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에게 재산은 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평생 노력해왔음을 증명하는 징표이자 보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재산이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더 나아가 사망한 후에도 제대로 쓰이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돈을 모으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다. 재산 운용 능력을 잃으면, 나를 위해 쓰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자녀 혹은 사위, 며느리에 의해 낭비될 수도 있다. 최근 떠도는 소문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젊은이들이 있다는데 남 얘기 같지 않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금융기관에 내 재산 운용을 믿고 맡기는 유산대용신탁이 그것이다.
신탁제도가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을 통해서다. 마이클 잭슨은 가족신탁계약서를 통해 사후에 자신의 유산이 어떻게 운용될지 미리 정해놨다. 이를 통해 사후 유산의 20%는 자선재단에 기부됐고, 장례비, 변호사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아내와 세 자녀에게 상속됐다. 계약 내용에 따라 자녀들은 유산을 한 번에 받을 수 없었고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인 30세가 넘어야 일부 상속을 받았다. 계약서상 상속이 완전히 끝나는 시기는 자녀가 40세 되는 생일이었다. 이는 자녀의 삶이 유산으로 망가질까 걱정한 마이클 잭슨의 요구 때문이었다.
유언장 작성보다 절차 간단
신탁에 의한 상속관리는 2012년 개정된 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과 제60조 수익자연속신탁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신탁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지정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부동산, 주식 등을 내가 원하는 대로 운용하게 하는 상품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의 수익자와 상속받을 사람을 정하는 신탁으로서,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생의 마지막까지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불효방지신탁’으로 부르기도 했다. 업계에선 2020년이 되면 2조 원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유언대용신탁 상품은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권이 시장을 선점한 형태이며, NH투자증권이나 신영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회사들이 은행권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유언장과 신탁 계약은 내 재산을 물려줄 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이 다르다. 유언장은 상속 이해관계인이 아닌 보증인 2명과 공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증인에게 개인 재산 내역이 밝혀지는 것은 유언장 작성 시 가장 껄끄러운 부분 중 하나. 만약 유언 내용을 변경하고 싶다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에 반해 신탁은 금융기관과의 계약으로 충분하다. 계약 의지와 계약 능력만 있으면 된다.
성용배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유언장의 경우 사망 이후에 개봉돼 그 효력을 갖기 때문에, 생전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와 형식을 충족하지 못하는 하자를 인지하지 못해 유언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공증의 불편함이나 보관 과정에서 위·변조나 분실의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며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의 상대방인 금융기관이 존재하고 생전에 계약에 따른 쌍방의 이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상 하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계약서의 분실이나 변경 등의 우려도 적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상속, 치매 후 관리도 해결
유언대용신탁이 최근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골치 아픈 상속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주에게 안전하게 재산을 상속하려면 유언대용신탁이 유용하다. 여러 세대에 걸친 수증자 지정도 가능하다. 1차 상속자를 자녀, 2차 상속자를 손자로 지정하는 식의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유언장의 경우는 다음 세대 수증자 지정만 가능하다.
또 유언에 따라 상속 재산에 차등이 생겨 자녀 간에 분쟁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도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유언이 집행되면 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 집행인이 되는데, 분쟁이 생기면 상속 과정에서 집행인이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신탁은 집행인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상속인끼리의 분쟁 발생 가능성이 낮다.
유산대용신탁의 장점 중 하나는 부동산에 있다. 부동산은 현금에 비해 운용이 쉽지 않고, 분할도 어렵다. 상속자들이 매각을 결정해도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니어의 상당수가 부동산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상속은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다. 신탁 상품은 이런 경우 또 다른 대안이 된다. 부동산의 상속, 증여뿐만 아니라 신축이나 리모델링, 임대위탁관리 등도 가능하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부동산 임대 수익을 나눠주고 싶다면 신탁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신탁 상품이 만능은 아니다. 부동산을 신탁하려면 수탁자인 금융기관에 소유권이 이전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재산을 보전하고 사후 상속하려면 등기이전을 통해 수탁자가 관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일부 고객은 은행이 마치 내 소유권을 가져가고 마음대로 처분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맡게 정확하게 관리되고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령화에 따른 치매 관련 불안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치매안심신탁 같은 상품이 그것이다. PET-CT와 같은 알츠하이머 진단 장비 개발로 인해 치매 발병의 예측이 상당 부분 가능해지면서 스스로 치매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방법으로 신탁이 활용된다. 치매 발병 전이나 초기에 신탁을 통해 자산관리와 상속설계를 해놓으면 병원비나 간병비, 생활비에 필요한 돈을 은행이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치매와 관련한 일반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에서 신탁 상품을 위해 대면상담한 고객 중 치매 관련 상품 상담자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빨리 늙어가고 있는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지 불과 17년 만의 일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약 5175만 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어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14.02%인 725만 명으로 기록됐다. UN에서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이처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상속 문제’다. 고도성장기 때 젊은 층은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이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유산을 가지고 친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자매끼리 벌이는 분쟁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또한 자식들에게 자산을 효과적으로 이전해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특히 초고령 국가 일본에서는 ‘老老상속’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노인이 된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자신을 부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일본 노인들이 죽을 때까지 자산을 자식에게 증여하지 않으면서 생겨난 신조어라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상속 시 발생하는 큰 문제는 ‘세금 줄이기’와 ‘상속인들 간 분쟁 방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5070세대가 앞으로 다가올 유산 분배와 관련해 자녀분쟁을 방지하고 효과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상속인들 분쟁 방지를 최소화하는 방법
상속권 문제
상속이나 증여 관련 문제는 자신과 상관없는 문제로 인식하고 관심 없어 하는 경우가 많다. “가진 재산도 별로 없는데 무슨 상속, 증여?”라며 반문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속과 증여는 평생에 한두 번 정도 발생하고, 증여의 경우는 당장 세금 문제가 생기다 보니 무관심하거나 준비 소홀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러한 준비 소홀은 가족 간의 분쟁은 물론이거니와 평생 일궈온 사업체가 없어지는 경우(가업상속) 또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재산이 분배됨으로써 분쟁 방지와 절세(節稅)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속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은 ‘상속권’ 문제다. 상속인은 누가 되고 상속재산을 얼마를 분배받을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민법은 상속의 방법을 ‘유언상속⇒협의상속⇒법정상속’의 순서로 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의 유언이 있는 경우 유언대로 상속재산을 집행하면 된다. 하지만 유언이 없는 경우라면 상속인들끼리 협의를 하게 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정지분대로 상속받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유언, 협의 상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정상속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속순위는 어떻게 될까? 배우자와 자녀(직계비속)가 1순위로 상속재산을 균등분할하되 배우자에게는 50%를 가산하게 된다. 가령 배우자와 아들, 딸을 두고 있는 홍길동씨가 10억원의 재산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고 가정하자. 남겨진 아내는 4억2000만원(10억원×1.5/3.5), 아들과 딸은 각각 2억8000만원(10억원×1/3.5)을 분배받게 된다. 다만 배우자가 없는 경우는 자녀가 동일하게(각각 5억원씩) 분배받게 된다. 2순위는 배우자와 직계존속, 3순위는 형제자매, 4순위는 4촌 이내 방계혈족으로 순위가 순차적으로 정해진다. 다만 상속순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배우자는 1순위와 2순위 상속인이 있을 경우엔 단독이 아니라 공동 상속인이 되고, 직계비속과 존속이 없을 경우에만 단독 상속인이 된다는 점이다.
상속인의 ‘유류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유언의 자유가 존재하기 때문에 살아생전에 피상속인은 자신의 뜻에 따라 재산을 특정인에게 증여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남은 유가족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유류분을 잘 챙겨야 하는데, 유류분은 상속재산 중 상속인에게 돌아가야 하는 최소한의 법정비율의 몫을 말한다.
유류분은 법정지분을 기준으로 배우자/직계비속의 경우는 1/2,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1/3이다. 그럼 간단하게 유류분을 계산해보자.
예를 들어 배우자가 없는 홍길동씨가 자신의 재산 6억원을 남기고 사망하였다고 가정해보자. 유가족으로는 아들1, 2와 딸이 있다. 그런데 홍길동은 아들1, 2에게는 각각 3억원을 남겨주고 딸은 출가외인이라며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다. 이런 경우 유류분은 어떻게 계산하고 딸은 누구에게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을까?
① 먼저 6억원이 상속재산인 경우 아들1, 아들2, 딸의 법정상속지분은 2억원이다.
② 유류분은 법정상속지분의 1/2이기 때문에 1억원
③ 따라서 딸은 아들1, 2에게 ‘1억원×3억원/6억원=5000만원’을 각각 유류분 반환청구할 수 있다. 참고로 유류분 반환청구는 만법상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이내, 상속개시 사실 및 증여나 유증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안에 청구하면 된다(민법 제1117조 소멸시효).
위의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유류분 계산 방법을 제시했지만, 실제의 유류분 계산은 복잡하다. 유류분 부족액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과 그 외의 사람에게 어떻게 분배(증여, 유증)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은 경우에 따라서 복잡한 재산관계가 얽히거나 부수적인 쟁점사항(세금 등)들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변호사와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현명하게 유언장 작성하는 방법
유언을 통해 유가족의 ‘유류분’을 고려만 한다면 피상속인의 의사대로 재산을 분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언은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5가지 방식(유언의 방식 참조)에 의해서만 유효하기 때문에 작성 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자필증서의 경우 유언서 전문,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 날인하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
과거 사회복지사업을 했던 A씨의 경우다. 2003년 11월에 세상을 떠났고 그 후 A씨의 금고에서 자필로 작성된 유언장이 발견되었다. 유언장에는 ‘유고 시 본인 명의의 부동산 및 금전신탁, 예금 전부를 B대학에 기부한다’고 적혀 있었다. A씨의 유족들은 유언장에 날인이 없으니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B대학은 자필로 작성된 만큼 날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고인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례에서 120억원은 누구에게 귀속되었을까? 법원은 고인의 자필증서가 분명하지만 자필증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유언장은 무효이고, 학교가 아닌 유족들이 상속재산 전부에 대해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유언장은 엄격한 형식에 따라 작성되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자필증서에서 날인의 경우는 유언자의 인감도장뿐만 아니라 막도장도 무방하지만 사인은 안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유언의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최근에는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가입자가 살아 있을 때는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돌려주고, 사후에는 상속인에게 재산을 이전하는 신탁상품이다. 그리고 살아생전에 재산을 분할함으로써 상속재산의 원만한 분배로 사망 후 재산분할에 관한 분쟁을 방지하고, 미성년자나 장애를 가진 상속인의 상속재산도 보존이 가능하며, 유언서 작성 및 복잡한 법적상속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상속·증여세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
2017년 국세통계 1차 공개자료에 따르면, 2016년 상속세 신고세액은 2조3000억원, 상속세 신고 건수는 6217건으로 상속인 1인당 평균 신고세액은 3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상속세는 6개월 안에 신고하고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밖에 없다. 상속세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상속세 기일(6개월)을 넘기지 마라
상속이 발생하면 고인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산분할이 원활하지 않아 상속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 상속세 납부기일을 넘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재산분배 등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신고기한 내에 상속세를 신고해야 가산세 불이익(무신고 가산세 20%)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신고기한 내에 상속세를 납부할 경우 세금의 7%를 공제해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기한(6개월)을 넘길 경우 세금을 27% 이상 더 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기한 내 미신고 시 불이익 (상속 개시월의 말일로부터 6개월 이내)
-세액공제 불가 : 6개월 내 신고 시 산출세액의 7% 공제
-미신고 가산세 : 기한 내 미신고 시 산출세액의 20% 가산세
-납부 불성실 가산세 : 고지기한 내 납부 못할 경우 매년 10.95% 가산세
결국 1년만 늦어도 추가적인 부담이 약 37.95% 늘어나는 것이다.
줄 거면 빨리 줘라
상속세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에 피상속인의 재산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10년 단위로 자녀,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배우자에게는 6억원, 성인 자녀에게는 5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특히 소득이 없는 자녀에게 사전증여를 한다면 향후 자금출처를 만들어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최소 10억원은 상속공제(배우자공제 5억원, 일괄공제 5억원)가 되기 때문에 그 이하의 금액은 상속세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세대생략 이전(移轉)’ 고려해볼 만하다
부모가 자식에게 정상적으로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할아버지나 증조부가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나 증손자에게 재산을 증여 또는 이전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들에게 물려준 증여재산의 과세표준이 1억원이면, 증여세의 세율은 10%가 적용되어 증여세 산출세액은 1000만원이 된다. 반면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는 증여세의 세율이 13%(30%가산)가 되어 산출세액은 1300만원이 되기 때문에 아버지가 증여하는 경우보다 세금이 많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증여하고, 아버지가 다시 아들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증여세 산출세액이 2000만원이 되지만, 할아버지가 직접 손자에게 증여할 때는 1300만원이 되어 총액으로 볼 때는 세대생략 이전의 경우가 세금이 더 적다. 또한 피상속인(조부모)의 사망으로 상속세를 계산해야 할 경우에도 상속인(부모)에게 증여한 재산을 상속개시일 전 10년 내에 증여한 재산 모두 포함하지만 비상속인(손주)에게 증여한 재산은 5년 내에 증여한 재산만 포함하기 때문에 상속세 계산 시에도 유리하다.
생명보험을 활용하라
강남의 부자들이 거액의 상속세 납부재원을 준비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생명(종신)보험이다. 생명보험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폭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계약구조(표 참조)에 따라 생명보험금이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경우와 포함되지 않은 경우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병원비는 고인의 계좌에서 인출하라
고인의 병원비나 공과금, 장례비용, 채무 등은 상속세 계산 시 총 상속재산에서 빼도록 돼 있다. 장례비용의 경우 증빙이 없더라도 500만원을 공제해주며, 500만원을 초과하면 증빙에 의해 지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공제해준다. 다만 장례비용이 1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000만원까지만 공제해준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당신은 잘 자고 계십니까?
세상의 나이 든 모든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나이 들어서 너무 많이 자는 사람들이 있다. 100세 가까운 원로 철학자는 반농담으로 말하길 그런 사람들은 ‘웰다잉’ 연습을 하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한 부류는 유난히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져서 잠자리에 들어도 이리저리 뒤척이게 되는 사람들 말이다.
우리는 매일 수만 가지 감정에 휩싸여 살아간다. 그것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날 잠자리에 누워 후회를 많이 하기 마련이다. ‘내가 그때 왜그랬을까’ ‘조금만 참아 볼걸’ ‘다 생각해서 말한건데 왜 이해를 못했지’ 등등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보는 것이다. 감정관리에 미숙해 노여움이 시시때때로 드러나는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행복한 노후를 위한 것들, 자녀 결혼 문제, 세금을 줄이려면 상속을 해야 할지 증여를 해야 할지, 어디서 살 것인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건강 문제, 손주 돌보기, 은퇴 전과 은퇴 후의 삶 등등 고민거리로 밤을 새우기도 한다. 그러나 고민한다 한들 해결되지는 않는다. 물론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노파심, 노여움이 잠재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신체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기는데 이것이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 나이에 따라 잠이 드는 시각, 잠에서 깨는 시각, 잠의 깊이와 잠이 지속되는 시간, 또 수면의 질과 수면 패턴도 모두 변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잠은 정신과 신체에 회복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종합적인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내 감정 변화의 내용과 그 이유를 이해한다면 정서적인 안정을 가질 수 있고 모를 때보다는 잠을 더 깊고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고 알고 있지만 나이가 들면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그만큼 수면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젊을 때는 깊은 수면이 많고, 잠들기 시작해서 깊은 수면으로 이행되는 시간도 짧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서서히 깊은 잠은 줄어들고, 얕은 수면 단계를 오가며 잠이 드는 깊이가 얕아진다.
특히 감정의 변화가 많은 날에는 깊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밤중에 몇 번이고 잠이 깨는 ‘중도 각성’과 이른 새벽에 눈이 떠지는 ‘새벽 각성’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러면 충분한 수면을 취했다는 느낌도 없고 몸의 피로도 해소되지 않는다. 유형별로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불면증 사람들은 강박적으로 잠 걱정을 많이 하며, 우울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만성적인 불안이나 분노표출 장애도 있다.
사실 깊은 잠을 못 자는 현상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정서가 안정되면 잠을 잘 자는 경우가 많다. 잠을 못 이루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그만큼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거나 낮잠을 자서 발생하는 게 상당수다. 건강에 필수적인 수면시간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크게 감소하지 않으며, 시니어들도 젊은이들과 같은 양의 수면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달콤한 숙면을 위해 감정을 다스려야
내가 아는 지인은 잠을 잘 자는 정도가 아니라 많이 자는 편이다. 특히 낮잠을 잘 잔다. 아무 때나 피곤해지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잠드는 것이다. 그렇게 잠들면 한 10분에서 15분 정도 자곤 한다. 이러한 그의 습성은 나이 들어서 생긴 게 아니라 젊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는 젊었을 때도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안전벨트를 매는 즉시 잠에 빠져 들었다. 요즘도 버스를 타면 그런 일이 자주 벌어져서 잠든 사이에 내려야 할 정거장을 여럿 지나치는 바람에 곤란해진다고도 한다. 흔히 낮잠을 많이 자면 밤잠을 못 잔다고 하는데,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게 낮잠을 자도 밤 11시면 반드시 잠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잠은 직업적인 것과 다소 관련이 있다. 그에게 있어 잠은 글쓰기라는 정신노동이 주를 이루는 생활의 성격상 피로를 푸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그래서 피로가 쌓이지 않게끔 시시때때로 잠이 드는 일이 필요하다.
억지로 자는 건 의사들도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잠을 못 이루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선 넓은 범주에서의 균형관리를 필요로 한다. 90대의 지인은 “50대 즈음부터 자신의 건강의 문제를 발견하여 잘 관리하면 80대까지 문제없이 살 수 있으리라”고 밝혔다. “행복을 갖기 위해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정서, 심리적 안정이다. 정서관리만 잘해도 생활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 어쩌면 불면은 그 무엇보다도 감정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정서가 메마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닐까?”
그만큼 행복한 인생이 좋은 잠으로 시작되듯 잠은 정서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숙면의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잠에서 오는 행복’을 위한 그 첫 번째는 감정관리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불면은 그 무엇보다도 감정관리가 잘 되지 않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이 발생하고 거기서부터 만들어진 문제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결과가 아닐까?
감정을 관리한다는 것은 자유롭게 감정을 느끼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나친 두려움은 누그러뜨리고 걱정을 미래를 위해 긍정적으로 활용하여 불안을 극복하도록 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나이에 이에 대한 관리를 잘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자신도 통제하지 못할 만큼 갑작스럽고 충동적으로 감정이 다가온다면 잠 못 드는 고통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시니어들에게 민감한 정서는 잠을 방해한다. 감정에 얽매이거나 치우치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잘 읽어 ‘별 헤는 밤’을 마주하지 않아야 한다.
숙면을 위한 첫 번째 조건, 감정을 잘 다스려 달콤한 빗장을 함께 열어 보자.
라는 유명한 희곡을 쓴 테네시 윌리엄스는 “돈 없이 젊은 시절을 보낼 수는 있지만 돈 없이 노후를 보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 대부분은 인생 전반부에 부지런히 돈을 모은다. 돈을 갖고 있는 것은 일종의 재량권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 돈에는 힘이 있다. 다름 아닌 물건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이다.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은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 받을 권리를 갖는다. 말하자면 돈은 상대방의 행동을 일으킨다. 돈을 갖고 있는 사람 쪽에 주도권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돈이란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죽을 때 가져가지는 못한다. 어떻게든 써야 한다. 어떻게 해야 돈을 잘 쓰는 것일까? 지금까지 사람들은 열심히 번 돈을 고스란히 자식에게 물려주곤 했다. 하지만 그것만이 ‘돈 잘 쓰는 방법’의 전부는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머리가 필요하고 돈을 잘 쓰기 위해서는 가슴이 필요하다고 했다.나이가 든 뒤에야말로 바로 그 가슴이 필요하다.
때는 이때, 집집마다 증여 붐
자산은 남겨도 되고 남기지 않아도 된다. 장·단점이 각각 있어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자식과 손주에게 자신의 의사를 일찌감치 밝혀 제대로 준비하거나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왕에 상속한 재산이라면 후손들이 자산을 불려주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 그러나 자녀 모두가 사업 수완이 뛰어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실제 최근 20년 사이 국내 재계 서열 30위 내 그룹들의 부침은 컸다. 30위 안에 이름을 올렸던 그룹의 절반 이상이 경영 승계 후 법정관리 등으로 순위에서 자취를 감췄다.
최근에는 세법을 비롯해 다양한 규제법이 강화돼 부와 경영권 모두를 온전히 대물림하기는 힘들어졌다. 가업 상속의 측면에서 “소유와 경영 모두를 지배하기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이상건 상무도 “향후 기업의 지배구조는 유럽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방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KB 2015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의 경우 ‘보유 자산을 누구에게 상속 또는 증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녀’라고 응답한 비율이 98.4%로 가장 높았다. 이어 배우자 72.7%, 손자녀 15.5%, 형제자매 2.6%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손자녀의 비중이 지난해 조사의 29.4%에서 크게 하락했다는 사실.
상속 및 증여 방법에 대해서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본 부자 중 71.4%가 ‘자산 일부는 사전 증여하고 일부는 사후 상속하겠다’고 응답해 대다수가 상속과 증여를 함께 고려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전부 사후 상속하겠다’(20.7%)와 ‘전부 사전 증여하겠다’(6.9%)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2014년과 비교해서는 ‘전부 사후 상속’의 비율이 8.1%포인트 감소한 반면 ‘자산의 일부 증여, 일부 상속’ 비중은 10.9%포인트 증가하여, 사후가 아닌 자녀가 필요로 하는 시점에 일정 부분의 재산을 나누어주려는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 현명하게 자식과 손주들에게 돈을 남기는 방법’에 관한 고민 역시 최근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빗뱅커(PB)가 상속·증여와 관련해 상담해주는 ‘노블 아카데미’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방에서도 상담 요청이 크게 늘었다. 4대 시중은행에만 상속·증여 관련 상담 문의가 올 들어 5월까지 20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민·우리·신한은행 등은 증여 상담 등을 제공하는 이른바 ‘가문 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증여와 상속에 대해 고민하는 자산가들의 공통 질문은 ‘어떤 재산을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물려줘야 할까’다. 정답은 무엇일까?
역삼동에 사는 박영희(가명·63·여) 씨의 지론은 그 문제에 관한 정답의 하나가 될 듯하다. 펀드와 주식과 임대업이 주 수입원으로 50억 원대 자산가인 박씨는 스물세 살 된 외동아들에게 어차피 물려줄 거면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아파트와 건물을 증여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말한다. “증여세를 줄이는 기본 원칙은 ‘현재 평가액이 가장 낮은 재산’이나 ‘향후 가치 상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재산’부터 증여하는 것”이라며 “현금 증여보다 부동산을 직접 증여하는 것이 절세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아생전에 돈을 쓴다
“돈 아니면 물려줄 게 없다는 생각에 답답하다.”
“65세까지는 모으고 그 후에는 다 쓸 생각이다.”
“내일이 아닌 ‘지금’을 위해 쓰고 싶다.”
“자산의 50%는 자녀를 위해 남겨두고 싶다.”
“남은 인생 좀 즐기겠다는데 자식 눈치 볼 필요 있나?”
“기부하고 싶다. 마지막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싶다. 사회 환원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자식 결혼할 때 집 문제까지는 해결해주고 싶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겠다. 해외 봉사 활동을 가장 하고 싶다.”
“필요한 곳에 쓰도록 살아 있을 때 물려주고 싶다.”
돈을 남기느냐, 다 쓸 것이냐 하는 질문에 자산가들은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는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예전에 비해 ‘살아생전에 모은 돈을 다 쓰겠다’는 생각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쓰죽회’라는 모임이 있다. 70대 이상 부자 어르신들이 ‘재산을 자식이 아닌 자신을 위하여 다 쓰고 죽자!’라는 취지로 만들었다. 그 모임이 최근에 해체했다고 한다. 지갑을 여는 사람만 여는 모임의 관행 때문에 서로 불편해지자 하나 둘 모임에서 빠지기 시작해 결국 해체까지 이른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임이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유형적 재산뿐 아니라 삶에서 터득한 경험과 지혜라는 무형적 재산까지 남김없이 쓰고 인생을 마무리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부모들은 자신만의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 취미나 문화 활동 등으로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노후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노후를 자식에게 기대는 이전 세대들과는 다르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도 상대적으로 적다. 자산가들도 장수위험(Longevity Risk)이나 연금 고갈 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지갑을 잘 열지 않는 추세다.
3대째 서울 영등포 로터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장수원(69·가명) 원장은 그런 현상을 대변하는 좋은 예. 장 원장은 “자식들이 재산 상속을 바라지 않고 가진 돈으로 즐겁게 살라고 한다”며 “쓰다가 남으면 아들 형제에게 상속하겠다”고 말한다. 더불어 “금쪽같은 손주 네 명에게 적금이나 보험을 들어주고 있다”고 자식보다 손주 사랑에 더 각별하다.
유산기부자 늘어… 상속보다 기부를 선택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기부를 선택하는 자산가도 없지 않다. 모 건설업체의 A 대표는 얼마 전 두 명의 자식에게 “재산의 20%만 상속하겠다”고 천명했다. 스스로 돈 버는 재미를 느끼고 성공을 체험하는 데 일정 금액 이상의 유산은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려준 재산이 오히려 자식을 망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나눔국민운동본부 정경희 사무국장은 “2011년부터 시스템이 갖추지 않은 상태에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을 시작해 지금은 회원이 1000여 명 이상”이라며 “재산의 3분의 1만 가족에게 남기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2013년부터 시작한 ‘참행복나눔운동’이라는 사단법인에는 유산기부 서약식을 쓰거나 이미 기부하신 분들만이 커뮤니티가 이뤄지고 있어 유산기부자의 사회적 현상으로 봅니다. 자식을 결혼시키고 보니까 돈은 탐내면서도 부모에게 효도를 하지 않거든요. 연금제도가 생기면서 재산을 좀 더 가치 있게 쓰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유산기부자가 늘게 된 요인인 듯 합니다. 전직 장관 출신, 종교인, 교수, 고위 공직자, 과학기술 분야에 계신 박사들도 있고 대기업 회장을 지낸 분들이 있습니다.”
기부는 돈이 많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또 금액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유산기부의 모범적 행동이 기부문화와 사회발전에 바람직한 변화를 일으키는 사회적 유산이 되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전 재산 약 36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해 지구촌의 화제가 되고 있다. 알 왈리드 왕자는 세계 34위의 부자로 30여 년 전부터 자선사업을 해왔으며 이미 3조9000억 원을 기부했다.
기부에 관하여는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를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세계적 갑부가 된 그는 55세 때 불치병으로 1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투병 중에 록펠러는 선행의 길로 들어서며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아, 장학사업과 자선사업에 정열을 쏟으면서 98세까지 장수했다. 그는 “인생 전반기 55년은 쫓기며 살았지만, 후반 43년은 참된 행복과 기쁨 속에서 살았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록펠러 이후에도 카네기, 헨리 포드, 워런 버핏 등의 거액 기부자가 이어지면서 자선과 기부는 미국 사회의 전통이 되고 있다. 카네기는 베푸는 삶의 기쁨을 알고부터는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재산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빌 게이츠 역시 재단을 만들어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어떤 부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구경거리를 남겨주는 데 자신의 돈을 활용하기도 한다. 뉴욕의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은 개인의 재산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좋은 예다. 프릭 컬렉션은 실업가 헨리 클레이 프릭의 수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맨해튼 주택가 속의 저택이 그대로 미술관이 돼 있다.
유태인들은 ‘쓸 수 있는 돈을 가진 것은 좋다. 바르게 쓰는 법까지 알고 있으면 더욱 좋다’는 진리를 속담을 통해 남기고 있다. 어떻게 써야 바르게 쓰는 것일까?
인생의 끝자락이 아름다운 사람이 최후의 승자다. 일출보다 일몰이 더 멋있게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름다운 삶이다. 최후의 승자가 되려면, 일몰이 더 멋있어지려면, 자신의 자산을 어떻게 써야 할까에 관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잘 쓰며, 잘 늙어가는 것은 잘 죽기 위한 작은 힌트가 아닐는지 열대야 잠 못이루는 한 여름 밤 문득 깨닫게 된다.
*돈을 남긴 사람들
마이클 잭슨 2221억 6080만 원
로빈 윌리엄스 55억 5000만 원
파블로 피카소 6조 8499억 5800만 원
야나세 다카시(柳?嵩) 3702억 6800만 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2조 2696억 650만 원
*돈을 남기지 않은 사람들
앤드루 카네기가 도서관 건립에 쓴 금액 3872억 2266만 원
알프레드 노벨이 스웨덴과학아카데미에 기부해 노벨상을
제정하게 한 금액 46억 3185만 원
성룡이 자선기관에 기부한 금액 3566억 5245만 원.
사후에 아들에게 재산을 남기지 않고 모든 걸 기부하겠다고 선언.
손주에 대한 사랑은 표현하지 않아도 조부모 얼굴에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맛있는 것을 해주는 것도 모자라 선물공세를 하기도 하고, 우악스럽게 볼을 부벼보기도 한다. 여기 또 다른 방식으로 손주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록 유산형
손주와의 추억이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 놓는 사람도 있다. 손주를 병원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첫걸음마를 뗐을 때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런 것들을 후에 손주들이 봤을 때 할머니·할아버지를 어떻게 기억할까? 손주와 조부모의 관계에서 육아일기는 뜻 깊은 역사 기록물임에 틀림없다.
이계진 前 아나운서·前 국회의원
이계진은 첫 손자 규성이와 둘째 손자 지한이와의 일상 이야기를 (하루헌)라는 책에 담았다. 병원에서 처음 손자를 만난 것부터 숨바꼭질을 했던 에피소드, 그리고 사진을 보고 손주들을 그리워하는 내용까지 그때마다 느꼈던 감회를 육아일기 형식으로 풀어냈다. 두 손자가 나중에 할아버지가 쓴 책과 사진들을 본다면 할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초혜 시인
한국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현대문학상에 빛나는 김초혜 시인의 손주 사랑도 유별나다. 김씨는 365일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첫 손자를 위해 편지를 썼다. 이 내용을 담은 (시공미디어)라는 책에서는 손자 재면이에 대한 김씨의 잔잔하지만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조정래 작가
김초혜 시인의 남편인 소설가 조정래씨도 손자와 그 친구세대를 위해 위인전을 펴냈다. (문학동네)는 조씨가 직접 인물을 선정하고 쓴 시리즈물이다. 신채호, 안중근, 한용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큰 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식증여형
손자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주식을 직접 증여하는 방법을 택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 돈이 최고야’라는 뜻보다 어렸을 때부터 투자가 뭔지 체험하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먹이를 직접 주는 것보다 먹이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렇게 손주를 위한 장기 금융투자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지난 2월 4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취임 간담회 겸 신년회에서 화제가 된 것은 그의 특별한 손주 사랑법이었다. 그는 손주의 100일 기념 선물로 600만원어치 주식을 선물했다. 현재 저평가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할 만한 우량기업 3개사를 골라 200만원씩 손주의 이름으로 투자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이것으로 차후 대학 등록금도 챙겨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태어난 지 100일 만에 600만원을 갖게 된 셈이지만 할아버지의 애정은 그 10배, 100배다.
◇무장 해제형
자고로 손주는 인꽃이다.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는 최고로 아름다운 인꽃 말이다. 그런 꽃 앞에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다. 마음이 열리면 행동이 바뀐다. 주로 이런 무장해제형은 카리스마 넘치는 할아버지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임권택 영화감독
메가폰을 잡으면 호랑이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임권택. 그의 카리스마도 손주 앞에서는 와르르 무너질 때가 많다. 요즘 아이들 대세 애니메이션인 ‘로보카 폴리’의 캐릭터 이름까지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 자식 앞에서는 한 번도 애교를 부려 본 적도 없는 그가 손자와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이렇게 무뚝뚝한 할아버지도 무장해제시키는 것이 손자의 힘이다.
박근형 배우
배우 박근형은 아들과 있을 때와 손자와 있을 때의 행동이 180도 다르다. 아들과 있을 때는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손자와 있을 때는 ‘룰루’라는 애칭을 부를 정도로 사르르 녹는다. 최근 한 방송에서 아들 윤상훈(예명)은 박근형이 손주한테 너무 전화를 자주해 손주가 받자마자 “왜요?”라고 대답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윤일봉 배우·前 영화진흥공사장
사위인 배우 엄태웅과 딸 윤혜진의 혼전 임신 사실을 알고 엄태웅에게 괘씸하다며 버럭 화를 내던 윤씨. 그때 손녀 지온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사위 앞에서는 위엄있는 장인어른이지만, 손녀가 눈을 맞추고 웃음 지을 때 머리가 개운해지고, 편해지고, 행복해진다는 그는 영락없는 무장해제형 할아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