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홍콩 감독 허안화(1947년~)에 관한 국내 평가는 “여러 장르를 아우르며 실망과 환희를 동시에 안겨주는, 높낮이가 심한 연출자”였다. 그러나 필자는 (1997)과 같은 범작에서도 실망한 적이 없다. 서극, 담가명 등과 함께 1980년대 홍콩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허안화는 진중한 사회파 드라마에서부터 액션, 시대극, 멜로를 아우르며 홍콩과 홍콩인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저력을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모녀의 20년 세월을 그린 (1990), 치매 노인을 둔 가정 이야기를 맏며느리 중심으로 그린 (1995), 매염방의 연기로 영원히 기억될 (2002)만으로도 그가 영화계에 남긴 선물과 성취는 이미 넘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류라는 수식어를 자랑스럽게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 명인 허안화가 마지막 연출작으로 생각했던 (2011)는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얻었다. 이로 인해 허안화의 은퇴 심경을 번복하게 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처음 소개된 는 제6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제48회 금마장영화제 감독상 등을 받았고 2012년 제84회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부문 홍콩 영화로 선정되었다.
는 단 한 명의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 그래서 절정도 극적 엔딩도 없는 담백한 영화다. 그렇다고 지지부진하고 무의미한 일상 묘사에만 머무는 심심하고 지루한, 소위 예술 영화인 체하는 작품도 아니다. , , 과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의 삶과 인간관계를 깊이 사색할 수 있는, 그러나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수채화 같은 영화다. 겸손하고 진지한 현실 응시와 표현력이 영화의 미덕임을 확인케 하는 작품인 것이다. 이런 영화를 계속 내놓는 허안화의 뚝심과 이 같은 소재에 제작비를 대는 홍콩 영화계의 인프라가 존경스럽고 부럽다.
는 홍콩의 최고 스타 류더화(유덕화)가 제작을 자처하고 시나리오에 감동받아 주연까지 요청한 작품이다. 홍콩 누아르의 청춘 아이콘에서 진지한 소품에 돈을 대는 제작자로 성숙한 류더화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주윤발, 양조위, 여명, 양가휘 등 홍콩 남성 스타들은 어쩐 일인지 도무지 나이를 먹지 않는데, 특히 1961년생인 류더화는 대학생 역할을 맡아도 빠져들 만큼 늙은 티가 나지 않는다. 에어컨 수리기사로 오인받을 정도로 허름한 잠바와 배낭 차림으로 나오는 에서도, 노총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 (2012)에서는 조연으로 잠깐 출연하는 등 역할의 크고 작음을 문제 삼지 않는 류더화 같은 스타 제작자가 있어 홍콩 영화계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는 시리즈와 등을 제작한 홍콩의 유명 영화 프로듀서 로저 리의 개인사를 바탕으로 했으며, 로저 리가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혈연으로 맺어진 식구만을 가족으로 여기는 편협한 사고가 고령화 사회의 걸림돌이 될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어머니를 비롯한 온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간 후 혼자 홍콩에 남은 영화 프로듀서 로저 리 (류더화 분)는 잦은 중국 출장 등으로 바쁘게 산다. 그런 그를 돌보는 것은 60여 년 전부터 그의 집에서 일해온 늙은 가정부 타오지에(예더셴 분)뿐. 어느 날 뇌졸중으로 쓰러진 타오지에는 로저의 짐이 될 수 없다며 요양원을 고집한다. 자기 집안 식구를 4대나 모셨으며 자신을 키워주기도 했던 타오지에를 보러 이따금 요양원을 찾는 로저와 양아들 노릇을 해주는 그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끼는 타오지에와의 이심전심. 그리고 두 사람 눈에 비친 요양원 노인들의 일상.
출장에서 돌아와도 이렇다 할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타오지에가 자신의 식성에 맞춰 요리해주는 각종 해산물 요리와 우설 찜을 먹기만 하는 로저. 그는 먼지 하나 없이 집 안을 쓸고 닦는 타오지에를 늘 제자리에 있는 가스레인지 혹은 청소기 같은 존재로 여기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는 그의 무심한 성격에서 기인했던 것일 뿐, 타오지에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후 로저는 따뜻한 본심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관절을 못 쓰게 된 나이에 이르기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로저의 가족을 돌봐온 타오지에에겐 로저 가족과의 관계가 전부다. 노인병원에서 잠시 외출 나온 타오지에는 그동안 보관해온 소중한 물건들을 로저에게 보여준다. 그녀가 평생 간직해온 것은 로저와 함께 찍은 옛날 흑백 사진, 로저가 아기 때 입었던 옷과 장난감, 그리고 자신의 첫 월급봉투 등이었다.
자신과 함께 시부모를 봉양해준 타오지에를 병문안하러 온 로저의 어머니는 로저와 단둘이 지내게 되었을 때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무조건 베풀기만 했던 타오지에의 행동과는 대조되는 행위였다. 즉 로저에게 타오지에라는 존재는 어머니보다 더 가까운, 자신을 속속들이 알고 이해해주는 또 다른 어머니였던 것이다. 이는 로저가 누이에게 하는 말에서도 확인된다. “내가 아플 때 타오지에가 나를 돌봐줘 살아났는데, 이제 내가 그녀를 돌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누이는 오빠에게 “어린 시절 유독 오빠만 챙겼던 타오지에가 서운했어. 그러나 나도 타오지에가 키워줬으니 장례식 비용만큼은 내가 부담하게 해줘”라고 말한다.
이처럼 로저의 가족은 타오지에의 헌신에 깊이 감사해하며 그녀의 노후를 책임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특히 로저는 타오지에가 퇴원해서 살 집은 물론 요양병원 비용까지 알아서 준비한다. 형제의 결혼식 피로연에 타오지에를 데려가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다거나, 자신이 제작한 영화 발표회장에 타오지에를 초청해 그녀에게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모자지간이나 다름없는 로저와 타오지에의 관계 못지않게 이 영화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장면은 두 사람 눈에 비친 요양병원 노인들과 직원들의 일상이다. 정초 연휴 때도 병원에 남아 있는 노처녀 최 간호사(진해로 분). 아들에게 전 재산을 준 뒤 버림받았음에도 아들만 기다리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화를 내면서도 모시러 오는 딸. 깊은 병에 걸린 딸과 그 딸을 보러 오는 어머니는 병원비 걱정 끝에 말없이 사라진다. 타오지에에게 돈을 빌리곤 하는 노인의 에피소드도 가슴 뭉클하다. 빌린 돈으로 젊은 여자를 사러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로저가 돈 빌려주지 말라고 하자 타오지에는 이렇게 말한다.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좋지.”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삽화처럼 간간이 등장할 뿐이지만, 관객들이 그들의 전 인생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남긴다. 류더화와 예더센을 제외한 요양원 노인들은 비전문 연기자들이며, 요양병원 묘사는 거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여기에 유머와 페이소스가 곁들여진 소소하면서도 세심한 묘사가 더해진다.
커튼으로 가림막을 한 조그만 방들이 다닥다닥한 한 서민요양병원 스케치는 에서 여주인공 손 여사의 이모와 이모부의 요양원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는 의 자매편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소재와 묘사의 연관이 많아 보이며, 절제된 카메라워크와 단정한 화면구성 또한 그러하다.
1961년생인 류더화와 1947년생인 예더센은 (1985)에서 모자 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이래 여러 차례 모자지간으로 출연한 바 있어, 에서의 호흡이 자연스러웠고 각종 연기상으로 그 보답을 받았다. 1992년 공리가 로 여우주연상을 탄 이래, 예더한은 19년 만에 중국어권 여배우로 두 번째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유명 감독과 배우의 우정 출연도 이야깃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 로저가 중국 출장에서 영화 일정을 의논하고 함께 술을 마시는 영화인들로는 , 시리즈의 서극 감독, , 등의 제작자 시남생, , 등으로 유명한 감독이자 배우인 홍금보인데 이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출연했다.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에서 재미있는 연극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이 이다. 팸플릿을 보니 네 명의 남녀주인공이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이 담겨있는 신나는 블랙코미디인 것 같은데 왜 제목이 '대학살의 신'일까? 궁금했다.
궁금증은 연극이 끝나고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대학살의 신’ 이라면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도 떠오르고 무서운 이미지가 생각난다.
이 연극은 고상한 척 우아해 보이려고 애쓰는 중산층 두 부부의 이야기로 대학살과는 거리가 멀 것 같았지만 실은 그들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자아가 튀어나오니 대학살의 현장처럼 아수라장이 된다는 의미로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 같다는 필자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우선은 주인공이 유명한 탤런트와 뮤지컬 분야의 베테랑들이다.
대한, 민국, 만세, 세쌍둥이 아빠인 송일국 씨와 그동안 보아 온 많은 뮤지컬에서 멋진 노래와 연기를 보여주었던 남경주 씨, 최정원 씨, 이지하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뮤지컬이 아닌 연극에서 호흡을 맞추어 연기한다니 매우 흥미롭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예술의 전당 소극장은 아담한 크기에 경사도가 있어 앞사람에 가려 고개를 이리저리 기웃거리지 않아도 무대가 잘 보여서 다행이었다.
대부분 소극장이 좁은 좌석에 높낮이가 크지 않아 앞쪽에 요즘같이 늘씬하거나 건장한 젊은이라도 앉으면 머리에 가려 연극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날의 좌석은 무대와 매우 가까운 곳으로 손만 뻗으면 주인공과 악수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TV에서만 보았던 송일국 씨는 매우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관객에게 다가왔고 뮤지컬 배우인 남경주 씨와 최정원 씨, 이지하 씨는 어쩌면 그렇게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는지 그들의 몸짓과 대사 한마디에 관객은 즐거운 폭소를 터뜨렸다.
2009년에 토니상 연극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 여우주연상, 올리비에 상 최우수 코미디 상을 받은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인 야스미나 레자의 고품격 코미디이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는 건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가 보다.
이 연극도 두 아이가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아이의 앞니를 두 개나 부러뜨린 사건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의 부모가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피해자의 부모인 미셀과 베로니끄가 가해자의 부모인 알렝과 아네뜨를 집에 초대한다.
생활용품을 파는 직업을 가진 미셀 부부는 상대방이 변호사이므로 기죽지 않으려고 허세를 부리는데 평소 장식하지 않던 튤립 꽃을 한 아름 사다가 집안을 장식하고 고상한 척 대화를 해 나간다.
교양과 매너를 갖춘 듯한 가해자 부모인 변호사 부부는 실은 속물 변호사로 아들의 일엔 관심 없고 돈 되는 변호만 쫓는 남편과 그를 혐오하는 고상하고 우아한 모습을 가식으로 펼치는 이중인격 아내이다.
이들 부부는 서로의 속마음을 감추고 예의 바른 척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피해 아이의 엄마는 가해 아이의 못된 점을 피력하며 반성과 직접적인 사과를 원하고 가해 아이의 엄마는 놀다가 생긴 일인데 자기 아이가 뭐 그리 잘못했나 라는 속마음을 숨기고 있다.
그러니 대화가 겉돌고 결국은 가해 아이 엄마가 남의 집에서 구토를 하고 이에 고상한 척하던 집주인은 감정이 폭발해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어느 사이에 각자의 부부가 평소의 불만을 터뜨리는 등 서로를 공격하며 대학살의 현장에 못지않은 상황이 펼쳐진다는 이야기다.
송일국 씨의 무난한 연기도 좋았고 뮤지컬에서만 보았던 남경주 씨, 최정원 씨, 이지하 씨의 온몸을 던지며 보여준 연기도 매력적이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어 위선과 가식으로 뒤범벅된 인간의 민낯을 까발린 고품격 코미디 한 편이 관객을 즐겁게 하고 한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하게 가슴을 쳤다.
중간 휴식시간 없이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진 이 연극은 열정적인 배우들의 연기에 언제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아름다운 동반자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
주연; 조안 우드워드, 폴 뉴먼
제작연도; 1990년
상영시간; 126분
명망 있는 변호사 월터 브리지(폴 뉴먼)는 한여름에도 조끼와 넥타이를 갖춘 정장 차림을 고집하고, 행진곡풍 음악만 들으며, 극장에 가면 잠을 자고, 태풍이 시속 75마일로 불어와 모두 지하실로 대피하는 상황에서도 꿈쩍하지 않고 풀코스 정식을 마치는 고지식한 인물이다. 젊은 여성과 재혼한, 자유분방한 정신과 의사 친구 알렉스 사우어(사이먼 캘로우)는 성적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브리지에게 “정열이라는 단어를 알아?”라고 다그친다. 20년을 근속한 노처녀 여비서는 무심하다고 원망한다.
브리지의 아내 인디아(조안 우드워드)는 남편 의견이 곧 내 의견이라 여기며 남편 그늘 아래서 곱게 살아왔다. 주변 친구들의 진보적 의견과 자식들의 자기주장에 소외감과 혼란을 느끼며 정신과 상담을 받아볼까 생각해보지만, 브리지는 “나한테 얘기하면 되오”라며 일축한다.
장녀 루스(카이라 세드윅)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배우가 되겠다며 뉴욕으로 떠난다. 차녀 캐롤린(마가렛 웰시)은 대학도 마치지 않고 배관공 아들과 결혼한다고 난리를 피우더니 이제는 도저히 못 살겠다며 툭하면 친정을 찾는다. 아들 더글라스(로버트 숀 레오나드)는 어머니의 보살핌을 끔찍하게 싫어하며 남몰래 누드집을 본다.
전 세계 중·상류층 가정에서 누구나 겪을 것 같은 이야기 는 에반 S. 코넬l의 소설 (1959)와 (1969)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브리지 부인과 브리지의 입장에서 본 가정생활을 그린, 100여 편의 삽화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두 소설을 통합하여 1930년대 말 미국 캔자스 시의 상류 가정사를 안정적으로, 재치 있게 시나리오화한 이는 ‘인도의 찰스 디킨스’로 불리는 루스 프라워 자브발라다. 에피소드 중심의 산만하고 지루한 이야기로 전락시키지 않고, 유머 감각과 인물 성격을 잘 살려낸 점이 돋보인다.
는 브리지 부인의 세상 인식, 남편과 자식을 대하는 생각의 변화와 자각을 조심스럽게 그린 온건한 영화다. 일상과 감정 묘사가 섬세해서 쉽게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브리지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고지식하고 완고한 성격 탓에, 아내가 그토록 원하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못한다. 심장에 이상을 느낀 그는 만일에 대비하기 위해, 아내를 은행 금고로 데려가 보험증과 증권 서류를 설명해준다. 물질적 기반보다는 남편과의 정신적 교류를 원했던 인디아는, 결혼 전 시를 읊어주었던 남편을 상기시키며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나요?”라고 묻는다. “사랑하니까 은행 금고까지 데려오지 않았소”라고 말하는 브리지. “그럼 가끔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세요”라고 아내가 말하자 그는 “나는 변호사지 시인이 아니요”라고 답한다. “보상받지 못하는 사랑은 싫어요”라고 말하며 이혼하겠다고 앙탈을 부리던 인디아는 남편의 뜨거운 키스에 그만 모처럼의 용기를 잃는다.
자식들은 엄격한 아버지보다 어린아이같이 순진한 어머니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러나 어머니가 의존적인 삶을 살아와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엇이든 참견하고 돌봐주려 하자 불편해한다.
남편과 다투고 친정으로 쫓겨온 둘째 딸에게 “여자가 참아야 한다”고 말하는 인디아는 “어머니처럼 당하고 살지 않겠어요”라며 쏘아붙이는 딸의 말에 상처 입고는 기껏 “핫초콜릿 타줄게”라는 말밖에 하지 못한다. 보이스카우트가 된 아들은 “어머니에게 감사 키스를 해드려라”는 단장의 말에 머뭇거리고, 아들로부터 키스를 받지 못한 인디아에게 브리지가 대신 키스를 해준다.
인디아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왜 사는지 모르겠다”며 끝내 자살을 택한 친구 그레이스 바론(블리드 대너)이다. 은행가 남편의 앞날을 위태롭게 만들 정도로 파격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레이스에게 인디아는 “나도 인생이 무언지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러나 잘 모르겠어. 그러나 우리는 많은 혜택을 받았으니 그걸 생각해봐”라고 말한다. 그레이스의 죽음에 오열하는 인디아를 브리지는 이렇게 달래준다. “그녀 남편은 무엇이든 해주려 했지만 그녀는 언제나 주변 사람을 힘들게 했소. 그녀가 남편이나 아이들을 생각이나 했는가?” 자아가 뚜렷한 아내를 둔 보통 남편 바론의 심경을 대변해준 셈이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사랑, 존경, 인격은 바뀌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브리지. 뭔가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혼자서는 남편 그늘과 자식들에게로 향한 맹목적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인디아. 부모의 품안에서 벗어나는 것을 그토록 갈망했지만 세상이 녹록지 않음을 알고 결국 부모 곁으로 돌아오는 자식들.
브리지 가족의 옛날 흑백 기록 필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여, 가족사와 이후 이야기를 자막으로 처리하면서 끝나는 는, 이상적인 혈연 공동체를 희구한다. 이상의 구심점은 결국 아내와 어머니라는 것. 거친 세상을 휘젓고 다녔어도 마음 내키면 언제나 돌아와 쉴 수 있는 아내와 어머니의 품. 그래서 그 아내와 어머니는 세상의 세파를 맞받지 않고 순결한 상태로 머물러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아내와 어머니를 지켜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속삭인다. 여권 운운하는 입장에서는 성에 안 차는 영화이겠지만, 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장수 프로로 자리 잡았던 것처럼 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크게 비난할 거리가 없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 같은 주제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눈이 몹시 내리던 날, 인디아는 외출을 위해 차고에서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시동이 걸리지 않아 밖으로 나오려 하지만 차고 문이 자동차 문을 꽉 막아 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 배기가스가 가득 차 호흡이 곤란해지자 도움을 청하는 그녀의 음성은 너무나 가냘프다. 차창 위로는 눈만 가득 쌓인다. 혼자서는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없는 아내와 어머니를 상징하는 듯하다. 브리지가 시간 맞춰 와준 덕분에 인디아는 무사했지만 화가 난 브리지는 그 자동차를 폐기처분시킨다.
불안이 없지 않지만 남편과 아이들 속에서 행복한 노년을 맞이한, 세파를 모르는 귀여운 어머니상을 연기한 조안 우드워드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폴 뉴먼의 아내인 조안 우드워드는 에서처럼 아까운 배우 인생을 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녀의 연기력이 나무랄 데 없는데,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영화 출연이 뜸했기 때문이다. 1958년에 결혼한 두 사람은 폴 뉴먼이 2008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금슬 좋은 부부로 살았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는 미국 출신이지만, 인도인 제작자 이스마일 머천트와 인도인과 결혼한 독일 출신 작가 루스 프라워 자발라와의 협업으로, 300만 달러 내외 제작비로 품격 높은 작품들을 내놓은 것으로 유명했다.
인도의 거장 사타야지트 레이와 프랑스 고전 영화계를 대표하는 장 르누아르의 영향을 받은 초창기 작품들은 영국과 인도를 배경으로 한 이질적 문화 충돌을 다뤘다. (1965), (1970), (1893)이 이에 속한다.
고전문학 작품을 우아한 시대극으로 재창조하는 데 남다른 열정과 재능도 발휘했다. 헨리 제임스의 소설이 원작인 (1970)와 (1984)와 (2000),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 소설이 원작인 (1985)과 (1987)와 (1992), 일본계 영국인 이시구로의 소설을 각색한 (1993), 가 그러하다.
예술가를 꿈꾸는 현대 뉴욕 젊은이들 이야기인 (1989), 여성 편력을 중심으로 한 피카소 일대기 (1996), 미국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파리 대사 시절을 그린 (1995), 다이앤 존슨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2003)도 삼인방의 필모그래피에서 처지지 않는 작품들이다.
◇ 전시
YOUTH: 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일정 5월 28일까지 장소 디뮤지엄
자유, 반항, 순수, 열정 등 유스컬처(Youth Culture)의 다양한 감성을 선보이는 대규모 사진전이다. 래리 클락, 라이언 맥긴리, 고샤 루브킨스키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28명의 사진, 그래픽, 영상, 그라피티 작품 240여 점을 총망라한다. 일탈과 자유, 반항과 열정 등 청춘의 내면에 공존하는 다면적인 감정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유스컬처의 역동적인 작품들을 통해 청춘의 불안이 기쁨과 환희로 승화됐던 순간들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임당, 그녀의 화원: Saimdang, Her Garden
일정 6월 11일까지 장소 서울미술관 제3전시실
최근 TV 프로그램, 드라마, 도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체적인 여성의 시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조선시대 여류 예술가 신사임당의 기획 전시다. 시대적 제약 속에서도 자기계발에 매진했던 예술가로서의 신사임당의 면모와 생애를 재조명한다. ‘초충도’를 비롯한 그의 대표 수묵화를 통해 뛰어난 미의식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관 이래 처음으로 ‘묵란도’를 소개한다. 화폭에 자연의 이치를 담고자 했던 그녀의 예술정신이 농묵과 담묵의 절묘한 조화로 발휘됐다.
◇ 도서
두 번째 서른 살: 사랑을 이야기할 나이(마리 드 에느젤 저·베가북스)
프랑스 심리학자 마리 드 에느젤이 10여 년간의 상담과 치료를 통해 얻은 성(性)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저자는 시니어의 성생활에 대한 이상주의를 경계하면서 다양한 연구와 인터뷰, 대담 사례를 통해 사랑과 성을 추구하는 노년의 삶에 대해 피력한다.
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히로세 유코 저·인디고)
50세가 되면서 달라진 낯선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저자의 산뜻한 시선과 경험이 담긴 에세이다. 몸과 마음의 변화,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방법,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느낀 점들을 담담하고 편안한 어조로 풀어냈다.
◇ 영화
눈길
일제강점기 말, 전혀 다른 운명을 타고났지만 위안부라는 비극을 함께 겪은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그렸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데 이어 제24회 중국 금계백화장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2월 3일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오픈해 30분 만에 목표금액(4000만원)을 달성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영화 수익금 일부는 위안부 피해자 시민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개봉 3월 1일 장르 드라마 감독 이나정 출연 김영옥, 김향기, 김새론, 장영남 등
아빠는 나의 여신
가상의 동네 오가와에 있는 작은 술집 ‘사요코’를 배경으로 트랜스젠더 아빠와 딸의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트랜스젠더라는 자칫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일본 영화 특유의 따스하고 잔잔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착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케이노스케 감독은 낡은 술집에 다녀가는 손님들의 인간미 넘치는 사연을 통해 따스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유쾌한 에피소드와 더불어 애틋한 가족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개봉 3월 예정 장르 드라마 감독 하라 케이노스케 출연 스도 리사, 후지모토 이즈미 등
◇ 공연
유도소년
2014년 초연, 2015년 재연 당시 전 회차 매진 기록을 세운 흥행작이다. 유도선수 경찬이 고교전국체전 출전을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도·복싱·배드민턴 훈련을 거친 배우들이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연기를 펼친다.
장소 수현재씨어터 일정 3월 4일~5월 14일 연출 이재준 출연 허정민, 박정복, 신성민 등
혜은이 콘서트 '열정'
가수 혜은이가 데뷔 45주년을 맞아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콘서트를 연다. 팬들과 더 가까이에서 호흡하기 위해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 달간 공연을 이어간다. ‘당신은 모르실 거야’, ‘제3 한강교’, ‘열정’ 등을 마음껏 들어볼 기회다.
장소 대학로 SH아트홀 일정 3월 3일~4월 2일 출연 혜은이
머더 포 투
뉴욕타임스가 주목한 코미디 뮤지컬 의 국내 라이선스 첫 무대다. 두 명의 배우가 13명의 인물을 연기하며, 형사와 용의자 간의 실랑이를 그린 2인극이다.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극으로 빠른 전개가 흡입력을 높인다.
장소 DCF대명문화공장2관 일정 3월 14일~5월 28일 연출 황재헌 출연 김승용, 안창용, 박인배 등
윤동주, 달을 쏘다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창작가무극이다. 일제강점기, 비극의 역사 속에서 자유와 독립을 꿈꾸었던 청년 윤동주와 송몽규의 순수한 애국심을 노래한다. 윤동주의 대표 시 8편이 독백 대사와 노래가사 속에 담겨 있다.
장소 예술의전당 일정 3월 21일~4월 2일 연출 권호성 출연 온주완, 박영수, 김도빈 등
음악과 춤 영화라고 해서 서둘러 개봉관을 찾았다. 이런 영화는 매니아 외에는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금방 종영되기 때문이다.
춤은 탭댄스 일부와 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비에니즈 왈츠가 나왔다. 영화 ET에서 자전거를 타고 창공을 나르는 듯한 환상적인 배경이다. 정통 비에니즈 왈츠에서 약간 변형하여 두 남녀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 좋았다.
이 영화의 광고 포스터는 요란하다. 광기의 드러머를 소재로 했던 영화 ‘위플레쉬’를 만들었던 감독 데미언 채즐 작품이다.
제73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 여우주연상을 수상,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제52회 시카고국제영화제 개막작,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작 등으로 성가를 높였다. ‘올해 가장 황홀한 경험’, ‘넋을 잃게 황홀하다’, ‘가장 창의적인 영화’, ‘이 영화는 마법이다’ 등의 찬사를 받았다. 2017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주연상 등 주요부문의 수상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주연에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 역으로 라이언 고슬링, 배우 지망생 미아 역으로 엠마 스톤이 출연했다.
교통 체증으로 꽉 막힌 도로에서 짜증이 극에 달할 만한데, 차 안에 있던 젊은이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다. 세바스찬과 미아도 나와서 LA 시내를 내려다보며 춤을 춘다.
라라랜드는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이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만난다. 황홀한 사랑과 함께 LA의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장면이 넘어간다. 둘은 각자 분야에서 미완성의 상태에서 만나 각자의 무대를 만들어 간다. 순수한 희망이 있을 때이다. 세바스찬의 음악 세계에서 부딪히는 갈등, 미아의 오디션 탈락 등 인생의 험난한 고비를 겪는다. 포기할 수도 있으나 결국 포기하지 않고 열정으로 도전하여 성공한다는 얘기이다.
세바스찬의 재즈 피아노 연주 솜씨는 볼만하다. ‘위플레쉬’의 드럼만큼은 안 되어도 재즈 피아니스트의 매력을 물씬 풍긴다. 미국에서도 재즈의 유행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다. 유행에서 퇴색하면 퇴물이 되는 것이다. 업주의 취향과도 안 맞으면 해고 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재즈 카페를 열어 자리 잡는다.
몸뚱아리 하나로 승부해야 하는 배우 미아가 오디션을 보는 과정은 처절하다. 죽도록 연습해온 연기를 초반에 잘라버리는 무례함과 수모를 수없이 겪어야 했다. 애써 오디션 연기를 하는데 정작 심사 측 사람들은 잡담이나 하고 딴 짓을 한다. 이 계통 사람들이 원래 좀 그런 면은 있다. 일인극을 연습해서 무대를 빌렸는데 관객이 한 명도 안 왔다. 꿈을 포기할 만하다. 그러나 운명의 지푸라기가 나타난다.
사랑만 생각했다면 미아가 파리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연기 생활을 위해 장기간 떨어져 있어야 했다. 다 포기하고 둘이 아들 딸 낳고 알콩달콩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각자의 미래가 더 중요했다.
교통체증으로 지방도로로 빠져 남편과 들른 재즈 카페가 세바스찬이 희망처럼 얘기하던 상호였다. 아니나 다를까. 카페 주인은 세바스찬이었다. 둘이 뜨거운 포옹이라도 했어야 했지만 둘 사이를 모르는 남편이 있었다. 멀리서 미소로 만남의 기쁨을 표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 전시
1) 위대한 낙서(The Great Graffiti) 전
일정 12월 9일~2월 26일 장소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그라피티(Graffiti) 전시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 박물관과 갤러리에서 앞다투어 그라피티 전시를 여는 등 현대 미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으며 마니아층이 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팝 아트 이후 동시대를 기록하는 대표적인 예술로 자리 잡고 있는 그라피티의 역사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담았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라피티 아티스트 7인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아티스트 중 일부는 한국을 방문해 라이브 페인팅을 선보일 계획이다.
2)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전(Olafur Eliasson: The parliament of possibilities)
일정 2월 26일까지 장소 삼성미술관 리움
자연, 철학, 과학, 건축, 사회, 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예술의 새로운 형태를 표현한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개인전이다. 미술관이라는 인공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물, 바람, 이끼, 돌 등의 자연 요소와 기계로 만든 유사 자연 현상, 거울 착시 효과 등으로 오감을 자극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세상과 세상에 대한 우리의 감정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나의 작품을 통해 세상과 관계 맺고, 세상 안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경험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 도서
1) 내 아버지들의 자서전 (오도엽 저 · 한빛비즈)
시인이자 르포 작가인 저자가 고집스럽게 자신의 일터를 지키며 살아가는 9명의 아버지를 만나 ‘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들은 대답 대신 자신들의 삶을 풀어놓는다.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노동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올려놓기까지의 절절한 사연이 들어 있다.
2) 희로애락 레시피 (무관스님, 혜일스님 공저 · 웜홀)
강원도 횡성의 금수사에서 함께 사는 무관스님과 혜일스님이 만든 레시피북이다. 그들은 “감정도 요리의 재료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두 스님이 직접 고안한 다양한 자연 요리 비법이 기쁨·고마움·분노·짜증·미움·슬픔·즐거움·설렘 등 각각의 감정이 가지는 색깔에 따라 담겨 있다.
◇ 영화
1) 위대한 두 예술가의 40년 우정
개봉 12월 예정 장르 드라마
감독 다니엘르 톰슨 출연 기욤 카네, 기욤 갈리엔, 데보라 프랑소와 등
근대 회화의 아버지 화가 폴 세잔과 의 소설가 에밀 졸라의 특별한 우정을 그렸다. 유년 시절부터 모든 것을 함께하며 지낸 두 사람은 서로를 동경하면서도 때론 냉혹한 평가를 서슴지 않으며 성장해나간다. 포스터에는 폴 세잔의 대표작인 ‘생트빅투아르의 산’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폴 세잔과 에밀 졸라가 서로 마주 보며 걷는 모습이 담겨 있다. , 을 연출한 다니엘르 톰슨이 16년간 제작을 염원하며 준비한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2) 오감이 즐거운 아름다운 로맨스
개봉 12월 7일 장르 뮤직 로맨스
감독 다미엔 차젤레 출연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 J.K. 시몬스 등
배우 지망생과 재즈 피아니스트의 꿈과 열정 그리고 사랑을 그린 뮤직 로맨스 영화다. 주연 배우들이 노래에서부터 피아노, 연주, 탭댄스까지 대역 없이 소화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로 주목받은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신작으로 제73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 선정·여우주연상 수상, 제41회 토론토영화제 관객상 수상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예매 오픈 1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는 등 국내에서도 열기가 뜨겁다.
◇ 공연
1) 3색 공연으로 즐기는 따뜻한 12월
일정 12월 24일 , 12월 25일 , 12월 31일 장소 꿈의숲아트센터 콘서트홀
웅산밴드의 재즈콘서트 , 유터피 목관5중주단의 , 서울 페스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팝페라 가수 최의성, 소프라노 윤정인이 들려주는 등 각기 다른 색의 세 가지 공연을 선보인다.
2) 키니와 함께 떠나는 달나라 모험
일정 12월 31일까지 장소 압구정 윤당아트홀
연출 박찬 출연 윤효상, 유수호, 조용민, 권세봉, 박상아 등
크리스마스이브, 혼자 놀다 낮잠에 빠진 주인공 ‘감자’가 꿈속 고무줄 요정들과 산타클로스를 만나고 싶어 하는 물고기 ‘키니’를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관객들은 입장할 때 받은 고무밴드로 배우들과 함께 별, 산호초를 만들어 주인공의 모험을 도와줄 수 있다.
3) 가장 행복했던 그때 그 시절로
일정 2월 5일까지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한진섭 출연 남경주, 서영주, 서범석, 전수경, 김선경 등
전 세계를 사로잡은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주크박스 뮤지컬 의 한국 초연 무대다. 1960년대 미국 마이애미 리조트를 배경으로 여섯 명의 주인공을 둘러싼 사랑 이야기를 중·장년 세대에게 친숙한 닐 세다카의 팝송 21곡에 담았다.
4) 반복되는 폭력, 반복되는 아픔
일정·장소 12월 6~15일 나루아트센터 소공연장, 12월 21~31일 대학로 게릴라극장
연출 이해성 출연 강애심, 이영숙, 김동완, 최유송, 유성진 등
일본군 위안부 사건과 한 여배우를 죽음까지 몰고 간 성 상납 사건 등 두 가지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 9년간 수요시위에 참석한 이해성 연출가의 절실함과 진정성이 녹아 있다. 제7회 대한민국연극대상 희곡상, 작품상, 여자연기상 등 3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 전시
덴마크 디자인 전(DENMARK:DESIGN)
일정 11월 20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카레 클린트(Karre Klint), 한스 베그너(Hans J.Wegner) 등 11명의 거장 디자이너 작품을 만날 기회다. 로얄 코펜하겐(ROYAL COPENHAGEN), 뱅앤올룹슨(BANG&OLUFSEN)을 포함한 11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덴마크 왕실 도자기, 케네디 대통령이 앉았던 의자, 브릭아트의 대명사 레고(LEGO) 등 덴마크를 대표하는 디자인 작품 200점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덴마크 근대 디자인의 황금기라 불리는 20세기 이후의 디자인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 전(The History of Korean Abstract Art)
일정 10월 29일까지 장소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역사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 발굴, 수집하여 제반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아카이브 전시다. 1957년 이후 연대별로 최근 추상미술 전시와 단색화에 대한 관심까지 아우르며, 미술에 대한 관념과 형식을 뛰어넘고자 한 한국 추상미술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다. 추상미술 단행본, 도록, 팸플릿, 주요 전시 기사, 평론, 포스터, 사진, 작품 등 각종 실물자료를 다양하게 마련했다.
◇ 도서
여행자의 하룻밤 (이안수 저·남해의봄날)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촌장인 저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북스테이 ‘모티프원’에서 일어난 10년간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모티프원에서 하룻밤을 지낸 여행자들이 풀어놓은 진심 어린 이야기가 책에 온기를 더한다. 전 세계 방문객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각자의 삶을 나누는 경험을 ‘글로벌 인생학교’라 부르며 인생의 공감과 영감을 자아낸다.
마르지 않는 붓 (자유칼럼그룹 저·두리반)
지난 10년간 자유칼럼그룹이 발표한 3000여 편의 글 중에서 24명의 필진이 추린 74편을 담은 칼럼집이다. (재)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인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추천사를 썼다. ‘마르지 않는 붓’이라는 제목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붓, 평생 녹슬지 않는 펜을 들고 살아온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이 이사장의 추천사에서 따왔다.
◇ 영화
박카스 아줌마의 인생 딜레마
개봉 10월 6일 장르 드라마 감독 이재용 출연 윤여정, 전무송, 윤계상 등
종로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성매매하는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가난한 노인들 사이에서 ‘죽여주게 잘하는 여자’로 통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주인공이 사는 게 고통스러워 ‘죽고 싶은 고객’들을 도와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죄책감으로 혼란에 빠지는 주인공 역에 배우 윤여정이 캐스팅돼 기대를 모았다.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20회 몬트리올 판타지아 영화제 등에 초청돼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마음이 먼저 가 있는 곳
개봉 9월 29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이소현 출연 박삼순, 이소현, 장춘옥 등
어린 시절 함께 살던 할머니의 자살 시도 소식을 들은 손녀가 다시 할머니 집에 들어가 동거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감독인 손녀가 담아낸 할머니와의 가슴 따듯한 이야기로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으며 호응을 얻었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할머니 집을 배경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할머니와 손녀가 서로를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에서 애틋함이 묻어난다.
◇ 공연
국화꽃 향기처럼 아련한 첫사랑
일정 10월 1~23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소극장 블루
연출 이성모 출연 박형준, 장덕수, 서지유, 정서희, 황정윤 등
2000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김하인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2014년 이후 1년 8개월 만에 선보이는 이번 공연에서는 여주인공의 입장에서 고민이 극대화됐던 이전 무대와는 다르게 남주인공 ‘승우’의 시선과 심리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왕비의 얼굴
일정 10월 11~23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출 이지나 출연 김선영, 조풍래, 정원영, 박영수, 이창엽 등
명성황후라는 실존 인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해석한 창작가무극이다. 사진 찍기를 즐겼던 고종과는 달리 명성황후의 사진은 단 한 장도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미스터리한 에피소드와 가상의 인물이 주는 신비감을 더했다.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일정 10월 26일~11월 6일 장소 LG아트센터
연출 장우재 출연 이호재, 오영수, 윤상화, 최광일, 이명행 등
조선시대 문인 성현(成俔)이 쓴 기행문 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으로, ‘기지’와 ‘경숙’이라는 두 대감이 왕의 질문을 갖고 금강산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장우재 연출은 “제목처럼 어두운 세상을 뒤집어 밝게 보려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햄릿으로 태어나 줄리엣을 꿈꾸다
일정 9월 30일~10월 16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김광보 출연 강신구, 최나라, 이지연, 윤나무, 황성대 등
셰익스피어의 을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여자 햄릿’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연극이다. 기본적인 가족 구도와 인물 관계는 유지하면서 햄릿의 고독과 남성적인 복수극 뒤에 숨어 있는 섬세한 여성성에 주목했다.
◇ 전시(Exhibition)
앤서니 브라운 전-행복한 미술관 (Anthony Browne Exhibition-Happy Museum)
일정 9월 25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 20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대규모 전시다. ‘행복한 미술관’이라는 부제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6월 개막 첫 주에 1만여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남녀노소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그림들과 더불어 앤서니 브라운의 책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행복한 도서관’ 코너도 마련돼 있다. 전시장에서 관람한 그림들을 책을 통해 다시 감상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좋다.
2016 광주비엔날레 ‘제8기후대(THE EIGHT CLIMATE)’
일정 9월 2일~11월 6일 장소 광주 비엔날레전시관, 아시아문화전당, 무등현대미술관 등
‘제8기후대’라는 콘셉트로 열리는 전람회인 만큼 전시 공간마다 온도, 밀도, 분위기, 기압 등 다양한 기후 환경을 연출한다. 절제된 색과 요소들로 표현한 이번 공식 포스터에는 예술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담겨 있다. 방향성, 발전, 흐름, 변화하는 움직임, 목표를 향한 전진 등을 의미하는 화살표를 통해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37개국 97팀(119명)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도서(Book)
세종의 서재(박현모 외 11명 공저ㆍ서해문집)
여주대 ‘세종시대 문헌연구팀’의 심층해제문 중에서 ‘세종시대를 잘 드러내는 문헌’과 ‘세종을 만든 책’을 선별해 담았다. ‘1부-세종시대가 만든 책’, ‘2부-세종을 만든 책’으로 크게 분류해 등 12권의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헌별로 전문가들의 해제와 더불어 그 책이 세종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설명한다.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오사카대학 쇼세키카 프로젝트ㆍ글항아리)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상식을 의심해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책이다. 수학, 공학, 미학, 역사학, 법학, 화학, 경제학, 정신의학 등 다양한 학문의 관점에서 ‘도넛의 구멍’이라는 개념에 대해 파헤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문과 탐구라는 영역을 더 흥미롭게 접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 영화(Movie)
평범한 50대 주부가 찾은 인생의 행복
개봉 9월 29일 장르 드라마 감독 미아 한센 러브 출연 이자벨 위페르, 로만 콜린카, 에디뜨 스콥 등
2016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프랑스 신예 감독 미아 한센 러브의 신작이다. 한 가정의 아내·엄마이자, 존경받는 교사로 평범하게 살던 50대 여성이 갑작스러운 남편의 고백 이후 불안한 삶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평온했던 일상이 파괴되며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을 마주하는 주인공 역에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니스)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던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캐스팅돼 기대를 모았다.
폭탄 달린 경성행 열차에 탄 두 남자
개봉 9월 7일 장르 액션, 드라마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공유,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 등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하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조선인 일본 경찰의 갈등과 우정을 그렸다. 김지운 감독은 과 에 이어 이번 영화로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김 감독과 네 번째 영화를 작업하는 배우 송강호가 조선인 일본 경찰 역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작 의 주인공 공유가 의열단의 리더를 맡아 미묘한 두 남자의 관계를 연기한다.
◇ 공연(Stage)
부를수록 그리운 어머니의 사랑
일정 9월 10일~10월 30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연출 이종훈
출연 고두심, 김영옥, 이홍렬, 이종원 등
1998년 세종문화회관 초연 당시 전회 매진을 기록한 작품으로, 1990년대 대표 악극 중 하나다. 올해는 원작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해석과 세련된 무대 연출로 50일간 공연한다. 이전보다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해 그간의 신파형 악극을 탈피하고, 우리 춤과 노래를 보강했다.
아름다운 초상화에 가려진 욕망
일정 9월 3일~10월 29일 장소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연출 이지나
출연 김준수, 박은태, 최재웅, 홍서영 등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 소설 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불멸의 아름다움을 얻고자 했던 도리안의 삶과 깨달음을 노래한다. 체코 프라하의 이국적 풍경에 몽환적인 색감이 어우러진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20년 전 사라진 그날의 사건
일정 11월 6일까지 장소 충무아트홀 대극장 연출 장유정 출연 유준상, 지창욱, 오만석, 오종혁 등
고(故) 김광석이 불렀던 노래와 더불어 청와대 경호관이라는 인물을 통해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전개가 돋보이는 창작 뮤지컬이다. 2013년 초연부터 참여한 배우 유준상과 지창욱을 비롯해 장유정 연출, 장소영 음악감독, 신선호 안무 감독이 함께해 완성도를 높였다.
음악으로 만나는 서울
일정 9월 8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황준연 출연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의 620년 역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관현악 연주회다. 북한산, 청계천 광통교 서화시장, 보신각, 전차 등 서울이 걸어 온 자취와 미래의 모습을 담은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자동차가 달리고 고층빌딩으로 가득한 오늘의 서울, 산과 들, 강이 어우러진 옛 한양의 모습을 담았다.
이지승 감독이 만들고 형사 역에 마동석, 아줌마 역에 장영남이라는 여배우가 나온다. 이 영화로 2012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젼’ 섹션 여자배우상, 2013년 어바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무명 감독에 무명 배우를 써서 9차례의 촬영 스케줄에 5천만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었다니 흥행 마케팅을 제대로 못해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이다. 그러나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다.
전직 치과 간호사였던 아줌마(장영남 분)는 치과의사 남편과 별거 중이다. 보험회사에 다니느라 10살 딸 아이의 귀가를 챙기지 못한 날 딸은 누군가에게 무참히도 성폭행을 당한다. 아줌마는 절규하지만, 공권력은 절차를 따지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남편은 유명 인사라 자신의 명예에 누가 될까봐 모른 척 한다. 40일 만에 범인을 잡은 한 아줌마의 얘기를 인터넷 실제 기사를 모티브로 했다는데 일부 조두순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내용이다.
별거부부의 문제도 심각하다. 남편은 유명 치과의사인데 자신의 유명세에 집착하여 자신의 딸이 그런 문제가 생겼는데도 외면하는 철면피가 유명인사라니 세상 공정하지 못하다.
아줌마는 집요하게 혼자 성폭행범을 추적하여 경찰에게 알리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날짜를 미룬다. 당장 성폭행범이 있다는 신고를 했는데도 공권력은 움직이지 않는다. 마동석이 형사로 분해 짜증나는 표정의 연기를 잘 한다. 장영남도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이 압권이다. 아줌마는 세상이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스스로 복수에 나선다.
최근 상영 영화 ‘그랜드 파더’와 비슷한 설정이다. 할아버지가 아들의 죽음을 재수사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이미 화장 처리된 사건을 들추기 싫은 것이다. 그렇게 공권력을 기대하다가 지쳐서 결국 자신이 자신의 방식대로 배운 대로 한다며 복수의 화신으로 나선다. 공권력이란 책임 회피와 귀찮은 일에는 나서지 않는다.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오히려 실망하게 만든다.
연약한 아줌마가 어떻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범인은 잡혀가 봐야 곧 풀려 난 예가 대부분이라며 오히려 능글거린다. 조사 과정은 어린 여자 아이가 악몽을 재현하도록 수차례 묻고 또 물으며 정신적으로 고통을 준다.
결국 연약한 아줌마가 나선다. 자신의 방식으로 범인을 처벌하는 것이다. 범인을 치과 의자에 묶어 눕혀 놓고 생 치아를 미구 갈고 뽑아낸다. 전쟁 중이나 식민지 시절 용의자를 잡아 생니를 갈고 뽑아내는 고문은 가장 고통스럽다는 기록도 있다. 현역 간호사 시절에 잘 하던 일이란다. 범인의 절규가 오히려 통쾌하다. 딸아이가 엄청난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고 평생 배변 주머니를 차고 살아야 할 것에 비하면 그 정도도 성에 안 찬다.
영화 내용으로 볼 때 경찰들은 보통 한 사람이 사건 40건 정도를 동시에 취급한단다. 그러니 손이 딸린다. 시급을 요하는 사건들은 위에서 닦달을 한다. 그러니 우선순위가 있어 이미 처리된 사건이나 생색이 나지 않는 사건은 회피하거나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범인이 지금 집에 있다는데 다음 주 월요일에나 가보겠다고 태연히 말한다. 범인이 그 집에 살고 있으니 월요일에 가도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경찰의 실정이라면 심각하다. 누굴 믿고 치안을 바랄 것인가? 잡아 가도 곧 풀어주는 공권력의 심판도 문제이다. 흉악범의 징계 수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 복잡한 전철 안에서의 불분명한 성폭행 시비는 진위 여부를 떠나 일방적으로 피해자 말만 듣고 용의자를 혹독하게 처벌한다. 그러나 정작 한 아이의 장래까지 망친 성폭행범의 처벌은 왜 무겁지 못한지 따져 볼 때이다.
올해는 원숭이해인 병신년(丙申年)이다. 영리한 동물의 상징인 원숭이의 해를 맞아 포부와 각오가 남다른 스타들이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도 하니 젊은 친구들이 좋아해 기분이 좋아요. 드라마든 예능 프로그램이든 행복하게 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나이 들수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백일섭), “올해는 더 열심히 활동해야지요. 후배나 선배 연기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유동근), “늘 그런 것처럼 영화나 연극을 즐겁게 작업하려고 합니다. 관객의 과분한 사랑에 정말 감사해요.”(오달수), “올해는 영화를 열심히 하고 싶어요. 지난해 드라마 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대중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정말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올해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김태희), “수많은 팬의 사랑이 있어 정말 행복해요. 올해도 팬들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좋은 노래와 함께 행복 바이러스를 전해주고 싶어요.”(하니)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원숭이띠 스타라는 점이다. 백일섭(72), 유동근(60), 오달수(48), 김태희(36), 하니(24)는 태어난 해는 다르지만, 원숭이띠 연예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해를 맞아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72세의 나이에도 여전한 현역으로 활동하는 1944년생 스타로는 늘 연극무대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손숙을 비롯해 원로 스크린 스타 윤정희, 연극과 드라마를 오가며 맹활약하는 윤소정, 영원한 청춘스타 이정길, 구수한 연기를 선보이는 백일섭, 선 굵은 남성적 연기로 눈길을 끄는 임동진, 코믹한 연기로 늘 웃음을 주는 남포동 등이 있다.
72세의 물리적 나이도 이들의 연기 열정을 막지 못한다. 1970년에 만들어진 극단 산울림의 창단 멤버인 손숙은 지난해 임영웅 연출의 1인극 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는 등 꾸준하게 연극무대에 서고 있다. tvN 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까지 활동영역을 넓힌 백일섭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1963년 연극 으로 데뷔한 이정길은 등 수많은 멜로 드라마에서 주연을 독식한 청춘스타로, 특히 여성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정길은 요즘 방송되는 MBC 주말극 등 드라마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정길은 “나이가 들면서 연기의 참맛을 알게 되고 연기자로서 책임감도 느낀다. 연기자는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에 올해는 많은 드라마에 출연하겠다”고 새해 각오를 밝혔다.
올해 환갑인 신중년 연예인의 활동도 왕성하다. 유동근, 혜은이, 이경진, 유지인, 김지숙, 김영란, 이주호 등이 1956년생 원숭이띠 연예인들이다. 유동근은 묵직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연기로 2014년 KBS 연기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신은 모르실 거야 ’ ‘제3 한강교’ ‘감수광’ 등 1980년대 수많은 히트곡을 불렀던 혜은이는 여전히 전국을 누비며 노래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1970~1990년대 멜로 드라마의 여자 주연 자리를 독식하며 수많은 남성 시청자의 이상형으로 꼽혔던 이경진은 KBS 일일극 등을 통해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여전히 드라마에서 주·조연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가요로 자리 잡은 ‘사랑으로’부터 ‘내 마음의 보석상자’ ‘어서 말을 해’ 까지 1980년대 주옥같은 노래를 작사, 작곡한 싱어송라이터 이주호는 방송과 콘서트 무대에서 신중년 관객들에게 음악을 통해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장미희, 정윤희와 함께 1970~1980년대 트로이카 영화배우로 명성을 날렸던 유지인 역시 토크쇼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다.
이경진은 “과거 같으면 60세는 연예인 은퇴 나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인 요즘은 한창 활동할 나이다. 여전히 멜로 주인공을 맡고 싶다. 올해는 기회가 된다면 중년의 사랑을 다룬 멜로 드라마에서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주인공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고 새해의 바람을 피력했다
영화, 방송, 음악 등 대중문화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스타들이 바로 48세 원숭이띠 연예인들이다. 김윤석, 신승훈, 김승진, 오달수, 채시라, 이승연, 최수지, 김건모, 정찬우, 박신양, 이성민, 박상면, 성지루 등이 바로 1968년생 원숭이띠 스타들이다.
충무로에서 가장 흥행 파워가 센 스타는 오달수다. 오달수는 2015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 것을 비롯해 1000만 영화 7편에 출연하는 전인미답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2002년 로 영화에 데뷔한 이후 2015년까지 오달수의 출연 영화 관객은 1억500만 명에 육박한다.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독보적인 관객 기록 1위다. 영화 편당 가장 최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스타도 원숭이띠 영화배우다. 바로 김윤석이다. 김윤석은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였다. 김윤석은 송강호 등과 함께 영화 편당 6억~7억 원의 출연료를 받는 영화 최고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가요계의 40대 톱스타 신승훈과 김건모 역시 대표적인 원숭이띠 스타다. 발라드 황제 신승훈은 2006년 10집 를 발표한 이후 9년 만에 지난해 정규앨범 11집을 발표하는 등 최근 들어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신승훈은 1990년 1집 데뷔 앨범 판매량이 158만 장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5집 이 247만 장 팔리는 등 7장 연속 밀리언셀러를 기록할 정도로 강력한 팬덤과 문화상품 소비창출력을 갖고 있는 스타다.
독특한 음색과 풍부한 성량, 모든 음악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빼어난 가창력으로 스타덤에 오른 가수 김건모 역시 1992년 1집 앨범 를 발표한 이후 2011년 13집 앨범 까지 13장의 정규앨범을 냈고, 1995년 발표한 3집 판매량은 280만 장에 달했다. 김건모는 지난해 에 출연해 1990년대 복고바람을 일으키는 등 20~30대 가수들보다 더 왕성하게 무대와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기막힌 연기 변신으로 찬사를 받았던 드라마 의 주연 채시라, 개그 공연의 미다스로 평가받는 정찬우, 감초 연기의 대가 박상면, 성지루 등이 대중문화계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활동하는 48세 원숭이띠 스타들이다.
채시라는 “지난 1984년 CF로 데뷔했으니 병신년인 올해로 33년째 연기자로 일하고 있다.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작품을 할 때마다 어렵지만, 보람은 크다. 올해도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새해 각오를 드러냈다.
1980년생 36세 스타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대한민국 최고 미인이라고 찬사를 받는 김태희부터 김소연, 이정현, 김준현, 조승우, 공효진, 장윤정, 조정석, 이동건, 이요원, 류승범, 박시은, 손태영, 손호영, 신봉선, 이진, 옥주현, 유상무, 유세윤, 윤민수, 전진, 장윤주에 이르기까지 영화, 드라마, 예능, 뮤지컬, 모델 등 대중문화 각 분야에서 스타로 군림하는 연예인들이 36세 원숭이띠다. CF와 드라마에서 최고의 스타로 대접받는 김태희, 영화와 드라마에서 빼어난 연기력으로 찬사를 받는 공효진, 뮤지컬에서 최고의 흥행파워를 자랑하는 조승우와 옥주현, 예능계를 주름잡고 있는 김준현, 유세윤, 신봉선, 트로트의 신세대 여제 장윤정 등이 원숭이띠로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연예인들이다.
2015년 영화 로 36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정현은 “올해가 원숭이해인 만큼 더 노력해 대중에게 더 인정받는 가수로, 연기자로 한 단계 도약하고 싶다. 관심 있게 지켜봐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992년 원숭이띠 연예인으로는 드라마 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고아성, 인기 걸그룹 걸스데이의 유라, EXID의 하니, 원더걸스 멤버로 활동하다 연기자로 전업한 소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