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활용에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있는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일대일 밀착 과외를 받을 수 있다.
‘2021 서울서베이-스마트 도시 격차 분야’에서 2018년 고령층의 디지털 활용 수준은 61.9점, 2019년 65.8점, 2020년 70.2점으로 차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동화 기기가 확대됨에 따라 디지털 격차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디지털재단은 스마트폰 설정, 카카오톡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기차 예약 등에 난항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7월부터 9월까지 일대일 교육 ‘어디나지원단’을 무료로 진행한다. 어디나지원단은 ‘어르신 디지털 나들이 지원단’의 줄임말로, IT 역량을 보유한 어르신 100여 명으로 구성돼있다. 교육을 희망하는 55세 이상 서울시민은 ‘어디나지원단 콜센터’로 전화해 신청할 수 있다.
교육 장소는 은평구 서울혁신파크를 비롯해 은평종합재가센터, 노원구 상계중앙시장, 관악구 신한은행 디지털라운지 등이며 향후 더 확대될 예정이다.
재단은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여전히 사용을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15일 신한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시 내 고령층 방문객이 많은 신한은행 영업장에서도 어르신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체국에서도 4대 시중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받게 돼, 고령층의 금융 소외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은 우체국 업무위탁 확대를 위한 업무 협약식을 주재하고, 소비자의 온‧오프라인 금융 선택권 보장 및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이용 편의성 제고 등을 위한 ‘은행권 오프라인 금융 접근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 지점 외 대안이 될 수 있는 오프라인 채널을 다양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단순·규격화된 은행 업무 수행 등을 은행 이외의 제3자가 수행할 수 있도록 은행대리업 도입을 추진한다. 은행의 본질적인 업무를 대리·중개하므로 은행업과 동일하게 인가제로 운영하고, 대리업자의 전문성 등에 따라 인가 시 개별 심사를 통해 업무 범위 및 서비스 유형을 제한한다.
예컨대 우체국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규격화된 예‧적금 및 입출금 통장개설 등을 대리 수행하는 식이다.
금융위는 금융업법 개정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업권, 학계의 의견 수렴을 통해 구체화하고 은행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피해 및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업 수행에 필요한 인력·자본금 등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은행에는 대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및 고객에 대한 손해배상 의무, 대리업자에게는 건전성 확보 및 소비자 보호 의무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오프라인 금융접근성 제고 방안에서는 현재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체국, 편의점 등에 대한 업무위탁을 활성화해 입‧출금 등 단순 업무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채널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그간 제한적으로 활용되던 우체국 업무위탁(입출금, 잔액조회 등)에 4대 시중은행이 새롭게 참여한다. 현재는 한국씨티, 산업, 기업, 전북은행에 한정됐지만, 앞으로는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이 추가된다.
올해 안으로 전국 2482개의 금융취급 우체국 지점에서 4대 은행의 입·출금 및 조회업무와 자동화기기(ATM) 서비스를 이용(연내 목표)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제휴업무는 통장입금, 무통장입금, 통장지급, 계좌 잔액, 무통장 거래내역, 송금수수료, 자기앞수표발행 및 사고신고 내역 등이다. 자동화기기에서는 카드 입금, 출금, 이체 및 계좌잔액 조회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우체국 통장과 시중은행 통장 모두 사용 가능한 통합 리더기(약 8380대)를 전국 우체국 금융창구에 순차적으로 보급·교체할 계획이다.
위탁업무의 신속하고 안정적인 수행을 위해 금융결제원의 전산망 중계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2022년 중 구축하고, 2023년 상반기까지 동 시스템을 고도화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역할을 우체국에 분산한다고 해서 고령층의 금융 공백이 온전히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령층 거주 비율이 높은 지방의 읍, 면 지역의 경우 별정우체국 의존도가 높은데, 4대 시중은행의 업무까지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별정우체국은 우체국이 없는 지역을 위해 지방우정청장의 지정을 받아 위임받은 체신 업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사설 우체국이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 우체국 중 금융업무가 불가능한 우편취급국을 제외한 2606곳 중 별정우체국 수는 720곳에 달한다. 전체 우체국의 27.6%인 셈이지만 이들이 대부분 지방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것을 감안하면 고령층의 체감 의존도는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별정우체국 중 상당수는 국장 1명, 직원 1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2인 관서이며, 나머지 지점들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별정우체국 정원 감축을 시도 중이어서, 실제로 2020년 일부 별정우체국장들은 “우정사업본부 계획대로라면 2인 관서 비율이 현재 17.2%에서 53% 수준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희종 별정우체국중앙회 사무처장은 “우체국을 통한 4대 시중은행의 금융서비스 확대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환영하지만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현안도 상당하다”고 말하고, “지난 10년간 정원이 30% 감축돼 별정우체국의 인력난은 심각하며, 서비스 확대를 위한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인력 확대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별정우체국 이외의 우체국 지점 수도 꾸준히 줄고 있다. 금융서비스가 가능한 우체국 지점의 수는 2010년부터 10년간 약 8%가 감소했다. 정작 우체국 지점이 줄면 은행 지점 감소 보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영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인터넷 뱅킹이 어려운 고령자들에게는 오프라인 거점 증가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안내 작업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금융거래 업무는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만큼 충분한 교육이나 인프라 확보 등 준비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디지털 취약계층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앞장서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오픈뱅킹 피해예방 대책’을 시행한다.
대책으로는 ‘오픈뱅킹 12시간 이체제한’과 ‘오픈뱅킹 지킴이 서비스’가 도입된다. 오픈뱅킹은 A라는 금융기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B라는 다른 금융기관의 계좌를 조회하거나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오픈뱅킹 12시간 이체제한은 만 50세 이상인 고객이 다른 금융기관 오픈뱅킹에 최초로 신한은행 계좌를 등록하면, 해당 계좌의 이체를 12시간 동안 제한하는 것이다.
만약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휴대폰을 해킹해 오픈뱅킹을 등록하더라도 자금을 바로 가져갈 수 없도록 하는 방법이다.
오픈뱅킹 지킴이는 신청자에 한해 제공되는 서비스로, 신한은행이나 다른 은행의 오픈뱅킹 서비스 등록 자체를 막는 서비스다.
오픈뱅킹을 주로 사용하지 않는 고령자나 디지털 취약계층이 오픈뱅킹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서비스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의 경우 보이스피싱 범죄에 노출될 경우 피해가 확대될 수 있어, 디지털 취약계층의 자산 보호를 우선으로 생각했다”며 “금융권 최초로 대책을 도입한 만큼, 앞으로도 보이스피싱 예방에 앞장서는 안전하고 신뢰받는 은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고령자 방문이 많은 지점 중심으로 금융 편의를 높이는 ‘글로 보는 상담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림동에 고령층 전문 영업점인 ‘세상에서 가장 쉽고 단순하며 편안한 영업점’을 개점, 고령자 눈높이에 맞춘 디지털 영업점을 설계했다. 번호표 발행기 화면을 키우고, 항목을 단순화하거나, 업무별로 색깔을 활용해 유도선을 설치하는 등 고령자의 편의성을 높인 매장이다.
또한 올해부터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영업시간 내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경우 수수료 면제도 해준다. 자동화기기도 고령자 맞춤형을 도입했다. 큰 글씨와 쉬운 용어로 금융 용어를 바꿨고, 70% 느린 말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중년(뉴시니어)의 80% 이상이 금융 거래 시 모바일 채널을 이용하고 새로운 금융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뉴시니어가 원하는 금융’ 보고서에 따르면 신중년은 금융자산 1억 원 이상을 보유한 50~64세를 말한다. 건강과 젊음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중년의 90% 이상은 금융 앱으로 금융 업무를 보고 쇼핑, 영상 시청 등 일상생활의 디지털 활용에도 익숙한 편이다. 다만, 영업점에서 처리해야만 하는 업무가 있다는 응답도 78%에 달했다.
신중년은 금융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64%는 최근 1년 내 신규 금융기관에서 거래한 경험이 있었다.
신규 거래 금융기관 중 토스(6.5%), 토스뱅크(5.8%), 카카오페이(5.4%), 카카오뱅크(4.6%) 등을 꼽아 핀테크와 빅테크 금융사 이용에도 적극적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신규거래를 한 이유로는 ‘모바일 채널의 이용 편리성’을 꼽았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은행을 주로 거래하는 이유가 채널 이용의 편리성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우대 혜택보다 채널 편리성을 더 중요시하는 걸로 보아 접근성을 중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중년은 금융기관을 선택할 때 안정성을 중요하게 봤다. 노후를 위해 금융기관에 기대하는 요건으로 55.3%가 ‘안전한 자산 보관’을 꼽았으며 55.3%는 ‘정기적 수익 발생’을 원했다. 더불어 39.7%는 수익성을 고려했으며 34.5%는 현금화 용이성을 중요시했다.
디지털 채널 활성화를 위해서는 77.1%가 ‘상담원 연결 클릭 및 상담’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디지털에 익숙하면서도 필요할 때 채널 내 인적 서비스 연결을 원하는 것이다.
경제에 관련해서는 노후생활을 대비할 소득원 마련(20%)과 노후자금 포트폴리오 구성 방안(17.5%)에 가장 관심이 높았다.
우리나라 퇴직급여제도는 퇴직금과 퇴직연금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퇴직급여를 퇴직금으로 수령하는 자는 일반계좌로 수령할 수 있지만 김 씨처럼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 시 퇴직급여를 IRP(개인형퇴직연금계좌)로 수령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2022년 4월 14일부터 모든 퇴직급여는 IRP를 통해 수령해야 한다. 단, 퇴직급여 수령자가 만 55세 이상인 경우에는 퇴직연금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일반계좌로 수령할 수 있다. 만약 만 55세 이전에 일시금으로 퇴직급여를 수령하고 싶다면 IRP로 퇴직급여가 이체된 후 IRP를 해지해야 한다.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일시에 부담해야 하지만,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 절세 혜택이 있다. 퇴직급여를 10년 동안 연금으로 수령하면 납부해야 할 퇴직소득세의 30%, 연금 수령 기간이 10년을 초과하면 퇴직소득세의 40%를 절세할 수 있다.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했다 하더라도 60일 이내에 연금계좌(IRP 혹은 연금저축계좌)로 입금하면 퇴직소득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유의할 점은 퇴직소득세 환급까지는 연금계좌를 통한 상품 매수는 할 수 없다.
IRP와 연금저축계좌는 연금계좌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많다. 우선 퇴직자가 55세 이하인 경우에는 퇴직급여를 IRP로만 수령할 수 있고, 55세가 넘어야 연금저축계좌로 이체할 수 있다. 그 외 IRP와 연금저축계좌는 수수료, 중도인출, 위험자산 투자한도, 투자 상품 다양성 등에 차이가 있다. IRP와 연금저축계좌의 차이를 요약하면 위의 표와 같다.
IRP의 경우에는 연금저축계좌와 달리 별도의 계좌관리(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가 있는데 금융회사별로 차이가 있다. IRP 수수료를 비교하고 싶다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www.100lifeplan.fs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합연금포털 접속 후 연금상품비교공시에 들어가서 퇴직연금을 클릭한 후 맞춤형 수수료 비교를 통해 퇴직연금제도 유형별 수수료를 비교할 수 있다. IRP에는 퇴직 시 지급받는 ‘퇴직급여’와, 연말정산을 위해 근로자가 스스로 납입하는 ‘자기부담금’이 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납입금의 성격, 가입 경로에 따라 수수료율을 다르게 적용하므로 퇴직급여(사용자부담분)와 자기부담금(가입자부담분)의 수수료율을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퇴직연금 사업자 중 증권사들이 대체로 IRP 가입자부담분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IRP 사용자부담분 수수료도 온라인을 통해 개설한 계좌의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는 금융회사도 있다. 2021년 11월 기준으로 IRP 온라인 계좌 수수료 면제 금융회사는 13개 증권사(삼성, 유안타, 미래에셋, 신한금투, 한국투자, KB, 한화투자, 대신, NH투자, 하이투자, 포스, 현대차, 하나금융투자), 3개 은행(우리, 부산, 대구)이다. 금융회사별 수수료 차이가 있으므로, IRP 가입 전에 먼저 확인을 해야 한다.
IRP와 연금저축계좌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모두에서 가입이 가능하다. 1금융회사 1통장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를 달리하면 복수 가입도 가능하다. 연금저축계좌는 각 금융회사의 고유 업무 성격에 따라 보험사의 경우 금리형 상품 위주로 되어 있고, 증권사의 경우 실적배당형 상품 위주로 되어 있다. 하지만 IRP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별로 금리형에서 실적배당형까지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다. IRP를 통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ETF(Exchanged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IRP를 통한 ETF 거래 시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간 매매 방식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확인한 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증권사의 경우 가입자가 ETF 실시간 거래 및 매수·매도 호가 지정이 가능하지만 은행, 보험사의 경우에는 가입자가 ETF 실시간 거래 및 매수·매도 호가 지정이 불가능하다.
IRP에 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을 편입하려는 경우,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금리 비교 및 제공기관 조회가 가능하다. 통합연금포털에 접속 후 연금상품비교공시에 들어가서 원리금 보장 연금상품을 클릭한 후 퇴직연금상품 권역별(은행, 증권, 보험), 제도별(DB, DC, IRP), 만기별, 상품 제공 기관별 등으로 조건을 부여하여 검색할 수 있다.
IRP나 연금저축계좌의 수수료나 투자 대상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금계좌이체제도를 이용해 계좌를 다른 금융회사로 이전할 수 있다. 연금계좌 이전은 신규 가입회사에 계좌를 개설한 후 계좌이체 신청을 하면 되고, 기존 가입회사는 별도로 방문할 필요가 없다.
“이 친구가 도움이 될지 누가 알아?” 1967년 프랑스 정부의 해외연수 담당부서. 담당관은 긴장한 한국인 유학생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프랑스어 실력은 기대 이하였지만, 돌려보낼 수는 없기에 체념해서 나온 말이었을 거다. 재미있게도 그 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담당관이 베푼 작은 선의는 훗날 프랑스에 큰 기회를 제공했다. 그 청년은 프랑스의 고속열차 TGV와 선진 항만 기술의 도입을 주도했다. 또 그곳의 아름다운 와인을 소개하는 명사가 되었다. 최훈(86) 前 철도청장 이야기다.
“필연이죠.”
최훈 전 철도청장은 그의 인생에서 프랑스와 계속된 관계를 그렇게 설명했다. 사실 청년 시절 그의 관심은 오직 취직뿐이었다. 프랑스와 길고 긴 인연을 이어갈 것이란 생각은 꿈에서도 못 했다.
“경북대 사범대학을 졸업했을 때 한국은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어요. 전쟁을 겪고 난 시기여서, 학교도 많지 않고 선생에 대한 수요도 적었죠. 일자리를 찾다가 국토건설단에 지원한 것이 공무원 생활의 계기가 됐어요. 영어에 자신이 있었으니까 외무부 쪽에 자리가 나길 기다리다가 교통부 쪽에서 외무 업무를 할 사람을 찾는다고 하길래 배속을 받았죠.”
그렇게 영남 출신 청년의 서울 상경 생활이 시작된다. 1961년의 일이다. 바라던 해외 공관 자리는 아니었지만, 맡은 일은 재미있었다. 대한민국이 이제 막 제대로 된 국가의 형태를 갖춰가던 시기.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았다. 그 과정에서 외국과 교류하고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은 가장 필수적인 업무였다.
그의 첫 임무는 국제민간항공기구에 한국의 항공 운항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후에 미 제5공군 관할이었던 김포공항을 이양받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는 “우리 의사를 정확히 제공하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에 사전을 끌어안고 살아야 했다”며 “그때 들인 습관을 아직까지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책상 정면에는 손때 묻은 낡은 사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 같았던 프랑스 유학
“교수님 믿어주세요.”
1967년 심사를 담당하던 교수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프랑스 정부의 부탁을 받아 국비유학생을 선발하는 자리. 교통부에서 신청한 청년의 프랑스어 실력이 문제였다. 퇴짜 맞을 가능성이 컸지만, 자신을 뽑아주지 않으면 선발 예산은 다른 나라로 전용될 것이라는 이유는 꽤 설득력이 있었다. 교통부에서 활약할 실력이면 현지에서 금방 배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결국 교수님이 제 설득에 넘어갔죠. 낭만이 넘치던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같으면 큰일 날 일이죠. 프랑스 정부에서는 매년 국비유학생 형태로 지원자들을 받아 프랑스 유명 관광지의 호텔에 배치했어요. 프랑스의 선진 문화를 후진국에 전하면서 모자란 인력도 해결하는 정책이었죠. 결국 어렵게 프랑스에 도착하니, 현지 호텔에서도 제 프랑스어 실력 때문에 난리가 났어요. 다행히 현지 지배인이 기회를 줘서 프랑스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죠.”
그렇게 그의 프랑스 생활은 시작됐다. 세 개의 5성급 호텔에서 매니지먼트 과정을 이수했다. 고된 일들이 이어졌지만, 센강과 에펠탑, 샹송에 대한 로망으로 가득했던 그의 가슴속 목마름과 호기심은 조금씩 기쁨으로 변해갔다. 임계점을 넘어 끓어 넘치던 프랑스의 다양한 문화는 열정 넘치는 청년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니스의 호텔에서는 모나코 왕비가 된 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파티에서 쟁반을 들고 수백 명의 귀부인 사이를 누비기도 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죠. 드레스를 차려입은 부인들로 가득했고, 하루에 수백 병의 최고급 샴페인이 소비될 정도였으니까요. 단순히 화려한 모습에 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연회 문화나 와인 다루는 법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체득한 지식은 후에 제게 큰 도움이 됐죠.”
짧은 1년이었지만, 그의 인생에 끼친 영향은 엄청났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1971년 교통부로 돌아온 그는 다시 프랑스행을 명받았다. 이번엔 출장이었다. 당시 영어와 프랑스어가 가능하고, 현지 경험 있는 공무원이 흔할 리 만무했다.
“인천에 항만 시설을 지어야 하는데, 서해의 심한 조석간만의 차를 극복할 갑문 운영 기술은 국내에 없었어요. 우리 바다의 조건과 유사한 선진국 항구에 가서, 항만 시설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할지 배워와야 했죠. 그래서 프랑스와 벨기에, 영국의 항구를 차례차례 들렀어요. 르아브르와 케르크, 안트베르펜, 브리스톨 같은 곳들이었죠.”
당시 그가 만들었던 항만 운영 시스템 규정은 인천항 갑문 운영의 뼈대를 이루었다. 선진국의 운영 노하우를 집약한 결과물은 세세한 부분이 바뀌었어도, 기본적인 운영 방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항만청 국제과장 시절에는 항만 개발을 위한 차관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개발은행 등 각종 국제기관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오일쇼크로 중동에 돈이 넘친다는 말을 듣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까지 달려갔다. 무엇보다 종교가 우선시되던 시절, 알라에게 절을 하라는 무례한 요구에 머리도 숙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기 위한 자금이었다. 그는 “정확히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확보한 차관을 합치면 1억 8000만 달러 정도 될 것”이라며 웃었다.
운송실장 시절, 부처 내에서 다시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번에는 열차였다. 국내 고속철도 도입이 검토되던 시기였다. 당시 국내 기류는 ‘당연히 신칸센’이라는 분위기였다. 철도 기술자 상당수가 일본을 통해 기술을 익힌 사람들이었다. 자연스레 익숙한 일본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 세계 최고의 열차는 프랑스의 TGV였다. 최고 영업 속도가 일제에 비해 시속 90km 이상 빠른 기술력을 자랑했다.
“당시에 프랑스나 독일의 고속철도를 경험해본 사람이 부처 내에 많지 않았죠. 전 각종 국제회의나 조약 협상을 위해 왕래가 잦았으니 익숙했고요. 또다시 그렇게 프랑스를 상대해야 하는 것은 필연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우리 열차의 속도는 시속 80km 정도였으니까 신칸센도 충분히 만족할 만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어요. 열차는 지연 없이 대량 수송이 가능한 최고의 물류 효율을 자랑하는 수단이었으니까, 경제 발전에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반대도 많았지만 세계 최고의 열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웠던 와인과의 재회
“여보! 이게 그 술이야! 바로 이 맛이야!”
1977년. 업무로 바쁜 일상을 보내던 그는 한국에서도 와인이 나온다는 소식에 가게에서 한 병을 집어 들었다. 마주앙 와인이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제조가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만든 와인이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모금이면 충분했다. 입에 대는 순간 의심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프랑스 연수 시절 워낙 애주가였던 저는 밤마다 숙소 주변의 작은 가게에서 와인을 사 마셨어요. 1프랑짜리 싸구려 와인이었지만, 같은 값인 물을 사 먹을 순 없었죠. 저녁을 대신해 커다란 소시지 하나를 구워 와인 한 병을 비우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마주앙을 먹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확 떠오르더라고요. 그 시절 추억의 맛이었어요. 미군에 연줄이 없으면 와인을 구하지 못하던 시절, 와인에 대한 갈증을 달랠 수 있었죠.”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그는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다. 핑계 삼아 여행도 갈 수 있고, 술도 마실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해답은 와인으로 귀결됐다. 우선 와인의 기본 정보를 요약해 알리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첫 번째 작품이 1997년 600페이지 분량의 저서 ‘포도주 그 모든 것’이라는 책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와인 불모지였으니까요. 와인에 대한 개론을 상식선에서 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책을 내고 나니까 주변에서 문의가 늘더라고요. 그래서 자원평가연구원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보르도 와인 아카데미라는 교육기관을 세웠어요. 지금의 ‘와인 리뷰’라는 월간지도 그때 시작했죠. 처음엔 광고도 많지 않아 고생을 꽤 했지만, 몇 년 지나고 나니 업계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많아지더라고요.”
2005년에는 국제 와인 대회인 코리아 와인 챌린지를 시작했다. 일본의 대회를 롤모델로 삼아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인 대회가 됐다. 업계에서는 해외 와이너리의 와인을 가장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대회라는 평가를 듣는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21개국 888종의 와인이 출품됐다. 만나기 어려운 조지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의 와인도 참가했다. 대회의 권위가 높아지면서, “대회 심사위원들도 자긍심을 갖고 참여하게 되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발행하는 ‘와인 리뷰’를 살펴보면 발행인인 최훈 前 철도청장이 작성한 기사들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주요 기사의 대부분을 소화해내고 있다. 기사의 깊이도 대단하지만, 작성량 자체가 젊은 기자들을 뛰어넘는다.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유튜브도 시작했다. 와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이 필요하다는 유통업체들의 요청이 있었다. 와인 산지의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적 특징까지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나이 들면 아침잠이 없어지잖아요. ‘와인 리뷰’를 발행하면서부터 새벽에 원고 작성하는 것이 습관이 됐어요. 새벽에 차분하게 글을 쓰다 보면 기사에 필요한 추가적인 자료나, 과거에 썼던 원고들이 머릿속에 떠올라요. 과거에 다녀왔던 여행의 기억까지 말이죠. 기본적으로 와인을 이야기할 때 제가 가보지 않은 곳의 술에 대해 말하는 것은 좀 부끄럽더라고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는 것 같아서. 지역의 로컬 와인이나 토양, 기후 등을 겪어봐야 그 와인에 대해 정확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마트에서 칠레 와인만 사다 마신다는 말에 그의 표정이 다소 굳어졌다. 그저 털털한 인상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 순간 ‘무언가 잘못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진 그의 조언으로 오해는 풀렸다.
“어느 나라의 와인이라도 시작을 위해 저렴한 와인을 마시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 좀 더 좋은 와인을 찾는 모험을 권하고 싶어요. 여러 나라에서 훌륭한 와인이 나오고 있으니까 너무 빨리 한정 지어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체험으로 와인의 즐거움을 누려보세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텔의 인기 상승세가 매섭다.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가격이 불안정해지면서 비아파트 매물의 인기가 상승하고, 투자자들부터 내집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까지 한꺼번에 오피스텔로 몰린 탓이다. 지난해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오피스텔의 투자 전망과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참조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리얼투데이
수익형 부동산 중 대표 격인 오피스텔이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은 지난해 12월 1398대1이라는 어마어마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 오피스텔은 청약 접수자가 몰려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도 벌어졌다.
거래 건수와 가격 상승률 지표를 살펴봐도 오피스텔의 황금기가 도드라진다. 국토교통부의 최근 3년간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거래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오피스텔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년간 1만 9293건이 거래됐는데, 이는 3년 전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매매 가격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오피스텔 매매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3% 올라 상승폭이 확대됐다. 수도권(1.14%→1.21%)과 서울(0.74%→1.04%)은 모두 상승폭이 커졌고, 지방(0.34%→0.33%)은 상승폭이 소폭 줄어들었다.
탈아파트·비규제가 부른 오피스텔 붐
오피스텔이 주목받게 된 데에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아파트 대비 저평가 인식이 있는 중대형 규모나, 개발 사업으로 인해 주거 환경 개선 기대감이 있는 지역 소재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수요가 지속되며 전분기 대비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로 매매 수요가 몰리며 가격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진 것이다.
오피스텔은 금액대 자체가 낮기 때문에 자금력이 약하거나 노후 대비용으로 꾸준한 임대수익을 찾는 이들에게 알맞다. 2030 직장인이나 나홀로가구의 수요가 꾸준해 저렴한 투자금으로 월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출이나 세금, 청약에서도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다. 오피스텔 청약에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당첨 후 계약을 하지 않아도 패널티가 없다. 게다가 규제지역 내 100실 미만 오피스텔은 전매제한에 걸리지 않아 당첨 직후 분양권을 되팔 수 있다. 실패할 확률이 낮은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오피스텔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오피스텔 공급이 이어질 예정인 데다,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의 급등으로 수도권 주거용 오피스텔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피스텔 용도 따라 달라지는 세금 주의
오피스텔은 세법상 주거용과 업무용 중 무엇으로 간주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됐거나, 세입자가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했을 경우, 또는 임대차 계약에 확정일자를 받은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간주한다.
취득세 산정 시 오피스텔은 건축물 대장상의 용도에 따라 기본적으로 업무용으로 판단되는데, 이때 일반세율 4.6%를 적용한다. 업무용 오피스텔은 비주거용으로 취득세가 매겨지고 이는 중과되지 않는다. 반면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간주돼 주택 수 산정 시 1가구 2주택이 된다.
양도세를 계산할 때는 실제 사용 용도에 따라 판단하는데, 주거용 오피스텔일 경우 2주택자로 인정돼 양도세가 중과될 수 있다. 재산세의 경우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간주돼 재산세가 과세된다. 업무용 오피스텔은 주거용 보다 재산세가 더 높게 책정된다. 업무용 오피스텔은 건물과 토지에 관한 재산세가 따로 과세되나 주거용은 주택분에 한해서 과세된다.
[TIP] 임대수익 위한 오피스텔 투자 방법
1 입주 시기에 매입하자
임대수익을 위한 투자용 오피스텔을 매입할 때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할 때와 달리 로열동, 로열층을 빨리 선점할 필요가 없다. 또한 분양보증을 받지 못해 건설사가 부도 난다면 계약자의 재산을 보호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분양 초기에 서두르기보다는 입주 시기까지 기다렸다가 매입하는 것이 좋다.
2 거품 빠진 매물을 주목하자
입주한 뒤 시간이 지나 시세나 월세에서 거품이 빠진 오피스텔을 선택하자. 아파트와 달리 수요에 비해 물량이 크게 부족하지 않은 오피스텔은 입주 시점이 되어도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이 높지 않다. 준공 후 미분양된 오피스텔이나 분양가보다 낮은 매물이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3 면적대별 주거 시설을 비교하라
오피스텔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다. 비규제 혜택에 끌려 매입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비규제가 오피스텔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식이다. 같은 전용면적임에도 실내 사용면적이 좁아,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비싼 경우도 많다. 면적대가 같은 주변 주거 시설과 꼼꼼히 비교해야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100세 시대에는 은퇴란 없다는 말이 있다. 은퇴 후 재취업으로 제2의 직업을 가지며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중장년층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연령은 49.3세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남자는 51.2세, 여자는 47.7세다.
더불어 고령층은 평균적으로 73세까지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층의 일하는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58.7%로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33.2%) ▲‘무료해서’(3.8%) 등 순이었다.
결과를 보면 실제 평균 은퇴 연령과 희망 연령에는 20년이 넘는 차이가 발생한다. 고령화 사회에 신중년 일자리가 더욱 증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 신중년들의 일자리는 단순 노무직을 떠나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점점 전문화되어가고 있다. 또한, 신중년 고용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들도 함께 짚어봤다.
4차산업과 전문성
2021년 5월 55~79세 고령층 인구는 1476만 6천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9만 4천 명(3.5%)이 증가했으며, 15세 이상 인구(4,504만 9천 명)의 32.8%를 차지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8.0%로 전년동월대비 0.5%p 상승했고, 고용률은 56.0%로 전년동월대비 0.7%p 상승했다. 55~64세 고용률은 67.1%로 전년동월대비 0.2%p 상승했으며, 65~79세 고용률은 42.4%로 2.0%p 상승했다.
고령층 취업자의 산업별 분포를 보면,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이 38.1%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도소매·숙박음식업(17.6%), 농림어업(13.6%) 순으로 높았다.
직업별 분포를 보면, 단순노무종사자(25.6%), 서비스‧판매종사자(22.3%), 기능·기계조작 종사자(22.3%)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전문 기술직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꼽은 신중년 유망 직업은 보건, 의료, 생명공학, 사회복지 분야 등이다. 특히 데이터 보안, 항공(드론) 관련 직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차 산업시대를 맞아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이 높아짐에 따라 재취업을 원하는 신중년들도 전문적인 기술과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이제 단순 노동직을 원하면 안 된다는 것. 단순 노동직은 단기 일자리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어 이전처럼 농사만 지을 것이 아니라 스마트팜을 운영하면서 디지털 사회에 맞춰 발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중년 일자리 정책
먼저 신중년의 고용을 위한 정책으로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이하 ‘적합직무’) 제도가 있다. 2018년부터 시행된 적합직무 사업은 중소·중견기업이 신중년 적합직무에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하면 1년간 최대 960만 원의 고용장려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선지원대상기업(산업별로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가 일정 기준 이하인 기업) 등 기업들은 장려금을 지원받아 필요한 직무에 적합한 신중년을 채용해 인력난 해소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단 우선지원대상기업 또는 중견기업은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하려는 경우 지원받을 수 있다. 우선지원대상기업은 최대 월 80만 원, 중견기업은 최대 월 40만 원까지 지원한다. 지원 기간은 최대 1년으로 승인 후 3개월 단위로 지원금이 지급된다.
노동부는 지난해 디지털·환경 분야의 20개 직무와 인구구조·시장 변화에 따라 구인 수요가 늘어난 장례지도사·애완동물 미용사 등 9개 직무 등 총 29개 적합직무를 추가로 지원대상에 포함하며 신중년의 고용을 장려했다.
이와 함께 장년 근로시간단축 지원금 제도도 있다. 근로시간단축으로 감소된 장년 근로자의 임금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현재 직장에서 18개월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 근로자로서, 주당 근로시간을 32시간 이하로 단축하면서 임금이 줄어든 경우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이 되면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 전후 임금 차액의 2분의 1을 최대 2년간 연 1080만 원 한도로 지원한다. 사업주에게는 근로시간 다축 적용 근로자 1인당 최대 2년간 월 30만원의 간접노무비가 지원된다.
정부와 지자체의 신중년을 위한 일자리 지원 센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4차 산업시대에 발맞춰 전문성을 길러주는 교육도 확대되고 있다. 자신이 사는 지역과 업무 능력을 파악해 자신에게 맞는 지원센터를 찾아보자.
먼저 대표적으로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만 40세 이상의 중장년에게 생애경력설계, 전직, 재취업 등과 관련된 교육을 제공한다. 대표 프로그램으로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와 생애경력설계서비스, 전직·재취업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중장년이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직업역량을 강화하는 맞춤형 직업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고령자인재은행은 만 50세 이상 장년 구직자들에게 직업을 소개해주는 곳이다. 현재 44개소가 있다. 이밖에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나 자신이 사는 지역의 50+센터나 일자리 센터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회사 일에 묻혀 살다시피 한 임 씨(여, 60세, 미혼)는 퇴직 후 비로소 조금씩 자신의 노후 대비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계산해본 결과 지금까지 준비한 연금과 금융 재산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노후 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임 씨는 치매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자산 관리를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걱정되었다. 임 씨는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성년후견제도와 신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신청해왔다.
성년후견제도와 후견인의 역할
성년후견제도란 질병·장애·노령 등의 사유로 인해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존엄한 인격체로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민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폐지하고 2013년 7월에 새롭게 도입한 제도다. 종래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는 재산 관리에 중점을 두었고, ‘본인의 의사와 잔존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행위 능력을 획일적으로 제한했다. 반면 성년후견제도는 ‘본인의 의사와 잔존 능력의 존중’을 기본 이념으로 하여 후견 범위를 재산 관리뿐만 아니라 치료·요양 등 신상 관리까지 가능하게 했다. 후견제도를 통해 후견을 받는 사람을 피후견인, 후견 업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후견인이라고 한다.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인의 권한을 법원이 정하는 법정후견과 후견인의 권한을 후견인과 피후견인이 사전에 계약으로 정해놓은 임의후견으로 나눌 수 있다. 법정후견은 다시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눈다.
만약 임 씨가 치매 등 정신적 제약의 경우에 신상 관리와 재산 관리를 위한 후견을 미리 대비하고 싶다면 후견인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자와 임의후견 계약을 체결하고 공증을 한 후 법원에 등기를 해야 한다. 향후 임 씨가 후견인이 필요한 경우가 되었을 때 법원은 후견인 등의 신청에 의하여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다.
법정후견에는 후견감독인 선임이 필수가 아니지만 임의후견은 후견감독인이 선임되어야 비로소 후견 계약의 효럭이 발생한다. 임의후견감독인은 임의후견인의 권한남용 등을 감독하며 피후견인이 후견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법정후견이든 임의후견이든 후견인은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가능하며 복수도 가능하다. 후견인이 할 수 있는 신상 관리와 재산 관리의 역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성년후견제도의 재산 관리 동반자 신탁
2013년 제도 도입 후 후견(감독)에 관한 접수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12월 말에 (사)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에서 발간한 ‘통계로 알아보는 우리나라 후견(감독)사건의 현황’ 자료집을 보면 2013년 1883건이던 후견(감독) 접수 건수가 2019년에는 1만 4534건으로 연평균 22.6%씩 증가해왔다.
고령화의 가속화로 인해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관심과 접수의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견(감독)의 유형별 비중을 보면 법정후견 중 성년후견의 비중이 가장 높고, 임의후견은 가장 낮다. 2014~2019년 접수된 후견사건 총 3만 8809건 중에 성년후견은 2만 6214건, 미성년후견은 6870건, 한정후견은 3186건, 특정후견은 2435건, 임의후견은 104건이었다. 신상과 재산에 관한 관리를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특히 재산 관리는 인간적 신뢰도 중요하지만 전문성도 필요한 영역이다. 실제 우리보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함에 따라 성년후견제도가 일찍부터 발달한 일본의 경우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유용한 사건이 꽤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본은 신탁을 선택했다.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자(위탁자)가 수탁자(주로 은행 등 금융회사)와 미리 작성한 계약 내용대로 재산을 관리 및 운영하게 하여 수익자(신탁재산의 수혜를 받는 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계약이다. 위탁자가 곧 수익자인 신탁을 ‘자익신탁’이라고 하고 위탁자와 수익자가 다른 신탁을 ‘타익신탁’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신탁법과 신탁업법을 꾸준히 개정하여 은행 등 금융회사가 다양한 신탁(信託)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 결과 일본에는 신탁 전문 은행들이 생겨나서 신탁의 개념을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차원을 넘어 종합적인 자산 관리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상품이 유언신탁, 유언대용신탁, 후견제도지원신탁이다.
유언신탁은 상속인 간의 재산분쟁을 예방하기에 적합한 신탁 상품이다. 수탁자를 유언장 보관 및 집행인으로 선정하여 유언장을 미리 써두면 수탁자는 유언장 내용대로 유언을 집행하기 때문에 유언장 작성자의 의지를 확실하게 반영할 수 있다. 유언장을 금융회사에 맡겨두면 개인보다 좀 더 지속성이 보장되고 유언 집행에서도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신탁’이라고도 한다. 유언신탁이 사후에 효력이 발생하는 데 반해 유언대용신탁은 생전부터 사후까지 재산 관리를 신탁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생전에는 위탁자 본인이 신탁재산의 수익자로 효용을 누리다가 사후에는 본인이 의도하는 바대로 재산분할이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신탁보다 역사가 짧지만 그 유용성 덕에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일부 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활발한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품이다.
마지막으로 후견제도지원신탁이다. 2000년에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후견인이 유용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계약 체결부터 변경 및 해지까지 가정법원이 관여하는 후견제도지원신탁을 선보였다. 우리나라에는 유언대용신탁을 응용하여 치매 발생 시 위탁자의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을 미리 정해진 계약 내용에 따라 수탁자(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접 집행하는 신탁 상품이 출시되어 있다.
고령화가 깊어지면서 치매 등 장기 간병이 필요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힘들게 모은 재산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쓰고 싶다면 후견제도와 신탁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상은 모든 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받는다. 좁혀지지 않는 급격한 변화의 틈,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한눈에 세상을 파악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최신 문화를 소개한다.
광고 모델, 아나운서, 아이돌 등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겼던 직업 분야에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버추얼 휴먼은 한마디로 ‘가상 인간’이다. 인공지능(AI)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기반으로 대역 배우의 몸에 전혀 다른 얼굴을 입혀 실제 사람과 거의 유사한 모습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가상 인간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판타지적 존재였지만, 이제는 광고나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은행원이나 기상캐스터처럼 구체적인 직업군에서도 활약 중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디지털 키오스크로 원하는 업무를 안내하는 AI 은행원을 도입해 운영하고, 여수 MBC에서는 AI 기상캐스터가 날씨 소식을 전한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 인간은 스물두 살 ‘로지’다. 지난해 7월 신한라이프 TV 광고로 얼굴을 알렸다. 발랄한 어깨춤과 자연스러운 미소 덕에 대중은 그를 신인 연예인 정도로 인식했다. 이후 개발사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를 통해 가상의 인물임이 알려진 로지는 더욱 큰 인기를 끌며 2021년에만 10억 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올렸다. 최근 이서진 주연 드라마 ‘내과 박원장’에 특별 출연하고 데뷔곡 ‘후 엠 아이’(WHO AM I)를 발매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가상 인간 하나, 열 모델 안 부러워
사실 가상 인간은 대중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매력과 현재 트렌드를 치밀하게 계산해 개발된다. 이 과정에서 호감도 높은 유명인의 특징을 참고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외모나 정체성이 투영된 셈이다. 로지의 경우 동양적인 마스크와 171㎝의 서구적인 체형, 개성 넘치는 패션 센스, 자유분방하고 사교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환경에 관심이 많아 ‘제로 웨이스트’(일상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설정이 있다. 게다가 소셜미디어(SNS)에서 실제 인간처럼 글이나 사진을 올리고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가상 인간은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시간과 체력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소통하거나, 동시다발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언제든 옷이나 헤어스타일을 바꿀 수도 있다. 특히 학교 폭력 같은 과거의 오점이나 열애설, 음주운전 등 사생활 문제에 휘말릴 일이 없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가상 인간이 광고 모델로 제격임은 물론,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한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앞으로 전 세계 브랜드가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를 이용한 마케팅에 연간 약 17조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중 상당 부분은 버추얼 휴먼이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성세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집중하는 반면, ‘디지털 원어민’으로 나고 자란 세대는 그게 무엇이든 나에게 어떤 활력이나 즐거움을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 물론 실존 인물이 아닌 탓에 가상 인간과 깊은 감정 교류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대감과 연대감을 형성할 수 없어, 흥미를 갖는 것 이상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가상 인간은 당분간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발판 삼아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들은 우리를 새로운 ‘가상 세계’로 인도할 안내자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