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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적인 영상미가 돋보이는 넷플릭스 영화
- 머릿속에 제목을 떠올리면 줄거리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더라도 특정 색깔이나 톤, 분위기 같은 부수적인 요소들이 곧바로 연상되는 영화가 있다. 미장센이 잘 표현된 작품이 주로 그렇다. 이런 영화는 러닝타임이 끝나고도 여운이 남고,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관람한 것 같은 시각적 충만함을 준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문화 충전이 필요한 독자를 위해 수려한 미장센으로 영상미가 극대화된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대부호 ‘마담 D’(틸타 스윈튼)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머무른 후 의문의 살인을 당하고, 그녀의 유산인 ‘사과를 든 소년’ 그림을 호텔 지배인이자 연인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스)가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촌극을 그린다. ‘미장센의 장인’이라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강렬한 분홍빛 색감과 정확히 계산된 구도, 아기자기한 소품 등 영상미가 돋보인다. 다층의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시대가 변할 때마다 화면 비율도 함께 바뀌어 시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하며, 환상적인 호텔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소동을 통해 영광의 순간을 누렸던 시대의 몰락을 극적으로 담아낸다.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면, 앤더슨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문라이즈 킹덤’도 볼 만하다. 2.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7) 디즈니월드 건너편에 위치한 임시 주거지 ‘매직캐슬’에서 불안정하게 살아가는 미혼모 ‘핼리’(브리아 비나이트)와 딸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의 시선을 담담하게 그린다. 디즈니월드의 화려함 속에 가려진 소외 계층의 암울한 현실을 ‘매직캐슬’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역설적으로 풀어낸다. 무니의 삶은 얼핏 보면 한 편의 동화 같다. 연보랏빛 건물과 그 위를 수놓은 무지개는 동심을 나타내는 것 같고, 디즈니랜드는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러나 길 한 번만 건너면 도착하는 디즈니랜드는 영영 갈 수 없고, 밥값을 위해 가짜 디즈니랜드 표를 구해 사기를 치며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는 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의 이면을 밝은 톤으로 찬란하게 묘사한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영상미로 극대화한 작품이다. 3. 쉘부르의 우산 (The Umbrellas of Cherbourg, 1964) 1957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 항구도시 쉘부르에서 우산 가게 일을 하는 아가씨 ‘쥬느비에브’(까뜨린느 드뇌브)와 자동차 수리공 ‘기’(니노 카스텔누오보)의 애틋하고 달콤한 사랑을 그린 뮤지컬 영화다. 프랑스 누벨바그 세대를 대표하는 자끄 드미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 ‘라라랜드’에 큰 영향을 줄 만큼 뮤지컬 영화계의 고전이자 수작으로 꼽힌다.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파스텔 색감의 배경과 의상과 소품 등이 까드린느 드뇌브의 인형 같은 미모와 만나 환상적인 합을 이루고, 대사 없이 오직 노래로만 극을 진행하는 송스루 형식을 취해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한다. 몇십 년 전이었다면 주인공들의 스타일링이 다소 촌스럽다고 느꼈겠지만, 돌고 도는 유행에 지금은 오히려 따라 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 2021-0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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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겨울 따뜻하게 채워줄 1월의 문화 소식
- ● Exhibition ◇Hullo Hullo Following on: 로즈 와일리 일정 3월 28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934년생 80대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의 세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 한국에서 열린다. 어린 시절부터 화가를 꿈꾼 로즈 와일리는 결혼을 하며 꿈을 접고 40대에 들어서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그녀는 당시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매일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76세의 나이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주목을 받으며 신예 작가로 떠올랐다. 현재는 세계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전속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로즈 와일리의 열정적인 미술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회화, 드로잉, 설치미술을 포함한 원화 150여 점을 단독으로 선보인다.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VIP룸에서 전시했던 희귀작뿐 아니라,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를 그린 작품까지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로즈 와일리의 작품은 일상 속 순간이나 영화의 한 장면같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을 소재로 한다. 어느덧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그녀의 천진난만한 예술세계는 회색빛으로 물든 우리네 일상에 긍정의 힘을 전파한다. ● Book ◇클로리스 (라이 커티스 저·시공사)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아 산속에서 길을 잃은 70대 노인 클로리스와 그녀를 찾는 구조대원 루이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인물과 삶에 대한 독창적인 통찰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미국 주식으로 은퇴하기 (최철 저·황금부엉이) 유튜브 채널 ‘미주은’이 알려주는 미국 주식 투자 노하우. 시니어들의 풍요로운 은퇴를 위해 실전 용어부터 유망 종목 분석 등 미국 주식을 시작할 때 알아야 할 정보를 총망라한다.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저·다산북스) 수십 편의 작품으로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연기 활동을 해온 배우 정애리의 세 번째 에세이. 화면에서는 볼 수 없는 그녀만의 소소한 일상과 진솔하고 따뜻한 내면을 기록했다. ● Stage ◇명성황후 일정 1월 19일~2월 26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안재승 출연 김소현, 신영숙, 강필석, 손준호 등 한국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준 ‘명성황후’가 25주년 기념 공연을 올린다. 조선조 말 고종의 비로서 격변의 시대 열강에 맞서 나라를 지켜야 했던 명성황후의 삶을 그린다. 이번 공연은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스루’ 형식에서 벗어나 대사를 추가하고, 의상과 소품을 시대에 맞춰 새로 디자인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한층 완성도 높아진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앙리할아버지와 나 일정 2월 14일까지 장소 예스24스테이지 1관 연출 이해제 출연 이순재, 신구, 유리, 박소담, 채수빈 등 프랑스 극작가 이방 칼베락의 작품으로, 홀로 사는 고집불통 할아버지 ‘앙리’의 집에 대학생 ‘콘스탄스’가 룸메이트로 들어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콘스탄스를 위해 그녀의 ‘인생 멘토’가 되어주는 앙리의 모습이 훈훈한 감동을 자아낸다. 국민 배우 이순재, 신구와 상큼 발랄한 여배우들의 귀여운 ‘케미’를 확인할 수 있는 연극이다.
- 2021-01-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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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건물에 두 개의 뮤지엄
-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는 고독을 그린 이로 유명하다. 예건대 작품 ‘브루클린의 방’에선 먹먹한 창 밖 풍경 앞에 홀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여자가 등장한다. 어찌 해볼 수 없는 외로운 심상이 감도는 그림이다. 삶에 만연한 고독과 피로를 도려내 캔버스에 담았다. 인생사의 답답하고 불안한 연극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사실 일상이란 고달픈 것, 군중 속에서도 외로운 게 사람이다. 미술은 이 참을 수 없는 고독과 불쾌에 숨통을 열어준다. 한 모금의 청량제. 길 위에서의 잠깐 휴식. 미술작품 관람의 의미가 그쯤에 있을 게다. 그러기에 미술관을 만나면 반갑다. 여기에 거리를 걷다 쉬어가기 좋은 미술관이 있다. 코리아나미술관이다. 소음과 차량이 홍수처럼 범람하는 신사동 길모퉁이에 있다. 코리아나미술관은 코리아나화장품이 설립한 미술관이다. 2003년에 개관했으니 어언 20여 년에 가까운 연조가 묵직하다. “돈을 벌기만 하면 무슨 재미? 작으나마 뜻있는 사회 환원을 하리라.” 코리아나화장품 유상옥 회장이 미술관을 설립한 연유가 이와 같다. 그는 일찍부터 미술품과 화장 관련 골동품을 모으는 취미에 푹 빠져 살았다. 오직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시작한 취미생활이었으나 점점 수집 물량이 늘어 집이 미어터질 지경에 이르렀고, 마침내 숙고 끝에 미술관과 화장박물관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 두 개의 뮤지엄을 들여앉히기 위해 6층 건물을 지어 ‘스페이스 씨’(space*c)라 이름 붙이고서. 대체로 미술관 건축들은 그 독특한 외양부터 튄다. 웬만하면 유명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겨 누가 보더라도 감흥이 돋을 건축물을 짓고자 노력한다. 건물은 물론 정원이라든가 외부 공간 전체에 예술미를 부여하기 위해 각별한 신경을 쓴다. 이건 하나의 트렌드로 건축가마다 가급적 기발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렇게 미감을 구현한 미술관 건축물이 이미 곳곳에 들어섰다. ‘스페이스 씨’는 이 대열에서 어느 정도 비켜서 있다. 얼른 돋보이게 지은 건물이 아니다. 신사동 대로변에 고만고만한 세련미를 가지고 늘어선 빌딩들의 무개성한 모습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외양이니 말이다. 왜 이렇게 지었을까. 이 건물의 설계를 맡은 이가 건축가 정기용(2011년 작고)임을 알고 나면 수긍이 된다. 그는 겉멋을 애써 추구하는 건축을 극히 싫어했다. 고도의 조형 구사로 예술적 건축을 설계하기에 능해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통하는 르 코르뷔지에를 불신할 정도였다. 이탈리아 건축가 지오 폰티는 ‘건축가는 신(神)’이라 주장했다. 이 역시 정기용에겐 가당찮은 허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건축을 학문적으로 구분하면 예술이나 기술이 아니다. 차라리 인문사회과학 영역에 속한다.” 건축 행위를 인문학으로 본 정기용의 관심사는 결국 인간의 문제였다. 그 무엇에 앞서 인간의 삶과 일상의 편의성을 존중하는 집이라야 집다운 집이라 봤다. ‘거주하는 사람의 생활 흔적이 서서히 누적되어 그 사람의 향기가 배어나오는 집’을 좋은 집이라 했다. 건축물을 읽는 철학이 이랬는데 겉멋에 쏠릴 리가. 사람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건축을 추구한 그였으니 ‘스페이스 씨’ 역시 실사구시와 휴머니즘을 근간으로 설계했을 걸 알 만하다. 그렇다고 건축이 무덤덤하기만 하다면 무슨 맛? 고수는 은연중 묘수를 쓴다. 티내지 않은 듯 티를 남긴다. ‘스페이스 씨’를 밖에서 보면 층과 층을 잇는 계단을 건물 전면의 유리벽에 붙여 설치한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층계를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외부에 그대로 드러난다. 건물 내부에서 외부를, 외부에서 내부를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내·외부 풍경이 소통되도록 했다. 흔히 집의 내부에서 내다보이는 ‘뷰’를 중시한다. 그러나 정기용은 달랐다. ‘삶이란 풍경을 소비하는 것, 혹은 풍경과 관계 맺는 것’이라 했던 그는 건물 내부에서 움직이는 사람 풍경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보길 바라며 벽을 허문 것이다. 층마다 나무들을 심은 정경에서도 풍경의 기운과 서정을 중시한 의도가 읽힌다. 여성 관련 탐색전 자주 열어 이처럼 곰곰 뜯어볼 게 드물지 않은 ‘스페이스 씨’는 서울에 유일한 정기용 작품이다. ‘스페이스 씨’를 설계하며 들인 공이 많아서였을까. 대장암 투병을 하다가 타계하기 하루 전날, 정기용이 코리아나미술관 유승희 관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란다. 무엇이 고마웠을까. 유 관장의 얘기는 이렇다. “이미 지쳐 몇 마디 못하시더라. 고맙다고, 건물을 고치지 않아 고맙다고, 그 한마디뿐이었다. 살아 숨 쉬는 건축, 사람을 중심에 둔 건축을 지향한 그의 설계를 받은 건 ‘스페이스 씨’의 행운이다.” 코리아나미술관의 전시 기획엔 뚜렷한 지향이 있다. 화장품 회사가 설립한 미술관답게 여성성, 여성의 노동, 여성의 몸 등등 여성의 정체성 탐색을 테마로 한 전람회를 자주 열었다. 여성주의를 표방한 셈이지만 성차별에 대한 도전과 저항의 메타포로서의 여성 내러티브를 내세우진 않았다. 억눌린 타자가 아닌 자유로운 주체로서의 여성, 즉 대안적 여성을 모색하는 기획전을 미술관의 지표로 삼았다. ‘텔 미 허 스토리’(Tell Me Her Story), ‘아티스트스 바디’(Artist's Body), ‘히든 웍스’(Hidden Works) 같은 전시회들로 화단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분명한 방향성에 추동된 양질의 미술전 개최로 존재감을 돋운 셈이다. 현재 진행되는 ‘호랑이는 살아있다’ 전은 성격이 전혀 다른 기획전이다. 왜 호랑이를 테마로 삼았을까. 자연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호랑이는 공포의 대상만은 아니다.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다. 인도에선 신의 수레를 끄는 신수(神獸)로 섬김을 받았다. 우리의 토속신앙에 등장하는 호랑이 역시 하늘과 소통하는 신령한 존재이지 않던가. 민화에 나타나는 호랑이는 재롱떠는 고양이처럼 귀엽고 익살스러워 민간에 스민 호랑이 애호 풍정을 웅변한다. 이렇게 역사와 신화, 민속을 관통해 특유의 위상으로 존재하는 ‘호랑이 현상’의 광활한 스케일과 의미를 재조명하자는 게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이겠다. 다른 변수도 있다. 지금이 바로 호랑이를 부각할 시절이라는 거다. 유승희 관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88올림픽 때 ‘호돌이’ 마스코트가 각광을 받기도 했지만 요즘 들어 호랑이가 새삼 인기를 끄는 분위기다.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에 열광하는 대중들을 보라. 호랑이 마니아들이 늘고, 호랑이라는 이름을 상호로 쓰는 카페도 많아졌다. 이 급작스런 바람을 미술전을 통해 부양하고, 우리 민족의 상징인 호랑이를 미술 코드로 해석하고 싶었다.” 전시실은 지하 1·2층에 있다. 1층 전시실에선 호랑이 관련 전통 장신구와 조선시대의 수묵화 등을 볼 수 있다. 층고 8m에 이르는 지하 2층 공간은 큐브형 갤러리로 대형 퍼포먼스를 펼치기에 적격이다. 여기엔 호랑이 관련 국내외 작가들의 회화와 다큐, 영상작품 등이 전시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이번 기획전의 타이틀로 채용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호랑이는 살아있다’이다. 비록 소품이지만 백남준의 기재(奇才)를 즐기기엔 충분하다. 그는 말하길,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빤한 생각, 지루한 감상이다”라 했다. 타고난 삐딱이 기질과 사람을 사로잡는 쇼맨십, 그리고 기존 사조와 형식을 갈아엎는 도발의 힘을 지렛대로 미술세계를 통째 전복하고 떠난 사람. 백남준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그가 그립다. 이제 5·6층으로 올라가 화장박물관을 볼까. 화장의 시원을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찾아낸 연구 보고서도 있다. 화장이 여성의 전유물만도 아니었다. 예컨대 신라의 화랑들도 화장을 즐겼으니까. 인류는 왜 그렇게 화장에 꽂혔을까. 화장 재료와 도구의 변천사는 어떤 것일까. 화장으로 외모를 가꿔 내면까지 아름답게 다듬을 수 있는 메이크업이 가능할까.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볍게 관람하기 좋은 박물관이다. 국내 유일의 화장전문박물관인 이곳엔 남녀용 화장도구와 화장품과 용기들, 동경(銅鏡), 그리고 도자기와 미인도, 은장도 등등 온갖 골동품이 숱하게 전시돼 흥미롭다. ‘백자에 물든 푸른빛’이라는 타이틀의 청화백자 기획전도 볼 만하다. 화장박물관 관람까지 마치고 거리로 나서자 화장하기 어려운 얼굴들이 오고간다.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렸으니 도리 없다. 너나없이 마스크를 쓰다니. 이게 무슨 기발한 미술 퍼포먼스가 아닌 ‘레알’ 현실임은 얼마나 큰 불운인가.
- 2020-1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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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카페로 놀러와
- 커피를 즐기는 방식과 장소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꼭 카페에 가서 음료를 주문하고 진동 벨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카페 분위기를 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른바 ‘홈카페’ 전성시대다. 자판기가 보급되기 전까지 커피는 주로 다방에서 마시던 음료였다. 당시 다방은 지식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드는 아지트이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카페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다방을 대체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카페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내생활이 늘면서 카페를 방문하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대신 커피머신 등을 구매해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단적인 예가 올해 초 유행했던 달고나 커피다. 실제로 달고나를 넣어서 만드는 커피는 아니지만, 맛과 모양이 달고나와 유사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커피 가루, 설탕, 뜨거운 물을 1:1:1 비율로 넣고 400번 정도 저어서 만드는 커피다. 맛은 있지만 그만큼 품도 많이 든다. 하지만 집에서의 무료한 생활을 달래기 위한 놀이로 안성맞춤이었고, ‘홈카페’라는 트렌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 올해 소비자들은 홈카페를 선호했다. 모바일 설문조사업체 ‘오픈 서베이’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커피 전문점 이용 현황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테이크아웃 구입 횟수 증가(46.5%)와 카페 방문 횟수 감소(41.1%)가 두드러졌다. 집에서 커피를 직접 만들어서 마시는 경우도 24.8%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카페 방문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으며, 10명 중 2명은 홈카페를 즐기고 있다. 홈카페의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인 커피머신 판매도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GfK’에 따르면, 2020년 2월 말 기준 국내 커피머신 매출은 약 210억 원을 기록했고, 판매 수량은 약 19만 대를 돌파했다. 각각 전년 대비 4%와 8% 오른 수치다. 반면 작년에 비해 오프라인 매출액은 49억 원으로 15% 감소했고, 온라인 매출액은 160억 원으로 11% 증가했다. 온라인으로 커피머신을 구매한 소비자가 많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어떤 커피머신을 쓰고 어떤 레시피의 커피를 마시면 좋을까? 궁금하다면 다음의 유튜브 채널을 참고해보자. y.na_homecafe l 구독자 32만 명 평소에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거나, 주위 환경을 꾸미는 일에 관심이 많다면 이 채널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에이드, 라떼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한 메뉴를 다룬다. 종종 한 가지 과일을 테마로 한 여러 가지 음료 레시피도 알려준다. 귀여운 소품이나 장식도 자주 등장한다. 캐릭터 모양을 본뜬 잔, 구슬 모양의 잔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꽃, 딸기, 젤리 등 다양한 모양의 얼음을 사용해서 각 음료에 개성을 불어넣기도 한다. 음식을 직접 만들고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시각적인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평소에 식감을 즐기거나 음식의 시각적 요소에 관심이 많다면 이 채널을 추천한다. 바리스타 커플 ㅣ구독자 5000명 바리스타로 일하는 커플이 운영하는 채널로 알찬 정보를 제공한다.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홈카페 레시피가 많다. 가령 커피믹스와 같은 제품을 사용하거나 편의점 음료를 활용한 레시피를 보여준다. 바리스타답게 재료의 정확한 수량도 자막으로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라떼아트나 핸드드립 시 알아두면 좋은 정보와 노하우도 알려준다. 물론 테크닉이 필요한 일이라서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면서 배우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수강료가 부담스럽거나 집 밖 활동이 꺼려진다면 이 채널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내생활이 늘어난 요즘, 홈카페 레시피로 만든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차근차근 배워보면 어떨까? 홈카페 세미콜론ㅣ구독자 8000명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지만, 범인(凡人)은 도구라도 좋아야 기분이 좋다. 기분을 내기 위해서 홈카페 도구를 샀지만, 사용 방법을 모르면 낭패다. 이런 분들에게 이 채널을 추천한다. 운영자는 커피머신, 착즙기, 핸드블렌더 같은 도구를 직접 써본 후 생생한 후기를 들려준다. 사용할 때 어떤 점이 불편하고, 어떤 점이 좋은지 솔직하게 평가한다. 소소하지만 유용한 팁도 소개한다. 각 도구의 부속물 이름이나 고장을 예방하는 세척 방법도 알려준다. 이 밖에 금귤블랙티, 히비스커스 밀크티 같은 이색 메뉴 레시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또 가끔씩 레시피와 함께 카페에서 들을 법한 음악도 들려줘서, 카페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달달살롱ㅣ구독자 비공개 졸음을 참으려고 커피를 마시는 건 좋은데, 자꾸 속이 쓰리고 밤에 잠을 자지 못해서 커피 대신 건강한 음료를 찾고 있다면 이 채널을 추천한다. 덧붙여 실내생활 증가로 인해 불어난 몸무게가 고민이라면 흥미로울 영상이 많다. 이 채널은 바닐라 라떼처럼 일반적인 메뉴는 물론 건강과 관련된 주스도 많이 소개한다. 가령 소화불량에 좋은 파인배주스나 체중감량에 효과적인 파인케일주스 레시피를 알려준다. 이와 함께 각 과일이 가진 성분이나 효과 등도 친절하게 설명한다. 다이어트, 미용, 면역력과 소화기능 향상 등 다양한 정보를 다루고 있어서,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레시피를 찾아보면 된다.
- 2020-12-2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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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사한 연말을 위한 취향별 홈파티 메뉴판
- 연말을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것이다. 북적이는 레스토랑에서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는 게 망설여진다면, 집에서 소소하게나마 비슷한 분위기를 내보자. 메뉴 선정이 쉽지 않은 당신을 위해, 홈파티와 잘 어울리는 메뉴 리스트를 테마별로 준비했다. 고급 호텔의 요리를 즐기고 싶은 이들은 ‘SET A’, 직접 만들 메뉴를 고민 중인 이들은 ‘SET B’를 추천한다. SET A 집에서 맛보는 셰프의 요리 매년 연말이 되면 고급 호텔에서 식사를 즐겼던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 코로나19 이후 ‘투 고’(To go·테이크아웃 포장) 서비스를 선보이는 호텔이 늘어나면서, 집에서도 셰프들의 근사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일부 호텔은 배달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해 비대면 주문도 받고 있다.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으니 취향대로 골라보자.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하는 ‘홀리데이 투고’ 서비스를 12월 31일까지 제공한다. 12시간 이상 숙성해 부드러운 감칠맛을 자랑하는 칠면조(25만 원)와 해남 두록돼지에 너도밤나무 훈연을 거친 바비큐 포크립(26만 원), 토종꿀을 발라 훈연한 버지니아 햄(18만 원) 중 선택 가능하다. 17만5000원 추가 시 단호박 치즈 퐁뒤·자체 특허 소시지·무화과 등 총 11종의 사이드 메뉴와 와인 2병, 케이크, 초콜릿 8구, 샹들리에 초 등 푸짐한 한 상을 제공하는 ‘홈파티팩’을 주문할 수 있다. 모든 메뉴는 24시간 전 예약해야 하고, 1층 그랜드 델리에서 수령해 가면 된다. #양식·일식·중식의 만남 여러 국가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투고 서비스도 준비돼 있다. 글래드 여의도의 프리미엄 뷔페 레스토랑 ‘그리츠’는 바질 파스타 샐러드(2만5000원), 스시 플레이트(3만5000원), 닭&새우 강정(2만5000원), 유린기(2만5000원), 크림새우(2만5000원), 크리스피 치킨(2만5000원) 등 양식·일식·중식별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 ‘그리츠 투고 박스’를 제공한다. 직접 가지러 갈 필요 없이 배달 서비스 플랫폼 ‘쿠팡이츠’와 ‘배달의 민족’을 통해 비대면으로 주문 가능하다. #뷔페처럼 즐겨보자 인원이 많으면 메뉴를 통일하기 어렵다. 이럴 땐 뷔페식이 답이다. 파라다이스시티 인천의 프리미엄 뷔페 레스토랑 ‘온더플레이트’는 양갈비, LA갈비, 왕새우와 구운 야채 가니시, 토마토 리가토니 파스타, 계절 과일 등 다양한 입맛을 충족하는 ‘시그니처 투고 박스’를 선보인다. 2인 세트(9만 원)와 4인 세트(16만 원) 중 선택 가능하며, 최소 1시간 전까지 전화로 주문하면 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스칼라’에서도 투고 박스(1인 4만 원)를 제공한다. 문어 샐러드와 볼로네제 라자냐, 꽃등심 찹스테이크, 바닐라 판나코타 등 일류 셰프의 요리를 한 박스로 즐길 수 있다. 주중 한정으로 진행되며, 방문 전일 저녁 6시까지 예약하면 된다. #파티의 꽃은 피자 파티엔 뭐니 뭐니 해도 피자가 빠질 수 없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1층에 위치한 프리미엄 고메 스토어 ‘르 파사쥬’는 국내 최초 피자 판매점 ‘피자힐’의 인기 메뉴를 투고 서비스로 제공한다. 종류는 콤비네이션 피자(스몰 5만5000원, 라지 6만7000원), 갈릭 새우 피자(스몰 6만1000원, 라지 7만3000원), 마르게리타 피자(스몰 4만9000원, 라지 5만9000원) 등 총 3종이다. 투고 서비스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며, 라스트 오더는 오후 7시 30분까지다. SET B 직접 준비하는 코스 요리 연말인 만큼 한 해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정성스러운 한 상을 대접하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기왕 마음먹고 대접하는 자리, 코스 요리처럼 짜임새 있는 메뉴를 선보이고 싶다면 ‘홈파티의 달인’ 문희정 문스타라이프 스튜디오 대표가 추천한 메뉴를 참고해보자. #에피타이저의 교과서 버섯 수프 수프는 에피타이저의 기본이다. 대부분의 양식 레스토랑에서도 식전 수프를 먼저 제공한다. 특히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버섯 수프는 살을 에는 추위로 사라져버린 입맛을 순식간에 되살려준다. 버섯 수프를 감칠맛 나게 만들기 위해선 버터에 얇게 썬 양파를 ‘카라멜라이징’(갈색이 될 때까지 볶는 것)하고, 버섯을 충분히 볶은 뒤 끓이는 것이 중요하다. 볶는 과정에서 매력적인 버섯의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호스트 매너 TIP 손님이 도착하기 전, 웰컴 드링크나 웰컴 푸드를 준비해두자. 허기를 채울 만한 간단한 요리를 내어놓는다면, 메인 요리를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다. #신선한 계절 메뉴 굴 튀김 굴은 특유의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재료이지만, 튀김으로 만들면 바삭하고 고소한 맛에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또 겨울 제철 음식이기도 해 연말 파티에도 잘 어울린다. 다만 재료 특성상 수분이 많아 눅눅해지기 쉬운데, 찌거나 데친 뒤 튀겨야 일명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플레이팅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하고 싶다면, 원목 플레이트 위에 초록색 채소를 깔고 붉은 석류를 가니시로 활용해보자. 마지막으로 상큼한 레몬 조각을 함께 올리면,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연상되는 특별한 굴 튀김이 완성된다. #개성만점 핑거푸드 브루스케타 한입에 쏙 먹기 좋은 ‘핑거 푸드’는 홈파티에 없어서는 안 될 분위기 메이커다. 그중에서도 바게트 위에 치즈나 과일, 채소를 얹어 먹는 이탈리아 요리 브루스케타는 만드는 과정도 복잡하지 않아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다. 기호에 맞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토핑을 마련해두면 개성 만점, 센스 만점 호스트가 될 것이다. #영원한 메인요리 깐풍 등갈비 튀김 맥주와 레드 와인 등 술과 찰떡궁합인 등갈비 튀김은 파티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빈 테이블 위에 갈비 요리만 얹어놓아도 그 먹음직스러운 냄새와 푸짐한 비주얼에 파티 분위기가 절로 난다. 문 대표는 깐풍 소스를 활용해 색다른 등갈비 튀김을 선보였는데, 깐풍 소스를 곁들이면 은은한 고추의 향과 달콤한 양념 맛이 더해져 한층 더 깊은 풍미를 낼 수 있다. 테이블 세팅 TIP 티라이트 캔들이나 빨간색 냅킨, 트리 오너먼트 등 겨울에 어울리는 소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 한층 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사진 각 호텔, 다독다독 ‘문스타테이블 홈파티’ 제공 도움말 문희정 문스타라이프스튜디오 대표
- 2020-12-1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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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미래’
- 낯선 여행지에서 마치 숨어 있듯 조용히 자리 잡은 동네 책방을 발견하면 설렌다. 서점은 어디에나 있지만 동네 책방은 그렇지 않다. 어디에나 없어서 특별하다. 언제부터인가 여행 중에 들러볼 코스로 동네 책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여 거리의 당진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낡은 이층집이 포근하게 안고 있는 책방 ‘오래된 미래’를 만났다. 당진의 면천읍성은 ‘성안마을’로 불린다. 마을 입구로 들어가면 저 길목들 안에 뭐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산책이 시작되면서 드는 생각은 ‘이 마을엔 천천히 돌아가는 시계가 있는 게 분명해’였다. 아주 오래전에 살았던 옛 마을을 그리워하며 찾아온 듯하다. 이용원이라는 간판을 단 이발소, 상호의 글자가 반쯤 떨어져나간 중국집, 전파상, 세탁소 등이 평화롭게 자리 잡고 있다. 인적 드문 조용한 그 길을 따라 옛 면천초등학교의 천 년 넘은 은행나무 앞으로 걸어가다 보면 낡은 이층집이 눈에 들어온다. 동네 책방 ‘오래된 미래’다. 동네 책방의 꿈을 열다 문을 열고 들어가 두리번거리며 책장을 넘겨보기도 하고 한참을 서서 책을 읽어도 주인은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아, 도중에 “어서 오세요”라고 눈인사를 했던가. 하던 일이 끝나가는 것 같아 다가가 말을 걸었더니 선한 웃음으로 맞는다. 책방 주인 지은숙 대표다. 그녀가 이 집을 처음 본 것은 아주 오래전이었다고 한다. 당진에 살면서 면천읍으로 가끔씩 놀러갔는데 그때마다 운명처럼 자꾸만 이 집이 눈에 들어오곤 했다. “10여 년 전에 이 건물을 처음 봤어요. 면천에 놀러 가면 우연히 지나가다가도 늘 이 집이 제 눈에 확 띄었어요. 독특한 외양이었죠. ‘저 집에 책방을 차리면 참 좋겠다’ 했지만 쉽사리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찜하고 있었죠.” ‘자전거포’였던 이 집은 한동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수년간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지 대표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예쁘다 예쁘다” 하며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그렇게 관심만 갖고 있다가 어느 날 시기적으로 맞아서 사들이게 되었다. 지은 지 60년이 넘은 낡은 집이었다. 손볼 데가 하도 많아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골조는 그대로 살린 채 몇 달 동안 남편이 고치고 다듬었다. 그리고 드디어 동네 책방 ‘오래된 미래’를 만들어냈다. 책방 이름 ‘오래된 미래’는 환경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쓴 책 제목에서 따왔다. 인도 북부에 위치한 라다크 사람들이 그 지역의 땅과 유대관계를 맺고 서로 협력 공생을 모색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지 대표는 책방을 열면서 면천이라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유의 가치를 염두에 둔 듯하다. 참 많이 고민했던 책방 이름이 정해지고 나니 의도에 맞게 착착 일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지인들의 시선은 달랐다. 책방이 있는 면천읍성이 유적지라 개발도 제한되고 어르신들만 사는 곳인데 왜 하필 그런 동네에 책방을 내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그녀는 하하하 웃으며 말했다. “시니어들이 뭔가를 시작하면 제2의 인생 ‘무엇’이라고들 하잖아요. 저 역시도 처음엔 책방을 차린다는 말을 섣불리 꺼내지 못했어요. 다들 걱정을 했으니까요. ‘돈 버는 일’을 해야지 다 늦은 나이에 무슨 ‘하고 싶은 일’을 하냐면서요. 더구나 여기서 책이 팔리겠냐고 했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책방 주인을 꿈꾸기도 한다. 지 대표도 책을 무척이나 좋아한 국문학도 출신. 한때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활할 때 책방 주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다. 5~6년 동안 작은 책방 투어도 많이 다녔다. 아침에 일어나면 책방을 검색하고 새로운 책방이 어디에 있나 들여다보는 일이 다반사였다. “간절히 원하면 마음을 담아보세요” “꼭 해보고 싶으면 해봐야 알지 ‘이럴 거야, 저럴 거야’ 미루어 짐작만 하면 결과를 알 수 없잖아요. 뭐든 마음이 간절하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간절함이 용기를 갖게 하더라고요.” 예쁜 카페나 책방 여는 걸 꿈꾸면서 잘할 수 있을까 겁부터 났지만 그래도 꿈만 꾸지 말고 저질러봐야 진짜 그 과정을 아는 것이라고 지 대표는 경험자로서 말한다. “‘내가 책방을 열면 손해 보는 게 뭐지?’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죠. 크게 타격이 되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큰 수익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결정을 내릴 수 있었고요. 그렇지만 타격이 크다면 바로 멈춰야죠. 시니어 세대들이 버티거나 고집부리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상황에 따라선 포기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방에 대한 열망이 너무 컸기에 결정을 못 내리고 망설이던 어느 날 꿈을 포기하게 될까봐 엉엉 울어버린 적도 있어요. 현실 속으로 들어가면 이런저런 상처도 받겠지만 내 마음을 담아 한다면 극복이 되지 않을까요?” 진솔하고 내밀한 이야기가 그녀의 과정을 짐작케 해줬다. 사람들은 묻는다. “책방 해서 돈 많이 벌어요?”라고. 지은숙 대표는 사실 수익을 찬찬히 따져보면 돈보다 더 많은 가치를 얻는다고 말한다. 정말 책만 사러 오는 사람이 뭐 그리 많겠냐고 반문하며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 더 큰 기쁨이라고 했다. ‘동네’라는 지역사회에서 만나 함께 수업을 하고 뭔가를 같이 꾸려가는 것, 그런 게 너무 새롭고 에너지가 생기고 힘이 난단다. 예쁜 소품이나 달력을 하나 만들어 와서 책방 공간에 놓아주는 소소한 마음들이 그녀에게 행복감을 가져다준다면서 진달래꽃이 그려진 지도를 가리킨다. 이야기가 있는 면천 마을에 오신 분들이 읍성이나 책방만 쓰윽 보고 가는 것이 안타까워 좋은 사람들과 마을지도를 만들어 면의 지원을 받아 배포했는데 그 결과물이 뿌듯하단다. ‘오래된 미래’는 어느덧 책만 파는 동네 책방이 아니라 지역문화의 가치까지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지 대표는 그 어엿한 입장을 무척 기꺼워한다. “우리 동네를 사랑해요” 지은숙 대표는 ‘오래된 미래’가 일반 책방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문화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어 다행스럽고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시내 도서관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만들어 배달 강좌도 한다. 재능을 가진 분들이 주거지에서 가까운 책방을 통해 동네 주민들에게 강의를 하고, 작가와 함께 북 토크도 열고, 바느질·면천 역사 수업·독서모임·영화보기 등도 진행했다. 특히 책 만들기 수업을 통해 각자 책을 만들고 나름의 출판 기념도 하기에 이르렀다. 단지 책방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소통의 공간이 된 것이다. ‘오래된 미래’는 시골 마을의 책방이지만 책이 제법 많다. 책방지기의 책 욕심 때문이다. 처음에 책방을 연다고 하니까 다들 북 카페도 함께 내라는 조언을 많이 했다. 그러나 지 대표는 책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곳이 도서관은 아니므로 책을 읽으며 차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괜찮다 싶어 최소한의 음료를 준비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오래된 미래’의 모든 책은 제가 선택했습니다. 사람 마음이 비슷해서인지 반품하는 책들이 거의 없어요. 잘 모르는 책은 딱 한 권만 주문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책은 쌓아놓고 팝니다. 저는 일상적인 책들을 좋아해요. 특히 3~5권 정도 낸 작은 출판사의 책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는데 내용들이 너무 좋아요. 때로는 손님들이 이 책 괜찮다며 알려주기도 해요. 제가 다 알 수는 없으니 그런 말씀 해주시면 고맙죠.” 둘러보니 어쩐지 주인을 많이 닮은 것 같은 책방이다. 책방지기로서 애착이 가는 코너도 있을 듯싶었다. “어른들의 이야기책이 있는 코너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얘기가 들어 있는 책은 다 구해서 갖다놓고 싶어요. 그림책 코너도 있는데 엄마들이 아이들이랑 오면 아이 책만 고르는 게 늘 마음에 걸려요. 엄마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을 편안히 골라 읽으면 좋겠어요.” 이층으로 올라가 보니 “이 편안한 공간을 그대에게 허하노라” 하는 것 같아 고마운 느낌이 확 든다. 한쪽 옆으로는 책으로 벽면을 가득 채운 방이 열려 있다. 배 깔고 엎드려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방이다. 천장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공간에는 둥근 탁자와 긴 테이블이 놓여 있다. 차 한 잔 하면서 담소를 나누거나 조용히 앉아 책 읽기 딱 좋아 보인다. 햇살 잘 드는 창 너머로 보이는 옛 면천초등학교와 면천 관아의 문루였던 풍락루(豊樂樓)가 고즈넉했다. 옆으로 이어진 옥상으로 나가면 면천 마을을 전망할 수 있다. 내려다보니 마을 사람들이 사는 다소곳한 가정집들이 보인다. 깨끗하게 빤 빨래가 빨랫줄에 나란히 걸려 가을볕에 뽀송뽀송 마르고 있었다. 마당 끝에는 북 스테이로 활용하는 방도 하나 있는데, 이 방을 이용하려면 자격이 있어야 한다. 면천에 머물면서 마을을 즐기고 책방을 이용해 쉼을 얻고자 하는 여자여야 한다. 식사 제공은 없는 단출한 조건이다. 그렇지만 아침이면 자기도 모르게 누룽지를 끓여다준다면서 지 대표는 또 하하하 웃는다. 동네 책방이 주는 또 다른 가치 ‘나눔’ 그러고 보니 ‘오래된 미래’에는 오래된 책을 따로 구비해놓은 공간도 있다. 책방을 하다 보니 옛날 책들도 정겹고 애틋해 한쪽에 코너를 만들었단다. “책의 가치는 읽는 사람이 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렇게 변한 책들도 데리고 살기로 했어요.” 이뿐만이 아니다. 책방 입구 벽면에는 세 칸의 ‘나눔 책장’이 있다. 여기에 놓인 책들은 팔지 않는다. 누구라도 마음껏 가져다 읽으면 된다. 간혹 자신이 다 읽은 책을 기증하고 싶거나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어 가져오면 경우에 따라 헌책 값을 계산해주기도 한다. 책방이라는 공간을 초월해 나눔의 의미를 공유하는 좋은 아이디어다. 요즘 동네 책방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 또 사라지기도 한다. 무슨 이유일까 궁금했다. “책방을 시작하는 이들의 계층 분포도가 의외로 넓어요. 젊은이들도 있고 퇴사한 중년이나 시니어들도 있지요. 그런데 젊은 분들은 대부분 임대를 얻어서 하다 보니 현실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돼요. 시니어들은 저처럼 수년씩 고민해서 결정하거나, 또 사는 집에 딸린 공간을 이용하는 분이 많아요. 아무래도 젊은이들보다 임대료 부담에서 좀 더 자유롭죠. 그래서 오래가는 게 아닐까 싶네요.” 면천이라는 오래된 마을이 주는 고즈넉함, 그 분위기 속에 ‘오래된 미래’는 아주 잘 어우러져 있다. 지낼수록 점점 더 애착이 간다는 책방지기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동네 책방이 주는 가치가 충만한 시골 마을의 가만가만한 가을 한나절이 따스했다. 문은 연 지 아직 2년 남짓밖에 안 되어 서툴렀던 부분도 있었다. 그걸 조금씩 보완하면서 지금처럼 성장하고 싶은 게 그녀의 바람이란다. 지 대표는 밝게 웃으며 덧붙여 말했다. “그렇지만 책방을 하고 싶었던 오랜 꿈이 이루어져 지금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 2020-12-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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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날 미술관 나들이
- 올림픽공원 정문을 들어서면 88올림픽 때 점화되었던 성화가 아직도 타오른다. 88올림픽 참가국의 국기도 바람에 펄럭인다. 드넓은 공원은 가을의 정취로 가득하다. 이곳 88호수 옆 조각공원에는 소마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관과 휴관을 거듭하다 다시 문을 열었다. 11월 10일부터 현대 구상조각의 선구자이자 43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천재 조각가 류인(1956~1999)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파란에서 부활로’라는 제목으로 전시되는 이번 기획전은 구상조각의 독보적인 작가로 활동했던 류인 작가의 15년간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예술의전당, 호암미술관 등 여러 곳이 소장하고 있는 류인 작가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 전시를 한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다. 포스터에 담긴 작품 ‘부활-조용한 새벽’은 휘날리는 거대한 망토와 단단한 근육질 인물에서 부활을 꿈꾸는 영웅의 모습을 보게 해준다. 소마미술관(SOMA, Seoul Olympic Museum of Art)은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목재를 마감재로 사용한 지상 2층, 지하 2층의 건물로 야외조각공원과 어우러지는 소통의 미술관이다. 제1전시실의 주제는 ‘흙으로부터’. 류인 작가는 작업할 때 먼저 흙으로 소조를 빚는 전통 방식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에게 흙은 작업의 시작이자 끝을 의미했으며 조각은 곧 삶의 의미와도 같았다. 작가가 말했듯 “인간사와 마찬가지로 조각에서 그 표현 방식들의 긴 여행은, 흙으로 시작해서 다시 흙으로 돌아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제1전시실은 자소상과 목우회 공모전 특상을 받은 여인입상, 심저, 입허Ⅱ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제자 원승덕이 스승을 위해 조각한 류인 초상과 작가의 연대기가 그의 생애를 엿보게 한다. 제2전시실에서는 하산과 입산이라는 주제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기하학적 입방체와 사실적 인체를 결합한 작품들은 1980년대 류인 작가의 작품 특성이다. 당시 개인전에 출품한 ‘파란Ⅰ’과 ‘입산Ⅱ’ 등은 신체가 완전체가 아닌 상태로 입방체 속에 갇혀 있으면서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약을 알리듯 튀어나오는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신체적 고통을 뛰어넘는 강렬한 생(生)의 의지와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 정신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마치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제3전시실은 삶의 무대다. 이 무대에서는 한때 쓰레기더미로 산을 이루었던 난지도에 인체 조각을 던져놓거나 벽과 천장에 걸어놓는 등 다양한 실험적 모색을 하며 작품 영역을 확장한다. 작품 ‘난지도’에서 버려진 인체 조각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속성’이라는 작품은, 통관에 들어가 있는 사람을 죽은 사람이 아니라 근육이 불끈 솟아 있는 다리, 들어올린 팔로 표현해, 암울함 속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강인한 저항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제4전시실의 주제는 동시대인의 초상. 류인 작가의 조각은 그 시대 우리들의 초상이다. 그의 작품은 현실에 대한 깨우침이며 살아 있음의 확인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가 느낀 현실과 감정의 크기는 같은 시대를 겪었던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작품 ‘급행열차’는 열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머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제5전시실의 주제는 ‘조각가의 혼’이다. 작가의 생애를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다. 조그만 소품부터 드로잉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다 보면 마치 20년 전의 그가 살아 있는 듯 느껴진다. 그동안 각종 책에 소개되었던 이야기와 류인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기까지의 사진이 짧게 살다 간 천재 작가의 발자취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실내를 벗어나 밖으로 나오면 ‘부활-그의 정서적 자질’이라는 작품이 정원에 놓여 있다. 근육질의 몸매, 길게 뻗은 팔, 비장한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갈망하는 듯 보이는 인체 상은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뛰어넘어 부활의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소마미술관을 찾으면 류인 작가 전뿐만 아니라 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도 볼 수 있다. 건축물 중앙에 설치된 ‘미니 쿠베르탱’은 감상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한다. 상설전시관으로 들어서면 백남준 작품의 진수를 볼 수 있는데 사진 촬영이 불가해 아쉬웠다. 이외 소마미술관 주변으로 조성된 조각공원에서는 약 222점의 조각 작품을 돌아볼 수 있다. 대부분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만들어진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작품이다. 현재 생존 작가로 한국을 대표하는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소마미술관 앞쪽 잔디밭에서 만날 수 있는 건 행운이다. ‘관계항-예감 속에서’라는 작품은 자연의 돌과 인위적인 철판을 자연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자신과 돌과 철판의 미묘한 어긋남의 어울림으로 미지의 세계를 나타낸다. 코로나19로 우여곡절 끝에 재개관한 소마미술관을 찾아 코로나 블루를 털어버리는 것도 힐링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1956년생인 류인 작가의 작품은 1980년의 암울했던 정치 현실을 보여줘 동시대인 세대에게 작가의 고뇌를 공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 소마미술관 류인 展 ○ 기간: 11월 10일~12월 6일 ○ 위치: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올림픽공원)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 2020-11-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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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사이클로 업그레이드, 일상의 미학
- 버려진 물건을 재사용(reuse)하고 재활용(recycle)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창작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upcycle). 우리말로는 ‘새활용’이라 불리며 다양한 소품은 물론 예술작품으로까지 승화하고 있다. 환경과 더불어 일상까지 아름답게 가꿔줄 업사이클 아이디어를 담아봤다. 사진 및 자료 제공 알에이치코리아 ‘대니 서의 업사이클링’ ❚ 리빙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UP! 와인 코르크마개 욕실 매트 코르크는 폭신하고 작은 구멍이 많아 물을 잘 흡수하면서도 곰팡이가 피지 않아 막 씻은 발을 올려놓기에 좋은 재료다. 그렇다고 매트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와인을 많이 마실 필요는 없다. 와인 바나 레스토랑 주인에게 코르크마개를 모아 달라고 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준비물] 와인 코르크마개 500여 개, 대형 섀도 박스 또는 나무 박스 뚜껑, 코르크 소재의 선반 라이너 [만드는 방법] 섀도 박스의 앞 유리를 뺀 뒤 박스 안쪽에 코르크 소재의 선반 라이너를 깐다. 와인 코르크마개를 세워놓았을 때 코르크마개 높이가 섀도 박스 높이와 같아지도록 높이를 확인해가며 여러 겹을 더한다. 섀도 박스에 코르크마개를 최대한 많이 채워 빈틈이 없도록 하되, 너무 많이 밀어 넣지 않는다. 럭셔리 금박 접시 장식 해외 편집숍이나 소매점 등에서 금을 테마로 한 도자기 접시를 진열해놓은 걸 본 적 있을 것이다. 특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좋지만, 실제 비싼 그릇에 도금까지 되어 있다면 가격이 상당하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은 업사이클 아이디어가 있다. 저렴하고 얇은 접시를 활용할 수 있다. [준비물] 사용하지 않는 접시 여러 개, 페인트용 마스킹 테이프, 스프레이 페인트(금색) [만드는 방법] 접시를 꺼내놓고 금색 페인트를 칠하고 싶지 않은 부분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다. 줄무늬나 지그재그 등 색다른 모양을 시도하면 좋다. 통풍이 잘되는 장소에 접시를 놓고 금색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린다.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스킹 테이프를 뗀다. CD케이스 모자이크 액자 CD는 몇 년 전만 해도 많이 사용했지만, 점차 사용량이 줄고 있다. CD를 보관하는 CD케이스 역시 마찬가지. 버리기 아까워 모아둔 CD케이스가 있다면 허전한 벽면을 채워줄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공간을 새롭게 꾸며볼 수 있다. [준비물] 대형 그림, CD케이스 여러 개, 가위, 양면 벨크로 테이프 [만드는 방법] 마음에 드는 대형 그림을 준비한다. 커다랗게 확대한 사진이나 빈티지풍의 낡은 지도, 액자에 넣지 못한 영화 포스터 등도 괜찮다. CD 케이스 안쪽에 인쇄된 재킷 커버를 꺼내 준비한 그림에 대고 커버 크기대로 오려낸 뒤 각각의 케이스에 집어넣는다. 양면 벨크로 테이프로 그림을 넣은 케이스를 하나씩 벽에 붙인다. 꼭 그림 전체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군데군데 빼서 걸어도 독특하고 추상적인 작품이 된다. 블링블링 병뚜껑 테이블 유리병이나 소스병 등에서 나온 뚜껑을 모아 이색적인 질감의 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 한 종류만으로 통일감을 살려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뚜껑으로 개성 넘치는 디자인에 도전해도 좋다. [준비물] 철제 격자 테이블, 깨끗한 병뚜껑(테이블 상판을 채울 만큼), 리퀴드 네일 접착제 [만드는 방법] 병뚜껑을 철제 격자 테이블 윗면에 쭉 깔아 원하는 모양으로 맞춘다. 뚜껑 하나하나에 리퀴드 네일 접착제를 발라 테이블에 붙인 뒤 잘 말린다. ❚ 활용 만점 생활 소품으로 UP! 캐시미어 스웨터를 활용한 다용도 커버 비싸게 산 고급 캐시미어 스웨터에 구멍이 났을 경우 버리기엔 너무나 아깝다.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상태라면 생활소품에 입힐 수 있는 다양한 커버로 탈바꿈시켜보자. [준비물] 터틀넥 캐시미어 스웨터, 가위, 안전핀, 글루 건과 글루 스틱, 직물용 풀, 안대 [만드는 방법] 소맷부리는 잘라서 테이크아웃 커피잔 등에 끼우는 슬리브로 쓴다. 터틀넥 스웨터 윗부분은 3분의 1만 잘라 뜨거운 물주머니를 감싸는 보온 커버로 사용한다. 스웨터 자투리로는 안대 커버를 만든다. 안대 모양대로 옷감을 자른 뒤 끈을 달아 사용하면 포근하고 따뜻한 촉감을 더할 수 있다. 된장 용기로 만든 티슈박스 시중에서 판매하는 된장, 고추장, 쌈장 플라스틱 용기로 티슈박스를 만들 수 있다. 큰 것은 집에서 쓰는 대용량 티슈박스로, 작은 것은 여행용이나 휴대용 티슈박스로 활용한다. [준비물] 플라스틱 된장 용기, 아트나이프, 오공본드, 폼 브러시, 반짝이, 폴리우레탄 스프레이 [만드는 방법] 표백제로 된장 용기를 깨끗이 씻고 탈취까지 한 뒤 완전히 말린다. 뚜껑 윗부분에 휴지를 뽑을 구멍을 낸다. 각 면에 오공본드를 넉넉히 바르고 전체적으로 반짝이를 뿌린다(반짝이 대신 예쁜 접착시트를 붙여도 좋다). 하룻밤 잘 말린 뒤 폴리우레탄 스프레이를 몇 겹 뿌려 반짝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다 마르면 용기 안에 티슈를 넣는다. 책으로 만든 빈티지 종이 장식 꽃병 안 보는 책은 필요한 곳에 기증하거나 폐지로 재활용해도 좋지만, 좀 더 특별한 방법으로 리사이클을 시도해보면 좋다. 종이 장식 꽃병도 그중 한 예다. [준비물] 하드커버 책, 황색 서류철, 가위, 연필, 아트나이프, 오공본드 [만드는 방법] 황색 서류철을 접힌 부분 없이 평평한 쪽이 생기도록 반으로 자른다. 그 한쪽을 펼친 책 위에 두고, 책 크기에 맞춰 서류철의 위·아랫부분을 잘라낸다. 서류철에 연필로 꽃병 윤곽을 그린 뒤 가위로 오린다. 오린 모양을 반으로 자르고 그것을 본으로 해 책 안쪽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잘라낸다. 전부 오리면 하드커버를 뗀다. 처음과 마지막 페이지가 서로 만나게 접어 입체적인 꽃병 모양이 되게 하고, 위치를 잘 맞춰 오공본드로 붙인다. ❚ 손주와 함께하는 장난감으로 UP! 아이용 크레용 립스틱 아이들은 어른이 바르는 립스틱에 호기심을 갖곤 한다. 립스틱 케이스를 활용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크레용으로 업그레이드해보자. 자투리 크레용을 모아 두면 한 번에 녹여 사용할 수 있다. [준비물] 오래된 크레용, 빈 립스틱 케이스, 파이렉스 용기, 이중 냄비 [만드는 방법] 오래된 크레용을 파이렉스 용기에 담아 물이 끓는 냄비 위에 올려 중탕으로 녹인다. 빈 립스틱 케이스를 깨끗이 닦은 뒤 녹인 크레용을 붓고 식힌다. 완전히 굳으면 크레용 립스틱을 돌려 나오게 한 뒤 사용한다. 커피잔 슬리브로 만든 왕관 일회용 커피잔만큼이나 마구 사용되고 버려지는 슬리브. 한번 쓰고 버리기 아까운 슬리브를 모아 아이들을 위한 왕관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준비물] 종이 소재의 슬리브, 오공본드, 가위, 장식품(반짝이, 비즈, 스티커, 페인트 등) [만드는 방법] 가위로 슬리브 윗부분을 왕관에 어울리는 모양으로 자른 뒤 장식품을 붙이면 장식용 슬리브 왕관이 완성된다. 놀이용으로 머리에 쓸 수 있는 왕관을 만들려면 슬리브 여러 개를 세로로 자른 뒤 머리에 맞춰 오공본드로 연결하면 된다. 아이와 함께 상상력을 더해 멋지고 예쁘게 왕관을 꾸며보자. 휴지심 인형과 우유갑 장난감 흔히 쓰는 생필품에서 나오는 휴지심과 우유갑 등을 활용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돈도 아끼고 만드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준비물] 휴지심, 우유갑, 병뚜껑 등 기타 재활용품, 가위, 풀, 색종이 및 다양한 꾸미기 소품 [만드는 방법] 휴지심에 색종이를 감싼 뒤 원하는 재료로 눈, 코, 입 등을 꾸며 인형을 만든다. 우유갑에 그림을 그려 건물처럼 만들거나 병뚜껑을 바퀴로 달아 자동차도 만든다. 건물과 자동차로 배경을 꾸미고 휴지심에 손을 끼워 인형극 놀이를 해도 좋다.
- 2020-11-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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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나’를 위한 집 정리 노하우
- 일본의 에세이스트 이노우에 가즈코는 자신의 저서에서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50대부터 덧셈과 뺄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쓰는 물건이나 지나간 관계에 대한 집착은 빼고, 비운 공간을 필요한 것들로 채워나갈 때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 빼고, 잘 더할 수 있을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브라보 독자를 위해 인생에 필요한 여러 정리법을 3회에 걸쳐 안내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우리가 사는 집, 주거 공간이다. 추억의 물건에 집착하지 말자 나이가 들면 지나간 세월만큼 추억도 많아진다. 하지만 그 추억들은 흘러가버리기 마련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건으로 그 시절을 기억한다. 간만에 대청소를 하기 위해 집을 한바탕 뒤집었다가도 결혼할 때 입었던 예복, 10년 전에 사용한 휴대폰, 연애 시절 주고받았던 편지 등 빛바랜 물건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고 찬란했던 그날의 모습이 떠올라 다시 보관함으로 집어넣는다. 자녀들을 위해 사둔 이런저런 철지난 혼수품도 아까워서 끼고 사는 중장년층 부모도 많다. 소중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이해도 되지만, 사소한 추억까지 다 안고 살면 오히려 현재의 삶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청소할 때마다 일일이 쓸고 닦을 생각에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물론이고, 체력적으로도 모든 물건을 관리하는 건 무리다. 무엇보다 오래되고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이 공간을 모조리 차지하고 있으면 그 집은 현재의 내가 사는 공간이 아니라 과거를 사는 곳이 된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을 원한다면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다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물건만 남기라는 얘기다. 당장 필요한 물건을 정하고, 그중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해 통제할 수 있는 만큼만 소유해야 한다. 특히 중장년층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집 안의 물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리고 떨어지는 체력을 고려해 가벼운 물건 위주로 써야 한다. 그릇이나 컵 하나를 고를 때도 예전과는 다른 기준과 시선으로 봐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거나 아이가 태어났을 때처럼 큰 변화가 있을 때 물건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리는 언제든 해도 된다. 특히 요즘같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을 땐 집 안을 간단하게라도 정리해보는 게 좋다. 기분이 산뜻해지면서 답답함도 해소된다. 큰맘 먹고 대청소 한번 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면, 정희숙 정리컨설턴트가 제안하는 공간별 정리 팁을 참고하자. 아늑한 침실의 비결은 ‘옷장 정리’ 침실을 정리할 때 가장 처리하기 힘든 ‘빌런’(악당)은 다름 아닌 옷장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 구매하는 옷들이 생기지만, 옷장 공간이 한정돼 있어 걸어둘 데가 없다. 이런 상황에는 침대나 의자 위에 어수선하게 옷과 물건을 쌓아두게 되고, 침실은 자연스레 난장판이 된다. 따라서 아늑한 침실을 만들려면 옷장 정리부터 해야 한다. 정리 방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먼저 침실의 구조부터 살핀다. 별도의 드레스룸이 있는지, 옷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한다. 그다음 어디에 무엇을 넣을지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본다. 평소 입을 일이 없는 한복이나 민방위복 같은 옷들의 자리도 정해두면 좋다. 그다음 옷장에서 옷을 전부 꺼내 입을 옷과 입지 않을 옷을 가려낸다. 10년 전에 유행하던 원피스, 사이즈가 맞지 않는 바지 등 자주 입지 않는 옷들은 모두 버린다. 아깝더라도 오늘의 나를 돋보이게 해줄 옷으로 옷장을 채워나가는 게 중요하다. 남겨진 옷들은 종류별로 나눈다. 우선 상의, 하의, 세트복(등산복·운동복 등), 원피스로 분류하고 계절별로 나눈다. 그리고 현재 입는 옷 위주로 옷장에 건다. 지금은 겨울철이므로 두툼한 옷을 앞에 배치한다. 옷을 걸 때는 두꺼운 옷걸이를 피하는게 좋다. 옷장의 공간이 금세 줄어들기 때문이다. 니트는 세로로 반을 접어 겨드랑이 부분에 옷걸이를 놓고 양팔 및 몸통 부분을 옷걸이 안쪽에 넣어 고정하면 늘어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다. 가능한 한 얇은 옷걸이를 사용하자. 공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거실은 가족의 소통 공간으로 이상적인 거실의 기능은 가족들이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의 일을 공유하는 데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거나 말없이 TV를 보는 공간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또 이런저런 물건들을 잔뜩 쌓아놓아 마치 창고처럼 보일 때도 있다. 어떤 공간이든 잡동사니로 어수선해지면 본래의 기능을 잃는다. 거실을 소통의 장으로 되돌려놓으려면 먼저 잡다하게 널려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야 한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도 품목에 따라 분류해 제자리에 갖다놓는다. 어린 손주와 함께 사는 집이라면 거실이 매일 장난감으로 어질러져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럴 땐 TV 서랍장 한 칸을 손주 장난감 등을 넣어두는 수납장으로 쓰면 좋다. 평소 아이가 자주 갖고 노는 장난감과 적정량의 책만 두고 나머지 물건은 손주 방에 보관한다. 손주 방이 없다면 학습 관련 물품이나 장난감을 수납하는 장소를 따로 지정해두고 쓴다. 책이 많은 집은 거실 여기저기에 읽다 만 책을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 책 놓을 공간이 부족하면 책장을 가로로 눕힌 뒤 책을 꽂고 그 위에 수납함을 올려보자. 공간 분할 효과가 생긴다. 이런 방법들로 비좁은 거실을 정리해 사용 범위를 넓혀나가면 가족들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주방은 청결이 핵심 주방은 식생활을 하는 공간이므로 어떤 곳보다 청결해야 한다. 다시 말해 주방 정리의 핵심은 청소인데, 요리 도구와 주방 물건들이 잘 정리돼 있어야 청소가 쉽다. 주방은 크게 싱크대, 조리대, 가스대로 구성돼 있다. 요리가 펼쳐지는 이 세 곳을 중심에 두고 정리를 하면 깨끗하면서도 효율적인 주방을 만들 수 있다. 우선 싱크대 옆 조리대에 펼쳐져 있는 잡다한 물건부터 정리한다. 주방 가전 필수품인 밥통과 전자레인지 정도만 놔두고 조리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한다. 비타민 같은 건강보조식품은 정수기 가까운 곳에 두면 매일 잊지 않고 챙겨 먹을 수 있다. 상부장과 하부장으로 나눠져 있는 수납부도 정리할 물건이 꽤 많다. 개수대 바로 위 상부장은 설거지한 그릇이 물기가 마르면 넣고 다시 꺼내 쓸 수 있도록 가급적 비워둔다. 상부장에 그릇이 들어갈 자리가 없으면 와이어 랙(철사 선반)에 그릇이 가득 쌓여 싱크대 주변이 혼잡해진다. 따라서 이곳엔 식사를 할 때 사용하는 그릇들만 놔두고 나머지는 상부장에 올린다. 하부장은 미어터지는 주방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마법의 공간이다. 개수대 아래 파이프가 지나가는 경우는 선반을 만들기 어렵지만, 파이프가 없다면 선반을 설치해 냄비, 프라이팬 등을 보관하면 좋다. 단, 개수대 쪽은 물을 많이 사용해 습하므로 양념 종류는 놓지 않는다. 신발은 구성원별로, 눈높이에 맞춰 현관은 집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곳이다. 또 풍수지리학적으로 외부와 내부의 기운이 만나는 곳이므로 가급적 깔끔한 게 좋다. 현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발장만 잘 정리해도 넓고 쾌적한 현관을 조성할 수 있다. 신발도 옷과 마찬가지로 계절에 따라 분류한 뒤 가족 구성원별로 나누고, 종류별로 정리한다. 크게 운동화, 단화, 하이힐, 등산화로 구분하면 된다. 이때 치수가 맞지 않거나 잘 신지 않는 신발들은 버린다. 이렇게 과감하게 정리해야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밖에 신지 않는 신발은 따로 보관하거나 세트로 정리해둔다. 관리가 가장 까다로운 신발은 부츠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모양도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지 않을 때는 작은 생수통이나 신문지를 넣어둔다. 투명 케이스 등 사이즈가 맞는 수납공간이 있으면 그곳에 보관한다. 장소가 마땅치 않으면 부츠 살 때 받은 박스에 보관해도 된다. 신발장은 가득 채우기보다 손님이 방문할 때를 대비해 한 칸 정도 빈 공간을 남겨두는 게 좋다. 쇼핑백이나 상자, 우유팩, 커피 캐리어 등 소품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도움말 정희숙 정리컨설턴트 자료 및 정보 제공 가나출판사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
- 2020-11-1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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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예술이라는 보물찾기
- 바다가 발밑으로 떨어지는 언덕 위에서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예술작품들을 만나며 그 기발함에 놀란다. 깜짝 놀랄 만큼 신기해하다가, 숨겨진 위트에 웃고, 예술성에 감탄하며 시간이 어찌 가는 줄 모른다. 몇 시간의 짧다면 짧은 관람시간이지만 마음속으로는 기나긴 예술기행을 나선 듯하다. 현대미술품과 옛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는 작품들이 삭막한 현실에 웃음을 찍는다. 가을 바다가 보고파서 간 강릉 그곳에서 만난 아트 뮤지엄. 횡재했다는 기분이 든다. 바다를 마주하며 예술작품과 함께 힐링하는 시간을 선물하는 강릉 하슬라아트월드. 하슬라(何瑟羅)란 말이 외국어인가 싶었는데 순수한 우리말, 그것도 고구려 때 강릉을 부르던 이름이다. 하슬라 또는 아슬라(阿瑟羅)라고도 불리었는데 ‘큰 바다’, ‘아름다운 자연의 기운’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슬라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할 만한 곳이 어디일까? 이름을 내건 만큼 자부심 가득한 복합예술공간, 하슬라아트월드에 답이 있다. 푸르디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절벽 위에 우뚝 선, 외관이 유리로 된 사각형 건물이 하슬라아트월드다. 그 안에 뮤지엄 호텔, 현대미술관, 피노키오&마리오네트 박물관, 20’s 카페가 있고 외부에는 야외 조각공원과 바다카페가 있다. 바다를 품고 산허리를 안은 복합예술공간에서 촘촘하게 예술이라는 보물찾기에 나선다. 지금은 복합예술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첫 시작은 야외 조각공원 실내 전시장에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지만 아껴두고 호흡부터 가다듬을 겸 야외로 나가 조각품들을 만났다. 통나무와 빛이 만드는 최옥영의 ‘우주’라는 작품은 쏟아지는 햇살 그림자 위에 의자를 놓아둠으로써 우주 안의 휴식을 부른다. 오른쪽의 바다카페를 지나 언덕을 따라 솔숲 사이로 난 덱 산책길을 걷다 보면 풍요와 바다를 상징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하슬라아트월드 건물과 바다가 어우러진 일품 전망을 볼 수 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바다와 하늘은 드넓은 스케치북이 되어준다. 그 위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예술성이 결합된 작품들을 곳곳을 채운다. 입구에는 붉게 단풍이 든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저것은 무엇일까? 해시계다. 양철통을 사선으로 절단한 것 같은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터널이 나온다. 터널 너머에는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것 같은 남자와 상하 대칭의 자전거, 하늘 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사람 등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산책로 따라 이어지듯 나타난다. 자연의 숨결을 음미한 후 현대미술관에 들어서면 하슬라아트월드의 공간 디자인이 강릉의 바다와 햇살이 비쳐 든 창가 안에서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비지 갤러리이자 현대미술관 1관은 색색의 타일과 곡선미가 흐르는 작품들이 골동품, 커피 소품, 도자기, 난로 등 옛것들과 혼재한다. 2관으로 가기 전 화려한 실과 소금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에 멈춰 선다. 2019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Personal Structures’에 참가한 최정윤 작가는 소금으로 만든 청동 검에 우주의 무한한 색을 담은 실을 휘감아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전시관을 둘러보는 내내 나만의 보물을 찾아낸다. 평소에 좋아하던 판화가 이철수의 작품을 만났을 때는 살포시 미소 지었고, 에밀리아노 로렌조(Emiliano Lorenzo)의 빙하 위 북금 곰들을 볼 때는 집에 있는 폴라 베어 인형을 떠올렸다. 키네틱 아트 작품과 설치미술, 수학과 예술이 만나는 프랙털 아트를 관람하며 피노키오가 제페토 할아버지를 구하러 들어갔던 고래 뱃속을 연상시키는 터널설치미술을 통과한다. 현대미술관 3관을 지나면 피노키오 박물관이 나온다. 바다가 도화지처럼 한눈에 보이는 이곳에 전 세계 예술가의 피노키오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마리오네트와 함께 동화와 현대미술의 만남이 줄 끝에서 섬세하게 움직이는 듯하다. 하슬라아트월드는 보물찾기를 하듯 한 곳 한 곳 시선을 가벼이 둘 수 없다. 예술품에 집중하다가 휴식하고 싶다면 뮤지엄 안의 카페나 바다 전망이 펼쳐지는 야외 카페에서 가을 햇살을 음미하면서 가을을 즐겨도 좋다. 주소 : 강원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관람시간 : 09:00~18:00 (매주 수요일 휴관) 관람요금 : 성인 1만2000원, 어린이 1만1000원 주변 맛집 : 바다마을횟집(강릉시 강동면 정동등명길 23) 등명해변에 위치한 음식점으로 섭해장국과 물회로 부담스럽지 않은 점심을 먹기에 좋다. 섭은 강원도 사투리로 시장에서 흔히 보는 홍합의 열 배는 됨직한 자연산 홍합을 말한다. 섭해장국은 커다란 홍합 살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어 끓인 해장국으로 시원한 맛보다는 듬직한 맛이 난다. 회무침을 곁들이면 궁합이 잘 맞는다.
- 2020-11-11 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