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인 만큼 국내에서의 실효성이 어떨지 관심이 높다. KIRI(보험연구원)가 낸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요 선진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보고, 국내에서는 기금형이 과연 노후 설계의 주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본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본다. 기금형 연금으로 ‘평범한 근로자도 은퇴하면 백만장자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401K’ 연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신탁 핵심인 기금형 퇴직연금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주로 계약형으로 이뤄져 있다. 기업이나 근로자가 은행, 보험,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하지만 미국, 호주 등 연금 관리 선진국은 퇴직연금이 주로 기금형으로 이뤄져 있다. 기금형은 전문 위탁기관과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처럼 별도 조직이 운용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여러 사업장이 참여하는 연합형 퇴직연금 기금 등도 가능해진다.
또한 기금형은 수탁법인 즉, 대리인(기금)으로 기금운용위원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위원회가 노사의 의견을 반영해 기금을 직접 혹은 위탁해 운영한다. 계약형은 운용과 자산관리 모두 외부 금융회사에 위탁하면 금융감독원이 관리·감독한다. 반면 기금형은 운용 업무는 수탁법인이 직접 하거나 위탁하고, 자산관리 업무는 위탁하는 구조다. 자산운용지침서인 투자원칙보고서를 작성해 운영하며 관리·감독은 고용노동부가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약형과 기금형의 차이는 운용위원회가 있는지에 따른다고 볼 수 있으나, 계약형에서도 적립금운용위원회와 같이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때에 따라 혼합형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기금형 제도를 운용하지만, 계약형을 따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KIRI는 보고서에서 “선진국에서 두 지배구조는 공존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법적으로 계약형만 가능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퇴직연금 주체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어 이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기금형 퇴직연금은 다시 신탁형과 보험형으로 나뉘고 어느 유형이든 지명수탁자를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 지명수탁자는 기금 운영과 관리에 책임을 지는 관리자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금융 상품 선택하는 DC형 늘어
퇴직연금에 기여금을 내는 미국의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2019년 기준 9810만 명에 이른다. 자산 규모는 2019년 기준 10조 달러 이상이다. DB형(확정급여형)이 3조 2744억 달러, DC형(확정기여형)은 7조 4326억 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다. KIRI는 “평생 노후를 보장하는 형태로 DB형을 운영하다가 최근 산업구조와 경기 변화 등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고자 DC형으로 전환 중”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퇴직연금은 회사가 기금을 만들어서 퇴직연금 관리회사, 자산운용사,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와 협업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DB형은 기금이 자산을 전적으로 운용하고, DC형은 가입자의 운용 지시에 따라 기금이 운용하되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잘 내릴 수 있도록 운용상품을 선별해 제시한다. DC형 금융상품은 주로 뮤추얼펀드, 국공채, 원리금 보장형 상품 등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디폴트 옵션은 DC형에서 적용되는 것으로 가입자가 연금을 방치할 경우, 사전에 동의한 대로 전문기관에서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운용하는 ‘사전지정운용’ 제도다. DC형 비중이 높아서인지 미국 퇴직연금은 자산운용을 주식, TDF(타깃데이트펀드) 등 고수익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특징이 있다. 2018년 기준 401K의 자산 배분은 전체 5.2조 달러 중 약 63%인 3.3조 달러가 뮤추얼 펀드에 투자되고 있었다. 또한 전체 뮤추얼펀드 중 58%가 주식형 펀드에 투자되고 있다. KIRI는 “20년 장기로 보면 DB형이 DC형보다 조금 더 수익률이 높았지만, 10년 이내 평균 수익률에서는 DC형이 조금 더 높았다”며 두 제도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고 평가했다.
자동으로 가입되는 연금 ‘401K’
미국의 은퇴자들이 노후 걱정을 하지 않게 된 것은 미국의 DC형, 일명 ‘401K’로 퇴직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401K 백만장자’를 목표로 투자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투자 과정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이렇게 DC형 연금이 발전하게 된 데는 여러 법 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1974년 제정된 ERISA법(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은 DC형 발전의 계기가 됐다. DC형 퇴직연금을 401K라고 부르는 것은 ERISA법 401조 K항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세액공제 역시 DC형의 성장을 이끌었다. 1978년 제정된 미국 내국세입법은 401K에 가입하면 소득세 이연 및 연간 1만 4000달러 한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업이 근로자의 401K에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면 법인세를 공제해주기도 했다.
2006년 제정한 연금보호법은 DC형 성장에 불을 붙여 퇴직연금 가입액이 늘고 운용 수익률도 높아지는 결과를 냈다. 연금보호법은 모든 근로자가 자동으로 401K에 가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근로자가 가입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일단 자동가입 후 탈퇴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 이를 해지하는 근로자가 많지 않아 정책 효과가 컸다고 분석한다.
연금보호법에서는 근로자의 임금 인상에 따라 적립률도 올라가는 ‘자동인상 제도’도 도입했다. ‘SMarT: Save More Tomorrow’라고 불리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근로자들의 적립률은 3년 뒤 약 4배 정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2005년 2조 3930억 달러였던 퇴직연금 자산은 2019년 말 7조 달러가 넘는 규모로 크게 성장했다. 여기에 디폴트 옵션으로 자동 투자까지 이뤄지면서 수익률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자산운용사 뱅가드에 따르면 2020년 401K의 평균 수익률은 15.1%이며, 5개년 누적 수익률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와 보호 정책도 강하게
미국 퇴직연금의 특징은 감시기능과 수급권보호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퇴직연금 운영을 자율에 맡기는 형태에서 지명·신탁수탁자가 의무를 위반할 경우를 대비해 연금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서 작용한다.
먼저 근로자와 고용주, 소유자와 연금사업자 사이 이익 충돌 방지를 위해 연금계리사 등 제삼자 감시기능장치를 두고 있다. 책임준비금 등 연금 수리에 있어서 연금계리사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ERISA법(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에서는 “등록연금계리사 합동위원회에 등록된 연금계리사를 고용해 매년 수리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1974년 DB형 퇴직연금 가입자 보호를 위해 연금지급보증공사를 연방정부 기관으로 설치했다. 기업이 파산 등으로 인해 퇴직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 공사에서 지급하도록 한 제도다. 수탁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수탁자보증보험과 수탁자책임보험을 ERISA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탁자보증보험은 수탁자가 의무 이행에 불성실했을 때 연기금과 연금수급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수탁자책임보험은 수탁자의 과실, 태만뿐 아니라 일반적인 행위에 의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도 보험 가입으로 보호하는 것으로 가입 여부는 자율이다.
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로 나타났다. 같은 해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평균 71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즉, 중장년에겐 퇴직 후 20년 또는 그 이상을 책임질 제2의 직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월 취·창업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중장년 유망 직업에 대해 조사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니어가 알아야 할 유망 직업을 하나씩 소개해나가려 한다. 그 첫 순서로 다수의 전문가가 언급한 ‘직업상담사’(전직지원전문가)에 대해 알아봤다.
◇ 직업상담사(전직지원전문가), 시니어에게 왜 유망할까?
2020년 5월부터 고용노동부의 ‘고령자고용법’ 시행에 따라 1000명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50세 이상 퇴직자에게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진로설계 및 상담, 재취업 알선, 취업 교육 등으로 구성되며, 전문적인 전직지원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이에 따라 전직을 지원하는 전문가의 수요가 늘고 있다. 직업상담사, 커리어 컨설턴트 등 유사 분야 자격증이 있다면 입직과 업무 수행에 유리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강소랑 박사
급변하는 직업 환경으로 중장년에게 매우 유망한 직업이다. 고용노동청이나 여타 공공기관에서 중장년을 대상으로 여러 일자리 사업을 한다. 신중년경력형 일자리사업이나 뉴딜인턴십, 보람일자리 사업 등이 있다. 이런 일자리 사업의 취지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구직 당사자인 중장년과의 상담 혹은 교육을 통해 그들의 제2인생 전환을 위한 생애설계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업무가 중장년에게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위 두 전문가를 비롯해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김찬흥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 센터장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 등이 ‘직업상담사’ 또는 ‘전직지원전문가’를 시니어 유망 직업으로 꼽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함께할 미래, for 5060 신직업’ 보고서에서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평생경력개발의 일환으로 중장년 퇴직자뿐만 아니라 재취업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인프라가 확충될 전망”이라며 시니어 유망 신직업 중 하나로 전직지원전문가를 선정했다.
직업상담사란 구직자나 미취업자에게 직업 및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직업 선택, 경력설계, 구직 활동 등에 대해 조언한다. 이와 유사한 전직지원전문가의 경우 퇴직 후 이직 또는 전직,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제2의 직업을 추천하고 이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다. 최근 고령사회에 접어들며 정년 이후에도 일자리를 희망하는 이가 늘어났다. 지난해 경기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동자 중 97.6%는 가능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욕구에 따라 퇴직 후 다시 구직 활동을 해야 하는 중장년을 위한 상담 지원과 커리어 컨설팅 서비스 또한 확대될 전망이다. 중장년 구직자의 경우 동년배인 상담가와의 공감대와 유대, 신뢰 형성이 더욱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시니어 직업상담가의 수요의 증가와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 나도 직업상담사가 될 수 있을까?
직업상담사는 주로 실내에서 활동성이 적은 형태로 근무하며, 구직자와 면담하거나 검사를 통해 취미, 적성, 흥미, 능력, 성격 등을 분석한다. 구직자에게 알맞은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직업 선택에 관해 조언하며, 필요 시 강의 형태의 교육이나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담당하기도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경력자 직무활용 재취업 추천직업’(2021)에 따르면 업무환경 등 직업유사성을 고려했을 때 일반행정공무원, 심리상담 전문가, 노무사, 교육과학연구원, 사회복지사 등의 경력자에게 추천되는 직업이다.
직업상담사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은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이다. 국가공인자격인 ‘직업상담사’는 1, 2급으로 나뉘며 검정형과 과정평가형 두 분야로 응시 가능하다. 지난해 검정시험형의 필기의 경우 전체 2명 중 1명꼴로 합격했는데, 합격률이 가장 높은 건 50대로 60.1%다. 60대는 57.3%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실기 시험에서도 50대의 합격률(52.3%)이 가장 높으며, 60대는 42.8%다. 과정평가형의 경우 전 연령대 평균 55.3%의 합격률(외부평가 기준)을 나타냈다. 합격률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전체 응시 인원을 살펴보면 검정형 2만3974명, 과정평가형 362명으로 아직까지는 검정형을 선호하는 추세다.
중장년의 합격률이 높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노력여하에 따라 연령과 무관하게 취득이 가능한 분야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과 응시생들은 합격 문턱이 마냥 낮은 편은 아니기에 사이버대학 등에서 관련학과를 전공하거나,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해 자격증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중요한 건 자격증 취득 이후다. 상담사 관련 자격의 경우 취득 후 내담자를 만나며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가영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사회복지사(직업교육 담당자, 직업상담사 자격 보유)는 “직업상담사를 희망하는 시니어들을 보면 자격증 정보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어떤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담보다는 취득 이후 일자리로의 연계 방법에 대해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이미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 후 센터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주로 민간기업에서 활동하는 직업상담사의 경우 청년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시니어 직업상담사는 재정지원일자리나 공공일자리, 사회공헌일자리 쪽으로 추천하게 된다. 주로 이런 분야의 경우 지원서 작성에서부터 행정적인 절차가 많아 컴퓨터 활용 능력이 바탕이 된다고. 따라서 문서작성 능력 등이 부족하다면 이 부분을 보완해둬야 추후 구직 활동도 원활해진다.
이가영 사회복지사는 자격증 취득 이후에도 꾸준한 학습이 필요한 분야라고 조언한다. 그는 “내담자들이 저마다 원하는 직종, 직업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마련하고 알맞게 추천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직업이나 구직 동향을 살펴야 한다. 새로운 직업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며 “직업상담사 일을 하다보면 내담자에게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거나 상담 과정을 기록하는 등 컴퓨터 문서 작업이 기본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 특유의 편안함과 경험이 내담자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내담자를(청년인 경우) 손주나 자식 대하듯 한다거나, 경험이나 가치관을 지나치게 강조할 우려가 있다. 늘 상담자로서 전문성을 갖고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nterview] 윤영란 직업상담사 “일하는 행복 선사하는 보람이 가장 커”
한때 영재교육원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윤영란 씨(펀더플드림협동조합 대표)는 53세 나이에 직업상담사 2급을 취득 후 직업상담사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그는 현재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컨설턴트 겸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강사로 활동 중이다. 직업상담사가 된 지도 8년차, 윤 씨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노후 행복을 좌우하는 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하면 경제적으로 소득 창출도 되겠지만, 활동성이 생기며 건강도 챙길 수 있고, 사회 활동을 하니 관계 형성에도 좋죠. 실제 저와의 상담을 통해 노후를 행복하게 할 일자리를 찾는 분들을 보면 참 뿌듯하고 즐겁습니다. 사실 중장년들은 이미 능력은 출중한데 정보력이 부족하거나 제도를 잘 몰라 헤매는 분도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동년배로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이해하기 쉽게 상담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윤 씨는 자격증 취득만을 목표로 너무나 쉽게 딸 수 있는 일부 민간자격증은 피하라 당부한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제대로 배우고 익혀야만 추후 일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또, 시니어 직업상담사를 요구하는 기관들의 경우 대부분 국가자격인 ‘직업상담사’를 요건으로 하는 곳이 많은 점도 이유로 들었다.
“좀 힘들더라도 1~2년 정도는 자격증 공부를 하셨으면 해요. 강한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충분히 취득할 수 있다고 봐요. 다만 가능하다면 늦어도 50세 초반에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민간 기업을 희망한다면 보통 60세가 지원 커트라인인데, 몇 년밖에 일하지 못할 인력을 잘 뽑지 않으니까요. 물론 몇몇 보람·공공일자리 유형의 경우 반대로 65세 이상만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채용 기관이 많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그동안은 청년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들이 많아 젊은 직업상담사를 선호하는 분위기였지만, 고령화시대 흐름에 따라 시니어 직업상담사의 미래를 밝게 점치는 윤 씨다.
“퇴직 후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은 점점 늘어날 겁니다. 이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니어 직업상담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봐요. 제 경험으로는 젊은 세대들에 비해 중장년 세대가 구직 활동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는 디지털 격차예요. 이런 부분을 동년배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헤아리고 설명할 수 있는 게 장점이자 강점이죠. 또 과거에 비해 심리, 정신 상담 등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진 만큼 직업에 대한 컨설팅, 상담 수요도 많아지리라 생각해요. 전문성과 진정성을 갖고 직업상담사에 도전해 많은 중장년에게 일하는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시길 바랍니다.”
삼정KPMG가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에 원화 입출금 검증 솔루션(상품명 TranSafer)을 공급하는 보난자그룹과 협력해 국내 금융기관 등에 금융사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시장 건전성 확보를 위한 솔루션 고도화에 나선다.
삼정KPMG와 보난자그룹은 6일 역삼동 삼정KPMG 본사에서 자금세탁방지 및 이상거래탐지 솔루션고도화 및 신규사업화를 골자로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사는 보난자그룹이 보유한 자금세탁방지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가상자산 블랙리스트 지갑주소를 필터링하는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이와 더불어 컴플라이언스 관련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협력기반을 조성해 나간다.
국내유일의 컴플라이언스 전문팀 삼정KPMG GRC(Governance Risk&Compliance)는 현재 70여 명의 전문가들이 금융기관 내부통제, 자금세탁방지, 운영리스크, 상시감사, 영업연속성계획, 금융소비자보호 등의 컴플라이언스 관련 통합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세계 KPMG 글로벌 리스크 및 컴플라이언스(Risk&Compliance) 전문가들과 협력을 통해 투명한 기업문화 정착에 앞장선다.
보난자그룹은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에 원화 입출금 검증 솔루션(TranSafer)을 공급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레그테크 기업이다. 최근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대한 TranSafer 공급계약 체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인증, 네이버와의 전략적 업무제휴 체결 등을 통해 혁신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삼정KPMG GRC팀 리더인 문철호 전무는 “기술혁신형 기업인 보난자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점점 복잡하고 지능화 되고 있는 이상거래 탐지 영역에 대한 보다 높은 차원의 탐지기반을 갖추게 된 점에 대하여 기쁘게 생각한다”며 “향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탐지활동 고도화도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보난자그룹 김영석 대표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의 가교 역할을 하며 업력을 쌓아온 보난자그룹과 내부통제 및 부정방지 분야에서 특화된 지식을 보유한 삼정KPMG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레그테크 기업인 보난자그룹은 이상거래 탐지역량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풍요의 상징이며 예로부터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뜻한다고 한다. 20인의 중장년 취·창업 전문가에게 2023년 중장년이 주목할 만한 분야를 물었다. 전문가들의 전망을 잘 살펴 약간의 지혜를 더한다면 계묘(癸卯)의 미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인생 도전을 위한 2023 중장년 취·창업 트렌드를 소개한다.
▲ trend1 전체 시장 전망
창직과 N잡러의 해
2023년에는 경기 불황이 예상되는 만큼 적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중장년에게 적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년에게 강도 높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직무는 한계가 있지만 기술이나 자격이 필요한 직무 직종은 3D 업종을 기피하는 청년들로 인해 취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인·장애인 관련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도 대면 기술과 상담 능력 면에 강점이 있는 중장년이 유리할 수 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장 희유 스님은 정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돌봄, 디지털, 환경 분야를 중장년이 공략해볼 만한 일자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23년 중장년 취업‧재취업 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창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경력, 취미, 특기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은 “창직을 통해 긱이코노미(필요에 따라 일을 맡기고 구하는 경제 형태) 시장에서 N잡러(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될 중장년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는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저가형 프랜차이즈 창업, 무자본ㆍ무점포형 창업,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체크 포인트
전문가들은 현직에 있을 때보다 수입이 줄어들 것을 인정하고, 업무 수행 성과 또한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나이를 내려놓고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더불어 건강관리는 필수다.
▲ trend2 취업 시장 전망
시간제 일자리가 대세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고, 자신의 적성과도 맞으면서, 업무 강도가 낮고, 수입은 적절하게 나오는 일이 중장년에게 가장 적합하다. 풀타임보다는 시간제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재취업 시장에서는 새로운 일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사발전재단 같은 기관을 통해 나에게 적합한 직무가 무엇인지 잘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자문 수준이 아니라 경험을 살려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중장년을 원한다”면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활용해 자신의 역량을 넓히고 기업에 적용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장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유망 직업 및 분야
장례·웰다잉 분야 기존 장례지도사, 유품정리사뿐 아니라 디지털 장례 수목장 등 새롭게 변하는 장례 문화에 따라 새로운 직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돌봄 분야 인지건강지도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병사 등 노인 돌봄 분야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안전관리 분야 기업재난안전관리사, 고령자 주택 개조사, 연구실 안전전문가 등 안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앞으로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직업·전직 상담 및 컨설팅 분야 전직지원 전문가, 직업상담사, 은퇴 코치 노년 플래너, 창직 컨설턴트, 스타트업 컨설팅, 귀농귀촌 컨설팅 등 코칭 분야가 유망하다.
이외에도 반려동물 간식 시장, 도시농업활동가, 건강식품 및 간편식, 도시농업관리사, 주택관리사, 조경기능사, 신용상담사, 손해평가사, ESG나 환경 관련 직업, 자연·문화해설사, 관광통역안내사 등이 꼽혔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신중년 적합 직무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에 어떤 분야가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혹은 공공에서 지원하는 뉴딜 인턴십, 시니어 인턴십 등의 사업을 통해 훈련 후 일자리 연계를 노려볼 수도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검색을 통한 취업 시도보다는, 일할 경험을 주는 공공 취업지원 플랫폼을 활용해보길 권유한다.
▲ trend3 창업 시장 전망
지식과 기술 창업 유망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창업이 대세일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중장년에게 적합한 분야는 ‘지식 창업’ 분야다. 사회에서 쌓은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성과 경쟁력이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시니어가 가진 사회 경험과 네트워크가 창업에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은 “대기업이 접근하기에는 규모가 작지만 창업가에게는 적합한 규모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창업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은 “중장년 창업은 소자본 창업, 직접 일하는 창업, 최소 인원으로 가능한 창업, 돈보다 일이 재미있는 창업, 오래 할 수 있는 창업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트렌드
프랜차이즈보다 무인 창업 최근 많은 중장년이 ‘오토 매장’(본인의 노동력 투입 없이 소수의 직원으로 자동 운영되는 매장)에 혹해 프랜차이즈를 고려하지만, 정말 수익성이 잘 나오는지 따져봐야 한다. 차라리 무인 매장이 나을 수 있다. 반찬, 고기, 문구, 옷 등 아이템도 다양하다.
1인 지식 창업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녹인 1인 지식 창업이 많아질 전망이다. 한때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퍼스널 브랜딩(자신을 브랜드로 만드는 일)을 이제는 중장년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자영업보다 기술 창업 시니어 대상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반려로봇 개발, 빅데이터 기반 노인 안부 확인 사업, 위급상황 대처 기술 사업, 기술을 통한 정서 교류 상담 등의 기술 창업이 유망하다. 또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세대융합형 기술 창업도 도전해볼 만하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창업 청년에 비하면 창업 자금이 넉넉하다는 게 중장년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실패하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청년보다 큰 것도 현실이다. 소자본 혹은 무자본 창업 가능한 온라인 창업이 유망하다.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인력난이 심각한 외식업계에서 기회를 찾아보자. 대부분의 예비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문을 두드리고 자본금을 과도하게 투자한다. 하지만 저렴한 값으로 전수창업을 배우는 것도 틈새시장이다. 전수받은 레시피에 나만의 색깔과 브랜드를 입혀 창업해보면 어떨까. 외식시장 인력난 기회를 놓치지 말자.
▲ trend4 새로운 시장 전망
떠오르는 新분야는?
중장년에게 적합한 새로운 분야로 디지털, 모빌리티(이동성을 높여주는 이동 수단 혹은 서비스), 시니어 뷰티 등이 꼽혔다.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는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40~50대의 비대면 활동 경험이 90%를 넘어섰다”면서 “디지털 중년 시대를 맞이해 체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비대면 분야에서 중장년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청년들은 단순하고 지루한 반복 작업이라 좋아하지 않는 데이터 라벨링(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에 라벨을 다는 작업) 같은 일자리에 대한 중장년의 만족도가 의외로 높다”면서 “정식 출시 전인 제품 및 서비스 결함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베타 테스터도 좋다. 앞으로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중장년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은 “일본에서는 화장을 해주며 심리상담과 만족감을 높여주는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라는 직업이 생긴 지 오래”라며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중년의 욕구인 ‘네버랜드 신드롬’이 트렌드라고 짚은 것처럼, 무인 ‘피터팬 스토어’ 같은 창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새롭게 눈여겨볼 직업
디지털 분야 디지털 라벨러, 베타 테스터, 디지털 문해 교육자, 디지털 중개사
모빌리티 분야 프리미엄 택시 운전사, 드론조종사, 이동수단용 콘텐츠 큐레이터, 운송 서비스
시니어 뷰티 분야 안티에이징, 젊은 감성 입힌 패션,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초고령사회로 흘러가는 만큼 실버 비즈니스와 관련된 직무, 직업, 창업 분야가 새롭게 열릴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언택트, 메타버스 등의 기술 창업 분야도 커질 전망이다.
설문 참여 전문가 리스트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박사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원장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
▲김찬흥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 센터장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변영조 한밭대 중장년기술창업센터 센터장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조연미 리봄 시니어플래너 대표
▲한희윤 신한은행 은퇴사업부 수석
▲희유스님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센터장
비영리 활동법인(NPO) 홋토플러스(ほっとプラス)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후지타 다카노리(藤田老典). 그가 2015년 발표한 ‘하류노인’(下流老人)은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하류노인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현장에서 만난 노인 대부분이 기본적인 생활조차 이뤄내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세상에 보이도록 ‘하류노인’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고령화로 인해 예산 부담이 커지자 고령자에 대한 사회보장비용을 줄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출판 이후 여론이 형성되었고, 저연금·저소득 고령자, 주민세 비과세 가구(주민세가 면제될 정도로 수입이 없는)인 고령자에게 지급하는 추가 지원금이나 현금 급부 등의 정책이 잇달아 나왔다. 물론 그는 여전히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한다.
2025년 한국도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의 하류노인 문제를 꼬집은 후지타 다카노리와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다.
Q 작가님께 상담 온 많은 이들이 “내가 하류노인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면서요. 우리는 노후 형편을 걱정하면서도 왜 ‘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과거에는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 많았고, 지역에서 다양한 교류가 있었습니다. 노인들과 교류할 일이 많다 보니 ‘나 또한 미래에 노인이 될 것’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고립화대책담당 장관을 둘 정도로 개인의 고립화가 심각합니다. 가족이 없고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은 채, 인터넷으로만 소통하는 ‘고족’(孤族)이 늘고 있습니다.
이전처럼 고령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가까이서 피부로 접할 기회가 줄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사람들의 괴로움이나 고민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로 여기기가 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Q ‘하류노인’을 통해 고령자의 빈곤을 밝힘과 동시에 정부 비판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하류노인’은 결국 사회 구조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요. ‘빈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며 ‘생활보장은 권리’라고 지적하셨는데요. 국가는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요?
저는 ‘북유럽 모델’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정부’로 순차적으로 변경해가면서, 세금을 인상하고 급부를 충실하게 제공하는 모델입니다. 일본은 미국, 영국 등을 모델로 삼았는데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유럽은 나라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세금이 높은 대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론의 반대가 있겠지만, 세율 인상도 검토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세 시대가 되었습니다. 태어나는 아이는 줄고 고령 인구는 늘어 사회보장비가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사회보장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거기에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가족 부양의 힘이 약해졌습니다. 또 하나, 일본에서는 ‘빙하기 세대’(1970~1984년생)라고 불리는 세대가 있습니다. 버블경제 붕괴 후 취업난을 겪은 이들인데요. 이 자녀들을 부양하는 것은 가족인 부모 세대의 몫이 되어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고령자가 많아지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 사회입니다. 사회적 약자는 본인 책임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요.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인권 옹호의 대상이 되는 것이 근대 선진국의 도달점입니다만, 그 가치가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가치 규범이 변해야 할 것입니다.
Q 연금 수령 시기는 늦춰지고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령자에게 일자리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선진국에서 ‘일하는 고령자’가 있다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라고 하셨는데요. 한국도 일본처럼 65세가 넘어서도 일하고 싶어 하는 고령자가 많고, 가장 큰 이유는 생계를 위해서입니다. 고령자의 일자리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로 임금을 받는 노동 형태인 임노동(賃勞動), 특히 노인의 임노동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아시다시피 사회보장, 연금, 주택, 간호 제도 등이 정비된 북유럽 국가에서는 고령자에게 임노동이 강요되지 않습니다. 노인은 자신의 재미와 삶의 보람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생계를 위해 일합니다. 고령자는 연금을 받기 때문에 저렴한 임금이어도 일하고 싶어 합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이죠. 그런 의미에서 ‘노인의 임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들이 사회공헌적인 일에 종사했으면 좋겠습니다. 간호, 보육, 청소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업무는 저임금에 항상 노동자가 부족합니다. 거동이 어려워 생필품을 사거나 장보기 어려운 고령 인구를 뜻하는 ‘쇼핑 난민’도 늘고 있습니다. 이는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에서는 관리 인구가 없어 곰이나 멧돼지 수해가 심각해지고, 산림·논밭이 황무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성 높은 일에 고령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 설정도 필요할 것입니다.
Q 노인 일자리는 한국에서 사회적 고립을 막는 중요한 역할로도 작용하고 있는데요. 작가님도 책을 통해 ‘행복한 하류노인과 불행한 하류노인의 차이는 인간관계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지역 네트워크를 강조하셨는데, 어떤 식으로 형성되어야 할까요?
지방에서는 고령자조합, 협동조합이 차례로 설립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회적 노동입니다. 정부는 2022년 10월에 협동노동법을 새롭게 시행했습니다. 예를 들면 농림·수산 자원의 관리나 보호, 수도설비의 보수 및 점검, 커뮤니티 버스 운행, 휴경지나 빈집 관리, 아이 식당(무료 혹은 저렴한 금액으로 부모와 아이가 이용할 수 있는 식당), 푸드뱅크(잉여 식품의 무료 배포), 지역 청소 활동, 자원봉사 활동 등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공성이 높은 일을 고령자가 맡아준다면 사회에 도움이 되고, 고령자도 의지할 곳이 생길 것입니다.
Q 하류노인에게 주거는 무척 큰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공공주택이나 임대주택, 주택보조비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일본도 한국도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요. 인구 감소 시대에 주택 사유재산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이 가치관을 바꾸어가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공영주택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저렴한 주택, 임대보조제도가 많이 있습니다. 일부 부자들은 주택을 구입합니다만, 대부분은 주택에 대해 모두가 관리하는 공공재라는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관리하는 공유 재산인 셈이죠.
고령자는 간호가 필요하면 원래 살았던 집의 단차나 설비를 고쳐야 합니다. 오랜 세월 같은 집에 계속 사는 것이 아니라, 연령·신체 기능에 맞는 집에 부담 없이 이사할 수 있도록 해나가고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계속 증가하는 빈집을 지자체가 인수해 필요한 세대에 배포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빈집은 늘어날 것이므로 새로운 집을 짓기보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분배해야 합니다.
Q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본인이 신청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 때문에 제도 활용도가 낮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전일본연금자조합의 고령자와 최저보장연금제도의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에게만 지급하는 기본 수입 같은 것입니다. 65세가 되면 월 8만 엔(도시부에서의 생활보호 생활부조금액)을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죠. 그러면 신청할 필요도 없고, 모두에게 지급되기에 생활 보조금을 받는 것이 부끄럽다는 인식도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재원 논의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일본은 마이넘버카드(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증과 일원화해 소득·건강 상태를 통합해 AI로 관리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러면 저소득층에게는 현금 급부 등이 쉬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은행 계좌에 신청하지 않아도 세금 환급금, 급부금이 지급되니까요. 더 나아가 병원의 진료 비용, 간호 비용 등이 무상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도로를 걸을 때 이용료를 내지 않지만, 이는 세금으로 만든 것입니다. 세금을 지불했다면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할 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청주의를 없애기 위한 구조 도입은 중요한 논의 사항이 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노년기의 ‘빈곤’을 고민해야 할 우리 모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해진다는 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타인을 자신의 가족처럼 조금이라도 돕는 사회, 시스템, 정책 등을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누구도 빈곤해지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의 초고령사회가 절망이 아니라 희망으로 바뀌기를 바라며 이웃으로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이 콜봇 서비스 ‘똑똑’을 70대 이상 고령층 고객으로 확대 시행한다. 이용대상뿐 아니라 운영시간도 24시간으로 확대했다.
콜봇 서비스를 이용하면 통장·인감 분실신고처럼 긴급히 처리해야 하는 업무의 경우 서류를 작성하지 않고 전화만으로 처리할 수 있다.
콜봇과 통화한 뒤 2시간 이내에 상담센터로 다시 전화를 걸면 문의했던 업무의 담당 상담원에게 바로 연결돼 자세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콜봇 서비스 ‘똑똑’은 AI 상담원이 음성인식기술(STT)과 음성합성기술(TTS)을 활용해 채팅이 아닌 음성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상담 내용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국민은행은 올해 1월부터 여·수신 만기 안내, 여신 연체 안내 등 상담 업무에 ‘똑똑’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한 지난 6월부터는 AI-내비게이터 서비스를 적용했다. 고객이 상담원 연결을 요청했을 때 AI상담원이 의도를 파악해 직접 처리하거나 해당 업무 담당자에게 연결한다. AI상담원의 하루 고객 문의 처리 건수는 평균 1만 5000건 수준이다.
오는 15일부터 시행되는 안심전환 대출 상담도 AI상담원을 통해 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스마트고객그룹 전성표 전무는 “고령층과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콜봇 서비스를 추가 시행하는 등 취약계층의 금융 애로 완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이 디지털리터러시 연구소, 이지태스크와 함께 중장년 대상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과 일자리 연결을 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디지털리터러시연구소는 국민연금공단의 사내벤처로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지태스크는 온라인 시간제 일자리 매칭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3사는 이번 MOU를 통해 매월 중장년 1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제공한다. 더불어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지털 일자리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디지털 일자리 1000개 창출 프로젝트’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프로젝트 기획·디지털 일자리 사업 발굴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 운영 ▲사회적 가치 실현·일자리 연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영종 신한은행 퇴직연금그룹장은 "일자리 창출과 스타트업 성장 지원이라는 두 가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동반성장 프로젝트의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고령화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금융권에서는 최초로 시니어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영업점을 열고, 고령자 맞춤형 ATM기기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송경숙(63) 씨는 충청남도 대전광역시에서 문해교육지도사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녀 덕분에 평생 모르고 살았던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 사람들이 많다.
송경숙 씨는 NGO 단체인 대전시 인성예절협회의 장을 맡고 있다. 원래 한문 학원을 열었던 그녀는 그 공간을 인성예절협회로 발전시켰고,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송 씨는 한국어문해교육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국어교육 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인성예절협회에는 약 80명의 선생님이 있다. 송경숙 씨는 “대전시 초‧중‧고등학교 선생님이었던 분들도 계시고, 저처럼 교원이 아니었던 분들은 한국어문해교육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교육을 하고 있다”라면서 체계적인 시스템에 관해 설명했다.
이곳에서 한국어문해교육은 1:1로 진행된다. 현재 직접 강의실을 찾아와 수업을 듣는 학생은 22명이다. 80명의 선생님들은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하므로 한 학생에게 일주일에 다섯명의 선생님이 배치된다. 이동이 편치 않은 학생에게는 선생님이 직접 자택을 찾아가 수업을 한다.
"현재 수업을 듣고 계신 어르신분이 계시는데 잘 걷지를 못하시고 지팡이를 짚으세요. 그래서 저희 사무실에 택시를 타고 오가시고 점심을 사드시다 보니 한 번 왔다 갔다 하면 3만 원이 든다고 하시는 거죠. 그래서 선생님들을 댁으로 보내드린다고 했더니 거절하시더라고요. 여기 오면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도 하고 차도 마실 수 있어서 그게 좋다고 하셨어요.“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75~83세의 어르신들이다. 50대 초반의 젊은 학생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한글은 알아도 학교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인성예절협회에서는 초·중·고등학교 검정고시 준비도 돕는다. 여기서 초·중·고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대학교 교육학과에 진학한 뒤, 선생님으로 봉사활동을 하겠다며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70대에 한국어 깨우치기를 시작해서 대학교까지 졸업하며 학구열을 불태우는 학생도 많다고 한다.
송경숙 씨는 문해교육지도사는 한국어 능력보다 선생님으로서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씨는 “자격증 시험을 볼 때 발표 수업을 하는 것도 교사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주입식으로 수업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공부하는 게 아닌데’ 하면서 우는 어르신들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수업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선생님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됐다는 어르신들의 말을 들을 때죠. 간판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은행에서 이제 업무를 보실 수 있다고 자랑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올해는 인구 조사 설문을 직접 했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셨어요. 특히 선생님으로 돌아오는 학생분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굉장히 뿌듯하죠.”
송경숙 씨는 문해교육지도사로서 어르신들을 가르치면서 자신도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평소에 공문을 쓰거나 일상생활에서 잘못된 맞춤법을 쓸 때가 있는데 문해교육을 하면서 자신도 공부가 되고, 배워가는 것이 많다는 것. 무엇보다 늦은 나이에 열정을 불태우는 학생들에게서 받는 에너지는 값진 선물이다.
“저는 돈을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에 문해교육지도사의 벌이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 해 봤어요. 그러나 그보다 배워가고 얻어가는 것이 많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은퇴 후라든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에게 문해교육지도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해서 일하면 많은 보람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은 화장하고 외출할 수 있으니 일상이 무료하지 않다는 장점도 있답니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1%에 가깝다. 그러나 OECD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 문맹률은 무려 75%라고 한다. 글자를 읽을 수 있더라도 그 의미까지 파악하는 문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사회,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문해력 저하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해력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고, 문해교육지도사는 유망 직업으로 부상했다. 특히 은퇴나 경력단절로 인해 시간적 여유가 많고 어르신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중장년층에게 추천되는 직업이다.
문해(文解)란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 또는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넓게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의 모든 영역이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유네스코는 “문해란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과 출판물을 사용해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의사소통,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 정의했다.
문해교육이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초능력이 부족해(읽고, 쓰고, 이해하는 능력) 가정‧사회 및 직업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자들을 대상으로 문자해득(文子解得)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을 말한다.
문해교육지도사는 단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교육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어 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영어, 역사 등에 대해 기초적인 교육도 진행한다. 더 나아가 문해교육지도사는 가르치는 대상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요청되는 기초생활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문해교육 안에는 창의적 체험 활동이 있어 구성원들 간에 유대감이 강화될 수 있다. 문해능력 수준이 올라가면 생활 만족도 또한 높아진다.
그렇다면 문해교육은 주로 누구 받을까. 주요 대상은 60‧70대의 어르신이다. 전쟁과 경제적인 가난으로 인해 초등교육 의무화 이전의 세대는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해 한국어를 깨우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일상적인 대화나 생활은 가능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도 문맹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 국제결혼으로 인한 다문화 가족 등도 문해교육 대상자다. 이들에게 한국어를 전수하고 한국인과의 융화를 위한 한국 문화생활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문해교육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즉 글로벌 시대에 문해교육의 영역이 확장되고 수요와 역할 또한 늘어나고 있다.
자격증 취득하는 법
문해교육지도사는 민간자격증으로 등록돼 있다. 문해교육지도사는 비문해자를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 능력을 갖춘 교육활동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가자격증인 한국어강사와는 다르다. 한국어강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문해교육지도사의 민간 자격증 정식 명칭은 한국어문해교육지도사다. 자격증 응시에는 제한이 없으며, 2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 1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1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자격증 취득 시 필기시험을 진행하며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또한 수업 발표를 통해 교사로서 자질이 있는지 평가하는 실기시험도 진행한다.
한국어문해교육지도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 한국재난안전정보협회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도 문해교육에 대한 예산이 점점 증대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공교육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시기에 급격한 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한국어를 모르는 어르신들이 많다”면서 “요즘은 의외로 50‧60대분들도 한국어를 잘 모른다. 제대로 읽고 쓰지를 못한다는 뜻이다. 5년 뒤에는 이 분들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에 지금이 문해교육을 시행하기에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회복지사 또는 요양보호사 사이에서 자격증 취득 수요가 많은 편이다. 만나는 어르신분들이 문해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중장년층이 많이 종사하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가 자격증을 취득해 문해교육도 병행하면 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어르신들은 문해교육으로 소양을 쌓으면서 정신 건강 상태를 좋게 유지할 수 있다. 즉 고령화 사회에 윈윈 효과가 일어나는 셈이다.
문해교육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국가문해교육센터(www.le.or.kr)에서 얻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성인문해교과서, 워크북, 교사용 지도서 33종 등을 무상 보급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문해교육지도사 양성 교육을 실시하는데,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특히 교육이 활성화되어 있다.
디지털문해교육 중요성 확대
문해교육은 앞서 말한대로 대상뿐만 아니라 그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어를 넘어 디지털문해교육전문가도 생겼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환경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디지털 정보 격차로 어려움을 겪는 장‧노년 및 학습 소외계층이 많아졌다. 디지털문해교육 전문가는 그들을 위해 생겨난 직업으로 양성 교육 또한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문해교육 전문가는 은행 ATM 사용법, 키오스크를 이용한 음식 주문, 스마트폰 어플을 활용한 은행 업무 및 장보기 등에 대해 교육한다. 디지털 기기 확산으로 문해력이 떨어지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는 한국어문해교육이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시간적 여유가 있고 여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40‧50대에게 디지털문해교육사를 추천한다. 특히 4차 산업 시대에 경력단절 여성이 새로운 직업으로 갖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전언이다.
6월 28일 본지가 진행한 헬스콘서트 현장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연신 사방을 관찰했다. 자리에 모인 시니어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바로 신한은행 퇴직연금그룹장인 이영종 부행장 이야기다. 그는 형식적인 행사 참석에 그치지 않고, 진행되는 강의에 귀 기울이며 자리를 지켰다.
“갈증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이 부행장은 이날 참석한 독자들이 가지고 있었을 답답함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하면서 이런 좋은 행사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훌륭한 강연이 중장년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금 깨달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희도 퇴직연금 사업을 하면서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이날 참석한 독자들에게 많은 시간을 들여 여러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했다. 퇴직연금그룹의 수장이지만, 그 역시 베이비붐 세대 당사자로서 객석에 모인 이들이 단지 ‘고객’으로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터다.
“퇴직연금그룹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하면서 은퇴 후 삶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신한이 책임지고 있는 재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건강 등 은퇴 후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는 다양하니까요. 현장에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들을 만나고 나서, 은퇴 세대를 위해 좀 더 종합적인 컨설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그가 현장에서 전한 메시지 중 하나는 코로나19로 지친 중장년들에 대한 위로였다. 현장을 찾은 독자들은 신체적·정신적인 노화를 경험하고 있고, 사회·경제적으로 지위에 올랐지만 은퇴를 고려하며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는 세대다. 이런 상황 속에 찾아온 코로나19라는 악재는 이들을 더욱 약하게 만들었다.
“저희 어머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여생을 낭비하기 어려운, 하루하루가 아까운 삶의 황혼기에 거리두기로 갇혀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죠. 아마 다른 어르신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인생을 멋지게 살아보고자 하는 욕구는 높은데 여건이 뒷받침해주지 못했으니까요. 이번 행사를 통해 다시금 활력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행복한 쏠드族을 위하여
멋진 인생을 살길 바라는 현재의 적극적인 시니어의 모습을 신한은행은 ‘쏠드’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쏠드(Sold)는 스마트(Smart)와 올드(Old)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현명하게 노후를 맞이하는 이들을 말한다. 일반적인 중장년과 어떻게 다를까?
이 부행장은 “자기 주도적인 삶과 기술 친화적인 부분이 기존과는 다른 쏠드族(족)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은퇴 세대는 50~60년 인생을 살아왔지만, 최근 10년 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기술혁신 속에서 젊은이들처럼 완벽하게 적응하기는 어렵더라도 디지털 기술을 일상화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요. 여기에 단지 디지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디지로그’라고 부르는 아날로그 감성을 바탕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삶이 쏠드의 핵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그는 달라진 은퇴 세대의 모습 중 하나로 합리적인 태도를 들었다. 과거의 노인들은 가부장적 권위에 기대어 강압적인 의사 전달에 익숙했다면, 최근의 시니어들은 자신만의 이유와 논리를 바탕으로 자기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은퇴 세대 위한 금융의 책임 커져
신한은행은 매년 ‘신한미래설계보고서’를 발간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삶을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물로 벌써 5년째 발행 중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보고서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달라지는 은퇴 세대의 삶만큼이나 그들을 바라보는 신한은행의 시선 변화도 느껴진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은 시간이 갈수록 베이비붐 세대의 삶을 정밀하고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영국 인구학자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2035년이 되면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와 경제활동 인구가 1대1로 같아진다고 합니다. 초고령화 사회를 훨씬 뛰어넘는 상황이 되는 셈이죠. 국가 차원에서 바라보면 생산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숙제가 되겠죠. 저희 같은 금융기관 입장에선 고령층 인구가 은퇴 이후에도 이전과 같은 소득과 수준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컨설팅하는 것이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은행 퇴직연금사업부문의 핵심 기능이죠. 이러한 준비를 위해 은퇴 세대의 삶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입니다.”
수백만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둔 지금, 이들의 삶에서 금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은퇴 세대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신한은행은 이들에게 어떤 위치, 어떤 역할을 바라고 있을까?
“저는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과정을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먼저 내 소중한 돈이 적립되어 일정 수준의 수익률이 발생해야 합니다. 커다란 목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크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금융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죠. 또 금융은 고객이 가진 퇴직연금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고, 적정 수준의 수익률이 나고 있는지 고객 관점에서 관리해야 합니다. 이러한 수익률과 고객 관리가 공신력 있는 은행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막연한 공포보다는 위험 줄여야
최근 은퇴자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과 같은 금리 인상과 함께 미국발 경제위기설이 힘을 얻으면서, 모아놓은 자산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부행장은 “지나친 공포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IMF 외환위기의 경험으로 경제위기에 공포감을 가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다리면 회복된다’는 경험 역시 가지고 계시잖아요. 무조건 버티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좋아지는 부분도 있으니 공포에 시달리기보다는 현명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또 그는 그 과정에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분산을 고려할 것을 이야기했다.
“기본적으로 자산을 분리해 관리할 필요는 있습니다. 자신의 성향이나 위기관리 능력을 고려해 그에 맞는 분산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또 적정 수준의 이익이 나거나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에 따른 리밸런싱(Re-balancing, 포트폴리오 안에 있는 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은행에서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있고요.”
여생은 아내를 위해 쓰고파
이 부행장은 1993년 신한은행에 입사했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중에서도 금융 관련 전공을 했기 때문에 금융의 핵심인 은행 입사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고, 당시 신생 회사였던 신한은행은 타 은행과는 다른 차별성을 갖고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고.
이후 그는 신한금융그룹의 ‘전략통’으로 성장했다. 신한은행 대외협력실장 등을 거쳐 미래전략부장, 전략기획팀 부장, 전략기획팀 본부장을 거쳐 신한은행 강서본부장을 역임했다.
그는 관리자급으로 승진한 이후 전략·기획부문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 실무를 진행했고, 이후 오렌지라이프 전무와 신한라이프 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전략 업무에 대해 “회사의 각 파트에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사업들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고, 회사의 관점에 맞게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과정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꿈꾸는 은퇴 생활을 물었다. 그는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저는 30년 넘게 직장을 위해, 아내는 그동안 아이 셋을 위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내의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은퇴 후에는 아내를 위해 시간을 쓰고 싶어요. 요리학원에서 요리를 제대로 배워 아내에게 음식도 해주고 싶고, 평소에 배우고 싶어 하던 기타도 함께 익혀 연주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