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선수들의 땀과 열정으로 가득한 도쿄올림픽. 생기 넘치는 10~30대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더 돋보이는 이들이 있다. 바로 40~60대 시니어 선수들이다.
체력으로는 뒤처질지 몰라도 노장 선수들의 스포츠 정신과 열정, 기술, 헌신은 젊은 선수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쌓은 연륜과 노련함으로 오히려 더 빛을 낸다. 포기를 모르고 최선을 다하는 백전노장 선수들의 투혼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며, 도쿄올림픽을 빛내고 있는 노장 선수들을 소개한다.
66세 최고령 선수, 메리 해나(66)
이번 올림픽 최고령 선수는 여자 승마의 마장마술에 출전한 호주의 메리 해나(66)다. 이번이 여섯
번째로 올림픽에 출전한 해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제외하고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출전했다.
하지만 아직 메달 기록은 없다. 메달을 받지 못해도 꾸준하게 대회에 출전하며 나이와 상관없이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그녀는 여전히 도전 중이다. 그녀에게 나이는 도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해나는 “메달을 목표로 삼기엔 조금 늦은 것 같긴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70대로 들어서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도 출전하려고 욕심을 내고 있다.
62세 최고령 메달리스트, 앤드류 호이(62)
‘호주의 승마 영웅’으로 불리는 앤드류 호이는 60대 나이로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하루에 메달을 두 개나 목에 걸었다. 지난 2일 종합마술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종합마술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호이는 이번 대회 최고령 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호이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아직 건강하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4년 LA올림픽부터 두 차례를 제외하고 모든 올림픽에 출전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와 1996년 애틀랜타에 이어 2000년 시드니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호주 역사상 한 종목에서 3연패를 달성한 최초의 남자선수가 됐다.
일곱 번째 금메달 수상, 이자벨 베르트(52)
이자벨 베르트는 52세 나이로 역대 올림픽 승마 종목 최초로 7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지난 7월 27일 열린 도쿄올림픽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자신의 7번째 금메달을 획득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베르트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나서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다. 이후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2008년 베이징,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단체전 정상에 오르며 꾸준하게 메달을 쌓아왔다.
그는 자신의 6번째 올림픽인 도쿄 대회에서 변함없는 기량을 발휘하며,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11개의 메달(금 7·은 4)을 손에 넣었다. 국제승마협회에 따르면 베르트는 마장마술 세계 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41세 어린 신유빈과 막상막하, 니샤롄(58)
지난 7월 25일 탁구 여자 단식 64강전에서 자신보다 41세 어린 신유빈(17)과의 탁구 대결로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니샤렌은 중국 국가대표 출신의 룩셈부르크인이다. 니샤롄은 역대 올림픽 여자 탁구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그럼에도 그는 신유빈과의 경기에서 41세의 나이 차이에도 막상막하의 경기를 보이며, 역전패했다.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니샤롄의 플레이에 신유빈만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런 모습에 국내 팬들은 얄밉다는 평부터 탁구에 통달했다는 평까지 하며, 그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9번 연속 올림픽 출전한 최초 여성, 니노 살루크바제(52)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9번 연속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최초의 여자 선수라는 대기록을 세운 주인공이다. 니노 살루크바제는 1988년 서울올림픽 사격 공기권총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아들 초트네 마차바리아니와 함께 출전해 올림픽 첫 모자 출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10m 공기권총에서 예선 31위를 기록한 뒤 시력이 떨어져 더는 힘들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통산 금·은·동메달을 한 개씩 남기고 물러나는 그에게 세계 스포츠계의 격려가 쏟아졌다.
40대 체조 여왕, 옥사나 추소비티나(46)
우즈베키스탄의 체조 여왕으로 불리는 옥사나 추소비티나. 그는 20대 중반만 돼도 환갑이라는 여자 체조계에서 40대까지 8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며 ‘살아있는 전설’로 새 역사를 썼다.
그는 지난 7월 25일 여자 체조 도마 예선 경기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동료 선수와 코치, 운영진 모두에게 기립박수를 받으며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결선 진출에 실패한 뒤 추소비티나는 “나는 마흔여섯 살이다. 이건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나는 살아있고 행복하다. 아무런 부상 없이 여기 있고, 내 두 다리로 혼자 서있다”며 감격해했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젊다. 오늘 도전하고 즐겨야 한다.”
니샤롄은 자신보다 41세 어린 선수와 경기를 끝낸 직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이를 잊은 노장 선수들의 투혼은 나이를 탓하며 도전을 포기하고 즐기지 못하는 수많은 우리들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선사하고 있다.
아들을 둔 시니어가 딸을 둔 시니어보다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사실이 학술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아들을 선호하는 한국 사회 관습으로 인해, 은퇴 연령이 늦어지고 노후 빈곤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고령화 경제학 저널 2021년 20호(The Journal of the Economics of Ageing 20(2021))'에 ’한국의 가족 내 재산 양도와 아들 선호에 따른 고령자 은퇴 경향‘이라는 논문이 게재됐다. 해당 논문에서 아들만 둔 가장이 딸만 둔 가장보다 은퇴 시기가 현저히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소속 김경국 경제부총리 비서관이 이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했다.
해당 논문은 현재 70⋅80대 고령층인 1935~1950년생을 대상으로 자녀 중 아들이 차지하는 비율과 은퇴, 주간 근로시간 간 상관관계를 회귀분석했다. 분석 결과 아들이 한 명 더 늘수록 가장의 은퇴 가능성이 5.5~6%포인트 줄어들고, 주간 근로시간은 16.8% 늘어났다.
이 같은 통계적 차이는 한국의 남아선호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들의 독립 비용이 딸보다 높아, 이를 준비하고 감당하느라 근로시간이 늘고 은퇴시점이 늦춰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아들이 많은 가장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을 둔 가장의 경제적 부담은 다른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 발표한 ‘결혼비용 실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아들을 결혼시키는 데는 평균 1억735만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딸은 3539만 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을 결혼시키는데 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이 딸의 3배가 넘는 셈이다.
문제는 아들의 독립비용을 지불하는 가장이 노후에 빈곤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공적 노후 소득 보장시스템이 부실한 탓에 가장들이 늦은 나이까지 일하며 은퇴가 늦어지고, 노후 빈곤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노후 생계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서구 선진국들처럼 ‘일찍 은퇴할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노동시장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아주 높은 편”이라고 짚었다.
“제덕아 사랑해. 제덕이 파이팅.” 지난 26일 김제덕을 키운 친할머니 신이남 씨(86)가 손자에게 보내는 힘찬 응원의 메시지가 전파를 탔다. 안동MBC와 인터뷰에서 손자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느냐는 질문에 신 씨는 “제덕아, 개밥 주러 가자”고 말했다. 다섯 살배기 손자와 함께 강아지에게 밥을 줬던 추억 덕분이다.
“코리아 파이팅!”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을 뒤흔든 함성의 주인공, 열일곱살 김제덕은 할머니의 응원에 힘입어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지난 1일 귀국한 뒤 JTBC와 인터뷰에서 그는 “올림픽 준비하느라 자주 찾아뵙지 못했는데, 할머니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산소에 인사드리러 가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6세 때부터 할머니 손에 자란 손자는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2016년 SBS 예능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초등학교 6학년 김제덕은 “올림픽 국가대표가 돼 할머니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는 게 꿈”이라고 말할 정도다.
조부모 손에 자라 성공한 아이들로 ‘미스터트롯’ 정동원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말 KBS ‘인간극장’에 출연한 정동원은 폐암 진단을 받은 할아버지를 위해 가수로 성공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정동원의 할아버지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정동원이 참가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노래를 가르쳐 주고 가수의 꿈을 응원해 준 할아버지 덕분에 손자는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 트로트 가수가 됐다.
조부모 육아의 좋은 예는 서양에도 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도맡아 키우다시피 한 빌 게이츠, 복잡한 가정사로 하와이 외갓집에서 자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조부모 손에 자란 아이들 중에 크게 성공한 사례가 많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양육법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걸까.
무한한 사랑과 지지, 손주 정신 건강에는 백신
전문가들은 조부모 육아가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선물한다고 말한다. ‘양육유형이 아동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석사논문을 작성한 최복경은 결론에서 “부모 중심의 육아보다 조부모가 함께 양육하는 형태가 더욱 유리하다”고 적었다.
어린이집 원장을 지냈던 최복경은 실제로 2~5세 영유아 원생 36명에 대한 ‘행동 관찰일지’를 두 달간 작성했다.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이 조부모의 보살핌 유무에 따라 기본 생활습관, 의사 소통, 사회정서 발달 면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관찰했다.
결과는 조부모 육아의 완승. 생활습관과 의사 소통, 사회정서 발달 모두 조부모 손에서 자란 아이들이 우위를 보였다. 최 원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조부모 육아와 맞벌이 부모 육아는 정서적 안정감 때문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육 경험이 있는 조부모로부터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으면, 일하는 아이의 부모들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어 아이가 세상에 대해 신뢰감을 쌓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해외 연구 사례도 존재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글렌 H 엘더 교수 연구진은 조부모와 함께 자란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학교 성적이 우수하고, 성인이 된 뒤에도 성취감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조부모와 자주 만나고, 조부모가 자신의 인생에 중요하다고 말한 아이들이 외부 환경과 관계 없이, 자신의 학습능력을 최대로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조부모와 손주가 가까이 살고, 자주 만날수록 아이의 성적과 성취도가 높다는 얘기다.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연구진은 10대까지 조부모와 친밀한 아이들이 친사회행동(봉사와 기부 등 보상을 바라지 않고 사회를 이롭게 하는 행동) 성향이 높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조부모가 손주에게 용돈을 주는 것보다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쳐 주거나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로 조부모에게 친밀함을 느꼈다.
조부모 양육이 아이들을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만들 확률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 중국, 영국, 일본 등 8개 국가의 논문 23편을 비교 분석한 중국 상하이 대학교의 안 루오펭 교수는 “조부모에게 지금 세대에게는 오히려 풍요에 따른 과식과 비만이 문제임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꼽은 문제점은 조부모의 ‘지나친’ 너그러움이다. 그러나 조부모의 너그러움은 손주들에게 정신적 안정감의 기반이 됐다. 조부모가 너그러움의 정도만 조절한다면 손주의 몸과 마음에 좋은 영향만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 건강을 위협받는 일이 잦아지는 점을 생각한다면, 조부모의 무한한 사랑은 손주에게 ‘정신 건강 백신’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조부모 육아가 주목받고 있고,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러시아에서 한 할머니가 아파트 2층 창가에서 추락하는 아이를 맨손으로 구했다.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현지 시각) 노보쿠즈네츠크에 사는 스베틀라나 사라보바 할머니가 마트를 다녀오던 길에 우연히 2층 베란다 창문에 매달린 아이를 발견했다.
이 할머니는 창문에 아슬아슬하게 있던 아이가 추락하는 순간, 들고 있던 가방을 던지고 창가 아래로 가 두 팔 벌려 아이를 받아냈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아이는 생후 18개월 된 예고르다. 어머니가 잠시 쌍둥이 여동생들에게 음료를 주러 간 사이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가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 뻔한 사건이다.
예고르의 아버지 드미트리 테료힌은 사라보바에게 고마워하며 수중에 있던 1000루블(약 1만5000원)을 꺼내 급히 건넸다. 사라보바가 한사코 거절했지만 가방에 억지로 돈을 넣었다.
테료힌은 할머니가 서둘러 떠나는 바람에 미처 이름도 묻지 못했다. 그래서 SNS를 통해 수소문했고, 이를 알게 된 당국이 할머니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기 위해 나서면서 6일 만에 신원이 확인됐다. 아이를 구조하는 사라보바 모습이 근처 CCTV에 고스란히 담긴 덕분이다.
사라보바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만일 아이를 잡지 못하면 아이가 내 눈앞에서 땅에 떨어지리라 생각했다"면서 "달려가서 잡지 않았다면 상황은 훨씬 더 나빴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는 다소 무거웠지만 그 때는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시니어들의 소득세 감면이 2023년까지 2년 더 연장된다. 내년부터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맞벌이 가구 연소득 기준도 3800만 원으로 상향된다. 청년 고용을 늘린 기업은 1인당 최대 13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26일 기획재정부가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시니어와 청년 등 취약계층에게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제도가 2023년까지 연장됐다. 소득세 감면 대상자에는 60세가 넘는 시니어도 포함돼 있어 중소기업 취업 시니어들은 2년 더 소득세 감면 혜택을 볼 수 있다. 현재 중소기업에 취업한 시니어는 3년 동안 소득세의 70%를 감면받는다. 당초 이 제도는 올해까지만 적용할 예정이었다.
한편 국민들이 세법개정안에 포함되길 기대한 종합부동산세법과 양도소득세 개편, 상속세와 증여세법 개정에 대한 내용은 빠져 알맹이 빠진 개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법개정안, 어떤 내용 담았나?
내년부터 연간 총소득이 3600만~3800만 원인 맞벌이 가구도 근로장려금을 받는다. 정부는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요건 상한을 가구별로 200만 원씩 올리기로 했다. 이 기준은 내년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소득요건을 1인 가구 기준 현행 2000만 원에서 2200만 원으로, 홑벌이 가구는 3000만 원에서 3200만 원으로, 맞벌이 가구는 3600만 원에서 3800만 원으로 높였다.
소득상한이 늘어나면서 내년에 30만 가구가 새롭게 근로장려금을 받는다. 또 소득이 늘수록 지원액이 줄어드는 ‘점감 구간’에 속하는 가구가 받는 근로장려금 액수도 올라간다. 연 총소득이 1780만 원인 1인 가구가 올해 30만 원을 받았지만 내년에는 50만 원 이상 받게 될 전망이다. 새롭게 지급될 근로장려금은 연간 26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근로장려금 정산 시기도 단축된다. 지금은 상반기분을 그해 9월에. 하반기분을 이듬해 6월에 나눠 지급한다.
시니어들이 사회복지단체나 학교법인, 장학재단 등에 낸 기부금에 대한 소득세 세액공제율도 상향된다. 1000만 원 이하 기부금의 세액공제율을 15%에서 20%로, 1000만 원 초과분은 30%에서 35%로 높였다. 사회복지단체에 1000만 원을 기부하면 연말정산 때 150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 공제액이 2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지금 세법은 10년 이상 부모를 모시고 살던 자녀가 돌아가신 부모의 집을 상속받으면 공시가격 6억 원 한도에서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상속세와 증여세법을 고쳐 시부모나 장인⋅장모를 모시고 산 며느리와 사위도 이 같은 상속세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23년부터 5000만 원을 넘는 금융투자소득에 대해서는 20% 세율로 과세가 시작된다. 그런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발생한 소득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게끔 세법이 개정됐다. 계좌 하나로 예금과 주식, 펀드 등 각종 투자를 할 수 있어 ‘만능 계좌’로 부르는 ISA에 혜택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올해 종료될 예정이던 고용증대 세액공제가 2024년까지 3년 추가 연장된다. 고용증대 세액공제는 직전 과세 연도 대비 상시 근로자 수가 증가한 기업에 대해 고용 증가분 1인당 일정 금액의 세금을 3년간(대기업 2년) 깎아 주는 제도다. 특히 올해와 내년에 비수도권 기업이 청년과 장애인 같은 취약계층을 고용하면 100만 원을 추가로 공제해 준다.
사업자와 근로자 간 상생협력을 지원하고자 성과공유 중소기업 과세특례 지원 확대와 적용기한 도 연장한다. 중소기업의 성과급 지급유인 제고를 위해 경영성과급 지급액의 10%로 적용하던 세제혜택을 15%로 상향한다. 또 영업이익 발생 요건을 삭제해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연도에 지급한 경영성과급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소상공인 임대료 부담 경감을 위해 ‘착한 임대인’ 세제지원 대상에 폐업 소상공인도 포함했다. 지지난해 2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신규로 체결한 임대차계약도 세액공제 적용대상이 된다. 세액공제 적용기한도 2022년 6월30일까지 6개월 연장한다.
또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취득한 1조합원입주권 양도 시 다른 주택이나 조합원입주권 뿐만 아니라 분양권도 보유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한다. 현재는 양도일 현재 다른 주택이나 조합원입주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비과세다. 앞으로는 양도일 기준 다른 주택이나 조합원입주권에 분양권도 없어야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는다.
‘미술품 상속세 물납’ 이례적인 철회
지난 20일 기획재정부가 출입 기자단에게 배포한 ‘2021 세법개정안’ 보도 예고자료에는 미술품의 상속세 물납 허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실제 발표에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이례적으로 엿새만에 기재부 안이 뒤집혔다. 물납은 현금이 아닌 다른 자산을 정부에 넘기고 그 자산의 가치만큼을 세금 납부로 인정받는 제도다. 원래는 시장에서 가치를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부동산과 유가증권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별세한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소유의 미술품 1만2000점의 가치가 1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술품도 물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논의가 불붙었다. 특히 영국과 독일 같은 외국의 문화강국이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가진 재산의 물납을 허용하고 있어 이를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는 세법을 개정해 미술품 물납을 2023년 상속세 부과 대상부터 허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자들을 위한 세법 개정’이란 반발이 강해 막판에 좌초됐다.
문체부의 미술품감정센터 설립에 관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센터 운영을 둘러싼 이해관계 문제 해결과 도입 방안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해 미술품 물납 허용을 위한 제반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미술품 물납을 허용하기에는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미술품 상속세 물납에 대한 내용이 빠진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자 미술계는 아쉬워했다.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미술품 물납 허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국립현대미술관에 앤디 워홀의 원화 한 점 걸려 있지 않은 현실에서 미술품 물납은 문화강국이 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줄 것”이라며 “특정 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예고했던 세법개정안에서 미술품 물납은 2023년 상속세 부과 대상부터 적용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되더라도 삼성가는 혜택을 볼 수 없었다.
이달 초부터 교차접종(1차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차 화이자 백신)이 시행됐다. 9월 7일까지 2차 접종을 기다리는 인원은 161만 명, 이들은 모두 교차접종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50대 백신 접종 일정이 예정보다 늦춰지고, 방역당국이 불확실한 백신 수급 상황을 고려해 교차접종을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스웨덴을 비롯해 외국에서 발표하는 교차접종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국민들의 눈길을 끈다.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따르면 스웨덴 우메오대학 연구진이 AZ·모더나 교차 접종과 AZ 2회 접종을 비교한 결과, AZ·모더나 교차 접종자(51명)들이 AZ 2회 접종자(37명)에 비해 약 20배 더 많은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를 섞어 맞추는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따르면 화이자·AZ 교차 접종자는 AZ 2회 접종자보다 5배 더 많은 항체가 형성됐다.
다만 동일한 백신으로 접종했을 때보다 교차 접종군에서 두통·발열·오한·근육통 등 경미한 이상 반응이 비슷하거나 더 많이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으로 중증 이상반응을 보인 경우는 없었다.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AZ 2회 접종에 비해 AZ에 mRNA 계열 백신(화이자·모더나)을 교차접종했을 때 코로나 예방 효과가 더 좋다는 건 명백하고, 안전성 측면에서 중증 반응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적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현재 AZ와 화이자 백신 교차 접종 외에 다른 백신을 교차 접종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20일 브리핑에서 모더나 등 다른 백신 조합으로 교차 접종을 허용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현재까지는 모더나 백신을 교차 접종 백신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방역당국은 올해 3분기부터 교차 접종을 허용했다. 올해 4월 중순 이후 AZ 백신을 1차로 맞은 사람 가운데 50세 미만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는 식이다. 교차접종 대상자가 되더라도 원하면 AZ 백신을 두 번 맞을 수도 있다. 또 교차 접종자는 단일 백신 접종자와 동일하게 백신 접종 완료를 인정받는다. 접종 완료에 대한 효력은 국내든, 증명서를 활용하는 국가든 동일하다.
으리으리한 웨딩홀과 값비싼 예물까지 자녀의 완벽한 하루를 위해 정신없이 준비하다 보면 결혼의 진정한 의미가 등한시될 때가 있다. 반면 이곳의 예식은 소박하지만 늘 한결같고 경건하다. 가난 때문에 결혼식을 미뤄야 했던 아픔을 교훈 삼아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 예식을 올려준다. 그 철학은 50여 년째 현재진행형이다. 누군가에게는 유명 호텔보다 더 근사하고 특별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이곳, 경상남도 마산의 ‘신신예식장’을 찾았다.
“자, 여기 보세요. 찍습니다. 김치, 참치, 꽁치~” 늦지 않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식장으로 들어섰을 땐 이미 ‘찰칵’ 하는 셔터음이 울린 뒤였다. 백낙삼(90) 사장이 들고 있는 카메라 맞은편에는 나이 지긋해 보이는 부부가 어색하게 서 있다. 최필순(80) 이사는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신부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이날은 이광현(78)·박숙자(74) 부부의 리마인드 웨딩이 있는 날이다. 순백색 드레스를 차려입은 신부는 아이처럼 “가자”며 신랑을 재촉했다. 신부가 옷을 갈아입으러 간 동안, 신랑에게 이곳을 찾은 사연을 물었다.
“6년 전 오늘, 아내가 사고를 당했어요. 뇌를 다쳐서 6개월 동안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다가 기적적으로 일어났죠. 올해가 결혼 50주년이기도 하고, 오늘이 다시 태어난 날이잖아요. 그래서 겸사겸사 기념하려고 서울에서 예약하고 왔어요. 기분이 참 묘하네요.”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부터 보통의 식장은 아니구나 싶었다. 삼색 페인트가 칠해진 건물 외벽과 ‘완전 무료’라고 큼직하게 적힌 간판이 그 비범한(?) 분위기를 증명해주는 듯했다. 내부로 입장하면 1960년대로 돌아간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웨딩홀은 드라마 세트장이 아닌 그 시절의 잔상이다. 백낙삼·최필순 부부는 1967년부터 이곳에서 예식을 올리고 있다. 직원에게 들어가는 수고비 70만 원을 제외하고 예식에 드는 비용을 받지 않는다. 그렇게 백년가약을 맺어준 부부만 1만4000쌍이다.
거리의 사진가에서 예식장 사장으로
“삼국사기는 들어봤어도 ‘신신사기’는 처음이지요? 허허.” 식을 마치고 몇 시간 만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백 사장은 한숨 돌리기도 전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식업을 시작한 계기를 묻자 대답 대신 두꺼운 사진 앨범을 꺼내왔다. 겉표지에 ‘신신사기’란 글자가 한자로 적혀 있었다. 이곳의 50년 역사를 모아둔 그의 보물 1호다. 낡은 종이를 넘기며 그는 90년 인생을 회고했다.
젊은 시절 백 사장은 교육자를 꿈꾼 포부 가득한 청년이었다. 마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밥을 굶주리면서도 중앙대학교 교육학과에 진학해 여섯 학기를 다녔을 정도로 학구열이 높았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웠지만, 자동차 정비소부터 공장까지 허드렛일을 하며 밤낮없이 교육 사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정부의 검열로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채 무산됐다.
그는 좌절할 틈도 없이 밥벌이를 찾아 나섰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한강에서 보트 타고 뱃놀이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보트장에 놀러 온 이들을 상대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거리 사진가로 일을 시작했다. 먹고살 만큼의 돈이 모였을 때쯤, 서른한 살 노총각이 돼 있었다.
“고향 사람들이 나보고 몽달귀신 되겠다고 난리가 난 거야. 그래서 중매를 해줬어요. 지금의 아내가 나왔지. 아내한테 ‘내가 가진 건 이 몸뚱이 하나뿐이다. 고생 많이 해야 될 거다. 그래도 고생 안 하게 최선을 다해보겠다’ 말했어요. 그 한마디 믿고 시집을 온 거예요.”
가난한 부부의 예식장은 작은 초가집 마당이었다. 축가는 새들의 노랫소리로 대신했다. 백 사장은 아무려나 행복했지만, 식을 올린 후 아내와 생이별하는 아픔을 맞아야 했다. 있는 집이라고는 열세 명의 식구가 생활하는 작은 단칸방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며 악착같이 돈을 모은 그는 1년 만에 아내와 함께 살 셋방을 마련하고, 뒤이어 3·15의거기념탑 뒷골목에 세워진 건물을 매입했다.
“이 건물에 무얼 할까 하다가 나처럼 돈이 없어서 결혼 못 하고 애만 태우는 사람들 결혼시켜줘야겠다 생각했어요. 돈은 사진값만 받아도 충분했지.”
1만4000쌍의 웃음과 눈물이 깃들다
1967년 6월 문을 연 신신예식장은 얼마 되지 않아 요즘 말로 ‘핫플레이스’가 됐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손님이 물밀 듯 밀려왔다. 사진값 6000원만 내고 예식을 올릴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한창 잘될 때는 하루에 17쌍씩 식을 올려줄 정도였다. 그간 수많은 이들이 거쳐간 만큼 다양한 사연이 예식장을 채웠다.
“11시 30분에 식을 예약한 신랑이 미용사에게 신부 패물을 전해달라 부탁했는데, 나중에 보니 신부는 받은 게 없다는 거예요. 내가 다른 주례를 보는 사이 미용사가 도둑으로 몰려서 파출소 가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알고 보니 11시 신부 것인 줄 착각하고 잘못 건네준 거였죠. 이 일로 부부끼리 의형제를 맺었다고 하더라고요. 참 재미있는 인연이지요.”
유쾌한 에피소드만큼 뭉클한 기억도 많다. 자신이 식의 주인공인지도 모르고 멍하니 서 있는 아픈 신랑의 주례를 봐준 적도 있고, 6년 전 가출한 큰딸이 둘째 딸 결혼 전날 기적적으로 돌아와 자매의 결혼식을 한날한시에 올려준 적도 있다. 그러나 가난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백 사장이 잊을 수 없는 손님은 따로 있다.
“사진 값을 안 내고 도망간 부부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휴대폰 번호 대신 주소를 적었던 때라 집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집에는 아픈 사람이 누워 있고, 너무 어렵게 살고 있는 거야. 차마 돈을 받을 수가 없어서 쌀 한 말 사주고 돌아왔어요. 도울 수 있어 그저 행복했지요. 지금도 이렇게 좋은 직업이 세상에 또 있겠나 싶어요. 내가 그동안 행복했던 일을 죽 적어봤는데, 행복하다는 말만 백스물일곱 개가 나와.”
그 따뜻한 인심 덕분일까. 어느 날부터 ‘신신예식장에서 결혼하면 잘산다’는 소문이 돌며 장사는 더 번창했다. 백수 생활을 하던 큰아들이 식을 올린 뒤 직장을 구하자, 여섯 남매가 줄줄이 이곳에서 결혼을 했을 정도다. 그 소문은 최근까지도 이어지는 듯했다.
“작년에 부산에서 전화가 왔어요. 1977년에 선생님 은덕으로 겨우 결혼식을 올렸는데, 이제는 부자가 됐다며 사례를 하겠다는 거예요. 아내가 그 얘기를 듣더니 보이스피싱이라는 거야.(웃음) 괜히 겁이 나서 밤에 자다가 ATM기기 가서 돈을 빼왔어요. 그리고 자고 일어났는데 휴대폰에서 띵 소리가 나대. 100만 원이 들어와 있더라고. 고마워서 가족사진, 리마인드 웨딩, 영정사진까지 다 찍어줄 테니까 언제든 오라고 했지요.”
100세까지 즐겁게, 성실하게, 보람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어느 추억의 장소를 회고하는 것 같지만, 신신예식장은 오늘날도 여전히 씩씩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성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예약 문의도 꾸준히 들어온다. 2014년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에 등장한 후로는 젊은 사람들도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그 덕에 두 사람은 요즘 유행하는 웨딩 트렌드까지 공부하느라 바쁘다. 인터뷰를 하던 날에도 연구(?)는 계속됐다. 어느새 백 사장 옆에 자리를 잡고 앉은 최 이사는 앨범을 펼쳐 보이며 열띤 설명을 했다.
“옛날에는 부케가 이렇게 길었어. 바닥까지 왔다고. 그러다 조금씩 길이가 줄어들면서 짧아졌지. 드레스도 얼마 전까지 치렁치렁 뭐가 많이 달린 게 유행이었는데, 지금은 액세서리랑 큐빅을 거의 안 붙여. 아주 옛날에 유행했던 게 다시 돌아오더라고. 여보, 이 사진 괜찮지 않나. 우리도 젊은 신랑 신부 오거든 이렇게 찍어주자.”
나이가 나이인 만큼 힘이 들 법도 한데, 두 사람의 열정은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사무실 벽 한쪽에 붙여둔 생활신조가 젊게 사는 비결인 듯했다. ‘생활은 즐겁게, 임무는 성실하게, 인생은 보람되게.’ 그래도 이제는 노후를 즐길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100살까지는 일하고 싶어요. 앞으로 10년! 그다음에는 자식, 손주가 대대로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은퇴하면 이 장부를 배낭에 넣어 메고 아내와 전국 일주를 하면서 예식장에 와주었던 손님들을 만날 겁니다. 그 얘기를 하면, 다들 우리 집에 꼭 오래요. 다 보러 가야지요.”
맞잡은 손 놓지 말고, 서로 깊이 이해하고, 꽃길 따라 함께 걸어가야 한다. 50년 동안 백 사장의 주례사에 빠지지 않은 단골 멘트다. 이 덕담을 한평생 지켜온 부부가 있을까. 잠시 의심했지만 그 주인공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초가집 앞마당에서 두 손 맞잡은 순간부터 수많은 이들의 앞길에 꽃을 수놓아준 오늘까지 두 사람이 걸어온 인생 여정이 그 자체로 ‘꽃길’이었다.
노인들이 서울사랑상품권 혜택에서 소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시비와 국비 1250억 원을 투입해 서울사랑상품권 총 1조 원어치를 발행했지만 모바일로만 결제할 수 있는 탓에 노인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조선일보가 입수한 서울시 ‘제로페이’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30·40대가 전체에서 7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는 4%, 70대 이상은 1%에 그쳐 사용률이 저조했다. 서울사랑상품권 사용자 대부분이 30·40대인 셈이다.
서울사랑상품권을 사려면 ‘제로페이’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 통계는 가입자만 따진 통계다. 실제 서울사랑상품권을 구입해 혜택을 보는 노인 비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종이 상품권을 발행해달라는 노인들의 민원이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소상공인의 매출을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시가 발행한 모바일 상품권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별로 발행하며 해당 자치구에서만 쓸 수 있다. 상품권을 사면 연말정산에 소득공제 혜택이 있고 액면가보다 10% 싸게 살 수 있다. 서울사랑상품권 10만 원을 구입하면 9만 원만 결제하는 식이다.
문제는 서울사랑상품권 혜택에서 노인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사랑상품권은 모바일로만 발행할 수 있다. 종이 상품권과 카드형 상품권으로는 제공하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디지털 소외계층인 노인들은 서울사랑상품권 이용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모바일 환경에서 매진도 빨라 노인들이 서울사랑상품권을 손에 넣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서울사랑상품권 발행 일정과 추가 발행 소식이 있으면 맘카페를 중심으로 발행 날짜와 추가 발행 소문이 돌아 빠르게 매진된다.
이에 대해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노인 빈곤율이 높은 한국에서 세대 간 분배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인들이 쉽게 상품권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구매자뿐 아니라 사용처도 일부 업종에 쏠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공개한 ‘서울사랑상품권 사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로페이로 결제된 모바일 상품권 716억 원 중 학원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24억 원으로 전체 45%를 차지했다.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
서울시립미술관엔 서소문본관 외에 노원구의 북서울미술관, 관악구의 남서울미술관, 마포구의 남지창작스튜디오, 여의도의 세마벙커 등 일곱 개의 분관이 딸려 있다. ‘서울을 보듬는 모선(母船) 미술관’으로 항진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한 셈이다.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은 백지숙 관장의 얘기는 이렇다.
“2019년 ‘서울형 네트워크 미술관’을 표방한 이래 행정과 기획 측면에서 큰 변화를 도모해왔다. 이미 완성한 일곱 개의 분관에 더해 2024년까지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서서울미술관, 사진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이 많은 분관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다중심’ 네트워크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호민과 재환’전의 관객 반응이 좋다. 관람 포인트를 말해달라.
“웹툰과 유튜브, 만화와 현대미술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확장되는지 그 경로를 찾아보며 관람하면 좋겠다. 또 매체를 다루는 부자 작가의 상이한 방식을 생각하며 관람하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예술적 DNA’가 어떻게 유전되고 변형되고 있는지 헤아려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괴짜 예술인 부자로 알려진 두 사람의 나이 차는 무려 41살. 그러나 둘의 작품에서 세대차를 느끼긴 어렵다. 아버지의 팝아트 작품이 아들의 진중한 웹툰보다 더 발칙하고 발랄하다.
아버지 주재환 작가의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호민 작가 때문에 왔다가 주재환 작가의 팬이 되어 돌아간다는 리뷰가 많더라. 그러나 미술계에는 주재환 작가의 오래된 팬도 많다. 많은 관객들이 주호민 작가를 통해 새로운 미술의 가능성과 환경을 탐색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참고로 주호민 작가가 녹음한 도슨팅 앱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3층 프로젝트갤러리의 ‘주재환 월드컵 16강’도.”
‘주재환 월드컵 16강’은 주재환 작품에 대한 부자간의 대화를 유튜브 스타일로 담은 영상물이다.
천경자 작가의 상설전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혹시 대중이 놓치고 있는 천경자 작품 감상 방법이 있다면?
“그의 수필집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책을 읽은 뒤엔 작가가 훨씬 가까이, 훨씬 속속들이 보일 것이다.”
빈곤과 질병, 고립의 늪에 빠진 고령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속화한 경기 하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한국은 노인복지가 부족한 나라다. GDP 대비 노인복지 지출 비중이 1.7%밖에 안 된다. 10명 중 4명 이상이 빈곤을 겪는 노인빈곤율 세계 1위 국가다. 코로나19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인 파산이 계속 늘고 있다.
13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파산을 신청한 60세 이상 노인이 2715명이었다. 2017년 3월 법원 설립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60세 이상 파산신청자는 2018년 2058명, 2019년 2373명, 지난해 2715명이었다. 2년 만에 32%나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60세 이상 노령 인구증가율인 11%의 세 배다. 전체 파산신청자 증가율인 18%보다도 훨씬 높다. 서울회생법원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층에 편입되고 있어 올해 최초로 노인 파산이 3000건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은 실무경제 둔화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60세 전후로 은퇴하면 수입이 줄어들지만 자녀 결혼식 비용, 의료비 같이 지출할 곳은 늘어난다. 연로한 부모를 모시는 이들이라면 부모 생활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문제는 은퇴 후 재취업을 하더라도 수입과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식당 주방보조, 청소, 건물 관리가 대표적이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가장 빨리 사라지고 있는 일자리기도 하다.
이는 일부 저소득층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중산층 이상이었던 액티브시니어들도 은퇴 후 창업을 했다가 코로나19 같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 노인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고 재기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창업 실패는 이들에게 더 뼈아프다.
수명이 늘어나 은퇴 이후의 삶이 길어지면서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서기 위한 파산 신청이 늘어난 것이 노인 파산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빚을 갚지 못하면 최소 생계비로 책정된 150만 원 넘는 금액이 통장에 있을 때 가압류가 걸린다. 파산을 신청해 면책을 받고 통장을 활성화해 다시 시작하려는 의도로 파산신청을 하는 노인이 많아졌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자식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파산 신청하기도 한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설령 빚을 남기고 사망한다고 해도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되지만 ‘빚쟁이로 죽어서 어떤 형태로든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 일만은 피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노인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