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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의 미래, 스마트 병원
- 원무과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서 하릴없이 진료를 기다리고, 치료 장소를 찾아서 복잡한 병원을 누비는 풍경. 병원에서 자주 겪는 일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풍경이 바뀔 수도 있다. 집에서 진료를 받거나, 버튼 하나로 진료비 결제가 끝날지도 모른다. 실제로 디지털 대전환과 더불어 코로나19는 병원의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병원에 대해 알아보고, 전망을 살펴본다. 도움 및 참고 이지선(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의료팀장), 각 병원 자료 제공 2013년에 개봉한 ‘그녀(Her)’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인공지능’이라는 낯선 소재와 더불어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에 관한 얘기로, 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라 꼽기도 했다. 당시 인공지능은 생소한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다. 놀라운 건 그로부터 3년 후 이세돌과 바둑을 두는 ‘알파고’가 탄생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기술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현재 인공지능은 의료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AI 기술을 X-ray 판독 시 보조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병원도 있다. 진료실에서 의사 대신 사만다나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을 만날 날이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른다. 앞서 예로 든 인공지능을 비롯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기술을 의료 서비스에 활용하는 병원을 이른바 ‘스마트 병원’이라 부른다. 원격의료부터 시작해 출입 시스템, 병원 행정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대형 병원은 스마트 병원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병원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는 디지털 뉴딜 차원으로 스마트 병원 선도모델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스마트 병원 선도모델을 통해 수준 높은 정보통신기술을 다양한 의료 분야에 활용하고 이를 실제 의료 현장에서 검증한다면, 고도화된 의료 서비스 제공의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ICT와 의료의 융합 스마트 병원의 등장 배경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고령화와 헬스케어 산업의 발달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30년까지 1269만 명으로 증가하고, 2060년에 이르면 1762만 명으로 인구의 40.1%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고령자의 의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의료비 중 65세 이상 인구의 의료비 비중이 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 진료비는 건강보험 진료비의 12.4%를 차지하고, 전체 진료비에서 40.8%를 차지한다. 2060년에는 390조 원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한편 국민 의료비가 증가하고, 도래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감염병으로 인한 폭발적 의료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향후 부양 부담과 국가보건의료 재정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경상 의료비 증가율은 6.8%로 OECD 평균인 2.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적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술적 혁신이 필요할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스마트 병원 육성 방안’에 따르면 보건의료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기술 분야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술이 바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이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는 AI 헬스케어 시장이 2021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하여 66억 달러(약 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고령화에 따른 헬스케어의 현안으로는 의료 서비스의 수요 증가, 의료 비용 급증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할 때 고령자를 고려하여 더욱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ICT와 의료의 융합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건강을 관리하며 질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 서비스는 ICT의 발전에 따라 원격의료로 시작해 스마트 헬스케어, 병원과 가정 등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상태를 지능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진화의 결정체가 바로 스마트 병원이다. 비대면 출입부터 의료진 메신저까지 스마트 병원은 출입부터 진료까지 다방면에 여러 가지 기술이 적용된다. 안전한 감염병 통제를 위해 출입 시스템을 변경하고, 더불어 접수 및 퇴원 시 환자들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서울병원은 지하철 승강장 출입 시스템과 유사한 스피드 게이트를 구축했다. 환자와 내원객은 감염병 예방 문진표를 작성하고 출입하는데, 문진표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스피드 게이트 입구에 설치된 안면인식 열화상 카메라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 체온이 정상이어야 출입문이 열린다. 또한 내원 후 환자들의 대면 접촉 및 체류 시간을 줄이기 위해 페이스루(PAY Thru)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환자들이 검사와 투약, 처치를 받으려면 원무 창구에서 수납해야 했지만, 이제는 모든 진료가 끝난 뒤 한 번만 수납하면 된다. 특히 환자가 미리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등록해두면 원무 창구를 들르지 않고 곧바로 귀가할 수 있다. 페이스루 시스템을 이용하면 환자가 귀가 후 당일 진료받은 내역만 정확히 자동 계산돼 등록된 결제 방법으로 진료비 납부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편리하고 안전한 페이스루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는 곳도 생겼다. 온라인 비대면 진료는 현행법상 금지됐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를 ‘민간 규제 샌드박스 1호’ 안건으로 상정해 2년간 임시 허가했다. 온라인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 화상전화나 웹캠이 설치된 PC로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인하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를 선보였다. 올해 2월부터는 내국민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다만 ‘서해 5도’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거주하는 분, 자가격리나 만성 질환으로 내원이 어려운 분, 검사 결과 확인을 위한 진료나 같은 질환으로 오랜 기간 같은 처방을 받는 분을 대상으로 한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내원이 제한적인 특수한 상황이거나 의료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환자 가운데 비대면 진료 적합 여부를 꼼꼼히 판단한 뒤 서비스를 제공해,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이 등장해 번거로운 일을 도맡아 처리해주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도입한 배송 로봇 ‘클로이 서브봇’은 검체, 약품, 물품 등을 운반해 직원의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돕는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의무기록 시스템을 통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였다. 수술 및 회진 후 수기로 작성하던 수술 및 경과 기록지를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기록함으로써 어떤 장소에서든 작성이 가능해졌다. 의료진 간의 새로운 소통 창구도 생겼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의료진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Y톡을 활용 중이다. 이 메신저는 담당 환자와 협진 환자 목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메신저상에서 협의가 이뤄진 진료 내용을 전자의무기록(EMR)에 즉시 입력 및 저장할 수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위해 더 빠르고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실적으로 법이나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기술은 좋지만 수가 제도가 미비해서 재정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AI 영상 판독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완성도가 높아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 및 처지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별도 수가가 책정되지 않기 때문에 도입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향후 더 많은 병원에서 쓰일 수 있도록 수가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스마트 병원 우드랜드 헬스 캠퍼스 2022년 개원 예정이며, 같은 건물을 공유하는 급성 병원, 커뮤니티 병원, 요양원이 함께 설립된다. 응급 단계부터 회복 또는 임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환자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의료팀이 항상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톈탄 병원 대표적인 스마트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마트 병실에서 환자는 자신의 사례 보고서를 읽거나 의사의 지시를 받을 수 있으며, 태블릿 컴퓨터로 음식 주문도 가능하다. 병실의 침대 패드는 심장 박동을 포함한 환자의 신체 기능을 모니터링한다. 병실료도 다른 일반병원과 동일하게 책정된다. 허페이 스마트 병원 길 찾기 시스템, 통신 시스템과 연결된 체크인 절차 등을 통해 환자 편의성을 좀 더 제고했다. 모든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원격치료 옵션 또한 가능하다. 건물 관리 시스템, 병원 운영 절차 및 사물인터넷을 통한 환자 치료 지원 등 중앙 척추 역할을 하는 통합 네트워크가 작동한다.
- 2021-04-1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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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생한방병원, 독립운동가 최재형 후손 나눔의료 실시
- 자생한방병원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보행에 심한 통증을 겪던 해외 독립후손 박엘레나(24) 양을 초청해 치료를 진행한다. 카자흐스탄 고려인인 박 양은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 역사의 핵심인물 최재형 선생의 외증손녀다. 선천적인 ‘유연성 편평족’ 질환으로 일상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2015년 우측 발목 골절로 발목 관절에 변형이 시작, 신체 불균형이 골반과 척추까지 악영향을 미쳐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치료를 받지 못하다 올해 자생한방병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경북대학교병원이 진행한 나눔의료 사업의 지원대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했다. 자생한방병원은 박 양의 재활 치료를 담당하며 필요한 의료비 및 입원비를 지원한다. 박 양이 귀국한 이후에도 원격화상진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건강을 돌볼 계획이다. 자생한방병원의 이와 같은 나눔의료 활동은 독립운동가와 후손에 대한 예우에 앞장서기 위함이다.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인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의 작은할아버지 신홍균 선생은 일제강점기 중국 만주에서 독립군 한의 군의관으로 활동하며 항일 무장투쟁을 이끌었다. 이러한 공적으로 이달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국가보훈처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기도 했다. 신준식 명예이사장의 선친 신현표 선생도 한의사로서 독립운동에 투신해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던 인물이다. 자생한방병원은 약자에 대한 연민과 인술(仁術)을 강조한 선대의 신념을 설립가치로 삼아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자생의료재단 신민식 사회공헌위원장(잠실자생한방병원장)은 “선대 독립운동가들의 유지를 이어받은 민족병원으로서 박엘레나 양이 건강하게 치료받고 돌아갈 수 있도록 치료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자생한방병원과 자생의료재단은 숭고한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20-11-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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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시니어의 이모저모
- 월스트리트저널은 중장년 부부나 연인의 안정적인 관계 유지를 위한 생활 방식으로 ‘LAT’(따로 함께 살기)를 꼽았다. 최근 중국의 시니어는 하루 170원 정도의 이용료로 원격진료와 식사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는 ‘스마트 홈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한 70대 노부부가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미국 중산층을 둘러싼 ‘메디-메디’ 혜택에 대한 쟁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LAT’ 시니어 부부, 독립성과 자유성 매력적 월스트리트저널은 결혼하지 않은 중장년 연인이, 젊은 연인들보다 더 안정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 비결 중 하나로 ‘LAT(Living Apart Together)’ 방식을 꼽았다. ‘따로 함께 산다’는 의미를 지닌 LAT는, 결혼해서 한집에 동거하거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각자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 일정기간만 상대의 집에서 사는 관계를 말한다. 미국의 새로운 가족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가령 일주일에 나흘은 한집에서 지내고, 나머지 사흘은 각자의 집에서 생활하는 식이다. 특히 주거공간을 소유한 중장년층 중에 LAT족이 많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꼽은 LAT족의 가장 큰 장점은 ‘독립성과 자유성’이다. 간헐적으로 함께 생활하며 즐거움을 누리되, 독립된 개인의 공간이 있어 사생활을 모두 공유하거나 일상 패턴을 맞춰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한층 자유롭다는 것. 최근 우리 사회의 이슈로 떠오른 ‘졸혼’도 이러한 점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중국 시니어 돌보미로 거듭나는 스마트 홈 기술 중국에서 시니어를 위한 스마트홈 서비스가 출시됐다. 하루에 1위안, 원화로 170원 정도의 이용료를 지불하면 원격 진료는 물론 긴급 병원 호출, 주택 보안, 식사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시니어 간호 분야의 선두주자인 란창 네트워크 테크놀로지(Lanchuang Network Technology)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시니어 세대를 위해 개발한 스마트 홈 서비스다. TV와 페어링된 웹캠에 아이폰의 ‘시리(Siri)’와 유사한 음성 도우미 ‘샤오이(Xiaoyi)’를 불러 다양한 유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4개월 전에 시작한 란창의 스마트 홈 서비스에는 16개 도시에서 22만 명이 가입했다. 특히 중국 내에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산동 지역에서 절반 이상 등록했다. 란창은 지금까지 ‘차이나 모바일’과 협력해 시니어 스마트폰 서비스를 실시해온 회사다. 지난 4월 중국 정부는 스마트 기술과 재정 지원을 포함해 해당 부문을 위해 개발될 서비스에 대한 상세한 정책 문서를 발표했다. 란창의 스마트 플랫폼에 대한 보조금으로 약 2200만 위안(266억 원)을 제공했으며, 산동성 정부도 300만 위안(36억 원)을 기부했다. . 미국‘메디-메디’ 혜택 못 받는 중산층, 의료비 부담에 자살까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 주 와콤카운티에서 70대 노부부가 의료비 부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은 911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자살을 예고했고, 유서에는 “더 이상 의료비를 갚아나갈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미국 노인들의 경우 정부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저소득층 의료보조 제도인 ‘메디케이드’, 이른바 ‘메디-메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메디케이드를 받기엔 재산이 많지만, 의료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중산층 노인. 그들에게 남은 메디케어는 자기 부담률도 적지 않을 뿐더러, 양로병원과 자택간병 등 장기케어는 해당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받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노부부 역시 이러한 고충으로 유명을 달리해 안타까움을 샀다. 그러나 미국의 중산층 인구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데 반해, 이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은 미흡한 상황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2017년 8월 환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비급여를 건강보험에 적용하고, 노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의료비를 낮추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제도다. 비급여 진료 문제가 있어 보험 적용을 받은 후에도 본인 부담금이 많고, 상한선이 없는 고액 진료비에 고충을 겪는 중산층을 위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시행 3년 차, 소득 1~5분위 계층의 의료비는 42만~55만 원이 절감됐지만, 보다 면밀한 검토와 효율적 운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 2019-09-0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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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로 골머리 썩는 미국 사회
- 치매로 인한 사회 문제는 고령화 현상이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 중 하나. 뚜렷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치매 예방이나 치매 환자 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 미국 사회 곳곳에선 치매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 중이다. 그중 눈길을 끄는 몇몇 소식을 간추려봤다. 치매 환자 총기 제한 요구 총기의 나라 미국에선 지난해 적기법(Red Flag Law)이 화두가 됐다. 적기법은 총기 소유주 중 위험하다고 간주하는 인물에 대해 임시 총기 소지 금지령을 내릴 수 있다는 법안이다. ‘위험인물’로 규정되면 갖고 있는 총기도 일시적으로 몰수당할 뿐만 아니라 금지령 해제까지 새 총기를 구매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 법을 시행 중인 주는 2018년 이전까지는 5개 주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월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14개 주로 확대됐다. 최근 미국 의료계에서는 이 법안이 치매 환자에게도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걱정되는 고령 운전자에 대해선 의료기관이 지방정부에 경고할 수 있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고령자 총기 소유주에 대해서는 그런 절차가 없어 우려된다는 것. 실제로 미국노인병학회(AG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미국인 중 27%가 하나 이상의 총기를 갖고 있고, 37%는 총기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또한 치매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중 18%가 총기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망상이나 환각을 겪기 쉬워 우발적인 총격 사건이나 자살 위험이 높다고 연구결과는 경고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노인의학과 캐서린 갈루치 교수는 “노인에게서 차나 총기를 뺏는 것은 정신질환 악화를 막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하고, “환자의 인지기능 장애가 악화되기 전에 가족이 본인과 상의해 위임장 확보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매 간병 인력 확보 위해 VR 도입 최근 미국에선 치매 환자의 증가로 인한 간호 인력 부족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간병인을 효과적으로 교육하는 방법으로 VR(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24시간 재택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캐어인디드(Care Indeed) 사는 지난달 우리나라의 경우로 보면 요양보호사인, 간병인을 위한 VR 교육 시스템을 도입 중이라고 밝혔다. VR 시스템은 단계별 교육을 진행한다. 가벼운 인지능력 장애를 겪는 초기 치매 환자에 대한 응대법에서부터 좌절감과 분노, 편집증, 우울증을 보이는 중증 치매 환자 대처법을 가르친다. 이 과정에서 간병인이 현실 속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가상현실을 통해 체험하도록 하는 교육법이다. 회사 측은 “VR 기술을 활용하면 물리적인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어, 동영상이나 문서를 기반으로 한 기존 교육법에 비해 몰입도가 높다”고 설명하면서 “다양한 시각적 학습 정보 제공과 함께 원격 교육 등을 통해 더 많은 간병인 지원자를 교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땅콩과 땅콩버터가 치매 예방 미국의 비영리기관인 땅콩연구소(The Peanut Institute)는 지난달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마인드 식이요법에 도전한다면 땅콩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마인드(Mind) 식이요법이란 고혈압 환자를 위해 개발된 대시(Dash) 식사법과 지중해식 다이어트를 결합해 만든 방법으로, 녹색채소와 견과류, 콩류, 장과(漿果, 열매)류, 곡물, 생선, 닭고기, 올리브오일, 약간의 포도주를 주로 섭취하는 식사법이다. 이 식이요법을 잘 따르기만 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고령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에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예방과 진행 지연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영양, 건강과 노화(The Journal of Nutrition, Health & Aging)’에 발표됐다. 땅콩연구소의 사마라 스털링 박사는 “마인드 식이요법에서 권하는 견과류 섭취량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은데, 통곡물 빵에 땅콩버터를 발라 먹거나 간식으로 땅콩을 조금 먹는 것만으로도 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2019-04-0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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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주 아주대 총장 '연결의 시대'를 말하다
- 과거엔 필요한 지식은 전수조사해 모조리 공부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새로운 지식이 업데이트되는 요즘, 박형주(朴炯柱·54)아주대 총장은 지식의 시대를 넘어 통찰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방대한 정보 중에서 유의미한 결론을 끄집어내고 취사선택하는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것. 나아가 이러한 통찰의 시대를 지나 ‘연결의 시대’가 다가오리라 예측했다. 그는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닌 ‘잘 배우는 사람’이 살아남는 미래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박 총장은 ‘연결의 시대’에는 각종 전문지식으로 무장했다는 자신감보다는 살아가며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을 학습하는 유연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런 점에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보편적인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책을 통해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두고 어른 세대가 함께 고민해보길 바랐어요. 우리가 젊은 시절엔 대학만 나오면 어느 정도 취업이 보장됐고,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할 수 있었죠. 이제는 학교에서 배운 전공만으로 평생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뭐든 금세 옛 지식이 되어버리거든요. 때문에 전처럼 한 우물 파는 건 무모한 거예요. 요즘은 기업에서도 특정 부서가 필요성이 적어지면서 축소되거나 완전 새로운 분야로 대치되기도 하죠. 다양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들을 연결할 줄 알아야 자기 분야가 대세에서 물러나도 다른 분야로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우리 시대 중장년의 경우 수십 년을 한 분야에 종사하다 은퇴한 경우가 적지 않다. 박 총장의 말대로라면, 100세 시대 노후준비를 위해 재취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인생 이모작, 삼모작이라는 말들 많이 하잖아요. 어떤 일을 몇십 년 해왔는데 그 분야가 예전보다 덜 중요해지거나, 파이가 적어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예전처럼 ‘내가 하던 일 평생 하다가 은퇴할 거야’라는 생각이 이젠 안 통하는 거예요. 결국 원하지 않더라도 커리어 체인지는 앞으로 많은 사람의 인생에서 일어나겠죠. 과거보다 대학 평생교육원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기존 취미 개념의 문화교양 강좌에서 제2직업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진입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해요. 최근 아주대학교를 포함한 많은 대학에서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꼰대로부터 탈피하는 대화의 프레임 소위 옛날 방식으로 젊은 사람에게 고리타분한 말을 하는 시니어를 일컬어 ‘꼰대’라고 부른다. 박 총장은 이러한 꼰대 마인드는 현시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경험이나 직관에 따라 충고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앞두고 있을 때, 본인들의 젊은 시절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요. 가령 무작정 공부 잘하면 의대 가라고 하잖아요. 앞으로는 원격 의료기술 등의 발달로 예전보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 겁니다. 물론 병원 방문자가 줄어든다고 의사가 사라진다는 말은 아녜요. 그만큼 연구를 하는 의사가 늘어날 거라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하루에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를 유능하다 하지만, 미래에는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환자와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능력이 의사의 소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이렇게 계속 직업의 속성과 내용이 바뀌고 있죠. 아직 어린 자녀들이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려면 10년, 15년 뒤인데 직관만으로 조언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박 총장은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대해 자녀와 의논할 때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부모 세대의 조언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사유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끊임없는 사유의 과정을 거쳐 어떠한 결론에 다다르는, 즉 합리적 사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데이터를 통해 결과를 끄집어내는 건 모든 세대에게 통하는 방식이에요. 또, 서로에게 접점이 생기는 유일한 방법이죠. 이러한 프레임을 통해 세대 간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기본 데이터가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과거의 데이터를 갖고 대화를 하면 소통이 안 되는 거죠.” 박 총장은 기성세대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실수해도 괜찮다’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프랑스 교육을 모범사례로 들었다. “프랑스식 수능 ‘바칼로레아’는 나폴레옹 시대 때 만들어져 200년이 넘은 제도인데, 100% 서술형 평가입니다. 답이 틀리더라도 풀이 과정에서 부분 점수를 주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시험 문제에 접근할 수 있어요. 그에 반해 우리는 객관식, 단답형 평가이기 때문에 모험을 했다가 실수로 답이 틀리면 손해를 봐요. 즉, 모험이 리워드를 주는 게 아니라 패널티를 주는 셈이죠. 겉으론 모험심 강한 아이들로 기른다고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거예요.” 그는 프랑스의 교육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이 한 가지 더 있다고 했다. 바로 12학년(고등학교 3학년) 때 철학 과목을 가르치는 방침이었다. “프랑스는 대학 진학률이 낮은 편이라 대부분 학생에겐 12학년이 마지막 교육 과정이에요. 그때 철학을 가르치죠. 그렇게 중요한 과목이라면 왜 1학년 때부터 진작 가르치지 않는지 의아했는데, 그 이유를 들으니 납득이 가더군요. 12학년이 되기 전까지 아이들은 한국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학, 과학, 역사 등 정규 수업 과정을 거치죠. 공부하다가 어려우면 좌절도 하고, 내가 이걸 왜 배워야 하냐며 짜증도 내요. 그 고달픈 시간의 끝에 피니싱터치, 즉 화룡점정을 철학이 찍어줘요. 철학을 통해 우리가 배우는 과목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그것이 우리 세계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죠. 배움의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겁니다.” 유연성으로 키우는 문제해결력 지난 과정을 겪기 전에는 철학을 배워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끝나기 때문에 미리 가르치지 않는단다. 박 총장은 프랑스 아이들이 10여 년 동안 배운 것들을 철학 과목을 통해 하나의 스토리로 완성한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특별한 계기나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것에도 관심을 두다 보면 언젠가 그것들이 꿰어지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그는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능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유연성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살다 보면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죠. 난제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분야의 방식을 가져오는 겁니다. 이 분야에서는 어렵지만 엉뚱한 분야에서는 쉬운 해결책이 있기도 해요. 여러 영역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있어야 재빨리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연성은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지 않더라도 꾸준하게 호기심을 유지하는 데서 길러져요. 분야를 편식하지 않고 잡독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터뷰 내내 “여러 우물을 파야 한다”고 강조한 박 총장. 수학자로서 한 우물을 파고 있는 듯 보이는 그가 현재 파고 있는 또 다른 우물은 무엇일까? “물론 수학에 대한 사랑은 유지하겠지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빅 데이터나 인공지능 문제에 기여할 기회를 찾고 싶어요. 실제 세상의 많은 일을 해결하는 데 수학이 유용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의사들과 함께 의료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도 하죠. 수학과 유관하면서도 다른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참여하다 보니 제가 하는 일의 영역이 더 넓어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연결인데, 앞으로도 더 활발하게 여러 우물을 파볼 계획입니다.”
- 2018-11-2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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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일본에선 ‘치매가 일상’ … 환자 위한 서비스 늘어
-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는 우리에게도 현실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곁에 두고 있다. 바로 일본이다.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모셨던 A씨는 지난 2012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서울 종로의 상가 건물 소유주였던 어머니에게 A씨의 삼촌 B씨가 접근해, 사후에 재산을 모두 자신이 맡는다는 위임장과 유언장을 받아낸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법원의 상속재산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냈지만, B씨는 법원의 결정 직전에 건물을 급히 팔아버렸다. 결국 소송을 벌인 끝에 2015년 법원은 치매로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들을 배제하고 동생에게 모든 재산의 관리 처분 권한을 준 위임장은 무효라며, 건물을 산 매수인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다. 유언자 의사 정상 여부 판정 이런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민법에선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 선고, 성년후견 심판 등의 제도로 법률 행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 모든 성인은 기본적으로 의사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과 같은 법률 행위와 관련해 치매 같은 질환으로 인해 의사능력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사람에게도 현실적인 고민이 될 수 있다. 치매가 없거나 사소한 건망증이 나타나는 초기 치매의 경우 일상생활에는 장애가 없지만 병력이 법적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언을 남겨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다. 일본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본의 메디컬리서치라는 회사는 최근 ‘의사능력감정(意思能力鑑定)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유언 작성 전 작성자의 뇌 대사 기능을 아밀로이드 PET-CT 등의 장비를 이용한 진단과 정신과 전문의의 면담을 통해 의사능력의 유무를 감정하는 서비스다. 회사 측은 “일본은 치매환자 1300만 명 시대가 도래했고, 치매로 인한 상속 분쟁이 2014년 1만2577건에 달했다”며 “치매환자라도 유언장을 작성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의사능력감정을 통해 의사능력이 인정되면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야 의사능력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종합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법원에서 법적 분쟁으로 인해 소견서 작성을 요청받는 일이 왕왕 있다”며 “의학적으로 의사능력을 감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법적으로 첨예한 경우 소견서 작성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의 의사 출신 성용배 변호사는 “국내에서도 유언장 작성자가 자발적으로 인지능력과 관련한 진료나 감정을 받고, 진료기록, 소견서 등 그 근거를 남기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이는 의사능력의 존부에 대해 있을 수 있는 문제제기의 소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환자 편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치매환자를 위한 일본 최초의 원격진료 서비스도 얼마 전 시작됐다. 준텐도(順天堂)대학교병원은 지난 7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위한 원격진료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IBM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환자나 보호자는 아이패드를 통해 병원과 치료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병원 측은 “환자의 내원에 필요한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가족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자를 돕는 간병인을 통한 정보도 의사가 참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에게 효율적인 진료 서비스 제공과 함께 지역 병원과의 연계도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 측은 원격진료가 활성화돼 자료가 축적되면 치매환자의 빅데이터 분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 서울대학교병원이 원격치매센터를 설립해 일찌감치 원격진료 서비스에 대한 시도가 있었다. 이어 정부의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수년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돼왔다. 그러나 원격진료를 ‘정보통신기술 활용의료’로 명칭을 바꾸고 대상도 축소해, 보건복지부가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 2017-09-0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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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안, 한국 의료ICT 대표로 중앙아시아 공략
- 국내 자동심장충격기(AED) 제조전문기업 ㈜라디안이 한국디지털병원수출사업협동조합(KOHEA)이 진행하는 ‘중앙아시아 수출컨소시엄 비즈니스 로드쇼’에 초대 받아 중앙아시아 공략에 나섰다. 지난 9일부터 7일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 진행된 ‘중앙아시아 수출컨소시엄 비즈니스 로드쇼’를 통해 중앙아시아로의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한국의 의료장비·정보통신기술(ICT)은 세계적인 기술력 개발과 함께 수출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KOHEA가 ‘중앙아시아 수출컨소시엄 비즈니스 로드쇼’를 진행하며 원격진료를 포함한 한국의 선진 의료ICT가 실크로드를 따라 기술을 전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라디안을 비롯해서 의료ICT 기업 바이오넷, 유일엔지니어링, 메디칼스탠다드, 비에스엘, 젬스메디칼, 아이알엠, 제윤메디컬, MMA코리아, 세광 등 10개 사가 참여해 2600만 달러(약 290억)의 상담실적을 올렸다. 라디안 관계자는 “이번 ‘2017 중앙아시아 수출컨소시엄 비즈니스 로드쇼’를 통해 현재 바이어들과 진행되고 있는 수출계약이 마무리 되는대로 한국의 자동심장충격기 기술을 세계에 전파한 소식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 2017-07-2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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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국남 뉴컬처 키워드] 가상현실(VR), 일상이 되다
- “문자와 동영상의 시대를 거쳐 가상현실(假想現實 · Virtual Reality, 이하 VR)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VR은 강력한 차세대 플랫폼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최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한 말이다. 삼성, LG, 소니, 애플, 구글, 페이스북, HTC 등 국내외 수많은 기업들은 2016 MWC에서 VR 전쟁에 출사표를 던지며 개발한 VR 기기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VR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정도의 성장성을 지녔다. 기기뿐만 아니라 콘텐츠 개발에도 집중해 시장을 선점하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열린 임원회의에서 경영진에게 던진 메시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 ‘2016 콘텐츠산업 전망-10대 트렌드’에서 올해 콘텐츠 산업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현실처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VR 콘텐츠의 본격화를 꼽았다. ‘VR 시장은 이제 황금알’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VR(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 선점을 위해 삼성전자, LG 등 국내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섰다. 그뿐만 아니라 애플, HTC, 소니,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전자 및 IT 업체들도 속속 VR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의 VR 제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디어와 대중문화에서부터 교육, 스포츠, 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다양한 시·공간 자유롭게 체험 미국의 전산학자 재론 래니어가 1989년 처음 쓰기 시작한 VR은 이용자에게 원격현전(遠隔現前, telepresence)을 경험하게 해 주는 시뮬레이션 환경 즉 사용자가 컴퓨터 등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공간에서 실제 현실인 것처럼 상호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집 안 거실에서 VR 기기를 쓰고 강원 평창 스키장에서 스키 타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다. 박대수 KT 경제경영연구 소장은 ‘ 2016 한국을 바꾸는 10가지 ICT 트렌드’에서 “VR 기술을 통해 다양한 시·공간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도 있다. 고생대로 이동하여 공룡을 마주하거나 심해에서 기이한 생물들과의 대면도 가능하다. VR은 체험 가능한 세계의 폭을 확장하는 미디어 화수분과 같다”고 분석했다. 1940년대 미국의 항공 산업에서 개발한 조종사 훈련을 위한 비행 시뮬레이터가 VR의 효시다. 이후 1950년대 할리우드 공상과학 영화 등이 VR 기술 개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VR은 몰입감과 현전감(presence) 등을 높이는 기기들의 개발 부진과 고가 장비, 그리고 콘텐츠 부족으로 대중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VR은 삼성전자, 애플 등 국내외 기업들이 머리에 쓰고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디스플레이 기기인 HMD(Head Mounted Display)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혁신적인 제품을 본격 출시하고 360도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등 주변 기기와 VR 영상 플랫폼이 양산되면서 VR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영화, 게임 등 일부 분야에 관련된 VR 콘텐츠만 제작됐으나 이제는 의료, 학습, 건축설계, 관광,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VR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면서 VR 시장은 급성장하고, VR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영화·방송 등 대세가 된 VR 영국 투자은행 디지털 캐피털은 VR 기기 시장 규모가 2016년 40억 달러(4조8680억원)에서 2020년 1500억 달러(182조5500억원)로 4년 사이에 37배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대만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 세계 VR 시장(하드웨어+소프트웨어) 규모는 2016년 67억 달러(8조원)를 기록한 뒤 2020년에는 10배 이상 성장한 700억 달러(86조원)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V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삼성전자는 VR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제휴를 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 VR 업체인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했고 삼성전자 역시 오큘러스와 제휴했다. 구글은 수만 원대 저가 HMD 기능을 구현한 ‘카드보드’를 발매하며 VR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만 HTC, 중국 LeTV 등 중화권 기업들도 저가의 HMD제품인 ‘폭풍마경’ 등을 내놓고 VR 시장에 가세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강선도 부장은 “삼성전자는 오큘러스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양질의 VR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도록 협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PC, 카메라 업체뿐만 아니라 IT 기업까지 수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VR 시장에 뛰어들면서 VR기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VR 콘텐츠도 속속 제작돼 이용자들에게 이전과 전혀 다른 가상현실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실용적인 VR 기기와 콘텐츠가 속속 양산됨에 따라 의료, 쇼핑, 교육, 건설, 스포츠, 항공, 공연, 미디어,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특히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와 방송, 미디어에서의 VR의 영향과 변화는 실로 엄청나다. 지난해 1월 열린 미국 선댄스영화제의 뉴프론티어 부문 상영작 14편 중 10개 작품이 VR에 기반을 둔 영화였고 VR 기술을 활용한 영화만 31개가 출품됐다. 또한, 모바일 앱으로 구현하는 VR 콘텐츠도 수십 개가 선보였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VR 영화 제작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VR 콘텐츠 업체인 버추얼 리얼리티 컴퍼니, VR 영화사 스토리 스튜디오 등이 VR 영화 제작에 나섰다. 이제 영화계에서는 VR 작품이 특별하고 신기한 볼거리가 아닌 하나의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VR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문과 방송 등도 VR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015년 11월 정기 구독자에게 VR로 뉴스를 볼 수 있는 구글 카드보드를 배송했다. 또한, 신문기사가 묘사하고 있는 현장을 독자가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VR 앱인 ‘NYT VR’을 개발했다. 뉴욕타임스가 처음 올린 VR 뉴스 콘텐츠는 내전으로 고향을 잃은 사람들을 다룬 ‘난민(The Displaced)’이다. 뉴욕타임스뿐만 아니라 미국 통신사 AP와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 저널 등도 VR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VR 콘텐츠 업체인 엠블러매틱 그룹은 지난 2014년 ‘프로젝트 시리아’라는 VR 뉴스 콘텐츠를 공개해 이용자들에게 시리아 내전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성공 여부는 질 좋은 콘텐츠에 달려 언론사의 VR 저널리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독자들은 뉴스를 단순히 보는 것에서 벗어나 뉴스의 현장에 있는 것처럼 경험하는 방식으로 뉴스 소비패턴이 전환하고 있다. 방송사에서는 VR 방송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VR의 가장 큰 특성인 몰입감과 현장감을 방송에서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일부 방송사에서 VR 방송을 실험하고 있다. 미국의 VR 업체인 Next VR은 미식축구 경기와 대선후보 토론회 등을 VR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국내 방송사들도 스포츠 경기 등 일부 프로그램을 VR 방송으로 제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VR 본격화로 가장 큰 변화가 일고 있는 분야가 바로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미국의 VR 업체 보이드는 올 상반기까지 VR을 활용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R 테마파크 ‘보이드 센터’를 건립한다. 이곳에서는 HMD 등 VR 장비 세트를 착용하면 시선의 변화, 동작, 터치가 VR 콘텐츠에 반영돼 몰입감과 생동감을 느끼면서 게임을 할 수 있다. 호주에서도 지난해 ‘제로 레이턴시’라는 VR 테마파크가 개장됐다. 이곳에서는 이용자가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전개하는 게임 방식인 프리롬(Freeroam)장비를 활용해 생동감 있는 VR 게임을 즐긴다. 물론 VR을 일반인 누구나 이용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일부 사람들이 VR 기기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착용하기 힘든 장비의 크기와 용량, 몰입감과 현장감의 부족, 기기의 비싼 가격 등도 개선해야 한다. VR 성공 여부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질 좋은 콘텐츠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VR 시대가 성공적으로 만개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동안 영화, 게임 등 일부 분야에 관련된 VR 콘텐츠만 제작됐으나 이제는 의료, 학습, 건축설계, 관광,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VR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면서 VR 시장은 급성장하고, VR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 2016-04-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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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환자 좋은 의사 되기] 전립선암 환자와 로봇수술로 그를 도운 비뇨기과 전문의의 라뽀
- 의료현장에서 암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인자 중 하나로 꼽는 것이 바로 가족력이다. 가족 중 암을 앓았던 환자가 있었는지에 따라 발병 가능성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만난 임군식(林君植·56)씨는 전립선암(前立腺癌)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본인은 그렇게 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고 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를 매년 체크하며 살았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고, 울산대학교병원 전상현(全相炫·52) 교수를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됐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한평생을 한회사를 위해 일 해왔던 그다. 공업도시에서 살고 있는 여느 근로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는 30년 근속을 기념해 금붙이를 한 냥(兩)이나 받았다. 근무하는 KCC 울산공장은 그의 입사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기 때문에 내 손으로 일궜다는 자부심도 컸다. 오랜 세월 성실하게 회사 일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그였기 때문에 갑작스레 전해진 비보의 충격은 적지 않았다. 임군식씨가 건강의 이상을 발견한 것은 지난해 4월. 매년 해오던 혈액검사 수치가 평소보다 매우 높았다. 검진을 했던 병원에서도 의심스럽단 이야기를 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았거든요. 평소에는 PSA 수치가 1.8 수준이었는데, 3.8이 넘게 나오더라고요. 많이 놀랐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다른 동네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았는데 수치가 비슷했어요. 의사선생님도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울산대학교병원을 찾았죠.” 그리고 진행된 조직검사에서 그는 전립선암 확진판정을 받게 된다. 다행히 초기단계인 1기 상태였다. “저의 아버님이 전립선암으로 돌아가셨거든요. 8년 전 돌아가시고 나서는 저도 매년 검사를 받게 됐고요. 아버님이 7년 정도 투병을 하신 탓에 병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몇 개월 동안은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된 탓에 많이 힘들어 하셨고, 그걸 지켜보는 저 역시 무척 가슴 아팠습니다.” 전립선암 환자의 가족으로서의 생활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본인이 전립선암 환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기구하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 충격도 굉장히 컸다고 임군식씨는 회상했다. “깜짝 놀랐죠. 그렇게 염려하고 조심했는데 암이라니. 그것도 전립선암이라니 눈앞이 깜깜해졌죠. 수술할 때까지 두 달 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입맛도 싹 사라지더라고요. 아내는 그럴 리 없다면서 믿으려 들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대학생인 아들, 딸 두 자녀에게 숨기려고 했었다. 아직 학생인 아이들에게 괜한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술을 앞두고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자녀들에게 털어놓았다. “그때였어요. 아들 녀석이 인터넷 등 이곳저곳을 수소문하더니 전상현 교수님께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우기더라고요. 이미 수술날짜까지 받아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난감하긴 했지만, 전 교수님이 이 방면에 소문난 명의(名醫)라는 아들 고집에 질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해서 운 좋게도 교수님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전상현 교수는 비뇨기과 전문의로 국내에 로봇수술이 도입되던 초창기인 2008년 미국 뉴저지 주립암센터에서 관련 연수를 마치고, 울산대학교병원에 로봇수술 도입을 추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울산지역암센터 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 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전 교수는 임씨를 이렇게 기억했다. “제게 찾아와 먼저 로봇수술로 수술을 받고 싶다고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가족력도 갖고 계셨구요. 환자 스스로가 정기점진을 성실하게 해온 덕분에 초기에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수술도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빠르게 평소생활로 복귀하실 수 있었습니다.” 전 교수가 임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전립선과 관련한 신체의 기능적인 면을 고려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전립선은 좁은 골반뼈 사이, 방광 밑에 숨어있기 때문에 수술이 가장 어려운 부위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전립선 수술이 어려운 것은 골반 깊숙이 위치한 해부학적 구조에 전립선에 가깝게 혈관과 신경 괄약근 등이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수술 후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구요. 소변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요실금이나 신경 손상으로 발기부전과 같은 성기능 장애가 올 수도 있습니다. 특히 환자의 경우 아직 젊기 때문에 암세포의 확실한 제거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 신경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전립선 수술에 로봇수술을 많이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변 조직을 다치지 않고 좁은 부위에서 수술을 해내기에 로봇수술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로봇수술도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면 전립선암 수술이 첫 번째 수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의료계에서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수술비가 800만~1000만원 정도로 부담되는 수준이다. 로봇수술은 의사의 손이 들어가기 어려운 부위에 얇은 막대와 같은 로봇팔을 넣어 수술하는 장비다. 로봇수술 장비의 원형은 1980년대 말, 미 육군과의 계약 하에 前스탠포드 연구소에서 개발됐다. 원래는 전쟁터에서 원격으로 부상병의 수술을 진행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연구가 시작됐다. 로봇수술 기술은 이제 대중화 돼 한국에서도 40곳이 넘는 병원이 사용 중에 있다. 로봇수술 장비는 미국의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 Ltd,.)이라는 회사가 특허를 가지고 전 세계에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제품명인 다빈치(da Vinci System)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수술은 환자가 수술대에 누워있으면 입체 조직을 잡거나 자를 수 있는 로봇팔(엔도리스트) 3개와 조명과 촬영을 담당하는 로봇팔 1개가 필요한 최소한의 절개를 거쳐 환자 몸에 들어가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집도의는 좀 떨어진 공간에 마련된 조종석(콘솔)에 앉아 카메라가 전해주는 고화질의 입체영상을 보며 로봇을 조종해 수술을 집도한다. 전 교수는 로봇수술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기존의 복강경수술에 비해 시야나 기구의 자유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영상의 시야가 확대되어서 환부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고, 로봇팔의 움직임이 사람의 손과 같이 움직여 미세 수술에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로봇수술이 만능은 아닙니다만 특히 전립선암 수술에 있어서는 장점이 있습니다.” 로봇수술이 갖는 장점 중 하나는 절개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다는 점이다. 이런 혜택은 임씨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작년 6월 4일 수술을 받고,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직장에 복귀한 것이 6월 22일이었으니, 보름 만에 일을 시작한 셈이다. “걱정했던 것보다 아프진 않았어요. 흉터도 구멍 몇 개가 있었던 흔적 정도였고요. 직장에 빨리 복귀하니 동료들이 놀라더라고요. 수술 전 몸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8월에는 회사에서 보내주는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을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임군식씨는 조기에 발견한 덕분에 방사선 치료도 필요 없을 정도로 말끔히 치료할 수 있었지만, 전립선암은 마음 놓을 수 없는 위험한 병이라고 전 교수는 경고한다. “전립선암은 비교적 암세포의 성장이 느린 편입니다만, 미국의 경우 유병률 1위 암으로 꼽히고 있고, 한국에서도 남성의 5대 암에 포함될 정도로 발병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전립선암의 원인으로는 육식 위주의 식생활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립선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대중적인 것으로 혈액검사를 통한 PSA 수치 측정이 꼽힌다. 혈액 채취만으로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내시경이나 CT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다른 암종에 비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전립선 비대증이나 염증으로도 이 수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확진은 조직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간혹 조직검사 과정에서 암세포를 발견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발견된 임군식씨는 운이 좋은 사례라고 전 교수는 설명했다. 전 교수는 “전립선암은 전이가 된 경우 다른 암처럼 화학적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과거에는 고환 절제까지 했어야 했으나 현재는 화학적 거세를 많이 시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기부전, 성욕감퇴, 골밀도 저하로 인한 골절, 근육량 감소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남성으로서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죠. 때문에 꼭 정기적인 검사를 받으시길 당부하고 싶습니다.”
- 2016-02-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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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도현의 웰에이징]유헬스의 미래...‘고령사회의 파수꾼, 스마트폰’
- 미래 의료기술의 트렌드를 뜻하는 유헬스. 언제 어디서나 시·공간의 제약 없이 환자를 돌보는 원격진료 시스템인 유헬스가 우리나라에선 스마트폰 위주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유헬스 시스템의 키워드는 바로 스마트폰. 10년 후 웰빙과 결합한 환자 중심의 의료시스템을 살짝 들여다본다. 글 임도현 프리랜서 veritas11@empas.com 고령환자 치료하는 숲속의 웰빙 병원 지방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재직하다 몇 해 전 정년을 맞은 60대 중반의 K씨. 사람들로 북적이는 7, 8월을 피해 9월 초 가까운 스마트 웰니스 펜션을 찾아 삼림욕을 즐긴다. 이 펜션은 숲속에 차려진 병원과 같은 곳으로 기본적인 건강진단과 함께 주치의로부터 받은 처방을 약국이나 병원에 가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 웰니스 펜션은 시간에 쫓기는 도시인들과 퇴직한 시니어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며 2025년의 새로운 건강 풍속도로 자리 잡았다. 웰니스 펜션을 이용하기 위한 준비물은 딱 하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K님, 휴가는 마음에 드시나요? 본인의 치아를 인공 배양해 이식수술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어디 불편하지는 않으신가요? 그리고 K님의 간수치가 다소 높은 편인데요. 하지만 음주나 자극적인 음식만 피하신다면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아버님과 할아버님 모두 간질환으로 돌아가신 데다 현재 K님의 간 또한 선천적으로 허약한 상태이니 각별한 관리 부탁드리고요. 그리고 혈당이나 심전도 모두 정상이고 다른 장기 역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마음 푹 놓으시고 즐거운 휴가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좀 더 세부적인 검사를 위해 스마트 캡슐 복용하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지난번처럼 스마트폰을 끄시면 전송이 되지 않으니 꼭 켜놓으셔야 해요. 그럼 편안한 휴식 맞으세요.” 스마트폰의 화상 홀로그램을 통해 담당 주치의로부터 건강을 체크받은 K씨는 치아를 만지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K씨는 10여 년 전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후 몇 년이 지나 잇몸 통증이 생기면서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환자 본인의 작은 치아 조각을 떼어내 치아를 배양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K씨는 임플란트를 모두 제거하고 인공 배양된 자신의 치아를 심어 젊었을 적 튼튼한 치아를 다시 찾게 됐다. 유헬스 시대 가려진 명암, 개인정보 유출 “흠, 또 이걸 먹어야 하나.” 한숨을 내쉬며 K씨는 주머니 속 약통에서 작은 알약을 꺼내 입속에 넣는다. 주치의가 K씨에게 당부한 스마트 캡슐은 인체 속에 들어가 환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작은 알약이다. 알약 속에는 미세한 센서가 들어 있어 여러 생체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심장이나 소화기관, 뇌 신경조직 등의 특정 기관을 반응시켜 상태를 면밀히 체크함으로써 굳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정밀검진을 할 수 있다. 스마트 캡슐이 얻어낸 생체 데이터는 환자의 스마트폰과 연동돼 주치의에게 자동으로 전송되며, 체내로 들어간 캡슐은 두 시간 동안의 검사를 마치면 대장에서 용변과 함께 분해된다. K씨는 대대로 간질환을 앓은 가족력이 있다. 그 때문에 주치의는 K씨의 간에서 미세한 반응이 포착될 때마다 K씨에게 수시로 경고 메시지를 전송한다. 하지만 K씨는 왠지 자신의 몸 상태가 스마트폰을 통해 외부로 전송되는 것이 찜찜하기만 하다. 몇 해 전 수만 명의 건강 데이터가 이동통신회사와 생명보험회사로 유출된 사건이 발생해 세상이 떠들썩했기 때문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미래 유헬스 시스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IT를 활용한 의료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의 생체정보가 유출되는 부작용과 그 위험성은 미래 고령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다. 스마트폰을 몸속에 넣고 다니는 치매환자들 방을 나온 K씨는 길게 심호흡을 하며 숲길을 산책한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산책로엔 비슷한 또래의 은퇴자들이 많이 나와 있다. 개중에는 전동 실버카에 의지하며 걷고 있는 고령환자, 손목에 노란 띠를 감은 치매환자도 눈에 띈다. “뚜뚜뚜뚜, 낙상사고 위험구역에 들어오셨습니다. 정신을 집중하시고 안전한 길로 돌아가십시오.” 몸속에 내장된 바이오폰의 센서가 환자의 산책로 이탈과 몸의 가속도 변화를 감지해 낙상사고의 위험성을 알려준다. 치매환자의 몸속 센서에서 흘러나오는 경고 멘트는 환자 본인에게 주의를 주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치매환자의 동태를 유심히 지켜봐달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때 치매환자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본 K씨가 뭔가 이상한 조짐을 느낀다. “흥분수치가 감지되었습니다. 안전한 곳을 찾아 의료진을 기다리십시오.” 바이오폰의 센서가 이번에는 신경계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 이상 징후를 알려준다. 남을 때리거나 욕을 할 때 생기는 신경계의 흥분수치는 치매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징후다. 바이오폰의 센서는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스스로 주치의와 가족, 요양원 그리고 환자가 속한 지역사회에 알려주는 것이다. 몸 안의 센서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그 자체가 스마트폰이라는 점이다. 몸속에 내장된 바이오폰의 등장은 IT와 의료기술이 성공적으로 융합한 첫 케이스이자 과학기술의 새 지평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몸속에 인공물질을 삽입하는 것은 꽤나 껄끄러운 일이다. 더욱이 인공장기가 아닌 송·수신 장치를 몸속에 넣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환자의 상태를 24시간 전송해야 하니 사생활 침해는 물론,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의 자유로움은 그만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인구의 20%가 수호천사를 원한다 그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바이오폰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벼운 낙상이나 골절만으로도 생명에 치명적인 해를 입을 수 있거나, 환자 스스로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노령 환자가 바로 그들이다. 2013년 미국 인구의 14.7%에 해당하는 노령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0% 이상이 다소 사생활을 침해받더라도 자신의 건강을 돌봐주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치매 등 노인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겐 바이오폰을 몸속에 내장해서라도 의사를 대신해 내 몸을 지켜줄 든든한 ‘파수꾼’이 필요한 것이다. 바이오폰의 등장으로 구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노인병이 있다. 바로 폐렴이다. 영국의 의사들 사이에선 ‘병상에 누운 노인들이 저승사자를 봤다면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폐렴은 노인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 5위를 차지하는 매우 무서운 병이다. 폐렴에 걸리면 혈액 내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이때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는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재빨리 조치를 취하면 생존 가능성은 높아진다. 바이오폰은 환자로부터 이상 징후를 포착하면 가장 먼저 환자에게 산소마스크 착용을 당부한다. 동시에 가까운 119 구급대에 폐렴 의심환자 발생 소식을 알리고 긴급출동을 요청한다. 환자가 할 일은 의사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70세를 앞둔 K씨는 몸속에 바이오폰을 넣고 다니기엔 아직 젊다고 생각한다. 물론 간이 걱정되긴 하지만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고 할아버지 소리를 들으며 환자 취급을 받는 것이 영 불편하기만 하다. 하지만 죽어가는 뇌세포를 살릴 수 있는 단서는 2025년에도 찾아내지 못했으니 남들과 마찬가지로 K씨 역시 언젠가 바이오폰의 도움을 받으며 여생을 살게 될 것이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은 12.9%로 10년 후엔 20% 이상으로 늘어나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다. 언젠가 뇌세포 재생 기술이 개발돼 치매를 치료할 수 있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시니어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것은 작은 스마트폰이다. 시니어들의 수호천사이자 건강 파수꾼인 스마트폰의 미래는 이미 당신의 손 안에서 시작되고 있다.
- 2015-10-06 0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