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굴피부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젊을 때는 피부가 맑아서 세수 안 해도 한 것 같다는 소리도 들었다. 필자는 세수하고 그간 아무 것도 바르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얼마 전 지인을 만났는데 “얼굴 피부가 마른 두부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충격이었다. 아무 것도 바르지 않는다고 하니 지인이 갖고 있던 핸드크림이라도 우선 얼굴에 바르라고 했다. 바르고 얼마 후 정말 당장 얼굴 주름살이 누그러지면서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여자들이 화장품 값이 비싸지만, 안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간 걷기를 정기적으로 했다. 남들은 선 블록 크림이라도 바르고 오지만, 필자는 그냥 다녔다. 남자는 얼굴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고집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얼굴이 좀 탔다.
필자는 동물들이 계절이 바뀔 때 털갈이를 하듯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 손가락 등에서 부분적으로 허물이 벗겨지는 것이다. 그때만 넘기면 별 일 없었으므로 그렇게 살았다. 최근에는 감기에 걸려 얼굴이 좀 푸석푸석해지기도 했다.
이젠 더 이상 안 되는 모양이다. 적어도 세수하고 나서 로션이라도 발라야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습관이 안 되어 깜빡 잊고 그냥 지내는 날이 많다.
지인 중 레이저 피부 시술을 직업으로 하는 의사가 있다. 동갑인데 늘 얼굴이 윤기가 나고 피부가 탱탱하게 보였다. 사람들이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마다 아무 짓도 안 했다며 시치미를 떼었었다.
그런데 이번에 필자가 얼굴 피부 고민을 얘기하니 남자도 관리를 해야 한다며 자기는 상당한 투자를 한다고 했다. 레이저 시술은 물론 보톡스 주사를 6개월마다 맞는다고 했다. 거기 더 해서 남성 호르몬 주사도 맞고 수시로 영양제 주사도 맞는다고 했다. 그 외에 오메가 3와 비타민 C도 상시 복용한다고 실토했다. 화장품도 스킨 로션은 물론 밀크 로션 등 여러 가지 비싼 남성 화장품을 바른다고 했다. 그러니 동창생들과 비교해 봐도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 부러움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또래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눈치는 채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보톡스는 자세히 보면 티가 난다. 얼굴 근육이 팽팽해지기는 하지만, 보톡스 맞은 부위의 얼굴 근육이 안 움직인다. 술도 안 마시고 좋은 것만 먹고 다니니 피부는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필자는 그만한 투자 없이도 이만하면 큰 차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얘기를 두 번이나 들었다. 피부도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굳이 그 의사만큼 얼굴에 투자할 생각은 없다. 얼굴은 건강의 바로미터 같은 것이므로 그대로 놓고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안 좋아지면 이유가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나이에 따라 그 나이로 보이는 것도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1994년 11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는 “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있습니다. 앞으로 나는 나의 친구, 내 가족을 몰라볼지도 모릅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인생의 황혼(黃昏)으로 가는 여행을 떠난다”는 말과 함께 10여 년간 치매와 싸우다 2004년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옆을 지켰던 부인 낸시 레이건은 치매 환자 가족의 고통을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천천히 분해되어 무너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괴로움”이라고 표현했다. 병이 깊어졌을 때 레이건 대통령은 낸시 여사를 알아보지 못했고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며칠 전 필자는 초등학교 가을 체육대회에 참석했다. 열두 살 꼬맹이였던 친구들은 60대 환갑이 넘은 초로의 모습이었다. 주름진 얼굴, 서릿발 내린 흰머리 등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학창 시절을 추억하고 웃고 떠들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부모님 안부로 이어졌다. 우리 나이가 육십이 넘었으니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도 많고 살아 계신다 해도 90세 전후라서 어르신들 건강이 좋지 않다. 집에서 치매로 고생하시거나 요양원에 계신 분도 꽤 있다.
자연스러운 치매 얘기에 경험담이 하나둘 터져 나왔다. 치매 환자가 있으면 가족은 비상이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주방에 가스레인지를 켜놓는 등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치매 치료제는 없고 지연시키는 약만 있으나 그 효능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최선책은 조기진단과 예방법 실천이다. 알려져 있는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햇볕을 많이 쬔다. 오메가-3 지방산과 비타민D 섭취량을 높인다. 둘째, 오메가-3가 풍부한 등 푸른 생선을 많이 먹는다. 셋째, 숫자나 퍼즐 게임, 낱말 맞히기, 산·강 이름 암기 등 두뇌를 쓰는 게임을 한다. 넷째, 당분 섭취를 줄인다. 다섯째, 잠을 7시간 이상 충분히 잔다. 여섯째, 항산화제가 풍부한 커피를 하루 3~5잔 마신다. 일곱째, 스트레스를 낮추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명상을 생활화한다. 끝으로 취미, 모임 등에 자주 나가 사회활동을 한다.
이미 치매가 시작되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 등급 판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구체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 내용에는 방문 간호, 주간 보호, 단기 보호, 복지 용구 지원 등이 있다. 경증 환자를 위한 주간 보호 시설도 어린이집처럼 운영된다. 중증 환자는 24시간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요양원 입주가 가능하다. 현재 중증 환자의 경우 본인 부담금이 20%인데 ‘치매 국가 책임제’로 정책이 전환되면서 10%만 부담하면 된다.
필자의 장모님도 등급을 받아 주간 보호센터에 다니신다. 요양원이 싫은 사람은 간병인을 구하면 되지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요양원이라고 해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각종 프로그램과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어 집에서 갇혀 있거나 누워만 있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치매는 본인뿐 아니라 돌보는 가족도 환자로 만드는 가족병이라 한다. 평소 예방법 등을 실천해 치매가 오지 않도록 하고, 주기적인 검진으로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고, 치매 관련 제도를 활용해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야 한다. 또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도 환자가 한 생애를 끝내고 황혼 여행을 잘 떠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돌봐야 한다.
길고 긴 여름이 지나갔다. 폭염에 피부가 상하는 것은 반려동물도 다르지 않다. 이번 호에서는 더위에 지친 반려동물의 피부를 진정시켜주는 팁을 알아볼까 한다. 강아지의 경우, 피부층의 두께가 1mm 이하로 매우 얇다. 1차적인 방어역할을 하는 표피층은 0.1mm 정도로 사람의 피부보다 훨씬 약해 쉽게 상처 입고 땀샘이 없어 배출도 원활하지 않다. 피부 표면에서 나오는 피지와 수분으로 인해 털 사이 세균 번식 및 가려움, 피부병을 동반할 수도 있다.
자료 제공 반려동물이야기
박박 깎는 미용, 반려견은 싫어해요!
여름철이 되면 온몸을 깎은 반려견을 종종 볼 수 있다. 사람 입장에서 시원해 보이지만 반려견에게는 위험하다. 사람보다 훨씬 약한 피부를 가진 반려견의 털을 짧게 깎으면 피부가 직접 햇빛에 노출돼 피부병 혹은 종양이 생길 수 있다. 더울 것 같지만 털은 피부를 덮어 보호하고 해로운 세균에 저항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드어 준다. 그런데 자주 목욕을 시키고 털을 밀어버리면 이러한 물질이 없어진다. 반려견의 털을 밀 때는 피부를 덮을 정도는 남겨야 한다.
목욕 자주 하면 안 좋아요, 주인님!
과한 미용과 목욕은 반려견의 털과 약한 피부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좋지 않다. 여름철에는 반려견이 더울까봐 목욕을 자주 시킨다. 이때 목욕시간은 5분에서 10분이면 되지만 털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잘 말려야 한다. 젖은 채로 반려견을 내버려두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피부질환에 걸릴 수 있다. 피부병은 한 번 걸리면 이전의 피부로 되돌릴 수 없고 쉽게 재발한다. 병원 치료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는 반려견과 견주에게 큰 부감이 되는 일이니 미리미리 살피고 예방하는 것이 좋다.
발바닥 관리 중요해요
여름철은 기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땅바닥과 도로도 뜨겁게 달궈지기 때문에 산책하고 난 후 반려견의 발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발바닥 사이에 털이 나 있으면 필요 이상으로 다리에 힘을 주거나 미끄러질 수 있다. 미용 면도기나 가위로 발바닥 털을 깎아주고 반려견 전용 수분연고제를 발라준다.
귀 청소도 잊지 말아요
귀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불그스름하거나 염증이 있는 곳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귀는 매주 전용 세정제로 청소해줘야 하며 귀가 아래로 처지는 반려견은 습한 날씨에 염증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한다.
환절기 털 관리 비법
반려견은 1년 중 크게 봄, 가을에 털갈이를 하는데 가을 에는 겨울철 보온을 위한 털갈이를 한다. 이 시기에는 평소보다 털이 많이 빠지고 뭉치는데 빗질을 해서 털 뭉침을 막아줘야 한다. 또 피부가 평소보다 더 예민하기 때문에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피부와 모질 개선에 좋은 기능성 사료를 먹이면 털갈이 시기를 보다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피부 유형에 맞는 관리 필요
날씨가 선선하고 건조해지면서 반려견 피부에 또 하나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바로 비듬이다. 죽은 피부가 털 사이에 쌓여 보기 흉하고 반려견도 발로 긁는 등 불편해한다.
가을과 겨울 동안에는 최대한 화학적인 자극을 받지 않도록 하고 천연재료로 만든 샴푸를 사용하면 좋다. 중탕 목욕이면 충분하고 보습 샴푸와 린스를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따끔거리는 피부를 가진 반려견이 예방시기를 놓쳤다면, 오트밀(귀리)로 목욕을 시켜보시라. 오트밀의 다당류 성분이 피부의 보호막 역할을 해줘 피부 진정효과가 있다. 가려운 피부를 위한 약용샴푸도 있지만, 반려견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다. 반려견의 빗은 털 유형과 겹쳐지는 피부층을 가졌는지에 따라 선택한다. 부드러운 브러시는 모낭과 땀샘을 자극해 죽은 피부 세포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고 피부 자생력을 높여준다.
피부에 좋은 사료 뭐 없을까요?
반려동물의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려면 사료 선택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정 영양소가 부족할 경우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반려동물이 섭취하는 사료나 음식물은 피부병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반려동물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피부 각질 장애와 탈모는 단백질 및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에 발생한다. 비타민E가 부족하면 홍반성 낭창 및 천포창 등의 피부 질환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반려동물이 가지고 있는 피부병 증상을 토대로 부족한 영양소를 예측해 사료로 적절하게 제공해줘야 한다. 피부가 약한 반려견의 경우 가끔씩 생식을 주는 것도 좋다. 처음 생식하는 반려견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사료에 섞어주거나 간식으로 만들어서 재료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차차 양을 늘려준다.
반려견 피부에 좋은 음식들
연어- 연어는 오메가3가 풍부해 반려견의 피부에 좋다. 익혀서 먹인다.
귀리- 귀리에는 다당류가 함유되어 있어 피부 보호막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건조한 피부와 가려움증이 많은 반려견에게 좋다.
코코넛오일- 피부병을 앓고 있는 반려견에게 발라주면 좋다. 코코넛오일은 몸무게 4.5kg당 하루에 1스푼씩 먹인다.
체리- 체리는 항산화 작용을 도와 강아지의 간과 신장에 영양을 공급한다. 간과 신장이 튼튼해지면 장기 내부의 독소로 인한 트러블을 방지해주는 효과가 있다.
오늘 깨를 볶았다. 깨 볶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있었다는 말이 아니라 진짜 참깨를 볶았다.
막내동생의 시댁이 농사를 짓는데 항상 추수한 여러 가지 곡식을 보내주신다고 한다.
참 부러운 일이다. 열심히 농사를 지으시고 수확의 기쁨을 서울에 있는 자식들과 함께하시는 게 행복하다고 하신단다.
많이 보내오셨으니 나누어주겠다고 해서 여러 가지 농산물을 얻어왔다.
그중에 깨가 있었다. 요즘 국산 깨가 귀한데 직접 볶아서 만들 생각을 하니 무척 기뻤다.
몇 년 전에도 한번 참깨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깨를 씻으면서 너무 많이 흘려보내 몹시 아까웠던 기억이 있다. 이번엔 조심해서 알뜰하게 깨소금을 만들어 봐야지 생각했다.
깨는 아주 작은 곡식이라 씻을 때 정말 조심해야 한다.
작은 돌이나 모래가 안 나올 때까지 조리질해서 대여섯 번 씻고 촘촘한 체에 밭쳐놓았다. 이번엔 신경을 바짝 써서 전처럼 아깝게 많이 흘려보내지 않고 잘 씻었다.
전에 했던 경험으로 깨는 볶을 때 탁탁 튀면서 위로 튀어 나가는 것이 많았다.
이번엔 좀 깊숙한 솥에다 몇 번 나누어 볶아보기로 했다.
깨를 볶는다는 말은 은유적으로는 사이좋은 사람들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표현하기도 한다.
어느 글에서 읽었는데 깨는 아주 작은 작물이라 떨기가 조심스러워 아이들에게는 시키지 않고 노인이 하기에도 힘든 작업이라 한다. 그래서 층층시하의 대가족 구조에서 젊은 부부가 오순도순 이야기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게 깨 떠는 일이었다는 것에서 신혼부부의 사이좋게 사는 모습을 깨가 쏟아진다는 말로 표현했다고 한다.
참깨는 낟알이 작아 종이나 비닐을 깔고 터는데 그 위에 깨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빗소리처럼 들린단다. 워낙 깨는 비싼 작물이라 돈이 떨어지는 소리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젊은 부부가 마주앉아 깨를 털면서 깨를 팔아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궁리하는 즐거운 상황을 깨가 쏟아진다고 말했던 것 같다.
또한, 깨를 볶으면 고소한 냄새가 나니 행복한 모습을 감출 수 없을 때 깨 볶는다는 표현을 했을 것이다.
깨는 고소하게 맛도 있지만, 그 효능도 탁월하다. 참깨는 불포화 지방산과 메티오닌 등의 필수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간 기능을 강하게 하며 전신의 건강을 증진시켜준다고 한다.
또 항암작용과 고혈압 예방에 효과가 큰 오메가·3 지방산이 있으며 노화억제와 천연향 생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리그닌도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효능도 좋고 고소한 국산 깨를 볶게 되니 필자는 신이 났다.
속이 깊은 솥을 달구어 씻어서 체에 받혀둔 깨를 적당량 넣으니 치익~하는 소리를 낸다.
나무주걱으로 계속 저어주면서 볶았다. 점점 깨가 통통해 지면서 톡톡 튄다.
너무 많은 양을 볶으면 위쪽의 깨가 튀어서 날아가 버린다. 지난번의 경험으로 적당량을 넣은 오늘은 아주 잘 볶아졌다.
3번에 나누어서 깨를 다 볶았다. 납작하던 모습이 통통하니 귀엽게 부풀었다. 한 수저 가득 떠서 입에 넣고 따끈하고 고소한 맛을 느끼며 필자는 행복하다.
양념이나 음식에 꼭 필요한 깨를 볶아 그릇에 담아놓으니 부자가 된 듯 흐뭇하고 뿌듯하다.
내 손에 오기까지 힘들게 농사지으신 분께 감사의 마음이 절로 난다.
자신을 돌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름의 원칙과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에게 통하는 정답은 없다. 우선 나만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아 막연하다면 각 분야 인사들의 노하우를 참고해보는 것은 어떨까?
◇ “내 인생의 기본은 후회 없이 사는 것” 강민지 (직장인·56)
나는 60세가 되든 70세가 되든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배우고 싶다.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일하는 곳에서 마음 수양을 한다. 사찰에 들어가면 혼자 수행하지만 여기서는 사람들과 부딪치고 느끼면서 도를 닦는다. 격분했을 때 한 번, 두 번, 세 번 삭힌다. 그러면 후에 정말 참길 잘했구나 생각하게 된다. 부딪치면서 내 마음속 내면과 사귀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나는 천사다’라고 되뇐다. 내가 참고 고운 말을 했을 때 상대방도 달리 받아들인다. 2~3년 꾸준히 실천하면서 생각한 결과다. 머리를 깎은 이유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겉치레는 전혀 필요 없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 하석 박원규 (서예가·69)
바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그 약속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기밖에 모르는 것이 나와의 약속이다. 예를 들어 내가 4시 반에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못 일어났다고 상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과의 약속을 소홀하게 생각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면 발전이 없다. 어떤 약속이든 모두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내 자신과의 약속을 가장 앞에다 놓는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식품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49)
꽃중년을 위해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영양제다. 나는 매일 아침 5종류의 영양제를 먹는다. 종합비타민제와 오메가3, 비타민D, 칼슘과 마그네슘, 유산균 캡슐이다. 영양제는 건강을 위한, 가장 비용효과적인 수단이다. 음식으로 건강을 챙기려면 누군가 발품을 팔고 비용을 지불해 싱싱한 재료를 사서 정성껏 조리해야 한다. 운동은 한 시간 이상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그러나 영양제는 한 달 1만~2만원의 비용으로 물과 함께 삼키면 그만이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라 식품이다. 음식으로 이들 영양소를 모두 챙겨먹는 것은 바쁜 현대인에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평소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집사람이 챙겨주는 영양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한 격려와 칭찬부터 시작하자” 유경 (프리랜서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56)
‘자기 돌봄’은 ‘자기 돌보기’와 ‘자기 돌아보기’를 합한 것이 아닐까? 먼저 ‘나 돌아보기’. 잘한 일보다는 부끄럽게 여겨지는 일이 많아, 미련과 후회의 큰 파도가 덮쳐오곤 한다. 그럴 때는 자책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그러면서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어린아이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칭찬하기. 잘 견뎌냈다고, 지금 잘하고 있는 거라고 토닥여주기. 이젠 ‘나 돌보기’로! 시원한 캔맥주와 추리소설 속으로 풍덩.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소설에 집중하다 보면 기분전환과 함께 정신도 눈도 반짝반짝. 결국 나로부터 시작하는 격려와 칭찬이 ‘자기 돌봄’의 원천.
◇“나를 돌봐야 사랑하는 이들을 잘 돌볼 수 있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교회 목사·62)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나를 돌보지 못했다. 최근에는 매주 목요일을 쉬는 날로 정해 아내와 온천도 가고 드라이브도 한다. 당연히 타인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텨온 삶인데, 그런 일상들이 쌓여 여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내가 나를 돌봐야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감을 주고 잘 돌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고 좋은 곳에도 찾아간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며 건강도 챙기려고 한다. 자기 책망이나 미움보다는 감사하는 마음,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하다. 사랑, 행복, 위로의 에너지를 나를 돌봄으로써 채우고, 그 에너지를 주변 사람에게 나눈다. 그런 점에서 힐링은 필요하다.
◇“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일을 한다” 현경 (유니언신학교 종신교수·60)
나를 나답게 정화하고 진화시키는 것이 곧 나의 일이다. 그것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나를 만나기도 한다. 완전히 다른, 가령 미술사를 공부하는 곳에서 친구를 만난다든지 탱고를 배운다든지 하는 것이 모두 나를 풍성하게 하는 일이다. 학교에서 일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명상하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주 열심히 일한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모든 것을 딱 닫아버린다. 인터넷도 안 한다. 주로 자연에서 시간을 보낸다. 등산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스키를 타거나 바다로 간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호기심 유지하기” 장순근 (극지연구소 정책자문위원·70)
직장을 떠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관련된 일을 계속하는 것이고, 둘째는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는 것이었다. 전자의 일을 위해 그동안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극지를 자주 오간 사람이 많지 않다. 내가 정리하는 것이 작은 기록일지라도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후자의 결심을 위해 가까운 사람들과 가능한 한 자주 어울리고 있다. 매월 과학책 한 권을 읽는 과학 독서아카데미에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10대에서 80대까지 참여하는 이 모임은 내가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단 하나의 귀중한 모임이다. 호기심이 없고 즐겨 하는 일이 없으면 늙는다고 한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미국인들도 여름철에는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쓴다. 우리처럼 보약이나 보양식을 챙겨 먹지는 않지만 종합비타민, 오메가 3, 글루코사민 등 다양한 건강보조제를 항시 복용한다. 삼복더위를 뜨거운 음식으로 이기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비법이 우리에게 있듯이 미국인에게도 나름의 건장 유지비결이 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회원들에게 전해 주는 ‘여름철 건강 상식 20가지’를 소개한다.
영양제에 관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자신의 연령대에 꼭 맞는 영양제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다. 아무래도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게 되면, 체력이 감소하다든지, 노안이 생긴다든지 하는 증상부터 시작해서 근육이나 뼈를 삐끗해서 후유증이 오래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사실 영양제는 고사하고 삼시 세끼도 잇기 어려웠을 때를 돌아본다면, 노화가 현대사회에 비해서 급속히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전 세대의 사진을 유심히 보게 된다면, 그 차이를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50대에 접어들면 벌써 노령층으로 분류했을 정도로 생리기능이 급속히 쇠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운동이나 영양식 섭취, 그리고 영양제의 알맞은 복용만으로도 훨씬 더 수준 높은 건강을 오랫동안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영양제 복용은 선택이라기보다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는 필수항목이라고 본다. 중년 이후 연령대에 따라서 찾아오기 쉬운 질병과 그에 대비할 수 있는 영양제를 추천한다면 다음과 같다.
40 ~ 50대 갱년기여성
① 골다공증
칼슘, 비타민D, 크랜베리가 좋다.
여성의 경우 골밀도가 낮아져 골다공증이 되기 쉽고, 이럴 경우 골절의 위험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골밀도를 높여주는 약을 처방받거나, 칼슘과 비타민D를 섭취해야 한다.
② 고지혈증
오메가-3 지방산, 식이섬유를 추천한다.
갱년기에 갑자기 고지혈증이 생기는 여성이 많아지는데, 음식 때문에 생겼다기보다는 몸 안에서 여성호르몬이 감소하여 지방의 대사과정에 변화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적당한 운동과 함께 오메가-3 지방산이나 식이섬유 등의 섭취가 권장된다.
③ 질염, 방광염
프로바이오틱(유산균), 식이섬유가 효과가 있다.
중년 이후에는 질과 요로의 상피세포가 얇아지면서 탄력도 떨어지고 혈액순환도 줄어서 세균이나 진균 등의 감염이 증가하여 발생한다. 예방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을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유산균이 장뿐만 아니라 질과 요도의 점막에 정착하여 나쁜 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전에는 1캡슐에 10억 마리 정도의 유산균이 함유된 것이 보통이었지만, 요즘 판매되는 유산균 제품 중에는 1캡슐에 100억 마리의 유산균이 함유된 제품도 나오고 있다. 유산균의 장내 생존 비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유산균의 영양소로 쓰일 수 있는 식이섬유와 함께 복용하며, 자주 재발되는 방광염의 경우, 크랜베리 추출물이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40 ~ 50대 갱년기남성
① 발기부전
멀티비타민 미네랄, 아르기닌, 인삼, 은행잎 엑스 등을 추천한다.
중년이 되면 누구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성욕의 저하와 발기부전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더욱이 이 연령의 남성들이 많이 복용하는 고혈압약 때문에 그 증상들이 악화되는 수가 있으며, 당뇨병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기도 한다. 전반적인 건강을 돕기 위해서 적절한 멀티비타민 제품 중 미네랄을 기본으로 아르기닌이나 인삼 또는 은행잎 제품이 도움이 된다.
② 전립선 비대증
비타민C, 아연, 항산화제, 소팔메토 등이 도움이 된다.
전립선 비대증은 노화로 남성호르몬이 변하여 생기는 증상이기 때문에 완전한 예방이 불가능하더라도 미리 대비를 잘하면 발생을 늦추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전립성 비대증을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에 사전적 예방이 아주 중요하다. 비타민C와 아연이 들어 있는 음식을 많이 먹도록 권장한다. 항산화제, 소팔메토등의 섭취도 고려할만 하다.
60세 이상 노년기
① 노년기를 위한 영양제 복용의 기본 사항
60세 이후에는 골밀도가 감소하여 골다공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고 혈관의 탄력이 떨어져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에 노출된다. 따라서 60세 이후에는 꼭 섭취해야 할 영양소와 피해야 할 영양소를 구분해서 나이에 맞게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 먼저 부실한 치아와 골밀도 저하로 인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비타민D와 칼슘의 보충에 신경 써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미네랄이 골밀도 감소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폐경 이후에는 철분의 과잉 섭취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철분 섭취를 오히려 줄여야 한다. 여기에다 에너지 영양소의 흡수를 도와줄 비타민B 군과 혈관 영양을 위한 오메가-3, 항산화제도 섭취해야 하므로 60대 이상을 위한 적절한 가격대의 영양 복합제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격도 주요 고려 요소의 하나이다. 남은 생애동안 계속 복용한다고 가정하면 부담 없는 가격의 영양제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② 60세 이후 섭취해야 할 영양소 : 오메가3·비타민 C·칼슘
평소 자신의 식습관을 돌아보았을 때, 육식을 즐기는 편이라고 판단되거나 혈액검사에서 평소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편이라면 오메가-3를 섭취해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노력을 통해 심혈관 질환을 관리해야 한다. 약이나 식품 중에서 중성지방의 수치를 낮출 수 있는 성분의 폭은 아주 좁은 편이다. 약 중에서는 보통 페노피브레이트라는 약을 사용하고, 식품으로는 거의 오메가-3 정도가 대표적이다.
또한 체내 활성산소의 양이 많을수록 노화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므로 신체 기능이 빠르게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평소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 비타민C, 셀레늄 등의 영양소를 지속적으로 섭취해 항산화 관리도 해야 한다. 한 가지 꼭 알고 있어야 할 것은 칼슘 부족으로 인한 골밀도 약화는 폐경기 이후 가속되는데, 칼슘은 체내 흡수율이 낮기 때문에 비타민D와 함께 섭취해야 한다.
③ 60세 이후 섭취를 피해야 할 영양제 : 철분과 비타민 A
앞서 얘기한 대로 폐경 이후 필요량이 줄어드는 철분을 과잉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혈액 검사나 방사선 검사에서 유추할 수 있는 심혈관 질환의 가능성보다 예상외로 빠른 질환의 진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60대 이후에는 철분의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비타민A는 60세가 지나면서 남녀 공통적으로 섭취 권장량이 감소하고, 과잉 섭취하면 독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섭취 시 유의해야 한다.
비타민A의 부작용은 피로, 식욕결핍, 위장장애, 다뇨증, 모발 손상, 피부건조 등 다양한 편이므로 이상증상이 나타날 때, 비타민A의 과용 여부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따뜻한 봄소식은 겨우내 꽁꽁 얼었던 우리 마음을 다시 따뜻하게 만들지만, 봄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소식도 들린다. 꽃가루나 황사와 같은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인자들이 대표적인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다. 특히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천식은 속 시원한 치료법이 없는 호흡기 질환으로 꼽힌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도움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영 교수
천식(喘息)은 가슴이 답답해지고, 기침이 나거나, 천명(喘鳴) 혹은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알레르기질환이다. 천식은 가역적인 기류 제한, 기도의 만성적인 염증과 기도과민성의 특징을 가진다. 쉽게 이야기하면 어떤 날은 불편함을 느끼지만 어떤 날은 전혀 문제없는 날들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은 질병이라는 뜻이다. 애매한 증상만큼이나 그 원인 역시 콕 집어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고려대병원에서 만난 유영 교수는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설명한다.
“천식의 원인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숙주인자와 외부 환경인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자는 천식 관련 유전인자나 비만 등이 대표적이고, 환경적 요인으로는 알레르겐(항원)과 감염, 직·간접흡연, 대기오염, 약물, 식품, 스트레스 등이 있습니다.”
고령의 시니어들에게 위험한 병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겠지만, 천식 역시 나이가 많은 시니어들에게는 위험한 병이다.
유 교수에 따르면 천식을 얼마나 앓고 있는지 나타내는 유병률은 인종이나 국가의 경제 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하는데,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의 유병률(100명당 발병인원)이 높은 편이고, 2010년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병률은 약 2~13% 정도로 조사됐다고 했다.
나이별로 살펴보면, 천식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지만 어린이와 노인의 유병률이 더 높다고 했다. 소아와 청소년에게서의 유병률은 약 5~10%로 높아지다가, 성인기에 약간 낮아지고, 다시 65세 이상에서 약 12.5%까지 증가한다.
특히 시니어들이 천식과 관련해서 잘 알아야 할 점은 고령인 상태에서 발생한 천식이 젊을 때부터 앓아온 천식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점이다. 시니어 때 발병한 천식은 병을 앓게 되는 기간이나 중증도가 다양하고, 기간과 상관없이 많은 환자에게서 기도폐쇄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유 교수는 “고령에 발병한 천식의 치료는 일반적인 천식의 치료와 같지만 기관지 확장제가 잘 듣지 않거나, 스테로이드제에 대한 부작용이 많고, 다른 폐질환을 동반하는 때도 적지 않아 까다로운 편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이런 경우 폐기능이 감소하는 정도가 젊은 성인에 비해 빠르고, 사망률도 높아 주의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특효약 없어 장기적인 관리 필요
천식은 완치를 위한 특효약이 없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 그래서 병을 치료하기보다는 원활한 호흡을 유지하고, 염증을 가라앉혀, 폐기능의 악화를 방지하는 데 치료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천식의 약물치료는 크게 증상완화제와 질병조절제로 나눈다. 대표적인 증상완화제는 속효성 베타2항진제(기관지 확장제)가 있는데, 천식의 급성 증상 완화를 위해서 제일 먼저 선택되는 약제다.
증상 악화 시 먼저 속효성베타2항진제를 사용하면 수축된 기관지를 확장해, 질병조절제가 효과를 나타내기 전까지 천식 악화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증상이 개선되어 안정화되면 증상 완화제를 주기적으로 계속 사용하기보다는 증상이 있을 때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질병 조절제는 흡입용 스테로이드, 류코트리엔 조절제, 지속성 베타2항진제, 서방형 테오필린 등이 있다. 질병 조절제는 천식의 만성적인 기도염증을 감소시키고 폐기능의 악화를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질병 조절제는 약 3개월 간격으로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서 약제의 종류나 사용량 등을 조절하게 된다.
수면 중 찾아오는 발작 주의해야
특히 시니어들의 경우 천식을 앓고 있을 때 간혹 수면 중 심한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호흡곤란이 동반돼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경우까지 있는데, 이럴 때를 대비해 상비약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고 유 교수는 설명한다.
“갑작스러운 천식 발작이 있으면 상비해 둔 기관지확장제(속효성 베타2항진제)를 이용해 수축된 기관지를 확장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0분 간격으로 3번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한 후에도 호흡곤란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으면 산소 공급이나 스테로이드제 투여가 이뤄져야 하므로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급성 천식 발작의 경우 호흡곤란이나 기침, 천명, 가슴 답답함 등의 증상이 갑자기 빠르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특히 전에 기계호흡이나 기관 삽관이 필요했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천식으로 인해 입원이나 응급실 방문 경력이 있는 경우, 최근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갑자기 중단한 경우, 최근 흡입용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속효성 베타2항진제를 매일 한 통 이상 자주 사용한 경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경우 등은 급작스러운 천식 악화로 사망할 수 있는 고위험군이므로 관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미세먼지 피하고 채소·생선 즐겨야
천식을 예방하기 위해 알맞은 음식은 딱히 없다. 다만 최근 연구 결과로는 서구식 식습관이 천식이나 다른 알레르기 질환 증가와 연관성이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일이나 채소와 같은 항산화 물질과 생선에 많은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하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위 식도역류가 있는 경우 천식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역류를 악화시키는 음식이나 식습관은 피해야 한다. 비만도 위험인자 중 하나로 평가되기 때문에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호흡기에 좋지 않은 담배 연기나 미세먼지에 노출을 피하고 아스피린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등 약제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실로 생경한 풍경이었다. 십여 년간 취재를 위해 수많은 병원을 들락거렸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의자가 없는 원장실이라니. 몸을 기댈 곳이라고는 서 있는 상대방 앞에 앉기 민망할 만한 높은 홈바 의자가 전부. 알파고를 바라보는 이세돌의 심정이 이랬을까. 상식을 깨는 리셋의원 박용우(朴用雨·53) 원장이 말하는 ‘건강한 걷기’ 역시 파격적인 그의 업무 공간을 닮아있었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박용우 원장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많다. 1990년대 후반부터 언론을 통해 이름이 오르내린 덕에 스타 의사나 국민 주치의로 불리기도 하고, 최근엔 연예계를 중심으로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해독주스의 창시자로도 손꼽힌다. ‘걷기 전도사’ 역시 그가 가진 별명 중 하나다.
그가 처음 의대에 입학했을 때 꿈꾸었던 미래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고 했다.
“처음부터 의대를 목표로 공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이 기술을 익혀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이과를 선택했고, 성적이 좋은 이과 학생에게 선택지는 몇 가지로 좁혀지니까요. 그래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진학했는데, 눈이 좋지 않아 외과는 포기해야 했습니다.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용의 꼬리보다는 낫겠다 싶어 가정의학과를 공부하게 됐죠.”
가정의학과에서 그는 처음엔 스포츠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운동선수들의 체형 관리에 관한 연구를 하다 자연스레 비만 치료로 연구분야가 옮겨갔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는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전문적인 연구를 고민하던 차에 제안을 받고 덜컥 개원을 결정하게 된다. 그때가 1991년이다.
국내 최초의 비만클리닉 메덱스. 위치가 강남인 데다 운동 처방이 가능하고, 임상 영양사까지 갖춘 병원. 요즘의 병원이라고 해도 파격적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앞선 의료기관이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당시는 의사가 반말하고 환자가 높임말을 쓰던, 환자를 고객이라 표현하면 손가락질을 당하고, 인테리어라고는 깨끗한 흰 벽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잘될 리가 없었다.
이후 강북삼성병원 교수 재직 시절 그는 비만 연구에 대해 새로운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미컬럼비아대학 비만연구소에서의 연수과정이 그것이다.
“영양과 비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죠.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의사, 영양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동등한 발언권을 갖고 토론하죠. 임상뿐만 아니라 역학이나 통계학, 기초의학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2008년 비만 치료 분야의 중심이 대학에서 개원가로 넘어오면서 그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 역시 개원을 택해 지금의 리셋의원을 열게 됐다.
그런 그에게 환자들은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할까?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가장 궁금해하시죠. 과연 저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겠죠. 저의 경우는 모든 분에게 권할 만큼 100% 완벽하게 하고 있진 않거든요. 술을 좋아해서. (웃음)”
그가 건강 관리에서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앉는 시간을 줄이라는 것이다. 시간을 내어 공기 좋은 곳에서 걷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일정 시간 이상 공들여 걷는 것만이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의 근무 공간에서 의자를 아예 치워버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휴식을 취하다 짬을 내어 걷는 것이 아니라, 계속 서 있다 지칠 때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많이 걷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앉는 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걷기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 과정에서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이 심장에 신선한 피가 돌 수 있도록 펌프질(pumping)을 해줘서입니다.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근육으로, 걷기는 이 근육들을 강화해 줄 수 있습니다. 인간의 몸은 사냥을 위해 걷고 뛰는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앉아 있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가 아니죠. 해외에서는 앉아 생기는 병(sitting disease)이란 표현도 씁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 단 1분이라도 하체를 자주 움직여야 합니다.”
일정 시간 이상 해야 효과가 있다는 그동안의 상식과는 다소 다르다. 그는 이에 대해 인체에 새겨진 유전자와 생활 환경의 불일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몸이 본능적으로 가진 것을 깨워야, 암 예방 물질 생성과 같은 몸속 유전자 정보가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있거나 걸을 때의 자세도 조언했다. 의식적으로 상체를 들고 쫙 펴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근육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화와 퇴화는 다른 개념입니다. 보통 나이가 들면 몸의 변화는 당연하다고 하지만, 관리하지 않아 몸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노화와는 다른 것이죠. 이것은 퇴화입니다. 스스로 몸을 관리하고 젊게 살려고 노력한다면 퇴화는 분명히 막을 수 있습니다. 오래 앉아야 하는 환경이라면 30분에 한 번씩이라도 앉았다 일어나기를 하거나 가볍게 걷기를 잠깐이라도 하시기를 추천합니다.”
그의 건강관리 비법 중 또 하나는 영양제다. 술을 좋아하는 그가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습관이다. 음주로 인해 소모되는 각종 영양성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음주 후 2, 3일은 간을 쉬게 해 주고, 술을 마실 땐 해산물 중심의 안주를 고르려 노력하는 것도 그가 선택한 방법이다.
“서구식 식습관으로 바뀌면서 대장암 같은 질환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산균 보충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를 권합니다. 여기에 비타민과 칼슘, 마그네슘, 오메가3 등을 보충한다면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박용우 원장은?
서울대 의과대학과 가정의학과 석사를 마치고,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 국내최초 비만클리닉 메덱스를 개원했다. 이후 1993년부터 성균관대학교 강북삼성병원에서 13년간 교수로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비만연구소 교환교수를 역임했다.
2008년 리셋클리닉을 개원했다.
방송활동이 활발해 MBC 과 MBN , 올리브TV 의 고정 패널로 활동 중이며, KBS , , JTBC 등에도 출연했다.
저서로는 가 열풍을 이끌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외에도 , 가 있다.
“나의 실그림은 예술 혹은 창조 자체를 실행에 옮기는 나의 삶이자 나의 우주다.” 여기 자신의 혼을 온전히 실어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예술가가 있다. 예순 중반의 나이에 자수를 통한 ‘실그림’이라는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손인숙(孫仁淑·64) 예원 실그림 문화재단 관장을 만났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전재현 사진 작가
손인숙 관장의 작품들은 한국과 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9월 18일부터 6개월 동안 프랑스 국립 기메박물관에 초청 전시돼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한국의 멋을 서구의 예술 애호가들에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작품 한 점 팔지 않고 이 같은 영광이 오기까지 그가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삶과 예술혼이 하나로 어우러진 자기절제와 수행으로 작업정신을 펼쳐나간 실그림 거장. 예원(藝園)의 삶이 작품보다 더 감동적이다.
전통 자수의 현대적 계승을 통해 일가를 이룬 손인숙 관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의 손을 보게 됐다. 고사리 같은 손이다. 그러나 그 손이 만들어낸 예술 세계는 고되고 독보적인 영역에 있었다. 실그림이라는 그 예술 세계는 손 관장의 어머니 직계로 3대째 이르는 대를 잇는 길이기도 했다.
실그림 예술 세계의 알파이자 오메가, 어머니
“외할머니는 못 뵈었습니다. 저를 실제로 가르친 건 어머니였죠. 아버지는 제가 고등학교 1학년일 때 돌아가셨고…. 하지만 어머니는 교육자여서, 제 소질을 계발하기 위해 제가 학교를 갔다 오면 따로 숙제를 내주곤 했어요. 그림을 그리게 한 거죠.”
손 관장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로 평생 교편을 잡았던 분이다. 자수 스승이었던 어머니는 손 관장의 유년 시절부터 함께 수를 놓았고 어떤 문양인지, 어떤 색을 고를 것인지 항상 옆에서 눈으로 가르쳐주었다. 매일 매일 틈 날 때마다 수를 놓으며 지냈던 일상의 잔잔한 시간들. 일상의 사색과 자수를 대하는 자세를 배우는 인고의 시간들이 그의 작품의 원천적 에너지인 동시에 자수와 자신이 일체가 되는 아우라로 계승됐다.
“나에게 자수란 어느 한 땀도 사색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 없으며, 어느 한 땀도 내 몸속으로부터 나가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렇듯 나의 자수에 대한 기본적 세계관은 어머니로부터 비롯됐고 주변 사물에 색과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자수에 대한 나의 항해 또한 어머니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손 관장의 어머니는 변화할 미래를 예견하기도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일찍이 미래에는 문화전쟁이 온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혜안이 있으셨어요. 어머니 말을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해합니다. 계속적으로 문화를 창조해야 생존할 수 있는 현재가 됐기 때문이죠. 그때 어머니는 저에게 한국의 문화를 세계 최고로 만들어라, 교수도 하지 말고 인간문화재도 하지 말고 일에 미쳐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세계와 공유하라고 충고했습니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예술가가 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자수를 전공하면서부터 꿈을 현실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오늘이 왔습니다.”
오늘이 왔다는 것은 그가 갖게 될 영광에 대한 표현이었다. 올해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30주년이 된 걸 기념해 프랑스 국립 기메박물관에서 그의 250여 작품을 6개월 간 전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시회의 제목은 다.
“결국은 미쳐서 해야 하는 겁니다. 똑같은 걸 만드는 건 누구나 하기 때문이죠. 나만의 세계가 있어야 해요. 제가 여기까지 올 때는 고통을 즐겼다고 보면 돼요. 고통을 고통이라고 생각했다면 답이 없었을 겁니다.”
손 관장은 작품을 하면서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출입을 삼가고 작업에 몰입하면서 보낸 시간은 하루에 13시간. 기메박물관의 전시 허가가 난 다음에는 사람들을 만나야 했기 때문에 그게 불가능해졌다고 하니 박물관 전시라는 사건은 공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그를 만나고 싶었던 이들에게도 다행인 일이지 싶다. 내년까지 이어지는 전시가 프랑스에 이어 영국까지 추가 예약돼 있다.
세계 인류를 위한 문화를 공유한다
손 관장의 작품 세계는 실그림을 축으로 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로 채워지고 있다. 불교미술, 인물화, 풍속화, 민화, 산수화, 서예, 한방문화, 추상화에 이르는 그 수는 어림잡아 20여 가지. 그중에 건축까지 들어 있다니 그가 추구하는 예술적 자유로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만들어지는 작품들 중에는 20년째 작업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그야말로 예술가로서의 강렬한 자의식과 가치 부여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그는 조각 장인·옻칠 장인·매듭 장인·배접 장인 등 각 분야 전통 장인과 30여 년 동안 한 팀처럼 작품을 함께 만들어왔다. 자수는 그가 하지만, 목공예와 결합하거나 노리개에 응용하는 등 퓨전 작업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의 자수 작품은 목공예·목가구·보자기·장신구·함·병풍 등 21가지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할 거예요. 사실 이게 고통이지만….”
그렇게 고통스럽다면서 어째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대답 또한 너무도 예술가다웠다. ‘제가 못 다한 게 너무 많아서’라는 것이다.
“이걸 제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모두 다 한국 문화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 인류의 문화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개인의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생각은 또한 제 어머니의 철학이기도 해요.”
그는 아직도 깊이 못 들어간 장르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다시 태어나면 그 못 해 본 걸 완성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전통에 도전, 전통 자수를 뛰어넘다
이렇듯 자유롭게 사고하고 도전하는 손 관장에게 전통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전통은 나에게 무의식적인 소재의 바다였고 의식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었으며 긴 시간의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의 대상과도 같았습니다. 동시에 나를 있게 한 존재의 근원이기도 했죠.”
악귀를 물리치고 복을 불러오는 전통 자수 문양은 그 숫자의 한계가 있었으므로 그는 좀 더 다양한 문양을 새겨 넣기도 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복잡하고 섬세하며 화려한 감성은 바로 색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형태뿐 아니라 패턴의 느낌만으로도 다양함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녀가 다다른 예술적 지점들 중 하나였다. 그러면서도 작품 표현에서 전통 복식, 목공예, 불화와 같이 종래에 있었던 수많은 전통 예술들이 그의 예술 세계 속에서 차용됐다.
“전통을 전통으로만 보면 오늘이 없어집니다. 전통에 도전해 자신만의 색을 마련할 수 있어야 예술이죠.”
그의 작품들 중에 가장 강렬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들은 풍경화와 추상화, 그리고 그 중간쯤에 위치한 순수 창작 실그림들이다. 특히 마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것 같은 추상 작품들은 그녀가 색을 다루고 형상을 파괴하면서 실의 질감을 파격적으로 과감히 살리고자 한 결과물일 것이다.
힘들다고만 생각하면 끝이 없어
손 관장은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때를 작업하는 장인, 즉 파트너들과 호흡이 맞지 않을 때를 꼽았다. 그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함께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이는 공동 작업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점이다. 그러나 손 관장은 ‘힘들다’는 감정에서 멈추지 않았다.
“저는 힘들다는 생각을 반대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어요. 힘들다고만 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 힘듦을 즐겨야 합니다. 과거에 물난리가 나서 작업장이 잠긴 적이 있었어요. 기가 막히잖아요? 하지만 그때 저는 손해를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일을 마음에서 던져버렸죠. 오너인 제 입장에서 함께 일하는 그분들과 같이 힘들어 하면 안 되죠. 정말로 힘들면 그만두면 됩니다. 그리고 모든 일에 대해 토막을 잘게 끊어서 크게 붙인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과연 오너다운 말이랄까, 그는 자신을 오너로서 대함에 있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다양한 장르를 실험하느라 다양한 장인들과 함께 해야 하는 그의 작업 특성상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인터뷰 내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제가 하는 작업은 저 혼자서 될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꾸 감사해요.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힘을 놓지 않고 살았다
“자수는 나입니다. 그리고 자수는 우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나의 우주란 사실은 나의 일상이며 내 사고들의 집합체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자수를 시작했습니다.”
손 관장이 자신의 작품 세계의 시작을 설명하는 말에서, 예술가의 가족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예술계의 신화랄까, 예술가가 작품에 몰입해 완전히 빠지면 뒤에 남는 예술가의 가족들은 불행해진다는 이야기. 손 관장의 가족들은 그를, 쉬지 않고 만들고 있는 우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남편은 내 예술을 기꺼이 이해해줘요. 그리고 엄마가 하는 일을 보는 딸 둘도 너무 착하고. 심지어 시댁에서도 제가 하는 일을 인정해주었죠.”
손 관장의 예술은 남편과 자식에 더해 친정과 시댁 모두가 인정하고 지원해줘 만들어질 수 있었다. 흔치 않은 집안이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이제 세계가 인정하기 시작했다.
“저는 한 번도 일상적으로 작아 보이는 것들을 가볍게 본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 어떤 것이라도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내 감성으로 사로잡는 일을 소홀히 한 적이 없었어요.”
그가 설명하는 일상적이고 작아 보이는 것들에 대한 감수성에는 ‘유혹이란 상대에 대한 배려로부터 나온다’는 걸 증명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런 충실함은 한눈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완성돼 있어야 한다는 그녀의 철학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손 관장에게 후계자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실그림이라는 영역은 후계자 양성이 어려운 분야라고 선선히 밝혔다.
“요즘은 둘째 딸이 내 작업을 도와주는 중입니다. 뭔가를 만드는 건 아니고 우선 제 일을 지원해주는 거죠. 4대째 예술가의 기질이요? 그건 두고봐야죠(웃음).”
그는 오전 3시부터 새벽을 열며 새벽빛을 고민하다가 상념에 한 땀을 시작하면서 일상적 우주를 어떻게 실그림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있다. 한순간에 깨닫거나 진보하는 것이 없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실그림으로서의 예술에 대한 질문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세계에 반해 예원 실그림 문화재단 이사장직을 흔쾌히 맡은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은 수서에 자수박물관을 짓는 데 힘껏 돕고 있다. 조만간 착공될 계획이란다.
손 관장이 사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남아파트 1층의 60평쯤 되는 갤러리에는 그의 작품과 자수 관련 민속품이 빼곡하게 모여 있다. 2009년부터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이 찾아와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됐다.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팬클럽이 생길 정도다.
이제 우리나라 자수예술의 미를 한 단계 높이고 세계인이 모두 함께 느끼고 좋아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것이라는 그의 약속을 입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