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가 처음으로 1500만 명을 넘었다. 하지만 연금 수령자는 49.4%에 그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55~79세) 인구는 1509만 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만 2000명(2.2%)이 늘었다. 15세 이상 인구의 33.4%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고령층 취업자는 877만 2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고령층 고용률도 58.1%로 최고치다.
평균 근속 기간도 늘었다. 55~64세 중 취업 경험이 있는 사람 중 생애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의 평균 근속 기간은 15년 4.7개월이다. 전년 동월 대비 2.6개월 증가했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49.3세다.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로는 사업 부진·조업 중단·휴·폐업이 30.9%를 차지했다. 10.9%는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로 일을 그만뒀다.
지난 1년간 연금 수령자 비율은 49.4%로 전년 동월 대비 1%p 상승하는 데 그쳤다. 60~79세 연금 수령자는 66.1%다.
월평균 수령액은 69만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 원 증가했다. 수령액 비중을 보면 25~50만 원 미만 수령자가 44.4%로 가장 많았고, 150만 원 이상 수령자는 10.7%를 차지했다.
고령 인구 중 68.5%는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어 했다. 10년 전 59.2%에서 매우 증가한 모습이다.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사람은 평균 73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일하고 싶은 이유로는 ‘생활비에 보탬’(57.1%)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일하는 즐거움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34.7%)가 이유로 꼽혔다.
다만, 생활비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줄었고,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 일하고자 하는 비중은 올라갔다.
희망하는 월평균 임금 수준은 150만~200만 원 미만(20.9%)이 가장 많았다.
고물가·고금리 경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령층의 연금 수령 기간 공백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도 65세 이상 경제활동 인구가 늘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은퇴 취소 시대’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생활비 부담으로 준비해둔 은퇴 자금이 부족해지자 은퇴 시기를 미루거나 다시 구직활동을 하는 고령자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공적연금과 개인연금을 포함해도 연금으로는 생활이 어렵거나, 절반가량이 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구직에 나서는 고령자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0년 직장 생활을 한 장 씨는 퇴직금과 그동안 모은 재산,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상속받은 얼마간의 자산으로 노후를 보낼 생각이다. 최근 장 씨는 지인들의 자녀 결혼식에 참여하면서 두 딸의 결혼자금을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 씨 부부는 자신들의 노후 생활과 자녀에 대한 사전증여 간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고자 상담을 신청해왔다.
증여 전에 확보해야 할 노후 생활비
노후자금은 ‘적립’ 못지않게 ‘인출’도 중요하다. 노후자금 인출 계획은 은퇴 시점까지 준비한 노후자금을 언제 어떤 용도로 쓸지 계획하는 것이다. 인출 계획을 수립할 때는 퇴직과 은퇴, 그리고 자립기와 간병기를 구분한다. 그런 후 자녀 증여, 의료비, 상속 등을 감안한 필요 노후자금을 계산한다. 노후자금 인출은 은퇴 기간에 이루어지는데, 은퇴 기간은 은퇴 시점부터 사망까지다. 예상 은퇴 시점은 대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개시 시점으로 한다. 예상 사망 시점은 기대여명을 활용하는데, 이때 기대여명과 평균수명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기대여명이란 특정 연령의 사람이 향후 얼마간 생존할 것인가 예측한 것이며, 평균수명은 현재 0세의 기대여명이다. 2020년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3.5세(남자 80.5세, 여자 86.5세)다. 갈수록 기대여명이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해 사망 예상 시점을 정할 때는 기대여명을 넉넉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필요 노후자금은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제공하는 은퇴자금 계산 프로그램을 이용해 쉽게 계산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에서도 필요 노후자금 계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내연금(노후준비)’ 코너에서 ‘재무설계’를 클릭한 후 ‘간단재무설계’를 클릭하면 필요 노후자금을 계산해볼 수 있다. 예상 은퇴 시점과 예상 사망 시점을 정한 후 희망 월 노후 생활비, 예상 물가상승률, 예상 수익률을 결정해 입력하면 된다.
증여 시 유의할 점
본인의 필요 노후자금을 알고 나면 자녀에 대한 증여 혹은 상속재산의 적정 규모를 비교적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증여를 할 때 증여세 공제 범위 이내의 금액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데, 증여세 공제 금액은 다음과 같다.
증여 공제 금액 범위는 10년간 합산한 금액이며, 증여자가 부모인 경우에는 동일인으로 간주한다. 증여 공제 범위를 넘어선 금액은 증여세가 부과된다.
자녀에게 재산을 이전할 때는 ‘자금출처 조사’에 유의해야 한다. 직업, 나이, 그동안의 소득세 납부 실적, 재산 상태 등으로 보아 스스로의 힘으로 재산을 취득하거나 채무를 상환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세무서에서 소요자금의 출처를 제시하도록 소명 요구를 할 수 있다.
이때 자금의 출처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 이를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징수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를 ‘자금출처 조사’라 한다. 재산 취득자금이나 채무 상환금액 중 입증되지 아니하는 금액이 재산 취득가액 또는 채무 상환금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과 2억 원 중 적은 금액에 미달하면 제외한다.
자금출처 조사는 모든 경우에 다 하는 것은 아니다. 10년 이내의 재산 취득가액 또는 채무 상환금액의 합계액이 기준 금액 미만인 경우에는 자금출처 조사를 하지 않는다. 증여추정 배제 기준 금액은 다음과 같다. 다만, 기준 금액 이내임에도 객관적으로 증여 사실이 확인되면 증여세가 과세된다.
증여와 상속의 상호 연관성
증여와 상속은 자산의 무상 이전이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세금 적용 시 상호 연관성이 있다. 증여세율과 상속세율은 같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상속 개시(사망 시점) 10년 전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 과세 대상 재산에 포함된다. 따라서 상속세를 줄일 목적의 증여라면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상속인과 비상속인의 차이를 알면 상속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비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상속 개시(사망 시점) 5년 전까지 증여한 재산만 포함된다. 아들과 딸이 결혼한 상태라고 하면 며느리와 사위는 비상속인에 해당한다. 상속세 계산 구조와 상속세 세율은 다음과 같다.
장 씨처럼 자녀에 대한 재산 이전을 고려하는 부모라면 노후 생활비와 의료비 등 자신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먼저 확보한 후 재산 이전을 실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수록 늘어나는 수명으로 인해 사전 증여를 한 자녀에게 뒤늦게 손을 벌리는 황당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지난 5월 고령농업인의 노후보장을 위한 농지연금이 가입 2만 건을 돌파했다. 특히 올해 2월부터는 가입 연령이 기존 65세에서 60세로 낮아지며 가입률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농지연금은 비슷한 구조의 다른 금융 상품에 비해서도 매력적인 노후 준비 수단”이며 “가입 연령과 담보 가치가 동일할 때 농지연금이 주택연금보다 더 많은 월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귀촌을 계획하는 중장년이라면 꼭 염두에 둘 농지연금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보자.
‘농지연금’은 만 60세 이상 고령농업인인 소유한 농지를 담보로 일정 생활자금을 매월 연금처럼 지급하는 제도다(농림축산식품부). 가입자가 사망 시 담보 농지를 처분해 연금으로 지급됐던 채무를 상환하는 방식이다. 농업인의 노후 생활안정 지원과 농촌사회안전망 확충 및 유지를 위해 2011년부터 시행돼, 꾸준히 가입자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제도의 이점을 살려 노후를 준비하려는 귀농 은퇴자가 증가하며 그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농지연금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9%가 해당 제도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2018). 그 이유로는 ‘노후생활이 여유로워져서’(30.5%), ‘연금을 받으면서 농지도 활용할 수 있어서’(25.6%) 등을 꼽았다. 실제 농지연금 2만 번째 가입자는 경기도 가평군에 사는 60대 김광식 씨로 ‘전후후박형 상품’에 가입해 향후 초기 10년간 월 234만 원을, 이후로는 월 164만 원을 받게 된다. 김 씨의 경우 연금 수령과 함께 해당 농지를 직접 경작할 수도 있지만 임대를 통해 추가 소득을 올리기로 했다. 이처럼 연금을 받으면서 담보 농지를 계속 경작하거나 임대하여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그밖에 장점들도 쏠쏠하다. 정부예산을 재원으로 정부에서 직접 시행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농지연금지키미통장’에 가입하면 월 185만 원까지 압류위험으로부터 연금을 보호받는다. 만약 농지연금을 받던 농업인이 사망할 경우 배우자가 승계하면, 배우자의 사망 시까지 계속해서 농지연금을 받을 수 있다(단, 신청 당시 배우자가 60세 이상이고 연금승계를 택한 경우에 한함). 또, 연금 채무 상환 시 담보 농지 처분으로 상환하고 남은 금액이 있다면 상속인에게 돌려주고, 부족하더라도 더 이상 청구하지 않는다. 아울러 6억 원 이하 농지는 재산세가 전액 감면, 6억 원 초과 농지는 6억 원까지 감면받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가입 조건 및 연금 지급 방법
농지연금에 가입하려면 농지은행 또는 농지연금 포털(인터넷)에서 접수 신청을 하고, 이후 공사 직원의 연락을 받아 절차를 따르면 된다. 가입 조건으로는 크게 가입자의 연령, 영농 경력, 농지 상태 등을 본다. 가입 연령은 신청연도 말일 기준으로 농지 소유자 본인이 만 60세 이상(2022년 기준 1962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이라야 가능하다. 기간형 상품의 경우 지급방식에 따라 일정 연령 이상 시 신청할 수 있다. 영농 경력 조건은 신청인의 영농 경력이 5년 이상이며, 이는 신청일 직전 계속 연속적일 필요는 없으며 전체 기간 중 합산 경력이 5년 이상이라면 만족한다. 이는 국민연금보험료 경감대상농업인 확인 서류 등으로 알 수 있다.
끝으로 대상 농지의 경우 다음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농지법 상의 농지 중 공부상 지목이 전·답·과수원으로써 사업대상자가 소유하고 있고 실제 영농에 이용되는 농지 △사업대상자가 2년 이상 보유한 농지 △사업대상자의 주소지를 담보농지가 소재하는 시·군·구 및 그와 인접한 시·군·구 내에 두거나 주소지와 담보농지까지의 직선 거리가 30km 이내의 지역에 위치하는 농지 △저당권 등 제한 물권이 설정되지 않은 농지(단, 선순위 채권 최고액이 담보농지 가격의 15% 미만인 농지는 가입 가능) △압류·가압류·가처분 등의 목적물이 아닌 농지.
연금 지급 방법은 크게 종신형과 기간형으로 나뉜다. 종신형은 사망까지 연금을 수령하는 것이며, 기간형은 설정 기간 동안 연금을 수령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종신정액형(가입자 또는 배우자 사망시까지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급) △전후후박형(가입초기 10년 동안은 정액형보다 더 많이, 11년째부터는 더 적게 받는 유형) △수시인출형(총 지급 가능액의 30%이내에서 필요한 금액을 수시로 인출할 수 있는 유형) △기간정액형(가입자가 선택한 일정기간 동안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는 유형, 5년·10년·15년) △경영이양형(지급기간 종료 시 공사에 소유권 이전을 전제로 더 많은 연금을 받는 유형) 등이다.
김은혜 NH WM마스터즈 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은 “농지연금 가입 초기 자금 수요가 많거나 보다 여유롭게 노후를 시작하고 싶다면 ‘전후후박형’을, 병원비나 자녀 결혼비용, 부채상환 등 긴급 자금 용도로 목돈이 필요하다면 ‘일시인출형’을, 농사를 접고 은퇴를 고려하는 농업인이라면 ‘경영이양형’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추천했다. 이어 “농지연금 가입 후 농지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도 가입 시 정해진 금액을 평생(또는 일정기간) 지급 받기 때문에, 농지 가격이 높을 때 가입하는 것이 좋다. 혹여 담보 농지 처분 금액이 채무상환금액보다 부족하더라도 따로 청구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채무를 상환하면 농지연금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담보 농지 가격이 크게 올라도 문제없다”고 조언했다.
내가 받을 농지 연금은 얼마일까?
농지연금 월지급금은 가입 연령이 높을수록, 담보농지 평가 가격이 높을수록, 연금 지급 기간이 짧을수록 더 많이 받게 된다. 만약 가입자보다 배우자가 연령이 적다면, 배우자의 연령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담보농지 평가 가격은 개별공시지가 100% 또는 감정평가 90% 가운데 선택 가능하다. 단, 농지연금 월 지급금은 최대 300만 원까지며, 담보 농지 평가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전체가 아닌 일부 필지에 대해 담보를 설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올해 6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0 고령화연구패널(KLoSA)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나이가 많을수록 희망 은퇴연령과 일에 대한 욕구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0세 이상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은퇴계획 연령을 분석한 결과, 응답자들은 평균 70.5세에 은퇴를 희망하고 있었다. 연령대별로는 △59세 이하 66.5세 △60~64세 69.5세 △65~69세 72.8세 △70~74세 77세 △75~79세 81.6세 △80세 이상 86.1세에 은퇴를 계획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은퇴하지 않겠다’라고 응답한 비중은 전체적으로 44.2%였는데, 59세 이하는 38.5%, 80세 이상에서는 61.4%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계속 일하겠다는 응답 비중이 높게 나왔다. 즉, 나이가 많을수록 일에 대한 욕구와 의지가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직업별로 나눠 살펴본 결과에서는 ‘농림, 임업 및 어업 숙련근로자’의 은퇴 희망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이들의 경우 다른 일을 하겠다는 ‘이직’ 의사는 전혀 없었고(0%),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싶다는 비율(4.6%)은 전 직업군 중 가장 높았다.
이에 한국고용정보원 고령사회연구팀 안준기 박사는 "보통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평균 53세 정도에 퇴직하고, 이후 재취업하여 노동시장에서의 완전 은퇴는 평균 71세 가량에 이뤄진다"며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해당 설문의 경우 연령이 높아질수록 아직 완전 은퇴하지 않고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응답자인 셈이다. 60세가 넘어가면 재취업 비중은 줄어들고 점진적으로 완전 은퇴하는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고연령인 이들이 왜 노동시장에 아직 남아있는가를 살펴봐야 하는데, 이는 대부분 경제적인 사유로 나타난다. 즉, 생계 및 경제적인 사유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완전 은퇴하지 못하고, 건강이 허락하는한 지속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은퇴 생활 만족도, 15년 전 대비 약 20% 상승
반면 취업전선에서 물러난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살펴보면, 실제 은퇴자들의 평균 연령은 67.5세로 나타났다. 남성은 68.6세, 여성은 66세로 남성이 여성보다 다소 높았다. 은퇴자들의 주된 은퇴 사유로는 ‘건강 문제’가 가장 많았다(40.8%). ‘정년퇴직으로’(16.1%), ‘일하기 싫어져서’(11.1%), ‘더 많은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8.6%)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이들 은퇴자를 대상으로 은퇴 이후 생활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과거에 비해 만족한다는 비율이 적잖이 상승했다. 2006년 고령화연구패널 1차 조사에서는 은퇴에 대해 불만족하는 비중이 44.4%였는데, 2020년(8차)에는 22.6%로 낮아졌으며, 만족한다는 응답은 2006년 51.6%에서 2020년 70.3%로 상승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2년마다 조사한 수치를 보면 은퇴에 대한 만족도 추이는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양태를 보였다.
아울러 연령대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65~69세 은퇴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전체 응답자중 ‘매우 만족’이라 응답한 비율이 10.2%로 유일하게 두 자리 수를 넘었고, 만족한다는 비율도 72.7%였다. 반면 59세 이하의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64.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은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으며, 학력과 소득 수준에 비례해 은퇴 생활 만족도가 증가했다.
안준기 박사는 "현재 지속적으로 불만족 비중이 줄어들어, 만족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며 "첫째, 은퇴 후 은퇴자들은 바뀐 생활 패턴(직장생활에서 기타활동)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은퇴 초반에는 소득이나 소비, 생활 패턴의 변동으로 인해 은퇴에 대한 만족도가 낮게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당 생활에 적응하게 되어 만족도는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 과거에 비해 은퇴에 대한 준비를 어느 정도 마련한 상태에서 은퇴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근래 들어 본인의 노후 생활을 위해 국민연금 가입 비중이 증가했고, 개인 연금 가입 등에 대한 비중 또한 증가했다"며 "소득대체율이 충분하진 못하지만 이러한 재정적 노후 준비 및 제 2의 인생설계 등의 은퇴 준비 과정의 개선이 은퇴 만족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진단했다.
일본의 공적연금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연금 이슈와 닮았다. 매년 현역 세대가 내는 연금 보험료율은 오르는데 지난 4월 공적연금 제도가 개편되면서 수령액은 줄었다. 공적연금 기금 고갈 위기론까지 나오자 일본 국민은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격인 일본의 공적연금(국민연금, 후생연금)은 매달 급여에서 18.3%를 떼어간다. 한국의 두 배다. 그런데 은퇴 후 65세에 국민이 받는 돈은 한국보다 조금 더 많거나 비슷하다. 연금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연금 보험료는 매년 올랐는데 연금을 받는 나이는 늦추고 있다.
공적연금 보험료, 14년간 매년 올라
일본에서는 20세 이상이면서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의무적으로 월 1만 6610엔(약 16만 원)의 국민연금을 내야 한다. 직장에 취업하면 후생연금까지 통합해 낸다. 올해 4월 기준으로 65세에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월 28만 4409엔(약 272만 원)을 받는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은 30년에 걸쳐 연금 개혁을 시도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때인 2004년 가장 큰 개혁이 이뤄졌다. 2003년 13.58%였던 공적연금 보험료율을 2017년까지 14년 동안 매년 0.354%포인트씩 인상하기로 한 것.
연금 지급액은 물가와 임금 변동에 따라 정해지는데 이를 반영하는 기준도 낮췄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벌어들이는 소득 대비 은퇴 후 받는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보통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소득대체율은 약 65~70% 수준으로 본다. 일본은 개혁 당시 명목소득대체율을 기존 60%에서 2040년까지 50%로 줄이기로 했다.
또한 기초연금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 재정은 부족한 부분을 세금으로 최대 절반까지 보조하기로 했다.
이후에는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늦추는 정책을 도입했다.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19년에는 월급을 받는 경우 70세 이후에 연금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연금기구는 올해 4월부터 공적연금을 받는 나이를 65세 이후에서 10년 미루는 ‘75세 플랜’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물가 오르고 연금 줄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금리 인상, 원유 가격 상승 등으로 일본의 생활물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이를 반영한 공적연금이 개편되면서 연금 수령액이 전년보다 0.4% 줄었다. 고마무라 고헤이(駒村康平) 게이오대학 교수는 일본 공영방송 NHK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공적연금이 현역 세대가 낸 보험료를 고령자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이상 지급액을 낮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 구조에서는 보험료를 높이지 않으면서 지급액도 줄이지 않는 정책을 유지한다면 지금 연금을 받는 사람도, 추후에 연금을 받을 사람도 결국 최종 연금 수령액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에서는 현역 시절에 낸 보험료만큼을 노후에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늘었다. 2019년 일본 금융청이 ‘2000만 엔 부족’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연금이 고갈되고 있다고 분석하자 불안감은 더 커졌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후에 받을 연금을 계산해보는 게 유행하기 시작한 이유다.
NHK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40년 동안 전액 낸 사람은 2022년 기준 65세부터 75세 3개월까지 받아야 자신이 낸 만큼 받아갈 수 있고, 후생연금도 같은 기간 낼 경우 65세부터 75세 5개월까지 받아야 한다. 40년 동안 내고 최소 10년을 받아야 우리가 생각하는 ‘본전’에 가까워진다는 의미다.
연금 더 받으려면 일해야
일본 정부는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는 동시에 고령자가 일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관련법을 개정해 일본 기업들이 ‘70대 고용 노력 의무’를 다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재직 노령연금’ 제도도 손봤다. 재직 노령연금은 60~64세에 일하는 사람의 월 수입액이 28만 엔(약 267만 원) 이상이면 추후 받을 수 있는 연금을 줄이는 제도다. 올해부터는 월수입이 47만 엔(약 449만 원) 이상인 고령 근로자에 한해 수령 연금액을 줄인다. 또한 올해 10월부터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노동자도 후생연금에 가입하기 쉽도록, 501명 이상의 사업소에 근무하는 사람만 가입 가능했던 조건을 101명 이상으로 낮췄다.
또한 후생노동성은 QR코드를 통해 자신이 지금까지 낸 보험료를 바탕으로 몇 살까지 일했을 때 얼마의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는 ‘공적연금 시뮬레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몇 세부터 연금을 받는 것이 좋을지 예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관점에서는 본전을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공적연금은 저축이 아닌 ‘보험’의 개념으로 노후 경제 위험을 대비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미요시 케이(三好圭) 후생노동성 총무과장은 “내가 낸 원금을 다 받지 못하면 손해라는 논의는 의미가 없다”면서 “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공적 구조가 갖추어진 것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구슬치기와 딱지치기 하는 것을 좋아한 개구쟁이가 어느새 환갑이 넘어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있다. 거울을 보면 머리숱은 적지만 하얗게 셌으며 눈가에는 주름이 지고 검버섯도 핀 얼굴이 푸석푸석한, 익숙하지만 낯선 모습의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요즘 백 세 인생을 누리려면 이제부터 인생 이모작을 차분히 그리고 계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비붐 세대로 농경사회와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화사회를 숨 돌릴 새 없이 겪고 인공지능 시대를 앞둔 채 노년기에 접어든 어르신의 헌신과 고충, 그리고 불만과 불안을 이해한다. 농경사회에서 노인은 지혜의 창고이자 살아 있는 교과서였다. 날씨를 가늠해 씨앗을 뿌리는 것부터 농사짓는 기술과 도구 사용 방법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서,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그 시대에 통용되었다. 오랜 인생 역정을 통해 터득한 경륜과 지혜는 후손에게 존중받았다. 또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전통과 유교의 효 사상을 결합하여 장유유서, 즉 연장자가 존중받는 문화가 당연시되었다. 대가족제는 이러한 어른 존중 사상이 강화되는 장치로 작용했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자본이 위력을 발휘하고 경쟁이 심화되자 공동체 정신이나 가족주의는 쇠퇴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면서 연장자 우선이나 노인 우대 사상은 우리 사회에서 서서히 영향력을 잃어갔다. 더구나 정보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은 정보기기 작동이 서툴고 정보에 어두워 속이기 쉬운 나약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지어 저출산·고령화가 고착되는 사회구조에서 자식 양육과 부모 봉양에 힘쓰느라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을 ‘연금충’이라 하고, 할머니들이 시끄럽게 떠든다며 ‘할매미’라고 비유하는 현실에 노인은 먹먹함과 배신감을 느낀다. 또한 노인이 젊은이의 일자리를 침범한다는 허구적인 사실에 근거해 노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갖거나, 노년층을 맹목적이고 극단적인 정치집단으로 인식해 태극기부대라고 비하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경로 사회에서 벗어나 혐로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약 30년 동안 국민의 가치관 변화를 그 나라의 노인 비율(65세 이상)과 연관 지어 분석한 결과, 고령화율이 높을수록 노인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나 존경이 줄어든다고 했다. 사회 구성원이 고령화사회로 갈수록 부양해야 할 노인의 증가에 대해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에 노인을 별다른 효용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라고 짐작된다.
한편 한국에서 노인이 조롱과 차별 그리고 혐오의 대상이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보다 급속하게 시대 변화를 겪고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이 저마다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시대가 변해서 젊은이가 노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핵가족 시대 혹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는 시대에 조부모의 지혜와 경험은 듣기 어렵고 들을 수도 없다. 더구나 사회구조와 인식 변화로 인해 소통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노인과 개인주의에 익숙한 젊은 층의 대화는 자칫 갈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상황적 변화 속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소통 부족 그리고 소외와 무시 등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로 시작되는 케네디의 명언처럼 노인이 먼저 나서서 이웃과 주변을 살피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겨울에 눈이 오면 아파트에 사는 노인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마음 맞는 노인과 함께 아파트에 쌓인 눈을 청소하고 경로당에 모여서 차라도 한잔하며 한담을 나누면 신체 및 정신 건강에도 좋고, 노인에 대한 주민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나이 먹은 것이 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벼슬도 아니다. 젊은 세대가 노인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노인이 자기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대접받으려고만 한다든지, 나이를 내세우며 권위적으로 무엇인가를 강요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등 부정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게 손가락질받는 이런 모습을 개선하지 않으면 노인은 꼰대 혹은 꼴통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다. 따라서 노인도 대우받기 위해서는 어른답게 배려심을 보여주고, 경로우대를 해주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실수를 하면 미안하다고 하는 등 지킬 것은 지키고 가릴 것은 가려서 행동해야 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젊은이라고 하대하거나 하찮은 일로 싸가지 없다며 갑질하거나 억지 부리는 것은 치기 어리고 못난 노인의 모습일 뿐이다.
노인은 세상을 웬만큼 살아본 만큼 누구보다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제대로 분별할 수 있다. 자존심과 품격은 본인이 가꾸고 유지해야 한다. 노인 혐오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어른답게 체면을 차리면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실천을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노인’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생산적이거나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노인 차별을 넘어 혐오로 표현된다. 왜 노인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한 존재로 치부되기 시작한 걸까? 김주현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를 만나 우리 사회의 노인 혐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근 ‘혐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여성 혐오, 장애인 혐오, 동성애 혐오를 넘어 노인 혐오까지. 이들에게 혐오 표현을 거리낌 없이 하는 사람들은 ‘쓸모’에 대해 말한다. 이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김주현 교수는 ‘역할을 못 하면 짐’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차별이라고 말했다.
“사회학 박사 논문의 주제가 ‘생산적 노년’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것이었어요. 저는 정말 한국 노인들이 생산적인 노년을 보내고 있을까 궁금했어요. 많은 사람이 노인들의 ‘사회적 지위’를 생산성이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더라고요. 사회가 그런 분위기를 만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령주의가 받아들여지면 ‘65세가 된 노인은 노동 시장에서 물러나야 해’, ‘노인은 사회에서 역할을 못 해’라는 생각이 더욱 당연해지는 사회가 된다. 노인 혐오를 이야기하는데 사회적 구조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에이지즘(Ageism)을 우리말로 ‘연령주의’라고 해요. 연령차별주의라고도 하고요. 특정 집단에 자원이 불평등하게 배분되거나 구조적으로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을 차별이라고 하는데요. 그 기준이 특정 연령 집단을 향하는 걸 연령차별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상을 연령주의라고 합니다.”
‘쓸모’를 이야기하는 사회
김 교수는 ‘연령주의 관점에서의 노인 인권과 노인 혐오의 실태와 문제’라는 연구를 했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의 노인 집단에 대한 사회 구조적 차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국가 중 2위였다. 전통 사회가 산업 사회로 가면서 ‘뒤처지는 사람은 가치가 없다’는 인식이 생겼고, 연령주의가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압축적 근대화’를 겪었고, 경로효친이라는 유교적 사상이 강했던 터라 노인의 사회적 지위 하락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사람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서구에서 100년에 걸쳐 진행됐다면 우리나라는 30년 만에 압축적으로 일어난 거예요. 사회 구성원 중 능력이 떨어지는 집단, 그중에서도 노인은 ‘쓸모없다’고 치부되기 시작했죠. 그 집단과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게 아니라, 배제하고 기회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가게 된 거예요.”
노인 집단에 대한 차별은 노동 시장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승진 기회가 사라지고, 은퇴 시기가 앞당겨졌다. 퇴직 이후에는 일할 기회도 없다. 비정규직으로만 일할 수 있는 것. 가족 내에서도 점점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됐다. 가정에서 갈등이 생기고, 심하면 노인학대로 이어졌다. 복지 제도에서도 그들은 소외된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OECD 1위예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노인의 경제적 영역의 연령주의는 OECD 15개국 중 2위일 정도로 높은데, 고용 영역의 연령주의는 비교 국가 중 가장 낮았어요. 우리나라 노인들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경제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뜻이에요. 우리나라는 연금제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늦게 도입되어 노년기까지 일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연령별 복지 혜택을 보면 청년이나 중장년에 비하면 실제 노인 혜택은 굉장히 적어요. 의료보험 혜택을 제외하면 사실상 많지 않아요. 문화적 소외도 있죠. 노인을 위한 TV 프로그램이나 문화 콘텐츠 자체가 없잖아요. 그런데 마치 노인들이 복지 혜택을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많이 받는 것처럼 부풀려지면서 짐처럼 묘사되기 시작했죠. 노인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이 부분이 정말 안타까웠어요.”
왜 혐오를 표현하는가
노인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받거나 더 잘살고 있는 게 아님에도 이들을 향한 혐오를 표현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노인 혐오에서의 혐오는 그저 싫어하는 감정을 말하는 게 아니다. 구조적 차별, 사회적 인식 등이 내포되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온라인 혐오 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혐오 표현이 발생하고 심화하는 원인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이 혐오 표현으로 드러났다’는 응답이 86.1%로 가장 높았다. 또한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경험한 사람들은 ‘뉴스 기사와 댓글’(71%)을 통해 혐오 표현을 접했다. 다음으로 ‘개인운영방송’(53.5%), ‘온라인 게시판’(47.3%) 순이었다. 오프라인에서는 ‘방송 매체’로 혐오 표현을 접했다는 응답이 56.4%로 가장 많았다. 특히 혐오 차별에 대응하려면 ‘정치인, 언론이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표현이나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90.3%로 가장 높았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누구나 노인에 대해 어떤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지만, 그 감정을 직접 표현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예요.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일은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에요. 혐오 표현이 나타나는 이유와 문제점을 깊게 다뤄야 하는데, 가볍게 언급하는 데 그친다는 지적이 많아요. 선정적인 보도에 사람들이 노출되고, 그것이 확대 재생산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혐오 표현의 이유를 ‘우리 사회가 경제적 가치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사회적 이익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경제적 평가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되지만, 현재의 능력만을 보고 가치를 평가한다.
“아동도 부양 집단이지만, 미래에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해 거부감이 덜한 거예요. 그렇다면 노인은 과거에 이미 그 역할을 한 사람들인데, 이들이 쓸모없다고 말하는 건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인 거죠.”
김 교수의 ‘중고생과 대학생의 노인 인식’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이 중고생보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청년 실업과 고령자 일자리를 연관 짓는 프레임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청년 일자리와 고령자 일자리는 다른 영역임에도, 마치 청년 실업이 고령자 때문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 서로의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갈등은 하나를 두고 싸울 때 발생하는데요.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시대가 됐어요. 과거에도 노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있었어요. 하지만 사회적으로 노인을 공경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죠. 연령주의에서 보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죽음에 대해 공포를 느껴요. 노인은 죽음과 가까운 집단이기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더 느끼는 거죠.”
다양한 노인 인정해야
이런 연령주의는 노인 자신도 ‘쓸모없다’ 여기게 했다.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력적인 노인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다. 사회에서 차별을 경험한 노인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더 크게 느낀다. 2025년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노인의 나라를 향해 가고 있지만,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너무나 딱딱하다.
“사회에서 내가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경험을 반복하게 되면, 자신도 이런 연령주의를 당연하게 여기게 돼요. ‘자기 연령주의’(Self-Ageism)인데요. 나이로 인한 차별에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거죠. 이렇게 되면 현재의 노인뿐 아니라 향후 노인이 될 세대도 ‘나이가 들면 이런 걸 못 하는 거구나’ 하고 당연하게 생각하게 돼요. 우리는 언젠가 모두 노인이 됩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사회가 되려면 지금부터 이런 연령주의를 점검해야 해요.”
김 교수는 노인 혐오와 연령주의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를 강조했다. 젊은이들과 노인들이 더 많이 대면해야 한다는 것. 집안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경험이 줄어들다 보니 노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 노인들과 자주 접촉하다 보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된다. 한편으로 노인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결국 그들도 사회에서 공존해야 하기 때문. 서로가 마주하고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나 장을 사회에서 지속해서 만들어줘야 한다. 모든 노인이 지하철의 무례한 노인이나 태극기 부대의 고집스러운 노인인 건 아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이미지뿐 아니라,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도 굉장히 전형적이에요. 정이 많고 따뜻한 노인을 생각하죠. 그런데 그 전형에 맞지 않는 노인도 많아요. 요즘 배우 윤여정 씨가 젊은 친구들한테 인기가 많은데, 전형적인 노인과 다른 모습이거든요. 노인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정하려면 지속해서 오랜 시간 다양한 영역의 노인들과 접촉해야 해요.”
노인 혐오는 많은 나라에서 겪고 있는 문제다. “우리가 선도적으로 노인 혐오를 잘 해결한다면, 국제사회에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노인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한 단계 진보하기를 기대합니다.”
노인이 겪는 혐오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노인의 삶과 인식에 대한 자료 및 통계를 기반으로 67세 김영수 씨의 하루 일과와 그가 마주할 혐오의 장면을 가상으로 구성해봤다. 우리가 만나볼 영수 씨는 홀로 거주하고 있으며, 시내 빌딩의 오후 교대 경비원으로 근무 중이다. 그의 하루를 따라가 보자.
참조 ‘2021 노인실태조사’(보건복지부), ‘우리나라 연령주의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노인인력개발원), ‘온라인 혐오 표현 인식조사’(국가인권위원회), OECD ‘한눈에 보는 연금’ 보고서(Pensions at a glace 2021) 이슈브리프(국민연금연구원), ‘2021 성인지 통계: 통계로 보는 서울 여성’(서울시), ‘2019년 드라마 속엔 재벌과 전문직 남성이 많았다’(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
오전 5시
새벽에 눈을 뜬 영수 씨. 시계를 보니 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냈다. 매일 아침 밥친구는 뉴스 아나운서다. 모 정치인이 사석에서 연금을 수급하는 노인을 두고 폐를 끼친다는 식의 발언을 해 정치권에서 논란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전에도 정치인들이 주목받고자 일부러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지만, 점점 발언의 수위가 심해지는 것 같다. 아, 그보다 언론이나 정치인이 오히려 혐오 표현을 널리 알리는 주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석에서 나온 이야기까지 굳이 보도할 필요가 있을까. 씁쓸한 기분으로 그릇에 밥을 꾹꾹 눌러 담았다.
지난해 5월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온라인 혐오 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통틀어 2019년보다 2021년 조사에서 혐오 표현 경험 비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경향이 드러났다. 또한 정치인들의 혐오 표현이 과거에 비해 ‘늘었다’고 생각하는 응답이 46.8%를 기록했다. ‘감소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9.6%에 불과했다. 또한 혐오 표현에 대한 정치인의 역할에 대해 ‘확대 조장하는 역할’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6.6%에 달했다. 정치인이 혐오 표현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2.1%에 불과했다. 1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정치인이 ‘확대·조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전 7시 30분
식사 후 나갈 채비를 마친 영수 씨. 생각이 많아져 조금 늦게 나온 탓에, 늦을까 허겁지겁 버스에 올라탔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빌딩 경비직 출근을 위해서다.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아슬아슬하게 늦지 않을 것 같아 한시름 던다. 다행히 일찍 자리가 나서 앉았다. 아까 들은 기사가 생각나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를 켜 뉴스난을 들어가 본다. 가장 위에 떠 있는 기사를 확인하니 국민연금 재정 고갈을 우려하며, 연금 지급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기사를 훑으며 시선을 밑으로 내리다 ‘노인들은 정치 참여 말고 물러나라, 아예 노인들만 한데 모여서 살라’며 욕하는 댓글을 발견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댓글 창을 눌러 다른 댓글들을 확인해보니 노인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잔뜩이다. 도를 넘는 심한 표현도 있어 손이 떨린다. 신고를 할까 생각했지만,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지 모르겠고 신고해봤자 속 시원한 처리가 이뤄지지도 않을 것 같아 그만뒀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는 전국의 20~69세 근로자 350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연령주의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노인 인권(권리)보장을 위해 노인들 스스로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라는 항목에는 응답자의 65%만이 동의했다. ‘노인이 되면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끼리 같은 지역에 사는 것이 낫다’에는 63.7%가 동의하며 노인을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온라인 혐오 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혐오 표현을 가장 많이 겪은 장소는 뉴스기사와 댓글(71.0%)이었다. 또한 혐오 표현이 발생하고, 심화하는 원인으로 ‘언론의 보도 태도’라고 답하는 이는 79.2%에 달했다. 그러나 ‘신고를 해도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무대응하는 이들이 43.5%에 달했다. 특히 4050대 응답자는 청년층에 비해 ‘신고나 절차가 번거로워’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발견해도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 12시
빌딩 미화원으로 일하는 미숙 씨와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어찌 보면 직장 동료인 셈이지만 출근 시간이 훨씬 이른 탓에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눴다. 통성명 후 형식적인 안부를 주고받던 그녀는 대뜸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돈 받으려고 몸도 성치 않은데
짜증스런 ‘아줌마’ 소리 들어가며 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뒤를 잇는다. 작은 실수를 했는데 필요 이상으로 신경질을 부리기에 미안하기도 전에 기분이 상했다나. “연금 받는 것만 조금 넉넉해도 아끼면서 살 텐데….” 한숨 섞인 목소리에 그저 고개를 끄덕여준다.
OECD ‘한눈에 보는 연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노인빈곤율 단독 1위 국가다. 그중에서도 여성 48.3%, 남성이 37.1%로 여성 노인의 빈곤율이 더 높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 및 국민연금 수급자는 남성이 더 많다. 서울시 ‘2021 성인지 통계’를 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20년 기준 남성이 여성보다 2만 3000명, 국민연금 수급자는 12만 6000명이 더 많았다. 복지 급여가 넉넉지 않으니 일을 해야 하지만, 근로 현장에선 더 많이, 자주 혐오에 노출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가 남성 근로자보다 성차별에 더 많이 노출되고, 남성 노인보다 여성 노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오후 3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주차와 관련해 불편함을 토로하는 직원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영수 씨가 도울 수 있는 수준의 일이었지만 굳이 나서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며칠 전 도와주러 나섰다가 고맙다는 인사 대신 ‘알아서 할 수 있는데 잔소리를 한다’라는 볼멘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일을 찾거나, 여지껏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까 고민했지만 그런 생각도 금방 접었다. ‘글쓰기 공부를 제대로 해서 책을 쓰고 싶다’고 했을 때 취업 알선 기관 담당 상담사가 난처해하며 말렸던 기억이 떠오른 탓이다. 그때 포기했으니 지금 이 일이나마 하고 있는 거겠지. 매일 마시던 믹스 커피가 오늘따라 쓰다.
‘우리나라 연령주의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연령주의는 노동 시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30~50대에서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인은 다른 사람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노인은 실력보다 나이, 경력, 직위 등으로 권위를 세우려 한다’는 문항에 대해 각각 71.7%, 63.7%가 ‘그렇다’고 응답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또한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 중 ‘노인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47.9%), ‘노인은 창의성이 낮다’(42.9%), ‘노인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렵다’(46.3%), ‘노인은 경제적 생산성이 낮다’(43.7%) 등에 응답자 열 명 중 네 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오후 10시
퇴근 후 돌아와 씻고 누운 영수 씨. 습관처럼 켜둔 TV에서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평소라면 보는 둥 마는 둥 하다 잠들었을 텐데, 오늘따라 잠이 오질 않아 평소보다 집중해서 스토리를 좇고 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웬만큼 비중 있는 인물은 전부 20~30대다. 또래로 보이는 인물이라곤 주조연급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두 명 있을 뿐이다. 그나마 대사가 많은 인물은 눈치 없이 굴어서 젊은 사람들에게 눈총받는 존재로 등장했다. 나이 들었다고 해서 저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닌데. 애꿎은 화면만 노려보다 뉴스 채널을 틀어놓고서 눈을 감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지상파(KBS1, KBS2, MBC, SBS), 종합편성채널(JTBC, TV조선, 채널A, MBN), CJ계열 PP(tvN, OCN) 등 총 10개 방송사의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12부작 이상 종·방영 드라마 123편을 대상으로 분석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모니터 대상 드라마에 등장한 447명 중 60대 이상(추정 포함) 연령대의 등장인물은 10명으로, 약 2.2%에 불과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미디어 다양성 조사연구’에 따르면 2017년 지상파·종편·tvN·OCN 드라마 주연 등장인물 중 10~20대 38.3%, 30~40대는 55.5%로 총합만 93.8%에 이르렀다. 게다가 드라마 속 노인의 이미지는 얄팍하기 그지없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대기업 회장, 가족에게 헌신적인 어머니 등의 단편적인 이미지나 갈등 조장에 필요한 주변 장치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MZ세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데 당당하다. 그들은 훈수를 두는 어른을 ‘꼰대’라고 지칭하면서 자신의 세대와 분리했다. 나이 든 어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노인에 대한 반감으로 커졌다. 그러면서 고령자의 출입을 막는 장소들이 생겨났고, 온라인에서는 노인 혐오 표현이 거리낌 없이 쓰이고 있다. 노인 혐오를 감추지 않는 세태를 좀 더 들여다봤다.
“나이 먹고 늙은 것도 서러운데, 얼마나 대단한 곳이라고 못 들어가게 하는 거야?”
‘노중년존’ 식당 인근의 고령자 주민은 울분을 토했다. 이른바 ‘노OO존’은 출입할 수 있는 연령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영유아와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중년 이상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중년존’ 또한 등장했다.
‘속사정 vs 차별’, 노중년존
‘49세 이상 정중히 거절합니다.’ 2019년 문 앞에 이 같은 안내문을 내건 서울 신림의 한 실내포차는 ‘노중년존’으로 화제를 모았다. 현재는 폐점된 상태다. 실제로 49세 이상 손님은 그 식당에 들어가지 못했고, 욕을 하는 고령자가 많았다고 한다. 출입을 거절당한 적이 있는 60대 주민은 “손님을 차별하는 식당이 문을 닫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꼬집었다.
해당 식당의 노중년존 결정에는 속사정이 있었다. 60대 여성 혼자 식당을 운영했는데, 중장년층 남성들이 술주정을 부리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박 씨는 “나는 남편과 같이 운영하는데도 술 마신 어르신들이 많이 치근덕거린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이해된다”라면서 공감했다.
서울 신림에는 49세 이상 출입을 제한하는 호프집이 또 하나 있다. 현재도 운영 중인 곳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 밝고 활기차지만, 소음 공해 등의 단점이 따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가 하면 부산의 한 대학교 인근 술집은 ‘노교수존’을 선언했다. 진상 손님이 모두 중년의 교수였기 때문에 사장이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노중년존’ 표현이 가장 먼저 등장한 곳은 숙박업소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는 40대 이상 이용객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연령의 상한선은 35~39세다. 서울의 한 캠핑장은 ‘40대 이상 커플의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는데, ‘중년 차별’로 논란이 일자 이를 취소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노중년존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50대 남성 이 씨는 “사장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벌이를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자신의 마음대로 장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60대 남성 한 씨는 “나이 든 사람들이 매장 안에 있으면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싫어한다더라. 요즘 어디를 가면 눈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연령 제한 출입은 벌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결국 노중년존의 사장들은 ‘선택과 집중’을 한 셈이다.
온라인 노인 혐오 표현 심각
사실 노인 혐오의 근원지는 온라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틀딱’, ‘할매미’, ‘연금충’ 등 온라인상의 노인 혐오 표현은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2021년 한국노년학회는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태도’ 학술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0·20대의 젊은 층을 비롯해 전 연령은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노인과 관련된 사건·사고 보도를 접하면서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물론, 미디어를 통해 노인 혐오 표현을 알게 된 경우도 많았다. 특히 젊은 층은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재밌어서’, ‘사람들이 쓰니까’ 등의 단순한 이유로 노인 혐오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인 노인 혐오 표현은 무엇일까? 학회는 총 2만 747건의 댓글을 수집해 분석했는데, 가장 많이 언급된 노인 혐오 표현은 ‘노인네’(6894건)로 집계됐다. 이어 ‘틀딱’, ‘꼰대’, ‘늙은이’, ‘할배’, ‘개돼지’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틀딱’, ‘꼰대’ 등은 주로 노인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댓글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노인 혐오 표현이 활발히 사용되는 편은 아니었다. ‘틀딱’이라는 혐오 표현이 상위에 위치하긴 하지만, ‘노인네’ 빈도수의 7.57%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노인의 이미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형용사 위주로 살펴본 결과, ‘힘든’이 481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무식한’, ‘나쁜’, ‘무서운’, ‘힘없는’, ‘아픈’ 순으로 사용이 두드러졌다. 대체로 분노와 연민에 해당하는 감정으로,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는 노인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 혐오 표현 알아보기
꼰대 :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말로,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도 ‘젊은이들의 복종을 기대하며, 비판은 빠르고 실수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보복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틀딱 : ‘틀니를 딱딱거린다’는 일부 노인들의 특징에서 유래했다. ‘틀딱’에 벌레를 의미하는 한자 ‘충’을 붙인 ‘틀딱충’도 많이 사용된다. 자신의 나이를 빌미 삼아 젊은 사람들을 훈계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예절을 어기는 노년층을 비하하는 말이다. ‘꼰대’와 비슷한 말로 통한다.
할매미 :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일부 할머니를 매미에 비유한 말이다.
연금충 : 나라에서 주는 노령연금 등으로 생활하는 노인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노슬아치 : 노인+벼슬아치를 합친 말이다. 예전에는 많이 사용했지만,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노인 혐오, 낙인 야기
지난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차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국가 중 2위로 매우 높았다. 특히 청년층 80%는 노인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갖고 있다. 이는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고서에 나와 있다.
청년층의 노인 혐오 증가 이유는 고령사회와 연관이 깊다. 우리나라는 2017년 8월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자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고,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부양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노인 혐오 표현을 숨기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회적 낙인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노인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조성하고 차별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노인 혐오 표현을 사용한다는 데 있다.
노인 혐오 표현에 잠재된 큰 문제는 노인을 ‘우리’라는 집단에 유입되지 못하게 제한함으로써, 그들을 더욱 외롭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정 노인들의 문제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해서는 안 되며, 노인 혐오 표현 사용과 차별적 태도를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는 12일부터 퇴직연금제도(DC‧IRP)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된다. 1%대에 머무르는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방침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저금리 환경임에도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으로 86% 이상 운용돼 왔다. 고용노동부는 그 배경으로 가입자(근로자)의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무관심, 금융에 대한 전문성 부족을 꼽았다. 이 탓에 최근 5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1%대에 머물렀다.
이에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여 근로자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전지정운용제도를 도입을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위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제도가 도입됐다.
사전지정운용제도란 가입자의 운용지시가 없을 경우 가입자가 사전에 정해 놓은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제도 운영 경험이 풍부한 미국, 호주, 영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가입자의 적절한 선택을 유도해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것이 사회적 책무라는 인식이 작용한 덕분이다. 이에 적극적으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는 가입자를 위해 도입했으며, 실제로 위 국가의 사전지정운영방법은 연 평균 6~8%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퇴직연금사업자는 근로자가 운용을 지시하지 않는 등 퇴직연금에 무관심한 경우를 대비해 자동으로 적용되는 운용상품을 미리 정해둬야 한다. 원리금보장상품이나 펀드(집합투자증권)로 구성할 수 있으며, 고용노동부장관 소속 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와 고용노동부 승인이 필요하다.
기업은 사업자가 제시한 사전지정운용방법을 근로자대표 동의를 받은 뒤 도입하고, 근로자(가입자)는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사전지정운용방법 정보를 제공받아 그중 하나의 상품을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지정하게 된다. 이때 퇴직연금사업자는 근로자에게 손실 가능성을 명확히 설명하고, 근로자의 의사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등의 보호 절차를 지켜야 한다.
사전지정운용방법(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거나,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의 운용을 원하면 적용하게 된다. 또한,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하던 중에도 언제든지 근로자가 원하는 다른 방법으로도 운용 지시가 가능하다. 고용노동부 측은 선택권 보장과 퇴직연금사업자 간 경쟁을 제고하기 위해 운용 현황 및 수익률 등을 공시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측은 “사전지정운용제도를 통한 퇴직연금의 효율적 운용으로 수익률이 제고되어, 근로자의 노후소득 확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