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선택하면 18년을 좌우합니다.” 순간 그의 눈빛이 변했다. 만난 후 내내 온화한 의사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였는데, 이야기 주제가 동물 입양으로 옮겨지자 갑작스레 진지해졌다. “사람을 입양하는 것과 같죠. 개와 고양이 모두 최근 수명이 길어져 평균 18년 정도 사는데, 함께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굉장히 긴 기간입니다. 신중해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박효철(朴孝哲·55) 대표는 국내 최대의 애견 프랜차이즈의 최고경영자이자 진료도 함께하는 대표원장 역할도 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동물병원 프랜차이즈 쿨펫(Cool Pet)은 전국에 150여 개 가맹점이 있고, 전국의 롯데마트나 이마트 등 대부분의 대형마트를 선점하고 있다. 이 밖에 호텔이나 놀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려동물 서비스 전문의 프랜차이즈 위즈펫(Wizpet) 등 그가 론칭한 크고 작은 애완동물 브랜드는 모두 5개나 된다.
수명 얘기가 나오니, 돈벌이만 생각한다면 순환이 빠른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나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그의 진중한 태도에 얄팍한 이야기는 입 밖에 내지도 못한다.
박효철 대표의 말에 따르면 애완동물, 반려동물 시장은 최근 급속도로 커지며,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한다.
“최근 혼자 사는 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애견인(愛犬人), 애묘인(愛猫人)들이 늘었어요. 최근에는 자녀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빈자리를 반려동물로 채우려는 시니어들이 늘어났습니다. 동물별 비중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개를 선택하는 인구가 90% 정도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고양이의 인기가 늘어나면서 20% 이상을 차지합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이 추세라면 30%를 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입니다.”
시니어 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은 선진국의 사례에 비춰보면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반려동물을 키우는 독신인구 중 70% 정도가 시니어층이라고 한다. 시니어들이 개보다 고양이를 더 많이 선호하는 것도 한국과는 다른 특징이다. 시니어의 반려동물로 선택되는 개와 고양이의 비율은 4대 6 정도다.
생활공간 등의 문제로 망설였던 반려동물의 사육을 이제라도 시작하려는 시니어들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그의 사업영역인 동물병원이나 관련 매장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지인 중에서 이미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사람을 찾아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실제 기르고 있는 사람을 찾아 밥은 어떻게 주는지, 훈련은 어떻게 시키는지, 그 외의 관리상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미리 듣고 학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사육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현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 이후에 본인이 기르고자 하는 동물의 특징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입양은 맨 마지막 단계입니다. 천천히 해도 늦지 않습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입양을 하다보니 유기견의 증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유기견의 입양도 캠페인처럼 펼쳐지지만, 사육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 시니어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유기견의 경우 몸과 마음을 모두 다친 상태에서 구조되는데, 관련 기관에서 육체적인 상처는 치료해도,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 둔 채 입양을 보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사람의 준비가 몇배 더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입양된 유기견들이 파양(罷養)되어 돌아올 확률은 절반에 육박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시니어에게는 어떤 동물이 키우기 좋을까? 물론 개인의 취향이 우선시되어야겠지만, 개와 고양이 중에서 선택하라면 고양이가 편하다고 조언한다.
“개는 의존적이어서 항상 곁에서 돌봐줘야 하지만, 고양이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물과 음식만 준비된다면 며칠 동안 집을 비워도 문제없을 정도죠. 배변 훈련도 모래만 준비하면 됩니다. 가르칠 필요가 없죠. 그래서 키우기 편한 쪽은 당연히 고양이입니다. 만약 강아지 중에서 추천하자면 몰티즈나, 요크셔테리어, 푸들, 시추 같은 소형견이 적합하죠. 하지만 인위적으로 몸집을 줄인 아주 작은 견종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최근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확대되면서 관리에 대한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 등이 늘어났지만, 지나치게 과잉보호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너무 병원을 자주 찾거나, 보호에 힘쓰는 것보다는 산책을 하는 등 같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 하다고 설명한다.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병원을 가 버릇하면 계속 탈이 나게 되어 있어요. 병원은 큰 문제가 없으면 일년에 한 번 정도 예방접종하러 가면 되고, 먹는 것도 그냥 사람 먹는 것을 함께 먹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인류는 그동안 그렇게 동물들을 키워왔고, 동물들은 그렇게 살아남았으니까요.”
입양할 동물이 결정되고 집에 들이게 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집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라고 조언했다.
“개든 고양이든 한 일주일 정도는 일부러 만지려 들지 말고, 먹이를 줄 때를 제외하고는 내버려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고 나서 적응이 되면 먼저 가까이 다가올 겁니다. 산책할 때도 목줄을 조금 여유 있는 길이로 맞춰, 가고 싶은 곳으로 따라가는 형태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함께 지내다 보면 상대도 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것을 통해 얻는 장점을 박 대표는 ‘교감’으로 이야기했다. 사람과 사람은 말로 교감을 하지만, 사람과 동물은 원초적 감정을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좀 더 근원적인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마음의 안정과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일부에선 동물이 수명을 다할 때의 상실감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죽기 전에 동물을 한 마리 더 입양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나이 많은 동물에게도, 그를 잃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식구가 힘이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니어가 동물을 키우게 되면, 동물이나 사람의 수명을 고려할 때 평생을 함께하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반려동물이라는 말 그대로 남은 생을 함께 할 식구를 찾는다는 마음으로 입양에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나이 들수록 지식을 뽐내기보다는 지혜(智慧)를 나누고 덕(德)을 베풀었을 때 자연스레 교양이 묻어난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지혜와 덕은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교과서나 시험도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인생의 큰 숙제와 같다. 해결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동안의 소양과 더불어 끊임없이 공부하며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체력(體力)이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로 오랫동안 인생 공부를 해나갈 수 있겠다. 교양 있는 중·장년의 삶을 위해 ‘지덕체(智德體)’를 향상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을 살펴봤다.
◇ Chapter 1. 평생교육원에서 智 학점 올리기
학점은행제, 총장 명의, 교육부 장관 명의 등의 방법으로 학점을 이수하는 학사학위과정을 비롯해 국가공인 자격증 과정, 비학위 교양 강좌 등을 등록할 수 있다. 1984년 이화여자대학교 봄 학기 개강을 시작으로 현재는 대부분의 대학이 각 학교의 특성에 맞는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장년에게 유익할 만한 수업 몇 가지를 소개한다.
△ 이화여대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 '시니어 컨설턴트'
100세 시대의 사회 상황과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인생 후반기 생활 설계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제공한다. 자신을 위한 행복 노후 설계뿐만 아니라 나아가 타인의 삶을 지도할 수 있는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을 목표로 한다.
강의 정보 주 1회 15주 과정, 수강료 40만원
세부 커리큘럼 매력 있는 시니어 이미지 메이킹/ 행복의 느낌 찾기/ 인간관계 명품의 법칙/ 음식을 통한 건강관리 웰빙 장수 웃음법 등
△ 서울대 평생교육원 '고령사회의 웰다잉 전문가'
웰다잉(죽음 준비) 교육을 통해 죽음을 주체적으로 준비하고 대면할 수 있는 지적, 정서적, 영적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 비해 죽음이 가깝고, 노년 세대에 비해 더 긴 시간 동안 죽음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중·장년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강의 정보 주 1회 15주 과정, 수강료 50만원
세부 커리큘럼 교양 강의 3주 + 성찰 강의 3주 + 결정 강의 8주 + 마무리 1주
△ 고려대 평생교육원 '품위 있는 글로벌 매너와 이미지 메이킹'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아야 할 기본 생활 예절과 비즈니스 매너, 우아한 식사를 위한 테이블 매너, 상황별 표현법과 호칭, 해외 여행 예절 등을 학습한다.
강의 정보 주 1회 15주 과정, 수강료 30만원
세부 커리큘럼 동·서양 식사, 음주 예절, 다도(茶道)와 이미지 컨설팅/ 글로벌 여행 예절(비행기, 호텔, 팁 등)/공연장 등 공공장소 예절/ 젊은 뇌 유지 비결과 스피치 훈련 등
△ 아주대 평생교육원 '부동산경매투자비법'
노후 대비를 위해 부동산 투자에 대한 확실한 학습을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부동산경매투자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론과 그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임장활동을 중심으로 입지와 공법상의 제한내용, 시가 등을 분석한다.
강의 정보 주 1회 15주 과정, 수강료 40만원
세부 커리큘럼 매수인이 꼭 알아야 할 경매절차/ 주택 임대차보호법 해설/ 좋은 물건의 선정과 임장활동방법/ 낙찰 후 사후 관리 등
△ 동국대 평생교육원 '여행 작가'
사진작가 신미식, 시인 이문재, 출판인 김산환, 음악평론가 임진모, 여행작가 유연태, 변종모, 우지경, 세계일주 여행가 안병일 등이 여행기 쓰기, 여행사진 촬영, 여행서 출간하기 등에 대해 강의한다. 수료 후에는 동기끼리 공동 사진전을 갖고 문집도 펴낼 기회가 주어진다.
강의 정보 주 1회 15주 과정, 수강료 58만원
세부 커리큘럼 사진 장비의 선택과 활용/ 나는 이렇게 취재를 한다/ 도전! 여행 파워블로거/ 내 글을 어떻게 퇴고할까?/ 길 위의 인문학 등
숙명여대 평생교육원 ‘역사문화’반 44학기 개근생 홍인숙(84)씨
“머리가 아닌 마음에 남아야 진짜 인생 공부”
숙명여대 평생교육원에 다니는 홍인숙씨는 무려 44학기를 이수하고도, 45학기째 수업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일반 4년제 대학을 졸업하려면 총 8학기를 이수해야 하는데, 그것의 5배가 훌쩍 넘는 시간을 ‘역사문화’ 공부를 해온 것. 20년 넘게 한국사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서양 역사에 대해 배웠지만 여전히 수업이 흥미롭다는 그녀다.
홍씨는 “내가 젊었을 때는 평생교육원이니 문화센터니 하는 배움터가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프로그램이 참 많잖아요. 뭐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찾아서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그러니 괜히 노인정에 들락거리는 것보다 무엇이든 배우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평생교육원을 다니게 됐어요”라며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녀에게 공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홍씨는 “대단한 목표를 가지고 뭔가를 이루려고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거창한 의미는 없어요. 그저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내가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거죠”라며 “무엇보다 이 나이에 학교에 간다고 하면 마음부터 젊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44학기를 이수하며 그녀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풍부한 역사적 지식도 쌓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마음에 남은 것이 더 많다는 홍씨. “나이를 많이 먹으니까 내용은 많이 잊어버려요. 남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지식보다는 내가 느끼는 행복, 즐거움이 더 크게 남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공부해온 것 같아요. 지금도 문화센터에서 수필 강의를 듣는데 컴퓨터를 다루지 못해 글을 쓰지는 않아요. 수업 듣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니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강의를 듣는 시간만큼은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하고, 철학적인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죠.”
홍씨는 지난해 ‘민화 그리기’ 수업을 신청했다가 몸이 아픈 바람에 참여하지 못했다. 올해는 평생교육원 ‘역사문화’ 45학기를 다니며, ‘민화 그리기’에 다시 도전하고 ‘라틴 음악’에 대한 강좌도 찾아볼 예정이다. “몇 학기까지 다닐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답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귀촌 생활이 삶의 의미를 더해주는 가치의 수단
농협대학에서 귀농·귀촌의 풍요로운 삶을 가꾸다
시니어들이 귀농·귀촌 대학을 찾는 이유는 농촌에 가면 웰빙을 추구하는 삶의 질 향상이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귀농·귀촌인의 정착 실태 장기추적 조사’에 따르면 귀농·귀촌 이유로 ‘조용한 전원생활을 위해서’가 31.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껴서’가 24.8%, ‘은퇴후 여가생활을 위해서’가 24.3%, ‘새 일자리나 농업·농촌 관련 사업을 위해’가 22.2% 등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농사일이 좋아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 때문’, ‘생태·공동체 등의 가치 추구’가 각각 18.4%를 차지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건강, 은퇴 후 여가, 전원생활을 위해 농촌을 찾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고학력일수록 은퇴 후 여가나 전원생활을 위해 귀농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귀농·귀촌자가 농촌 정착과정 상에서 자금 문제, 영농기술문제, 농지구입의 문제, 생활여건의 불편, 토착주민과 갈등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귀농·귀촌자가 다시 도시로의 재이주 의향을 보이는 주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기농림진흥재단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을 대상으로 현장 중심의 이론 및 실습형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성공적인 농촌 정착에 도움을 주고자 2009년에 개설하여 2015년까지 총 3000여명을 교육했다.
특히 경기농림진흥재단에서 위탁받아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농협대학의 귀농·귀촌 대학은 지난해 까지 7기 회원을 모집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매년 120명에서 140명 정도 귀농·귀촌을 꿈꾸는 시니어들이 7개월 동안 성공적인 귀농·귀촌 정착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생산·가공·유통·마케팅 전반에 걸친 폭넓은 교육으로 본인에게 적합한 귀농 형태를 결정짓는 역량을 강화했다.
교육비는 200만원이 넘는 전체 교육비에서 자부담 일부(50만원)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경기농림진흥재단에서 지원했다. 오전에는 귀농 설계교육과 영농기술 기초학습이, 오후에는 농협대학 교내, 귀농·귀촌 대학 실습장에서 실습 및 현장 견학이 이어진다.
1인당 약 20여 평의 땅이 주어지는데 기초 교육이 끝나는 즉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농계획을 세우는 등 농촌 투어 등 다양한 경험과 실습이 이뤄진다.
경기농림진흥재단 귀농·귀촌 대학을 수료한 이석현(61)씨는 “농촌은 부부가 보다 심신의 여유를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곳이고 며느리, 아들 눈치 보지않고 좀 더 여유롭게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곳”이라며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생각하며 영농 계획을 세웠고, 귀촌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큰 공부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부하고 싶은 시니어들의 참교육場 '사이버대학'
본격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갈수록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시니어 세대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교육 차원에서 사이버대학에 진학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30대 학생 비율이 점차 줄어드는 것과 비교해 40대와 50대의 진학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사이버대의 나이별 대학생 추이를 살펴봐도 알 수 있다. 30대의 입학이 매년 2.5% 정도씩 줄어드는 반면, 40대와 50대 이상 등록은 1%씩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50대 이상 입학은 전체 학생의 10.59%로 두 자릿수 평균율을 보였다.
사이버대학이란 정보통신기술, 멀티미디어 기술 및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하여 형성된 가상의 공간(Cyber-Space) 안에서 교수자가 제공한 교육서비스를 학습자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학습하는 가상 학습 공간이다. 일정한 학점을 이수할 경우 학사학위 또는 전문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제2조 제5호에 규정된 교육부 인가 대학이다. 사이버대학은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고 모든 수업과 시험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도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이버대학은 매년 6월과 12월, 2차례에 걸쳐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수능 입학을 거치지 않고 입학지원서와 함께 학업계획서와 인성검사를 통하여 지원할 수 있다.
학비는 학점당 6만~8만원 선이며 18학점 신청 시 학기당 100만~150만원 수준이다. 소득분위 기준으로 지급되는 한국장학재단(www.kosaf.go.kr)의 국가장학금 제도도 활용할 수 있다. 사이버대학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사이버대 종합정보사이트 CUinfo(www.cuinfo.net)를 참조하면 된다.
사이버대학은 2001년도에 총 9개 대학으로 시작했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총 21개가 운영되고 있다. 10만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시니어가 몰리는 사이버대학 인기학과 F4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사회복지학과, 상담심리학과, 한국어문화학과는 학생의 1/4 정도가 50대 이상이다. 특히 미디어문예창작학과이 대한 60대 이상 시니어의 관심이 두드러진다.
미디어문예창작학과
미디어문예창작학과는 문예창작이론에 영상미디어를 접목한 학과다. 문학예술과 뉴-미디어에 대한 기본 소양을 배우고 폭넓은 시야와 깊이 있는 사유능력을 키워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에 실천적 문학인을 양성하는 것이 미디어문예창작학과의 목표다. 미디어문예창작학과에는 60대 이상 시니어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경험한 것들을 글로 남기고 싶은 욕구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만 개설된 학과다.
한국어문화학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를 양성하는 학과다. 어느 정도 배움이 있는 시니어들이 ‘교사’에 관심이 있고 또 외국인을 대상으로 봉사 차원에서도 활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고려, 영남사이버대학교 등 9개 사이버대학에 개설돼 있다. 국어기본법에서 정한 한국어 교원 자격 요건에 맞춘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글로벌 환경, 다문화 시대에 필요한 국내외 현장의 요구에 부합되는 인재를 양성한다. 영역별 필수 과목을 이수하면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증을 준다.
사회복지학과
사회복지학은 현대화, 산업화, 도시화 등 사회변화에 따른 삶의 질 향상과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실천적, 전문적 해결방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가족과 아동, 여성, 노인, 장애인, 청소년 등 다양한 대상들과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사회복지적인 개입 방안을 학습하고 이를 현실 사회 속에 실천하는 것에 주력한다. 사회복지전공은 전반적인 사회복지이론 및 기술의 습득, 각 전문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적 능력을 갖춘 복지전문가를 배양하는 데 교육의 목적을 두고 있다. 사회복지학과를 선호하는 시니어들은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거나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봉사하는 시니어들이 많이 찾는다.
상담심리학과
최근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사회의 각 분야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행복한 삶과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이해,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상담심리학과의 경우 4년제 학위가 있는 시니어들이 선호한다. 이론과 실제가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룬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다양한 정신건강과 상담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통합적·전문적인 지식과 상담기술 등을 훈련하고 있다. 상담심리학과는 관련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교과목 운영은 물론, 기초단계의 상담심리 교육과정과 영역별 심화 및 응용 단계의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학생들은 졸업 후 다양한 휴먼서비스 영역에서 전문상담가로 활동할 수 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신중년들은 인생 2막 설계에 관한 관심이 높다. 그런 요구에 맞춰 각 대학은 발 빠르게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해 새로운 삶을 꿈꾸는 신중년세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전 국민의 고등교육화를 꿈꿨던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프라임칼리지를 개설해 신중년들의 미래 인생설계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젊은 은퇴로 고민에 빠진 신중년들에게 한국폴리텍대학은 펜 대신 드라이버와 망치를 손에 쥐어 주며 실전 학습을 가르치기에 나섰다. 인터넷 발달과 함께 방송대 대항마로 떠오른 사이버대학교는 이상 실현과 재교육을 토대로 시니어들의 배움 욕구를 충족시키는 중이다. 미래 설계가 아직 좀 미흡한 신중년들이 있다면 주목하라. 더욱 나은 제2의 인생으로 인도할지니.
국립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40·50세대를 위한 제2 인생설계·준비과정
원격대학의 원조,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안에는 또 하나의 대학이 있다. 바로 프라임칼리지다. 1997년부터 운영돼 온 방송대의 평생교육원이 2012년 프라임칼리지로 개명한 것.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다. 기존 평생교육원의 틀을 깨고 전 세대를 아우를 만한 다양하고 특색 있는 학습 프로그램으로 무장했다.
프라임 칼리지는 평생학습시대, 국민의 생애주기와 학습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만들어진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다.
특히 40·50대 신중년들을 위한 제2 인생 설계·준비과정 등을 시행하고 있다. 제2 인생 설계·준비과정은 중·장년층의 자립 의지에 힘을 실어주고, 더 나아가 사회공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2012년 제2 인생설계과정 32개 신규 교과목으로 총 2660명 수강에 이어, 2014년에는 총 1만284명이 프라임칼리지를 이용할 정도 관심이 뜨겁다.
프라임칼리지 교육과정은 제2 인생대학, 인문교양·시민문해, 귀농·귀촌, 창업, 사회적 경제, 국제개발협력 사회봉사, 전문자격, 명장교수, 평생교육 등 10가지 대분류 아래 각각에 부합한 과목을 배치했다. 영미영작 단편선, 문해 교육 이론 등은 물론, 집짓기, 창업, 다양한 국가의 어학학습 등 프라임칼리지가 아니면 찾아보기 힘든 과목들을 개설해 놓았다. 방송대 학생은 프라임칼리지에서 강의를 들으면 졸업학점으로 최대 12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어 굳이 다른 곳에서 배울 강좌가 아니라면 꼭 한번쯤 프라임칼리지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외에 20·30세대를 위한 선취업·후진학 학위과정과 재직자 기초과정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뷰Ⅰ 박찬영 블루베리-연금나무, 게으름의 농장 수강 (서울, 방송대 농학과 15학번, 54)
귀농·귀촌을 꿈꾸는 신중년들에게 좋은 길라잡이
귀농·귀촌을 준비하면서 인터넷 강좌를 기웃거리다 공부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에 작년 방송대 농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전공 교수이신 문원 교수님이 블루베리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셔서 조금 더 알려 달라고 했더니 프라임칼리지 강좌를 한번 들어보라고 권유하더군요. 사실 귀농·귀촌할 생각만 있었지 어디로 갈지 또 어떤 작물을 키울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블루베리에 관한 관심이 한창일 때 들었던 프라임칼리지 강좌는 꽤 도움이 되더군요. 적어도 블루베리가 농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접근하기 쉽고 수익성 좋은 작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농업에 관련한 일을 알아 가는 데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고 생각해요.
프라임칼리지뿐만 아니라 학교 자체가 귀농·귀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주변에 농사짓는 사람도 없어요. 귀농·귀촌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방송대에 들어왔습니다. 만약 프라임칼리지를 먼저 알았더라면 이쪽 강의를 먼저 들었겠죠. 프라임칼리지에 귀농·귀촌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을 학교 입학하고 난 후에 알았거든요(웃음). 프라임칼리지도 새로운 인생 2막의 길을 찾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우선 농학과 공부에 집중한 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프라임칼리지를 좀 더 이용할 계획입니다.
인터뷰Ⅱ 양봉선 제2 인생대학 마스터클래스- 마음 외 5과목 수강 (전주, 방송대 국문학과, 58)
프라임칼리지는 마력이다
동화를 쓰고 창작을 하면서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아져 방송대에 편입학해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몸에 고장이 단단히 왔다는 것을 알았어요. 동화 작가. 직장인, 주부, 엄마, 방송대 학생으로 숨 쉴 틈 없이 살아온 탓일까요. 1~2년 전 9개월 동안 병원과 집을 오가며 지냈어요. 그런데 병원을 오가다 우연히 프라임칼리지의 제2 인생설계 광고를 보게 됐어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곳저곳을 클릭해 보았는데 평소 관심 있던 과목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다스리는 삶을 하고 싶었는데 그런 과목도 있고요. 두 과목만 수강할까 하다 프라임칼리지에서 수업을 들으면 방송대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기에 욕심을 좀 더 냈죠(웃음). 강좌를 선택하다 보니 6개가 되더라고요. 제2 인생 설계과정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중년의 삶,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삶 등을 공부했습니다.
내 이름을 단 아동문학관을 짓는 게 꿈이라 ‘작은집-싸게 짓고 행복하게 살기’를 즐겁게 들었습니다. ‘안전, 웰빙, 스마트 여행을 위한 건강관리’ 강의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던 다른 나라 예절, 선물로 현지인들에게 주면 좋을 것 등을 배웠습니다. 듣다 보니 3개월 단위로 끊어지는 강좌를 6개월이나 들었더라고요. 지금도 듣고 싶은 과목은 한없이 많아요. 프라임칼리지 너무 좋습니다. 글을 쓰면서 부족했던 것들, 살면서 배우지 못한 처세술도 배울 수 있었어요. 고령화시대에 남다른 감각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행복했어요.
펜 놓고 손에 기름 묻히길 원하는 자
한국폴리텍대학으로 가라!
한국폴리텍대학(이하 폴리텍대학)은 말 그대로 실사구시(實事求是) 학문을 추구한다. 이곳에서는 언제 어디서든지 실질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고 학습한다. 1968년 국립중앙직업훈련원으로 시작해 2006년 24개의 기능대학과 19개의 직업전문학교가 합쳐져 지금의 폴리텍대학이 됐다. 폴리텍대학은 해마다 80% 이상의 높은 취업률을 보인다. 땀의 결실을 보게 해주는 알찬 대학으로 세대와 학벌 위주 사회에서도 주목받는 대학으로 성장했다. 국민 누구나 나이와 학력에 상관없이 입학할 수 있다. 학비 걱정 없이 기술을 배우고 취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평생직업교육대학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한 베이비부머 훈련교육이 시니어들의 재취업과 제2 인생 설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학사과정 외 시니어들을 위한 베이비부머 훈련교육을 2012년부터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훈련교육은 3개월 단기과정으로 만 45세 이상 만 62세 이하의 실업자, 전직 예정자,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기업 맞춤형 과정으로 진행된다. 장년층의 재취업을 돕는 이 과정은 올해 전국 31개 캠퍼스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2012년 333명의 수료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1868명이 베이비부머 훈련교육을 수료했다. 놀라운 사실! 3개월 교육과정이 전액 무료로 이뤄지며 수료생에게는 별도의 지원금도 지급된다.
인터뷰 송재구 (청주, 베이비부머 전기제어과정 2015년 8월 수료, 59)
노래하는 만학도에게 새 삶을 준 베이비부머 훈련과정
지난해 8월 베이비부머 전기제어과정을 수료했습니다. 30년 이상 의류업과 요식업을 하면서 살았 습니다. 아이들 다 키우고 성장했을 무렵 늦바람이 불었는지 48세에 대학수학시험을 봐서 2013년 새내기 대학생이 됐습니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다 2014년 말에 음식점 문을 닫았어요. 예전부터 전기 관련된 공부를 해보고 싶었는데 충주지역 폴리텍대학 광고를 보고 베이비부머 훈련과정을 알게 돼 훈련과정에 들어왔습니다. 기초부터 전기 에너지, 설비, 이론 등 다 가르쳐주더라고요. 일단 배우고 있었던 것, 모르고 있었던 것을 배워서 자신감도 생기고 삶에 활력이 됐습니다. 과정 수료하고 바로 아파트의 시설관리기사로 취업했습니다. 아무래도 폴리텍대학에서 훈련과정을 수료한 것이 합격에 도움이 됐습니다. 내 나이에도 그런 훈련과정을 수료하고 이력서를 내니 업체에서도 좋아하더군요. 전기 설비에 관한 한 내 손으로 다 고치고 만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제 나이에 기술 없으면 딱히 취업할 곳이 없어요.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한 기회를 저는 얻은 거죠.
지금 학교를 나온 이후에도 전기기능사 시험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격증은 꼭 하나 더 따고 싶어요. 앞으로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도 목표지만 나보다 힘들고 직업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노하우로 그분들을 도와가면서 사는 게 목표 중 하나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80세, 그 이후까지도 사회에서 일하는 열정적인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한국능률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인문학 강연 ‘수지향(수요일에 만나는 지혜의 향연)’ 의 리딩멘토로 활동 중인 연세대학교 철학과 김형철(金亨哲·60) 교수를 현장에서 만났다.
그가 이 인문학 프로그램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주최측의 2기 리딩멘토 활동에 대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인데, 1기의 리딩멘토가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었던 만큼 부담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평소 소신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응용인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문학, 특히 철학은 인간에 대한 근본적 탐구를 하기 때문에 융합에 가장 적합한 학문분야입니다. 어떤 활동 뒤에 철학을 붙여 놓아도 그 의미가 통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술철학, 경영철학, 정치철학 등 가장 근본적 신념과 가치에 대한 명쾌한 분석이 융합적 접근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250명의 최고경영자와 인문학의 다양한 명강사들의 강연을 매개하는 역할을 맡겨준 것에 책임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문학과 경영의 융합이 이어지라고 봅니다.”
최근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사회적 수명(정년)이 짧아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시니어의 학습에 대한 욕구상승 현상에 대해서는 이렇게 풀이했다.
“사람들은 계속 배우기를 원합니다. 이것이 인간의 자아실현 욕구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부러워하는 권력, 명예, 부를 한 손에 거머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막상 이 모든 것을 손에 넣고 나니까 그는 세상사는 것이 허무해집니다. 도사를 찾아가서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한평생 배우러 왔다가 갑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께서 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못 배운다라고 하셨던 거 아닐까요? 시니어의 교육 열기를 뜨거운 것은 배우기를 계속하는 한 노화가 멈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시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아침에 일어나서 다 같이 오늘 나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일일 목표로 삼는 시니어가 늘어나길 기대합 니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지금, 경영과의 접목을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이에 대해 그는 경영현장에서 도움되는 지혜로 효과적으로 변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문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경영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순수 인문학적 강의가 어떻게 하면 경영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혜로 변환될 수 있는지를 고민 합니다. 저는 경영자는 시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수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철학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은 합리적이고, 비판적 창의성을 제공합니다. 이런 철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가치관이 달라집니다. 심리학, 사회학과 같은 광의의 인문학도 조명할 계획입니다.”
인문학 강의 특히 ‘수지향’과 같은 강의는 어떤 이들에게 적합하냐는 질문에, 스스로에 대한 성찰에 목마른 시니어를 지목했다.
“인간에 대한 관심은 인문학 고전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인간을 희생시키고 몰인간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지속가능한 태도가 아닙니다. 평생교육은 경제적 효율성과 소득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성찰하는 삶만이 살 가치가 있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기억하세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물음과 자신의 좋은 답을 가진 사람만이 삶을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책은 혼자 읽는 겁니다. 그러나 공부는 같이 하는 겁니다. 그래서 동문수학하는 것이지요. 삶의 품격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겨울은 모든 골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계절이다. 코스에서 직접 플레이를 하지는 못하지만 그 기간을 잘 이용한다면 아무리 주말골퍼고 시니어 골퍼라고 할지라도 지금의 수준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원한다면 겨울철에 자신만의 골프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세워보자. 다른 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골프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시즌 오프, 시즌 전, 시즌 중으로 구분해서 계획을 세운다. 겨울철은 시즌 오프, 봄은 시즌 전, 그리고 늦가을까지는 시즌 중으로 구분해서 시즌 오프인 겨울에는 자신에게 맞는 스윙과 샷을 위한 분석과 교정을 중심으로, 시준 전에는 파워를 보강할 수 있는 체력 훈련을, 시즌 중에는 체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전체 기간을 대상으로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다.
◇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스윙을 찾으려면
시즌 오프인 겨울철에 자신의 스윙을 분석하여 골프 스윙으로 인한 상해를 예방하고 원하는 샷을 구사하려면 스윙의 기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스윙을 찾아야 한다. 최적의 스윙이란 조건반사적인 스윙을 뜻한다. 이 스윙은 관절의 가동범위 내에서 근육의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여 연습할 때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수행해온 동작은 의식하지 않아도 같은 동작을 쉽게 반복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윙할 때 사용되는 근육들은 모두 수의근들이다. 대뇌의 의지로 특정한 근육들을 수축하고 이완시켜서 특정한 동작을 하는 것이다. 스윙할 때 근육의 수축과 이완은 백스윙을 마쳤을 때와 피니시 위치에서 느낄 수 있다.
백스윙할 때는 오른쪽 어깨를 감싸고 있는 근육들이 수축하고 있지만 반대로 왼쪽어깨를 감싸고 있는 근육들은 이완되며, 피니시에서는 왼쪽 어깨 쪽이 수축되고 오른쪽 어깨 쪽은 이완된다. 바로 이 수축과 이완에서 파워가 나온다. 눈을 감고 스윙을 해보면 눈을 뜨고 스윙했을 때보다 더 큰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스윙을 할 때 어깨 근육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클럽을 쥐는 손이나 팔, 게다가 몸통 전체의 근육들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또 상체를 지탱하기 위해 하체, 다리 근육들 까지도 동원되어 파워를 발생시킨다.
또한 최적의 스윙은 척추에 연결된 어깨, 어깨에 연결된 팔, 팔에 연결된 손목의 움직이는 순서가 일관될 때다. 특히 스스로 조절해야 하는 백스윙할 때 움직이는 순서를 어떻게 하느냐는 스윙을 연쇄반응처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어서 더욱 중요하다.
최근의 스윙추세와 스윙분석에 관련된 연구 결과들은 이전과는 다른 백스윙의 순서를 강조하고 있다. 원피스로 테이크 어웨이한 후에 팔을 들며 몸통을 함께 돌리며 백스윙을 하기 보다는 두 팔로 클럽을 먼저 테이크 어웨이 한 후에 오른 손목, 팔꿈치, 어깨를 돌리며 백스윙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원피스로 테이크 어웨이한 후에 백스윙을 하면 클럽헤드를 몸 앞에 두지 못하고등 뒤로 가져가므로 다운스윙 할 때 표적선에 대해서 클럽헤드가 아웃사이드에서 인사이드로 움직이는 원인이 되어 표적을 향한 클럽페이스에 따라 슬라이스 또는 풀샷이 되고 만다. 그러나 두 팔로 클럽을 먼저 테이크 어웨이한 후에 오른 손목, 팔꿈치, 어깨를 돌리며 백스윙을 하면 클럽헤드를 몸앞에 두고 스윙할 수 있어 다운스윙할 때 인사이드에서 인사이드로 클럽헤드를 가져가므로 표적을 향한 일관된 샷을 하기 쉬워진다.
◇ 스윙을 교정할 때는
자신의 신체 조건에 적합하고 효율적인 스윙 방법은 날아가는 공이 증명해주는 것이므로 방향과 거리가 일치된 샷을 구사하지 못한다면 스윙 방법을 교정해야 한다. 골퍼라면 누구나 골프를 익히는 과정에서 스윙 교정을 시도해 보지만 성공가능성은 높지 않다. 간단하지만 클럽을 쥐는 방법을 바꿔보거나 단순한 퍼팅 동작 또는 그린 주변에서의 치핑, 피칭 방법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경험은 골퍼들 모두 체험해보았을 것이다. 교정하려고 집중하면 할수록 더 많은 실수를 하고, 새로 시도하는 방법과 이미 구사하던 방법 사이에서 야기되는 심리적 혼란으로 더욱 큰 어려움과 부딪치기 때문이다.
인지 심리학자(Cognitive Psychologist)들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느 분야의 일인자가 되려면 피아니스트는 적어도 8000시간, 골퍼는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습관화되었던 예전 방법을 교정하고 새로운 방법을 습관화하여 일관되게 구사하려면 2000시간의 반복훈련이 소요된다고 한다.
반복된 연습으로 스윙 교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새로운 스윙 방법을 익혔다고 해도 긴장된 상황에서 플레이하다 보면 다시 예전의 스윙 방법대로 플레이하고 만다. 새로 시도하는 방법과 습관화된 방법 사이에는 심리적 갈등현상이 존재하므로 이미 습관화된 스윙방법은 아무리 바꾸려 해도 두뇌에서 바꾸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동과학적 입장에서 제시한 행동수정 이론은 다행스럽게도 스윙 교정에 효과가 크다고 한다. 학습과 발달 면에서 짧은 시간과 심리적 장애 현상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습관을 익히는 과정을 가속시키는 방법을 스윙 교정 방법에 적용한 것을 소개한다.
△ 1 단계: 스윙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기술한다.
샷의 결과에 따른 스윙방법을 진단하여 문제점을 글과 말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스윙 플래인이 너무 플랫하거나 업라이트하여 공을 임팩트하는 순간이 일관되지 못하다면 신체적 조건에 적합한 스윙 플래인의 형태와 위치를 찾는다.
△ 2 단계: 스윙의 문제점을 자각한다.
이미 습관화된 스윙을 의도적으로 반복하며 플랫한 스윙 플래인이 만들어지는 원인을 느끼도록 한다. 플랫하거나 업라이트한 스윙 플래인이 되었을 때 느껴지는 신체적 감각을 글로 표현한다.
△ 3 단계: 스윙의 문제점을 상기한다.
교정하려는 스윙을 잘못된 스윙이라고 하지 말고 예전에 하던 스윙으로 부른다. 예전의 스윙방법을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표현한다.
△ 4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을 자각한다.
새롭게 익히려는 스윙 방법을 천천히 구분하여 스윙한다. 새로운 스윙 방법으로 느껴지는 신체적 감각을 표현한다.
△ 5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을 상기한다.
새로운 스윙방법과 스윙 플래인을 마음속으로 상기하며 스윙한다.
△ 6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과 예전 스윙 방법의 차이점을 기술한다.
예전 스윙 방법과 새로운 스윙 방법의 차이점이 느껴지는 신체부위를 구체적으로 적는다. 백스윙을 마쳤을 때 손의 높이가 피니시했을 때 손의 높이를 비교하고 샷의 결과도 비교한다.
△ 7 단계: 예전 스윙으로, 새로운 스윙으로 5번씩 스윙하며 비교한다.
예전 스윙방법과 새로운 스윙 방법으로 한 번씩 샷을 한다. 예전의 스윙 방법과 새로운 스윙 방법으로 한 샷의 결과를 비교한다. 임팩트 때 느껴지는 차이점과 구질의 차이점도 비교한다.
△ 8 단계: 여러 클럽을 사용하며 새로운 스윙 방법으로 연습한다.
익히려는 새로운 스윙 방법을 강화하는 단계로 구분된 동작을 통합해서 스윙한다. 사용하는 클럽에 적합한 일관된 스윙 플래인을 익힌다.
△ 9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대로 코스에서 플레이한다.
샷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스윙 방법대로 코스에서 플레이한다. 샷을 시도할 때마다 교정한 스윙방법의 구체적 내용을 말로 표현한다.
△ 10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을 재진단하고 다시 익힌다.
위에 예시한 9단계의 연습을 적어도 4주동안 반복해서 실시한다. 연습장에서는 거울을 통해서, 코스에서는 비디오를 통해서 예전의 스윙 방법과 새로운 스윙 방법의 차이를 확인한다. 동작 교정이 올바르게 진행되었으면 1 단계로 돌아가서 반복한다. 만약 교정되지 않았다면 티칭 프로에게 조언을 구한다.
>>>글 박영민 전 고려대 교수
국내 골프칼럼니스트 1세대. 고려대와 한국체육대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1980년대 초부터 방송 해설은 물론 일간지, 스포츠지 등에 많은 칼럼을 연재했다. ‘골프의 이론과 실제’, ‘골프’(체육고등학교 교재) 등 저서도 다수.
좀 과장해 온 방송이 ‘먹방(먹는 방송)’이고 ‘쿡방(요리 방송)’이다. 정규 편성표를 가득 점령한 본방송에, 채널을 가리지 않고 거의 무한 재생되는 재방송까지 더하면 브라운관에서 요리하고 먹는 장면이 끊이지 않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덕분에 이른바 스타 셰프들이 연일 미디어의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다. 어떤 이는 만능 요리 비법을 선보이며 사람들을 주방 안으로 끌어들이고, 또 어떤 이는 허세 가득한 동작과 신출귀몰한 요리 기술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미디어의 중심에 선 이들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심영순, 홍신애 등 여성 요리인 또는 푸드스타일리스트들의 활약이 돋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허셰프’라는 별칭으로 사랑받는 최현석을 비롯해 샘 킴, 이찬오, 레이먼 킴 등 최근의 요리 유행을 이끄는 주동력은 역시 남성들이다.
하필 지금에 이르러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이는 “인간의 대표적 본능인 ‘식탐’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한 분석이 아닐까 싶다. 식탐을 자극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최근 들어 갑작스레 만들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요리하는 남성이 여성에게 성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는 추측 역시 마찬가지. 요리 잘하는 남성이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유독 요리 유행이 도드라진 데는 분명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중심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옮아가는 도중에 필연적으로 생겨난 현상’이라는 분석은 귀 기울일 만하다. 남성의 도움 없이도 생활할 수 있게 된 여성들이 강한 남성보다는 모성적 남성을 원하면서 요리 잘하는 남성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더불어 남성들이 요리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는 주장이다.
가족 해체 등의 사회 불안이 이른바 ‘집밥 열풍’의 주요인이라는 설도 설득력을 갖는다. 먹고살기 힘들어지면서 남성들이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을 때와 같은 편안함을 갈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복고주의’라는 견해도 있다. 원시사회 때부터 임신 및 육아가 여성의 몫이었던 반면, 식량 획득과 요리는 남성의 몫이었으므로 최근의 유행은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성적 분업 이론(남성과 여성의 생리학적 특징의 차이에 따라 일이 나뉜다는 학설)에 근거한 주장이다. 개인적으로는, 돌아가려는 시기와 현재 사이의 간격이 터무니없이 멀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이런 맥락과 비슷한 주장들이 최근 유행과 더불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요리에 진실로 그리워하는 것이 있다
더러는 지겨울 만도 하다. 튀기는 소리, 지지는 소리, 끓는 소리에 맛있다는 호들갑까지 더해진 천편일률적 요리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쾌감만 선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이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저술가이자 환경운동가’라고 설명하는 마이클 폴란은 저서 에서 현대인들이 직접 요리하지 않고 텔레비전 등 미디어를 통해 요리에 심취하는 현상을 ‘요리의 역설(Cooking Paradox)’이라 지칭했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요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잘난 듯 떠들어대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요리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폴란은 ‘1960년대 중반 이후 미국 가정에서 식사 준비에 필요한 시간은 하루에 고작 27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저서 에서는 “우리는 음식의 홍수에 빠져 있지만 정작 ‘진짜 음식’은 드물다. 슈퍼마켓 선반에서 ‘진짜 음식’이 사라지고 ‘그럴싸한 음식’을 가장한 가공식품이 빼곡히 들어찼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요리 유행의 핵심은 손쉬운 요리, 값싼 요리, 다가가기 쉬운 요리다. 폴란은 그런 요리들을 떠받쳐줄 기둥이 그다지 깨끗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라고 다를 리 없다. 음식평론가 황교익 씨는 우리나라 특유의 ‘치맥’ 유행을 ‘값싼 육류를 제공하려는 정부와 산업계의 노림수가 대중에 통한 결과’라고 비판하고, 요리사 겸 저널리스트인 박찬일은 모 언론에 기고한 칼럼 ‘달걀의 운명’에서 달걀이 대량 생산되는 현실을 두고 ‘이 불안한 풍요가 실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불안해한다. 우리 삶에 가장 가까운 닭고기와 달걀의 현실이 이럴진대 다른 식재료는 오죽할까.
요리 방송이 주로 밤 시간대에 편성된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먹지 않아도 될 시간에 식욕을 지나치게 돋움으로써 건강상 부작용을 일으킬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굳이 렙틴(Leptin)이니 글렐린(Glehlin)이니 하는 신경호르몬 이름을 들먹이지 않아도, 요리 방송의 부추김에 떠밀려 맥주 캔과 더불어 기름진 안주거리를 찾은 경험이 누구든 한두 번쯤은 있을 터. “이른바 ‘쿡방’ ‘먹방’의 영향으로 뇌에 내성이 생기고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돼 비만 등 건강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사들의 진언은 괜한 걱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바람을 선선하게 느낀다. 갖가지 역효과에 눈 감으려는 무책임함 때문이 아니다. 어떤 잇속이 걸려 있기 때문도 아니다. 무엇보다 나쁜 영향 못지않게 결정적으로 좋은 영향이 분명 그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남자에게 요리는 무슨 존재인가
요리 늦바람이 골프나 주식투자보다 재미있고 가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남이 해주는 요리만 먹던 ‘상남자’들이 아내의 전유물로만 여기던 칼을 집어든 이유는 뭘까.
은퇴한 남편이 집에 돌아오는 것과 달리 중년 부부의 경우 아내는 점차 밖으로 활발하게 움직인다. 남자들의 요리는 가정 평화는 물론, 고령화시대에 대비해 반드시 익혀야 하는 필수 학습으로 회자되고 있다.
남자들의 요리는 생의 진실을 담아낸 영화처럼 따뜻하며 때로는 코끝 찡하게 먹먹하다.
결국 우리의 인생이 맵고 짜고 달고 시큼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리는 섬처럼 고립된 개인들을 잇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를 위해 상을 차리고 함께 나눠 먹는 것은 상대방의 입맛과 식습관, 식탁 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영화 의 주인공 도완득은 언제나 혼자 밥을 먹고 등·하교하며 자신의 삶에 누구도 초대하지 않는 다. 그러나 영화 말미에서 끈질기게 거절하던 반 친구의 “라면이나 먹고 가자”는 말에 “그러자”고 답한다. 그는 이제 누군가와 함께 밥상에 앉는 것을, 자신의 삶에 타인이 들어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영화 은 핀란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공과 각자 상처를 지닌 채 식당을 찾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따뜻한 영화다. 카모메 식당은 우리나라의 분식집쯤 되는 작은 동네 식당. 세 여인은 이곳에서 시나몬 롤과 오니기리를 먹으며 각자의 상처를 치유한다.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것은 상대와 유대관계를 맺겠다는 적극적 신호다. 어릴 적부터 여기저기에서 자주 들어왔던 “한술 뜨라”는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언어 습관은 바로 그 정신에서 출발했다.
제임스 L. 브룩스 감독의 걸출한 코미디 영화 에서 타인을 거부하던 시절의 주인공 멜빌 유달(잭 니컬슨)은 홀로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기만 한다. 그러다가 이웃집에 사는 게이 화가 사이먼(그레그 키니어)을 받아들이면서부터는 중국식 수프를 나눈다.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주인공이 게이 화가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음을 보여주는 장치로서 음식을 선택한 것은, 실로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이다. 음식에는 그런 힘이 분명히 있다.
지금의 요리 열풍에도 그처럼 명쾌한 힘이 내재돼 있다. 그 동안 우리 가장들은 나쁜 의미에서 독야청청했다. 전통적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근엄함과 배타심을 구분하지 못하고 스스로 차단막을 내걸었던 이가 많았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가 그로 인해 자기 고립의 함정 속으로 스스로 빠져들고 말았다.
‘삼식이’라는 말을 아시는가? 은퇴 후 삼시세끼를 부인이 해주는 식사로 해결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뉘앙스부터 천박하고 불쾌하기 짝이 없으니 바람직하지 않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생산 가능 인구(15세에서 64세 사이)와 생산 불가능 인구 사이의 비율이 2060년에 이르러 50대50이 된다는 고령화 사회에서 누구도 그 유행어의 비극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쉽게 말해, 한때 배달의 기수였던 남성들이 현대에 이르러 계륵 같은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요리 유행은 계륵과 가족 사이에 음험하게 드리워진 차단막을 걷어내도록 하고 있다. 음식을 타인과 나누는 요리의 정신이 계륵들로 하여금 스스로 벽을 허물게 만들고 있다.
최근 요리 열풍의 핵심에 나이 지긋한 남성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차줌마’로 일컬어지는 차승원, ‘백 주부’라는 애칭으로 사랑받는 백종원, 중화요리의 대가라는 이연복 등은 모두 마흔을 훌쩍 넘긴 중년 남성들이다. 그들은 방송의 중심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요리는 어렵지 않다”, “당신도 할 수 있다”고 외치면서 그 동안 요리에서 소외돼 있던 계층, 다시 말해 중년 남성들을 주방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런 점이 오히려 쉽게 요리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닐까.
백 주부는 자신의 요리를 세발자전거에 비유했다. 어린 아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자전거를 한 번도 안 타본 사람도 겁내지 않고 타 볼 수 있는 세발자전거처럼 누구나 시작해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는 용기를 주어 다음에는 두 발 자전거 타기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방 안으로, 관심 속으로
최근 은퇴 전후 남자들에게 요리교실이 인기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초문화원의 ‘아버지요리교실’은 정원 25명으로 3개월씩 진행하는데, 은퇴 전후의 50, 60대가 주축이다. 서울대 노화고령화사회연구소와 이화여대 글로벌식품영양연구소, 순창군이 함께 시행하는 ‘골드쿡’ 프로젝트는 은퇴 전후의 중·장년층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요리실습이다. 서울특별시 양천구청이나 강남구청 등이 꾸준히 운영해온 중년 남성 대상의 ‘아버지 요리교실’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양주 시청의 ‘아버지 요리교실’, 광주광역시 농업기술센터의 ‘아버지 요리교실’ 등 최근의 요리 유행에 힘입어 개설된 아버지 대상의 요리교실 역시 하나둘이 아니다.
고양시 ‘젠틀맨 생활 요리 교실’은 55세 이상의 은퇴 남성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남성을 위한 요리 교실로,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간단한 생활 요리법을 전수해준다. 수업 소개란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남성만의 요리 교실로, 새로운 인간관계와 자아를 재정립하고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들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익한 강좌’라고.
여기에 경기 부천시, 광명시, 고양시, 충북 음성군, 강원 영월군, 경북 칠곡군 등 군 단위에서 시행되는 남자 요리교실과 ‘시니어 요리교실’ ‘행복남요리교실’ ‘츠지원’ 같은 사설 요리 강좌까지 합치면 중년 남성 대상의 요리 강좌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해외 유명 셰프를 초빙하는 경우도 있고 값비싼 식자재와 조리도구를 사용한다. 8~10명 정도의 수강생만 받아 소수 정예로 운영되는 만큼 전문직이나 높은 사회적 위치와 함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수강생들이 찾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강좌에 참가하는 남성들의 마음은 한결 같다. 가족을 비롯한 사랑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요리를 대접하겠다는 것, 그래서 그들과 좀 더 가까워지려는 것이다.
요리 잘하는 최철주 전 중앙일보 논설 고문은 “나이 먹은 남자들의 요리는 치유일 수밖에 없다”며 “가족을 위해, 혹은 지친 누군가를 위해 배려와 진심을 담아 요리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말했다. 요리는 다름 아닌, 자신의 진심을 상대에게 전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강력한 한 방법이다.
마이클 폴란은 요리 방송이 요리에 대해 떠들기 좋아하게 만들 뿐 요리 자체로 끌어들이지 못한다고 역설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요리 유행은 그와 양상이 사뭇 다르다. “요리는 어렵지 않다”는 어떤 요리인의 주장에 고무돼 실제로 많은 남성들이 요리에 도전하고 있으며, 적어도 도전하려 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요리는 사람들의 유대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부작용을 여럿 양산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요리가 가족 또는 타인과의 벽을 허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최근의 요리 유행을 반갑게 맞이하고 싶다.
예나 지금이나 ‘밥’은 중요한 소통 수단이다. 어느 종교 지도자는 밥을 나눈다는 것은 음식과 시간을 함께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의 꿈과 비전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중년 남자들이 ‘먹방’과 ‘집밥’을 통해 찾고자 하는 것은 ‘맛’이 아닌 ‘정’이고 ‘온기’가 아닐까. 분명, 요리라는 행위에는 그처럼 명쾌한 힘이 있다.
{ 남자가 가도 괜찮은 요리 수업 }
양천구 ‘아버지 요리 교실’
3·6·9·12월, 1년에 4회 양천구 지역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요리 강좌. 한 달 과정으로 매주 토요일 4회 수업한다. 장어구이, 들깨수제비 등 비교적 난도 있는 요리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초문화원 ‘아버지 요리 교실’
10~12월 3개월 12주 과정으로 진행하며, 강의 신청은 10월 31일까지 받는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수업한다. 단호박 밤수프부터 제육볶음, 황태찜, 연어 스테이크 등 반찬과 일품요리를 두루 배울 수 있다.
롱런아카데미 ‘아빠 요리 교실’
분기별로 2개월 8주 과정. 매주 월요반과 수요반 2회 운영한다. 두 강좌 모두 요리의 기본인 계량법과 밥 짓기로 시작해 떡갈비 같은 접대용 음식은 물론이고 생선 손질법과 찌개 끓이는 법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지식을 알려준다.
고양시 흰돌종합사회복지관 ‘젠틀맨 생활 요리 교실’
은퇴한 남성이 노후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요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개설한 요리 강좌로 기본적 요리 용어부터 꼼꼼하게 알려준다. 매주 목요일 12회 수업을 진행한다.
베이비부머를 사진 작품으로 꾸민 사진전이 열린다. 서울 영등포구는 20일 오후 2시부터 나흘간 여의도역사(지하철 5·9호선)에서 ‘5060, 내 눈에 담는 사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사진전에 전시되는 40여점의 작품은 모두 영등포구 시니어행복발전센터에서 운영 중인 사진반 수강생들이 찍은 것이다.
베이비부머를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니어행복발전센터에서는 매주 월요일 ‘내 눈에 담는 사진반’이 운영된다. 사진반은 올해로 2년째 운영 중이다.
정식 사진전을 열게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사진전의 불을 지핀 것이다.
구는 이번 사진전을 통해 베이비부머 세대의 건강한 여가 선용의 사례를 소개하고, 노후대책을 위한 전문기관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알리고자 유동인구가 많은 여의도역사에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활기차게 인생2막을 즐기는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며 “앞으로도 베이비부머 세대와 신노년층의 교육과 일자리, 문화생활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2012년 11월 전국 최초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맞춤형 노후 설계를 위해 설립된 ‘시니어행복발전센터’는 제2의 인생설계, 직업 안내, 여가 및 평생학습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정보교환, 자원봉사, 사회공헌 등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위한 사회참여를 안내·지원하고 있다.
매 분기 50~64세의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65세 이상도 참여 가능하다. 현재 약 580명의 회원이 등록돼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 최고의 건강비결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면서 살아간다. 배움은 먹고 살 수 있는 기회와 기술을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자체가 삶의 보람이자 유희로서도 기능한다. 이러한 배움의 기능은 노년기에 속한 이들에게 더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을 일한 분야에서 나와야 하는 그들로서는 먹고 살 경제활동을 하려면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또한 퇴직금과 안정된 연금 디자인으로 경제적 문제가 없는 시니어라 할지라도, 교육은 그들의 삭막할 수 있는 나머지 삶의 풍요로움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노년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한국에서 평생교육의 개념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더위보다 뜨거운 배움의 열정 ‘인생학교’
일이든 취미든 스스로 삶을 디자인하고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시니어의 모습은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한 롤모델이 된다.
여전히 가슴 뛰는 열정으로 꿈꾸고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들과 우리나라에서 배움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 어디일까? 입시에 모든 걸 걸고 있는 학원가?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배움은 제도에 적응하기 위한 강제적인 행위인 경우가 많다. 진정 배움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정말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뜨거운 열망을 보여주는 곳은 다름 아닌 ‘평생교육의 장’ 노인복지관이다. 그러나 현장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보건사회연구원 통계지표가 보여주는 65세 이상 시니어들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7%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황남희 인구정책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노년층의 평생교육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요인은 개인의 경제 수준 및 교육 수준, 다른 사회참여 활동으로 확인됐다. 인구사회학적 요인을 통제한 후 노년층의 평생교육 참여요인을 살펴보면, 월평균용돈 및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평생교육 참여가능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교육 참여자의 1인당 연간 투자비용이 평균 21만 원으로 소액이다.
황 연구위원은 노년층이 중요한 인적자원이라는 공동인식을 갖고 노년기 평생교육 관점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복지법과 평생교육법에 의해 정부 주체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 분리되어 있어 노년기 평생교육은 여가복지만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복지법에서는 노인여가복지시설로 분리되는 교육기관에서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평생교육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교육부의 평생교육법에서는 대상이 법조항으로 명시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혼선 때문에 실무적으로 노년층은 평생교육법에 의한 평생교육의 대상이 아니라는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
시니어 관련 분야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양성이다. 은퇴자나 명예퇴직, 베이비부머세대들은 기존의 주교육 대상인 청년층과는 다른 특성이 있으며, 특히 생애주기 특성상 신체적 건강수준과 교육에 대한 심리상태, 관심영역 등이 상이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 및 지원, 교육하는 자에 한해 시니어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교과목의 추가이수제도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황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인생학교를 통해 평생교육이 반드시 정착되어야 하는 이유
“학창시절 즐겨 부르던 팝송노래를 배우면서 친구도 사귀고 건강도 챙기니 무얼 더 바라겠습니까.”
강남시니어플라자에서 만난 김복순(71)씨는 셔틀버스로 이곳에 와 각종 건강·복지 프로그램을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김씨는 “하모니카, 생활영어, 요가 등을 배우고 물리치료를 하거나 야외에서 조깅을 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분당에 사는 이모(76)씨는 “신문이나 잡지를 보며 이 얘기 저 얘기 하는 몇몇 친구들과 매일 이곳에서 만나 놀고 밥먹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시니어건강복지센타는 병의원과 협약을 맺어 신경과·정형외과·치과·안과 ·한의원 등 진료 과목별 정기검진 시스템도 구축됐다. 무료 건강검진 혜택부터 인생과 세무·법률·재테크 등 전문분야별 상담도 펼쳐진다.
전주에 있는 꽃밭정이 노인복지관에는 요가, 라인댄스, 근력강화운동 등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사교성을 높이는 활동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탁구장과 당구장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전북에만 특성화되어있는 순환운동(맞춤식 운동법)과 본인에게 맞는 맞춤 운동법으로 6개월 동안 집중관리를 해주는 프로그램 등이 인기가 매우 높다고 한다. 이미 마을의 모임터로 자리매김한 복지관은 무언가를 배우고 즐기려는 사람들로 항상 활기가 넘친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지난 해 베이비부머의 행복한 내일 만들기를 돕는 ‘내일행복학교’를 열었다. 내일행복학교는 은퇴 후 새로운 배움을 통해 흥미롭고 설레는 노년을 기획하고자 한다거나, 지난 평생을 일과 가정에 몰두한 자신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휴식과 치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제2의 인생에 도전하기를 꿈꾸는 베이비부머를 위한 교육과정이다.
내일행복학교는 연간 총 5기가 진행될 계획이며, 각 기수별로 총 5개 과정(노년설계아카데미, 창업아카데미, 직업전문아카데미, 창의직업아카데미, 힐링아카데미)이 포함되어 있다. 바리스타 교육, 설문조사원 교육, 영상제작 교육, 소자본창업 교육 등 각 과정은 중복 수강도 가능해, 다양한 경험을 희망하는 베이비부머에게는 희소식이다.
워킹, 요가, 바리스타, 네일아트, 색소폰, 요리교실, 도슨트 등 평생교육은 다각화 중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노인 여가복지시설인 노인복지관·복지센터가 7곳으로 가장 많은 강남구는 총 현재 340여개의 노인 여가·학습 프로그램이 분기별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 강남시니어플라자는 강남구의 고학력, 고소득 노인들이 복지관 이용에 가지고 있던 기존 선입견을 없애고자 2011년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로 개관해, 노인복지관 최초 실비이용과 프로그램 질적 수준 업그레이드 등을 시도했다.
운영 초기에는 실비이용에 대한 거부감 등 주민들의 민원제기가 빈번했으나, 개관 3년 만에 이용회원이 7000명이 이르는 성공적인 성과를 얻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복지관을 넘어서 도서관에서도 제공되고 있는 양상이다. 관악구에서는 2011년부터 노인 자서전 발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까지 24명의 자서전을 발간해 도서관에 비치했다. 그 외에도 도서관은 인생이모작의 기회로도 역할하고 있다. 구로구는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지역 복지관까지 확대해 ‘할머니, 할아버지 무릎에서 들려주는 옛이야기’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활동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개설한 ‘이야기활동 전문가 3급’ 과정은 55세 이상 노인 30여명이 수강하고 있다.
최근 평생교육의 커리큘럼은 생활영어, 팝송, 요가, 바리스타, 네일아트, 댄스, 동화 구연 등등 다종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평생교육이 단순히 소비만 이뤄지는 소비의 장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도와주는 생산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증거들이다.
이처럼 평생교육의 효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평생교육이라는 혜택을 받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
우선 성별로 보면 여성, 소득 수준 및 건강 상태가 좋은 노년층의 평생교육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이는 노년층 평생교육의 중요한 조건에 생활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연령집단별로는 65~69세가 7%, 70~74세가 8%, 75~79세가 7%, 80~84세가 5%, 85세 이상이 2% 수준.
교육 참여빈도는 주 2~3회가 4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이 주 1회로 37%였다. 노년층의 평생교육은 생활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운영되는 경우의 호응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 제공기관은 노인복지관 46%, 시‧군‧구민 회관/동‧읍‧면 주민센터 18%, 종교 기관 16%, 사설문화센터 및 학원이 5% 순이었다. 각 지역의 노인복지관은 지역에서 기업이나 종교 기관에게 수주를 줘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맡는 곳의 성향에 따라 노인복지관의 운영하는 양상도 달라진다.
참여 프로그램은 여가 및 취미가 43%로 가장 많았고, 일반 교양 21%, 건강 관리‧운동 20%, 정보화 13%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교육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평생교육 정책 개선에서는 노년층의 교육 동기 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SBA)는 인사조직, IT전략, 마케팅 분야의 퇴직 예정자 및 퇴직자를 대상으로 서울시 ‘프로시니어 컨설턴트(3기)’ 양성과정을 운영한다.
이번 교육은 차별화된 업무 능력을 갖춘 경영컨설팅분야 전공인력을 양성을 목적으로 마련한것으로, 교육 후 컨설팅 프로젝트 참여를 통한 경력개발 및 활동경로 모색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교육 과정은 컨설팅 일반 및 분야별 사례연구, 실습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교육생 모두에게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 더욱 실질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컨설턴트 PM을 중심으로 전공별 심화교육이 진행돼 더욱 깊이 있는 학습이 가능하다.
서울산업진흥원(SBA) 관계자는 “고령사회 진출에 따른 퇴직자 커리어 연장 및 전문(전공)성 활용 방안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며 “프로시니어 컨설턴트 양성과정은 전공 퇴직자에게는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에는 적합한 종합컨설팅을 통한 성장기회 부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 기간은 오는 8월부터 11월까지로 총 70시간 내외로 진행되며, 등촌동에 위치한 서울신기술창업센터 1층 강의동에서 이뤄진다. 교육비는 15만원이다. 모집 인원은 30명 내외로, 정원의 1.5배 이상 신청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통해 최종 교육생을 선발하게 된다.
만40세~60세(1954년~1974년)의 퇴직 및 퇴직예정자로 마케팅, IT전략, 인사조직 분야에 1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하고, 컨설턴트로 활동할 의사가 있는 시니어라면 참여 가능하다. 단, 주민등록등본 상 서울 거주자만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을 원하는 사람은 교육 참여 신청서, 주민등록등본, 학력 및 경력 입증서류, 기타 증빙 및 참고자료 등의 신청서류를 구비해 7.21(월)까지 서울산업진흥원(SBA) 홈페이지(http://sba.seoul.kr) 또는 이메일(dsleemama@sba.kr)로 접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