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상상했던 이미지 그대로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이었다. 내일모레가 환갑인데 이토록 귀엽다니,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희한한 여인이다. “일단 오늘 하루만 남편을 존경하자!” 그렇게 각오하고 사니 평생의 꿈이었던 현모양처가 저절로 되었다고 말하는 개그우먼 이성미. 한여름 오후의 데이트는 분명 귀여운 여인과 시작했는데 끝날 무렵에 보니 작은 거인과 앉아 있었다.
그 나이에 몸무게가 40kg도 안 나간다. 뭇 여인들에게 몰매 맞기 싫은지 실토했다. “안 먹어서 이래요~ 일할 때 많이 먹으면 졸리고 느긋해져서 집중력이 떨어져 할 수 없이 끼니를 거를 때가 많다”고 자백한다. 내가 젊었을 때는 이성미 또래의 여인들을 할머니로 생각했다. 지금은 필자 이봉규도 60이 되고 보니 이 또래의 보통 여인들이 할머니까지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섹시한 향기가 나는 여인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이성미는 여름철 농익은 살구처럼 귀엽고 섹시하다. 날씬하고 자그마한 체구에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볼을 꼬집어주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다. 한량 이봉규가 잠깐 정신줄을 놓았다. 프로의식을 되찾아 몰아치듯 인터뷰를 시작했다. “100세 시대에 사랑의 이모작을 위해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생각해본 적이 있나?” 이봉규의 다짜고짜 도발에 그녀는 “기운이 있어야 그런 모험이나 상상도 하죠!”라고 말한다. 한숨도 살짝 묻어나온다. 희극인답게 개그처럼 위장했지만 그 속내를 살짝 들출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한때는 션과 정혜영 커플이 부러웠다. 왜 나는 션 같은 남자를 못 만났을까?” 스스로 푸념도 해봤지만 결국 “내가 정혜영이 아니다”라고 스스로 답을 내렸다고 한다. 자신에게 맞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닫고 지금의 남편에게 충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성미 남편은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연예기획사 웰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면서 국제대학교 조교수다. 처음 만났을 당시 남편은 이성미의 열애설을 취재하러 왔다가 그녀에게 푹 빠져버렸다. 인터뷰하고 얼마 후 남편은 “결혼할 생각 없으세요?”라고 물으며 적극적으로 대시했다. 그녀의 반응을 엿본 남편은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저랑 결혼할 생각 없으세요?” 하며 정신없이 파고들었다. 나름 차분한 이성미는 “연하이고 게다가 기자는 싫다”고 잘라 말했지만 싫지는 않았기에 일각의 여지는 남겼다. “부모님께 허락을 먼저 받아와라!” 하며 돌려보냈다. 몸이 후끈 달아오른 남편은 이틀 뒤 찾아와서 “부모님께 결혼 허락을 받았다”며 “6개월과 1년 뒤 언제 결혼하고 싶냐?”고 이성미를 다그쳤다. 남편의 불도저식 박력에 이성미는 항복했고 4개월 뒤 결혼에 골인했다.
우리는 ‘묵은지 부부’
한 이불을 덮고 산 지가 어느덧 25년이 넘었다. 한때 결혼생활이 살짝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잘 극복하고 지금은 너무나 행복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지 않는다. 권태기 시절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남편과 거리를 두기 위해 캐나다에서 7년을 살기도 했다. 두 살 연하인 남편을 약간 무시하는 교만함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 후 생각을 바꿔 자신을 내려놓고 남편에게 맞추기로 마음먹었더니 부부관계가 확 달라졌다. 남편한테 전화가 오면 이성미 휴대폰에 ‘존경하는 남편’이라는 글자가 뜬다. “일단 오늘 하루만 존경하자!” 그렇게 각오하고 사니까 술술 풀리더라는 것.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스스로 정의를 내린다.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개구질 것 같은데 의외다. “아직도 방귀를 안 텄다. 여자는 여자다워야 하고 가정을 소중하게 여기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성미의 꿈은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현모양처다. ‘묵은지 부부’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냄새도 나고 매력은 없지만 깊은 맛이 있는 부부관계”라고 ‘묵은지 부부’에 관해 설명한다. 그녀의 현모양처 꿈이 이뤄진 것은 자식들의 평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엄마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뭐 같니?”라는 이성미의 질문에 아이들이 “하나님, 집, 가족”이라고 대답해서 너무 고마웠다고 술회한다. 그때 비로소 자신이 평생 꿈인 ‘현모양처’가 됐구나 하며 가슴이 벅찼다고 한다. 이성미는 어린 시절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기에 현모양처를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그녀를 버리고 떠나 새엄마 밑에서 컸다. 새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또 다른 새엄마와도 살았다. “엄마가 네 명이나 된다”고 웃으며 말한다. 이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삶이 여유로워졌지만 어릴 적 자신이 겪은 불행을 남편과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 깊은 각오가 그녀의 가족을 행복하게 이끌었을 것 같다.
아이들의 성적표를 본 적이 없다
너무 여유로워진 걸까? 가끔 자식들이 말을 안 들을 때는 개그맨답게 “이것들이 새엄마랑 안 살아봐서 이래!” 하며 다그칠 때도 있단다. 그래도 아이들이 잘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고2 딸은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한다. 이성미는 “도둑질 아니면 뭐든지 자식들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은근히 지원사격이다. 그러면서 선배 입장에서 “딸의 성격이 대범해 연예인을 해도 잘할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린다(악성 댓글에도 견딜 수 있는 성품이라야 연예계에서 버틸 수 있다). 이성미가 자식들에게 무턱대고 관대한 것만은 아니다. 큰딸이 대학 1학년 때 입학을 보류시키고 1년간 알바를 시켰다고 한다.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밀크셰이크를 만드는 등 이런저런 알바를 하던 중 시간당 3만원 이상을 주겠다는 고액 알바광고 전화가 걸려왔다. 자세히 물으니 “아저씨들 옆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된다”는 꼬임이었다. 세칭 룸살롱, 단란주점 같은 유흥업소로부터의 유혹이었다. 엄마와 모든 것을 숨김없이 상의하는 딸이었다. 그때도 엄마와 상의했기에 딸이 어둠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다. “100% 아이들을 믿는다. 믿는 만큼 아이들도 다 얘기한다”며 딸 자랑을 하는 이성미에게 이봉규가 태클을 걸었다. “글쎄~ 진짜 다 얘기할까? 그 나이 때는 엄마에게 숨기고 싶은 일도 발생하고 상상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도발했더니 그녀는 “우리 가족은 각자 결정하는 일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다. 걱정은 지들이 하는 거지 엄마는 상관하지 않는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 “여태껏 아이들의 성적표를 본 적이 없다”는 충격적인 말도 한다. “흙에서 자란 아이는 용기로 크고, 아스팔트에서 자란 아이는 오기로 자란다”는 말을 20세 때 어디선가에서 듣고는 가슴에 새기고 아이들을 키울 때 금과옥조로 삼았다. 이성미의 집에는 아이들을 위한 ‘용돈 항아리’가 있다. 항상 5만원 정도 비치해놓는데 아이들이 알아서 꺼내간다. 그녀의 ‘믿음 가정교육’에 상당한 공감을 느꼈다. 귀여운 여인 그리고 작은 거인 아름다운 얘기만 하고 인터뷰를 끝낼 한량 이봉규가 아니라서 전매특허 질문을
훅~ 던졌다. “만약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용서할 수 있나?” 몇 초간 정적이 흐르더니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남편이 바람을 피웠을 것으로 이해해줄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금방 “그런데 아이들 때문에 바람은 피우지 않을걸!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기로 맹세했거든” 하며 마무리 짓는다. 그녀의 표정에 강한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이대로 물러날 이봉규가 아니다. “아내로서 부족한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의외의 답변을 한다. “다정하거나 살갑지 않다. 애교도 없고 사랑 표현도 못한다.” TV 화면에 비치는 그녀의 평소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그렇다면 이성미는 우아한 자태를 뽐내기 위해 수면 아래에서 몸부림치는 백조처럼 귀엽게 보이려고 엄청 노력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말을 들어서일까? 인터뷰하는 동안 그녀의 태도가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다는 점을 감지했다. 현모양처 이외의 앞으로의 꿈을 물으니, 교통부장관을 하고 싶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밝힌다. 뉴스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고 운전이 제일 무섭다고 말하면서 사람을 살리고 싶다고 부연 설명한다. 교통부장관이 어려우면 사복경찰이라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체구는 작지만 사회봉사에 대한 포부는 무척 크다. 지금은 ‘CH 114’라는 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교회를 찾아주는 사이트인데 올 9월에 오픈할 예정이다.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이 한 달에 1만 명 정도나 된다니 믿기 힘들다. 이성미는 이들이 안타까워 이 같은 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어릴 시절과 젊은 시절 한때의 불행을 슬기롭게 승화시킨 이성미는 현모양처의 평생 꿈을 이룬 것을 넘어 지금은 남 도울 생각에 골몰하며 살고 있다. 인터뷰 시작 때는 귀여운 여인이었는데 끝날 무렵에는 그녀가 작은 거인으로 오버랩된다.
어느 때부터인가 시니어를 지칭하는 단어가 ‘50플러스’가 되었다. 외국에서 건너온 단어이기도 하지만, 50세에 직장을 퇴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실감이 난다. 50대에 활발히 인생 이모작 활동을 시작하고 60대 중반에 피크를 이루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이란 책은 50+인생학교 학장 정광필씨가 최재천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 등 11명의 이야기를 모아 낸 책이다. 전체적으로 경어체로 통일 시킨 것이 좀 거슬렸다. 경어체는 겸손의 자세는 있어 보이지만 가르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인생 이모작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가지 책이 나온 바 있다. 그 나이가 어떤 의미이며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었다. 추상적인 설계부터 각자의 전공에 따라 여러 가지 주장을 해왔다. 이런 책들 덕분인지 시니어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것 같다.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에 대해 각자 택할 방식은 각자의 몫이다.
여러 사람의 글 중에 ‘개저씨는 왜 혼자가 되었나?’를 쓴 이승욱 씨의 글이 마음을 당겨 이 책을 사게 되었다. ‘개저씨’는 아저씨를 낮춰 부르는 경멸의 단어이다. 시니어들이 범람하는 사회에서 필자 나이 또래들도 눈에 거슬리게 느끼는 일들을 지적했다. 매너는 당연하지만, 특히 말을 적게 하고 경청하라는 것이다. 시니어가 되면 말이 더 많아 지는 사람도 있고 말수가 적어지는 사람도 있다. 특히 말이 많은 사람은 상대를 피곤하게 하고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실수가 불가피하다. 자녀들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아빠와 상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60%라고 한다. 그러나 자녀들에게 물어 보면 1% 이하가 그런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시니어들은 자신이 신식 아빠라는 환상에 젖어 있지만, 그래봤자 구세대라는 것이다. 그러니 소통이 될 리가 없다.
행복한 성문화대표 배정원씨의 글은 늘 재미있다. 아직도 남자들도 입에 담기 꺼려하는 성생활 이야기를 여자가 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미인이면서 늘 웃는 인상에 긴 머리를 하고 있어 젊어 보인다. 여자의 입장에서 성에 대한 얘기를 풀어 놓아 남자들에게 여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사랑과 섹스, 로맨스에는 은퇴가 없다’며 지속적인 성생활을 주장하고 있다. 섹스를 하면 좋은 점은 면역력 강화를 비롯해서 상당히 많은데 시니어들은 오히려 성생활 중단 및 기피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섹스를 하고 나면 상대방의 성 에너지가 내 몸 속에 7년이나 머문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성생활은 시니어들의 고민 중 큰 요소이긴 하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데다 배우자마저 등을 돌리고 있어 고민을 풀 수 있는 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최광철- 안춘희 부부는 90일 동안 유럽 5개국 3,500km을 자전거로 횡단했다. 원주시 부시장까지 역임한 사람이다. 스마트폰과 구글지도 덕분에 초행길을 무사히 완주한 것이다. 시니어들의 버킷리스트에 여행은 빠짐없이 들어간다. 그래봤자 여행단 따라 3박 4일 정도 쉬고 오는 정도의 여행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꺼번에 화끈하게
길을 지나다 보면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양손 가득 똑같은 화장지나 꾸러미를 들고 가는 걸 볼 수 있다.
처음엔 이상했지만, 실상을 알고부터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재미있게 해 준다며 불러 모으고는 값싼 물건을 비싸게 팔아먹는 사기꾼 모임에 다녀오는 길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노인 대상의 사기가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남자들보다는 대부분 아주머니나 할머니가 대상이다.
며칠 전 TV에서 할머니들을 모아놓고 재미있게 해주다가 값싼 물건을 고가로 팔아먹은 사기꾼 일당 이야기를 보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 자리에 계시던 할머니들이 우리를 재미있게 해주고 마음씨도 착한 사람들을 왜 못살게 구느냐면서 항의를 했다 한다. 얼마나 외로우셨으면 재미있게 해주었다는 이유로 사기꾼들을 두둔까지 하셨을지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몇 해 전의 일이 생각난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리 동네 사는 수영이 엄마가 필자를 붙잡았다. 지금 안 바쁘면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한다. 별일은 없었지만 나갔다 오는 길이라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는데, 그래도 잡아끄는 대로 이끌려서 동네 입구의 어떤 건물 지하에 가게 되었다. 지하로 내려가 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꽤 넓은 공간이 있었고 그 안에 아줌마들이 바글바글 모여 앉아있었다.
필자가 여기 왜 따라왔나 생각해 봤더니 수영이 엄마가 같이 오면 고추장 3kg을 공짜로 준다고 해서였나 보다. 그런데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뉴스에서 본 대로 젊은 남자와 중년 남자 몇 명이 앞에서 아줌마들을 선동하며 게임도 시키고 노래도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아무것도 안 사도 된다고 수영이 엄마는 말했지만, 그 남자들은 이런저런 물건을 소개하며 구매할 것을 종용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쪽 팀 저쪽 팀 나누어서 경쟁을 시키니 아줌마들이 비싼 냄비며 건강식품들을 마구 주문하는 것이었다. 결국, 수영이 엄마도 냄비세트를 구매했다.
필자는 정말 민망했다. 사고 싶은 물건도 없었고 필요한 물건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살 생각이 없었다.
직원은 그래도 괜찮다며 참가했으니 선물을 준다면서 고추장 3kg 들은 플라스틱 통을 주며 출석카드 한 장을 건네주었다. 내일 또 오시라며 웃는 앳된 청년이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자기에게 맞는 직장을 찾지 못하고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 안타깝고 걱정스럽다.그 후로도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는데 거기 모인 아줌마들 대부분이 매일 출석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재미있다고들 말하고 있었는데 필자는 그곳에 있는 시간이 재미있지도 않았으며 유치한데다 사기성이 농후해 보였는데도 다들 즐거워하고 있었다.
할머니도 아닌 아줌마들도 외로워서 그런 행사에 참여를 하는 걸까?
직원인 그 남자들이 내일도 또 오라고 하는데 나는 마음속으로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지 또 갈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물건을 사지 않는 민망한 시간을 버틴 대가로 고추장 3kg을 받아서 잘 먹긴 했다. 너무나 민망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다음엔 아무리 잡아끌어도 다시는 따라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또 했다.
1분을 웃으면 10분간 에어로빅한 효과가 있고, 심폐기능이 활발해지며, 엔도르핀이 팍팍 돌아 면역력이 증가한다. 한 번 웃으면 한번 젊어진다는 일소일소(一笑一少)란 말은 나온 지 오래됐고, 아토피 피부병을 웃음으로 치료한 사례가 TV 프로그램인 '생로병사'에 소개되기도 했다. 웃음치료(Laugh Therapy)란 말이 생겨나며 학문적으로도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뇌는 바보여서 가짜웃음도 진짜웃음으로 착각한다거나 기분이 좋아서 웃기보다 웃어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도 있다.
나는 평소 유머에 관심이 많았고 같은 말이라도 당신이 하면 맛깔나게 재미있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수명 100세 시대에 노노케어(老老Care)를 위해 노인운동, 노인건강마사지 등을 배우고 정신적으로 즐거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웃음치료를 공부하고 웃음치료사 1급 자격을 취득했다. 웃음치료사는 아직 국가자격증이 아닌 민간자격증으로 단기간 교육과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발급되므로 자격증 취득이 곧 능력이라 볼 수 없다. 모든 강사의 과정이 다 그렇지만 특히 웃음치료사는 선천적인 끼에다 스스로 연습을 통해 계속 연마해야 한다. 나는 인생은 연습이라 생각한다.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사람은 적은 연습으로도 발전 속도가 빠르지만, 둔재도 연습을 계속하면 향상된다고 믿고 있다. 웃음의 기본은 유머니까 평소 유머 감각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유머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1. 재미나는 일을 상상하고 말로서 표현해본다. 웃어 보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2.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한다. 처음엔 어색한 웃음도 차차 자연스러워진다. 3. 어린아이 눈으로 세상을 본다. 유머는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다. 4. 유머 노트를 만든다. 몸에 밴 자연스러운 복습을 위해서다. 5. 개그프로를 즐겨 본다. 개그프로는 젊은이 프로다. 시니어가 이를 보고 따라 웃으면 수준급이다. 6. 타인의 유머에 적극 반응을 보인다. 실없는 소리로 치부하면 나는 더 늙어질 뿐이다. 7. 독서를 게을리 하지 마라. 남의 유머에 빠른 반응을 보이려면 내가 알고 있어야 한다. 8. 유머적인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9. 억지로라도 웃어야 한다. 웃다 보면 좋은 생각도 떠오른다. 10. 유머 소재도 분위기와 상대의 수준에 따라 달라야 한다.
부부간 모임에서 "00 아빠는 집에서 언제 큰소리치십니까?" "예? 요즘 남자가 큰소리칠 때가 있습니까? 그냥 죽어지냅니다." "아~그냥 해보지도 못하고 죽는군요. 알겠습니다. 00아빠는 언제 큰소리칩니까?" "돈 갖다 줄 때요. 남편보다 돈이 더 좋다 하네요. 그럼 당신은 언제 큰소리칩니까?" "궁금하시죠? 궁금하면 500원 흐흐. 사실 전 작은 소리를 못 들을 때 큰소리칩니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재미있는 유머 소재는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점점 눈을 돌려 찾아보면 기발한 소재는 충분하다. 세계적인 천재 아인슈타인도 자기 뇌의 20%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죽었다. 우리 뇌는 사용할 공간이 너무 많다. 언제나 즐거운 상상으로 오늘도 웃으며 사는 것, 가족 모두의 바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 엄마는 영화관에 가실 때마다 필자를 데리고 다니셨다.
그래서일까? 필자는 영화 보는 걸 무척 좋아한다.
영화라면 장르에 상관없이 다 좋아하지만 요즘 많이 나오는 주제인 좀비라던가 와장창 때려 부스는 영화는 별로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가 많지만, 영화를 생각하면 어릴 때 보았던 아름다운 한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어떤 영화였는지는 기억에 없어도 한겨울 예쁜 아치 모양의 다리 밑에서 한껏 차려입은 남녀가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이다.
남자들은 정장을 차려입었고 여자들은 허리가 잘록 들어간 긴 치마의 투피스 차림으로 모자에 깃털까지 아주 멋을 내었다.
꽁꽁 언 다리 밑 강에서 둥글게 원을 그리며 얼음을 지치는 선남선녀의 모습은 너무나 낭만적인 풍경이어서 어른이 되었을 때까지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잊히지 않았다.
요즘은 좀 바쁜 일이 있어 편안하게 영화나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었지만, 언젠가는 시리즈물을 앉은 자리에서 네, 다섯 편이나 계속 본 적도 있을 정도로 필자는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있는 모임에 참석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번 모임에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강의하신 선생님이 선정해 오신 영화를 한 편 감상했다.
강사 선생님은 해리슨 포드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스타워즈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순수하고 매력적이었다고 평을 하셨다.
제목은 ‘위트니스’로 목격자라는 뜻이다.
첫 장면은 매우 목가적이고 아름다운, 자연의 풀이 바람에 일렁이는 서정적인 풍경으로 시작되었다.
미국에 청교도처럼 문명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삶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집단으로 ‘아미쉬’ 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모여 살며 현대문명과는 동떨어지게 전기나 TV, 자동차, 냉장고 등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고 폭력과 성 등 욕망 적이며 선정적인 것에 거리를 두고 농사를 지으며 엄숙하고도 평화롭게 그들만의 자연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집단이다.
이들은 어떤 폭력도 원하지 않아 주거지를 벗어난 지역에서 그들을 모욕하거나 놀리는 사람들에게도 절대 대적하지 않고 묵묵히 당하고만 있으니 아무리 평화를 위해서라지만 부당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느 날 남편이 죽어 미망인이 된 엄마 ‘레이첼’은 어린 아들 ‘새뮤얼’과 난생처음 ‘아미쉬’를 떠나 볼티모어에 사는 친척을 찾아보기 위해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필라델피아 역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어린 아들은 화장실에서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살인사건을 신고했으니 아들 새뮤얼은 목격자로 경찰서에 오게 되고 형사 ‘존’이 담당하게 된다.
범죄자 목록을 보여주어도 어린 목격자는 지목하지 못하는데 경찰서 내의 장식장 안에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사진의 흑인 형사를 보고 가리킨다.
‘존’은 놀라며 얼른 그의 손가락을 감추어 준다. 소년이 가리킨 사람은 동료 형사였다.
엄마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으로 돌려보낸 후 조사를 하던 중 동료 형사가 마약을 빼돌리고 살인까지 한 걸 알게 되고 부장에게 보고하지만 실은 부장이 주범이었다.
사건을 조사하던 중 총을 맞고 부상당한 상태로 차를 몰아 찾아든 곳은 아미쉬 마을 레이첼 집 앞이었다.
우체통을 들이받고 기절한 그를 시아버지와 레이첼은 정성을 다해 간호하고 회복시킨다.
미망인이 된 그녀를 사모하는 아미쉬 남자가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존은 그 마을이 답답하고 동화될 수 없음을 안다. 어느 날 건강을 회복한 존이 망가트린 우체통을 고치는 걸 보게 된 레이첼은 그게 무슨 뜻인지 느끼고 이별을 감지한다. 그녀는 평소 머리에 쓰고 있던 보닛을 벗고 그를 찾아간다.
아미쉬 마을 일을 도우며 지내던 어느 날 악질 부장과 형사가 찾아온다.
나쁜 형사를 물리쳤지만, 존은 부장에게 인질로 잡히고 만다. 어린 소년이 위험을 무릎 쓰고 종을 울려 아미쉬 남자들이 몰려오고 경찰도 출동해 부장형사는 체포된다.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다. 필자는 존이 그 마을에 남아 레이첼과 영원한 행복을 찾든지, 레이첼이 존을 따라나서 도시생활을 하게 될 줄로 알았는데 결국 레이첼은 평생 살아온 대로 엄격한 아미쉬 마을에 남고 존은 도시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온 그들이 동화될 수 없는 생활에 질척이지 않고 깔끔하게 헤어진다는 이야기가 가슴이 아프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필자라면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마을을 떠났을 것 같은데 역시 살아온 방식을 버릴 수 없었던 연인이 안타깝기만 하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해리슨 포드의 매력이 한껏 돋보인 신선한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얼굴은 마음의 창이다. 나이를 먹고 세월이 지날수록 사람의 얼굴 표정에서 흐르는 느낌은 어쩌면 그 사람 인격을 말해준다. ‘불혹의 나이 40이 지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옛말도 그런 의미를 가져다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굳어버린 얼굴 표정은 상대방을 당혹하게도 한다.
거의 20년 세월이 지나 한국에 와보니 변한 것이 참으로 많았다. 그중에 하나라면 집 앞 동네마다 되어있는 둘레 길은 참으로 감탄할만하다. 천변을 따라 깨끗하게 잘 정리가 되어있고 군데군데 놓여 있는 미술작품들과 시들의 향연,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며 울려 퍼지는 멋진 음악들은 어느덧 선진국 문화를 충분히 엿볼 수가 있다. 더구나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걷기 운동의 진가는 요즈음 같은 기계시대에 사는 남녀노소에게 필수적이다.
이른 아침 필자도 둘레 길에 의미를 느끼기 위해 남편과 함께 길을 나섰다. 이미 와 있는 부지런한 사람들로 양쪽의 길가에는 오는 사람 가는 사람 교차를 했다. 필자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 반갑고 신기하기도 해서 우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굿 모닝!’ 하면서 고개를 숙여 반갑게 아침 인사를 했다. 상대방은 무반응으로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멋쩍기도 했지만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번째 얼굴이 부딪히는 사람을 향해 다시 한번 ‘안녕하세요?’라고 이번에는 한국말로 친절하게 인사를 했다. 상대방은 또 어떤 몸짓도 하지 않고 아무런 대꾸가 없다. 어찌나 기분이 나빴는지 슬슬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사람들은 인사를 하면 받아야지. 왜 그래?’라며 혼자 말로 남편에게 있는 대로 불평을 쏟았다.
상기된 얼굴로 땅만을 바라보며 마음을 식혀갈 때쯤 자신도 모르게 앞에 가는 사람을 향해 또 인사가 튀어 나왔다. 앞서가던 사람이 그때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는 이상한 눈초리로 필자를 아래위로 훑어본다. 아마도 조금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보는 듯했다. 앞사람은 다시 앞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며 열심히 달렸다. 필자는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그 태도에 화가 나서, 그 사람 들으라고 더 크게 말했다. ‘왜 쳐다 만 보는 거야? 여보, 내가 이상해? 참, 한국 사람들 요상하네. 이해가 안 되는 구만!’ 남편은 필자를 바라보며 웃기 시작했다.
도대체 한국 사람들은 이상하기만 했다. 미국에서 필자 부부가 손님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한 미국인 여자 손님이 와서 대뜸 질문을 했다. 한국 사람들은 왜 웃지를 않느냐는 것이다. 필자가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한국 사람에게 많이 미안했다며 장황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지난 시절에 그녀가 회사를 경영했는데, 어느 날 한국 남자 하나가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단다.
한국 사람은 머리도 참 좋고 똑똑해서 일은 잘하는데, 문제는 얼굴에 전혀 표정이 없이 굳어있다는 것이다. 그 한국 남자는 웃는 것도 아니지만 화를 내는 것도 아니라 종잡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마음을 도대체 파악할 수가 없어 참 힘이 들었다며, 과거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늘 말수가 적었고 표정이 없었으며 늘 찡그리고 만 있었다고 표현했다.
더구나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미국 사람들과 다른 인종들 사이에서 한국 사람은 결국 외톨이가 되었다. 다른 사원들은 온통 그 사람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고 했다. 결국에는 그녀가 어쩔 수 없어 한국 사람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었다. 지금도 한국 사람만 보면 그녀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또 궁금하기도 하다며 이유를 간곡하게 질문 해왔다.
필자 부부는 어떻게 설명해줄 방법이 막연해서 그냥 대강 얼버무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미국에서 머리가 좋기로는 중국 사람 다음으로 한국 사람을 알아준다. 요즈음은 인도 사람이 중국 사람을 능가할 정도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얼굴에 표정이 없지는 않다. 워낙 생김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못하기는 해도 웃음은 가득했다. 특별히 한국 사람들만 왜 그런지 무표정에 익숙해 있다. 모두가 제 잘난 맛에 개성 강한 도도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 같았다.
선진국 미국에서 가장 밑바닥 일을 하는 멕시칸들도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그들의 인생에는 언제나 행복이 넘친다. 후진국이라는 아픔에서 유일한 수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만나는 어느 곳마다 인사가 끊이지 않는다. 눈을 마주 보며 가볍게, 또는 몇 마디 말로 아무런 의미도 없이 서로의 대화를 나눈다. 물론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은 미국보다 태양이 강하지도 않다. 한국에 와서 1년 정도 살다 보니 어느새 필자의 얼굴도 찡그려져 간다. 가만히 거울 속을 들여다보니 삶의 표정은 사악해지고 웃음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포커페이스란 포커게임에서 상대방 패를 애써서 인식하고 자기 패를 상대방이 알지 못하도록 표정을 감춰야 하는 얼굴이다. 무표정만이 자신의 무기로 게임에서 이겨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었다. 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표정 없는 얼굴로 인식이 되어 있다. 게임이 아닌 삶의 표정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이제 단일 민족인 사람들끼리라도 어색하지만 아침인사 정도는 할 줄 아는 여유, 삶의 지혜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웃음이 넘치는 한국 사람 얼굴이 그리워진다.
이창식 번역가( 저자)
나이를 먹긴 먹었는지, 요즘 들어 내 인생을 자주 되돌아보게 됩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 할 수 있을까? 만년에 이르러서야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너무 소박해서 성공적인 삶이라 주장하긴 낯간지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1) 나보다 나은 삶을 사는 자식을 지켜보는 것
2)손주들과 즐겁게 노는 것
3) 조강지처가 곁을 지켜주는 것.
이 세 가지를 위해 오늘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나의 일상을 한 번 살펴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거예요.
아침 6시 정각에 내 휴대폰 알람은 울립니다.
“오 해피데이~”
노래 가사와는 달리 내 허리와 다리는 묵직합니다. 그래도 일어나야 해요. 꾸물대다간 딸과 사위의 출근에 지장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딸네 집으로 먼저 출근해야 그들도 출근할 수 있거든요. 여섯 살 외손자와 세 살배기 외손녀를 인수인계해야 하니까.
늙은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갑니다. 냉장고에서 계란 두 개를 꺼내 냄비에 담고 물을 부어 가스레인지 위에 올립니다. 10분쯤 끓여야 익죠.
베란다 광에서 고구마를 꺼내 깨끗이 씻은 뒤 그릇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립니다. 6분쯤 돌리면 익습니다.
계란과 고구마가 익는 동안 파프리카, 비트, 사과, 토마토를 꺼내어 깨끗이 씻은 뒤 칼로 잘라 커다란 접시에 담아냅니다. 한 입에 쏙쏙 들어갈 크기로 말이죠. 아침마다 하는 일이라 손길이 제비처럼 날렵합니다.
커다란 컵 두 개에 우유를 반쯤 따르고 미숫가루를 탑니다. 아내가 특별 제조한 종합 영양식이죠. 현미, 검정콩, 수수, 귀리, 보리, 율무, 약콩 등으로 만들었습니다. 티스푼으로 다섯 술씩 넣고 잘 저은 뒤 식탁에 올려놓고 익은 계란과 고구마를 접시에 담아내면 아침식사 준비 끝입니다.
샤워하고 화장을 끝낸 아내가 때 맞춰 부엌으로 나옵니다. 여자는 젊으나 늙으나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남자는 젊으나 늙으나 그런 여자를 기다리고 달래야 할 운명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 아침 식사 준비는 자연히 내 차지가 될 수밖에요.
즐거워야 할 아침 식사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무슨 입맛이 나겠어요? 그래도 먹어야 또 하루를 버틸 수 있다는 생각에 아내와 나는 그냥 욱여넣다시피 합니다. 식사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싶습니다.
느긋하게 커피 한 잔 마실 겨를도 없이 집을 나섭니다. 평생 운전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나는 요즘 마누라 잔소리를 보슬비처럼 맞으며 운전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잔소리가 심할 땐 더러 저항도 해보지만, 대개는 지당한 말씀인지라 내 목소리엔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분당 딸 집에 도착하면 7시 반. 손자 손녀는 이미 깨어나 뛰놀고 있습니다. 재영이는 유치원 2년생, 희영이는 어린이집 1년생이에요.
8시쯤 딸과 사위가 출근하고 나면 아이들은 우리 책임입니다. 나는 부엌에서 거실로, 안방으로 도망다니는 손자 녀석 쫓아다니며 아침밥을 먹이고, 아내도 똑같이 손녀를 따라다니며 먹입니다. 식사 끝나면 손자 세수시키고 유치원복 입혀 셔틀버스에 태우는 일은 내 책임이고, 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일은 아내 몫이죠.
아내는 오후 4시에 어린이집에서 손녀를 데려오고, 나는 오후 5시쯤 유치원에서 손자를 데려옵니다. 그때까지가 우리들의 자유시간인 셈이죠. 나는 CGV에서 영화를 감상하거나 거실 소파에 앉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를 보며 휴식을 취합니다. 아내는 근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며 쉽니다.
유치원에서 외손자 녀석을 데리고 돌아오는 시간은 항상 즐겁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녀석은 쉴새없이 지껄입니다. ‘하찌’는 무슨 얘기든 잘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동요를 합창하기도 하고, 보도블록을 따라 깡총깡총 뛰며 가위 바위 보 놀이도 합니다. 미리 챙겨 간 과자와 우유를 녀석에게 먹이는 것도 잊어선 안 되죠.
녀석이 지껄이는 얘기는 대체로 두서가 없습니다. 줄거리도 없고 내용도 없을 때가 더 많죠. 그래도 나는 열심히 들어주며 맞장구를 치고 가끔 추임새를 넣기도 합니다. 어쩌다 기막힌 얘기를 할 때도 있거든요. 같은 반에 있는 시아란 여자아이와 사랑에 빠진 얘기 같은 것 말이죠.
언젠가부터 녀석은 “재영이는 시아를 사랑해!”를 입에 달고 살았어요. 유치원에서 시아랑 결혼까지 했다는 겁니다. 아마 ‘웨딩게임’ 같은 걸 했나봐요. 시아와 결혼한 아이가 저 말고도 둘이나 더 있었다니까요. 또래 중에는 여자보다 남자가 월등 더 많거든요.
“결혼하려면 프로포즈를 해야 하는데?”라고 내가 말했더니,
“프로포즈가 뭐야?” 하고 되묻습니다.
내가 보도블록에 한 쪽 무릎을 탁 꿇고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나와 결혼해 주세요라며 여자한테 꽃다발을 바치는 거야”라고 했더니 녀석은 대뜸,
“그렇게 했어”라고 대답했습니다.
“정말 그랬단 말이야?”
하도 어이가 없어 다시 물었더니 녀석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말했어요.
“응, 그렇게 하고 결혼했어.”
껄껄 웃을 수밖에 없었죠.
“엄마하고 시아하고, 누굴 더 사랑해?” 하고 물었더니, 녀석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졌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엄마.” 라고 조그맣게 대답했어요. 아직 어린애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 말이 기가 막혔습니다.
“근데 시아한텐 그 말 하면 안 돼, 알았지?” 하는 겁니다.
“알았어.”
나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어요. 녀석을 안심시켜야 했으니까요.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아내는 이미 어린이집에서 손녀를 데려와 목욕시키고 있습니다. 손자 녀석 샤워는 내 책임이죠. 바로 이 임무를 수행하다가 내 허릿병이 도졌는데, 녀석 몸무게가 어느새 부쩍 는 걸 간과하고 덥석 안았던 탓이었죠. 허리에서 우지끈 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벌써 열흘째 한방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아직 허리가 묵직하고 왼쪽 다리가 저리답니다.
사위와 딸이 귀가하는 8시까지는 하루 중 가장 힘들고 길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손자 손녀 따라다니며 저녁밥 챙겨 먹이고, 우리도 대충 한술 떠야 합니다. 집에 가면 밤 9시가 넘어 따로 차려 먹을 시간이 없거든요. 엄마 아빠 기다리는 아이들도 지쳐 짜증을 부리거나 칭얼대기 일쑤죠. 녀석들을 달래야 하는 우리 노부부도 진이 빠질 대로 빠지고요. 그래도 살살 달래며 같이 놀아줄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손녀가 울음을 터트리면 늙고 지친 아내가 둘러업어야 하고, 그러면 힘이 몇 배로 더 드니까요.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일은 그래서 매우 중요합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날마다 즐겁게 놀아야 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고도의 내공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 자신이 바로 ‘아주 재미있는 아이’가 되어야 합니다. 손자 손녀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죠. 아이들의 머리에 ‘하찌=재미있는 친구’로 새겨져야만 합니다. 눈높이뿐만 아니라, 마음 폭도 같아져야만 해요.
그러려면 실력을 쌓아야 하겠죠? 웬만한 동요는 다 부를 줄 알아야 하고, 무용도 곁들일 수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동요와 무용에는 우는 아이도 금방 달랠 수 있는 힘이 있거든요. 심하게 울던 아이도 하찌가 신나게 동요를 부르며 무용을 하면 뚝 그치고 빠져들 때가 많아요.
상황 연출력도 필요합니다. 울거나 투정부리는 녀석을 한순간에 다른 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기술 말이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니 한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죠.
세 살배기 희영이가 악을 쓰며 웁니다. 아직 말을 할 줄 모르니 이유를 알 수 없어요. 할매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습니다. 또 둘러업어야 할 판이에요. 이럴 때 분위기를 바꾸어 버리는 게 상황 연출입니다. 옆에 앉은 재영이한테 대뜸 이러는 거죠.
“재영아, 코끼리 어디 갔지? 방금 여기 있었는데. 소파 밑으로 들어갔나? 돼지는 어디 있지?”
그리곤 소파 아래를 들여다보며 계속 떠들어댑니다. 코끼리나 돼지나 염소 등은 희영이가 갖고 놀던 장난감이거든요. 이쯤 되면 희영이도 울음을 그치고 함께 소파 밑을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나는 한참 찾는 척하다가 장난감들을 슬쩍 꺼내며 다음 상황을 연출하기 시작하죠. 동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리는 꽥꽥, 오리는 꽥꽥, 염소는 음메에, 염소는 음메에, 돼지는 꿀꿀, 돼지는 꿀꿀, 소는 음무, 소는 음무.”
상황 연출은 자기가 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가 완전히 잊어버릴 때까지 충분히 오래 끌어야 합니다. 다른 세계로 완전히 밀어 넣어야 하니까요.
여섯 살배기 손자 녀석이 울 때는 그보다 정교하고 급박한 연출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소도구도 달라야 합니다. 녀석이 즐겨 갖고 노는 장남감들을 총동원하는 거죠.
“재영아, 덤프트럭이 버스와 충돌했어! 트럭이 넘어지고, 버스도 뒤집히고, 굴삭기와 경운기도 쓰러졌네! 어쩜 좋아? 사람들이 많이 다쳤을 거야! 그러니까 운전할 땐 조심해야 한다고 그랬잖아. 하찌가 그랬어, 안 그랬어? 빨리 구급차를 불러. 삐뽀! 삐뽀! 경찰차도 불러야지. 애앵! 애앵!”
상황은 새로운 내용을 보태며 계속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최대한 진지하고 박진감 넘치게 끌고 나가야죠. 아이가 울고 있던 사실마저 까맣게 잊고 “알았어. 지금 전화할게” 하고 끼어들 때까지. 그래서 마침내 하찌와 함께 즐거운 게임을 벌일 때까지.
귀가한 사위와 딸에게 아이들을 인계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9시 뉴스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TV를 보며 대걸레로 방바닥 먼지만 대충 훔치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죠. 6시에 울릴 휴대폰을 머리맡에 놓아두고요. 후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주말 휴식이 월요일부터 기다려집니다. 그래도 잠자리에 누우면 재영이와 희영이의 웃는 얼굴이 맨먼저 떠오릅니다. “고것들 참!”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녀석들 아니면 도대체 웃을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할매·하찌 기운을 쏙 빼놓지만 동시에 수많은 웃음을 선사하니 참으로 신비한 존재들입니다. 내년이면 희영이도 네 살이 되니 좀 수월해지겠지, 생각하며 안 오는 잠을 억지로 청합니다.
당신의 삶은 어떠했나요? 지금은 어떤가요? 그만하면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하나요? 사람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겠죠.
신입사원 시절 저는 가전회사 판촉부에서 근무했습니다. 10년을 채우고 사직한 뒤엔 영미 추리소설을 번역하며 먹고살았죠. 칠순을 코앞에 둔 지금 되돌아보니, 냉장고 세탁기 팔려고 뛰던 그 시절이나 남들이 쓴 책 번역하느라 골머리 앓던 그 시절이 다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내게 남은 건 뭔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절로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군요.
1. 나보다 나은 삶을 사는 자식을 지켜보고 있다.
2. 손주들과 날마다 즐겁게 놀고 있다.
3. 조강지처가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자, 이래도 내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영화 을 보고 나오면서 문득 ‘이 영화의 감독은 분명 여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주인공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 분)는 혼자 살면서도 자신의 집과 주변을 매우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특히 회전식 넥타이 걸이와 잘 다려진 셔츠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는 걸 보는 순간 ‘아~ 이건 여자의 시각이 만들어낸 장면’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낸시 마이어스라는 꽤 나이(1949년생)가 있는 여자 감독이었다. 벤은 ‘바람직한 은퇴남’, 그것도 여자의 시각에서 본 바람직한 은퇴남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여자건 남자건 스스로를 잘 가꾸고 다듬어야 한다. 어떻게 가꾸고 다듬을 것인가? 마음은 물론 외모에도 적잖이 신경을 써야 한다. 자칫 내 나이에 무슨 멋인가 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Clean up’과 ‘Dress up’, 즉 깨끗하게 잘 차려입고 멋을 내야 하는 것이다. 옷이 날개라고 하지 않는가? 특히 손자·손녀들의 경우 언제나 뛰어가서 안기고 싶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원할 것이다. 냄새가 나거나 지저분하면 뜨악해하면서 뒤로 물러서는 게 인지상정이다. 우중충한 집에서 우중충한 분위기로 지내고 있으면 자식들도 손주들도 선뜻 오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물론 논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깨끗하게 잘 차려입으라는 말은 아니다. 일하는 모습과 옷차림은 그 자체로도 보기 좋은 어른의 표본이니까. 수년 전 인터넷과 SNS상에 존경받는 노후를 위한 필수요건이라며 ‘7 Up’이 올라왔다. ‘Clean up, Dress up, Shut up, Show up, Cheer up, Pay up, Give up’이었다. 여기에다 필자는 ‘Open up, Listen up, Health up’의 ‘3 Up’을 덧붙여 ‘10 Up’을 만들어 은퇴강의 때마다 잘 써먹고 있다. 7가지도 많은 것 같은데 10가지면 너무 긴 것 아닌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식들은 물론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으려면 이 정도의 수고는 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순서를 잘 따라가면 외우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필자가 내놓는 ‘10 Up’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Open up, Listen up, Shut up, Give up, Cheer up, Clean up, Dress up, Show up, Pay up, Health up.’ 모두 쉬운 영어인 데다 우리말로 풀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마음의 문을 열고 남의 이야기는 듣고 내 입은 닫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웃는 얼굴로 깨끗하게 차려입고 다니자. 때로는 돈도 낼 줄 알고 건강도 챙기자.’
수첩 한곳이나 휴대폰에다 ‘10 Up’을 적어놓고 가끔씩 새겨보자. 아침에 일어날 때, 누구와 만날 때는 물론 뭔가 시무룩하고 만사가 귀찮을 때도 한 번씩 들여다보자. 마치 자신에게 주문(呪文)을 거는 것처럼 연습을 하는 것이다. 거울을 보면서 ‘Cheer up! Show up!’만 해도 오른손이 번쩍 올라가면서 자신을 스스로 격려해 밖으로 나가게 만들 수 있다. 그러려면 깨끗이 차려입어야 하고(Clean up, Dress up) 지갑도 챙겨야 할 것(Pay up)이고 한 바퀴 돌고 오면 마음과 건강(Health up)도 저절로 좋아질 것이다.
오랜만에 손자·손녀들이 온다고 하면 ‘10 Up’ 중 무엇이 필요할까? 깨끗하게 차려입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번 만났을 때 손주들에게 잔소리만 늘어놓은 것은 아닐까? 그래, 이번에는 마음의 문과 귀를 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입은 닫기로 하자(Open up, Listen up, Shut up). 동시에 웃는 얼굴(Cheer up)로 아이들을 대하면서 주머니의 문도 열어 맛있는 것도 사주고 슬쩍 용돈도 주면(Open up & Pay up) 더없이 좋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Open up’은 두 가지 뜻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마음의 문과 귀를 넘어 돈주머니를 열라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마음의 문과 주머니의 문을 여는 어른을 싫어할 자식과 손주, 친구는 없을 것이다. 열어젖히면 닫고 있을 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게 될 것이다. 상대방이 먼저 문을 열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문을 열면 행복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분석이다. 좀 손해 보는 듯 사는 것이 잘 사는 방법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일이 따지기보다는 웬만한 것은 이해하고 포기하고 넘어가야 한다. 부부 사이에도 부모·자식 사이에도 따지기 시작하면 피곤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Open up과 Give up은 서로 통하는 사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Give up’ 역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포기할 건 포기하는 Give up일 수도 있고 이웃에게 베풀고 살라는 뜻의 Give up일 수도 있다. 우연이겠지만 Give의 발음 ‘기브’는 한자어 ‘기부(寄附)’와 엇비슷하다. Give up을 ‘기부(寄附) 업’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나보다 못한 가족이나 이웃에게 베푸는 재미에 맛들이면 여느 재미에 못지않다고 한다. 돈이 아니더라도 체력과 재능 등으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기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Health up’은 10 Up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다. 내가 건강해야 기부도 할 수 있고 마음의 문을 열 수도 있고 일과 취미생활도 즐길 수 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나이 들수록 더 절실해진다고 한다. 하는 일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면 지루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 내 건강을 내가 지키기 위해 뭘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문을 열고 박차고 나가자. 세상은 밖으로 나오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영화 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벤은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회사의 부사장까지 지낸 성공한 월급쟁이로 퇴직한 후 나름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자녀들도 잘 자라서 독립했고 가끔 손자들을 보러 다니면서 요가와 화초재배를 취미로 즐기는 평범한 은퇴남이다. 하지만 3년 전 아내와 사별해서인지 잠들 때마다 뭔가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들자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면서 나선 것이 시니어 인턴이었다. 그렇다고 누구나 벤처럼 너그럽고 여유로운 데다 지혜와 위트도 겸비하고 잘생긴 것은 아니다. 더욱이 누구나 벤처럼 새로운 도전에 멋지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전 그 자체가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Give up이라고 해서 이런 도전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 관객이 400만 명에 달한 것도 벤의 그 멋진 도전을 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10 Up도 많다지만 마지막으로 하나 더 Up을 더한다면 그것은 ‘Challenge Up’이다. 끊임없이 죽을 때까지 도전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일 테니까.
남성과 여성이 만나는 일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첫 만남은 뜨겁고 강렬할 것이다.
기대도 크다. 그러나 자칫 어이없는 실수로 그 설렘과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첫 만남은 중요하다. 어떻게 해야 첫 만남에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지 베테랑 커플매니저 김희경 팀장에게 물어봤다.
1. 커플매칭을 했을 때 남성이 좋아하는 매력녀는?
매력은 자신을 표출하는 외모와 성격의 총체적인 결과물로, 나를 다시 만나고 싶게 만드는 어떤 요소라 할 수 있는데요. 그 요소 중 으뜸은 외모입니다. 남성은 예쁜 여성을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외모가 다는 아니에요. 아무리 예뻐도 공주과나 조용한 성격의 여성은 인기가 없습니다. 외모, 성격과 더불어 직업도 중요한데 사회생활을 해 봐야 남성의 사회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업이 있는 여성이 인기가 많습니다. ‘밝고 활달하고, 애교와 배려심이 있고, 취미든 일이든 자신의 분야에 열정이 있는 착하고 예쁜 여성’ 남성이 커플매칭 용지에 가장 많이 작성하는 희망상대 유형입니다.
2. 커플매칭을 했을 때 여성이 좋아하는 매력남은?
남성은 외모보다 그야말로 인상이 중요한데요, 잘생긴 외모도 좋지만 푸근하고 선한 인상의 남성이 인기가 많습니다. 너무 마른 사람도 인기가 없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게으른 성격일 거라는 느낌을 주어 기피하는 편으로, 적당한 체격에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연출하면 되니, 외모로 봤을 때는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여성이 커플매칭 용지에 가장 많이 작성한 희망상대 성격은 ‘성실하고 책임감 강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감과 열정이 있고, 적당한 유머감각과 배려심이 있는 남자다운 성격’으로 외모보다 성격이 더 좋아야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3. 여성이 ‘이것만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성이 저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성격도 그랬지만 몸에 걸치고 나온 게 수천만 원은 되더라고요.” 이런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 덕에 명품으로 치장한 여성은 사치스럽다고 싫어합니다. 결혼하면 남편인 자기가 다 해주어야 할 몫인데 얼마나 부담스럽겠어요. 나이와 경제적인 수준에 걸맞게 자신을 가꿀 수 있는 지혜로움이 있어야겠지요.
또 한 번은 식사를 하자고 했더니 자신이 잘 아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가서 스테이크와 비싼 와인을 시켜 몇십만 원을 쓰고 왔는데 마음에도 안 든 여성이라 너무 아까웠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도 있어요. 첫 만남에서 꼭 식사도 하고 집 앞까지 바래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있는데, 첫 만남은 간단히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하고 서로 호감이 가면 식사로 이어지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남성이 식사를 대접했다면 장소를 옮겨 차를 마실 때 계산은 여성이 해 주는 센스 정도는 발휘해야겠지요.
4. 첫 만남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미국 명문대 박사 출신에 대기업 연구소에 근무하는 37살 된 남성이 있었어요. 여성이 선호하는 스펙이라 소개팅은 무척 잘 되었죠. 하지만 막상 애프터를 하면 받아 주는 여성이 없어서 몇 년째 교제가 안 되는 거예요. 여성의 피드백을 받아 보니,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자세로, 질문 공세를 펼쳐서 기업체 면접을 하고 온 것 같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남성의 어머님께 첫 만남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 호감을 얻기 쉽다고 알려 드렸고, 결국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나를 선택하려면 하세요’ 하고 첫 만남에서 성장과정과 현재 상황을 다 말하는 분이 있는데 이것은 좋지 않아요. 특히 결혼하면 부모님과 함께 살 거라며 여성을 떠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니까요. 다음 만남을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게 되고, 결국 확신이 서지 않는 상태에서 대부분의 여성은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거든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만나면서 알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5. 남성과 여성이 각각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남성은 소 같은 여자보다 여우 같은 여자를 더 좋아합니다. 때문에 상냥한 모습을 보이면 좋습니다. ‘난 애교가 없지만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날 거야’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소개팅은 첫 만남에서 결정되는 만큼 좋은 인상을 주어야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거울을 보고 밝게 웃는 연습을 해 보세요. 웃으면서 대화하면 친근감이 느껴지거든요. 청바지나 너무 캐주얼한 복장은 자칫 예의 없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복장을 추천합니다. 낯가림을 해서 활발한 남성을 추천해 달라는 분이 제법 많은데, 아무리 활발한 남성이라도 단답형의 대답만 하는 여성 앞에서 분위기를 리드하기는 어렵습니다. 상대의 말에 리액션을 해 주고 서로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남성에게는 세미캐주얼 정장을 추천합니다. 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주세요. 약속 장소를 정할 때 주도적으로 하면 좋습니다. 여성은 사소한 것에 감동을 받기 마련이라 식사를 한 경우 화장실에 다녀오는 척 하면서 미리 계산을 한다면 더 멋있어 보이죠. 또 작은 것이라도 상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해 보세요. “좋은 향이 나는데 어떤 향수를 쓰세요?”, “나이에 비해 무척 동안이네요.”, “웃는 모습이 아주 선해 보이시네요.” 등 조금만 살펴보면 칭찬거리는 많습니다.
다시 만나지 않을지라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주선자는 피드백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게 되고,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으니까요.
6. 남성이 ‘이것만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성을 기분 상하게 하는 피드백으로 대표적인 것이 “저는 결혼 생각이 별로 없는데, 부모님이 나가보라고 했어요”입니다. 상대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일 텐데, 정말로 그렇더라도 이런 표현은 상대의 마음을 불쾌하게 하는 것입니다. 또 나이가 어리다고 첫 만남에서 반말을 하는 경우, 약속이 있다며 30분 만에 일어나는 경우, 만남 전 카톡에서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몇 번 대화만 주고받다 흐지부지 만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실물과 사진은 다른 경우가 많으니 한 번 정한 약속은 꼭 지켰으면 합니다.
>>>도움말 김희경 팀장(신한은행 WM사업부 커플 매칭 담당)
많은 강아지들 사이에서 빛나는 여배우가 있었다. 예쁜 옷을 입어 봤자 이내 강아지들 때문에 더러워진다. 제 돈을 주고 옷을 사본 지 10년이 넘는다는 여배우. 50여 마리의 강아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여배우. 여배우 이용녀(李龍女·60)의 삶은 특별하다.
경기 하남시 초일동. 이용녀의 집 근처에 들어서자 주위와는 다른 아우라를 뿜는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굳이 스마트폰 지도를 뒤지지 않아도 동네에 울려 퍼지는 강아지 소리가 ‘배우 이용녀와 아이들’이 있는 공간임을 짐작케 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자마자 50여 마리의 환영견파(?)가 기자를 격하게 맞이한다.
환영을 하는 것인지 경계를 하는 것인지 분간하기는 힘들었지만, 그 북적거림이 왠지 모르게 좋은 기운을 내뿜었다. 어떤 녀석은 앞다리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적극적으로 환영하기도 하고, 어떤 녀석은 그녀를 해할까 끊임없이 냄새로 기자를 탐색한다. 쉽게 집 안으로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쉴 새 없이 장난을 거는 통에 좀처럼 진입하기 힘든 ‘용녀씨네’였다.
이들은 사람에게 한 번 버려졌다는 상처를 안고 있는 유기견이다. ‘친절한 용녀씨네’라는 팻말을 걸고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사람은 배우 이용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이 가녀린 여배우가 바로 50여 마리 유기견의 ‘어머니’다.
◇ 유기견을 위한 삶의 시작
“10년 전쯤이었어요. 길가에서 시추 한 마리가 눈이 터져서 낑낑대고 있는 거예요. 동네 꼬마들이 던진 돌에 맞은 거죠. 버려진 아이라는 것을 알고,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해 주었어요.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군요.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런 녀석들이 수두룩하다고요.”
이용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집 앞마당에서 닭, 토끼, 강아지 등의 동물과 몸을 부비며 살아 왔던 터라 유기한다는 것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동물은 동시대를 함께 사는 같은 생명일 뿐이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라”는 수의사의 한마디는 이용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저 귀여운 것으로만 생각했던 강아지였지만, 그 귀여움 속에 감쳐진 이면에 참혹한 현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유기견의 실상이 참혹하더군요. 번식장에서 새끼만 낳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육되는 녀석이 많다는 것이 충격이었죠.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1주일만 있으면 안락사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자꾸 이놈들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그때부터였다. 자신보다 유기견을 위한 공간이 더 커지기 시작한것이. 금호동에서 왕십리를 거쳐 하남시 풍산동에서 지금의 초일동까지 이사를 하면서 가장 크게 고려했던 입지 조건 역시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살 수 있나’였다. 그녀의 생활을 위한 공간이라곤 잠을 청할 수 있는 침실과 드레스 룸뿐. 그 외에 큰 거실과 마당은 모두 녀석들 차지다. 120마리였던 유기견들도 이제 절반이 줄어 50여 마리뿐이지만 시끌벅적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자도 그곳에서 유기견들과 몸을 부비다보니, 그들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사람의 사랑을 갈구하는 눈빛과 꼬리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펼치는 애교는 유기견에 대한 연민과 호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용녀도 그때 같은 마음이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군인 아버지 덕분에 마당있는 집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어요. 동물을 좋아하셔서 늘 마당에 닭, 토끼, 강아지들과 함께 살았죠. 그래서 동물과 친근한 건 사실이지만, 제가 동물을 너무 사랑해서 이렇게 생활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 시대를 사는 똑같은 생물로서의 미안함 때문이죠. 동물과 사람은 상하관계가 아니랍니다. 인간에게 버려진 동물에게 너무 미안해 몇 마리라도 좋은 사람에게 보내주기 위해 유기견을 보호 하고 있는 것입니다.”
◇ 개고기, 알고 드시는 건가요?
유독 그녀의 자동차가 눈에 띄었다. 여배우의 차라고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이곳저곳에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가 정신없어 보일 정도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귀여운 캐릭터의 강아지가 ‘나는 먹는 것이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있다. 작은 행동이지만 그렇게 그녀는 개고기를 먹지 말라는 소신을 생활 속에서 내비치고 있었다.
“개고기가 정말 사람에게 좋은 것일까요? 물론 고기는 단백질이 많아서 사람의 기력을 회복하는 데 좋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개고기에 쓰이는 개들이 몸에 좋을지는 의문입니다. 그 개들은 고기가 필요할 때 바로 죽여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항생제를 투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높은 온도가 돼도 없어지지 않아 개고기를 먹을 때 결국 항생제도 같이 먹게 되는 것이죠.”
이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분명 “왜 개고기만 가지고 그러느냐”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유기견 보호소나 개고기를 위한 사육장을 다니며 확신했다. 그 좁은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 온 개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그대로 먹는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이런 점을 이야기하면서도, 먹겠다는 사람에게 윽박지르거나 비난하지는 않는다. 고기가 사람의 기력을 회복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저는 먹는 것은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기도 알고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건강한 환경에서 사육된 고기를 먹어야, 사람의 몸과 마음도 건강해지지 않겠어요?”
◇ 영화 와 영화배우 이용녀
극중에서 캐릭터가 쎈 역할을 많이 탓인지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오해가 많다. ‘기가 셀 것이다’, ‘차가울 것이다’ 등의 이미지적 측면의 오해 말이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그녀가 작품의 ‘신 스틸러’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극으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색깔이 뚜렷한 배우라는 뜻이니 말이다.
사실 그녀는 연극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하다. 연극계에 들어서자마자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큰 무대에 선 자신을 “참 운 좋은 배우”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연극계에서의 폭 넓은 활약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영화에 대한 제의도 여러 차례 고사했다. 영화를 할 준비도 안 돼 있었고, 하고 싶다는 열정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녀가 영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를 본 이후였다.
“‘이런 영화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본 영화였어요. 정말 충격적이었죠. 처절한 외로움 속에 살다가 벗어난 주인공들의 동질감과 소소한 행복을 배우들이 아무렇지 않게 표현하더라고요.”
이 영화를 본 후 불현듯 영화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 피어올랐다.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그녀도 영화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에 뛰어들었다. 박찬욱 감독의 였다. 영화 로 세계적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본 오디션에서 합격한 그녀는 명품 조연으로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빛내고 있다.
이제 60세의 여배우는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유기견 어머니라는 삶을 위해 배우 이용녀로서의 삶은 어느 정도 양보가 필요했다. 작품 선택과 역할 선택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유기견 어머니와 동시에 배우 이용녀이고 싶다.
“지금은 들어오는 작품이나 역할을 가릴 상황이 아니에요. 이 친구들과 함께 살려면 어떤 작품이라도 해야죠.같은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겠죠. 관객들에게 인생에 대해 편안하게 보여 줄 수 있고,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내면 연기를 통해 인물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네요.”
△ ‘친절한 용녀씨네’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면
“이용녀 선생님에게서 2년 전 마르티즈를 입양 받았어요. 정말 까다롭게 입양을 해주시더라고요. 또 한 번 주인에게서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그런 것이겠죠.” 인터뷰 날 방문했던 손님이 기자에게 귀띔을 해 주었다. 그녀는 분양을 해 줄 때에도 선택의 우선순위를 ‘책임을 끝까지 질 수 있느냐’하는 것에 둔다. 그래서 입양을 할 사람의 인적사항을 확실하게 따진다. 또한 이전에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본 후, 한 달 간 입양할 사람에게 키우도록 한다. 이후 자격 여부를 엄격히 따져 분양을 한다.
입양을 하고 싶다면? Daum카페 ‘이웃들 시즌2 (이용녀와 함께 웃는 멍이와 냥이들)’을 검색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녀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