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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과 항쟁의 역사, 국내의 다크 투어리즘 명소들
- 다크 투어리즘은 여러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전 세계적인 핵심 테마는 전쟁과 항쟁(식민지)이다. 한국의 경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들 수 있다. 아직 생소한 개념인 다크 투어리즘을 어떻게 계획하고 즐길지 모르겠다면, 위의 두 역사를 중심으로 명소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PART1. 항쟁의 역사 : 일제강점기 [1] 남산 국치의 길 남산은 낭만적인 야경이 돋보이는 명소로 유명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암흑기를 드러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강화도조약(1876) 이후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남산 자락에 조선 통치를 위한 시설들이 자리 잡았다. 당시의 상흔을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해 조성된 길이 바로 ‘남산 국치의 길’이다.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한국통감관저 터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기억의 터’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 도착하면 ‘거꾸로 세운 동상’이 눈에 띈다. 과거 일제는 을사늑약을 체결한 공을 인정해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을 통감관저 앞에 설치했다. 해방 후 당시의 치욕스러움을 기억하고자 사라진 동상의 잔해를 모아 거꾸로 세운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이어 리라초교와 숭의여대로 향해 노기신사와 경성신사 터를 둘러본 뒤에는 케이블카 탑승장 인근 한양공원을 찾는다. 1910년 일본인들이 조성한 곳으로, 당시 공원 입구에 세웠던 비석도 볼 수 있다. 계속해서 남산을 향해 걷다 보면 옛 조선신궁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일부가 나온다. 조선신궁은 조선총독부가 조성한 신사로, 해방 후 일본인들의 손에 의해 철거되며 현재 우리가 아는 남산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한때 연인과의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로 남산을 찾았다면, 한 번쯤 이러한 역사를 한발 한발 따라가 보길 추천한다. [코스] 명동역 1번 출구 ▶ 한국통감관저 터·기억의 터(현 서울유스호스텔 아래) ▶ 한국통감부(서울애니메이션센터) ▶ 노기신사(리라초교 내 남산원) ▶ 경성신사(숭의여대) ▶ 한양공원 ▶ 조선신궁(한양도성 발굴지) *상당 구간이 언덕길이니 이 점 참고하자. 반대 방향으로 돌아봐도 괜찮다. [2]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하 서대문형무소)은 일제강점기 시절 4만여 명에 달하는 독립운동가가 수감됐던 곳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철거 논의도 이뤄졌으나, 교육의 현장으로 기능하기 위해 현재의 역사관 형태로 복원됐다. 서대문형무소 하면 붉은 벽돌로 이뤄진 외관이 상징적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따스한 봄볕 아래 그림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외관과 비교해 내부는 삭막하고 음울한 기운이 느껴진다. 독방과 고문실, 시구문 등을 복원해 당시의 참혹한 현실을 생생히 드러냈다. 당시의 수형기록표나 사진들을 보노라면, 독립투사들의 모진 세월이 전해져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서대문형무소는 올 한 해 ‘이달의 독립운동가 시민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온라인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방문 당시에는 ‘한국 독립운동을 이끈 청년 독립운동가들의 외교’를 주제로 강의가 열렸다. 이날 소개된 독립운동가는 황기환, 이희경, 나용균이었다. 강의에 참여한 한 시민은 “김구나 윤봉길처럼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처음엔 생소했다. 세 분의 역사를 들으면서 나의 무지함을 깨달았고,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의를 준비한 김철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학예사는 “과거 서대문형무소는 인왕산, 안산, 무악재 고개로 둘러싸여 있어 수감자들의 탈출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 현저동에 자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산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 때문에 중장년 방문객들이 등산을 겸해 오시기도 한다. 아울러 실제 수감자들의 후손이나 가족들이 오기도 하고,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모임을 꾸려 자체적으로 투어를 즐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교훈여행(다크 투어리즘의 우리말)의 측면에서 볼 때, 많은 분들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추구했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신념을 느껴보셨으면 한다. 또한,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신 후에는 근처의 독립문,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 등도 찾아도 좋겠다”고 조언했다. [코스] 독립문역 5번 출구 ▶ 서대문독립공원 입구 ▶ 독립문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집(독립문 맞은편) *독립문을 기점으로 왕복하는 코스로, 역사적 사건 순으로 둘러볼 수 있다. PART2. 전쟁의 역사 : 한국전쟁 [1] 피란수도 부산 소막마을 지난해 ‘피란수도 부산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확정됐다. 현재 부산시는 2028년 등재를 목표로 지속 연구와 관리에 힘쓰고 있다. 부산에는 유독 가파른 언덕에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광경이 눈에 띄는데, 이 또한 피란기의 흔적이다. 한국전쟁 후 40만 명이던 부산 인구는 100만 명까지 늘어났다. 몰려든 피란민들은 생존과 생계를 위해 높은 언덕까지 판잣집을 지어 올렸던 것이다. 선별된 ‘피란수도 부산 유산’은 총 9곳으로, 그중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도 피란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다.(2018,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재 제715호 지정) 소막마을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으로 소를 수출하기 위한 검역소와 소막사가 있었던 곳이다. 1960년대 이후에는 공업화·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여러 형태의 집들로 변모해 현재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한국의 근대화 과정 등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산물인 셈이다. [코스] ‘피란수도 부산 유산’은 경무대(임시수도 대통령 관저), 임시중앙청(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국립중앙관상대(옛 부산측후소),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대역사관), 부산항 제1부두, 하야리아 기지(부산시민공원), 유엔묘지,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 등 총 9곳이다. 하루에 몽땅 급하게 둘러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피란민들의 삶을 음미하며 살펴보길 바란다. [2] DMZ 평화의 길 시간을 두고 여러 날에 걸쳐 다크 투어리즘을 계획한다면, ‘DMZ 평화의 길’을 추천한다. 도보 여행가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테마 코스 중 하나로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통일부 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조성한 길이다.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꼬박 1년 뒤인 2019년 4월 27일 강원도 고성 구간이 처음으로 개방됐다. 이로써 일반 시민들도 DMZ(비무장지대)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철원, 파주, 양구 등 구간이 속속 개방되며 현재 총 11개 코스가 마련됐다. 전 구간 예약탐방제(두루누비 사이트 이용)로 운영되며, 올해는 대체로 4월 하순부터 예약을 시작해 11월 전후로 마감될 예정이다.(여름 혹서기 및 장마 기간 임시중단) [코스] 강화 코스, 김포 코스, 고양 코스, 파주 코스, 연천 코스, 철원 코스, 화천 코스, 양구 코스, 인제 코스, 고성 A코스, 고성 B코스 *현재 고성B코스는 탐방객의 안전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중단됐다. [Interview]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어두운 역사의 흔적에서 오늘의 교훈을 얻길” 최근 유행인 ‘다크 투어리즘’을 오래 전부터 주목하해온 이가 있다. 2017년 출간 도서 ‘다크투어’의 저자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다. 서울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그는 책을 쓴다는 핑계로 곳곳을 여행하다 다크 투어리즘에 눈을 떴다. 현재 그는 역사문화 여행 모임 ‘컬처클럽’을 7년째 운영 중이다. 모임을 통해 국내외를 누비며 직접 도보여행 길도 발굴한다. 저서에 소개된 '대한 제국의 길', '서대문의 길', '용산의 길' 등도 직접 개발한 다크 투어리즘 루트다. 그런 김 대표를 통해 다크 투어리즘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해봤다. Q. 중장년들에게 다크 투어리즘을 권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A. 사람은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역사가가 됩니다. 각자 역사의 증인이고, 역사평론가가 되며, 아마추어 역사가가 되지요. 어떤 의미에서든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역사관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관광을 하면 화려한 곳, 훌륭한 곳, 멋진 곳을 가기 쉽습니다. 이런 것을 그랜드투어(grand tour)라고 하죠. 하지만 다소 불편하더라도 과거의 어두운 곳을 찾아 역사의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dark tour)도 필요합니다. 이런 곳에서 피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이 현장에 없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또, 역사의 교훈을 얻어 앞으로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도 합니다. 실패에서 얻는 교훈, 재발방지 다짐을 하게 되는 거죠. Q. 다크 투어리즘 현장에서 유념해야 할 에티켓이 있을까요? A. 장소의 역사적 의미를 모르면 자신의 단견으로 이해해버리거나 현지에서 가볍게 말하기 쉽니다. 즉 공부가 필요하죠. 사건과 관련된 주민들도 만날 수 있는데 역사를 모르면 섣부른 행동으로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이념에 치우치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현장에서 겸허하게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큰 목소리는 삼가는 게 좋습니다. Q. 해외와 비교해 국내 다크 투어리즘이 지니는 특징이 있나요? A. 예전에는 한국에서 다크 투어리즘 장소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현장에 가면 안내판이 없고, 유적, 유물이 제대로 보존돼 있지 않았지요. 근래에는 다크 투어리즘 관련 문화 유적을 많이 발굴하고, 기념관, 유적지, 친절한 안내판, 간단한 표지석 등을 두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현재는 외국과 수준이 비슷해졌습니다. 다만 몇몇 장소는 지나치게 엄숙하고 어둡게 만들어져 있어 과도한 긴장감을 주기도 합니다. Q. 다크 투어리즘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A. 다크 투어를 할 때에는 진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열 군데, 스무 군데 리스트를 만들어 많이 다녀왔다한들 큰 의미는 없습니다. 현장을 제대로 알려는 호기심, 진정성이 바탕이지요. 다크 투어리즘이 좋다고 너무 연달아 가는 것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너무 몰입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밝은 여행지와 섞어서 다니길 권합니다. ※ 자료 제공 및 도움말 한국관광공사, 서울관광재단,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2023-05-0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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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시아 캄보디아의 신성, 프놈펜 바타낙 골프리조트
- 프놈펜 바타낙 골프리조트는 2019년 개장한 캄보디아 최고·최대의 골프리조트다. 이곳을 소유한 바타낙은 은행과 건설사, 맥주·음료 제조사를 가진 캄보디아 대기업으로 이곳을 통해 캄보디아 골프장의 수준을 아시아 최고까지 끌어올렸다고 평가받고 있다. 36홀 챔피언십 코스는 골프의 전설 닉 팔도가 설계했고, 관리는 미국의 골프 기업 트룬(Troon)이 맡고 있다. 동 코스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캄보디아의 신성을 소개한다. 바타낙 골프리조트는 2022년 아시아·태평양 3위의 최고급 골프리조트로 선정되었다. 동 코스(East Course)는 2020년 월드골프어워즈에서 캄보디아의 골프 코스 1위를 수상했으며, 서 코스(West Course)는 2021년, 2022년 2년 연속 수상했다. 위치는 프놈펜 국제공항에서 동남쪽으로 33km 떨어져 있으며, 프놈펜 도심에서 차로 45분 거리에 있다. 골프장 클럽하우스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하우스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골프장 내 호텔은 2024년에 완공된다고 한다. 캄보디아 문화유산에서 영감받아 동 코스(파72) 극적인 워터 해저드, 창의적인 벙커링, 다양한 형태의 토종 동물을 활용해 모든 수준의 골퍼에게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적인 골프 코스다. 시엠레아프의 바이욘 사원(the Bayon Temple at Siem Reap)에서 영감을 얻은 독특한 디자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거대한 종교 기념물인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과 앙코르와트를 포함한 다른 선사 시대 건축물의 축적 모형이 있다. 이 디자인은 문화, 레저, 골프의 독특한 조합을 제공한다. 페어웨이는 버뮤다 419, 그린은 버뮤다 티프이글을 식재했다. 더운 지역에 최적의 잔디다. 긴 코스여서 토너먼트에 사용된다. 6개의 티 박스를 갖추고 있어 모든 수준의 골퍼들이 즐기기에 매우 적합하다. 11~13번 홀은 코스의 아멘 홀(어려운 코스)이라 할 수 있다. 많은 홀에서 워터 해저드를 만나며, 페어웨이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홀이 많다. 특히 9번 홀과 18번 홀은 큰 호수로 마주 보는 레이아웃이 백미다. 곳곳에 자리한 벙커들은 매우 위협적이다. 특히 그린 주변은 어김없이 벙커들로 둘러싸여 있다. 검은색의 침목을 벙커 안의 지지대로 활용한 곳도 자주 보여 멋진 운치를 자아낸다. 골프 코스 안에 있는 화장실은 깨끗하고 잘 관리되어 마치 호텔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페어웨이의 높낮이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그린의 고저 차는 매우 심해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그린 스피드가 9피트를 넘어 오르막과 내리막을 잘 살펴야 하며, 브레이크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파크랜드 타입의 코스 레이아웃으로 곳곳에서 코코넛트리와 팜트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3번 홀(파4) 챔피언 티 앞에 멋진 워터 데커레이션이 돋보인다. 일부 벙커들은 검은 침목으로 지지대를 받친 멋진 모습이 눈에 띈다. 곳곳에 깊고 큰 벙커들이 가득하며, 멀리 보이는 클럽하우스가 형태는 이미 완성되어 멋진 모습이 드러난다. 250야드 이상 장타자는 보이지 않는 오른쪽 워터 해저드를 경계해야 한다. 4번 홀 티 박스 옆에는 바이욘 페이스 축적 모형이 있다. 바이욘 페이스는 시엠레아프에 위치한 12세기 불교 사원인 바이욘의 가장 독특한 요소다. 각 탑의 네 개 면은 ‘신의 왕’(God-king)을 상징한다. 9번 홀(파5) 8번 홀과 큰 호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티 박스부터 그린까지 길고 큰 호수가 이어지는 화려한 뷰를 보여준다. 호수 중간에 있는 2층 건물인 파빌리온(Pavilion)은 앞뒤로 길게 물을 가르며 석재 다리가 멋지게 이어져 있다.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파티를 비롯해 식사, 위스키, 와인 등을 제공하는 멋진 장소다. 호수 중간 웅장한 파빌리온 명물 12번 홀(파3) 시그니처 홀이다. 티 박스 앞부터 그린 앞 10야드까지 큰 호수가 오른쪽으로 넓게 이어지면서 아름답고 광활하게 펼쳐진다.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한 클럽 더 잡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슬라이스는 곧 물속이 될 것이다. 14번 홀을 마치면 그린 뒤로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 축적 모형이 있다.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은 11세기에 지어진 고대 크메르의 사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15번 홀부터 17번 홀까지는 스트레이트 레이아웃의 특징을 보인다. 17번 홀(파4) 페어웨이 오른쪽을 따라 길게 물이 이어지는 인덱스 1번 홀이다. 그린 앞 10~80야드 사이에 큰 호수를 이루며 물길이 있어 그린을 공략할 때 주의해야 한다. 그린과 워터 사이에 10야드 정도 공간밖에 없어 충분한 거리를 염두에 두고 마지막 샷을 해야 한다. 12번 홀에 버금가는 멋진 홀이다. 18번 홀(파5) 왼쪽의 큰 호수를 사이에 두고 9번 홀과 멋진 평행선을 달린다. 큰 호수는 그린 왼쪽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모습을 보이며, 그린 뒤로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한 멋진 클럽하우스가 우뚝 솟아 있다. 인상적인 마지막 홀의 위용을 보여준다. 호수 중간 건물인 파빌리온에서 찍은 멋진 사진들이 골프장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오랜만에 마스터피스를 보는 듯했다. 동양적인 스펙터클함과 역동성을 잘 갖춘 코스다. 아시아 최고의 골프장으로, 골퍼들의 새로운 버킷 리스트 목록에 추가되기를 기대한다.
- 2023-03-3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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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국에 남겨진 유산, 해외 거주자의 상속법은?
-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지 약 8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상속 고민은 속 시원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재산을 물려줄 사람의 거주지에 따라 법이 다르고, 밟아야 할 절차가 복잡해서다. 아직 법률에서 전 세계 통합이 이루어지기는 요원한 듯하다. 그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법률 가이드에서는 사례를 통해 해외 상속의 대략적인 흐름을 살펴보자. case “미국에 사는 54세의 Kate Song(케이트 송)이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미국 유학 시절 어머니를 만나 결혼해 저를 낳으셨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분은 이a혼하셨고, 아버지는 한국으로 돌아가셨어요. 새 사람과 재혼해 아들도 태어나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더군요. 그 아들은 저의 이복동생인 셈이죠. 행복하게 지내시는 듯했지만 최근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장례식장을 찾아가 애도의 뜻을 표하고 계모, 이복동생과 상속에 관한 대화를 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가 꽤 많은 부동산 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고 있는 데다 평소 관계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합리적인 분배를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들은 받을 재산이 거의 없다며 아버지의 재산 내역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례는 피상속인의 이혼 전 자녀(전혼 자녀) 케이트 송 씨와 이혼 후 재혼 배우자, 그 자녀 간 상속 분쟁이 일어난 경우다. 통상적으로 이들은 모두 상속인으로 인정되지만, 전혼 자녀는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돼 있지 않으면 재산을 받을 수 없다. 더불어 전혼 자녀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과정이 더욱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우선 국제적인 문제에서는 어느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경우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법령에 따라 상속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국제사법상 상속은 고인의 국적에 따라 관할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상속 절차를 진행하는 방법 계모와 이복동생이 아버지의 자세한 재산 내역을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겠지만 다행히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상속인이라면 고인의 자산과 채무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24에서 제공하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기관 방문 없이 국세(체납, 고지세액), 금융거래(은행 잔고, 대출, 보험, 주식 등), 국민연금(가입 여부), 지방세(체납, 고지세액), 자동차(소유 정보), 토지(소유 내역) 등 사망자의 재산 상황을 볼 수 있다. 서류를 구비하면 대리 신청도 가능하다.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처리 기한은 7~20일가량 소요된다. 금융감독원 역시 상속인이 사망자의 금융 재산 및 채무를 확인할 때 각 금융회사를 일일이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고자 상속인 금융거래정보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고 보니 케이트 송 씨의 아버지는 서울시 강남구의 아파트 세 채와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계모, 이복동생과 협의를 마친 끝에 부동산을 한 채씩 나눠 갖기로 했다. 예금은 상속세 납부에 보태기로 한다. 그러나 송 씨는 한국에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인이 된 후 한국 방문을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터라 아는 친척이나 친구도 없다.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할까? 고인의 재산을 내 명의로 가져오려면, 기본적으로 상속인 전원의 ‘인감증명서’가 첨부된 합의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외국인이나 해외 거주자는 인감이 등록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다소 복잡하지만 방법은 있다. 먼저 예금 수령 또는 상속등기에 동의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본인 확인을 위한 서명확인서와 신원 확인을 위한 거주확인서를 작성하고 여권 사본을 첨부한다. 대신 인감증명서를 대체할 공식 절차가 필요하다. ‘아포스티유’ 또는 ‘영사인증’을 받아야 한다. 본인이 거주하는 국가가 미국, 일본 등 아포스티유 협약국이면 아포스티유를, 그렇지 않으면 영사인증(캐나다, 중국 등)을 받으면 된다.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영사관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영문으로 작성된 서류는 모두 한글 번역문을 제출해야 하지만, 한국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이러한 서류는 반드시 원본이어야 하니 ‘Fedex’ 등 국제우편을 통해 원본을 한국으로 보내야 한다. 준비해야 할 서류 적지 않아 케이트 송 씨가 어릴 적 아버지가 한국에 출생신고를 했던 모양이다. 가족관계증명서의 이름은 송지연이었다. 미국 여권 속 Kate Song이라는 이름과 다른데, 가족관계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한국 내 등록된 이름이 따로 있다면 동일인확인서(Certification of Identity)라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여권 이름과 한국 이름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동일인확인서도 함께 준비해 아포스티유 또는 영사인증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아파트를 내 명의로 상속등기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할 ‘부동산등기용 등록번호’ 부여까지 신청하면 상속등기를 포함한 모든 상속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외국인 토지취득신고까지 마치고, 상속세를 납부하면 마무리된다. 드디어 모든 서류 작업을 마치고, Kate Song 명의로 압구정 아파트 한 채의 등기를 끝냈다. 그러나 케이트 송 씨는 아파트를 처분하고 매각 대금을 미국으로 가져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임대료를 받기도 번거롭고, 임차인 관리 또한 쉽지 않아서다. 한국에 그대로 두자니 아깝고, 해외 거주자 신분으로는 투자도 녹록지 않다. 게다가 세금 신고와 납부의 번거로움까지. 이럴 때는 중개업체를 통해 부동산을 처분한다. 매수인과 계약을 마친 후에는 매도인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다. 앞서 설명한 아포스티유 또는 영사인증을 통해 처분위임장과 관련 서류를 준비하면 된다. 한국 비거주자인 케이트 송 씨는 상속으로 취득한 부동산의 매각 대금을 외국으로 송금하고자 하기 때문에 이를 상속받았다는 점을 입증할 관련 서류를 외국환은행에 제출해야 한다.(외국환거래규정 제9-43조) 거주자란 상속 개시일 현재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을 말하며, 비거주자는 거주자가 아닌 자를 말한다. 주소는 거주 기간, 직업,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국내 소재 자산의 유무 등 생활 관계의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판단한다. 상속세, 양도소득세를 모두 완납했다는 세금완납증명서 역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외국인이 국내 재산을 상속받기 위한 절차는 결코 쉽지 않다. (여담이지만 쓰면서도 몇 번이나 주제를 바꾸어야 하나 고민이 컸다. 이를 모두 읽었다면 자녀들에게 문해력을 자랑할 법하다.) 실제로 진행할 때는 서류에 문제가 있을 경우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니, ‘가능하다’는 점만 알고 반드시 경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 2023-03-2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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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찾아 떠나는 양주의 삶과 예술
- 회암사지를 앞에 두고 잠깐 서 있었다. 천보산 기슭 아래 들판처럼 광활한 면적 위로 겨울이 지나가는 중이다. 조선 시대 최대 규모 사찰이던 회암사가 있던 곳, 회암사 절터에는 군데군데 아직 잔설이 희끗희끗하다. 그늘이 드리운 땅에는 녹지 않은 눈이 제법 하얗다. 여전히 쨍한 찬 기운을 제대로 맛본다. 머릿속이 시원하게 헹구어지는 느낌이다. 치유의 궁궐 회암사지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그 자리를 딛고 있었던가. 그 옛날 건물만 262칸이었다던 조선시대 사찰 회암사가 있었던 회암사지에는 찬 공기를 실은 바람이 가끔씩 지나간다. 당시 승려만도 3000여 명이 이곳에서 수행했다 하니, 지금이어도 엄청난데 그 시절 대찰의 면모를 가히 짐작해볼 만하다. 경기도 양주시 회암동 산 14-1번지 일원, 천보산이 둘러싼 ‘회암사지’ 절터는 역사 속에서 잊혔던 곳이다. 그러다 1997년 이후 지속적인 발굴 조사와 작업 과정에서 사찰의 어마어마한 규모와 위상을 알 수 있는 유적과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절터의 제1권역부터 제2, 제3… 권역의 상세한 안내판이 여기저기 친절하다. 회암사지 사리탑은 물론이고 연못지와 우물지, 화장실 터까지 규모를 상상하고도 남을 만하다. 현재 기단과 주춧돌만 남아 있지만 천보산 아래쪽 계곡을 메워 계단식 석축을 쌓아 건물 구역을 조성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구역별 건물지도 발견되었다. 회암사지를 둘러보다 보면 거대한 석축과 반듯반듯하게 배치되었을 건축 형상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당대의 석공들이나 장인들이 이 절에 들인 공력조차 느껴질 정도이니 당시의 면모가 감히 가늠된다. 화암사지 중심에서 벗어나 산기슭 바로 아래에 위치한 회암사지 부도탑,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탑으로 추정하는데 사리탑(舍利塔)은 대체로 온전하게 남아 있어 귀중한 석조 유물로 전해진다. 특히 조선시대 부도 양식으로 건립된 사리탑 중에서 정교함과 화려한 조각 문양으로 수작이라 평가받고 있다. 또한 규모가 가장 크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조형물이다. 사리탑 앞에서 너른 회암사지 방향으로 시선을 두고 서니 멀리 도심의 높은 건물과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거리를 두고 과거와 현재가 마주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고려 말에서 조선 초까지 최대의 왕실 사찰이었던 회암사지는 현재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1만여 평의 회암사지를 한 바퀴만 돌아도 당시의 거대한 규모와 불교 문화의 흔적이 역력하다. 회암사지를 내려오는 길목에 세워진, 회암사를 찾는 태조의 행차 장면 모형에서 이곳의 위상을 또 한 번 느낀다. 문화재 간직한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회암사지에서 발굴·출토된 유물들을 전시 중인 박물관이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은 유물 전시 및 교육을 비롯해 쉼터 역할도 하는 등 친화적인 분위기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듯한 지역민들이 방문자센터에서 여유롭게 쉬고 있다. 대규모 절터 옆의 박물관이 주민들과 친근하게 이어진 모습이 보기 좋다. 박물관 안에서는 옛 복장을 한 아이들이 놀이하듯 교육 중이었다. 이곳에서는 이런 풍경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지공·나옹·무학의 천년 고찰 회암사(檜岩寺) 회암사지에서 고개를 들어 보면 멀리 회암사 일주문이 보인다. 자동차로 5분쯤 달려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천보산회암사라는 편액이 걸린 일주문 옆으로 지공선사·나옹선사·무학대사 삼대 화상 수행성지라는 팻말이 조그맣게 세워져 있다. 현재의 회암사는 옛 회암사의 삼대 화상 묘탑(廟塔)을 지키기 위한 작은 암자 터에 세워진 공간이라는 설명도 있다. 삼대 화상의 묘탑과 가람을 수호하고 수행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회암사다. 왕실의 비호를 받으며 장대했던 대규모 사찰이 폐사되고 초석만 남아 있던 곳이었다. 200년 동안 엄청나게 번성했던 회암사는 그 시절 전국을 다니다가 만나는 승려들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대부분 회암사에서 왔다고 할 만큼 승려 수가 많았다고 전한다. 이제는 지공·나옹·무학 세 승려의 부도와 비(碑)를 중수하면서 옛터의 오른쪽에 작은 절을 지어 회암사의 절 이름을 계승하고 있다. 사찰이 넓진 않아도 천년의 문화유산이 숨 쉬는 듯 따뜻하고 고색창연하다. 대웅전 마당 옆으로 난 산길을 몇 걸음 옮기면 지공선사의 부도 및 석등, 나옹과 무학의 사리탑이 나란히 앉혀져 있는 언덕이 있다. 비탈진 사찰을 천천히 오르면서 그분들의 수행 향기를 느껴볼 만하다. 현재 회암사에서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맑은 자연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시간은 진정 힐링일 것이다. 절의 격이 느껴지는 산사에서 마음을 열고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하는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볼 수 있다면 선물 같은 시간이 될 듯하다. 역사·문화 도시 양주에서는 또한 이 지역 출신 예술가들을 위한 기획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권율장군묘역이 있는 권율로를 달리다 보면 두 개의 미술관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과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이 도로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는 예술가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기획 전시도 진행하는 중이다. 화가 장욱진과 조각가 민복진의 예술 속으로 장욱진 화가의 그림 내용은 우선 가족이다. 그리고 나무, 새, 아이 등 일상의 소재들이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그 속에는 자연과 사물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본질이 담겼다. 한국의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장욱진의 미술관은 조각상이 전시된 공원을 지나서 들어간다. 전시장을 돌다 보면 그림마다 가족이 등장한다. “나는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한다. 그 사랑이 가족을 통해 서로 이해된다는 사실이 다른 이들과 다를 뿐”이라고 했듯이. 이렇듯 전시장의 그림마다 화가의 이야기가 덧붙여지고 영상을 통해 그의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다. “나는 심플하다”는 화가의 말처럼 자연 속에서 동화적이고 이상적인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특히 미술관 건물은 화가의 그림을 모티브로 설계된 새하얗고 독특한 구성의 건축으로 눈길을 끈다. 2014년 김수근건축상을 받기도 했다. 건너편의 민복진미술관은 입장 티켓 한 장으로 장욱진미술관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1층의 기획 전시를 보고 2층으로 올라가면 민복진 조각가의 현대 조각이 가득 차 있다. 햇살이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 조각 작품과 빛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역시 가족과 어머니와 인류에 대한 사랑이 주제다. 돌아오는 길에 장흥면 방향으로 위치한 간이역 일영역을 거쳐서 오는 건 어떨지. 마침 노을이 내리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폐역이 된 일영역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로 알려졌는데, 이제는 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아련한 레트로 감성의 폐역을 거쳐 오는 것도 더할 나위 없는 마무리다. 당일 코스로 역사와 문화를 두루 돌아볼 수 있는 경기도 양주의 하루는 풍성하다. 꽃잎이 날리는 봄·가을의 나리공원이나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출렁다리, 양주 별산대 놀이마당, 수목원이나 아트파크의 즐거움을 누릴 계절도 있다. 봄을 앞둔 시절에 역사 속으로 들어가 그림과 조각 작품의 예술에 깊이 빠져보는 것, 참 감사할 따름이다.
- 2023-03-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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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 위로 떠오르는 존엄사, “죽음 아닌 다른 선택권 보장이 먼저”
- 누군가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권리’라고 하며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방식의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캐나다, 벨기에,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안락사나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포르투갈 의회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의지로 목숨을 끊는 조력 존엄사와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2년 엄격한 조건을 만족했을 때 의사가 삶을 끝낼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환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생명을 끝낼 수 있도록 해 안락사와 의사 조력 존엄사를 합법화한 최초의 국가다.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평균 약 6000명이 안락사로 삶을 마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안락사를 찬성하는 사람이 5년 새 1.5배 정도 늘었다.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50만 명을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노화를 겪으며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는 노인에게 연명 치료, 안락사 등은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은, 살겠습니까? “태어날 때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을 때는 원할 때 죽을 수 있다”는 광고가 TV에서 흘러나온다. 광고 속 노인은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어 만족한다’며 웃는다. 담당 공무원이 공원에 앉아있는 노인들에게 ‘죽음’을 권유한다. 국가에서는 안락사를 선택한 노인에게 10만 엔을 주고 장례를 치러준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가가 선택한 정책 제도 ‘플랜75’다. 여행사에서는 위로금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여행을 기획한 온천 여행 상품이 인기를 끌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콜센터도 생겼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해결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다. 위 내용은 하야카와 치에(早川千絵) 감독 데뷔작 ‘플랜75’의 줄거리다. 이 일본 영화 속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3년 후인 2025년을 떠올리게 된다. 일본에서 다가올 2025년은 ‘문제’라고 불리고 있다. 2025년, 약 800만 명에 이르는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의 절반 이상이 75세가 된다. 일본 국민의 20%가 ‘후기 고령자’(75세 이상)가 된다는 뜻이다. 2025년부터 의료비와 사회보장비용 부담이 커질 거라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일본에서는 이를 ‘2025년 문제’라고 부른다. 감독은 이 영화로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카메라 도르’라는 특별 언급상을 수상했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75세 이상 노인을 ‘후기 고령자’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이 영화를 기획했다. “‘후기’라는 단어는 곧 너의 인생이 끝난다는 식”이라며 “나라가 나이로 인간을 구분하는 것에도 위화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을 통해 ‘사람이 사는 것을 긍정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전했다. 영화는 질문을 던지며 끝난다. “당신은, 살겠습니까?”라고. 존엄한 죽음 준비 ‘광의의 웰다잉’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해 많은 국가가 안락사나 조력 존엄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영화 ‘플랜75’는 우리에게 기시감을 준다. 안락사는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 투입을 하는 것(적극적 안락사), 연명 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것(소극적 안락사), 약물 처방으로 환자가 스스로 약물 주입을 하도록 하는 것(조력 존엄사)으로 나뉜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걸까?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2021년 진행한 ‘안락사 혹은 조력 존엄사에 대한 태도’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3%가 입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2016년 진행했던 같은 설문 조사 응답률과 비교하면 6년 새 찬성 비율이 1.5배 정도 증가했다. 찬성 이유로는 △남은 삶의 무의미(30.8%)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의 경감(20.6%) △가족 고통과 부담(14.8%) 등이 꼽혔다. 반대 이유로는 △생명존중(44.4%) △자기결정권 침해(15.6%) 등이 있었다. 안락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이를 선택하고 싶다는 응답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웰다잉’(Well-Dying)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연명 의료 등을 결정하는 ‘협의의 웰다잉’을 두고 찬반을 논의할 게 아니라 ‘광의의 웰다잉’으로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광의의 웰다잉이란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호스피스·연명 의료 결정 확대와 함께 독거노인 공동 부양, 성년 후견인, 장기 기증, 유산 기부, 인생 노트 작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앞선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5.9%는 '광의의 웰다잉'을 위한 체계적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또한 약 85.3%가 광의의 웰다잉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사회적으로 호스피스나 웰다잉 관련 제도들이 잘 마련되면, 개인이 호스피스를 이용할지 연명 의료를 할지 조력 존엄사를 할지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일부 질환의 말기 환자로 제한되어 있다.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없고, 연명 의료를 선택하자니 비용이 많이 들면 결국 조력 존엄사 외에는 선택권이 없는 구조라는 비판도 있다. 광의의 웰다잉을 논의하며 사회적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안락사나 조력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 이전에 광의의 웰다잉을 논의하고 사회적으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런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안락사를 허용한다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18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10년도 채 되지 않은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인 사회)에 진입한다. 2045년에는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7%를 차지해, 세계 최고의 노인 국가가 될 전망이다. 2060년에는 43.9%로 사실상 인구 절반이 노인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화 ‘플랜75’ 말미에는 뉴스에서 “정부는 ‘플랜75’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플랜65’도 검토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죽음을 선택하기에 앞서 사회적으로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 2023-02-0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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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돌봄, 지역사회가 열쇠다③] “치매 노인과 공생” 고령친화사회 꿈꾸는 영국
- ‘치매 환자가 이해‧존중받고 기여할 수 있는 도시(cities), 타운(towns) 또는 마을(villages)로, 지역 주민은 치매에 대해 이해하고, 치매 노인은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자기주도적으로 살 수 있는 지역사회’. 영국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Society)에서 ‘치매 친화 지역사회’(dementia-friendly community)에 대해 내린 정의다. 모든 노인이 거주하던 동네에서 계속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치매 노인에게 지역사회의 의미는 더욱 중요할지 모른다. 길 리빙스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정신의학 교수는 2017년 연구에서 사회적 고립이 완전히 제거될 수 있다면 치매 사례가 5.9% 줄어들 수 있다고 계산했다. 해당 연구 결과를 소개한 KBS는 “결혼과 혈연으로 이어진 전통적 형태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성장과 노화에는 상호 간의 소통과 교류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영국은 치매 문제를 세계 최초로 국가적 안건(아젠다)로 설정한 나라다. 2009년 ‘국가치매전략’을 도입하고, 2012년에는 ‘치매 친화 지역사회’ 관련 정책을 시행했다. 치매 치료제 개발 투자, 치매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 치매 환자와 간병인의 여건 개선 등을 위한 노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지역사회에서는 치매 노인을 비롯한 고령자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여기 앉으세요” 의자 내어주며 외출 장려 영국 노팅엄 시에서는 미국 뉴욕시와 맨체스터시의 유사한 프로젝트에서 착안한 ‘여기 앉으세요’(Take a seat) 캠페인을 열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상점은 외부에 ‘우리는 고령 친화 상점입니다’(We are Age Friendly) 스티커를 부착한다. 노인은 부담 없이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상점에서는 차나 커피, 물 한 잔을 제공하지만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캠페인은 2015년 시작된 이후 노팅엄 내 28개 지역, 300개 이상의 사업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상점, 백화점, 건축 협회, 카페, 술집, 미용실 등 참여 업종이 다양하다. 고령친화적인 지역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실제 사례인 것이다. 이 캠페인은 외출한 노인이 앉아서 숨을 돌릴 곳을 마련하고, 노인에게 쉴 곳이 부족하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하게끔 하고자 시행됐다. 고립감이나 고독감을 느끼기 쉬운 노인에게 외출을 꺼리게 하는 요소를 줄여 외출을 장려하는 것이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노화개선센터’(Centre for Ageing Better)는 “기업이나 가게 주인으로서도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업장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효과적인 캠페인”이라고 평가했다. 고령자가 기획하는 고령친화 문화 프로그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영국의 치매 친화 지역사회 정책’ 연구에 따르면 영국 치매 친화 지역사회 인증 프로그램은 민간이 주도하고 운영하며, 지역 정부의 참여와 인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병‧의원, 거주시설이나 학교, 상점, 기업이나 은행, 여가문화시설 등 다양한 기관의 역할을 강조한다. 지역 내 은행 지점은 기억카페에서 치매 노인의 금융 관련 조치, 은행에서 운영하는 금융자산 보호 정책(규정) 등에 대해 홍보하는 식이다. 유명 축구팀의 연고지로 유명한 영국 맨체스터는 영국 내에서 고령친화도시 선두주자로 꼽힌다. 2010년 영국 도시로는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고령친화도시 국제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또한 노인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 노화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기념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생동감 있고 다양한 모습의 노인 사진을 사용하는 식이다. 이러한 전략은 연령 차별주의(ageism)를 약화하고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나 묘사를 바로 잡기 위해 쓰였다. 맨체스터시가 사용한 고령친화도시 전략 중 하나는 문화다. 50세 이상, 특히 사회적 고립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 의한 고령 친화적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 챔피언’(Culture Champions) 봉사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50명 이상의 노인 자원봉사자들은 도시 전역에서 문화 대사로 활동한다. 이들은 동년배를 위한 활동을 구상하고 기획해 운영하거나 소속된 예술단체를 홍보하고, 단체 운영에 대해 조언을 하는 등의 활동을 펼친다. 노인을 위한 라이브 공연이나 디제잉이 준비된 ‘클럽의 밤’(Club Nights)이나 기타, 드럼, 키보드 등의 악기 레슨, 도시의 문화유산과 특색있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버스 투어 등 자체적인 행사나 축제를 계획하고 운영하기도 한다. 노인 인식 개선에 노력하는 미술관 맨체스터시의 고령친화적 문화 프로그램을 논할 때 휘트워스 갤러리(Whitworth Gallery)를 빼놓을 수 없다. 휘트워스 갤러리는 맨체스터 시의회가 주도하는 ‘고령친화도시 맨체스터’ 사업의 파트너다. 1889년 설립된 이후 19세기 맨체스터가 자본주의와 산업화의 첫 도시로 성장함에 따라, 휘트워스 갤러리는 교육 및 사회 기관의 역할을 맡게 됐다. 2007년부터 맨체스터시의 노인들을 위해 보건‧복지 분야에 예술을 접목하는 ‘문화 제공 프로그램’(Cultural Offer programme)을 운영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노인들과 함께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 휘트워스 갤러리의 프로그램은 2018년에는 주한영국문화원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문화접근성 향상 미술관 교육 워크숍’에서 영국의 우수 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주한영국문화원의 ‘한‧영 참여예술 자료집’에 따르면, 갤러리의 예술 프로젝트 ‘비욘드 디멘시아’(Beyond Dementia)에 참여한 치매 환자들은 예술 작품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진 뒤 실제로 작품을 창작해냈다. 이 작품들은 전시회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 휘트워스 갤러리의 고령 친화 프로그램은 워크숍이나 예술 참여 프로젝트뿐 아니라 리서치, 간행물을 통해서도 이뤄졌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프로그램에 잘 참석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남성 노인의 문화 활동을 위한 핸드북’(Handbook for Cultural Engagement with Older Men)을 제작하거나, 치매 환자와 간병인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아트 센스’(Art Sense)를 개발하는 식이다. 에드 와츠 휘트워스 학습‧참여 팀장은 2018년 우리나라를 방문해 아트 센스 앱에 대해 설명하며 “요양사들과의 면담이나 치매 환자와 대화하거나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도구임을 깨달아 이를 활용하고자 했다”라며 “젊을 때에 섬유 산업에 종사하던 노인이 아트 센스 앱을 실제로 활용해본 뒤 디지털 방식으로라도 섬유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어 좋아했다”고 전했다.
- 2023-02-0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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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잊고 있는, 매년 만나는 제사의 의미
-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명절을 맞이해 제수를 준비하는 집안 여성들이 앓는 후유증을 이르는 신조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이맘때쯤 붕대나 깁스가 평소보다 많이 팔린다. 명절 제사 준비에서 빠지기 위한 ‘약은 며느리’들의 노력 때문이다. 이렇게 제사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만들어낼 정도로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왜 그럴까? 제사(祭祀) 혹은 제례(祭禮)는 신령에게 음식을 바치고 기원을 드리거나 죽은 이를 추모하는 의식을 말한다. 가정에서 지내는 제례에는 기제사와 차례, 시제 등이 있는데 요즘은 많이 간소화되고 있다. 장례를 치르다 보면 장례 도중에 제례를 지낸다. 종교에 따라 생략하기도 하지만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지내는 경우도 많다. 얼떨결에 따라 하는 제례는 종류도 많고 용어도 생소하다.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성복제(成服祭). 입관 후 유족이 상복을 갖춰 입고 올리는 첫 제사다. 의식은 차례와 비슷하다. 발인제(發靷祭)는 장례식장에서 장지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제사다. 노제(路祭)는 장지로 가는 도중 고인의 생가나 평소 자주 머물던 장소에서 치르는 제사다. 나의 경우 아버지가 자주 다니시던 길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대신했다. 매장할 경우 산신제(山神祭)를 지낸다. 땅을 파기 전 산이나 땅의 신에게 올리는 제사다. 성분제(成墳祭)는 묘지의 봉분이 완성되고 나서 지낸다. 간단한 음식을 놓고 절을 한다. 평토제(平土祭)는 하관 후 흙을 메우고 땅을 평평하게 다진 후 지내는 제사다. 지역에 따라 생략하기도 한다. 초우제(初虞祭)는 삼우제(三虞祭) 중 첫 번째, 재우제(再虞祭)는 초우제 다음 날, 삼우제는 세 번째 제사를 말한다. 49재는 돌아가신 날로부터 일주일 단위로 한 번씩 일곱 번 치르는 제사를 말한다. 49일 되는 날에 한 번 지내기도 한다. 나는 불교도인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칠재(七齋)를 다 했다. 남양주의 어느 절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경을 외우고 영가를 천도했다. 재를 치를 때마다 100만 원씩 상차림 비용이 들어 제사 비용만 총 700만 원을 지불했다. 누님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한 것인데, 동생과 나는 별로 내키진 않았다. 장례와 제사에 이토록 큰돈이 드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제(忌祭)는 돌아가신 전날에 준비해 새벽에 치르는 것인데, 요즘에는 돌아가신 날 치르기도 한다. 차례(茶禮)는 설이나 추석에 기제사와 별개로 지낸다. 발인 이틀 뒤 제사도 차례라 한다. 생신제는 고인의 생신에 치르는 제사다. 첫 번째 기제사 전에 한 번만 지낸다. 제사는 언제, 왜 시작되었을까. 아마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왔겠지만 이를 체계화한 것은 유교다. 조선시대는 유교를 정치이념이자 정신적 근간으로 삼았다. 유교는 사회나 국가를 하나의 거대한 가정으로 본다. 가정이 잘 다스려지면 국가는 저절로 잘 돌아갈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사람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효(孝)를 꼽았다. 효의 대상은 아버지, 할아버지 혹은 맏형이 해당된다. 효를 국가로 연장한 것이 충(忠)이다.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백성의 도리였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부모에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라고 배운다. 그 뿌리가 유교의 가부장제다. 나라의 가부장은 왕이다. 왕은 절대 권력을 갖는데, 그 권력을 강화하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제사다. 왕은 자신의 권력이 조상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해마다 종묘에서 장엄하게 제사를 지냈다. 이 원리는 집안 제사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절대 권력을 행사했다. 그 뒤에 조상령들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제사를 지내려면 많은 돈이 들었다. 일 년에 수십 차례 제사를 지내고 좋은 음식을 차려내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제사를 물려받는 장남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준 것이다. 딸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 그릇된 상속법은 1990년대 초반까지 굳건히 지켜졌다. 제사는 권력과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4대조까지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사람은 3품 정도의 양반뿐이었다. 대부분 백성은 부모의 제사만 지낼 수 있었는데, 능력이 되는 사람은 그 윗대까지 제사를 지냈다. 한국인만큼 제사에 공을 들이는 민족도 없을 것이다. 설이나 추석을 전후해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어도 ‘민족대이동’이라 불릴 정도로 수천만 명이 움직인다. 이 고된 노동은 몇 백 년 동안 끊이지 않고 반복돼왔다. 장시간 운전에 지치고 상 차리느라 허리가 부서진다. 이런 기이한(?) 풍경이 요즘 들어 많이 바뀌고는 있지만 앞으로 꽤 긴 시간 지속될 것 같다. 관습은 뿌리가 깊다. 나는 장례를 치를 때 되도록 제사를 치르지 말라고 권한다. 정 마음이 쓰이면 성복제 정도만 했으면 한다. 제사는 가부장제의 유산일뿐더러 비용도 많이 든다. 장례비도 만만치 않은데 제사 비용까지 더할 이유가 없다. 제사는 명절 차례로 족하다. 기일에 고인을 모신 곳을 다녀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고인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속에 있다. 김경환 채비장례 상임이사 2011년 조합원 가입 후 줄곧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그전에는 주로 콘텐츠와 미디어에 종사했는데, 이 경험을 살려 조합의 홍보를 지원하고 있다. 기획하는 것을 좋아하고 성취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저서로는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 등이 있다.
- 2023-01-1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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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담하고 덤덤하게 영주가 주는 위로
- 어릴 적 주입식 교육의 힘은 아주 세다. 우리 모두가 흔히들 아는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말고도 그 시절엔 각 지역의 특색이나 지역명은 모두 머릿속에 집어넣지 않았나 싶다. 그중에 영주도 있었다. 영주라 하면 무조건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건물 부석사 무량수전이 따라붙었다. 강산이 무수히 바뀌고 세상은 달라졌어도 부석사 무량수전의 고장, 경북 영주다. 또는 영주 사과일까. 선비의 고장답게 사찰이나 서원은 당연하다. 추억의 풍경이 곳곳에 남겨져 있어 도심과 골목길에서 가슴 뭉클한 그리움도 솟는다. 그리고 무섬마을을 지키며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둘러보면 어디서든 수백 년 혹은 수십 년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영주 여행은 옛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고 말해도 괜찮을 듯하다. 물 위에 뜬 섬,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 영주의 내성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너른 모래톱, 그 위로 S라인의 곡선이 길게 이어진 무섬마을 외나무다리의 풍경이 무심하다. 물 위에 떠 있는 섬과 같다고 해서 무섬마을이다. 물 수(水), 섬 도(島). 수도리의 물섬이 무섬이 되었고,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가 이 마을의 역사를 말해준다. 외나무다리 저편으로 수도교라는 콘크리트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는 300년 넘도록 무섬마을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이 다리였다. 홍수라도 나면 다리는 강물에 잠겼고 휩쓸려 내려가, 그럴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다리를 다시 놓곤 했다. 폭 20~30cm, 높이 60cm, 총길이 150m. 폭이 좁아 걸을 때면 아슬아슬해서 장대에 의지하기도 했다. 한 사람만 걸을 수 있는 폭이어서 예전에는 건너편에서 오는 사람이 보이면 지레 모래톱에 앉아 기다렸다고 한다. 지금은 외나무다리 중간의 몇 군데에 마주 오는 이를 피할 수 있는 ‘비껴다리’가 놓여 있다. 걷다가 어질하거나 자칫 기우뚱하다가는 물에 빠질 듯한 두려움도 생긴다. 다리 위를 걷는 발끝만 보며 걷다가 강의 물결에 취하면 낭패다. 그래서 강 건너를 잇는 이 다리는 그 옛날엔 시집올 때 가마 한 번 타고, 죽어서야 상여 타고 한 번 지나간다는 애환이 서려 있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물돌이 마을, 무섬의 느린 시간 속에 잠겨 모래톱에 주저앉아 저편을 바라보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랫빛…’ 이 노래가 절로 입안에 맴돈다. 유려한 곡선의 아름다운 외나무다리는 이제 영화나 드라마, TV 예능과 CF 등의 촬영지로 알려지고 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무섬마을 “십 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 가는데/ 밟고 간 자취는 바람에 밀어 가고/ 방울 소리만 아련히/ 끊질 듯 끊질 듯 고운 뫼아리”. 시인 조지훈은 서울로 유학을 떠나면서 무섬에 남겨둔 아내와의 이별을 ‘별리’(別離)라는 시에 담았다. 조지훈 시인의 처가로 알려진 김뢰진 가옥은 마을 첫머리쯤에 있었다. 무섬의 집들은 새롭게 조성된 한옥마을과는 달리 늘 그 자리에 있던 풍경이다. 한때 100여 가구가 살았는데 지금은 50여 가구만 사는 작은 마을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무섬마을은 마을 전체가 국가지정문화재다.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라고 한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되었다. 만죽재(晩竹齋), 해우당(海愚堂)을 비롯해 지정문화재가 10곳이고, 100년 넘는 고택도 그대로 남아 있다. 울 밑에 선 봉숭아도, 풀숲 가득한 곳에 피어난 들꽃들도 물씬한 그리움을 소환한다. 수백 년 켜켜이 쌓인 깊은 역사가 그대로 전해지는 옛집들이 고스란히 무섬마을이었다. 마을이 어찌 이리도 조용할까. 발소리조차 민망하다. 걷다가 호박이 매달린 담장을 향해 셔터를 누르니, 마당에서 일하시던 어르신이 “그게 뭐 볼 게 있기나 한가. 쓸데 있으면 그 호박 따가”란다. 그래도 되는지 싶어서 괜찮다고 하니 직접 두 개나 따주셔서 황송한 마음에 보물처럼 잘 모시고 왔다. 영주라 하면 부석사 유홍준 교수는 자연과 건축이 제자리를 지키며 조화를 이루는 최고의 문화유산 부석사는 그 어떤 표현으로도 나타내지 못한다고, 오직 한마디 위대한 건축이라고 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조선 땅 최고의 명상로’라 칭송한 부석사 당간지주 인근 은행나무 산책로는 여전하고, 그 길 위에서 홀로 명상에 잠겨볼 만하다. 천년고찰 부석사의 하이라이트 무량수전.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건물 중 하나다.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그 앞으로 펼쳐진 백두대간 능선의 풍광에 넋을 잃어보는 것도 부석사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온통 경사진 경내를 돌기엔 다리가 뻐근하고 숨찰 때도 있다. 하지만 영주까지 와서 어찌 유구한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목조건물 부석사에 들지 않을 수가 있을까. 마음 내려놓고, 소수서원과 선비촌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자 공인된 사립 고등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았던 곳이다. 조선 중종 때 주세붕이 세운 서원의 효시이자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당시 향교나 서원은 지금의 중고등학교에 해당되는 교육기관이다. 향교는 국립인 반면 서원은 사립학교라 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한 소수서원의 역사와 향기가 물씬하다. 서원 안으로 들어서면 때맞추어 선비 복장으로 글을 읽는 이들의 소리도 들을 수 있고, 하얀 고무신이 가지런한 그 뜰에 앉아 가만히 옛 선비들의 기운을 전해 받을 수도 있다. 선비교를 따라 너른 뜰을 지나면 선비촌으로 접어든다. 옛 선비정신과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고래등 같은 양반님네 고택의 안마당과 대청마루, 담 너머로 철 따라 피어나는 꽃들과 배롱나무, 그리고 강학 시설과 저잣거리도 조성되어 있어 옛 선비마을의 풍취가 가득하다. 오래된 골목길을 걷다, 근대역사문화거리 현대 일상에서 찬찬히 되돌아보기 좋은 곳으로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가 있다. 영주 원도심에 가면 근대 생활 모습과 건축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근대 산업 시기의 양곡가공업을 짐작해볼 만한 풍국정미소, 문을 밀고 들어가니 여전히 동네 주민의 머리를 깎고 계시던 80년 전통의 영광이발소, 몇 걸음 건너편에 고딕 건축양식의 영주 제일교회가 붙어 있고, 근대 시기의 주거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영주동 근대 한옥은 주변으로 풀밭이 무성하다. 또한 관사마을은 역사문화의 공간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이다. 일제강점기에 영주-안동 간 중앙선 철도가 개통되고 철도 역무원들의 관사가 지어지면서 형성된 마을이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 불리게 된 관사골은 반세기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칠이 벗겨지고 낡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일식 목조 관사 주택의 전형인 5호와 7호 관사를 볼 수 있었다. 열린 문으로 들어가니 집주인이 수리를 하는 중이다. 예전에는 집 안에 욕실과 화장실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신기해하던 집이었지만, 근대 건축이라고 지정만 되면 뭐하냐 넋두리 한다. 낡고 헐어서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수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데 곤란한 점이 많은 모양이다. 도시생활사적 가치가 크다지만 변화에 따른 관사골 주민들의 환경과 지속 가능한 삶의 여건도 염두에 둘 일인 듯하다. 그럼에도 낡은 지붕과 담벼락, 포도가 주렁주렁 달리던 안마당의 텃밭에서 정 깊은 추억이 솟는다. 관사골 저편 언덕 위로 부용공원이 내려다보고 있다. 흑백 필름 같은 풍경 속에서도 현재와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은 계속된다.
- 2022-12-1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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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간암, 의사들이 조기 검진을 외치는 이유
- 연말이 되면 자연스레 우리의 관심사는 '간 걱정'이다. 잦은 술자리로 인해 늘어나는 음주량을 몸으로 느끼며, 간에 탈이 나지는 않나 걱정하기 마련이다. 안타깝게도 괴로워하는 간은 우리에게 어떤 신호도 보내주지 않고, 홀로 앓는다. 간이 걱정되는 시기, 남순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칼럼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 내보자. 우리 몸은 여러 중요한 장기들의 상호작용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이를 토대로 생명 활동을 이어간다. 그중에서도 간은 신체의 ‘에너지관리센터’로 불리는 매우 중요한 장기다. 간은 우리 몸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고 외부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장에서 흡수된 음식물을 적절히 변형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영양소로 만들어 보관하는가 하면,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글리세린, 유산 등을 글리코겐이라는 다당류로 저장했다가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로 가공해 온몸의 세포로 운반하는 공장 역할도 맡는다. 더불어 우리 몸에 필요한 많은 양의 단백질, 효소, 비타민이 장에서 합성될 수 있도록 담즙산을 만들고, 몸의 부종을 막아주는 알부민이나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프로트롬빈과 여러 응고인자를 생성해 몸을 해독한다. 항체인 감마 글로불린을 만들어 혈액의 살균 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것도 간의 몫이다. 그러나 간은 ‘침묵의 장기’다. 지속적으로 바이러스, 술, 지방, 약물 등의 공격을 받아 전체의 약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간 자체에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 염증이나 간암이 발생해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이 커지면서 간을 둘러싼 피막을 침범한 후에야 불편함을 느낀다. 간암 3명 중 2명 5년 내 사망… 국내 암 사망률 2위 간에 생기는 악성종양은 간세포암, 담관암, 전이성 간암, 혈관육종 등이 있다. 보통 간암이라고 하면 간세포암을 지칭한다. 간암은 전세계적으로는 6번째, 국내에서는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간암 신규 환자는 1만5605명으로 갑상선암,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다음으로 많았다. 인구 10만 명 당 발생 비율을 나타내는 조발생률은 30.4명, 전체 암 발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다. 성별로는 2.9:1로 남성에서 더 많다. 사망률은 더 심각하다. 간암의 최근 5년간(2015~2019) 상대 생존율은 37.7%로 전체 암 생존율 70.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간암 환자 3명 중 2명은 5년 안에 사망한다는 얘기다. 주요 다빈도 암 중 폐암(34.7%)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주목할 점은 간암이 한참 경제활동을 하는 40~50대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흔히 간암의 원인으로 음주를 떠올리지만, 그보다는 B형이나 C형 바이러스성 간염 등에 의한 만성간염과 그 합병증인 간경변증이 더 영향을 미친다. 2022년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간암의 원인은 B형간염이 1위, C형간염 2위, 알코올이 세 번째 원인이다. 이외에 지방간이나 자가면역성 간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간경변증은 간암 발생에 큰 영향을 준다. 간암 환자의 80%에서 간경변증이 선행하고 간경변증을 앓는 경우 간암 발생률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간이 바이러스나 음주 혹은 독성물질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상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간세포의 종양억제유전자는 힘을 잃는 반면, 종양유발유전자는 다양한 경로로 활성화되면서 간암으로 진행하게 된다. ‘침묵의 장기’ 조기 발견 어려워… 위험요소 있다면 정기검사 필수 간암은 초기에 발견이 어려운 암이다. 윗배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질 때, 황달이나 심한 피로감 혹은 배에 복수가 차는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암은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않다.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다. 일반적으로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없는 상태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위험요소가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선별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간암은 간수치 혈액검사와 간암종양지표(AFP), 초음파 혹은 CT(컴퓨터단층촬영) 등으로 진단한다.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을 가진 환자는 주기적으로 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위험군 환자는 6개월 간격으로 간암종양지표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초음파로 간 실질 내에 새로운 병변이 생겼는지 확인하고 종양지표 검사가 정상으로 유지되는지 주기적으로 살펴야 안심할 수 있다. 초기 간암, 간이식 가장 효과적… 중기 이후엔 간동맥화학색전술 대한간학회에서 사용하는 간암의 기수는 종양의 크기, 종양의 림프절 혹은 혈관 침범 여부, 다른 장기로 전이 여부에 따라 4단계로 나눈다. 환자의 간 기능 상태와 운동 가능 상태 등을 고려해 5단계 병기로 구분하는 바르셀로나 병기법도 널리 쓰이고 있다. 종양의 크기가 작고 혈관 침범 등이 없는 초기 단계(간암이 한 개이고 직경 3㎝ 이하)에는 간을 절제하는 수술이 원칙이다. 물론 조금 크더라도 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수술이 가능하면 수술로 간을 절제해 주는 것이 좋다. 직경 1~2㎝ 미만의 작은 간암의 경우 고주파 열치료를 통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간암 치료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간이식이다. 다만 간암은 아주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고 대부분 초기 상태를 벗어난 이후에 발견되기 때문에 현재는 간동맥화학색전술(TACE, 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을 가장 많이 시행한다. 넙다리동맥(대퇴동맥) 혈관을 통해 간 동맥으로 카테터를 넣어 항암제와 색전물질을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만약 종양의 크기가 크고 암이 혈관을 침범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진행성 간암에는 경구 항암제(넥사바, 스티바가, 렌비마 등)나 주사 항암제(옵디보, 테센트릭+아바스틴 등)를 사용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방법을 시행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술적 절제술이나 간동맥화학색전술에 비해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된 간암에서는 주로 항암제를 사용한다. 방사선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전체 간에 시술하는 것보다는 작은 부위, 이를테면 혈관이 막힌 부위 등에 방사선을 조사해 간동맥혈전 등을 제거하는 시도를 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맞춤형 면역치료 요법 등이 개발 중으로 미래에는 면역치료가 치료법의 하나로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간경변증 원인 B형·C형간염 예방하고 과도한 음주 피해야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는 B형간염이나 C형간염의 예방이 중요하다. B형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한다. C형간염은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에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한다. 주사침 1회 사용, 부적절한 성접촉 피하기, 문신이나 피어싱하지 않기 등이 중요하다. 여럿이 쓰는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도 절대 피한다. 알코올성 간경변증 예방을 위해서는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경우 절대 금주해야 한다. 최근 과체중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인한 간 손상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적절한 신체활동과 식단조절 등으로 대사성 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은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수술을 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이다. 재발할 경우 수술이 가능하면 절제술을 재시행할 수 있지만 만약 어렵다면 단계를 하나씩 높여 간동맥화학색전술을 반복하거나 경구/주사 항암제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접근해 치료한다. 재발을 일찍 발견하기 위해 간암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CT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가 필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간암은 일찍 발견해 치료 옵션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 2022-12-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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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온 김장철, 허리 ‘삐끗’ 수술 피하려면?
- 김장은 김치 없는 밥상을 상상할 수 없는 한국인에겐 중요한 연례행사다.김장은 분주히 움직여도 꼬박 하루가 소요되는 고된 노동이다. 특히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요인이 많아 시니어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맘때쯤이면 김장을 한 뒤 허리 통증이 나타나 병원을 찾는 시니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김장은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에 주로 가정집 거실 바닥이나 베란다에서 진행한다. 바닥에 앉아 허리를 앞으로 구부린 채 일하면 서 있을 때보다 2~3배 이상의 하중이 허리에 전해진다. 이를 반복하며 장시간 무거운 배추나 김치통을 옮기다 보면 강한 압력과 부담이 척추 뼈와 뼈 사이 디스크(추간판)에 누적돼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시니어의 경우 척추 주변에서 뼈와 디스크를 지탱해주는 근육과 인대가 약하기 때문에 척추 손상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쌀쌀해진 날씨도 위험 요소다.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이 쉽게 경직돼 갑작스럽게 무거운 물건을 들어 무리할 경우 증상의 발생 빈도 및 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러한 척추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김장법을 몸에 익히는 것이 좋다. 김장은 준비된 재료들을 식탁 위에 얹어 가급적 허리를 꼿꼿하게 편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베란다나 야외에서 김장을 할 경우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어 낮은 온도로부터 척추를 보호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거운 배추나 김치통을 옮길 때는 바퀴 달린 도구를 이용하거나 여럿이 함께 드는 것이 좋으며, 김치 보관 시 작은 통에 여러 개로 나눠 담는 것이 무게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틈틈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척추의 긴장을 풀어주고, 김장이 끝난 후에는 무리한 움직임을 자제하며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권장한다. 그럼에도 김장 후 허리 통증이 느껴진다면 간단한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의 허리 건강 상태를 파악해볼 수 있다. △묵직하고 쑤시는 허리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통증이 허리에서 시작돼 엉덩이, 허벅지 및 종아리로 이어지고 땅기거나 저린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기침을 하면 허리가 울리며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허리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한방에서는 허리디스크의 보존적 치료를 위해 침 치료와 추나요법, 한약 처방 등을 실시한다. 침 치료는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 완화에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틀어진 척추의 위치를 올바르게 교정하는 추나요법, 뼈에 영양을 공급하고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특히 허리 통증에 대한 침 치료 효과는 연구 결과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허리 통증 환자가 침 치료를 받았을 때 요추 수술률이 3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허리 통증 발생 후 일주일 내 침 치료를 받은 환자는 침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보다 수술률이 45% 낮았다. 보존적 치료가 수술률을 낮추는 중요한 대안이 되는 셈이다. 허리 통증이 극심한 급성 허리디스크 질환자의 경우 동작침법(MSAT)을 활용해 즉각적인 통증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환도혈, 협척혈 등 척추 주변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은 상태에서 환자의 능동적·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을 줄이는 응급 침술이다. 자생척추관절연구소가 통증의학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학술지 ‘PAIN’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 치료를 받은 급성 허리디스크 환자들은 30분 만에 요통이 46%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진통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통증 감소폭은 8.7%에 그쳤다. 김장은 김치를 통해 가족과 친척, 이웃과 정을 나누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다.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로 등재되며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인류의 유산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김장 문화를 지켜나감과 동시에 본인의 척추 건강도 지키기 위해 무리한 동작은 삼가고 건강한 김장철을 지내길 바란다.
- 2022-11-15 0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