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은 쪽팔림의 연속이에요. 서로가 서로한테 쪽팔려요. 쪽팔려도 가장 나를 이해하고 믿어줄 거라는 그러한 믿음 하에 쪽팔림을 그냥 겪고, 또 그걸 겪으면서 감당해나가는 겁니다.”
6월 6일 방송된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MBC)에서 5년째 문자로만 소통하고 신체적·정서적 접촉이 전혀 없는 부부에게 내린 솔루션 말미에 나온 말입니다.
인간의 역사는 쪽팔림의 역사
실제로 부부의 삶이란, 아이들을 키우고 결혼 생활을 해나가는 것은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혹은 부모가 자식한테, 자식이 부모한테 끊임없이 쪽팔려 하는 시트콤 같습니다. 품위와 체면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비단 결혼 생활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비슷합니다. 불편한 진심을 끄집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 마음을 표현하려면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라 비난하는 것도 아닌데 본인은 굴욕감을 심하게 느낍니다. 관계도 어색해지기 마련입니다. 마치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관리의 죽음’에서 주인공이 그랬듯이요. 내 치부와 허물을 붙잡고 죽음으로 몰고 가기보다 때로는 당당하고 뻔뻔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쪽팔릴 준비 되셨습니까? 마음 미장공 열 번째 이야기는 쪽팔릴 줄 아는 용기를 북돋우면서 시작합니다.
안톤 체호프의 ‘관리의 죽음’
어느 아름다운 저녁, 행복에 겨워 오페라에 심취해 있던 회계원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바코프. 갑자기 재채기를 한 그는 앞자리에 앉은 상급 관리 브리잘로프 장군의 민머리와 목덜미에 침이 튀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괜찮다는 답을 들었음에도 그는 다음 날 접견실까지 찾아가 또 사과를 합니다. 일방적이고 계속되는 사과에 병적으로 집착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맙니다.
당사자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별일 아니니 괜찮다고 지나간 것을 기어이 들쑤시고 후벼 파서 상대와 자신을 괴롭히는 어리석은 짓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해왔을까요. 섣부른 판단과 고정관념, 선입견으로 일상을 지옥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불행할까요.
사랑은 쪽팔림의 결정판
지난 추석 연휴에 케이블방송에서 영화 ‘접속’(1997)을 봤습니다. 아직 개인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PC통신 대화방의 상대인 줄 모르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 앉아 있던 두 주인공(한석규, 전도연 분) 사이에 한 청년이 손잡이를 잡고 섭니다. 말을 심하게 더듬는 왜소한 체격의 그 남자는 물건을 팔 거라는 승객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말이 유독 서툴고 어눌하지만 창피를 무릅쓰고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에 말버릇을 고쳐보려 용기를 낸 것이라고 합니다. 사랑이야말로 쪽팔림을 기꺼이 감수하게 하는 마법이 아닐까요.
쪽팔려서 좋은 것들
버스에 안내원이 있던 시절 “여기서 내려요!” 이 말을 못 해서 내려야 할 곳을 몇 정거장 지나쳤던 적이 있습니까? 기어드는 목소리로 부들부들 떨지라도 쪽팔림을 불사해야 하는 이유는 가야 할 곳을 가기 위해서입니다. 학교나 직장에서 첫 발표를 했던 순간을 떠올려봅시다. 윗사람한테 신랄한 평가를 받았을 때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려면 역시 쪽팔림을 이겨내야 합니다. 쪽팔림을 장벽으로 여겨서 주저앉을지, 징검다리로 생각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지 자문해보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사랑도 일도 일단 저질러볼까요. 이럴 때 ‘아니면 말고’와 ‘싫으면 말고’ 정신이 도움이 됩니다.
쪽팔릴 줄 아는 것도 용기입니다
‘아니 젊을 때야 뭔 짓을 못 해.’ ‘내가 그 나이만 됐어도 그 정도는 껌이지.’ 이런 말로 주저하고 쭈뼛거리며 변명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조용히 물어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쪽팔릴 줄 아는 마음가짐입니다. 그렇다면 쪽팔리는 상황은 어떤 때일까요?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지 않을 때는 부끄럽거나 치욕스러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려고 할 때, 무슨 말을 꺼내려 할 때, 그 마음먹은 바를 행동으로 옮길 때라야 비로소 쪽팔릴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나이를 걸림돌로 의식하지 않고 일을 도모하는 당신은 그래서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이왕이면 모양 빠지지 않고 근사하게 쪽팔리는 비법은 없을까요?
근사하게 쪽팔리는 방법
•내가 실수한 것은 화끈하게 인정합니다.
•약속에 늦었을 때는 반드시 사과합니다.
•모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디서나 묻습니다.
•사랑과 감사 표현도, 친구랑 만남도 내가 먼저 제안합니다.
•조언이나 의견을 먼저 구합니다.
•‘그 나이에 왜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먼저 인정하고, 사과하고, 질문하고, 고백하고, 고맙다 하고, 제안한다고 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과해야 할 때 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야말로 훨씬 쪽팔리고, 면이 안 서는 짓입니다. 나이를 빌미로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말리거나 막는 사람을 조심하십시오. 뭘 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합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존심 살리고 자존감도 높이는 행위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은 죽어도 못 하겠다면 하다못해 인터넷 검색을 해서 확인해도 됩니다. 혹시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내비게이션대로 운전해도 헤매고 있을 때 아직도 주유소에서나 주변 사람한테 묻지 않습니까? 예에 통달한 공자도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고 합니다. 풍습과 관례를 최대한 존중하면서요. 그러니 묻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고, 서로 체면을 살려주는 일입니다.
‘근자감’에 희망을 준 사람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줄인 말이 ‘근자감’입니다. 지난 50년 가까이 수학계 난제로 남아 있던 리드 추측(Read's Conjecture)을 대수기하학의 한 갈래인 호지(Hodge) 이론을 통해 증명해 수학계 노벨상으로 꼽히는 필즈상을 거머쥔 허준이 교수가 모교인 서울대학교 후배 학생들을 위한 강의에서 한 말입니다. 그동안은 과대망상이다, 허세다, 만용이다 하며 비웃음을 사거나 조롱감이 되었던 신조어가 바로 근자감입니다. 그런데 근거 있는 자신감도 줄이면 근자감이 될 텐데 왜 줄여서 부르지 않는지, 허 교수 얘기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성적이나 입상 경력 같은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은 여러 가지 불운한 일이 겹쳐서 힘든 과정을 만나고 그 근거를 잃게 될 경우 쉽게 부서질 수 있습니다. 반면 근거 없는 자신감을 지닌 사람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힘든 과정에 놓일 때도 유연하게 자신의 목표를 변경합니다. 근자감은 인생을 끝까지 잘 살아가게 하는 큰 힘이 되더라고요.”
근자감이야말로 쪽팔림을 소화해낼 수 있는 바탕이자 에너지가 아닐까요. 이것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없더라도 나는 잘 해낼 수 있다는 무조건적인 자신감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간절해집니다.
자식이 공부를 잘해서, 얼굴이 예뻐서, 내 말을 잘 들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하고 방황을 해도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부모 마음도 근자감의 원천이 됩니다. 그런 믿음이 있어야 쪽팔림을 당당하게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틈과 흠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빛
부서진 조각을 모은다 해도 온전히 합칠 순 없다
(중략)
완벽한 것은 없다
어디에든 틈은 있기 마련
빛은 그곳으로 들어오리니
우리에게 ‘I’m your man’이란 노래로 알려진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이며 소설가입니다. 그가 1992년 발표한 ‘송가’(Anthem)의 이 노랫말은 임상심리학 박사이자 불교 명상 지도자로 유명한 잭 콘필드(Jack Kornfield)의 책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담은 허술하게 쌓은 것 같지만 강한 바람에도 무너지는 법이 없습니다. 커다란 현무암 사이에 생긴 틈이 바람이 다니는 길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돌 사이 빈틈이 담장을 살리고 금이 간 틈새로 빛이 들어오듯, 사람 사이의 틈과 거리가 관계를 숨 쉬게 하고 살리게 하는 묘책이 아닐까 합니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일부러 흠집 있는 구슬 하나를 꿰어 넣는다고 합니다. 그 구슬을 ‘영혼의 구슬’(Soul Bead)이라고 부르는데 ‘모든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혜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고대 페르시아에서도 최고급 카펫을 짤 때 아주 작은 흠 하나를 굳이 짜서 집어넣었다고 합니다. ‘페르시아의 흠’(Persian Flaw)이라 부르는 이 행위는 ‘영혼의 구슬’과 마찬가지로 인간이란 완벽할 수 없으며 불완전한 존재라 믿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빈틈이나 흠결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하지 맙시다. 자신에게나 상대에게나 완벽한 잣대를 내려놓은 채 ‘근자감’을 등에 업고 ‘쪽팔릴 줄 아는 용기’로 무장한다면 세상에 두려울 것 하나 없는 멋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저와 당신이 지닌 틈과 흠에서 아름다운 빛이 나올 거니까요. 고맙습니다.
●Exhibition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사진전
일정 8월 4일 ~ 11월 13일 장소 그라운드시소 성수
사후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미국 뉴욕 출신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1926~2009)의 사진전이다. 지난해 9월 시작한 유럽 투어 이후 첫 아시아 투어다.
비비안 마이어가 직접 인화한 빈티지 작품과 미공개작을 포함한 사진 270여 점과 생전 사용했던 롤라이플렉스, 라이카 카메라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마이어가 1959년 필리핀·홍콩·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 등을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들이 최초로 공개됐다.
비비안 마이어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여러 가정에서 보모로 일했다. 하루에 필름 한 통씩 50년간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으나, 생전에 그녀의 사진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마이어는 영화감독 존 말루프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 말루프는 2007년 마이어의 사진 필름 뭉텅이를 경매장에서 헐값에 사들인 후 2년간 방치하다 사진 일부를 자신의 SNS에 올렸다. 네티즌은 그녀의 사진에 열광했다. 이후 마이어는 전시회·사진집을 통해 명성을 쌓았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책과 영화가 나왔다. 마이어의 이야기는 영화 ‘캐롤’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틈날 때마다 셔터를 누른 마이어는 ‘거리의 사진가’로 불린다. 그녀의 사진에는 위트, 사랑, 빈곤, 우울, 죽음의 이미지가 섞여 있고, 거리에서 만난 수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이 살아 있다. 마이어는 ‘셀피(Selfie)의 원조’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거리의 쇼윈도나 유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자주 찍었기 때문이다.
◇이승조 개인전 ‘LEE SEUNG JIO’
일정 9월 1일 ~ 10월 30일 장소 국제갤러리
‘파이프 화가’로 불리는 이승조(1941~1990)의 개인전이다. 국제갤러리에서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선도한 작가의 주요 작품 30여 점을 소개하며 그만의 굳건한 시각언어를 새롭게 조망한다.
194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난 이승조는 가족과 함께 남하했고,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모티브는 ‘파이프’ 형상이다. 캔버스에 단순한 형태와 색조 변이로 시각적 일루전(환영)을 만들어내는데, 파이프가 연상된다. 작가의 회화는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동시에 평면성과 입체성, 추상과 구상을 넘나든다.
●Book
◇슬픔이 택배로 왔다(정호승·창비)
“50년 동안이나 이 험난한 세월을 시를 쓰면서 살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정호승의 신작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가 출간됐다. ‘당신을 찾아서’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열네 번째 시집으로, 올해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라 더욱 뜻깊다.
이번 시집에는 ‘죽음’에 대한 정호승 시인의 사유가 유독 돋보인다. 시인은 죽음을 새로운 생명의 근원으로 생각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내가 땅에 떨어진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낙과(落果)’), “죽고 싶을 때가 가장 살고 싶을 때이므로/ 꽃이 질 때 나는 가장 아름답다”(‘매화불(梅花佛)’)라고 말한다.
또한 시인은 “사랑하기에는 너무 짧고/ 증오하기에는 너무 길다”(‘모닥불’)고 말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비움’을 제시한다. 시인은 “빈 의자는 비어 있기 때문에 의자”(‘빈 의자’)이고, “빈 물통은 물이 가득 차도 빈 물통”(‘빈 물통’)이며, “빈집은 빈집이므로 아름답다”(‘빈집’)라고 말한다. 담담한 어조로 적어 내려간 시인의 일화들 또한 감동적이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눈물을 자아낸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회한(‘어머니에 대한 후회’)과 나를 꾸짖을 어머니가 없다는 사실을 서럽게 깨닫는 장면(‘회초리꽃’)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신아연·책과나무)
신아연 작가가 시한부 독자와 스위스까지 동행한 기록을 담은 철학 에세이다. 독자의 죽음을 배웅하고 돌아온 저자는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안락사와 조력사 논쟁으로 뜨거운 우리 사회에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지금 살아남은 승자의 이유(김영준·김영사)
신라면, 요플레, 에비앙 생수 등 일상에서 사랑받는 제품들은 치열한 경쟁의 생존자다. MBC 유튜브 채널의 인기 콘텐츠 ‘돈슐랭’의 진행자 김영준은 F&B 기업의 성공 사례를 통해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되는 법을 밝힌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에쿠니 가오리·소담출판사)
‘냉정과 열정 사이’의 저자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장편 소설이다. 섣달그믐 밤 노인 세 명은 함께 목숨을 끊는다. 이 죽음을 계기로 남겨진 자들의 일상도 새롭게 펼쳐진다. 특히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담담하고 섬세한 문체가 돋보인다.
●Stage
◇러브레터
일정 10월 6일 ~ 11월 13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출 오경택
출연 오영수, 박정자, 배종옥, 장현성
‘러브레터’(LOVE LETTERS)는 두 주인공 멜리사와 앤디가 50여 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읽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특히 배우 오영수와 박정자, 배종옥과 장현성이 커플 호흡을 맞출 예정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영수와 박정자는 1971년 극단 자유에서 처음 만나 50년 이상 돈독한 우정을 이어온 연극계 동료다. 장현성과 배종옥은 꾸준히 연극무대를 병행해온 실력파 배우들로, ‘러브레터’를 통해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이뤄냈다.
오영수와 장현성은 멜리사의 오랜 연인이자 친구이며 와스프(WAST, White Anglo-Saxon Protestant)라고 불리는 슈퍼 엘리트 ‘앤디’ 역을 맡아 연기한다. 박정자와 배종옥이 연기하는 ‘멜리사’는 적극적이고 솔직한 성격의 자유분방한 예술가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일정 11월 8일 ~ 2023년 2월 26일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연출 박소영
출연 최호중, 김도빈, 성태준, 조성윤, 박정원, 김현진, 김리현, 김기택 등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관객을 찾는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드(Creative Minds)에 선정된 후 2013년 초연했다. 당시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같은 해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며, 무인도에 표류된 남북한 병사들이 ‘여신님이 보고 계셔’ 작전을 펼치며 융화되어가는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히스토리 보이즈
일정 10월 1일 ~ 11월 20일
장소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출 김태형
출연 오대석, 정상훈, 박은석, 김경수, 안재영, 이지현, 견민성 등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극작가 앨런 베넷의 대표작이다. 1980년대 영국 북부 지방의 한 공립 고등학교 대학입시 준비반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에서는 2013년 초연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이번이 6번째 시즌 공연이다. 인생을 위한 공부를 추구하는 문학 교사 ‘헥터’ 역에는 2019년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서 열연한 오대석과 함께 정상훈이 새롭게 캐스팅됐다. 옥스퍼드 출신의 역사학 교사 ‘어원’ 역은 김경수·안재영과 재연부터 5시즌까지 ‘데이킨’ 역으로 참여했던 박은석이 출연한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 정호승·창비
대한민국 대표 서정시인 정호승의 신작 시집으로 올해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라 더욱 뜻깊다. 시인은 시를 통해 ‘죽음’에 대한 사유를 보여주며,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비움’을 제시한다.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신아연·책과나무
신아연 작가가 시한부 독자와 스위스까지 동행한 기록을 담은 철학 에세이다. 독자의 죽음을 배웅하고 돌아온 저자는 안락사와 조력사 논쟁으로 뜨거운 우리 사회에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지금 살아남은 승자의 이유 김영준·김영사
신라면, 요플레, 에비앙 생수 등 인기 제품들은 치열한 경쟁의 생존자다. MBC 유튜브 채널의 인기 콘텐츠 ‘돈슐랭’의 진행자 김영준은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되는 법을 소개한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소담출판사
‘냉정과 열정 사이’의 저자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장편 소설이다. 섣달그믐 밤 노인 세 명은 함께 목숨을 끊는데, 이를 계기로 남겨진 자들의 일상도 새롭게 펼쳐진다. 특히 작가의 섬세한 문체가 돋보인다.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1989)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시인은 자신이 지나온 모든 시간이 머뭇거림과 탄식과 질투로 가득했다고 고백합니다. 끝없이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했지만 끝내 한순간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참회합니다. 혹시 질투의 불길 속에서 자신을 태우고 있지는 않습니까? 질투로 아파하는 모든 분과 마음 미장공 아홉 번째 이야기 함께하겠습니다.
아직도 질투에 사로잡힌 당신에게
살림하는 전업주부로 산 세월이 많던 시절, 무릎 나온 바지에 애들 안 입는 낡은 티셔츠 입고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든 날 아침, 승강기에 같이 탄 이웃을 나도 모르게 훔쳐보게 됩니다. 옷차림부터 머리 매무새며, 들고 있는 서류가방, 풍기는 향수 냄새까지. 저는 물론 세수도 하지 않은 채입니다. 머리부터 발끝, 아니 구두 끝까지 제대로 갖춰 입은 또래로 보이는 여인. 역한 냄새 나는 쓰레기봉투를 든 나와 예쁜 백을 단정하게 든 그녀.
‘아 저 여자는 무슨 일을 할까? 얼마나 전문적이고 근사한 직종에 있는 걸까? 출근해서는 얼마나 재미 있고 또 의미 있게 하루를 보내고 돌아올까?’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보던 때도 많았습니다. 시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아이들 챙기느라 자신을 가꿀 수 없었던 제 모습이 창피스럽기도 했습니다. 발코니에서 내려다보이는 사람들 모습, TV에 나오는 유명인이나 드라마 속 주인공을 보다가 당신은 시기와 질투, 시샘하는 마음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까? 이 감정이 도대체 뭐길래 나를 초라하게 하고 내 신세를 형편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할까요.
질투의 대상과 거리 : 최소한 사촌은 돼야 배가 아프다
친구가 성공할 때마다
나는 조금씩 죽는다.
-고어 비달, 미국 소설가
영성이 높은 한 수도사가 금식 기도하며 수련 중에 있습니다. 마귀가 아무리 유혹하고 훼방하려 해도 안 통합니다. “그런데 말이야, 오늘 교구 인사에서 당신 동생이 주교가 되었다고 하는데….” 말을 맺기도 전에 “진짜? 말도 안 돼” 하며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질투의 대상은 질투의 거리와도 밀접합니다. 부부나 연인, 형제자매, 친구 사이처럼 그 사람이 나와 얼마나 가까운지가 관건입니다. 거론한 대상이 자신과 너무 동떨어지고 격이 차이가 나면 질투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또래일 경우 질투의 불길은 활활 타오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사돈의 팔촌이 아니라 나와 가까운 혈연 관계인 사촌이 땅을 샀기 때문에 내 배가 아픈 법입니다. 평생 일면식도 없던 먼 친척이라면 아무런 감정도 일어나지 않기 마련이니까요.
만만할수록 불붙는 질투심
수십조 혹은 수백억 달러를 상속받았다거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일론 머스크한테 질투를 느끼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입니다. 막연히 부러워하거나 경탄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그러나 매일 같이 운동하는 이웃이 경매로 작은 아파트 한 채를 샀다거나, 내 옆자리 동료가 주식으로 3000만 원을 벌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대가 성취한 부와 행복의 크기가 내가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할 때 질투가 솟구칩니다. 또 이미 세상을 떠난 과거의 예술가나 과학자에게 질투가 일어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고인(古人)과 경쟁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동시대를 사는,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질투가 한결 커집니다. 질투는 시간적이나 공간적으로 나와 가깝고, 내용이나 크기로도 만만할 때 더 폭발해 마음을 상하게 합니다.
질투는 죄가 없다?
질투(嫉妬)라는 글자에서 질(嫉)의 핵심은 계집 녀(女)에 있는 게 아니라 병 질(疾)에 있습니다. 괴로워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증오하고 성급한 마음 때문에 근심하다 결국 나한테 독이 되고 남에게도 독이 되는 것. 이러한 괴로움이 질투에 들어 있는 병이라는 것입니다. 투(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에 돌을 던졌으니 병이 들 수밖에요. 말이나 행동, 관계 따위로 손해나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병든 상태가 질투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질투의 신은 누구일까요? 바로 젤로스(Zelos)입니다. 한자 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서는 질투를 칠거지악(七去之惡)의 하나로 꼽을 만큼 여자한테만 덮어씌웠는데, 서양에서 질투를 맡은 젤로스가 남신이라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젤로스는 폭력의 신 비아와 권력과 힘의 신 크라토스를 형제로, 승리의 신 니케를 누이로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양 문화권에서 젤로스는 질투의 개념보다는 경쟁, 열의, 전념 같은 긍정적인 뜻을 더 많이 함축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질투의 이중주 : 스타 탄생과 몰락 이야기
1937년 ‘스타 탄생’이란 이름으로 처음 영화로 만들어졌고, 2018년 세 번째 리메이크된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은 사랑 영화이자 음악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질투가 주인공 못지않은 역할을 하는 작품입니다.
애리조나 하늘같이 타오르는
그대 눈동자
날 보는 그대 눈길에 불타고 싶어
내 영혼 깊숙이 캘리포니아
황금처럼 묻힌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빛을
찾아낸 그대
목이 메고 할 말을 찾지 못해
헤어질 때마다 가슴이 아파
해가 지고 밴드가 연주를 멈출 때
우리 모습 영원히 이대로
기억할 거야
(중략)
그대가 날 바라보면
온 세상이 사라지고
우리 모습 영원히 기억할 거야,
이대로
-OST ‘Always Remember Us This Way’(우리 모습 영원히 이대로 기억해)
중에서
나를 발견해주는 사람을 조심하라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외모가 걸림돌이 되어 낮에는 웨이트리스로, 밤에는 무명 가수로 무대에 오르던 앨리(레이디 가가 분). 천재 기타리스트이자 컨트리 뮤지션으로 명성을 날리는 슈퍼스타 잭 메인(브래들리 쿠퍼 분). 순회공연 중 우연히 찾은 바에서 노래하는 앨리를 보고 잭은 첫눈에 ‘캘리포니아 황금처럼 영혼 깊숙이 묻힌’, 그녀도 몰랐던 내면의 빛을 발견합니다. 나를 찾아내고, 무대에 세우고, 나를 키워주고 응원하는 사람과 결혼한 그녀. 내 진가를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무대에서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를 기회를 주었으니, 두 사람은 이제 사랑밖에 할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내가 당신을 망쳤어. 당신이 부끄러워. 안쓰럽고 그래. 당신 더럽게 못생겼어. 얼굴에 자신이 없어서 남한테 잘 보이는 게 더럽게 중요하지.”
전성기에서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잭과 달리 앨리는 스타 시스템에 힘입어 대형 토크쇼에 초대되는가 하면, 그래미상 3개 부문 후보로 선정될 정도로 승승장구합니다. 기쁜 소식을 들은 바로 그날, 잭은 술과 마약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독설과 폭언을 퍼붓습니다. 심지어 신인상을 받게 되어 시상식에 초대된 날, 앨리가 수상 소감을 말하는 옆에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소변을 보고 맙니다. 그 뒤 마음을 다잡고 알코올 중독 치료도 하는가 싶더니, 아내 앨리의 대형 해외 투어를 앞두고 목을 매달아 세상을 등집니다. 한 여자를 살렸지만 자신은 살리지 못했던,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남자. 앞선 기형도 시인의 독백과 겹쳐집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죄
질투는 오로지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로 자신을 방치해 병이 되게 해서는 곤란합니다. 열의, 열정, 전념을 담당하는 젤로스 신을 불러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제가 처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게 된 것은 남편의 공이 큽니다. 그 옛날 원고지에 글 쓰던 시절, 시외삼촌의 권유로 타자를 배운 남편을 보면서 마음에 질투의 불씨가 당겨졌습니다. 하지만 질투에 굴복하지 않고 선의의 경쟁과 열정이란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꾸어 저도 당시 ‘한메타자교사’로 컴퓨터와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매우 가까이에 있는 친밀한 관계에서 생기는 질투를 내 삶의 좋은 에너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뭔가를 해내는 것을 지켜보는 건 자신에게 굉장한 자극을 주기 때문입니다.
질투를 놓아주고 나부터 행복해집시다! : 마음의 주인 노릇
질투에 함몰되어 자기 비하와 자학으로 자신을 파괴할 것인지, 그 감정이 나를 옭아매지 않도록 방향을 선회해 자기 발전, 자존, 자족, 건강한 자극으로 동기를 부여할 것인지 그 선택은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내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주인이 나일 때만 가능합니다. 마음이 괴로울 때마다 그 마음의 주인이 누구인지 질문해보세요. 질투는 남보다 나를 망칩니다. 내 화살로 나를 쏘는 것과 같습니다. 남을 질투할 시간에 나를 더욱 사랑해보면 어떨까요. 남과 견주며 끝없는 고통과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지 말고 나부터 행복해집시다.
송파구 오금로에 위치한 책 복합문화공간 ‘서울책보고’에서 특별전시 ‘절판 시집의 추억전(展)’이 열린다.
10월 16일까지 이어지는 ‘절판 시집의 추억전(展)’은 문학과지성사, 창비, 민음사 등 출판사들이 펴낸 시집 가운데 서울책보고가 보유한 200여 권의 절판 시집을 전시·판매한다. 교육시집과 영화시집, 대학교 시 동아리에서 내놓은 동인지 등도 만날 수 있다.
서울책보고 참여 헌책방이 선별한 초판 시집과 시인 사인본 모음 코너도 마련된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창비 시선’, ‘민음사 오늘의 시인 총서’, ‘세계사 시인선’ 등에서 출간한 1970~2000년대 초판본이 전시·판매될 예정이다. 김광규, 나희덕 등 시인의 사인본도 접할 수 있다.
절판 시집 구매자에게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시인 김명순·윤동주·랭보·에밀리 디킨슨 등의 띠지와 레트로 종이봉투를 증정한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책보고 홈페이지나 공식 SNS(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서울책보고는 유휴공간이었던 신천유수지 내 물류창고를 서울시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조성한 책 문화공간이다. 2019년 3월 27일 개관 이후 3년 동안 400회 이상의 다양한 책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과서전(展):슬기로운 생활’, ‘잡지전(展):지나간 시간을 엿보다’, ‘7080 추억의 만화전(展)’, ‘근현대 여성 작가전(展)’ 등 공공 헌책방이 할 수 있는 특별전시를 선보인 바 있다. 서울책보고가 헌책과 헌책 문화를 통해 시대의 흔적과 추억을 시민과 공유하는 특별기획전시는 계속 이어진다.
이젠 연두에서 완연한 초록이다. 선명해진 그 색감 속에서 자연을 충만하게 누릴 만한 곳, 안성에 가면 산자락을 돌며 이루어진 호숫가의 신록이 한창 물이 올랐다. 호수를 감싼 둘레길이 매력적인 안성. 날마다 감각적인 공간들이 튀어나오는 세상에 푸름이 가득한 시인의 고향에서 마주하는 사색과 사유의 시간으로 여기가 더없이 딱 안성맞춤이다.
시를 만나며 걷다, 박두진 둘레길
굳이 박두진 문학길을 내비게이션에 넣지 않아도 안성의 금광호수만으로도 자동차는 잘 찾아간다. 둘레길 진입로엔 청록뜰과 수석정 두 코스가 있다. 금광호수를 따라 빙 둘러싼 박두진 문학길 중 하나인 수변산책로 청록뜰은 인적이 드물다. 안성 시내에서 동쪽으로 자리 잡은 빼어난 경관의 금광호수 수변길은 오직 자연의 소리만 들린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낮은 물소리와 숲길 따라 걸으며 들려오는 새소리가 전부다.
수변데크를 걷다 보면 호수를 둘러싼 주위 산들이 기다랗게 어우러진 풍경이 자연스럽다. 안성은 큰 강이 없는 내륙이다 보니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저수지를 여럿 만들었다. 금광호수는 안성의 대표적인 호수다. 보통은 둥그런 형태의 호수 모양이 흔한데, 주변의 산길 따라 구불구불하게 형성된 모양이다. 호수 위에 얹은 나무데크 길은 사뭇 물 위를 걷는 느낌이랄까. 가다가 숲 그늘 벤치에 앉아 마음껏 ‘물멍’에 잠겨도 좋다. 맞은편 산이 물속에 잠겼다. 물속에 잠긴 나무의 반영이 청송 주산지와 흡사하다. 다만 시인의 고향인 이곳의 고요함은 어쩐지 더 아련하다.
시인이 나고 자란 고향 안성. 조지훈, 박목월 시인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알려진 혜산 박두진 시인은 유년기를 안성의 농촌 마을에서 보냈다. 그 후 평생을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며 실천하는 지식인의 삶을 살면서 자연을 시로 노래한 분이다. 말년엔 안성에 집필실을 마련하고 문학적 토대가 되었던 고향 땅에서 시를 쓰고 유년기의 추억을 집필했다고 전한다. 호숫가를 돌다 보면 언덕 위로 집필실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 앉아 호수 물빛을 바라보며 따스한 고향의 품을 누렸을 듯하다. 지금은 자료들을 모두 옮기고 빈집과 표지석만 남아 있다.
박두진 문학관과 안성맞춤 공간들
물 위를 걷듯 수변의 박두진 문학길을 걷다 보면 군데군데 시인의 시구가 한마디씩 맞아준다. 숲길 따라 시(詩)를 만나며 혜산정으로 오르는 산책로에서는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적당히 땀 흘리며 여유롭게 걸으니 몸과 마음이 동시에 건강해지고 순해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평온함을 주는 아름다운 둘레길이라니, 시인의 길에서 감성을 일깨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기왕 나섰다면 금강호수 둘레길의 박두진 문학관도 들러볼 일이다. 문학길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다. 잘 알려진 대표적인 시 ‘해’가 그려진 외관이 멋스럽다. 박두진 시인의 문학사상과 관련 자료 전시, 교육, 휴식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전시 공간은 1부 ‘박두진의 시를 읽다’, 2부 ‘박두진의 일상을 보다’, 3부 ‘박두진의 예술 세계를 만나다’로 구성되었다.
1층 북카페와 수장고를 지나 2층을 둘러보며 간간이 시를 읽어본다. 자필 원고와 원고료 영수증 같은 시인의 소소한 일상도 볼 수 있다. 단소와 서예를 즐기던 모습과 영상으로도 시를 만난다. 한켠의 서재 공간은 연희동 집에서 옮겨와 똑같이 만들었다고 한다. 잘 고증된 지인들의 회고 영상이나 수많은 작품과 자료들이 지루하지 않다. 살아생전 주변 문인들과 교류의 흔적, 시인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낭독으로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전시 공간도 마련되었다. 노래로 만나는 박두진 시인 코너에서는 시에 곡을 붙인 조수미와 조하문 등의 노래를 헤드폰을 끼고 들어보는 것 또한 즐겁다.
박두진 시인은 수석과 붓글씨, 도자기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었다. 전시장 곳곳에 집약적으로 펼쳐놓은 시인의 생활을 보면 일상이 고스란히 예술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을 따라 보여주는 문인들의 사진과 회화 작품들이 시인과 연관해서 생각케 한다. 다목적실로 이어지며 나타나는 책이 구비된 멋진 공간, 서가의 책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어 편하게 앉아 책 속에 파묻히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을 듯.
문학관 주변에 조성된 공예문화센터와 잔디광장, 야생화 단지는 시민공원으로 최적이다. 박두진 문학관은 안성맞춤랜드 북쪽 끝자락인 셈이다. 안성맞춤랜드의 남사당 공연장이 문학관 건너편에 마주하고 있다. 안성 남사당패의 바탕이 된 여성 꼭두쇠 예인 바우덕이를 기리는 민중 예술단 남사당 공연장이 산 아래 웅장하다. 주변으로 천문과학관이나 캠핑장도 이어져서 커플이나 가족 단위 나들이로도 안성맞춤. 안성 시민들과 여행자들에겐 최고의 쉼터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주변에 가볼 곳이 아직 많다. 안성에서는 올망졸망하고 나지막한 산과 호수들이 천혜의 자원이다. 안성목장 들녘에는 청보리가 익어서 누렇게 일렁이고, 죽주산성의 탁 트인 성벽을 따라 오르며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다. 유기공방에서 장인의 전통 유기도 살펴보고, 4대째 이어오는 노포 맛집 안일옥에 들러 안성 쌀밥에 국밥 한 그릇도 먹어야 한다. 나선 김에 마음 끌리는 곳으로 한 군데 더 발걸음한다면 천년고찰 석남사(石南寺)가 있다.
천년고찰 석남사 돌계단 그 끝까지
서운산 기슭에 들어앉은 석남사는 통일신라 문무왕 때 창건된 절이다. 입구부터 시작되는 돌계단을 밟으면서 단박에 이 절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파르게 계단이 쭉 이어진다. 오르면서 계단 옆으로 불두화가 맞아주어 잠깐씩 발걸음을 멈춘다. 조금 더 오르면 계단 옆으로 호위하듯 세운 담장에 기댄 보랏빛 매발톱이 바람에 살랑살랑. 드물게도 계단 오르는 일이 힘들지 않다.
돌계단 중간쯤에서 양옆으로 두 기의 5층 석탑, 그리고 나타나는 영산전 문이 활짝 열려 있다. 기도를 올리는 스님의 뒷모습이 보인다. 석가모니불과 그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를 함께 모신 불전이다. 또한 500나한을 함께 봉안한 것이 특징인 조선시대 건축 양식으로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영산전에서 또 한 번 계단을 오르면 그 끝에 석남사의 대웅전이 기다린다. 마치 마지막 신전에 오르는 기분이다.
대웅전 앞에 서서 석남사를 내려다본다. 산 높이에 따라 중턱에 배치된 몇 동 안 되는 사찰의 구성이 운치 있다. 절 앞으로 마주한 산과 뒤편으로 배경이 되어주는 산세가 너무나 평안하다. 이렇게 유순한 산세에 파묻힌 절의 긴 계단을 오르면 드라마 속 배우 공유가 날리던 풍등이 자연스러워 보였던 이유가 있었구나 싶다.
절에서 조금 더 걸으면 마애여래입상을 만난다. 산길을 쭉 걸으면 청룡사도 나오니 시간이 허락된다면 산행을 즐겨볼 만하다. 꼭꼭 숨은 듯 서운산 자락에 묻힌 석남사, 고졸(古拙)함과 소박함의 깊이가 거슬릴 것 하나 없이 기막히다.
이명현은 별과 시, 소설을 사랑하는 전파 천문학자다.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천체를 관측한다. 현재 외계 생명체를 찾는 과학 프로젝트 ‘세티’의 한국 책임자(SETI KOREA 대표)와 메티 인터내셔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더불어 어릴 적 자랐던 삼청동 옛집에 과학책방 ‘갈다’를 열고 과학 소통가로서 우주과학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이명현 천문학자가 별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70년대 서울의 변두리, 답십리 골목길에서 딱지치기나 소꿉장난을 하며 놀았던 어린 시절이다. 해 질 무렵, 함께 놀던 친구들이 하나둘 엄마의 부름에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혼자 남아 밤하늘을 바라봤다. 맞벌이 부부였던 부모님이 퇴근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별에 매료돼 ‘별을 헤는 사람’이 됐다.
상반된 단어들의 별난 집합
“초등학교 때부터 아마추어 천문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했어요. 최연소 회원이었죠. 그때만 해도 서울 밤하늘이 제법 어두웠어요. 인공 불빛이 덜했으니 어지간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 은하수는 가끔, 안드로메다 은하는 맨눈으로 보고 망원경으로도 다시 만나던 단골손님이었어요. 성운과 성단의 이름을 적은 노트를 가지고 옥상에 올라가 눈으로 찾고, 망원경으로 자세히 본 후 그림을 그리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고등학교 때는 유리알을 직접 갈아 망원경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의 세월은 문학과도 깊게 맞닿아 있다. 중학교 2학년 어느 가을날, 여자친구(지금의 아내)로부터 이별을 알리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인생 첫 실연이었다. 편지에는 김소월의 ‘초혼’과 윤동주의 ‘서시’ 두 편이 적혀 있었다. 서럽게 울다가 두 시인의 시를 보았다. 그리움을 곱씹으며 구할 수 있는 모든 시집은 다 구해서 읽고 외웠다. 이별이 또 다른 시작을 만들어준 셈이다. 윤동주가 공부했던 숭실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그가 참여했던 평양 숭실고 교지 ‘숭실활천’의 정신을 잇는 문학 동인회 ‘활천’을 만들었다. 그 이름으로 동인지도 발행했다. 대학교도 윤동주의 흔적이 남은 연세대학교로 갔다. 마침 같은 학교에 입학한 아내를 1학년 가을, 윤동주 시비 앞에서 다시 만났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별을 관측하는 천문학자가 된 후 전파 망원경을 통한 은하 연구의 중심지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에서 유학하며 연구원 생활을 마쳤다. 귀국해서는 연세대학교 연구교수와 천문대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이명현 인생의 화두인 별과 윤동주의 문학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됐다.
“2010년 11월 말, 일요일 밤이었어요. 김장철이라 배추를 나른 뒤였죠. 약간 숨이 찼지만 힘들진 않았는데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어요. 응급처치 덕에 살았지만 지금은 심장 근육의 일부만 뛰는 상태에요. 그때 현장 과학자로서는 은퇴했어요. 당시 연재 중이던 온라인 매체 ‘프레시안 북스’의 서평 연재 코너 빼고요. 격주로 진행했는데, 책을 한 권 읽고 글 쓰는 게 다였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 재활 훈련으로 여겼죠.”
‘과학의 문학’을 위한 책방
2018년에는 삼청동 뒷골목에 과학책방 ‘갈다’를 열었다. 원래 이 공간은 아버지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저자)가 1979년에 지은 곳이다. 일제 강점기 때는 조선총독부 관리가 살던 단층 적산 가옥이 있었다. 이 명예교수가 2002년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집을 새로 지어 옮겨간 후 삼청동 집은 지인이 오랫동안 비폭력대화센터로 운영해왔다. 그러다 센터가 이사하며 집이 비자 이 명예교수는 장남 이명현 천문학자에게 공간을 내줬다.
“갈다는 갈릴레오(Galileo)와 다윈(Darwin)의 앞글자를 합친 단어예요. ‘세상을 바꾼 과학을 만나는 곳’이란 뜻부터 ‘문화의 터전을 갈다’, ‘지식의 칼날을 갈다’, ‘딱딱한 과학을 부드럽게 갈다’, ‘지식의 판을 갈다’ 등 5가지 의미를 담았어요. 장대익 서울대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김상욱 경희대 교수 같은 친한 학자 10여 명과 아이디어를 모았죠. 이름을 지은 다음 뭘 할까 고민했어요. 다들 과학자이면서 책을 쓰는 사람이고, 책방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터라 교양과학 책방을 열기로 했죠. 2층에는 저자의 방, 지하엔 북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어요.”
이명현 천문학자는 과학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을 소중히 여긴다. 출발은 대학원생 때다. 연구실로 초등학생 꼬마 한 명이 들어와 다짜고짜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를 보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이론에 입거한 증거를 나열해 친절히 얘기해줬지만 아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자신을 납득시켜달라고 보챘다. 아무리 설명해도 고개를 갸우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천문학을 매개로 비전공자와 교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새삼 느꼈던 순간이다. 이후 다양한 강연을 통해 과학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사람들에게 꾸준히 전한다.
왜 과학, 책일까?
“대부분 과학책이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거리를 둬요. 과학책을 쉽게 읽고 싶다면 ‘느슨한 독서’를 추천합니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적어 책이 갖는 절대적인 힘이 있었어요. 그만큼 정독, 완독, 반복 등이 중요했죠. 지금은 다양한 매체에서 좋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와요. 첫 장부터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고, 모르는 부분은 과감히 넘기세요. 다큐멘터리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등 비독서 행위를 활용하면 효율적입니다. 다른 사람이 흘려놓은 정보에 올라타는 거죠. 장으로 챕터가 나누어져 있는 책은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는 것도 느슨한 독서 방법이에요.”
물론 영상, 팟캐스트 등의 미디어를 통해 과학을 접한다 해도 진입장벽은 높다. 그럼에도 느슨하게나마 과학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상 매체가 익숙한 시대에 살다 보니 현대인은 즉각적인 반응을 도출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현대인은 여러 가지를 생각해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복잡한 상황도 마주한다. 이명현 박사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독서가 최적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정보 습득의 목적도 있지만,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의미가 있어요. 사고력을 기르는 거예요. 많은 분야 중에서도 왜 하필 과학책일까요? 중세에는 신학, 천문, 지리, 음악이 핵심 교양이었죠. 그걸 알아야 사람들과 호흡하고, 시대를 풍성하게 누릴 권리를 얻을 수 있었어요. 지금은 과학이 핵심 교양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봐요. 심리학이나 행동과학 등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과학으로 이해한 다음,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현대 인문학이에요. 인문학과 과학은 뗄 수 없는 관계죠. 핵심 교양으로서의 과학을 익혀 우리 함께 인문학을 향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수덕사는 오래된 사찰이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친숙함이 느껴진다. 낯선 느낌이 없다. 덕숭산 수덕사(德崇山 修德寺)라는 편액을 걸고 있는 일주문 주변을 둘러싼 고목들도 그저 오래 보아온 듯 덤덤하고 듬직하다. 경내가 시작되는 일주문을 넘어 유서 깊은 고찰의 기운을 받으며 고요히 걷는 맛 또한 편안하다. 이처럼 수덕사는 오래전 마을에 들어서는 듯한 기분이다.
어릴 적 가족들과 수덕사에 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떠올려봐도 내 기억 속의 수덕사는 지금처럼 큰 절은 아니었다. 어찌된 일인지 산속의 조그만 절로만 떠올려진다. 당시 절 마당에 들어서니 무슨 영화 촬영을 하고 있었고, 마침 내가 아는 배우도 있었다. 유난히 까만 눈과 얼굴이 어쩌면 저리도 하얗고 작은지 신기했다. 구경하다가 지나가는데 갑자기 영화 관계자인 듯한 분이 내게 와서 하는 말, 교복 입은 옆모습이 영화 속에 찍혔다는 것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막 중학생이었던 나는 수덕사에 교복을 입고 갔다. 그리고 정작 영화 제목도 모른 채 거길 나왔지만, 수덕사는 내게 늘 그날의 풍경으로 기억되고 있다. 괜히 떠올렸나 보다. 열서너 살의 쪼끄만 아이, 와락 그립다.
수덕사는 백제 침류왕 2년에 창건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듯 경내에서 백제 시대의 유물들이 발견되기도 했고, 학계에서도 백제 후기에 창건되었으리라 추정한다. 또한 관세음보살의 화신인 덕숭 낭자와 수덕 도령의 설화도 전해온다. 그리하여 수덕 도령의 이름을 따서 수덕사라 하고, 낭자의 이름을 따 덕숭산이라 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수덕사의 주불전인 대웅전은 멀리서 봐도 목조 건축의 숨결이 느껴진다. 수덕사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건물이다. 1937년 전면적으로 해체 수리할 때 발견된 기록으로 고려 후기 1308년에 건축되었음이 밝혀졌다. 정확한 이 기록은 우리나라 목조 건축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기준이라고 한다. 수백 년을 그 자리에서 버틴 꿋꿋함을 한 번쯤 쓰다듬어본다.
전각이 중심인 법당 대웅전은 무엇보다 형태미가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고려 시대 목조 건축의 전형이라는 평이다. 특히 단청이나 전체적인 색감을 보수하지 않은 모습이 세월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군더더기를 배제한 수더분하고 단정해 보이는 겉모습이다. 거대한 세월 속에서도 나뭇결과 창호지의 숨결이 전해지는 듯하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정면의 창문이 미닫이거나 여닫이가 아닌 들려 있는 듯한 모습으로 독특하고 멋스럽다. 국보 제49호다.
수덕사와 세 여성 이야기
대웅전 옆으로는 관음전이 있고, 일엽 스님이 입적한 환희대가 다보탑을 앞세우고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일엽 스님을 기리고자 세운 원통보전이 보인다. 1896년 평안남도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나 이화여전 졸업 후 일본 유학을 다녀온 일엽 스님은 당시 여성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로 언론인, 시인, 수필가, 승려로서 삶의 흔적을 남겼다. 이토록 당차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다가 1928년 입산하여 1933년 만공선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출가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엽 스님이 수덕사의 견성암과 환희대에서 수도했던 사실은 지금껏 뭇사람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또 한 여성은 나혜석. 사랑에 용감했고, 여성의 사회적 활동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당대 최고의 화가 다. 수덕사 입구에 있는 수덕여관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한때 시인 묵객들이 드나들던 사랑방과 같았던 여관이다. 수덕여관은 고암 이응로 화백의 고택으로, 지금은 임시 휴관 중이다.
일엽 스님과 나혜석 화가의 사연 말고도 수덕사는 또 다른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수덕사를 떠올리게 하는 유명한 옛 노래, ‘수덕사의 여승’. 원로가수 송춘희는 이 노래를 1966년에 불렀다. 수덕사라는 절 이름이 들어간 노래가 요즘 말로 대박을 치고 가수의 인생이 달라진 것이다. 송춘희는 현재 불자 가수 백련화라는 법명으로 팔십이 넘은 지금도 음성포교사로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인적 없는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두고 온 임 잊을 길 없어/ 법당에 촛불 켜고 홀로 울 적에/ 아 수덕사의 쇠북이 운다~♪
경내를 걷다 보면 곳곳에 경사가 있어서 간간이 오르내리게 된다. 수덕사는 산이나 땅의 언덕을 깎거나 다듬기보다 그 높이를 그대로 활용했다. 유난히 층층이 계단도 많아서 걷다가 때로 숨찰 때도 있지만, 주변의 산과 계곡물이 자연스럽고 사찰과 함께하는 이 모든 게 하나의 자연으로 다가온다.
입구의 일주문과 부도전을 지나면서 금강문과 사천왕문, 화려한 건물의 황하정류, 범종각과 범고각, 세월을 말해주는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당당하다. 백현당 뒷길의 기도발이 잘 받는다는 관음바위에서 간절한 기도 한 번 하고, 대웅전 앞의 삼층석탑, 석등, 그 옆의 관음전, 환희대, 원통보전, 템플스테이, 1080 돌계단, 산 위로 올라가면 선객들이 줄을 잇는 정혜사 능인선원, 뚝 떨어진 견성암과 수많은 암자들…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이 많은 것들을 품은 제법 규모가 큰 사찰이다.
덕숭산의 정기를 이은 천년 고찰 수덕사, 내포 땅 가야산 남쪽의 덕숭산 중턱에 자리 잡고 무수한 이야기를 담은 절, 끊임없이 찾아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지금은 노래 가사처럼 인적이 드문 편이다. 차분하게 마음의 안식을 얻고 내려가다, 수덕사 주변의 산채나물과 더덕막걸리로 물씬한 계절의 내음을 느껴보는 것 또한 빠뜨릴 수 없다.
봄날 고택 나들이, 예산 추사고택
고택 툇마루에 앉아 봄볕을 쬐며 누리는 여유가 그리울 때다. 봄나들이를 고택으로 떠나는 것은 심신을 위한 선물이다. 어제의 시간 속에서 오늘의 내가 사색과 성찰을 얻을 수도 있다. 수덕사에서 조금만 달리면 조선 시대 대갓집 형태의 집이 나타난다. 선비의 고고함이 배어 있는 추사 김정희 선생 고택, 6칸 대청의 안채와 2칸의 안방과 건넌방, 부엌과 협문, 그리고 사랑채. 돌아보노라면 문설주와 기둥마다 추사의 글씨가 있고, 어디선가 묵향이 나고 추사의 기침 소리가 들릴 듯하다. 고택 왼쪽으로 천연기념물 백송과 함께 널찍한 잔디밭과 추사의 묘소가 시원하다. 그 옆에 자리한 추사기념관에서는 영상과 함께 추사의 업적과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화려함이나 스피드를 내세우는 시대다. 아찔한 익스트림 체험이나 출렁다리를 건너는 짜릿함을 강조한다. 그런 가운데 하루쯤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을 조절할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슬로시티 예산 수덕사의 고적함에 이어 추사고택의 반질한 툇마루에 앉아 크게 호흡해본다.
예산 수덕사 & 추사 김정희 선생 고택
▶예산 수덕사
주소 충남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안길 79(사천리 20)
041-330-7700
서울(남부 T)→예산터미널(07:20~19:05,
하루 4회, 2시간 10분 소요)
KTX(용산역)→천안아산역(05:20~20:30,
하루 13회, 37분 소요)
자동차 서울→서해안고속도로→대전당진 간
고속도로→예산·수덕사 IC→예산→국도 45호→
지방도 622호→수덕사
▶추사 김정희 선생 고택
주소 충남 예산군 신암면 추사고택로 261
041-339-8242 / 매일 09:00~18:00
영화배우 강수연과 시인 김지하가 세상을 떠났다. 잇단 문화계의 비보에 대중은 큰 슬픔에 빠졌다.
강수연은 지난 7일 향년 55세로 별세했다. 지난 5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강수연의 영결식은 오는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임권택·배창호·임상수·정지영 감독, 안성기·김지미·박정자·손숙·박중훈 배우 등이 장례위원회 고문을 맡았다.
4세 때 아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강수연은 영화 ‘고래 사냥 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 등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1987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스타 타이틀을 최초로 거머쥐었다. 삭발을 하며 연기혼을 보여준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도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했다.
1990년대에는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9),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숱한 화제작을 내놓았다. 대종상영화제,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2001년에는 SBS 드라마 ‘여인천하’의 주인공 정난정 역할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35.4%를 기록하며 공전의 인기를 누렸고, 그해 강수연은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고인은 ‘써클’(2003), ‘한반도’(2006), ‘주리’(2013) 등 영화에 간간이 출연했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작품 활동이 거의 없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SF 영화 ‘정이’(가제)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단편 ‘주리’(2013) 이후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정이’는 고인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작품을 남긴 김지하 시인은 지난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시인은 최근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한 끝에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 빈소는 연세대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장남 김원보 씨(작가)와 차남 세희 씨(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겸 토지문학관 관장)가 있다.
1941년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1969년 시 ‘황톳길’로 등단한 후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족문학 진영의 대표 문인으로 꼽혔다. 이후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1973년 소설가 박경리의 딸 김영주와 결혼했으며, 1975년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 로터스상과 1981년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과 브루노 크라이스키상을 받았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에는 ‘타는 목마름으로’ 시집을 발표하며 저항시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외에도 고인의 대표 저서로 ‘생명’, ‘애린’, ‘황토’, ‘대설(大設)’ 등이 있다. 2018년 시집 ‘흰 그늘’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우리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시인을 추모했다.
●Exhibition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의 천사
일정 5월 22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전시 ‘노실의 천사’(Angel of Atelier)가 이번 달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 ‘노실의 천사’는 권진규가 쓴 글에서 따온 것으로, 노실은 거미가 있는 방, 천사는 그가 만들어낸 작품들을 뜻한다.
권진규는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그는 구상과 추상,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여성과 남성, 현세와 내세의 경계를 편견 없이 넘나들었으며 세속을 떠나 이상을 추구했다.
권진규는 생전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비운의 천재 조각가’로도 불렸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세상의 무관심과 생활고 등으로 고통받던 그는 1973년 5월 작업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유족이 기증한 작품(총 141점)과 이건희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고려대학교박물관, 리움 등 기관과 개인 소장자로부터 대여받은 작품이 포함됐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개인 소장하던 작품 ‘말’도 있다. 총 240여 점으로 권진규 개인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는 자작시를 바탕으로 불교에 한평생 귀의해왔다는 점에 착안해 시기별로 입산(1947~1958), 수행(1959~1968), 피안(1969~1973)으로 구분해 진행한다.
◇화각 : 오색의 향연展
일정 5월 22일까지 장소 용산공예관
‘화각 : 오색의 향연’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09호 화각장 이재만 특별초청전이다. 화각은 황소의 뿔을 이용한 우리나라 고유 각질 공예다. 황소 뿔 하나를 가공하면 10~20cm 정도의 작은 각지(角紙) 단 한 장이 만들어진다. 재료의 수급·가공 과정이 까다로워 예로부터 화각 공예품은 특수 귀족층이나 왕실에서만 사용했다. 1996년 최연소 국가중요무형문화재가 된 이재만 작가는 화각 공예로는 유일하게 지정된 장인이다. 유물을 재현한 화각 봉채함, 바둑판을 비롯해 이재만 화각장이 새롭게 창작한 12지신 필통, 불감, 보석함, 은장도, 가야금, 삼층장 등 화각 공예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Book
◇산산조각(정호승 우화소설)(정호승·시공사)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로 유명한 정호승 시인이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아 우화소설집 ‘산산조각’을 펴냈다. 시의 압축된 묘사 이면에 숨겨진 서사를 동화적 상상력으로 재탄생시키고 우화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아 보다 친근한 이야기로 인간의 삶이 지닌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 ‘산산조각’에 등장하는 화자와 주인공은 동식물과 사물이다. 망자(亡者)가 입는 수의, 못생긴 불상, 걸레, 숫돌, 오래된 절간 화장실의 받침돌 같은 하찮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엄연히 이 세상에 실재하고, 심지어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참나무 이야기’의 참나무는 대웅전의 대들보나 목불(木佛)이 되겠다는 꿈을 키운다. ‘선암사 해우소’의 바윗돌은 싱그러운 차밭에서 안락하게 지낸다. 하지만 참나무와 바윗돌은 전혀 뜻하지 않은 처지에 놓인다. 참나무는 장작이 되고 바윗돌은 해우소의 기둥을 받치며 똥물을 맞고 사는 신세가 된다. 꿈꾸던 미래와 안락함을 빼앗긴 두 존재는 낙담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묵묵히 견디는 가운데 삶의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른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듯 ‘나’ 역시 분명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이 세상에 왔으며 존재하기에 살아가야 할 이유 또한 명백하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정호승 시인은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 그 가치를 통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우화의 방법으로 성찰했다”고 말했다.
◇작별인사(김영하·복복서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머지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간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삶이란 계속될 가치가 있는 것인가’,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 등을 묻는다.
◇다시 말해 줄래요?(황승택·민음사)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의 채널A 황승택 기자가 쓴 두 번째 투병 에세이다. 저자는 인생 42년 만에 급작스럽게 찾아온 급성중이염으로 200여 일 동안 청력을 손실한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면면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혐오의 과학(매슈 윌리엄스·반니)
범죄학자인 저자가 혐오하는 마음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탐구한 책으로, 신경과학·심리학·사회학·통계학적 접근이 눈에 띈다. ‘혐오를 어떻게 멈추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책을 찾고 혐오범죄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탐구한다.
●Stage
◇넥스트 투 노멀
일정 5월 17일 ~ 7월 31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로라 피에트로핀토
출연 박칼린, 최정원, 남경주, 이건명, 양희준, 노윤, 이석준, 이아진, 이서영, 이정화 등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 7년 만에 돌아온다. ‘넥스트 투 노멀’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굿맨 패밀리 가족 구성원의 아픔과 화해,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16년째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 그런 엄마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딸 나탈리, 다이애나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며 흔들리는 가정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아빠 댄, 다이애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들 게이브까지 여러 상황으로 저마다 한계에 다다르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위태로웠던 가족은 서로의 상처를 진심으로 바라보고 작게 피어나기 시작한 희망을 붙잡으려 한다. 이번 프로덕션에는 연기력과 가창력을 갖춘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뭉쳤다. 국내 프로덕션 초연부터 두 번째, 세 번째 재연까지 참여한 배우 박칼린이 다이애나 역으로 다시 돌아온다. 한국 뮤지컬계의 레전드라 불리는 배우 최정원도 다이애나로 새롭게 합류한다.
◇모래시계
일정 5월 26일 ~ 8월 14일
장소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연출 김동연
출연 민우혁, 온주완, 조형균, 최재웅, 송원근, 남우현, 박혜나, 유리아, 나하나 등
뮤지컬 ‘모래시계’가 2017년 초연 이후 5년 만에 돌아왔다. 동명의 SBS 드라마가 원작이며,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대서사시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네 청춘의 이야기를 담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격동의 시대 속 엇갈린 선택과 운명에 처한 ‘태수’ 역에는 민우혁, 온주완, 조형균이 캐스팅됐다. 태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세상의 정의가 되고 싶었던 ‘우석’ 역은 최재웅, 송원근, 남우현이 연기한다.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좌절했던 ‘혜린’ 역에는 박혜나, 유리아, 나하나가 함께한다.
◇돌아온다
일정 5월 7일 ~ 6월 5일
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연출 정범철
출연 강성진, 박정철, 김수로, 정상훈, 이아현, 홍은희, 김곽경희 등
연극은 ‘돌아온다’라는 이름의 식당을 배경으로 한다. 허름하고 작은 식당에서 욕쟁이 할머니,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여교사, 집 나간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 작은 절의 주지 스님 등의 사연이 펼쳐진다. ‘돌아온다’ 제작진은 “누구나 가슴속에 ‘그리운 사람 혹은 무언가’를 하나쯤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 주변에 있을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온 가족과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동과 웃음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