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많은 것을 바꿨다. 일명 ‘알파고 쇼크’로 불리는 이 사건은 전 세계 미디어들이 2016년 10대 뉴스로 꼽을 만큼 인류에게 충격을 줬다. 의료계에서도 이런 충격적 현상이 진행 중이다. 암 치료를 돕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의 국내 병원 도입이 그것이다. 이세돌을 넘은 알파고처럼 왓슨은 과연 名醫를 넘은 神醫가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 왓슨(Watson)은 과학자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왓슨은 인간을 최초로 꺾은 인공지능 체스 프로그램 ‘딥블루’를 개발한 IBM이 선보인 또 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램. 이미 2011년 미국 TV 프로그램 제퍼디 퀴즈쇼에 참가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며 우승한 바 있다.
이후 왓슨은 의료용으로 특화돼 학습을 계속해왔는데, 의료용 인공지능을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로 부르는 것도 이러한 특징 때문이다. 왓슨은 2012년 처음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며 암 환자의 진료를 터득했으며 현재도 교육을 받고 있다. 선진 의료기관의 자체 제작 문헌과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교과서, 12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학습한 왓슨의 암 진단 정확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져 연말이면 전체 암의 약 85%를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왓슨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각종 암에 대한 왓슨의 진단이 전문의와 90% 이상 일치되는 결과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미국암학회는 왓슨이 평균적인 전문의에 비해 초기 오진 가능성이 적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길병원에서 국내 암 환자 첫 진료
지난해 12월 5일은 국내 의료계에 기념비적인 사건이 기록된 날이다. 가천대 길병원 진료팀은 대장암 진단을 받은 61세(당시) 남성 조태현씨에게 왓슨을 이용한 진료를 진행했다. 조태현씨는 이날 국내에서 인공지능으로부터 진료받은 첫 번째 한국인이 됐다. 왓슨은 의료진을 통해 입력된 조태현씨에 대한 다양한 사항들을 분석해, 불과 몇 초 만에 치료 방법을 제안했다.
길병원의 왓슨 도입에 대한 사회적 반향은 예상외로 컸다. 길병원에서 왓슨에게 진료받고 싶다는 문의가 기대 이상으로 많았고, 소위 빅5로 불리는 서울의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암 환자가 왓슨을 찾아 길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길병원 의료진은 “왓슨의 기대효과 중 하나는 인천 지역의 암 환자가 불필요하게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타 지역 환자까지 불러들이는 일종의 ‘간판’ 역할까지 하고 있다.
왓슨에 대한 의료계와 환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 지역 암센터인 부산대학교병원도 두 번째로 왓슨을 도입했다. 한국IBM은 부산대학교병원이 ‘왓슨 포 온콜로지’와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를 도입한다고 1월 25일 밝혔다. 이어 충남 지역 암센터인 충남대학교병원도 왓슨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인공지능 의사의 암 치료 방법
그렇다면 왓슨은 암 치료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암 치료는 일반적으로 암인지를 확인하는 진단 과정과 암 확진 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과정, 그리고 이 계획에 따라 수술과 항암치료 등을 진행하는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왓슨은 여기서 중간 과정인 치료 계획 수립에만 참여한다. 길병원은 암이라고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왓슨을 활용한 다학제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길병원에서는 진단을 위해 왓슨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암 환자가 아니면 왓슨을 만날 수 없다. 쉽게 말하면 암 환자의 치료를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암 치료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왓슨의 역할이다. 물론 그에 따른 치료는 의사의 몫이다.
인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당연히 아무도 몰랐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비기를 발휘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전문의들이 모두 알고 있는 범위 내의 치료법에서 최적의 것을 골라낼 뿐이다. 치료 가능한 암종도 대장암, 직장암, 유방암, 폐암, 위암, 자궁경부암으로 아직은 제한적이다. 이후 난소암과 전립선암까지의 확대를 계획 중에 있다.
암 치료 계획을 세우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환자의 신체적 특징이나 암종 등을 고려하면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암 치료 가이드와 미국 MSKCC 전문지식 데이터 등 천문학적으로 방대한 문헌들을 참고해 환자의 치료법을 선택한다.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전문의들은 이미 치료가 많이 진행된 환자보다는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하는, 즉 최근 암 진단을 받은 환자 혹은 암이 재발된 환자에게 왓슨의 능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의료진 능률을 높여주는 구심점 돼
길병원 의료진들은 왓슨 도입 후 2개월간 1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얻은 긍정적 효과 중 하나로 효율적인 의료진 간의 협업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방지하는 효과를 꼽는다.
길병원에서는 여러 과의 의사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 과정에서 왓슨을 활용한다. 왓슨 암센터에는 8개 전문과 30여 명의 전문의가 있는데, 왓슨 치료시간에는 이들 전문의가 한데 모여 환자의 치료 계획에 대한 왓슨의 의견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어떤 과정으로 치료를 진행할지 결정한다.
이런 방식은 타 병원의 치료 과정과 다르다. 일반 병원은 담당의가 환자의 치료 방법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필요할 때 타 분야의 전문의에게 조언을 얻는 방식으로 환자를 치료를 한다. 다학제 진료 방식을 도입해 시도하는 병원도 있지만, 의사들 사이에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 ‘최선’의 치료 방법이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의사 간 서열이나 이해관계에 의해 치료 방법이 결정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왓슨 치료에 참여하고 있는 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영생 교수는 “왓슨은 원활한 다학제 진료를 위한 훌륭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어요. 왓슨이 우선순위에 따라 치료 방법을 제시하면 의료진은 별다른 갈등 없이 그 방법을 검토하면 되죠. 왓슨 진료시간은 환자당 10분 남짓에 불과하지만, 왓슨의 의견에 대응하기 위해 의사들은 환자에 대한 사전 검토를 더 충분히 해야 합니다. 일종의 자극제 역할도 해주는 것이죠”라고 설명한다. 왓슨이 수많은 논문을 바탕으로 부작용에 대한 모든 경우의 수를 순식간에 계산해 검토하기 때문에 자칫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실수를 막아주는 것도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왓슨 진료비는 아직 ‘무료’
왓슨에게 치료를 받고 싶다면 왓슨이 근무 중인 병원으로 찾아가면 된다. 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라도 가능하다. ‘명의’를 만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기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길병원은 왓슨에게 치료받고 싶은 환자가 늘면 왓슨의 진료시간도 늘릴 계획이다. 왓슨을 통해 치료 계획을 점검하고 원래 치료받던 병원으로 돌아가도 된다. 병원의 수익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중증 환자가 병원을 자주 옮겨 다니는 것은 의사들이 권하지 않지만, 환자가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궁금해할 왓슨의 진료 비용은 얼마나 될까? 유명 의사들처럼 특진비라도 받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 진료라서 아직 진료비를 청구할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길병원은 기존의 암 치료 비용 외에 왓슨의 특별 진료비를 받고 있지는 않다.
이후 진료비 청구의 근거가 마련되어 비용이 발생해도 왓슨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유효하다. 가장 먼저 왓슨을 도입했던 미국의 경우 그 효과를 ‘의료 민주화’라고 표현한다. 일부 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고가 의료 서비스를 일반인들도 받게 됐다는 의미다.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 이언 단장은 “왓슨 암센터를 이용하면 진단을 위한 검사 남용 예방, 진단의 오류 최소화, 최적의 처방, 진료비용 부담 감소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왓슨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암 진료 문턱을 과감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전망 밝지만 보완도 필요
앞으로 왓슨의 진료가 암 치료의 표준이 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왓슨도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길병원 김영생 교수는 “아직 도입 초기이고 외국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인 만큼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왓슨이 한국인 환자의 특징이나 생활환경, 소득수준, 국내 건강보험제도까지 고려해주진 않으니까요. 고쳐나가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개발사인 IBM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고, 병원 내에서도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왓슨 진료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를 역임한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 최윤섭 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왓슨이 의료계 전체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으며, 이는 더 증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왓슨의 도입을 통한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이 중에 아직까지 증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왓슨을 포함한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 분야로까지 확대 적용된다면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영향을 너무 과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현재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변화는 불가피해보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화순(전라남도)에서 사는 어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다. 아흔 넘은 노모의 충격적인 행위는 다큐멘터리 영화 의 모티브가 됐다. 이승을 떠나고 싶은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는 딸, 아직은 할머니와 헤어질 때가 아니라는 손녀를 중심으로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세대 간의 입장 차이를 조명한 . 관객과의 대화 현장을 찾아 영화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장소 한국영상자료원 일시 2016년 9월 27일
감독 이소현
진행 맹수진(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맹수진(이하 진행) 감동적인 영화였습니다. 슬픔보다는 감동이 전해지는 영화인데 현재 할머니의 건강상태는 어떠신가요?
이소현(이하 감독) 올해 아흔여섯 살이십니다. 건강은 영화에서보다 더 안 좋으시고요. 죽는다는 말은 여전히 계속하고 계셔요.
진행 따님이 영화 찍는다고 할 때 뭐라 하셨나요?
장춘옥(이하 어머니) 맨날 와서 찍는데 도대체 뭘 찍느냐고 물어봤어요. 어느 날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봤는데 내가 악역 중에 악역이더라고요(웃음). 뭘 이런 것을 찍느냐고 했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좀 빼달라고 딸아이한테 부탁했는데 잘 안 됐어요.
진행 이 영화의 검열관이셨군요?
어머니 죽고 싶은 엄마 마음을 이해하니까요. 물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를 원하는 건 불효막심이죠. 그런데 지금도 어머니가 어서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진행 감독님은 어머니와 다른 의견이신 거죠?
감독 제가 이 영화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도 그 지점이에요. 할머니는 자신이 빨리 돌아가시기를 원하고, 엄마도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계셔요. 저는 할머니가 오래오래 살아계셨으면 하고요. 현상학적으로는 다르게 표현됐지만 너무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나오는 각자의 마음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 또한 어머니를 설득했다고 생각해요.
진행 그래도 어머니는 못마땅한 부분이 있으실 거 같은데요. 나름 편집자 역할을 하신 거 같은데 어떤 부분을 뺐고 또 어떤 부분을 영화에서 살렸나요?
어머니 우선 어머니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내용을 뺐으면 했는데 빼지 않았더라고요.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제가 말하는 내용이요. 그런데 영화를 다 보니 빼면 안 될 거 같더라고요.
관객 질문
할머니께서 자살을 결심한 이유는 뭔가요?
감독 영화 초반 제가 할머니께 물어봤을 때 “성가신께”라고 대답했어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어요. 같이 생활하면서 느낀 건데 할머니는 삶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할머니에게는 살아 있는 친구가 얼마 남지 않으셨고, 할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본인 손으로 손자·손녀 13명을 다 키우셨어요. 이젠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끼신 것 같아요. 오늘 아니면 내일이라는 죽음의 거리가 손녀인 저와는 아주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런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능동적인 선택을 하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머니 제 생각은 큰아들인 저희 오빠가 위암 수술을 해서 엄마 음식을 먹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어머니 낙이 큰아들 밥해주는 것이었어요. 아들이 당신이 해준 밥을 먹는 것이 보람이었고 살아가는 이유였죠. 당신 음식을 못 먹고 병원 음식이나 주로 죽을 먹었는데 아마 거기서도 재미를 전혀 못 느끼셨던 거 같아요.
할머니가 어서 빨리 돌아가셨으면 한다 했을 때 어머니의 진짜 심정이 궁금합니다.
어머니 우선 저희 집을 보면, 위암인데 술밖에 줄 수 없었던 오빠가 영화를 찍던 도중에 먼저 갔잖아요. 둘째 오빠도 지금 건강이 좋지 않고요. 어머니는 지금 요양원에 혼자 외롭게 계셔요. 저는 적어도 어머니가 자식들 더 가기 전에 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독님은 할머님이 어떻게 돌아가셨으면 하나요?
감독 저는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할머니를 만나러 가요. 마음 같아서는 제가 곁에 있을 때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서울에 있을 때 일이 생기는 건 상상하기도 싫어요.
영화를 보면서 어머니의 마음이 이해가 됐습니다. 사랑해서 그랬다고 생각해요. 혹시 할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의 이기심은 아닐까요?
감독 제가 너무 이기적이라서 그런지 아직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한테 묻고 싶은데요, 사람이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다시는 그 사람을 못 본다는 슬픔 때문인데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어머니 내가 보고 싶은 것보다도 우리 어머니가 지금 사는 것이 너무 괴로우니까요. 인과응보의 원리에 의하면 여태까지 좋은 일을 하고 사셨기 때문에 다음 생에는 아주 좋게 태어날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그렇게 믿으면서 어머니를 보고 싶겠지만 그런 것에 연연해하고 싶지는 않아요. 좋은 곳으로 가셔서 다시 좋은 삶으로 태어나길 바라요.
감독 할머니께서 자살 시도를 하시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나중에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없으니 할머니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을 더 늦기 전에 기록해두자, 어쩌면 저를 위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나중에 취업준비 한다고 나갔을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얼마나 후회될까, 그래서 계시는 동안 많이 보고 시간 할애하면서 제 이기심 채우고 있습니다.
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있다면요?
감독 문학도인 제 친구가 지어줬습니다. 물리적으로 할머니가 사는 곳이 제가 사는 서울과 많이 멀기도 하죠. 또 이 영화는 삶이라는 공간의 집에서 죽음이라는 공간인 또 다른 집, 즉 무덤으로 가는 여정의 한순간을 기록하는 영화가 될 것 같다고 해서 지어진 제목입니다.
흔히 삶이 단련되는 과정을 사람은 시련을 통해 강해진다고 표현한다. 평범하게 쓰이는 이 표현이 어떤 때에는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건강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곳저곳이 아픈데, 더 대범하고, 굳건한 태도를 가지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도 그렇게 견뎌나갈 수 있는 것은 아픈 것을 낫게하고, 희망을 갖게 하는 의사라는 존재 덕분이 아닐까. 우리가 ‘라뽀’라고 부르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소중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서 만난 기경도(奇炅度·43) 교수와 이은주(李銀珠·48)씨의 만남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지난 5월 6일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의 한 수술실. 산부인과 기경도 교수는 자궁근종 수술을 집도하고 있었다. 자궁근종은 말 그대로 자궁 근육에 생긴 종양을 말하는데, 가임기 여성의 20~30%가 겪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기경도 교수에게도 그랬다. 1년에 300회 이상 수술을 집도하는 그에게, 자궁근종 수술은 출근을 위해 매일하는 운전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복강경 자궁적출술을 위해 수술 화면을 뱃속의 이곳저곳에 비추고 있을 때였다. 기 교수는 좋지 않은 기분이 느껴졌다. 자궁근종 때문은 아니었다. 비록 환자 이은주씨의 근종 크기가 6cm 정도로 복강경 수술로 해결하기에는 큰 크기인 것은 분명했지만,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자궁 뒷 쪽의 대장 때문이었다. 아무리 봐도 대장이 부어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기 교수는 바로 수술을 멈추고 소화기외과의 동료 교수를 호출했다. 숙련된 전문의에게 직접 확인하게 하고 싶었다. 정상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별도의 검진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었지만, 환자가 겪을 불편함을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기 교수의 의견이 틀렸다면 동료 교수에게 핀잔을 들을 수 있고, 이런 일들이 쌓이면 평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종의 모험이었지만 참을 수 없었다.
수술실에서 발견된 대장암
헐레벌떡 뛰어 온 전문의의 눈에 대장 내부에 자리잡은 대장암이 발견됐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그때 상황을 기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정확한 진단은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수술에 경험이 많은 의사는 수술현장에서 이상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원래 수술을 하려 했던 장기 이외의 곳에서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이상을 눈으로 발견하는 거죠. 이 경우 본 수술 이외에 추가적인 조직검사 또는 수술을 시행하게 됩니다. 심각한 질환의 경우 시간이 지체되면 안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타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어요. 덕분에 수술실에서 대장암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은주씨가 받을 충격을 생각해서 일단은 의심된다 했죠.”
이은주씨는 갑작스런 암 판정에 놀라고 당황했지만 이렇게 수술실에서 암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일종의 호사(豪奢)였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했다.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들이 제 얘기를 듣더니, 기 교수님이 제 생명을 살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어요. 처음엔 수술하다 다른 병을 발견하는 것이 의사라면 모두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평소에 보살펴 주시는 것도 고마운데 말이죠.”
이런 이은주씨의 얘기에 기 교수는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부끄럽지만 스스로 수술이 적성에 맞는 천생 외과의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술 중 이런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게 전공이 아닌 타 분야에 대해서 간접경험이라도 많이 쌓으려고 합니다. 저야 매일 수많은 환자를 만나면서 수술을 일상처럼 하고 있지만, 환자 입장에선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큰일이니까 함부로 대할 수 없죠. 산부인과 전문의인 제 입장에선 취재 섭외요청이 왔을 때 치료 후 출산한 ‘아름다운 환자’를 소개할 수도 있었지만, 은주씨를 떠올린 것도 그 때문이에요. 환자들의 투병 뒤에는 이렇게 노력하는 많은 의료진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기 교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익숙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은주씨’라는 호칭.
기 교수는 “환자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한 명의 인격체로 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환자의 질환이나 예후를 기억하기도 좋고요. 일단 제가 치료를 했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서요. 주말에도 회진을 도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라고 설명했다.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이은주씨가 한마디 거든다. 회진시간에 환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의사가 기 교수라는 것. 환자들이 이런 저런 ‘우문’을 솔직하게 던져도, 매번 ‘현답’을 지치지 않고 내어준다고. 지겨워하는 일도 없고, 환자끼리 하는 잡담에도 슬쩍 끼어들어 해답을 알려주기 일쑤라고 했다.
이씨는 “대장암 수술을 위해서는 비슷한 환자들이 있는 다른 층으로 병실을 옮겨야 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 사정했어요. 기 교수님이 계신 산부인과 병동에 남고 싶었거든요.”
평범한 삶 속에 들어온, 암
이은주씨가 자신에게 자궁근종이 있다는 것을 안 지는 10년 전 일. 종교재단의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한 이씨에게 병원을 다니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산부인과에서 진단 받는 일 역시 부끄럽지 않았다. 점검을 위해 계속 정기 검진을 받아왔다. 그러다 지난해 11월부터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11월에 4cm 정도 크기였던 종양은 5개월만에 6cm로 자랐고, 바로 수술을 결정했다.
건강은 잘 지켜왔다 생각했던 그녀였기 때문에 암 선고는 더욱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암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억울했어요. 이 나이에. 현모양처라고 자부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암이라니. 꼬박 하루를 울었어요. 그렇게 눈물을 쏟고 나니, 걱정도 쏟아졌는지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요. 기 교수님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하고.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했어요.”
용기를 내어 병마와 맞서기로 했지만, 그녀에게도, 가족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막내딸이였다. 가장 힘들어했던 막내지만 가장 힘이 됐던 것도 막내였다고 이씨는 이야기했다. 각자의 일 때문에 늘 곁을 지키지 못 하는 가운데, 대학생인 막내가 늘 곁을 지키며 그녀를 도왔다고. 물론 다른 가족들도 힘을 내는 데 도움이 됐던 것은 두말 할 필요 없을 정도였다.
요양보호사로 일해 온 덕에 병원 생활도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요양보호사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에 걸려 보호가 필요한 고령의 환자들을 돕는 일이 주 업무인데, 그 일을 하던 사람이 병원에 왔으니 이름만 바뀐 일터였던 셈이다.
“어르신들 낙상 방지나 간호를 위해 간호조무사 수준의 교육을 받거든요. 병원에 있다가도 서투른 간호사들을 보면 참견하고 싶어 몸이 들썩들썩 했어요. 실제로 어르신들을 도울 상황이 되면 직접 나서기도 했고요.”
5월 6일 자궁근종 수술에서 대장암이 발견되고 기 교수는 이은주씨가 바로 암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전준비를 해놓았지만, 정작 수술은 보름이 지난 후 이뤄졌다. 부신피질(신장 위의 호르몬 분비 조직)이 문제였다. 우여곡절 끝에 대장암 수술이 이뤄진 것은 5월 23일이었다.
산 넘어 산
그렇게 대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이은주씨의 삶은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가족들도 엄마라는 존재의 부재에 조금씩 적응이 되는 것 같았다. 다녔던 요양원에 병가 신청서를 사직서로 바꿔 놓아야 했지만, 직장이야 다시 찾으면 될 일이였다.
그러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번엔 위암이었다. 암조직이 크지 않았지만, 위치가 나빴다. 종양이 암의 머리 부분에 자리 잡고 있어 일부 절제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위 전체를 절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장암 때는 딱 하루 울고 툭툭 털어 버릴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며칠이 걸렸어요. 저도 저지만, 남편도 무척 힘들어했어요. 남편은 해병대 출신으로 전우회 활동도 열심일 정도의 씩씩한 남자에요. 그런데 위암 소식을 듣더니 하루는 술에 취해 들어와선 절 안고 펑펑 울더라고요. 제게 미안하다면서. 그렇게 서로를 위로했던 것이 평소의 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한 힘이 된 것 같아요.”
이은주씨는 아직 위 절제 수술을 하진 않은 상태다. 아직 암을 안고 있는 것이다. 대장암의 항암치료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씨의 상태에 따라 수술 일정이 결정된다. 지금 예정으로는 12월쯤 수술할 계획이다.
두 달 정도 휴가를 내서 잠깐 병원에 머무를 예정이었던 그녀의 계획은 완전히 어긋난 셈이 됐다. 지금 병원 의료진은 그녀가 완전히 치료를 마무리 하는 데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람있는 삶 지속하고 파”
시련이 그녀를 강하게 할 것이라는 쓸데없는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어도 그녀는 씩씩하다.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살려고 하고 있어요. 징징대서 뭐하겠어요. 선생님들도 긍정적인 마인드가 치료에 도움된다고 하시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고요. 아직 젊으니까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려고요.”
이은주씨의 희망사항 중 하나는 병이 나아 체력을 회복하게 되면, 예전처럼 남편과 함께 남을 돕는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장애인 특수학교 행정직 직원으로 해병대 전우회나 소방의용대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단다. 매년 정기적으로 산소통을 등에 메고 한강에 잠수해 수중정화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경찰이 요청하면 수중 수색작업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행사가 있을 때 마다 아내들도 모여 단체로 음식을 하거나 별도의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앞으로도 그런 보람있는 활동들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대학생인 아들과 딸이 잘 자라 주는 것도 희망 중 하나다.
“어릴 때 고지식하게 키워서 남편과 저를 ‘아빠, 엄마’라고 불러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에요. 남들 눈에는 딱딱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바르게 키우고 싶었어요. 그 희망을 들었는지 둘 다 올곧게 자라 줬어요. 딸은 남을 돕는 모습이 보기 좋아 보였는지 특수교육학과를 다니고 있어요. 임용고시에 합격하면 교편을 잡게 되요.”
인터뷰는 예상보다 훨씬 늦게 마무리가 됐다. 이씨는 현재 치료 중인 상태였기 때문에 중간중간 검진이 있기도 했지만, 그간 만났던 의사들, 암 환자들의 조언을 ‘은주씨’에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기자가 말이 많아졌다. 물론 나쁜 치료 결과를 예상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솔직하고 당당하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은주씨’와 이야기 나누다 보니, 단지 그녀가 더 빨리 일상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녀의 쾌유를 기원한다.
영양제에 관해서 대중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오해가 바로 영양제는 몸에 좋은 것이기 때문에 약과 달리 잘 챙겨 먹을수록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 평소에는 영양제에 대해서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들도 병을 앓거나 앓고 나면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영양제가 언제든지 많이 먹어도 좋은 것일까? 질환의 종류에 관계없이 몸에 좋은 영양제라면 다 챙겨 먹는 것이 어떻든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영양제도 각기 역할이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먹어야 한다. 앓고 있는 질환에 따라 도움이 되는 영양제도 있고, 거꾸로 질환을 악화시키는 영양제도 있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많이 알려진 질환들을 대상으로 도움이 되는 영양제와 오히려 해가 되는 영양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암
일반적으로 암환자들에게는 정통적인 치료법 못지않게 각종 영양제와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의 유혹이 많다. 암세포는 분열 속도가 폭발적이기 때문에 환자의 영양상태가 좋든 나쁘든 간에 똑같은 영양소를 뺏어가므로 암에 걸렸을 때는 체력의 유지와 원활한 치료를 위해서 고영양 식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영양제가 다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엽산 엽산을 복용하면 암으로 발전하기 쉬운 선종성 용종의 발생을 줄여 대장암, 직장암이 적게 발생한다고 밝혀져 있다. 먹는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엽산을 고함량 복용하면 자궁경부이형증이 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음주로 인한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을 낮춘다고 알려졌다. 음식 중의 엽산은 단백질이나 당과 결합되어 있어서 몸에 흡수되기 어렵기 때문에 영양제로 보충할 것을 권장한다.
칼슘 대장암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직장암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면 대장의 용종이나 선종성 용종을 감소시키거나 재발을 억제하고 또한 이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을 50%까지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비타민D 폐경 이후 여성들이 칼슘과 비타민D를 같이 복용했을 때 암 발생률이 60% 감소했다. 칼슘만 복용했을 때보다 효과가 더 우수했으므로 비타민D가 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카로틴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유방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베타, 알파 카로틴은 폐경 이후 여성의 난소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흡연자가 베타카로틴을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폐암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E 비타민E는 활성산소가 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억제하고 소화기관 내에서 니트로사민 같은 발암물질이 생기지 않게 한다. 또한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E를 보충하면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으며 대장암이나 폐암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또 비타민E 200IU를 10년 이상 복용하면 방광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레늄 항산화 미네랄인 셀레늄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직장암, 식도암, 위암에 대해서는 아직 증거가 부족하고, 폐암, 전립선암, 피부암 등에 대한 효과는 부정적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항산화 효과는 높지만, 아직 임상적으로 각종 암에 대해서 얼마나 유효하게 억제효과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편이다.
당뇨병
당뇨병의 치료에 관해서도 알려진 민간요법이 수백 가지가 넘는다. 각종 약초에서부터 닭의 쓸개까지, 정말 많은 식품들이 추천된다. 하지만, 당뇨병 자체가 과도한 영양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식이섬유 여러 연구에서 차전자피, 구아검, 펙틴과 같은 식이섬유가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져 있다. 특히 식사 후에 당분이 흡수되는 것을 늦추어 혈당이 상승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혈액 중의 총 콜레스테롤과 LDL(저밀도 지방 단백질)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당뇨 환자에게 발생하기 쉬운 고지혈증도 개선한다. 차전자피의 경우 식후 혈당이 14~20%, 총 콜레스테롤은 9%, LDL은 13%나 감소시켜 준다. 식후 혈액 중의 인슐린 농도도 낮춰 줘 대사증후군이나 성인병의 주된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도 감소시켜 준다. 이외에도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고 변비나 과민성대장증상등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어 여러 용도로 추천된다.
크롬 인슐린의 감도를 높여 혈당을 낮추며 고지혈증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일반적인 당뇨병뿐 아니라 당뇨병 전 단계인 고혈당증, 임신당뇨,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인한 당뇨에도 효과가 있다. 당뇨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체중 증가나 체지방 축적을 감소시키는 작용도 한다. 대체의학에서도 크롬이 부족하면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을 많이 얘기하고 있다. 하루 200ug부터 1000ug까지 권장하는데, 600ug을 넘으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마그네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대체로 혈액 중의 마그네슘 농도가 낮다. 따라서 마그네슘의 결핍과 당뇨병이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그네슘을 섭취하면 공복 시의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100mg을 더 섭취하면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15%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다. 단 이 결과는 음식으로 섭취한 마그네슘에 대한 결과여서, 영양제로 섭취한 마그네슘도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마그네슘은 근육 경련(눈 떨림), 변비, 속쓰림, 신장결석, 골다공증, 두통 등 다방면에 쓰이는 성분이다.
밀크시슬 서양 엉겅퀴 풀이라고도 하는 밀크시슬의 추출물은 원래 간장 영양제나 치료약으로 많이 쓰이는 성분이다. 공복시 혈당, 당화혈색소, 총 콜레스테롤, LDL, 중성지방 등을 모두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밀크시술 추출물은 생약 추출물이기 때문에 원료의 처리 과정부터 완제품 제조까지 완벽해야만 안전성과 효과를 보장할 수 있어, 불확실한 건강기능식품보다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글루코사민, 홍삼제품 관절 기능을 좋게 하는 글루코사민은 핵심 원료 자체가 당 성분이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 글루코사민을 과량 복용할 경우 글루코사민 성분이 당을 상승시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홍삼제품도 주의하여야 한다. 홍삼 자체는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지만 홍삼제품은 단맛이 나도록 과당과 각종 첨가물을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루 몇 팩씩 복용하다 보면 혈당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시틴, 기타 식물 추출물의 발효제품들 레시틴은 당뇨나 신장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려움이나 두드러기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식물 추출물 발효제품은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꼭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을 발암물질(carcinogen)로 지정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소시지와 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당장 암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많이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발암물질에 대해 알아봅니다. 발암물질이란 말 그대로 암을 일으키는 물질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산하기관인 국제암연구소(IARC)를 통해 발암물질을 지정합니다. 크게 3가지 그룹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1군(Group 1) 발암물질입니다.
사람에게 확실히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있는 물질입니다. 여기엔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발암물질이 포함됩니다. 현재 118가지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담배와 방사선, 라돈과 석면가루, 벤젠 등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위장 속에 사는 세균인 헬리코박터와 간염바이러스, 햇볕과 공기 오염, 소금에 절인 생선 등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술과 경구피임약, 폐경기 때 처방되는 에스트로겐 호르몬도 1군 발암물질입니다. 이번에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이 추가됐습니다. 1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술입니다. 사람들이 술은 암과 크게 관련이 없다고 믿지만 사실 가장 과소평가된 발암물질입니다. 대부분 암에 술은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담배와 함께 우리 생활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광범위하면서 강력하게 암을 일으키는 게 술이란 점을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두 번째, 2군 A(Group 2A) 발암물질입니다.
흔히 발암 추정물질(probable carcinogen)로 불립니다. 동물에선 증거가 충분하나 사람에겐 부족한 경우입니다. 75가지가 있는데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교대근무와 고온에서 기름으로 튀기는 요리입니다. 이번에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붉은색 살코기가 추가됐습니다. 발암물질에 교대근무와 같은 생활양식이 포함된 것이 재미있습니다. 실제 교대근무는 호르몬 균형의 파괴로 유방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강을 위해 교대근무는 가능한 한 줄이고 꼭 해야 한다면 시계 방향으로 그러니까 ‘오전 → 오후 → 야간’으로 근무하는 게 좋습니다. ‘오전 → 야간 → 오후’의 시계방향 반대로 교대 근무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 2군 B(Group 2B) 발암물질입니다.
흔히 발암 가능 물질(possible carcinogen)로 불립니다. 인간에게 제한적 증거(limited evidence)가 있고 동물에서도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less than sufficient) 경우를 말합니다. 모두 288가지가 있는데 여기엔 놀랍게도 커피와 김치(pickled vegetables in Asia), 코코넛 오일, 스마트폰의 전자파와 자기장이 포함됩니다. 커피가 방광암을 일으키고,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자파가 뇌종양과 백혈병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각종 발암물질을 말씀드렸는데 여러분의 느낌은 어떠하신가요?
복잡한 화학물질뿐 아니라 뜻밖에 발암물질이 아닌 듯한데 발암물질인 것들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발암물질과 관련해 세 가지 오해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발암물질=암 발생’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아닙니다. 발암물질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물질에 노출된 사람과 노출되지 않은 사람이 나이와 직업, 성별 등 다른 요인이 동일하다 가정할 때 암에 더 많이 걸리거나 혹은 더 일찍 발생하면 그것이 바로 발암물질이란 것입니다. 그러니까 발암물질은 확률의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절대 100%가 아닙니다.
즉 A란 물질에 노출됐을 때 암 발생확률이 1%만 올라가도 혹은 1년만 일찍 발생해도 발암물질로 지정된다는 뜻입니다. 담배를 피운다고 모두 암에 걸리진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헬리코박터란 세균을 살펴볼까요? 헬리코박터는 1급 발암물질입니다. 세균이 위장에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에 걸릴 확률이 4배 정도 높습니다. 여기서 4배란 확률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국가암정보센터가 공개한 우리나라 위암 발생률(10만 명당 41.4명) 자료를 토대로 풀어보면 헬리코박터 비감염자는 해마다 대략 인구 1만 명당 1명꼴로 위암이 생기지만 감염자는 1만 명당 4명이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각 1명과 4명이니 발생률은 4배의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4배란 400% 차이입니다. 작은 게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적 비율입니다. 절대적 숫자로 살펴볼까요? 헬리코박터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1만 명 가운데 4명의 위암 환자가 발생했을 뿐입니다. 거꾸로 9996명은 괜찮았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위암은 발생했다 하더라도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합니다. 우리가 발암물질이란 무시무시한 용어로 무장한 헬리코박터에 대해 너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발암물질은 어디까지나 확률의 문제일 뿐 노출이 곧 암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두 번째 오해는 양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것은 발암물질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해물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물에 청산가리를 섞어 마신다면 죽을까요? 반대로 맹물만 마신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청산가리를 섞으면 죽고 맹물을 마시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대답한다면 틀릴 수 있습니다. 양에 관한 문제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청산가리를 섞지만 1pg, 그러니까 10조 분의 1g만 섞는다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청산가리가 치명적인 독극물이지만 분자 수준의 극미량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대부분의 유해물질에 기준치를 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섭취량과 이해득실에 따라 판단해야
요즘 같은 공해환경시대에 유해물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식품을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오해하진 마십시오. 환경오염을 내버려두자는 뜻이 아닙니다.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되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유해물질에까지 강박적으로 건강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는 뜻입니다. 거꾸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맹물만 마셔도 죽을 수 있습니다. 양의 문제입니다. 아무런 미네랄이 섞이지 않은 맹물만 수십 리터를 마신다면 치명적인 저나트륨혈증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발암물질도 마찬가지입니다.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매일 50g 이상 섭취 시 직장암 발생률이 18% 증가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평균 가공육 섭취량은 2013년 국민 영양조사결과 6.0g에 불과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붉은색 살코기를 매일 100g 섭취 시 암 발생률이 17%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평균 62g의 고기만을 먹고 있습니다. 가공육이든 붉은색 살코기든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가공육이나 붉은색 살코기가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적게 먹는 경우 암 발생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발암물질에 대한 세 번째 오해는 발암물질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해득실을 따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1군 발암물질 가운데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이란 약이 있습니다.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면역 억제제입니다. 이 약을 오래 쓰면 암 발생률을 높이므로 발암물질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 약을 쓰지 않으면 수술 후 단 며칠 만에 이식 거부반응으로 숨질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CT와 PET 등 방사선 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1군 발암물질인 방사선을 이용합니다. 검진 목적으로 이들 검사를 자주 받아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내가 증세가 나타날 때 어떤 질병인지 알기 위해서 혹은 수술 후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이들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그게 나의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햄과 소시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하면 적게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만일 내가 정말 햄이나 소시지를 좋아한다면 조금 드시는 것도 무방합니다.
현실적으로 그것 때문에 암에 걸릴 확률은 매우 낮을뿐더러 본질적으로 우리 인생이 단순히 암에 안 걸리고 오래 살기 위한 경기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갑과 을은 1976년 3월 9일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다. 둘 사이에는 성년인 자녀 3명이 있다. 그런데 갑은 2000년 1월경 집을 나가 그의 딸을 출산한 병과 동거를 시작했다. 을은 갑이 집을 나간 후 혼자서 세 자녀를 양육했다. 직업이 없는 을은 갑으로부터 생활비로 지급받은 월 100만원 정도로 생계를 꾸려갔지만, 갑은 2012년 1월경부터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생활비를 주기는커녕 갑은 을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63세가 넘은 을은 위암 수술을 받고 갑상선 약을 복용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다. 을은 갑과의 혼인관계에 애착을 가지고 혼인을 계속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갑이 제기한 이혼소송은 인용될까.
2015년 말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혼외자를 언급하면서 배우자와 이혼하겠다고 말하고, 그 배우자는 자신의 잘못이라면서 이혼을 하지 않고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세간의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텔레비전, 신문 등에서는 최 회장의 이혼을 다루면서 ‘유책주의’라는 말을 여러 번 썼다.
이혼제도에 관한 각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배우자 중 어느 일방이 동거·부양·협조·정조 등 혼인에 따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와 같이 이혼사유가 명백한 경우 두 가지로 처리된다. 하나는 그 상대방에게만 재판상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유책주의다. 다른 하나는 부부 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아니하고 혼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실, 즉 혼인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인 파탄을 이유로 하여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로 대별할 수 있다.
우리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예외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고 있다. ①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②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③세월이 감에 따라 혼인 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해져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게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이다. 즉 이런 세 가지는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다.
최태원 회장 사례에서는 이혼소송을 한다면 최 회장이 혼외자를 둔 유책배우자인 것은 분명해 보이나 대법원이 유책주의의 예외로 인정한 경우에 해당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의 사례에서 대법원은 유책주의 원칙을 확인, 갑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갑은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이고,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해도 을이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거나 갑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례에 비추어 최 회장의 경우는 어떻게 될지 결론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체력 하나만은 자신 있던 그였다. 한국통신에서 평생을 일하는 동안에도 건강은 자신 있었다. 뜨거웠던 5월 광주의 한가운데에서 시위대로부터 직장을 지키기 위해 기지를 발휘했을 때도 그 바탕에는 체력이 있었다. 즐겨 마시던 소주는 3병쯤 들이켜야 취기가 돌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갑자기 드리운 암이란 그림자에 그는 잠시 절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규태(金奎太·69)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의 심현정(沈炫廷·39) 교수를 만나 조금씩 이겨나가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는 지금 “삼암(三癌)을 삼신(三信)이 이겼다”고 이야기한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처음에는 암이란 게 믿기지 않았죠. 증상이 있었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의 검진 결과라 더 믿기 힘들었죠.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나 싶기도 했고, 두려움과 공포라는 걸 느꼈습니다.”
정장에 검은 코트를 말끔히 차려입고, 새의 깃털이 달린 페도라로 멋을 낸 김규태씨는 전형적인 점잖은 중년의 신사였다. 하지만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전남지역암센터에서 만난 그가 조용히 건네는 투병 이야기는 멋들어진 그의 모습과는 달리 치열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증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부터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더라고요. 동네 병원에선 귀에 물이 찼다며 간단한 처치를 해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물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을 그렇게 반복하다,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아들 얘기에 동네 병원의 추천으로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귀에 이상이 있어 간 병원이었는데, 의사들은 코에 집중했다. 조직검사라는 것도 했다. 그러고 나서 일주일 후 그는 암 판정을 받았다. 2007년 11월의 일이었다.
“비인두암(鼻咽頭癌)이라고 했죠. 평생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죠. 귀가 이상해서 간 병원인데 코에 암이 있다고 하니 쉽사리 수긍할 수도 없었습니다. 자다 한쪽 코가 막히는 일이 많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그것이 암 증상의 하나라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치료를 맡은 심현정 교수는 그를 긍정적 환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비인두암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임파선에도 전이가 된 상태였고요. 부위가 부위이니만큼 수술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항암화학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해야 했는데 잘 버텨주셨습니다. 보통은 항암 동시 방사선치료 과정이 고통스러워 포기하고 병원에 안 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김 선생님은 치료도 빠지지 않고, 힘들다는 하소연도 병원에 와서 하셨습니다. 그런 성실함이 암과 싸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비인두암의 경우 그 증상이 없거나 있어도 코가 막히거나 분비물이 나오는 정도여서 감기로 오해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심 교수는 경고했다. 상당히 암이 진행된 후에야 심한 두통이나 사물이 겹쳐 보이는 등의 시력이상 증상이 나타난단다. 이 때문에 감기증상이 낫지 않고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김씨의 항암치료는 쉽지 않았다. 항암치료를 위해 좋지 않은 치아는 미리 빼야 했다. 무려 11개나 뽑았다. 치료 과정에서 머리는 빠졌고, 방사선이 지나간 자리는 까맣게 타들어갔다. 침샘에 이상이 생겨 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식도에도 영향을 줘 물 한 모금 삼키기 어려웠다. 입맛이 변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사치였다. 물맛도 변할 정도여서 즐거운 식사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 어려웠던 싸움은 2008년 5월 다행히 그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아직 진짜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렇게 치료를 끝내고 3년을 살얼음 걷듯 살았습니다. 5년이 지나면 완치라고 이야기하니까 2년만 더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암을 겪고 나니 귀가 얇아졌습니다. 혹시 재발될까 두려워 암에 좋다는 음식이란 음식은 모두 찾아 먹고, 채식 위주로 생활했습니다. 야채도 직접 텃밭에서 유기농으로 가꿔 먹었습니다. 농약을 쓰지 않아 벌레가 먹고 남은 것들이었지만, 몸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물론 음식에 소금은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그 스트레스는 음식 투정에 불과하다 생각했습니다.”
매달 하는 추적검사에선 별다른 소견이 없어 안심하던 시기에 변고는 느닷없이 찾아왔다. PET(양전자단층촬영)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된 것이다. 대장암이었다.
“전이된 것이 아니라 대장에서 암으로 발전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젊을 때 그렇게 마셔댄 술이 사달을 낸 것이겠지요. 마셨다 하면 소주 서너 병은 기본이었고, 1년에 366일을 마셨으니까요. 결국 수술을 했고 대장을 일부 잘라냈죠. 의사 이야기로는 30㎝ 정도라더군요. 위에서도 암이 발견됐습니다. 다행히 위암은 초기여서 복강경 수술로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대장암 수술을 마치고 깨어나 아내의 얼굴을, 그리고 아들과 딸의 모습을 보면서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눈물을 삼켜야 했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수술 직전에는 차라리 깨어나지 않기를 남몰래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술을 마친 그는 독한 맘을 먹고 그 힘든 항암치료를 다시 시작했다. 치료는 그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달라져 있었다.
“비인두암 치료 이후에 그렇게 조심스런 삶을 살았는데, 다시 생겨나는 암을 겪으면서 암을 바라보는 관점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일종의 암에 대한 해탈과 같은 것이었죠. 그렇게 좋다던 차가버섯부터 살구씨, 후코이단(미역이나 다시마의 점액성분), 개똥쑥, 상황버섯까지 모두 큰 효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병원에서 교수님들이 알려주신 대로 아주 짜고, 맵고, 달고, 기름진 것과 술, 담배, 탄 음식 정도를 빼고는 맘껏 먹었습니다. 소금도 적당히 먹고 고기도 열심히 먹었습니다. 산나물이나 야채는 아직도 열심히 먹지만 효소나 즙같이 유난스럽게 만들지 않고 간단하게 반찬으로 해 먹는 정도입니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라면과 삼겹살을 실컷 먹게 된 일은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물론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일과 운동을 놓지 않은 것이다.
“비인두암 치료와 추적검사가 어느 정도 지난 후에 체력을 되찾은 시점부터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35년 일한 한국통신에서 퇴직한 이후 발병 때까지 아파트 관리소장 일을 했는데, 항암치료를 받고 2009년 7월부터 다시 시작했죠. 아직까지 일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크지 않은 돈이지만 치료비에 보탬이 돼 정신건강에도 좋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에 도움이 돼 체력적으로 좋습니다. 일을 하지 않을 땐 조선대학교 뒷산에 올라 운동을 하기도 하고요.”
심 교수는 이런 그의 모습을 칭찬한다. 정상적인 일상생활과 가정생활을 유지하며 긍정적 마음으로 병과 싸워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암환자들은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일상생활을 중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충분히 통원치료가 가능한데 장기 입원을 하려 한다거나, 요양병원 같은 곳에 머무르려고 하는 것이죠. 이런 경향은 비용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우울감을 키워 치료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 소중한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낭비하는 것도 문제죠. 김 선생님은 가족과 생활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셨다는 면에서 모범적인 환자입니다. 선생님처럼 투병에 대한 의지를 자신 있게 이야기하시는 환자가 많지 않을 정도니까요.”
김규태 씨는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전남지역암센터가 개최한 제1회 ‘암극복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씨가 수기를 쓰게 된 것은 아내의 추천이 계기가 되었다. 2010년 KBS 본선에 진출했을 정도의 실력자였기에 글을 쓰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수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다른 환우들이 암치료 과정에서 저처럼 시행착오를 겪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특히 음식에서 말이죠. 저염식에 너무 스트레스 받거나 불필요한 건강식품에 휘둘리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골고루 맘껏 먹고, 일을 놓지 않고, 운동을 쉬지 않으면 암을 이기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삼신(三信)으로 삼암(三癌, 비인두암·대장암·위암)을 이겨가고 있다고 썼는데, 삼신은 가족과 교수(병원), 나를 믿는 것을 이야기해요.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오늘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암은 극복해낼 수 있는 병입니다.”
그의 치료에는 심 교수뿐만 아니라 이비인후과, 방사선종양학과, 대장암과 위암 치료를 위한 외과의 많은 교수진이 참여했기 때문에 신뢰는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
긴 이야기를 풀어낸 뒤 조금 지쳐 보이는 그였지만,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진심이라는 것, 암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대한 확신이었다.
그의 투병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어본다. 그의 확신을. 그리고 그의 완전한 승리를 기원해본다.
2015년 을미년(乙未年)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에도 적지 않은 대중문화 스타들이 대중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특히 신중년들의 젊은 시절을 수놓았고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중견 스타들이 활동 무대를 하늘나라로 옮겼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의 김광한입니다!”매력적인 저음으로 팝음악 프로그램의 오프닝 멘트를 한 뒤 다양한 팝 음악과 정보를 제공해 1980~1990년대 많은 청취자의 사랑을 받았던 스타 DJ 김광한이 지난 7월 9일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향년 69세. 1980~1990년대 중고생 시절을 보내고 청춘을 꽃피웠던 40~60대 신중년들은 자신들의 가슴을 적신 스타 DJ 김광한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죽는 순간까지 DJ로 살았던 김광한은 1966년 20세의 어린 나이에 라디오 DJ로 데뷔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1979년 박원웅이 진행한 MBC 라디오 에 게스트로 나서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1980년 TBC 라디오 의 DJ로 전격 발탁돼 본격적인 DJ 활동을 펼쳤다.
그는 1982년부터 1994년까지 KBS 2FM 을 12년간 진행하며 명쾌하고 풍부한 해설과 다양한 정보와 함께 팝 음악을 전달해 많은 팬을 확보했다. 2013년 5월부터 2014년 5월까지 CBS 표준FM 를 진행하며 DJ로서 활동을 이어갔다. KBS 라디오 을 이끈 김광한은 MBC 라디오 로 유명한 김기덕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1980~1990년대 팝 음악 팬들을 양분했다.
김기덕은 “김광한씨는 라디오 DJ의 신화이자 전설이다.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해 청취자들에게 심도 있는 팝 음악 해설을 해줘 청취자들의 음악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했다.
생전에 몇 차례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김광한은 “방송에서 팝 음악 프로그램이 많이 사라져 아쉽다. 대중음악의 발전은 다양한 음악을 수용해야 발전하는데 너무 획일적으로 가요 위주의 음악 프로그램이 집중적으로 편성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의 영원한 김 형사, 김상순도 우리 곁을 떠났다. 김상순은 지난 8월 25일 폐암으로 78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며 52년간의 연기자 생활을 마감했다.
김상순은 지난 1963년 KBS 공채 탤런트 3기로 본격적인 연기자 생활에 접어들었고 1971년 시작해 1989년 끝난 드라마 에 최불암, 조경환 등과 함께 형사로 출연해 시청자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또한, 농촌 드라마 (1990)를 비롯해 (1992), (1995), (2001), (2003), (2004), (2005), (2007) 등 수많은 드라마에 출연하며 개성적이고 선 굵은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다.
에서 연기를 함께했던 최불암은 “김상순씨는 동료 연기자들을 편하게 해줬다. 수더분하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연기와 생활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사실적인 연기에 뛰어났다. 시절, ‘김상순은 현장에 지나가는 강아지들까지 다 알아보고, 챙겨주는 꼼꼼한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세심한 편이었다. 밥 한번 먹자고 했는데 결국 못하고 세상을 떠나 너무 안타깝다”라고 애도했다.
김상순이 주연을 맡은 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고현정은 “제가 연기를 시작한 에서 김상순 선생님이 제 아버지 역으로 출연했는데 자상하게 연기를 알려줘 매우 고마웠다”라고 회고했다.
, 등 드라마 촬영장에서, 그리고 사석에서 몇 번 만났던 김상순은 “배 기자, 연륜 있고 연기력이 뛰어난 장·노년 연기자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줘요. 드라마와 영화가 대중의 사랑을 받기까지 장·노년 연기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어요”라고 당부하곤 했다.
에 출연했던 중견 연기자 또 한 사람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김화란이다. 2년 전부터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귀촌 생활을 하던 김화란은 지난 9월 18일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가 발생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향년 53세.
김화란은 1980년 MBC 공채 탤런트 12기로 데뷔한 뒤 에 여순경으로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전성기 때는 동시에 드라마 4개에 출연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2009년 영화 에 출연했다. 2년 전부터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귀촌 생활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지난 5월 방송된 MBC 휴먼다큐 에 출연해 행복한 귀촌 생활을 보여줬다. 남편 박상원씨가 거액의 사기를 당하고 위암까지 걸리자 김화란은 35년간의 연기자 생활을 접고 귀촌 생활을 시작했다. 김화란은 “제가 남편에게 그랬어요. 인생 공부 참 비싸게 했다고 생각하자.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 건강하게만 살자. 그러고 여기 왔는데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거운 거예요. 신랑한테 ‘우리 2년만 빨리 내려올 걸 그랬어요’라고 했어요. 정말 왜 이런 생활을 몰랐을까 생각했죠”라고 말을 할 정도로 귀촌 생활에 만족했다. 그러던 김화란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숨을 거두자 그를 아끼던 팬들은 더욱 안타까워했다.
중견 배우 진도희 역시 올해 숨을 거둔 대중 스타 중 한 사람이다. 진도희는 지난 6월 26일 췌장암으로 66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등의 작품에 출연한 에로배우 진도희(본명 김은경)와 예명이 같아 오해를 많이 산 중견 배우 진도희(본명 김태야)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한 배우다.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난 진도희는 동국대 재학시절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1971년 MBC 공채 4기로 박영지 등과 함께 TV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도희의 1년 후배 MBC 공채 5기 탤런트로는 고두심, 이계인, 박정수 등이 있다.
진도희는 TV를 떠나 1972년 영화 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 대중에게 영화배우로서 존재를 알린 뒤 이후 (1972), (1972), (1972), (1973), (1973), (1973), (1974) 등의 주연을 맡으며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이 당시 진도희와 함께 활약했던 여자 배우로는 나오미, 우연정, 최정민, 윤세희, 윤미라, 박지영, 오유경 등이 있었다. 특히 진도희는 1970년대 미남 스타인 신성일, 신영일, 신일룡 등과 연기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서구적인 외모와 육체파 여배우로 남자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결혼과 함께 연기를 그만둔 진도희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10월 29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는 은관 문화훈장을 받는 원로 코미디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부인 이영숙씨가 시상대에 올라 “감사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을 대신해 감사 인사를 전한다. 남편이 훈장 수상 소식을 저승에서도 반가워할 것이다”며 눈물을 흘렸다. 바로 지난 8월 31일 84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원로 코미디언 남성남(본명 이백천)이다. 남성남은 악극무대에서 활동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MBC 에서 남철과 콤비를 이뤄 콤비 코미디언 시대를 활짝 열었다. 두 사람이 춤 동작 하나하나를 똑같이 하며 추는 ‘왔다 갔다’춤은 어린이들에게까지 유행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부조화 속에서 기막힌 웃음을 엮어내는 이기동과 권귀옥 콤비, 속사포 만담 달인 장소팔-고춘자 콤비와 차별화해 남성남-남철 콤비는 싱크로율이 높은 행동과 퍼포먼스로 큰 웃음을 줬다. 아픈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코미디언 행사와 무대에 올라 수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수십 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과 드라마, 영화, 코미디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중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김광한, 김상순, 김화란, 진도희, 남성남이 2015년 이 세상을 떠났다. 하늘나라에서 지상에서 못다 한 연기와 활동을 원 없이 펼치기를 기원해본다. 다시 한 번 명복을 빈다.
“얼마나 힘이 세졌는지 확인해 봅시다.” 김영우 박사는 황병만씨를 보자마자 덥석 손을 잡아끈다. 당장 몸 상태를 체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겨도, 기분 상하면 안 됩니다.” 물론 팔씨름의 승패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황씨는 김 박사를 이겨보려 안간힘을 쓴다.
이들은 밝은 날씨처럼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인사 대신 팔씨름으로 안부 인사를 건네는 둘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팔씨름을 하는 의사와 환자
황병만씨의 몸에는 4개의 장기가 없고, 5개의 장기가 일부만 존재한다. 2003년 위암 4기, 위암으로 전이된 암 덩어리를 떼어내는 대수술을 통해 위, 비장, 부신, 직장을 모두 제거했다. 소장·대장·췌장·십이지장도 일부 잘라냈다. 1%의 확률이었다. 그런데 살아났다. 그는 기적의 사나이로 불리며, 각종 방송을 누비고 있다. 암 환우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무수혈 수술의 대가인 김 박사는 2002년부터 국립암센터에 근무하고 있다. 위암 최소침습(몸에 내는 상처를 최소로 줄이는 방법) 수술을 주도하는 명의 중 한 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모두가 포기하려고 했던 황병만씨를 살린 점이다.
살아온 환경도, 나이도, 성격도 모든 게 다르기만 한 이 둘의 공통점. 10여 년 전, 생사가 오가는 그때를 한시도 빼놓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 그리고 서로에게 서로가 감동이라는 생각. 이들은 완벽한 파트너로 죽마고우처럼, 아니 그보다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팔씨름을 한바탕 벌인 뒤, 둘은 손을 꼭 부여잡는다. 녹아버린 장기를 일일이 떼어놓은 손, 고마운 손, 살아줘서 행복한 손.
“나는 죽을 수 없습니다.”
“행복하려면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야죠. 화내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모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인데요. 특히 암 환우들에게 부탁합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본인이 만나는 의사를 믿으세요. 그리고 의사가 명환자라고 느낄 수 있게 강렬한 의지를 갖기를 소망합니다.”
말 잘 듣는 명환자
황씨는 죽을 각오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그의 나이 서른셋인 1985년. 첫 아기가 아내의 뱃속에 있을 때 직장암을 판정받았다.
이곳저곳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동안 4기로 진행됐고, 직장과 대장의 반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뱃속에 있던 아기가 고3이 된 2003년엔 위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생존율 1%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그때 운명처럼 김 박사를 만났다. 황씨는 김 박사의 말을 무조건 따랐다. 운동을 하라는 김 박사의 말에 수술이 끝나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당시 의료진이 제가 미친 줄 알고, 여기저기 연락을 하더라고요. 박사님 말대로 한 건데(웃음), 수술 후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데 바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였죠. 근데 전 말 잘 듣는 명환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답니다.”
암 투병 이후에도 그의 ‘명환자 되기’ 프로젝트는 이어졌다. 김 박사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체온과 혈압, 혈당, 하루 운동량을 10년 이상 매일 기록하고 제출했다. 그는 만보걷기 운동을 하고 등산을 다니며 마라톤도 즐기게 됐다. 암 수술 이후에도 건강하게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담낭절제수술도 받았지만, 문제없다는 그다.
“제 인생의 선장은 김 박사죠. 건강이 회복된 후, 성실하게 살지 않으면 그를 배신하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뛰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두려움을 깬 수술, 타협은 없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4기로 진단받았을 경우 말기 환자의 생존율은 극히 낮아진다. 위암 말기가 되면 이미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고 수술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항암치료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들 한다. 그래도 예외적 상황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주변에서 그랬죠. 황병만씨는 항암치료로 몇 달간 이어가다가 그렇게 보내야 하는 환자라고. 오히려 수술을 하면 생존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그런데 그렇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살려는 의지가 너무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내게 보인 열정을 모른 척하고 타협하는 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수술을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김영우 박사는 수술을 결정하게 된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이 모든 것들의 중심은 믿음으로 빚어낸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암 치료는 정상적 범위를 벗어난,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이럴 땐 흔히 기적이라고 표현하지만,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확고한 의지를 가진 자의 몫이다.
“암 환자에게는 무엇보다 면역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좋은 음식이나 식품을 권하기보다는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이 향상되면 자연스럽게 치료가 더 수월해집니다. 그런데 말처럼 이를 따라와 주는 사람은 많지가 않습니다. 황병만씨는 굉장히 예외적 인물이었죠. 10%를 요청하면 100%를 해오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김영우 박사는 황병만씨를 살려냈고, 수술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둘은 여느 연인 못지않게 따듯한 산책을 즐기곤 한다.
사망 위험이 높은 암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단단해질수록 극복의 여지가 커진다고 한다. 그 신뢰관계가 약하다면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 소멸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말기 암 환자는 우울증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울증 여부에 따라 치료 성과가 달라진다는 연구보고도 나온 만큼 심리적 부분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확신을 갖고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다지게 하는 의사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환자의 자신감 회복과 치료 순응도 향상을 위해 모든 의사가 노력하겠지만, 더 큰 범위 내에서 환자와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도 의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적인 수술이라 할지라도, 타협하지 않도록 하는 환자의 의지 역시 중요한 부분이죠.”
한길을 걸어가는 두 사람
둘의 목표는 비슷해졌다. 대한민국 암이라고 불리는 위암을 이겨내는 희망의 불씨를 계속 타오르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김 박사가 먼저 황씨에게 부탁을 한다.
“위암 극복을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캠페인에 동참해주세요. 그리고 환자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계속 나서서 움직여주세요.”
그러자 황씨는 김 박사의 손을 잡고 말한다. “김 박사 가는 길이 내가 가는 길이에요. 1% 확률의 지독한 위암을 당신이 치료해 준 것처럼, 나는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 암은 극복할 수 있는 거잖아요. 많은 환우들이 이것을 알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위암을 치료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연구가 절실하다는 김 박사와, 그와 동행하는 황씨는 이미 의료계에서 특별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위암 연구 활성화를 위한 R&D 예산 확보가 중요한 시점, 그 근거가 되는 둘의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소개될 전망이다. 1%의 확률을 이겨낸 환자의 집념과 이를 넘어서게 만든 의사의 노력은 묵직한 감동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빨갛게 익을수록 우리 몸도 건강하게 무르익는다
그렇다면 음식은 어떨까? 우리는 주로 과일이나 채소 등을 두고 ‘빨갛게 익었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빨갛게 익은 음식들은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영양성분을 가지고 있다. 익기 전에는 없던 성분이 새로 생겨나는 것인데,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새로 생겨나는 성분으로 인해 색이 빨갛게 변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성분이 리코펜(라이코펜)이다.
항산화 작용이 뛰어난 리코펜은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강력한 항암 효과로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체내 독성물질들을 배출시켜 각종 질환을 예방하고, 전립선 상피 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해 중년 남성의 전립선을 건강하게 만든다. 실제 유럽의 장수 지역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남부지역 남성들은 평소 리코펜 성분이 다량 함유된 토마토를 많이 섭취하는데, 이들은 다른 유럽 남성들에 비해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훨씬 낮다고 알려져 있다.
홍영재 박사가 추천하는 레드푸드 4선
1) 건강음식의 대표주자 토마토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세포의 생성을 억제하는 리코펜 성분을 비롯해 비타민 C와 E, 베타카로틴, 셀레늄 등 항암효과에 탁월한 성분을 가득 지니고 있다. 칼로리가 낮고(100g당 14kcal), ‘펙틴’이라는 섬유질이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사 대용으로도 좋다.
2) 심장을 지키는 레드와인
레드와인에 풍부한 폴리페놀의 일종인 안토시아닌은 우리 몸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역할을 한다. 항산화 물질은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세포 손상을 막아주어 암세포의 발생을 억제한다.
3) 노화를 막아주는 수박
심장질환, 암, 성인병을 우려하는 중장년에게 수박만큼 좋은 음식이 없다. 수박의 빨간 과육에는 심장질환과 암을 예방해주는 리코펜 성분이 풍부하고, 수박씨에는 불포화 지방산과 리놀렌산이 함유돼 있어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
4) 우리 몸을 맵게 지켜주는 고추
고추의 매운맛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혈류량을 증가시켜 몸을 개운하게 해준다. 적당한 캡사이신 섭취는 위의 헬리코박터균 증식을 억제해 위암 예방에도 효과를 보인다.
#허니 토마토
재료: 토마토 1개, 생청국장, 샐러리, 양파, 데친 팽이버섯, 익힌 새우, 허니 머스터드, 소금 약간,
기호에 따라 꿀 약간
만드는 방법: 토마토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고 꼭지 부분을 잘라 속을 파낸다. 파낸 토마토 속과 생청국장, 샐러리, 양파, 버섯, 새우, 허니 머스터드 등을 넣어 잘 섞어준 후 토마토 속을 채워 완성한다.
# 두부 카프레제
재료: 두부 1/2모, 토마토 1개, 적양파 120g, 통마늘 30g, 구운 가지 슬라이스 10g, 리코타 치즈
드레싱 재료 와인 식초 3큰술, 발사믹 식초 3큰술, 토마토케첩 1작은술, 소금 1작은술, 올리브 오일 3큰술,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방법: 두부와 토마토는 같은 두께로 썰어 켜켜이 접시에 담는다. 그 위에 리코타 치즈와 준비한 야채를 얹고 준비한 드레싱을 곁들인다.
# 블러디 메리
재료: 토마토 주스(갈은 토마토) 200ml, 보드카(위스키) 60ml, 레몬즙 2작은술, 타바스코소스, 우스터소스, 얼음, 소금, 후추
만드는 방법: 분량의 토마토 주스와 보드카, 레몬즙을 넣고 타바스코소스와 우스터 소스를 각각 2방울씩 첨가한다. 소금과 얼음을 넣고 잘 섞은 후 후춧가루를 뿌려 완성한다.
잘 익은 토마토 한 알, 열 영양제 안 부럽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 가면 의사의 얼굴은 파랗게 질린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 몸에 유익한 성분들로 꽉 찬 토마토는 빨갛게 익을수록 그 진가를 더한다. 잘 익은 토마토에 들어 있는 리코펜 성분은 남성의 전립선암, 여성의 유방암 및 대장암 등 소화기 계통의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아 심혈관 질환 및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서 생기는 활성산소를 막아줘 세포를 젊고 건강하게 만든다. 토마토에 함유된 칼륨은 과도한 염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고혈압 예방에 좋고, 비타민 K는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골다공증 및 치매 예방에도 좋다. 이 외에도 칼슘, 인, 철, 아연 등 각종 미네랄은 물론 비타민 A, B, C, E, 나이아신, 엽산, 아미노산, 식이섬유 등 다양한 비타민과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토마토는 신선하게 먹는 종합비타민제와도 같다.
홍영재 박사
산타 홍 안티에이징 글로벌 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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