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쫓아다니는 자녀의 등짝을 때려 말리던 여성들이 변했다.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시니어 팬덤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곳엔 반짝 유행도, 반짝 스타도 없었다. 거대한 흐름이 된 시니어 팬덤의 형성 과정과 심리학적 이유를 추적했다.
“최종 보스 컴백 확정.”
“우리는 살았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컴백하는 그룹 너무 안타깝네요.”
“아, 이런….”
한 틱톡(동영상 공유 플랫폼) 게시물 속 글로벌 K팝 아이돌 팬들의 대화다. 누군가의 컴백 소식에 한 팬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또 다른 팬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세계 속 K팝 팬들을 웃고 울리는 이는 가수 임영웅이다.
임영웅 컴백 소식은 하나의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자리 잡았다. 한 오랜 K팝 팬의 말이다. “임영웅이 컴백하면 ‘숨스밍’(숨 쉬듯 스트리밍)해야 한다는 말이 돌아요. 보통 오후 6시에 음원이 나오잖아요? 첫날에는 아이돌이 1위를 하기도 하는데, 유지는 힘들어요. 어머니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거든요. 임영웅 팬덤의 존재요? 글로벌 K팝 팬들 다 알 거예요. ‘우리 아이돌 그때 컴백하지 않게 해달라’고 비는 걸요.(웃음)”
‘영웅시대’(임영웅 팬덤)로 대표되는 시니어 팬덤의 입지는 상상 그 이상이다. 견제 또는 의식의 대상이 된 그들은 빠르게 대중 시장 지형을 바꿔나가고 있다.
은퇴하는 오팔 세대, 트롯맨을 만나다
광신자를 뜻하는 영어 Fanatic(퍼내틱)에서 따온 ‘Fan’과 영토를 뜻하는 접미사 ‘-dom’의 합성어인 팬덤(Fandom)은 한동안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돼왔다. 백과사전에도 ‘어떤 대중적인 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지나치게 편향된 사람들을 하나의 큰 틀로 묶어 정의한 개념’이라 실릴 만큼 인식은 형편없었다. 1990년대 이른바 ‘빠순이’로 불리며 노골적으로 비하받았던 이들에게 오랜 시간 쌓인 편견은 성숙한 팬 문화가 자리 잡고 팬덤 소비가 위력을 드러내면서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팬덤 문화에 시니어가 본격적으로 합류한 건 2020년 전후로 지목된다. 바로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과 ‘내일은 미스터트롯’ 시즌1이 방영된 시점이자 ‘오팔(OPAL) 세대’가 트렌드로 부각된 시기다.
오팔이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약자로,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처음 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58년 개띠’와 발음이 같아,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5060 액티브 시니어를 지칭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오팔 세대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 “탄탄한 경제력과 안정적인 삶을 기반으로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세대. 2010년 즈음 노동 시장에서 은퇴하기 시작한 이들은 2020년을 기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에서 고령층(65세 이상)으로 접어들었다. 때마침 막이 오른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은 시니어 팬덤이라는 전에 없던 문화를 만들어낸 기폭제가 됐다.
중장년 여성이 팬덤이 된 진짜 이유
시니어 팬덤이 써낸 기록은 역대급이다. 그중에서도 2020년 방송된 ‘내일은 미스터트롯’ 시즌1은 독보적이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아무도 넘지 못했던 ‘마의 시청률’ 30%를 깨며 최고 시청률 35.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38.5%에 달했다. 최종 결선 7인 중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문자 투표에는 773만 1781표가 쏟아졌다.
광풍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임영웅은 새 디지털 싱글 ‘Do or Die’ 발매와 동시에 국내 차트를 석권했고, 김호중은 영화 ‘바람 따라 만나리: 김호중의 계절’로 예매율 1위에 올랐다. 장민호는 ‘호시절(好時節): 민호랜드[MIN-HO LAND]’ 서울 공연 티켓을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시켰다.
심리학자 김은주 박사는 이를 “일대 특이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일본의 ‘욘사마 신드롬’(배우 배용준이 이끈 2000년대 초중반 한류 붐)과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평행이론처럼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김 박사는 그 기저에 중장년 여성들의 복합적인 심리가 깔려 있다고 말한다. “오팔 세대 여성들은 희생의 아이콘과 같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5000달러가 되기까지 그들 역시 엄청난 공을 세웠어요. 남성은 경제활동을 하고, 여성은 육아를 담당했지요. 아무리 뛰어난 여성이라도 대개는 가정에서 살림을 담당해야 했던 게 지금의 60대 여성입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아이도 키우고, 부모 봉양도 마치고 나니 ‘빈집 증후군’ 같은 게 생긴 겁니다. 뒤돌아보니 사회적 권리도, 힘도, 소속감도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인생을 즐기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치열하게 살아온 뒤 남은 주름진 얼굴과 아무도 몰라주는 헌신. 그 우울과 불안 그리고 헛헛함을 마주했을 때 등장한 것이 장르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음악을 하는 스타라고 김은주 박사는 분석한다. 중요한 건 ‘트로트’가 아니라 ‘스타’라는 것이다. 시니어 팬덤이란 사회적 통념에 맞춰 사느라 돌보지 못했던 욕구를 스타를 통해 발견하고 의식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박사는 시니어 팬덤이 자체 미디어 교육을 통해 조직적으로 스타를 지원하고, 아예 팬덤 이름으로 기부와 봉사를 하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 가능하다고 했다. “시니어 팬덤은 단순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 길러냅니다. 1등을 만들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지요. 그렇게 생애 첫 소속감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희생만 했다는 것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용하는 거예요. 심리학적으로는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 중 3단계(애정과 소속의 욕구), 4단계(존중 욕구)가 함께 충족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김은주 박사는 시니어 팬덤 활동이 결국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 중 5단계(자아실현)로 이끈다고 설명했다. 임영웅 팬을 자처하는 그는 부친을 잃은 슬픔을 신간 ‘영웅앓이’를 집필하며 이겨냈다고 했다. 김 박사의 말이다. “사실은 다 스스로를 위해 하는 행동이에요. 행복해지기 위해서요.”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한 고령사회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열린 2023 실버문화포럼에서 고령자 다양한 문화적 욕구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이번 포럼에 모인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 인구로 편입되면서 욕구가 다양해졌다면서 이들의 특성에 맞춘 문화 프로그램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주최하고,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실버문화포럼 ‘실버 두 잇! 꽃대를 꿈꾸며’가 27일 서울 마리나 행사장에서 진행됐다.
포럼 사회는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가 맡아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개회사에서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은 “인구의 32.6%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으로 편입되는데, 노년이라는 단어가 부정적 이미지가 있어 ‘실버’라는 말을 많이 쓴다. 하지만 그보다는 영-올드(young-old) 세대로 살아가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해본다. 꽃대가 되어 꽃을 잘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면 도리어 인정받고 존경받는 노년 생활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이번 포럼을 통해 실버 세대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포럼의 시작을 알렸다.
김종훈 이투데이피엔씨 대표 역시 개회사를 통해 “인류학자들이 평균수명을 120세로 전망한다는 건 상당수가 130세까지도 살 것이라는 의미로 노년기의 신체나이도 젊어지고 있다. 실버 세대를 노인이 아니라 이제는 인생 2막을 꿈꾸고 가꾸는 ‘후기청년’ 세대로 봐야 한다”면서 “이번 포럼에는 세대 간 벽을 허물고 꿈과 문화, 세대를 잇고 엮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제는 후기청년이 된 실버세대가 꼰대가 아니라 청년들이 피울 꽃을 받쳐줄 꽃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문화 경험이 활기찬 노년 만들어
김태웅 회장과 김종훈 대표의 축사에 이어 기조강연과 3명의 연사 강연이 이어졌다. 기조강연을 맡은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는 ‘100세 시대 건강하고 활동적 노년을 위한 문화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말했다.
박영란 교수는 “최근 노화를 이야기할 때 ‘창조적 노화’라는 말을 많이 한다. 문화적 관점에서 노화를 본다는 것인데, 나이가 들어 창의적 활동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질병 예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노년기 문화적 활동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국내외의 다양한 고령자 문화 활동 사례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10년 안에 인구 절반이 50대가 된다는 것이 현실이고 향후 문화 활동에 대한 욕구나 수요가 폭발할 텐데 이를 수용할 인프라가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보면 할 일이 많다. 100세 시대에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문화적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건강한 고령자뿐 아니라 몸이 아픈 고령자도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내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확실한 것은 무엇보다 다양한 베이비부머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양한 문화 활동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에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대상 세분화 전략을 통한 실버 문화정책의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노인 문화 정책이 어느 시점까지 와 있으며, 해당 정책 수혜자인 고령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 강연이었다.
윤소영 박사는 “우리나라 고령자의 문화·여가 생활을 지원하는 정책은 수혜자인 고령자를 문화를 향유하는 대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앞서 기조강연에서 박영란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고령자도 문화적 생산자일 수 있다. 따라서 고령화 사회에서 문화 정책은 장기적으로 수혜자가 원하는 방식 또는 그들의 잠재적 욕구를 끌어내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60세에 갑작스럽게 이전에 해오지 않던 것을 새롭게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면서 내 몸에 문화 나이테를 새겨야 한다. 일 경력뿐 아니라 레저 경력도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생애주기에서 후반기에 들어섰을 때 여가 경력과 축적된 문화 자본이 발현된다. 중요한 건 문화적 경험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고령층을 세분화하고 문화 지원 전략도 세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준엽 로쉬코리아 대표는 ‘문화여가 산업을 통해 발견한 베이비부머의 문화적 욕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준엽 대표는 “먼저 액티브 시니어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액티브 시니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이들만 떠올리지만, 시장에서의 액티브 시니어는 좀 달랐다. 시니어에게 여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내린 결론은 ‘내 삶을 적극적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이를 누군가 도와준다면 크든 작든 지불 의사가 있는 사람’이 액티브 시니어라고 본다”면서 “이들의 문화적 욕구는 다른 세대와 다르지 않다. 잊지 못할 즐거운 경험을 선사 받는 것이다. 이들의 행복을 찾고자 하는 잠재적 욕구도 정말 크다. 전국에 500개 정도의 문화 인프라가 있는데 한 달에 수용 가능한 시니어는 4만 명이 채 안 된다. 1500만 명이 넘는 시니어 인구 중 오프라인에서 여가를 즐기고 싶은 이들은 10% 남짓으로 약 15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50대 이상 시니어들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문화적 욕구는 높으나 그것을 만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 문화 공급자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 여가를 제안하고 있다. 트렌드를 잘 읽고 보여주는 OTT처럼 문화 공급자들도 시니어의 경험을 넘어서 접근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소영 과천문화원 팀장은 ‘실버 두 잇! 우리는 꽃대 현장 사례’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유소영 팀장은 운영하고 있는 ‘경험 공유 학교’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했다. 유 팀장은 “딴짓하기 워크숍, 서로의 이슈를 들어보는 이슈 워크숍, 나비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을 했고 마을 잡화 활동, 낙서 예술 학교 등 프로젝트 5개를 운영하면서 어르신들은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마을 잡화 활동으로 지역 곳곳에서 설문조사를 다니던 한 어르신은 실버기자단에 들어갔다더라”면서 “이렇게 꽃대가 될 어르신들은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할 때 더 좋은 에너지를 내는 것 같다. 지역 활동가, 청년 활동가, 컨설턴트 선생님, 한국문화원연합회, 과천문화원 등이 경험을 공유할 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 같다”며 고령자의 문화 활동은 여럿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고령자의 문화적 취향은 굉장히 다양하고 이를 반영할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65세 이상 노인이라고 해서 한 집단으로 묶어 같은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도, 사는 방식도, 사는 사람도 다 다른 다양한 개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여가 프로그램이나 지원, 정책 등이 이들의 다양성을 세분화해서 반영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 7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경영진과 MZ세대 직원 간 직접적인 소통과 정서 공감을 위한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 ‘신구조화’를 운영했다. 이들은 MZ세대 신조어 및 놀이문화, MZ세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사용법, 챗 GPT 활용법 등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세대 간 화합의 시간을 보냈다.
삼성생명의 경우 3명의 주니어 멘토와 1명의 임원 멘티가 한 팀을 이뤄 최신 트렌드를 경험하고 소통하는 ‘동감 프로젝트를’ 2020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이는 리버스 멘토링의 일환으로, 경영진과 젊은 직원들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밖에도 한국해양진흥공사, 안양시, 성남교육지원청, KB라이프생명 등 수많은 지자체 기관 및 기업에서도 ‘리버스 멘토링’을 운영 중이다.
멘토링(mentoring)이라 하면, 멘토(mentor)와 멘티(mentee)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때 경험과 연륜을 겸비한 연장자나 선배가 멘토가 되곤 한다. 이와 대조되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역멘토링)의 경우 연소자나 후배 쪽에서 멘토 역할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출간한 ‘트렌드 모니터 2023’에서도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리버스 멘토링’을 꼽았는데, 최근에는 세대 간 소통 및 조직원 융화를 위한 솔루션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트레드 모니터 2023’에 따르면 “역할이라는 것은 사회적 관계에서 개인이 가지는 특정한 지위나 범주, 그리고 그러한 범주 내 규정된 모든 행동거지를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를 ‘나이’에 맞게 규정하는 것이 그 어느 국가보다 강한 사회다”라며 “나이에 따른 역할이 있고, 이 역할에 맞는 욕망과 감정 같은 것들을 규범에 맞게 행해야 함을 전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전 세대에서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풀이된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젊은 멘토와 함께 일할 때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해 언급하며, 리버스 멘토링과 같은 관계 형성이 시니어의 역량 개발에도 효과적이라 설명했다. AARP가 시니어에게 제안하는 리버스 멘토링 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서로의 경험과 가치가 평등하고 중요함을 인식하라. 나이를 떠나 겸허한 자세로 다가갈 것. 젊은 멘토의 도움을 받기 전 자신의 역량을 파악 후, 배울 점과 목표를 설정한다. 가령 영상 플랫폼에 대해 알고 싶다거나, 프레젠테이션 애니메이션 활용 기법 등 구체적일수록 좋다.
△ 자존심 내세우지 않기. 멘토가 자신보다 어리다고 해서 배우는 상황을 자존심 상해하다 보면 스스로의 역량을 과대포장하거나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멘토링 효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자.
△ 멘토링 장소와 시간을 분명히 해두자. 멘토링 시간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면, 젊은 멘토의 역할이나 위치가 애매해질 수 있다. 서로 합의 하에 멘토링 기간, 시간, 장소 등에 대해 미리 정하고, 정해진 내용에 따라 멘토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가르치고 싶은 게 있다면 겸손하게, 상대가 원할 때만. 아무래도 연륜이 부족한 젊은 멘토를 대하다 보면 선배로서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은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젊은 멘토도 배움을 얻고자 하는 분위기라면 겸손하게 제안해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삼가는 게 좋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멘티’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40·50세대의 돈 걱정 없는 100세 시대 미래 설계를 위한 노후 자금 마련 지침서 ‘노후 생존 자금’이 발간됐다.
이 책은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40·50세대를 위해 기획한 콘텐츠 큐레이션 매거진 시리즈 ‘dice@11pm’의 두 번째 책이다.
2025년 우리나라의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긴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40·50 후기청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는 평균 30세에 입사해 50세에 은퇴하고 약 40년의 노후를 보내야 한다. 노후에 가장 큰 걱정은 자금 마련일 것이다.
‘dice@11pm’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노후 생존 자금’은 40·50세대의 은퇴 후 삶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본지의 기획에 ‘신한은행’이 힘을 보탰다.
‘노후 생존 자금’ 편에는 40·50세대의 노후 자금 마련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정보를 빠짐없이 실었다. 노후 자산 관리 트렌드, 노후 대비 자산 준비 방법, 전문가들의 뼈와 살이 되는 조언들을 담았다.
파트1에서는 노후에 필요한 자산은 얼마일지, 나의 자산 현황은 어떤지 점검해볼 수 있다. 파트2에서 점검해보는 머니프로필은 신한은행의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와 은퇴설계 설문조사 등을 참고해 독자의 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시했다.
자신의 자산이 얼마나 있는지 노후에 어떤 자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계산했다면, 다음으로 목표를 세우고 자산을 불려 나가거나 절세 등으로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 파트3에서는 40·50세대에게 적합한 자산 관리 트렌드와 자산별 투자 방법을 소개한다. 파트4에는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절약 노하우, 자산별 절세 노하우, 상속·증여 과정에서 알아야 할 절세 방법, 노후 파산 위험을 방지할 예방법 등을 담았다.
노후에 활용할 자산의 기초는 연금이다. 파트5에서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농지연금, 주택연금, 퇴직연금 등 다양한 연금 활용법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길어진 수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파트6에서는 샘이 마르지 않는 우물과 같은 자산이 무엇인지, 자산을 어떻게 현금화할 것인지, 소득 흐름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또한 40·50세대가 불안한 노후를 더욱 안정적으로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각 분야에서 저명한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최문희 FLP컨설팅 대표,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 본부장,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이관석 신한은행 은퇴솔루션 컨설턴트,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등이 다양한 관점에서 노후 대비 자산 관리 꿀팁을 대방출했다.
파트1부터 6까지 순서대로 따라간다면, 일하지 않고도 매달 받는 ‘노후 월급’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노후 자산 준비 방법을 먼저 보고 싶다면, 책의 앞부분에서 소개하는 ‘자산관리 성향 테스트’를 해보고 추천 페이지부터 읽어도 된다.
책을 보면서 곳곳에 자리한 QR코드를 활용하면 좀 더 구체적인 정보들을 볼 수 있다. 금융상품 정보나 연금 계산 등을 바로 볼 수 있도록 QR코드로 연결해두었다.
본지 편집인은 “은퇴 후 40여 년의 시간이 불안하지 않으려면 노후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자산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이번 다이스앳 ‘노후 생존 자금’ 편에서는 40·50세대를 위한 노후 대비 자산 관리 방법을 다방면으로 소개한다”면서 “다가올 노후가 불안한 후기청년들에게 이 책이 노후 설계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dice@11pm’ 시리즈를 통해 앞으로 40대 이상의 ‘후기청년’ 세대를 위한 다양한 은퇴·노후 정보를 다룰 예정이다. ‘dice@11pm’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드는 매일 밤 11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주사위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명명됐다. 6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주사위처럼 ‘dice@11pm’도 여섯 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책은 순서대로 보지 않아도 무방하다.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처럼 어느 파트를 봐도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발행하는 중장년 대상 월간지이다. 품격 있는 시니어들이 행복한 노후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강, 금융·자산, 주거, 뷰티,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심사하는 ‘우수콘텐츠 잡지’에 2017년부터 3년간 선정되어, 공공성과 유익함을 인정받았다.
시니어 모델, 중년 전용 패션 플랫폼 등장. 중장년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저씨, 아줌마 패션을 지양하고 젊은 감각을 추구한다. 그러나 아직 ‘옷 잘 입는 시니어’는 일부에 불과하다. 옷 잘 입는 시니어를 응원하며, F/W 패션 트렌드와 함께 스타일링 꿀팁을 알아봤다.
“MZ 패션, 비켜줄래?” 배우 김희선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묻는다.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의 광고 속 한 장면이다. 2020년 9월 출시된 퀸잇은 1300개 이상의 입점 브랜드를 확보했으며, 누적 다운로드 540만을 달성했다.
더불어 ‘지그재그’의 성공 이후 카카오스타일이 내놓은 ‘포스티’, ‘모라니크’, ‘푸미’ 등이 4050 여성을 대상으로 한 패션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년 남성 패션 플랫폼으로는 ‘애슬러’와 ‘댄블’이 있다.
2030세대, MZ세대의 대표 패션 플랫폼으로 통하는 ‘무신사’도 중년 패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X세대(1965~1979년생)를 대상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레이지 나잇’을 론칭했다. 이와 같은 추세는 패션 업계에서 중장년층 소비자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백화점이나 아웃렛에 쇼핑 가기 어려워지자 중장년층도 온라인으로 옷을 구입하게 됐다. 그러면서 그들은 온라인 시장의 ‘큰손’으로 등극했다. 이와 함께 드러난 사실은 패션에 대한 관심과 옷 잘 입고 싶다는 열의가 높다는 점이다. 시니어의 패션에 대해 임승희 인덕대학교 방송뷰티학과 교수(스타일 매니지먼트 서비스 라뽐므 대표), 조정윤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 패션학 전공 교수, 이윤진 인하공업전문대학 패션디자인학과 교수와 자세히 얘기를 나눠봤다.
중장년 패션, 왜 젊어졌나?
중년기는 신체적·생리적·심리적 변화 등의 내적 환경과 가족·직업·사회생활 등의 외적 환경 등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다. 특히 노화로 인해 체중이 늘거나 줄어드는 변화를 겪게 되고, 다양한 방법으로 단점을 보완하고자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손쉽게 접근가능하면서 큰 변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 ‘패션 스타일링’이다. 중년층에 접어들면 패션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승희 교수는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년기의 ‘가꿈’은 더욱 중요해졌고, 시니어 패션의 변화를 불러왔다고 짚었다. “과거에는 노년층을 60대라고 생각했다. 100세 시대인 현재는 노년층을 70·80대로 본다. 현재의 50대는 나이 든 세대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안티에이징도 잘하고 자기 관리도 잘해서 젊은 시절의 몸매를 유지한다. 그러다 보니 일명 아줌마, 아저씨 패션이 안 어울리게 된 것이다. 오히려 자녀들 옷이 어울리게 되면서 부모와 자녀가 옷을 같이 입는 가정이 많아졌다.”
젊어진 시니어의 패션 경향은 ‘에이지리스’(Ageless)라고 할 수 있다. 에이지리스는 어떠한 선택에서 나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패션에서 연령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것을 표현한다. 임 교수는 “많은 의류 브랜드가 타깃을 시니어층으로 높였다. 50·60대 시니어는 소재 중심의 퀄리티 좋고 가격대 높은 의상을 구입하고자 하기 때문에 브랜드에서 선호하는 소비자층이다”라면서 “보통 브랜드에서 40·50대를 타깃으로 한다고 해도 주 고객층은 50·60대다. MZ세대 의류 브랜드는 10·20대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30·40대 고객층이 패션 업계에서 소외되어 있다. 그러니까 현재의 50·60대는 과거의 30·40대 옷까지 입는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패션이 젊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해외 브랜드 유입도 에이지리스 현상 확산에 기여했다고 본다. 그는 “외국 시니어들은 ‘나는 그동안 고생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누리면서 살겠다’면서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해외 브랜드는 시니어가 선호하는 의상을 잘 안다. 그런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자, 국내의 중장년층은 많이 놀랐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던 컬러, 디자인이 가득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장년층의 지갑이 열렸고, 패션도 점점 세련되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니어 모델의 등장 또한 중장년 패션을 짊어지게 했다. 시니어 모델은 말 그대로 모델 활동을 하는 시니어를 말한다.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60대에 시니어 모델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현재는 40대도 시니어 모델에 도전한다. SNS의 발달로 옷 잘 입는 시니어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전문적인 교육과 대회 등을 통해 시니어 모델이 많이 양성되는 추세다.
조정윤 교수는 “시니어 모델은 젊고 늘씬한 사람만 모델을 할 수 있다는 고전적인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중장년층도 얼마든지 패셔너블할 수 있고,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시니어 모델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대중에게 더욱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중장년층의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본다”고 짚었다.
올드머니 룩에 주목하라
임승희 교수와 조정윤 교수는 중장년이 주목해야 할 F/W 시즌 패션 트렌드에 대해 ‘올드머니(Old Money) 룩’을 꼽았다. ‘금수저 룩’으로도 불린다. 미국·유럽 등 서구 상류층이 승마·요트 등을 즐길 때 입었던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지향한다. 명품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디자인 대신 고급스러운 소재 의상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정윤 교수는 “시니어 패션이라고 하면 여성은 꽃무늬 패턴, 남성은 체크무늬 옷이나 등산복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올드머니 룩은 색이 단조로운 것이 특징이다. 현재 패션 트렌드는 미니멀과 자연스러움 추구다. 컬러는 흰색과 검은색이 기본이고, 갈색, 회색 톤 의상도 많다. 또한 로고 플레이를 최소화하고, 좋은 소재와 짜임새로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명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옷 자체가 아닌 자신이 고급스러움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올드머니 룩의 또 다른 특징은 ‘여유 있는 핏’이다. 일상에서도 활동하기 편한 패션이기 때문에 여유가 느껴지는 낙낙한 핏을 선호한다. 올봄까지만 해도 Y2K(2000년대) 패션의 유행으로 크롭트 기장의 타이트한 상의와 와이드 핏 바지가 유행이었다. 이제 상의는 여유 있고 하의는 타이트해졌다. 임승희 교수는 “일자바지가 유행인데 올드머니 룩을 표현하려면 여유 있는 핏이라는 포인트를 놓쳐서는 안 된다. 신발 또한 기존의 스니커즈가 아닌 굽 높은 뾰족구두를 신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윤여정은 올드머니 룩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그가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당시 보여준 블랙 드레스 패션은 아직까지 회자된다. 임승희 교수는 “윤여정 선생님은 체구가 작다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모노톤의 미니멀 의상을 선호한다. 또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패션을 찾아본 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윤진 교수는 F/W 시즌 패션 트렌드에 대해 ‘지속 가능한 패션’을 꼽았다. 이 교수는 “‘시즌리스’(Seasonless)를 넘어 ‘타임리스’(Timeless)의 시대”라고 표현하며 “시즌리스는 계절 구분 없이 의복을 착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개념이 확장되어 현재의 지속 가능한 패션까지 넓혀진 것이 타임리스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유행과 관계없이 오래 착용할 수 있으면서도, 친환경 공정무역의 윤리를 담은 패션 제품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타임리스 패션에는 조건이 있다. 니트, 티셔츠, 데님 등 기본 아이템들을 한 번 구매해서 다양한 용도로 오랫동안 활용하려면 디자인이나 디테일보다는 소재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타임리스 패션을 소화하면 환경도 살리고 스스로 의식 있는 소비를 한다는 자부심도 들 수 있다. 중장년층의 패션이 더욱 유연해지고 멋짐의 아우라가 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임승희 교수는 ‘옷 잘 입는 시니어’가 되기 위해선 ‘많이 보고, 많이 입어보라’고 조언했다. 20년 넘게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임 교수가 실제로 느낀 옷 잘 입는 연예인들의 비결이다. “연예인이라고 처음부터 옷을 잘 입는 것은 아니다. 방송 활동을 하면서 옷을 많이 입어보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스타일리시한 시니어가 되고 싶다면, 먼저 백화점을 방문해 각 브랜드의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을 주목해 보세요. 올해 그 브랜드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트렌드를 알 수 있어요. 눈으로 본 뒤에는 직접 입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품관, 스파 브랜드 매장 등을 찾아서 옷을 피팅해보세요. 많이 입어봐야 옷의 차이를 알고,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패션의 세계를 많이 경험해보고 자신한테 맞는 스타일을 꼭 찾길 바랍니다.”
4050세대는 지금 직장에서 퇴직하면 몇 년을 더 일해야 할까?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세 그러나 이들이 희망하는 은퇴 나이는 73세다. 무려 24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최근 비자발적 조기퇴직이 늘면서 이러한 시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평생 현역시대’에 살고있는 4050세대의 두 번째 인생을 위한 ‘제2직업’ 지침서 ‘Lifetime Job’(평생 일자리)이 최근 발간됐다. 이 책은 본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4050세대를 위해 기획한 콘텐츠 큐레이션 매거진 시리즈 ‘dice@11pm’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Lifetime Job’ 편에서는 정부의 중장년 일자리 정책부터 다양한 전직 사례, 노후에 추천되는 직종 정보, 창업을 위한 고려사항 등이 담겨있다. 창간 후 8년간 중장년 독자의 건강하고 희망찬 노후에 대해 고민해온 본지가 그동안 취재하고 발굴한 정보가 집대성됐다.
여섯 개의 각 파트에는 트렌드와 가이드, 체험과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각도로 녹였다. 정부기관과 지자체, 교육기관,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일자리·서비스 정보를 담았다. 책 곳곳에 있는 QR코드를 활용하면, 지면의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더 많은 정보에 닿을 수 있다.
먼저, 파트1부터 파트3에서는 취업에 대해 얘기한다. 파트1에서는 최신 중장년 취업 트렌드를 조명했다. 디지털 시대에 각광받는 N잡러에 대해 알아보고, 취업 전문가 20인이 꼽은 유망직업도 소개한다. 파트2는 취업 실전 편이다. 경력을 살려 재취업하는 법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한다. 취업 기관 제도부터 이력서 작성법, 취업 컨설턴트의 조언까지 모두 아우른다. 파트3에서는 ‘기술이 있으면 평생 일 할 수 있다’는 말을 입증하는 기술직에 대해 소개한다. 중년이 취득하면 좋을 국가기술자격증과 기술직에 대해 알 수 있다.
파트4에서 파트6까지는 창업에 대한 부분이다. 파트4는 창업을 꿈꾸는 중년을 위한 창업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창업 준비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며, 독립창업과 프랜차이즈 창업 중 무엇이 자신한테 맞는지 알 수 있다. 파트5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뜨는 온라인 창업 성공법과 함께 새로운 직업을 개척하는 창직에 대해 소개한다. 파트6에서는 인기가 급증하고 있는 기술창업의 세계를 파헤쳤다.
본지는 ‘dice@11pm’ 시리즈를 통해 앞으로 40대 이상의 ‘후기청년’ 세대를 위한 다양한 은퇴·노후 정보를 다룰 예정이다. ‘dice@11pm’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드는 매일 밤 11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주사위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명명됐다. 6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주사위처럼 ‘dice@11pm’도 여섯 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책은 순서대로 보지 않아도 무방하다.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처럼 어느 파트를 봐도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발행하는 이투데이피엔씨 김종훈 대표는 “후기청년의 노후 준비를 위한 콘텐츠 큐레이션 매거진을 발간하게 되어 기쁘다. ‘늦은 노후 준비’로 불안해할 40대 이상의 후기청년의 미래설계에 도움이 될 책이라고 자신한다”면서 “노후 준비를 위한 금융, 거주 등의 정보를 담은 시리즈를 연이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발행하는 중장년 대상 월간지이다. 품격 있는 시니어들이 행복한 노후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강, 금융·자산, 주거, 뷰티,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심사하는 ‘우수콘텐츠 잡지’에 2017년부터 3년간 선정되어, 공공성과 유익함을 인정받았다.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마지막 순서는 ‘취업 후기 편’이다.
Episode_1“합격 문자도 받았는데 갑자기 입사 취소라니요?”
간혹 기업 측에서 합격 통보 이후 입사를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조율 가능한 상황인지 살펴보고, 이후 구직 방향 설정을 위해 정확한 이유를 파악해둬야 한다.
진행자 채용 확정 후, 출근을 앞두고 회사에서 입사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나요?
백신혜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신혜) 네, 계약서 작성만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엎어진 구직자가 있었어요. 알고 보니 대표는 그분을 마음에 들어 했는데, 실무자인 팀장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꺼린다는 거였죠. 대표 입장에서는 기존 직원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실무자가 거부감이 심하니 결국 취소 통보를 했더군요.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굉장히 황당하고 속상한 일이죠.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채용 프로세스를 잘 따르는 곳에서는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죠. 소규모인 경우에는 이런저런 변수가 생기기도 해요. 가령 인턴십이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중장년을 채용하려 했는데,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 되면 합격자를 추렸어도 굳이 뽑지 않더라고요.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 소장(이하 성희) 빈번하지 않은 사례지만 이따금 벌어지는 일이긴 하죠. 이유를 보면 예측하지 못할 만큼 어이없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허탈해하는 건 결국 구직자거든요. 본인 탓이 아닌데 좌절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한번은 대표이사 면접 후 채용 연락이 늦어져서 확인해 보니 대표이사는 채용하고 싶은데 젊은 임원들이 반대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직무능력 및 향후 기여할 부분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 PT 면접의 기회를 요청했죠. 구직자의 직무능력, 구직태도, 열정 등에 감동받아 젊은 임원들도 흔쾌히 동의 하셔서 채용된 경우가 있었어요. 나와 꼭 맞는 기업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구직서류 외에 직무수행 계획 등을 발표하며 스스로 기회를 개척해 보는 건 어떨지 추천 드립니다.
진행자 반대로 구직자가 회사에 입사 취소 통보를 하는 경우는요?
성희 사실 기업보다는 구직자 쪽에서 입사를 취소하는 비율이 좀 더 많은 편이에요. 중장년은 사회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직 생활을 조금 해보면 기업 문화나 분위기가 금방 파악되거든요.
영희 입사하고 2주 만에 나온 고객이 있어요. 이분은 회사에서 기대하는 업무 능력과 본인이 보유한 업무 역량의 간극이 크다는 게 문제였어요. 또 중장년은 컴퓨터 활용에 미숙할 수 있잖아요. 이전 직장에서는 부하 직원들이 서류 작업을 했는데, 막상 직접 하려니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런 어려움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기도 해요.
성철 문서 작업 스킬은 면접에서 확인이 안 되니까요. 막상 뽑고 보면 기본적인 엑셀, 워드, 한글 같은 걸 활용하지 못하는 분이 적지 않아요. 어떤 분은 채용 과정에서 딸이 만들어준 서류로 통과했다가, 결국 실력이 들통나 퇴사하셨어요. 입사할 때 자신의 능력을 속여서 들어가면 절대 안 됩니다.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배워나가는 게 좋고, 그게 어렵다면 역량에 따라 눈높이를 낮추셔야죠.
성희 요즘은 문서 작업뿐 아니라 기업에서 사용하는 그룹웨어라든지 디지털 툴을 어려워하기도 해요. 팀원들이 알려줄 수 있는 상황인데, 도움받길 두려워하거나 자존심 상해하시더라고요. 그런 적응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나와버리는 분들도 있어요.
영희 첫 월급이 나온 후 사전에 공지된 처우나 급여 조건과 달라 실망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료와의 갈등이 아닌, 회사 대표나 상사와 성향이 맞지 않아 퇴사를 결정하는 분도 계시고요.
신혜 맞아요. 독특한 사례가 있는데, 입사하려던 기업에 알고 보니 이전 직장 부하 직원이 임원으로 있었던 거예요. 사실 이런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죠. 자존심도 상하고요. 결국 스스로 포기하셨는데, 이런 경우는 입사 후에도 서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예요.
Episode_2“성과 압박이 심해요.동료들과 어울리기도 어렵고.”
이전 경력이 훌륭한 구직자일수록 새로운 기업에서 기대하는 역할이 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중장년에게 크나큰 스트레스가 된다고. 젊은 직원과의 관계 형성도 고충으로 다가온다.
진행자 구직에 성공했다면 목표는 이룬 셈인데요. 그런데도 컨설턴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요?
성희 입사 후에도 이메일 등을 통해 상담을 해드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가령 영업 직군에 가신 분들의 경우 출근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성과 압박이 심하다고 하시더군요. 어차피 성과가 안 나면 퇴직을 권고할 텐데, 그러느니 내 발로 나가는 게 낫지 않냐고 토로하시곤 해요. 일단은 성급히 판단하기보다는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조직에 적응하고 업무를 파악하는 시간을 보내길 권해드려요.
성철 특히 대기업 출신 중장년이 중소기업에 가면 그런 압박이 더 심하더라고요. 가령 ‘대기업에서 오셨으니까 빠른 시일 내에 성과 달성이 가능하겠죠?’ 그러고서는 얼마 뒤 ‘대기업 출신치고는 성과가 기대 이하네요’라는 식인 거예요. 사실 대기업의 후광과 인프라 없이 중소기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개인 기량이 더 요구되거든요. 그런 부분을 많이 힘들어하세요.
영희 질환으로 인해 5년의 경력단절 후 영업지원 담당으로 재취업 한 여성분이 계셨어요. 함께 입사한 동료는 거래처 분들이 방문하면 자발적으로 손님 응대도 하고, 동료들 업무지원도 하는데 본인은 문서작성 등 지시한 업무만 하고 있었다고 해요. 영업지원 부서이니 동료나 거래처 내담자 대응 등에 민첩하고 유연한 대처가 요구 되는데 잘 인지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었어요. 이런 경우 긴장되는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이어서 사진관 행정담당자로 전직하였는데 직무환경에 만족하고 잘 적응한 경우도 있었어요.
신혜 저 역시 취업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분들이 계신데요. 고민하시는 걸 보면 애초 채용 공고에 명시된 직무보다 더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거나 업무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러면 직무에 대해 책정된 급여 조건이 맞지 않는 거죠. 그런 부분은 재협상을 요청하시라 권해드려요.
성희 큰 기업이라면 정해진 시스템 때문에 협상 폭이 좁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의사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조율될 여지가 많을 수 있거든요. 입사 후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면 우선은 적응의 시간을 가지고 난 뒤에 점검해 보고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 무작정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되고, 기업의 상황과 자원을 살펴보고 협상하는 요령이 필요해요.
진행자 업무적인 것 외에 어려워하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성철 급여나 처우는 이미 알고 들어온 부분이라 혼란이 덜한데, 팀원들과의 관계 형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분이 많습니다. 예전에 한 스타트업의 전체 직원 60명 중에 혼자 중장년으로 입사한 분이 계셨어요. 다 20~30대였죠. 힘들어하셨는데 6개월을 버티시더라고요.
성희 성과를 내야 하거나 직무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도움을 구해야 하는 일이 많을 텐데요. 이때 본인이 가진 노하우를 기존 동료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서로 도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새로운 분이 입사하면 경계하는 시각도 있을 것이고, 초반에는 서로가 긴장하기 때문에 교류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젊은 친구들이 많은 조직이라면 ‘내 편은 없구나’라는 생각에 외로워하는 중장년들도 계십니다. 그래도 입사 초기 관계 형성의 고비를 잘 넘기면 이후 조직 생활은 좀 더 원활해지는 것 같아요.
Episode_3“6개월 계약직인데 뭐 남는 게 있을까요?”
중장년 채용은 정규직보다는 기간제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 단기간이라 가볍게 여기기보다는 다음 구직 활동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끊임없이 경력 개발을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행자 만약 계약직으로 입사했다면 언젠가는 또 구직 활동을 해야 하잖아요. 근무하면서 역량 개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두면 좋을까요?
성희 3개월이든 1년이든 이 기업에서 뭘 배울 수 있고, 어떤 걸 얻어갈지 생각하면서 지내셨으면 해요. 평생직장을 원한다면 앞으로도 이직·전직은 계속되니까요. 일단은 기록을 많이 해두시면 좋아요. 업무 일지를 쓰듯 어떤 일을 했고 무얼 경험했는지 상세히 적어두는 거죠. 그런 것들이 나중에는 큰 자산이 되거든요. 이력서도 1년에 한 번은 재정비하시고, 한 달에 한 번씩 조금이라도 내용을 업데이트하시길 바랍니다.
영희 계약직의 경력도 경력관리가 필요합니다. 계약 기간 동안의 업무성과 및 실적을 잘하고 경력중심의 이력서를 미리 작성해 보는 것도 추천 드려요. 해당 분야의 자격증이 없다면 직업훈련이나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하여 경력 개발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내에서 좋은 평판과 네트워크 관리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경력개발 및 관리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부터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성철 퇴직 후엔 대부분 ‘안정적이고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원하세요. 근데 사실 중장년에게 그런 직장은 거의 없거든요. 현실적으로 채용 시장을 바라보고 관심 기업을 정해 꾸준히 역량을 개발하시라 말씀드려요.
영희 한 직장을 오래 다니길 원하신다면, 현재 다니는 기업에서 역량 발휘를 잘해서 정규직 전환이나 계약 연장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때때로 그런 제안을 받는 분들도 있어요.
진행자 소위 ‘환승이직’이라고 하죠. 공백기 없이 곧바로 이직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언제쯤 이직 시기를 엿봐야 하나요?
성희 중장년에게 환승이직은 쉽지 않아요. 실상 계약 기간을 다 채우고 나와도 1년 넘게 기다려야 원하는 채용 공고가 뜨기도 하니까요. 만약 관심 기업에서 사람을 뽑는다면 당연히 도전해야죠. 특히 재직 중 그런 기회가 생겨 고민이라면,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일 거예요.
성철 직장을 다니든 안 다니든 꾸준히 트렌드를 살피고 교육을 받으며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요. 그래야 어렵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어요.
영희 저는 다니는 회사가 괜찮고 커리어 관리가 된다면 가급적 재직 상태를 유지하길 권해드려요. 계약직이 아닌데도 3개월, 6개월, 너무 단기로 직장을 옮겨 다니면 이력서상으로 볼 때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오해하기도 하니까요. 일단은 좋은 회사에 신중하게 입사하는 게 우선이고, 웬만큼 업무를 유지하면서 경력 개발을 하시면 좋아요.
진행자 이런 고민도 구직에 성공한 경우에나 가능하겠네요. 혹시 계속해서 입사에 실패하시는 분은 무엇이 문제일까요?
성철 만약 원하는 일자리에 계속 지원했는데 1년 이상 합격되지 않았다면, 구직 방법이 잘못된 거예요. 가령 직무와 무관하게 문어발식으로 이력서를 넣는 경우죠. 기존에 사양 산업 직군에 종사하셨던 분들이 이전 경력을 계속 고수하시는 것도 문제예요. 해당 직무는 계속 사라지니 취업문이 좁을 수밖에요. 또 원하는 직장의 우대 조건이 있음에도 역량 개발을 안 하고 포기한다면 결국 다른 지원자에게 밀리겠죠.
신혜 자신의 역량에 대해 나는 A기업도 맞고 B기업도 맞다고 여긴다면, 그건 스스로를 기성품화하는 거라고 봐요. 요즘은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있어서 그에 걸맞은 조건으로 경력 관리나 역량 개발을 하셔야 채용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계속해서 구직에 실패하신다면 그런 부분을 놓친 건 아닌지 점검해보셨으면 해요.
영희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분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자기 직무 강점이나 주특기를 뚜렷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다른 이와의 비교보다 자신이 보유한 능력과 경력, 자원을 잘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강점 파악 없이 마구잡이로 이력서만 내면 계속 헛돌 수밖에 없어요. 자신을 객관화하기 어렵고 구직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컨설턴트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니, 꼭 도움을 청하셨으면 좋겠어요.
신혜 결국 재취업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적응력과 유연성이라고 봐요.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갖고 새롭게 펼쳐지는 환경에 유연하게 접근한다면, 훨씬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성희 자기 인식 과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재취업에 도전 가능한 상황인지 먼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거죠.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조급하게 시도하면 결과도 좋지 않거든요. 그리고 현재 취업 시장에서 무얼 원하는지도 잘 살펴보세요. 나만 준비됐다고 채용되는 건 아니잖아요. 계속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역량을 개발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청춘은 인생의 어느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새뮤얼 울먼) 나이로 따지는 청춘은 한시적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청춘은 영원할 수 있다. 소나무처럼 언제나 푸르름을 간직한 중장년의 인생 3막을 돕는 사회적 기업 ‘에버영코리아’가 탄생한 지 어언 10년. 그 사이 60대를 맞았지만, 여전히 푸릇한 10대의 마음으로 기업을 이끌고 있는 정은성 대표를 만났다.
2013년 송파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한 ‘송파 인터넷 콘텐츠 사업단’이 토대가 된 에버영코리아. 당시 고령화 현상을 주시해온 정은성 대표는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인식되던 노년층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발견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늘어나는 고령인구를 더 생산적이면서도 가치 있는 존재로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로 에버영코리아를 설립한 것. 특히 기존 노인층 대상의 공공 일자리에서 벗어나 IT를 주요 업무로 내세우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10년 전만 해도 노인들이 IT 업무를 한다는 건 획기적이었어요. 주된 업무는 ‘네이버 지도’ 거리뷰(촬영한 거리의 실제 모습을 360도 회전하는 사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에 나오는 인물이나 자동차 번호판 등을 블러링(개인정보 등을 가리기 위해 사진을 흐릿하게 보정하는 작업)하는 거였죠.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당시 시니어 직원 30명 중 스마트폰 보유자가 딱 한 분이었거든요. 그만큼 당사자에게나, 사회적으로나 생소한 일이었죠. 그러나 저는 확신이 있었고 자신이 있었어요. 다행히 예상대로 사업이 순조롭게 잘 진행됐고, 저희를 롤모델로 한 다양한 단체와 사회적 기업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긍심을 느껴요.”
AI 시대, 평생 현역으로 생존하기
시니어만 고용해서 일이 되겠느냐, 얼마나 가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10년 차 기업에 접어든 걸 보면 기우였을 테다. 그만큼 기업의 10년은 여러 가지를 증명해내는 의미 있는 숫자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정 대표다.
“10년 업력을 사람 나이에 비유하면 30~40대 정도로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아직도 10대 같다는 마음이 들어요. 사춘기처럼 아직 불안한 부분도 있고, 때론 무모하기도 하고 그래요. 또 변화 속도가 빠른 IT 분야를 하다 보니 안정됐다가도 또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를 겪곤 하죠. 최근에는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많은 직업군이 위기를 맞았잖아요. 저희도 기존에 하던 블러링 작업을 AI가 대체하면서 관련 업무가 꽤 줄었습니다.”
정 대표는 ‘무모함’이라 표현했지만, 그 말에는 10년 전 에버영코리아를 선보였을 때와 같은 열정과 의욕이 내포된 듯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진행하던 사업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지만, 역으로 그는 다시 성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재 신사업들은 대체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준비 중입니다. 어쩌면 시니어들이 AI와 관련된 일을 선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나간다면 오히려 청년층보다 경쟁력과 잠재력이 크다고 보는 거죠. 이런 시도를 하는 기업이 거의 없을 텐데, 저희에겐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니 그만큼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해요.”
에버영코리아의 모토 중 하나는 ‘배우는 것을 그만두면 노인이 되고, 계속 배우면 젊다’는 공자의 말씀이다. 그는 시니어 직원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길 바란다. 기본적으로 신기술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매주 관련 정보들을 모은 웹진 형태의 ‘비타민E’도 공유한다. 이렇게 익힌 기술과 내용을 점검하는 차원의 시험도 수시로 치르며 정성평가에 반영한다. 회사의 방침에 불만을 표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그는 현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이라 강조한다.
“각자 일도 바쁘고 자주 내용을 전달하다 보니 버거울 수 있겠죠. 한편으론 부담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런 시도를 하기도 해요. AI 같은 기술은 이제 좋든 싫든 가져가야 하는 큰 흐름이니까요. 에버영코리아 직원들은 오래 일하기를 희망하세요. 실제로 초창기 직원의 52%가 아직도 계시니까요. 그런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함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귀찮고 힘들겠지만 이 정도 부담이라도 있어야 트렌드를 읽고 익히려 노력하시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쓰는 방법이에요. 물론 스스로 변화하려는 분도 많아요. 결국 그런 태도가 뭔가를 바꿀 수 있고, 평생 현역으로 생존하는 길이라고 봐요.”
짐이 되면 노인, 힘이 되면 신중년
정 대표는 10년간 에버영코리아를 이끌며 ‘평생 현역으로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함께하는 직원들 또한 같은 목표와 꿈을 갖길 바란다.
“나이가 들수록 두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외로움은 커지고 자존감은 낮아진다는 건데요. 이걸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일자리’라고 생각해요. 저희 직원들에게 ‘일하면서 뭐가 좋은가’ 여쭤봤는데, 한 분이 ‘가족이 생긴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 옆에서 ‘가족보다 낫지!’라고 하시더군요.(웃음) 또 어떤 여직원분은 월급을 모아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너무나 뿌듯하셨대요. 그동안은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만 생활했는데, 처음 자신이 번 돈으로 무언가를 해봤다는 거죠. 한편으론 늙으면 배우자보다 자식에게 기대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점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했다는 자부심도 크게 느끼시더라고요. 노후에 일자리는 단순히 돈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셈이죠. 그런 내면적인 자원이 채워지니까요.”
그는 직원들에게 CEO 칼럼을 통해 ‘짐이 되면 노인, 힘이 되면 신중년’이라는 메시지를 공유한 적이 있다. 사가(社歌)에 ‘몸은 시니어 마음은 청춘’이라는 가사가 있을 만큼 평소 마음의 힘을 믿으며, 누구나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정 대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때때로 체력이 마음처럼 따라오지 않기도 한다. 때문에 내면의 건강뿐만 아니라 외적인 건강도 뒷받침돼야 평생 현역, 자립하는 노년을 살 수 있다. 그는 작은 습관들을 통해 직원들의 건강도 살피고 있다.
“매년 직원들에게 수첩을 만들어주는데요. 앞부분에는 분기별 컨디션을 진단하는 ‘백세건강체크’와 하루하루 건강한 습관을 들일 수 있는 ‘몸 마음 관리표’가 있어요. 여기에는 식습관, 운동 습관, 마음 습관 3가지 항목이 있는데, 이걸 매일 기록해보는 거죠. 단순히 O, X 정도로 체크만 하면 돼요. 강압적인 건 아니지만, 해마다 관리를 잘하신 직원들에겐 포상도 하고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근력이 참 중요한데, 운동을 하려면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잖아요. 막상 계획했다가 잘 지키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상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면 좋아요. 아무리 소소한 거라도 그걸 해냈을 때 성취감도 따라오고요.”
정 대표가 말하는 소소한 습관은 가령 이런 것들이다. 근력 유지를 위해 면도하는 동안 무릎 살짝 굽히기, 15분 거리의 식당에서 점심 먹기(오고 가며 30분은 걸을 수 있다고), 출근해 회사 문을 열며 마음속으로 1초간 ‘행복’이라 외치기. 어렵고 힘든 일은 못 하는 이유를 찾기 일쑤지만, 이러한 작은 습관은 핑곗거리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지키기도 수월하단다.
“저는 17년 전부터 이런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어요. 몸 건강, 마음 건강을 위해서인데, 이는 곧 평생 현역이 되기 위함이죠. 그런데 막상 오랜 세월 중장년과 일을 하다 보니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건강하니까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니까 건강해진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결국 노후는 일자리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가장 좋은 기업을 위한 최선의 방법
정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중장년 직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에버영코리아만의 복지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여타 회사라면 ‘자녀 출산 축하금’이 책정되지만, 이곳에서는 ‘손주 출산 축하금’이 나온다. 부모가 아닌 ‘본인 환갑, 고희 축하금’이 있고, ‘형제상(喪) 조의금’이 있다. 황혼육아의 짐을 지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은 없지만, 해외여행을 충분히 즐기고 올 수 있도록 장기휴가는 제공한다. 정년은 따로 없지만, 직원들에게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을 주기 위해 형식적으로나마 ‘100세 정년’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저곳에 입사해볼까’라고 관심을 보이는 중장년도 있을 터. 그러나 일반적인 중장년 채용과 비교해 에버영코리아의 입사 과정은 꽤 까다로운 편이다. 이 역시 정 대표만의 뜻이 담겨 있었다.
“보통 경력이 많은 중장년을 채용할 때는 서류를 점검하는 차원의 가벼운 면접을 보곤 하죠. 저희 채용 프로세스는 서류, 필기, 실기, 면접으로 크게 4단계를 거쳐야 해요. 뭘 이렇게까지 하느냐고도 하는데, 어려운 과정을 통해 입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시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또 가급적 서류 과정에서 많은 인원을 통과시키려 해요. 전에 면접장에서 한 분이 9년째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데 면접은 처음 왔다며, 되든 안 되든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해서 뿌듯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차원에서 최대한 기회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물론 IT 업무를 해야 하기에 디지털 문해력이나 실무 능력은 필수다. 그가 재차 강조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노력’ 또한 중요시하는 인재상이란다. 아울러 사회와 환경을 위한 마음과 실천력까지 겸비했다면 플러스알파(+α)가 될 수 있다. 이는 회사의 비전과도 일맥한 부분이다.
“제가 내세운 비전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회적 기업’입니다. 기업에게 ‘가장 좋다’는 건 최대(Biggest), 최고(Greatest) 같은 걸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베스트(Best)를 생각했어요. 이건 영어에서 굿(Good)의 최상급 표현인데요. 여기엔 ‘착하다’는 뜻이 포함되죠. 그러니까 ‘가장 선한 기업’을 꿈꾸는 거예요.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돈을 벌어야 해요. 그래야 사업이 유지되니까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오래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선한 기업은 결국 그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쓸 것이냐, 즉 누가 혜택을 볼 것이냐를 따지는 거죠. 우리 직원들은 함께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고 그 뜻에 동참하고 있어요. 그런 선한 직원들이 평생 현역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도록 돕는 일, 그게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최선(最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은퇴 후 일상이 즐거운가요? 노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요즘은 너무 재미가 없네요. 하루가 한 달, 일 년처럼 길게만 느껴져요.” 한 온라인 은퇴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회원들은 “이젠 해외여행도 감흥이 없다”, “3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지겹다”며 동조하는 댓글을 남겼다. 막연히 긴 자유 시간이 역으로 족쇄처럼 느껴진 것이다. 이에 여가를 채울 여생의 자원, 취미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도움말 박승숙 다시배움 대표, 임효연 세종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은퇴 후에는 수면, 식사 등 생리적 필수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이 자유다. 이 기나긴 시간을 얼마나 유익하고 성취감 있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된다. 직장 생활과 육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살던 때는 퇴직 후 여유를 갈망했을 것이다. 그러다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놓여나면 당장은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며 미뤄왔던 자유를 만끽한다. 그러나 앞서 글을 남긴 은퇴자처럼 이 또한 지루하고 허무하게 느껴지는 날이 찾아올 수 있다.
중장년을 위한 취미 공동체 및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박승숙 다시배움 대표는 “퇴직 후 지나치게 남아도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장년에겐 큰 도전일 수 있다. 처음 몇 년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신이 나지만, 이내 막막해지는 시점이 오기 때문”이라며 “직업과 일을 대신할 만한, 자기 정체성을 다시 잡아줄 지속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는 것이다. 그 즈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는 이제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남은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게 된다. 바로 이 시기가 취미가 중요해지는 때”라고 말했다.
취미의 긍정적 효과, 즐기지 못한 이유는?
취미는 중·노년기의 다양한 영역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먼저 휴식, 운동 등의 활동을 통해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체력과 활력을 증진할 수 있다. 아울러 여러 사람과 어울리고 교류함으로써 사회적 관계 형성 기능을 얻고, 나아가 의미 있고 성취감 높은 활동으로 자아실현도 가능하다.
임효연 세종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은퇴 후 생산 시간 외 스스로 계획 가능한 시간이 확장된다. 이렇게 얻은 방대한 자유는 노후 삶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크게 신체적·정신적·사회(관계)적·환경적 영역에 작용한다. 이 시기 취미는 일상에 긍정적인 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연결고리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취미를 통해 긍정적 효과를 얻기도 하지만, 신체적·정서적·사회적·환경적 조건이 따라야만 취미 생활도 가능할 것이다. 반대로 취미나 여가 활동이 취약한 분들은 심신 건강이나 관계적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즉 개인의 여건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다르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논문(‘노인의 여가 활동 욕구와 심리사회적 노화 인식’, 2016)을 통해 한국 노인들의 소극적인 여가 및 취미 활동에 대해 언급했다. 같은 논문에는 노인들이 현재보다 더 유용하고 바람직한 여가 및 취미 활동 욕구를 지닌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들이 원한 것은 주로 스포츠 참여 등 건강 활동과 문화·예술 관람 활동 등이다. 대조적으로 ‘2020 노인실태조사’(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한국 노인의 여가 활동 절반은 산책, 바둑, 원예 등 휴식 및 교양 활동인 것으로 나타난다. 논문에서 노인들이 바란 영화 관람, 악기 연주, 운동 등 문화·예술·체육 활동은 10% 내외였다. 또 해당 조사에서는 노인들의 주된 활동 중 하나로 TV 시청을 꼽았는데, 대상자들은 1일 평균 4.2시간을 TV(또는 라디오) 앞에서 보냈다. 임 교수가 논문에서 지적했듯, 노년기 취미·여가 활동이 다소 소극적이고 단조롭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임 교수는 “가치의 문제로 본다. 현재 우리 중장년은 정말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왔다. 이들의 젊은 시절엔 노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했다. 즉 노는 것이 죄악시되는 사회였다”며 “때문에 막상 은퇴 후 자유가 찾아와도 ‘놀아도 되나’라는 고민을 하고, 잘 노는 법을 성취하지 못했기에 실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또 여전히 경제 활동을 하거나 빈곤에 처한 이들도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에도 취미 생활이 녹록지 않다”고 해석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박승숙 대표는 “중장년을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스스로 경제 활동에 그만 매달리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 그리고 경제 활동에 계속 매달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구분하는 부유함의 척도는 개인 인식과 선택의 문제다” 라며 “취미가 중요해지는 건 전자의 경우다. 후자는 언젠가 해볼 만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기회 정도로 필요성을 느낄 수 있지만 중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텅 빈 시간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일이 멈춘 사람들(전자)에겐 필요성을 넘어 결코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일이 된다”고 설명했다.
취미는 실존 문제, 노년기 정체성 부여해
취미가 중요한 만큼 어떤 취미를 갖느냐가 관건일 수 있다. 박 대표는 “취미는 의무도 아니고 트렌드도 아니다. 취미란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중장년이 처한 실존 문제로, 결국 각자 자기에게 맞게 찾아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그가 기준으로 삼는 취미의 조건은 있다. 바로 ‘몇 살까지 할 수 있는가’, 즉 취미의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 박 대표는 70~80대를 넘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 재미를 붙이고 능숙하게 만드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단순히 시간 때우기 식으로 취미를 보기보다는 오랜 기간 자신에게 존재 의미를 주고 어떤 정체성을 부여할 취미를 갖는 것이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으론 그렇기 때문에 제2의 직업만큼이나 취미를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누군가에겐 취미 생활을 제대로 즐기기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임효연 교수는 중장년기에 유익하고 바람직한 취미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사회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젊어서 직업적 역할에 자신의 정체성을 몰두해 살아왔다면, 나이 들어 그 역할을 상실했을 때 삶의 균형이 무너지기 쉽다. 직업에만 자신의 자아를 부여하기보다는 그밖에 자유 시간을 잘 계획하고 활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는 나이가 들어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다”며 “사회적으로도 흔히 말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갈 수 있는 기업 문화, 사회의 가치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취미·여가 시설 및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임 교수 또한 중장년의 취미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할 만한 기반은 마련됐다고 보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그는 “우려스러운 점은 중·노년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그들의 취미 또한 굉장히 다양해질 텐데, 그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느냐다. 나이대별로 과거에 경험하고 즐겼던 문화가 다른데, 이러한 욕구의 다양성을 얼마나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양적인 차원보다는 질적인 차원으로 접근해 중장년의 취미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두 번째 순서는 ‘이력서편’이다.
Episode_1 “OO 씨 몇 대손으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이력서에는 지원 동기, 성장 과정, 장단점 등 자신에 대해 소개하는 항목이 있다. 이때 중장년들은 직무와 무관한 자신의 이야기를 연대기식으로 늘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진행자 한 직장에 오래 다니거나 이직 경험이 없는 경우라면 지금의 온라인 이력서 형태가 생소할 수 있겠어요. 다들 어떤 점을 어려워하시나요?
권미경 커리어컨설팅 대표(이하 미경) 최근에는 이력서보다는 ‘입사 지원서’라 해서 자기소개서나 경력기술서 등을 포함해 서류를 마련해요. 아무래도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자기소개 부분을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이력서는 크게 연대기형과 기능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유사 업종에 취직한다면 연대기형 이력서도 나쁘지 않아요. 문제는 새로운 업종이나 직업에 도전하려면 기능형 이력서가 필요한데, 이때도 연대기형으로 작성한다는 거죠.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성희) 연대기형 이력서를 작성할 때 주로 본인을 직책으로만 표현하는 경향이 있어요. 사원부터 시작해 과장, 차장, 부장이 됐다는 식으로요. 직책을 쓰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했는지 핵심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성철 성장 과정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지원 직무와 관련해 어떤 전문성을 키워왔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말 그대로 본인의 성장사를 적는 경우죠. 어느 가문의 몇 대손으로 태어나, 형제 관계가 어땠고, 초등학교 시절은 이렇고… 이력서에 이런 진부한 내용이 들어가면 채용 담당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어렵죠.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또 어려워하시는 것 중 하나가 ‘지원 동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 있어요.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한 동기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설득해야 하니까요. 그러려면 먼저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정보와 내가 지원하는 직군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기업 홈페이지나 관련 뉴스 등을 살펴보면 좋죠.
성희 생각보다 중장년들이 직업이나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요. 워크넷 홈페이지의 직업 사전 페이지에서 검색하면 관련 정보를 쉽게 보실 수 있어요. 그런 내용을 이력서에 녹여내는 과정도 중요해요.
영희 채용 공고 분석도 해보면 좋아요. 지원하는 기업에 내가 희망하는 직무 외에도 다른 채용 공고는 어떤 것들이 올라와 있는지, 또는 내가 원하는 직군에 대해 다른 회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인재를 뽑는지 등을 분석하는 거죠. 그러면 덤으로 그 회사의 인력 구조나 상황, 업계 트렌드도 얻을 수 있어요.
성철 채용 공고에 있는 자격 조건이나 우대 항목도 꼼꼼히 살펴야 해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나 합격 전략도 살펴보면 좋고요. 최근 이슈인 챗GPT에 ‘OO 기업 채용 핵심 전략 알려달라’, ‘자기소개서를 써달라’ 이런 내용을 입력해봤는데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단, 그 내용을 그대로 옮기란 뜻은 아니에요. 몇몇 단어나 문장을 참고하되 결국 자기 언어로 쓰셔야죠. 이력서의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형식이나 양식에 대한 도움은 될 것 같아요.
진행자 자사 이력서 양식을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때론 자유 형식을 요구하기도 하잖아요. 청년들은 채용 플랫폼 서식을 활용하던데요. 중장년들은 어떤가요?
성희 저는 컨설팅할 때 채용 플랫폼에 등록된 서식은 쓰지 마시라고 해요. 퇴직한 분들 중에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허수로 이력서를 넣는 경우가 많거든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노력 없이 플랫폼에 등록된 서식 그대로 보내는 건 ‘실업급여용이구나’라고 판단해 선호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가급적 별도 양식으로 작성해 메일로 보내시길 권해드려요.
영희 그래서 마스터 이력서를 하나 준비해두면 좋습니다. 마스터 이력서에 핵심 역량과 이력을 잘 정리해뒀다가, 지원 기업에 알맞은 쪽으로 수정, 보완하는 거죠. 같은 이력서를 여러 회사에 돌리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면 경쟁력이 없어요. 그 회사와 직무만을 위한 포인트가 담겨 있어야하죠.
미경 맞아요. 같은 이력서를 회사 이름이나 직무만 바꿔 내는 분들이 있는데요. 기업명 같은 고유명사를 틀리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죠. 그런 이력서는 바로 아웃이에요.
Episode_2 “MBTI 교육도 들어놨어요.이만하면 스펙 괜찮겠죠?”
이력서 공백을 채우려 직무와 무관한 자격증이나 이수 교육 등을 과하게 써넣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겸손해(?) 주요 성과나 핵심 역량을 축소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진행자 청년들의 경우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하잖아요.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넣으려고요. 중장년들도 그런가요?
미경 아무래도 청년들보다는 경력이 있다 보니 더 쓸 게 많은 편이죠. 이때 어떤 역량을 넣을 것이냐가 중요해요. 모조리 다 넣는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전에 공공기관 이력서에 직무와 전혀 무관한 바텐더 자격증을 쓰신 분을 봤어요. 그런 식으로 불필요한 자격증이나 이력을 나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성희 맞아요. 일단 양적으로 승부하려는 분들도 있죠.
미경 특히 고학력 분들은 자신이 낸 논문 같은 것도 올리더군요. 직무와 동떨어진 내용인데도 말이죠. 바쁜 채용 담당자들이 굳이 그 긴 논문을 읽어볼까요? 아니라고 봐요.
성철 관점의 오류라고 생각해요.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써야 하는데, 내 입장에서 어필하려는 것들을 쓰니까요.
영희 이런저런 자격증을 정말 많이 따신 분들도 있는데요. 10개든 20개든 다 써내지 마시라고 해요. 지원 분야에 꼭 필요한 5개 정도로 추려서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게 좋죠.
미경 이력서 쓸 때 웬만하면 ‘MBTI 교육 이수’ 같은 것은 넣지 마시라 합니다. 요즘은 중장년을 위한 교육기관이 많고 프로그램도 다양하잖아요. 정말 안 받아본 교육 없이 다 들으러 다니는 분도 있더라고요.
영희 교육을 위한 교육을 받는 분도 상당하죠.
성철 교육 쇼핑이라고 하죠. 그리고 요즘 블로그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력서에 넣는 게 큰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영희 대외 활동 이런 걸 쓰실 때도 가려 쓰시는 게 좋아요. 항상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작성하시면 좋겠어요.
진행자 혹시 이력을 과장해서 스펙 부풀리기를 한다거나 거짓 스펙을 적는 경우는 없나요?
미경 중장년은 과대포장은 잘 안 해요. 있는 그대로 쓰는데 그게 과했다면 모를까. 역으로 자신의 업무 성과 같은 걸 축소하시려 하더군요.
성희 아무래도 중장년들은 자신을 어필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시절과 문화를 살아오셨고요. 괜찮은 성과가 있어서 그걸 돋보이게 쓰시라 하면 ‘이건 내가 혼자 한 게 아닌데’라며 주저하세요. 보통 팀원들과 함께 이룬 성과에 대해 그러시죠. 그런 과한 겸손이 이력서 문장에서도 드러나곤 해요. 계속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는) 전제가 붙고, 확신 없는 문장이 되고,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거든요.
영희 맞아요. 업무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데도 그런 부분까지 축소하시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성철 한편으론 우려도 있는 것 같아요. 이 성과는 이전 직장의 백그라운드 속에서 동료들과 함께했기에 가능했던 일인데,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을까? 이력서에 적으면 내가 할 줄 알 거라고 기대해서 뽑으면 어쩌지? 그런 부담을 느끼는 거죠.
영희 이직이 잦았던 경우 이런 부분을 축소하는 분들은 있어요. 해외에서는 덜한데 한국 기업은 이직을 많이 한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성철 역으로 한 회사만 오래 다닌 분들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영희 실상 중소기업에 취직하거나 규모가 작은 곳에 가면 두루두루 일당백을 하는 사람을 원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직무에 적합한 이직을 하면서 자기 역량을 키운 사람이면 오히려 환영하는 것 같아요. 이직을 많이 한 게 마이너스라 느낀다면, 그 안에서 긍정적으로 어필할 부분을 잘 찾아보시면 좋겠어요. 이직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 있는데, 단순히 팩트로만 나열하시면 호감도가 떨어질 수 있거든요.
Episode_3 “사진이 어려 보인다고요? 젊었을 때 찍은 건데요”
잘 작성한 이력서도 한 끗 차이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증명사진은 물론 이력서와 구직자의 매력을 함축하는 커버레터 작성, 첨부파일 형식 등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게 좋다.
진행자 같은 내용이라도 채용 직무에 맞는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게 관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밖에 구직자들이 간과하는 이력서 작성 시 주의 사항이 있을까요?
성철 맞춤법 확인은 기본이고요. 과도하게 전문용어나 영어, 한자를 사용하는 것도 지양해야 해요. 또 요즘은 디지털 문해력이나 컴퓨터 활용 능력도 이력서 단계에서 묻는 경우가 많거든요. 흔히 상·중·하로 선택하게 돼 있는데, 창피하니까 ‘중’ 정도로 해두시더라고요. 면접에서는 드러나지 않아 채용에 성공했지만, 결국 실무에서 들통이 나 이틀 만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봤어요.
미경 저는 항상 사진을 신경 쓰시라 말씀드려요. 간혹 증명사진인데도 남자분들은 화려한 나비넥타이를 했다든지, 여자분들은 민소매에 커다란 귀걸이를 했다든지 격식에 어울리지 않은 모습으로 찍은 분들이 있더라고요. 직무에 따라 좋게 보는 곳도 있겠지만, 웬만해서는 좋은 인상을 얻기 힘들죠. 정말 스펙이 좋은데도 사진 때문에 반감을 사는 이력서도 많아요.
성철 젊은 시절 사진을 내는 분도 있어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사진 속 인물을 기대했는데 막상 그게 아니라면 당황스럽죠.
성희 저도 그런 고객이 계셔서 여쭤봤어요. 왜 자꾸 옛날 사진을 고수하시냐고요. 그랬더니 자신의 늙은 모습이 싫고 불편하시대요. 재취업 활동에서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는 과정도 필요한데, 아직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경 요즘은 사진관에서 옷도 대여해주고, 3만 원 정도면 하나 찍거든요. 오래된 증명사진을 갖고 계시다면 이참에 업데이트하셨으면 해요.
성철 그런 점에서 오래된 사진을 그대로 내민다는 건 성의가 결여된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어요. 구직 활동을 할 때 최소한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인데, 그걸 안 했다는 거죠. 결과적으로 좋게 보이지 않아요.
성희 생각보다 비즈니스 매너를 잘 모르는 중장년이 많더군요. 보내는 사람 이름이나 이력서 파일명, 메일 제목 등을 무성의하게 처리하는 경향도 있고요.
성철 맞아요. 메일 보내실 때 정중한 첫인사와 끝인사를 잘 쓰셔야 한다고 당부하죠. 이력서 커버레터도 상당히 중요하고요.
미경 메일로 보내지 않고 취업 플랫폼에 올릴 때는 헤드라인이 관건이에요. ‘제2의 인생을 여기서 시작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런 표현은 진부하죠.
성희 제가 느끼는 진부한 단어는 ‘성실’이에요. 성실이라는 요소는 어떻게 보면 기본 덕목과 같거든요. 성실이라는 단어 대신 성실함을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드는 게 더 도움이 돼요.
영희 이력서가 곧 ‘마케팅 레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막연히 ‘날 채용해주세요’라는 것보다는 제대로 준비하고, 그걸 담은 표현을 통해 나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드러내는 작업이죠.
성희 맞아요. 이력서를 이렇게 비유해보면 어떨까 해요. ‘나’라는 제품의 사용설명서를 작성하는 것. 제품 사용설명서가 잘 쓰여 있어야 구매력이 올라가듯, 나를 잘 설명하는 글이라야 채택될 확률이 높아지죠. 아주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나’를 잘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