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방역 당국이 고위험군 보호에 나섰다. 지난 4월 30일부터 허용됐던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대면 면회를 다시 중단하고, 4차 접종을 당부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늘부터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대면 면회가 중단된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조정해왔던 감염취약시설 면회는 약 석 달만에 다시 중단됐다.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다수 밀접해있는 요양병원‧시설에서는 최근 4주간 총 24건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400명이 확진됐다.
정부는 또한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4차 접종에 참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16일부터 4월 30일까지 3차 접종 후 4개월이 지난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 구성원 약 151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4차 접종군 감염 예방효과는 20.3%, 중증화 예방효과는 50.6%, 사망 예방효과는 53.3%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재유행에 대비해 코로나19 고위험군에 대한 중증‧사망 예방을 목적으로 세부 접종 계획을 세웠다. 50대 연령층 전체,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감염취약시설(장애인‧노숙인 생활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중 3차 접종을 완료하고 4개월(120일)이 경과한 이들이 권고 대상이다.
4차 접종 기저질환자 대상 질환은 다음과 같다. 만성폐질환(천식, 간질성폐질환, 폐색전증, 폐고혈압, 기관지확장증, 만성폐쇄성폐질환), 심장질환(심부전, 관상동맥질환, 심근병증, 허혈성심질환, 심장판막질환, 선천성심장병), 만성간질환(간경변, 비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질환, 자가면역성 간염), 만성신경계질환(치매, 파킨슨병, 중증근무력증, 근육병, 다발성경화증, 뇌성마비 및 기타 마비성증후군, 간질), 자가면역질환(전신성홍반성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뇌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 암, 낭포성섬유증, 당뇨병,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BMI지수 30 이상의 비만, 활동성 결핵이다. 이외에도 상기 기준에 준하는 기저질환자 및 면역저하자로서 4차 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접종 가능하다.
현재 미국,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4차 접종 대상 확대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한 호주에서는 BA.4, BA.5 신규변이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4차 접종을 50세 이상 성인에게 권고하고 있다.
해외에서 진행된 연구도 4차접종의 효과성을 증명해냈다. 캐나다 장기요양시설 입소자(캐나다 온타리오주, 626개 장기 요양시설 60세 이상 거주자 6만 1344명)를 대상으로 한 4차 접종 효과 분석 결과, 백신 효과는 매 접종마다 증가했으며 미접종자 대비 4차접종의 감염 예방효과가 49%, 중증(입원 또는 사망) 예방효과가 86%로 나타났다.
한편 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7월 초에 집계된 국내 신규확진자의 약 97%는 과거 코로나에 한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디언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높은데, 재택근무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중단되면서 기존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고령층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증상이 약해 재감염 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고령운전자의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이 늘고 있다. 장마철을 맞아 고령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최근 3년간(’19~’21년) 고령운전자 빗길 교통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5408건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142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2일 밝혔다.
고령운전자의 맑은 날 교통사고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2019년 2.25명, 2020년 2.21명, 2021년 2.11명으로 연평균 3.2% 감소했다. 그러나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은 2019년 2.22명, 2020년 2.68명, 2021년 2.85명으로 연평균 1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운전자 차량용도별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을 살펴보면, 사업용 교통사고 치사율이 1.99명으로 가장 낮고, 비사업용 2.41명, 이륜차 6.82명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대형차 비중이 높은 사업용 자동차의 경우, 맑은 날 대비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은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업용 세부용도별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은 화물 5.26명, 버스 4.93명, 택시 1.37명 순으로 나타났다. 맑은 날 대비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을 비교한 결과, 버스는 3.4배, 화물은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빗길에서는 차량의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마찰력이 감소해 마른 노면일 때보다 제동거리가 늘어나며, 차량의 속도가 빠르거나, 타이어의 마모도가 높을수록 제동거리가 길어진다.
2017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제동거리 실험 결과, 빗길 운전 시 자동차의 평균 제동거리는 맑은 날에 비해 최대 1.8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 주행 시, 마모도가 높은 타이어는 새 타이어에 비해 제동거리가 최대 1.5배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교통안전공단은 “빗길에서는 20%, 폭우 시에는 50% 감속 운전을 해야 한다. 특히 빗길 야간 사고위험이 크므로 야간에는 충분히 감속하는 것이 좋다”라고 교통안전 수칙에 대해 말했다.
또한,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평소보다 50% 이상 확보해 빗길 미끄러짐에 의한 추돌 사고에 대비해야 하며, 주간에도 전조등 켜기를 할 것을 조언했다. 전조등만 켜도 사고가 17% 이상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물웅덩이를 통과할 때는 1-2단의 저단기어를 사용하고, 강한 폭우가 내릴 때는 차를 안전한 곳에 세우고 잠시 대기하는 것이 좋다.
공단 권용복 이사장은 “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대형자동차는 타이어 마모에 따른 수막현상 발생으로 사고 위험성이 높은 만큼, 타이어 마모도 점검 등 장마철 자동차관리를 정기적으로 추진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또한, 인지·반응능력과 신체기능이 낮은 고령운전자는 강우 시 전방 시야 확보가 어렵고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대처 능력 부족으로 사고 위험성이 높은 만큼 앞차와의 안전 거리 확보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인전문의사 양성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취약함이 드러난 노인의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인의학 전문가들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를 통해 본 노인의료’ 심포지엄에서 기저질환, 만성질환으로 감염에 취약한 노인을 위해 대비해야 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한노인병학회, 대한노인의학세부전문의 추진관리위원회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요양병원협회, 대한노인병학회와 보건복지부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건강한 고령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난 노인의료의 취약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 손기영 울산대 가정의학과 교수, 윤종률 대한노인병학회 회장이 발제를 맡았다.
정기석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난 이후 노인,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와 같은 건강 취약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커졌다”며 “65세 이상, 장기요양시설 거주자, 비만‧당뇨‧심장질환‧만성폐질환 등 기저질환자가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될 확률이 높고, 실제 사망률이 높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 대면 진료 결여, 입원 대기, 중환자실 부족 등의 치료 부분과 요양시설 속 종사자 교육 미비, 감염관리 취약, 의료 연계 부족 등 미흡한 보건의료 정책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 이에 정 교수는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을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윤종률 대한노인병학회 회장은 ‘노인 주치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인 주치의는 노인병 전문의사로서 노인 만성질환과 다약제 복용 등을 관리하고, 허약 노인 건강 증진 사업을 수행한다. 또한 ‘노인 포괄평가’를 실시해 노인의 신체적, 정신‧심리적, 사회 환경 정보 등을 파악하는 일을 맡는다.
윤 회장은 한 명의 노인 주치의가 아닌 다수의 전문의사가 개별진료를 하는 ‘진료의 분절화’를 지적했다. 이로 인해 총 진료비, 즉 노인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증가하고, 다약제나 부적절한 약물 복용 횟수가 증가해 부작용 위험이 커지고, 치료 효과나 만족도가 감소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이 평생 지불하는 의료비의 절반은 64세 이후에 지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균적으로 60대(61~70세)에 1903만 원, 70대 이상은 2422만 원을 지출하며, 전체진료비가 전년대비 11.9% 증가하는 동안 노인진료비는 14.7% 증가했다.
윤 회장은 “노인 주치의를 통해 노인의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이나 약물 복용을 예방할 수 있다”라며 노인 주치의 양성과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에서 만성복합질환 통합 관리, 다약제 복용을 관리하고 허약(노쇠)노인 건강 증진, 요양시설입소 감소 효과 등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단순한 질병 관리만으로는 노인의 건강권을 향상할 수 없다”라며 “인체의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노인이 집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노인을 위한 의료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인 전문의‧주치의와 보건복지부 노인건강과 신설 등 새로운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국내에선 대부분의 선진국과는 달리 노인 전문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노인병을 전담하는 진료과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 그러나 의료계에서 노인 전담 진료과목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일부 병원에서 진료과를 자체적으로 신설하기 시작했다. 2007년 분당서울대병원이 ‘노인병센터’를 설립했고, 2009년에 서울아산병원에 노년내과를 신설했다. 현재는 국내 10여 개 진료과에서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고 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과장은 “노인건강과 관련된 과가 없어 이에 대한 전문적 사업 추진이 현재 어렵다는 점은 복지부도 인지하고 있다”라며 “다만 현재 건강정책과에서 추진하는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이와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은 궁극적으로 어르신이 갖고 있는 모든 질병에 대한 노인 주치의 제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면 커뮤니티 센터에서도 노인 의료‧돌봄 통합 체제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단체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소득과 재산이 10억 원 이상으로 높은 노인도 사회적 불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사회적 불안 수준은 은퇴 이후 5~10년 혹은 10~15년이 경과 되는 기간까지 계속 상승하다가 이후 하락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발간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에는 ‘한국인의 사회적 문제 경험과 인식 조사’ 결과가 게재됐다. 연구책임자는 불평등소득정책연구실 삶의질연구센터 곽윤경 부연구위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65~74세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사회적 문제 경험과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사회적 불안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 대한 인식, 응답자의 경험, 사회적 관계, 응답자 스스로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인구 사회학적 특성 등을 살펴봤다.
사회적 불안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안전사고나 불신의 경험,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인식에 근거해 유발되는 불안을 말한다.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인의 사회적 불안 수준은 보통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사회 불안 인지는 5점 만점에 3.49점(표준편차 0.92)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영역별로는 ‘불평등 > 불공정·경쟁 > 불신·무망 > 적응·안전’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 불안 인지 : 우리 사회에 대한 불안을 의미함.
△적응·안전 불안 : 급격한 사회 변화를 못 따라가고 생활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불안.
△불공정·경쟁 불안 :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유발되는 불안.
△불신·무망감 불안 : 우리 사회와 중앙정부에 대해 불신하고 희망을 느끼지 못해 발생하는 불안.
△불평등 불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불평등 문제로 인해 느끼는 불안.
특히 노인의 은퇴에 따른 사회적 불안 수준을 살펴본 결과, 은퇴한 노인은 적응·안전 불안과 불공정·경쟁 불안이 은퇴하지 않은 노인 혹은 평생 일한 적 없는 노인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퇴 이후 노인이 스스로 새로운 삶의 패턴에 적응해야 하는 데서 유발된 불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평생 일한 적 없는 노인 집단에서는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 인식(사회 불안 인지)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경제활동 참여 상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임시직과 일용직에서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 인식(사회 불안 인지)과 불평등 영역의 불안은 다른 경제활동 참여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적응·안전 불안과 불신·무망 불안이 다른 경제활동 참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소득 및 재산에 따른 사회적 불안 수준을 살펴본 결과, 사회적 불안은 소득 4분위, 그리고 재산이 2억~10억 원인 집단에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다가, 소득 5분위 집단과 1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집단에서 다시 높아졌다. 이는 곧 돈을 더 벌고 재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불안이 감소한다는 뜻이 아니다.
소득 분위가 높은 집단과 재산이 많은 집단이 불안한 이유는,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비상시에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사회적 위험에 직면할 때, 주변 지인의 도움이나 사회안전망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 있다 하더라도 노인은 청년과 달리 신체 건강의 저하 등으로 인해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회복하더라도 같은 경제적 수준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곽윤경 부연구위원은 “전기노인(65~74세)은 본인 및 배우자의 은퇴, 건강 변화, 자녀 출가 등 가족 내 그리고 사회에서 역할 축소를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자긍심이 낮아지고 삶의 만족도가 저하된다. 이런 다양한 변화와 경험은 이들의 삶에 정서·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유발하여 사회적 불안을 가중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곽 부연구위원은 “이들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이전 세대의 노인과 달리 매우 강하다. 이런 욕구와 의지는 실제로 이들의 경제활동 참여율 상승으로 반영되지만,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인 다수는 고용의 보장성과 안정성이 낮은 임시직, 비정규직 등 단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노인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노인의 사회적 불안이 높은 만큼 정책적 함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측은 “개인이 사전에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노후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보편적인 관점에서 노인 관련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되, 사회적 불안이 높은 집단에 대해서는 특화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의 사회적 불안을 사전에 예견, 관리 및 조치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노인의 사회적 불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치매 환자는 2020년 기준 약 630만 명. 2050년에는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국민총자산의 약 10%인 약 200조 엔이 치매 환자의 자산일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 자산이 동결되면 자금이 흐르지 않아 일본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치매에 의한 자산동결’은 사회 문제로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치매 환자의 가족들은 자산동결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미래 대책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리니티 테크놀로지는 2000만 엔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모가 있는 45~65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치매에 의한 자산동결 위험성과 가족 신탁에 관한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자녀들은 부모님의 미래에 관해 불안하다고 여겨지는 요소 1순위로 치매(57.7%)를 꼽았다. 이어 개호 시간(51.9%), 개호 비용(42.4%), 상속(39.6%), 자산관리(35.4%) 순이었다.
그럼에도 “치매로 인해 자산이 동결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잘 안다”는 응답은 24.1%에 불과했다. “어느 정도 들어봤다”는 응답이 43.6%, “몰랐다”는 응답은 32.3%였다. 즉 대부분이 치매로 인한 자산동결에 관해 잘 모른다는 의미다.
자산동결에 관해 부모와 상담하기도 쉽지 않았다. 응답자의 36.3%는 “치매로 인한 자산동결의 위험성에 관해 부모와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했으며, 31%는 “대화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40.1%는 부모의 미래에 관해서 부모와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자산동결을 해결할 방법으로는 주로 성년후견제도와 가족신탁이 꼽힌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이나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지난 2000년부터 성년후견제도가 도입 됐지만, 최근 5년간 이용자 수는 14%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치매 환자 수는 20%가 늘었다.
조사에 따르면 “성년후견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45.9%가 “들어봤지만 어떤 제도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들어본 적 없다”(8.9%)는 답변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 이 제도에 관해 잘 몰랐다.
또한 “제도를 알고 있지만 이용한 적은 없다”고 응답한 이들 중 74.6%가 ‘후견인이 자산 관리를 하므로 가족이나 본인이 자유롭게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
이후 2016년 새롭게 등장한 대책인 가족신탁은 26.7%만이 알고 있었다. 73.3%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어떤 제도인지는 모르거나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일본의 치매 유병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치매 환자로 인해 자금이 동결되면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이 감소하거나 부동산 거래가 침체되는 등 GDP 감소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치매 환자의 금융 자산을 젊은 층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8일 오후 2시 포스코타워 역삼 이벤트홀에서 ‘신한은행과 함께하는 BRAVO! 2022 헬스콘서트’(이하 헬스콘서트)가 열렸다.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사회공헌 행사로 올해 6회째를 맞는 헬스콘서트는 이투데이피엔씨와 신한은행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진행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장년이 알아야 할 위험신호’라는 대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1부 건강 관리 및 재무 설계 강연에 이어 2부 성악 공연까지 다채롭게 마련됐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김상철 이투데이 미디어그룹 대표는 “헬스콘서트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독자와 소통하는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다”라며 “세계적 위기였던 코로나19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 여러분을 오랜만에 마주할 기회가 되어 기쁘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아울러 “이번 행사의 주제 역시 코로나 펜데믹 과정에서 입었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내용들로 준비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이영종 신한은행 그룹장은 “힘든 코로나 시기를 보내온 중장년층의 활력을 되찾을 기회를 제공하고자 금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그동안 움츠렀던 몸과 마음을 헬스콘서트와 함께 마음껏 펼쳐보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더불어 “향후 지속적으로 중장년 은퇴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최선을 다하는 신한은행이 되겠다”고 밝혔다.
윤이다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시작된 1부의 첫 번째 강연은 서울아산변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의 ‘거리두기가 만든 근육 빨간불 극복하기’로 펼쳐졌다. 정 교수는 “면역 노회 현상으로, 코로나 19 감염 이후 염증의 정상화가 더뎌진다”며 “이 기간에 식욕저하, 우울감, 근 손실, 자율신경계 이상, 인지기능 저하 등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근력 운동과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번째 강연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권정현 교수가 ‘홈술, 혼술이 만든 간 건강 빨간불 이겨내기’를 주제로 이어갔다. 권 교수는 간 질환의 원인과 건강검진 등에 대해 강연하며 “간 수치가 정상이라고 간이 모두 건강한 것은 아니다. 알콜·비알콜 지방간 질환은 생활습관 조절이 우선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적당한 운동과 양질의 고기와 야채 섭취가 중요하다.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과 민간요법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이관석 신한은행 은퇴솔루션 컨설턴트는 ‘100세 시대 5대 장수리스크를 이겨라’를 통해 중장년의 재무설계에 대해 들려줬다. 이 컨설턴트는 급변하는 자산관리 환경에 대해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 저금리, 고변동’을 키워드로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아울러 “풍족한 노후 생활에는 연금이 정답”이라 조언하며 “3층 연금제도, 공적 연금, 퇴직연금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후 자산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연을 마친 뒤 질의응답 시간에는 관객들이 직접 질문을 하며 궁금증을 해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1부의 열기를 이어 2부에는 ‘코로나 극복! 활력 콘서트’로 성악 그룹 ‘더 텐테너스’가 무대에 올랐다. ‘향수’, ‘오솔레미오’ 등 성악 명곡들을 감동의 하모니로 선보였다. 준비된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앙코르 곡 ‘오 해피 데이’까지 선사하며 모든 행사가 마무리됐다.
성황리에 펼쳐진 헬스콘서트는 오는 9월 새로운 주제와 무대로 다시 찾아올 예정이다.
2019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 중 고혈압 환자는 32.9%인 약 1167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 3명 중 1명은 스스로가 고혈압인지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이며 고혈압 유병자 10명 중 4명은 치료를 받고 있지 않았다. 혈압 수치가 얼마나 정상적으로 조절되는가를 의미하는 혈압조절률 수치는 48.8%로 환자 중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고혈압은 한번 발생하면 목표 혈압 조절이 매우 힘든 질환인 만큼, 조기 예방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28일(화) 오후 3시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혈압 토크 콘서트’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연구팀에서 공동 개최한다.
이번 콘서트는 고혈압으로 인해 발생하는 관련 질환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일반인 및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 조절을 위한 실천 방안으로 저나트륨 건강증진 식단을 실천 및 이행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나트륨 섭취량은 약 3700mg로, 세계보건기구(WHO)의 나트륨 권고상한치인 2000mg보다 두 배 가량 높기 때문이다. 나트륨 목표 섭취량인 2000mg 이상 섭취자 분율도 75.6%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콘서트에서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용재 교수 연구팀의 ‘고혈압 조절을 위한 저나트륨식이 이행제고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를 다룰 예정이다.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원인이 되는 고혈압의 예방관리 및 극복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해당 연구를 지원한 바 있다.
이번 행사에는 신경학, 순환기내과학, 영양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고혈압이 심장질환이나 뇌졸중과 같은 중증 만성질환의 발병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소개하고, 일상생활에서 식단관리를 통한 혈압 조절 방법 중 저염 식단 섭취에 관한 혈압 조절 효과에 대한 결과 발표와 토론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저염 식단 실천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자가 혈압 측정 및 나트륨 섭취량 확인 앱’의 사용 방법, 간편한 저염 건강 식단 등 이행‧실천 방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우리나라 성인 고혈압 유병률은 약 32.9%에 달하며, 60세 이상 인구에서는 절반 이상이 고혈압 환자”라며 “일상생활에서도 고혈압을 예방하고 조절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실천도를 높여야 하므로, 가장 일상적 행동인 식사 섭취에서부터 고혈압 관리를 할 수 있는 실천 전략들을 마련하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본 연구에서 개발한 ‘저나트륨 건강증진 식이’ 실천만으로도 혈압 조절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향후 대국민 저염식 레시피의 교육 및 보급 확산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서울시 고독사 사망자는 50·60 세대, 특히 남성이 많다고 한다. 100세 시대에 50·60 세대는 젊은 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의 고독사가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와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서울기술연구원 최수범 연구위원은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싱크탱크협의회(SeTTA) 주최로 열린 ‘빅데이터 기반 고독사 예방’ 정책세미나에서 ‘고독사 실태조사 자료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고독사로 정식 분류된 사례는 2020년 51건에서 2021년 76건으로 늘었다. 이 기간 고독사로 분류된 사망자 127명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10명 중 8명(76.4%)은 남성 1인 가구였다.
연령대는 60대가 31.5%(40명)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50대 26.8%(34명), 70대 18.1%(23명), 40대 13.4%(17명)로 이었다.
전체 고독사 사망자 중 생계·의료·주거 등 기초생활수급자는 80.3%(102명)로 집계됐다. 나머지 19.7%(25명)는 비수급자로 확인됐다. 비수급 사망자 중 60.0%(15명)는 관리(상담) 이력조차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 위험은 서울시복지재단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서울시복지재단 송인주 선임연구위원은 세미나에서 ‘서울시 고독사 위험 현황 분석’을 발표했다. 송 연구위원은 2020년 기준 서울시 고독사 위험자 사망 건수를 978건으로 분석했고, ‘무직인 50~60대 남성’을 고독사 고위험군이라고 분석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29.1%(265건)로 가장 많았고 50대 19.3%, 70대 19% 순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644명으로 65.8%를 차지했고, 여성은 334명으로 34.2%였다. 무엇보다 서울시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95.4%인 933명이 무직 상태였다. 또한, 일용근로자가 18명, 자활 근로자가 13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송 연구위원은 “무직인 50~60대인 남성은 강제 퇴거나 열악한 노동 환경, 급격한 은퇴를 겪은 뒤 일상이 급격하게 몰락하면서 고독사 위험군으로 이어졌다”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고독사를 한 978명 가운데 61.3%인 599명이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수범 연구위원은 “현재 지원으로는 고독사를 예방하기 어렵고, 위험군 선별에도 어려움이 있다”라며 “위험군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서는 수동적인 조사에서 데이터 기반의 위험군 발굴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서울시는 올해 고독사 위험 2천 가구에 고독사 예방을 위한 스마트플러그 기기를 업그레이드해줄 계획이다. 아울러 스마트 플러그를 멀티탭 형태로 제작해 낡은 멀티탭을 교체해주거나 전기요금 보조를 통해 스마트플러그 보급 확대를 모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대표 유품관리사인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는 확대되고 있는 고독사 문제를 어떻게 볼까. 먼저 그는 한 70대 남성의 고독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교사로 일하셨던 분인데 자녀들한테 굉장히 완고한 태도를 보이셨다. 뭐든지 자기 혼자 일을 해결하려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돌아가시고 나서 정리를 하는데 침대 밑에서 가방이 나왔다. 속옷, 양말, 홑이불 같은 것들을 싸놓으셨더라. 요양병원에 가게 되면 들고 가시려고 준비를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칠판에 약을 먹은 날을 기록해뒀고, 방송 프로그램에서 나온 내용을 메모해둔 것도 있었다. 3년 전에 쓴 것들로 보이고 가방도 그때 싸신 것 같았다. 치매 증상이 그때부터 있었다는 사실도 추정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치매 방지를 위해 혼자서 부단히도 노력하신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혼자 해결하시려고 하다 보니 안 좋은 결과를 맞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고인분이 돌아가시고 자녀분들이 매우 안타까워하셨다. 자녀분들이 다가가려고 해도 고인께서 마음의 문을 안 열어주셨다”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김석중 교수는 “전형적인 고독사의 모습”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무연고 고독사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가족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통이 안 되어서 고독사를 맞는 경우가 많다. 실제 고독사의 본질 문제는 가족 간의 사이 약화다. 가족과 소통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혼자서 해결하겠다는 자세는 굉장히 위험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가족들이 있는 데도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석중 교수는 “혼자 사는 50·60 세대들을 보면 이혼도 있고, 갑작스럽게 은퇴를 한다거나 자영업을 하다가 경기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패배주의가 생겨서 가족들과 떨어져서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50·60 세대 남성의 고독사가 많은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식사를 제대로 못 챙겨 먹어 영양 불균형이 오면서 건강이 악화되는 것 같다”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김석중 교수는 고독사 예방법에 대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심신 건강 유지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사람을 알고 싶었어요.” 사람이 궁금했던 소극적인 이공계생은 삼성전자 최초로 ‘세일즈엔지니어’가 되었고,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에 한 획을 그었다. 24개월 약정과 단말 보조금, 통신요금 납부 시스템, 해지 방어 시스템 등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모든 정책의 뿌리를 만든 사람, 이문호(65) 머큐리 사장의 이야기다.
“직장생활을 하든, 사업을 하든 사람을 아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모든 게 시작된다는 생각이었죠.”
이공계 전공으로는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이 사장은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하고 영업과 마케팅 직무에 관심을 두게 된다. 그리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신입사원은 영업사원으로 발령을 내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최초의 이공계생 영업사원이 됐다. 얼마나 극적이었던지, 당시 삼성전자에서 받은 발령장을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 그렇게 10년을 삼성전자 대리점 마케팅 영업을 했다. 그는 영업이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제품 사세요’가 아니라 내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거예요. 자기 주관적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상대 주관적, 시장 중심적으로 이해해야 하죠. 상대는 왜 이걸 필요로 할까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해요. 대화할 때는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준비를 많이 하면 진정성이 나와요. 인격적으로 상대를 존경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 만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느냐를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차별화’예요.”
공짜폰의 효시 ‘삐삐’
서울이동통신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던 그는 삼성전자를 떠났다. 지금이야 공짜폰이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이전에는 공짜폰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 사장은 서울이동통신에서 통신 보조금의 효시가 된 마케팅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삐삐를 쓰던 시절에는 모토로라가 브랜드로서 압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이때 이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삐삐 신제품을 공짜로 판매하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삼성전자에는 100만 대를 팔겠다고 약속하면서 기계 가격을 낮춰달라고 했다. 어떻게 그런 약속을 할 수 있었는지 묻자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100만 대를 팔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이루어질 방법을 찾았다는 게 핵심입니다. 새로 나온 삐삐를 공짜로 소비자에게 풀었을 때, 우리 회사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거죠.”
성공적으로 삐삐 판매의 물꼬를 튼 이 사장은 이동통신사 KTF의 전신인 한국통신프리텔에서 또 한 번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거치며 삐삐라는 신규 사업에서 성공을 이루었듯, 이번에는 공기업에서 PCS(개인휴대통신)라는 신규 사업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한국통신프리텔에 들어간 이 사장은 ‘24개월 약정할인’, ‘단말 보조금’, ‘인터넷 패키지 정책’ 등 소비자의 휴대폰 구매 부담은 줄이면서 휴대폰 제조사의 판매도 늘릴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들었다. 1999년 이동통신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했던 요금제와 단말기 패키지는 KTF의 쇼킹스폰서로 업그레이드됐고, 이제는 모든 이동통신사의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이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제도지만, 당시만 해도 ‘말도 안 된다’고 모두가 반대했던 일이다.
“설득의 바탕은 신뢰예요. 신뢰는 평소에 쌓아둬야 하는 거고요. 상대가 나를 믿게 하려면 그 사람과의 관계에 성실해야죠. 첫째로 자신이 뱉은 말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못 했을 때는 피드백을 주어야 해요. 두 번째는 진심으로 상대를 대해야 하고요. 세 번째는 그 사람의 가려운 부분을 찾아내 해결책을 제시해주어야 해요. 그러니까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게 뭘까 알아챌 수 있어야겠죠? 경청은 집중력인 것 같아요. 지나가는 식으로 던진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거죠.”
시장을 읽는 점쟁이
KTF에서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던 이 사장은 KTF를 나와 통신 장비 및 광케이블 전문 업체 머큐리의 수장이 되었다. 당시 머큐리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정도로 위기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이 사장은 무선 공유기인 AP를 머큐리의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지금 우리가 흔히 보는 통신사 와이파이 공유기를 생각하면 된다. 이후에는 ‘기가 와이파이’라는 신기술을 선보이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선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무작정 해외에 있는 협력사들을 찾아가 함께 일하자고 설득했다. 갑자기 찾아와서는 허풍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해보니 그의 아이디어가 다 맞아떨어지는 걸 보고 협력사들은 이 사장에게 ‘포춘텔러’(Fortune Teller, 점쟁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어떤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성공해낸 걸까.
“저도 돌아보면 어떻게 그랬을까 싶네요.(웃음) 제가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요. 다만 어떤 현상이 발생했을 때, 어떤 문제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거기서 자그마한 아이디어가 나온 거고요.”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생각이 떠오르면 즉시 노트에 적어둔다. 그리고 매일 아침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는 아이디어를 복기할 때 “오래 끌면 안 된다”고 했다. 하루를 넘기지 않는 게 핵심이다. 기존에 없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건 다른 사람의 말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의 가려운 지점을 긁어주려면 대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그의 영업 지론과도 일맥상통한다. 머큐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가정용 신기술 와이파이 802.11ax(와이파이6)는 지나가는 말을 허투루 넘기지 않은 이 사장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이렇게 컴퓨터, 삐삐, PCS, CDMA, 휴대전화, AP 등 국내 통신 산업에서 약 40년 동안 정보통신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끝없는 증명이 이뤄낸 도전의 아이콘
이 사장을 가리켜 사람들은 ‘고생을 사서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에서 마케팅 본부에 발령을 받았을 때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지방으로 자원해서 떠났다. 서울이동통신에서 국내 최초로 30대에 임원직을 달아놓고 한국통신프리텔에 갈 때는 직급과 급여를 낮춰 이동했다. 1999년 한국통신프리텔은 성공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공기업에서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으니 그대로 승승장구하면 될 것 같았던 그는 돌연 머큐리라는 회사에 들어갔다. 위기에 빠져 있던 머큐리는 어엿한 상장 기업이 됐다. “인생은 나 자신을 끝없이 증명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우직하게 자신의 신념대로 움직였다. 그야말로 도전의 아이콘이다. 이 사장은 새로운 도전은 막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직장의 복리후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으로 둬야 할 것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내가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라면 소위 승부를 건다고 할까요? 기존에 하던 일이 싫증 나서가 아니라, 그냥 이거 한번 해볼까가 아니라 ‘이거 하나만큼은 내가 전문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야죠. 삼성전자에서 10년 동안 대리점 관리를 하면서 이것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해서, 새로 시작하는 삐삐 회사 서울이동통신으로 옮겨 대리점 관리에 새롭게 도전할 수 있었던 거예요. 현실에서 회사를 옮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저도 며칠 밤낮을 고민했는지 몰라요. 내가 잘하는, 혹은 잘하고 싶은 직무를 맡아 성취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곳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증명해내야 하는 일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을지 궁금했다. 이 사장은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받아들였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했다. 내 의지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든 받아들였다.
“과정은 어설펐지만 결과가 좋았다면 운이 따른 거고,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안 좋다면 격려받을 일이죠. 모르는 건 모른다, 실수한 건 실수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이 사장은 현업에 있으면서 또 하나의 도전을 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성과를 이룬 내용을 담아 ‘영혼 있는 도전’이라는 책을 쓴 것. 일과 글쓰기를 병행한다는 건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언제나 새로운 시장을 보려고 노력했던 이 사장의 다음 도전은 무엇일까.
현재 전국적으로 약 79만 명의 치매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그 규모가 커져 오는 2024년에는 치매 환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게다가 길었던 코로나19 대유행기간 동안 대면접촉 단절과 일상생활 제약으로 인해 치매증상이 악화되는 등 코로나블루를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났다. 그 어느 때보다도 치매환자의 전수조사가 필요해졌다.
치매 검사에 대한 고령층의 거부감도 조기 진단의 큰 벽이다. “나 안 미쳤다”로 대변되는 개별적인 치매 검사 거부를 극복하기 위해, 치매환자 전수조사는 의료현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환영받고 있다.
이에 치매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을 찾아내고자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치매 진단을 받은 어르신은 협약병원이나 치매안심센터로 연계해 정밀 진단검진을 받게 하거나 치료 관리비를 지원하는 식이다.
실제로도 서울시에서 지난 3월 발간한 ‘2021년 서울시치매관리사업 이용자 만족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치매안심센터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치매 조기검진’(80.7%)이었다. 다음으로는 ‘치매 관련 상담’(71%), ‘치매 예방 및 인식 개선 자료 제공’(69.2%), ‘인지건강 프로그램’(44.8%), ‘치매 예방 및 인식 개선 교육 및 행사’(40.5%) 등의 순으로 답변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치매를 조기에 발견했을 때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치매 전수조사를 강조한다. 치매 초기에 치료약을 복용하는 등 관리가 이뤄지면 중기로 넘어가는 데에 15년~20년이 소요되지만, 방치할 경우 그 기간이 대략 5년으로 줄어든다. 치매 전수조사를 꾸준히 시행하면 환자 자신과 가족의 고통과 부담을 크게 경감시키고,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치매 전수조사는 현재 서울시를 비롯해 고성군, 진주시, 홍천군, 서귀포시, 남양주시, 창녕군, 의령군, 사천시, 인제군 등지에서 실시되고 있다. 지자체마다 방식과 조사 대상 연령대가 다르다. 서울시와 고성군, 진주시 등은 만 60세 이상 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다. 강원 홍천군은 75세 이상 지역 주민 3400여 명을 대상으로 직접 방문해 전수조사를 시행한다.
동작구치매안심센터에서는 만 75세가 되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치매전수 조사를 2017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검진은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차 치매선별검진으로 위험도를 확인하고, 2차 정밀검진을 거쳐 3차 검진에서 치매를 확진하게 된다. 이중 3차 확진검사비(혈액검사, 뇌영상촬영)는 소득과 상관없이 25개 자치구 중 처음으로 구에서 지원했다.
동작구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실시한 만 75세 도래자 치매 검진 및 관리 사업을 마무리 하고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검진 완료자는 총 7719명으로 치매 317명, 치매고위험 482명을 발굴했으며, 확진 검사비 약 350만 원을 지원했다. 이어 보고서를 통해 “전수조사로 구민의 치매 예방 및 조기 발견 후 대상자의 진단에 맞는 체계적인 관리를 진행해 치매관리비용 절감 및 중증화 방지에 이바지했다”고 평가했다.
남원시의 경우 2019년 2월부터 4월까지 75세 이상 홀몸 어르신과 만 75세 이상 진입자 5104명을 대상으로 치매 전수조사를 진행해 치매 고위험군 3643명을 발견했다. 이 중 치매 추정환자 2884명 중 2650명인 91.9%를 발견, 등록해 치매상담, 치매치료관리비 및 조호물품(기저귀, 물티슈, 방수매트 등 치매 환자에게 필요한 위생 소모품) 지원, 경증치매환자 쉼터, 맞춤형 사례관리, 투약 알림서비스 등 치매통합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창녕군에서는 지난해 치매 전수조사를 통해 치매안심센터 등록률 76.7%로 전년도 대비 14.1% 이상 상승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에 치매 치료관리비 1514명, 조호물품 지원 371명, 치매환자 맞춤형 사례관리 가정방문 서비스 311명을 지원한 바 있다.
창녕군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찾아가는 치매 조기검진과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치매가 의심되는 어르신은 보건소의 협약병원 연계를 통해 진단검사와 정밀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는 치매안심통합관리시스템(ANSYS)에서 치매어르신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필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