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기네스북에 오른 최고령 ‘이것’ 유튜버가 탄생했다. ‘이것’은 은퇴 뒤 처진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치매와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우리보다 16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이것’이 고독사와 같은 사회문제의 해결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것’은 바로 온라인 게임이다. 국내에서는 게임이 셧다운제를 비롯해 각종 규제 도입으로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노인과 게임이 함께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최근 일본에서는 노인과 게임을 연결시켜 고령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게임기를 잡은 채 행복해하는 일본 노인 사례를 소개한다.
게임은 아흔 살 할머니를 꿈꾸게 한다
지난해 5월 일본 치바현에서 모리 하마코 할머니가 세계 최고령 게임 유튜버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1930년 2월 18일생인 모리 할머니 나이는 올해로 91세. 할머니는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게이머 할머니(Gamer Granma)’로 구독자 51만 명과 소통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할머니 사랑은 40년 전에 시작했다. 자녀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만 가지고 노는 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게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처음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몰래 즐겼던 게임이, 수영과 뜨개질을 제치고 지금까지도 할머니 곁을 지키는 넘버원 취미가 됐다.
‘콜오브듀티 시리즈’, ‘슈퍼마리오’, ‘스카이림’, ‘GTA5’ 등. 1980년대부터 게임을 즐기기 시작한 모리 할머니가 2015년 유튜브 채널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기네스월드레코드 공식 유튜브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공개된 동영상에서 할머니는 “나 혼자 이런 즐거운 일을 하고 있으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손자의 도움을 받아 ‘게이머 할머니’ 채널에 매달 매달 동영상 서너 편을 올린다. 손자 도움을 받아 제작한 게임 기기 ‘언박싱’(상자를 열고 구매한 제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것), 실시간 게임 방송 영상 같이 콘텐츠 종류도 다양하다.
모리 할머니는 “이 나이까지 살아서 ‘게임을 계속한 게 옳았구나’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며 “정말로 장밋빛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기네스북 등재 소감을 밝혔다. “패션이나 스포츠에 비해, 게임은 나이 들어서도 취미로 즐기기에 편해서 좋다”며 다른 시니어들에게도 게임을 권했다.
모리 할머니는 그의 영상을 시청하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동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덕분에 희망이 생긴다’는 댓글에 오히려 힘을 얻는다는 할머니. 게임은 일본에서 아흔 살 할머니도 꿈을 꾸게 만들고 있다.
노화 방지, 운동 효과, 기억력 향상...게임의 놀라운 효과
지난해 기준 일본에서 65세 이상 인구는 3619만 명으로 28.8%를 기록했다. 2025년 고령자 인구 비율이 3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 일본 정부가 시도하는 다양한 고령자 대책 중 하나가 게임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고령자의 건강과 사회 활동 증진 측면에서 게임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게임이나 2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전 형태의 콘솔 게임을 활용해 노화를 막아보려는 시도가 일본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이타마현의 ‘실버 e스포츠 협회’는 정기적으로 모여 게임을 즐기며 친목을 도모한다. 돗토리현에서 지역 내 고등학생과 고령자들 사이 게임 대전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도야마현에서는 민간 기업과 연계해 ‘실버 e스포츠 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고베에는 60세 이상 고령자만 이용할 수 있는 PC방도 등장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업체 대표는 “노년의 고립을 막고 사회 활동과 교류를 장려하는 장소로서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게임방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게이오대학교 연구진은 노인이 게임을 하면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게임을 하는 노인 집단의 주의기능이 더 높고, 심박수도 평균치보다 높아 빨리 걷는 운동 효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비디오 게임이 노인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임 유튜버 모리 할머니 외에도 게임이 노인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가 꾸준하게 소개되고 있다. 온라인 레이싱 게임 덕분에 은퇴 이후 처음으로 활기를 되찾았다는 50년 운전 경력의 93세 ‘베스트 드라이버’ 우라베 류지 씨가 그렇다.
이처럼 ‘노화 예방’ 같은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도 노인에게 게임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5년 앞두고 있는 우리 사회도 노인 건강을 위해서 게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MZ세대의 놀이 공간으로 알려진 유튜브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70대 할머니 유튜버 박막례의 이야기다. 그는 손녀딸의 제안으로 유튜브 세계에 처음 발을 디뎠고, 어떤 개그맨도 따라잡지 못할 특유의 웃음 포인트들로 유튜브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70 평생을 파출부와 식당 같은 일만 하며 살았다가 병원에서 치매 위험 진단을 받고, 손녀가 그를 위해 회사를 그만 두고 함께 호주 여행을 한 것이 유튜브 세계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유튜브를 통해 인생 역전에 나선 박막례 할머니는 2019년에 구글 본사에 초대를 받아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와 유튜브 최고경영자 수전 워치츠키를 만났다. 또 미국 대표 패션지 ‘보그’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처럼 유튜브 시장에서 시니어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4명 중 1명은 50대 이상 ‘시니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 현상을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영상을 몇 편 시청하고 나면, 별도의 검색 없이도 추천과 맞춤 동영상을 제시하는 기능이 한몫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단순한 콘텐츠 소비뿐 아니라 박막례 할머니처럼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시니어 크리에이터’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중에서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며, 특별한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는 ‘K할머니들’이 적지 않다.
이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현재 인기가 높은 K할머니들의 유튜브 채널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밀라노 유학생,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
50년의 디자이너 경력을 보유한 70대 장명숙 할머니는 패션 유튜버다. '밀라논나' 채널에는 세련된 코디법과 쇼핑 팁, 패션 트렌드, 브랜드에 대한 전문 지식 등을 간단히 소개하는 형식의 영상이 업로드된다. 추가로 ‘논나의 아.지.트’라는 코너를 통해 구독자들의 고민을 듣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
또한 새 옷을 사지 않기 위해 체중 관리를 하고, 물려받은 비녀를 브로치로 만든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 고체 비누 샴푸를 구입하고, 일회용기 뚜껑을 모아뒀다 반찬 그릇의 덮개로 쓰기도 한다. 시니어만이 풍길 수 있는 분위기와 아름다움으로 그는 구독자 81만 명과 소통하고 있다.
먹방계의 숨은 강자 순이 엄마(SUNI MOM), 영원씨(01seeTV)
6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먹방 유튜버 순이 엄마는 짜파구리와 연어 국수, 산낙지 등 맛있는 음식 뿐 아니라 ‘배고파서 세제 뿌려서 수세미 먹었어요’, ‘직접 만든 대왕 무지개 쿄호젤리 먹방’ 등 눈길을 사로잡는 영상으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또 다른 먹방 유튜버 영원씨는 80대 나이에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 모여 먹는 파전과 오리 백숙, 닭발 등 시골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상뿐 아니라 지구 젤리와 명량핫도그, 쉬림프링, 불량식품 먹방 등 평소 할머니들이 보기 어려운 음식을 직접 찾아 먹으며 재미를 더한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전형적인 할머니 요리와 MZ세대가 주목할만한 간식거리, 음식을 적절히 선택해 다양한 먹방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우당탕탕 시트콤 인생, 순자엄마
순자엄마는 자신의 시골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큰 웃음을 자아내는 60대 유튜버다. 그는 가족과의 일상, 몰래카메라, 먹방, ASMR 등 재밌는 콘텐츠를 양산하며 구독자 25만 명과 마주하고 있다.
특히 ‘맛있는 반찬은 다 아들 앞으로만 줬더니 남편 반응’, ‘장어 구워서 남편을 유혹한다면?’ 등 가족 몰래카메라 콘텐츠가 인기다. 순자엄마 유튜브 채널 내 댓글에서는 “이렇게 재밌는 영상은 공중파에서 방송해야한다”, “매번 볼 때마다 웃음 폭탄” 같은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표 시니어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Korea Grandma)’
70대 할머니 박막례는 한국의 대표 시니어 유튜버다. 치매 위험 진단을 받은 후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 어느덧 구독자 131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인기에 힘입어 유튜브뿐 아니라 에세이 책도 출간했으며, 연예계에서도 주목하는 셀럽이다.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치고 장구 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다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을 추는 거다”,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내가 대비한다고 안 오는 것도 아니다. 고난이 올까봐 쩔쩔 매는 게 제일 바보 같은 거다” 등 솔직담백한 말들로 젊은 세대의 공감을 사고 있다.
대표 영상으로는 ‘막 대충 만드는 비빔국수 레시피’, ‘시장에서 산 천원 립스틱 5천 원어치 리뷰’, ‘내겐 너무 더러운 손녀딸’ 등이 있다.
명곡 ‘마음에 쓰는 편지’를 부른 가수, 그리고 1990년대를 휘어잡은 최고의 MC. 임백천(63)은 지금도 매일 낮 12시부터 KBS2 라디오 해피FM ‘임백천의 백뮤직’을 통해 사람들과 만난다. 1978년 MBC ‘대학가요제’로 연예계에 입문했으니, 어느덧 43년 동안 현역 방송인으로 생활하고 있는 셈. 아날로그 시대에 시작해서 디지털 시대에까지 이르렀기에 ‘디지로그’를 지향한다고 밝힌 그는, 느릿하면서도 편안한 목소리로 자신이 지나온 세월과 현재의 시간을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어떤 정점에 도달했던 사람이 들려주는, 자신이 관조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①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내 인생 단 하나의 영화 같은 순간
임백천에 대해 얘기하면서 아내 김연주 씨를 빼놓기는 어렵다. 성공한 가수이자 MC였던 노총각과 서울대 출신 재원이자 역시 떠오르는 MC였던 두 사람의 결혼은 1993년을 장식한 큰 화제였다. 올해 결혼 생활 28년째, 1남 1녀를 둔 부부의 생활은 어떤지 물어봤다.
“(웃음) 아주 나이스한 친구예요. 제가 서른다섯 살에 아내에게 구제받았어요. 지금이야 서른다섯은 결혼 적령기지만 그때는 노총각이었고, 여자 마음을 사는 데 소질 있는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다 프러포즈를 받아준 사람이 나보다 여덟 살이나 아래고, 여러 가지 면에서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결혼하겠다고 하자 ‘신부가 너무 아깝다’는 말이 나왔죠. 심지어 저의 엄마까지도 아내가 아깝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결혼식에서 그는 장인어른에게 양해를 구하고, 신랑 신부가 동시에 식장에 입장했다. 부부가 동등하게, 잘 살겠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입장을 해서 주례에게 가는 그 시간이 정말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지금도 그분의 보살핌에 힘입어 잘 살고 있고…. 한 집에서 식구들과 복작대며 살 맞대고 살아간다는 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잘 사는 건 아내가 현명한 답을 갖고 참아주고 희생해서 유지되는 거예요. 안 그러면 힘들겠죠.”
유튜버 제안받았지만 ‘거부’한 이유
임백천과 시니어로서 제2의 인생 얘기를 하다 보니, 방송인인 만큼 자연스레 유튜브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 또한 유튜브 채널을 제안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그의 방송 철학과는 정반대였다.
“유튜브에서 방송계 비하인드 스토리를 푸는 걸 하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나는 그런 걸 싫어해요. 후배, 선배, 동료들 뒷담화는 해서는 안 될 짓이라고 생각하니까.”
물론 그도 유튜브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브 방송 중 하나로 ‘주현미TV’를 꼽았다.
“지금은 트로트 전성시대잖아요. 옛날에는 ‘굳세어라 금순아’ 같은 전통 트로트 시대였는데 지금은 세미 트로트, 댄스 트로트 시대예요. 대중가요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겁니다. 전통 트로트를 공부하고 세미 트로트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있어요. 들어보면 알아요. 주현미 씨는 지금 시대에도 전통 트로트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죠. 본인이 그걸 본보기로 하는 거예요. 그래서 ‘주현미TV’를 보면 전통 트로트를 쭉 하고 있어요. 굉장히 잘하는 거죠. 돈이 막 벌리는 일도 아니고, 사명감으로 하시는 거죠.”
SNS 좀 안 하면 안 될까?
임백천 또한 유튜브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있다고 한다. 만약 하게 되면 ‘주현미TV’처럼 자신만의 소울이 있는 것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전에, 인터넷 방송이 자신에게 맞긴 한 건지부터가 고민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 망설임에는 매일같이 인터넷 방송과 SNS를 통해 여론몰이가 일어나는 세태에 대한 그의 예리한 시선이 있었다.
“SNS 계정은 있지만 사용은 안 해요. 첫 번째 이유는, 게을러요. 글을 올리고 반응을 보고 댓글을 남기고 하는 걸 챙기는 빠릿빠릿한 사람이 아니에요. 두 번째는 지금 복잡한 사회가 됐잖아요. 서로서로 잘난 사람들뿐이에요. 서로 말하고 있어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이름 좀 알려진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면 언론에서 확대 재생산하고…. 그러니까 너무 시끄러운 거예요. 제발 사람들이 ‘낄끼빠빠’ 좀 했으면, SNS 좀 안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책임지지 못할 얘기를 고견인 양 올리면 시끄럽고 적이 생기고 싸우게 되고…. 그게 싫어서 안 합니다. 제가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신경을 쓰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런 게 싫어요. 조용한 사회를 원합니다.”
가수로서의 숙명, 다시 시작됐다
사실 임백천은 이틀에 영화를 세 편씩 보는 영화광이기도 하다. 다시 태어나면 배우를 하고 싶다는 소망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런 열망을 지금 생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가끔씩 드라마나 영화에 카메오로 나오는데, 본인 말마따나 커리어가 꽤 된다. 가장 유명한 것은 영화 ‘라디오스타’에서의 카메오 출연. 그 외에도 드라마에서 조연을 여러 번 맡았다. 최근에는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2에 카메오로 나오는 촬영을 끝냈다.
그렇게 이제 곧 배우로서의 임백천을 보는 것과 더불어 가수로서의 임백천도 보게 될지 모르겠다. 그의 목소리로 불리는 새 노래들이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앨범인 3집이 1991년에 나왔으니 어언 30년 만의 일이다.
“마지막 앨범이 될 것 같아요. 가수를 했던 사람들이나 배우를 했던 사람들은 죽기 전날까지도 좋은 노래를 불렀으면, 좋은 연기를 했으면, 그러고 살아요. 어떻게 보면 숙명 같은 거예요.”
이번에 만드는 앨범은 젊은 감각의 프로듀서와 함께하는데, 프로듀서 말을 ‘백 프로’ 듣는 중이라고 한다. 안 그러면 한풀이지 가수로서 옳은 태도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장년층에 맞추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요즘 중장년층도 디지털 세대에 맞춰졌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 적응해야 해요. 요즘 중장년층은 살기가 힘들어요. 꼰대가 돼서는 살 수가 없으니까.(웃음)”
젊은 세대와 아무런 만남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인터넷을 하고 쇼핑도 해야 하니 요즘 세대에 적응하며 살 수밖에 없다. ‘야, 내가 사는 세상은 따로 있어. 네가 사는 세상은 찰나적인 거야’라고 생각하면 ‘꼰대’가 된다는 것이다. 시니어로서 요즘 세상과 마주치는 법을 선선히 받아들인 그의 모습은, 자신이 추구하는 디지로그적 인간에 한층 가까워 보였다. 가수 임백천의 잔잔하고 자연스럽고 가식 없는 목소리와 만나게 될 새로운 노래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를 노래할 거예요. 올가을까지 완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노래 연습과 기타 연습은 꾸준히 하고 있고요. 그런데 기대하지 마세요.(웃음)”
늘 이렇게 여운이 있다. 그래서 여백이 있는 임백천인가 보다.
언더그라운드 가수, ‘천둥 호랑이’가 되어 돌아온 권인하. 올해 나이 예순두 살. 그러나 나이가 무색하게 29만4000여 명의 유튜브 독자를 보유한 그는 여전한 현역으로서 젊은 세대의 열광을 받으며 인생 2막을 일구고 있다.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그가 40여 년이 지나 어떻게 다시 전성기를 열게 되었을까? 천둥 호랑이가 말하는 음악, 소통, 그리고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금 가수 권인하가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한동안 잊힌 가수였던 그의 봄날은 유튜브 덕분에 찾아왔다. 그가 놀라운 것은 1980년대에 주로 활약한 과거 세대의 가수면서도 유튜브라는 새로운 포맷에 최적화된 가수로 다시금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 성공의 계기는 젊은 세대와의 적극적인 소통 덕분이었다.
우연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다
권인하는 본인이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목적으로 유튜브를 전략적으로 운용하지 않았다. 유튜브의 성공 사례 중 상당수가 그렇듯, 그는 우연과 기회가 겹쳤을 때 본인이 갖고 있던 본연의 실력을 적중시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 시작은 2015년 ‘복면가왕’에 출연했을 때부터다. ‘이 나이에 해도 되는 건가?’라며 긴가민가했던 출연 제의를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권유해 나가게 되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원래 ‘천둥 호랑이’ 채널은 내가 부른 노래들을 모아놓는 데이터베이스로 쓸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복면가왕’에 출연한 후 이슈가 되어 EBS ‘공감’에도 초대되었죠. 거기서 태연의 ‘만약에’를 불렀는데 본방에는 못 나갔지만 EBS에서 그걸 유튜브 채널에 따로 올렸어요. 그랬더니 화제가 되었고 순식간에 100만 뷰를 넘더군요. 그걸 본 아들이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노래를 부르라고 권유했습니다.”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그는 태연, 엠씨더맥스, 노라조, 에일리, 아이유 등 후배 가수들의 노래를 적극적으로 리메이크하여 자기 식으로 해석했다. 1980년대 실력파 언더그라운드 가수였던 그가 까마득한 후배들의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도 신선했지만, 더 신선했던 것은 이미 장년의 나이가 된 그가 구사하는 생생한 창법이었다. 다양한 음역대를 오가지만 특히 고음을 원키로 힘 있게 확 질러버리는 그의 ‘천둥 호랑이 창법’에 ‘진짜 가수’를 찾던 젊은 세대는 열광했다.
권인하의 법칙은 연습과 소통
권인하가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전성기 시절과 다름없는 압도적 성량과 테크닉을 유지하는 비법은 연습이다. 그는 요즘 매일 기본 3시간, 때로는 10시간씩 노래 연습을 한다. 새로운 세대와 호흡하게 되니 가수로서의 삶의 방식도 달라졌다.
“젊어서는 연습 안 하고 대충 불러도 ‘이 정도면 됐지’ 하며 교만했죠. 하지만 유튜브를 하면서 진심으로 열심히 만들어 부른 노래에 대중이 열광하는 걸 보고 절대로 대충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는 밴드 후배들과 소주 한잔하면서 서운한 게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말하라고 했다. 후배가 자신이 느낀 점을 얘기하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과한 다음 고친다. 당연히 처음에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후배로서나 그 자신으로서나 이러한 소통을 통해 더욱 개선된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그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한 태도는 자신의 노래를 듣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 듣는 이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계속 반영하며 진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또한 유튜브를 활용하면서 이제는 하나하나 다 기록으로 남기에 허투루 할 수가 없게 됐어요. 권인하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계속 최고의 정신과 자기관리로 임할 수밖에 없습니다.”
댓글로 만들어진 놀이 공간에서 노닐다
권인하가 자신을 찾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방법도 적극 그 자체다. 다양한 SNS 활용. 유튜브, 팬카페,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하면서 댓글이나 쪽지에 일일이 답장은 못 하지만 최대한 확인하려고 노력하고 피드백을 최대한 수용하려고 한다. 그것을 위해 그가 중시하는 것은 댓글이다.
“비결은 구독자들이 달아주는 재미있는 댓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는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그에 대해 댓글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면서 놀이터처럼 소비하죠. 그런 재미있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하면 콘텐츠 자체에 새로운 활력이 생깁니다. 단순히 노래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놀이 공간으로 변모하게 되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구독자들이 달아준 재미있는 댓글 덕분에 콘텐츠가 계속 생명력을 얻고 재확산될 수 있다고 봅니다.”
2021년 3월 중순 현재 권인하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29만4000명, 곧 30만 명을 돌파할 기세다. 그 구독자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20~30대라고 한다. 옛날이라면 환갑잔치를 열었을 가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팬층의 구성이다. 그걸 가능케 한 것이 바로 권인하의 소통 능력 아닐까.
현재 권인하의 모습은 최신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멀티테이너적 인상을 준다. 또 그것이 인기의 비결이기도 하다. 새로운 물결에 올라타는 그의 모습은 그의 삶을 이해하면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하다.
권인하가 요즘 보여주는 천생 가수로서의 모습만 기억하는 이라면 낯설 수도 있겠지만, 그는 과거에 한때 키보디스트이자 작사·작곡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했다. 군대를 갔다 온 그는 1980년대 최고의 작곡가였던 이영훈과 고등학교 동창 한 명과 함께 셋이서 팀을 준비했고, 그때 이영훈의 곡을 보고 자극을 받아 작곡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처음 만든 곡을 이광조가 불렀을 정도로 그의 작곡가로서의 능력은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권인하는 또한 사업가 경험도 갖고 있다. 신촌뮤직을 운영하며 박효신을 발굴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는 록 가수로서는 드물게 공중파 방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음악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송 활동을 했다. 심지어 배우로서의 경험도 있다. 1992년에 방영된 MBC 미니 시리즈 ‘창밖에는 태양이 빛났다’에서는 주연, 2001년 MBC드라마 ‘가을에 만난 남자’에서는 조연으로 나왔다.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역할을 바꿔가며 다양한 일을 한 그지만, 뼈아픈 실패 또한 그를 따라다니기도 했다. 음반 시장이 음원 위주로 재편되면서 기존 중견가수들에게는 혹독한 시절이 시작되었다. 권인하 또한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미사리 카페를 운영하고 골프 사업도 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내가 “당신은 가만히 있는 게 돈”이라고 말할 정도로 사업은 실패를 거듭했다.
내가 도움이 되는 선배였다니 다행
성공과 사회적 인정, 그리고 실패들. 이쯤 되면 권인하가 가진 경험의 자산치가 보통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인플루언서로 변화할 수 있었던 비결도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된 본능적 감각이 일조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치지 않는 발전의 동력은 ‘어른’의 정의에 대한 그의 생각에서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나도 어른이 됐나 싶을 때가 있지만, 누군가의 본보기가 되고 롤모델이 되는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어른됨이겠죠.”
그는 요즘 자신의 가장 큰 기쁨으로 ‘내 노래를 기다리는 호랭이들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기존 팬뿐 아니라 젊은 층에서 호응해주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꼽는다. 얼마 전 화제 속에 끝난 프로그램 ‘싱어게인’이 발굴한 스타 정홍일은 권인하의 ‘나의 꿈을 찾아서’를 인생곡으로 꼽았다. 1992년 앨범의 동명 타이틀곡이기도 한 이 노래의 가사는 지금은 힘들더라도 언젠가 찾아올 희망을 위해 꿈을 찾아 나아간다는 내용이다. 이 가사가 정홍일이 보여준 삶의 궤적과도 일치하기에, 더욱 살갑게 다가왔을 것이다.
“‘다행이다. 내가 저런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배였다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미 너무 잘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잘됐으면 좋겠어요. 함께 재미있는 그림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고요.”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노래가 필요한 시대
권인하는 ‘싱어게인’ 같은 오디션 프로의 매력은 참가자들의 순수한 열망과 간절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간절함’은 못 이긴다는 걸 느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래 한 곡을 부를 때 진짜 진심을 담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요즘 후배들은 보컬로서의 기술적인 측면은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됐습니다. 그러나 소리를 내는 방식이 다 비슷하기 때문에 음색이나 아티스트의 개성 자체가 차별화되지는 않는다고 보여요. 기술적으로는 다들 너무 잘하기 때문에 좀 더 자신만의 색깔과 개성을 음악에 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청자들이 가수의 진심에 반응해야 감동은 오는 법. 노래에 대한 진심과 개성에 대한 권인하의 충고가 과거 송창식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내용과도 일치하는 걸 보면, 어떤 경지에 도달한 거장급 가수들이 후배 가수에 대해 갖는 생각에는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는 모양이다.
“항상 즐거운 인생이지만 아직 못 다 이룬 꿈이 있기에 정진 중입니다. 이미 케이팝이 빌보드 차트를 점령하기 시작했잖아요? 우리 노래가 세계적 퀄리티라는 반증이죠. 10년 이내에 우리 세대의 음악도 훌륭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트렌디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권인하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안주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서 시대에 맞게 진화한 아티스트로 기억되길 원한다. 요즘 시대에 예순두 살은 무언가를 하기에 시간이 넉넉한 나이임을 생각하면, 아직 그가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은 셈이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자신의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우리 나이의 일반 개원한 의사들은 절대 쉬지 않아요. 여전히 현장 진료를 하고 신기술을 배우죠. 그걸 안 하면 환자들과 교류가 안 되니까요. 그래서 의사 친구들과 한잔할 때면 ‘그런 거 할 수 있는 게 어디냐, 못 하면 도태되는 거다’라고 말해주죠.”
멋있게 늙는 첫 번째 자질은 도전
권인하는 뒷전으로 빠지는 사람은 거기서 멈추는 것이라고 말한다. 의지를 갖고 접목시킬 게 무엇이 있을까 끝없이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멋있게 늙어갈 수 있는 첫 번째 자질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 또한 멈추지 않기 위해 요즘도 1년에 싱글을 두 곡씩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시도해야 결과가 나옵니다. 따라서 뭐든 하는 게 필요해요. 그 자체가 우리 나이에는 큰 용기를 주고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 아닐까요. ‘아, 할 수 있구나, 되네’ 하는 경험을 가지면 미래에 도전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는 자신이 한 말의 증인이기도 하다. ‘할 수 있구나, 되네’를 실현시켜 미래를 꿈꾸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가 만들어갈 인생 2막의 열정적 행보와 소통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중장년 일자리, 재취업과 창업만이 대안일까? 최근 ‘긱 잡’(Gig Job, 정규직 대신 필요에 따라 임시로 계약을 맺는 일자리)이 늘어나면서 능력을 거래하고 판매하는 ‘재능마켓’이 구직난 속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중장년이 알아야 할 재능마켓을 소개한다.
자료 탤런트뱅크, 클래스101 제공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희망퇴직자가 늘어나면서 전문직에 종사했거나 고(高)스펙·고학력을 갖춘 중장년들이 고용 시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30~40년 경력과 전문성을 보유했음에도 알맞은 직장을 찾지 못해 전혀 다른 직무로 임금을 낮춰 재취업하거나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 같은 중장년 일자리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지자 재능마켓을 비롯해 ‘긱 잡’을 활용한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특정 능력이나 기술이 필요한 사람과 해당 능력을 보유한 개인을 징검다리처럼 이어주는 플랫폼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매킨지는 2025년까지 긱 잡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전 세계 GDP의 약 2%에 해당하는 2조7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 프리랜서 시장은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통합 금융 솔루션 기업 페이오니아 코리아가 지난해 발표한 ‘2020 글로벌 프리랜서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프리랜서 노동 인구의 70%가량이 18~3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55~64세는 3%, 65세 이상은 1%에 불과했다. 실제로 ‘크몽’, ‘숨고’ 등 재능 매칭 플랫폼 이용자도 대부분 젊은 세대다. 반면 수입은 55세 이상이 젊은 세대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55~64세 프리랜서의 평균 시급은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36달러로, 전 세계 프리랜서 평균 시급보다 15달러 많았다.
경력이나 스펙에 따른 임금 체계가 프리랜서 시장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재능마켓은 수십 년간 쌓아온 능력과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의 장이다. 나이가 들면서 1일 8시간 소위 ‘풀타임’(Full Time) 근무가 체력적으로 버거운 이들에게도 솔깃한 대안이다. 기업에 소속되어 임금을 받는 근로 형태에 익숙한 중장년층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트렌드를 거스를 수 없다면 트렌드에 편승해 기회를 잡는 것도 방법이다.
◇ 시니어 경력, 중소기업이 산다 ‘탤런트뱅크’
최근 MZ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을 겨냥한 인재 매칭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의 ‘탤런트뱅크’가 대표적이다. 탤런트뱅크는 지식과 경험을 고루 갖춘 ‘시니어 전문가’를 기업의 요구 사항에 맞게 매칭하고 필요한 기간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분야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신상품 출시를 위해 해당 분야에 수십 년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일정 기간만 한시적으로 고용하는 방식이다. 시니어 전문가는 전문 분야에 맞는 일자리와 경력에 따른 높은 임금을 얻고, 기업은 특정 기간만 업무를 맡겨 채용 및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1년 2월 기준 약 3000명의 시니어 전문가가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모두 중소기업 임원, 대기업 팀장 이상 등 한 분야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고스펙 인력이다. 직업은 프리랜서가 가장 많지만, 기업에 재직 중이거나 사업을 운영하며 전문가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일회성 단기 자문부터 월 단위의 중·단기 프로젝트, 아웃소싱 등의 형태로 업무를 수행한다. 가장 많이 의뢰한 분야는 △마케팅 △경영전략·신사업 △영업·구매·유통 △IT △엔지니어링 △재무·투자 △인사·총무 순이다.
시니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원자가 홈페이지에서 프로필을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후 기업과 전문가를 중개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가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지원자의 전문성을 검증하고, 1:1 인터뷰를 거쳐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해당 분야의 전문성뿐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 능력과 인품을 겸비했는지도 확인한다.
탤런트뱅크에 따르면 현재까지 8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성사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업의 재의뢰율이 60%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회계·재무·관리 부문에서 6개월간 자문을 수행하면서 획기적인 매출을 달성해 억대 연봉을 받으며 임원으로 채용된 사례도 있다. 단기 프로젝트라는 징검다리를 통해 개인과 기업 모두 윈윈(Win-win)하는 일자리를 창출한 셈이다.
공장환 탤런트뱅크 프로젝트 매니저는 “플랫폼 노동자라고 하면 단순노무직만 연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일도 긱 경제를 활용할 수 있다”며 “고용을 보장하는 시대가 지난 만큼 중장년층도 새로운 고용 형태를 경험하면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탤런트뱅크의 시니어 전문가, 이렇게 일했다!
단기 자문 실버 사업을 준비 중인 금융 대기업 A사는 사업 진출에 필요한 전략 등 제반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자문이 필요했다. 이에 신사업 경험이 풍부한 S대 MBA 출신 전문가는 단기 자문을 통해 사업 계획, 비용, 수익 최적화 모델 등 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전반적인 가이드를 제시했다.
진행 방법 보고서+1시간 설명회 비용 50만 원
프로젝트 전화 응대 과다 및 데이터 부재 등 업무 비효율이 발생한 콜센터 B사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IT 보안 업체 총괄 및 시스템 개발 등의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를 매칭했다. 전문가는 콜센터 데이터 분석, 운영 방안 제시 등을 통해 기업 내 경영 이슈를 해결했다.
기간 2개월 근무 형태 30회 방문 컨설팅 비용 총 900만 원
아웃소싱 C사 경영관리팀은 팀 내 분야별 업무 현황을 파악하는 등 조직 내 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 30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경영관리를 담당한 전문가를 아웃소싱 형태로 고용했다. 전문가는 재무·인사 등 분야별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총망라하고, 직장 내 교육을 병행해 전문지식을 전수했다.
진행 방법 5개월 풀타임 비용 월 500만 원
◇ 중장년 크리에이터 도전, ‘클래스101’
자신이 가진 재능과 기술, 비법 등을 기업이 아닌 불특정 대상에게 전수하는 방법도 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통해서다. 대표적으로 MZ세대에게 각광받고 있는 ‘클래스101’은 기존 온라인 교육 시장의 장벽을 허물고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통해 크리에이터와 수강생을 연결하고 있다. 음악·미술·운동 등 취미 관련 강의부터 부업·재테크 노하우, 업무 능력 향상 등 일 잘하는 방법, 인문·사회·예술을 비롯한 교양 강의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2021년 2월 기준 1200개가 넘는 클래스가 개설되었으며, 누적 크리에이터 수는 7만5000명이 넘는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은 ‘N잡러’(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사람)를 꿈꾸는 이들에게 기회의 땅 같은 곳이다. 수강생은 평소 관심 분야를 심도 있게 공부해 부업이나 창업을 도모할 수 있고, 크리에이터는 한 분야에서 쌓아온 커리어를 살려 부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의를 통해 얻는 수익은 꽤 쏠쏠하다. 클래스101에 따르면 강의 개설 첫 달 크리에이터의 평균 수익은 약 650만 원이며, 그중 가장 인기 많은 크리에이터 3인의 월 평균 수익은 무려 1억6000만 원에 달한다.
온라인을 활용한 플랫폼인 만큼 20~30대 크리에이터가 대다수지만, 중장년 크리에이터도 분야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36만 명의 회원 수를 보유한 재테크 카페 운영자 송창희 대표는 가난했던 젊은 시절 직접 투자 공부를 하며 자산을 불렸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부동산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20년간 방송작가로 일한 이윤영 작가는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양갱 와인 디렉터, 오중석 사진가, 이양지 요리연구가 등 각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이들이 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이다.
강의는 연령과 직업에 관계없이 누구나 무료로 만들 수 있다. 강의 개설은 두 달 정도 걸린다. 먼저 제작하려는 강의가 얼마나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 일주일간 수요 조사를 진행해 반응을 살핀다. 이후 수강신청이 시작되면 일주일 동안 실제 판매 추이를 분석해 제작 여부를 결정한다. 계약 기간에 꾸준히 수익을 정산할 수 있을지 파악하고,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강의를 개설하는 것이다. 해당 과정을 거쳤음에도 수익을 얻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은 클래스101 측에서 지불한다.
은퇴 후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이라면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강의를 수강해보는 것도 의미 있다. 자기계발을 통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실제로 며느리가 만든 브이로그 영상을 보며 ‘작은 영화’ 같다고 느낀 60대 이나경 씨는 클래스101을 통해 영상 편집 강의를 수강하고 시니어 유튜버로 새 도전을 시작했다.
재능이 돈이 되는 시대, 수십 년의 관록으로 빚어낸 중장년의 전문성과 지식은 긱 잡 시장에서 탐날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그 규모와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은퇴 후에도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재능의 값어치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PLUS+] MZ세대 인기 프리랜서 마켓 ‘크몽’
2012년 문을 연 국내 최초 재능 프리랜서 마켓 ‘크몽’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MZ세대의 놀이터다. 전문가로 등록하면 디자인부터 IT·프로그래밍, 영상·사진·음향, 마케팅, 통·번역, 문서·글쓰기 등 무형의 재능을 판매할 수 있다. 또 사주와 궁합까지 사고팔 수 있다. 최근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자신의 노하우를 담은 ‘전자책’ 출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자책은 전문 분야에 대한 정보를 글로 작성한 뒤 PDF 파일로 공개하는 것으로, 한 번의 출간으로 소소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은 대략 1000원부터 3만 원까지 다양하다. 전문 분야가 아니라 ‘안구건조 이겨내는 노하우’, ‘하루 생산성 극대화하는 방법’ 등 자신만의 비법을 담은 이야기도 전자책으로 만들 수 있으니, 타인과 공유하고 싶은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도전해봐도 좋다.
2030세대는 모든 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한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세대 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대 자녀, 혹은 회사의 막내 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한때 연예인 박명수가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남긴 어록이 유행을 끈 적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피곤하다’, ‘티끌 모아 티끌’ 등 노력하면 결실을 맺는다는 뜻의 속담을 거꾸로 패러디한 것이다. 성과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서 끝없는 도전에 지친 청춘들은 그의 어록에 공감했고, 무한 경쟁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회적 인정보다는 개인의 만족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 ‘힐링’과 ‘소확행’이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키워드였다.
그런데 최근 MZ세대가 달라졌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욜로(YOLO)’를 외치던 이들이 다시 자기계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격증·영어 성적 등 정량적인 스펙을 높이기 위한 과거의 자기계발 트렌드와도 다른 모양새다. 그저 사소한 계획 몇 가지를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전부다. 계획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밤 12시 이후 휴대폰 보지 않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하루 30분 책 읽기, 요가 1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저서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1’에서 이 같은 현상을 ‘일상력 챌린저’라고 명명했다. 엄격한 목표 대신 ‘자기 관리’ 혹은 ‘자기 돌봄’ 차원에서 일상 속 작은 도전을 이뤄나간다는 의미다.
◇ 젊은 세대는 ‘미라클모닝’ 열풍
여러 습관 챌린지 가운데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 있는 것은 ‘미라클모닝 챌린지’다. 미라클모닝 챌린지는 2016년 ‘미라클모닝’이라는 자기계발 서적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새벽에 일어나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유튜버 ‘김유진 미국변호사’가 2019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비결을 담은 영상을 올린 후 관심이 급증했다. 이 챌린지의 유행으로 지난 1월 책 ‘미라클모닝’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0% 상승하기도 했다.
2021년 2월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미라클모닝’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27만3000건이 넘는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챌린지에 참여하는 이들은 기상 인증샷을 찍고 SNS에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챌린저스’, ‘루티너리’ 등 목표 달성 앱의 도움을 받는 이들도 많다. 개인이 만들고 싶은 습관을 정한 뒤 일정 기간 이를 실천하고 인증하는 것이 이들 앱의 공통점이다. 특히 챌린저스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용자들의 인증샷도 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최혁준 챌린저스 대표는 “‘느슨한 연대’라는 말이 있듯이 코로나19로 인해 무기력함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생산적인 목표를 함께 달성함으로써 동질감을 얻고 서로를 독려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시니어도 루틴 형성 중요해
미라클모닝 챌린지는 MZ세대 사이 신선한 문화처럼 떠올랐지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 세계를 주름잡은 시니어 리더들은 이미 새벽 기상과 규칙적인 생활의 힘을 극찬한 바 있다. 7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시니어 유튜버 ‘밀라논나’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체중을 재고 스트레칭을 하는 등 자신만의 모닝 루틴을 공개하며 건강 비결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 또한 나이가 들수록 루틴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시니어는 ‘젊었을 때 다 해봤던 것’이라는 생각에 하루를 흘려보내는 경향이 있는데, 작은 루틴을 만들면 삶에 활력과 성취를 얻을 수 있다”며 “특히 요즘같이 코로나19로 쉽게 무기력해지는 시기에는 더욱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목표가 거창하면 패배감만 커질 수 있으니 ‘동네 한 바퀴 돌기’, ‘화초 기르기’ 등 사소한 일과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 미라클모닝,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꾸준한 도전과 실천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수천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미라클모닝 챌린저 K씨와 L씨에게 그들만의 비결과 변화를 물었다.
K씨(36세·마케터·미라클모닝 8개월 차)
모닝 루틴 알람 없이 5~6시경 기상→샤워 후 커피 마시기→운동(요가 30~40분, 플랭크 200초, 스쿼트 200회)→동네 산책(1만 보 채우기)→인스타그램 인증 게시물 업로드
준비물 시간 기록 앱 ‘타임스탬프’, 영상 편집 앱 ‘키네마스터’, 만보계 앱 ‘페이서’
“루틴을 정해놓고 바로 이어서 하는 게 꾸준함의 비결이에요. 말 그대로 ‘그냥’ 하는 거죠. SNS 덕도 커요. 얼굴도 모르는 동지들과 나누는 ‘좋아요’와 ‘댓글’이 매일 눈을 뜨게 만들어줬거든요. 가끔은 SNS에 인증하기 위해 일어날 정도예요. 무엇보다 자신과의 약속이란 사실을 잊지 않고 하다 보니 작은 성취 경험이 쌓였고, 목표하던 7kg 체중 감량도 성공했어요. 이제는 아까워서 포기 못 해요.(웃음)”
L씨(43세·주부·미라클모닝 9개월 차)
모닝 루틴 눈 뜨자마자 시간 사진 촬영→간단한 스트레칭 후 명상→인스타그램 인증 게시물 및 긍정의 한마디 업로드→모닝 페이지(매일 아침 떠오르는 생각을 3페이지씩 쓰는 것) 작성→독서
준비물 탁상시계, 명상 앱 ‘캄’, 긍정의 한마디가 담긴 책, 공책, 읽고 싶은 책
“4년 전에도 미라클모닝을 시도해본 적 있는데, 그때는 도전과 포기의 반복이었어요. 그러다 코로나19로 일을 그만두고 제대로 해보자 다짐했죠. 이번엔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기부여가 팍팍 되더라고요. 그렇게 매일 새벽 오롯이 저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면서 제 자신을 더 잘 알게 됐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마음을 정돈하고 시작하는 하루는 확실히 달라요.”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디지털 뉴딜’ 시행으로 IT, 인공지능, IoT 등을 접목한 다양한 신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친환경 이슈가 떠오르며 ‘그린 뉴딜’ 관련 일자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중장년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숙련된 경험을 살린다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자리 시장 대전망’을 주제로 펼친 ‘50+일자리 특별포럼’의 두 번째 세션 토론 내용을 Q&A로 정리해봤다.
토론자
김태은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 서기관(이하 ‘김’)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이하 ‘남’)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부연구위원(이하 ‘박’)
Q1. 디지털·탈탄소 사회, 중장년 일자리의 미래는?
(남) 디지털 뉴딜 분야에서도 틈새나 사각지대를 찾으면 중장년의 일자리는 충분하다. 지난 10년은 노동절약형을 강조한 기술혁신하에 일자리를 줄여왔다. 그러나 대전환 시대에는 그 반대여야 한다. 더 노동집약적이고 자원이 절감되는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주민의 삶이 중심이 되는 ‘로컬 뉴딜’과 병행돼야 한다. 최근 로컬 모빌리티의 한 사례로 전국 지자체의 공유 자전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가령 서울시의 ‘따릉이’ 누적 회원은 171만 명이 넘고, 대여도 300만 건에 이른다. 이에 따라 공유 자전거 수리공이나 거치대 설치·관리자, 마을 단위 자전거 교육 강사나 수송 인력도 확대될 것이다. 이렇듯 공공의료 분야나 마을 돌봄, 그린 리모델링, 재생에너지 설치·관리, 건강한 먹거리 산업 등의 영역에서 50+세대의 일자리가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박) 디지털 시대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들이 사라진다. 일찍이 육체노동은 자동화 로봇이 대체했고, 최근에는 인지 업무도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이를 일자리의 위협으로 볼 필요는 없다. 역설적으로 새로운 일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큰 오해는 이러한 디지털 시대에 일하려면 데이터 분석가나 코딩 전문가 등이 돼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보다는 자신이 해오던 일을 어떻게 디지털화할 수 있는지, 또는 얼마나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MIT에서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그 내용에는 우리가 꺼리고 불편했던 일들을 신기술이 대체하고, 인간은 그 기술을 활용해 더 창의적이고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일자리로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들어 있다. 결국 새로운 일자리는 자신의 현업에서 출발하되, 그에 대해 중장년이 창의적으로 고민할 기회를 주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Q2. 한국판 뉴딜, 정부 및 기관의 50+ 일자리 계획은?
(김) 고용 관련 한국판 뉴딜의 주요 안은 ‘고용안전망의 확대’와 ‘사람 투자’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응해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지원대상 확대 및 미래적응형 직업훈련 개편, 재취업지원서비스 내실화, 전국민고용보험·국민취업제도 시행 등 고용안전망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50+세대 지원을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해소, 돌봄 능력 강화, 기본 소득 도입 및 중장년 연금 확대, 공동체 일자리 제안 등을 계획 중이다. 사람 투자 측면에서는 자신의 분야에 숙련된 신중년이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동시에 디지털 역량을 학습해 이를 활용하도록 교육과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남)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도 그린 뉴딜이 본격화되면 도시재생이나 그린스마트 분야 일자리가 많아질 것이라 예견하고, 이에 발맞춰나갈 계획이다. 2020년에는 스마트시티와 관련해 파일럿 사업을 진행했다. 40명의 참여자를 17개의 스마트시티 관련 기업에 파견했고, 공공 스마트시티의 기획과 운영, 에너지 절감 컨설팅 영역 등에 50+세대의 경험과 역량을 투입했다. 2021년에는 그 규모를 확장할 예정이다. 또 플랫폼 일자리와 관련해 ‘중소기업 공유고용 모델’을 실험했는데, 성과가 좋았다. 중소기업은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있으나 막상 채용하려면 인건비 부담이 크다. 이에 같은 고민을 가진 중소기업이 모여 전문가 1인의 인건비를 나누는 방식을 시도해봤다. 50+세대 20명과 협력 기업 5곳이 참여했고, 이후 약 70%가 실제 고용으로 연결됐다. 이를 체계적으로 보완해 질 높은 새로운 노동 모델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 밖에 전국 지자체와 협력해 유휴지를 활용하는 ‘세대 융합 귀촌 모델’이나, 산업안전·돌봄 분야의 ‘50+건설안전감시단’, 취약계층 노인 대상의 ‘HF행복돌보미’ 등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Q3. 50+의 활약이 기대되는 일자리 분야는?
(남) 최근 지표들을 보면, 50+세대는 디지털 시대 전환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 중이다. 지난해 시니어 1인 미디어 생태계 창출을 위해 ‘50+ 유튜버 스쿨’을 열었다. 10팀을 선발해 집중적인 실습과 교육을 해보니 그중 40%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두 달간 구독자가 4배 증가했고, 수익은 10배를 창출했다. 이는 관련 전문가들도 놀라움을 표할 만큼, 50+세대의 디지털 잠재력을 보여준 사례다. 아울러 청년과 노년을 잇는 세대로서 노노케어, 멘토링 등의 분야에도 적극적인 참여가 기대된다. 퇴직 후 5~10년 정도 지역에 내려가 ‘세대융합 귀촌모델’을 만들거나 지방 정부와 연계한 ‘귀촌 인턴십’ 참여도 가능하다. 나아가 국제무대에도 중장년이 활동할 기회는 충분하다. 가령 코이카(KOICA)가 가진 개도국 경제성장을 위한 조달기금은 연간 약 1조8000억 원이다. 이러한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나누고 지원하느냐에 따라 50+세대가 진입할 통로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박) 디지털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 생태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색해볼 수 있다. 먼저 저출산·고령사회로의 인구구조 변화와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로 질 높은 돌봄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확대될 전망이다. 디지털 기술을 업종별 비즈니스 요구에 맞춰 개발하는 과정에서 경력을 겸비한 50+세대의 조율자 역할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세대 간 융합을 도모하는 사회·문화적 포용력이 요구된다. 더불어 저탄소·친환경 사회로의 변화 속 도시재생 사업, 스마트팜 구축, 신재생 관련 제품 서비스 개발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된 바처럼 1980~90년대의 경제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과 상호 호혜적으로 발전 가능한 국제무대에서의 일자리 창출도 꾀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지리라는 진단이 의료계에서 거듭 나오고 있는 지금,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이루려면 기존과는 다른 차원으로의 도약이 필요한 상황. 정부에서는 이를 위한 ‘한국형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지역에 안착해 주민들이 좋은 일자리를 체감하는 게 정부의 목표이자 지역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는 양천구를 책임지고 있는 김수영 양천구청장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에게 직접 일자리와 양천구 개발의 미래상을 들어봤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에서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지역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목소리를 대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는 각 지방정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우수한 일자리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중앙-지방정부 간, 지방-지방정부 간 협업을 강화하는 소통의 창구 역할이다. 양천구는 2019년 119개 사업에 7231개 일자리 창출 목표를 수립해 119개 사업, 68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일자리는 더 이상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적인 복지 영역입니다. ‘일자리가 곧 복지’인 거죠.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힘써 다양한 계층이 체감하는 내실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모두의 바람이자 희망입니다.”
중장년층 일자리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
김 구청장은 50대 이후의 중장년층을 위한 양천구만의 일자리 지원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양천구의 어르신복지과 ‘인생 이모작 팀’이 중장년층을 위한 여러 솔루션들을 기획 중이다. 그리고 50대 독거남들이 사회에 다시 진출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나비남 프로젝트’, 8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 전담 팀이 직접 방문해 건강관리를 해주는 ‘백세건강 돌봄 사업’ 등 세대별 맞춤형 복지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 양천시니어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장년층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게끔 다양한 정보 제공 및 취·창업 지원을 위한 양천50플러스센터를 2021년 7월 개관할 예정이다. 또한 ICT 기술을 독거노인 및 취약 계층에 도입해 디지털 취약 계층과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신중년 일자리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예를 들어 ‘ICT 기반 돌봄 서비스’는 신중년 ICT 케어 매니저들이 AI 스피커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의 고독사 예방 및 신속한 위기 대응 등의 돌봄 서비스를 수행하는 일이다. 더불어 조리사 자격을 갖춘 신중년들이 어린이집의 대체조리사로 활동해 급식 공백을 최소화하는 서비스인 ‘대체조리사 지원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 지정
양천구가 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됐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양천구가 선정된 배경에는 먼저 ‘연의목공방’이 서울시 자치구 목공방 중 규모가 제일 크며, 목재 관련 박사학위가 있는 외부 강사를 인력풀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목공지도사를 직원으로 채용해 직접 운영하는 것도 높이 평가받았다.
“양천구는 주거 지역이 전체 면적의 약 72%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베드타운으로 흔히 목동을 얘기하면 대입 전문학원이나 목동 아파트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입시학원 중심의 목동에서 평생학습 중심의 양천구를 만들기 위해 오목공원 내 창고로 방치돼 있던 공간을 목공예 체험장으로 조성한 것이 연의목공방의 시작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7월 산림청에서 전국적으로 공모한 ‘목재교육 전문가 양성기관’에 지원하였으며, 지정을 받았습니다. 전국 총 44개 기관에서 신청했는데 6개 기관만 선정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양천구죠. 앞으로 목재교육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국가자격증반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개강은 곧 할 예정입니다.”
12월부터 개강할 목재교육전문가는 산림청에서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한 기관만이 배출할 수 있다. 6개월 과정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목재교육 분야의 전문지식·기술습득 및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면 목재문화체험장, 강사 활동, 학교 방과후 교사 및 마을 학교 강사, 소창업 등이 가능해진다. 양천구에 목공방 마을 1호가 머지않아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음 치유는 공원에서
일자리를 못 구하는 일도 사람의 마음을 척박하게 만들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그 이전에 가혹한 생존의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코로나19다. 김 구청장은 자칫 몸과 마음이 삭막해질 수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삶의 질’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런 기준에 따라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여가를 보내는 대신, 쾌적하고 안전하게 ‘쉼’을 누릴 수 있는 공원을 추천했다. 양천구는 이러한 방향성에 맞춘 다수의 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양천구 면적은 17.4k㎡로 이 중 주거 지역이 71.8%인 12.5㎢입니다. 녹지는 23%인 4㎢로 그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며 전역에 크고 작은 공원 104개소가 조성되어 있어 힐링하기에 좋은 환경이죠. 특히 연의목공방에서 700m 떨어진 곳에 양천도시농업공원을 작년 4월에 개장했는데, 7000평 규모에 농업체험학습장, 친환경텃밭, 야생초화원, 생태연못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삭막한 도시 환경을 개선함은 물론 마을공동체 사업과도 연계해 건강, 교육, 공동체 개선 등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끌고 있는 중입니다.”
양천도시농업공원에서 수확한 채소는 각 동의 취약 계층과 어르신 사랑방에 기부하거나 양천푸드마켓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작년 한 해 동안 기부된 채소들은 300kg이 넘는다. 공원을 가꾸는 재미가 정서적 위안과 함께 공동체 정신을 높이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2022년까지 연의목공방 맞은편에 제2의 도시농업공원을 하나 더 개장해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균형 발전을 위한 대규모 사업들
“양천구는 강남권과 비강남권을 말하는 서울시의 축소판처럼 목동과 비목동 간의 지역 격차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균형 발전에 대한 밑그림을 구상했고 민선 7기를 열면서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구청장이 균형 발전을 위해 구상한 ‘H-Plan’은, 양천구의 큰 개발 계획을 통해 동쪽(목동)과 서쪽(비목동)이 균형 발전을 이루고 상생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정책 사업이다. 미래 양천의 30년 발전을 위해 주민들과 약속한 내용이기도 하다. 우선 동쪽에는 중소기업 혁신 성장 밸리를 조성하고 서쪽에는 서부트럭터미널을 개발해 도시 첨단 물류단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남쪽은 신정차량기지를 이전 및 개발해 문화 상업 복합 시설을 유치하며 북쪽으로는 국회대로와 차도를 지하화해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정3동의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은 운영사인 서부T&D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해 그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경전철 목동선도 서울시와 정부에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발표한 이후,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위원회의 심의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끝나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다음 절차가 진행될 것입니다. 워낙 큰 사업들이라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는 없겠지만 미래의 먹거리 사업이라 생각하고 차근차근 추진해나가려고 합니다.”
자발적인 착한 소비 운동에 감동
김 구청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양천구민들에게 감동을 받은 경험이 있다. 구청에서는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어려워지자 힘들어하는 소상공인을 응원하기 위해 ‘착한 소비’ 캠페인을 시작했다. 동네 단골집에 미리 ‘착한 선결제’를 한다거나 포장 주문을 하거나, 1+1 구매를 해서 주변 이웃과 나누자는 ‘착한 소비자’ 운동이 그 내용이다.
“현장에 나가 보면 손님이 너무 없어 힘들다는 사장님이 많은데 ‘주민들이 이렇게 착한 소비 운동을 해주시니 그래도 버틸 힘이 난다’고들 하셨습니다. 그중 한 식당 사장님은 주민들이 방문 포장도 하고 선결제도 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자신도 단골 미용실에서 선결제를 하는 착한 소비자 운동에 동참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새희망자금, 소상공인 신용보증 융자 지원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을 통해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일시적인 지원보다 단골손님들의 응원과 소비가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사실 ‘착한 소비’ 캠페인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했을 사업입니다. ‘나도 힘들지만 우리 이웃을 위해 함께 이겨내자, 힘내자’ 하면서 서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동참해주시는 주민들을 보면참 감사한 마음도 들고,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은 주민들에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니어 구민을 위한 행정
최근 김 구청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시니어 구민을 위한 디지털 격차 해소다.
“얼마 전 모 신문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이 유튜브를 이용하고, 한 달 평균 30시간이나 시청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뉴스가 가장 많은 채널을 묻는 질문에 50대와 60대의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지목할 만큼 가짜 뉴스에 노출되어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에서 진짜를 가려낼 수 있도록, 중장년 어르신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줄 ‘디지털 문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김 구청장은 로봇과 시니어를 연결하는 일도 하고 있다. 관내 어르신들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용 로봇 사업을 도입한 것이다.
“어르신 복지관 3개소에 얼굴과 음성 인식이 가능한 카카오톡 교육 로봇인 ‘리쿠’를 40대 보급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손님들이 비대면 주문을 선호하고,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도 적어 매장마다 늘어나고 있는 무인단말기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패스트푸드점 주문, 기차표 발매, 영화관 티켓 발매, 무인발급기 이용 방법 등을 알려주는 교육용 키오스크를 복지관에 설치하고 관련 강좌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김 구청장은 또한 ‘스마트폰 사용 기초 과정’을 시작으로 유튜버로 활동할 수 있는 ‘1인 크리에이터 교육’, ‘시니어를 위한 빅데이터 교육’ 등을 실시해 다가오는 스마트 미래 시대에 신중년들이 당당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진행형의 인생 2막
“보통 정년이라고 해서 퇴직하는 나이가 정해져 있는 직업에서는 은퇴 후를 ‘인생 2막’이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계속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더 일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김 구청장은 양천의 미래 30년을 위한 굵직한 사업을 많이 추진하고 있다. 그런 사업들을 꼼꼼히 챙기면서 양천구민들을 위해 어떻게 잘 마무리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50대 중반의 신중년인 김 구청장이 생각하는 시니어로서의 삶은 뭘까. 그녀는 나무와 같다는 말로 비유했다.
“울창한 산길을 걷다 보면 주위에 나무가 참 많은데, 이 나무들의 나이를 겉만 보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나무는 우리처럼 나이를, 이마나 눈가에 주름으로 새기는 것이 아니라 나무 속에 나이테로 새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봄이 되면 모든 나무가 푸른 잎을 꺼내는 것은 똑같죠.”
김 구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성해지는 나무처럼 나이 들수록 더욱 울창하고 푸르른 나무가 되어, 누군가 와서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그런 포용력과 배려심을 키우는 게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큰 나무처럼 양천의 미래를 책임지며 자신의 나이테를 깊이 새기고자 하는 그녀의 소망이 어떤 봄을 맞이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저런 모습은 세력이 마지막 물량까지 쓸어 담으려고 터느라 그런 거예요. 속칭 개미 털기라 하죠."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경제스터디도 비대면으로 하고 있다. 이제 막 뭔가 알 것 같은데 문자로만 하니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요즘 정보는 유튜브에 다 있다고 하지 않나. 마침 시간도 있다.
경제 혹은 주식과 관련된 영상은 짐작한 것보다 더 많았다. 이 중에 알찬 영상을 찾는 게 문제였다.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 영상을 찾아보는데 바로 저 ‘개미 털기’라는 말이 나왔다. 개미 털기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개미지옥은 들어봤어도 개미 털기는 난생처음이다.
자세히 보니 호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실시간으로 찍었다는 영상에는 주가가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는 중이었다. 오를 때는 빨간 숫자로 표시되는 매수세가 늘어나더니 주가가 하락하자 순식간에 파란 숫자가 가득 찼다.
한동안 보고 있자니 누군가 그 파란 숫자들을 다 주워 삼키고는 유유하고 도도하게 위로 올라갔다. 그러곤 다시 반복되는 상황. 워낙 빠른 움직임이라 나 같은 초보는 보고 있기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딱히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가격이 하락할 때 물량을 던지는 심정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날 그 종목은 상한가를 쳤다. 영상 속 유튜버는 세력의 개미 털기와 하락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설명을 마쳤다.
어쨌든 개미 털기에 대해 확실히 알았다. 개미가 뭔가. 나야 개미랄 수도 없지만 적은 금액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을 일컫는 말 아닌가. 자본이 넉넉한 세력이 물량을 주워 담으려고 일부러 가격을 떨어뜨려 겁먹은 개인 투자자, 일명 개미들이 갖고 있던 주식을 던져버리게 하는 방법이 개미 털기였다. 당연히 개미들이 던진 주식은 세력이 날름날름 주워 먹는다. 이게 무슨 테트리스 게임도 아니고 암튼 무서운 세력 같고, 좀 치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경제와 주식에 관심을 갖고 나니 그동안 나만 모르고 있었나 싶게 관련 영상이 많다. 단돈 수백만 원으로 억!억! 하는 돈을 벌었다는 청년부터 주식농부라는 사람까지. 지금까지 이런 영상이 안 보인 걸 보면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이 맞다.
그러나저러나 장중에 저런 호가 창을 보더라도 이게 하락인지 개미 털기인지 무슨 재주로 알아볼 것인가. 개미 털기뿐인가. 그녀 말로는 경제에 대한 감각을 익혀야 한다는데 그게 익히고 싶다고 쉽게 익혀지는 것도 아니고 알수록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나 같은 초보는 그저 시간이 약이려니 하면서 개미 털기 당하지 않도록 정신 번쩍 차릴 수밖에 없다. 이참에 털린다는 뜻을 찾아본다. 아… 확실히 개미 털기 맞네. 또 하나 알았다.
*털리다
1.
달려 있는 것, 붙어 있는 것 따위가 떨어지도록 흔들게 하거나 치게 하다. ‘털다’의 사동사. 가정부에게 먼지를 털리다.
2.
남이 가진 재물을 몽땅 빼앗게 하거나 그것이 보관된 장소를 모조리 뒤지어 훔치게 하다. ‘털다’의 사동사.
'디지털 원주민‘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 교육전문가 마크 프렌스키가 2001년 발표한 논문에서 사용한 말로,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하며 자란 세대를 뜻한다. 반면 디지털의 발달을 따라잡을 수 없는 기성세대를 '디지털 이주민'이라 부른다. 아무리 노력해도 원주민의 억양을 완벽히 구사할 수 없는 이주민처럼 이들 또한 젊은 세대만큼 시니어들 또한 디지털에 익숙해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라 불리는 요즘 시니어들은 디지털 기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더 나아가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기도 한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혼자 힘으로 구독자 1만여 명을 모으고 책까지 쓴 유튜브 요리 채널 ‘주코코맘의 미각’ 운영자 주미덕 씨(63)가 대표적인 예다. 한평생 자식과 손자의 뒷바라지를 하다 60대의 나이에 비로소 꿈을 펼치기 시작한 주 씨. ‘한국판 모지스 할머니’라 불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유튜브를 하기 전까지는 5살배기 손주들 돌보며 육아에 전념하고 살았어요. 그 전에 직장도 없었고요. 그러다 손주들이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서 낮에 시간적 여유가 생겼어요. 그런데 어느 날 딸이 그동안 애들 기르느라 고생했는데 엄마도 유튜브 보지만 말고 한번 해보라며 슬쩍 권유를 하더라고요. 원래 요리하는 것도 좋아했고, 유튜브도 자주 봤거든요. 딸의 말에 용기를 얻고 요리 채널을 열었죠.
Q. 촬영이나 편집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혼자 다 하고 있어요. 촬영하는 법은 작은 문화센터 다니면서 배웠고요. 일주일에 한 번씩 4회 정도 배우니 할 수 있겠더라고요.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2시간 만에도 배울 수 있대요. 촬영이랑 편집도 스마트폰 하나로만 해요. 편집은 '키네마스터'라는 앱을 사용하고 있고요. '브이로그' 같이 영상미가 중요한 콘텐츠는 좋은 카메라로 찍으면 더 좋겠지만, 장비보다는 콘텐츠에 대한 전문성과 진정성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Q. 수익을 얻기도 하셨는지요?
시작한 지 7개월 좀 넘었을 때부터 광고가 붙었어요. 구독자가 1000명쯤 됐을 때였죠. 광고 붙은 첫 달에 120만 원, 그다음 달에 140만 원 이렇게 들어오더라고요. 사실 수익이 주기적이진 않아요. 요즘은 그 정도도 안 들어오고요.(웃음) 그래도 이렇게 하다 보니 알게 된 건,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이 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 그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돈을 지불하면서 듣고 싶은 중요한 자원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Q. 유튜브 시작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인생이 바뀌었어요. 유튜브를 시작하니 유튜브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쓰게 됐고, 책을 쓰니까 강연 요청이 오더라고요. 그러면 강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또 찾아서 스피치 수업도 듣고, 파워포인트 만드는 법도 배웠죠. 그렇게 이것저것 하다 보니 교수님들부터 젊은 세대들까지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할머니들끼리 모여서 옆집, 윗집 흉보는 게 아니라 4차 산업이나 유튜브 얘기를 하는 거예요. 인생에 활력이 생길 수밖에 없죠. 뒤늦게 학생이 되었다는 기분으로 살고 있어요.
Q. 유튜브 이외에도 새로 배우고 계신 분야가 있는지요?
요즘은 집 밖에 나가기도 좀 그렇잖아요. 직접 강의를 들으러 다닐 수 없으니까 '줌'(온라인 화상 회의 플랫폼)으로 공부를 많이 해요. 줌에 스마트폰 활용법부터 마음 정리하는 법 등 여러 강의가 많아요. 얼마 전엔 온라인 마케팅 강의도 들었어요. 실력을 더 쌓고 좋은 기회가 오면 인터넷으로 요리를 판매해보고 싶어서요. 세상이 참 좋아졌어요. 뭐든 할 수 있는 시대에요. 남편도 요즘 인터넷으로 캘리그라피 배우고 있는데, 만족도가 높은가 봐요.(웃음)
Q. 60대로서 또래 시니어에게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려요.
오늘이 내가 사는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나이 들었다고 못 할 거 없어요. 특히 전문직에 종사하셨던 분들은 은퇴 후 본인이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 지식을 공유하면 더 잘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저도 옛날 같으면 눈도 아프고 여건도 안 돼서 못 했을 거예요. 근데 요즘은 어디서나 쉽고 편하게 배우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잖아요. 여러모로 힘든 시기지만, 이 또한 지나갈 테니 모두 힘내서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