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삶을 수치화한 통계자료가 발표될 때면 우리나라 노인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된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돈이 없어 우울하기 짝이 없는 여생을 보내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노인이 서러운 삶을 산다고 결론짓기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젊은 세대는 내 집 마련을 꿈도 못 꾼다는데 노인은 자가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인은 과연 빈곤한가, 부유한가?
‘부동산 불패 신화’의 주역, 60세 이상 노인은 여전히 노후 대비용 자산으로 부동산을 가장 선호한다. ‘202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자산 중 80.9%가 부동산이었으며, 저축은 13.8%에 불과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도 낮은 비율을 보였다. 또한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2020년 기준 고령 가구가 보유한 주택에서 거주하는 비율(자가점유율)은 75.4%로, 다른 가구 형태에 비해 유독 높다.
부동산 가진 노인은 부유하다?
그러나 ‘노인은 부동산을 가졌으니 부유하다’는 판단은 섣부르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아니라 부동산에 묶여 있고,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다고 인식해 실제로 노인들 역시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65~74세 노인 1000명을 재산 규모별로 ‘1500만 원 미만’부터 ‘10억 원 이상’까지 6개 집단으로 나눠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노인들이 느끼는 사회적 불안은 5억~10억 원 미만 집단으로 갈수록 줄어들다가 10억 원 이상 집단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정도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돈을 더 벌고 재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불안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라며 “재산 중에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비상시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곧 노인이 될 4050세대까지 시야를 확장시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2020 KIDI 은퇴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4050세대의 실물자산 9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 이들의 노후 자금 유동성에 제약이 생겨 노인 빈곤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미 불붙은 노인 빈곤 문제에 부채질하지 않기 위해서는, 4050세대가 나이 들기 전 공적연금과 더불어 부동산 같은 자산을 유동화(현금화)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함을 시사한다.
간혹 집을 팔고 집값이 비교적 싼 지방으로 이사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3.8%가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5%가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을 정도. 집이 노인에게 거주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거주하던 집을 팔아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나라 노인이 가장 빈곤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하 빈곤율)은 40.4%다. 빈곤율은 소득이 빈곤선 이하인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2020년 기준 66세 이상 인구의 균등화 중위소득(처분가능소득 기준)은 1809만 원이다. 이보다 소득이 적은 노인이 열 명 중 네 명이라는 뜻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에 달하는 기록이다.
높은 빈곤율의 원인으로는 △부동산 자산을 고려하지 않은 빈곤율 산출 방식 △공적연금의 미성숙 등에 따른 불충분한 노후 준비 △가구 분화(자녀 분가, 황혼 이혼 등) 등이 있다.
소득만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노인 빈곤율 계산법은 줄곧 문제로 지적돼왔다. 노인 빈곤율을 지나치게 높아 보이도록 왜곡해, 실제로는 빈곤하지 않은 고령층을 빈곤층에 포함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센터장은 “경우에 따라 집이나 자동차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뒤 실제 월소득과 합산해 계산하는 소득인정액 등을 현금화한다면 더 정확하게 빈곤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성숙한 공적연금 역시 노인 빈곤율을 높이는 주범 취급을 받는다. 공적연금이 일찍이 도입돼 운영된 선진국의 경우 연금 가입자 수가 많고, 가입 시기가 길다. 그만큼 연금에 기여하는 금액이 커서 추후 수령하는 연금소득이 충분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된 지 23년밖에 지나지 않아 상대적으로 미성숙할 수밖에 없다. 강 센터장은 “만족할 만큼의 연금소득을 수령하려면 가입 기간이 30~40년은 돼야 한다”라며 “우리나라는 공적연금 도입이 늦어 선진국에 비해 가입 기간이 짧고, 사각지대 문제 등으로 충분한 가입이 이뤄지지 않아 연금소득이 불충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녀 분가나 황혼 이혼 등 사회적 인식, 문화의 변화로 인한 가구 분화도 빈곤율에 영향을 미친다. 보험연구원 ‘가구 분화에 따른 노인 빈곤과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노인과 자녀 세대로 구성된 가구의 월 소득은 407만 원이나, 자녀 세대가 분가하고 나면 월 87만 원까지 떨어진다. 황혼 이혼의 경우 노인 빈곤에 직면할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
게다가 그나마 모아둔 노후 자금으로는 자녀의 교육비나 결혼비 등을 충당한다. 조기 퇴직 후 받는 퇴직급여나 공적연금으로는 버거운 수준이다. 이른 시기에 분가가 이뤄지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중장년들이 노후 준비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가구 분화는 70세 이후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 빈곤의 늪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져만 간다.
주택연금·주거복지, 빈곤 해결 열쇠 되나
노후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선 개인연금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보 등 사회적 측면에서 노후 소득 원천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높은 주택 보유율과 선호 탓에, 부동산이 노후 빈곤의 단기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이 제기됐다.
지난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노후 소득 형성을 위한 조세지원정책’ 보고서는 주택연금을 노후 빈곤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주택연금은 개인연금에 비해 연금 수령까지의 시간이 훨씬 짧으며, 개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빈곤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공시가격 3억 원 주택을 소유한 60세 주택연금 가입자가 평생 수급할 월 연금액은 63만 6940원, 연간 764만 원이다. 연간 300만 원씩 20년을 기여한 뒤 10년간 수령할 연간 개인연금 소득 744만 원과 큰 차이가 없다.
현재 역모기지 제도(주택연금·농지연금)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두 연금제도 가입자를 합쳐도 65세 이상 대상자 중 2~3%만이 가입한 상황.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 국민연금 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연금 가입을 하지 않은 노인, 소득은 낮지만 자가를 보유한 노인 같은 ‘빈곤의 차상위층’을 대상으로 주택연금 가입을 지원하면 현재의 노인 빈곤 상황을 비교적 빠르게 비용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택연금은 어디까지나 주택을 보유한 이들만 활용 가능한 제도다.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노인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절대적 빈곤층의 문제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주보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거복지가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 방식인 월세를 지원하는 것 외에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임대주택, 고령자복지주택, 복지·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주택을 예로 들 수 있다. 주 부연구위원은 “이미 알려진 미국과 일본의 ‘노인 그룹홈’처럼 노인이 살던 지역을 최대한 벗어나지 않고, 같은 지역 내에 거주할 수 있게 하면서 노인이 지역사회와 최대한 분리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삶의 터전을 벗어나 새로운 주거 시설로 이주하는 것을 노인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
현 노인 주거복지 정책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보다 보편화된 미국에서는 저소득 노인을 위해 ‘서비스 연계 주택’이라는 대안적 주거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통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입주 노인의 독립성·자율성이 보장되도록 1인 1실을 지원하며, 서비스 코디네이터를 통해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를 연계한다. 주택 자체적으로도 공동 식사 및 건강 증진, 사회적 교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노인에게 경제적 빈곤뿐 아니라 마음 빈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자명해 보인다.
안정적인 노년기를 위해 퇴직연금 연금수령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오병국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주요국의 퇴직연금 연금 수령 유인 관련 세제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냈다. 오 연구위원은 주요국의 퇴직연금 연금 수령 유인 세제를 참고해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연금 수령 유인 강화를 위한 세제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그러나 노인빈곤율은 43.4%(2018년 기준)에 달한다. OECD 평균인 14.3%의 3배 수준이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으로 소득을 대체할 수 있는 실질 소득대체율이 현저히 낮은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OECD에서 제안하는 적정 소득대체율(70%)보다 크게 떨어지는 21.3%(2020년 기준)를 기록했다.
오병국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연금화 필요성을 제언했다. 오 연구위원은 안정적인 노후소득 확보를 위한 퇴직연금 역할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연금화’하기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오병국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퇴직연금 세제는 근로자 본인 부담분 및 운용수익, 사용자부담분으로 구분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 자산 축적분이 적어 연금 수령에 대한 세제 지원 효과도 적다. 연금 수령 유인이 미흡해 일시금 수령이 여전히 선호되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현재 연금수령 시 퇴직소득세 감면, 저율 분리과세 등의 혜택이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보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퇴직소금공제율은 50.3%다. 실효과세율은 일시수령 시 4.4%며 연금수령 시 이보다 더 적은 1.2%로 추정된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계좌 39만 7270개 중 4.3%(1만6984개)만이 연금 방식으로 수령됐다.
현재 주요국들은 퇴직연금의 연금 수령을 유도하기 위해 중도인출 세제 벌칙 부과, 연금 수급 방식별 세제 차등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영국·호주·덴마크 등은 미리 정해진 연금 수급 가능 연령 이전에 중도 인출할 경우 가산세·고율과세·한계세율 과세를 시행하고 있다. 덴마크·호주·스위스는 일시금 수급에 대해 직접적인 세제 불이익을 부여하거나, 연금 수급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세부담을 부여한다.
오병국 연구위원은 “주요국은 퇴직연금의 연금 수령을 유도하기 위해 중도인출 세제 벌칙 부과, 연금 수급 방식별 세제 차등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기능 강화를 위해 해외사례를 참조해 연금수령 유도를 위한 세제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연구위원은 세제 개선 방안으로 △10년 초과 연금 수령 선택 시 퇴직급여 사용자 부담금 감면 확대 △연금소득 저율 분리과세 한도 확대 △중·저소득층 연금 수령 시 보조금 지원 △퇴직연금 중도인출 세율 상향 등을 제언했다.
은퇴자신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산과 건강이 꼽혔다. 노후소득 수단을 5개 이상 마련했거나 보험으로 건강 문제 대비가 되어있는 경우 은퇴 후 삶에 대한 자신감이 높았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대한민국 4050 직장인의 은퇴자신감 서베이’를 실시한 결과 10점 만점 기준으로 은퇴 자신감 평균은 5.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진행한 설문조사에는 공무원을 제외한 40·50세대 직장인 2000명이 참여했으며 2022년 8월 24일부터 9월 7일까지 실시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주요 연구기관 등에서는 은퇴자신감 조사를 퇴직연금이나 근로자 복지와 함께 중요하게 다루며 정기 조사를 시행하지만, 국내에서는 구체적인 분석 사례가 없어 조사를 시행했다”고 설문조사 동기를 밝혔다.
미국의 연구기관 EBRI(Employment Benefit Research Institute)는 ‘은퇴 자신감 서베이’(Retirement Confidence Survey)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이번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스스로 매긴 은퇴자신감 점수 평균은 10점 만점 기준 5.2점으로 나타났다.
점수 분포에 따른 특성을 분석해보니 은퇴자신감이 높은 그룹은 평균 연령과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가계 순자산 및 근로소득 규모가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퇴자신감이 낮은 그룹의 가계 순자산 규모는 평균 4억 3000만 원이었으며, 은퇴자신감이 높은 그룹은 2.2배 높은 평균 9억 4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재무적 요소에서는 가계순자산 규모에 비례해 은퇴자신감 수준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계근로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신감 점수도 높았다.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을 보유한 경우에도 대체로 높은 은퇴자신감 수준을 보였다.
응답자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평균 4.5개의 노후소득 수단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은퇴자신감 점수가 8~10점으로 상위인 응답자는 노후 소득 수단이 5개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비재무적 요소에서는 건강이 은퇴자신감에 큰 영향을 미쳤다. 8점 이상일수록 건강 상태를 자신하는 비중이 높고 4점 이하로 낮을수록 건강 상태의 자신감이 낮았다.
가장 걱정되는 질병으로는 ‘치매 및 뇌혈관 질환’이 40.4%로 높았다. 이어 ‘심혈관 질환’(29.1%), ‘암’(26.7%) 순이었다.
건강이 악화할 경우 재정적 위험성이 높아지는데, 이는 보험으로 대비할 수 있으며 보험을 갖추었으면 은퇴자신감 점수가 평균 1.7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은퇴자신감 저해 요인 1위는 건강 우려(37.3%)였으며, 다음이 자산 부족(21.8%), ‘노년의 외로움’(12.4%) 순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만한 가족관계’(15.9%)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았다. 또한 ‘일자리 및 직업교육’(14.5%), ‘은퇴자 자산관리서비스’(11%)를 원했다.
은퇴자신감이 낮은 그룹은 자산을 가장 걱정했으며 일자리 및 직업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은퇴자신감이 높은 그룹은 건강을 가장 걱정했으며 원만한 가족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종합하면 가계순자산, 근로소득, 국민연금 예상수령액, 사적연금 등이 확보된 경우 은퇴자신감이 높았으며, 재정적 여건과 관계없이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은퇴 자신감이 1점 이상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또한 가족관계가 원만하고 노후의 취미나 여가생활 기대치가 높을수록 은퇴자신감이 증가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은퇴자신감을 형성하는데 자산 등 재무 요소 준비가 기본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면서 “건강 유지 및 정서적 안정감은 은퇴자신감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은퇴전 경제활동 시기에 공적, 사적 연금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은퇴 자산을 통해 다양한 소득 수단을 갖추어야 한다”면서 “은퇴 초기 활동적 시기에는 근로 활동을 지속해 근로소득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건강문제는 삶의 질 저하와 재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평소 건강관리와 보험 대비를 해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부모의 양육은 ‘비공식 돌봄’의 일환으로 거론된다. 보육시설처럼 공식적인 돌봄이 아니기에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가족 차원의 보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조부모에게 용돈을 주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황혼육아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증대되며 이러한 보상책 역시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지 취재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부모 육아 참여의 주된 이유와 목적은 ‘자녀의 유급 노동 참여’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맞벌이 부부에 대한 정책이나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책 등은 직·간접적으로 황혼육아와 연관성을 지닌다. 가령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조부모 돌봄수당 지급 계획안’ 역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 많았지만, 한편으론 ‘조부모 돌봄수당보다는 시설 투자, 육아휴직 개선 등의 방법으로 부부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대상이 조부모일 뿐, 이 역시 일하는 부모를 위한 지원책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부모나 아이를 위한 혜택일지라도, 조부모의 노고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그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 마련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보육시설 확대에도 조부모 도움은 여전히
독일연방인구연구소와 독일경제연구소의 프로젝트 보고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묻다’에 따르면, 최근 20여 년간 독일에서 보육시설 증대에도 조부모의 육아 정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해당 조사에서 독일 미취학 아동 10명 중 9명은 보육시설에 다니지만 그중 절반가량은 조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이러한 정황에도 독일 역시 조부모를 대상으로 한 수당 정책은 따로 없다.
대신 일하는 조부모가 부모의 육아휴직을 대신 쓸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는 굉장히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 사용 가능하다. 부모(조부모의 자녀) 중 한 명이 미성년자이거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훈련 중에 있는 경우(견습생)와 더불어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조부모의 경우 유급 노동 활동을 하고 있어야 하며, 손주와 같은 집에 사는 상태라야 한다.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면 해당 정책을 잘 모르거나 조건에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구 조건이 까다롭다기보다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간주된다. 최근 여성의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대부분 가정이 조부모와 떨어져 사는 것(최근 조사에서 독일 미성년 손주의 7%만이 조부모와 동거)을 감안하면 해당 정책을 쓸 수 있는 가정은 극소수다.
독일 연방 및 주정부 가족정책을 연구·지원하는 ‘라벤스버거 베를라그’ 재단 요하네스 하우엔슈타인 이사는 “돌봄 정책 마련을 위한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면, 부모와 어린이집 이외에 조부모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종종 간과한다”며 “현재의 정책들은 보육시설 및 서비스 확대 또는 부모를 위한 수당 편성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맞벌이 부부의 경우 보육시설 확대와 무관하게 조부모의 도움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가족경제의 관점에서 조부모의 비공식 돌봄 환경을 인지한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손주 픽업 교통비 세금 감면 가능해
핵가족이 만연한 독일 사회에서 대체로 가까운 지역에 사는 조부모의 지원이 많긴 하지만, 장거리 황혼육아를 소화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조부모는 오며 가며 들이는 교통비를 암묵적으로 자신의 노후 자금에서 충당할 것이다. 독일은 편도 지하철 요금이 4000~5000원 정도로 한국의 3배가 넘는다. 교통비 역시 쌓이면 적지 않은 노후 자금 리스크로 작용한다. 독일 뉘른베르크 재무법원 판결에 따르면, 조부모의 교통비를 부모(조부모의 자녀)가 상환하면 이 금액은 연말정산 시 특별 비용에 대한 세금 공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대 연간 4000유로(약 562만 원)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조부모와 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날짜를 명시한 일정한 보육 계약에 서명해야 한다. 이때 손주의 나이는 14세 미만이어야 하며, 교통비 상환은 현금이 아닌 은행 송금을 원칙으로 한다.
손주 보고 연금 올리고, 윈윈 황혼육아
영국 국민연금 수령 연령은 66세다. 2016년 4월을 기점으로, 이전까지는 30년 이상 국민보험(NI)에 가입했다면 주당 141.85파운드(약 23만 원)의 연금을 받았다. 이후 새로운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보험 가입 기간이 35년으로 늘어났다. 수령액은 주당 185.15파운드(약 31만 원)다.
만약 직장 생활 대신 손주를 돌봄으로써 연금 기여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면? 이러한 아이디어는 영국에서 현실적으로 작용한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 이전에 12세 미만의 자녀를 돌보는 조부모라면, 황혼육아 기간을 ‘연금 크레디트’로 포함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전화나 영상을 통해 손주를 돌본 경우까지 인정했다. 보험 그룹 로열 런던(Royal London)이 입수한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1만 5000명의 조부모가 이러한 제도의 혜택을 누렸다.
이에 대해 이성희 영국 더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 이 제도는 정부가 지원금을 추가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차일드 베네핏을 연금 크레디트로 전환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으로 예를 든다면 아동수당을 조부모수당으로 전환하는 격이다. 이 교수는 “가족 내에서 누구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냐의 문제다. 이 또한 나라가 아닌 가정에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으로 부정 수급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주목한다. 정책적으로 수당을 지급하려면 엄격한 모니터링과 증빙이 필요한데, 추가 혜택이 아닌 셈이라 굳이 속임수를 쓰며 신청하는 경우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허용하는 영국 조부모 육아휴직
영국 정부 조사에 따르면 약 200만 명의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2015)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조부모가 유연하게 근무하도록 육아휴직 공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추진하려던 바에 따르면 조부모는 18주의 무급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해당 안은 점차 무산되고 말았다. 다만 영국 정부의 ‘가족 및 피부양자를 위한 휴가’ 제도에 따라 조부모는 손주가 아프거나, 어린이집 휴원으로 돌봄 공백 등이 생겼을 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외에도 영국 사회는 조부모의 유급 휴가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특히 기업에서도 사내 복지책으로 내놓는 등 황혼육아의 고충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가령 시니어 대상 여행·보험 전문 기업인 사가(Saga)는 50세 이상 조부모 직원들의 손주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일주일의 유급 휴가를 제공하며, 직장 어린이집 이용을 장려한다. 이 교수는 “과거에 정책적으로 논의되었던 점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조부모 육아휴직을 환영하고 인정하는 분위기 덕분에, 영국에서는 차후 실제 정책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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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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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시설의 단위나 지원책은 나라마다 다르다. 공통점은 공보육만으로는 맞벌이 부부의 일·가정 양립을 온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독박육아를 하든, 어린이집을 보내든, 시터를 이용하든, 결국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대해서는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 또한 일맥상통한다. 그렇게 하나의 육아 돌봄 퍼즐을 맞추기 위해, 저마다 빈 조각의 형태는 다르지만 그와 무관하게 조부모는 유연하게 빈틈을 메워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더불어 독일 및 영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유형의 유럽 조부모 육아 단편들을 살펴봤다.
현지 취재=독일 뮌헨·베를린, 영국 런던
런던 킹스칼리지 노인학 연구소(이하 노인학 연구소)가 발표한 ‘유럽 집중조부모 보육의 국가적 차이’에 대한 논문에 따르면, 유럽 11개국 할머니의 58%와 할아버지의 49%는 16세 미만 손주를 한 명 이상 돌본다. 논문 제목의 ‘집중조부모’(Intensive Grandparental Childcare)란 거의 매일 또는 일주일에 최소 15시간 이상 손주 한 명 이상을 돌본 조부모를 뜻한다. 평균적으로 주 3회 이상, 하루 평균 7시간 가까이 황혼육아에 가담하는 한국 조부모(본지 통계자료) 역시 집중조부모에 해당한다.
최근 독일경제연구소가 조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리포트에 따르면, 6세 미만의 독일 어린이 중 약 50%가 주당 8시간가량 조부모의 돌봄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경우 50세 이상 조부모 10명 중 9명(89%)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손주를 돌봤으며, 절반 이상이 일주일에 3일 이상 황혼육아에 참여하고 있었다(Age UK 통계자료). 한국과 비교할 때 육아의 양이나 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영국 조부모 역시 ‘맞벌이 자녀’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 조부모는 본인의 독립된 삶을 유지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고, 자율적으로 시간을 운용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태도는 황혼육아에 대한 긍정적 효과에도 기여했다. 영국·독일 조부모들의 상황과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사례를 유형별로 담아봤다.
맞벌이 지원형
“맞벌이 딸 도우려 시작한 황혼육아, 이젠 내 일상의 활력소”
평일 오후 파트타이머로 일하는 헬레나 씨는 오전에는 손주를 보기 위해 딸의 집으로 향한다. 맞벌이 딸네 부부를 돕기 위함이다. 이들 부부는 유연근무를 통해 육아 공백을 최소화했지만, 결과적으로는 1시간가량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비싼 비용을 감당하며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려던 차, 할머니 헬레나 씨가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녀는 무료한 일상을 손주와 함께 보내며 가족을 도울 수 있어, 황혼육아와 함께하는 노후에 만족을 표한다. - 60대 헬레나 씨(가명)
노인학 연구소 ELSA(English Longitudinal Study of Aging)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영국 조부모의 64%가 자녀(손주의 부모)의 출퇴근을 돕기 위해 황혼육아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복수응답). 절반이 넘는 조부모가 자신의 젊음과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 응답하기도 했다. 아울러 4명 중 1명은 가족의 재정 상태를 돕기 위해, 5명 중 1명은 가족 돌봄을 선호(양육시설이나 시터 등 외부 조력자에 비해)하기 때문에 손주를 직접 돌보고 있었다. 한편 자녀가 손주 양육을 부탁했을 때 거절하기 어렵다는 반응은 20% 정도로, 대체로 자신의 삶과 의지에 따라 황혼육아를 결정하는 모습이다.
여가 지향형
“케어보다는 즐거움을 나누는 황혼육아”
세무사 출신인 캐롤라인 씨는 은퇴 후 수령하는 풍족한 연금으로 여행을 즐긴다. 그녀에겐 두 살, 다섯 살 손주들이 있는데 종종 자녀로부터 육아를 부탁받는다. 순전히 자신의 기쁨을 위해 황혼육아를 선택했다는 캐롤라인 씨는 손주와 함께하며 단순히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등의 보육에 그치기보다는 함께 여가를 즐기고 추억을 만들고자 한다. 그녀는 자녀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종종 자신의 여행 스케줄에 손주들을 참여시키며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 70세 캐롤라인 씨
노인학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 조부모의 경우 손주와의 시간을 대체로 여가로 즐겼다(80%). 조부모와의 여가 활동 경험은 손주의 인지력과 상상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아울러 조부모가 매일 보육 위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와 비교해, 간헐적으로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을 때 손주들은 여가 지향적인 이미지로 조부모를 기억할 수 있다. 또한 손주들은 조부모를 친구 또는 관대한 존재로 여겨, 장차 독립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면서 조언자나 롤모델로 조부모를 찾게 된다.
물질 지원형
“직접 보육 아닌 금전적 방식이라도 황혼육아에 동참하고 싶다”
바그너 씨는 손주들을 만날 때면 꼬박꼬박 용돈을 주고 생일이 아니더라도 장난감이나 교구 등을 선물로 사가는 편이다. 노후 자금에 대한 불안이 크지 않은 그는 손주들을 위한 지출을 통해 기쁨과 행복을 얻는다고 표현한다. - 70세 바그너 씨(가명)
바이에른주는 독일 전 지역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특히 많은 곳에 속한다. 이들은 주로 자녀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살며 유급 노동 활동에 적극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때문에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반면, 손주와의 만남이 어렵다. 물질적 지원으로나마 손주 육아에 기여하고자 하는 조부모가 많은 이유다.
Dr.Says
“코로나로 중단된 황혼육아, 삶의 활력 잃은 英 조부모”
- UCL 역학 및 공중보건 연구소 조르지오 디 게사 박사
팬데믹 시기, 영국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력했다. 이로 인해 조부모의 손주 돌봄이 불가능해지면서 맞벌이 부부가 큰 타격을 입었다. 영국 여성 단체 ‘프레그넌트 덴 스크류드’의 조사 결과 46%의 여성이 코로나 시기에 직장을 잃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이유로 공보육시설의 폐쇄와 더불어 비공식 돌봄 조력자였던 조부모의 육아 부재를 꼽았다. 한편 고충을 겪은 건 맞벌이 부부만이 아니었다. UCL(Uiniversity College London)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동안 손주 돌보기를 중단한 조부모는 계속 황혼육아에 참여한 이들에 비해 우울 증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주를 돌보지 못한 조부모의 3분의 1 이상(34.3%)이 슬픔을 느끼거나 불면증을 호소하는 등 높은 수준의 우울 증상을 보고했다. 아울러 일상의 질 또한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이는 영국 조부모들이 그동안 손주 돌보는 과정을 통해 느꼈던 정서적 만족과 스스로에 대한 유용성, 유능함이 결여되며 일어난 현상으로 읽힌다. 이렇듯 조부모의 육아 참여는 그들의 삶에도 가치와 애착을 제공하며, 이로써 정신 건강 및 세대 관계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자율적 선택형
“선택적 도움은 가능하다. 그러나 늘 손주 돌봄을 위해 대기하진 않는다”
활동적인 삶을 사는 노이만 씨는 10대 손주 셋을 간헐적으로 돌본다. 노이만 씨 부인이 음식을 만들면 그는 차를 몰고 손주의 집으로 가 함께 식사를 하고, 아이들의 숙제를 돕거나 학원 등에 데려다준다. 물론 이러한 돌봄은 노이만 씨가 허락하는 날에만 선택적으로 가능하다. 그는 조부모로서의 삶이 행복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독립적인 삶 또한 중요하기에 무조건적인 희생은 거부하는 편이다. - 83세 노이만 씨
독일청소년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독일 황혼육아 당사자들은 조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자율성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수치상으로는 93.3%의 조부모가 자율적으로 손주 돌봄에 가담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본지 조사에서 한국 조부모의 72.2%가 비자발적으로 황혼육아를 시작했다고 반응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독일청소년연구소 알렉산드라 랑마이어 박사는 “조사를 통해 살펴본 결과 독일 조부모들이 자신의 역할에서 경험하는 자율성과 이에 대한 기쁨은 높게 나타났다. 조부모의 82%는 자신의 역할을 즐기는 동시에 노후에 제약을 느끼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응답했다. 한편 조부모로서의 기쁨이 거의 없다고 말한 비율은 4%에 불과했다”며 “아이 돌봄을 둘러싼 가족 구성원들의 자기 결정권과 상호 존중은 가족관계 성공에 기여한다. 자신의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며 황혼육아에 가담했을 때 조부모와 손주 관계의 질 역시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독일 조부모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스스로 황혼육아 스케줄을 컨트롤할 수 있길 원한다. 이들은 비자발적인 의무나 책임보다는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스스로를 필요한 존재라 느끼며 자긍심을 채운다. 이러한 과정은 노후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일자리 우선형 & 장거리 케어형
“일 때문에 손주 못 봐 속상해. 장거리 황혼육아 하는 남편조차 부러워”
남편 슈나이더 씨는 은퇴 후 정해진 요일마다 딸의 자녀를 양육한다. 딸의 집까지는 100km 정도 거리로, 기차로 두 시간 걸린다. 그는 자녀 부부가 귀가할 때까지 유치원과 학교에서 돌아온 손주들을 보살피다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의 아내는 이러한 고된 스케줄마저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럽다고 말한다. 그녀는 현재 풀타임으로 근무 중이라 손주들을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 60대 슈나이더 부부
최근 독일경제연구소 연구 조사에 따르면, 독일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조부모의 육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조부모의 고용 상태’와 ‘거주지 간 거리’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실제 현지 취재에서 만난 몇몇 조부모들은 “노후 자금을 위해 계속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손주를 볼 여력이 없다”, “자녀가 너무 멀리 살아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독일경제연구소 마라 바르슈케트 연구원은 “한 국가 안에서도 지역마다 황혼육아에 대한 빈도나 형태는 상이하다”며 “특히 독일은 동독과 서독의 차이도 극명하다. 동독은 서독에 비해 노인과 여성 등 모든 계층에서 전반적인 고용률이 높다. 때문에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조부모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조부모 역시 고용 상태인 경우가 많아 직접적인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같은 조사에서 손주의 집까지 거리가 10분 내외인 사람들 중 32%는 정기적인 육아에 참여하고 있었다. 거주지 간 거리가 황혼육아 빈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테다. 주목할 점은 3시간 이상 거리에 떨어져 사는 경우에도 약 8%의 조부모가 정기적으로 손주를 돌본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라도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 경우라면 자녀 입장에서 다행스럽지만, 일반적인 사례로 볼 수는 없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뮌헨시 등 몇몇 지역에서는 마더센터 등을 매개로 독거노인과 맞벌이 가정의 아이를 연결하는 등 대안적 조부모 도움을 제공하는 방식을 독려하기도 한다.
Dr.Says
“황혼육아는 육아의 우선책도 차선책도 아니다”
- 독일경제연구소 마라 바르슈케트 연구원
보육시설의 효용성이 높은 국가의 경우 조부모 돌봄에 덜 의존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럼에도 현대사회에서 황혼육아는 필수 요소로 기능한다. 최근 독일 정부 산하 연방인구연구소와 2년여간 조부모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황혼육아는 육아의 보완재 역할로 바라봐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일반적으로 단일 공보육을 이용하는 경우에 비해 조부모 돌봄을 병행하는 경우 워킹맘의 업무 효율성이 크게 나타난다. 아울러 부모 세대는 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때 자신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만족도가 올라간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러한 황혼육아의 장점을 누리기 위해 노후의 삶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몇몇 부모의 경우 조부모의 육아 참여를 당연시 여기거나, 당사자의 의견과는 별개로 도움을 강요한다. 그러나 아이 돌봄의 우선 책임은 어디까지나 (아이의) ‘부모’에게 있다. 그 다음 차선책은 국가와 사회가 마련한 보육시설과 서비스로 여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부모의 참여는 이러한 기본 토대가 마련된 뒤에 큰 부담 없이 더해지는 ‘보완책’으로 작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는 조부모의 웰빙을 고려한 자율성을 존중하고, 조부모 또한 주체적으로 황혼육아를 결정하고 자신의 노후를 슬기롭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말 미국은퇴자협회(AARP)와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제2의 인생 연구’에서 미국 고령자를 대상으로 ‘노화’의 개념을 재정립했다. 연구에 참여한 시니어들은 건강, 재무, 관계, 죽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관념과는 다른 생각을 내놓았다. 그 결과부터 요약하자면, 이전보다 노화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연재를 통해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그 두 번째 순서로 ‘돈과 일’에 대해 알아봤다.
‘제2의 인생 연구’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자신의 재정 상태를 우수하게 평가했다. 이는 근래 미국 중장년이 은퇴 후 저축된 노후 자금에 한계를 느낀다는 여타 보고서들과는 상반된 반응이었다. AARP는 “요즘 시니어들은 저축한 자산이 부족할지라도, 그 안에서 절약하며 생활하는 노하우를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사례자 중 56세 재키 씨는 “예산에 맞추기 위해 늘 절약한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올라 걱정은 되지만, 그만큼 더 엄격하게 생활비를 관리할 계획이다. 절대 내가 가난한 노인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이러한 노인들의 재정적 현실은 젊은 층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타났다. 젊은 응답자의 약 37%는 은퇴 후 사회보장연금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실제 고령 응답자의 94%가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AARP는 “오늘날 삶의 패턴을 보면, 성인이 되어 약 40년 일하고 은퇴 후 20년가량 노후를 보낸다. 따라서 20여 년의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저축이 필수”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 시니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박지혜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은 “우리나라 가구 지출 통계에 따르면 고령일수록 평균 가구 지출이 낮아진다”며 “소비 자산에 맞춰 절약한다고 볼 수 있다. 70대에는 외식 등 재량소비 비중이 50대의 절반으로 줄고, 식료품, 주거·관리비, 보건 등 필수재 위주로 소비하며 노후를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45%가 국민연금을 받고 있고,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하여 생활하기엔 충분하지 않아 다른 노후 소득원과 생활비를 고려해 은퇴 자금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4%의 법칙이 깨지고 있다
널리 알려진 은퇴 자금 관리법 중 ‘4%의 법칙’이 있다. 은퇴 첫해에 저축한 자산의 4%를 꺼내 쓰고, 이듬해부터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만큼만 늘려 쓰면 최소 30년간 자금 고갈 없이 지낸다는 것. 이에 AARP는 최근 유례없이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개인에 따라 4%보다 적게 써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능한 한 저축 기간을 늘리고, 사회보장연금 수령 기간을 연기할 것을 조언했다.
이에 박 연구원은 “노후 자산을 인출할 때 물가상승 위험에 대한 대처와 은퇴 자산의 유지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4%의 법칙을 따르면 은퇴 기간 구매력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 단 과도한 물가상승 시 은퇴 자산 소진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으니 초기 인출액을 적절히 낮은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 개시 나이는 62세에서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조정되고 있다. 희망한다면 정상 수급 시점보다 최대 5년까지 연금을 앞당기거나 늦춰 받을 수 있는데, 그만큼 연금액은 재조정된다. 연금저축 및 퇴직연금은 55세부터 수령 가능하므로 퇴직 후 공적연금 수급 전까지 소득 공백기 대비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퇴 택하는 美 시니어, 한국은?
한편 많은 미국인이 자신의 예상보다 빨리 은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퇴직자의 57%는 65세 이후 은퇴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82%가 64세 이전에 은퇴를 맞았다. 대다수 응답자는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계속 일해야 한다. 개인의 보람, 가치 추구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AARP는 고령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한 과도기적 선택을 했다고 유추한다. 즉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처럼, 제2직업을 위해 제1직업 전선에서 물러나 준비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한국 시니어들은 어떨까? 박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평균 49.3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 소득활동을 이어가다가 72.3세에 이르러 실질적 은퇴를 한다”며 “특징은 한국이 OECD 국가 중 실질 은퇴 연령이 가장 늦고, 공적연금 수급 개시 후에도 소득활동 지속 기간이 10.3년으로 가장 길다는 것이다. 완전한 은퇴가 늦어지는 것은 경제적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소득의 일부를 꾸준히 적립해 연금 자산을 최대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국민연금과 관련해 보험료도 올리고 노후소득보장 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한국 연금제도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되 기준소득월액 상한도 올려 급여 인상을 제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자부가 지난 2019년 한국의 공·사 연금제도를 국제적 관점으로 분석해 발전 방안을 마련하고자 의뢰한 연구 결과다.
보고서는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두 번의 연금 개혁과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 등으로 발전이 있었지만,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인한 추가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가능한 빨리 합리적인 수준으로 올리고, 60세 이후에도 보험료를 계속해서 낼 수 있도록 의무 가입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준소득월액 상한을 높여 급여 인상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조세지원으로 연금제도 내 재분배 요소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준소득월액은 국민연금 보험료와 급여 산정 기준이 되는 금액이다. 기준소득월액은 상·하한액을 정해둔다. 국민연금 전체가입자 평균 소득의 최근 3년간 평균액 변동률을 반영해 1년에 한 번씩 조정한다. 지난 7월 1일부터는 상한액이 553만 원으로 높아졌다.(2021년 7월 1일~2022년 6월 30일까지의 상한액은 524만 원)
이에 국민연금 최고 보험료는 전년 대비 2만 6100원이 올라 49만 7700원이 되었고, 최저 보험료는 전년 대비 1800원 인상돼 3만 1500원이 됐다.
이렇듯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액이 높아지면 일부 가입자의 경우 내야 하는 보험료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만큼 연금을 받을 때 더 많은 금액을 수령하게 된다. OECD는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을 높여 더 많이 내고 그만큼 더 받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OECD가 발간한 ‘한국경제보고서 2022’에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두 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한 번도 올린 적이 없다.
60세 이후에도 보험료를 내도록 하려면 퇴직 연령을 높여야 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은퇴 연령을 늦추고 그만큼 국민연금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고령자 계속 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 작업을 통해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등의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고령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추진하기로 했다. 계속해서 오르는 원·달러 환율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은 한국은행에 원화를 제공하고 외환보유고의 달러로 해외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단기외화자금 한도를 늘리며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되는 것.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 해외투자 종합 계획서에서 ‘해외 투자 증가에 따른 외화 조달환경 개선’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재취업이나 창업을 하지 않고 은퇴 전까지 모아둔 재산으로 노후 생활을 할 계획인 강 씨는 제도나 정책의 변화에 민감하다. 강 씨는 2022년 7월로 예정되었던 국민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이 9월부터 실시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에 강 씨는 국민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의 주요 내용을 포함해 노후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의 내용을 알고자 상담을 신청해왔다.
국민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
2017년 3월 국회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보험료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료 1, 2단계 개편안을 결의했다. 그 결과 2018년 7월에 1단계로 부과체계 개편이 이루어졌다. 이후 2022년 7월에 2단계 개편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2022년 9월에 2단계 개편을 목표로 현재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입법 예고된 상태다. 입법 예고되어 있는 국민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변화가 많은 지역가입자와 관련한 주요 내용부터 살펴보자. 첫째, 보험료 부과 대상 재산의 공제가 확대된다. 현재 재산 규모에 따라 500만 원에서 1350만 원까지 공제되고 있는 건강보험료의 재산공제가 재산 규모에 상관없이 5000만 원까지 일괄 공제된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소득 외 재산까지 반영되는데, 주택의 경우 국토교통부 공시가격(시가의 약 70%)에 행정안전부 공정시장가액비율(60%)을 곱해 재산과표를 산출한 후 5000만 원을 공제한 값에 보험료를 부과한다. 가령 시가 10억 원 주택은 공시가격 7억 원, 재산과표 4억 2000만 원이고, 여기에 5000만 원 기본공제를 한 3억 7000만 원에 대해 재산 관련 보험료를 부과한다.
둘째, 소득정률제가 도입된다. 현재 지역가입자는 소득을 97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점수를 매겨 점수당 금액(2022년 205.3점)을 곱해 산정되는 방식이다. 9월부터 ‘소득×보험료율’ 방식으로 바뀌면 직장가입자와 동일하게 소득의 일정 비율(2022년, 6.99%)로 보험료가 부과된다. 지역가입자에게 소득정률제가 적용되면 연간 3860만 원(현재 38등급) 이하 세대는 소득 관련 보험료가 낮아진다.
셋째, 연금소득과 근로소득 평가율이 인상된다. 현재 보험료 부과 대상이 되는 종합과세소득 중 사업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기타소득은 소득액 전체(100%)에 대해 보험료가 부과되나, 연금소득과 근로소득은 30%만 반영한다. 올해 9월부터는 연금소득과 근로소득의 평가율이 50%로 인상된다. 평가율이 인상되더라도 앞서 설명한 소득정률제의 효과가 보험료 상승 효과를 상쇄시켜 연금소득 연 4100만 원 이하의 연금소득자는 연금소득 관련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는다.
넷째, 자동차보험료 기준이 축소된다. 올해 9월부터는 자동차의 잔존가치가 4000만 원 이하인 자동차는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섯째, 최저보험료가 직장가입자와 일원화된다. 현재 지역가입자의 최저보험료는 1만 4650원(연소득 100만 원 이하)인데 9월부터는 1만 9500원(연소득 336만 원 이하)으로 직장가입자와 동일해진다. 일원화의 취지는 국민건강보험료의 사회보험적 성격을 고려, 가입자 간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저소득층의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보험료 경감제도를 실시한다. 2년간 기존 수준의 보험료만 내도록 인상액 전액이 감면되고, 그 후 2년간은 인상액의 절반만 부담하도록 경감한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도 일부 개편된다.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 소득에 부과되는 소득월액 보험료의 부과 대상 소득 기준이 3400만 원 이상에서 2000만 원 이상으로 하향된다. 피부양자 자격이 되는 소득 기준도 현행 34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하향된다. 피부양자 자격이 되는 재산 기준은 당초 개편안에는 재산과표가 3억 6000만 원 초과하면서 연소득이 1000만 원 초과 2000만 원 이하인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 것이었지만, 재산과표 기준을 현행 5억 4000만 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국민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안과 별도로 올해 9월부터 지역가입자가 1세대 1주택자면서 주택자금 대출이 있거나 혹은 무주택자로 전세자금 대출이 있는 경우에 ‘주택금융부채’ 명목으로 보험료 계산 때 공제를 해준다. 1세대 1주택자는 대상 주택의 재산과표가 3억 원(실거래가 7억~8억 원) 이하인 경우 대출 금액의 60%를 최고 5000만 원까지 보험료 부과 대상 재산에서 공제해준다. 전월세 거주자는 대출 금액의 30%를 보증금 총액의 범위 내에서 최고 1억 5000만 원(대출 원금 기준 5억 원)까지 공제해준다. 대상이 되는 대출은 소유권 취득일과 전입일 중 빠른 날부터 전후 3개월 이내의 대출이다. 1세대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전세 주고 다른 주택에 전세로 갈 경우에는 주택담보 대출 관련 보험료 공제는 받
공적연금 연계 최소 가입 기간 단축
우리나라 공적연금제도는 국민연금과 직역연금(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연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적연금은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이 있다. 2016년 전까지는 직역연금의 경우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은 20년이었지만 2016년 1월 이후부터 군인연금(20년)을 제외한 모든 공적연금의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은 10년이다. 공적연금의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일시금으로 받아야 한다. 공적연금연계제도란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해서 각각 일시금으로 받아야만 했던 연금을 가입 기간을 합쳐 10년(또는 20년) 이상이면 연계급여 지급 연령(출생연도에 따라 다름)에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적연금연계제도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2009년 8월 7일(법 시행일) 이후 연금을 이동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다만 2007년 7월 23일 이후 국민연금에서 탈퇴해 반환일시금을 받지 못한 사람과 법 공포일인 2009년 2월 6일 당시 재직 중이던 자가 법 시행일 전에 다른 직역연금이나 국민연금으로 이동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인정한다. 공적연금 연계를 위한 최소 합산 기간은 종전에는 20년이었지만, 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군인연금 가입자를 제외한 직역연금 가입자의 퇴직일이 2016년 1월 2일 이후인 경우에는 10년으로 단축되었다. 다만 직역기관 가입자의 퇴직일이 2016년 1월 1일 이전인 경우에는 종전과 같이 공적연금 연계 최고 합산 기간은 20년이다. 그리고 군인연금이 포함되었을 때에는 시기와 상관없이 합산 기간이 20년 이상이어야 한다. 공적연금 연계급여 대상이 되면 각각의 연금을 지급받는다. 유의할 점은 직역연금 수급 조건을 충족한 경우 연계연금 지급 시점이 직역연금 지급 시점보다 늦어질 수 있다. 현재 직역연금의 퇴직연금 수급자와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수급자(연기신청자 포함)는 연계 신청이 불가하다.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각각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을 충족한 경우에도 연계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
우리나라의 퇴직급여제도는 법정퇴직금제도와 퇴직연금제도로 구성되어 있다.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한 근로자는 퇴직연금제도 유형(DB형, DC형, 혼합형)에 관계없이 퇴직 시 개인형퇴직연금계좌(IRP)를 통해 퇴직급여를 수령해야 한다. 단, 55세 이후 퇴직한 경우 혹은 퇴직급여 총액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기존 급여계좌 등으로 수령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법정퇴직금제도 가입 근로자는 IRP를 통한 수령이 의무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4월 14일부터 법정퇴직금제도 가입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도 IRP를 통한 퇴직금 지급이 의무화되었다.
퇴직연금제도에도 변화가 있다. 올해 7월 12일부터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DC제도)와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제도)에 사전지정운용제도가 도입되었다. 사전지정운용제도는 흔히 디폴트옵션이라 불리는 제도로,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제도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운용에 대해 무관심해 수익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DC형 가입자 가운데 약 95%는 운용 방법을 별도로 결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가입자의 자산 대부분이 예금금리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올해 1분기 6대 은행의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평균 0.91%다. 이에 반해 퇴직연금 운영 경험이 풍부한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퇴직연금제도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운영해왔으며, 연평균 6~8%의 안정적 수익률 성과를 내고 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가입자 지시 없이 총 4주가 지나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됨을 통지하고, 통지 이후에도 2주간 운용 지시가 없으면 자동으로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디폴트옵션에는 원리금보장 상품, 타깃데이트펀드(TDF), 펀드와 원금보장 상품 등을 혼합한 포트폴리오 등이 편입된다.
올해 상반기 주택연금 가입자가 급증한 가운데,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 격차로 인해 수도권 가입자 증가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6923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36.4% 증가한 수치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최다 가입 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주택 가격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집값이 내려가기 전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는 이들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제주, 경기, 인천 지역의 주택연금 가입이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주택연금 보증공급액 증가율이 가장 큰 지역은 제주특별자치도다. 주택연금 보증공급액이란 해당 기간의 신규 가입자에게 100세까지 공급될 예상 연금 보증 총액 추산 수치를 말한다.
제주의 1분기 보증공급액은 22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5.7%나 상승했다. 이어서 세종시 271.7%, 대전 196.5%, 인천 154.8% 순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경기는 118.1%가 증가했는데, 집값이 올라 액수 기준으로는 1조 3246억 원으로 가장 크게 늘었다. 서울은 증가율이 25.7%에 불과했지만 보증공급액 증가 액수는 3803억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즉,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 격차로 인해, 월평균 수령액도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연금 가입자 월평균 수령액은 160만 7000원으로 2018년 106만 4000원 대비 54만 3000원이 늘었다.
주택 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2018년 이후 2019년 107만 4000원, 2020년 120만 6000원, 2021년 151만 3000원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지역별 월 수령액 격차는 크게 벌어지는 모습이다. 월 수령액 최다 지역은 서울, 최소 지역은 전남이다. 올해 서울은 211만 3000원, 전남은 69만 2000원을 기록해 월 수령액 격차가 3배를 넘어섰다.
그 외에도 세종 174만 6000원, 경기 173만 3000원인 반면, 전북 71만 7000원, 경북 72만 3000원으로 지역별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주택 연금은 주택 가격에 따라 산정되기 때문에 이는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양극화로 인한 현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냉랭하기만 하다. 이런 시기가 ‘적기’라며 주택연금을 찾는 이들이 조용히 늘고 있다. 주택연금, 과연 지금이 가입 적기일까?
참조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이란 거주하고 있는 보유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죽을 때까지 매달 연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금융상품(역모기지론)이다. 자신의 집에서 살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5억 원 한도의 대출금을 평생 매월 연금 형태로 받을지, 인출한도 범위(대출한도의 50%) 안에서 수시로 찾아 쓰고 나머지는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매월 연금 형태로 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본인 혹은 배우자가 대한민국 국민이며, 55세 이상이고 소유한 주택의 합산 공시가격이 9억 원 이하라면 가입할 수 있다. 총 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하는 2주택자는 3년 이내 1 주택을 처분해야 가입 가능하다. 고객은 가입 시점에 저당권 방식과 신탁 방식 2가지 중 1개의 담보 설정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원래는 한번 선택한 방식을 변경할 수 없었지만, 지난달 제도 개선으로 가입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게 됐다.
단 △가입 주택이 복합용도주택(상가겸용주택)이거나 ‘농지법’에 따라 소유권을 이전할 수 없는 농업인 주택·어업인 주택 등에 해당하는 경우 △가입 주택에 대한 당해세를 체납 중이거나 서류 등으로 불법 건축이 확인될 경우 △기존 주택연금이 지급 정지 중인 경우에는 신탁 방식 변경이 제한된다.
올해가 주택연금 적기인 이유
주택연금은 매년 주요 변수를 재산정해 그해 연금 수령액을 산출한다. 변수로는 집값 상승률, 금리 추이, 예상 사망 시점 까지의 기대수명 등이 포함된다. 금리 상승 전망이 높아지면 연금 수령액은 낮아진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 연금을 지급받는 상품인 만큼 금리가 높아지면 가입자가 부담해야 할 이자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가입하면 가입 당시 정해진 금액을 평생 보장받을 수 있다. 집값이 고점을 찍은 데다 금리 상승이 점쳐지는 올해가 주택연금 가입 적기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해 6월 새로 등장한 신탁 방식 주택연금도 가입을 고민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다. 기존 저당권 방식과 달리 주택연금 가입자가 공사에 소유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기 위해 신탁(소유권 이전) 등기하고, 공사는 이를 담보로 가입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주택연금을 평생 수령하도록 보증한다.
무엇보다 신탁 방식에 가입한 주택은 유휴공간 임대를 통해 월세 등의 추가 소득을 창출할 수 있어 고정 수입이 없는 중장년층에게 매력적이다. 또한 기존 저당권 방식에 비해 가입자가 부담하는 등록면허세 등의 세금이 절감된다. 예를 들어 70세 가입자가 공시지가 3억 원인 주택을 담보로 했을 경우, 저당권 방식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했을 때의 세금이 34만 4000원인 데 비해 신탁 방식으로 가입하면 7000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가입자가 사망하더라도 자녀 등 법정상속인의 동의 절차 없이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어 주택 소유권을 두고 부모 자녀 간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다. 신탁 방식으로 가입할 때 사후 수익자로 배우자를 지정하면, 가입자 사망 시 배우자에게 연금수급권이 자동 승계되기 때문이다.
[TIP] 헷갈리는 주택연금 Q&A
Q주택연금에 가입한 집을 월세로 내놓아도 될까?
A 안 된다. 단, 주택연금 가입 주택에 본인 또는 배우자가 실제 거주하며 보증금 없는 월세로 주택의 일부를 임대하는 것은 가능하다. 반대로 월세 받는 집을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도 동일한 조건이 적용된다. 신탁 방식 주택연금은 보증금 유무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임대할 수 있다.
Q주택담보대출이 있는데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나?
A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된다.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가입자는 주택연금 일시인출금을 이용해 대출금 전액 혹은 잔액을 갚고, 남은 금액을 매달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인출은 대출 한도의 50% 초과 90% 이내에서 가능하다.
Q주택연금 이용 중 이사해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데, 주택연금을 계속 이용하고 싶다. 가능할까?
A 가능하다. 단, 공사의 담보 주택 변경 승인을 받으면 담보 주택을 기존 주택에서 새로운 거주 주택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이때 이사하는 시점의 신규 주택 공시가격이 조건변경 승인일 기준으로 9억 원 이하거나, 기존 주택의 공시가격보다 낮거나 같아야 변경이 가능하다. 이때 이사 등의 이유로 담보 주택을 변경하면 보증료 납부 및 보증잔액 상환 등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 등의 이유로 담보 주택이 없어지더라도 신규 주택으로 담보 주택을 옮기면 주택연금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