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결핵은 에이즈·말라리아와 함께 3대 감염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의 결핵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복결핵’의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8년 결핵 환자 신고현황’에 따르면 2018년 결핵에 새로 걸린 환자(결핵 신환자)는 2만6433명(10만 명 당 51.5명)으로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1만2029명으로 전체의 45.5%를 차지했다.
노인층의 결핵은 약 3분의 2이상이 과거에 감염된 잠복결핵이 면역력 저하로 인해 재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핵은 전염력이 강하고 서서히 폐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감기 2~3주 이상, 체중감소 있다면 검사 필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인구의 약 30%가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추산한다. 결핵균은 지방 성분이 많은 세포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굵기 0.2~0.5㎛(마이크로미터), 길이 1~4㎛ 크기의 막대기 모양인 결핵균은 다른 균에 비해 증식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 일단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하면 면역세포와 결핵균의 염증반응에 의해 폐에 점차 고름이 생기게 된다. 결핵은 보통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 전염성이 있는 폐결핵 환자가 말을 하거나 기침, 재채기를 하는 경우 결핵균이 포함된 미세한 침방울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다른 사람이 결핵균을 들이마시게 되면 폐로 들어가 결핵균에 감염된다.
폐 안에 결핵균이 들어오면 폐 실질(조직)을 녹이면서 괴사(고름)상태가 된다. 이렇게 괴사상태가 되면 결핵균이 활발하게 증식하게 되는데, 이때 기침을 하면 기관지 내부에 있던 결핵균이 대량으로 공기 중에 방출된다. 기침하는 결핵 환자 앞에서 대량으로 흡입했다면 결핵이 옮을 수 있는 확률은 그만큼 커진다.
결핵에 감염된 환자들이 느끼는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 기침, 체중감소, 가래, 무기력감, 객혈 등이다. 평소처럼 식사를 하는데도 체중이 줄고 감기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된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폐 외 다른 장기에도 발병
결핵은 폐가 아닌 모든 장기에 발병할 수 있다. 신체 부위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흔히 폐에 생기는 결핵을 폐결핵, 폐가 아닌 다른 부위에 생기면 폐외결핵이다. 폐외결핵 중 가장 흔한 것이 결핵성 늑막염이다. 결핵균이 늑막을 공격해 염증이 발생하고 흉수가 고이게 된다. 이는 호흡을 어렵게 하고 흉통과 마른 기침을 유발한다.
또 림즈절에 결핵균이 침투하면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고 점점 커지면서 심한 통증을 생길 수 있다(결핵성 림프절염). 방치할 경우 피부가 벌어져 고름이 흘러나오게 된다. 만약 결핵균이 대장에 침투하게 되면 결핵성 대장염이 발생하는데 대장에 궤양이 생기고 심각한 설사 증상으로 급격한 체중감소를 가져온다.
김주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외결핵은 생기는 부위에 따라 폐결핵보다 훨씬 더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장 대표적으로 결핵성 뇌수막염과 같은 신경계 결핵이나 심장막 주변에 결핵이 생길 경우(심낭결핵) 심한 합병증으로 높은 사망률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약 듣지 않는 슈퍼결핵 주의
결핵약에 내성이 없는 환자가 2주 이상 결핵약을 복용할 경우 전염성은 대부분 상실된다. 또 결핵약을 6개월간 꾸준히 복용하면 90% 이상 완치된다. 그러나 결핵약 복용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결핵약을 써도 잘 낫지 않는 슈퍼결핵 환자, 즉 다제내성결핵 환자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결핵 치료는 6개월간 꾸준한 약물복용이 필수지만 부작용은 환자들의 치료를 방해하는 큰 요인이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간 기능 장애다. 복통, 식욕부진은 물론 심한 경우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소화불량, 구토 등 위장장애도 나타날 수 있는데 심할 경우 약제를 추가해 조절한다. 피부발진도 생긴다. 몸과 얼굴에 발진이나 여드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약을 중단할 경우 대부분 사라진다.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져 팔다리의 통증과 관절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드물게 시력 손상도 나타나 시야의 중앙이나 주변부가 보이지 않거나 색상 구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또 혈소판 감소증으로 멍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극심한 약제 부작용을 경험할 경우 치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개 초기에 부작용이 많지만 다시 약을 조절해 가면서 먹으면 대부분 조절이 가능한 정도가 된다. 만약 6개월간 복용수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일반 결핵은 6개월간 약만 꾸준히 복용해도 완치가 되지만 중간에 약을 끊거나 약의 일부만 복용하면 약제 내성이 생긴다. 약제 내성이 생기면 2차 약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약의 수가 늘어날 뿐 아니라 부작용도 더 심해진다. 치료 기간도 2년까지 늘어나게 된다. 심각한 경우 어떠한 약제도 듣지 않는 광범위내성결핵으로 진행할 위험성도 높아진다.
다제내성결핵은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거나 중단한 경우 약제에 내성이 생겨 발생한다. 특히 결핵 치료에 중요한 약인 ‘아이나’와 ‘리팜핀’ 두 약제에 내성이 생기는데 2차 약을 복용해도 치료 성공률이 50%에 불과하고 완치가 어렵다.
김주상 교수는 “다제내성 결핵환자들 중 전염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입원격리치료가 적용된다. 이때 입원비는 물론 결핵 관련 치료비 전액을 국가에서 보조해주고 있다”며 “결핵 치료는 늦어질수록 본인뿐 아니라 남에게도 전염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진단과 동시에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제내성결핵은 항암치료처럼 약을 독하게 먹고 오래 치료를 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결핵과 면역기능은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어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습관적으로 음주를 하는 사람, 영양실조에 걸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등이 감염 위험이 높다”며 “장기이식환자, 위암· 폐암· 혈액암 등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과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투석을 하고 있는 환자들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가 시끄러운 요즘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돌입에 나섰다.
이전에 유행했던 사스나 메르스 때만큼은 아니지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이 있거나 60대 이상의 고령인 경우에는 치명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특히나 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고령인 감염자에서 사망률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서민석 교수는 “아직은 정확히 어떤 기전으로 사망에 이르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렴이 발생하고, 2차 감염 및 중증 폐손상, 패혈성 쇼크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기저질환이나 고령일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유
보통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신장 또는 간 부전 등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과 특별한 지병이 없어도 고령인 경우는 면역이 떨어져 있다고 판단한다.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외부에서 침투하는 세균,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있고, 또한 몸의 여러 부위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백혈구의 살균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노인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온 몸의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면역 세포의 기능도 덩달아 떨어진다.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생활 팁
코로나19로 인해 면역력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지금, 면역력을 잘 유지하기 위한 생활 속 실천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서민석 교수는 “먼저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만성 질환이 잘 조절되지 않을 경우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처방 받은 약을 잘 복용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면 부족과 과도한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트릴 수 있는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충분히 잠을 자고, 스트레스는 제때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서 교수는 “술과 담배는 면역력을 떨어트리는 피해야 할 대표적인 생활습관이며 특히나 흡연자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의 악화가 약 14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절주와 금연을 이번 기회에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며 “기저질환자들은 코로나19의 전염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지내는 것이 필요하지만, 평소에 하던 운동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은 오랜 실내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만성 질환을 잘 조절하는 일석 이조의 면역력 강화 방법이다.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와 과일과 함께 균형 잡힌 식사를 한 뒤, 따뜻한 봄볕을 쬐면서 하는 가벼운 운동은 코로나 19로 한껏 움츠러든 우리를 든든히 지켜주는 면역 지킴이가 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World Health Organization)에 따르면, 뇌졸중은 전 세계 두 번째로 중요한 사망 원인이자 단일 질환으로는 사망 원인 1위다.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나뉘는 뇌졸중은 예전에는 중풍(中風)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려왔다.
뇌출혈은 혈압이 높거나 동맥류(동맥벽이 손상되거나 이상을 일으켜 동맥 내부 공간의 일부분이 늘어나 혹처럼 불룩해지는 병)가 있는 경우 혈관의 약한 부분이 파열돼 출혈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해당 부위의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 뇌신경이 손상될 뿐 아니라 새어 나온 혈액이 뇌실질 내에 혈종을 이뤄 주변의 뇌 조직을 손상시키면서 증상을 유발한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혈전 등으로 막혀 혈관에서 먼 뇌 조직에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조직이 괴사하는 증상으로 ‘허혈성 뇌졸중’이라고도 한다. 허혈성 뇌졸중은 출혈성 뇌졸중에 비해 8대 2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뇌졸중은 사망률이 높을 뿐 아니라 생존한다 해도 신체마비, 언어장애 등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반드시 알아둬야 할 뇌졸중 초기 증상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은 3~6시간이다. 보통은 3시간을 이야기한다. 이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다시 열어주면 비가역적 뇌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골든타임이 지나면 막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전조증상을 빨리 알아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졸중 초기 증상은 편측장애, 언어장애, 시각장애, 어지럼증 등 다양하다. 한마디로 ‘갑작스러운 국소 신경학적 증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갑작스러운’의 의미는, 어제 잠들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오늘 아침 깨어나니 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졌다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 준비할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할 때 갑자기 오른손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든지 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렇듯 뇌졸중은 증상 발생 시점을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는데 이는 혈관이 막히는 그 순간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 달 전부터 서서히 걸음걸이가 불편해졌다든지, 수년 전부터 손이 떨렸다든지 하는 증상은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국소적’이라는 용어도 마비가 올 때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게 아니라 오른팔, 오른다리 혹은 왼팔, 왼다리 등 한쪽으로만 국한돼 나타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치과에서 마취를 했을 때처럼 둔하고 먹먹하면서 저린 증상으로 나타난다.
시야 장애도 눈이 전체적으로 침침하면서 안 보이는 상황보다는 한쪽만 마치 가린 듯이 안 보이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를 동측반맹(同側半盲)이라 부르는데, 뇌의 왼쪽이 손상을 입었을 때 오른쪽 반이 보이지 않고, 반대로 뇌의 오른쪽이 손상을 입으면 왼쪽 반이 보이지 않는다.
언어장애도 의식은 맑고 눈치로는 알아차리는데 이상하게 말만 못 알아듣거나 반대로 알아듣는 것은 문제없는데 말문이 막혀 표현만 하지 못하는 등 의식장애나 인지저하와 상관없이 국소적인 증상으로 발현된다. 구분해야 할 치매는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제까지 괜찮다가 오늘 갑자기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는 드물다.
뇌졸중은 이렇듯 구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혈관이 아무리 좁아져도 막히기 전까지는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흡연, 비만이 뇌혈관 질환의 가장 치명적인 위험인자로 알려진 만큼 2년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 등을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짜거나 달거나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건강식으로 식사를 하는 게 좋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들기름과 견과류와 생선, 가공한 국수나 빵이 아닌 통곡류, 섬유소가 풍부한 나물·채소·과일이 좋다. 기능성 식이섬유소와 미네랄이 많은 양파, 마늘, 아스파라거스, 시금치, 토마토, 치커리 등도 추천한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 관리도 중요한데 과체중인 사람은 체중 감량만 해도 혈압·콜레스테롤·당 지수를 모두 개선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도 해야 한다. 근력 및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되 운동시간은 일주일에 3~5회,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강도는 약간 힘든, 즉 숨이 찰 정도로만 하면 된다.
“몸은 안 아픈 데가 없는데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니 미칠 노릇이네요.”
“충분히 휴식을 취했는데 조금만 활동해도 바로 피곤함이 밀려옵니다.”
생각보다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시니어는 더욱 그렇다. 가족에게 하소연해도 검사 결과는 ‘정상’이니 엄살로 오해받는 느낌까지 든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장(腸)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면역세포의 70~80%는 장에 존재한다
유난히 잔병에 자주 걸리는 사람이 있다. 보통 이런 사람은 한 번 감기에 걸리면 잘 낫지도 않는다. 병원에 다녀와도 약을 먹으며 최소한 일주일은 앓아야 감기가 떨어진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가장 흔한 것이 감기 바이러스다. 발견된 종류만도 200개가 넘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예방하기도 힘들다. 그만큼 감기에 걸리기도 쉬운데 면역력이 강하면 설령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우리 몸의 면역계가 보기 좋게 퇴치해버린다.
감기 외에도 피부 질환인 아토피부터 고혈압, 근육통 등 얼핏 보면 장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장이 좋지 않다. 실제로 이러한 사람들 중 장 건강을 회복하고 호전된 사례가 많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장이 좋아지면 증세가 눈에 띄게 호전된다. 늘 근육이 뭉쳐 한의원에서 침을 맞거나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던 사람도 장이 건강해지면서 통증이 사라졌다. 그 이유는 뭘까?
오랫동안 장은 단순히 소화, 흡수를 하는 장기로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과 함께 밝혀진 장의 기능은 매우 놀라웠다. 면역과 해독을 주도적으로 관장하며 면역력과 직결되는 장기가 바로 장이다. 면역세포의 70~80%가 장에 존재하는 것이다.
장은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장이 망가지면 우울증이 오기 쉽고 면역력이 약해져 온갖 질병에 노출된다. 질환뿐 아니라 현대인들의 오랜 화두인 노화와 비만마저도 장내 미생물과 깊은 관련이 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해도 쉽게 피곤해진다면 장 건강을 의심해보고 생활 습관 개선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탄 고기, 가공육은 멀리해야
힘들어하는 장에게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장이 왜 힘들어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현대인들은 과식으로 인해 장에게 휴식을 주지 못할 때도 있지만, 매일 먹는 음식에 장 유해균이 너무 많은 것이 더 큰 문제다.
대표적으로 탄 음식에 장 유해균이 많다. 고기를 구울 때 육류의 단백질과 지방이 타면서 발생하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그것이다. 벤조피렌에 노출되면 적혈구가 파괴돼 빈혈을 일으키고, 면역력이 저하된다. 부득이하게 고기가 탔으면 탄 부분을 잘라내고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안전한 육류 섭취 방법은 기름과 높은 온도를 피하고, 직화구이보다는 프라이팬과 같은 조리기구를 이용하고, 삶거나 찌는 조리법이 좋다.
장 건강을 위협하는 또 다른 식품으로는 가공육이 있다. 가공육은 고기의 맛이나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가공한 고기를 의미한다. 가공육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고기에서 미생물이 번식하지 않고 색이 빨갛게 유지되도록 소금 등에 일정 기간 노출시켜 염분의 농도를 높이고 포화지방도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공육 중에서 햄이나 소시지의 경우는 ‘아질산나트륨’이 포함돼 있다. 고기 색을 붉게 유지시켜주는 아질산나트륨은 장내에서 발암물질을 생성한다. 2015년 WHO(세계보건기구)가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에 함유된 아질산나트륨을 1급 발암물질로, 붉은 고기를 2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채식으로 소식하는 식단이 필요하다
탄 음식과 가공육 등을 멀리하는 방법으로 장을 깨끗하게 청소했다면 그다음은 유익균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사람을 보면 소식 또는 채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 소식을 하면 체내에 남는 에너지가 줄어 지방이 쌓이지 않는다. 또 탄수화물 섭취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혈당 변화 역시 적다.
채식 위주의 식사는 노화를 방지한다. 채소는 대부분 식이섬유와 수분, 비타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식이섬유는 대장 내 유익균 생장을 도우며 대장에 축적되는 노폐물을 빠르게 배출한다.
장수하는 한국인들에게도 공통된 식습관이 있다. 채소와 두부, 해조류 등을 많이 먹는다. 쌀밥을 주식으로 하고 김치, 나물 등의 채소와 함께 된장국, 청국장 등의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한다. 2016년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통음식은 대장암 위험을 60% 감소시킨다.
장은 건강의 핵심이다. 생존 수명은 물론이고 건강 수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 건강을 위해 어떤 음식을 섭취해야 하며 생활습관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튼튼한 장을 만들 수 있다. 장이 건강하면 신체 리듬이 바뀌고 삶의 질이 달라진다.
피곤한 장에 활력 불어넣기
몸도 개운하게 하고 장에도 힘주는 방법
첫째, 걷기운동
운동을 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수분을 보충한다. 걸을 때는 보폭을 조금 넓게 하고 팔은 크게 저어준다. 걷는 속도는 호흡이 약간 빨라질 정도의 속보가 적당하다.
이 활동이 장에 좋은 이유는 자극으로 인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장이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배변 능력을 높인다. 나이를 먹을수록 변비가 오기 쉽다. 배변에 필요한 복근이나 등 근육 등 일명 코어 근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걷기운동은 근력을 증강시키며 노화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땀이 가볍게 날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매일 30분 전후로 걷기운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둘째, 복근운동
우리는 배변할 때 자연스레 배에 힘을 준다. 그러면 복부에 압력이 생기게 되고 장이 자극을 받아 배변이 촉진된다. 이때 복부 중앙에서 세로로 가로지르는 복직근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복직근은 나이가 들면서 쇠약해진다. 복근은 몸속의 뼈를 지지해주는 중요한 근육 중 하나이므로 이 부분을 단련하면 요통 예방도 되고 올바른 자세 유지에도 좋다.
복근운동은 대표적으로 윗몸일으키기, 크런치, 레그레이즈 등이 있으며 집에서 가능한 운동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꾸준히 복근운동을 하려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집에 와서 씻기 직전 등 실시 타이밍을 일정하게 잡아두면 도움이 된다.
셋째, 반신욕과 함께하는 장 마사지
욕조에 물을 받아 반신욕을 하면서 장 마사지를 해보자. 장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진행 방법도 간단하다. 명치 부분부터 아래쪽만 37~42℃ 온도의 물에 잠기도록 해 10~20분 정도 반신욕을 즐긴다. 이때 양손바닥을 이용해 배꼽 주위를 시계 방향으로 부드럽게 주물러주거나 명치에서 갈비뼈 방향으로 쓸어내리는 방법으로 장에 자극을 준다.
반신욕과 장 마사지를 함께 진행하면 몸이 편안해지면서 장에도 자극을 주므로 한층 효과가 좋다. 냉증으로 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37~40℃의 미지근한 물에서 반신욕을 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소금 섭취량이 많으면 뇌졸중과 관상동맥질환, 뇌심혈관질환을 일으키며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1일 나트륨 섭취량은 4719mg(소금으로 12g)으로 이는 WHO(세계보건기구)의 나트륨 섭취 권고량인 2000mg(소금 5g)의 2.4배이며 일본 4280mg,영국 3440mg 미국 3426mg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우리의 주 음식인 국ㆍ찌개ㆍ면류에서 나트륨을 가장 많이 섭취한다.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 간장ㆍ고추장ㆍ된장은 물론 발효음식인 김치에도 나트륨 함유량이 많다. 최근 소금에서 간수를 빼서 단맛이 나오는 저염도 소금도 선보이고 된장, 간장과 김치나 젓갈류에도 저염도의 제품 생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짜게 먹지 않으려고 숙성된 김치를 안 먹거나 물에 씻어먹고 채소는 날걸로 된장에 찍어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 나아가 나트륨 배설을 위해 칼륨이 많이 함유된 고구마와 감자를 자주 먹으라고도 한다. 사실 혀의 맛 때문에 간을 하는 것이지 음식이 목을 타고 식도로 넘어가면 맛을 알지 못한다. 내가 근무하는 산업체 식당에서는 ‘저나트륨 날’을 정해 평소 국의 염도 0.7%를 0.6%로 낮춰 제공한다. 사실 0.1% 차이는 내가 맛으로는 잘 느끼지 못하는 걸로 보아 훈련이 되면 지금보다 0.1%를 낮춘 저염도 음식을 먹어도 충분히 견딜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다.
1. 국, 찌개, 국수 등의 국물 적게 먹기
2. 탕류 음식을 먹을 때 소금 대신 후추, 파, 등 다른 양념 먼저 넣기
3. 고기나 생선은 소금을 뿌리지 않고 구워 먹기
4. 가공식품 구입 시 저염 제품 선택하기
5. 외식 시 음식을 싱겁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
6. 하루 한 끼는 김치 대신 생야채 먹기
7. 나트륨 배설을 도와주는 채소, 과일 먹기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노화는 물론 혈관의 노화도 진행되므로 자연히 혈압은 올라간다. 고혈압, 뇌졸중, 심혈관계 질환의 발발 개연성도 점점 더 높아진다. 과연 우리 집 음식의 염도는 얼마나 될까? 이러한 궁금증도 풀어주고 저염도 식단 홍보를 위해 보건소에서 무료로 국을 담아가면 염도 측정을 해준다고 한다. 구청의 직원식당에서 국 대신 숭늉을 제공하는 것을 보고 참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을 짜게 먹는 것도 습관이다. 나이가 들면 맛을 느끼는 감각기능도 저하되므로 점점 더 짜게 먹게 된다. 할머니가 만드는 음식이 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즐겨 먹는 음식의 염도는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저염도 식단에 점점 적응해가면 좋겠다.
우리 몸 곳곳에서 발생하는 암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그중 식도암은 특히 고령일수록 주의가 필요한 암. 최근에는 식도암 환자의 64%가 65세 이상이란 통계 발표도 있었다. 식도암이 흔한 병은 아니지만 무서운 암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발병 이후의 삶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식도암이 어떤 병인지 이종목(李鍾穆·52) 국립암센터 폐암센터장을 통해 알아봤다.
식도는 인두와 위 사이를 연결하는 기다란 튜브 형태의 장기다. 잘 아는 것처럼 입에서 삼킨 음식물이 위로 넘어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식도암 파악을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식도암의 종류다. 식도암은 크게 편평상피암과 선암으로 나누는데 각각의 특징이 다르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편평상피암과 선암은 그 원인부터 잘 걸리는 인종까지 완전히 달라요. 선암은 서양인에게서 많이 발견됩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비만이나 역류성 질환이 지목되고 있죠. 이에 반해 편평상피암은 유독 동양인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원인인데, 많은 연구에서 술과 담배를 발병 이유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지금 몸이 건강하더라도 술과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내 식도암 환자 중 편평상피암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그러나 음식문화나 생활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선암 환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2015년 기준 국내에서 발병한 식도암 환자는 2420명이다. 전체 암 중 1.1%를 차지하고 있어 흔한 암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가장 큰 적은 술·담배
술이나 담배가 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하지만 둘 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접촉기간’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식도암은 단순히 노화로 인해 발생한다기보다, 술과 담배가 식도에 물리적으로 닿는 기간이 길수록 더 잘 발생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어요. 아직 발병 원인이 정확히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술과 담배를 오래 가까이 한 사람 중 식도암 환자가 많다는 조사 결과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에요.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술, 담배는 꼭 끊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하루에 한 잔쯤은 괜찮겠지 하고 방심할 수 있지만, 그것도 좋지 않다고 이 교수는 단언한다. 술과 담배가 원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남성의 발생 비율이 높다. 실제로 발생 환자의 성비를 따지면 10대 1이 될 정도로 남성 발병이 압도적이다. 이외에 뜨거운 음료도 식도암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65°C 이상의 음료를 ‘암을 유발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으로 지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식도암이 발생한다고 해서 특별한 자각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식도 자체가 딱딱한 통로가 아니라 늘어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야 삼킬 때 목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들거나, 아예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또 목에서 무언가 만져지기도 한다. 그러나 식도암이 발생해 이런 상황이 되었다면 치료가 시급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정기적인 식도·위 내시경 검진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받으시는 환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식도·위 내시경 검사를 하다 식도암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내시경 검진이 일반적이지 않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조기 식도암 환자는 거의 볼 수 없었어요. 손쓰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병원에 오시는 분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만약 식도암을 1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내시경 수술로 간단하게 떼어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간단치 않습니다.”
수술 전후의 삶, 하늘과 땅 차이
식도암을 발견했을 때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은 수술이다. 식도는 신체 장기 중 단순한 파이프 모양에다 크기도 크지 않아 만만하게 볼 수 있지만, 실제 식도암 치료 수술은 간단하지 않다.
“수술은 암이 존재하는 부위를 포함해 위아래 식도를 길게 절제해요. 수술할 때 식도 조직을 남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재발 확률만 높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식도를 절제하게 됩니다. 남아 있는 식도는 식도 역할을 대신할 위나 대장과 문합해 음식이 정상적으로 소화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이때 재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도 주위의 림프절을 함께 제거합니다.”
수술을 통해 위와 대장이 식도 역할을 맡게 되지만, 대신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눕거나 물구나무섰을 때 위의 음식이나 위산이 입으로 역류하지 못하게 만드는 식도의 조임근 근육 역할이다.
“식도암 수술을 하고 난 뒤에 물구나무를 서거나 등목할 때처럼 엎드린 자세를 하면 위에 들어 있던 음식물이 역류합니다. 평평한 곳에 똑바로 눕는 것도 위험할 수 있어요. 역류가 일어나면 음식물이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가 흡인성 폐렴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수술 후에는 잘 때도 높은 베개를 사용해 머리와 상체가 어느 정도 높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또 음식을 많이 먹을 수도 없고, 음식을 삼킬 때 어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위의 위치가 바뀌어 호흡할 때 위가 눌리거나, 과식하면 음식물이 넘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조금씩 자주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데 아무래도 환자분들이 많이 불편해하시죠. 제산제 같은 약을 오래 먹어야 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수술 이후에는 아무래도 삶이 많이 바뀝니다. 적응을 각오하셔야 해요.”
이런 생활의 불편함 때문에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도 종종 있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 등 다른 방법으로는 암을 없앨 수 있는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수술이 가능하다면 수술을 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변 장기로의 침범이 있거나 가까운 림프절로 전이가 된 경우에는 수술 외에도 항암 방사선 치료가 추가로 필요할 수도 있다. 암이 대동맥이나 기관지, 성대 등으로 퍼져 있다면 수술의 난이도는 그만큼 더 높아진다.
정기적인 식도·위 내시경 필요
수술 전후의 방사선 치료 과정에선 국립암센터가 자랑하는 양성자 치료가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양성자 치료는 방사선이 지나는 주변 장기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일반적인 방사선 치료와는 달리 암세포에만 에너지가 집중되기 때문에 후유증이 적은 장점이 있다. 다만 이러한 장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장비를 설치하는 정도가 아니라 ‘짓는다’는 표현을 쓸 만큼 큰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선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 정도가 운용 중이고 몇몇 의료기관에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술과 담배를 끊는 것이 답”이라고 말한다. 또 지나치게 뜨거운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한다. 그 외에는 정기적인 식도·위 내시경 검사를 통해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단다.
“일반적으로 위암 조기 발견을 위해 2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으라 하지만 식도암의 경우는 조금 달라요. 발생한 지 6개월 만에 암 조직이 식도뿐만 아니라 주변에 퍼져나가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술과 담배를 오래 즐겼다는 생각이 들면 1년에 한 번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설명한 것처럼 작은 암이 발생해도 수술로 인해 따라오는 대가가 너무 큰 병입니다. 조기발견의 차이는 극명해요. 꼭 정기적인 검진을 받길 당부드립니다.”
71세라니? 전혀 믿기지 않는다. 주혜란 박사의 몸매와 패션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자칭 타칭 한량인 이봉규가 그동안 수많은 여인을 만나봤지만 70세가 넘은 섹시한 여성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보다 열 살이나 많은 누나인데 딱 달라붙는 원피스에 망사스타킹을 입고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은 언뜻 스치듯 보면 40대로 보인다.
아무리 자세히 관찰해도 스테이지에 선 그녀의 모습은 최소한 스무 살은 젊어 보인다. 한량의 잣대로 좀 더 솔직하게 외모를 분석한다면 몸매는 30대이고 얼굴은 50대, 목소리는 60대로 보인다. 71세에 신인 가수로 활동하면서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는 그녀는 인생은 70부터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에너지가 넘친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와 레이 찰스의 ‘I Can′t Stop Loving You’를 멋들어지게 부르면서 흑인들이나 취할 수 있는 몸짓을 한다. 얼마 전 그녀의 하우스콘서트에서 라운지를 꽉 메운 100여 명의 관객들은 그녀의 노래와 춤과 섹시한 모습에 흠뻑 취했다.
주혜란 박사의 과거가 얼마나 화려했고 집안이 대단하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지금 주혜란의 70대 가수 인생에서 펼쳐지고 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콘서트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재능도 대단하고 용기도 높이 평가하고 즐길 줄 아는 철학도 존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는 무대에서 마치 ‘Bravo My Life!’를 온몸으로 토해내는 것 같다.
사실 그녀가 살아온 이력과 집안 내력을 알면 지금 스테이지에서 열창하는 모습은 조금 생소하고 과하게 보일 수도 있다. 1975년 고려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그 이듬해에 충북 청원군에 있는 작은 마을 보건소에 소장으로 부임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보건소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 후 UN과 워싱턴 정가에서 에이즈 퇴치운동 등 각종 국제적인 사회활동을 하면서 특유의 친화력과 유창한 영어 소통 능력으로 이름을 알렸다. 힐러리 클린턴, 카터 전 대통령 부부와도 인연이 깊다.
김대중 대통령을 오빠라고 부르는 누나
1984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만나 친해졌다. ‘오빠’라는 호칭으로 스스럼없이 지낼 정도였다.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인 임창렬(전 경기지사) 씨와 데이트를 하면서 결혼을 망설일 때도 DJ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똑똑한 사람 같다”는 DJ의 말에 결혼을 결심했다.
임창렬 전 지사와는 산전수전 다 겪고 살다가 이혼하고 지금은 친구처럼 지낸다고 한다. 임창렬 전 지사와 부부 관계일 때 정치적으로 성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유명해진 탓에 불필요한 오해도 많이 받고 살았다. 그때만 생각하면 천당과 지옥을 한꺼번에 오간다. 그 당시 구속도 당하면서 “이것이 정치구나!” 통감했다고 회상한다. 세월이 지난 지금 또다시 그때의 일을 자세하게 묻는 것은 실례가 될 수도 있고 행복한 그녀의 지금 삶을 방해하기 싫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 당시 노래가 아니었다면 아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서 진작 죽었을지도 모른다. 양평 강가에서 스트레스 풀려고 목이 터져라 노래하면서 돌아다녔다”고 주저 없이 말하는 주혜란의 모습에서 처음 어두운 표정이 묻어나온다.
부친 주인호 박사 그리고 100세 모친
주혜란이라는 이름과 ‘Helen Chu’라는 영문 이름은 이승만 박사가 지어줬다고 한다. 예방의학계의 개척자이자 주혜란 박사의 부친인 주인호 박사는 27세 때인 미군정 시기 의정국장(醫政局長, Medical Police) 자리에 있었는데 인연이 된 이승만 박사가 딸(주혜란)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주인호 박사는 함경도 함흥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보건’이라는 단어를 한국에서 처음 사용했고 한국에 노인대학을 최초로 설립한 분이다(2000년 80세로 타계). 아프리카 대륙을 돌본 한국의 슈바이처로 알려진 분이기도 하다.
그는 1996년부터 17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고문관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전염병 퇴치에도 앞장섰다. 세계 최초로 일본뇌염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한 의학자로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이 정도로 세계가 알아주는 의사였는데도 “아버지는 평생 자가용보다는 버스나 전철을 이용하시고 검소한 삶을 사신 분이었다”고 딸 주혜란은 말한다. 아버지 생각만 하면 존경심이 저절로 묻어나온다.
주인호 박사의 제자 중 한 명은 2000년 8월 9일 중앙일보 홍혜걸 의학전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3남 4녀 모두 해외로 유학을 보냈기 때문에 일부에선 재력가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왕십리에 있는 허름한 18평 자택에서 살고 있다. 무소유의 철학을 평생 실천하고 사신 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녀의 어머니도 신여성 엘리트로서 아버지 못지않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고 서울여자의대(현 고려대 의대 전신) 출신의 의사였으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일어, 이탈리아어 등 6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올해 100세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아침에 피아노와 가야금을 연주할 정도로 총명했고 혼자 미국 여행을 할 만큼 건강했다. 그런데 3월 초에 갑자기 치매 판정을 받아 지금은 병원에서 요양 중이다. 갑자기 치매가 발명한 이유는 올해 미국을 방문하려니까 작년까지 요구하지 않던 진단서를 갑자기 가져오라 하더라는 것. 어머니는 “내가 의사인데… 내가 건강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데… 100세가 되었다고 작년까지 요구하지 않던 진단서를 요구하다니… 나도 이젠 죽을 때가 되었구나!” 하는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래서 치매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하고 주혜란 박사는 추정하고 있다.
71세 된 딸이 100세 어머니가 조만간 자기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어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병원을 찾는다 한다. “70년 동안 ‘엄마’를 부르며 살다가 엄마의 삶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슬프다”고 말하며 그녀의 눈은 어느새 충혈된다.
“너무 바빠서 늙을 시간도 없다”
분위기를 바꿀 겸 해서 조심스레 물었다. “100세나 되시고 작년까지 미국 여행도 다니실 정도로 건강했으면 어머님이나 딸인 주 박사도 여한이 없는 것 아닙니까? 욕심이 크신 것 아닙니까?”라는 이봉규의 우문(愚問)에 주혜란의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어머님이 몇 년 만이라도 더 건강하게 살아주셔서 행복한 시간을 같이 보내주길 바라는 것이 인간의 욕심”이라고 말하며 살짝 미소를 띠웠기 때문에 분위기가 다소 진정되었다.
사실 그녀의 어머니는 아프리카 지역 5개 나라 대통령의 주치의를 하셨고, 불과 몇 년 전까지 연천 통증의학과에서 90대 중후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심히 환자를 돌보셨기 때문에, 비록 100세라고는 하지만 갑자기 치매 판정을 받은 사실을 어머니나 주혜란 박사도 믿지 못하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가 100세 직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셨기 때문일까. 주혜란은 늘 “노인들이여, 움직여라, 행복할 때까지!”를 주창하고 다닌다. 대한노인회에서 의료봉사단장을 비롯해 문화, 예술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면서 최근 서울시노인회의 행복건강이사를 맡아 ‘노인행복전도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본인도 71세의 노인이지만 “너무 바빠서 늙을 시간도 없다. 신바람 나게 생활하면 젊어진다”고 힘을 주어 강조한다.
유식하고 에너지 넘치고 늙음을 거부하는 주혜란은 어느 인터뷰에서 멋진 말을 남긴 적이 있다.
“If I rest, I rust!(쉬면 녹슨다). 이 말은 플라시도 도밍고가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는 문구입니다. 저 역시 이 말에 100% 동감합니다. 노년이라는 상황을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봉규가 아무리 평론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주혜란의 과거 사교계와 정치계의 경력을 이제 와서 가타부타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71세의 나이에 가수로 제2의 인생을 신바람 나게 한바탕 놀고 있는 그녀가 지금은 무척 존경스럽다.
사실 시니어가 운동을 하려고 하면 이것저것 귀찮은 것들뿐이다. 그래도 가장 좋은 운동으로 꼽히는 것은 걷기다. 신체적 무리 없고 따로 장비를 준비할 것도 없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간단하면서도 효과 좋은 걷기가 시니어에게는 완벽한 운동에 가깝다.
잡념을 버리고 그냥 걷기에만 몰두해도 뇌를 움직이게 한다. 걸으면 행복감을 주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진다. 햇빛도 받고 산소를 많이 쓰다 보면 호르몬인 도파민도 분비돼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면 머리가 맑아지고, 혈류를 개선해 뇌 기능을 활성화한다.
바야흐로 건강의 시대다. TV를 돌리다 보면 ‘자연인’에 대해 다루지 않는 채널을 찾기가 어렵다. 웰빙은 모든 먹거리에 기본적으로 붙는 승인 마크처럼 쓰인다. 서점가를 가면 다이어트에 관한 책들이 넘쳐나며, 10년 전만 해도 듣도 보도 못한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들이 최신 헬스 기구들과 함께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 수많은 건강 솔루션을 통해 우리는 정말 건강해지고 있는 걸까? 혹자는 쓸데없이 돈만 버리는 일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할지도 모른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믿기 어려워진 세상에서 그런 의심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신 있게, 아무런 의심도 없이 하라고 권할 수 있는 건강법이 있다. 바로 걷기다.
인간은 걷기를 통해 동물과 분명하게 구분된다. 이족보행을 하는 인간은 오래 서서 활동하면서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됐다. 즉 걷기는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자 인간을 인간으로 정의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기도 하다. 걷기는 비용 부담과 장비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다. 또한 추가적으로 뭔가를 배울 필요도 없다. 알고 있던 기본에 조금 더 하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되는 것, 그것이 걷기다. 무조건 걷다 되돌아올 때는 다시 걸을 생각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면 수월하다. 굳이 여럿이 걸을 필요도 없다. 혼자 걸어도 좋다.
신정일 우리땅 걷기 이사장은 “걸을 때 우르르 너도나도 같이 쏠려서 일행이 함께 가는 것은 자기의 자아를 찾는다기보다는 그저 다른 사람에 휩쓸려 가는 것이지 않나요. 길을 걸으며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될 수 있어요. 칸트, 니체, 루소 등 수많은 철학자들도 걸으면서 사상을 확립했어요”라고 말했다.
왜 걸어야 하나
현대인은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보낸다. 그러한 생활이 가져오는 최악의 결과는 비만과 허리 디스크다. 문명의 발달이 건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걷기는 점점 더 일부러 해야 하는 운동에 가까워지고 있는 양상이다.
걷기는 상상을 뛰어넘는 굉장히 복잡한 공식이 동시에 작동하는 활동이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걷기를 시작하는 순간 200여 개의 뼈와 600여 개 이상의 근육이 일제히 움직인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완벽한 균형을 이뤄서 무너지지 않는 것은 경이에 가까운 현상이다. 로봇 과학자들이 로봇으로 인간의 걷기를 아직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이유가 걷기의 이런 복잡한 공식의 답을 찾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운동 작용을 수반하는 걷기는 건강과 장수를 함께 보장하는 엄연한 운동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걷기야말로 각종 성인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운동이라고 강조하면서 하루에 30분가량 걷기를 권고하고 있다.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봐도 일주일에 5일, 하루에 30분 걷기가 이상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걷기는 심혈관 건강과 혈압·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고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을 발달시켜 요통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또한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이 감소되고 신경세포 활성화를 통해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감소된다.
다만 걷기를 하면서 주의할 점들이 있다. 많은 사람이 새벽 시간이나 늦은 밤에 걷기를 하는데 그 시간대는 온도 변화가 크기에 피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한 바른 걸음걸이로 걸어야 운동이 편해지고 효과도 높일 수 있다. 걸을 때 이어폰을 사용하면 볼륨이 너무 커서 바깥 소리가 들리지 않아 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물론 걷기 도중 어지럼증이나 통증이 발생하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
무조건 하라고 권할 수 있는 일, 요즘 세상에는 찾기 쉽지 않다. 걷기는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무조건 하라고 말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운동이다. 걷기가 건강하게 사는 가장 쉬운 일임을…
그냥 걷자, 그리고 건강해지자.
세계 최초로 죽염 산업화를 이룬 ‘인산家’는 죽염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 인산죽염의 창시자는 신의(神醫)라 불렸던 인산(仁山) 김일훈 선생, 그리고 현재 인산家의 수장으로서 인산죽염을 이끌고 있는 이는 그의 아들 김윤세(金侖世·63) 회장이다. 1987년 정부로부터 죽염 제조 허가를 받아 30여 년간 사업을 이어왔다. 현재 29만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연매출 300억 원의 기업으로 성장한 인산家를 찾아 소금장수의 진심과 사명감을 들어봤다.
김윤세 인산죽염 회장이 선친 김일훈 선생이 구축한 인산의학의 내용을 보건의료 법령에 반영하여 국민 건강을 이롭게 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것은 1977년이었다. 그러나 그 시도에서는 아무 소득이 없었다. 인산죽염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그로부터 무려 10년 뒤인 1987년이었다. 10여 년의 세월 동안 계속해서 인산家의 의학 비법을 알리고자 노력했던 김 회장은 당연하게도 세상의 어리석음에 대해 안타까움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요즘 그가 걱정하는 것은 식문화다.
요즘 음식들이 갖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
“요즘 음식이 탈만 안 나면 다행이죠. 음식의 99%가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지요. 방부제, 화학 첨가물이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고…. 술에는 인공감미료를 왜 넣을까요? 그것은 도수를 낮게 하기 위해서인데, 저도수의 술은 부패가 쉽게 돼요. 알콜도수가 25도만 넘으면 그런 문제가 없는데 말이죠….”
김윤세 회장은 요즘 음식들이 너무 사람들의 기호에 맞추려는 경향 때문에 위독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음식 고유의 맛을 즐기는 게 아니라 그저 단맛 같은 자극적인 맛을 즐기려고만 하고, 그 입맛에 맞추느라 음식이 불량해진다는 것이다.
“맛있는 것만 추구하면 편식하게 됩니다. 그러면 균형이 깨져요.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깔만 추구하면 눈이 머는 것과 같아요. 진정한 아름다움을 파악 못하게 되는 거죠. 그러나 본래 자연의 아름다움을 봐야 합니다.”
마치 평상시에 색안경을 쓰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 우울하면 꽃이 회색빛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상태라는 그의 말은 허상을 경계하라는 말로 이어졌다. 사람은 자기 주관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는데 다양한 허상을 보게 되는 게 문제라는 그의 지적은 허상으로 가득한 현대를 향한 독한 일침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세상의 허상만 좇으며 사니까요. 생명의 본질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전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 짐승과 수준이 비슷해집니다.”
인류 구원을 부탁받은 인산 선생
인산家를 언급할 때 인산 김일훈 선생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김 회장은 선친인 인산 선생으로부터 전수받은 죽염 제조 이론과 제조 기술을 암·난치병 치유법과 함께 ‘신약(神藥)’이라는 책을 통해 세상에 낱낱이 공개했다.
죽염이라는 혁신을 세상에 내놓은 그는 어떤 인물일까. 그를 곁에서 지켜보며 업을 이어온 김윤세 회장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봤다.
“아버지는 인류가 절멸의 위기로 가고 있는 걸 막기 위해 하늘이 내린 인물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기도 해요. 하지만 아버지는 전 세계 의학이 상상도 못한 치료법을 제시한 사람이에요. 아버지가 일으킨 그런 기적이 수북하니까 사람들이 병이란 게 어려운 게 아닌가보다, 병을 잘 고치는 분이라고만 기억해요. 하지만 그런 분이 아니라 지구와 우주, 시간과 공간을 꿰뚫은 분이셨어요.”
인산 김일훈 선생의 실체에 대해선 평생 같이 사는 어머니도, 자녀들도 모를 정도라고 한다. 그를 알아주는 사람은 오직 석가모니와 부처였다고 한다. 그들은 생멸이 없는 이들이니까 가능한 얘기라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또한 김일훈 선생은 실제로 그들과 만나기도 했다고 한다. 그들이 그의 앞에 나타나서 인류를 절멸에서 구해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불가사의한 사람이시죠. 이런 얘기를 책이나 방송에서 못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니까요. 혹세무민한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그는 만약 휘발유가 아니라 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개발했다고 하면 잘 팔리겠냐고 물었다. 세상의 모든 자동차 산업이 휘발유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차가 개발됐다고 해도 세상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세상에 이미 알려지고 99.9%가 사실이라 해도 진실이 아닌 게 있어요.”
그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자연적 힘이 진정한 치료
김윤세 회장은 지혜롭고 뿌리 깊은 전통의학의 우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의학이 이 시대에도 첨단의학보다 더 훌륭하다는 설명이었다.
“서양의학이나 현대의학으로 치료하면 낫는 병이 없어요. 나은 것처럼 보일 뿐이죠. 그런데 전통의학은 암 같은 난치병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죠.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그는 자연의 이치와 섭생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 4기는 의학적으로 치료된 적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암 말기 중의 말기인 사람들이 인산 선생에게 와서 낫지 않은 사람이 없었어요. 인산 선생은 그냥 고치면 되지 하며 치료를 했거든요. 수준이 높을수록 간단한 법이에요. 의학이 복잡한 것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죠. 아직 경지에 도달 못했으니 말만 그렇게 하고 복잡하기만 하고 치료가 안 되는 거예요.”
김 회장이 설명하는 인산 선생의 치료법은 간단명료했다. 중병인 환자가 와서 “어떻게 하면 살겠습니까” 하고 물으면 인산 선생은 “음, 죽염 배 터지게 퍼먹어라” 하는 말만 했다고 한다. 현대의학에서 들으면 기겁할 일이다. 나트륨은 무조건 줄이라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그런 말에 반대한다.
“소금이 무슨 독극물입니까? 소금은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식품이에요.”
그는 최고의 의학은 우주 자연의 법칙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이치에 근거하지 않으면서 무슨 의료가 나오겠냐는 비판이었다.
소금은 체온을 흩어지지 않게 만든다
소금에 대한 김윤세 회장의 얘기를 조금 더 들어봤다.
“사람은 온기가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소금은 사람의 체온을 흩어지지 않게 붙잡는 역할을 하죠. 죽염은 그 능력을 강화시킵니다. 소금은 바다에서 나와 기본적으로 찬 성질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아홉 번 굽는 과정을 통해 소금에 불을 집어넣죠. 그게 바로 죽염이에요. 철학적으로 정의한다면 소금 속에 빛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김 회장은 체온이 1℃ 떨어지면 암은 열 배, 백 배, 천 배 커진다고 설명했다. 암 치료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체온을 회복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 암세포가 생겨나는데 죽이고 없애면 무슨 소용인가요. 그런데 체온을 유지시키려면 소금 아니면 방법이 없어요. 체온이 1℃ 높아지면 면역력은 다섯 배 높아져요. 그런데도 현대의학에서는 체온은 보지도 않으니 이게 말이 안 되죠.”
김 회장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해안 천일염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소가 거의 다 들어 있다고 한다. 전 세계 다른 나라 바닷물에는 없는 원소들, 인체를 구성하는 필수 원소들, 80여 종의 미네랄 등등. 인산 선생은 이 모든 걸 꿰뚫어 봤다고 한다.
그런데 천일염 안에는 독사의 독보다 월등히 무서운 맹독들도 있는데, 다행히 그 양이 많지 않아서 섭취해도 금방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부분을 처리하지 않고 먹으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소금을 직접 섭취해 먹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천일염이 가진 독성을 중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인산家에서 소금을 대나무로 구워서 죽염으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죽염을 만드는 과정이 거듭되는 동안 소금의 분자구조가 바뀌고 소금 속의 원소들이 우리 몸에 사용되기 쉬운 미네랄, 즉 생리활성 능력이 뛰어난 물질로 재탄생하게 된다. 김 회장이 죽염처럼 질 좋은 소금은 ‘짜게 마음껏’ 먹어야 몸에 이롭다고 역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유되기 어렵다는 병도, 본인의 고치겠다는 의지, 반드시 낫는다는 희망이 전제되면 진검승부를 벌일 수 있어요. 자가 치유력을 높여 자기 병을 자기 스스로 고치게 하는 인산家의 출발점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겁니다.”
민족 전통의학의 우월성 전 세계에 알려
김윤세 회장이 하고 싶은 일은 대체의학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이는 것이다. 그는 죽염이 인정받으면 우리나라가 의약 대국으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모든 소금은 산화력이 있어요. 녹슬게 만드는 거죠. 그런데 죽염은 환원력이 있어요. 녹에다 죽염을 쓰면 녹이 없어지거든요. 이건 물리화학적으로 금방 파악되는 거예요. 전 세계 어디에도 환원력을 띠는 소금은 없습니다. 그러니 사람이 먹어 병을 고치는 소금이 있다면 전 세계가 경악할 거예요. 이보다 더 좋은 전략 상품이 어딨나요? 전 세계가 한국만 쳐다보게 될 겁니다.”
그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자기 지식 속에 매몰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각도로 면밀하게 검토해야지,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분야의 고수를 만나 꼭대기에 올라가서 얘기하면 서로 보여요. 바둑으로 일등을 한 사람이나 테니스로 일등한 사람이나 서로 소통이 가능한 법이죠. 그러나 사람들이 못 알아들어요.”
그는 독일은 기술을 배워서 명장이 되면 국가가 장관급 예우를 해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숙달된 기술자를 그렇게 대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등 명문대 위주로 만들어진 학벌 중심 사회가 기술자를 멸시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그의 비판은 아직 좁은 우물에 갇혀 있는 한국의 지식인 사회에 대한 경종이기도 했다.
“그건 결국 자기 혼자만 잘났다는 거죠. 그런 사람은 무한 국제 경쟁이 시작되는 글로벌 세상에 나가면 바로 깨져버려요. 그래도 요즘 사회가 기술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다행이긴 해요.”
인산의학의 전파야말로 인생 최고의 선택
“어려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이해가 깊었고 심부름을 도맡아서 했죠. 지금 일도 아버지의 심부름이라 생각해요. 이 일은 제 인생에서 최고의 선물이에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그리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명이기도 하고요.”
다른 일을 하다가 인산의학을 본격적으로 알려야겠다고 결정한 그 판단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김윤세 회장. 그러나 그 선택 이후 사업을 정착시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소금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1993년에 건강관리법 보도, 2002년에는 다이옥신 파동으로 시끄러웠고 그리고 요즘도 건강을 망치는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다. 그러한 사정을 돌파하기 위해 인산家는 지난 2000년 업계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 ISO의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서를 취득하고 무슬림 먹거리 할랄 인증도 받는 등 여러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정작 과거의 소금은 이런 취급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였다.
“옛날에는 집이 가난해서 짭짤하게 못 먹었어요. 소금이 귀했으니까요. 그래서 남의 집 음식 맛있다는 걸 ‘그 집 음식 짭짤하다’고 표현했죠. 그리고 돈을 많이 벌면 ‘수입이 짭짤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아시죠? 이처럼 ‘짭짤하다’는 말은 긍정적인 표현이었어요.”
김윤세 회장은 음식이 싱거운데 맛있다는 사람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어떤 음식이든 싱거우면 맛이 없는 게 당연하고, 따라서 짭짤하다는 표현이 전제되어야 맛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음식이 싱거운데 맛있다는 말은 ‘엄청나게 돈이 많은 가난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세상의 죽염이 되고파
현재 인산家의 회원은 29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기업이나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더 확고히 다져 올해 3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죽염 회사는 인산家 말고도 50여 개가 있다. 인산家가 사업을 그만둔다 해도 죽염 기술은 다 공개되어 있으므로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이 찾게 될 터이다. 소금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있어도 죽염의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
파스퇴르 연구소처럼 국제연구기관으로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연구소를 세우고, 자연물의 약성을 활용하는 의료를 교육하는 기관을 함께 설립해 대한민국이 의료 대국이 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물어봤다.
“죽염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빛이다’라는 말에 ‘온기’가 더해진 것입니다. 저는 세상의 죽염처럼 역할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는 우리나라 국민의 2015년 암의 발생률과 생존율, 유병률에 관한 통계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폐암으로 나타났다. 폐암과 위암, 대장암 순서였는데, 폐암은 10만 명당 발생자 수가 2위인 위암에 비해 11%가 높은 253.7명을 기록했다. 여러 가지 암종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시니어에게 가장 무서운 암으로 전문의들이 ‘폐암’을 지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폐암이 고령층에게 골칫거리인 이유는 뭘까.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金周祥·46)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시니어에게 폐암이 잘 생기는 이유는 ‘시간’ 때문입니다.”
고령층에 폐암이 자주 발병하는 이유를 묻자 김주상 교수는 “시간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기자의 짧은 지식으로 예상한 답변과는 달랐다. 담배나 환경오염 등이 원인으로 지목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물론 흡연이나 오염물질도 원인으로 작용하죠. 과거에는 이런 오염물질이 영향을 줄 거라는 추측만 있었을 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알지 못했어요. 연구가 계속되면서 이런 것들이 왜 폐암을 일으키는지 밝혀지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알아낸 것은 장기간 폐가 독성물질과 접촉하면서 DNA에 돌연변이가 유발된다는 것이에요. 시간이 문제였던 것이죠. 다른 암에 비해 발병하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발병이 많습니다. 또 그간 다른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던 질환들이 조금씩 정복되면서 폐암이 두드러져 보이는 현상도 작용을 했고요.”
김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한 국가에서 담배 매출이 정점을 찍고 난 후 30년이 지나면 폐암환자 증가가 최고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고 한다. 이 이론을 국내에 적용하면 폐암 환자의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예측했다.
비흡연 여성도 안심할 수 없어
흡연이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금연을 했다고 해서, 비흡연자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성도 안심할 수 없다. 폐암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일부 종류는 여성에게 잘 나타나는 병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에게서 암이 발견되는 이유도 시간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담배 이외의 독성물질에 오래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이론이죠. 아궁이에서 나는 연기나 요리할 때 발생되는 물질들이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시아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폐암 중 선암은 표적항암제 효과가 좋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EGFR 표적항암제가 대표적이다. 유전자의 특성에 따라 약효가 달라지지만 암 환자들에게는 희망이 아닐 수 없다. 표적항암제의 경우 월 1000만 원이 넘는 비싼 약값이 문제였지만, 최근 2세대 폐암 표적항암제까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서 월 30만 원 내외로 줄어 환자 부담이 낮아졌다.
최근 문제로 지적되는 미세먼지도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밝히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미세먼지에는 화합물 등 폐암 유발인자가 섞여 있어요. 주거지역을 옮기지 못하면 가끔 청정지역에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도 폐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폐암이 가장 무서운 암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낮은 생존율에 있다.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5년 사이에 폐암 환자의 생존율은 26%. 10대 암 중 췌장암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물론 1993년에서 1995년 사이에 조사된 11.3%보다는 비약적으로 향상된 숫자이지만, 위암(75.4%)이나 유방암(92.3%), 전립선암(94.1%)에 비하면 심각하게 낮은 수치다.
사망까지 1년밖에 안 걸리는 폐암도 있어
김 교수는 폐암의 문제점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증상이 나타나서 발견된 경우에는 이미 손쓰기 힘들 정도로 병이 진행되어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폐암 중 소세포폐암이 더 심각합니다. 성장이 아주 빨라요. 보통 CT나 엑스레이와 같은 진단 장비로 확인 가능할 정도까지 성장하는 데 3개월밖에 안 걸립니다. 그 전까지는 발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죠. 이후 발견 가능한 시점부터 다른 장기로 전이될 정도로 성장하는 데도 3개월밖안 걸립니다. 그러니까 수술로 치료 가능한 시기(1기~2기)가 3개월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는 거예요. 이 시기를 놓치면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를 사용하는데 완치가 매우 어렵습니다.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발생에서 사망까지 1년밖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폐암의 자각증상으로 기침이나 객혈, 흉통, 호흡곤란을 이야기한다. 간혹 폐의 가장 꼭대기 쪽에 암이 발생하면 어깨에 통증이 오기도 한다. 오십견 등 일반적인 관절 질환으로 오해하다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어깨에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는데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가슴 엑스레이를 찍어볼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자각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방문할 때는 이미 수술이 불가능한 3기 이후의 시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이가 쉬운 것도 문제다. 폐암은 주변 장기로 쉽게 전이가 되는데 그중 치료가 어려운 뇌나 뼈에 전이가 되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뇌에 전이가 되면 의식에 문제가 생겨 정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척추 등에 암이 발생하면 신경에까지 영향을 줘 하반신 마비 등이 오기도 한다. 뼈에 발생한 암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상황은 골절이다. 암세포가 자리 잡은 상태에서 골절이 일어나면 뼈가 붙지 않는다. 정상세포가 아닌 까닭이다. 이런 증상들은 환자 삶의 질을 극도로 악화시킨다.
고령자는 1년에 한 번씩 검사받아야
반면 조기발견이 이뤄진다면 예후는 희망적이다. 최근에는 건강상태가 좋으면 90세 이상의 고령에도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제 환자 중에 96세에 폐암수술을 받고 백순 잔치까지 하신 환자분도 있어요. 우리 국민은 대부분 병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사니까 이상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방문하실 것을 권하고 싶어요.”
폐암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가장 권장되는 것은 저선량 CT다. 컴퓨터 단층촬영 장비 중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최소화한 장치다. 노출을 최소화해 방사선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이것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학계에선 55세 이상 인구 중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을 피운 ‘고위험군’에게 우선적으로 매년 촬영을 해보길 권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폐암 발병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고령자라면 1년에 한 번 저선량 CT나 엑스레이 촬영을 통한 검진을 해볼 것을 권했다. 위암을 발견하기 위한 위내시경, 대장암을 찾기 위한 대장내시경처럼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에 저선량 CT를 통한 폐암 검진을 포함시킬지의 여부는 아직 고려 중이다. 폐암에 관한 연구는 긴 시간을 요구하는 특성이 있다.
나이 들면 폐 이상 증상에 예민해져야
폐와 관련한 질환 중 시니어에게 심각한 게 폐암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1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10대 사망원인에 폐 관련 질환만 4가지가 꼽혔다. 폐암, 폐렴, 결핵, 만성폐쇄성폐질환이 그것이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어 호흡기 질환이 쉽게 심각해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벼운 감기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엑스레이를 자주 찍어봐야 합니다.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큰 병이 되는 걸 막아야 합니다. 검사 과정에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행운(?)은 종종 있습니다.”
그 외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암 환자 중 생약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드시는 분이 있는데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체력이 더 떨어지는 원인이 됩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평소에 사먹지 못한 유기농 제품이나 자연산 식재료로 음식을 해드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야채만 먹게 되면 장염을 유발해 되레 건강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고기는 적정량 먹어주면 좋습니다. 간혹 좋은 공기 찾아 산속으로 들어가시는 경우도 있는데, 병원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면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