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셰어 오피스 사장이 올봄쯤에 사무실 문을 닫아야겠다는 선언을 했다. 기본 집세 40만 원에 관리비 10만 원까지 50만 원이 수익분기점이라는 것이다. 11만 원씩 5명은 되어야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는데 사장 포함 3명밖에 안 되니 매달 적자를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셰어 오피스는 거여동 사거리에 위치해 있는 4층 건물 4층에 있다. 같은 층에는 기원이 있다. 가끔 시끄럽기는 하지만 큰 상관이 없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야 해서 힘은 들지만 운동 하는 셈 치고 별 불만 없이 다닌다.
셰어 오피스란 각자가 컴퓨터 하나 놓을 공간을 쓰고 한 달 사용료를 내는 사무실이다. ‘소호 오피스(Soho Office)’라 불리는 비슷한 사무실도 있는데 공동으로 사무실을 쓰고 전화나 여직원 급여를 공동 비용으로 낸다. 한 달 비용이 위치나 시설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필자가 사는 강동 지역은 사무실 사용료가 대략 50만 원 정도쯤 된다. 둘 다 공통점은 한 달 사용료가 고정이다.
그래서 일단 사장과 필자 포함 사용자 2명이 모여 비상 전략회의를 했다. 2명만 더 들어오면 수익분기점은 맞출 수 있으니 광고 및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기로 했다. 인터넷에 올려놓은 광고는 있으나 2년 전 것이라 업데이팅이 필요하다고 봤다. 2년 전에 올린 광고라면 그 사이에 문을 닫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문의가 와도 막상 사무실에 와 보고는 엘리베이터도 없고 건물도 허름하니 환경이 열악하다며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래층에 ‘월 11만 원에 사무실 공유’라는 내용으로 광고지를 붙이기로 했다. 그러면 일단 위치와 가격을 보고 수요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최소 2명만 더 확보하면 되는 상황인데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2명이 더 오면 사장 포함 총 5명이니 현상 유지는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사장은 집도 멀고 셰어 오피스를 일종의 창고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라 계속 유지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일종의 협동조합처럼 이용자들끼리 월 유지비 50만 원을 1/N 하기로 했다. 현재 사용료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사장이 빠져나가도 4명이면 한 명분인 11만 원 정도는 나누어 더 부담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3명으로 줄어들 경우는 1/N 부담이 더 커지고 곧바로 문을 닫아야 할 위기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정도는 필자가 부담하기로 했다.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그 전에 수요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도 들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 관리비 10만 원 조건이라면 필자가 부담할 만하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보다 더 큰 지출을 해가며 사무실을 유지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글 쓰는 용도 정도로만 사무실을 쓴다. 물론 집에서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집에서 하는 것과 사무실에 나와 글을 쓰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집에 있으면 TV나 보게 되고 잠을 자는 등 생활의 리듬이 늘어진다. 그러나 사무실이 있으면 일단 집을 나와 일할 수 있다. 주택보다 싸게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히터를 마음껏 쓸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2018년 개띠의 해가 열렸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구는 돌고 역사는 기록될 것이고 개개인의 삶은 흘러갈 것이다. 올 새해맞이는 따뜻한 휴양지 코타키나발루에서 ‘지치지 않는’ 여행을 하면서 쉬는 것. 낮에는 바닷가에 나가 물놀이를 하고 배가 고프면 슬렁슬렁 시장통에 나가 애플망고를 실컷 먹고 저녁에는 밤하늘을 보면서 수영을 즐기는 일. 한 해의 초문을 여는 방법으로 이보다 행복한 여정은 없다.
툰구 압둘 라만 해양공원에서 놀고 액티비티 투어도 하고
코타키나발루는 사바 주의 주도(州都)다. 사바 주는 우리 귀에 아주 익숙한 보르네오 섬의 북쪽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여행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 낮에는 툰구 압둘 라만(Tunku Abdul Rahman) 해양공원의 5개 섬을 골라 다니면서 놀면 된다. 가야(Gaya), 마누칸(Manukan), 사피(Sapi), 술룩(Sulug), 마무틱(Mamutik) 섬이다. 툰구 압둘 라만 해양공원의 이름은 말레이시아 초대 총리인 툰쿠 압둘 라만(1903~1990)의 이름에서 따왔다. 물빛이 아주 맑은 수트라 항구(Sutera Harbour)에서 배를 타고 빠르게 달려 5분도 안 돼 마무틱 섬에 이른다. 5개 섬 중에서 규모가 가장 작고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어 일명 ‘산호섬’으로 불린다. 섬에서 노는 게 지겨운 날에는 시내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키나발루 국립공원(Kinabalu National Park)으로 가서 트레킹을 하면 된다. 골프를 하고 싶다면 탄중아루(Tanjung Aru) 리조트 내의 골프 코스를 찾으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제셀턴 포인트(Jesselton Point)에서 배를 타고 반딧불 투어, 밀림 투어 등을 해도 좋다. 제셀턴 포인트는 주변 섬으로 갈 수 있는 페리 탑승장이다. 이 도시와 인근 섬들을 연결하는 여객선이 드나든다. 수많은 현지 여행사가 있어 각종 투어와 액티비티 투어 등을 예약할 수 있다. 참고로 제셀턴은 과거 영국의 식민통치 시대에 말레이시아의 물자를 실어 나르던 항구로 1945년 오스트레일리아 군인이 내려 거주하던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끝 무렵 일본군으로부터 코타키나발루(당시 이름 제셀턴)를 탈환하기 위해 진입한 오스트레일리아 군이 야영했던 곳이라서 붙여진 지명. 기념 동판 하나만이 남아 그날을 일러준다.
필리핀 마켓 야시장에서 애플망고 실컷 사 먹기
코타키나발루 여행의 백미는 야시장 구경이다. 이 도시로 이주한 필리피노들이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하나둘씩 내다 팔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시장. 오후 4시경 문을 여는 노천 야시장엔 활력이 넘친다. 상인들 거의가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도 어렵지 않다.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에 ‘히잡’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시장에는 망고가 지천이다. 한국에서는 비싸서 사 먹을 엄두를 낼 수 없는 애플망고를 보고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새우튀김도 사고 닭 날개(사테, Satay)도 사 먹는다. 한국인이 많이 오는지, 구운 닭 날개 소스에 대해 능숙하게 말한다. ‘매운 맛’이나 ‘맛있어요’라는 말은 아주 잘한다. 바나나튀김도 맛있고 작은 팬케이크는 보는 재미가 있다. 또 첸돌(Chendol)도 재미있다. 간 얼음 위에 꼬물꼬물한 연두색 첸돌과 코코넛밀크, 흑설탕을 넣어 만든 빙수다. 이와 비슷한 아이스카장(Ice Kajang)도 있다. 잘게 간 얼음 위에 야탑 열매와 옥수수, 팥, 젤리 등과 여러 가지 시럽을 넣은 빙수다. 시장 구경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질 시간. 시장통을 비껴 워터 프런트 쪽으로 걸어가면 바다 너머로 해가 진다. 지는 해의 열기는 생각보다 뜨겁다. 숙소로 피신하는 게 답. 달빛과 별을 보며 수영하면서 맛있는 애플망고와 새우튀김을 안주 삼아 지역 맥주 한잔 곁들이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행자가 된다.
전통 부족민 볼 수 있는 ‘카다잔-두슨 원주민 민속촌’
사바 지역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어 전통가옥을 재현해놓은 사바 카다잔-두슨 문화협회(Kadazans-Dusuns Cultural Association Sabah)를 찾는다. 사바 주의 용맹한 ‘카다잔’ 원주민 전사와 몬소피아드 사냥꾼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민속촌이다. 카다잔족, 두슨족, 룬구스족, 바자우족, 무루트족(Murut) 등은 이 나라 대표적인 전통 부족들. 카다잔족과 두슨족은 사바 주에서 가장 큰 민족 집단으로 전체 인구의 30%나 된다. ‘키나발루’라는 이름도 카다잔족의 언어로 ‘죽은 자들의 안식처’를 뜻하는 ‘이키나발루’에서 유래되었다.
두 부족은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했다. 다른 점이라면 카다잔족은 분지에서 쌀농사를 짓고 두슨족은 구릉성 산지에서 산다는 것. 카다잔-두슨 민속촌에 이들이 살던 집과 풍습 등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 마련되어 있다. 또 매년 5월 30~31일에는 추수 축제가 열린다. 벼를 수확한 후 한 달 정도 풍성한 축제가 벌어질 때 훨씬 볼 만하다.
도시 전망은 시그널 힐에서, 낙조 감상은 탄중아루에서
시그널 힐(Signal Hill) 전망대도 오른다. 걸어서 가기에는 가파른 길이다. 낙조를 감상하기 제일 좋은 곳이지만 낮에는 도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의 역할을 한다. 전망대에서는 코타키나발루 시내 전경과 페낭 해변을 둘러볼 수 있다. 근처 시계탑은 랜드마크로 원래 등대 역할을 담당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연합군의 융단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유일하게 피해를 입지 않은 건축물이다.
마침 일요일이라서 근처의 선데이 마켓으로 간다. 잘란 가야(Jalan Gaya)에서 열리는 선데이 마켓은 300개 이상의 노점이 생활용품, 식재료, 약초, 의류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한다. 원래는 현지인들을 위한 작은 로컬 마켓이었지만,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판매 품목도 다양해졌다. 필리핀 마켓과 달리 수제품이나 공산품이 많다. 보기 드문 제비집도 있다. 마켓은 생각보다 일찍 파장한다. 다시 가장 번화한 원보르네오(One Borneo)와 와리산 스퀘어(Warisan Square)로 이동해 마사지를 받고 천천히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낙조를 볼 수 있는 탄중아루로 간다. 탄중아루는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 이 도시의 낙조는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와 함께 세계 3대 해넘이로 꼽힌다. 아쉽게도 바닷가에는 비가 내린다. 낙조를 보지 못하면 어떠리. 맘껏 휴식했으니 이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Travel Data
항공편 인천에서 코타키나발루까지 직항편은 대한항공이 주 2회, 아시아나와 이스타항공이 주 4회 운항하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직항편도 있다. 매주 금요일 출발.
기후 1년 내내 덥고 습한 기후다. 평균 기온은 영상 30℃. 계절에 따른 기후변화가 없어서 여행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나뉘지 않는다. 날씨는 대체로 맑은 편이지만 하루 한 번 열대지방의 소나기인 스콜이 내린다. 코타키나발루의 1월은 우리나라의 한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통풍이 잘되는 얇은 옷 위주로 챙기고, 한 달 평균 일주일 이상 비가 내리기 때문에 우산은 필수다. 고산인 키나발루 산과 쿤다상(Kundasang) 지역은 기온이 서늘한 편이다.
언어 공식 언어는 말레이어다. 하지만 호텔 및 관광지에서는 영어가 널리 사용된다.
통화 정보 자국 통화인 말레이시아 링깃(Ringgit)이 통용된다. 1링깃은 260원대다. 인천 공항에서 환전해서 가면 된다.
사용 전압 200~240V, 50Hz다. 우리나라와 콘센트 모양이 다르니 꼭 어댑터를 준비하자.
음식 정보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 외 볶음밥인 나시고렝(Nasigoreng)이나 국수 등 메뉴가 다양하다. 한국인이 일부러 찾는 집으로는 ‘웰컴씨푸드’가 있다. 주문하면 수족관에 있는 해산물로 즉석요리를 해준다.
숙박 정보 휴양도시라서 고급 호텔, 리조트, 콘도, 레지던스, 아파트 등 묵을 곳이 많다. 골프를 원한다면 리조트를 선택하는 게 좋다. 한 달 정도 머물 예정이면 아파트를 추천한다. 거실 하나에 방 두 개다. 아파트 객실은 에어컨, 평면 TV를 갖추고 있으며, 일부 객실에는 냉장고 등이 완비된 간이 주방도 마련되어 있다. 1일 7만~10만 원 선이다. 수트라 항구 근처의 이마고(Imago) 쇼핑몰·콘도는 장기투숙자가 많이 이용한다. 또 KK 베케이션 아파트먼트 @ 마리나 코트 리조트 콘도미니엄을 비롯해 여럿 있다.
기타 볼거리 북보르네오 증기기차 투어나 새로 지은 시청사, 석호(潟湖, lagoon) 위에 세워진 시티 모스크, 사바 주 모스크(Sabah State Mosque)가 있다. 건물 돔은 온통 황금으로 뒤덮여 있다.
코타키나발루 여행정보 www.mtpb.co.kr
시니어 한 달 여행 포인트 코타키나발루는 관광지를 찾아다니느라 애쓸 필요 없는 곳이다. 많은 곳을 다니기 싫어하는 시니어에게 좋은 여행지다. 대부분의 숙소에는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마사지 숍 등이 갖춰져 있다.
지난 여름 열대야는 대단했다. 에어컨을 밤낮으로 틀고 살아야 했다. 아차! 전력요금하고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를 방마다 틀었더니 선풍기 자체 열에 의해 더운 바람이 나올 정도였다. 가정의 전력요금은 누진제 영향으로 많이 쓰면 쓸수록 단가요금이 높아진다.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줄이고 신재생 발전소로 대체한다고 하지만 이는 곧 전력요금인상을 불러오는 것은 자명하다. 이를 막으려면 가정에서는 절약밖에는 묘수가 없다.
전기절약을 위해 정부당국에서 하는 방법으로 전기요금을 비싸게 하여 소비자가 스스로 알아서 덜 쓰게 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바로 누진제의 기본개념이다. 또한 법으로 강제적으로 못쓰게 하는 것이다. 전기가 한참 부족할 때에는 네온사인을 못 켜게 하고 냉방기를 28도 이상이여야 가동하도록 하고 최근에는 에어컨 켜는 상점은 출입문을 열어둔 채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제도를 통해 단속하는 방법이다.
다음으로 민간차원에서 똑같은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전력사용량은 적은 고효율기기를 제조업체에서 만들어 내는 방법이 있다. 예전의 냉장고나 에어컨에 비하면 신형 가전제품은 확실히 소비전력이 적다. 오래된 가전제품이 있다면 고효율 가전제품으로 교체를 고려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에서 권장하는 태양광 발전이나 지하수를 이용하는 지열발전이 있는데 초기비용이 많이 들고 건물의 구조나 면적에 따라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가정집의 전기절약을 위한 방법으로 귀에 익을 것들을 상기해보면 한집 한등 끄기 운동도 있었고,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대기전력을 없애기 위해 플러그를 뽑으라고 했다. 또 세탁할 때는 세탁물을 모아서 한번 에 하자는 운동도 있었고 필요한 TV방송만 보고 시계대용으로 텔레비전을 커놓지 말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절약 효과는 별로였다고 본다. 마른수건을 또 짜는 분위 조성에는 성공했어도 대다수 서민들은 그렇게 절약하고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절약하기가 어려웠다.
우리 집은 무더위로 에어컨을 많이 사용했는데도 작년과 비슷하게 전기 요금을 냈는데 크게 두 가지 방법이 효과를 봤다. 첫째는 냉장고, 김치냉장고, 텔레비전, 컴퓨터 등 전력사용기기를 청소했다 특히 열이 나는 발열부분에 먼지를 말끔히 닦아내서 효율을 올렸다. 모든 전기제품의 수명과 효율은 발열이 좌우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열을 내리는 방법은 주위 공기에 의해 자연히 식도록 하는 자연 순환방식과 강제로 휀을 돌려 바람을 보내는 강제송풍방식이 있다. 다음으로 물로 식히는 수냉식과 기름으로 식히는 유입식이 있는데 휀으로 공기를 순환시켜 식히는 방법이 대부분이다. 가전제품의 냉각계통을 잘 알아서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야 한다.
두 번째 전구를 전부 LED 등으로 교체했다. LED자체의 가격은 비싸지 않는데 조명기구 값이 비싸다, 내가 잘 아는 LED부품 취급업소에 우리 집 등 기구를 몽땅 뜯어가서 외부 조명기구(CASE)는 그대로 살려서 사용하여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식탁 위 전구형 LED등만 시장에서 6천원 주고 100W밝기와 맞먹는 12W LED 등을 샀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LED등이 값이 많이 내렸다. 이런 노력으로 월 50KW는 절약한 것 같다. 절약이란 사용해야 하는 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허비 되고 있는 곳을 찾아서 효율적으로 개선하면 적어도 10%는 절약할 수 있다.
필자는 유달리 더위를 타는 사람이다. 몸속에도 열이 많은지 한겨울에도 냉동실 얼음 칸에 얼음을 가득 채워야 마음이 놓일 정도다. 마시는 물도 미지근한 물이 몸에 좋다는데 필자는 꼭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마시니 주변에서 걱정해주기도 한다. 체온이 1도 오르고 내리는 데 따라 몸에 적신호가 켜지기도 한다는데 그렇게 차가운 물을 마셔대냐고 충고를 하는 것이다. 그래도 필자는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마신다. 또 조금만 기온이 올라가면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필자만 허덕거리고 부채질을 해댄다. 그래서 “너 갱년긴가보다” 하는 말도 듣는데 갱년기가 아니라 이제는 노년기에 접어든 나이이니 그 증상은 아닐 듯하다.
어떤 분은 필자가 부럽다고 한다. 젊으니까 더운 거라며 본인은 항상 추워서 고민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 입장에서 더위는 웬수다. 남보다 더위를 많이 타서 안 좋은 점은 여러 가지다. 단체로 여행을 갈 때 대부분의 여자들은 따뜻한 환경을 선호한다. 추운 겨울에야 뜨끈한 방이 좋지만 봄가을에도 다들 따뜻한 잠자리를 선호한다. 필자는 마룻바닥 베란다 쪽에 바싹 붙어서 잔 적도 있다. 도무지 후끈한 실내 공기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에어컨 좀 켜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들 따뜻한 게 좋다는데 필자 혼자 덥다고 그러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그저 부채질을 해대며 참는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모임에서 강화도 탐방 나들이가 있었다. 전철 5호선 송정역에서 내려 3000번 버스를 타고 1시간 20분쯤 가면 강화도에 도착한다고 했다. 12시에 송정역에 모여 강화도로 가서 서너 시간 유적지를 걸어서 둘러본다는데 땡볕이 내리쬐는 날씨를 필자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5시에 있는 식사시간에 맞춰 참석하기로 했다.
혼자 3시간여를 전철과 버스를 타고 가니 어디 먼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설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송정역에서 갈아탄 3000번 버스는 요금이 2400원이었다. 뒤편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제 버스에서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버스 안이 너무 더웠다. 옆자리의 아주머니도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좌석 위쪽에 있는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필자만 더운 건 아니었나보다. 날씨가 이렇게 무더운 날 승차비를 2400원이나 받는 버스가 이렇게 더워도 되는 건지 급기야 화가 나기 시작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기사분에게 에어컨 좀 세게 틀어달라고 말할까 말까 고민만 했다. 속 시원하게 부탁하면 좋으련만 그러지도 못 하는 성격에 큰 소리도 못 내고 덥다고 혼잣말을 하며 30여 분간 분을 참고만 있었다.
요즘은 자가용 줄이기 목적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보편화됐다. 자가용을 타는 것보다 전철이나 버스가 냉난방이 아주 잘 되어 있어 많이들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버스는 관광지로 가는 차인데도 불구하고 승객을 더위에 지치게 했다. 분통이 터졌다. 목적지에 도착려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승객들은 부채질을 해대면서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있으니 이상하기도 했다.
드디어 필자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님께 가서 좌석이 너무 더우니 에어컨 좀 켜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기사분이 “켰는데요?” 했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만지니 쉭 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한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역시 말하길 잘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부글부글 끓을 필요 없이 진즉에 좋은 말로 부탁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다.
필자에게 찜통더위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다. 많은 승객 앞을 지나 앞자리의 운전석까지 부탁하러 가는 일이 부끄러워 망설였지만 역시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용기 내어 한마디하고 시원하게 목적지까지 잘 다녀왔다.
첨단시대를 사는 사람들. 열쇠가 없어도 집에 들어간다. 더우면 에어컨을, 추우면 보일러를 켠다. 어른이고 어린이고 눈은 늘 스마트폰 세상. 쉽고 편리한 현대의 삶은 작은 불편함도 허락하지 않는 듯 돌아간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도시의 간편함을 버리고 살 수 있을까? 자연 힐링 다큐멘터리의 간판 프로그램, MBN 두승택 피디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자연과 벗하며 흙 밟고, 바닷바람 맞으며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은 지도 벌써 6년째라니 할 말 꽤나 있지 않을까.
자연 다큐가 인기 있다? 도시인은 답답하다
종편 채널 개국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이 방송사별로 선을 보였다. 시청률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무한 반복하는 와중에도 는 살아남아 남녀노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의 시작은 가벼웠으나 이렇게 창대할지는 상상 못했다고 했다.
“조금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삶의 다양성,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 꼭 도시에서 현대적으로 사는 게 다가 아니란 것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힐링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졌어요. 그리고 산에 들어가 살고 싶은 이들을 생각해 프로그램의 형태가 흘러갔습니다.”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게 좋으면서도 세상살이가 어려워졌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두 피디. 탈출구가 필요했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은 것이고 위안을 주는 프로그램이 된 것 같단다.
진정성을 담다
자연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은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아예 대놓고 와 헷갈리는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종편 채널 프로그램 중 도전자도 많고 경쟁자도 많은 프로그램이 바로 이다. 두 피디에게 만의 매력을 물어보니 진정성이란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요. TV에 나오는 장소와 시청자가 있는 공간이 다르지만 서로 맞닿는 공감을 얻은 것 같아요. 그리고 자연에 살고 싶은 시청자의 바람 같은 것도 작용을 했죠. 약간의 충족? 대리만족 같은 거요.”
시청자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잡은 이유 중 하나가 막내 작가들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6년째 이어오는 프로그램이기에 아이템을 찾기 위한 막내들의 고충이 안쓰러울 따름이다. 전국 이장님 연락망은 물론이고 각자의 노력으로 매주 아이템을 얻는 데 도가 텄다. 그 덕에 소위 ‘레전드(전설)’라고 불리는 출연자를 방송으로 소환할 수 있었다.
두 피디는 아무래도 첫 회 출연자인 김용호 할아버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옷을 벗고 사는 말 그대로 자연인이었다. 1회 차 방영 당시 생선 대가리 음식을 비롯해 충격적인 영상으로 시청자의 리모컨을 쓸모없게 만들었다.
대망의 첫 회, 벌거벗은 진짜 자연인을 만나다
“다 벗고 산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설마 했죠. 그런데 진짜더라고요. 제가 앞장서서 가고 뒤에서 여자 작가가 ‘안녕하세요!’ 하고 소리 지르니까 그때서야 뭘 좀 입고 나오셨어요.”
전화도 안 되던 김용호씨는 동네 사람 소개로 알게 됐고 세 번 찾아간 끝에 만나 촬영 승낙을 얻어냈다.
“본 촬영을 하려고 우리 팀이 갈 때도 언제쯤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데도 산 아래 계곡에 내려와서 목욕을 하고 계셨어요. 진행자인 개그맨 이승윤씨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진짜 많이 당황하더라고요.”
카메라 감독들도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눈치였다. 정작 당사자는 남들 시선 신경 안 쓰고 태연하게 벗고 다녔다. 게다가 팀원들에게도 벗으라고 권했다고. 설득 끝에 진행자만 상의를 벗는 조건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두 피디는 김용호씨가 인상에 남는 이유가 꼭 독특한 삶의 방식만이 아니라고 했다.
“촬영을 1박 2일 하는데 처음에는 촬영팀을 많이 경계하셨어요. 그런데 마음을 여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습니다. 산에 오래 살아서 외로운 것도 있었겠지만 정말 순수하셨어요.”
말벌을 쫓는 자연인에게 순수를 느끼다
두 피디가 꼽은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출연자는 ‘벌 아저씨’라고 불리는 허명구씨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도 ‘나는 자연인이다’를 검색하면 웃기게 편집된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영상을 보면 진행자와 얘기하다가 갑자기 뛰어가서 말벌을 잡으세요. 양봉을 하는 분이셨는데 말벌이 엄청난 적이거든요. 말벌 한두 마리가 벌통 하나를 다 죽이거든요. 그분 입장에서는 필사적이어야만 했던 상황이죠. 보통 사람들은 우리가 촬영하고 있으면 급한 일이 있더라도 협조를 하는데 그분은 촬영이고 뭐고 본인 일이 중요했던 거고 그만큼 순수하신 분이셨죠.”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후배 피디가 방송 못 나갈 거 같다며 울상이었다. 허명구씨가 말하는 것도 조금 어눌했고 찍어온 영상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촬영해온 영상을 봤는데 매력이 많더라고요. 시청자들 반응도 물론 좋았고요.”
텐트에서 생활하는 말벌 아저씨가 진행자인 윤택씨랑 누워서 잠들기 전에 “누우면 행복하다”면서 “행복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어보는 장면에서는 울컥했다고 한다.
산으로 도망간 인생 패배자들이 아닙니다
두 피디가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에게 를 만든다고 하면 “그거 인생 실패하고 산에 들어가 사는 패배자들 보여주는 프로그램 아니야?” 하고 묻는다고 한다. 그러면 두 피디는 “산에서 살아내는 걸 성공하신 분이라면 도시에서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할 분들”이라고 말한다고. 아무나 산에서 못 산다는 얘기다.
“산에서 살다가 내려가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겁니다. 자연에서 촬영을 하다가 무리들이랑 조금만 멀어져도 밀려오는 오싹함이 장난 아니에요. 전깃불도 없이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을 이겨낸 사람들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두 피디는 독자와 시청자께 꼭 하고 말이 있다고 했다.
“출연자가 궁금하셔도 찾아가지 않았으면 해요. 프로그램 초반 출연자 한 분의 정보가 알려진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그분이 사는 곳에 시청자들이 찾아가고 좀 힘들게 하셨더라고요. 결국 그 분은 살던 자리를 나오셔야만 했어요. 20회 쯤 넘어서는 출연자가 나오는 지역 정보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 길게 알아보고 투자를 해서 자리를 잡으신 건데 방송 출연으로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폭염이 등에 달라붙는다.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습도도 높다. 더위는 홍 선생의 숨을 아예 막아버릴 기세다. 홍 선생은 전기세 고지서를 들여다보다 한숨을 지으며 집을 나선다. 선풍기로는 해결되지 않을 한여름 폭염. 에어컨을 틀 여건은 되지 않으니 찬바람 이는 곳을 찾아야 한다. 안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집에서 한참 떨어진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가 다짜고짜 소파에 앉는다. 은행 도우미가 다가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어물어물 눈치보고 있으려니 조금 식어가던 얼굴이 다시 화끈거린다. 계속 앉아 있을 자신도 용기도 없다. 불현듯 은행을 나온 홍 선생은 한참을 걸어 전철을 탔다. 4호선 오이도행이었다. 전철 무료승차권을 손에 쥔 초로의 홍 선생은 대한민국에서 노인으로 인정해주는 만 65세다. 전철은 돈을 내지 않고도 아무 때나 탈 수 있다. 시원하다. 목덜미에 돋았던 땀과 함께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유일하게 나이 먹은 것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 때가 바로 전철을 공짜로 이용할 때다. 지하철공사 사장은 노인의 무료승차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강변하지만 그럴수록 공짜 탑승은 달달하다. 전철 안에는 역시 노인들로 가득하다. 모두 더위를 피해 나온 것은 아니겠지만 유난히 노인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공짜 에어컨을 즐기러 온 노인이 꽤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홀 선생은 노약자석을 피해 섰다. 마치 누가 더 나이가 많은지 ‘민증을 까보자’는 듯 서릿발 같은 눈빛으로 서 있는 노인들을 보면 그곳에 서 있을 자신이 없다. 한참을 지나도 자리는 나지 않는다. 요즘은 젊은이들도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노인이 흔해 빠져 누가 노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일까. 마침 휴대폰은 젊은이들에게 좋은 핑곗거리를 제공한다. 머리를 푹 숙이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조는 척할 필요도, 옆에 있는 노인에게 신경 쓸 필요도 전혀 없다. 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일어선다. 홍 선생은 최대한 천천히 점잖은 모습으로 65세의 대한민국 노인답게 빈자리를 향해 걸었다. 아뿔사 그런데 옆에 서 있던 다른 젊은이가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앉아버린다. 그러고는 곧장 휴대폰 몰입 모드로 바뀐다.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헛웃음이 실성한 사람처럼 새 나왔다. 하긴 경쟁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남 눈치 보지 않는 방법밖엔 없을 터. 이를테면 자리가 났을 때는 엉덩이를 먼저 들이 민다든지 가방을 집어던져 자리를 우선 차지하고 본다든지 하는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말이다. 그러니 자리가 나면 체통이고 염치고 벗어던지고 그야말로 번개처럼 행동에 나서야 한다. 아, 이게 무슨 꼴인가. 평생을 끝없는 경쟁 속에서 살았는데 이제는 전철에서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하다니 홍 선생은 목젖까지 올라오는 허탈감을 떨치기 어렵다.
홍 선생은 아예 출입문 근처로 자리를 옮긴다. 노인이 왜 노인석으로 가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부담을 주느냐는 비난의 눈빛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정역쯤 당도하니 자리가 나 겨우 아픈 허리를 추스를 수 있게 됐다. 들고 온 신문을 펼쳐 편안한 자세로 읽는다. S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 눈에 띈다. 노인들의 전철 피서에 대해 교수는 “주위에선 65세가 젊다고 하지만 에어컨 사용료마저 부담될 정도로 경제활동을 못하고 있는 노인들의 빈곤을 드러내는 씁쓸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홍 선생은 빈곤한 노인을 되뇌다 깜빡 잠이 들었다.
그가 잠에서 깬 것은 승객과 잡상인의 말다툼 때문이었다. 복대를 파는 상인의 목소리가 시끄럽다며 중절모를 쓴 한 노인이 비난을 했고 상인이 대꾸를 하면서 말싸움이 촉발됐다. 싸움은 상인을 비난하는 중절모를 쓴 노인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오히려 그 노인의 거침없는 목소리가 더 시끄럽고 피곤했다. 홍 선생은 중절모를 쓴 노인에게 “그만큼 했으면 그만 좀 하시지요”라고 말했다. 자기편이 있다는 생각을 한 상인의 의기소침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싸움은 끝이 났고 홍 선생은 다시 깜박 잠이 들고 오이도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눈을 뜬다. 무릎 위에 낯익은 복대가 하나가 놓여 있다. 잡상인이 놓고 간 것이다. 실수로 빠뜨렸을 리는 없다. 잠깐이나마 자기편을 들어준 홍 선생에게 감사 표시를 한 모양이다. 홍 선생은 복대를 들고 서울행 전철을 갈아탔다. 횡재수가 있는 날인가보다. 전철에서 공짜 피서하고 선물로 복대까지 얻었으니 말이다. 이쯤 되면 더위도 한풀 꺾이지 않겠는가. 홍 선생의 입가에서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한때 홍콩 감독 허안화(1947년~)에 관한 국내 평가는 “여러 장르를 아우르며 실망과 환희를 동시에 안겨주는, 높낮이가 심한 연출자”였다. 그러나 필자는 (1997)과 같은 범작에서도 실망한 적이 없다. 서극, 담가명 등과 함께 1980년대 홍콩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허안화는 진중한 사회파 드라마에서부터 액션, 시대극, 멜로를 아우르며 홍콩과 홍콩인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저력을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모녀의 20년 세월을 그린 (1990), 치매 노인을 둔 가정 이야기를 맏며느리 중심으로 그린 (1995), 매염방의 연기로 영원히 기억될 (2002)만으로도 그가 영화계에 남긴 선물과 성취는 이미 넘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류라는 수식어를 자랑스럽게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 명인 허안화가 마지막 연출작으로 생각했던 (2011)는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얻었다. 이로 인해 허안화의 은퇴 심경을 번복하게 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처음 소개된 는 제6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제48회 금마장영화제 감독상 등을 받았고 2012년 제84회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부문 홍콩 영화로 선정되었다.
는 단 한 명의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 그래서 절정도 극적 엔딩도 없는 담백한 영화다. 그렇다고 지지부진하고 무의미한 일상 묘사에만 머무는 심심하고 지루한, 소위 예술 영화인 체하는 작품도 아니다. , , 과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의 삶과 인간관계를 깊이 사색할 수 있는, 그러나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수채화 같은 영화다. 겸손하고 진지한 현실 응시와 표현력이 영화의 미덕임을 확인케 하는 작품인 것이다. 이런 영화를 계속 내놓는 허안화의 뚝심과 이 같은 소재에 제작비를 대는 홍콩 영화계의 인프라가 존경스럽고 부럽다.
는 홍콩의 최고 스타 류더화(유덕화)가 제작을 자처하고 시나리오에 감동받아 주연까지 요청한 작품이다. 홍콩 누아르의 청춘 아이콘에서 진지한 소품에 돈을 대는 제작자로 성숙한 류더화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주윤발, 양조위, 여명, 양가휘 등 홍콩 남성 스타들은 어쩐 일인지 도무지 나이를 먹지 않는데, 특히 1961년생인 류더화는 대학생 역할을 맡아도 빠져들 만큼 늙은 티가 나지 않는다. 에어컨 수리기사로 오인받을 정도로 허름한 잠바와 배낭 차림으로 나오는 에서도, 노총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 (2012)에서는 조연으로 잠깐 출연하는 등 역할의 크고 작음을 문제 삼지 않는 류더화 같은 스타 제작자가 있어 홍콩 영화계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는 시리즈와 등을 제작한 홍콩의 유명 영화 프로듀서 로저 리의 개인사를 바탕으로 했으며, 로저 리가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혈연으로 맺어진 식구만을 가족으로 여기는 편협한 사고가 고령화 사회의 걸림돌이 될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어머니를 비롯한 온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간 후 혼자 홍콩에 남은 영화 프로듀서 로저 리 (류더화 분)는 잦은 중국 출장 등으로 바쁘게 산다. 그런 그를 돌보는 것은 60여 년 전부터 그의 집에서 일해온 늙은 가정부 타오지에(예더셴 분)뿐. 어느 날 뇌졸중으로 쓰러진 타오지에는 로저의 짐이 될 수 없다며 요양원을 고집한다. 자기 집안 식구를 4대나 모셨으며 자신을 키워주기도 했던 타오지에를 보러 이따금 요양원을 찾는 로저와 양아들 노릇을 해주는 그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끼는 타오지에와의 이심전심. 그리고 두 사람 눈에 비친 요양원 노인들의 일상.
출장에서 돌아와도 이렇다 할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타오지에가 자신의 식성에 맞춰 요리해주는 각종 해산물 요리와 우설 찜을 먹기만 하는 로저. 그는 먼지 하나 없이 집 안을 쓸고 닦는 타오지에를 늘 제자리에 있는 가스레인지 혹은 청소기 같은 존재로 여기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는 그의 무심한 성격에서 기인했던 것일 뿐, 타오지에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후 로저는 따뜻한 본심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관절을 못 쓰게 된 나이에 이르기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로저의 가족을 돌봐온 타오지에에겐 로저 가족과의 관계가 전부다. 노인병원에서 잠시 외출 나온 타오지에는 그동안 보관해온 소중한 물건들을 로저에게 보여준다. 그녀가 평생 간직해온 것은 로저와 함께 찍은 옛날 흑백 사진, 로저가 아기 때 입었던 옷과 장난감, 그리고 자신의 첫 월급봉투 등이었다.
자신과 함께 시부모를 봉양해준 타오지에를 병문안하러 온 로저의 어머니는 로저와 단둘이 지내게 되었을 때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무조건 베풀기만 했던 타오지에의 행동과는 대조되는 행위였다. 즉 로저에게 타오지에라는 존재는 어머니보다 더 가까운, 자신을 속속들이 알고 이해해주는 또 다른 어머니였던 것이다. 이는 로저가 누이에게 하는 말에서도 확인된다. “내가 아플 때 타오지에가 나를 돌봐줘 살아났는데, 이제 내가 그녀를 돌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누이는 오빠에게 “어린 시절 유독 오빠만 챙겼던 타오지에가 서운했어. 그러나 나도 타오지에가 키워줬으니 장례식 비용만큼은 내가 부담하게 해줘”라고 말한다.
이처럼 로저의 가족은 타오지에의 헌신에 깊이 감사해하며 그녀의 노후를 책임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특히 로저는 타오지에가 퇴원해서 살 집은 물론 요양병원 비용까지 알아서 준비한다. 형제의 결혼식 피로연에 타오지에를 데려가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다거나, 자신이 제작한 영화 발표회장에 타오지에를 초청해 그녀에게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모자지간이나 다름없는 로저와 타오지에의 관계 못지않게 이 영화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장면은 두 사람 눈에 비친 요양병원 노인들과 직원들의 일상이다. 정초 연휴 때도 병원에 남아 있는 노처녀 최 간호사(진해로 분). 아들에게 전 재산을 준 뒤 버림받았음에도 아들만 기다리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화를 내면서도 모시러 오는 딸. 깊은 병에 걸린 딸과 그 딸을 보러 오는 어머니는 병원비 걱정 끝에 말없이 사라진다. 타오지에에게 돈을 빌리곤 하는 노인의 에피소드도 가슴 뭉클하다. 빌린 돈으로 젊은 여자를 사러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로저가 돈 빌려주지 말라고 하자 타오지에는 이렇게 말한다.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좋지.”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삽화처럼 간간이 등장할 뿐이지만, 관객들이 그들의 전 인생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남긴다. 류더화와 예더센을 제외한 요양원 노인들은 비전문 연기자들이며, 요양병원 묘사는 거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여기에 유머와 페이소스가 곁들여진 소소하면서도 세심한 묘사가 더해진다.
커튼으로 가림막을 한 조그만 방들이 다닥다닥한 한 서민요양병원 스케치는 에서 여주인공 손 여사의 이모와 이모부의 요양원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는 의 자매편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소재와 묘사의 연관이 많아 보이며, 절제된 카메라워크와 단정한 화면구성 또한 그러하다.
1961년생인 류더화와 1947년생인 예더센은 (1985)에서 모자 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이래 여러 차례 모자지간으로 출연한 바 있어, 에서의 호흡이 자연스러웠고 각종 연기상으로 그 보답을 받았다. 1992년 공리가 로 여우주연상을 탄 이래, 예더한은 19년 만에 중국어권 여배우로 두 번째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유명 감독과 배우의 우정 출연도 이야깃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 로저가 중국 출장에서 영화 일정을 의논하고 함께 술을 마시는 영화인들로는 , 시리즈의 서극 감독, , 등의 제작자 시남생, , 등으로 유명한 감독이자 배우인 홍금보인데 이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출연했다.
여름은 매우 더운 계절이다. 우리나라는 장마 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때문에 습도 또한 높아서 무덥다. 습열이 무성해 불쾌지수도 올라가고 곰팡이도 피기 쉬우며 썩기 쉽다. 젊은 사람들은 괜찮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일사병으로 돌아가시기도 한다.
여름을 잘 난다는 것은 습과 열에 잘 버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 여름은 콩팥[水]이 약해져서 심장[火]을 제어하기 힘든 계절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건강이란 水火의 균형이 중요한데, 여름에는 火가 극성하고 水가 약해지기 때문에 균형이 깨지기 쉽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름은 피부, 얼굴 등 겉은 뜨거워지지만, 위장 등 속은 차가워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에서는 사계절 중 여름철 건강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밖으로는 땀을 과도하게 흘려 탈진하거나 더위 먹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안으로는 위장이 차갑기 때문에 차가운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에 얼음물과 차가운 채소, 과일을 많이 먹으면 가을철에 추웠다 더웠다 하거나 대변이 나빠진다. 에어컨 때문에 냉방병에도 쉽게 걸리는데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며 발열, 오한,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인다. 그러므로 중간중간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 여름은 콩팥이 가장 약한 때이므로, 과도한 성생활과 음주는 콩팥에 치명적이다. 무더울 때 찬물로 세수하면 눈이 나빠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더운 곳에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찬물로 양치하되 삼키지는 말아야 한다.
여름에는 폐와 콩팥 그중에서도 폐의 역할이 중요하다. 폐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곳이며, 실제 역할은 이보다 훨씬 중요하다. 오장 중에서 가장 위쪽에 위치하는 폐는 위로 올라오는 열을 식혀 아래로 내려 보내는 공랭식 기관이다. 오장 중에서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는 콩팥은 내려온 열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수랭식 기관이다. 폐가 약해지면 위로 올라오는 열을 식히지 못해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나며, 혈압이 올라가고, 뒷골이 땅긴다. 열이 뇌로 가면 일사병에 걸릴 수도 있다.
음식을 먹은 뒤 몸을 움직이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찌꺼기가 바로 습이다. 과로하면 몸이 무겁고, 과식이나 과음을 해도 몸이 무겁다.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몸이 뭉치고 무거워지고, 성생활이 지나쳐도 몸이 붓는다. 이런 것들이 모두 내부의 습이다. 비 오는 날이나 안개 낀 산을 오를 때도 몸이 무거워지고 쉽게 지치는데, 이는 외부의 습이다. 장마와 한여름의 무더위도 외부의 습이다. 더위를 먹었다는 것은 이러한 습에 몸이 상한 것이다.
폐는 우리 몸에서 이러한 습을 제거해준다. 그래서 폐가 강한 사람은 쉽게 지치지 않고 스트레스에도 잘 버티며 여름을 잘 나고 정력도 강하다. 나이 드신 분들은 특히 폐를 강하게 해줘야 한다. 몸 안팎의 습을 제거하는 것이 여름을 잘 나게 하는 비결이다.
높은 산을 오르면 습기가 없는 쾌청한 공기 속에서 심호흡을 할 수 있다. 폐가 알아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쉰다. 이렇게 깊은 숨을 내쉬면 몸속 습이 잘 제거돼 몸이 가벼워진다. 몸의 열도 내리고 머리도 맑아진다. 폐는 이런 환경을 좋아한다. 도가나 불가에서 명상을 할 때 높은 산에서 하는 것은 폐와 관련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이 된다. 건조한 바닷가나 고산에 장수마을이 있는 것도 습과 관련이 있다.
요즘은 여름이 되면 바닷가나 계곡으로 놀러가지만 옛날에는 높은 산으로 피서를 갔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 8경이 있었는데, 제1의 피서지는 개마고원 자락 부전고원이었다. 평균 해발고도가 1400m 이상인 부전고원은 여름에도 온도가 서늘했다. 고산이라 습기가 적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의 열대야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밤에도 습열이 심해 숨이 턱턱 막혔다. 이렇게 폐가 기능을 못하면 호흡이 얕아져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이 무거워진다. 부전고원, 대관령 같은 고원에서는 여름에도 습이 없어 호흡이 깊어지고 폐가 활성화된다.
폐가 건강하면 척추가 바로 서고 폐활량이 좋아진다. 나이 드신 분들은 등이 구부러지기에 여름 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가급적 등허리를 똑바로 펴고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면 좋다.
폐는 건조한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여름에 제습기나 에어컨을 켜는 게 좋을까? 음식에 자연의 맛과 인공의 맛이 있듯이, 공기에도 자연의 공기와 인공의 공기가 있다. 자연의 맛을 먹으면 몸이 가볍고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만, 인공의 맛을 먹으면 몸이 무겁고 소변 나오는 것이 시원찮다. 인공의 공기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공기는 건조해지지만 고산에서처럼 심호흡은 되지 않는다. 폐가 인공의 공기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깊은 숨을 쉴 수가 없다. 따라서 몸속의 습이 제거되지 않는다. 그래서 에어컨 바람을 오래 맞으면 몸과 머리가 무거워지고 소화 장애가 생기고 콧물이 나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습에 관련한 처방으로 냉방병을 치료한다.
보신탕과 삼계탕은 여름에 좋다는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신탕은 개고기다. 한의학에서 개는 멍멍 잘 짖어서 폐가 강한 동물이다. 삼계탕은 닭과 인삼, 황기를 재료로 하는데 닭은 땀을 흘리지 않는 동물이고 인삼, 황기는 폐에 좋은 대표적인 약재다. 이때 인삼, 황기는 껍질째 말린 피인삼, 피황기가 폐를 더 잘 보호해준다. 대표적인 여름철 차로는 오미자차가 있다. 오미자 역시 시큼한 맛으로 폐에 좋은 약재다.
콩류는 습열을 소변으로 빼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여름철 무더위에 아주 좋은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백편두가 여름철에 좋다. 더위를 먹어 땀이 뻘뻘 나고 입맛이 없을 때 좋다. 여름철 식중독도 예방해준다. 기가 허약해 몸이 무거운 사람에게 더 좋다. 여름철에 콩국수를 해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뱀장어는 뱀처럼 강한 탄력성을 가진 물고기다. 이 탄력성으로 남녀의 생식기를 강하게 하고, 습을 몰아내서 몸을 가볍게 한다. 물도 중요하다. 요즘은 정수기 물을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습을 제거하려면 생수를 마셔야 한다. 여름에는 생수 1ℓ에 죽염 4g을 녹인 물을 마시면 기운도 나고 폐도 활성화된다. 보신탕, 삼계탕,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 먹으면 폐를 도와 습을 없애준다. 또 개똥쑥을 달여 마셔도 여름 감기와 여름 나기에 좋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빈 공간으로 방치되었던 옥상이 요즘은 간단한 주류나 음식을 파는 ‘루프톱 바’ 또는 ‘루프톱 카페’로 변신했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경치와 도시의 야경은 루프톱의 인기 비결이다. 올여름, 에어컨 바람이 지긋지긋하다면 루프톱에서 야경과 시원한 자연바람을 벗 삼아 한여름 밤을 지내보는 건 어떨까?
스카이야드(SKYARD)
서울 광진구를 지나다 보면 우뚝 솟아 있는 건물이 눈에 쑥 들어온다. 바로 아차산 위에 자리한 비스타 워커힐 서울(구 W 호텔)이다. 나무와 식물이 공존하는 ‘스카이야드(SKYARD)’는 그 이름처럼 하늘 위의 마당 같은 느낌의 루프톱 바다. 저녁 8시부터 켜지는 조명과 잔잔한 클래식은 선베드, 그네 의자, 테라스 등 각종 휴식시설과 어울리며 이국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한강과 녹색 빛으로 물든 광진교,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롯데월드타워는 루프톱에서 볼 수 있는 야경의 멋을 한층 더해준다. 피로를 풀어줄 풋스파는 덤. 루프톱 이용객은 석양에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무료로 족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스카이야드에서는 음료와 간단한 안주를 판매한다. 얼음통에 담긴 캔맥주와 주스는 여름밤의 무더위를 날려준다. 안주로는 견과류, 치즈스낵, 쿠키가 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스카이야드에서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위치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177 (비스타 워커힐 서울 4층)
버티고 (VVertigo)
여의도 고층빌딩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아름다운 야경과 라이브 밴드 음악에 취해보자. 더운 날씨와 지친 일상에 청량감을 더해줄 시원한 칵테일과 호텔 셰프가 준비한 다양한 그릴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위치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10 (콘래드 서울 9층)
파노라마 라운지 (Panorama Lounge&Bar)
이번엔 숭례문이다. 서울의 정문, 국보 1호인 숭례문은 16층에 위치한 파노라마 라운지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최근 새롭게 준비한 프로모션 ‘썸머 바비큐 패키지’를 통해 최상층 루프톱에서 셰프가 직접 구워주는 바비큐 플래터와 무제한 생맥주를 즐길 수 있다.
위치 서울 중구 세종대로 58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 호텔 16층)
더 그리핀 (The Griffin)
11층에 마련된 루프톱 테라스에선 흥인지문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보이는 서울성곽길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동대문의 멋진 파노라마 뷰를 완성한다. 근사한 야경을 배경으로 코리아컵 우승자인 바텐더가 제공하는 맛있는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279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11층)
호텔 카푸치노 루프톱 바
낮은 주택가에서 높이 솟은 강남의 빌딩이 도심의 밤을 환하게 비춘다. 호텔 카푸치노 루프톱만의 자랑인 20여 종의 가니쉬와 다양한 칵테일. 남산이 바라다보이는 멋진 야경을 안주 삼아 한잔 기울이기 좋다.
위치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155 (호텔 카푸치노 17층)
요즘은 장마가 계속되어 야외 활동이 제약을 받는다. 갑자기 스케줄이 취소되고 나면 막상 할 일이 없다. 아까운 하루를 그대로 보내고 나서 영화라도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메이저 상영관은 볼만한 영화가 없고 서울극장, 대한극장에서 상영하는 ‘옥자’가 눈에 띄었다. 영화 배급사 넷플릭스와 국내 3대 메이저 상영관이 서로 갈등하면서 마이너 상영관으로 밀려난 것이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서울극장을 찾았다. 아주 오래전에 가봤던 영화관이라 여기쯤이겠지 하고 갔는데 종로5가까지 갔다가 다시 종로 3가 서울극장에 겨우 도착했다. 바지와 신발이 다 젖어 꿉꿉했다. 영화관은 에어컨 시설은 잘 되어 있어 서늘한 온도였다. 5층에서 티켓을 사고 다시 지하 1층으로 가서 보게 하는 시스템이었다. 평일 낮 시간이라 관객을 많지 않았으나 시니어들이 입소문을 타고 자리를 채웠다. 원래 티켓 값은 9,000원인데 경로할인을 받으면 4,000원이다. 영화가 시작되었는데도 계속 관객들을 입장시키는가 하면 자리에 앉아서 계속 얘기를 해대는 시니어들 때문에 감상 분위기를 거슬렸다. 청력이 떨어지니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모르는 것이다. 휴대폰 통화소리도 거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봉준호 감독이 만들고 미자 역에 안서현, 할아버지 역에 변희봉 등이 출연했다. 세계적인 화학회사 미란도 그룹은 화학제품이 환경 파괴 제품이라 이미지 변신이 필요했다. 식량문제를 해결한다며 칠레의 한 농장에서 돼지 한 마리를 친환경적으로 품종 개량하여 보통 돼지보다 엄청나게 큰 동물을 만들었다. 전 세계 사육업자에게 보내 10년 동안 키우게 한 후 이를 알려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려는 의도였다.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할아버지와 같이 미자는 옥자를 가족처럼 키우며 평화롭게 산다. 옥자는 온순한 돼지이다. 그러나 몸집이 코끼리만 하다. 어느 날 미란도 그룹은 사람을 보내 옥자를 뉴욕으로 데려 가려 한다. 본격적인 마케팅에 등장시키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옥자가 끌려가는 동안 여러 가지 소동이 난다. 서울시내 상점가를 질주하는가 하면 카 액션도 나온다. 이때 복면을 쓴 무리들이 나타나 미란도 그룹의 추악한 실상과 옥자의 태생의 비밀을 미자에게 알려준다. 동물자유연맹 회원들이다. 작전은 옥자를 뉴욕에 보내되, 옥자의 귀 쪽에 달아놓은 미란도 그룹의 블랙박스를 자기네 블랙박스로 바꿔 미란도 그룹의 실험실의 실체를 공개하자는 것이다.
미란도 그룹은 미자도 뉴욕에 데려와 옥자와의 극적인 상봉 장면을 마케팅에 활용하려 한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동물자유연맹은 미란도 그룹의 추악한 실체를 알리고 난장판이 된다. 옥자도 다른 슈퍼 돼지처럼 도살장에서 도살당하기 직전 미자는 할아버지에게 받은 금 돼지와 바꾸자는 협상에 성공한다. 옥자는 다시 강원도산골 마을에서 평화롭게 산다.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이 2006년도에 만든 ‘괴물’을 연상하게 만든다. 상상의 동물도 그렇고 한강의 다리, 서울의 거리 풍경도 그렇다. ‘괴물’에 나왔던 변희봉씨가 다시 할아버지로 나온다. 영화 ‘킹콩’에서 거대한 오랑우탄을 현대판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뉴욕에 데려 오는 설정과도 비슷하다. ‘킹콩’도 인간과의 따뜻한 교류를 보여줬지만, 이 영화도 미자와 옥자의 교류가 따뜻하다. 특히 이번 옥자라는 상상의 동물을 실감나게 만든 봉준호 감독의 솜씨가 볼만하다. 상상의 동물인데도 질감이 사실적이다. 이런 발전은 상상의 호랑이가 나오는 영화 ‘대호’에서 이미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