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가만히 눈만 감아도 자기 성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계획적이고 때론 의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자기 돌봄에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나이가 들면 삶에 대한 의욕이 점점 떨어진다. 그래서 특별한 의지 없이 먹고 자는 아기들처럼 무기력하게 기본적인 생활만 이어간다는 것이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를 만나 자기 돌봄에 대해 짚어봤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김동철 ㈜김동철 심리케어 대표원장·표현심리 박사
◇ STEP 1. 진정한 돌봄이란 무엇일까? 중·장년기 '돌봄’에 대한 오해 3가지'
[1] 나이가 들수록 더 능숙하게 자신을 돌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연륜 덕분에 자신을 더 잘 돌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대개 중년의 여유와 멋스러운 사색을 떠올리곤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이든 사람은 면역력과 에너지가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을 돌볼 힘과 의지가 부족해 쉽게 자신을 놓아버린다.
[2] 나를 돌보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나를 챙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이를 돌봐주는 것이다. 하루에 한 번씩 샤워하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일주일에 한 번 샤워하는 것도 귀찮아한다. 막연히 스스로를 돌보는 것은 의지도 약하고 의무감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손주를 돌보게 되면 아이의 생활 패턴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신도 함께 돌볼 수 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3] ‘돌봄’이란 자율적이고 이상적인 행위다?
마치 득도라도 하려는 듯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은 자신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 오히려 강제적으로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약간의 스트레스도 받으며 일상에서 자극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강제성이 없으면 자기 돌봄도 없다.
◇ STEP 2. 이럴 땐 ‘자기 돌봄’이 필요하다는 시그널!
[1] “요즘 통 연락이 없네?”
자녀나 친구,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줄고,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면 자신의 상태와 환경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요즘 대화를 많이 하고 있는가? 말수가 줄어들지는 않았는가?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을 때 타인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이 역시 자신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증거다. 주변에서 연락이 끊긴데다가 스스로 먼저 전화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다면 심각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2] “먹는 게 영 부실하네?”
밥도 많이 먹지 않고, 먹는 반찬이 늘 정해져 있지는 않은가? 행복감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높아진 경우에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 스스로 행복감을 느낄 때는 맛있는 음식이 자꾸 당기고,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들이 생겨난다. 의무감으로 끼니를 때우기 위해 식사를 하는 것은 스스로 고통을 주는 것과 같다.
[3] “잠을 잔 것 같지가 않네?”
나이가 들수록 잠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수면시간이 줄어도 양질의 수면을 취한다면 일상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가수면 상태가 길거나 꿈을 많이 꾸는 등 깊게 잠을 이룰 수 없으면 낮 시간 동안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오래 자고 누워 있어도 계속 피곤하고 일어나기 싫다면 신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자신을 돌보는 에너지를 얻기도 힘들어진다.
[4] “어쩐지 몸이 더 아픈 것 같은데?”
중·장년들은 당뇨나 혈압 등 평상시 관리해야 하는 지병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 가서 수시로 점검하고 별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몸이 안 좋다면 심리적인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신경 쓰이는 일들이 있는지, 힘든 일이 있는지 자신의 주변 상황과 심리 상태를 들여다봐야 한다.
◇STEP 3. 나를 돌보는 4가지 행복 레시피
[1] 당연한 것들로 하루 계획표 짜기
특별한 일이나 약속이 없더라도 하루 계획표를 작성하고 그에 맞춰 생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이제야 구속 없이 살려는데 다시 틀에 매이는 것 아닌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나이 들수록 적당한 긴장과 의무는 필요하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계획표는 세밀하게 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침 7시에 일어나 달걀 프라이에 참기름 세 방울을 똑 떨어뜨려 간장을 더해 밥을 비벼 먹고, 8시 뉴스를 보다가 사과 반쪽을 깎아 먹는다. 이런 식으로 계획을 짠다면 일상의 무기력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기 돌봄에도 의욕이 생긴다. 작은 계획을 세우고 가까운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계획은 곧 이룰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대치도 커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2] 살짝 어려운 흥밋거리 찾기
나를 돌본다고 철학책을 읽거나 조용한 시골에 내려가 명상을 하겠다는 이들이 있다. 평소에 그런 습관이 들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쉽게 지루해진다. 그보다는 흥밋거리를 찾아야 한다. 시니어 세대의 특징은 쌓아온 경험은 많지만,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책 읽기처럼 쉬운 일들은 언제든지 할 수 있어 오히려 미루게 된다. 따라서 조금 어려운 일을 찾는 게 좋다. 그러면 조바심이 생기면서 초조해지기도 하고, 그만큼 성취감과 기대감에 대한 욕구도 커진다. ‘이루지 못한 꿈’을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 또 한 가지 추천할 것은 ‘악기 배우기’다. 악기를 배우면 성취감은 물론 음악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도 얻을 수 있다.
[3] 외모 꾸미기로 자존감 높이기
나이 들수록 외모에 대한 포기도 늘어간다. 하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가꾸지 않는 부스스한 모습을 계속 마주한다면 패배감이 들고 밖으로 나가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넥타이를 바꿔보거나 밝은 색 립스틱을 발라보는 등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줘야 한다.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다 해도 잠옷과 일상복 등을 구분해서 입고, 가능한 한 깔끔한 복장으로 지내는 게 좋다. 이렇게 가꾸다 보면 나이가 들어도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나도 할 수 있겠네?’라는 의지와 함께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생겨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도 일어난다. 꾸밈은 몸에 대한 것이지만 정신적인 힐링과도 연결된다. 외모가 단정해지고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내적 자존감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4] 마지막 페이지를 생각하며 자서전 쓰기
자서전을 쓰면 과거의 일들을 돌이켜볼 수 있기 때문에 지난 세월에 대한 돌봄과 더불어 현재와 미래에 대한 돌봄이 가능해진다. 특히 자서전의 마지막 페이지를 염두에 두다 보면 현재의 내 모습을 돌보게 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의지도 생긴다. 누구든 자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면 아름다운 마무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이나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다. 자서전을 쓰려면 매일매일 조금씩 생각나는 것들을 기록해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옛날을 기억해내는 이 시간만큼은 자연스럽게 뇌 운동이 되고 인생 고비마다 어려움을 극복해온 자신이 한없이 고맙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을 돌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름의 원칙과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에게 통하는 정답은 없다. 우선 나만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아 막연하다면 각 분야 인사들의 노하우를 참고해보는 것은 어떨까?
◇ “내 인생의 기본은 후회 없이 사는 것” 강민지 (직장인·56)
나는 60세가 되든 70세가 되든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배우고 싶다.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일하는 곳에서 마음 수양을 한다. 사찰에 들어가면 혼자 수행하지만 여기서는 사람들과 부딪치고 느끼면서 도를 닦는다. 격분했을 때 한 번, 두 번, 세 번 삭힌다. 그러면 후에 정말 참길 잘했구나 생각하게 된다. 부딪치면서 내 마음속 내면과 사귀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나는 천사다’라고 되뇐다. 내가 참고 고운 말을 했을 때 상대방도 달리 받아들인다. 2~3년 꾸준히 실천하면서 생각한 결과다. 머리를 깎은 이유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겉치레는 전혀 필요 없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 하석 박원규 (서예가·69)
바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그 약속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기밖에 모르는 것이 나와의 약속이다. 예를 들어 내가 4시 반에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못 일어났다고 상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과의 약속을 소홀하게 생각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면 발전이 없다. 어떤 약속이든 모두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내 자신과의 약속을 가장 앞에다 놓는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식품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49)
꽃중년을 위해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영양제다. 나는 매일 아침 5종류의 영양제를 먹는다. 종합비타민제와 오메가3, 비타민D, 칼슘과 마그네슘, 유산균 캡슐이다. 영양제는 건강을 위한, 가장 비용효과적인 수단이다. 음식으로 건강을 챙기려면 누군가 발품을 팔고 비용을 지불해 싱싱한 재료를 사서 정성껏 조리해야 한다. 운동은 한 시간 이상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그러나 영양제는 한 달 1만~2만원의 비용으로 물과 함께 삼키면 그만이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라 식품이다. 음식으로 이들 영양소를 모두 챙겨먹는 것은 바쁜 현대인에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평소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집사람이 챙겨주는 영양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한 격려와 칭찬부터 시작하자” 유경 (프리랜서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56)
‘자기 돌봄’은 ‘자기 돌보기’와 ‘자기 돌아보기’를 합한 것이 아닐까? 먼저 ‘나 돌아보기’. 잘한 일보다는 부끄럽게 여겨지는 일이 많아, 미련과 후회의 큰 파도가 덮쳐오곤 한다. 그럴 때는 자책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그러면서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어린아이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칭찬하기. 잘 견뎌냈다고, 지금 잘하고 있는 거라고 토닥여주기. 이젠 ‘나 돌보기’로! 시원한 캔맥주와 추리소설 속으로 풍덩.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소설에 집중하다 보면 기분전환과 함께 정신도 눈도 반짝반짝. 결국 나로부터 시작하는 격려와 칭찬이 ‘자기 돌봄’의 원천.
◇“나를 돌봐야 사랑하는 이들을 잘 돌볼 수 있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교회 목사·62)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나를 돌보지 못했다. 최근에는 매주 목요일을 쉬는 날로 정해 아내와 온천도 가고 드라이브도 한다. 당연히 타인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텨온 삶인데, 그런 일상들이 쌓여 여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내가 나를 돌봐야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감을 주고 잘 돌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고 좋은 곳에도 찾아간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며 건강도 챙기려고 한다. 자기 책망이나 미움보다는 감사하는 마음,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하다. 사랑, 행복, 위로의 에너지를 나를 돌봄으로써 채우고, 그 에너지를 주변 사람에게 나눈다. 그런 점에서 힐링은 필요하다.
◇“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일을 한다” 현경 (유니언신학교 종신교수·60)
나를 나답게 정화하고 진화시키는 것이 곧 나의 일이다. 그것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나를 만나기도 한다. 완전히 다른, 가령 미술사를 공부하는 곳에서 친구를 만난다든지 탱고를 배운다든지 하는 것이 모두 나를 풍성하게 하는 일이다. 학교에서 일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명상하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주 열심히 일한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모든 것을 딱 닫아버린다. 인터넷도 안 한다. 주로 자연에서 시간을 보낸다. 등산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스키를 타거나 바다로 간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호기심 유지하기” 장순근 (극지연구소 정책자문위원·70)
직장을 떠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관련된 일을 계속하는 것이고, 둘째는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는 것이었다. 전자의 일을 위해 그동안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극지를 자주 오간 사람이 많지 않다. 내가 정리하는 것이 작은 기록일지라도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후자의 결심을 위해 가까운 사람들과 가능한 한 자주 어울리고 있다. 매월 과학책 한 권을 읽는 과학 독서아카데미에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10대에서 80대까지 참여하는 이 모임은 내가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단 하나의 귀중한 모임이다. 호기심이 없고 즐겨 하는 일이 없으면 늙는다고 한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올해에도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소설 에서 “죽음은 삶의 대극(大極)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일상과 무관하고, 삶과 거리가 있게 느껴지지만 사실 죽음은 늘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대단히 죽음에 인색하다. 입에 올리는 것마저 거북해한다. 매일 죽음을 접하는 사람은 다르게 느낄까?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마리아 병동(호스피스 병동)의 이인순(李仁順) 수녀를 만났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저는 죽음이 삶의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인간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니까요. 하루하루 죽어가는 존재라는 이야기도 있고요. 모든 여정에는 그 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던진 우문(愚問)에 이인순 수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소인의 입장에선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매일 죽음을 맞닥뜨리는 일이라니. 일이 어렵거나 도망치고 싶을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이인순 수녀는 되레 의아해한다. 소임받은 일에 의문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인순 수녀가 이 호스피스 병동에 부임한 것은 국제성모병원이 개원한 2년 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서 근무하다 수녀회로부터 소임 이동 명을 받고 이곳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격이 필요한데, 이 수녀는 간호사이면서도,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 대학원 과정을 이수했다.
“물론 이곳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에겐 이곳 일이 쉽지만은 않아요. 다들 젊은 나이이기도 하고요.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은 환자와 가족들과의 만남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병동에서 함께 산다고 볼 수도 있죠. 돌보던 환자가 돌아가시면 습(襲)까지는 아니지만 시신을 정성껏 닦고 새 옷을 입혀드립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으로 보내드리는 일까지 모두 직접 해요. 스트레스도 적지 않아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소진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가족이 치료 대상이 되는 이유
이렇게 어려운 일인 호스피스는 무엇일까?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말 그대로 더 이상 적극적인 치료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보다는 통증 경감과 기타 신체적 증상 조절, 심리·사회·영적 돌봄을 통해 ‘남은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죽음만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생의 마감과 가족과의 이별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에선 지난해 7월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국민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국민건강보험에서는 말기 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앞으로 그 대상이 다른 질환의 환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이인순 수녀가 있는 마리아 병동에는 33개 병실이 있다. 환자가 머무는 시간은 평균 한 달 정도. 물론 길면 두 달, 짧으면 일주일 이내에서 몇 시간까지 차이가 있다.
호스피스 병동이 일반 병동과 다른 것 중 하나는 바로 ‘가족’에 대한 관점이다. 호스피스 병동에선 가족도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본다고 이 수녀는 말한다.
“‘사별 상실 스트레스’라는 말이 있어요. 말 그대로 가족을 잃은 상실감이죠. 보통은 13개월에서 3년 정도면 사별 상실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다고들 해요. 하지만 그 이상 길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그 정도 되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죠. 여전히 배우자와의 사별이 가장 큰 충격, 즉 삶의 스트레스 1위이지만 최근에는 형제·자매와의 사별도 그 충격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요.”
이러한 사별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비슷한 고통을 겪은 다른 사람들과 슬픔을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사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에겐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별 상실 스트레스를 겪는 분들이 말합니다. 자녀나 가족들로부터 ‘이제 그 얘기 좀 그만해. 잊을 때도 됐잖아’라는 말을 듣는다고요. 죽음을 터부시하고 외면하고 싶은 심리가 있으니까, 고인에 대한 이야기도 못 꺼내게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태도는 사별 가족 모두에게 좋지 않아요. 심한 경우 50년이 지나서 사별 상실의 슬픔이 터져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사별을 겪었던 당시에 상실의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거나 극복하지 못한 채 마음속 깊이 묻어두고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 결국은 표출되고 마는 것이지요. 이러한 슬픔은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나’와 ‘슬퍼하고 있는 그 당시의 나’를 대면하고 인정하면서 극복해나가야 합니다.”
병명 알고 죽음 맞는 환자 적어
현재 호스피스 병동은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입원하면 모든 환자가 암 환자다. 그러나 실제로 병명과 상태를 정확히 알고 오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이 수녀의 설명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가족에게 권하는 것이 ‘진실 통고’ 혹은 ‘나쁜 소식 전하기’예요. 환자의 알 권리를 존중하자는 것이지요. 환자에게 병명이나 의료적 상태를 정확히 알리고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보호자, 즉 자녀분들이 당사자들에게 말기 암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요.”
환자에게 가벼운 병명으로 둘러대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미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왜 이런 거짓말을 하는 걸까?
“‘진실 통고’를 권하면 보호자들 반응이 대부분 비슷해요. ‘아마도 충격을 받으실 겁니다, 얼마 안 남으셨는데 꼭 그런 얘기까지 해야 하나요, 삶의 끈을 놓으실 것 같습니다’ 등등 이유가 많습니다. 하지만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 환자 본인이잖아요. 자신의 남은 삶을 삶의 주인이 갈무리해야 하는데, 그것을 자녀들이 막는 셈이죠. 환자의 권리를 앗아가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본인들에게 진단명이라는 이름으로 말기 암을 알리고 현재의 의료적 상태를 알렸을 때 심리적으로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만약 환자에게 진실 통고를 할 때 심적 부담이 된다면, 보호자가 그 짐을 떠안을 필요는 없어요. 원래 그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의료진의 몫이니까요. 가족 중에 말기 암 환자가 있다면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 모두가 환자 상태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손주들, 즉 어린아이까지요.”
어린아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이 수녀는 말한다. 어린아이들이 놀란다는 이유로 혹은 어리다는 이유로 부모 사별 현장 또는 조부모 사별 현장에서 배제된다. 결국 남는 것은 기억뿐인데, 부모와의 마지막 추억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수녀의 이야기다.
병명을 확실하게 언급하지 않고 숨기더라도, 환자는 병 진행에 따른 본인의 몸 상태의 변화나 병동의 환자들, 주변 분위기를 보고 눈치를 채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환자는 자신이 어떤 상태라는 걸 안다는 사실을, 또 가족은 환자가 눈치 챘다는 것을 알아도 입을 닫는다. 서로가 서로를 안타까워하며 현실을 외면하고 숨기는 것이다. 슬프게도.
시한부 환자가 겪는 5단계
그렇게 알게 된 말기 암에 대한, 본인의 몸 상태에 대한 환자의 심리적 반응은 어떨까.
“호스피스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ubler Ross)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5단계로 설명했어요. 맨 처음엔 부정하죠. 결과를 믿지 않고 다른 병원을 찾아가요. 그러나 같은 결과를 듣게 되지요. 그럼 ‘하필 내가 왜?’라며 자신이나 가족 또는 병원 직원, 더 나아가 신에게까지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환자가 존경과 이해와 지속적인 관심을 받으면 격한 분노가 한결 누그러집니다. 진실과 인내가 필요하죠. 그러면서 사실을, 죽음을 인지하지요. 하지만 타협하는 과정을 거쳐요. 종국에는 신과의 타협입니다. 그것이 끝나면 우울해지고 수용하는 과정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반드시 이 순서대로 감정 상태를 보이지는 않아요. 감정의 기복이 큽니다.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져요.”
그렇게 죽음을 수용하는 과정을 거친 후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어떤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은 죽음일까. 또다시 튀어나온 모호한 질문에 이 수녀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분명하게 해줬다.
“그 전에 바르게 사셔야 해요. 잘살아야 잘 죽을 수 있는 것이지요. 흥청망청 살다가 인생 말년에 웰다잉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가족과의 불협화음이 있는 경우의 환자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아요. 마지막까지 외롭고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되더라고요. 환자 본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해서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별히 경제적인 문제는 남은 가족한테 떠넘기지 말고 본인이 해결하셨으면 좋겠어요. 사별의 아픔을 겪는 가족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남기는 셈이니까요.”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죽음 역시 인생의 방점이고 현실이니까. 로맨틱할 이유도, 동정만 할 일도 아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자택 임종’ 하고 싶어도 못해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의학적으로 임종 시기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단다. 때문에 그 시기가 가까워지면 환자를 임종실로 모시고 차분히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가족들과 이별할 시간도 마련한다.
“임종실을 해밀방이라고 불러요. 해밀은 비온 뒤 맑은 하늘을 뜻하는 우리말이에요. 해밀방으로 옮겨지면 환자와 가족들이 그간 하지 못했던 말,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라고 권해요. 서로가 청할 것이 있으면 청해서 용서받고, 화해하라고요. 이런 과정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돼요. 한번은 의식이 없는 아버지(환자)와 가족 모두가 마지막 인사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환자의 의식이 살짝 돌아와, 네가 했던 말 다 들었다고 하면서 고맙다고 표현하신 거예요. 환자의 큰아드님이 감격스럽고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가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환자는 의식이 없어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귀는 열려서 듣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환자가 임종하면 이 수녀와 담당 간호사는 고인의 몸을 닦고 준비해뒀던 옷, 생전에 좋아했던 옷으로 갈아입힌다. 이 수녀는 이 과정을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보람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피를 토하는 환자가 있어요. 그러면 고인의 얼굴을 잘 닦아드리고 정돈된 모습으로 가족과 마지막으로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드려요. 그러면 가족들이 기억하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은 피 토한 흔적 없는 깨끗하고 편안한 모습이에요. 그 모습에 가족은 위로를 받아요. 편한 얼굴을 보고 편하게 돌아가셨다고 믿고 싶은 거죠.”
환자들은 생의 마지막 장소로 병원을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많은 환자들이 임종 장소로 집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병원이 선택되는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이다.
“집에서 환자를 24시간 간호한다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잖아요. 환자를 돌보는 문제도 있지만,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난 뒤에도 문제가 있어요. 사망 확인을 위한 행정적인 절차가 꽤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호자들이 겁을 먹는 경우가 많아요. 죽음의 현장이 자연사임에도 불구하고 죽음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낯선 것이니까요. 죽음을 터부시하는 문화의 영향이 지배적인 거죠. 현재는 꼭 가정에서의 임종이 아니어도 가정형 호스피스 제도를 통해 호스피스 서비스를 가정에서 받으실 수 있어요. 올 3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 중인데, 병원에서와 같은 돌봄을 가정에서 받을 수 있고 돌봄 제공자들이 연계되어 가정으로 방문합니다. 환자들이나 가족들의 반응도 좋아요.”
죽음 앞에서 가족들의 모습은 어떨까. 이 수녀는 예외 없이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수고했다. 고통 없는 좋은 데로 가라”고.
“다들 그러세요. 고생 많았다. 수고했다. 고통 없는 데로 먼저 가라고 하면서 덧붙이는 말이 있어요. 다시 만나자고. 아마 우리네 민간신앙이 바탕에 깔렸겠지만, 죽음 너머에는 여기가 아닌 어딘가가 있다고 믿는 것이죠. 그래서 이야기해요. 좋은 곳에 먼저 가 있으라고. 다시 만나자고.”
이 수녀는 마지막으로 잘 죽는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송나라의 주신중(朱新中)이 훌륭한 죽음에 대해 5멸(五滅)의 실천을 이야기했어요. 멸재(滅財), 재산을 남기지 말고 죽을 것. 멸원(滅怨), 원한을 남기지 말 것. 멸채(滅債), 남에게 빚을 남기지 말고 죽을 것. 멸정(滅情), 정분을 남기지 말고 죽을 것. 마지막으로 멸망(滅亡),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죽을 것이라고요. 인생 여정의 붙잡고 있기와 놓아주기를 균형 있게 한다면 하루하루 잘 죽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베이비시터는 아기를 돌보는 사람이고 민간자격증도 있는 전문직dl다. 요즘 맞벌이가 대세다보니 아이를 내 친자식처럼 돌봐줄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쪽지가 아파트 게시판에 붙어있다. 구인광고를 보고 정확히 어떤 베이비시터를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아이 돌봐줄 이모 구함’ 이라는 뉘앙스로 보아 40대나 50대 초반의 아줌마를 지칭하는 것 같다. 남자고 게다가 할아버지는 꽝이다.
베이비시터가 되려는 사람은 아이엄마와 면담을 거쳐 고용이 되겠지만 돌도 안 지난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직장에 가야 하는 아이엄마들은 불안할 것이다. 처음 약속 대로 아이를 제대로 돌봐 주어야 하는데 때리거나 먹을 것을 제시간에 맞춰 제대로 줄지에 대해 불안해한다.
급기야 CCTV를 거실에 달고 베이비시터의 동작을 살핀다. CCTV가 거실에 설치 된지를 모르고 옷을 갈아입다가 ‘거실에서 옷을 갈아입지 마세요.’ ‘아이에게 집중해 주세요.’라고는 문자 통보를 받으면 감시당한다는 기분이 들어 억울해하기도 하고 결국 그만두기도 한다.
베이비시터는 여자여야 한다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건강한 할아버지에게 적합한 일거리이다. 필자가 며느리를 도와서 손자, 손녀를 돌보면서 얻은 결론이다. 물론 모든 할아버지가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평소 아이를 사랑하는 따뜻한 심성에 신체 건강한 할아버지여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할아버지 베이비시터 장점은 이렇다. 첫째는 할머니보다 할아버지가 힘이 있어서 덜 지친다. 아이를 좀 더 오랜 시간 안아줄 수 있다. 서너 살 먹은 아이가 갑자기 뛰어와서 ‘할머니!’하고 덤벼들 듯 안기면 할머니가 벌러덩 나자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할아버지는 버티는 힘이 할머니 보다는 강해 넘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둘째로 할아버지는 대부분 운전을 하므로 아이가 아플 때 병원 투어에 제격입니다. 동네병원은 주차시설이 좁고 열악하여 숙달된 운전자가 필요하다. 셋째로 직장에서 조직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는 할아버지는 책임감이 강하다. 시간 맞춰 분유를 타주거나 간식을 주는데도 할아버지가 더 잘 할 수가 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들보다 위생관념이 덜하고 아이를 건성건성 볼 것이라는 생각도 선입견이다. 요즘 할아버지들은 외출해서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손을 씻고 아이를 안아준다. 보건, 위생관념이 예전의 할아버지와는 다르다. 아이의 정서적인 면에서도 베이비시터가 자주 바뀌는 것은 좋지 않다. 젊은 여성베이비시터는 할아버지에 비해 자주 바뀔 가능성이 높다.
시니어들의 일자리 만들기가 쉽지 않은 일다. 할아버지 베이비시터는 큰돈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고용하는 입장에서도 경제적이다. 할아버지 입장에서도 힘에 부치지도 않는 아이 돌봄을 하면서 신체와 머리를 쓰므로 건강해지고 일을 한다는 자존감으로 행복해진다. 국가적으로도 노인의 의료비가 높은데 노인이 일을 함으로써 건강해지면 의료보험재정이 튼튼해진다.
한번 고착된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이돌보는 것은 여성이 제격이라고 믿고 있고 일부 타당성의 근거도 있지만 절대적은 아니다. 평소 아이를 좋아하는 할아버지고 베이비시터 전문적인교육을 받으면 충분히 할아버지도 훌륭한 베이비시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장영희 동년기자 bravopress@etoday.co.kr
요즘 ‘손주 얼굴을 보는 값’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만남에 식사값을 내야 하고, 데리고 나온 자녀에게 차비를 쥐어주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손주의 교육에 참여한다는 것은 감히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없다.
외할머니가 손자를 아기 때부터 다섯 살 때까지 보살폈다. 왕자 기르듯 받들면서 길렀다.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가 뭐든지 가져다주었다. 여섯 살 아이를 밥도 먹여 줬다. 외동딸에 손자가 태어났으니 오죽한가. 거기에 아들 내외는 맞벌이를 하니 미안한 마음에 벌벌 떨었다. 나는 못마땅했지만 내가 맡아 키우지를 않으니 손자교육에 간섭하지 않았다. 외할머니가 몸이 안 좋아져 손자를 돌보지 못하게 되었다.
손자에게 말했다. “성범아, 아파트에 동네친구들 있지? 이 사탕 좀 친구들에게 나눠 줄까?” 무슨 좋은 생각이 있을까. 길에서 만나거나 집으로 갖다 주든지 그렇게 해보자고 했더니 쟁반까지 가지고 온다. 냅다 밖으로 나갔다. 강아지도 따라 나선다.
그때 네댓 살 여자아이가 엄마와 걸어온다. 얼른 다가가서 망설이지 않고 반지사탕을 준다. 그런데 손자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 내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일단 처음에 성공을 했다. 그러더니 옆 라인으로 간다. 현관문에서 ‘딩동’ 누르고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힘차게 내려왔다.
이제 두 번째도 성공했다. 이번에는 어린애를 안은 남자군인을 만났다. 이미 탄력이 붙은 손자는 다가가서 “이 사탕을 드리고 싶어요” 웃음까지 띠고 상냥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현관문을 쾅 닫고 들어간 그 집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났다. 왜 울지? 그 집에는 아이가 둘이니. 사탕이 하나밖에 없어서 우는 것은 아닐까. 손자는 금세 알아듣고 다시 문을 두드렸다. 사탕을 주고 보무당당하게 내려온다. 울음소리는 그쳤다. 마치 온 동네를 돌아다니라고 해도 다닐 기세다.
마지막으로 1층을 두드렸다. 손자 이름을 아는 걸로 봐서 아는 집인 듯했다. 그 집안으로 들어오라 하니 신발을 벗고 강아지와 함께 들어선다. 그 집 할머니와 딸과 주고받는 소리가 들린다. “너 혼자 왔니?” 이렇게 묻는 소리가 들리고, “바래다줄까?” 5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밖에서 기다렸다.
드디어 손자는 나왔고, “이야, 우리 범이 최고다. 할머니도 못하는 일을 네가 해냈구나.”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며, 마치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왔다.
아들에게 전화로 이야기했더니 며느리에게 전해졌다. 아들은 “엄마 잘했어요” 며느리는 퇴근해서 하는 말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입이 쩍 벌어졌다.
손자가 밖에서 놀고 있는데 또래의 아이가 집으로 들어오고 싶어 해서 들어오라고 했다. 그래서 집에서 놀다가 그 집으로 손자는 다시 놀러갔다. 그랬더니 며느리가 퇴근해서 하는 말이 “어머니 그러시면 안 돼요” 이런다. 퇴근길에 돼지고기 한 근을 사서 그 집에 갖다 주고 왔단다. 약속을 해서 가야 하고 불쑥 아이만 보내는 것이 아니란다. ‘내 생각은 그럴 수도 있지’ 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문화가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우리 손주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기나 혀’ 이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남의 집을 혼자 방문해서 1시간 정도 머물렀다. 내가 데리고 나올 때 그 집 주인은 “아이가 정리정돈을 잘 하네요” 기분 좋은 소리를 한다. 남의 집에 혼자서 오랫동안 머물다 오는 일도 손자가 처음 해본 일이다. 새가 둥지를 떠나 날기를 연습하는구나 !
상봉역에서 전철을 타고 춘천역에 내려 놀이방에 도착했다. “우리 집까지 걸어갈까?” 손자에게 의견을 물으니 좋다고 한다. 집까지는 1.5km정도 되는 거리다. “그런데 할머니가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는데 너 혹시 아니?” 그랬더니 앞장을 선다. 고사리 손으로 내 손을 잡고, 혼자서 설명을 한다. 나무가 많은 집이 나오고, 그 다음에 닭을 기르는 집이 있다고 했다. “할머니가 닭 구경하고 싶다” 했더니 조금 기다리라며 닭장 앞에서 수탉이 몇 마리, 모이를 쪼아 먹는다느니 싸움을 한다느니 하며 이야기한다.
빵집에서 손자가 좋아하는 오징어먹물 빵도 샀다. 길을 건너 방앗간에서는 한참 동안이나 기름을 짜는 풍경, 자루에 담긴 고추를 구경했다. 김을 구울 때 바른 들기름을 여기서 샀다고 했다. 통닭집을 지나 손자의 얘기를 들으면서 기웃거리며 왔다.
아침에 놀이방에 갈 때 배웅하는 이가 있어야 된다. 오는 시간에도 마중하는 이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버스가 그냥 아이를 태우고 놀이방으로 간다. 그래서 오후 4시 버스를 정확하게 기다려야 한다. 잠시 잠이 들거나 하면 일이 커진다.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도 손자가 올 때까지 일부러 기다렸다. 분리수거한 몇 개의 백을 들고 손자에게 말한다. “너 쓰레기장 어디인 줄 아니?” 씽씽카 고리에다 그중 하나를 걸더니 앞장을 선다. 한참을 가야 했다. 며느리가 퇴근해서 왔다. “오늘 범이 일 좀 시켰다”했더니 “어머니 잘하셨어요” 속으로 별일이네 했다.
아이에게 천천히 이야기로 설명하면 된다. 할머니생각은 이런데 어때? PX매점에 갈 때도 할머니가 이것을 사고 싶어. 달팽이크림이 필요해. 너는 뭘 고르고 싶은데. 분명한 의사표현을 하고 이것을 사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좀 시간이 걸릴지라도. 새로운 과자가 나왔는데 사볼까. 지금 콧물이 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사지 않아야 된다는 것도 스스로 결정하도록 기다렸다.
아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다른 아이들보다 1년이 늦는다고 조바심쳤다. 내가 3개월 동안 춘천을 다니며 내 교육방법대로 아이와 자연스럽게 지냈다. 며칠 전에 아들이 와서 하는 말. “엄마 이제 범이가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정상이래요.”
결국은 아이가 ‘혼자서도 잘해요’가 되었다. 이런 행동은 내가 두 아들을 길러 봤고, 지금 현재 제 몫을 해내는 어른으로 성장시킨 체험이 있어서다. 문화가 변해도 아이들을 키우는 근본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손주돌봄(격대교육)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계신 전영철님의 블로그 일기를 저희 '브라보 마이 라이프' 사이트 성격에 맞게 편집한 기사 입니다. '3대가 행복한 동행을 위한 조부모의 손주교육(격대교육) 일기장'이라는 블로그의 문패와 걸맞게 일기에서도 손주에 대한 사랑과 가족애를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2014년 05월 14일 / 글 : 전영철
오늘 아침 7시
손녀가 할아버지 방으로 왔다.
나는 책을 읽다가 얼른 덮고 손녀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함께 놀자고 한다.
아이에게 물었다.
"서현아, 엄마는 뭐해?"
"엄마는 아직 안 일어났어요"
"그래? 엄마는 잠꾸러인가보다"
그랬더니 아이가 아니라고 변명을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서현아, 엄마는 게으름뱅이인가 보구나. 아직도 안 일어나는 걸 보니"
이번에는 아이가 크게 화를 내며 발을 굴러댄다.
"할아버지, 그런말 하지 마세요. 엄마는 게으름뱅이라서 아직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어제 저녁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피곤하기 때문에 아직 잠을 자는 거란 말이에요."
이쯤해서 대화를 잠시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의 다음 행동에 자신이 없다.
"그렇구나, 엄마가 피곤해서 아직 일어나지 않았구나. 그러면 우리 엄마가 일어날때까지 같이 놀자."
그제서야 아이는 얼굴을 활짝펴면서 할아버지 품으로 다가왔다.
부모들은 보통 자식을 사랑하는데, 자기 온 몸을 바쳐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가끔씩은 그것을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사실은 아이들도 부모를 끔찍하게 사랑한다. 그들도 부모를 보호하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이제 겨우 여섯살 된 아이가 자기 엄마를 흉보는 할아버지에게 엄마를 대신해 변명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아이가 평소에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기와 잘 놀아주기 때문이라는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엄마를 위한 손녀의 변명이 귀여웠다.
모녀가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일이기에
할아버지는 속으로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와 함께 놀았다.
"가재는 게 편이다"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아침이다.
어버이 날이 1년에 하루인 것이 아쉽다.
정부가 서울 여의도 면적(290만㎡)의 14배에 달하는 군 소유 유휴지를 민간에 팔기로 했다. 매각 자금 일부는 첨단 무기 구입 등으로 점점 늘어나는 국방비 마련에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정부는 국정과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 등을 시행할 실탄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고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 16개 재정 개혁 추진 과제를 설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경우 국방부가 재정 개혁을 통해 절감한 금액만큼 재무부가 예산을 추가 지원하는 매칭 펀드 방식을 통해 국방 효율화와 방위력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한다”면서 “우리도 이런 방식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우선 국방비에 쓰기 위해 현재 군사시설 지역으로 묶여 있는 군 유휴지 3988만㎡ 중 일부의 용도를 변경해 민간에 매각하기로 했다. 땅값이 비싼 알짜 부지인 도심지 주변 유휴지는 2017년까지 모두 매각하고 사유지 주변의 자투리 부지는 인근 땅 주인에게 우선적으로 팔아 개발, 투자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산업단지에 대한 용도 규제를 풀어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현재 산업단지 안에는 마트, 문화·체육·교육·복지 시설 등이 공장과 함께 들어설 수 없는데 앞으로 공장과 각종 편의 시설이 같이 입주할 수 있는 새로운 ‘복합용도구역’을 만들기로 했다.
4대강 사업 등으로 많은 예산이 투입됐던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의 경우 꼭 필요한 공사는 시행하되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 교통이 혼잡한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대신 가변식 3차선 도로로 넓히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복지 분야는 여러 부처에서 따로 시행하는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고 보완이 가능한 사업은 연계하기로 했다. 초등돌봄교실(오후 5시 종료)은 교육부, 지역아동센터(최대 밤 10시)는 보건복지부, 방과 후 아카데미는 여성가족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아이 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맞벌이 부부 등이 최대 밤 10시까지 아이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7년까지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의 35% 미만으로 관리하고 당초 계획대로 임기 내에 재정수지 균형을 달성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예산을 편성할 때 각 부처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면 기존 사업을 줄이거나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페이고 원칙도 적용한다.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처음 부모가 되는 사람들과 손자·손녀를 만나게 될 조부모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교육은 자치구별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약 3~4주간 교육하며, 자치구별로 순차적으로 실시하니 세살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면 된다.
맞벌이 부부인 현 세태를 감안, 또다시 육아를 해야 하는 환경에 노출된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다시 배우고, 손자녀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등 육아와 관련한 교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손자녀를 위한 조부모의 역할’ 교육은 손자·손녀들이 자라는 과정을 이해하고 건강하고 똑똑하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이다. 손자·손녀 양육과 관련된 갈등 해결 방법도 익히고 조부모로서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며 손자녀 양육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마련됐다. 교육은 가천대·삼성생명이 함께 주관한다.
맞벌이인 자식 탓에 손주를 돌봐야 하는 젊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뒤늦게 육아 공부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왕 봐줄 거면 확실하게 봐주자’며 영유아 놀이법이나 안전사고 대처법, 성인자녀와 갈등해소 방법 등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조부모의 육아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면서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다.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25개 자치구와 협력하여 자녀 양육으로 힘들어하는 부모들을 위해 부모학교, 아버지학교, 가족 돌봄, 가족 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전달 25일쯤 다음 달 프로그램을 소개하니 사이트를 참고하여 관심있는 분야를 미리 신청하면 된다.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를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세살마을 조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조부모 교육은 평일 낮 주 1회(90분) 총 3회 , 40명 대상으로 진행되며 교육은 11월까지 서울시 및 자치구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실시한다,
서울 중구(6월 10,17,24) 서초구(6월 10,17,24) 노원구(6월 12,19,26)등 각 지역 센터에서 100% 오프라인으로 접수신청이 이루어진다. 조부모님의 지역에 맞는 센터와 일정을 확인하시고, 그 센터에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접수신청을 하면 된다.
육아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대부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막상 손자와 손녀를 돌봐야하는 상황이 되니 예전 내자식을 키울때와는 환경이 많이 달라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손 율동, 손주들과 대화하는 다양한 기술 등을 배우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즐거워도 하시고 육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한국손주돌봄(격대교육)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계신 전영철님의 블로그 일기를 저희 '브라보 마이 라이프' 사이트 성격에 맞게 편집한 기사 입니다. '3대가 행복한 동행을 위한 조부모의 손주교육(격대교육) 일기장'이라는 블로그의 문패와 걸맞게 일기에서도 손주에 대한 사랑과 가족애를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2014년 04월08일 / 글 : 전영철
서현이는 오늘도 피아노학원에 다녀왔다.
지난 주부터 시작된 서현이의 피아노 레슨이 1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6개월 이상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고 조른 끝에 드디어 피아노 학원에 등록한 서현이.
피아노 선생님의 칭찬이 고맙다.
아직 어린 아이인데도 40분 동안 집중해서 선생님의 지도를 잘 따른단다.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동네 놀이터에서 30분 가량 놀다가
엄마의 손을 잡고 집 근처에 있는 피아노학원으로 가는 서현이.
자신이 좋아하는 수업을 즐기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나중에 성장해서 피아노 전공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취미로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수준의 연주실력을 쌓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이 엄마의 생각이다.
아직도 서현이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더 남아있다.
바로 태권도를 배우는 것이다.
아이 부모는 초등학교 입학 후에 태권도 학원으로 보낼 모양이다.
서현이 화이팅!!!!
경기도가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베이비시터’ 사업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베이비시터 사업은 부모 대신 일정한 시간 동안 식사, 기저귀 갈기, 간식 챙겨주기, 학원 및 학교 등하교 지원 등 영유아 돌봄과 관련된 활동 전반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도는 오는 26일까지 베이비시터 사업추진을 위한 수행기관을 공개모집하고 있으며 대상기관은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 사회복지관 등 노인 일자리 수행기관이다. 도는 총 2개소를 선정하며 1개소당 45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선정된 베이비시터 사업단은 노인들을 모집해 아이 돌봄 교육을 한 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가정에 파견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도는 이 사업을 통해 노인에게는 일자리 제공과 취업부모의 양육부담 경감, 경력단절 여성에게 고용 촉진의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한경 도 보건복지국장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베이비시터 사업이 어르신의 경제적 도움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는 올해 학교급식 도우미, 초등학교 스쿨존 교통지원사업, 노-노케어, 도서관지원사업, 거리환경지킴이 등에 642억원의 예산을 투입, 맞춤형 노인 일자리 3만4873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경기일보 이호준기자 hojun@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