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종류의 생물이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형태를 상리공생(相利共生, mutualism)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새우는 모래에 구멍을 파고 고비물고기(goby fish)에게 집을 제공한다. 반면에 새우는 시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집밖을 나와 모래 위로 올라가는 순간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받기 십상이다. 이럴 때, 고비물고기는 꼬리로 새우를 건드려 신호를 주고, 함께 모래 속 구멍으로 피한다. 산호초도 플랑크톤의 일종인 조류(algae)에게 자신의 안에 사는 것을 허락하여 집을 제공하고, 조류는 대신 산호의 뼈대를 구성하는 탄산칼슘을 만드는 과정을 돕는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은 이들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폭넓은 상리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공생관계를 갖는 존재는 천문학적 숫자에 이른다. 전체 수는 1014개로 인체 모든 세포 수의 10배이다. 그들의 유전 정보를 모두 합하면 인간 전체 유전 정보의 50~100배에 이를 정도이다. 그들의 종류는 무려 500가지가 넘는다.
그들은 누구일까? 바로 장내 미생물이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의 국제공동연구진에 의해서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지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사람과 장내 미생물은 처음부터 세대를 같이 하면서 함께 진화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장내 세균이라고도 불리는 그들이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은 오늘날 점점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다고 알려진 장기는 심장, 간, 폐, 신장 등이 주류를 이루지만, 최근에는 장(腸) 건강의 상태가 인체 건강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뇌는 판단과 감정을 결정하는 머리에 있는 두뇌뿐만 아니라 장에 제2의 뇌가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두뇌는 단단한 머리뼈 안에서 척수액에 의해 떠있는 공간에만 존재하지만, 장 신경계로 알려진 이 제2의 뇌는 식도에서 항문까지 9m에 걸쳐서 길게 연결되어 있으며, 무려 5억 개에 달하는 뇌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상하거나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구토나 또는 배탈이 나서 급하게 생기는 설사는 사실 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배출하려는 몸의 방어 작용이다.
따라서 설사병에 지사제를 초기에 쓰는 것은 가려서 하는 편이 맞다. 세균에 의해 설사가 일어난 것이라면, 차라리 세균이 충분히 배출되게 하는 것이 회복을 더 빠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구토나 설사를 일으키는 것도 장 신경계가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이 장 신경계는 사람의 감정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은 우울증과 수면,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요즘 들어 점점 증가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때문에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중에는 우울증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환자의 약 87%는 앞에서 얘기한 장 신경계의 퇴행으로 인해 장 신경계가 파괴되거나 사멸되어 세로토닌이 적절히 분비되지 않아 우울증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독일 연구진에 의하면, 장 신경계의 이상과 함께 나타난 이상 단백질이 신경을 타고 뇌에 침투하면, 파킨슨병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장 신경계가 정신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 따라서 장내 세균이 균형을 잘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다. 어떤 사람도 장내에 유익한 균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이 서로 경쟁하며 일정 비율을 유지하기 마련인데, 보통 건강한 장이라고 한다면, 유익한 균이 85%의 비율을 유지함을 말한다.
이 비율이 무너지는 것과 관련하여 최근 주목되는 것이 비만이라는 질병이다. 장내 세균 중에 비만을 일으키는 세균이 증가하면, 비만이 유발된다는 것인데 비만 세균은 체지방을 만들어 내고, 지방이 분해되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아세테이트(acetate)라는 지방산을 만들어 지방 축적을 도와 비만을 유도하며, 그들이 분비하는 ‘그렐린’이라는 공복 호르몬은 배고픔을 자주 느끼게 해줌으로써, 음식 섭취량을 늘린다는 것이다. 비만 세균의 대표적인 종류는 페르미쿠테스(Fermicutes)속에 속하는 세균들인데, 비만인 사람에게서는 이 세균의 비율이 전체의 90%까지도 늘어나며, 체중을 감량하면 거꾸로 그 비율이 떨어진다.
더 재미있는 것은 비만을 일으키는 장내 세균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명한 과학저널 에 수록된 논문에 의하면, 내장 세균 중에서 포자(홀씨)를 만들어 사람의 몸 밖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종류가 전체의 3분의 1이나 된다. 이 홀씨를 다른 사람이 흡입하면 비만뿐만이 아니라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도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장내 세균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것으로 최근에 밝혀진 질환으로 만성 피로 증후군이 있다. 이 만성 피로 증후군은 극심한 피로감 외에도 두통, 근육통, 관절통, 인후통이나 시각 장애, 기억력 장애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코넬대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대변 샘플을 비교한 결과, 환자들의 장내 미생물 분포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염증 작용을 하는 세균이 크게 감소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은 오히려 늘어났다. 연구진이 반대로 환자들의 대변에 나타난 수치를 먼저 보고 환자 여부를 역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에도 정확도가 83%나 되었다. 이런 결과들을 볼 때, 이제 건강의 척도에도 새로운 차원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장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체에 유익한 장내 세균의 비율을 인위적으로라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등장하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라는 개념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적정량을 섭취했을 때, 숙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살아 있는 미생물이다. 즉, 유익한 장내 세균을 직접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수많은 연구자들에 의해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임상적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 객관적인 결과만 보더라도 장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해주고, 항생제 복용에 의해서 장내 세균 분포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기 쉬운 설사를 치료해주며, 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소아들에게서 급성으로 생기는 바이러스성 설사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로타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기 쉬운 소아 설사는 빠르게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프로바이오틱스의 복용이 효과를 발휘한다. 항생제를 과도하게 복용해서 장기간 설사나 변비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도 프로바이오틱스가 또한 도움이 된다. 또, 영·유아나 소아들의 면역력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가 되고 있다. 중이염이나 감기에도 저항력을 주며,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알레르기 질환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프로바이오틱스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주는 효과도 있으며, 갱년기 이후의 여성들에게 감염성 질염을 방어할 수 있는 확률도 높여준다. 여성의 질 내에도 세균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 중에서 락토바실러스라는 유익한 균의 숫자가 줄어들면 방광염의 발생률이 높아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는 요도의 길이가 짧아 요로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여성들에게도 좋은 건강의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의학에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유용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눈에 띄는 증상이나 통증 등으로 우리에게 경고하는 질병들은 어쩌면 요즘 표현법에 빗대면 ‘착한’ 질환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무서운 것은 소리 없이 몸속에 자리 잡고, 시한폭탄처럼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는 질환이 아닐까. 경기도 부천시 세종병원에서 만난 최태현(崔太賢·70)씨도 그랬다. 예고 없이 나타난 증상에 당황했고, 더 큰 증상으로 자라는 두 번째 ‘폭탄’의 위험 앞에 서야 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솜씨 좋은 ‘폭탄 해체전문가’ 신경외과 권기훈(權紀勳·44) 과장을 만난 것이었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최태현씨는 늘 그랬듯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순찰에 나섰다. 그가 경비를 맡은 건물은 IT회사들이 모여 있는 가산디지털단지 인근, 입주 기업들의 직원들은 야근이 잦았다. 저녁 순찰이라고 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7층 엘리베이터에서 발을 뗀 순간 갑자기 몸이 휘청거렸다. 열까지 나 간신히 벽에 의지한 채 자리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간 운동을 게을리한 자신을 자책했다.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자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하지만 울렁거림은 쉬 나아지지 않았다. 속이 문제인가 싶어 위장약을 먹어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냥 비구름이 지나가길 기다릴 뿐이었다. 2013년 5월의 일이었다.
또다시 찾아온 어지럼증
그리고 석 달쯤 지났을 때였다. 증상은 또 느닷없이 찾아왔다. 이번엔 집에서였다.
“TV를 보고 있었어요. 편안히 누워 있는 데도 갑자기 어지럼증이 오더라고요. 눈을 감아도 나아지질 않았죠. 이번에도 운동 부족인가 싶어 아령을 들고 진땀이 날 때까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또 잦아들기를 기다렸죠.”
하지만 이번에는 그 평화가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몸은 채 열흘도 버티질 못했다.
“큰일인가 싶어 병원을 찾았죠.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가야겠다 싶어 근처 대학병원을 향했어요. 그런데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거예요. 당장 치료도 어렵다고 하고. 막막하더라고요.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무작정 택시를 타고 하소연을 했더니 기사가 세종병원을 추천해주더라고요. 심장하고 혈관 치료를 잘한다고. 미심쩍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단 가자고 했죠.”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무력감이었다고 최씨는 토로했다. 청춘은 아니지만 뜨겁게 인생을 살아가기에 충분한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한순간 몸의 한 부분이 일시에 무너지는 것처럼 무력한 기분이 한 번에 밀려왔다고 기억했다.
권기훈 과장은 그의 환자 최태현씨를 아주 잘 기억했다. UCSF(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병원에서 뇌혈관 전문의로 연수를 마친 후 세종병원에 부임해 보름도 안 되어 만난 환자였기에 때문이다.
“제가 1일 부임하고 13일 최태현씨가 내원하셨으니 첫 환자나 다름없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무척 우울해 보였다는 것이었죠. 검사 결과 동맥경화로 인해서 경동맥에 심한 협착이 있었어요.”
병원을 믿을 수 있을까 고민도
동맥경화로 인한 경동맥 협착은 목동맥이라고도 부르는 경동맥에 수도관이 녹슬고 이물질이 침착하여 관이 좁아지게 되는 것처럼, 혈관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혈전이 생겨 혈액의 흐름을 막는 병이다. 이러한 증상이 오래되면 혈관이 탄력을 잃고 딱딱해지는 석회화 현상이 발생해, 인체가 혈압 변화를 통해 혈류 조절하는 것을 막게 된다.
최씨는 당연히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에 겁부터 났다. 평생 건강한 몸을 자랑으로 살았고, 체중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적도 없었다. 내 몸을 맡겨도 될까? 더 큰 병원으로 가볼까 하는 유혹에 고민도 했다.
그런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큰딸이었다.
“사실 세종병원은 처음이 아니었어요. 십여 년 전에 온 적이 있었는데, 제 기억엔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병원이었거든요.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이곳저곳을 알아본 딸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여기서 치료받자고. 믿어도 될 것 같다고. 그래서 수술을 결정했죠. 고민하는 과정에서 교수님이나 다른 분들께 괜한 소리도 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웃음)”
이에 대해 권기훈 과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환자들이 병원을 고르는 과정에서 심사숙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가 아니시니까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은 것도 당연하고요. 의사의 역할 중 하나는 환자가 질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수술할지 말지, 어떤 의료기관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것은 환자의 뜻이기 때문에, 고민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자 따르게 하는 유대감이 낫게 해
권 과장의 이야기를 듣고 의구심이 생겼다. 외과의사의 가장 큰 덕목은 수술 실력이 아닐까? 환자와의 관계 형성이 진료에 미치는 영향이 클까? 이런 우문에 권 과장이 내놓은 현답은 이렇다.
“최태현씨가 좋은 예후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제 수술 실력이 월등하게 뛰어나서가 아니라 라뽀, 즉 마음의 유대감 때문입니다. 저도 미국과 한국 여러 의료현장을 가 봤지만, 저보다 손기술이 뛰어난 의사들은 정말 많아요. 특히 한국 의사들 수술 실력은 세계에서도 알아주니까요.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은 다행히 환자가 저를 신뢰해 제가 말씀드린 대로 따라주었던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병은 수술만큼이나 수술 후의 약물치료도 무척 중요하니까요. 수술 후 복용해야 하는 혈전용해제를 귀찮다고 건너뛰기 시작하면 되레 수술 전보다 더 상태가 악화할 수 있습니다.”
권 과장이 미국 연수과정에서 느꼈던 것 중의 하나도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 형성이었다고 했다. 충분히 환자의 의견이나 요구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진찰 과정에서 시간을 많이 쓰는 의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어렵게 수술이 결정되고 치료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3년 9월 5일 우측 경동맥에 스텐트 삽입술이 진행되고, 20일 후인 25일에 좌측 경동맥에 다시 스텐트 삽입술이 시행됐다.
동맥경화로 인한 경동맥 협착 수술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굉장한 대수술이었다. 혈관을 직접 절개해야 했기 때문에 전신마취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뇌에 공급되는 혈액을 차단해야 했다. 혈액 차단은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수술시간도 제한적이고 후유증의 위험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사용되고 있는 혈관 성형술은 혈관을 따라 작은 관을 삽입해 끝에 달린 작은 풍선을 불어 혈관을 넓히는 방법이다. 큰 수술도 아니고 후유증도 적다. 석회화가 심한 경우 여기에 금속으로 된 망사형태의 파이프인 스텐트를 위치시키면, 망사 사이로 내피세포가 자라면서 원래의 매끄러운 혈관 안쪽 표면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흔히 동맥경화를 시한폭탄에 비유하는 것은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동맥경화로 인해 뇌 쪽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면 별다른 장애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뇌조직에 손상을 준다. 이러한 질환을 뇌경색이라고 부른다. 어지럼증이나 발음이 어눌해지고, 움직임이 둔해지면 뇌경색을 의심해봐야 한다. 심한 경우 안면마비, 반신마비 등이 올 수 있다.
또 혈관에 쌓인 혈전이 뇌혈관을 막고, 심한 경우 뇌혈관이 터져 출혈이 발생하면 뇌졸중이 된다. 뇌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하면 정상으로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 동맥경화의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병원 찾는 것 겁내지 말아야
최씨는 수술을 위해 일을 잠시 쉬었지만 휴식은 두 달이면 충분했다.
“아프면서 생긴 우울했던 기분은 수술 직후까지 계속되긴 했죠. 하지만 퇴원 이후 꾸준히 약물치료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몸이 나아지자, 기분도 함께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10~15분 정도밖에 걷지 못했는데, 1시간 넘게 걷는 것도 너끈해지자 다시 일을 시작해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두 달 만에 새 직장을 찾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수술을 하고 나서 달라진 또 하나의 변화는 바로 잠이다. 젊을 때도 깊이 잠들기 어려웠던 최씨는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잠을 깊게 잘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수술 이후에 즐겨 먹는 음식은 양파 달인 물이다. 양파 껍질만 구해 말린 다음 구기자, 감초와 함께 달여먹는데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단다. 또 집 주변의 가까운 산을 오르면서 건강관리를 해 나가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권기훈 과장은 뇌혈관질환은 일반적인 건강관리 지침만 지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본적인 성인병인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만 잘 관리해도 뇌혈관질환은 예방할 수 있습니다. 술과 담배, 과로를 멀리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이런 기본적인 것들만 지켜줘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동맥경화는 오랜 기간 찌꺼기가 쌓이면서 생기는 병인 만큼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 소지는 더욱 높아집니다. 따라서 어지럽거나 두통이 심하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병원에서 전문의를 꼭 만나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최태현씨의 마지막 당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 큰일을 겪으면서 큰 병원, 좋은 병원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대학병원도 장점이 있겠지만, 규모는 작아도 같은 의사가 진찰부터 수술까지 맡아서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요. 이제는 저도 몸의 이상이 있으면 바로바로 병원을 찾곤 합니다. 주변에도 꼭 그러라고 권하고 다닙니다.”
스포츠 중계도 많고, 야외 나들이도 늘어나는 요즘 같은 계절에 증가하는 질환은 뭘까? 당연히 골절 등 외상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뜻밖에 6월과 7월에 조심해야 하는 질병 중 하나는 통풍이다. 한국인이 즐기는 ‘치맥’의 소비가 가장 왕성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통풍에 대한 위험은 커진다. 통풍의 위험성과 예방에 대해 대한류마티스학회 산하 통풍연구회의 송정수(宋禎秀) 회장을 통해 들어보았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도움말 대한류마티스학회 통풍연구회 송정수 회장
흔히 통풍은 이름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통증이 느껴진다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런가 물어본 질문에 송정수 회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심지어는 고양이가 걸어가는 진동에도 통증이 생긴다고 하고, 방문을 여닫는 진동에 의해서도 통증이 생긴다고 합니다. 통풍으로 인한 고통은 여자들의 산고(産苦)보다 더 심하다고 하죠. 통풍 발작은 주로 밤이나 새벽에 오는데 관절에 생긴 통증에 의해 잠을 깨서 그 이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러다닐 정도로 아프고, 쉬는 시간이 없이 뼈를 부수는 듯한 통증이 며칠간 계속돼 참기 힘들고 통풍이 생긴 다리를 잘라 버리고 싶을 정도로 통증이 심합니다.”
이렇듯 무시무시한 병 통풍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요산 때문이다. 요산은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퓨린(purine)이라는 물질을 인체가 대사하는 과정에서 몸속에 남게 되는데, 이 요산의 혈액 내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 힘줄, 주위 조직에 들러붙는 질병이 통풍이다. 통풍은 관절의 염증을 유발하여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재발성 발작을 일으키며, 요산염 결정에 의한 통풍결절은 관절의 변형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환자를 불구로 만든다.
고령일수록 더욱 위험한 병
나이가 들수록 통풍이 위험해지는 이유는 요산이 몸에 계속 축적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40세가 넘으면 통풍 발생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다. 청소년기 이후부터 요산이 몸에 쌓이기 시작하여 20~40년 동안 요산은 높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무증상 고요산혈증) 시기를 거쳐 몸에 축적된 후에 발생하기 때문. 물론 유전적인 요소나 음주, 비만과 같은 요산이 증가하는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20대나 30대에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통풍은 남성에게 위험한 병으로 불린다. 남성과 달리 여성에게는 에스트로젠이라는 여성 호르몬이 폐경 전까지 몸에서 나오는데, 이 에스트로젠은 몸에서 요산 배출을 강력하게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폐경기 이전의 여성에게서는 거의 통풍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폐경기 이후에는 통풍의 발생률이 남성과 같은 비율로 증가해 폐경기가 지난 이후의 60~70대 여성들도 주의해야 한다고 송 회장은 조언했다.
술 줄이고 물 많이 마셔야
나이가 많은 시니어들의 경우 생활환경이 좁아지고, 체력이나 관절 등의 문제로 운동이 어려워진다. 이럴 경우 예방할 방법에 대해 송 회장이 내놓은 답은 음식에 있었다.
“고령으로 인해 운동량이 줄어든다면 몸에서 생산되는 요산의 양을 줄이면 됩니다. 그러려면 우선은 혈중의 요산농도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술을 절대적으로 줄이거나 중단해야 합니다. 또 퓨린이 많이 들어있는 고기나 생선을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물을 하루에 2ℓ이상 마셔서 요산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음식 중에서 한식은 탄수화물과 섬유소, 단백질, 무기질 등이 골고루 섞여 있어 과식만 하지 않는다면 통풍에 걸릴 위험이 많지 않다. 다만 기름진 튀김 요리나 퓨린 함량이 높은 소나 돼지의 내장, 생선은 통풍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조절 가능하나 완치되지 않는 병
통풍은 크게 4단계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고요산혈증이 20~40년간 지속된 후 급성 통풍성 관절염이 생기고, 간헐기 통풍, 만성 결절성 통풍, 4단계로 진행된다.
무증상 고요산혈증 기간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피검사를 해서 요산이 7.0 mg/dL 이상 나오면 무증상 고요산혈증이라고 판단한다. 급성 통풍 관절염은 엄지발가락이나 발등처럼 침범된 관절이 심하게 붓고 아파서 걷지를 못할 정도가 되는데 7~10일 후 통증이 저절로 사라진다. 그리고 6개월에서 2년 후 다시 통증이 찾아온다. 이렇게 10년 정도 지나면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진행한다. 이 상태가 되면 통풍 발작이 여러 관절에서 더 자주 발생하고 더 오랜 기간 통증이 지속되고 중풍이나 심장병, 만성 신부전 등과 같은 합병증도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통풍에 대해 송 회장은 완치는 어렵고 약물로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요산을 떨어뜨리는 약물을 평생 복용해야 합니다. 통풍은 완치의 개념으로 치료하지는 않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조절하는 개념으로 치료합니다. 복약지침을 잘 따르고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요산 수치를 5mg/dL 정도로 잘 유지를 하면 관절염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는 것도 거의 완벽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치료를 안 하면 사망에 이르는 병
통풍은 합병증도 만만치 않은 질환이다. 통풍을 10년 이상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때에는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진행되는데 그런 경우에는 관절이 망가져서 불구나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요산으로 이루어진 통풍결절이 장기적으로 몸에 쌓이면 통풍 발작뿐만 아니라 퇴행성관절염도 발생한다. 요산이 관절에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혈관과 콩팥에도 쌓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중풍, 심장병, 만성 신부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흔히 통풍은 관절이 아픈 병으로 치부하고 생명과는 무관하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 이 때문이다. 통풍 환자의 주된 사망 원인은 관절염이 아니라 만성 신부전이나, 심장병, 중풍 등의 만성 성인병이므로 이런 합병증을 막기 위해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하면서 통풍 치료를 제대로, 지속적으로 받아야만 한다. 특히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송 회장은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환자들은 통풍치료 순응도가 외국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급성기 통풍발작 때에는 약을 잘 먹다가도 증상이 없어지면 약을 중단하는 비율이 외국에 비해 높아 안타깝습니다”라고 설명하고, “통풍은 발, 특히 엄지발가락에 많이 발생하므로 발에 심한 염증을 동반한 통증이 생긴다면 통풍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으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는 비만이 관절염을 유발하는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오랜 기간 연구를 해왔다. 살찐 형태에 따라 상체 비만, 하체 비만, 전신 비만 등 세 가지로 구분해 각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법을 알아보고 한의학적 관점에서의 체형별 비만관리의 핵심을 4회에 걸처 게재하기로 한다.
1. 중년 다이어트의 중요성 2. 체형별 다이어트 생활습관 3. 체형별 다이어트 식이요법 4. 체형별 다이어트 운동요법
흔히 다이어트라고 하면 외모를 위한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이어트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다이어트는 외모 이전의 건강의 문제다. 비만이 일으키는 여러 병증을 우려한 세계 각국에서는 일찍부터 다양한 비만 대책들을 마련해두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비만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비만에 관한 10가지 사실’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 60억 명 중 성인 10억 명이 과체중이며 그 중 3억 명은 비만에 해당된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미국은 정크푸드의 학교 내 판매를 전면 금지했고 덴마크는 청량음료와 초콜릿 등에 비만세를 신설했으며 영국은 한때 비만관리부를 정부 부서로 세워 운영했었다. 우리나라는 어린이 주 시청시간대에 고열량 저영양 식품의 TV 광고를 금지시켰으며 신병교육대의 90%에 건강소대를 도입하여 신병들이 규정된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몸이 되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비만과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그렇다면 세계는 왜 비만과 싸우게 된 걸까? 답은 자명하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우리몸의 모든 기관과 조직 및 세포는 혈액순환을 통해서 영양공급을 받고 또한 노페물을 배설 하면서 정상기능을 하게된다. 그런데 비만으로 인해 체내에 필요이상의 지방이 축척하게 되면 순환장애가 발생하게 되어 몸속 모든기관이나 조직들이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게 되고 또한 노페물이 쌓이면서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우리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기관이 혈관을 통하여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그런데 이혈관에 지방이 끼이면 동맥경화가 유발하고 이로 인해 고혈압·뇌졸중과 협심증 등 각종 심장병과 순환계질환을 유발하게 되며 또한 내분비기능과 지방대사에 문제를 일으켜 당뇨병 지방간 등을 유발한다.
요통과 같은 근골격계질환과도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리가 당겨서 병원에 가서 MRI를 찍고 디스크라는 게 판정되면, 흔히 다음과 같이 생각하게 된다.
‘디스크가 문제구나 디스크가 문제여서 다리가 당기고 아프구나.’
그러나 사실 디스크는 병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다. 원인은 특별히 외상을 당한 경우가 아니라면 허리 근육의 기능이 약해져 체중이나 중력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허리에 짐이 실린것 같은 부담을 겪다 보면 디스크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체중이 1kg이 늘면 허리에는 3~5kg의 압력이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허리가 아프면 비만 관리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
관절염도 허리와 무릎의 하중 증가 및 근력 약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처럼, 전체 관절염 환자의 67%가 비만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인구수 10명 중의 7명이라는 말이다. 체중이 1kg이 증가하면 무릎 관절이 받는 부하는 5~10kg으로 급증한다. 따라서 체중을 5%만 감량하여도 관절염 증상의 50%가 개선된다. 체중이 60kg인 사람이 5%인 3kg만 빼면 관절염 증상을 50%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만관리의 핵심은 몸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러면 비만의 원인은 뭘까? 사실 다 알고 있을 것이다. Input과 Output의 불균형이 문제다. 음식물을 과잉 섭취하거나 섭취한 음식물을 몸속에서 태워 에너지로 소모시키는 대사력이 저하되거나 대사가 되고 남은 찌꺼기를 몸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배설기능 장애가 그 원인이 된다.필자는 환자들에게 가끔씩 다음과 같이 말한다.
‘비만관리만큼 정확한 게 없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몸이란 먹는 만큼 찌게 되고 쓰는 만큼 줄게 되고 내보내는 만큼 관리된다. 그래서 먹는 관리도 중요하지만 몸에서 얼마만큼 찌꺼기를 태워내느냐가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비만의 유형을 체질에 따라 다르게 보는데 이는 우리몸의 기의 흐름이 균형이 깨어진 때문이다. 즉 태어날 때 오장육부 각각의 기능이 강하고 약함에 따라 개인마다 섭취하고 대사하고 배설하는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기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이다. 즉 기의 흐름에 따라 전신적으로 살이 찌는 경우, 어깻죽지 등 상체 쪽에 집중적으로 살이 찌는 경우, 복부 하체쪽으로 살이 찌는 경우 등 체형이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는 체형에 따라 기의 흐름을 조절하여 몸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를 하게 되는데 향후 체형에따른 생활과 식이 운동요법등을 알아보고자 한다.
실로 생경한 풍경이었다. 십여 년간 취재를 위해 수많은 병원을 들락거렸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의자가 없는 원장실이라니. 몸을 기댈 곳이라고는 서 있는 상대방 앞에 앉기 민망할 만한 높은 홈바 의자가 전부. 알파고를 바라보는 이세돌의 심정이 이랬을까. 상식을 깨는 리셋의원 박용우(朴用雨·53) 원장이 말하는 ‘건강한 걷기’ 역시 파격적인 그의 업무 공간을 닮아있었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박용우 원장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많다. 1990년대 후반부터 언론을 통해 이름이 오르내린 덕에 스타 의사나 국민 주치의로 불리기도 하고, 최근엔 연예계를 중심으로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해독주스의 창시자로도 손꼽힌다. ‘걷기 전도사’ 역시 그가 가진 별명 중 하나다.
그가 처음 의대에 입학했을 때 꿈꾸었던 미래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고 했다.
“처음부터 의대를 목표로 공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이 기술을 익혀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이과를 선택했고, 성적이 좋은 이과 학생에게 선택지는 몇 가지로 좁혀지니까요. 그래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진학했는데, 눈이 좋지 않아 외과는 포기해야 했습니다.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용의 꼬리보다는 낫겠다 싶어 가정의학과를 공부하게 됐죠.”
가정의학과에서 그는 처음엔 스포츠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운동선수들의 체형 관리에 관한 연구를 하다 자연스레 비만 치료로 연구분야가 옮겨갔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는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전문적인 연구를 고민하던 차에 제안을 받고 덜컥 개원을 결정하게 된다. 그때가 1991년이다.
국내 최초의 비만클리닉 메덱스. 위치가 강남인 데다 운동 처방이 가능하고, 임상 영양사까지 갖춘 병원. 요즘의 병원이라고 해도 파격적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앞선 의료기관이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당시는 의사가 반말하고 환자가 높임말을 쓰던, 환자를 고객이라 표현하면 손가락질을 당하고, 인테리어라고는 깨끗한 흰 벽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잘될 리가 없었다.
이후 강북삼성병원 교수 재직 시절 그는 비만 연구에 대해 새로운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미컬럼비아대학 비만연구소에서의 연수과정이 그것이다.
“영양과 비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죠.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의사, 영양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동등한 발언권을 갖고 토론하죠. 임상뿐만 아니라 역학이나 통계학, 기초의학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2008년 비만 치료 분야의 중심이 대학에서 개원가로 넘어오면서 그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 역시 개원을 택해 지금의 리셋의원을 열게 됐다.
그런 그에게 환자들은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할까?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가장 궁금해하시죠. 과연 저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겠죠. 저의 경우는 모든 분에게 권할 만큼 100% 완벽하게 하고 있진 않거든요. 술을 좋아해서. (웃음)”
그가 건강 관리에서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앉는 시간을 줄이라는 것이다. 시간을 내어 공기 좋은 곳에서 걷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일정 시간 이상 공들여 걷는 것만이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의 근무 공간에서 의자를 아예 치워버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휴식을 취하다 짬을 내어 걷는 것이 아니라, 계속 서 있다 지칠 때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많이 걷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앉는 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걷기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 과정에서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이 심장에 신선한 피가 돌 수 있도록 펌프질(pumping)을 해줘서입니다.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근육으로, 걷기는 이 근육들을 강화해 줄 수 있습니다. 인간의 몸은 사냥을 위해 걷고 뛰는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앉아 있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가 아니죠. 해외에서는 앉아 생기는 병(sitting disease)이란 표현도 씁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 단 1분이라도 하체를 자주 움직여야 합니다.”
일정 시간 이상 해야 효과가 있다는 그동안의 상식과는 다소 다르다. 그는 이에 대해 인체에 새겨진 유전자와 생활 환경의 불일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몸이 본능적으로 가진 것을 깨워야, 암 예방 물질 생성과 같은 몸속 유전자 정보가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있거나 걸을 때의 자세도 조언했다. 의식적으로 상체를 들고 쫙 펴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근육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화와 퇴화는 다른 개념입니다. 보통 나이가 들면 몸의 변화는 당연하다고 하지만, 관리하지 않아 몸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노화와는 다른 것이죠. 이것은 퇴화입니다. 스스로 몸을 관리하고 젊게 살려고 노력한다면 퇴화는 분명히 막을 수 있습니다. 오래 앉아야 하는 환경이라면 30분에 한 번씩이라도 앉았다 일어나기를 하거나 가볍게 걷기를 잠깐이라도 하시기를 추천합니다.”
그의 건강관리 비법 중 또 하나는 영양제다. 술을 좋아하는 그가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습관이다. 음주로 인해 소모되는 각종 영양성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음주 후 2, 3일은 간을 쉬게 해 주고, 술을 마실 땐 해산물 중심의 안주를 고르려 노력하는 것도 그가 선택한 방법이다.
“서구식 식습관으로 바뀌면서 대장암 같은 질환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산균 보충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를 권합니다. 여기에 비타민과 칼슘, 마그네슘, 오메가3 등을 보충한다면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박용우 원장은?
서울대 의과대학과 가정의학과 석사를 마치고,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 국내최초 비만클리닉 메덱스를 개원했다. 이후 1993년부터 성균관대학교 강북삼성병원에서 13년간 교수로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비만연구소 교환교수를 역임했다.
2008년 리셋클리닉을 개원했다.
방송활동이 활발해 MBC 과 MBN , 올리브TV 의 고정 패널로 활동 중이며, KBS , , JTBC 등에도 출연했다.
저서로는 가 열풍을 이끌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외에도 , 가 있다.
시니어 펫팸족이 대세라지만 집안에 새로운 가족을 들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단지 반려동물이 예뻐서? 혹은 내가 적적해서 펫팸족이 되려고 했다면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 반려동물을 만나러 가기 전 적어도 당신이 알아야 할 10가지를 알아보았다.
1. 반려견과 함께 살면 10년이 젊어진다.
최근 메디컬데일리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 지리·지속 가능 발전학과 연구진은 개를 키우는 것이 신체 나이를 최대 10년 젊게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지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코틀랜드 중동부 테이사이드 주(州)의 평균 79세 노년층 547명을 대상으로 신체나이와 반려견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들 중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그러지 않는 사람들보다 신체운동능력이 월등했다. 불안감이나 우울증도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반려견과 생활하는 것이 노년기에 접하기 쉬운 정신적, 신체적 퇴보를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2. 반려견·반려묘를 입양하는 것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
유기·유실동물은 동물보호법이 정한 10일이 지나면 유기·유실동물의 인도적 처리(안락사)로 생을 마감한다. 열흘 안에 주인이나 입양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작은 생명의 심장은 멈춰버린다. 혈통 좋은 반려동물도 좋지만, 입양도 한 번쯤 생각해보길 권한다. 그런데 꼭 명심할 것이 있다. 유기·유실동물들은 버려지고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 그러므로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분양동물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3. 반려견과 반려묘의 평균수명
개의 경우 큰 개인지 소형·중간 개인지에 따라 수명 차이가 있다. 소형·중간 개의 수명은 14~17년, 큰 개는 9~13년으로 큰 개가 소형·중간 개보다 수명이 더 짧다. 소형·중간 개는 빨리 어른이 되지만 큰 개에 비해 노화가 느리다. 큰 개는 천천히 성숙하는 대신 노화가 빨리 온다. 고양이 평균 수명은 15년이다. 고양이 종류에 따라 수명 차이가 있지만 거의 40세 가까운 나이까지 살아 기네스북에 올랐던 장수 고양이도 있다. 현재 미국에 사는 고양이 ‘코듀로이’가 ‘세계 최고령 고양이’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다. 작년 보도 당시 26세로 사람으로 치면 124세에 해당하는 나이다.
4. 반려견은 초콜릿, 양파를 먹으면 안 된다
반려견이 먹으면 안 되는 대표적인 음식이 땅콩버터다. 알레르기나 만성 질환이 있는 반려견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초콜릿 또한 위험하다. 초콜릿 속 카페인과 테오브로민을 반려견이 섭취하면 구토와 탈수증 복통을 일으키고 체온 상승과 발작,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양파의 매운 성분은 적혈구 생성과 활동성을 낮춘다. 위험할 정도로 양파를 섭취하면 수혈을 해야 한다. 포도 또한 먹어서는 안 된다. 강아지 종류에 따라 구토나 설사 증세가 나타나는데 식욕감퇴, 탈수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부전증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경우 3~4시간 안에 죽을 수 있다.
사과, 자두, 복숭아, 배, 살구 등에 들어 있는 시안배당체를 반려견이 먹으면 현기증, 호흡곤란, 발작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할 경우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우유, 치즈, 아보카도, 빵, 베이컨 등도 반려견이 먹으면 안 된다.
5. 반려인의 잘못된 행동 3가지
1. 안내견을 제외한 다른 반려동물은 대중교통이용 시 이동장(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반려동물을 담는 물건)을 이용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답답해한다고 잠시 내려놓은 순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충분히 이동장 적응 훈련을 해야 한다.
2. 반려견과 산책할 때 목줄을 풀어주거나 감정 상태를 모르는데 다른 반려견들과 어울리게 두면 안 된다. 사람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서먹하다. 동물들이라고 다르겠는가. 반려인이 생각 없이 한 행동 때문에 반려견들이 싸울 수 있다.
3. 준비 없이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것도 삼가야 한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작년 10월 주변과의 갈등을 줄이면서 ‘길고양이 돌보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 단체는 “먹이뿐만 아니라 깨끗한 물을 먹이는 것이 중요하며 야행성인 고양이의 습성을 고려해 일몰 이후 일정한 장소에서 먹이를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한, 길고양이의 치아, 잇몸질환 등의 문제를 줄이기 위해 사료 이외의 음식을 줘서는 안 되고, 고양이가 먹고 남긴 음식물은 즉시 치우기를 당부했다.
6. 안내견에게 말을 걸지 말라안내견은 잘 알다시피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 장애인 보조견이다. 심심치 않게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안내견. 이들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더라도 꼭 알았으면 한다. 안내견과 마주쳐도 말을 걸면 안 된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내견은 몸과도 같은 존재다. 안내견 또한 주인을 보호해야 할 임무가 있다. 혹시 안내견과 소통하고 싶다면 주인에게 먼저 물어봐야 한다. 주인의 동의 없이 말을 걸고 만지면 안내견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음식물 또한 절대 주어서는 안 된다. 안내견들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이나 간식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내지 않도록 훈련돼 있다. 반려동물이 안내견 가까이에 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 안내견들 모두 힘든 훈련을 통해 뽑힌 우수견이기는 하나 갑작스러운 상황이 오면 짖고 싸울 수 있다. 무엇보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훈련됐다. 다른 곳에 집중하면 주인 돕기에 어려움이 생기니 방해되는 행동은 삼가라.
7. 반려견의 발바닥을 살펴라
반려견을 키우다 보면 발을 들고 겨우 걷거나 혹은 발을 만졌을 때 신경질을 내는 일이 종종 있다. 이때 반려견의 발바닥을 확인해봐야 한다. 발톱이 부서져 피가 났다면 반려견이 통증을 심하게 느끼기 때문에 지혈제와 붕대를 이용해 빨리 치료해줘야 한다. 부서진 발톱을 제거할 경우 회복이 늦고 발톱이 변형될 수 있다. 발바닥에 뾰족한 돌, 마른 진흙, 뭉친 털 등이 낄 때도 있다. 이때는 털을 깎고 발을 씻은 뒤 소독약을 발라준다. 맨발로 땅을 디디고 다니기 때문에 발바닥이 마르고 갈라지면 위험할 수 있다. 급한 상황이라면 일반 로션을 발라줘도 되지만 피부를 단단하게 해주는 성분이 포함된 강아지 전용 크림을 발라주는 것이 좋다.
집안에서만 활동하는 반려견의 경우 발톱이 너무 자라 피부로 파고들 수 있으니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8. 반려견은 반드시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2014년 1월 1일부터 개를 기르는 사람들은 전국 시·군·구청에 반드시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단, 동물등록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자를 지정할 수 없는 읍·면·도서(島嶼) 지역은 제외된다. 대상은 3개월 이상 된 개이며 미등록 시 4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동물등록을 하는 이유는 주인이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의 동물등록정보를 통해 더욱 쉽게 찾기 위해서다. 동물등록방법은 3가지다. 동물의 몸에 직접 삽입하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와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등록 인식표 부착 방법이 있다.
9. 반려동물 분양 계약서를 써라
개와 고양이에 한해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14-4호, 2014. 3. 21)이 마련돼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판매업자는 반려동물을 판매할 때 7가지 항목이 기재된 계약서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서는 분쟁 유형 3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우선 반려동물 구매 후 15일 이내 폐사할 경우엔 동종의 동물로 교환 혹은 구매가를 환급받을 수 있다. 단, 소비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 배상 요구를 할 수 없다. 구매 후 15일 이내에 질병이 발생하면 판매업자가 책임지고 치료를 한 뒤 소비자에게 인도해야 한다. 단 회복 기간이 30일 이상 지연 돼 도중 폐사할 경우 동종 동물 혹은 구매가를 환급한다. 마지막으로 계약서를 내주지 않았을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에 계약해지가 가능하다.
반려동물 분양계약서에 기재되어야 할 7가지
1. 분양업자의 성명과 주소
2. 애완동물의 출생일과 판매업자가 입수한 날
3. 혈통, 성, 색상과 판매 당시의 특징사항
4. 면역 및 기생충 예방접종기록
5. 수의사의 치료기록 및 약물투여 기록 등
6. 판매 당시의 건강상태
7. 구매 시 구매금액과 구매날짜
10. 반려동물 사체, 이제는 폐기물이 아니다.
동물장묘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법을 적용받는다. 그동안 반려동물 사체는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로 분류·처리됐다. 동물장묘사업장을 개설할 때 환경부에서 주변 환경 피해 여부를 점검해 ‘설치승인서’를 내줬는데 받기가 쉽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동물화장은 일반폐기물 처리와 달리 유독물질이 거의 나오지 않고, 크기도 작아서 설치승인서 제출 사업장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동물이 죽으면 쓰레기 봉지에 넣어서 버리면 그만이었다. 지금까지 반려동물 사체 상당수가 불법 화장, 매장, 폐기물로 처리됐지만, 법 개정으로 더욱 존엄한 장례 절차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987년에 대학을 졸업한 이후 군 시절부터한의사 생활을 했으니 어느덧 30년을 바라본다. 이재동(李栽東·54)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환자를 보면서 인체의 생체리듬과 자연치유력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헛발질을 줄일 수 있는 한방의 철학은 음양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에서부터 시작한다. 새해의 시작, 생활 속에서 스스로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한방의학의 비결을 알아보자.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시니어들의 새해 건강을 위한 한방학적 고찰에 관해 물었더니 의 기본 정신에 대한 설명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한의학 서적이란 게 수천 권이 있어요. 그런데 중국에서 한의학 하는 사람이나 대체의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 모두가 에 열광합니다. 에는 몸이 건강하면 병은 스스로 치유된다는 정신이 있어요. 그래서 몸이 건강해지기 위한 양생법을 추구하죠. 양생이라면 도 닦는 사람이나 하는 걸로 생각하는데, 저는 이걸 임상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의 기본 정신은 사람의 몸이 하나의 소우주라는 것에 기초한다. 따라서 자연의 이치에 잘 따르고 순응하면 몸이 건강해진다고 설명한다.
“만물이 소생하고 형성되는 이치들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예를 들어 하늘의 태양이 지구를 비추잖아요. 햇빛은 양기죠. 그렇게 양기가 비추면 지구의 음기인 물이 위로 올라가서 비가 되어 내려오잖아요. 태양의 불과 지구의 물의 조화인 겁니다. 이 순환 속에서 생물들이 자라나는 거예요. 그것을 음양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몸은 우주, 음양의 조화가 중요
이 교수는 우리 몸을 잘 들여다보면 바로 심장이 태양의 불과 같은 역할을 하는 반면 비뇨생식기는 물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 원리를 알고서 자기 몸이 조화를 이루게끔 노력해야 건강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수승(水昇), 물은 올라가고 화강(火降), 화는 내려가는 수승화강(水昇火降)만 잘되면 우리 몸이 스스로 정상적으로 기능하는데, 현대인들은 삶 자체가 수승화강을 깨뜨리게 되어 있어요.”
이 교수는 어두워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게 자연에 순응하는 법인데 현대인들은 밤낮이 바뀌어 있다는 걸 지적했다. 현대의학적으로도 호르몬 생성에 중요한 시간이 밤 10시부터 아침 5시라고 한다. 건강하고 싶다면 그 시간을 필수 수면시간으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밤 10시에 맞춰서 잠을 자는 현대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호르몬은 물입니다. 밤에 잠을 자야 음의 기운을 몸에 저장할 수가 있어요. 밤에 잠을 안 자면 그 음의 기운을 소모하게 되고 물이 말라서 음양의 균형이 깨져요. 물이 올라와서 불을 꺼줘야 하는데, 불을 못 꺼주니 기운이 위로 뜹니다. 그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머리에서 생기게 돼요. 현대인들은 분노조절장애가 많이 있죠. 몸이 안정되고 불을 꺼주는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밤에 잠을 못 자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컴퓨터, TV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우리 몸의 진액을 말리는 거예요. 충혈도 그렇고 뒷골이 당기고 얼굴에 상열감이 있고 고혈압이 발생하는 등의 현상들이 다 거기서부터 오는 겁니다.”
점차 말라가는 우리 몸의 음기를 유지해야
이 교수는 나이가 들어서 만들어지는 체형을 보면 대부분이 가분수라는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체는 가늘고 위는 비대한 체형이 된다. 이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몸에 물이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자꾸 진액을 말렸기 때문에, 기운이 위로 올라가서 그렇게 되는 거예요. 팔은 굵어지고 어깨는 두꺼워지고. 살면서 그런 원리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 합니다. 인간은 지혜가 있으니 원리를 알면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이 교수는 생활과 노력으로 음양의 균형이 깨지는 걸 보완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는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들이 흔히 자신의 키와 체중에 대해 얘기를 하지, 체지방을 구분해서 얘기를 안 해요. 우리 몸의 지방이라는 것은 일종의 독소죠. 독소가 꽉 차 있으면 기가 위로 올라가지 못해요. 에너지가 올라오는 길이 경락입니다. 지방이 몸에 쌓이게 되면 그 길에 문제가 생겨요. 그러니 음양의 조화를 위해 지방을 빼야 합니다.”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
이 교수는 지방을 돈으로 비유한다. 예를 들어 키와 근육의 양을 봤을 때 필요한 지방을 남겨놓고 넘치는 분량이 12㎏이라면 그 사람은 은행에 12억 원을 넣어놓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평소에 ‘현금’을 많이 보충했기 때문에 그렇게 자산이 쌓였다고 표현하는 이 교수는 그 ‘현금’의 정체가 바로 ‘탄수화물’이라고 밝혔다.
“현금인 탄수화물을 줄여야 합니다. 그럼 탄수화물 대신에 뭘 먹어야 할까요. 노후에 하는 대표적인 경제적 대비로 건물을 만드는 게 있죠? 그러한 부동산이 바로 단백질입니다. 나이가 들면 단백질을 주로 먹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나이 쉰 살만 넘어가면 무조건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먹으라고 해요. 왜냐하면 쉰 살까지는 현금, 그러니까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공급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은행에 매월 500만 원씩 넣다가 차단하면, 금융적으로 대처하는 데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이걸 몸의 관점으로 봤을 때, 탄수화물을 끊고 단백질 섭취에 전념하면 당장은 현기증, 어지럼증 등의 신호가 올 수 있다. 이 교수는 그러니 우선은 급하지 않게 조금씩 탄수화물을 끊고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단백질에도 일정 분량의 탄수화물이 있기 때문에 단백질만 먹어도 몸에 쟁여둔 탄수화물에 비춰보면 필요한 탄수화물의 유지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지방 분해를 위해 활용하는 약도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그는 약을 심부름꾼이라고 불렀다. 심부름꾼은 은행에서 돈을 효율적으로 찾아오는 역할, 즉 지방대사를 높이는 역할을 하게끔 설계된 것이다.
지방이 만병의 근원이 되어가고 있다
이 교수는 배에 지방이 쌓인다는 것은 종합적인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척추를 받쳐주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지방이 빠져야 근육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생기는데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피가 탁해지고 녹슬어 중풍, 심장병 등의 위험도 높아진다.
우리 몸의 모든 조직은 깨끗한 피가 혈관을 돌면서 영양을 공급해주고 더러운 요소들은 운반해 소변으로 걸러준다. 그런데 지방이 있으면 그 피가 탁해진다. 그렇게 되면 면역 기제들이 자기 피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다고 여겨 공격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자가면역질환이다.
“건강해지려면 가장 기본적인 것에 대해 변화를 줄 생각을 해야 합니다. 무릎이 아프다고 무조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서 연골을 제거하는 그런 식의 해결은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시장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치료라고 봐요.”
과거엔 발암의 첫 번째 원인이 흡연이었다. 최근 그걸 뒤집은 게 비만이라고 한다. 지방이 껴 있으면 순환이 안 되고 순환이 안 되면 혈액이 탁해지는데, 혈액이 탁해지면 의혈이라는 암세포의 식량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음양의 조화를 통한 건강, 생활속에서 만들어야
이 교수는 음양의 기운을 다스려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다음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충분한 잠이다.
“현대인들은 밤 10시가 어렵다면 최소한 11시에는 자야 합니다. 그렇게 습관을 바꿔 문제를 예방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그리고 커피와 녹차를 자제해야 합니다. 잠을 심하게 못 자는 사람은 아침 10시 이후에는 아예 커피와 녹차를 마시지 말아야 해요.”
두 번째는 되도록 많은 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물은 사라진 음기를 보완할 수 있는 음의 에너지입니다. 물은 하루에 2ℓ를 마시는 게 좋습니다. 물을 마실 때는 입을 적시듯 마셔야 해요. 사람들이 물을 못 먹는 이유가 대부분 흡수가 안 돼서입니다. 입에 적시듯 먹으면 괜찮아요. 우리 몸은 70%가 수분으로 이뤄진 일종의 물통입니다. 물통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깨끗한 물을 넣어주는 것이죠.”
세 번째는 음식을 구분해 먹는 것이다.
“예순 살이 넘어가면 탄수화물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과일도 간식으로라도 먹는 게 아닙니다. 과일도 탄수화물 덩어리거든요. 절제해야 해요.”
네 번째는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 상체 운동은 손가락 움직이는 것도 안 하는 게 좋아요. 대신 무조건 하체 운동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계단 오르기 같은 생활 속의 운동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걷기는 하체 운동이 아니라 유산소 운동이에요. 하체 근력 운동을 하면 유산소 운동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그래서 저는 계단을 만나면 정말 반갑고 고마워요.”
이 교수는 얼핏 보기에는 각기 다른 것처럼 보이는 질환들이 실은 하나의 원인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병에 맞춰 각각 해당되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반복적인 시술만 받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자신을 치유하자는 이 교수의 제안이 살갑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홍
레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은 우선 다양하고 현란한 붉은색에 매료된다.
다음으로 코를 잔으로 가져가면 다채로운 향의 정원을 만난다. 그리고 한모금 입에 머금어 혀의 여러 부위로 와인을 굴리면서 단맛, 신맛, 쓴맛 등을 음미하다가 조심스럽게 삼킨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이 한 잔의 와인은 수백 종류의 화학성분이 함유된, 그야말로 실험실이다. 포도 속에 함유된 당분이 박테리아와 효모의 작용으로 알코올, 보다 정확히는 에탄올로 전이되는 과정이 발효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주조와 숙성 과정을 통해 와인은 여러 종류의 산(acids)과 향을 얻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포도 속에는-특히 껍질과 씨 속에는-중요한 몰레큘라(분자)들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은 알코올에 의해 조금씩 축출돼 와인 속에 녹아든다. 그중에서도 페놀 그룹인 폴리페놀은 최소한 500여 종에 달하며, 각자의 화학적 구조에 따라 소중한 기능을 지니고 있는데 바로 나쁜 콜레스테롤의 형성을 막는 황산화 성분이다. 그리고 이 황산화 성분이 심장 혈관 계통의 질병을 예방한다는 유명한 프렌치 패러독스의 기원이기도 하다. 게다가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신경 질환, 비만, 암 등의 예방에도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물론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두 그룹의 폴리페놀
와인 속에는 크게 두 그룹의 폴리페놀이 함유되어 있다. 플라보노이드(flavonoides)와 비-플라보노이드(non-falvonoides)가 그것이다. 클레르몽-페랑(Clermont-Ferrand) 국립농산물연구소(Inra)의 오귀스탱 스칼베르(Augustin Scalbert) 박사는 여러 음식물에 포함된 폴리페놀의 양을 측정하는 새로운 연구 분야의 개척자다. 그는 450종에 달하는 식재료에 함유된 500가지 폴리페놀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레드 와인은 화이트나 로제에 비해 10배 이상의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폴리페놀 중에서도 플라보노이드 타입의 폴리페놀이 레드 와인에 다량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비-플라보노이드는 소량 검출되었다. 비-플라보노이드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으며, 와인의 핵심적 질병 예방 요소로 지명되었던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은 3.42㎎/100㎖ 정도로 지극히 소량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와인에 함유된 폴리페놀 중에서 어떤 것이 진정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런던의 퀸 메리 의대(Queen Mary’s School of Medicine and Dentistry)의 교수인 로저 코더(Roger Corder)는 여러 연구 결과를 증거로 제시하면서 프로시아니딘(procyanidines)이 건강에 핵심적 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프로시아니딘은 다른 폴리페놀에 비해 항산화성과 혈관 확장에 있어서 보다 우수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특히 레드 와인에는 프로시아니딘의 함유량이 레스베라트롤보다 거의 1000배나 많다고 한다.
페놀-익스플로러(Phenol-Explorer)에 관한 또 다른 주요 정보도 밝혀지고 있다. 와인을 제외한 다른 알코올 음료(위스키, 럼, 맥주 등)에는 폴리페놀이 거의 함유되지 않은 반면 다른 식재료에는 레드 와인만큼, 혹은 그 이상의 폴리페놀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에는 100㎖당 107㎎의 폴리페놀이 들어 있는 반면 맥주에는 3.28㎎, 위스키에는 1.25g, 럼에는 고작 0.43㎎이 들어 있을 뿐이다. 같은 와인이라도 로제에는 10㎎, 그리고 화이트와 샹파뉴에는 10.4㎎의 폴리페놀이 함유돼 있다. 그리고 포도주스에는 100㎖당 단지 1㎎만이 들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커피에는 214㎎, 녹차에는 89㎎ 그리고 초콜릿에는 무려 216㎎이나 들어 있다. 단지 폴리페놀 측면에서만 본다면 커피나 초콜릿 한 잔이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을 한 잔 하는 것보다 훨씬 효용성이 뛰어나다.
광범위한 역학(epidemiology: 생활양식, 사회 환경 따위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의학 분야)을 통해 프랑스인들이 폴리페놀을 섭취하는 근원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 세르주 에르베르그(Serge Hercberg) 박사에 따르면, 커피가 36.9%로 가장 앞서고, 다음으로 33.6%의 녹차나 다른 차, 그리고 10.4%의 초콜릿이 뒤를 잇는다. 레드 와인은 7.2%로 네 번째에 위치하고 있으며, 과일(6.7%)이 그 다음으로 밝혀졌다. 이쯤 되면 육류를 먹을 때 녹차를 곁들이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를 일이다.
문제는 모든 알코올 음료와 마찬가지로 와인 속에 함유된 에탄올이다. 에탄올은 미세한 몰레큘라로 수용성이고 특히 알코올에 잘 혼합되며, 모든 세포에 침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술을 마시고 몇 분 내에 뇌를 비롯한 인체의 모든 기관에 퍼져나가며, 섭취한 양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지만 많이 취하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현대 의학은 알코올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했다. 미국 메릴랜드(Maryland) 주 베데스다(Bethesda) 연구소가 2006년 2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극소량의 알코올 섭취도 뇌 속 글루코오스의 신진대사를 감소시킨다고 한다.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의 웰즐리 대학(Wellesley College)이 1839명을 대상으로 2008년에 실시한 연구 결과는 우리를 더욱 걱정스럽게 한다. 이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량과 뇌의 크기(volum)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즉 알코올 섭취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뇌의 크기는 반대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뇌의 일부 지역은 무려 20%나 감소한다고 한다. 그리고 특히 뇌가 성숙 단계에 있는 청소년기에 알코올을 섭취하면 그 악영향은 엄청나다고 한다. 프랑스의 한 국립연구소(Inserm)에 근무하는 미카엘 나실라(Mickael Nassila) 박사에 의하면 청소년이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성인의 경우보다 뉴런(신경단위)이 2.5배나 많이 죽는다고 한다.
아, 불행한 와인이여! 에탄올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와인은 여느 다른 알코올과 다를 바가 없다. 과다한 알코올 섭취는 암, 간경화는 물론 뇌에도 나쁜 영향을 주는 만병의 근원이다. 게다가 와인의 도수도 최근 들어서 조금씩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당장이라도 금주법을 다시 시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금주만이 유일한 미덕일지도 모른다.
아, 행복한 와인이여! 다른 알코올 음료에는 없는 다양한, 그리고 다량의 폴리페놀을 함유한 와인이여! 하여 여느 알코올 음료와는 다른 와인이여! 폴리페놀은 그 명칭이 시사하듯 수많은 종류가 있다. 어떤 종류가 어떤 질병의 예방에 유용한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폴리페놀의 항산화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심장 혈관 계통의 질병과 알츠하이머 예방 효과 그리고 심지어는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와인!
영원한 형제이자 적인 폴리페놀과 에탄올을 모두 함유한 와인은 분명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의 모습을 하고 있다. 프랑스 샹송의 가사처럼 결국 현명한 사람만이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나 보다.
△ 장 홍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 알자르 소믈리에협회 준회원이며,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사회학적 측면에서 살펴본 와인, 인류역사 속 와인의 의미와 파워, 예술 인문학을 통해 본 와인 등에 대해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야누스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신이다. 선한 면과 악한 면, 즉 양면성을 지닌 신이다. 그런 면에서 와인도 어딘가 야누스를 닮았다.
와인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종교적 역할에 대해서는 오랜 역사를 통해 다양한 접근과 분석이 진행되었다. 반면에 와인과 건강에 대한 본격적이고 과학적인 논의는 최근의 일이다. 물론 고대 그리스 이후 와인은 소량을 규칙적으로 마시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정설이었다. 이는 의학적인 진실이라기보다는 오랜 세월 생활을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공유된 진실이었다.
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프랑스의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은 이 저서에서 “만약 밀이 우리의 오랜 역사에서 산문이라면, 포도나무, 특히 와인은 시이며 우리 국토의 경치를 밝히고 고귀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와인이 지닌 문화적 상징성을 그야말로 시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다고 보인다. 얼마 전 스페인 의회가 와인을 다른 알코올과 분명한 차별이 있는 ‘문화적 산물’로 제정한 것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보인다. 그러나 의사들의 주장은 경치를 밝히고, 고귀하게 하는 양지쪽보다 햇빛이 들지 않는 음지쪽을 드러내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와인이 문화적 산물이 아니라 단순히 알코올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으며 와인이 알코올 중독과 암의 유발을 높인다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와인에 대한 의학적 관심은 매우 최근에 들어와서야 불기 시작했다. 그 본격적인 시작은 1990년대 초반으로 르노(Renaud) 박사가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를 주장하면서부터다. 이와 더불어 와인과 건강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여러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와인이 심장혈관계통 질병, 알츠하이머 등에 예방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더불어 와인은 여느 다른 알코올과는 성격과 특성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는 반면, 와인도 다른 알코올과 다를 바 없이 건강에 해롭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리고 이들의 논쟁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2009년 2월 프랑스 국립 암 연구소(L’Institut national du Cancer: Inca)가 배포한 브로슈어에는 시한폭탄이 하나 장치되어 있다. 내용인즉 한 방울의 알코올(와인 포함)이라도 마시는 순간부터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수백 년 이상 하루에 한두 잔의 와인은 건강에 좋다는 믿음과 신화가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국립 암 연구소의 발표는 곧바로 거센 반발과 논쟁을 촉발했으며, 뜨거운 감자는 지금까지 식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때로 거칠기까지 한 논쟁은 일반 소비자들을 더욱 어리둥절하게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소량의 와인도 암을 유발하는가?’라는 가장 단순한 질문에 확실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니 말이다. 1인당 연 평균 와인 소비량이 54리터나 되고, 450여 AOC를 자랑하며, 6000만 헥토리터(1헥토리터=100리터)를 생산하며, 100억 유로(한화 약 13조원)의 매출(단일 상품으로는 곡물류 다음)을 기록하는 주요한 경제적 산물이다. 게다가 사회문화적으로 와인 소비가 권장되는 분위기이며, 와인 관련 업자들의 막강한 로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내용은 가히 충격이었고 마른하늘에 천둥 같은 것이었다. 프랑스 국립 암 연구소의 발표는 국내의 일부 언론에도 보도되었다.
자, 이제 거칠고 뜨거운 논쟁에서 조금 비켜나 여러 전문가들의 상반된 주장을 차분히 한번 검토해 보자. 이것만이 와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안이라 믿기 때문이다.
우선, 와인은 화학적으로 보면 다른 여느 알코올과 같다. 모든 알코올음료처럼 와인도 에탄올 몰레큘라(CH3, CH2, OH)를 함유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연구는 에탄올이 인체에 해롭다는 것을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 통계상으로 보면 알코올은 프랑스에서 담배 다음으로 피할 수 있는 사망 원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 외에도 알코올로 인한 교통사고, 폭력 등에 의한 사망을 합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공공 건강의 열렬한 수호자인 클로드 고트(Claude Got)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리고 있다. “알코올은 두 얼굴을 가진 제품이다. 그것을 마시는 즐거움과 생산하는 자들 혹은 판매하는 자들의 경제적 부라는 측면과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재앙이란 측면이다. 그리고 후자는 중독, 사고, 폭력, 간경화, 정신질환, 암 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 잔의 와인이라도 건강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즐길 수는 없다는 말인가?’라는 절박하면서도 핵심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와인은 알코올음료임에는 분명하지만, 다른 알코올음료와 확연히 구별되는 아주 특별한 알코올음료다. 그 이유는 와인을 구성하는 화학적 생물학적 성분이 다른 알코올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 잔의 와인 속에는 수백 가지의 몰레큘라가 들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포도 껍질과 씨 속에 다량 함유된 강력한 항산화성 물질인 폴리페놀이 주목을 끌고 있다. 폴리페놀의 특성 중 일부는 나쁜 콜레스테롤의 형성을 막아 심장 혈관 계통의 질병 예방에 효력이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체중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또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와인은 알츠하이머 등에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이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와인과 암 유발에 대한 연관성은 확실하지 않은 만큼 복잡하여 뒤에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이제 ‘와인의 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 적절한 양은 얼마인가?’ 하는 매우 예민하고 까다로운 질문이 남았다. 이 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상충하고 있다. 소량을 규칙적으로 소비할 때 일부 병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다 해도,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상황적 분위기나 개인적 성향과 알코올 분해 능력, 성별, 유전자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적당한 양만 소비하기가 무척 어려운 사람들, 특히 젊은 층에게는 권유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간에서 알코올 분해 효소를 관장하는 유전자가 다르다. 아시아인의 50%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활동하지 않으므로 구토, 붉은 반점의 출현, 어지럼증 등의 현상이 나타나 알코올화 진행이 중단되는 반면, 유럽인들에게는 이런 예방적 현상이 전혀 없다고 한다. 알코올 중독 예방에 관한 한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유전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타고났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와인의 적절한 소비량에 대한 기준은 존재하는가? 대답은 ‘없다’이다. 프랑스의 건강을 위한 국립 예방 및 교육 연구소(Institut national de prevention et d’education pour la sante)나 세계 암 연구 기금(World Cancer Research Fund : WCRF)이나 프랑스 국립 암 연구소의 결론은 와인 소비의 적절한 양을 결정할 수 없다(no threshold is identified/pas de seuil indentifie 혹은 보다 확실하게 There is no threshold/il n’y a pas de seuil)라는 것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건강을 생각하며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유일하게 권장할 수 있는 충고는 규칙적(매일 혹은 거의 매일)으로 소량(2~3잔)을 식사 중에 마시라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로부터도 공격당하지 않고 확실하고 안전하게 추천할 수 있는 것은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았지만 와인 이상으로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는 다른 음식이나 음료를 즐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커피, 녹차, 초콜릿 등에는 와인보다 월등히 많은 폴리페놀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와인이 주는 독특한 즐거움과 분위기는 결코 제공해주지 못할 것이다. 와인은 여전히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와인의 진정한 매력일 것이다.
>> 장 홍 (張洪)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 알자르 소믈리에협회 준회원이며,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사회학적 측면에서 살펴본 와인, 인류역사 속 와인의 의미와 파워, 예술 인문학을 통해 본 와인 등에 대해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해산물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겨울은 생물의 부패가 쉬운 여름에 비해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안심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2010~2014)간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 발생은 연간 평균 36건으로 이 중 약 44%(16건)가 겨울철에 발생하고 있다. 식중독 환자수의 경우 겨울철 평균 874명으로 이 중 절반(49%)가량인 431명이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환자였다.
[도움말] 목포중앙병원 소화기내과 김기태 교수
노로바이러스(Norovirus)는 사람에게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그룹으로, 노로바이러스라는 공식 명명이 승인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노로바이러스 또는 노워크(Norwalk) 바이러스라는 이름은 2004년 미국 오하이오주 노워크에서 집단 발병된 이후에 이 지역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노로바이러스는 위장염 질환으로 Stomach flu(위장 독감)로도 불리나, 독감 바이러스나 호흡기질환, 세균이나 기생충과 관련은 없다.
겨울에 강한 식중독 원인 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은 일 년 내내 발생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앞선 통계에서 나타난 것처럼 겨울철에 유행하는 경우가 많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주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학계에선 의심하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먼저 노로바이러스는 다양한 온도 변화를 잘 견딜 수 있는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여서 얼음이 얼 정도의 온도에서 섭씨 60도까지 매우 넓은 범위의 온도를 견디어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감염된 환자의 분변에서 바이러스가 배출되면 이 바이러스가 주위 환경을 오염시켜, 이를 만진 사람의 손을 통해 입으로 들어가 감염되거나 음식물을 오염시켜 감염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이때 바이러스는 차가운 외부 환경을 견뎌낼 수 있어서 겨울에도 전파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안심. 여름에는 식중독이 잘 발생해 음식물 관리를 잘 신경 쓰지만, 겨울에는 낮은 기온 때문에 식중독 위험이 낮지 않을까 하고 주의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염력 강해 사람 사이에서 쉽게 퍼져
가장 흔한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질병명은 바이러스성 장염이다. 장염이란 위와 장의 염증 유발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설사와 구토를 동반하지만 건강한 성인이라면 하루나 이틀 내에 호전된다. 하지만 중년이나 어린이 등 면역력이 약한 경우에는 탈수증상을 보이거나 특별한 의학적 주의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매우 전염력이 강하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쉽게 퍼진다. 노로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분변이나 구토물에서 발견되지만, 감염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셨을 때도 그렇고, 오염된 물건을 만진 손으로 입을 만졌을 때, 질병이 있는 사람을 간호할 때 또는 환자와 식품, 기구 등을 함께 사용했을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
최근에는 노로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서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캐나다 라발 대학의 교수이자 퀘벡 심장·폐 연구소 연구원인 캐롤린 뒤센 박사가 “노로바이러스가 감염 환자로부터 몇 미터 떨어진 곳의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특별한 치료약 없어 관리가 중요
현재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즉 치료약은 없고 감염을 예방할 백신도 없다. 또한 노로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일종이므로 항생제로도 치료가 되진 않는다.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노로바이러스 환자가 찾아오면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인은 심하지 않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열이 심하거나 아파하면 해열진통제를 먹도록 하고, 탈수가 심한 경우는 경구 전해질용액을 처방하기도 한다. 중년이나 아이들 중 구토가 심해서 먹지 못할 때, 탈수가 심해지면 입원해서 수액을 맞도록 조치하는 사례도 있다.
만약 노로바이러스에 걸렸다면, 구토와 설사를 할 때 탈수 증상을 막기 위해서는 다량의 음료를 섭취해야 한다. 특히 어린아이나 중년 환자에서 탈수 증상은 흔하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는데 음료수, 주스, 물은 탈수 증상을 예방할 수 있지만, 스포츠음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사들은 조언한다.
사랑하는 손주가 걸렸다면
손주에게 증상이 나타난다면 일단 쉬게 해야 한다. 이미 성인이 된 자녀들에게 이 병은 하루 이틀 정도 속앓이를 하면 그만이지만 손주에게는 이야기가 다르다. 아이들은 보통의 경우 3일 정도면 호전되지만, 심한 경우 일주일까지 지속되기도 하고, 25% 정도는 3주까지도 지속되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일단 가능하면 평소처럼 먹도록 하는 것이 좋다. 토하는 것이 심하지 않은 경우는 일단 그대로 먹이도록 하고, 구토가 심한 경우는 원래 먹던 음식을 부드럽게 해서 조금씩 자주 먹이는 것이 좋다. 굶긴다는 생각보다는 ‘먹일 수 있는 만큼이라도 소량씩 자주 먹인다’가 답이다.
노로바이러스 예방법
첫째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특히 화장실 사용 후, 식사 전 또는 음식 준비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둘째 과일과 채소는 철저히 씻어야 하며 굴은 가능하면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셋째 질병 발생 후 오염된 표면은 소독제로 철저히 세척하고 살균해야 한다.
넷째 질병 발생 후 바이러스에 감염된 옷과 이불 등은 즉시 비누를 사용해 뜨거운 물로 세탁해야 한다.
다섯째 환자의 구토물은 적절히 폐기하고 주변은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여섯째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회복 후 3일 동안은 본인과 다른 이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환자에 의해 오염된 식품은 폐기 처리해야 한다.
일곱째 손이나 식기 등을 닦을 때에는 수건이나 행주보다는 1회용 타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