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이 되면서 조깅이나 등산 등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야외활동 후 다음 날 아침 발바닥에 찌릿한 통증을 느낄 때가 있다.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최근 1년 동안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족저근막염 환자 수가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딱딱한 신발을 자주 신거나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많이 걸었을 때 발생하기 쉬운 족저근막염.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가을철에 주의해야 할 족저근막염의 증상과 예방법을 알아봤다.
족저근막염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요?
족저근막은 뒤꿈치부터 발바닥 전체를 둘러싼 단단한 섬유막을 말하는데, 평소에 발의 정상 아치를 유지해주고 체중 부하 상태에서 발을 올리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신체활동 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고 발바닥을 보호해주는 중요한 역할 부위가 족저근막입니다. 지지구조인 근막에 무리가 오면서 염증이 생기거나 짧아지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증상을 족저근막염이라고 합니다. 안 하던 운동을 해서 무리를 준다든지 오래 서 있거나 딱딱한 신발이나 하이힐을 신고 오래 걸으면 근막에 무리가 올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하나요? 가을철에 환자가 더 많은 편인가요?
중년 여성에게 가장 많고 여성이 남성보다 많습니다. 중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성호르몬에 변화가 생겨 두꺼웠던 지방층이 얇아지면서 발바닥에 있는 지방층이 쿠션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을철에 특히 환자가 많이 생기는 이유는 족저근막에 무리를 주는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계절이라서 그럽니다. 특히 등산을 할 때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많아 근막이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가벼운 러닝이나 파워워킹도 체중의 80%에 달하는 하중이 발에 가해지기 때문에 발바닥에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골프를 할 때도 적게는 4km에서 많게는 10km까지 걷게 되는데 이 경우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부분 파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족저근막염의 대표적 증상은 무엇인가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껴지는 통증입니다. 특히 야외활동을 한 다음 날 아침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발꿈치 안쪽으로 찌릿한 통증이 발생합니다. 근막염 초기에는 이런 증상이 생활하면서 완화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얼마 후 같은 증상이 반복되어 나타나곤 합니다. 족저근막염은 재발이 잘되는 병이라서 초기에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척추질환과도 관계가 있나요?
네, 고관절, 척추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통증이 오면 안 아픈 자세로 걸으려 하니 척추협착증하고도 연결이 되는 거죠. 평발인 사람과도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평발은 아치를 이루는 구조가 낮기 때문에 근막이 해야 할 역할이 많습니다.
초기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족저근막염 초기라면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고 통증이 줄어든 후 발바닥과 발목, 종아리 스트레칭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 초기에 병원에서 추천하는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마사지, 찜질 등으로 통증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신발 특수 깔창으로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약물치료, 물리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주사치료 등을 하게 됩니다.
체외충격파치료는 무엇인가요?
체외충격파치료는 체외에서 발생한 충격파 에너지를 이용해, 족저근막의 세포를 자극해 활성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충격파 에너지가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족저근막의 세포들이 활성화되어 혈관을 끌어들이고, 혈류공급이 증가되면 조직의 치유를 도와 재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염증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빠른 시간 내에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심해지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요?
압통이 있는지, 발목을 젖혀보고 환자에게 오는 통증이 있는지 진단하고, 골극이 생겼는지도 살핍니다. 뼈의 변화가 없다면 보전적 치료를 하게 됩니다. 보전적 치료는 2~3주 통원치료하면 증상이 많이 호전됩니다. 주로 저주파치료, 물리치료를 하게 됩니다. 심할 경우 수술도 하는데 수술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수술할 경우 어떤 수술을 하게 되나요?
최근 내시경수술로 절개를 하지 않아 수술 후 통증이나 입원 부담에서 자유로워졌어요. 내시경수술은 내시경이라는 특수 카메라를 통해 하는 수술입니다. 주변 조직이나 신경손상 위험성이 크게 감소했고 높은 치료 성공률을 자랑합니다.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딱딱한 신발을 신거나 맨발로 다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발목을 위아래로 젖혀주면서 스트레칭을 하고 발바닥을 마사지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발 마사지 방법은 골프공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골프공을 발바닥 밑에 놓고 발가락 뒤쪽부터 뒤꿈치까지 공을 누르며 천천히 움직이면 됩니다. 강도는 발바닥 근육에 적당히 자극이 가는 정도로 해주고 1세트에 10회씩 2~3세트를 반복해 마사지하면 발의 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발목에 도움이 되는 뒤꿈치 쿠션이 들어가는 특수 깔창도 있습니다.
체력 저하 때문인지, 환경 탓인지, 호르몬 작용으로 인한 우울증 때문인지, 요즘 시니어들 중에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몸이 늘어진다는 것이다. 모임에도 안 나오고, 기껏 약속을 해놓고도 막상 그날이 되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약속을 펑크낸다. 질책을 하면 힘없는 목소리로 무기력증 같다며 용서를 구한다. 그러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무기력증의 가장 큰 증상은 체력 저하다. 날씨도 덥고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니 기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아침에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나잇살로 군살이 여기저기 늘어나 살도 빼야 하는데 입맛이 없어 못 먹으니 에너지 공급도 빈약해진다. 움직이기 싫고 땀나는 것도 싫어 운동을 안 해 체중만 더 늘고 근력은 떨어진다. 30세가 넘으면 근육이 매년 1%씩 감소하고 여성들은 폐경 후 5년 만에 골밀도가 50%나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이래저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호르몬 변화 때문이다. 신나는 일도 없고 낙도 없다. 배우자 하는 짓을 봐도 한심하고 위안도 안 된다. 밖에 나가면 저 잘났다며 설치는 사람들이 시끄럽기도 하고 보기도 싫다. 가족 중에 누군가 지병으로 누워 있거나 치매 걸린 노부모가 속 썩이면 스트레스도 쌓인다.
무엇보다 희망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좋은 일도 없고 즐거운 일도 없으며 기대할 일도 없어서 삶이 재미없다는 것이다. 거울을 봐도 자신의 모습에서 더 이상 성적인 매력을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이 더욱 슬프다. 나이 든 사람들이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이유다.
혼자라면 무기력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독립가구가 늘면서 혼자 사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애완동물이라도 기르면서 살면 도움이 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 공동 주택이니 옆집 눈치도 봐야 하고 사료 값이며 배변 처리며 뒷바라지에도 손이 많이 간다. 어떤 사람은 아예 연락을 끊고 잠수하기도 한다. 한동안 스마트폰을 꺼버리는 것이다. 혹시 변고라도 당한 것 아닌가 한바탕 소동을 치른 후 물어보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랬다고 한다.
이런 무기력증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결국 혼자 찾아야 한다. 먼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긴다. 시작은 우선 잘 먹어서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잘 자야 한다. 그다음에는 운동 겸 기분 전환을 위해 가벼운 외출을 한다. 영화관도 좋고 경치가 좋은 야외 산책도 좋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섞여도 본다. 그렇게 지인들과 자주 어울리다 보면 조금이라도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음식을 삼키면 음식물은 구강을 지나고 인두를 지나 후두상부의 후두개가 닫히면 식도로 넘어가 위(胃)로 들어간다. 이때 위 속에 있는 위산이 역류해 식도와 목을 자극하는 증상을 유발하면 역류성 질환이 된다. 역류성 질환은 식도염과 후두염으로 나눠진다. 서로 가까이 있고 상호 관련이 있어서 함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역류로 인한 인후염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매달 40만 명 정도의 인후염 환자가 생긴다. 평소 목이 상쾌하지 않은 당신도 인후염일 수 있다.
역류성 인후염(인후두염)이 무엇인가요?
위의 내용물이 거꾸로 식도로 넘어와 후두와 인두로 역류해 점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위 내용물 중 위산은 강한 산성화 물질인데 위 점막 이외의 점막, 특히 인후두 점막에 상당한 자극을 주어 염증을 유발합니다. 역류성 인후염은 감염성 후두염의 가장 흔한 원인인데,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20~30%에 해당됩니다. 후두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반 이상은 이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역류성 인후염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목이 아파요”, “가래가 목에 걸려서 잘 안 나와요”, “목소리가 잠겨요”, “코랑 목 사이에 뭔가 붙어 있어요”, “목 안이 자꾸 마르는 느낌이 들어요”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합니다. 헛기침 또는 마른기침 같은 잦은 기침과 목에 뭐가 걸린 듯한 이물감이 대표적 증상입니다.
역류성 식도염을 체크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이 있나요?
특히 아침에 목이 아프고 쓰린 증상, 목소리가 쉽게 잠기는 증상, 목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증상, 목이 답답하고 음식을 삼킬 때 불편함이 느껴지는 증상, 가래는 적지만 만성적인 기침이 계속되는 증상, 명치 부위에서 화끈거리는 것이 치밀어 오르는 듯한 증상 등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역류성 인후염에 잘 걸리나요?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술을 자주 드시는 분, 흡연하는 분들에게 많이 생깁니다. 탄산음료나 탄산수를 좋아하는 분도 인후염 증상이 나타나요. 인후 쪽이 여성호르몬 영향을 받기도 해서 술, 담배 안 하는데도 역류가 많은 분들이 있어요. 특히 노화가 시작되거나 폐경 증상이 나타나는 여성들에게 역류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연세가 있는 분들은 위장이나 간이 헐거워져 식도 괄약근이 늘어나면서 역류의 유병률이 높아집니다.
역류성 인후염 검사는 어떻게 하나요?
CT를 찍어도 이상이 없다는 분도 있는데, 이비인후과에서는 30초 정도 소요되는 후두 내시경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확진은 식도 운동성 검사, 식도 및 인후두의 산도를 측정하는 24시간 산도측정 검사 등으로 합니다.
역류성 식도염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보통 미세한 역류나 산의 영향으로 후두가 먼저 손상이 되고 그다음 식도염으로 나타납니다. 후두염인 사람이 식도염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전부 그렇진 않습니다. 증상도 조금씩 다릅니다. 위가 답답한 현상, 신물이 올라오거나 가슴이 타 들어가는 느낌, 음식이 명치 쪽에 머물고 있는 듯한 증상이 느껴지면 식도염일 경우가 많습니다. 인후염이나 식도염의 약은 같기 때문에 식도염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아와도 증상을 호소하면 약을 처방해주기도 합니다. 만약 소화기 쪽으로 다른 증상이 있으면 내과를 더 방문해보라고 합니다.
역류성 인후염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요?
환자분들 중에 “혹시 암으로 발전하나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방치할 경우 만성기침을 하게 돼요. 회의를 하거나 중요한 미팅을 해야 하는데 기침이 자꾸 나온다며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요. 또 지하철이나 차 안에서 문이 열려 공기만 바뀌어도 기침을 하는 사람도 간혹 있어요. 심한 분들은 호흡곤란이 오기도 합니다. 환자 중에 전날 과음을 했는데 호흡곤란이 와서 잠을 못 잤다는 분도 있었어요. 역류성 인후염을 오래 방치하면 성대에 영향을 줘서 목소리 변형도 일으키고 양성 혹이 자라기도 합니다.
주로 제산제 처방을 하나요?
예전에는 제산제 처방이 일반적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 처방을 많이 합니다. 기존 약물보다 야간 속쓰림이나 가슴이 타는 듯한 열작감(Heart burn) 증상이 거의 없고 초기 치료 효과가 빠릅니다. 소화가 잘 안 되는 환자에게는 소화운동촉진제를 처방하기도 하고, 가래약인 객담 배출약을 같이 쓰기도 합니다. 병원에서는 약 처방과 함께 생활요법을 많이 강조하는 편입니다.
어떤 생활습관이 도움이 되나요?
금연, 금주가 제일 중요해요. 담배 피울 때마다 역류가 일어나는 사람은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해요. 저녁에 먹는 술이나 자기 전 습관적으로 맥주 한 캔 정도 마시는 분도 병을 악화시킬 수 있어요. 너무 꽉 끼는 옷, 특히 허리 부분이 조이는 옷도 인후에 영향을 줍니다.
식사 후에는 바로 눕지 말고 잠자기 3시간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잠잘 때는 상체와 머리를 약 15cm 올리고 자는 것이 좋아요. 지방이 적은 음식을 먹고, 카페인이 많은 커피나 홍차 등을 삼가고 콜라나 사이다 등 청량음료도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갱년기와 폐경기를 거치면 난소가 점차 기능을 상실하고, 난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도 기능이 떨어져서 질 점막이 점차 얇아진다. 위축성 질염이란 폐경을 전후해 질 점막이 얇아지고 분비물이 적어져서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50~60세 이상의 여성에게 나타나며 비특이성 질염 또는 노인성 질염이라고도 한다. 폐경을 전후해 에스트로겐 양이 감소하면서 질 안의 호르몬 양이 변화해 나타나는 염증이지만 세균과 꼭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위축성 질염을 중심으로, 노화에 따른 여성질환에 대해 알아보자.
위축성 질염은 무엇이고, 주로 어떤 사람들에게 발병하나요?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 중 에스트로겐이 점점 줄어들어요. 그리고 폐경이 되고 2년 정도 지나면 질이 점점 위축돼요. 여성의 외음부는 젊었을 때는 탄탄한데 노화가 되면서 건조해지고 색깔도 창백하게 변합니다. 이것을 ‘위축’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통증이 있거나 심하게 헐거나 피가 나는 증상이 바로 ‘위축성 질염’입니다. 위축성 질염은 심하게 앓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만, 노화가 되면 여성들에게 흔히 보이는 아주 흔한 증상입니다. 어떻게 보면 나이가 들면 얼굴에 생기는 주름처럼 당연한 변화입니다.
위축성 질염은 청결하지 못해서 생기는 질환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여성에게 발병하는 질염은 몇 가지 종류가 있어요. 세균성 질염은 불쾌한 냄새와 끈적한 분비물이 나오는 것이 특징인데, 질 내 주된 균의 수가 줄어들고 혐기성 세균이 증식하면 발생해요. 칸디다성 질염은 곰팡이균이 증식하면서 발병하고 하얀 치즈 같은 분비물이 나오면서 외음부가 가렵거나 붓고 따끔거리는 증상을 보입니다. 위축성 질염은 에스트로겐 양이 감소해서 질 안의 호르몬 양이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염증입니다. 오히려 비누로 너무 자주 씻어서 질 내부가 알칼리화가 되는 게 문제입니다.
환자들은 주로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요?
질이 헐어 있고 위축되어 있어 성관계를 하기 힘들죠. 성생활을 지옥에 갔다 왔다고 표현하는 여성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병원에 와서 ‘자궁이 아프다’ 혹은 ‘아래가 아프다’고 말하기도 해요. 그러면 의사들은 ‘배가 아프다는 건가?’ 하고 못 알아듣기도 합니다. 에스트로겐이 없으면 방광도 얇아지고, 소변도 자주 마렵고,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통증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염증은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여성호르몬 부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에스트로겐 정제나 크림제를 질에 투여하는 등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치료를 병용하면 증상은 호전됩니다. 그런데 크림제를 사용할 때 정상적인 분도 약이 따갑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어요. 유방암 환자들은 이른 나이에 폐경이 된 분들이 간혹 있는데, 이런 분들은 여성청결제 등으로 윤활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을 권하기도 해요.
여성청결제가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여성청결제에는 종류가 많아요.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도 있고 세균 감염을 막아주는 것도 있어요. 노화가 되어 떨어진 PH 밸런스를 유지해주는 청결제도 있어요. 여성청결제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뿐이지 치료 방법은 아닙니다.
알칼리성 비누나 바디워시가 안 좋다고도 하던데요?
여성의 질 내부 환경은 약산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샤워를 많이 하면 피부 표면에 있는 지질이 녹아버려요. 특히 알칼리성 비누를 많이 쓰면 항산성이 깨져 외음부가 가렵기도 하죠. 질 내부의 약산성이 깨지고 알칼리성으로 변하면 몸에 살아야 할 세균이 죽고 다른 세균이 들어와요. 이로 인해 박테리아성 질증이 생기기도 하고요. 예상치 못한 세균이나 곰팡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잦은 목욕은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여름철 자주 샤워를 해야 할 경우에는 천연비누나 약산성비누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화가 되면서 자주 일어나는 골반장기 탈출증은 뭔가요?
노화로 여성의 골반근육이 약화되면 골반 안에 있어야 할 것들이 제 위치를 지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제가 한 달에 여러 명의 환자를 진료할 정도로 적지 않은 노인성 질환입니다. 나이가 들어 복부비만이 생기면 근육이 이완되면서 장기가 느슨해져 골반근육을 통해 질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것인데, 노인 여성 중 비율이 적지 않아요. 만성기침 환자, 내과적 문제가 있는 분, 쪼그려 앉아 생활하는 게 습관이 되신 분들에게 많이 일어납니다.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요?
대부분은 말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요. 탈출 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데 흔히 ‘밑이 빠질 거 같다’, ‘덩어리가 아래로 내려오는 느낌이다’라는 말로 증상을 표현합니다. 주로 기침을 하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더 심해진다고 호소해요. 처음에는 조금 불편할 정도였다가 방광이 꺾이면 소변을 못 보거나 방광염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장이 같이 끌려 나오면 변비로 고생도 합니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요실금, 만성질염이 동반되어 노년의 삶을 더욱 우울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골반장기 탈출증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처음부터 수술을 하지는 않고 케겔운동 같은 보전적 치료를 먼저 합니다. 장기가 질 안쪽에 있을 경우에는 질 안에 링을 껴서 안쪽의 장기를 떠받치는 시술을 하기도 해요. 자궁이나 방광이 너무 밀려나와 있을 때는 질을 올려붙이는 수술을 합니다.
인간의 삶에는 어쩔 수 없이 지나야 하는 많은 관문들이 존재한다. 학교생활이나 입시, 첫사랑 등 사회적, 감정적 과정들을 거친다. 사람의 몸도 비슷하다. 성장에 따른 성장통도 있고, 연령별로 예방을 필요로 하는 질병도 있다. 사춘기도 마찬가지. 갱년기는 그중 가장 대표적인 관문이다. 노화를 비켜갈 수 없는 누구나 이 갱년기를 경험한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 만난 김진분(金珍粉·56)씨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이 과정을 맞닥뜨린다. 그리고 이어 찾아온 당황스러움은 평범한 중년 여성들과 다르지 않았다.
건강한 남편과 별 탈 없이 잘 자라준 아들 녀석, 곧 취업을 앞둔 딸아이. 김진분씨의 가정은 전형적인 화목한 가정이었다. 마치 행복을 대표하는 광고 속 모델의 미소와 같은 그런 흠잡을 것 없는 나날들이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아차 싶었다. 이미 어둡고 긴 그림자가 그에게 드리워져 있었다. 갱년기였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병, 갱년기증후군
김씨는 처음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한다.
“언젠가부터 목과 어깨가 뭉쳐 아프기 시작했어요. 그저 피로가 좀 덜 풀렸거나 무리한 부분이 있어 그런가 싶었죠.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도통 사라지질 않았어요. 몸이 불편하니 잠도 잘 안 오고, 잠을 제대로 못 자니 피로는 점점 더 쌓여가고, 악순환이었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동네에서 마사지도 받아보고, 혹시나 해서 정형외과도 가봤다. 당연히 별 문제 없다는 소리만 들었다. 용하다는 한의원도 가봤는데 역시 허탕이었다. 하지만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냥 찌뿌둥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운동량을 늘려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래서 많이 걷고 할 만한 운동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어느 날부터 발바닥이 찌릿찌릿해지면서 그것마저 여의치 않아졌어요. 몸이 무거워서 좀 움직여보고 싶은데 발이 받쳐주질 않으니 여러모로 곤란했죠.”
그러고 나서 그녀는 갱년기 증상을 겪는 중년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증상과 마주친다. 바로 울화였다. 누군가에게 화를 잘 내지 못하는 김씨의 성격이 더해져 중년의 홍역은 그대로 독이 됐다. 가족이나 누군가에게 윽박지를 법도 한데 모두 다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품은 화는 다시 열이 됐다.
“밤에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 몸이 덥고 뜨거우니 겨우 잠이 들어도 얼마 안 돼 깨버리는 과정이 반복됐죠. 이런 좋지 않은 과정이 반복되니까 혹시 큰 병은 아닐까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병원을 찾기로 마음먹었어요.”
다행히 다시 물색한 병원은 효과가 있었다. 비슷한 증상들로 고생한 지인의 추천 덕분이었다. 그렇게 지난 4월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여성건강클리닉 이창훈(李昌勳·53) 교수를 만났다.
이창훈 교수는 김씨를 갱년기증후군 증상을 겪는 중년 여성의 전형이라고 정의했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초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나이를 먹는 과정에서 4명 중 1명은 이런 증상을 겪기 마련이에요.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을 겪으면서 신체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데요, 사람에 따라 적응을 하기도 하고, 못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지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인 열이나 안면홍조 등도 이 때문이에요. 나이가 많아지면서 마르는 것 역시 열 때문입니다.”
남성보다 여성의 증상이 더 다양
이 교수는 누구나 갱년기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는데 김씨처럼 신체적 질환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갱년기 장애라고 설명했다.
“갱년기는 대개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 사이를 말하는데 여자가 남자보다 10여 년 정도 일찍 맞는 경향이 있어요. 남자도 갱년기 증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는 남자보다 생리적인 면에서 변화가 많고, 정서적인 면에서도 민감한 편이어서 심신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최근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경향과 달리 갱년기는 심하면 30대 초반에도 증상이 나타나는 조기화를 보이고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환경적 요인 등이 여성호르몬의 감퇴를 촉진한다는 것. 또한 난소낭종 등으로 난소를 일찍 절제했거나, 자궁근종 등으로 자궁을 적출한 경우에도 수년 내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단다.
그렇다면 갱년기 증상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교수가 설명하는 갱년기 증상은 흔히 알려진 것 이상으로 다양했다.
“갱년기 과정에서 겪는 증상들은 셀 수 없이 많아요. 안면홍조에서부터 식은땀, 불안, 가슴 두근거림, 불면증, 잦은 소변, 요실금 등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갱년기 증상입니다. 하지만 이외에도 두통, 목의 통증, 어깨 결림, 손발 저림, 냉증, 요통, 발 통증, 질 건조로 인한 질염 등이 나타나기도 하고, 빈혈이나 갑상선 이상, 우울증, 유방암, 관상동맥질환, 소화기질환, 담석증, 담낭염, 방광염증, 자궁암, 골다공증, 각종 관절염과 관절 부상 등도 갱년기증후군과 무관하지 않아요.”
또 폐경 후 시간이 지나면서 골다공증이 급속도로 진행되기도 하고, 고지혈증이 증가하면서 고혈압, 심장병, 중풍과 같은 심혈관 질환이 발생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김씨는 첫날 이 교수를 만나 치료했던 날을 기억했다.
“교수님을 처음 찾은 날 굉장히 힘들었어요. 병명도 모르겠고 게다가 큰 병일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있었으니까. 처음엔 몰랐었는데, 온갖 걱정을 하고 있었나봐요. 교수님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제 이야기는 하소연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교수님께서 너무 공감을 잘 해주신 덕분인 것 같아요. 마지막에는 부끄럽게 눈물까지 들켰으니까요(웃음).”
김씨는 이 교수가 증상에 대해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해준 덕분에 온갖 걱정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그녀는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했단다. 특히 “병은 마음에 담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두고 다니는 것”이라는 이 교수의 조언이 가장 와 닿았다고 말했다.
‘몸의 적응’에 초점 맞추는 한의학
이 교수가 선택한 치료는 초기에 선택하는 치료법 중 하나인 수기치료. 병원에 따라 추나요법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치료법은 굳어져 있는 근육을 풀어 긴장도를 완화하고 몸의 순환을 도와준다.
“양의학이 갱년기로 인한 호르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데 집중한다면, 한의학의 관점은 다소 다릅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몸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씁니다. 노화로 인해 부족함이 계속되더라도 불편함이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이 치료의 지향점입니다.”
좀 더 자세히 풀이하면, 갱년기증후군의 한방치료는 크게 노화로 인한 생식력·생명력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을 개선하는 방법과, 스트레스 등 정서적인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구분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한약치료는 초기 또는 갑자기 나타나는 증상과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구분해서 처방하는데 가미소요산, 시호가용골모려탕, 육미지황탕, 사육탕, 귀비탕 등의 한약이 쓰인다. 이외에 침이나 뜸치료, 수기치료 등 환자에 따라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고, 환자에게 맞는 운동법을 추천해 집에서 하도록 만드는 자율훈련법도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가 좋아 자주 쓰인다.
주치의처럼 새로운 동반자로
김씨는 모든 증상이 완치됐지만 계속 병원에 다닐 것이라고 선언했다. 의외였다.
“이번 경험은 제게 건강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그래도 병이 더 심해지기 전에 맘 맞는 의사를 만나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교수님 조언대로 식생활에도 변화를 주고, 운동도 시작했어요. 아쿠아로빅 수업도 시작했고, 수업이 없는 날을 대비해 헬스클럽도 끊어놨어요. 또 아파트 주변 산책로가 잘되어 있어서 걷기운동도 꾸준히 하려고 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겠다고 다짐한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새롭게 주치의가 생겼다 생각하고 교수님도 뵙고 가족의 건강도 부탁드릴 계획이에요.”
이창훈 교수도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참지 말고 병원을 찾아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자신의 갱년기 증상이 어떤지는 갱년기지수(Kupperman’s index) 설문지를 통해 어느 정도 체크해볼 수 있어요. 만약 심상치 않다 싶으면 바로 병원을 찾아 조기치료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한방병원에서는 적외선 체열촬영법을 통해 상열감은 물론 전신에 나타날 수 있는 통증, 수족냉증, 손발 저림 등을 시각적으로 판단하기도 하고, 수양명경경락기능검사로 스트레스 상태나 민감도, 자율신경 균형 상태 등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시는 경우가 많은데 무모한 일이에요.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나을 수 있으니 꼭 조기에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10년 새 12배 늘어난 ‘성조숙증’이 뭐길래
우리나라에서만 7만5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진료를 받은 성조숙증은 이제 익숙할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을 앓는 아이들은 2006년 6400명에서 2015년 7만5000명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 10년 만에 12배가 늘어난 셈이다. 성조숙증이란 쉽게 말해 신체가 너무 빨리 성장해 문제가 되는 질환을 말한다. 여아는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고, 남아는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며 사춘기가 시작되는 2차 성징이 나타난다. 성조숙증은 주로 여아들에게 자주 발생하며 발생 후 호르몬 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여아는 10세 무렵에 월경을 시작할 수도 있다. 월경은 여자의 몸이 출산할 준비 과정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너무 이른 나이에 시작해선 안 된다. 남아의 경우 키가 다 크기 전에 2차 성징이 시작돼 성장이 멈추기도 해서 남자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 식습관과 위생 수준, 소아비만 증가, 스트레스 등이 조기 발육에 영향을 끼친다고만 알려져 있다.
허약한 뚱뚱이 체질은 위험군!
평소 체질이 약해 잦은 배앓이를 하는 아이들의 경우, 학교나 유치원 등에서 겪는 단체생활로 인해 장염 등에 노출되기 쉽다. 설사, 복통 등을 반복하고 면역력과 소화 능력이 저하되면 식욕부진이 일어나고 이는 영양 섭취 미달로 인한 성장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장내 기능이 약해지거나 식욕부진이 지속되면 전체 ‘면역력’이 약해져 성조숙증 외에도 다른 질병 발생률도 높아진다.
아이들은 학교에서의 단체생활로 아무래도 감염원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평소에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면역력을 보강한다고 전문가와의 상담 없이 이런저런 영양제나 보양식을 마구 먹이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아이들은 아직 성인만큼의 소화력이나 흡수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일대일 처방이 중요하다. 또 무분별한 항생제 복용 역시 장내 유익균을 감소시켜 오히려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반면 아이가 너무 잘 먹어도 문제가 된다. 요즘에는 체력은 부실하고 덩치만 큰 아이들이 많아졌는데 이는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정크푸드나 서구화된 식습관에 익숙해진 때문이다. 과다한 영양으로 오장육부는 허약하고 몸집만 큰 ‘허약한 뚱뚱이’ 체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처럼 허약한 체질에 비만이 겹치면 성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럴 경우 성장호르몬 대신 나이에 맞지 않는 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성조숙증을 앓게 되고, 몸은 이미 2차 성징이 일어났다고 착각해 조기에 키 성장이 멈춰버리기도 한다.
만약 우리 손주가 성조숙증이라면
손주가 또래보다 빨리 자라는 것 같다면 먼저 정확한 검사와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 또는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정보로 혼자 섣불리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병을 키우는 상황이 된다.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발병시기, 진행속도, 약물투여 등에 대해 병력 청취를 한다. 이후 신장, 체중, 2차 성징 발생 정도, 색소침착 등에 대한 진찰을 한다. 골연령(骨年齡) 검사는 주로 왼쪽 손목 X선 검사 또는 호르몬 자극검사 등의 임상적 방법으로 진단한다.
성조숙증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치료에 들어가야 하는데, 양방과 한방의 치료 방법은 차이가 있다. 일반 병원에서는 호르몬 치료를 한다. 대개 4주마다 한 번씩 근육주사로 성선자극호르몬(여성의 난소와 남성의 고환에 작용해 발육과 성호르몬의 생성과 분비 등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한다. 호르몬 치료를 진행하는 동안 성호르몬을 억제해 성장 속도를 늦추고 골 성숙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것은 2차 성징의 쇠퇴가 일어나는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보다 근원원적인 치료에 집중한다. 아이만의 체질적 특성과 성장 속도에 맞는 일대일 맞춤보약을 지어 복용하도록 하거나 약침시술 및 생활관리 처방을 한다. 이는 신체 성장의 정상 속도를 찾아 제대로 맞추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조숙증을 받아들이는 보호자의 태도다.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은 또래와 자신의 몸이 다르다는 사실에 매우 민감할 수 있으므로 따뜻한 말로 차분하게 설명해서 이해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치료하지 않으면 빨리 월경을 시작해서 큰일이 난다거나 약을 먹지 않으면 키 성장이 멈춰버린다는 등의 겁주는 말은 위험하다. 그보다는 “보다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 지금 속도를 맞추는 과정”이라고 설명을 해주는 건 어떨까. 조숙한 신체를 갖게 된 아이들은 또래 집단의 시선에 예민해질 수도 있으니 “달리기 해봤지? 친구들보다 한 걸음 앞섰을 뿐이야, 곧 친구들도 따라올 거야”라는 설명으로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윤정선 한의사
하우연한의원 대표원장, EBS 육아학교 소아청소년과 분야 BEST 육아멘토, 윤스한의원 대표원장,
소아한방 편 공동저자
모임에서 친구들과의 수다 중에 한 친구가 남편이 꽃바구니를 사 들고 들어온 이야기를 했다. 5명의 친구들 반응은 반반으로 갈렸는데 두 명은 “어머, 좋았겠다.”였고 필자를 포함한 3명은 “아유~난 꽃 선물은 싫어,”였다.
필자를 포함 싫다고 한 사람들은 꽃바구니 선물 받은 친구가 부러워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정말 꽃을 선물 받으면 반갑지 않다. 꽃보다는 케이크이나 초콜릿이 더 반가우니 이런 필자자신이 참으로 낭만적이지 못하고 팍팍한 것 같아 속이 상하기도 하다.
그러나 처음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받을 땐 싱싱하고 예쁘던 것이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서 시들거리다가 마침내 꽃잎도 축 늘어지고 색도 변하면서 쓰레기통에 버려져야 하게 되는 것이 안타깝고 불쌍하게 생각되는 게 내가 꽃 선물을 반가워하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랄 수 있다.
예뻤던 꽃이 추하게 변하여 내다 버리는 것도 일이었고 사람에게 비교해 보면 어리고 젊을 때 한창 예쁘다가 나이 들어 늙으면 이렇게 보기 싫어지는 게 서글프게도 닮아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한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꽃은 무언가 사람에게 보는 것만으로 위로 해 주는 힘이 있기도 하고 우울한 기분을 사라지게도 한다.
동양의학 이론으로는 꽃 중의 여왕 장미는 갱년기 여성의 심리적 육체적 불안감을 달래주는 효과가 있으며 특히 장미의 향기는 심신의 피로에서 회복시켜준다고 한다.
장미의 향은 꽃보다 잎에서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꽃꽂이를 할 때 잎을 너무 많이 쳐내지 말라는 말도 있다. 그리고 잎과 꽃의 습기 조절 작용이 활발해 건조해지기 쉬운 실내공기의 적정 습도를 지켜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휴식공간인 침실에는 숙면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꽃이 좋은데 안개꽃이나 아이리스가 있으며 이런 꽃은 긴장을 완화시켜주고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해 준다고 한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프리지어처럼 맑고 상쾌한 향기가 나는 꽃이 좋으며 향기가 교감신경에 직접 작용해 흥분된 신경을 억제하고 혈압을 정상적인 수치로 되돌려 주는 효과가 있는 꽃이라고 한다.
흰색 분홍색 국화는 두통 어지러움에 도움이 되며 노란색 국화는 식욕을 증진시키고 심신을 편안하게 달래주기도 한단다.
이렇게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몸에 좋은 효과도 볼 수 있게 해주는 꽃을 왜 반갑게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낭만을 사랑하던 시절과 다르게 꽃값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웬만한 일에 축하한다고 3만 원이나 5만 원 하는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준비하기가 쉽진 않다.
꽃을 기르는 분들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꽃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다.
무식하게 말한다면 먹을 수도 없는 것이 그냥 잠깐 보고 즐기려고 사기엔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인데 나도 원래 이렇게 무식하게 꽃을 돈으로 생각하는 여자는 아니었다.
친구에게 멋지게 포장한 꽃다발 선물하는 것도 좋아했고 때때로 남대문시장 꽃가게에서 작은 꽃망울의 예쁜 꽃들을 한 아름 사 신문지에 싸 와서 항아리에 꽂으며 즐거웠던 적도 있었는데 나이 들면서 예쁜 호르몬이 다 없어졌는지 이렇게 투박해져 버렸다.
요즘은 축하할 일이 생기면 꽃보다 케이크를 사 들고 간다.
이렇게 감정이 무뎌져 버린 내가 안타깝고 아쉽기는 하다. 낭만을 사랑하던 나는 어디로 간 것일까.
올 것이 왔다 싶었다. 화장실에서 평소와 다른 시커먼 그것을 보았을 때 말이다. 심상치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인과응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가 떠올린 것은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의사는 그의 병이 위암이라고 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만난 오성표(吳聖杓·68)씨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상부위장관외과 장유진(長有鎭·40) 교수를 만나 두 번째 삶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암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인정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친다. 자신의 병을 부정하며 진단을 탓한다. 그렇게 여러 병원을 전전하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분노하면서 다양한 감정의 기복을 반복한다. 그러나 오성표씨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암인지 알기 2년 전쯤에 집안에 힘든 일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2011년쯤이었습니다. 그때 실의에 빠져 매일 술로 살았거든요. 잠이 오질 않으니 자기 전 소주를 들이켰고, 새벽에 잠에서 깨 맨정신이 되면 또 괴로운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침 5시부터 안주도 없이 강소주를 마시기 시작했죠. 그런 생활을 2년 가까이 했으니 몸이 온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없었어요.”
게다가 흡연도 문제였다. 아내와 자녀의 잔소리는 수십 년째 이어졌지만 끊기가 힘들었다. 오랜 삶을 살아오면서 몇 번의 위기가 있었고, 그 어려움 속에서 그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담배밖에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씨가 놀라지 않았던 데에는 주변 지인들을 통해 위암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이유도 있었다. 먼저 병을 경험한 선배(?)들은 위암은 이제 치료가 가능해진 병이라고 했다.
몸이 보낸 구원의 신호
그렇게 지내다 혈변을 몇 차례 확인하곤 동네 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암의 진행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두 곳의 종양 중 하나는 초기 상태였고, 다른 하나는 1기에서 2기로 막 넘어가려는 상태였다. 의학적으로는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어떻게 보면 그의 몸이 ‘혈변’이란 신호를 보내준 것은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위암은 대부분의 경우 초기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조용히 성장하기 때문이다. 위암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소화불량이나 복부의 불편감 정도라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결국 정기적인 검진 정도가 일찍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인데, 오씨는 검진을 적극적으로 챙기기 어려운 자영업자라서 이 점에서도 불리했다.
그렇게 불행 중 다행으로 암의 존재를 알게 된 오씨는 지인 소개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을 찾는다. 수술 날짜를 결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씨의 운명을 좌우할 수술 집도의 장유진 교수를 만난다.
장유진 교수는 서울삼성병원 안지영 교수, 보라매병원 안혜성 교수와 함께 우리나라 위암 분야 여성 외과의사 1세대로 꼽힌다. 그전까지는 남성 의사의 전유물이었던 셈이다. 흔치 않은 여성 외과의사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 어렵진 않았을까 괜한 염려를 하자, 대수롭지 않다는 오씨의 대답이 돌아온다.
“큰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여자 의사도 이런 수술을 하는구나 했죠. 얼마나 잘하시길래 여자 의사가 이런 수술을 하실까 하며 별 걱정 안 했어요.”
장유진 교수도 같은 대답을 한다.
“처음 부임할 때 병원 내부에서도 비슷한 걱정을 했죠. 혹시 환자들이 거부감을 보이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말이죠. 하지만 괜한 기우였어요. 환자분들은 선입견에서 훨씬 자유로워요. 어차피 이름을 보고 미리 성별을 짐작하고 오시기 때문에 처음 대할 때 어색함은 없었죠. 오히려 여자 의사라서 꼼꼼하게 더 잘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큰 것 같아요.”
수술 난이도 높인 심방세동
하지만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수술에 문제가 생겼다. 외과의들이 꺼려하는 상황 중 하나였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위의 상태는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어요. 위의 벽은 모두 5개 층으로 이뤄졌는데, 그중 큰 것이 안쪽에서 3개 층까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였죠. 암이 발생한 위치도 모두 아래쪽이어서 위 전체를 잘라낼 필요 없이 3분의 2 정도만 절제하면 됐어요. 그런데 문제는 부정맥으로 인한 심방세동이었죠. 심장이 떨면서 피떡이 만들어질 수 있어 피가 굳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드셔야 하는데, 수술 부위가 아무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출혈이 계속되면 상황이 좋지 않으니 주의해야 했어요.”
그리고 2013년 9월 9일 그는 수술대에 올랐다. 오씨는 그날을 자세히 기억했다. 워낙 겁이 없고 담담했던 그도 그날만큼은 겁이 덜컥 났단다.
“수술실 바닥은 모양에 신경 쓰기보다 청소하기 쉽도록 되어 있잖아요. 수술 도구들도 많고요. 그것을 보니 예전에 갔었던 소 도축장이 생각나더라고요. 묘한 기분이 들면서 진짜로 내가 수술을 한다는 실감이 났죠. 그리고 마취에 잠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수술 후더라고요.”
수술은 복강경 수술로 진행됐다. 복강경 수술은 끝에 수술 도구가 달린 기다란 막대만을 몸속에 넣어 집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복 없이 4cm 이하의 크기로만 절개하면 충분하다. 절개 부위가 적어 환자의 회복은 빠르지만, 아무래도 평범한 개복 수술에 비해 까다롭기 때문에 외과의사의 섬세함이 필요한 수술 방법이다.
장 교수는 수술 과정에서 정확한 범위의 림프절을 절제하고 출혈부위를 최소화 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수술은 기대했던 대로 성공적이었다. 걱정했던 출혈도 없었고 회복도 빠르게 이뤄졌다. 항응고제도 다음 날부터 정상적으로 투약할 수 있었다.
위암 수술의 성패는 조기발견
대체 위암은 왜 생기는 것일까? 위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암종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조기위암 통계자료를 보면 위암 환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5만1584명에서 2015년 7만1564명으로 5년 새 약 39%가 증가했다. 또 2015년 기준, 60대가 31%(2만2245명)로 가장 많았고 70대와 5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위암의 원인으로는 몇 가지가 지목되고 있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소금이다. 실제로 서구식 식생활을 하는 나라에 비해 한국과 일본의 위암 환자 비중은 높은 편이다. 찌개, 김치 같은 고염식이나 젓갈 등의 염장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 때문이다. 직화나 훈제 같은 조리법도 위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발표가 있다.
위암 발병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두 배 정도 많은데, 상대적으로 음주 과정에서 짜고 자극적인 음식 섭취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장유진 교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젊은 여성은 비슷한 연령의 남성이나 갱년기가 지난 여성보다 위암 발병률이 낮은 대신, 암이 발생하면 치료가 어려운 ‘반지고리형 암’인 경우가 많다. 의학계에선 이 원인을 여성호르몬으로 지목하고 있다.
장 교수는 위암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위암은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1기 정도에만 발견되면 우리가 완치라고 부르는 5년 생존율이 97%까지 올라가요. 국가에서도 국가암조기검진사업을 펼치고 있으니까요.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위내시경으로 위 상태를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위암은 거의 대부분 수술로 치료한다. 위의 일부를 잘라내는 경우도 있고 위의 위치가 상부에 있거나 암의 진행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완전히 잘라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항암 치료제나 표적 치료제가 활용되기도 하지만 위암의 특성상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위 ‘약빨’이 잘 듣지 않는 것이 그 이유다.
위암은 많이 발생하는 만큼 치료 수준도 높다. 환자가 많다 보니 의료 현장의 전문의들 경험이 많아 국내 의사들의 위암 수술과 치료 실력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그래서 장 교수는 위암 판정을 받으면 반드시 수술 전문가, 특히 소화기외과의와 상의할 것을 권한다. 치료 과정이 수술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만큼 외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85%나 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소화기내과와 종양내과 전문의들도 치료에 참여한다. 장교수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수술을 차일피일 미루면 병만 키울 뿐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활동적 생활로 긍정적 마음 갖게 돼
흔히 위의 일부나 전체를 잘라내면 잘 먹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 오씨의 경우처럼 3분의 2 정도 잘라낸 사람도 일반인과 비슷한 식사량을 보인다. 오씨 역시 그랬다.
“수술을 하고 나서 처음 한 달 정도는 죽 같은 것만 먹었죠. 하지만 이후부터는 예전처럼 식사를 했어요. 지금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살고 있어요. 사실 어려운 수술도 했고, 위의 절반 이상을 잘라냈는데 그 전과 달라진 것을 잘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도 위암 수술을 하고 난 뒤 환자들에게 잘 먹을 것을 권한다. 영양분 흡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철분 결핍성 빈혈이나 비타민D 부족으로 인한 골다공증도 걱정해야 한다. 장 교수는 “수술 후 석 달 동안은 영양실조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해요. 그래서 무리한 저염식, 특히 소금을 아예 안 쓰는 금염식은 말리죠. 일단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수술한 환자는 가만히 있어도 살이 빠지는데 입맛까지 잃으면 문제가 많아집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안정이 되면 금염이 아닌 저염식 식사를 권하죠”라고 말했다.
물론 오성표씨의 삶에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술을 줄였다. 그렇게 즐기던 술은 이제 아주 특별한 날에만 한두 잔 마신다. 그리고 새벽에 운동도 시작했다. 특히 다시 시작한 일은 그가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데 도움이 됐다. 그가 지금 하는 일은 차에 이런저런 생활용품을 싣고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등을 다니면서 장사를 하는 것. 옛날로 치면 보부상 같은 일이다. 워낙 활동적인 일이다 보니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특히 여러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요즘은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있다. 교수님은 술은 위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했지만 술에 의지했던 그 시절이 자꾸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특히 친구들을 만나면 늘 말해요. 아무리 속상해도 빈속에 강술은 먹지 말라고요. 안주 ‘좋은 놈’으로다가, 밥하고 같이 먹으라고요.”
야채를 썰다 놓친 부엌칼이 발등 근처에 떨어져 크게 놀라거나, 매일같이 오르던 계단이 어느 날부터 유독 높아 보이거나, 맛있는 깍두기가 제대로 씹히지 않는 날이 있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개의치 않고 넘길 수 있는 일들이다. 체력이 좀 떨어졌거나, 며칠 쉬지 못해 그러겠거니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바로 중증근무력증이다. 안석원(安錫源·42) 중앙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와 함께 중증근무력증에 대해 알아봤다.
중증근무력증은 많은 사람에게 병명조차 생소한 병이다. 게다가 병명에 중증이란 단어까지 붙어 있어 막연한 공포감까지 든다. 실제로 중증근무력증은 국가에서 지정한 희귀난치성질환 중 하나로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비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7000명 전후로 알려져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훨씬 더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유 없이 힘이 빠지는 병
중증근무력증의 대표적 증상은 몸의 힘이 빠지는 것이다. 근육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 원하는 대로 몸을 쓸 수 없게 된다. 범위는 모든 근육에 해당된다. 팔다리에서부터 안구 근육까지, 인간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근육에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부위는 숨 쉬는 것을 조절하는 호흡근이다. 호흡근에서 중증근무력증이 발병했을 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고 만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억만장자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도 중증근무력증으로 인한 폐렴이 사망 원인이었다. 안석원 교수는 초기에는 증상을 제대로 인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모든 근육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대부분 사소한 증상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피곤해지면서 걷다가 주저앉게 되거나 음식을 씹기 어렵게 되죠. 대화에 곤란을 겪기도 해요. 말이 어눌해지면서 목소리까지 변하죠. 저작근에 문제가 생기면 딱딱한 음식을 씹기 힘들어지고 삼키는 것도 어려워져요. 그런데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피로로 여기기 십상입니다. 특히 중장년층은 나이가 들어 그런 것 아닌가 하며 쉽게 넘길 수 있죠.”
중증근무력증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경우가 가장 흔하다. 안구형 중증근무력증과 전신 중증근무력증이 그것. 안구형 중증근무력증은 눈 근육에 이상이 생겨, 눈꺼풀이 처지는 안검하수증과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이 나타난다. 복시는 안구를 움직이는 눈 근육에 이상이 생겨 안구 한쪽이 힘없이 처지면서, 양쪽 안구가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지 못해 일어나는 시차 때문에 나타난다. 복시가 심해지면 운전은 물론 계단 오르는 일도 어려워져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신 중증근무력증은 전신의 모든 근육이 질환의 영향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처음엔 사소한 증상부터 시작되지만 몸을 쓸 수 없는 증상은 점차 확대돼 대부분의 경우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전신으로 확대된다. 이 밖에 중증근무력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신생아가 일시적으로 같은 병을 겪게 되는 일과성 신생아 중증근무력증과, 유아기에 많이 나타나는 선천성 근무력증도 있다.
근육 아닌 면역체계 이상이 원인
발병은 기본적으로 여성이 더 많은 편이라고 한다. 40세 이하 젊은 여성들의 발병이 많은 편이고 노화가 시작되면서부터는 50세 이상의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병한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갱년기가 지나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반대이기 때문이다.
중증근무력증은 아직 그 원인이 정확히 파악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가면역체계의 이상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안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곳에 신경근육접합부라는 부위가 있습니다. 뇌에서 근육을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리면 이곳을 통해 신호가 전달돼 근육이 실제로 움직이게 되죠. 이 신경근육접합부에서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아세틸콜린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는데, 아세틸콜린을 받아들이는 근육의 수용체에 자가항체가 결합해 아세틸콜린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에요. 간단히 이야기하면 면역이상으로 인해 생성된 항체가 근육 움직임을 방해해서 생기는 질환이라고 볼 수 있죠.”
또 일부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경우 흉선에 종양이 생기거나 비대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가슴샘이라고도 불리는 흉선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되기도 한다. 다행히 중증이라는 흉악한 이름과는 달리 대부분의 경우 정확히 진단만 되면 치료는 어렵지 않다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이 병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치사율이 매우 높았어요. 90% 정도의 환자는 사망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약제와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환자를 정상적인 몸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길이 열렸어요. 일단 이 질환을 앓기 시작하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은 있을 수 있지만 평범한 생활을 하는 데는 문제없어요”라고 말했다.
치료는 어렵지 않다고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증근무력증에는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증상이 사라져도 병 자체가 없어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증근무력증이라는 질환은 증세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치료 후 수년간 증세를 보이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나타나기도 해요. 그래서 신경과 전문의들은 중증근무력증에 대해서는 완치라는 단어 대신 관해(寬解)라는 표현을 써요. 일시적이건, 영속적이건 증상이 감소한 상태를 말하죠. 때문에 약을 끊을 정도까지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정기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해요. 언제 어떻게 증상이 다시 나타날지 예상할 수 없으니까요.”
의료계에서 이 병의 환자 수가 집계되는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을 안고 있지만 증상이 잠깐씩 나타났다 사라져 멀쩡한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운동은 독
중증근무력증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진단 자체가 까다롭다는 데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이 특정 수치로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교수는 의사의 진찰 소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증근무력증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수치만으로는 부족해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 다양한 반응을 확인해봐야 해요. 혈액검사를 통해 항체농도를 측정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죠. 폐활량 검사나 근력 테스트도 실시해요. 몸의 각 근육이 모두 다 정상적으로 움직이는지도 확인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항콜린에스터레이스라는 이름의 약을 투여하는 것이다. 가슴샘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절제를 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혈장분리교환술과 같은 면역요법이 활용되기도 한다.
치료는 의학적으로 어렵지 않은 편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괴롭다. 환자를 괴롭히는 첫 번째 요인은 부작용이다. 약에 따라 속이 쓰리거나 소화가 안 되고, 체중이 늘고, 탈모, 간수치 상승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면역체계와 관련한 약들이다 보니 독할 수밖에 없다. 또 매일매일 빼먹지 않고 먹어야 하는 것도 환자에겐 부담스럽다.
안 교수는 “하루 정도 실수로 빼먹어도 부담이 적은 혈압약이나 당뇨약과는 성격이 달라요. 투약이 중단되면 빠르게 상태가 악화돼요. 심지어 약을 챙기지 않고 해외출장을 갔다 사망한 사례도 있었으니까요.”
만약 중증근무력증을 일종의 체력저하로 판단해 운동으로 이겨내려고 하면 더 큰 독이 된다. 정상적인 근육들까지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 스윙을 할 때 클럽을 자주 놓치거나, 식사 중 젓가락을 놓치는 증상 등 몸에 이상 증세가 느껴지고 갑작스런 근력저하가 나타날 때는 이 병을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언어구사에 문제가 생기거나 눈 한쪽이 처지는 등 주변에서 증세를 알아볼 정도가 되면 서둘러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가 봐야 한다.
외도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아내와 남편이 아닌 상대와 성관계를 갖는 일로 바르지 아니한 길이나 노릇이라고 설명돼 있다. 배우자의 허락이 없는 이성과의 성관계가 있을 때 외도라고 본다. 이런 경우는 어떤가. 지인의 아내는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는데 어느 날 “당신을 사랑하지만 여자 없이는 못 살겠다”고 말했단다. 그 후 아내에게 허락을 받고 외도를 한다. 아무리 그래도 아내가 모르는 편이 낫다는 것이 필자의 마음이다.
외도는 명백한 잘못이고 문제인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 같다. 외도는 뭔가 허전하거나 불만족스러울 때, 그리고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을 때 일어나곤 한다. 무심한 지경이 지속될 때 어디에 무지개가 없을까 하며 기웃대는 행위가 외도다. 어디에선가 햇볕 같은 위로를 받아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나를 지지해주고 인정해주는 사람을 오매불망해보는 것이다.
어쩌다 감정이 통하는 상대를 만나 서로 잠자리를 나눌 수 있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외도를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구구한 이유를 갖고 있다. 남자에게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욕구가 여성보다 더 많다는 잠재적 이유가 있을 테고, 여자에게는 반드시 결핍 동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거나 돈을 제대로 안 벌어다 주거나 신뢰가 무너졌을 때 다른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배우자와는 엄청 다른 사람이라는 착각과 편견을 갖게 된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사람들의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로뎅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로뎅의 작품이라며 감상을 요구했더니 혹평을 했다. 그래서 사실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라고 했더니 줄행랑을 쳤다는 일화가 있다. 이런 편견들은 우리를 함정에 빠트리곤 한다.
외도가 발각됐을 때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부부가 이혼을 하는 이유의 49.3%는 배우자의 외도였다. 이렇게 가정이 파괴되는데도 애인이 없으면 심지어 불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외도는 잠시의 상쾌한 느낌일 뿐이다. 외도 호르몬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한 번의 만남으로 정나미가 떨어질 수도 있고, 이런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외도로는 일상의 진정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필자의 친구는 남편이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자기와 성관계를 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모습에서 깊은 사랑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을 사랑하기에도 짧은 인생, 한눈팔 시간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상대를 믿고 진심을 다해 살면 된다. 부부간에는 속 깊은 대화가 더 많아야 한다. 사실을 추궁하고 상대의 마음을 쓸데없이 확인하면 점점 상대가 부담스러워지고 숨기는 것들이 많아진다. 또 그런 모습을 눈치 채면서 점점 사이가 멀어진다. 이때 벌어진 틈으로 외도라는 바람이 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변덕스럽고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