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출신의 유엔인권위원회 자문위원인 장 지글러의 를 읽고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땅 위의 모든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만 생각해, 상대적 빈곤과 불행에 빠져 있던 사람들에게 장 지글러의 글은 깨달음 이상으로 다가오는 분노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문명이 발달하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지구별에는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 도처에서 매일 3만5000여 명의 아이들이 굶주린 채 죽어가고 있으며 10억 명 이상이 하루 1달러 이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구촌에는 120억 명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식량을 생산할 수 있지만 한쪽에선 굶어 죽고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지구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식량 생산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인도적 지원과 도움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굶주린 아이들의 부모나 민족성이 게으르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이 지구촌 한쪽에서는 남아도는 식량을 버리고 있고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인간의 탐욕 때문입니다. 당장 굶주리고 있는 목숨보다 강대국과 다국적 기업의 이익이 앞서고 있습니다. 빈민가의 어린이들을 도와주는 일도 강대국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습니다. 강대국의 이익이 앞서지 않는 곳에서는 또 다른 문제들이 즐비합니다. 족벌과 군벌로 무장된 분열이 정의를 비웃고 있는 것입니다. 인도적인 식량 지원은 아이들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총칼로 무장한 군벌의 손에 들어가 또 다른 전쟁의 물자로 사용되었습니다.
인간을 기아로 몰아넣는 이 증상을 우리는 학살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 대량학살을 종식시키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습니다. 속수무책으로 인간이 굶주리고 있는 동안 엄청난 양의 옥수수가 소의 먹이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3세계의 주식인 곡물은 투기 대상이 되었으며, 남쪽의 농경지는 헤지펀드의 약탈에 남아나지 않을 지경입니다. 또 자국의 탄소연료를 줄이기 위해 농업연료를 생산한다는 미명 아래 태워 없애는 옥수수는 셀 수조차 없습니다. 세계의 식량 자본가들이 시장에서 자행하는 농업 덤핑은 제3세계의 농업을 뿌리째 흔들어놓고 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밤잠도 안 자고 농사를 지어도 덤핑가로 들어오는 수입산에 밀려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환경도 빈민의 편이 아닙니다. 매년 약 600만 헥타르의 땅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73%가, 아시아 대륙의 71%가 사막화의 영향 아래 놓여 있습니다. 수많은 인구가 식수가 부족해 환경난민이 되어 고향을 등진 채 떠돌 수밖에 없습니다. 사막화뿐이 아닙니다. 말레이시아, 콩고, 가봉 그리고 아마존 일대에 남아 있는 원시림이 매년 수백만 헤타르씩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거대한 플랜테이션 농장이 들어서고 목재 판매회사들이 불법으로 벌채해서 숲을 마구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허파인 이 원시림의 파괴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세계적으로 환경난민이 2억500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사이에 그 숫자는 10억 명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환경난민은 도시로 몰려들어 정착하고 있습니다. 세계 인구의 60% 이상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게 됩니다. 문제는 도시인구의 증가가 삶의 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인구가 판자나 비닐, 녹슨 함석으로 지은 초라한 빈민촌에서 살게 됩니다. 환경난민의 희망은 도시에서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정해진 일자리도 거주지도 사회보장 자격도 없이 살게 됩니다. 그러니 정기적인 수입도 없고 의료 혜택은 물론 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강대국의 음모도 지속적이고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최빈국 부르키나파소의 개혁자 토마스 상카라(Thomas Sankara)는 사회 정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충분한 식량을 생산해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고 개혁에 착수했습니다. 거대한 행정조직을 축소해 부정부패를 줄이고 자치구역을 설정해 탈중앙집권화를 실시, 도로건설과 수도사업 그리고 보건의료사업 등을 자치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철도를 건설하고 인두세를 폐지하였습니다. 토지를 국유화하여 경자유전을 실시했습니다. 부르키나파소는 4년 만에 농업 생산량이 크게 늘었으며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나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러나 부르키나파소의 성공은 정치 부패에 시달리던 이웃 국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들은 프랑스 정권의 꼭두각시 정권이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상카라의 개혁을 별로 반기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음모에 상카라는 결국 동지였던 참모에게 살해당했고 부르키나파소는 과거로 회귀하고 말았습니다. 부패는 만연했고 농민은 절망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제3세계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 기근, 종족 분쟁 등에 대해 선진국이나 국제원조기구들은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저자인 장 지글러는 이 책에서 토지 개량도, 사막화 대책도, 농업 지원도 결국은 응급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기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장 지글러는 무엇보다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살인적인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의 얼굴을 버린 채 사회윤리를 벗어난 시장원리주의 경제인 신자유주의, 세계를 불평등하고 비참하게 만들고 있는 폭력적인 금융자본 등을 바로잡지 않고는 기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나라를 바로 세우고 자립적인 경제를 가꾸려는 노력만이 진정한 해결책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 시장원리주의(신자유주의)는 선진국에서 만든 경제원리이자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기아는 선진국의 경제논리에 의해 탄생한 것일까요? 참 아이러니합니다.
과거 족보나 문헌들을 조사해보면 고려시대(918~1392년) 임금 34명의 평균수명은 42.3세, 조선시대(1392~1910년) 임금 27명의 평균수명은 46.1세로 나타난다. 왕들의 수명은 40세 전후에 불과했던 셈이다. 조선시대 임금 중 가장 장수했던 임금은 21대 영조로,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을 뛰어넘는 83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그 시대의 장수 비결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필자는 시골에서 홀로 생활하시던 외조모가 몇 년 전 향년 92세로 굴곡 많은 생을 마감하시는 모습을 보며 100세 시대가 멀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 일반적으로 100세 시대란 사망 빈도가 가장 높은 연령, 즉 ‘최빈사망연령’이 90세가 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대략 2020년경이면 최빈사망연령이 90세가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의 의료기술 발달 속도와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고려할 때 5070세대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살 확률이 높다고 봐야 한다.
5070세대는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동안에도 자산 축적에 관심이 많았다. 즉 은퇴설계를 할 때도 수익률과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제는 축적된 재산을 유지하고 보전하는 일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열심히 저축하고 모아온 자산 등이 예상하지 못한 일로 한순간에 없어지거나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우리 코앞으로 다가온 100세 시대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위험과 우발적으로 생기는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앞으로 5070세대가 부딪칠 수 있는 대표적 위험 3가지를 살펴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자.
의료비 리스크
보장자산을 사망에서 노후 의료비로 재편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몇 명 정도 될까? 2015년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3159명으로 여성이 2731명, 남성이 428명으로 여성이 6배 정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자치부 조사에서는 100세 이상 인구를 17만562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1만4000명 정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 기준으로 말소 여부로 판단하는 반면 통계청은 인구센서스 전수조사를 통해 파악하는 조사 방법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필자는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더 생겼다. 과연 차이가 나는 1만4000여 명의 100세 어르신들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대부분은 거동의 불편과 질병 등을 이유로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치료 중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생명보험협회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수명, 즉 전체 평균수명(82.4세)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는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간이 76.4세라고 발표한 바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의 건강수명을 73.2세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 정도 병치레를 하다 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노후에는 질병이라는 달갑지 않은 친구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후 질병이 재무적인 측면에서 특히 위험한 이유는 일정 연령이 되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오래 살수록 그 위험의 정도가 급증하며, 질병의 정도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노후에 발생하는 질병은 자연스런 현상이란 점에서 건강관리만 잘하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겠지만, 완벽한 예방이 쉽지 않고 한 번 발병하면 치료비가 만만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노후에 발생되는 치료비는 가족에게 큰 부담이다. 건강보험공단(2015)의 조사에서처럼 연령이 증가할수록 1인당 연간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1인당 생애 총의료비가 65세 이후에 절반 이상 발생하는 것은 노후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5070 은퇴재무설계 관점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의료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 먼저 국민건강보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5070세대가 은퇴 후 의료비가 1000만원 발생했다면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요양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건강보험공단에서 63.4%(약 630만원)를 부담하고 나머지 36.6%(약 370만원)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개인부담분을 분해하면 건강보험 급여 대상 의료비의 20.1%와 비급여 의료비 16.5%다.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구조를 감안할 때 5070세대의 노후의료비 부담은 건강보험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부분을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5070세대가 2040 시절에는 가장의 유고에 대비한 사망보장 중심의 위험관리에 초점을 두었다면, 50대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후의료비 보장 중심의 위험관리로 보장 자산을 새롭게 리모델링해야 한다. 2040 시절에 가입해두었던 보험을 노후의료비 보장 중심으로 재검토하고, 행여 중복보장으로 인해 과도한 보험료 지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분석해 웰스(wealth)가 아닌 헬스(health) 시대에 맞도록 재편할 필요가 있다.
자녀부양 리스크
현명한 노후준비는 ‘자녀의 경제적 독립’
대한민국의 5070세대가 늙은 염낭거미를 닮아가고 있다. 염낭거미는 독거미의 일종으로 새끼가 먹을 것이 없으면 새끼를 위해 제 살을 먹이로 주는 습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 5070세대는 은퇴 후에도 성인이 된 자식 뒷바라지를 걱정하고 있다. 혹자는 자식뒷바라지가 100세 시대에 무슨 위험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를 낳았으면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까지 물심양면 지원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연금 외 변변한 수입원이 없는 상황에서 생물학적 성인자녀가 사회학적 성인자녀로 탈바꿈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따른 심리적 고충은 물론 경제적 부담도 만만찮다는 점에서 엄청난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경기침체에다 비혼(非婚)과 만혼(晩婚)이라는 사회적 현상까지 더해져 부모와 불편한 동거를 하는 성인자녀가 늘고 있다. 동거를 하지는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성인자녀도 꽤 많다. 이는 선배 세대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고민이란 점에서 5070세대에겐 새로운 리스크라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는 대학졸업 후 취업을 못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 곁에 머무는 자녀를 ‘낀 세대’라는 의미의 ‘트윅스터(Twixter)’라 부른다. 캐나다에서는 직업을 구하러 이리저리 다니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온다는 뜻에서 ‘부메랑키즈’, 영국에서는 부모 퇴직연금을 축낸다는 뜻에서 ‘키퍼스(KIPPERS: 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 이탈리아에서는 모친이 해주는 음식에 집착한다는 의미의 맘모네(Mammone)라고 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졸업 후 취업을 못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20~30대 젊은 층을 캥거루족, 취업을 했어도 경제적 독립을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30~40대를 신캥거루족이라고 칭한다.
이처럼 5070세대가 은퇴 이후 성인자녀를 부양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이들의 노후준비 자산은 급속하게 줄어들게 된다.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노후준비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개인이 처해 있는 상황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자녀부양 리스크에 대한 통일된 대처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조금 생각하면 실천할 수 있는 방안 두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부양기간과 지원 범위를 자녀와 함께 정하는 것이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에서 20~50대 성인을 대상으로 “언제까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하나?”라고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0.9%는 적어도 취업 전까지는 자녀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응답했다. 2008년에는 이 비중이 26.1%였던 점을 감안할 때 성인자녀의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자녀의 경제적 미독립이 게으름 등 개인적 소양 탓보다는 사회경제적 구조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황에서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이끌어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경제적 지원 범위와 기간을 자녀와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선에서 정하고, 독립을 이루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다 보면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둘째 소규모 청년창업이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소규모 청년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창업의 경우 어느 정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능력이 된다면 한없이 지원하고 싶지만, 5070세대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참 난감한 상황이다. 수년 전 은행에서 퇴직한 박씨(60)의 경우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땅과 아파트, 그리고 퇴직금이 전 재산이다. 그런데 명문대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을 하지 못하고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던 자녀가 어느 날 조심스럽게 창업자금을 요청하더란다. 지원을 해야 하나, 말려야 하나? 많은 고민 끝에 박씨는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고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자녀에게 사업계획서를 요청하고, 자금을 한꺼번에 지원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지원하며, 아버지가 아닌 채권자로서 계약서까지 썼던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혀를 찰 수도 있으나, 이런 일일수록 냉정하게 대하는 게 정답에 가까운 차선책인 것 같다.
금융사기 위험
내 돈 지키는 5가지 행동지침
뉴스나 드라마를 통해 은퇴자들이 어이없게 금융사기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드라마의 소재거리로 활용될 정도로 은퇴자들이 쉽게 금융사기 표적이 되는 이유는 뭘까? 주된 직장에서 물러난 은퇴자들은 비록 고정수입은 크게 줄어들었다 해도 퇴직금과 모아둔 유동자산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여기에다 금융시장의 변화에 둔감한 상황에서 줄어든 고정수입을 보충하고픈 조급한 마음에 고수익 상품에 대한 욕구가 커져 금융사기범의 미끼를 덥석 물 가능성이 높다.
미국 투자자교육재단에서는 금융사기를 당하기 쉬운 사람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① 50대 후반의 기혼자, ② 자신의 판단과 금융 지식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낙관적인 성격의 소유자, ③새로운 생각이나 판매 선전에 귀가 솔깃한 사람, ④ 최근에 건강 또는 금융상 어려움을 겪은 사람 등. 이 중에서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되는 사람은 금융사기에 당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단 한 번이라도 금융사기를 당하게 되면 힘들게 모아온 자산을 다 잃을 수 있다. 아래에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5가지 행동지침을 소개한다.
첫째, ‘아는 사람인데 잘해주겠지, 전문가이니까 잘해주겠지’라는 생각을 버려라!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울 수 있다. 이들은 오히려 고객의 이익보다 금융기관이나 종사자의 이익을 우선할 수 있다.
둘째, 금융업에 종사하는 개인이 제공하는 보고서가 아닌 금융기관의 보고서를 받아라! 가끔 개인이 작성한, 고수익을 보장하는 보고서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약속 뒤에는 대부분 고객의 자금을 유용할 의도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고수익을 미끼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호시탐탐 돈을 노리는 금융사기꾼이 주변에 널려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셋째, 배우자의 사망, 이혼소송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불현듯 다가오는 도움의 손길을 조심하자! 사람의 어려움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돈과 연관된 도움의 손길은 주변 사람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해도 늦지 않다. 채근하는 사람은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삶의 전환기나 시련기에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
넷째, 장점만 있는 금융투자상품은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때는 그 상품의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한 후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마지막으로 금융사기꾼이 노리는 것은 높은 수익률에 쉽게 흔들리는 고객의 마음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고수익을 확정 보장하거나 마감임박이라면서 투자 권유를 종용하는 경우 금융사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지하철을 타고 매일같이 한 시간 이상씩 출 퇴근을 하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하게 된다. 몇 주 전 내 바로 옆에 앉은 80세가 훨씬 더 넘어 보이는 액티브 시니어 할머니와 함께 가는 동안 큰 가르침을 받았다.
그 할머니는 아주 당당하게 주위의 승객 중 핸드폰을 들고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주변에서 핸드폰을 하지 말고 저 멀리 가서 하라고 야단을 치셨다.
“ 전자파가 지하철에서는 더 많이 배출되어 해롭다는 사실을 신문에 났는데 보지 못했느냐?” 고 호통을 치셨다. 그러면서 옆에서 신문을 보던 나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신문을 좀 보라고 외치셔서 내가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미는 이어서 자기가 일본에 출장을 가서 보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전철 안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내가 영국 등 해외 출장을 다녀 보지만 우리나라만큼 전철 안에서 핸드폰을 들고 사용하는 국민들이 많지 않았다. 즉 전자파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신문지상에서 한 참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이 일다가 요즘 정보의 홍수 속에 묻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 져 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즐겨하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는 전철에서 핸드폰을 쓰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다시 한 번 집에 와서 전자파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전자파가 인체에 얼마나 해로울까?
1999년도 국제 암 연구기구에서는 방사선, 감마선처럼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전자파를 규정하였는데 발암인자 2등급으로 분류하고 있고 또한 세계보건기구 발암물질 기준으로 2B등급에 해당되는 정도로 유해성 논란은 아직도 끝없는 논쟁 중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전자파는 호르몬분비, 면역체계 이상을 일으키며 두통과 피로, 수면장애나 소화불량 등이 나타나게 되며, 10년 이상 매일 30분 넘게 전자파를 쬘 경우 뇌종양, 청신경증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철 안에서 사용하는 핸드폰 문화도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 하루 빨리 선진국 수준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특히 전파 인체 흡수율(SAR)이 나이가 어릴수록 더 높아진다니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참조로 SAR(Specific Absorption Rate)은 휴대폰처럼 주로 인체에 밀착해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전자파가 인체 각 부위에 얼마나 흡수되는지를 나타내며
국제적으로 휴대폰단말기의 전자파세기에 대한 기준이 됩니다.
단위는 W/kg(와트 퍼 킬로그램)로 1W/kg은 인체조직 1kg당 1W의 전자파가 흡수된다는 뜻입니다.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SAR 수치가 4를 넘어가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SAR의 국제기준은 2.0W/kg, 한국기준은 1.6W/kg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고 하나 사용하기에 따라 영향이 더 커질 수가 있을 것이다. 전철 안처럼 밀폐된 공간에서는 폰의 신호가 약할수록 전자파가 더 세게 나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할머니의 말처럼 건강이 젊은이들 같지 않은 노인들이 승차하고 있는 경로석이나 임산부석 주변에서 불요불급하게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은 삼가하는 예의와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다.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짓을 일삼는 입법을 추진하는 대신 국회가 이런 참신한 법안을 만들어 경비도 들이지 않고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하는 법안을 만들어 아름다운 핸드폰 사용 문화를 개선시키도록 일익을 담당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전철 안에서 서로를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핸드폰 사용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급한 전화를 해야 한다면 이어폰을 사용하거나 노약자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하는 예의를 확립하는 것도 시급한 상황인 것 같다. 전철안의 풍경을 한 번씩 쳐다보면 정말 남부끄러울 때가 많다. 큰 소리로 전화를 장시간 떠들면서 하는가 하면 심지어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 얼굴이 화끈 거리는 장면이다.
아무튼 전자파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지하철 운영주체가 전자파를 흡수하는 식물인 산세베리아, 페페로미아 필로덴드론과 같은 식물의 화분 들을 지하철 안 곳곳에 배치하여 핸드폰의 위해성을 인식시키고 승객들의 건강을 보호하려고 노력해 주기를 권해 본다면 지하철 분위기는 또 달라지지 않을까?
액티브 시니어의 할머니의 거침없는 충고와 조언으로 인해 나부터 이제 전철 안에서 꼭 필요하지 않으면 폰 사용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의 건강과 편안한 승차를 배려하는 그런 문화 창달에 일조하면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이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몽매한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해준 그 할머니가 존경스럽고 고마운 생각이 든다.
풍차의 고장, 네덜란드에서도 옛 모습 그대로의 ‘전통 풍차’ 마을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킨더다이크-엘샤우트(Kinderdijk-Elshout)는 ‘풍차’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풍차마을은 캘린더 속 그림처럼 아름답다. 또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수마을이기도 하다. 근교에 위치한 로테르담에서는 영화제가 한창이다. 이곳에서 건강도 다지고 문화 충전도 하면 인생이 훨씬 다이내믹해지지 않을까?
수줍은 처녀의 모습 같은 풍차마을
로테르담(Rotterdam)은 게스트하우스로 이용되고 있는 큐브하우스, 펜슬하우스 그리고 거대 쇼핑몰 마크트할레 등 온 도시가 건축학도의 실험실을 연상케 한다. 로테르담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공습으로 처참하게 파괴되었다가 재건되면서 실험적 건축물들이 도시 전체를 장식하게 됐다. 한국의 리움 미술관과 서울대 미술관을 건축한 렘 콜하스(1944년~)가 이 도시 출신이다. 특히 박물관 단지는 창의적인 예술작품들 말고도 200년이 넘는 나무숲과 운하가 어우러져 마치 북유럽의 자연친화적 도시 같은 분위기를 드러낸다. 숙소지기가 알려준 네덜란드 전통 음식점에서 스탬폿(stamppot)을 먹는다. 식당에서 만난 손님은 “스탬폿은 대부분 집에서 해먹는 음식이라서 일부러 식당에서 사먹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풍차마을을 가겠다는 필자에게 킨더다이크와 잔세스칸스(Zaanse Schans)는 다른 곳이라고 일러준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가서 만난 킨더다이크는 로테르담에서 고작 16km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그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갈대밭에 숨어 있는 몇 채의 건물들, 운하와 그 위에 떠 있는 유람선 그리고 운하를 따라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시골의 풍차마을은 도심과는 오랫동안 담을 쌓고 살아온 듯하다. 마치 수줍은 처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저지대의 애환을 보듬은 1700년대 풍차들
운하를 사이에 두고 사람 키보다 더 웃자란 갈대밭 ‘풍차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눈으로는 19개의 전통 풍차 수를 헤아리고 있다. 그저 카메라 셔터만 누르면 달력 사진이 될 정도로 아름답다. 썰렁한 겨울 풍경조차 아름다운 킨더다이크의 풍차마을은 시간의 빛에 따라 그 느낌도 다르다. 사람들은 많지 않다. 눈으로는 아름다운 풍차가 가득 담기지만 이 마을의 애환이 담긴 현실도 있다. ‘킨더다이크’라는 지명은 ‘어린이의 둑’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 이 지역은 알블라서바르드(Alblasserwaard) 해안의 해수면보다 6m나 낮아 항상 거센 밀물과 썰물의 피해를 입어야 했다. 1421년, 일명 ‘성 엘리자베스’라는 대홍수가 발생했는데 요람에 쌓여 있던 어린아이가 물 위를 둥둥 떠다니다 둑 위에 얹혔다고 한다. 풍차는 네덜란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도구였다. 배수용으로 만들어진 1700년대의 풍차들은 200년 넘게 해안 간척지의 물을 빼내 주변 지역에 홍수가 나지 않도록 해줬다. 이 마을에는 레크 강과 왈 강 사이의 평지 위로 오래된 8각 원추형의 풍차들이 이어져 있는데 그중 한 곳은 풍차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매표원은 이렇게 말한다.
“다른 풍차 안에서 지금도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는 풍차에는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의 무게가 아직도 묵중하게 실려 있다. 풍차 안으로 들어서면 팽팽 돌아가는 방향기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돌고 있는 거대한 나무 기둥이 있는데, 실내 공간을 절반 이상이나 차지하고 있어 생활공간이 비좁아 보인다. 또 풍차 소리가 너무 커 기찻길 옆 오막살이가 연상된다. 지독한 악조건 속에 마련된 주거공간이다. 좁은 공간을 활용한 가파른 계단은 위층으로 이어진다. 층의 여백마다에는 가족들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부엌, 화덕, 거실, 부부의 침실, 아이들의 좁은 방들이 절묘하게 보일 정도로 옹기종기 배치돼 있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수년, 수십 년간 풍차 집에서 생활했을 주민들. 지금은 관광지로 거듭났지만 과거 주민들의 삶은 얼마나 고달팠을까 짐작이 된다.
장수비결? 가족 간의 사랑이 최고야!
야모리 일본 교토대 의대 교수와 세계보건기구(WHO)의 협력으로 10년간 세계 25개국 57개 장수마을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는데, 그 연구마을 중 한 곳이 킨더다이크다. 관광안내소 지킴이에게 “이 지역이 장수마을로 알려져 있는데 장수비결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수 비결은 없다. 그냥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았다”고 말한다. 특별한 비결은 없는지도 모른다. 만약 비결이 있다면 열악한 풍차 집에서도 알콩달콩 지낸 가족 간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차가운 바람을 피해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다리 근처로 가 마스 강으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그날따라 마스 강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해가 너무 아름다워 눈물을 글썽였다. “나 죽으면 이곳에 뼛가루를 뿌릴까?” 그날 서글픈 내 마음을 알기나 했을까? 우연히 만난 헬스 트레이너 에밀레가 날 웃게 만들었다. 그는 요새도 내게 묻는다. “리, 언제 다시 올 거니?” 스쳐 지나간 인연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는 더치(duch)인들. 그들이 사는 도시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Travel Data
찾아가는 방법 로테르담에서 전철이나 기차를 타고 주드플렌(Zuidplein) 역(D, E라인)에서 하차 후 154번 버스를 타면 된다. 45분 정도 소요된다.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다리 옆 스피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도 된다.
로테르담 현지 교통 정보 시내 일일권 교통카드를 사면 편리하다. 지하철, 버스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로테르담 시내버스에는 승무원이 있다. 필히 교통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장기 체류 시에는 지하철역에서 일일권을 사면 된다.
별미 음식 네덜란드인들은 청어 요리인 더치헤링과 발효식품인 하우다 치즈, 요구르트 등을 자주 먹는다. 이러한 식습관이 장수 비결이 됐다. 요즘은 삼발 울렉(인도네시아 고추장)이 건강식으로 인기다. 네덜란드는 팁 문화가 없기 때문에 식당에서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
숙박 정보 킨더다이크에는 숙박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로테르담에 싼 값의 숙박지가 아주 많다.
한 달 여행 포인트 로테르담에서 머물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좋다. 거대 쇼핑몰 마크트할레에서는 다양한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2017년 제46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1월 25일~2월 5일, iffr.com)도 펼쳐진다. ‘조선’에서 14년간 억류생활을 했던 하멜(1630~1692)의 고향인 호르큄(Gorcum) 시도 멀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와 활발한 문화적 교류를 하고 있다. 헤이그도 30분이면 닿는다.
단기 숙소 렌트 방법 유럽에서는 가정집 등을 단기 렌트하는 업체들이 일반화되어 있다. 에어비앤비가 유명하다. 숏스테이그룹(shortstaygroup.com)은 네덜란드, 파리, 바르셀로나의 숙박지를 전문으로 제공한다.
로테르담 시니어 여행 포인트 암스테르담보다 물가가 싸다. 시니어는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 국철 등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 기사를 뒤적거려봤다. 박시룡(朴是龍·65) 前 한국교원대학교 생물교육과 교수의 기사는 그저 황새복원의 역사다. 읽다 보면 ‘박시룡’이 아닌 ‘황시룡’으로 읽힐 정도다. 한국에서 멸종된 황새 복원을 위해 살아온 세월만 20년. 황새들의 안녕을 잠시 뒤로 하고 사회에서 허락한 현역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고별 강연 준비에 여념이 없던 1월의 어느 날, 교원대 교정에서 박시룡 교수를 만났다.
한 분야의 대가를 만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인생에서 그 분야의 것을 빼면 어떤 얘기를 하게 될까? 박시룡 교수와의 인터뷰가 궁금했다. 그래서 황새 복원에 관한 이야기는 최소화해보려 노력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말 그대로 ‘기 승 전 황새 복원’. 박 교수가 교원대에서 한 마지막 강연 제목도 ‘황새를 부탁해’였다.
“고별 강연 주제는 제가 정했어요. 제2권역인 충북을 통해서도 황새 야생 복귀를 실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떠나고도 교원대를 중심으로 황새 복원 사업이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죠.”
은퇴를 앞뒀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박 교수는 여전히 바쁘고 할 일이 많았다. 황새를 한반도 땅에 다시 날게 한 사람으로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황새 복원 男, 알고 보니 박쥐 박사?
박시룡 교수는 원래 박쥐 연구로 공부를 시작했다. 경희대학교 학부와 석사과정을 통해 박쥐의 유전과 관련한 연구를 했고, 독일 유학 시절 박쥐 행동 연구로 박사학위를 마쳤다. 그것도 흡혈박쥐에 관한 연구였다.
“독일 유학 당시, 본 대학교에서 지도교수를 만나 박쥐를 연구하겠다고 했습니다. 마침 그분이 흡혈박쥐를 연구하는 분이셨어요. 세계보건기구(WHO) 파견으로 흡혈박쥐 주 서식지인 남미 코스타리카에서 연구하고 돌아온 전문가셨습니다. 흡혈박쥐를 독일로 옮겨 실험하고 있었죠. 저는 박쥐의 감각, 생리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초음파를 이용한 일상적인 박쥐의 음성학적 소통에 대한 학위 논문을 쓰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교원대 동물학 분야 교수가 됐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교육환경이 독일에 비해 매우 열악했다. 독일에서 썼던 초음파 녹음기는 당시만 해도 몇천만원 되는 고가 장비여서 살 엄두를 못 냈다. 교육부에서 기자재 지원 비용을 얻어냈지만 필요한 장비들이 너무 많았다.
“소리를 분석하는 분석기가 필요해서 그걸 먼저 샀어요. 초음파 녹음기는 비싸서 포기하고 가청음이라고 있어요. 릴 테이프로 녹음하는 건데 그건 얼마 안 비싸더라구요. 가청음은 어디다 쓰냐면 새소리 녹음을 할 수 있었어요. ‘파라볼라(우산 모양의 극초단파 중계용 안테나)’라는 집음기를 들고서 새 가까이 가서 소리를 녹음해 수집하는 거죠. 그런데 저는 파라볼라가 없어서 TV안테나 뽑아서 썼어요(웃음). 조잡하다고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런 식으로 연구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황새 복원 사업이 중요하다고요? 왜죠?
굳이 다른 얘기를 해보자고 해놓고 뜬금없이 물었다. 얼굴에 복잡한 심경이 드러났다. 황새 복원은 멸종된 동물을 복원해 이 땅에 살게 하겠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유학길에 올랐던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때가 1981년이었는데 광주 민주항쟁 바로 직후였어요. 외국에 처음 나가본 거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으로 르푸트한자를 타고 이동하는데 프랑스 대학생 무리가 한쪽 좌석에 무리 지어 앉아 있었어요.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데 그게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그 당시 우리가 많이 못살았어요. 저애들은 여유 있게 왔다 갔다 하는데 나는 지금 이 나이에 뭘 배우겠다고 유럽이라는 곳을 가고 있나. 눈물이 나더라고요.”
유럽에 가보니 모든 것이 풍부했다. 대형 마트가 넘쳐났고 사람들은 활기차 보였다. 문화충격이었다. 당시 한국은 모두가 급물살을 이겨내며 살던 시절이었다. 시국을 의식한 듯 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박근혜 대통령하고 저는 1952년생 동갑입니다. 대학 시절 학생들이 데모한다고 계엄령을 내리고 학교 문을 닫아버렸어요. 공부를 못했어요. 저는 주동자가 아니었지만 경찰에 끌려들어갔다가 훈방조치됐고, 장발족 단속에 걸려 또 경찰서에서 하루 있다 나오고요. 통제당하고 어려운 시대에 박 대통령은 세상 물정 모르고 학교만 다녔어요. 나라의 아픔도 느끼고 성장했어야 하는데….”
또다시 유학생활의 단상이 이어졌다. 6년 동안 유럽 친구들과 허물없이 지내면서 그들의 ‘배려’하는 국민성에 놀랐고, 과거·현재·미래와 함께하는 장묘문화가 새롭게 느껴졌다.
“독일의 경우 우리와 정말 다릅니다. 묘소가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데 화단으로 돼 있어요. 더 충격인 것은 30년이 되면 법적으로 없어집니다. 제한된 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는데 그걸 다 놔둬버리면 지구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황새 복원 사업은 근본적인 상생운동
박 교수는 독일 유학생활 이야기를 통해 황새 복원 사업의 가치를 전하려는 듯했다. 배려를 기본 바탕으로 자연과 마주하고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독일인들의 삶이 귀감이 됐다. 황새가 대한민국 땅에 뿌리를 내리고 개체 수를 늘려간다는 것은 상생과 순환의 근본을 잡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황새 복원 사업은 자연이 살고, 나라가 살고, 우리가 잘사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국민의 배려가 밑바탕이 돼야 합니다. 사람도 생태계의 한 구성원입니다. 사람은 숫자가 많으므로 표면적으로 잘 몰라요. 그런데 멸종 위기종, 한 개체의 멸종은 100년 200년 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그 종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요. 황새의 멸종은 결국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넘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보여줍니다. 가령 ‘농약을 얼마나 많이 썼기에 개체의 멸종을 가져왔을까?’ 예를 들어 일고여덟 쌍 중 한 쌍이 불임이라고 해요. 1960~1970년대에는 1cc당 1억 마리 정도 정자가 생성됐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1cc당 5000만 마리밖에 안 된답니다. 4000만 마리 밑이면 불임이라고 말해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화학 물질에 어려서부터 노출되어 왔다는 거죠. 우리 생애는 너무 짧아요. 황새를 복원하기에는요. 황새를 넘어서 결국 우리 인간의 삶에 부메랑이 돼 어떤 형태로든 드러날 것입니다. 제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을 포함한 생태계와 우리 생활,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거로 생각합니다.”
황새는 현재 한국교원대 사육장에 96마리, 예산에 67마리가 있고 자연 방사로 서식하는 개체 수는 14마리다. 작년에는 자연 번식을 했던 암컷 두 마리가 전신주에 걸려 죽으면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전반적인 시스템 재고의 필요성도 황새 복원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법적인 정년퇴직을 맞은 저는 겨우 20년 했는데 이 사업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꼭 좀 이어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품은 것은 40년, 그림 그린 것은 1년
박 교수는 은퇴를 앞두고 있던 작년 말,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황새와 자연을 주제로 한 수채화 전시회를 가졌다. 손사래를 치면서도 “유년 시절 미술 선생님이 ‘수’는 꼭 줬다”며 청문회식 답변(?)으로 본인의 소질을 인정했다.
“유학 시절이 외롭더라고요. 독일 본은 흐린 날이 많아요. 그래서 가끔 스케치를 하고 그랬어요. 수채화의 대가 에밀 놀데(1867~1956)의 수채화 책을 보고 난 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 속앓이를 했습니다.”
독일 유학 시절 그림을 팔아서 학비를 벌 정도였다고 하니 천부적인 재능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본에서 유럽 박쥐학회가 있었어요. 그때 박쥐를 그려 액자에 넣어 30점 정도를 전시했는데 다 팔렸어요. 그림 팔아 번 돈으로 몇 개월 생활비로 썼습니다.”
그는 황새복원사업의 홍보를 위해 그림 재능을 활용하고 있다. 시중에 본격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컵이나 텀블러, 홍보용 티셔츠 등에 직접 황새를 그려넣었다. 글씨 디자인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 틈틈이 연습해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박 교수가 그린 황새 그림 100점은 질소 처리돼 고별 강연 이후 타임캡슐에 저장됐다. 이 캡슐은 100년 후인 2096년에 열게 된다고.
“몇 작품은 학교 박물관에 기증했고 100점은 타임캡슐에 넣었습니다. 100년 후에 결국 황새가 복원됐는지 안 됐는지 알 수 있게 되겠죠. 이 그림과 함께요. 사람들이 그림을 보면서 생각할 겁니다. 우리 후손들이 되겠죠.”
은퇴 후 박 교수는 예산황새공원(충남 예산군 광시면) 쪽에 사무실을 얻어 황새 복원을 위해 다시 뛸 계획이다. 살면서 다른 길을 가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단 한 번도 없다는 듯 멀리 시선을 둔 채 미소만 짓는다.
“그래도 자연에 대해서 경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인생을 살면서 감동 아닌가요? 황새와 상생할 100년 후를 상상해봅니다.”
막연히 생각하는 은퇴 후 삶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고, 이왕이면 내 경험을 살리고 싶다. 여기에 남을 돕는 보람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불가능할 것 같지만, 그런 기회는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인을 돕는 코이카가 그것. 세계에서 활약한 다양한 시니어를 만나, 코이카를 통해 어떻게 보람 있는 삶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한국국제협력단은 일반적으로 영문명의 약자인 코이카(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91년 4월 정부출연기관으로 설립된 코이카는, 우리 정부의 대외무상원조 전담기관 역할을 담당해 왔다. 미국 정부가 1961년 설립한 평화봉사단(Peace Corps)과 일본의 일본국제협력기구(日本國際協力機構, JICA)가 이와 유사한 기관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미국의 평화봉사단을 모델로 1989년 설립한 한국청년봉사단이 코이카의 전신이다.
역할은 말 그대로 개발도상국 원조사업이다. 봉사단은 개발도상국 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다.
코이카에서 운영하는 봉사단은 크게 3가지로, 마이스터 고등학교나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드림봉사단과 코이카 봉사단과 중장기 자문단이 있다. 드림봉사단을 제외하면, 자격조건에 ‘나이’라는 단어는 없다.
시니어 향한 문호 ‘활짝’ 열려 있어
하지만 구직난이 심해진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을 대비하기 위한 ‘스펙 쌓기’용으로, 때로는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 대책용으로 활용하면서 ‘청년들이 주인공인 사업’이란 색깔이 덧입혀졌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코이카는 시니어들에게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있고, 실제로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단원 중 시니어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적지 않다. 2015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파견인원 1350명 중에서 50대 이상이 365명으로 27%를 차지한다. 적지 않은 수치다. 여기에 40대 113명을 더하면 중·장년층이 35%까지 증가한다. 70대도 5명이나 활동 중이다.
이에 대해 코이카 월드프렌즈 모집팀의 송희수 팀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은퇴 후의 삶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코이카에서는 이런 분들의 도전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사회에서 쌓았던 지식과 경험을 개발도상국을 위해 베풀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 될 테니까요. 각국에서 요청하는 대부분의 자원도 이런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인재들입니다.”
봉사단과 자문단 두 갈래 길
시니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코이카 봉사단, 다른 하나는 코이카 자문단이다. 봉사단은 쉽게 말해 실질적인 기술전수의 성격이 짙다. 교육과 보건, 공공행정, 산업에너지, 농림수산 5개 분야에서 세부 직종을 모집해 현장에서 교육이나 이와 관련한 사업을 실시한다. 5개로 나눠진 분야가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산업에너지 분야는 자동차 정비나 용접, 전기 설비가 포함되어 있고, 농림수산에는 농업과 어업 인력을 모집한다. 대부분 특정 분야의 기술직이다. 최근 현대자동차에선 직원들의 퇴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코이카와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을 정도다. 대부분 전문직종이기 때문에 전문성 없이는 활동이 불가능해, 외국어 능력보다는 모집직종에 대한 전문성을 우선시한다. 기술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이 중 만 50세 이상, 해당 직종 10년 이상 경력자는 시니어 단원으로 분류돼 배우자와 동반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코이카 봉사단은 혼자 가는 것이 원칙이다. 봉사단의 임기는 2년이 기본. 현지에 파견되면 최대 3년까지 연장이 가능하고, 귀국 후 재지원도 할 수 있다. 재지원의 경우 횟수 제한은 없지만, 심사 과정에서 가산점이 없어 다른 지원자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
코이카 자문단은 봉사단과는 조금 다르다. 교육과 보건, 공공행정, 산업에너지, 농림수산이라는 5개 분야는 같지만, 정책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다. 코이카 봉사단이 조직의 말단, 그러니까 각 도시의 읍면 단위에서 실무를 처리하는 역할이라면, 코이카 자문단은 각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이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임기는 6개월에서 1년이다.
당연히 자격요건도 다르다. 해당 직종에서 10년 이상 실무 경력이 있고, 영어나 현지어로 강의나 보고서 작성이 가능해야 한다. 행정적인 업무가 대부분인 탓이다.
때문에 지원자들도 차이가 있다. 코이카 자문단의 경우 대학교수나 대기업 임원, 공공기관이나 정부부처의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많다. 오세훈 前 서울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나자마자 르완다와 페루에서 6개월씩 자문단으로 활동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봉사활동이라는 책임감 있어야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경험자들은 코이카를 통해 다른 국가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단순히 노후에 시간을 보낸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직업군인 출신으로 2013년부터 2년간 몽골에서 체육교육 활동과 지역개발 사업을 진행했던 류진현씨는 이렇게 조언한다.
“노후의 삶을 계획하는 방안 중 하나로 코이카를 고려할 때는 봉사활동임을 확실히 인식해야 해요. 국민의 세금으로 활동하는 것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합니다. 노후를 해외에서 즐긴다는 생각으로 도전한다면 본인도 불행해지고, 예산도 낭비될 수 있어요.”
실제로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모집을 담당하는 코이카 월드프렌즈 모집팀의 김혜원씨는 많은 지원자들을 만나다 보면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코이카를 종교기관으로 착각하고 선교활동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이런 종교활동은 코이카에서 엄격하게 제한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또 이민의 개념으로 가족과 함께 이주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불가합니다.”
코이카 측에서 원하는 인재상도 류진현씨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지식과 현지 적응력, 봉사정신 이 3가지를 가진 인물이 코이카가 바라는 인재의 모습이다.
해외체류 위한 생활비, 거주비 등 지원
코이카 봉사단이나 자문단의 파견은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에서 필요한 분야에 대해 한국 외교부로 요청이 들어오면, 코이카에서 원조 인원이나 범위를 결정해 파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언제 어느 국가에 수요가 발생할 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코이카 봉사단이 횟수를 정해 놓지 않고 수시로 모집하는 것도, 특별한 희망국가가 있다고 해도 그 바람이 이뤄지기 힘든 것도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자문단의 경우에는 1년에 두 차례 모집한다. 자세한 일정이나 모집분야, 자격을 알고 싶다면 홈페이지(kov.koica.go.kr)를 확인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경쟁률은 보통 3대1에서 5대1 수준. 그러나 봉사단에선 한국어 교육분야, 자문단에서 공공행정 중 경제분야는 10대1 이상을 기록하기도 한다. 농림수산 분야는 치열하지 않다.
이렇게 선발이 되면 한국과 현지에서 적응을 위한 별도의 교육을 받고, 전 세계 40여 개국으로 파견된다. 파견국은 주로 아시아 국가가 꾸준한 수요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봉사단원이 받는 금전적 지원은 얼마나 될까? 일단 많은 금액은 아니다. 코이카 봉사단의 경우 현지 생활비, 주거비 등이 지원되는데 각 국가의 물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실무자들의 설명으로는 시니어 단원들에게 대략 한화로 월 150만~200만원이 지원된다고 한다. 여기에 2년간의 활동을 마치면 귀국하면 국내 정착지원금을 지원하는데, 월 50만원씩 총 1200만원이 지급된다. 봉사단의 시니어 단원은 일반 단원에 비해 생활비는 2배, 주거비는 1.5배 더 받고 있다. 코이카 자문단의 경우에는 별도의 정착지원금이 없다. 대신 현지 정착비, 생활비 명목으로 월 4000달러 정도가 지급된다.
인생의 후반기 돌아보는 기회
아무래도 해외생활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건강과 안전이다. 특히 시니어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는 코이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현지에서 활동을 해야 할 단원들이기 때문에 건강관리 부분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 건강검진이나 의료비, 의료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안전도 마찬가지다. 최근 테러 위협이 증가하는 국가들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되는 나라들은 아예 지원 대상 국가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한 현지에 파견되어 있는 코디네이터를 통해 단원들 안전관리를 위한 보호·철수 계획을 수립해 놓고 비상시를 대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파견되는 국가는 기초적인 안전은 보장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코이카의 전신인 한국청년봉사단부터 각종 자문역할로 인연을 맺고 많은 봉사단을 만나 온 이태주 한성대 교수는 유의해야 할 점과 코이카 활동이 갖는 장점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특히 시니어들은 정신적인 건강관리도 중요해요. 한국 남성들, 시니어들은 혼자 서기 힘든 존재인 경우가 많아요. 그랬던 사람들이 현지에선 밥 먹는 거, 양말 빠는 것까지 혼자 해결해야 하니까요. 그 과정에서 겪는 고독이나 정신적인 건강을 주의해야 해요. 하지만 시니어들이 그 난관을 딛고 다녀오면 다른 인생이 열리는 경우가 많아요. 뒤늦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고, 시각도 열리고 유연해져요. 국가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고요.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려는 시니어들을 보면 되레 제가 감동 받기도 해요.”
우리 고장이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이라는 표현은 이제 구식이 되어 버렸다. 물을 사먹는 것에 이제 겨우 익숙해진 것 같은데, 크게 한 번 숨 쉴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많이도 변했다. 이런 변화된 환경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보니, 좀 더 깨끗한 공기를 찾게 된다. 그 해답이 바로 공기청정기. 그런데 공기만 맑게 해주면 그만일 것 같은 이 기계가 생각보다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올해 들어 미세먼지와 관련한 이슈는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애꿎은 고등어는 정부에 의해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돼 판매가 급감했다. 때문에 최근에는 고등어 판촉행사에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나서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은 곧 공기청정기와 같은 관련 제품으로 쏠렸다. 2014년 업계 추산 3000억원 규모였던 공기청정기 시장은 지난해 5000억원대로 훌쩍 성장하더니, 올해는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공기청정 기능을 강화한 에어컨은 날개 돋친 듯 팔렸고, 마스크와 같은 위생용품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미세먼지가 진짜 건강에 해로울까 의심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그러나 2014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황사,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연간 700만 명, 즉 8명 중 1명이 대기오염에 의해 사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으로 인한 병원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폐암 발생률이 9% 증가한다고 밝혀졌다.
미세먼지 등 좋지 않은 공기에 장시간 노출되면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후두염을 유발할 수 있으며 코를 통해 흡입 시 폐포를 통과해 혈액 속으로 침투하여 다른 질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면역체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어린이는 물론 건강한 성인들도 치명적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메디힐병원 정용수 과장은 “특히 노년층이 미세먼지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미세먼지가 뇌로 들어가 뇌세포를 손상시켜 뇌졸중이나 치매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미세먼지는 어린이 호흡기 질환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치는데 어린 시절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성인이 된 후에도 폐기능이 떨어 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해요. 특히 오염된 공기 속 유해물질이 어린이 폐로 유입될 경우 알레르기 천식이나 비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라고 설명한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실제로 공기청정기가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까 궁금하다. 그의 대답은 예스다.
“공기가 깨끗한 스위스나 캐나다에서도 예상 외로 공기청정기를 많이 사용합니다. 실외 미세먼지도 해롭지만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도 상당히 위해하기 때문에 공기청정기가 건강에 도움이 되죠. 필터로 실내 공기를 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기 중 부유하는 오염물질이 체내에 들어오지 않도록 기본적인 위생 습관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외출 시 마스크도 잊지 마셔야 합니다.”
공기청정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시중에는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다. 저가형의 대명사인 중국 제품부터 캐나다, 스웨덴, 독일 등 수입 제품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삼성과 LG, 청호나이스 등 국내 브랜드들의 선전도 돋보인다.
공기청정기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일반적으로 공기를 걸러주는 필터 성능만 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므로 당연히 고려 대상이지만, 이외에도 따져봐야 할 요소들이 많다.
필터 성능은 일반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먼지 입자의 크기로 나뉜다. 보통 미세먼지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이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필터 규격을 PM10이라고 부르며, PM2.5(초미세먼지)와 PM1.0(극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낼 수 있는 제품도 출시된 상태다. 즉 PM1.0은 지름 1.0㎛의 먼지까지 걸러낸다.
하지만 잘 거른다고 능사는 아니다. 미세한 먼지까지 걸러내다 보면 그만큼 필터의 수명도 짧아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필터의 교체 주기는 어떤지, 또 필터 교체방식이나 구매 방식, 필터의 가격까지 비교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성능이 좋다 하더라도 소모품을 구하기 어렵거나 가격이 부담된다면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100%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필터의 유지관리 기능이 있는지도 고려 대상이다. 아무래도 공기 중 불순물을 끌어당기는 제품이다 보니 요즘과 같은 여름철에는 필터에 곰팡이가 생길 수 있고, 그 필터를 통해 배출된 공기는 곰팡이 냄새가 나기 쉽다.
의외로 소음도 중요한 고려 대상 중 하나다. 특히 영유아가 있는 가정은 밤까지 하루 종일 가동시켜야 하는데, 최저소음도 시끄러운 수준이라면 숙면을 방해한다. 20~30dB 정도라면 큰 지장이 없지만 50dB이 넘어가면 신경 쓰일 수준이다.
일부 공기청정기에서 사용한 헤파필터에서 검출된 OIT(옥타이리소씨아콜론) 검출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 최근 한 방송에서 인체에 해로운 OIT가 검출되는 필터가 공기청정기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로 인해 각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에 문제가 없는지 외부 기관 등을 통해 시험 의뢰한 결과를 밝히는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기능의 유무에 따라 제품 가격이 달라진다. 저렴하게는 30만원대부터, 수입품은 6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 성능만큼이나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예를 들어 생선 구울 때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유증기(油蒸氣) 등으로 인해 필터의 수명이 빠르게 줄어들어요. 득보다 실이 많은 셈입니다. 또 정기적으로 센서 부위를 청소하거나, 필터를 제때 교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죠. 이렇게 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원래의 성능을 어렵지 않게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는 비만이 관절염을 유발하는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오랜 기간 연구를 해왔다. 살찐 형태에 따라 상체 비만, 하체 비만, 전신 비만 등 세 가지로 구분해 각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법을 알아보고 한의학적 관점에서의 체형별 비만관리의 핵심을 4회에 걸처 게재하기로 한다.
1. 중년 다이어트의 중요성 2. 체형별 다이어트 생활습관 3. 체형별 다이어트 식이요법 4. 체형별 다이어트 운동요법
흔히 다이어트라고 하면 외모를 위한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이어트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다이어트는 외모 이전의 건강의 문제다. 비만이 일으키는 여러 병증을 우려한 세계 각국에서는 일찍부터 다양한 비만 대책들을 마련해두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비만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비만에 관한 10가지 사실’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 60억 명 중 성인 10억 명이 과체중이며 그 중 3억 명은 비만에 해당된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미국은 정크푸드의 학교 내 판매를 전면 금지했고 덴마크는 청량음료와 초콜릿 등에 비만세를 신설했으며 영국은 한때 비만관리부를 정부 부서로 세워 운영했었다. 우리나라는 어린이 주 시청시간대에 고열량 저영양 식품의 TV 광고를 금지시켰으며 신병교육대의 90%에 건강소대를 도입하여 신병들이 규정된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몸이 되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비만과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그렇다면 세계는 왜 비만과 싸우게 된 걸까? 답은 자명하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우리몸의 모든 기관과 조직 및 세포는 혈액순환을 통해서 영양공급을 받고 또한 노페물을 배설 하면서 정상기능을 하게된다. 그런데 비만으로 인해 체내에 필요이상의 지방이 축척하게 되면 순환장애가 발생하게 되어 몸속 모든기관이나 조직들이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게 되고 또한 노페물이 쌓이면서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우리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기관이 혈관을 통하여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그런데 이혈관에 지방이 끼이면 동맥경화가 유발하고 이로 인해 고혈압·뇌졸중과 협심증 등 각종 심장병과 순환계질환을 유발하게 되며 또한 내분비기능과 지방대사에 문제를 일으켜 당뇨병 지방간 등을 유발한다.
요통과 같은 근골격계질환과도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리가 당겨서 병원에 가서 MRI를 찍고 디스크라는 게 판정되면, 흔히 다음과 같이 생각하게 된다.
‘디스크가 문제구나 디스크가 문제여서 다리가 당기고 아프구나.’
그러나 사실 디스크는 병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다. 원인은 특별히 외상을 당한 경우가 아니라면 허리 근육의 기능이 약해져 체중이나 중력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허리에 짐이 실린것 같은 부담을 겪다 보면 디스크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체중이 1kg이 늘면 허리에는 3~5kg의 압력이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허리가 아프면 비만 관리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
관절염도 허리와 무릎의 하중 증가 및 근력 약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처럼, 전체 관절염 환자의 67%가 비만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인구수 10명 중의 7명이라는 말이다. 체중이 1kg이 증가하면 무릎 관절이 받는 부하는 5~10kg으로 급증한다. 따라서 체중을 5%만 감량하여도 관절염 증상의 50%가 개선된다. 체중이 60kg인 사람이 5%인 3kg만 빼면 관절염 증상을 50%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만관리의 핵심은 몸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러면 비만의 원인은 뭘까? 사실 다 알고 있을 것이다. Input과 Output의 불균형이 문제다. 음식물을 과잉 섭취하거나 섭취한 음식물을 몸속에서 태워 에너지로 소모시키는 대사력이 저하되거나 대사가 되고 남은 찌꺼기를 몸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배설기능 장애가 그 원인이 된다.필자는 환자들에게 가끔씩 다음과 같이 말한다.
‘비만관리만큼 정확한 게 없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몸이란 먹는 만큼 찌게 되고 쓰는 만큼 줄게 되고 내보내는 만큼 관리된다. 그래서 먹는 관리도 중요하지만 몸에서 얼마만큼 찌꺼기를 태워내느냐가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비만의 유형을 체질에 따라 다르게 보는데 이는 우리몸의 기의 흐름이 균형이 깨어진 때문이다. 즉 태어날 때 오장육부 각각의 기능이 강하고 약함에 따라 개인마다 섭취하고 대사하고 배설하는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기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이다. 즉 기의 흐름에 따라 전신적으로 살이 찌는 경우, 어깻죽지 등 상체 쪽에 집중적으로 살이 찌는 경우, 복부 하체쪽으로 살이 찌는 경우 등 체형이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는 체형에 따라 기의 흐름을 조절하여 몸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를 하게 되는데 향후 체형에따른 생활과 식이 운동요법등을 알아보고자 한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을 발암물질(carcinogen)로 지정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소시지와 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당장 암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많이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발암물질에 대해 알아봅니다. 발암물질이란 말 그대로 암을 일으키는 물질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산하기관인 국제암연구소(IARC)를 통해 발암물질을 지정합니다. 크게 3가지 그룹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1군(Group 1) 발암물질입니다.
사람에게 확실히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있는 물질입니다. 여기엔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발암물질이 포함됩니다. 현재 118가지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담배와 방사선, 라돈과 석면가루, 벤젠 등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위장 속에 사는 세균인 헬리코박터와 간염바이러스, 햇볕과 공기 오염, 소금에 절인 생선 등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술과 경구피임약, 폐경기 때 처방되는 에스트로겐 호르몬도 1군 발암물질입니다. 이번에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이 추가됐습니다. 1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술입니다. 사람들이 술은 암과 크게 관련이 없다고 믿지만 사실 가장 과소평가된 발암물질입니다. 대부분 암에 술은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담배와 함께 우리 생활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광범위하면서 강력하게 암을 일으키는 게 술이란 점을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두 번째, 2군 A(Group 2A) 발암물질입니다.
흔히 발암 추정물질(probable carcinogen)로 불립니다. 동물에선 증거가 충분하나 사람에겐 부족한 경우입니다. 75가지가 있는데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교대근무와 고온에서 기름으로 튀기는 요리입니다. 이번에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붉은색 살코기가 추가됐습니다. 발암물질에 교대근무와 같은 생활양식이 포함된 것이 재미있습니다. 실제 교대근무는 호르몬 균형의 파괴로 유방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강을 위해 교대근무는 가능한 한 줄이고 꼭 해야 한다면 시계 방향으로 그러니까 ‘오전 → 오후 → 야간’으로 근무하는 게 좋습니다. ‘오전 → 야간 → 오후’의 시계방향 반대로 교대 근무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 2군 B(Group 2B) 발암물질입니다.
흔히 발암 가능 물질(possible carcinogen)로 불립니다. 인간에게 제한적 증거(limited evidence)가 있고 동물에서도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less than sufficient) 경우를 말합니다. 모두 288가지가 있는데 여기엔 놀랍게도 커피와 김치(pickled vegetables in Asia), 코코넛 오일, 스마트폰의 전자파와 자기장이 포함됩니다. 커피가 방광암을 일으키고,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자파가 뇌종양과 백혈병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각종 발암물질을 말씀드렸는데 여러분의 느낌은 어떠하신가요?
복잡한 화학물질뿐 아니라 뜻밖에 발암물질이 아닌 듯한데 발암물질인 것들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발암물질과 관련해 세 가지 오해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발암물질=암 발생’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아닙니다. 발암물질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물질에 노출된 사람과 노출되지 않은 사람이 나이와 직업, 성별 등 다른 요인이 동일하다 가정할 때 암에 더 많이 걸리거나 혹은 더 일찍 발생하면 그것이 바로 발암물질이란 것입니다. 그러니까 발암물질은 확률의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절대 100%가 아닙니다.
즉 A란 물질에 노출됐을 때 암 발생확률이 1%만 올라가도 혹은 1년만 일찍 발생해도 발암물질로 지정된다는 뜻입니다. 담배를 피운다고 모두 암에 걸리진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헬리코박터란 세균을 살펴볼까요? 헬리코박터는 1급 발암물질입니다. 세균이 위장에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에 걸릴 확률이 4배 정도 높습니다. 여기서 4배란 확률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국가암정보센터가 공개한 우리나라 위암 발생률(10만 명당 41.4명) 자료를 토대로 풀어보면 헬리코박터 비감염자는 해마다 대략 인구 1만 명당 1명꼴로 위암이 생기지만 감염자는 1만 명당 4명이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각 1명과 4명이니 발생률은 4배의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4배란 400% 차이입니다. 작은 게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적 비율입니다. 절대적 숫자로 살펴볼까요? 헬리코박터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1만 명 가운데 4명의 위암 환자가 발생했을 뿐입니다. 거꾸로 9996명은 괜찮았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위암은 발생했다 하더라도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합니다. 우리가 발암물질이란 무시무시한 용어로 무장한 헬리코박터에 대해 너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발암물질은 어디까지나 확률의 문제일 뿐 노출이 곧 암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두 번째 오해는 양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것은 발암물질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해물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물에 청산가리를 섞어 마신다면 죽을까요? 반대로 맹물만 마신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청산가리를 섞으면 죽고 맹물을 마시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대답한다면 틀릴 수 있습니다. 양에 관한 문제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청산가리를 섞지만 1pg, 그러니까 10조 분의 1g만 섞는다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청산가리가 치명적인 독극물이지만 분자 수준의 극미량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대부분의 유해물질에 기준치를 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섭취량과 이해득실에 따라 판단해야
요즘 같은 공해환경시대에 유해물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식품을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오해하진 마십시오. 환경오염을 내버려두자는 뜻이 아닙니다.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되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유해물질에까지 강박적으로 건강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는 뜻입니다. 거꾸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맹물만 마셔도 죽을 수 있습니다. 양의 문제입니다. 아무런 미네랄이 섞이지 않은 맹물만 수십 리터를 마신다면 치명적인 저나트륨혈증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발암물질도 마찬가지입니다.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매일 50g 이상 섭취 시 직장암 발생률이 18% 증가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평균 가공육 섭취량은 2013년 국민 영양조사결과 6.0g에 불과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붉은색 살코기를 매일 100g 섭취 시 암 발생률이 17%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평균 62g의 고기만을 먹고 있습니다. 가공육이든 붉은색 살코기든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가공육이나 붉은색 살코기가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적게 먹는 경우 암 발생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발암물질에 대한 세 번째 오해는 발암물질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해득실을 따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1군 발암물질 가운데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이란 약이 있습니다.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면역 억제제입니다. 이 약을 오래 쓰면 암 발생률을 높이므로 발암물질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 약을 쓰지 않으면 수술 후 단 며칠 만에 이식 거부반응으로 숨질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CT와 PET 등 방사선 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1군 발암물질인 방사선을 이용합니다. 검진 목적으로 이들 검사를 자주 받아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내가 증세가 나타날 때 어떤 질병인지 알기 위해서 혹은 수술 후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이들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그게 나의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햄과 소시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하면 적게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만일 내가 정말 햄이나 소시지를 좋아한다면 조금 드시는 것도 무방합니다.
현실적으로 그것 때문에 암에 걸릴 확률은 매우 낮을뿐더러 본질적으로 우리 인생이 단순히 암에 안 걸리고 오래 살기 위한 경기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카메라의 핵심인 렌즈처럼 우리 ‘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수정체는 점점 노화한다. 40대 이후부터는 노안증상과 함께 안질환이 발생하게 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흔한 안질환으로 알려진 백내장과 녹내장은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때문에 각 질환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알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성모병원 안과 이현수
(백내장 담당), 박혜영(녹내장 담당) 교수와 함께 궁금증을 해결해 보기로 했다.
백내장, 녹내장을 한마디로 정의 내린다면?
이현수 교수: 눈을 카메라라고 생각하면 렌즈는 수정체, 필름은 망막이라고 할 수 있다. 백내장은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져서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박혜영 교수: 녹내장은 시신경질환이다. 빛이 들어오면 시각중추로 전달하는 신경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가 죽는 것을 말한다.
백내장, 녹내장의 발병원인은?
이현수 교수: 선천성 백내장은 유전성이거나 태내 감염(자궁 내의 태아에게 발생하는 감염), 대사 이상에 의한 것도 있다. 후천성 백내장은 노화에 의한 노년 백내장이 가장 흔하며 외상이나 전신질환, 눈 속의 염증에 의해 생기는 백내장도 있다. 당뇨로 인해 백내장 유병율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진행된 바 있다. 또 햇빛에 과도한 노출을 받게 되면 자외선으로 인해 문제가 된다. 흡연 또한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박혜영 교수: 녹내장의 주요 원인은 안압 상승으로 인한 시신경 손상이다. 구체적으로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과정에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눌려 손상되는 것, 시신경으로의 혈류에 장애가 생겨 손상이 진행되는 것. 이렇게 두 가지 기전으로 설명할수 있다. 때문에 혈액순환과도 밀접하게 연계된 질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녹내장 역시 당뇨나 흡연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최근 사용량이 많아진 스마트폰처럼 근거리에서 작업이 많은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나?
이현수 교수: 카메라 렌즈가 투명하면 사진이 잘 찍히겠지만 렌즈에 오염물이 묻어 있으면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백내장은 이같은 개념으로 시력 저하가 나타나는 질병이다. 그래서 수정체 혼탁의 위치와 정도, 범위에 따라 다양한 정도의 시력 감소가 나타난다. 부분적인 혼탁이 있을 경우에는 단안복시(한쪽 눈으로 봐도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증상), 주맹(환한 곳에서는 잘 안 보이고, 방안이나 어두운 곳에서는 더 잘 보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박혜영 교수 녹내장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 녹내장은 안압이 급속도로 높아져 통증이 심해 주로 응급실로 내원하게 된다. 대부분은 만성 녹내장 환자인데, 뚜렷한 특징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또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말기인 경우가 많아 치료가 어렵다.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가?
이현수 교수: 백내장은 천천히 진행되고, 양쪽이 아닌 한쪽에 백내장이 생기면 자각이 힘들다.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양쪽 눈을 번갈아 가며 TV나 달력이 잘 보이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 바란다. 시력 저하가 시작되는 시점, 백내장의 발생 유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박혜영 교수: 앞서 말했듯 녹내장은 환자가 인식할 만한 초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정기적 검사가 필요하다. 가족력, 당뇨나 고혈압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면 20~30대는 2~3년 마다, 40대 이후 매년 정기적인 안압검사, 안저검사를 실시하는 것을 권고한다. 위험인자가 없다면 20대에 1번, 30대에 1번, 40대 이후로 2~3년마다 한 번씩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실명의 위험성은?
이현수 교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실명의 제1원인은 백내장이다. 실명인구 중 48~50%가 백내장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백내장은 수술로 대부분 실명을 피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는 의료 서비스의 부재가 큰 어려운 나라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박혜영 교수: 녹내장은 전체 실명 원인 2위이다. 그런데 비가역적 측면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녹내장은 이미 말기로 진행됐을 때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명 위험도가 크다.
치료방법,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현수 교수: 백내장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경우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은 초음파로 혼탁이 생긴 수정체의 내용물을 제거한 후 개개인의 시력 도수에 맞는 인공수정체를 삽입해 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최근에는 근시나 노안을 교정하는 인공수정체도 나왔다. 백내장 수술은 인공수정체가 올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중심을 제대로 맞추기 위한 정교하고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백내장 수술은 금방 끝나고 쉬운 것’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느낀다.
박혜영 교수: 녹내장은 치료를 위해서 우선 시신경 손상을 막기 위해 안압하강제를 점안하는데 반응이 없다면 다른 계열의 약물을 사용해 볼 수 있다. 만일 안압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으면 약물 투여량을 늘리기도 한다.
시신경 혈류량에 관계가 깊은 만큼 혈액순환개선제 등 약물치료가 병행된다. 녹내장의 종류에 따라 레이저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으며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다. 녹내장수술을 시행하게 되는데, 수술의 목적은 안압의 조절이며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복구시키는 것은 아니다.
수술 후 권고사항, 환자가 조심해야 할 부분은?
이현수 교수: 백내장 수술 후, 낮에는 보호안경을 착용하고 잠잘 때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비비거나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용 안대를 약 2주 동안 착용해야 한다. 세수나 목욕 등 물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눈꼽, 눈물, 분비물, 넘쳐 흐르는 안약 같은 것은 깨끗한 티슈로 눈을 누르지 않고 살짝 닦으면 된다. 또 갑작스러운 변화(통증, 부기, 출혈, 분비물, 시력 저하 등)가 생기면 즉시 안과로 오셔야 합니다.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은 안내 감염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안내 감염은 0.1~0.2%의 수치로 발생되고 있는데, 시력을 영구히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실 의학적으로 백내장의 재발이 나타날 수는 없다. 백내장 수술 후 점차 시력감퇴가 나타날 때가 있는데 후낭혼탁(수정체 뒤 껍질의 혼탁)이 원인일 경우가 많다. YAG 레이저를 시행해 1~2분이면 수술이 마무리된다. 백내장 수술 뒤에 생기기 때문에 후발성 백내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실제 백내장과는 차이가 있어서 명칭 상 오해의 소지가 있어 개선됐으면 한다.
박혜영 교수: 누차 말했듯 녹내장은 자각할 수 있는 초기 증상이 없고, 증상을 느껴서 병원을 방문하면 늦는 경우가 많다. 조기 발견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녹내장이 생겼다면, 우선적으로 꾸준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실명하는 사람들을 조사해보면, 약물치료를 성실히 받지 않은 사람이 많다. 녹내장은 완치의 개념이 아니고, 계속 완화시켜야 된다는 점을 꼭 인식해야 한다. 실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눈 건강에 좋은 식품은?
이현수 교수: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성분이 충분한 식품이 좋다. 블루베리, 시금치, 당근, 늙은호박, 토마토 등을 추천한다. 우선 블루베리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들어있어 안구건조증이나 야맹증, 초기근시를 완화시키고 노안을 예방한다.
시금치의 루테인은 자외선의 청색광을 흡수해 망막과 각막에 손상을 주는 활성산소를 제거해주고, 당근, 늙은호박, 토마토의 카로티노이드, 비타민A 성분은 시신경의 손상을 막아준다.
박혜영 교수: 녹내장의 경우도 눈 건강에 좋은 음식은 별반 다르지 않다. 녹내장은 혈액순환과 관계가 깊으므로 이를 도와주는 은행잎 추출물을 복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은행잎 추출물은 녹내장 치료에도 유효성이 입증됐다.
독자들에게 권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현수 교수: 앞서 몇 번 언급했지만, 우선적으로 금연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금연 시 백내장의 위험도가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특히 올해는 사회적으로도 금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태인데, 눈 건강을 위해서라도 금연을 시작해보는 것을 권유하고 싶다.
박혜영 교수: 두말할 나위 없이 녹내장에 담배는 굉장히 해롭다. 예방차원에서도 필요하고, 치료과정 중에도 시신경 혈류량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담배를 끊어야 한다. 백해무익한 담배를 끊는 것. 눈 건강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해 금연을 시작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