 황무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성 높은 일에 고령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 설정도 필요할 것입니다.
Q 노인 일자리는 한국에서 사회적 고립을 막는 중요한 역할로도 작용하고 있는데요. 작가님도 책을 통해 ‘행복한 하류노인과 불행한 하류노인의 차이는 인간관계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지역 네트워크를 강조하셨는데, 어떤 식으로 형성되어야 할까요?
지방에서는 고령자조합, 협동조합이 차례로 설립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회적 노동입니다. 정부는 2022년 10월에 협동노동법을 새롭게 시행했습니다. 예를 들면 농림·수산 자원의 관리나 보호, 수도설비의 보수 및 점검, 커뮤니티 버스 운행, 휴경지나 빈집 관리, 아이 식당(무료 혹은 저렴한 금액으로 부모와 아이가 이용할 수 있는 식당), 푸드뱅크(잉여 식품의 무료 배포), 지역 청소 활동, 자원봉사 활동 등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공성이 높은 일을 고령자가 맡아준다면 사회에 도움이 되고, 고령자도 의지할 곳이 생길 것입니다.
Q 하류노인에게 주거는 무척 큰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공공주택이나 임대주택, 주택보조비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일본도 한국도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요. 인구 감소 시대에 주택 사유재산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이 가치관을 바꾸어가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공영주택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저렴한 주택, 임대보조제도가 많이 있습니다. 일부 부자들은 주택을 구입합니다만, 대부분은 주택에 대해 모두가 관리하는 공공재라는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관리하는 공유 재산인 셈이죠.
고령자는 간호가 필요하면 원래 살았던 집의 단차나 설비를 고쳐야 합니다. 오랜 세월 같은 집에 계속 사는 것이 아니라, 연령·신체 기능에 맞는 집에 부담 없이 이사할 수 있도록 해나가고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계속 증가하는 빈집을 지자체가 인수해 필요한 세대에 배포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빈집은 늘어날 것이므로 새로운 집을 짓기보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분배해야 합니다.
Q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본인이 신청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 때문에 제도 활용도가 낮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전일본연금자조합의 고령자와 최저보장연금제도의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에게만 지급하는 기본 수입 같은 것입니다. 65세가 되면 월 8만 엔(도시부에서의 생활보호 생활부조금액)을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죠. 그러면 신청할 필요도 없고, 모두에게 지급되기에 생활 보조금을 받는 것이 부끄럽다는 인식도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재원 논의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일본은 마이넘버카드(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증과 일원화해 소득·건강 상태를 통합해 AI로 관리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러면 저소득층에게는 현금 급부 등이 쉬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은행 계좌에 신청하지 않아도 세금 환급금, 급부금이 지급되니까요. 더 나아가 병원의 진료 비용, 간호 비용 등이 무상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도로를 걸을 때 이용료를 내지 않지만, 이는 세금으로 만든 것입니다. 세금을 지불했다면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할 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청주의를 없애기 위한 구조 도입은 중요한 논의 사항이 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노년기의 ‘빈곤’을 고민해야 할 우리 모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해진다는 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타인을 자신의 가족처럼 조금이라도 돕는 사회, 시스템, 정책 등을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누구도 빈곤해지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의 초고령사회가 절망이 아니라 희망으로 바뀌기를 바라며 이웃으로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노인의 삶을 수치화한 통계자료가 발표될 때면 우리나라 노인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된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돈이 없어 우울하기 짝이 없는 여생을 보내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노인이 서러운 삶을 산다고 결론짓기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젊은 세대는 내 집 마련을 꿈도 못 꾼다는데 노인은 자가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인은 과연 빈곤한가, 부유한가?
‘부동산 불패 신화’의 주역, 60세 이상 노인은 여전히 노후 대비용 자산으로 부동산을 가장 선호한다. ‘202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자산 중 80.9%가 부동산이었으며, 저축은 13.8%에 불과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도 낮은 비율을 보였다. 또한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2020년 기준 고령 가구가 보유한 주택에서 거주하는 비율(자가점유율)은 75.4%로, 다른 가구 형태에 비해 유독 높다.
부동산 가진 노인은 부유하다?
그러나 ‘노인은 부동산을 가졌으니 부유하다’는 판단은 섣부르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아니라 부동산에 묶여 있고,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다고 인식해 실제로 노인들 역시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65~74세 노인 1000명을 재산 규모별로 ‘1500만 원 미만’부터 ‘10억 원 이상’까지 6개 집단으로 나눠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노인들이 느끼는 사회적 불안은 5억~10억 원 미만 집단으로 갈수록 줄어들다가 10억 원 이상 집단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정도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돈을 더 벌고 재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불안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라며 “재산 중에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비상시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곧 노인이 될 4050세대까지 시야를 확장시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2020 KIDI 은퇴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4050세대의 실물자산 9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 이들의 노후 자금 유동성에 제약이 생겨 노인 빈곤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미 불붙은 노인 빈곤 문제에 부채질하지 않기 위해서는, 4050세대가 나이 들기 전 공적연금과 더불어 부동산 같은 자산을 유동화(현금화)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함을 시사한다.
간혹 집을 팔고 집값이 비교적 싼 지방으로 이사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3.8%가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5%가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을 정도. 집이 노인에게 거주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거주하던 집을 팔아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나라 노인이 가장 빈곤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하 빈곤율)은 40.4%다. 빈곤율은 소득이 빈곤선 이하인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2020년 기준 66세 이상 인구의 균등화 중위소득(처분가능소득 기준)은 1809만 원이다. 이보다 소득이 적은 노인이 열 명 중 네 명이라는 뜻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에 달하는 기록이다.
높은 빈곤율의 원인으로는 △부동산 자산을 고려하지 않은 빈곤율 산출 방식 △공적연금의 미성숙 등에 따른 불충분한 노후 준비 △가구 분화(자녀 분가, 황혼 이혼 등) 등이 있다.
소득만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노인 빈곤율 계산법은 줄곧 문제로 지적돼왔다. 노인 빈곤율을 지나치게 높아 보이도록 왜곡해, 실제로는 빈곤하지 않은 고령층을 빈곤층에 포함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센터장은 “경우에 따라 집이나 자동차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뒤 실제 월소득과 합산해 계산하는 소득인정액 등을 현금화한다면 더 정확하게 빈곤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성숙한 공적연금 역시 노인 빈곤율을 높이는 주범 취급을 받는다. 공적연금이 일찍이 도입돼 운영된 선진국의 경우 연금 가입자 수가 많고, 가입 시기가 길다. 그만큼 연금에 기여하는 금액이 커서 추후 수령하는 연금소득이 충분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된 지 23년밖에 지나지 않아 상대적으로 미성숙할 수밖에 없다. 강 센터장은 “만족할 만큼의 연금소득을 수령하려면 가입 기간이 30~40년은 돼야 한다”라며 “우리나라는 공적연금 도입이 늦어 선진국에 비해 가입 기간이 짧고, 사각지대 문제 등으로 충분한 가입이 이뤄지지 않아 연금소득이 불충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녀 분가나 황혼 이혼 등 사회적 인식, 문화의 변화로 인한 가구 분화도 빈곤율에 영향을 미친다. 보험연구원 ‘가구 분화에 따른 노인 빈곤과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노인과 자녀 세대로 구성된 가구의 월 소득은 407만 원이나, 자녀 세대가 분가하고 나면 월 87만 원까지 떨어진다. 황혼 이혼의 경우 노인 빈곤에 직면할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
게다가 그나마 모아둔 노후 자금으로는 자녀의 교육비나 결혼비 등을 충당한다. 조기 퇴직 후 받는 퇴직급여나 공적연금으로는 버거운 수준이다. 이른 시기에 분가가 이뤄지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중장년들이 노후 준비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가구 분화는 70세 이후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 빈곤의 늪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져만 간다.
주택연금·주거복지, 빈곤 해결 열쇠 되나
노후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선 개인연금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보 등 사회적 측면에서 노후 소득 원천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높은 주택 보유율과 선호 탓에, 부동산이 노후 빈곤의 단기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이 제기됐다.
지난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노후 소득 형성을 위한 조세지원정책’ 보고서는 주택연금을 노후 빈곤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주택연금은 개인연금에 비해 연금 수령까지의 시간이 훨씬 짧으며, 개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빈곤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공시가격 3억 원 주택을 소유한 60세 주택연금 가입자가 평생 수급할 월 연금액은 63만 6940원, 연간 764만 원이다. 연간 300만 원씩 20년을 기여한 뒤 10년간 수령할 연간 개인연금 소득 744만 원과 큰 차이가 없다.
현재 역모기지 제도(주택연금·농지연금)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두 연금제도 가입자를 합쳐도 65세 이상 대상자 중 2~3%만이 가입한 상황.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 국민연금 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연금 가입을 하지 않은 노인, 소득은 낮지만 자가를 보유한 노인 같은 ‘빈곤의 차상위층’을 대상으로 주택연금 가입을 지원하면 현재의 노인 빈곤 상황을 비교적 빠르게 비용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택연금은 어디까지나 주택을 보유한 이들만 활용 가능한 제도다.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노인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절대적 빈곤층의 문제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주보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거복지가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 방식인 월세를 지원하는 것 외에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임대주택, 고령자복지주택, 복지·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주택을 예로 들 수 있다. 주 부연구위원은 “이미 알려진 미국과 일본의 ‘노인 그룹홈’처럼 노인이 살던 지역을 최대한 벗어나지 않고, 같은 지역 내에 거주할 수 있게 하면서 노인이 지역사회와 최대한 분리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삶의 터전을 벗어나 새로운 주거 시설로 이주하는 것을 노인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
현 노인 주거복지 정책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보다 보편화된 미국에서는 저소득 노인을 위해 ‘서비스 연계 주택’이라는 대안적 주거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통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입주 노인의 독립성·자율성이 보장되도록 1인 1실을 지원하며, 서비스 코디네이터를 통해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를 연계한다. 주택 자체적으로도 공동 식사 및 건강 증진, 사회적 교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노인에게 경제적 빈곤뿐 아니라 마음 빈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자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