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후 정착을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환경 미화나 교통 지도를 하는 공익활동형 일자리를 넘어 사회 서비스형, 시장형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등장했다. 음식 정기 배송, 농산물 재배, 취약계층 돌봄 등 보다 다양해진 일자리 현장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삶의 활력을 찾은 두 번째 청춘들을 만났다.
하나금융그룹의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중장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만 60~64세의 60%는 70세가 넘어도 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통계청이 공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000만 명이 넘는 장래 근로 희망자 중 70~74세는 79세까지, 75~79세는 평균 82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 은퇴 이후에도 근로 의욕을 드러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정책이 바로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고령층에 제공되는 일자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지역사회 공익 증진을 위한 ‘공익활동형’(공공형)은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참여 대상으로 하며, 주로 노노케어(건강한 노인이 병이나 다른 사유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노인을 돌보는 일), 학교 급식 지원, 도서관 등 공공시설 봉사활동을 한다. 10~12개월간 하루 3시간, 월 30시간 이상 활동하면 한 달에 27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곳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 서비스형’은 만 65세 이상 참여할 수 있고 복지시설, 보육시설, 금융기관 등에서 10개월간 월 60시간 이상 활동한다. 급여는 근로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월 71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받는다. 참여자 인건비를 일부 보충 지원하고 추가 사업소득으로 운영하는 ‘시장형’은 식품 제조·카페와 같은 소규모 매장, 아파트 및 지하철 택배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근로 수익금에 따라 활동비를 배분한다. 다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계 급여 수급자나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 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자, 정부 부처나 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타 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인 자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 서비스형’
2021년 우리나라는 2조 6000억 원의 예산으로 82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 중에서 73.8% 정도가 공공형 사업이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참여자 평균 연령은 77세 수준으로, 참여에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은 주거환경 개선이나 스쿨존 안전 지킴이 등 단순한 활동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최근 변화하는 노인의 특성과 경력을 활용하는 사회 서비스형과 시장형 일자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삼척시니어클럽은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를 운영 중이다. 장애인,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을 방문해 대형 빨래를 수거하고 세탁해 집으로 배송해준다. 이외에도 필요한 생필품이나 상비약을 주문받아 함께 전달하고, 가스·수도·전등 수리 및 가스 누출 점검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세탁이 불가한 낡거나 보온성이 떨어지는 이불은 무료로 교체해주기도 한다. 백창석 강원도 일자리국장은 “빨래방 서비스와 더불어 생필품 구매 대행과 우유 배달을 진행해 취약계층 어르신과 지역사회의 연결고리를 하나 더 만든 셈”이라며 “통합 생활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발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1월 16일 사회 서비스형 노인 일자리 ‘방역지원 사업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재택치료 원칙으로 전환되면서 재택치료자·자가격리자 증가에 따른 일선 방역 현장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업단의 주요 업무는 재택치료 키트, 자가격리 물품 점검·배달 및 지역사회 방역 등 지자체와 보건소가 수행하는 포괄적인 방역 현장 지원이다. 방역수칙과 개인정보보호 교육을 통해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고, 재택치료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예정이다. 주철 복지부 노인지원과 과장은 “재택치료 키트 배달 등 방역 현장 지원이 절실한 지금, 노인 일자리 방역지원 사업단은 건강하고 경험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역량을 사회에 환원해 국민의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어르신과 함께 키워나가는 ‘시장형’
구로시니어클럽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장형 일자리 사업으로 주택가 한복판에 꽃송이버섯 재배 농장을 마련했다. 서울도시주택공사가 매입한 임대주택을 활용해 ‘시티팜’을 운영한다. 집 전체가 버섯 생육장이다.
여기서 자라는 꽃송이버섯은 암세포를 억제하는 베타글루칸 성분을 다량 함유해 항암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습도와 온도에 민감해 생장 요건이 맞지 않으면 금방 죽어버리는 탓에 키우는 과정이 꽤 까다롭다. 이곳에 근무하는 어르신들은 비치된 기계에 배양액을 채우고, 방 안에 고루 퍼지도록 버섯의 위치를 바꿔주는 등 생육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일을 한다. 다 자란 버섯을 수확하고 무게별로 포장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수익은 어르신들의 급여와 관리 유지비, 재료비 등으로 사용된다. 때문에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양임순 구로시니어클럽 관장은 “신생 사업이라 판로 확보를 위해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식당, 대형마트 등 직접 발로 뛰며 납품 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꽃송이버섯은 원래 1kg당 10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고가지만,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 시중가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로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담아드림’ 역시 시장형 일자리 사업 중 하나다. 담아드림은 샐러드 정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자재 마트에서 직접 장을 봐 신선한 재료로 매일 아침 샐러드를 만든다. 재료를 깨끗이 씻어 말리고, 껍질을 까거나 고기를 삶는 등 하나하나 어르신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포장과 배송도 다 이들의 몫이다. 샐러드 종류는 아보카도, 훈제오리, 닭가슴살, 새우, 게살, 버섯 등이 있다. 가격은 5000~6000원으로 시중의 다른 가게들보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어르신들은 제작 및 포장팀과 배송팀으로 나뉘어 주 2~3회 근무한다.
현재 인근 관공서, 공공기관과 가산디지털단지를 판매 지역으로 정해두고 있다. 양 관장은 “시장형 일자리는 어르신들이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서 “앞으로도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현장 근무자들의 말말말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 유을자(65)
“원래 보험 설계사 일을 했어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본사에서 영업소를 축소하는 바람에 근무 지역이 멀어져 직장을 그만두게 됐죠. 구직 활동을 하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알게 돼 신청했고, 참여자로 선정됐을 땐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어요. 지금은 한 달에 총 12일, 하루 5시간을 일해요. 수거한 이불을 빨아서 생필품과 우유를 함께 배달하고, 도움이 필요한 집을 선정해 이불을 교체해요. 혼자 사는 어르신을 보면서 나중에 나도 더 나이 들었을 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 일 같지 않죠. 그래서 진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드리려고 노력해요. 몸은 바쁘지만 사회에 도움 되는 좋은 일이니,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담아드림 조규숙(68)
“일자리 모집 공고를 지역 소식지에서 발견했어요. ‘아, 이거다!’ 싶었죠. 자식들도 다 커서 집에 아무도 없는데,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많으면 100인분가량의 샐러드를 만들 때도 있는데, 아침부터 재료를 손질하려면 전쟁터예요. 특히 훈제오리나 닭가슴살은 기름기를 일일이 다 빼고 알맞은 크기로 잘라야 해서 굉장히 손이 많이 가죠. 그래도 소스나 재료를 어디에 배치하면 좋을지 의논하면서 메뉴를 발전시키는 재미가 있어요. 출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같이 일하는 언니들과 중간중간 이야기도 하고, 바쁘게 움직이니 운동도 되는 것 같아요. 삶의 활력소를 찾은 셈이죠.”
시티팜 최수자(80)
“꽃송이버섯에 대해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효능을 알고 나니 좋은 농산물을 재배한다는 자부심이 생겼어요. 출근하면 버섯 보며 잘 잤냐고 말도 걸어보고, 비닐이 구겨져 있으면 일일이 손으로 펴주기도 하죠. 시간이 지날수록 손주 보듯 사랑으로 돌보게 된달까요. 판로 확보가 중요하다 보니 책임감을 갖고 어떤 요리에 넣어 먹으면 맛있을지 개발해보는 등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월급으로 가족들에게 선물을 한다거나 용돈을 줄 수 있어서 좋아요. 얼마 전에는 손주에게 시계를 선물로 사줬는데, 기뻐하는 아이를 보니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시티팜 송현순(65)
“집에 있으면 겉모습에 신경 쓰기보다 편하게만 있게 되는데, 여기 나오고부터는 얼굴에 화장품도 찍어 바르고, 눈썹도 그려보면서 관리를 하게 돼요. 아무래도 밖에서 사람들과 만난다고 생각하면 신경을 안 쓸 수 없더라고요. 불면증이 있었는데 열심히 활동하니 잠도 잘 오고, 좋은 배양액을 덩달아 맞아서 그런지 피부가 좋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전체적으로 제 삶이 윤택해졌죠. 저도 얼마 전에 손주가 입학한다고 해서 책가방을 선물로 사줬어요.”
국립수산과학원이 돌돔으로 대장암 억제 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난 26일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돌돔 유전체 정보를 활용하여 대장암 세포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저분자 단백질(CDP-A2)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해양수산부의 ‘포스트 게놈 다부처 유전체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돌돔의 유전체 정보 전체를 해독했다. 돌돔의 유전자 정보 기반의 단백질 구조와 특성 분석 등 개량 연구를 진행하여 인지질 분해효소(Catalytic Domain of Phospholipase, CDP) 유래의 ‘저분자 단백질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된 저분자 단백질의 항암활성을 평가한 결과, 정상 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대장암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거나 성장을 억제했다. 특히, 동물실험(실험용 쥐)에서 생체 내 안전성을 확인했고, 암세포를 약 80%까지 사멸·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돼 현재 특허 출원한 상태이다. 향후 항암 작용기작 분석을 통해 이번에 개발한 저분자 단백질 외에도 항암 후보물질 개발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단백질은 세포실험에서 대장암 외 자궁암과 폐암 등에도 성장억제 효능을 나타내어 향후 다양한 암 치료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항생제 내성균주 등 병원성 미생물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도 커서, 항암·항균 다기능 치료제로서 의약 및 바이오산업까지 활용성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분자 단백질이 항암제 조성물로 개발될 경우 356여억 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수산물로부터 항암 후보물질과 같은 유용한 물질을 계속해서 개발하겠다”라고 하며, “이번에 개발한 대장암 억제물질의 상용화를 위해 의약·바이오 기업체와 공동연구, 임상 시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신축년을 맞아 식품·유통업계에서 소를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조선시대 소 도축을 금지하는 우금령에도 조선인들은 소고기를 즐겼다고 하니 한국인의 소고기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유효하다. 그러나 최근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고 푸드테크가 발전하면서 소고기 대신 식물성 대체육인 ‘콩고기’를 찾는 이가 많아졌다. 콩고기는 말 그대로 콩으로 고기의 육즙과 식감을 재현한 식물성 대체육이다. 그렇다면 콩고기는 건강에도 이로울까? 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의 도움말로 콩고기에 숨겨진 건강 정보들을 한의학적 시각으로 알아봤다.
먼저 한의학적으로 소고기는 기혈을 보강하고 뼈와 근육을 강화시켜준다. 하지만 포화지방산이 많은 소고기의 과도한 섭취는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고지혈증,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반면 콩으로 만든 콩고기의 경우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다. 또, 다량의 사포닌 성분이 암세포의 발생과 성장을 억제하고, 소고기에 없는 섬유질이 풍부해 비만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아울러 식물성 단백질과 이소플라본 성분을 다량 함유해 골다공증 예방에 탁월하다.
한의학에서는 콩을 ‘대두’라 한다. 대두는 맛이 달거나 짜고 성질이 평해 오장(五臟)을 보하고, 십이경락의 순환을 돕는다. 주로 대두의 한 종류인 검은콩이 해독을 위한 한약재로 쓰인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검은콩을 달인 물은 해독 작용이 탁월해 부종을 내리고 혈액이 막힌 것을 통하게 해 신장병에도 좋다. 다만 콩을 생으로 먹으면 소화가 쉽지 않아 열을 가해 조리해야 한다. 단, 콩도 지나치게 먹으면 담이 생기거나 체중이 늘어날 수 있으니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좋다.
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은 “소고기가 기력 회복에 도움을 주지만 비만 사회에서는 과도한 소고기 섭취를 경계해야 한다”며 “다이어트와 심혈관 질환을 고려한다면 소고기 대신 콩고기에 도전해보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육즙과 식감을 재현한 콩고기가 육식주의자들에게 소고기 못지않은 씹는 즐거움과 건강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35년간 암을 연구해온 암 과학자 김규원(金奎源·68) 서울대학교 약대 명예교수. 그는 2006년부터 투병해온 암 환자이기도 하다. 김 교수에게 암은 한때 동료처럼 친근했지만, 하루아침에 어둠 같은 존재로 돌변했다. 그러나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자 몸과 마음이 공명하기 시작했고, 육체적 상실은 정신적 자유로 승화했다. 아직 암은 완치되지 않았지만 그는 ‘미로 속에서 암과 만나다’를 통해 어둠 속 암에 작은 희망의 등불을 비춰보고자 한다
단순 비염으로 여기고 이비인후과를 찾았던 김 교수. 얼마 뒤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비강상악동 미분화암종’이라는 희귀 암 진단을 받은 것. 암 연구자답게 그는 관련 문헌부터 찾아봤다. 자료에 따르면 극히 희귀한 암으로, 증식 속도가 매우 빨라 판정 후 생존기간이 수개월에 불과하며 뚜렷한 치료법도 없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암들은 치료 방식이 확립돼 있어 대부분 생존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제 경우엔 워낙 희귀 암인 데다가 몇 개월 안에 사망한다니 무척 막막하더라고요. 그동안 쌓아온 암에 관한 지식도 그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더군요. 관념적으로만 대해왔던 암과 실제는 천지차이였죠. 온통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휩싸였고 모든 게 다 멈춰버린 듯했어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딸과 아내에게 유서도 미리 써둘 정도로 불안했었죠. 당시 딸아이가 고1이었는데, 대학 갈 때까지만 살았으면 소원이 없겠더라고요.”
몸과 마음의 공명으로 찾은 평안
다행히 그는 투병생활을 잘 견뎌냈고, 간절했던 소원도 이뤘다. 또 그동안의 경험을 담은 저서 ‘미로 속에서 암과 만나다’도 펴냈다. 같은 처지의 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더 빨리 선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간 두 번이나 재발이 됐고 후유증 치료를 하느라 시간이 부족했어요. 중간에 전공 관련 서적을 출간하긴 했지만, 이번 책은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염두에 두고 쓴 거라 의미가 다르죠. 전반부에는 당시 수기로 적어뒀던 투병일지를 실었고, 후반부에서는 항암제와 암의 역사를 짚어봤어요. 제 경험을 통해 공감과 위로의 말씀도 드리고자 했지만 암 연구가 나아갈 길을 논함으로써 보다 실질적인 희망을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만큼 의연해진 모습이지만, 김 교수 역시 처음엔 고통스러웠다. 무엇보다 자신의 존재를 사라질 수 있게 하는 죽음이 눈앞에 와 있다는 공포가 가장 컸다. 주변에서 건네는 위로의 말에 힘을 얻기도 했지만, 충격의 나날들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동료나 제자들이 와서 긍정적인 말을 해주면 잠시 기운이 나요. 그러다 혼자일 땐 피할 수 없는 두려움과 마주하곤 했죠. 바로 ‘죽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어느 누구도, 가족조차도 내 앞에서는 죽음을 언급하지 않았어요. 저 혼자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였던 거죠. 초반엔 죽음만 떠올리면 마음이 확 얼어붙었어요. 굳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진 건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면서부터였죠. 죽음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다 죽는다, 누구도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생성된 모든 것은 변화와 소멸을 겪는다, 나도 마찬가지, 암도 마찬가지…. 명상을 통해 그런 생각들에 집중하다 보니 차차 덤덤해지고 편해지더군요. 그렇게 얼어 있던 마음이 녹아 흘러가고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안을 되찾으려 애쓰고, 명상으로 마음이 아물어갔지만, 몸 곳곳엔 암이 휩쓸고 간 흔적이 뚜렷했다. 후각과 미각, 그리고 청각 대부분을 상실했고, 괴사가 일어난 얼굴엔 눈에 띄는 구멍까지 생기고 말았다. 2년 5개월에 걸친 11차례의 성형수술 끝에 구멍은 다행히 메웠다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을 터. 혹시 외적인 변화로 인한 상실감에 우울하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당연히 상실감이 컸죠. 암이 제일 큰 원인이지만 노화로 인한 변화도 있었어요.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생성된 모든 것들은 변화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나이가 들고 병이 생기니 당연히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건강하던 젊은 시절에 매여 있는 건 집착이죠. 몸의 흐름에 마음이 따라가면 되는 거예요. 달라져가는 모습에 상실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내면의 소리에 따라 몸과 마음이 공명하면 금방 적응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야로 바라보는 암과 약
김 교수는 몸소 암을 겪으며 외부 대상에만 비췄던 연구의 관점이 자연스레 스스로를 향하기 시작했다.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그에 따른 감각, 감정의 흐름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더불어 고통을 겪는 환자 등 주위 사람을 헤아리는 마음의 폭도 넓어졌다. 무엇보다 그는 투병 과정을 통해 암을 새로운 측면에서 바라보고 연구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현재까지의 암 연구는 세분화에 집중해왔어요. 크고 넓은 시야로 바라보지 않고, 암 세포나 유전자 등 세밀한 영역으로만 파고들었던 거죠. 가령 암 분야에서 가장 해결이 안 되는 게 ‘전이’입니다. 암이 전이되려면 림프계나 면역계, 순환계 등을 거쳐야 하는데, 어떤 이유로 우리 몸의 시스템이 전이가 가능하게 놔두는 것인지, 몸속 미생물과 박테리아가 어떻게 암세포와 상리 공생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데, 그 해답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려면 암을 조금 멀찍이 두고 봐야 한다는 거죠.”
김 교수는 2017년 정년퇴임 후에도 서울대학교 약대 명예교수 겸 석좌교수로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제2인생에 대한 계획을 묻자 그는 별다른 재능이 없어 전공의 연장선에서 일궈나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스스로 지은 아호 ‘약산’(藥山)처럼 그야말로 약학 분야의 외길을 걸어가는 셈이었다. 그런 그가 향하는 약산의 정상은 어떤 모습일까.
“약학 분야에서 큰 공적을 쌓아 산을 이루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산처럼 높은 곳에 올라서서 보면 약학 분야를 좀 더 넓고 깊게 조망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아호도 그리 지은 거죠.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항생제는 10~20%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농축산물이나 어류 양식장 등에 쓰이죠. 그런 항생제의 남발로 지구상의 수많은 미생물과 생태계에도 문제가 생길 텐데, 우리는 인간 중심적으로만 약을 대해온 것 같아요. 이제 약의 용도가 뭔가를 죽이고 박멸하는 기능에만 머무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약의 지평을 넓혀가야만 현재 인류가 겪는 지구온난화나 환경오염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11년 10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잡스는 애플 컴퓨터와 매킨토시, 아이폰 등으로 사업가 이전에 세상을 바꾼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56세라는 나이에도 췌장암이라는 복병은 이겨내지 못했던 그다. 사망 당시 그의 재산은 83억 달러(9조 5400억 원)였다.
◇ 5년 생존율 12% 조기 발견 어렵고 예후 안 좋아
의학은 발전하고 있지만 췌장암의 생존율은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처음으로 12%를 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가 넘지 않았다.
췌장은 위 뒤쪽, 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한다. ‘이자(胰子)’라고도 부른다. 위 뒤쪽에 위치해 십이지장과 연결되고 비장과 인접해 있다. 췌장은 우리 몸에서 크게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췌장액을 분비한다. 췌장액은 십이지장에서 음식과 섞이면서 음식이 소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또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우리 몸의 혈당을 조절한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뤄진 종괴를 말한다. 췌장은 조직학적으로 외분비샘과 내분비샘으로 나누는데 전체 췌장암의 85% 정도는 외분비샘인 췌관에서 생긴다. 곽봉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췌장은 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장기로, 해부학적 특성상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발견이 쉽지 않고 예후도 좋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가족력有 발생률 18배↑ 증상 발현 시 복통·체중감소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유전적 요인 중에는 K-Ras(케이라스)라는 유전자의 이상이 특히 중요하다.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이 유전자의 변형이 발견되고 있다.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률이 18배까지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환경적 요인은 식습관, 흡연, 만성 췌장염, 나이, 음주 등이 꼽힌다. 육류나 기름기 많은 식습관의 경우 췌장암 발생 위험을 2배 정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은 췌장암의 발생과 관련이 깊은 발암물질로 흡연자의 경우 췌장암의 상대 위험도가 2~3배 높다. 특히 만성 췌장염의 경우 15배 정도까지 췌장암 위험도가 올라간다.
남녀 비율을 1.5대 1 정도로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5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올라가기 시작해 70세가 되면 인구 1000명당 1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
췌장은 80%가 망가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나타날 때는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에게 복통과 체중감소가 나타난다. 췌장 머리 쪽에 발생한 경우에는 대부분 황달 증상을 보인다.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쪽에 암이 발생할 경우에는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시간이 꽤 지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1) 복부 통증
췌장암의 가장 중요한 증상은 통증이다. 명치 통증이 가장 흔하지만 복부 어느 쪽에도 나타날 수 있다. 통증이 나타날 때는 이미 췌장 주위로 암이 침윤했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아 통증이 없는 경우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2) 황달
황달은 췌장암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로 췌두부암(췌장 머리 쪽에 발생한 암)의 약 80%에서 나타난다. 종양 때문에 총담관이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막혀 담즙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그에 따라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황달로 나타나는 것이다. 황달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3) 체중 감소
뚜렷한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는 것은 췌장암 환자에게 흔한 증상이다.
4) 소화 장애
종양이 자라면서 십이지장으로 흘러가는 소화액(췌액과 담즙)의 통로를 막아 지방 소화에 문제가 생긴다.
5) 당뇨병
췌장암이 발생한 경우 전에 없던 당뇨병이 나타나거나 기존의 당뇨병이 악화되기도 하며 췌장염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당뇨병은 췌장암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췌장암에 의해 이차적으로 췌장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 완치는 수술이 유일, 가족력 등 위험인자 있다면 정기검진 필수
췌장암이 의심될 경우 초음파검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검사(EUS),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 혈청 종양표지자검사, 복강경검사, 조직검사 등이 진행된다.
현재까지 췌장암을 완치할 치료법은 수술이 유일하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이후 보조적 치료가 필요할 때는 항암 화학 요법, 방사선 요법 등을 시행한다. 치료방법은 암의 크기와 위치, 병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중에서 선택한다.
췌장암의 60%는 췌장 머리 부분에 생기는데 이때는 십이지장, 담도, 담낭을 함께 절제하는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을 한다. 몸통과 꼬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비장을 자르는 췌장 절제술을 시행한다. 췌장암 진단 시 수술이 가능한 비율은 약 20%로 알려져 있다. 일부는 침윤된 주위 혈관을 절제하면서 수술하기도 하며, 필요에 따라 암세포 크기를 줄이는 항암치료 후 수술하기도 한다.
곽봉준 교수는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따라서 췌장암 위험인자가 있는 분들, 즉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고령, 흡연자, 당뇨,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는 경우 정기적으로 초음파, 복부 CT 같은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육류나 지방이 많은 식습관보다는 식이질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금연과 함께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요즘. 바이러스를 둘러싼 궁금증과 그 해답을 정리해봤다.
감수 및 도움말 이찬희 충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참고 및 발췌 도서 ‘우리가 몰랐던 바이러스 이야기’(대한바이러스학회)
Q1 바이러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아직 바이러스의 기원은 명백하지 않다. 먼저 자체적으로 증식하지 못하고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는 특성 때문에 생명체 출현 이후 나타났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 한편 가장 기본적인 생명 요소인 유전자와 단백질로 구성돼 있기에 세포보다 먼저 출현했다는 주장도 있다.
Q2 인간이 바이러스를 만들 수도 있을까?
2003년 미국 생물에너지대안연구소에서 단 14일 만에 인공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08년에는 한국 과학자들이 치료 목적의 암세포 킬러 인공 바이러스를 제조해냈다.
Q3 바이러스의 크기는 얼마나 작은 걸까?
막대 모양 바이러스는 수백 ㎚(10억 분의 1m)이며, 둥근 모양 바이러스는 수십 ㎚에 불과하다. 일반 세균은 ㎛(100만 분의 1m) 단위로, 바이러스에 비하면 1000배 정도는 큰 입자인 셈이다.
Q4 지구상의 바이러스, 얼마나 될까?
1989년 노르웨이 베르겐대학교 연구팀은 전자현미경을 통해 바닷물 1㎖ 속에서 2억5000만 개에 달하는 바이러스를 찾아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지구상의 바이러스 수가 1030개에 이른다고 하는데, 일렬로 죽 세우면 그 길이만 무려 2억 광년이 넘는다. 이는 태양계 너머 은하수의 가장자리에 다다르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치다.
Q5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실제로도 둥글까?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많은 바이러스가 정20면체 구조를 가진다. 정20면체는 정다면체 중 면의 수가 가장 많고, 구에 가까운 안정된 구조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둘러싼 단백질 껍데기(capsid)가 정20면체 모양을 띠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외부 충격으로부터 유전물질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증식할 수 있다.
Q6 모든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해로울까?
바이러스 99.9%는 인간이 아닌 다른 숙주에 서식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0.1%만이 인간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인 셈인데, 이 또한 절대량으로 보면 무수히 많다. 그렇다고 모든 바이러스가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다. 대부분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감염돼도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Q7 착한 바이러스, 나쁜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는 다양한 병원성 세균을 파괴하고 섬멸하는 바이러스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서 항생제 대신 전염병을 치료해 일명 ‘착한 바이러스’라 불린다. 이와 반대로 ‘나쁜 바이러스’도 있다.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가 이에 해당하는데, 대표적으로 조류 인플루엔자를 꼽을 수 있다. 원래는 야생 조류에게만 감염되던 바이러스였는데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킨다.
Q8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은 얼마나 될까?
바이러스의 생존과 관련해 흔히 ‘바이러스가 죽었다’는 표현을 쓰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바이러스가 감염성을 잃어버렸다’(불활화)고 설명하는 게 정확하다. 바이러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온도와 습도가 맞으면 수일은 물론 수년까지도 감염성을 지닌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외선이나 열, 에탄올 함량 70% 및 염소 함유 소독제 등에 노출되면 감염성을 잃는다.
Q9 바이러스가 생태계 균형을 맞춘다?
해양 생태계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의 20~40%는 매일 바이러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그 덕분에 수계 내 세균 개체 수가 조절된다. 이렇듯 바이러스가 특정 숙주 집단이 지나치게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걸 억제함으로써 생태계의 다양성이 유지된다.
Q10 간염 바이러스는 몇 종류일까?
A, B, C, D, E형 총 5가지
Q11 바이러스 감염이 암으로 진행될 수 있나?
전 세계 암 환자 중 약 12%가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암에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암 유발 바이러스는 총 7가지인데, 20여 종의 암과 연관돼 있다. 자궁경부암과 B형 간암을 제외하고는 아직 백신이 없어 감염 예방이 최선이다. 이러한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건강 상태에 따라 영향이 다르니,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12 열대 모기 전염 바이러스는 안심해도 될까?
다양한 열대 바이러스성 질병은 모기로부터 전파된다. 우리나라에서 지카 바이러스, 뎅기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드물지만 지구온난화로 열대 모기를 숙주로 삼던 바이러스들이 온대 지방의 모기에도 적응한다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뎅기나 지카의 경우 아직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바이러스가 창궐할 경우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다.
Q13 인간은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Q14 성인 90%는 암 유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인간에게서 최초로 발견된 암 유발 바이러스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다. 놀라운 건 전 세계 성인의 90% 이상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암에 걸릴까? 결론은 아니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주로 유아기에 가족에 의해 타액으로 감염된다. 그러나 성장하는 동안 면역 세포에 의해 거의 제거되고, 극히 일부만이 암을 유발한다.
Q15 중장년만 지닌 바이러스 기억면역세포가 있다?
1980년 WHO가 지구상에서 박멸됐다고 선포한 천연두가 다시 출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렸을 때 천연두 예방접종을 받았거나 약하게 감염된 적 있는 어느 정도 나이 든 성인의 일부만 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억면역세포를 갖고 있어 이로 인한 대규모 집단감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예방접종 없이 지내다가 만약에라도 이러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Q16 우리나라에도 ‘스페인 독감’ 영향이 있었나?
우리나라도 약 740만 명이 감염되어 14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스페인 독감이 창궐한 1918년이 무오년이어서 ‘무오년 독감’으로 기록됐다. 당시 인구가 1770만 명 정도였으니, 얼마나 위협적인 상황이었을지 짐작이 된다.
Q17 역사상 최초의 팬데믹 사태는?
1918년 미국과 유럽에 퍼지기 시작한 스페인 독감이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약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미군 병사 4만3000여 명이 사망했다. 이로 인한 전투력 상실로 제1차 세계대전을 앞당겨 끝낼 수밖에 없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당시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스페인 독감을 앓았으며, 이는 제1차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힌 최악의 바이러스였다.
Q18 코로나19 이전 우리를 위협했던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발병을 일으킨 여러 바이러스가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의 뇌리에 남아 있는 건 사스(2002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2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Q19 코로나19 사태 언제까지 계속될까?
코로나19 완치 후 재확진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가능성 중 하나가 재발감염이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잠복해 있다가(이때는 바이러스가 없는 것처럼 보임) 특정 조건에서 다시 증상을 보이는 현상이다. 입술 포진이나 감기처럼 코로나19 역시 잠복과 재발이 일어나며 우리 일상에 만연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가 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위암이나 대장암 조기 진단이 늘었다. 이 가운데 수술보다 환자에게 부담을 덜 주는 내시경 치료가 적극 활용되고 있어, 고령의 환자들도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식도암은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은 만큼 관련 연구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조기 식도암 환자가 고령이어도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75세 전후 재발률 0%, 부작용·입원기간 등 비슷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도훈 교수팀은 표재성 식도암으로 내시경 점막하 절개박리술(ESD)을 받은 환자 413명을 75세 이상, 미만의 두 집단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같은 위치에 재발한 환자는 두 집단 모두 한 명도 없었으며 출혈, 천공 등 부작용 발생률과 병원 입원 기간 등이 거의 비슷했다고 최근 밝혔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을수록 기저 질환이 있거나 신체적으로 쇠약한 경우가 많아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식도는 내벽이 얇아 고난도 내시경 기술이 필요하다고 알려졌는데 이번 결과로 환자들이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식도암 수술은 암을 포함해 식도 대부분을 절제한 뒤 남아있는 식도에 위나 대장을 연결하는 방법이다. 수술 범위가 커 내시경 치료보다 합병증 위험이 크고 통증도 심해 수술 후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시경 치료가 가능한 조기 단계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림프절 전이가 없으면서 암이 점막층에만 얕게 국한된 표재성 식도암의 경우 내시경을 통해 특수 전기칼로 암세포를 도려내는 내시경 점막하 절개박리술이 가능하다.
최근 인구의 고령화와 내시경 정기 검진이 활발해지면서 노년층의 조기 식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내시경 점막하 절개박리술을 시행하는 경우 또한 증가하고 있다.
◇식도암 내시경 치료, 나이와 상관없이 안전하다
김도훈 교수팀은 2005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표재성 식도암 환자 413명을 75세 이상 집단과 미만 집단으로 분류해 치료 후 재발률, 부작용, 입원 기간 등을 평균 약 33개월 동안 분석했다.
59세부터 79세의 환자에서 총 459개의 식도암 병변이 존재했으며, 75세 미만 환자 369명의 병변 총 408개, 75세 이상 환자 44명의 병변 총 51개가 있었다.
우선 내시경 점막하 절개박리술을 받은 전체 식도암 환자 중 평균 추적 기간 33개월 내 같은 위치에 암이 재발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병변에 발생한 시술 부작용은 75세 미만, 75세 이상 집단에서 각각 △출혈 1.2%(5건), 2.0%(1건) △천공 3.9%(16건), 5.9%(3건) △협착 5.6%(23건), 7.8%(4건) △폐렴 0.7%(3건), 0%(0건)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때 발생한 부작용은 내시경 시술 중 치료되거나 추가적인 수술 없이 항생제 투여 등 가벼운 처치로 회복되는 증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술 과정에서 환자가 병원에 입원한 기간도 75세 미만 환자는 3~4일이었으며 75세 이상의 환자는 3~5일인 것으로 나타나 거의 차이가 없었다.
김도훈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식도암 환자 중에서 단순히 고령의 나이 때문에 내시경 치료도 포기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번 연구로 식도암 내시경 치료가 나이와 상관없이 안전하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내시경 치료는 식도암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 초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금연과 금주 습관을 통한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노년학·노인의학학술지(Geriatrics & Gerontology International, IF 2.118)에 최근 게재됐다.
지리산 근처 산골이다. 높은 산봉우리들이 사방에 첩첩하다. 그렇지만 궁벽할 게 없다. 좌청룡 우백호로 어우러진 전면의 산세가 빼어나서다. 우람하면서도 부드럽다. 운무 한자락 눈썹처럼 걸려 그윽하다. 한유창(60) 씨가 이곳으로 귀촌한 건 산야초 때문이다. 지리산 권역에 자생하는 야생초에, 그는 깊은 신뢰를 품고 산다. 한때 그는 죽음과 맞닥뜨렸다. 말기 암 환자였으니까. 단 한 번 주어진 목숨. 그는 그 희귀하고도 소중한 걸 야생초로 살려냈다.
“이봐! 그대는 도적이야! 절이 들어설 자리를 훔친 게 아닌가!”
집터를 둘러본 해인사 노스님의 얘기가 그랬더란다. 명당을 선점했다는 뜻이다. 정작 한유창 씨는 굳이 명당을 찾은 바가 없었다. 풍수에 관심조차 없었던 것 같다. 정붙이면 그게 좋은 자리려니, 그뿐이었다. 그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사들인 집터였다. 집이야 어떻든, 그는 겹겹이 늘어선 산야에 사는 자체로 귀촌의 목적을 이룬 걸로 친다. 지리산의 입김을 마시고 자라는 산야초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 남원시 인월면에 둥지를 튼 건 2015년. 그 이전엔 함양 산골에서 두 해를 살았다. 지리산 천왕봉 곁 산중턱에서였다. 산야에 삶을 두기로 작정하며 과욕은 이미 눌러놓았을 테지. 그래 그 첫 산중살림도 두루두루 원만했단다. 딱 하나, 겨울철 눈 내려 미끄러운 비탈길이 문제였다. 그래 이곳으로 옮겼다.
귀촌 이전엔 줄곧 서울에서 살았다. 뜻한 길로, 혹은 뜻밖의 길로 좌충우돌, 서울이라는 생존의 들판을 격렬하게 뛰었던 모양이다. 암 진단을 받은 건 마흔다섯 살 때였다지. 설마 중증이랴, 대수롭지 않은 복통이라 여기고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삶이란 예상보다 더 잔인한 것. 예고 없이 방문한 불행의 전령이 사람을 폭풍 속으로 내던진다.
“왜 이제야 왔냐, 이미 늦었다, 의사의 말이 그랬어요. 절망적인 진단이었죠. 이미 전이가 심해 수술도 의미 없다는 거예요. 남은 생존기간은 3개월 정도라며. 실감나지 않았어요. 마치 남의 일처럼. 병원을 나온 뒤에야 혼란이 엄습하더라고요. 이제 죽을 일만 남았구나, 죽기엔 너무 이르지 않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고통스러운 생각들이 밀려들었죠.”
죽음이 돌연 현관을 노크할 걸 예감이나 했겠는가. 보이는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로 떠나라는 이주 통고. 그 황당한 쓰나미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의 고독이 극한에 달했겠지. 그러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엔 생존본능이 있다. 어떻게든 살길을 찾게 마련이다. 살기 위해 해볼 건 다 해보는 게 본성이다. 그는 자연요법으로 자신의 몸을 구조하기로 했다.
“약초로 살길을 찾기로 했지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죽을 작정을 하고 산에 들어가 풀만 뜯어먹었더니 기적처럼 암이 사라졌다는 식의 소문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싶었지만, 절박한 상황에 몰리자 기대를 갖게 되더군요.”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게 마련이죠. 제 주변에도 병원에서 포기한 중병을 산골에 들어가 고친 사람들이 있어요. 야생초 섭취 외에 자연에서 얻은 마음의 안정도 효과적이었던 같아요.”
“한 줄기 희망, 거기에서 나오는 안간힘. 그마저 상실하면 이젠 죽음이겠죠. 산야초로 고칠 수도 있겠다는, 아니 반드시 좋은 끝을 보겠다는 신념을 품었어요.”
결국 산야초가 그를 살렸다. 약초 요법을 극진히 실천한 지 7개월 만에 암세포가 완전히 소멸했다는 병원 판정을 받은 게 아닌가. 의사가 두 손 든 말기 암을 기어이 물리쳤으니 놀랍다. 삶을 견딜 수 있는 건 이런 기적적 이변이 일어나기도 해서다.
몸소 거듭한 산야초 실험
뭐든 하나에 간절히 전념하면 통달한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도약한다. 암이라는 사나운 놈을 밀쳐내느라 온갖 약초를 다루는 사이 그의 안목과 요령에 힘이 붙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유명 약초만이 아니라 이름 없는 풀들조차 약리 작용을 합니다. 제가 실로 많은 무명초에게 신세를 졌어요. 자연스레 산야초의 고귀함에 외경을 갖게 되었고요. 그러면서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이로울 약초를 찾아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도래했다!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암을 완치한 그는 또 하나의 허준이 되겠다는 양 남모를 야심을 품고 약재 개발에 나섰던 것이다. 산야초의 치유력에 관한 확신. 그간의 공부와 체험을 살리면 충분히 독보적인 약재를 개발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이 양자가 그를 추동했던 것 같다. 처음엔 고혈압, 당뇨, 탈모증 등에 탁월한 약초를 찾을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피부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많다는 걸 알고 아토피를 정복할 산야초 발굴에 전념했다.
이후 결과물로 나온 게 ‘야초(野草)’다. ‘야초’를 사용해본 환자들은 열광한다. 치유 효과가 명백해서다. 중증 아토피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환자마저 있다. 너무도 슬픈 질환이다. 그럼에도 특별한 약이 없다. 그 와중에 ‘야초’가 위력을 과시하며 등장한 것. 이 기발한 약재는 단숨에 얻어진 게 아니다. 자그마치 7년을 진력해 얻은 성과물이라는 게 아닌가. 그의 거처는 서울이었으나 산야초를 찾아 7년간 전국 오지 산야를 누볐던 거다.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고.
“피부질환의 고통은 일단 가려움증에서 옵니다. 가려움증을 잡아줄 풀부터 찾는 게 급선무였죠. 피부병에 좋다고 이미 알려진 산야초부터 갖가지 잡초까지, 하나하나 차례로 효험을 테스트했어요.”
“어떤 방식으로?”
“일테면, 제가 모기 소굴에 들어가 온몸을 모기에 뜯긴 뒤 채집한 산야초 즙을 발라보는 겁니다. 어느 풀이 가장 탁월한가, 그걸 찾아내기 위해 장기간 연속 실험을 해 드디어 한 가지 약초를 정립하게 되는 거죠. 그다음으로는 피부 염증을 해결할 풀을, 또 그다음엔 피부 재생에 뛰어난 풀을 찾았고요. 7년간의 이런 과정을 거쳐 다섯 가지 산야초를 최종 정선했어요. 그 다섯을 조합한 게 ‘야초’예요.”
“검증되지 않은 엉터리 약재를 파는 장사꾼이 수두룩해요. 당신의 ‘야초’도 의심을 사지 않았을까?”
“처음엔 코웃음들을 쳤어요. 이미 속아본 환자가 많으니까. 그러나 서서히 인정을 받게 되었지요. 무료로 ‘야초’를 공급받은 중증 환자들이 완치에 이르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던 겁니다. 환자와 만나기 위해 현재 두 곳의 한의원 한의사들과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치유 사례들은 투명하게 공개되고요.”
‘야초’를 개발하기까지 7년여 동안 그는 굶주렸다. 풀을 뜯어먹으며 배를 채웠단다. 생업이 없는 채로 미치광이처럼 야생초에 빠져 살았던 것. 이 우직하거나 용맹한 사내의 삶은 이제 완연히 변했다. ‘야초’의 성공이 물심양면의 안정을 가져온 거다. 산야를 연구실 삼아 심혈을 기울인 덕분이다. 그 집요한 노력의 결과물에 응분의 관심도 쇄도했다. 국내 유수의 모 제약사로부터 모종의 제안을 받았으며, 유럽이나 중국의 신약 기업들도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그는 거대 자본과 제휴할 생각이 없다. 언젠가는 악어 같은 자본력에 먹히기 십상이니까. 현재 강진군과 손잡고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외국인 아토피 환자들을 유치할 세계적 수준의 아토피 치료 센터를 건립할 목적으로.
숙원은 아토피 치유센터 건립
한유창 씨의 집은 해발 470m 산기슭에 있다. 사람이 거주하기에 가장 이상적이라는 해발고도다. 모기가 없으며 열대야도 비켜간다. 그가 귀촌한 건 양질의 ‘야초’ 재료를 조달하고, 실험도 계속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암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요양 차원의 귀촌이기도 하니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다. 일찍부터 자연 속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선망이 웃자랐다는 게 아닌가. 정적인 성향의 아내 역시 산골을 동경했다지. 마침내 부부가 오순도순 살 수 있는 기반을 잡은 셈이다.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인상은 야무지지만 알고 보면 순진남인가? 그는 맹지를 속아 사는 식의 땅 사기를 세 번이나 당했다.
“군청에 가서 서류 몇 장 확인하면 속을 일이 없다는 걸 몰랐어요. 중개인 말만 믿었던 거죠. 이 집의 터 역시 문제가 많았어요. 묵혀둔 논을 산 건데, 집을 짓기 위해서는 복토 작업이 필요하더라고요. 엄청난 양의 흙을 사다 퍼붓고 성형 작업을 했지요. 땅값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들어갔어요.(웃음)”
너른 마당엔 뽐낸 게 없다. 울타리를 두르고 나무를 좀 심었을 뿐이다. 뒤뜰엔 연못을 파 잉어를 넣었다. 그러나 멋부린 태없이 농수용 웅덩이처럼 수수하다. 자연스레 뭐든 내버려두는 게 구미에 맞아서겠지. 그래도 집짓기엔 공을 들였다.
“단순하나 견고한 구조, 그게 좋아 노출 콘크리트 집을 지었습니다. 회색 외벽이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잘 어울릴 거라 봤고요. 설계부터 제 취향을 반영했지요. 계획한 건축 형태에 차질이 없도록 공사도 직영했어요.”
“산중의 외딴집이에요. 일부러 외진 곳을 찾았어요?”
“산야초와 동행하는 사람이니 산속에 살아야죠. 그 이유가 아니라도 외딴집의 장점이 많지요. 우선 원주민과의 갈등 소지가 적다는 게 이점입니다.”
“대부분의 귀촌인들이 원주민과의 관계 문제를 최대 이슈로 꼽죠.”
“불화를 야기하면 배겨날 수 없으니까요. 외딴집에 살 경우엔 주민 접촉 기회가 적어 홀가분한 편입니다. 물론 적당한 교류마저 회피할 일은 아니에요. 시골 사람들은 단순합니다. 쉽게 토라지기도 하지만 금방 정들 수도 있어요. 어쩌다 농사일을 잠깐만 거들어줘도 진심으로 고마워들 해요. 그 역시 귀촌생활의 재미로 삼아야죠.”
“자연을 벗삼아 재미와 평온을 맛보고 싶다는 것. 이는 귀촌인들이 공통으로 밝히는 귀촌 동기예요. 자연과의 만남을, 무심히 방치했던 자아를 돌볼 기회로 삼는 거죠.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찾기도 하고요.”
“도시에서는 바쁜 일상에 쫓겨 자기변화를 꾀하기 어렵죠. 눈에 보이는 풍경들조차 늘 변화 없는 잿빛이고요. 그에 비해 귀촌생활은 신선합니다. 사계절 따라 확연하게 변모하는 자연이 긍정적 자극을 주니까요. 어딜 가거나 어딜 보거나 항상 변화하는 풍경들. 이런 환경에서 살다 보면 일상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죠. 그러면서 너그러워지고요.”
그는 성경 전체 필사를 세 번이나 했다. 좋은 삶에 대한 간절한 기구(祈求)를 담은 필사였겠지. 나긋하고 싹싹한 언사. 곧잘 번지는 미소. 사람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여유가 서려 있다. 서울에 살 땐 달랐다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때로 통제가 어려웠다. 술 체질이 아니라 들입다 마셔 풀 수도 없었다. 대신에 울화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여과 없이 터뜨렸다. 그러나 암으로 고난을 경험한 데다 귀촌까지 한 뒤엔 변화가 왔다.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생각에도 따뜻한 기운이 채워졌다.
그는 아홉 마리의 개를 기른다. 두 마리는 데려온 유기견이다. 개가 많아 즐거움이 많지만 불편도 많다. 일테면 부부 여행조차 엄두내기 힘들다. 아내는 그게 억울하다. 제발 더 이상은 늘리지 마옵소서! 그렇게 자주 호소하는 것 같다. 아내의 환심을 사려면 오나가나 진돗개처럼 충성해야 한다. 하지만 개 문제에 관한 한 그는 양보할 생각이 거의 없다. 개 역시 사람과 하등 다를 바 없는 고귀한 생명체라는 인식에서다.
“원래 개를 무척 좋아했어요. 요즘은 애착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암 투병으로 생사 갈림길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느낄 겁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애틋함이 커지는 기분을. 제 경우엔 피부질환자들의 처절한 고통마저 일상으로 접하며 살지요. 연민의 감정이 커질 수밖에요. 과거엔 모든 걸 ‘나’ 중심으로 바라봤다면, 이젠 남을 중심에 둡니다.”
그의 숙원은 아토피 치유센터 건립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데에 있다. 머잖아 유기견들을 위한 대규모 치유 시설도 만들 계획이고.
◇ 한유창 씨가 주는 귀촌 Tip ◇
•맘에 드는 땅이라도, 자금력이 넘치더라도, 시세를 너무 상회하는 매물 구입을 자제하자. 두고두고 욕먹을 수 있어서다. 마을 땅값을 올려놓을 경우, 원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농부가 농지를 매입하고 싶어도 비싸져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집 지을 대지 크기는 300평 미만이 적당하다. 그 이상 되면 관리가 어렵다. 특히 풀이 문제다. 비 온 뒤에는 밀림처럼 풀밭이 우거진다.
•이왕 시골에 사는 김에 산야초에 관심을 가지라. 이름난 약초만을 찾을 거 없다. 그저 흔한 들풀들의 약성도 탁월하니까.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졸업.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건강과 행복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실제로 행복한 사람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또 그 행복을 통해 얼마나 더 건강해질 수 있을까? 행복함은 몸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뇌과학자는 마음으로 느끼는 행복도 모두 뇌가 만들어내는 화학적 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행복호르몬이다. 지금부터 우리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행복호르몬 4종 세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첫째,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호르몬이 있다. 바로 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기분을 들뜨게 만들고 신나고 즐겁게 해준다. 엔도르핀의 어원은 ‘endo+morphin’이다. 즉 스스로 만들어내는 모르핀 같은 물질을 의미한다. 모르핀은 통증을 줄여주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 화학물질로서 주로 약물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엔도르핀이 많이 나오는 상태가 되면 통증이 줄어든다. 또 암세포를 죽이는 면역세포인 NK세포를 활성화한다. 실제로 우리 몸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암세포가 발생한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NK세포가 활성화한 상황에서는 암세포가 사멸된다. 엔도르핀이 많이 생성되면 건강해지는 이유다.
엔도르핀이 많이 나오게 하는 방법은 활짝 웃는 것이다.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해주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 하지만 뇌과학자들은 웃을 일이 없어도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엔도르핀이 많이 나오고, 그로 인해서 즐거워지고, 건강해지므로 웃을 일이 더 생긴다는 말이다. 실제 미국의 여러 암치료센터에서는 암 환자 치료 과정에 웃음치료를 도입했다. 실컷 웃게 하면 몸의 면역세포가 더 좋아진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둘째, 즐겁고 재미있는 감정이 있다. 바로 행복함을 느끼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 감정만큼이나 행복한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인간이라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감정, 즉 ‘평안함’이다. 즐거움 못지않게 우리에게 중요한 감정이다. 평화로움은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이러한 감정을 자주 갖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도 좋다. 그렇다면 평안한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것은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에서 비롯된다. 세로토닌은 밤이 되면 멜라토닌으로 바뀐다. 멜라토닌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호르몬이다. 즉 평안함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 잠도 잘 자는 것이다. 숙면은 치매 예방뿐 아니라 면역 증진, 비만 예방 등 신체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해진다. 실제 우울증 약 중에는 세로토닌을 증대시켜주는 약이 있다.
세로토닌은 어떻게 하면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하나는 햇빛, 다른 하나는 리듬운동이다. 햇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 오래 지내면 세로토닌이 감소되고 우울해진다. 리듬운동의 기본은 걷는 것이다. 밝은 낮에 산책을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공원이나 숲 등 자연 속에서 이러한 활동을 하면 건강에 좋다. 햇살을 즐기면서 산책을 하면 많은 세로토닌을 만들어낼 수 있다.
셋째, 성취감이나 만족감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차원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인간은 도전을 하며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는다. 이러한 고차원적 행복감을 갖게 해주는 호르몬이 바로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중독과 관련한 나쁜 호르몬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렇다. 도파민은 양날의 칼이다. 잘못 사용하면 중독자를 만들지만, 잘 사용하면 자신감과 만족감을 키워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해준다. 평소에 도파민이 많이 나오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의욕적이고 부지런하다.
도파민은 ‘새로움’, ‘호기심’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호르몬이다. 누구든 새로운 것을 보면 호기심을 갖는다. 이 감정이 도파민을 불러일으킨다. 반대로 늘 똑같은 생활을 하며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사람은 의욕도 없고 게으르다. 성취감이나 만족감을 얻고 싶다면 그동안 미뤄왔던 것들에 하나씩 도전해보자.
마지막으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관계다. 좋은 관계는 행복감을 준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연결되는 것이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은 자궁수축호르몬으로서 임산부가 분만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출산을 하면서 옥시토신이 흠뻑 분비된 엄마는 아기를 보면서 모성애를 느끼기 시작한다. 옥시토신은 관계에서 친밀감을 갖게 해줄 뿐만 아니라 신뢰감도 키워준다.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끼리 느낄 수 있는 중요한 행복감 중 하나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옥시토신이 잘 분비될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 그리고 스킨십을 통해 분비된다. 서로 교감하고 바라만 봐도 옥시토신은 증가한다. 일부 학자들은 옥시토신이 미래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게 될 호르몬이라고 말한다.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은 친화력, 사회성이 좋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더 크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국에서는 ‘쑥스러움 방지제’라는 이름으로 코에 뿌리는 옥시토신 스프레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만큼 옥시토신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살펴본 4가지 행복호르몬은 좋은 부분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이들 호르몬은 홀로 작용하는 게 아니다. 서로 복잡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의 감정이 결정된다. 이제 앞에서 말한 방법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많이 웃고, 자연을 벗 삼아 햇빛 아래서 산책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과감한 도전도 해보자. 또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주 교감하고 대화하자. 행복호르몬을 잘 가꾸고 키워 슬기로운 피로 컨트롤러가 되면 우리 삶에 피곤함이 끼어들 틈은 없어질 것이다.
담낭(쓸개)은 오장육부(五臟六腑) 중에서 크기나 의학적 중요도가 크지 않음에도 유독 사자성어나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신체기관이다. 와신상담에선 각오를 다질 때 맛보는 대상이 되기도 하고,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쓸개가 없다’고 말한다. 고작 손가락 하나 정도 크기의 이 장기가 마치 잃어선 안 될 신념처럼 다뤄진다. 그런데 만약 이곳에 암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모든 암이 쉽지 않겠지만 담낭암 역시 마찬가지다.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강진구 교수는 “무엇보다 조기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담낭은 간 옆에 붙어 있는 7~10cm 정도 되는 작은 주머니다. 간에서 나오는 쓸개즙을 저장해뒀다가 농축시켜 음식을 먹으면 쓸개즙을 십이지장으로 방출하는 역할이다. 쓸개즙은 간에서 만들어지고 담낭은 저장과 농축 역할만 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는 맹장이나 사랑니처럼 없어도 그만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강진구 교수는 “실제로 담낭에 염증이나 용종 등이 발견된 후 증세가 심각해지면 떼어내기 때문에 병의 진행에 관한 통계자료가 많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한다.
발생 빈도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2018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내에서 발생한 암은 총 22만9180건인데 이 중 담낭암은 1.1%(2554건)에 불과했다.
주된 원인은 담석과 염증
강 교수는 담낭암 발병 원인으로 담석과 염증을 꼽았다.
“소화액이 굳어 담석이 되는데, 술과 담배, 비만, 호르몬 변화 등이 원인이에요. 이 담석이 담낭 안에서 염증을 일으키거나 쓸개즙이 십이지장으로 흐르는 담도를 막는 등 말썽을 일으키죠. 이렇게 담석증이 발생하면 담낭암이 발생할 확률이 정상인에 비해 10배 정도 높습니다. 또 담낭에 발생하는 만성염증이나 담낭 안쪽이 석회화되는 석회화 담낭도 위험인자입니다.”
담낭 용종도 위험하다고 강 교수는 설명한다. 1cm 미만의 용종은 양성일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지만 그 이상 커지면 담낭 제거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담낭암이 위험한 암으로 분류되는 이유 중 하나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담낭 내부 통로가 담석이나 종양으로 막히더라도 간에서 쓸개즙 분비가 이뤄져 소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서다. 증상이 없으니 진단을 받지 않는 이상 질환을 알 도리가 없다.
복통이나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오른쪽 배 부위에 딱딱한 것이 만져지기도 하지만 이 정도가 되면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췌장암에 비해 진단이 비교적 쉬워 다행이라고 강 교수는 설명한다.
“능숙한 전문의라면 초음파 검사만으로 담낭 질환을 쉽게 찾아낼 수 있어요. 췌장암 발견이 어려운 것은 초음파로도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기 때문인데, 담낭은 비교적 잘 보이는 곳에 있어요. CT나 MRI 같은 복잡한 검사를 하지 않아도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발견 늦을수록 생존율 급락
만약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담낭암을 초기에 발견한다면 대처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복강경 수술을 통해 큰 흉터 없이 담낭을 떼어내는 수술을 진행한다.
암의 정확한 상태를 알기 위해 진행되는 담낭 조직검사는 다른 장기들과 조금 다르다. 담낭을 떼어내는 과정이 어렵지 않고, 후유증을 거의 남기지 않기 때문에 담낭에서 심각한 이상을 보이면 절제부터 한 후 조직검사를 한다. 다른 장기는 대부분 조직검사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떼어난 담낭을 검사했는데 내부의 종양 뿌리가 담낭 근육층까지 파고든 상태라면 담낭 가까이에 있는 간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다시 진행합니다. 만의 하나 암세포가 전이되었을 경우를 생각해서죠. 담낭암은 많은 암종 중에서 전이가 잘 되고 성장하는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항암제를 이용한 치료나 방사선 치료 등의 방법도 사용한다.
문제는 다른 장기에까지 종양이 퍼져 손쓰기 어려운 상태에서 암이 발견된 경우다. 담낭암은 발견이 어려워 이런 상태에서 알게 되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강 교수는 말한다.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항암 또는 방사선 치료만으로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게 되는데 사실상 완치가 어려운 상태다.
“많은 제약회사가 발생 빈도가 높은 암의 치료제 개발에 매달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발생이 적은 담낭암을 위한 함암제 개발은 요원한 상태예요. 표적 치료제까지 개발되는 타 암종에 비해 담낭암은 1세대 항암제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나마도 효과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실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담낭 및 기타 담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29%에 불과했다. 병기별 상대생존율을 살펴보면 1, 2기에 해당하는 ‘국한(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은 53.3%로 낮은 편이고, 3기와 4기 초기에 해당하는 ‘국소’는 33.1%로 조사됐다. 4기 중 말기에 해당하는 ‘원격’ 생존율은 3.2%에 불과했다. 늦게 발견하면 대부분 5년 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얘기다.
여성 발병 남성과 비슷 주의해야
담석증의 경우 술과 담배가 주원인 중 하나이다 보니 담낭암이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 차이가 크지 않지만 오히려 여성의 발병이 더 많았다. 강 교수는 그 이유가 여성 호르몬 변화에 있다고 의심한다.
“임신과 출산, 피임약 복용 등으로 여성 호르몬 변화를 겪은 여성에게 발병 빈도가 높고 고령일수록 이 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성들도 안심하지 말고 60세가 넘으면 정기적으로 검사해봐야 합니다.”
강 교수는 담낭 제거에 대한 선입견 또한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담낭을 떼어내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생각하는 환자가 간혹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담낭을 제거했다고 약을 먹어야 하거나 생활에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수술 후 6개월 정도는 고기를 줄여야 하고, 설사 등의 후유증이 있을 수 있지만 신체 적응기간이 지나면 평소대로 일상생활을 해도 무방합니다. 수술도 2~3일 후 바로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간단하고요.”
결국 담낭암 치료의 성패는 발견 시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검사가 까다롭지 않고 초음파 검사로 대부분 질환 유무 확인이 가능한 만큼 지금이라도 가까운 병원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