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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지에서 생긴 일] 한여름밤의 꿈
- 필자 가족이 놀러 간 적이 딱 한 번 있다. 5남2녀로 나는 맏딸이다. 엄청난 식구가 놀러 갈 수 있는 차가 있던 것도 아니고, 버스를 타야만 했다. 그 버스도 하루 다섯 차례 다녔다. 필자의 고향은 괴산이다. 그곳에는 쌍곡, 화양동이 있는 휴가지다. 필자 집은 그 곳에서 십 여리 떨어진 곳에 살았다. 사람이 붐비는 휴가철이 되면, 버스에 사람이 꽉 차서 지나가는 것을 보고도 도시사람들이 놀러 가나보다. 그날이 그날처럼 무심하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해가 서쪽에서 떴다. 필자 가족한테 괴산수력발전소가 있는 개울에 놀러 가자고 아버지가 말했다. 그 곳은 초등학교 때 걸어서 소풍을 갔던 곳이다. 회양목을 서너 그루 캐 가지고 손에, 손에 들고 오던 곳 아닌가. 학교 화단에 심기 위해서다. 필자 형제는 솔직히 아버지가 정신이 어떻게 되었나. 멈칫했다. 꿈은 아니겠지? 자주 놀러 가 본 적이 없어서 우리 가족은 서먹서먹한 기분으로 서로 얼굴을 멀건이 바라보며 별 말 없이 우리 아홉 식구는 버스를 탔다. 내가 고등학생 때 이었으니 막내 동생이 두 살 인가. 상상을 해보라. 두세 살 터울로 일곱 명이 올망졸망 했겠는가. 업고 걸리고 여전 피난행렬 같았다. 비닐봉지도 가방도 없던 시절이다. 보자기에 싸서 간단한 취사도구를 한 가지씩 들고 가는데 여전 거지패가 이동하는 것 같았다. 천신만고 끝에 강가에 다다르자 우리 식구는 강 반대편을 바라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했다. 김총대! 김총대! 아버지는 엽연초조합에 다녔고 그 담배농사 짓는 집 근처로 놀러갔었다. 총대라는 것은 그 동네에서 담배를 농사짓는 사람 중의 대표되는 사람을 호칭하는 것이다. 아무튼 온 식구가 소리를 질러대니 산에 메아리가 울렸다. 그는 우리를 바라보며 작은 배를 저어 마중 나왔다. 각자 자기 집 손님은 그 쥔장이 나와 실어 날랐다. 식구가 다 배에 오르니 배가 기우뚱 거렸다. 우여곡절 후에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개울에 들어가 올갱이를 잡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곳에는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여전 홍합보다 좀 더 큰 말조개라는 것이 지천이다. 형제들은 서로 시새워가며 조개를 주웠다. 누가 더 큰 것을 잡는가. 그 때 아버지는 돌을 쌓아 화덕을 만들었다. 그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불을 지폈다. 집에서 준비해 간 감자를 삐져 넣고 고추와 호박을 넣고 고추장을 풀어 아버지는 고추장감자찌게를 준비했다. 아버지는 소고기 대신 개울에서 잡은 조개를 듬뿍 넣었다. 한소끔 끓인 후 찌개 냄비를 불 옆에 놓았다. 밥을 짓기 위해 쌀을 안쳤다. 뜸까지 다 들인 후 다시 잔불에 감자찌개를 푹 끓였다. 그 구수하고 매콤한 냄새는 지금도 코끝을 맴도는 듯하다. 야외에서는 양념이 많지 않으니 오래 끓이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아버지 월급날에 소고기를 한칼 사오면 무조건 감자찌게를 했다. 그것은 소고기 양보다 좀 더 늘려 먹는 법이다. 고기 첨은 어쩌다가 더러 눈에 띄었다. 우리는 서로 눈치를 보면서 한 숟갈이라도 더 먹으려 했다. 칠 형제이니 밥상에 반찬이 남아나질 않았다. 어쩌다가 용케 걸려 내 입에 들어간 소고기 한 첨은 입에 살살 녹았다. 반찬은 열무겉절이 달랑 하나였으며 냉장고가 없어 끼니때마다 밭에서 뜯어 버무리는 즉석반찬이었다. 거기에 텃밭에서 딴 상추와 쑥갓. 오이와 가지 그게 전부였다. 그 때는 그런 반찬이 싫었는데 나이드니 요즘 내가 여름철에 찾는 반찬은 늙은 오이에 가지, 호박잎만 찾는다. 옛날에 먹던 맛을 용하게 기억하는 내가 참 신기하다. 보리쌀이 넉넉하게 들어간 밥에 감자찌게를 넣고 쓱쓱 섞어 비벼 먹었다. 냄비 바닥을 너무 긁어 바닥이 뚫릴 지경이었다. 두레 반상에 둥글게 옹기종기 앉아 먹었다. 고추장 감자찌개는 여름에 먹는 것이 제격이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버지는 우리 가족을 데리고 여행은 자주 갈 수 없었지만 집에서 고추장감자찌게 만은 자주 끓여 주었다. 휴가지에서 아버지는 우리에게 고추장감자찌게를 끓여 주었고, 개울가에서 우리 가족은 아주 맛나게 먹었다. 40여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아버지가 감자를 씻고, 다듬어 감자찌개를 끓이면 엄마가 한 것보다 더 월등했다. 우리 가족은 그 후 다시 전체가 모이는 가족여행을 가지 못했다. 얼마 후 아버지는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때 보아 두었던 대로 감자찌개를 끓여 보지만 그 시절 아버지의 손맛에는 어림도 없다. 내 손가락은 아버지를 닮아 짤막하게 생겼는데 말이다. 그래서 엄마는 지금도 말한다. 우리 가족이 그 때 괴산발전소로 딱 한 번 놀러 갔었지? 사진도 못 찍었지. 사진기가 흔치 않는 시절이라서 우리 머릿속에만 또렷하게 남아 있다. 휴가철이 돌아오면, 아버지의 고추장감자찌게, 그 손맛이 그립다.
- 2016-06-0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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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지에서 생긴 일] 그때는 왜 그랬을까?
- 30여 년 전 어느 해 7월 하순이었다. 오랜만에 동창 모임을 강에서 갖기로 했다. 서울 근교에도 놀기 좋은 강이 수두룩하지만 한 친구가 “한탄강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부득부득 우겨 할 수 없이 그리로 정했다. 서울 동대문 부근에서 아침 9시에 출발하는 여행사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먹거리는 10여 명이 각자 ‘주특기 요리’로 한 가지씩 준비키로 했다. 필자가 맡은 것은 불고기였다. 여럿이 먹을 것이라 넉넉히 준비해야 하니 무게가 꽤 나갔다. 그때는 스테인리스 통을 사용하던 때라 그릇 무게도 꽤 나갔다. 남편은 친구들과 모처럼 강 놀이 간다고 하니 웬일인지 쉽게 승낙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180도 돌변했다. “애들 밥은 어떡할 거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편의 터무니 없는 ‘만행’을 그냥 좌시할 필자가 아니다. “애들 돌봐주러 아주머니가 온다. 놀러 가서 먹을 것 중 가장 중요한 게 불고기인데, 내가 빠지면 친구들은 풀만 뜯으란 말이냐”고 지극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답변하자 남편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정도의 격렬한 저항은 생각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평소 ‘고집’으로 충만한 남편도 여기 지지 않았다. “가정 있는 여자가 남편도 없이 강가에 가서 종아리를 허옇게 내놓고 노냐”고 계속 반대했다. 출발 시각이 가까워져 오자 못 갈까 초조했다. 그래서 타협안을 제시했다. “작은 애를 데리고 가겠다”고. 그래도 남편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남편의 채택한 신전략은 ‘출근을 안 하고 버티기’. 버스 출발 시각이 9시였기’ 때문이다. 남편의 ‘버티기 전략’ 때문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으나 거기에 굴복할 수도 없었다. 필자가 남편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생각한 건 ‘남편 기만’이었다. 이 전략의 완수를 위해 일단 아까부터 계속 울려 대던 전화부터 받았다. 그리곤 친구들에겐 “지혜 아빠가 데려다준다 하니 너희들끼리 출발해"라고 둘러댔다. 온전히 남편이 안심하게 하려는 밑밥이었다. 그리고 이 밑밥을 남편은 털썩 물었다. 9시 즈음에 출근한 것이다. 필자는 밑밥에 넘어간 남편의 어리석음에 쾌재를 부르며 남편 차가 대문 앞에서 사라지자마자 한 손으론 불고기가 담긴 통을 들고, 다른 손으론 딸의 손을 잡고 ‘초호화 속도’로 냅다 뛰었다. 그리곤 집 앞에서 후다닥 택시를 잡은 뒤 수유동시외버스터미널을 외쳤다. 여행사 버스는 이미 놓쳤기 때문이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필자는 바로 한탄강행 버스에 올랐다. 그때는 휴대전화도 없던 때라 친구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냥 한탄강에 가서 ‘서울서 김 서방 찾기’식으로 뒤지는 수밖에 없었다. 한탄강에 도착한 필자는 골짜기 아래부터 위까지 뒤지는 ‘수색 작전’을 폈다. 문제는 그날 날씨가 30도를 가뿐히 넘었다는 것이다. 그런 데다 소고기를 담은 스테인리스 통은 족히 5㎏은 됐다. 그리고 한 손에 아이 손까지 잡았으니 그 고통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걸 생각하면 억울해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미친 듯 사방을 뒤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천상에서 들리는 소리 같았다. 친구도 “남편이 데려다준다고 했는데 오지 않으니 찾으러 다니던 중”이었다고 했다. 만나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어떻게든 모임에 가지 못하게 한 남편에 대한 분한 마음과 친구들을 만났다는 안도감이 겹쳐 울음이 터진 것이다. 세월이 지난 지금 남편도, 필자도 이 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정말 별일도 아닌데 왜 그랬나”고 둘 다 얘기한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해프닝이 쌓이고 쌓여 필자 부부를 더 단단하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여름날의 전쟁’이기도 했다.
- 2016-05-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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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맛] 향긋한 커리의 맛있는 유혹
- 갖가지 향신료를 넣어 만든 인도 요리를 통틀어 커리(curry)라 한다. 인도는 치매 발생률이 낮은 국가로 잘 알려졌는데, 그 일등 공신으로 커리의 주성분인 강황을 꼽는다. 강황에 들어 있는 커큐민이 뇌 속에 쌓여 있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뇌를 건강하게 하는 향긋한 커리 맛집 ‘나마스테’를 소개한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5월 가족 외식엔 영양 만점 인도 커리 인도에서 시작된 커리는 영국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카레’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해진 음식이다. 채소와 고기를 넣고 뭉근하게 끓여 밥에 얹어 먹는 한국식 카레라이스도 맛있지만, 다양한 재료와 향, 색깔로 입맛을 사로잡는 인도식 커리 맛집을 찾는 이도 늘고 있다. 특히, 중·장년의 치매 예방은 물론 성장기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도 좋아 가족 외식 메뉴로 즐기기에 알맞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인도 커리 전문점 ‘나마스테(NAMASTE, 인도 인사말이기도 함)’는 30여 가지 커리(1만4000원~1만6500원 선)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채소, 닭고기, 양고기, 소고기, 해산물 등 (돼지고기는 들어가지 않는다) 주재료와 향신료 배합에 따라 어른들이 좋아하는 매콤한 커리부터 아이들이 먹기에 부담 없는 달콤한 커리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나마스테에는 커리 외에도 인도 셰프들이 엄선한 현지 식재료로 만드는 애피타이저와 탄두리(tandoori: 화덕에서 구워낸 요리), 디저트 메뉴 등이 있다. 메뉴 고르기가 어렵다면 런치세트나 디너세트를 추천한다. 런치 코스A(1인 1만3200원)는 그린샐러드, 커리(치킨 마크니와 믹스 베지터블 중 택1), 난 또는 밥, 후르츠 라이타(과일 수제 요거트)로 구성된다. 런치 코스B(1인 1만9800원)는 그린 샐러드, 탄두리치킨, 커리(프론 마크니와 팔락 파니르 중 택1), 난(플레인, 갈릭, 버터 중 택1), 밥, 차 또는 커피를 제공한다. 디너에는 애피타이저나 탄두리, 케밥 등이 어우러진 코스(1인 A-2만8000원, B-3만5000원, C-4만5000원)로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인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빨간 벽에 아기자기한 타일 문양이 어우러진 홀(hall)과 짙은 푸른빛 벽지에 금색 무늬가 돋보이는 룸(room)이 대조를 이룬다. 곳곳에 인도의 상징인 코끼리 장식이 놓여 있다. 조명이 살짝 어둡지만 매장 가운데 놓인 촛불이 은은한 분위기를 더한다. 초 밑에는 초 4~5배 정도 길이의 촛농이 쌓여 마치 얼음기둥처럼 보인다. 보통 여러 명이 주문을 하면 다양한 커리를 시켜 나누어 먹는데, 조금씩 덜어서 맛볼 수 있도록 커리 그릇에 숟가락을 꽂아 낸다. 밥 위에 한꺼번에 부어 먹는 카레라이스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커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커리와 함께 먹는 밥은 3종류가 있다. 한국 쌀로 만든 플레인 라이스(2000원), 인도 쌀로 만든 바스마티 라이스(3500원), 그리고 사프란(saffron)을 넣어 만든 사프란 라이스(5500원)이다. 꽃잎을 말려 만든 고급 향신료인 사프란을 넣은 밥은 노란빛을 띠는데 별미로 즐길 만하다. 한국인은 밥이 익숙하지만, 인도에서는 주로 화덕에 구운 부드럽고 납작한 빵인 ‘난(nan)’을 곁들여 먹는다. 커리에 찍어 먹거나, 탄두리 치킨 등을 싸서 먹기도 한다. 나마스테에는 기본 난(2500원)을 비롯해 버터 난(3000원), 갈릭 난(3500원), 치즈 난(6500원), 나마스테 스페셜 난(5500원, 견과류를 넣어 만든 난)을 판매한다. 밥과 난에 잘 어울리는 인기 커리 메뉴는 신선한 토마토, 크림 허브로 만든 치킨 마크니(1만5500원), 매콤한 맛이 일품인 비프 빈달루(1만6500원), 시금치와 쿼티지 치즈가 들어간 팔락 파니르(1만4500원) 등이다. 식후에는 디저트로 인도식 수제 요거트로 만든 라씨(5500원, 플레인·망고·딸기·키위)나 마살라 차이티(5000원, 시나몬·카더멈·우유를 넣고 끓인 차) 등을 즐기면 이색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2길 5 지하1층 (압구정 로데오역 4번 출구·학동사거리 일지아트홀 근처) 문의 02-549-4667 영업시간 11:00~22:00 (연중무휴)
- 2016-05-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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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온뒤 칼럼] 발암물질에 대한 세 가지 오해
-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을 발암물질(carcinogen)로 지정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소시지와 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당장 암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많이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발암물질에 대해 알아봅니다. 발암물질이란 말 그대로 암을 일으키는 물질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산하기관인 국제암연구소(IARC)를 통해 발암물질을 지정합니다. 크게 3가지 그룹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1군(Group 1) 발암물질입니다. 사람에게 확실히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있는 물질입니다. 여기엔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발암물질이 포함됩니다. 현재 118가지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담배와 방사선, 라돈과 석면가루, 벤젠 등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위장 속에 사는 세균인 헬리코박터와 간염바이러스, 햇볕과 공기 오염, 소금에 절인 생선 등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술과 경구피임약, 폐경기 때 처방되는 에스트로겐 호르몬도 1군 발암물질입니다. 이번에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이 추가됐습니다. 1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술입니다. 사람들이 술은 암과 크게 관련이 없다고 믿지만 사실 가장 과소평가된 발암물질입니다. 대부분 암에 술은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담배와 함께 우리 생활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광범위하면서 강력하게 암을 일으키는 게 술이란 점을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두 번째, 2군 A(Group 2A) 발암물질입니다. 흔히 발암 추정물질(probable carcinogen)로 불립니다. 동물에선 증거가 충분하나 사람에겐 부족한 경우입니다. 75가지가 있는데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교대근무와 고온에서 기름으로 튀기는 요리입니다. 이번에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붉은색 살코기가 추가됐습니다. 발암물질에 교대근무와 같은 생활양식이 포함된 것이 재미있습니다. 실제 교대근무는 호르몬 균형의 파괴로 유방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강을 위해 교대근무는 가능한 한 줄이고 꼭 해야 한다면 시계 방향으로 그러니까 ‘오전 → 오후 → 야간’으로 근무하는 게 좋습니다. ‘오전 → 야간 → 오후’의 시계방향 반대로 교대 근무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 2군 B(Group 2B) 발암물질입니다. 흔히 발암 가능 물질(possible carcinogen)로 불립니다. 인간에게 제한적 증거(limited evidence)가 있고 동물에서도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less than sufficient) 경우를 말합니다. 모두 288가지가 있는데 여기엔 놀랍게도 커피와 김치(pickled vegetables in Asia), 코코넛 오일, 스마트폰의 전자파와 자기장이 포함됩니다. 커피가 방광암을 일으키고,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자파가 뇌종양과 백혈병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각종 발암물질을 말씀드렸는데 여러분의 느낌은 어떠하신가요? 복잡한 화학물질뿐 아니라 뜻밖에 발암물질이 아닌 듯한데 발암물질인 것들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발암물질과 관련해 세 가지 오해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발암물질=암 발생’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아닙니다. 발암물질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물질에 노출된 사람과 노출되지 않은 사람이 나이와 직업, 성별 등 다른 요인이 동일하다 가정할 때 암에 더 많이 걸리거나 혹은 더 일찍 발생하면 그것이 바로 발암물질이란 것입니다. 그러니까 발암물질은 확률의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절대 100%가 아닙니다. 즉 A란 물질에 노출됐을 때 암 발생확률이 1%만 올라가도 혹은 1년만 일찍 발생해도 발암물질로 지정된다는 뜻입니다. 담배를 피운다고 모두 암에 걸리진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헬리코박터란 세균을 살펴볼까요? 헬리코박터는 1급 발암물질입니다. 세균이 위장에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에 걸릴 확률이 4배 정도 높습니다. 여기서 4배란 확률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국가암정보센터가 공개한 우리나라 위암 발생률(10만 명당 41.4명) 자료를 토대로 풀어보면 헬리코박터 비감염자는 해마다 대략 인구 1만 명당 1명꼴로 위암이 생기지만 감염자는 1만 명당 4명이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각 1명과 4명이니 발생률은 4배의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4배란 400% 차이입니다. 작은 게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적 비율입니다. 절대적 숫자로 살펴볼까요? 헬리코박터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1만 명 가운데 4명의 위암 환자가 발생했을 뿐입니다. 거꾸로 9996명은 괜찮았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위암은 발생했다 하더라도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합니다. 우리가 발암물질이란 무시무시한 용어로 무장한 헬리코박터에 대해 너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발암물질은 어디까지나 확률의 문제일 뿐 노출이 곧 암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두 번째 오해는 양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것은 발암물질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해물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물에 청산가리를 섞어 마신다면 죽을까요? 반대로 맹물만 마신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청산가리를 섞으면 죽고 맹물을 마시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대답한다면 틀릴 수 있습니다. 양에 관한 문제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청산가리를 섞지만 1pg, 그러니까 10조 분의 1g만 섞는다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청산가리가 치명적인 독극물이지만 분자 수준의 극미량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대부분의 유해물질에 기준치를 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섭취량과 이해득실에 따라 판단해야 요즘 같은 공해환경시대에 유해물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식품을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오해하진 마십시오. 환경오염을 내버려두자는 뜻이 아닙니다.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되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유해물질에까지 강박적으로 건강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는 뜻입니다. 거꾸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맹물만 마셔도 죽을 수 있습니다. 양의 문제입니다. 아무런 미네랄이 섞이지 않은 맹물만 수십 리터를 마신다면 치명적인 저나트륨혈증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발암물질도 마찬가지입니다.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매일 50g 이상 섭취 시 직장암 발생률이 18% 증가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평균 가공육 섭취량은 2013년 국민 영양조사결과 6.0g에 불과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붉은색 살코기를 매일 100g 섭취 시 암 발생률이 17%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평균 62g의 고기만을 먹고 있습니다. 가공육이든 붉은색 살코기든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가공육이나 붉은색 살코기가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적게 먹는 경우 암 발생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발암물질에 대한 세 번째 오해는 발암물질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해득실을 따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1군 발암물질 가운데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이란 약이 있습니다.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면역 억제제입니다. 이 약을 오래 쓰면 암 발생률을 높이므로 발암물질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 약을 쓰지 않으면 수술 후 단 며칠 만에 이식 거부반응으로 숨질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CT와 PET 등 방사선 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1군 발암물질인 방사선을 이용합니다. 검진 목적으로 이들 검사를 자주 받아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내가 증세가 나타날 때 어떤 질병인지 알기 위해서 혹은 수술 후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이들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그게 나의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햄과 소시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하면 적게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만일 내가 정말 햄이나 소시지를 좋아한다면 조금 드시는 것도 무방합니다. 현실적으로 그것 때문에 암에 걸릴 확률은 매우 낮을뿐더러 본질적으로 우리 인생이 단순히 암에 안 걸리고 오래 살기 위한 경기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 2016-03-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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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맛집] 라면을 먹으며
- 김훈의 산문 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추위와 시장기는 서로를 충동질해서 결핍의 고통을 극대화한다. 짙은 김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 콱 쏘는 조미료의 기운이 목구멍을 따라가며 전율을 일으키고, 추위에 꼬인 창자가 녹는다.’ 과장했다고 느낄지라도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라면의 맛을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잘 차린 진수성찬보다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끓인 라면 한 그릇이 더 간절할 때도 있다. 오늘 점심에는 라면을 먹으며 저마다 있을 라면에 얽힌 추억 한 가닥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두 번 먹어도 맛있는 ‘첫번째라면’ 진한 조개 육수를 사용해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특징인 곳이다. 모든 라면 메뉴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수프를 쓰는데 매콤한 향이 침샘을 자극한다. 모든 메뉴에 1000원만 추가하면 라면과 잘 어울리는 멸치아몬드 주먹밥(2개)을 즐길 수 있다(공깃밥으로 선택도 가능). 기본 라면은 조개라면(5000원)이고 그에 올라가는 재료에 따라 새우라면(6000원), 꼬치어묵라면(6000원), 전복라면(8000원) 등으로 나눈다(조개는 모두 들어감). 황태를 우려낸 육수로 맛을 낸 황태라면(5000원)은 인근 회사원들 사이에서 해장라면으로도 잘 알려졌다고 한다. 칼칼한 부대찌개에 라면사리를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김치부대라면(5000원)을 추천한다. 부대찌개 한 그릇 못지않게 들어간 햄과 소시지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낮에는 라면을 찾는 손님이 대부분이지만 해가 지고 나면 모둠 조개찜(3만 원)에 술을 곁들이러 오는 경우가 많다. 조개찜을 다 먹고 나면 남은 육수에 라면사리를 넣어 먹을 것을 권한다. 빨간 국물의 조개라면과는 또 다른 맑은 조개라면의 맛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조개두루치기(2만 원), 조개계란말이(1만 원), 조개 파전(1만5000원) 등 조개를 주재료로 한 안주 메뉴가 준비돼 있다. 주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37 아일렉스상가 지하12호 운영 시간 (평일) 10:00~23:00 (주말/공휴일) 11:00~17:00 문의 02-786-2080 서울식 라멘 ‘한성문고(漢城文庫)’ 2004년 서울 마포구 상수동 극동방송국 옆 작은 골목길에서 시작한 라멘 전문점 ‘하카다분코’의 분점이다. ‘문화의 창고[文庫]’라는 뜻의 ‘하카다분코’가 일본 문화만을 전파하는 것처럼 왜곡되는 점에 아쉬움을 느낀 주인장이 새로운 서울의 문화를 꿈꾸며 서울 가로수길에 ‘한성문고’를 열게 된 것. 한성문고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서울라면(1만 원)은 그가 생각하는 오늘날의 서울을 표현한 라면이라고 한다. 서울라면은 지금의 모습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의 생각을 담아 변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돼지 사골, 닭, 채소, 가다랑어, 고등어를 우려낸 육수에 일반 라면보다 굵은 면을 사용하고 있다. 고명으로는 돼지고기 장조림, 챠슈, 청경채와 대파가 올라간다. 한성문고와 하카다분코 두 곳 모두 판매하고 있는 인(印)라멘(8000원)과 한(漢)라멘(1만 원)은 2일 동안 우려낸 돼지 뼈 육수를 사용해 걸쭉하고 진한 맛을 낸다. 한성문고의 라면은 간이 살짝 짜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싱겁게 먹기를 원하면 주문을 할 때 미리 말해 두는 것이 좋다. 육수 기름의 양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 취향에 따라 많게 또는 적게 주문한다. 단, 기름을 너무 많이 빼면 특유의 풍미도 감소한다는 점을 유의해야겠다. 두꺼운 면을 사용하는 서울라면과 한라멘은 익힘 정도도 고를 수 있는데, 조금 덜 익혀 먹을 것을 권한다. 조금 느끼하다고 생각한다면 다진 마늘을 넣어 먹을 것을 추천한다. 처음부터 마늘을 넣어 먹으면 국물 본연의 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맛을 보다가 첨가하는 것이 좋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통마늘을 도구를 사용해 즉석에서 다져 넣기 때문에 마늘의 향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 그릇에 마늘 2~3알 정도면 적당하다.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2-3, 2층 운영 시간 11:30~22:30 문의 02-543-7901 라면 장인의 손맛 ‘이재현 55번지라면’ 서울 종로구 화동 55-1번지에 있는 ‘이재현 55번지라면’. 삼청동 골목의 한옥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 있는 맛집이다. 이재현 셰프가 다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시킨 육수와 양념장으로 인스턴트 라면이 따라올 수 없는 풍미를 자랑한다. 모든 라면에 사용되는 육수는 소뼈를 고아 만든다. 일반적으로는 뽀얗게 우러난 사골 육수를 사용하는 것이 맛있으리라 생각하겠지만, 실제 사용하는 육수는 맑은 편이다. 너무 진한 육수를 사용하면 점성이 강해 오히려 텁텁하기 때문에 적절히 우러난 맑은 육수를 사용해야 그 맛이 깔끔해진다고 한다. 육수 농도를 맞추기 위해 계속 펄펄 끓이는 것이 아니라 불 조절을 해가며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오징어, 바지락, 새우, 버섯과 각종 야채로 맛을 낸 오짬라면(7700원)은 특유의 쫄깃한 오징어와 얼큰한 국물 맛으로 인기다. 이보다 덜 맵고 하얀 국물의 55백뽕(8800원)과 더 맵게 끓여낸 맵다면(8800원)도 있으니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된장을 기본으로 한 소스에 시래기와 두부 등이 들어간 토장라면(7700원)은 들깻가루와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그 외에 육개라면(8800원), 부대라면(8800원), 순두부라면(7700원), 불고기라면(9900원)도 제대로 만든 육개장, 부대찌개, 순두부찌개, 뚝배기 불고기를 먹는 것처럼 깊은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면을 먹고 공깃밥을 시켜 남은 국물에 말아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라면을 끓이는 시간은 5분 내외이지만 각각의 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 소뼈 육수를 사용해 불고기 양념을 재는 등 세심한 노력이 깊은 맛을 내는 노하우라 할 수 있겠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기름지고 자극적인 봉지라면 대신 건강한 재료로 담백한 맛을 낸 55번지라면이 어떤가. 된장으로 맛을 낸 토장라면이나 달달한 소고기가 넉넉하게 들어간 불고기라면은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다. 주소 서울 종로구 화동 55-1 운영 시간 11:00~21:00 문의 02-722-2997
- 2015-12-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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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맛집] 시린 몸과 마음을 데우는 국밥 한 그릇
- 날씨가 쌀쌀할수록 국밥의 풍미는 더해간다. 몸이 차면 뜨끈한 국물이 더욱 반가울 테니 말이다. 칼바람이 불더라도 국밥만큼은 식당에서 사 먹는 것이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큼지막한 솥에 갖은 재료들을 팍팍 넣어 오래 푹푹 끓여야 제맛이 우러나는데, 집에 있는 작은 냄비 정도로는 그 농염한 맛을 따라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뜨거운 국물에 더운밥을 말면 뜨끈함이 배가된다. 이렇게 내놓는 것이 국밥의 정석이라 하겠다. 요즘은 따로국밥이라 하여 국과 밥을 따로 먹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후후 불어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내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을 때의 시원함은 그 육수보다 매력적이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해장술을 부르는 ‘시골집’ 술을 마신 다음 날 식사로 해장을 하며 곁들이는 술을 흔히들 ‘해장술’이라고 한다. 사실상 건강에는 좋지 않다고 하지만 주당들에겐 그만한 해장이 또 없다. 그렇다고 커피 마시듯 술만 들이켜는 것이 아니니 그에 맞는 식사도 중요하겠다. 해장술의 맛을 아는 이들에게 속도 든든하게 채워주고 안주로도 손색없는 ‘시골집’의 ‘시골장터국밥’을 추천한다. 숙취 해소 효과가 있는 선지를 듬뿍 넣고 사태와 파, 무 등을 곁들여 얼큰하게 끓여낸 옛날식 소고기장터국밥이다. 국물이 약간 걸쭉하면서 간이 센 편이기 때문에 안주로 즐겨 찾는 손님들이 많다. 그런 이들을 위해 ‘술국’이라는 메뉴를 따로 파는데, 실제로는 시골장터국밥과 똑같고 공깃밥만 없는 것이다. 가격도 딱 공깃밥만큼 1000원 차이다. (시골장터국밥 8000원, 술국 7000원) 저녁시간이 되면 시골집은 밥집보다는 술집에 가까워진다. 저녁 6시 이후에만 판매하는 전 메뉴를 비롯해 석쇠불고기, 육회, 안동사발문어, 홍어무침 등 다양한 안주에 술자리를 즐기러 오는 이들로 까딱하면 줄을 서야 한다. 이곳이 술을 부르는 이유는 맛좋은 음식에도 있지만 시골집이라는 이름처럼 구수하고 편안한 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가운데 마당을 두고 있는 한옥 구조가 정취를 더하고, 식당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솥에서 펄펄 끓고 있는 국물이 침샘을 자극한다.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2가 12-1 영업시간 11:30~22:00 (일요일 21시까지) 문의 02-734-0525 ◇삼삼한 손맛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밥풀꽃’이라는 이름 때문일까? 날로 바뀌는 홍대의 맛집들 속에서도 10년째 같은 자리에서 며느리처럼 지조 있는 맛을 내는 곳이다. 대구에서 10여 년간 식당을 운영했던 주인장이 깊은 손맛으로 매일 변함없이 국밥을 끓이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동안 써온 뚝배기 그릇을 대신해 현대식 옹기그릇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맛만큼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하다. 팔기 위한 국밥이 아닌 내 자식을 먹일 밥상을 차린다는 마음이 그 비결이다. 국밥 사진을 찍으려 하자 주인장은 “그저 내 집에서 먹는다 생각하고 하기 때문에 예쁘게 담고 꾸밀 줄은 몰라요. 보기엔 투박해도 정성을 다했으니 한번 드셔 보세요”라며 새색시처럼 수줍게 국밥을 내밀었다. 모양새는 꾸밈없음 그 자체였다. 맛 역시 삼삼한 간에 평범한 재료들이 들어가 특별하지는 않지만 먹는 내내 입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극적인 맛과 재료로 이목을 끄는 여느 맛집과는 다른 수수한 매력이 느껴지는 곳이다. 상상 그 이상의 맛은 아닐지라도 가장 이상적인 국밥 맛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국밥은 다섯 가지가 있다. 비슷해 보일지라도 소고기무국밥(맑은 국)에는 양지 육수를, 소고기국밥(얼큰한 국)과 소고기미역국밥에는 양지와 사태 육수를, 시래기국밥과 김치국밥에는 맑은 멸치 육수를 사용한다. 시래기국밥에는 들깻가루를 약간 넣어 구수한 맛을 더했다. 다른 네 종류의 국밥과는 다르게 김치국밥만은 국과 밥을 함께 끓여 내고 담는 그릇도 뚝배기를 사용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야 더 맛있으니까. 밥의 풀기가 더해져 살짝 걸쭉해진 국물이 허기진 속을 더욱 든든하게 채워주었다. 계란을 풀어먹는 손님들이 있어 날계란이 함께 나오지만 주인장은 그대로 먹는 것을 권한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5길 38 영업시간 11:00~23:00 (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 휴무) 문의 02-332-2479 가격 소고기무국밥 9000원, 소고기국밥·소고기미역국밥·김치국밥 7000원, 시래기국밥 6000원, 오늘의 밥상 3만2000원(2人) ◇쌈 싸먹는 나주국밥 ‘삼태기’ 국밥을 먹을 때면 젓가락보다는 숟가락이 바삐 움직이겠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젓가락이 할 일이 더 많다. 바로 쌈을 싸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쌈이라 하면, 상추쌈 정도를 떠올리겠지만 이곳에서는 김이 주인공이다. 식당에서 소개하는 방법대로 하자면, 먼저 김 위에 무말랭이무침을 올리고 그 위에 콩나물파절이와 국밥에 들어 있는 고기를 차례로 얹은 뒤 김으로 잘 싸서 먹으면 된다. 지방이 적은 소 앞다리 부위를 사용해 고기 맛이 담백한데, 국물이 맑아 일반 국밥처럼 말아먹게 되면 조금 심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방법대로 쌈을 싸먹으면 다양한 식감을 느낄 수 있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개하는 방법에는 반찬으로 나오는 신김치를 쌈에 넣지는 않지만 취향에 따라 함께 즐겨보아도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간단하게 국밥 한 그릇 먹으러 가서 귀찮게 쌈을 싸먹겠나 싶을 수 있어도 먹다 보면 중독되는 그 묘미에 손놀림이 분주해질 것이다. 쉽게 손을 뗄 수 없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국밥에 들어간 고기의 양이 꽤 푸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공깃밥을 반 정도만 채운다. 양이 부족하더라도 공깃밥 추가는 공짜라 부담 없다. ‘삼태기’ 1호점은 여의도역 인근에 있는데 올해 KBS별관 근처에 2호점을 열었다. 그 기념으로 올 한 해 동안 2호점에서는 1호점보다 2000원 더 저렴하게 나주국밥을 판매하고 있다(1호점 1만원, 2호점 8000원). 두 곳은 저녁메뉴에도 차이가 있다. 1호점은 삼겹살을, 2호점은 무쌈, 깻잎, 파채를 곁들여 쌈 싸먹는 냄비수육을 판매하고 있으니 취향에 따라 구분해 가보는 것이 좋겠다. 주소 (1호점)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08 아일렉스상가 2층 (2호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45-19 서린빌딩 2층 영업시간 (1호점) 11:00~22:30 (2호점) 10:00~22:00/ 일요일, 공휴일 휴무 문의 (1호점) 02-786-4579 (2호점) 02-761-5957
- 2015-11-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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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맛집] 터키 맛의 진수 ‘케르반’
- 중국, 프랑스와 함께 세계 3대 음식으로 꼽히는 터키 요리. 그 명성에 비해 터키의 맛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터키’ 하면 케밥만 떠올리는 이들에게 터키의 맛을 제대로 각인시켜줄 맛집 케르반을 소개한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이국적인 음식점들로 가득한 서울 이태원 거리를 거닐다 보면 유독 케밥(Kebob)집이 눈에 자주 띈다. 대부분이 얇은 빵으로 고기와 야채를 감싼 모양을 케밥의 전형이라 생각하지만 실제 케밥은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운 고기’라는 뜻이다. 그래서 굽는 고기와 속 재료에 따라 그 가짓수가 수백 가지에 이를 만큼 다양하다. 케밥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종류가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터키요리의 특징이다. 이런 터키음식을 정통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케르반(Kervan)이다. 터키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지 않은 한국인들을 위해 2011년 터키 현지인 오너와 셰프가 함께 문을 연 케르반은 터키에 있는 여느 식당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한 음식 맛을 자부한다. 실제 케르반을 방문하는 터키인들 사이에서도 ‘터키에서 먹던 것보다 더 맛있다’고 소문이 났을 정도다. 그들이 케르반을 인정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엄격하기로 잘 알려진 할랄(halal: 무슬림에게 종교적으로 허용되는 식재료 종류와 생산형태를 지킨 식품) 인증을 국내 최초로 받은 곳이기 때문이다. 할랄 규정에 맞게 돼지고기와 주류는 일절 판매하지 않고, 음식을 조리 할 때도 알코올 성분을 전혀 넣지 않는다. 모든 메뉴의 조리방법이나 맛을 내는 데 있어서는 한국적인 것을 가미하거나 한국 스타일로 변형하지 않고 터키 정통방식을 고수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향신료를 강하게 쓰지 않기 때문에 굳이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만들지 않아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가장 터키다운 맛으로 승부를 거는 만큼 그 내공을 아는 이들은 케르반의 고집스러운 맛에 찬사를 표한다. 한국인이 공깃밥을 먹듯 터키인들은 라바쉬를 찾는다. 케르반에서는 주문 즉시 반죽을 해 화덕에 구워 낸 쫄깃하고 따끈한 라바쉬를 맛볼 수 있다. 그 크기가 성인 머리 크기만 하지만 다양한 요리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실제 터키인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한 사람당 라바쉬 하나쯤은 거뜬하게 먹는다. 케르반 케밥 메뉴의 경우 사용하는 고기와 소스 등에 따라 요구르트양념 치킨 케밥(2만1000원), 소고기 쉬시 케밥(2만5000원), 양갈비 쿠주 피르졸라(3만9000원) 등 15가지가 넘는다. 케밥을 먹을 땐 토마토, 오이, 고추, 파슬리 등을 작게 썰어 버무린 초반 샐러드(9500원)와 함께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그 맛이 깔끔하고 시원해 입맛을 돋우고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터키식 피자 피데(pide)도 한국인 고객들이 즐겨 찾는 메뉴 중 하나다. 도우 끝이 도톰한 미국식 피자나 얇은 도우가 특징인 이탈리아 피자와는 또 다른 맛을 느껴볼 수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 중 어느 쪽에 가까운 맛이냐는 질문에 그들은 “어느 쪽에도 가까운 맛이 아니다. 오직 터키의 맛이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직 그들이 말하는 ‘터키의 맛’을 느껴본 적이 없다면 케르반을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케르반 베이커리 케르반에서 푸짐하게 식사를 즐겼다면 치명적 달콤함으로 혀끝을 감동시킬 터키 디저트를 맛보러 가자. 케르반 레스토랑에서 5분 남짓 거리에 있는 ‘케르반 베이커리’는 터키 출신 파티시에가 만드는 정통 터키식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다. 케르반 베이커리 역시 레스토랑과 마찬가지로 모든 디저트 메뉴는 할랄의 원칙에 따른다.앙증맞은 모양에 비해 어마어마한 단맛을 내는 당도 최강 디저트 ‘터키쉬 딜라이트’와 피스타치오에 달콤한 시럽이 어우러진 ‘바클라와’를 비롯해 얼핏 우리나라 옛날 빵집에서 본 듯 소박한 생김새의 디저트들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주소 (레스토랑)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90 2층 (베이커리)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04 영업시간 (레스토랑)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 런치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30분 (베이커리) 오전 10시~익일 새벽 1시 주차 발레파킹 가능, 요금 3000원 문의 (레스토랑) 02-792-4767 (베이커리) 02-790-5585
- 2015-07-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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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색섭생] 건강 걱정 달고 사는 신중년, 검정이 답이다
- 과거 검정색을 띤 음식은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블랙올리브를 비롯해 캐비아, 오징어 먹물, 흑마늘 등이 한층 더 고급스럽고 유익한 식재료로 사랑받고 있다. 이러한 식품들은 항산화, 콜레스테롤 저하, 암과 궤양 예방에 탁월한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다. 빈틈없이 까만 그 모습만큼 우리 몸에 좋은 영양성분으로 꽉 찬 블랙푸드. 아무리 몸에 좋다 하더라도 캐비아를 달고 살 수는 없으니, 좀 더 쉽고 가볍게 맛볼 수 있는 블랙푸드를 소개한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블랙푸드에는 검은콩, 검은깨, 검은 쌀, 김, 미역, 초콜릿, 목이버섯, 수박씨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접할 수 있고, 다양한 요리에 접목 가능한 검은콩, 검은깨, 검은 쌀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겠다. 검은콩은 주로 밥에 넣어 먹거나 콩자반을 해먹는 등 우리 식탁에서 친숙한 식재료로 잘 알려져 있다. 흔히 먹던 대로 먹어도 좋지만, 검은콩을 볶아 물에 끓여보면 마치 원두커피처럼 진한 검정색을 띠게 된다. 이렇게 차로 마시면 피가 맑아지고 혈관에 탄력이 생겨 기미, 주근깨를 완화해 깨끗한 피부를 가꿀 수 있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두부나 콩고기 등으로 단백질 섭취를 하게 되는데, 이럴 때 흑두부나 검은콩고기를 먹게 되면 골다공증, 자궁암, 전립선 예방에 효과적인 이소플라본 성분을 섭취할 수 있어 유익하다. 과거 흰쌀밥을 먹는다는 것이 부유함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다면, 요즘은 검은 쌀밥을 먹는 것이 건강함의 상징이 될 수 있겠다. 검은 쌀은 흰쌀보다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의 함유량이 높다. 특히 안토시아닌과 미네랄이 풍부해 항산화 기능과 노화 방지에 탁월하기 때문에 그동안 흰쌀을 선호했던 신중년이라면 검은 쌀도 조금씩 섞어 먹어볼 것을 권한다. 검은 쌀로 밥을 지을 때는 쌀을 불린 물에도 영양분이 녹아 있어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 것이 좋다. 검은깨 역시 일반 깨에 비해 레시틴 함유량이 높아 기억력, 집중력 등 뇌 기능 향상에 도움이 돼 성장기 어린이나 치매환자에게 좋은 식품이다. 레시틴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조절하고 지방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데, 특히 정신노동으로 뇌의 레시틴을 많이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검은깨를 활용한 흑임자죽은 아침식사 대용으로 안성맞춤이다. ▲ 검은깨를 입힌 연어 타다키 DHA 성분이 풍부해 인지력 향상과 치매에 좋은 연어에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주는 검은깨를 입힌 요리다. 한마디로 머리에 좋은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타다키는 재료의 겉면만 살짝 익혀낸 요리로 연어를 대신해 참치 타다키나 소고기 타다키로 즐겨도 좋다. ▲ 검은콩&블랙올리브 샐러드 여름의 시작 6월, 검은콩을 좀 더 시원하고 상큼하게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먹기 좋게 삶아낸 검은콩을 차게 식힌 후, 평소 좋아하는 과일, 채소, 아몬드 등을 넣어 함께 버무린다. 여기에 올리브 오일 드레싱과 블랙올리브를 함께 곁들이면 더 알차게 건강을 챙길 수 있다. ▲ 고소하고 든든한 블랙라떼 요즘은 검은콩 우유, 검은깨 두유 등 블랙푸드를 활용한 음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 우유나 두유에 비해 더 고소한 맛이 나지만 실제 블랙푸드의 함량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직접 우유나 두유에 검은콩, 검은깨 등을 풍부하게 넣고 꿀을 한 스푼 넣어 갈아 마셔보자. 진하고 걸쭉한 블랙라떼 한 잔은 한 끼 식사대용으로도 그만이다. 검은콩, 서리태, 쥐눈이콩? 일반적인 검은콩은 겉은 까맣고 속은 노랗다. 검은콩 종류 중 하나인 서리태는 껍질은 검은색이지만 속이 파랗다고 하여 ‘속청’이라고도 부른다. 서리를 맞아가며 자란다 하여 ‘서리태’라는 명칭이 붙었다. 부드럽고 단맛이 나 주로 밥이나 떡에 넣어 먹는다. ‘약콩’이라고도 알려진 쥐눈이콩(서목태)은 주로 약용으로 많이 쓰인다. 서리태보다 크기가 작고 동글동글해 쥐눈을 닮았다 하여 ‘쥐눈이콩’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특히 당뇨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며 서리태처럼 밥이나 음식에 활용해 먹는 이들이 늘고 있다.
- 2015-06-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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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맛집] 상견례를 위한 청담동 마님의 선택
- 일생일대 그르치면 안 되는 일 중 하나인 상견례. 두 가족이 소중한 연을 맺는 자리인 만큼 장소 선정 또한 중요하다. 조심스러운 대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줄 인테리어와 입을 즐겁게 해주는 음식의 조화는 필수! 장소 섭외에 실패한다면 “누가 예약했냐”며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성공적인 상견례를 이끄는 프라이빗 룸과 품격 있는 코스요리를 겸비한 청담동 레스토랑 두 곳을 소개한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 도심 속 작은 유럽 LUKA 511 서울의 명품거리 청담동에서 유독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중세 유럽풍의 외관 인테리어와 파릇파릇한 정원이 어우러진 ‘루카511’이다. 그리스 신전 기둥을 옮겨놓은 듯한 레스토랑 입구를 지나면 유럽의 노천카페를 연상시키는 오픈 키친과 테이블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담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레스토랑 건물이 있다. 실제 웨딩을 진행할 수 있는 루카511 본관을 비롯해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 등 다채로운 공간은 돌, 환갑, 칠순 등과 같은 가족모임과 격조 높은 소규모 상견례, 하우스웨딩, 연회 등 다양한 행사에 활용되고 있다. 루카511에서는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한 연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파티플래너가 기획하는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5월이면 결혼식을 진행하고자 방문하는 고객들뿐만 아니라 상견례를 위해 찾는 고객이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상견례는 한정식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양식 코스요리를 맛보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루카511을 방문하는 상견례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상견례로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는 레스토랑 1층 폐백실(최대 14명, 본관 웨딩 행사 때는 폐백실로 사용)과 2층 A룸(최대 16명)을 추천한다. 이외에도 1층 C룸(최대 8명), 2층 B룸(최대 10명)도 사용 가능하며 예약 인원에 따라 테이블 세팅이 변경된다. 예약을 하면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야외 테이블을 제외한 프라이빗룸은 층별로 2곳이기 때문에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상견례를 치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루카511은 상견례 예약 고객을 위한 특별한 상견례 코스를 제공한다. 상견례 코스는 메뉴 구성에 따라 9만5000원, 13만5000원, 16만원이며 가장 호응이 좋은 것은 9만5000원대의 상견례 런치코스다. 메뉴는 ‘쌀을 갈아서 만든 흑임자 치타레 수프’, ‘소고기와 부추, 숙주로 속을 채운 농어 어만두’, ‘마늘 칩과 참송이를 곁들인 레드 와인소스의 최상급 한우 1++ 안심스테이크 또는 등심스테이크’, ‘루카 파티쉐의 특선 디저트와 셔벗’ 등으로 구성된다. 루카511만의 고급 프렌치 메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안나수이와 작가 디팩초프라를 비롯해 국내 배우 김혜수와 최민식 등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봄기운이 완연한 5월이면 상견례뿐만 아니라 청담동이 한눈에 보이는 테라스에서 브런치 또는 애프터눈 티와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 찾는 고객도 늘어난다. 특히 2층 테라스 테이블은 연인들의 프러포즈 공간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 청담동 명품거리의 프라다와 롤스로이스 매장 사이 골목 정면에 위치해 있다. 주차장은 본관에 있으나 별관(레스토랑)으로 오더라도 발레파킹이 가능하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115-14번지 루카511레스토랑 영업시간 브런치 09:00~11:00, 런치 11:30~15:30, 애프터눈 티(예약제) 14:00~17:00, 디너 17:30~23:00(라스트 오더 21:30), 브레이크 타임 없음/ 연중무휴 주차 발레파킹 가능, 발레파킹 요금 3000원 ◇ 모던한 공간과 한식의 조화 애류헌 애류헌(Erewhon)은 nowhere(어디에도 없는)라는 단어의 애너그램이며, ‘따뜻한 정이 흐르는 집(愛流軒)’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한자와 알파벳이 조화를 이룬 것처럼 한정식과 모던한 인테리어가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메뉴 또한 음식은 한식이면서도 이국적인 플레이팅을 선보여 다채로운 맛과 멋을 함께 느끼게 한다. 코스는 ‘감사’(4만8000원), ‘행복’(6만4000원), ‘우정’(8만3000원), ‘사랑’(11만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상견례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행복’이다. 상견례에 적합한 프라이빗 룸은 8인 룸 3개, 12인 룸 1개가 있으며 4인 룸 2개와 최대 30명까지 수용하는 테라스 룸이 1개 있다. 단체 테라스 룸은 돌이나 환갑 등과 같은 행사에도 사용 가능하다. ‘행복’은 ‘산채더덕’, ‘계절회와 참치’, ‘웰빙육회’, ‘한우떡갈비구이’, ‘즉석 약탕기 곤드레 밥’ 등 15가지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애류헌의 모든 코스 마지막에는 ‘즉석 약탕기 곤드레 밥’과 ‘강된장과 광주리정찬’ 메뉴가 나온다. 특별 주문 제작한 약탕기에 지은 곤드레 밥은 한식 특유의 넉넉함과 구수한 맛으로 식사 끝에 기분 좋은 여운을 선사한다. ※ 청담동 명품거리의 구찌 매장과 리마리에웨딩 사이 골목에서 한 블록 지나 우회전하여 올라가면 찾을 수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96-6 영업시간 11:30~22:00, 브레이크 타임 15:00~17:30, 명절 전날/당일 휴점 주차 발레파킹 가능
- 2015-05-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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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④] 불운이 앗아간 10년, 뜨거운 가슴으로 찾다
- 금융권 생활 20년, 돈 냄새를 누구보다 잘 맡는 사람이 있다. 퇴직 후 10년, 불운의 연속으로 실패에 쓴 맛을 본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NGO단체 (사)러브 월드에서 삶의 보람을 찾고 있는 박근배 사무국장이다. 그는 자신을 한때 ‘잘 나갔던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표했했다. 그러나 전혀 거만하거나 거북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높은 곳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본 경험도, 바닥에서 헤메던 경험도 있던 사람의 여유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은행연합회에서의 20년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끼거나 후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시절이 내 삶에서 가장 화려한 날이라고 표현 할 뿐이다. ◇ 잃어버린 10년 지지리도 운이 없었다. 박씨의 퇴직 후 10년은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릴 것이다. 지난 10년 간 3차례의 사업에서 실패해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탓이다. 2003년 은행연합회에서 나온 후 그가 도전한 첫 사업은 골프연습장. 골프마니아다운 야심찬 행보였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골프 프로 티칭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었지만, 경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골프 연습장은 얼마 되지 않아 폐업을 하게 된다. 씁쓸한 결과였다. 가장 운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사업이다. 2007년 그가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수고기 수입 사업이었다. 소고기 수입 회사의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전국적으로 촛불시위가 확산됐다. 박씨에게는 악재였다. 대한민국 사람 그 누구도 수입 소고기에 눈을 돌리는 사람이 없었다. 2007년을 회상하며 말을 이어나가던 박씨의 얼굴에 허탈한 미소가 번졌다. 그 모습에 기자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태국 골프투어회사 경영은 불운의 마침표였다. 그가 태국에서 골프투어회사를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태국은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시위는 과열양상을 보이나 싶더니 이윽고 유혈사태까지 벌어져 한국발 태국행 비행기는 파리만 날리게 됐다. 태국을 찾던 관광객들은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부푼 꿈을 안고 찾은 태국도 그에게 재기의 발판이 되지는 못했다. 그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이었다. 은행연합회에 재직하면서 모은 돈도 모두 날려버렸다.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들이었다. 오직 신앙에 의존해 극복 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수년이 흘렀다. 그때는 절망의 기운으로 몸서리쳤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값진 경험이 됐다. “‘아 이게 하느님의 뜻인가’하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러면서 깨달았죠. 나이가 들고 이 세상을 뜨면 가지고 가지도 못할 돈. 이것을 쫓는 것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 주는 것? 얻는 것이 더 많은 NGO 활동 박씨에게 3번의 쓰디쓴 실패 경험은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만들어줬다. 그중에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자문도 있었다. 그 심오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지난해 필리핀에서 얻을 수 있었다. 그가 찾은 그곳의 여름은 태풍 하이옌 피해로 아수라장이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얽히고설킨 집단 이재민 수용소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그 처참한 광경을 보고 다짐했다. 이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미래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말이다. 박씨는 다짐을 실천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그 활동 범위 또한 국내·외를 넘나들었다. 국내에서도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족들이 한국어 교육과 건강 검진까지 받을 수 있는 토털 케어 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자원 봉사의 현장에서 봉사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활기를 찾고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볼 때 덩달아서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NGO 활동의 매력이라고 그는 얘기한다. 박씨가 NGO 활동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베푸는 것만으로 보람을 느꼈다면 결코 이 일을 오래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봉사와 온정이 전해지는 현장에서 삶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 배울 수 있는 것. 살아가는 힘과 원동력을 얻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박씨가 손을 놓지 않는 이유다. 자신의 힘을 보태고자 날아간 필리핀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보탠 힘보다, 더 많은 힘을 얻어 돌아왔다고 말한다. “동남아 봉사활동을 가면 오히려 배우는 것이 더 많습니다. 항상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어야 감사할 줄 알았던 저였는데 그것이 행복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동남아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과 넉넉하진 않아도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모습. 이것을 보면서 진짜 행복함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배우게 됐습니다.” ◇ 영혼이 즐거워야 인생이 행복하죠 “제가 러브 월드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저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는 거예요. 이것으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저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죠. 또 나로 인해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달은 후에는 영혼이 즐거워집니다. 이게 바로 행복한 인생인가 봅니다.” 박씨는 행복은 영혼의 즐거움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게 돈은 이제 전혀 보람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적어도 금융권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쌓여가는 통장의 잔액이 보람의 척도이자 행복의 척도였지만 말이다. 그가 영혼을 즐겁게 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NGO 활동. 삶의 보람을 찾은 덕분인지 몇 년 전까지 실패의 구렁텅이에서 허덕인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밝고 패기가 넘친다. 그가 보람 있는 인생 후반전을 살고자 하는 신중년들에게 하는 조언이 있다. 첫째, 자신을 위한 삶을 살라는 것이다. 그 동안 가정을 위해 너무 많은 부담을 짊어지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보람된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그에게는 NGO 활동이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무엇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예전의 지위나 기억들을 내려놓는 것이다. 퇴직 이 후는 그야말로 인생 후반전이자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잘 나갔던’ 때를 기억하며 상대방이 그때의 지위로 생각해주고, 행동해 주길 바란다면 보람 있는 일을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거란 것이다. 인생 후반전을 행복하게 살고 있는 박씨. 그가 러브월드 활동을 하면서 생긴 철학이 있다. 항상 가슴과 머리에 새겨 놓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죽을 때 가져가는 것은 오로지 육신뿐. 보람 있는 삶을 살아 멋진 이름 남겨놓고 가자.’
- 2014-11-24 0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