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우리나라 시니어들이 보이스피싱·스미싱으로 피해를 본 금액은 7000억 원. 매해 사라지는 은행 점포는 300여 개. 스마트폰 보급률은 95%에 이르지만 60세 이상의 모바일뱅킹 사용률은 25%에 불과하다.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62)은 디지털 시대의 정보 격차가 금융 소외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미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의 말이다. 대한노인회에서 정책이사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정부·국회와 함께 노인 빈곤 문제 등 노인 정책을 다뤘던 오영환 사무총장은 이 문장에 깊이 공감했다. 금융을 잘 모르는 시니어가 많기 때문. 시니어들이 노후 빈곤을 겪지 않으려면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를 설립하고, 연간 2만여 명의 시니어를 만나고 있다.
Q 대한노인회에서 노인 정책 관련 일을 꽤 오래 하셨는데 어떻게 시니어 금융 교육을 시작하시게 됐나요?
대한노인회에서 노인정책 이사로 있으면서 노인 빈곤, 노인 소외, 노인 복지 등에 대한 정책들을 보건복지부, 국회와 함께 협의하는 일을 했습니다. 서울시 일자리위원회 위원, 웰다잉 시민운동 이사로도 활동했는데요. 노인에게 필요한 정책 중에서도 노인 빈곤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이유 외에 금융도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은행 점포도 없어지는 추세인데, 디지털 금융을 모르면 노후가 빈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는데 나이 들면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시니어들의 스마트폰 활용도가 무척 낮아 디지털 정보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뱅킹만 보더라도 2030 세대는 약 80%가 사용하는데, 50대는 51% 수준이에요. 60대는 18.7%, 70대 이상은 6%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모바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 금리 우대도 해주고, 계좌이체 수수료도 면제되고요. 대출받을 때 금리 우대도 받습니다. 이런 돈을 연간으로 계산하면 50만 원 정도 차이가 납니다. 디지털 정보 격차가 금융 격차로 이어지는 셈이죠.
시니어의 경우 의도하지 않은 정보 차단도 많이 겪습니다. 요즘은 시니어도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요. 예를 들어 태극기 부대가 뭔지 궁금해 눌러봤는데, 알고리즘으로 인해서 계속 태극기 부대 관련 영상이 올라오는 거예요. 하나를 보면 그것에 관련된 내용만 계속 나오니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되는 거죠. 그래서 시니어들에게 디지털 시대의 금융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2017년에 금융위원회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를 설립하게 되었죠.
Q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는 어떤 일을 하나요?
많은 시니어가 금융사기로 피해를 보고 있고, 금융 소외를 겪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인 착취 문제도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죠. 노후 빈곤을 예방하려면 생애 주기에 맞춰 은퇴 준비도 해야 합니다.
곧 다가올 초고령사회에서 시니어들이 빈곤에 시달리지 않고 행복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금융사기예방교육, 디지털금융교육, 은퇴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교육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생활 팁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요즘은 기차표를 사는 것도, 호텔 예약도, 쇼핑도 다 스마트폰으로 하잖아요. 실제 교육을 받은 분들이 “자식들에게도 물어보기 어려웠는데, 배우고 나니 너무 편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동네에서도 이런 교육을 쉽게 배우실 수 있도록 노인종합복지관, 도서관, 대한노인회가 운영하는 경로당, 노인대학 등 여러 기관과 함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시니어뿐 아니라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정책을 목적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시니어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금융이 디지털화되면서 정보 격차가 벌어지고 금융사기를 당하는 시니어가 많아졌습니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 시니어들이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으로 잃은 금액이 7000억 원 정도 됩니다. 역대 최고 금액이에요. 예상외로 50대가 굉장히 많습니다. 피해 건수로는 70~80대가 많은데, 피해 금액은 오히려 50대가 훨씬 많아요.
고전적인 수법은 전화로 “당신의 자녀, 손주를 납치했다”고 하는 건데요. ‘나는 안 속는다’고 하지만 막상 당하면 머리가 하얘진다고 해요. 요즘은 또 보이스피싱 하는 사람들이 피싱 전화를 걸면서 동시에 실제로 자녀를 만나고 있어요. 휴대폰을 빌려달라거나 해서 자녀에게 확인하려고 거는 전화를 가로챕니다. 납치되었다는데 전화를 해도 안 받으니까 속는 경우가 많죠. 또 문자를 이용한 스미싱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어요. “아빠 휴대폰 고장 났어요. 돈 좀 보내주세요”라는 문자, 해외 구매한 상품이 세관에 있으니 확인해보라는 문자 등이 있어요. 젊은 분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경고를 받는데, 시니어들에게는 그런 경로가 많지 않아요.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850만 명 정도 됩니다. 50세 이상 시니어까지 포함하면 2000만 명이에요.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2026년 초고령사회로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1년 앞당겨졌어요.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니 노인 착취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요양원 원장에게 통장을 맡겼다가 치매가 와서 그 사실을 잊어버리자 원장이 그 돈을 써버린 사례도 있고요. 간병인이나 지인이 그러기도 합니다. 부모의 연금을 자식이 가져가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요. 치매기가 있는 노인에게 케이블TV 하나 두라며 대충 사인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고 법적으로는 ‘후견인 제도’라는 걸 운영하는데요. 간단히 말하면 누군가 내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려고 할 때 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데다 그 과정도 굉장히 복잡합니다. 법원에 신청하면 판사가 판결을 통해 후견인을 지정해줘야 하고 변호사도 있어야 하는데, 70세 넘어 이 과정을 할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대안으로 주민센터 공무원이나 노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가 후견인이 되는 ‘공공 후견인 제도’가 있어요. 노인 착취 문제는 주로 70세 이상 노인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그전에 이런 방법들을 알아둬야 합니다.
2025년이면 인구의 20%가 노인입니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니 그 피해도 늘어나겠죠.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시기에는 자신의 재산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거든요.
Q 금융 교육은 어떤 내용인가요?
금융 관련 교육은 크게 디지털금융교육과 금융사기예방교육이 있습니다. 금융사기예방교육은 연극과 뮤지컬로 만들어서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강사가 앞에 나가 PPT를 띄우고 교육을 했는데 지루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극단과 함께 금융사기 내용을 연극으로 만들었더니 굉장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다음 더 재미있게 해보려고 트로트 뮤지컬을 만들었어요. 트로트가 나오니 함께 따라 부르고 춤도 추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연극과 뮤지컬을 합해서 약 2년 동안 100회 가까이 공연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동안은 공연을 못 했어요. 아쉽지만 이번에는 국악으로 흥부놀부 이야기를 통해 금융사기를 알리는 영상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디지털금융교육은 먼저 스마트폰 이용과 같은 디지털 교육을 하고, 잘 따라오시면 금융 교육으로 넘어가는데요. 시니어들은 교육을 할 때 직접 해봐야 해서 1:1 대면 교육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대면할 수가 없게 되었죠. 고민을 하다 행사로 기획했던 ‘시니어 골든벨’을 비대면으로 시도해봤습니다. 먼저 지원자들에게 골든벨 교재를 보내드리는데요. 예상 문제집인 셈인데 거기에 생활에 꼭 필요한 금융 꿀팁을 담았습니다. 금융사기, 투자, 보험, 주택연금 등 금융 상식도 넣고, 유튜브로도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시니어 골든벨’은 화상 채팅으로 진행하고요. 250명이 정원인데, 참여율은 70~80% 정도 됩니다. 혼자서 화상 프로그램 접속을 못 하시거나, PC가 없어서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런데 유튜브 완주율은 100%입니다. 골든벨 대회도 좋지만, 저희 목표는 대회 준비 과정을 통해 금융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는 거였거든요.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금융 교육도 하지만 은퇴 교육도 하신다고요. 은퇴 교육이라니 조금 생소합니다.
은퇴 교육도 결국은 금융 교육이에요. 생애 주기별 금융 교육이 필요한 것이죠. 우리에게는 세 가지 수명이 있습니다. 평균수명, 건강수명, 경제수명인데요.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4세입니다. 건강수명은 평균 74세, 경제수명은 평균 70세예요. 평균 10년을 노인성 질환을 앓고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신다는 뜻이죠. 은퇴 교육은 경제수명을 늘려서 시니어들이 노후를 조금 더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은퇴 교육은 40대에게 가장 필요합니다. 은퇴 이후의 삶을 미리 설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직 젊다고 생각해서 교육을 많이 안 받아요. 그래서 일단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6개월 앞둔 분들에게 하고 있어요. 교육청, 사학연금, 공무원 연금공단 등과 연계해서 교사, 교직원,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은퇴를 하면 신체적 변화뿐 아니라 수입과 지출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수입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병원비 지출은 많아지죠. 재무적으로 그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또 비재무적으로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준비해야 하죠. 요즘은 우스갯소리로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산다’고 그래요. 50세에 은퇴하고도 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거죠. 인생 이모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시니어분들이 많은데, 은퇴 후 삶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분들을 위한 금융 교육과 은퇴 교육도 중요합니다.
Q 시니어금융소비자보호정책 포럼을 열어 시니어 디지털 금융 격차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하셨는데요. 고령 친화적인 정책들이 생겨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에 은행 지점 311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점포가 없어지는 곳은 첫째 낙후된 지역, 둘째 고령화된 지역입니다. 많은 분들이 은행을 공공기관으로 생각하지만, 은행은 민간 기업입니다. 점포 하나를 유지하는 데 월 2억~3억 원이 필요하다고 해요. 그러니 점포를 닫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동네 은행이 문을 닫으면 시니어들은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해요. 금융 접근성에 제한이 생기죠. 그래서 대안을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건 디지털 금융 교육입니다. 점포를 없애기 전 디지털 금융 교육을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점포 폐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어요. 지역 주민들에게 설문조사도 하게 되어 있고, 점포를 닫는 대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작됐는데요. 그 하위법으로 노인과 관련된 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가 시니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야기했던 내용이 많이 반영되고 있는데요. 올해 안으로는 완성될 것 같습니다.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이 너무 낮아 실질적인 노후 대비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연금저축이나 IRP 계좌를 통해 TDF(생애주기 펀드)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후 자산 관리가 중요한 걸 알지만, 막상 자산을 배분하려니 어떤 자산에 어느 정도 비중으로 투자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나의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 재조정(리밸런싱)을 해주는 TDF가 떠오른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디폴트 옵션이 도입될 예정인데, TDF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여라
2021년 퇴직연금 운용 통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0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2021년 평균 수익률은 2%에 불과했다. 수익률이 낮은 대신 원리금이 보장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된 퇴직금이 많다. 퇴직연금은 노후 대비 자산이기 때문에 원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에, 약 300조 원의 퇴직연금 중 86%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되어 있다. 펀드,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된 연금은 13.6%에 불과하다. 지난해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상품의 수익률은 1.35%에 그쳤지만, 실적배당상품 수익률은 6.42%로 5배가 높았다.
퇴직연금에서 개인이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상품은 DC형(확정기여형)과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형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중 자산운용사에 자산 운용을 지시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8.6%에 불과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86%를 차지하는데 그 중 약 9%만이 자산 운용을 지시했다는 건 그만큼 많은 퇴직금이 방치되고 있다는 뜻이다.
TD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TDF는 Target Date Fund(타깃 데이트 펀드)를 줄인 말로, 생애주기 펀드라고도 한다. 투자자의 은퇴 시기를 예상한 뒤 이에 맞춰 설계하고 자산 배분 비율을 조정하는 펀드다. 자산 포트폴리오는 생애주기에 따라 자동으로 설계된다. 청년기에는 주식 등의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수익률에 집중하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TDF는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자산 조정으로 수익률도 내면서 안정성도 충족할 수 있어 은퇴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생애주기별로 투자하는 펀드, TDF
TDF는 적극적으로 자산을 늘려야 할 시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져 오면 안전자산 비중을 높인다. 우리나라 TDF는 꾸준히 성장해 2022년 설정액은 약 8조 원에 달했다. 그만큼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
TDF는 액티브형과 패시브형으로 나뉜다. 액티브형은 시장지수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주식과 채권 등을 적극적으로 편입하고 기대수익률이 높다. 패시브형은 시장지수만큼의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ETF와 인덱스펀드를 주로 활용하며 투자비용이 낮다. 증시가 좋을 때는 패시브TDF가 유리하고, 금리가 높거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는 액피브TDF가 유리하다. 다만 액티브TDF는 운용 수수료가 패시브TDF에 비해 높은 편이다.
TDF의 특징은 상품은 뒤에 항상 네 자리 숫자가 붙는다는 점이다. 2020부터 2050까지 5년 단위로 이뤄져 있는데, 이 숫자가 은퇴 시점을 의미한다. 자신의 은퇴 시점은 태어난 연도에 예상하는 은퇴 나이를 더하면 된다. 예를 들어 1970년생 직장인이 60세 은퇴하겠다면 2030이 목표 시점(타깃 데이트)이 된다. 최근에는 노후 대비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의 유입도 크게 늘어서 ‘2025 TDF’ 성장이 크게 늘었다. 이에 사회 초년생을 위한 2055, 2060 등의 상품도 나오는 추세다.
다만 TDF 투자를 할 때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TDF는 장기 투자 상품이다. 단기에는 수익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장기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중도 해지하면 해지 수수료가 많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생애 주기에서 어느 시점에 목돈이 필요할지 등을 잘 생각해 은퇴 시점까지는 들고 있을 수 있는 금액을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DC형에 자동으로 적립되는 퇴직금 이외에 추가 납부 등을 할 때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TDF 상품이 활성화된 기간이 짧아서, 장기상품임에도 비교할 수 있는 수익률 기간이 평균 3년 정도다. 따라서 상품이 생긴 이후의 누적 수익률을 살펴보고 같은 목표 시점(타깃 데이트)으로 설정된 펀드끼리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또한 TDF는 운용사마다 다르지만 평균 연 1~1.5%의 수수료가 붙는다. 최근 운용사들이 TDF 경쟁을 하면서 수수료를 낮추고 있지만, 해외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수수료는 낮지만 수익률도 낮거나 수수료가 높지만 수익률도 높은 상품들이 있어 어떤 운용사의 상품이 좋을지, 액티브나 패시브 중 어떤 것이 적합할지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에 자신이 있고 자산 배분을 잘할 줄 아는 투자자에게 TDF는 수수료가 높고 장기 투자라는 점에서 그리 매력적인 상품은 아닐 수 있다.
디폴트 옵션 도입, 시너지 낼까?
올해 7월부터 우리나라에도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된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미리 결정해둔 운용 방법을 반영해서 금융사가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퇴직연금 운용사에게 ‘나의 퇴직금을 이렇게 투자해주세요’라고 원하는 방식을 요청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의 국가들은 디폴트 옵션과 TDF를 통해 퇴직연금 장기 운용 성과를 크게 높였다. 미국과 호주는 지난 2006년과 2013년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고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됐다. 2009년~2018년까지 두 나라의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8.3%, 7.9%에 달한다. 미국의 대표적 DC형 퇴직연금제도인 401k는 TDF와 같은 장기 펀드를 중심으로 한 간접 투자 비중이 늘었고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디폴트 옵션 도입 이후 퇴직연금 성과 개선이 두드러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예를 들어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혹은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디폴트 옵션으로 TDF 투자방식을 지정할 수 있다. 제도와 상품 간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되는 것. 최근 자산운용사들은 디폴트 옵션 도입에 대비해 TDF 유형의 ETF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오는 7월 세계 최초로 TDF ETF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중 3종의 TDF 액티브 ETF를 준비하고 있다.
ETF는 일반 TDF 상품보다 수수료가 낮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앞으로는 합리적인 수수료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TDF 운용 방식의 상품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 고용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늙어가는 노동인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체 인구 중 중·고령층은 2011년 39.0%에서 2020년 49.1%로 10년 사이에 약 10.1%p가 증가했다. 특히 중·고령층 중 베이비 부머 세대(1955~1963년)는 전체 인구 중 15.8%를 차지하며 지난 10년간 약 4.8%p 증가했고,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도 5.2%p가 증가했다.
한편, 핵심생산인구(25~49세)가 속한 15~44세 인구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노동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저출산 기조가 지속되면서 15세 미만의 비율이 계속 감소 추세여서 장기적으로는 노동공급 감소에 따른 경제 활력 저하가 우려된다.
코로나19로 고령자 경제활동 위축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3월 ‘고령자 노동시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중·고령층의 노동시장을 분석했다. 2020년 중·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1.5%를 기록했다. 2019년 62.0%에서 감소한 수치이자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장년층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55~64세)와 고령층(65~79세)은 ‘55세 이상 고령층 근로자’로 분류됐다. 2020년 55세 이상 고령층 근로자는 390만 명이었다. 이 중 정규직이 229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약 58.9%를 차지했다. 이어 단시간 근로 11.2%, 일일 근로 10.9%, 기간제 근로 6.9%, 특수형태근로종사 5.5% 순으로 나타났다.
55세 이상 고령층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는 249.7만 원으로 나타났다. 50세 미만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 320.2만 원에 비해 약 70.5만 원 가량 적은 수치를 보인다. 이는 단시간 근로의 증가 및 시간당 급여액의 하락으로 나타난 결과로 판단된다.
더불어 이들 중 41.3%는 이전에 일 경험이 있으나 현재는 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일한 경험이 없다는 비율은 3.4%에 지나지 않았다. 전문대졸 이상의 높은 교육수준을 갖추고 일 경험이 있지만, 현재 일을 하지 않는 비율은 34.5%로 높은 편이었다. 이들의 경력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 발굴 및 활성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퇴직 연령을 살펴보면, 50대에 퇴직했다는 비율이 41.9%로 가장 높았다. 이어 60세 이상 29.9%, 40대 16.4%의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 퇴직 연령은 52.8세였다. 현재 국민연금의 수급개시 연령이 60세에서 65세로 단계별로 상향 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의 기간 동안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근로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취업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65.3%이며, 이 중 두 번 이상의 취업 경험자도 10.9%에 달했다. 그 일자리가 생애 가장 주된 일자리와 ‘관련이 있다(약간+매우)'고 답한 응답자는 72.6%로 나타났다. 취업경험자 10명 중 7명이 유사 직무로 재취업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장래에 일하기를 희망한다는 비율은 67.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별로는 중졸 이하보다 고졸이나 전문대졸 이상의 계속 근로 희망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더불어 150~300만 원의 근로소득을 희망하는 경우가 49.9%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주요 구직층에 60대 주류로 등장
특히 고령자의 노동시장을 분석해 보면 60세 이상의 근로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전까지 고령층 근로자 가운데 워크넷의 주요 구직층은 55~59세 연령대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5월을 기점으로 60~64세 연령대가 주요 구직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영향도 크다. 정부는 2004년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업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이후 노인 일자리 사업이 점점 확대됐고, 이는 고령층의 고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고령층은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하는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보다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근로 방식이 유연화됨에 따라 일자리에 대한 인식도 변화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개인들의 일·가정 양립 및 웰빙(well-being) 추세가 일부 반영되었다고 판단된다.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고용 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월에는 194만 명, 2월에는 204만 2000명, 3월에는 210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9일 발표된 고용 동향에 따르면 4월의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475만 3000명이었고, 이 중 60세 이상은 213만 7000명이었다. 60대 이상의 전년동월대비 증감률은 매달 10% 이상으로 집계되는데, 4월은 12.5%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 가입자는 보건복지 분야에서 6만 8000명, 제조업 분야에서 3만 9000명이 증가했다. 보건복지 분야에서 60세 이상의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부의 노인일자리 확대와 고령층이 시간제 일자리를 원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단기성, 단순 노무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지만, 실제 고령층이 선호하는 일자리 형태임을 나타내는 자료도 적지 않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82만 개에서 올해 84만 5000개로 사업을 확대 추진했다.
대선 기간 동안 단순 노인 일자리 정책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던 윤석열 정부가 어떤 노인 일자리 제도를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월 일본 정부가 편성한 연금과 의료보험 등의 사회보장비 예산은 36조 2735억 엔(약 353조 원). 고령화가 이어지면서 일본의 사회보장비용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사회보장비용 부담도 함께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도움이 필요한 고령자의 개호(돌봄 간호) 관련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20년 일본의 개호비용은 약 11조 엔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모나 배우자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중장년층이 매년 10만 명에 이르자,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한 경제 정책을 펼쳤지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개호’ 관련 사회 문제들은 여전히 일본 정부의 숙제다.
매년 최대치 경신하는 '개호 수치'
일본의 개호(介護, 간병)와 관련된 데이터들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본은 노인보건제도와 사회복지제도로 분산돼 있던 요양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2000년 개호보험을 도입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0년 보험급부와 자기부담금을 합한 개호 비용은 10조 7783억 엔(약 104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호서비스 이용자도 전년 대비 5만5700명 증가한 532만8000명에 달해 2001년 개호보험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고 숫자를 기록했다.
일본은 40세부터 개호보험에 의무 가입이 돼 건강보험료 일부로 납부가 시작되며, 65세가 되면 연금에서 자동으로 개호보험료를 제하고, 연간 연금액이 18만 엔 이하이면 지자체가 직접 징수한다.
2020년에는 65세 이상의 개호보험료가 사상 처음으로 평균 월 6000엔을 넘어섰다. 개호보험이 도입된 지 20년 만에 두 배가 된 것으로, 후생노동성은 일본의 1차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 약 680만 명)가 모두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에는 월평균 6856엔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의 숙제 ‘2040년 문제’
개호 관련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고령자가 많아져 보험 수급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개호보험 수급자는 나이에 따라 65세 이상이면 제1호 피보험자, 40~64세의 현역세대는 제2호 피보험자로 구분된다. 개호서비스 주 대상자인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가 급증하면서 간병 비용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70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으며, 90세 이상 인구도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 인구는 최대이면서 취업자 세대는 급감하는 시점을 2040년이라 보고 ‘2040년 문제’라 정의하며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040년은 2차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1~1974년)가 65세로 접어드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약 400만 명 증가하고 취업자는 약 900만 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자 1.5명당 1명의 고령자를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후생노동성에서는 고령자 활동을 포함해 취업자 수를 늘리고 적은 인원으로도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의료 및 복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25년 단카이 세대의 후기고령자 편입에 대비해서 2024년에 있을 개호보험 개정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또한, 이번 개정에는 ‘2040년 문제’ 대책 마련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높아지는 간병 부담 ‘개호 이직’
2000년 개호보험 시작 당시 3.3조 엔이었던 개호 비용이 2025년에는 21조 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일본 정부는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비를 줄이고 있다. 2006년부터는 노인 요양시설 입주 시에 부담하는 주거비와 식비를 급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고령자 복지 용구 또한 한도를 정해 지원한다.
그렇다 보니 1인당 개호서비스 비용이 만만치 않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당 월 개호서비스 비용은 약 20만 엔(약 194만 원)이다. 하지만 가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재택에서 간병할 경우 평균 비용은 월 약 5만 엔(약 48만 원)이다. 만약 치매 가구라면 비용은 13만 엔으로 올라간다. 결국, 개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간병을 하는 ‘개호이직(介護離職)’ 현상이 나타났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개호를 주로 담당하는 사람은 간호가 필요한 사람의 배우자가 54.9%, 자녀가 31.6%에 이른다. 85%는 가족이 간병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개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는 이들이 중장년층이라는 것이다. 개호를 하는 동안 경력의 공백이 발생하고 이후 재취업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는 것. 총무성에 따르면 개호이직을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연령대는 40대에서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50대에 최고점을 찍는다. 게다가 60대 개호이직자도 있다. 즉, 고령자가 고령자를 개호하는 ‘노노개호(老老介護)’도 늘고 있다는 뜻이다.
중장년층이 개호 이후 정규직으로 다시 고용되는 비율은 20~30% 수준이다. 결국 이들이 사회 취약계층이 되면서 중산층 붕괴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총무성은 개호이직으로 인한 경제손실 규모가 연간 6500엔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직장인들이 개호이직을 한다는 통계가 나오자 일본 정부는 2015년 ‘개호이직 제로(0)’를 경제 정책 목표로 제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개호 이직자는 매년 증가하며 연간 10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년마다 고령자 부담 오르나?
일본의 개호보험은 현역세대인 제2호 피보험자와 주 개호서비스 수급 대상자인 제1호 피보험자의 인구 구성 비율을 고려해서 3년마다 보험료 분담률을 조정한다. 2024년 제9기 개호보험료 개정 방안에 관한 논의는 지난 3월부터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올해 10월부터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 의료보험제도에서 일부 가입자에 한해 본인 의료비 부담 비중을 20%로 확대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4년 개호보험료 개정도 후기고령자 의료보험제도와 비슷한 기준에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개호보험료 본인 부담률은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2000년 개호보험이 시작된 이후 기본 본인 부담률은 10%이지만 2015년 8월부터는 일정 소득 이상 고령자의 부담률이 20%로 올랐고, 2018년에는 다시 30%로 확대됐다.
물론 90%의 피보험자는 여전히 10%를 부담하지만, 일정 소득 이상인 고령자의 개인 부담률은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또한 수입은 줄어들고 의료비는 높아지는 노년기에 10% 부담률 역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더불어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개호보험의 지속성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19년에는 개호보험료를 체납해 지자체로부터 재산 압류 처분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의 수가 집계 이래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섰다. 고령자를 위한 개호 보험이지만 금액 부담과 더불어 재정 부담까지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개호 관련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호 보험료 인상이나 피보험자 가입 나이 확대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방법이 근본적인 고령자 부양 부담을 낮추는 것이 아니므로 일과 개호의 양립 환경과 최소의 의료 인원으로 고령자를 돌볼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통합케어’를 추진해 재택 의료와 방문 케어를 강화하고 AI와 같은 로봇 등을 활용한 돌봄 영역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주요 업무를 맡고 있는 4050의 개호이직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호 휴업, 개호 휴가와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간병을 하면서도 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호 휴업의 경우 해당 기간에 임금의 67%를 지급하지만 이용률은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 사회보장제도에 관해서는 일본의 제도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닥칠 ‘2040년 문제’나 현재 겪고 있는 ‘개호 이직’ 등의 숙제를 일본 정부나 사회가 어떻게 풀어갈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개호 보험의 재원 확보 방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56세 A씨는 노후 거주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이상적인 노후 거주지로 급부상한 실버타운에 대해 알아봤으나, 공동생활을 꺼리는 성격 탓에 노후 거주지 후보에서 제외했다.
59세 B씨는 실버타운 입주 가능 연령을 1년 앞두고 C 실버타운에 입주 예약을 신청했다. 그러나 실버타운 인기가 높아진 탓에 대기자가 넘쳐 2년은 기다려야 한다. 60세가 될 때에 맞춰 노후 생활에 맞는 거주지로 이사하고 싶지만 줄어들지 않는 대기자 명단에 B씨는 다른 거주지를 알아보고자 고민 중이다.
고령화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요즘, 노후 대비를 두고 여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노후 자산 관리뿐만 아니라 노후에 어디에 살 것인지, 거주지에 관련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생활을 꺼리거나, 실버타운에 가고 싶지만 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져 포기한 A씨, B씨와 같은 중년을 위한 거주지가 있다. 바로 ‘실버하우스’다.
실버하우스는 노후 주거지 전문 유튜버 ‘공빠TV’에서 만들어낸 개념으로, 그들이 꼽는 이상적인 세 가지 노후 주거지 중 한 곳이다. 노년기에는 노화로 인해 체력이 약해지고 경제활동을 그만두면서 생활비도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중년기까지 살던 집과 노후에 거주할 집은 달라야 한다는 취지로 둘을 구분한다.
공빠TV의 문성택 씨는 “시니어들이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70대 중반부터 20년 이상 거주할 집을 70대 초반 이전까지 마련해서 가능한 한 일찍 행복한 여생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실버하우스라는 개념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추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빠TV는 이상적인 실버하우스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경제력, 둘째로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입지, 셋째로 다양한 여가활동의 영위 여부이다. 문 씨는 “경제력이란, 실버하우스를 마련하고 유지하는 비용,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매달 빠져나가는 비용까지 스스로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버하우스를 마련할 때에 필요한 자금으로는 전 재산의 50% 이내가 바람직하다.
두 번째로 꼽은 기준은 실버하우스에 거주할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수시로 건강상태를 체크해야 하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앓고 있다면 큰 병원과 가까운 지역을 알아봐야 한다. 주기적으로 가벼운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운동시설이나 공원이 가까이 있는 곳,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노인복지관이나 식당가가 가까운 곳도 공빠TV의 추천 실버하우스 입지다.
문 씨가 마지막으로 여가 생활을 꼽은 이유는 다른 데에 있지 않다. 은퇴 후에는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여가 생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 그는 “행복한 여가를 보내기 위해서는 도서관, 노인복지관, 시민회관이나 박물관 등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가까운 지역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꿈의 실버하우스’ 입지로는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경기도 성남시 판교 등을 추천했다. 문 씨는 “의정부 신곡동의 경우 가까운 거리에 신곡 노인복지관, 의정부 백병원이 자리잡고 있으며 근처에 광역버스 정류장, 의정부 경전철 동오역이 있어 이동하기도 편리하다”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의정부 과학도서관, 추동웰빙공원이 있으며 근처 부용천, 중랑천을 따라 걷기 운동이 가능하므로 실버하우스 입지로 알맞다”고 설명했다.
판교를 추천하는 이유로는 “우선 신분당선 판교역이 가까이 있어 이동이 편리하고, 판교 현대백화점, 백현동 카페문화거리가 가까이에 있어 식사를 해결하거나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주변에 탄천이 지나가고, 낙생대공원이나 판교 노인복지관 등 판교 지역의 탄탄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버하우스를 노후 거주지로 선택했다면 경제력과 건강, 여가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추천한 지역에 꼭 입주하라는 것이 아니고, 추천한 지역의 특징을 참고삼아 스스로에게 가장 잘 맞는 실버하우스를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가 ‘2022 나에게 힘이 되는 복지서비스’ 안내 책자를 개정 발간했다.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국민들이 찾기 어려운 복지서비스를 쉽게 활용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총 415쪽에 달하는 책자에는 450여 종류에 달하는 전 부처 복지사업에 대한 안내가 담겨 있다. 생애주기별, 대상 특성별, 가나다순 색인을 이용해 국민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간단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생활과 건강 면에서 복지서비스를 찾게 되는 어르신들의 경우 이 책자를 활용하면 기초연금제도, 치매검진 지원, 어르신 국가예방접종 지원 사업, 노인맞춤돌봄서비스, 각종 요금 감면 혜택 등의 사업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새롭게 도입된 사업과 변경된 내용도 담겼다. 신규 주요사업으로는 △고령자 고용지원금 △출산가정의 경제적 및 양육 부담 완화를 위한 ‘첫만남이용권(국민행복카드)’ △영아수당 △1인 가구의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 지원을 위한 ‘1인 가구 사회적 관계망 형성 지원사업’ 등이 있다.
기존 사업에서 변경된 사업기준이나 내용으로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 확대 △근로장려금 소득 상한금액 인상 △긴급복지 지원제도 재산 기준 상향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의 부양의무자 기준 차별적 요소 개정 △자립준비청년 자립수당 지급 기간 연장 등이 있다.
한편, 정부는 온·오프라인 정책 제안 플랫폼 ‘광화문 1번가’를 통해 해당 책자에 대한 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책자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만족 이상 65.9%)하고 있으며, 추가가 필요한 사업 분야로는 1인 가구 지원사업(48.74%),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사업(27.95%) 등을 선택했다.
해당 의견을 반영해 올해 발간된 안내 책자에는 ‘기타 위기별·상황별 지원’ 분야를 개편해,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1인 가구 지원사업’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복지부는 더 많은 국민들이 보다 쉽게 사회보장제도를 알고 이용할 수 있도록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 지역자활센터, 고용센터, 공공기관, 사회복지시설 등 전국 8000여 개 기관에 책자 17만 부를 배포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특히 휴대하기 편한 ‘주요 사업 50 소책자’ 및 ‘노령층·청년층 소책자’, 전자책(e-book)과 QR코드(시각장애인용 음성지원 포함) 등 다양한 형태로 안내 자료를 제공한다.
정태길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총괄과장은 “앞으로도 국민이 다양한 사회보장제도를 더욱 쉽게 이용하고, 현장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 책자를 매년 발간할 계획”이라며 “복지서비스를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홍보방식을 활용해 지속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외에 노후 연금 마련이 가능한 상품이 하나 더 있다. 집을 담보로 받는 연금, 주택연금이다. 우리나라는 고령층의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지만, 내 집을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부동산이 올라 자산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도 있어 주택연금 활용도가 2% 수준밖에(60세 이상 자가 가구 기준) 안 된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주택연금 가입 기준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시니어가 주택연금에 대해 잘 모른다. 주택연금,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걸까?
내 집에서 평생 거주하며 받는 연금
주택연금은 국가의 보증으로 금융기관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신의 집에 살면서 매 월 연금처럼 수령하는 상품이다. 우리나라 60세 이상 고령자의 자산 중 70%가 부동산인 만큼, 부동산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는 효과가 있어 노후자산 준비에 적합한 상품으로 꼽힌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 평균 연령은 부부 중 연소자 기준으로 72세이며 월 평균 110만 원을 받고 있다. 가입 주택 평균 가격은 3억 3600만 원으로 가입자는 약 9만 4000명이다. 가입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60세 이상 자가 가구의 주택 연금 이용률은 아직 2%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택연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심사를 통해 보증을 해주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해주는 형태의 상품이다. 구체적인 가입 요건은 ▲부부 중 1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부부 중 1명이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하며 ▲소유한 주택의 공시 가격 등이 9억 원 이하인 경우다.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총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한 금액이 9억 원 이하이면 신청할 수 있고, 2주택자인데 두 주택의 합산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는 경우에는 3년 이내에 한 채를 팔면 가능하다.
이렇게 받은 대출금(5억 원 한도)을 평생 매월 연금 형태로 받을 것인지, 인출한도 범위(대출한도의 50%) 안에서는 수시로 찾아 쓰고 나머지는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매월 연금 형태로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부부가 모두 사망했거나 주택공사에서 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상품 가입이 종료되는데, 연금으로 받았던 금액과 그에 대한 이자를 직접 상환하거나 주택 처분으로 상환할 수 있다. 주택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주택 가격이 대출금보다 높으면 상환 후 남은 잉여금은 상속인에게 상속되며, 주택 가격이 대출금보다 낮은 경우 부족분은 별도 청구하지 않는다.
주택금융공사의 월지급금 예시 표에 따르면 부부 A씨(65세)와 B씨(60세)가 3억 원의 주택으로 가입하는 경우 월 수령 예상액은 64만 원(종신지급형, 부부 중 연소자인 B씨 기준)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연금액은 변하지 않는다. A씨와 B씨가 모두 85세에 사망했다고 가정하면, 25년 간 연금을 받게 되고, 예상 총 수령액은 1억 9200만 원이다. 이 때 상품 만기 시의 시가로 주택을 매도하고 총 수령액 약 2억 원과 이에 대한 이자를 차감한 뒤 남은 금액은 자녀(상속인)에게 상속된다. 만약 주택 시가가 낮아 총 수령액 약 2억 원 과 이자를 다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남은 부족분은 따로 청구되지 않는다.
주택연금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먼저 주택연금은 자신에게 맞는 지급 방식을 잘 선택해야 한다. 주택연금은 사망할 때까지 받는 방법과 일정 기간 동안 받는 방법이 있는데, 국민연금 등의 다른 연금 수령액이 많지 않은 사람과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연금 외 자산이 없는 사람은 종신지급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주택연금 가입 후 집값이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가입 당시 정해진 금액으로 연금을 수령하고, 연금 만기시의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상환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입 시점도 잘 고려해야 한다. 집값이 하락하는 추세에는 빨리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고 집값이 상승하는 추세에는 가입을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가입자의 연령대가 높아 기대수명 기간이 짧고, 생활 수익원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면 어느 경우든 주택연금을 가입해 생활비로 활용하는 것이 노후 경제생활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주택연금을 신탁계약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주택연금 지급 필수 조건은 ‘실거주’이지만, 주택금융공사와 주택연금 신탁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보증금 있는 임대차가 가능해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주택을 소유하고는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남은 경우에는 주택연금을 활용해 대출금을 상환하고 남은 금액을 연금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노후에는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채가 있다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대출 상환 방식 주택연금을 활용하면 인출 한도 범위에서 목돈을 받아 주택담보대출금을 갚고 남은 금액을 연금처럼 수령할 수 있다.
노후경제 안정화하려면 주택연금 활성화해야
최근 주택연금 해지 건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해지 건수는 2019년 1527건, 2020년 2931건, 2021년 3185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 오름세로 연금보다 시세차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고령자 노후 자산 안정화를 위해 주택연금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기존에 ‘시가 9억원 이하’였던 가입 기준은 지난해 ‘공시가격 9억 원 이하’로 변경되었으며, 최근에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주택연금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인수위는 주택연금 가입 시 내야 하는 초기보증료(주택 가격의 1.5% 수준)에 대해 가입 후 3년 이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환급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출한도도 늘릴 예정이다. 현재 주택연금 대출 한도는 5억 원인데, 이를 6~7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주택연금에 가입을 하면 국가가 평생 거주를 보장하기 때문에 거주 안정성이 높아진다. 또한 국가가 보증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연금 지급 중단 우려도 없다. 연간 최대 200만 원 한도로 연금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공시지가 5억 원 이하 부분의 재산세 25% 감면 혜택이 있는 점도 장점이다. 또한 상속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생활비가 부족한 고령층의 생활자금대출로 활용될 수도 있고, 매 월 이자를 납부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며 “부동산을 현금으로 유동화 하기 위한 주택연금 활성화는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1위이며 고령층 자산 80%가 부동산에 묶여있고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원”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퇴직급여제도는 퇴직금과 퇴직연금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퇴직급여를 퇴직금으로 수령하는 자는 일반계좌로 수령할 수 있지만 김 씨처럼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 시 퇴직급여를 IRP(개인형퇴직연금계좌)로 수령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2022년 4월 14일부터 모든 퇴직급여는 IRP를 통해 수령해야 한다. 단, 퇴직급여 수령자가 만 55세 이상인 경우에는 퇴직연금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일반계좌로 수령할 수 있다. 만약 만 55세 이전에 일시금으로 퇴직급여를 수령하고 싶다면 IRP로 퇴직급여가 이체된 후 IRP를 해지해야 한다.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일시에 부담해야 하지만,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 절세 혜택이 있다. 퇴직급여를 10년 동안 연금으로 수령하면 납부해야 할 퇴직소득세의 30%, 연금 수령 기간이 10년을 초과하면 퇴직소득세의 40%를 절세할 수 있다.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했다 하더라도 60일 이내에 연금계좌(IRP 혹은 연금저축계좌)로 입금하면 퇴직소득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유의할 점은 퇴직소득세 환급까지는 연금계좌를 통한 상품 매수는 할 수 없다.
IRP와 연금저축계좌는 연금계좌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많다. 우선 퇴직자가 55세 이하인 경우에는 퇴직급여를 IRP로만 수령할 수 있고, 55세가 넘어야 연금저축계좌로 이체할 수 있다. 그 외 IRP와 연금저축계좌는 수수료, 중도인출, 위험자산 투자한도, 투자 상품 다양성 등에 차이가 있다. IRP와 연금저축계좌의 차이를 요약하면 위의 표와 같다.
IRP의 경우에는 연금저축계좌와 달리 별도의 계좌관리(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가 있는데 금융회사별로 차이가 있다. IRP 수수료를 비교하고 싶다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www.100lifeplan.fs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합연금포털 접속 후 연금상품비교공시에 들어가서 퇴직연금을 클릭한 후 맞춤형 수수료 비교를 통해 퇴직연금제도 유형별 수수료를 비교할 수 있다. IRP에는 퇴직 시 지급받는 ‘퇴직급여’와, 연말정산을 위해 근로자가 스스로 납입하는 ‘자기부담금’이 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납입금의 성격, 가입 경로에 따라 수수료율을 다르게 적용하므로 퇴직급여(사용자부담분)와 자기부담금(가입자부담분)의 수수료율을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퇴직연금 사업자 중 증권사들이 대체로 IRP 가입자부담분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IRP 사용자부담분 수수료도 온라인을 통해 개설한 계좌의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는 금융회사도 있다. 2021년 11월 기준으로 IRP 온라인 계좌 수수료 면제 금융회사는 13개 증권사(삼성, 유안타, 미래에셋, 신한금투, 한국투자, KB, 한화투자, 대신, NH투자, 하이투자, 포스, 현대차, 하나금융투자), 3개 은행(우리, 부산, 대구)이다. 금융회사별 수수료 차이가 있으므로, IRP 가입 전에 먼저 확인을 해야 한다.
IRP와 연금저축계좌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모두에서 가입이 가능하다. 1금융회사 1통장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를 달리하면 복수 가입도 가능하다. 연금저축계좌는 각 금융회사의 고유 업무 성격에 따라 보험사의 경우 금리형 상품 위주로 되어 있고, 증권사의 경우 실적배당형 상품 위주로 되어 있다. 하지만 IRP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별로 금리형에서 실적배당형까지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다. IRP를 통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ETF(Exchanged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IRP를 통한 ETF 거래 시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간 매매 방식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확인한 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증권사의 경우 가입자가 ETF 실시간 거래 및 매수·매도 호가 지정이 가능하지만 은행, 보험사의 경우에는 가입자가 ETF 실시간 거래 및 매수·매도 호가 지정이 불가능하다.
IRP에 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을 편입하려는 경우,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금리 비교 및 제공기관 조회가 가능하다. 통합연금포털에 접속 후 연금상품비교공시에 들어가서 원리금 보장 연금상품을 클릭한 후 퇴직연금상품 권역별(은행, 증권, 보험), 제도별(DB, DC, IRP), 만기별, 상품 제공 기관별 등으로 조건을 부여하여 검색할 수 있다.
IRP나 연금저축계좌의 수수료나 투자 대상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금계좌이체제도를 이용해 계좌를 다른 금융회사로 이전할 수 있다. 연금계좌 이전은 신규 가입회사에 계좌를 개설한 후 계좌이체 신청을 하면 되고, 기존 가입회사는 별도로 방문할 필요가 없다.
29년. 그가 돈의 흐름을 쫓아다닌 시간이다.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를 시작으로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등을 거치며 오랜 시간 금융 시장을 분석해온 홍춘욱(53) 박사. 재정의 자유를 얻어 회사를 그만두고 집필에만 몰두하다가 최근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게 됐다는 그에게 노후 자산 관리법에 대해 물어봤다.
2019년 홍춘욱 박사는 키움증권을 마지막으로 29년간 해왔던 이코노미스트라는 직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퇴사 이유는 재정적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그도 처음 투자를 했을 때는 유학 자금을 몽땅 날리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돈 많은 백수’를 꿈꿔봤을 것이다. 홍 박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블로그와 책을 통해 각종 금융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올해 출판한 ‘돈의 흐름에 올라타라’를 포함해 그의 저서는 17권이 넘는다.
더 많은 대중을 만나기 위해
홍 박사는 2018년 유튜브도 시작했다. 그간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면서 수많은 리포트를 통해 이미 금융 관련 지식을 전달하고 있었을 텐데 왜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지 묻자, 그는 “답답해서 그렇다”고 했다. 투자나 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반면, 준비하지 않은 채 자산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세계에서 배당 수익률이 가장 낮아요. 또 주주들을 손님 취급하죠. 주가가 폭락하면 배당을 더 주거나 자사주를 매입해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고, 갑자기 물적 분할을 해버리거나 임상 실패를 알고 내부자가 주식을 미리 파는 등 주주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어요. 그래서 ‘어느 회사 투자하면 좋다는 정보가 있는데 말이야’라는 식의 이야기만 듣고 투자를 하면 안 돼요.”
오랜 시간 모아온 재산을 한순간에 잃은 투자자들을 보며 좋은 투자 방법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블로그나 책을 통해 여러 방법을 전달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글을 잘 읽지 않았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데는 아내의 도움이 컸다. 직접 편집 프로그램을 배워서 영상을 편집해줬기 때문이다. 때로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니 다시 찍자’며 PD의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2021년 여름 15만 명이었던 구독자는 8개월 새 25만 명까지 늘었다. “유튜브를 하면서 부부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도 됐어요. 구독자가 15만 명 넘어가니 둘이서만 관리하기가 어려워서 유튜버 소속사인 MCN 회사에 들어가게 됐죠. 언젠가 채널 구독자가 100만 명이 되면 정말 많은 분들에게 저의 이야기가 도달할 거고, 그만큼 더 많은 분들이 투자를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퇴직 후 2년 넘는 시간 동안 집필에 집중하던 그가 리치고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를 도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나온다면 더 손쉽게 자산 관리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442’ 자산배분법을 기억하자
노후 자산에 관해 이야기할 때 유독 연금이 많이 언급된다. 수입이 끊기는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방어책이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노후 준비가 잘 안 되어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20년 기준 3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그래서인지 퇴직 후 국민연금 수급 시기까지 연금 없이 버텨야 하는 ‘연금 크레바스’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가 많은 시니어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현재 근로소득이 있는 시니어에게도, 근로소득 없이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노후를 살아가야 할 시니어에게도 노후 자산 관리는 어렵지만 꼭 해결해야 할 숙제다.
홍 박사는 노후 자산 관리를 위해서는 첫째, 근로소득을 최대한 오래 가져가고 둘째, 연금제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자산을 나눠서 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노후자금을 2억 원 준비했고 50세부터 70세까지 20년간 인출한다고 생각하면 연 1000만 원을 사용할 수 있어요. 이 2억을 20년 동안 꾸준히 운용한다면 연 1000만 원 이상 인출할 수 있겠죠?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어요.”
자산 배분 방법으로는 국민연금 투자법을 제안했다. 자산 비율을 주식 40%, 채권 40%, 리츠 등의 대체투자 20%로 구성하는 ‘442’ 자산배분법이다. 국민연금은 2021년 91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수익을 냈다. 해외 주식에서 29.5%, 대체투자에서 23.8%의 수익률을 보였다. “국민연금처럼 자산을 배분하면 10년에 한 번 정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와요. 국민연금도 2018년에 한 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 번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는데요. 그 폭이 0.2~0.8%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산을 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요. 1999년부터의 국민연금 수익률이 연 6.8%거든요. 이 돈을 복리로 굴린다면 안정적이죠.”
442 자산배분법을 기본으로 하되 자신의 상황에 맞춰 자산 비율을 조금씩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상되는 소득이 있어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수익을 내고 싶다면 주식 비중을 늘리면 된다. 하지만 추가로 투입할 자금이 없고 보유 자산으로만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면 주식 비중을 조금 낮춰볼 수 있다.
노후 자산 관리를 하는 데는 현금흐름도 중요한데, 채권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40% 채권 투자율 중 20%는 국내에, 20%는 해외에 투자한다면 일부는 단기 채권에 투자해 바로 인출 가능한 현금성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다. 만약 현금성 자산을 더 원한다면 30%는 현금성 자산인 예금 등에 두고 나머지 70% 자산을 다시 442 자산 배분 형태로 분산하면 된다.
“요즘 ETF 상품이 무척 많아서 개인도 국내외 채권 투자가 얼마든지 가능하죠. 배당을 받아 재투자해주는 대표 펀드 상품으로는 ‘코스피200TR’이 있어요. 미국 대형주 주가를 반영하는 ‘S&P500TR’에 투자하면 해외 주식 투자도 가능하겠죠. 리츠의 경우 국내도 좋지만, 해외 리츠 투자 기회가 많이 열렸어요. 대체투자의 경우 금도 조금 넣어볼 수 있겠죠.” TR이 붙은 ETF는 배당금을 받았을 때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시스템이어서 15.4%의 배당세를 내지 않아도 돼 절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 모든 게 너무 어렵다면 TDF(생애주기 펀드)를 활용하면 좋다. TDF는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 비율을 조정해주는 펀드로,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운영하다가 후반부에는 채권 위주로 운용해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TDF는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고 수수료가 높기 때문에 운용사별 수수료와 수익률을 잘 따져봐야 한다. 그 외에 ‘코덱스200미국채혼합’ ETF처럼 미국 국채 60%, 국내 주식 40%를 알아서 투자해주는 상품들도 좋은 대안이다.
홍 박사는 무엇보다 IRP나 ISA와 같은 계좌를 통해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세금을 낮추고, 이를 연금으로 수령해 또 한 번의 절세 효과를 노려볼 것을 제안했다. 연금계좌 수수료는 3.3~5.5% 수준이다. 특히 개인연금 상품은 55세부터 수령 가능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수입이 없는 ‘연금 크레바스’ 시기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가 연금 제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자산 관리, 무조건 맡기면 안 돼
막상 노후를 준비하며 자산 관리를 하려니 상품도 많고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는 시니어들도 많다. 주식만 하더라도 MTS나 HTS 사용법을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시니어들이 부동산을 절대 자산으로 생각하곤 한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 자산은 부동산인 경우가 많다. 홍 박사는 노후 자산을 모두 부동산에 묶어두는 것 역시 하나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위험하다고 했다.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사이클을 보면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2000년대 이렇게 5~6번의 상승세가 있었는데, 평균 상승 지속 기간이 5~10년이에요. 올해까지 부동산이 오른다면 8년째 상승세가 이어지는 건데 그럼 앞으로 길면 2년 정도 남은 거겠죠. 1997년 외환위기, 2013년 하우스푸어 사태 때 강남 지역 핵심 부동산조차 급매의 경우 30~40% 떨어지는 걸 우린 경험했잖아요. 자산은 반드시 나누어 관리하고 부동산을 통한 수익을 꼭 보고 싶다면 리츠를 적극 활용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442 배분법을 따를 때 역시 주식에만 투자하거나 채권에만 투자하는 식으로 한 자산에 100%를 투자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핵심은 위험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따라 자산 비율을 결정하면 된다는 거예요. 주식에 50%를 투자할 경우 5년에 한 번 마이너스 수익률이 발생합니다. 대신 수익률이 8~10%로 높죠. 수익률이 떨어진 시점에는 추가 매수로 손실을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에 근로소득이 발생하는 시절에 가능한 투자법이죠. 추가 수입이 없으면 원금 손실이 발생했을 때 회복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줄여 원금을 잃을 확률을 낮추는 거예요. 대신 수익률은 5% 정도로 만족하는 거죠.”
홍 박사는 자산 관리에 관한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며 스스로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걸 무엇보다 강조했다. 또 공부를 할 때는 경제 전망이나 전문가들의 전망을 맹신하기보다 경제지표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유튜브를 볼 때도 특정 상품 추천 영상보다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보기를 추천했다. 이 모든 과정이 어렵다고 은행, 증권, 자산관리사와 같은 운용사를 찾아가 돈만 맡기면 아무래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추천하고 싶을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알아서 해달라고 말하는 게 가장 위험해요. 많은 분들이 자산 배분 방식에 익숙해져서 조금 더 쉽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홍춘욱 박사의 자산 관리 추천 도서
마법의 연금 굴리기 20대부터 50대까지 자영업자와 월급쟁이를 위한 절세와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한 책. 개인연금으로 연금저축펀드를, 퇴직연금으로 IRP를, 절세 계좌로 ISA를 활용하여 안전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방법을 안내한다.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늘리는 투자자를 위한 자산배분 로드맵. 투자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 , 의 저자 윌리엄 번스타인은 여러 사례를 통해 다양한 자산 배분법을 제시한다.
“네, OO반점입니다.” “짜장면 하나 하고요. 그… 음… 짜장면이랑 항상 같이 다니는 그거 있잖아요. 그게 뭐더라?” 어느 날 중국집에 배달 주문을 걸었는데, 짬뽕이라는 단어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차 키를 집에 두고 나서거나, 통화하면서 휴대폰을 찾거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깜빡깜빡 하는 횟수가 점점 늘고 있다. 나이가 드니 건망증이 더 심해지는 건가 싶은 순간, ‘혹시… 치매 아니야?’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치매’를 떠올리면 보통 아이처럼 말하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동문서답을 하는 상황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상태는 치매가 꽤 많이 진행됐을 때다. 평소에 쓰던 단어나 사람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등 치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전조 현상이 있지만, 건망증인지 치매인지 스스로도 헷갈릴뿐더러 막상 확인하러 병원에 간다고 생각하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전국에 250여 개의 치매안심센터가 있고 데이케어센터와 같은 오프라인 인프라가 꽤 있음에도 그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다.
치매는 주관적 기억장애, 경도인지장애, 치매 순서로 진행되는데, 주관적 기억장애는 65세 이상에서 50%가 느낄 정도로 흔한 증상이며, 경도인지장애는 65세 이상의 20%가 겪는 증상이다. 그래서 인지건강관리회사 실비아헬스 남건희 매니저는 “치매를 질환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야 ‘병에 걸렸으니 나아야 한다’가 아니라 ‘내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해야겠다’고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매는 관리를 통한 예방이 무척 중요한데, 인지 기능을 강화하는 것 만으로도 예방률이 높아진다.
‘인지’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할지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치매는 이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오른쪽, 왼쪽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항상 다니던 길을 헤매거나 가족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등의 상황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말한다. 치매 환자의 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에는 기억력이 나빠지는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그 속도를 늦추는 게 관건이다. 그러려면 정기 검진을 통해 주기적으로 치매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그래서 치매안심센터에서는 1년에 한 번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치매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제공한다. 이 검사에서 치매가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오면 병원으로 가서 더 심도 있는 검사를 통해 치매인지 아닌지 진단 받게 된다.
치매 예방은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 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예방 수칙 3.3.3을 강조하고 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걷고 생선과 채소를 골고루 먹고 부지런히 읽고 쓰는 3권, 술을 적게 마시고 담배를 피우지 않고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3금,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자주 소통하고 매년 치매 조기검진을 받는 3행 수칙이다. 이 중 걷기만 꾸준히 해도 수면의 질이 높아지고 우울감이 줄어드는 등 좋은 습관이 저절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관리의 중요성을 알아도 혼자 하다 보면 3개월 안에 50%는 관리를 포기한다.
이에 스스로 치매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와 인지 활동을 가르쳐야 하는 치매 케어 전문가들을 위한 교수 프로그램이 각광 받기 시작했다. 여러 서비스 중에서도 일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치매 관리 앱과, 치매 환자를 돌보는 기관 실무자나 가족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인지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인지건강관리 플랫폼 실비아헬스
나의 치매 예방 현황 “스마트폰이 관리”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인지 기능을 높이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건 알겠지만, 혼자 습관을 만들어가려니 잘 되지 않는 시니어, 인지 기능을 높이는 활동으로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는 시니어라면 ‘실비아헬스’를 이용해 관리를 시작할 수 있다.
고명진 실비아헬스 대표는 “치매 예방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고, 건강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며 많은 중장년층이 ‘매일 쉽고 즐겁게’ 인지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실비아헬스는 ‘실비아’ 앱을 통해 생활 습관 관리, 인지 훈련 콘텐츠, 전문가 상담 세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늘은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나 잤는지, 자면서 몇 번을 깼는지, 어떤 약을 몇 시에 먹어야 하는지 등을 스스로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다. 기록 과정 자체가 손을 움직이는 활동도 되고,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기반으로 전문가 상담도 진행할 수 있다. 치매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었다면 일주일에 몇 번 먹었는지 자동으로 기록되어 의식적으로 건강관리도 할 수 있다. 인지 훈련 콘텐츠의 경우는 기억력, 주의력, 시공간 기능, 언어 기능, 실행 기능 다섯 가지 인지 기능에 관한 프로그램을 매주 업데이트한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영역을 게임처럼 즐기며 강화할 수 있다. 12주 동안 실비아헬스를 이용한 50~70대 72명을 조사한 결과 모든 참여자의 인지 검사 결과가 유지 또는 향상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 상담 코너를 통해서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하는 치매선별검사를 모바일로 해볼 수 있다. 결과는 문자로 전달되는데, 각 항목별로 더 자세히 설명을 듣고 싶을 경우 전문가 상담 요청을 하면 화상 전화로 전문가가 직접 설명해준다. 이때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볼 수 있으며, 분석 결과도 파일로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처음에 기초 조사를 한 뒤 개인에게 맞는 프로그램 스케줄을 자동 추천하는 기능과, 전문가가 12주 동안 관리해주는 프로그램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12주 관리 프로그램은 지역사회 시니어 기관에서 무료로 이용하거나 또는 앱 내에서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더불어 질문지가 아니라 음성을 통해서 치매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국민연금공단, 신한은행과 함께 ‘두뇌건강인재원’을 설립하고 ‘실비아 튜터’라고 불리는 강사 양성에도 나선다. 12주 관리 프로그램을 시작하기에 앞서 치매 관련 교육을 할 경우 프로그램 이수율이 더 높아진다는 걸 알게 됐다. 치매가 무엇이고, 왜 발생하며, 어떤 부분을 관리해야 하고, 어떤 활동이 어느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지 설명하면 참여자가 훨씬 더 동기부여를 받는 것이다. 특히 ‘치매 예방을 위한 관리를 하면 진행 속도를 늦춰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 나타나기 전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말에 많은 시니어들이 희망을 본다. 실비아헬스는 많은 이용자들이 즐겁게 치매를 관리하며 행복하기를 바란다.
시니어 포털사이트 실버에듀넷
전문가 위한 치매 예방 교수법에서 일정까지
실버에듀넷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인지 활동을 해야 하는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들을 위해 효과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어떻게 가르치는지 안내하는 교수학습법과 활동지를 제공한다. 각종 기관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실무자, 집에서 치매 가족을 돌보는 보호자라면 실버에듀넷을 적극 활용해보자.
아이들은 연령대에 따른 성장 단계가 있다. 이 단계에 따른 교수학습법은 아주 많다. 그런데 노화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인지 저하를 겪는 시니어 맞춤 교수학습법은 왜 없는 걸까?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 능력 강화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
임민채 실버에듀넷 대표는 “불모지를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교육 개발을 하고 있다. 시니어 맞춤 교육 시장이 전무했기 때문. 시니어는 아이들처럼 연령대별로 활동 단계를 나눌 수 없다. 인지의 높고 낮음이란 개인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지 활동은 범위가 상당히 넓은데, ‘노래 부르며 박수치기’와 같은 단순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당장 현장에서 필요한 교수법과 자료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누구든 쉽게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대화 방법과 질문 내용, 활동 끌어내는 방법까지 쉽고 자세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영화 장면 감상하기’에서 감상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과 관련해 본인의 과거를 회상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그 회상을 통해 인지 활동을 끌어내는 전개 방법, 활동이 끝났을 때 확인할 수 있는 학습적인 측면 등을 자세하게 안내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현장 케어 전문가들이 실버에듀넷을 찾는다.
임 대표는 “집에서 치매 어르신을 모시는 가족이 많지만 그들도 부모님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잘 모르는데, 서로 어떤 상호작용을 하느냐에 따라 어르신들의 상태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케어런’이라는 시스템으로 담아냈다.
케어런은 태블릿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실버에듀넷 사이트에 있는 자료 중 조회수나 선호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위주로 담았다. 또 매월 새로운 교육 스케줄을 제시하고, 케어런을 사용하는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무강좌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교육법에 관한 강좌를 제공했다. 수업을 할 때 시니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미디어 학습 자료도 제공한다. 태블릿으로 함께 보고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고, TV와 같은 주변 기기와 연동해 활용할 수도 있다.
더불어 시니어를 케어하는 실무자들의 연령대도 50~60대이기 때문에 화면에 나오는 버튼 하나도 조금 더 중장년층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설계해서 만들고 있다. 현재는 태블릿에 프로그램 자체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추후에는 개인 태블릿에서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인지 장애를 겪고 있는 시니어뿐만 아니라 활동적인 액티브 시니어들도 여러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맞춤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생활, 여가, 외국어, 취미와 관련한 내용들로 구성된 ‘효학당’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