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둔 시니어, 은퇴 늦고 노후 빈곤 위험 높아

기사입력 2021-08-05 11:10 기사수정 2021-08-06 09:21

▲노인 지하철 택배원이 지하철에 탑승하는 모습.(이투데이)
▲노인 지하철 택배원이 지하철에 탑승하는 모습.(이투데이)

아들을 둔 시니어가 딸을 둔 시니어보다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사실이 학술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아들을 선호하는 한국 사회 관습으로 인해, 은퇴 연령이 늦어지고 노후 빈곤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고령화 경제학 저널 2021년 20호(The Journal of the Economics of Ageing 20(2021))'에 ’한국의 가족 내 재산 양도와 아들 선호에 따른 고령자 은퇴 경향‘이라는 논문이 게재됐다. 해당 논문에서 아들만 둔 가장이 딸만 둔 가장보다 은퇴 시기가 현저히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소속 김경국 경제부총리 비서관이 이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했다.

해당 논문은 현재 70⋅80대 고령층인 1935~1950년생을 대상으로 자녀 중 아들이 차지하는 비율과 은퇴, 주간 근로시간 간 상관관계를 회귀분석했다. 분석 결과 아들이 한 명 더 늘수록 가장의 은퇴 가능성이 5.5~6%포인트 줄어들고, 주간 근로시간은 16.8% 늘어났다.

이 같은 통계적 차이는 한국의 남아선호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들의 독립 비용이 딸보다 높아, 이를 준비하고 감당하느라 근로시간이 늘고 은퇴시점이 늦춰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아들이 많은 가장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을 둔 가장의 경제적 부담은 다른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 발표한 ‘결혼비용 실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아들을 결혼시키는 데는 평균 1억735만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딸은 3539만 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을 결혼시키는데 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이 딸의 3배가 넘는 셈이다.

문제는 아들의 독립비용을 지불하는 가장이 노후에 빈곤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공적 노후 소득 보장시스템이 부실한 탓에 가장들이 늦은 나이까지 일하며 은퇴가 늦어지고, 노후 빈곤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노후 생계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서구 선진국들처럼 ‘일찍 은퇴할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노동시장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아주 높은 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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