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향신료를 넣어 만든 인도 요리를 통틀어 커리(curry)라 한다. 인도는 치매 발생률이 낮은 국가로 잘 알려졌는데, 그 일등 공신으로 커리의 주성분인 강황을 꼽는다. 강황에 들어 있는 커큐민이 뇌 속에 쌓여 있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뇌를 건강하게 하는 향긋한 커리 맛집 ‘나마스테’를 소개한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5월 가족 외식엔 영양 만점 인도 커리
인도에서 시작된 커리는 영국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카레’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해진 음식이다. 채소와 고기를 넣고 뭉근하게 끓여 밥에 얹어 먹는 한국식 카레라이스도 맛있지만, 다양한 재료와 향, 색깔로 입맛을 사로잡는 인도식 커리 맛집을 찾는 이도 늘고 있다. 특히, 중·장년의 치매 예방은 물론 성장기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도 좋아 가족 외식 메뉴로 즐기기에 알맞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인도 커리 전문점 ‘나마스테(NAMASTE, 인도 인사말이기도 함)’는 30여 가지 커리(1만4000원~1만6500원 선)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채소, 닭고기, 양고기, 소고기, 해산물 등 (돼지고기는 들어가지 않는다) 주재료와 향신료 배합에 따라 어른들이 좋아하는 매콤한 커리부터 아이들이 먹기에 부담 없는 달콤한 커리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나마스테에는 커리 외에도 인도 셰프들이 엄선한 현지 식재료로 만드는 애피타이저와 탄두리(tandoori: 화덕에서 구워낸 요리), 디저트 메뉴 등이 있다.
메뉴 고르기가 어렵다면 런치세트나 디너세트를 추천한다. 런치 코스A(1인 1만3200원)는 그린샐러드, 커리(치킨 마크니와 믹스 베지터블 중 택1), 난 또는 밥, 후르츠 라이타(과일 수제 요거트)로 구성된다. 런치 코스B(1인 1만9800원)는 그린 샐러드, 탄두리치킨, 커리(프론 마크니와 팔락 파니르 중 택1), 난(플레인, 갈릭, 버터 중 택1), 밥, 차 또는 커피를 제공한다. 디너에는 애피타이저나 탄두리, 케밥 등이 어우러진 코스(1인 A-2만8000원, B-3만5000원, C-4만5000원)로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인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빨간 벽에 아기자기한 타일 문양이 어우러진 홀(hall)과 짙은 푸른빛 벽지에 금색 무늬가 돋보이는 룸(room)이 대조를 이룬다. 곳곳에 인도의 상징인 코끼리 장식이 놓여 있다. 조명이 살짝 어둡지만 매장 가운데 놓인 촛불이 은은한 분위기를 더한다. 초 밑에는 초 4~5배 정도 길이의 촛농이 쌓여 마치 얼음기둥처럼 보인다.
보통 여러 명이 주문을 하면 다양한 커리를 시켜 나누어 먹는데, 조금씩 덜어서 맛볼 수 있도록 커리 그릇에 숟가락을 꽂아 낸다. 밥 위에 한꺼번에 부어 먹는 카레라이스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커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커리와 함께 먹는 밥은 3종류가 있다. 한국 쌀로 만든 플레인 라이스(2000원), 인도 쌀로 만든 바스마티 라이스(3500원), 그리고 사프란(saffron)을 넣어 만든 사프란 라이스(5500원)이다. 꽃잎을 말려 만든 고급 향신료인 사프란을 넣은 밥은 노란빛을 띠는데 별미로 즐길 만하다.
한국인은 밥이 익숙하지만, 인도에서는 주로 화덕에 구운 부드럽고 납작한 빵인 ‘난(nan)’을 곁들여 먹는다. 커리에 찍어 먹거나, 탄두리 치킨 등을 싸서 먹기도 한다. 나마스테에는 기본 난(2500원)을 비롯해 버터 난(3000원), 갈릭 난(3500원), 치즈 난(6500원), 나마스테 스페셜 난(5500원, 견과류를 넣어 만든 난)을 판매한다.
밥과 난에 잘 어울리는 인기 커리 메뉴는 신선한 토마토, 크림 허브로 만든 치킨 마크니(1만5500원), 매콤한 맛이 일품인 비프 빈달루(1만6500원), 시금치와 쿼티지 치즈가 들어간 팔락 파니르(1만4500원) 등이다. 식후에는 디저트로 인도식 수제 요거트로 만든 라씨(5500원, 플레인·망고·딸기·키위)나 마살라 차이티(5000원, 시나몬·카더멈·우유를 넣고 끓인 차) 등을 즐기면 이색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2길 5 지하1층 (압구정 로데오역 4번 출구·학동사거리 일지아트홀 근처)
문의 02-549-4667
영업시간 11:00~22:00 (연중무휴)
요즘 홈카페가 서서히 인기다. 이미 홈카페 전문온라인 커뮤니티의 회원 수가 엄청나다. 개인적으로 홈카페전문가라고 자부하는 처지라 기본적인 팁을 제시해봤다.
우선 재료와 도구를 생각해 보자. 드리퍼, 그라인더, 필터, 드립포트, 서버, 드립스탠드, 전자저울, 원두, 인테리어, 커피잔, 음악, 조명 등등 필요한 게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핸드드립커피를 위한 재료나 도구가 다 없어도 된다. 그냥 뜨거운 물, 드리퍼와 커피 잔, 커피만 있어도 된다. 그것도 없다면 분쇄된 원두 어디서 사서 뜨거운 물을 함께 부어 우려서 먹을 수도 있고, 집에 있는 편수 냄비에 물과 원두를 깨소금 찧듯이 잘게 내 맘대로 부수어서 얕은 불로 잘 끓여서 멸치육수 거름망에 걸러서 마실 수도 있다.
아침(Breakfast)과 점심(Lunch) 사이에 먹는다는 ‘브런치(Bruch)’. 나들이 가고 싶은 봄날엔 점심때보다 일찍 만나 아침처럼 가벼운 브런치 한 끼 어떨까?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 건강을 생각하는 유기농 브런치 ‘빙봉(Bimbom)’
보사노바의 한 곡과 이름이 같은 ‘빙봉(Bimbom)’은 그 음악처럼 묘한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매장으로 들어서면 세련되고 깔끔한 모습의 오픈 키친이 돋보인다. 훤히 보이는 주방만큼이나 믿음직스러운 유기농 건강 브런치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주요 식재료인 달걀은 항생제, 산란촉진제, 합성착색제가 들어가지 않은 신선한 유정란을 사용한다. 특히 브런치 메뉴 4가지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3단 브런치’(4만4000원, 2인분)가 인기다. 1단은 브리오쉬 프렌치토스트와 당근 팬케이크 중 한 가지, 2단은 머쉬룸 에그 베네딕트, 키쉬로렌(에그타르트), 토마토 미트볼 스튜 중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고, 3단은 비포선라이즈 크레페가 고정으로 나온다. (음료 2잔 제공, 핫/아이스 아메리카노 또는 티(tea)나 탄산음료로 주문 가능)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51
문의 070-8849-6245
영업시간 (평일) 10:00~18:00 (주말 및 공휴일) 9:00~18:00
◇ 유럽풍 가구와 브런치의 조화 ‘빈티지 다락방’
주인장이 영국과 프랑스에서 하나하나 직접 들여온 50~100년이 넘은 고가구들을 볼 수 있는 브런치 카페다.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와 더불어 샌드위치, 파니니, 파스타, 샐러드 등 다양한 브런치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매장 한쪽에는 다락방처럼 아기자기한 부엌이 눈에 띈다. 온라인 사이트
(www.vintagedaracbang.com)에서는 인테리어 제품 구입도 가능하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무궁화로 141번길 8-8
문의 070-8253-7566
영업시간 10:00~23:00
◇ 싱싱한 재료의 맛을 그대로 ‘콩부인’
‘콩부인’의 메뉴에는 셰프, 소믈리에, 플로리스트, 바리스타, 파티시에의 아이디어와 손길이 담겨 있다. 매주 일요일 메뉴가 달라지는 ‘선데이 브런치 뷔페(Sunday Bruch Buffet, 2만4000원, 11~14시)’를 운영한다. 콩부인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에너지 드링크(사과, 당근, 샐러리 등 1만3200원)는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그대로 장식해 신선한 느낌을 준다. 봄이면 텃밭에서 기른 제철 야채가 들어간 ‘콩부인 샐러드(1만8700원)’를 찾는 고객이 많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59길 16
문의 02-3443-2187
영업시간 10:00~23:00, (런치) 11:00~15:00 (디너) 17:30~21:30
실로 생경한 풍경이었다. 십여 년간 취재를 위해 수많은 병원을 들락거렸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의자가 없는 원장실이라니. 몸을 기댈 곳이라고는 서 있는 상대방 앞에 앉기 민망할 만한 높은 홈바 의자가 전부. 알파고를 바라보는 이세돌의 심정이 이랬을까. 상식을 깨는 리셋의원 박용우(朴用雨·53) 원장이 말하는 ‘건강한 걷기’ 역시 파격적인 그의 업무 공간을 닮아있었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박용우 원장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많다. 1990년대 후반부터 언론을 통해 이름이 오르내린 덕에 스타 의사나 국민 주치의로 불리기도 하고, 최근엔 연예계를 중심으로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해독주스의 창시자로도 손꼽힌다. ‘걷기 전도사’ 역시 그가 가진 별명 중 하나다.
그가 처음 의대에 입학했을 때 꿈꾸었던 미래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고 했다.
“처음부터 의대를 목표로 공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이 기술을 익혀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이과를 선택했고, 성적이 좋은 이과 학생에게 선택지는 몇 가지로 좁혀지니까요. 그래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진학했는데, 눈이 좋지 않아 외과는 포기해야 했습니다.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용의 꼬리보다는 낫겠다 싶어 가정의학과를 공부하게 됐죠.”
가정의학과에서 그는 처음엔 스포츠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운동선수들의 체형 관리에 관한 연구를 하다 자연스레 비만 치료로 연구분야가 옮겨갔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는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전문적인 연구를 고민하던 차에 제안을 받고 덜컥 개원을 결정하게 된다. 그때가 1991년이다.
국내 최초의 비만클리닉 메덱스. 위치가 강남인 데다 운동 처방이 가능하고, 임상 영양사까지 갖춘 병원. 요즘의 병원이라고 해도 파격적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앞선 의료기관이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당시는 의사가 반말하고 환자가 높임말을 쓰던, 환자를 고객이라 표현하면 손가락질을 당하고, 인테리어라고는 깨끗한 흰 벽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잘될 리가 없었다.
이후 강북삼성병원 교수 재직 시절 그는 비만 연구에 대해 새로운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미컬럼비아대학 비만연구소에서의 연수과정이 그것이다.
“영양과 비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죠.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의사, 영양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동등한 발언권을 갖고 토론하죠. 임상뿐만 아니라 역학이나 통계학, 기초의학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2008년 비만 치료 분야의 중심이 대학에서 개원가로 넘어오면서 그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 역시 개원을 택해 지금의 리셋의원을 열게 됐다.
그런 그에게 환자들은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할까?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가장 궁금해하시죠. 과연 저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겠죠. 저의 경우는 모든 분에게 권할 만큼 100% 완벽하게 하고 있진 않거든요. 술을 좋아해서. (웃음)”
그가 건강 관리에서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앉는 시간을 줄이라는 것이다. 시간을 내어 공기 좋은 곳에서 걷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일정 시간 이상 공들여 걷는 것만이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의 근무 공간에서 의자를 아예 치워버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휴식을 취하다 짬을 내어 걷는 것이 아니라, 계속 서 있다 지칠 때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많이 걷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앉는 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걷기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 과정에서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이 심장에 신선한 피가 돌 수 있도록 펌프질(pumping)을 해줘서입니다.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근육으로, 걷기는 이 근육들을 강화해 줄 수 있습니다. 인간의 몸은 사냥을 위해 걷고 뛰는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앉아 있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가 아니죠. 해외에서는 앉아 생기는 병(sitting disease)이란 표현도 씁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 단 1분이라도 하체를 자주 움직여야 합니다.”
일정 시간 이상 해야 효과가 있다는 그동안의 상식과는 다소 다르다. 그는 이에 대해 인체에 새겨진 유전자와 생활 환경의 불일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몸이 본능적으로 가진 것을 깨워야, 암 예방 물질 생성과 같은 몸속 유전자 정보가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있거나 걸을 때의 자세도 조언했다. 의식적으로 상체를 들고 쫙 펴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근육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화와 퇴화는 다른 개념입니다. 보통 나이가 들면 몸의 변화는 당연하다고 하지만, 관리하지 않아 몸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노화와는 다른 것이죠. 이것은 퇴화입니다. 스스로 몸을 관리하고 젊게 살려고 노력한다면 퇴화는 분명히 막을 수 있습니다. 오래 앉아야 하는 환경이라면 30분에 한 번씩이라도 앉았다 일어나기를 하거나 가볍게 걷기를 잠깐이라도 하시기를 추천합니다.”
그의 건강관리 비법 중 또 하나는 영양제다. 술을 좋아하는 그가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습관이다. 음주로 인해 소모되는 각종 영양성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음주 후 2, 3일은 간을 쉬게 해 주고, 술을 마실 땐 해산물 중심의 안주를 고르려 노력하는 것도 그가 선택한 방법이다.
“서구식 식습관으로 바뀌면서 대장암 같은 질환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산균 보충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를 권합니다. 여기에 비타민과 칼슘, 마그네슘, 오메가3 등을 보충한다면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박용우 원장은?
서울대 의과대학과 가정의학과 석사를 마치고,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 국내최초 비만클리닉 메덱스를 개원했다. 이후 1993년부터 성균관대학교 강북삼성병원에서 13년간 교수로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비만연구소 교환교수를 역임했다.
2008년 리셋클리닉을 개원했다.
방송활동이 활발해 MBC 과 MBN , 올리브TV 의 고정 패널로 활동 중이며, KBS , , JTBC 등에도 출연했다.
저서로는 가 열풍을 이끌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외에도 , 가 있다.
내 집만큼 편한 곳이 없다지만, 은퇴 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루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수십 년을 가사에 시달린 주부들에게 집은 곧 은퇴 없는 노동의 현장과 같다. 그런 시니어의 삶에 활력을 주고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바로 시니어 주거 복지시설(실버타운)이다. 문화센터, 피트니스클럽, 병원, 약국 등이 집 울타리 안에 있고, 생활의 편의와 안전을 집안 곳곳에서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래 입주민들과 친목 도모까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히 ‘먹고 자고 쉬는 곳’이 아닌 그 이상의 즐거움이 있는 주거 공간, 서울시니어스타워(가양), 삼성노블카운티, 더 클래식 500에 대해 알아봤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사전 조사만 3년간 했다. 생활비와 관리비를 따져보니 일반 아파트와 크게 차이는 나지 않지만, 각종 건강·편의·안전 서비스 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엘리베이터만 타면 피트니스센터와 사우나실, 당구장, 노래방, 동호인실, 대형 아트홀, 병원까지 갈 수 있다. 동선이 짧고 가기도 편하지만 무엇보다 안전하다. 집안에서도 갑작스러운 현기증이나 비상시에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단지 내 24시간 대기 중인 간호사가 달려와 응급처치를 해준다. … 오전도 참 빨리 가지만 오후는 더 바쁘다. 아내는 요가와 한국무용, 노래교실, 보드게임 등을 통해 신체와 두뇌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뒤늦게라도 아내가 하고 싶었던 취미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식사와 청소 등 가사에 관한 전반적인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 윤재건(92)씨의 후기 中
◇ 17년 실버타운 운영 노하우가 곳곳에 ‘서울시니어스타워(가양타워)’
위치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유형 도심형 입주방식 분양 및 임대
면적 39~164㎡ 분양가 (영구임대) 1억7257만~8억7852만원
월 생활비 (1인 기준, 식비 포함) 약 88만~160만원 문의 02-3660-7700
서울시니어스타워는 1998년 서울타워(서울시 중구 신당동)를 시작으로 강서타워(2003년,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분당타워(2003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가양타워(2007년,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강남타워(2015년, 서울시 강남구 자곡동) 등을 운영하고 있다. 모기업인 서울송도병원이 가까이 있어 24시간 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식사·청소 등 살림에 대한 전반적인 서비스를 마련해 생활의 여유를 더했다. 20여 종의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어 30여 개의 사회·여가 프로그램 이용이 가능하고, 주거시설과 공용시설에 비상호출, CCTV, 안전손잡이 등을 설치해 안전하게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가양타워는 서울타워, 강서타워, 분당타워 세 곳의 노하우를 집약한 공간으로 부대시설이나 취미 활동 공간에 대한 시설 이용·운영비 선납 제도가 없어졌고,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 식사 등은 쿠폰제로 바뀌면서 원하는 만큼 비용을 내는 합리적인 생활비 운영이 가능해졌다. 대학병원급 전문 재활치료센터와 요양원·주간보호센터(day care center), 내과, 재활의학과 등의 클리닉센터가 단지 내 있다는 것도 가양타워만의 특징이다. 최근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전북 고창 석정온천지구에 가족 건강 리조트 ‘고창 웰파크시티’를 건설 중이다. 레저·의료·펜션·콘도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가족과 함께 건강과 레저의 즐거움을 누릴 만한 시설이다. (2017년 입주예정, 문의 063-563-9300)
◇ 전원생활의 여유와 도심의 편리함을 동시에 ‘삼성노블카운티’
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유형 반(半)전원형 입주방식 임대
면적 99~238㎡ 입주보증금 3억~9억6000만원
월 생활비 (1인 기준) 128만~222만원, 식비 57만원 별도 문의 031-208-8000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삼성노블카운티는 2001년 개원 당시만 해도 전원형에 가까웠으나, 용인~서울간 고속도로 개설과 분당선 개통으로 반(半)전원형 실버타운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려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도심 접근성이 좋아 도심형과 전원형의 매력을 고루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실버타운은 거동이 자유롭고 신체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어야 입주가 가능하고, 신변 자립이 어려워지면 퇴거해야 한다. 하지만 노블카운티의 경우 일반 입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타워동 외에도 건강이 나빠져도 거주할 수 있는 너싱홈(치매·중풍 등으로 재활이 필요한 노인에게 24시 간호·간병 제공)과 프리미엄세대(타워동과 너싱홈의 중간단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 주거시설이지만 ‘3세대 공존’을 추구하는 만큼 문화시설이나 스포츠센터 등의 부대시설을 모두 지역사회와 공유한다. 어린이집과 유아체능단을 운영해 아이들의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세대 간 자연스러운 교류를 통해 노인만이 생활하는 공간이 아닌 어른·아이가 어우러지는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6성급 호텔 서비스의 품격을 누리다. ‘더 클래식 500’
위치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유형 도심형 입주방식 임대
면적 184㎡ 입주보증금 9억2000만원
월 생활비 (2인 기준, 식비 포함) 400만원 내외 문의 02-2218-5000
더 클래식 500은 400여 개의 가구 모두 단일 평수로 구성돼 있다. 구조와 인테리어에 따라서는 A 타입과 B 타입으로 나뉘지만 184㎡로 동일하다. 더 클래식 500은 호텔이 한 공간에 있는 만큼 입주민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함께 머무를 수 있는 게스트룸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위트룸·주니어 스위트룸·스탠더드룸 등 구성원에 알맞게 선택해 자녀, 손주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입주민과 자녀들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다. 아울러 교통, 백화점·마트·영화관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 시설이 인근에 있다.
이러한 호텔식 서비스 외에도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스파, 실내 골프 연습장, 도서관 등 일반적인 실버타운 내 시설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건국대병원 교수진으로 구성된 메디컬 전문의와 전담 건강 관리팀(의사·간호사·운동처방사·물리치료사·영양사 등)이 개인별 맞춤 건강·운동·영양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입주민들은 다양한 의료 서비스 중에서도 전담 간호사의 케어 서비스에 크게 만족스러워 한다. 전담 간호사는 입주와 동시에 배정되는데, 입주자의 생활 질환부터 식사, 운동 등 전반적인 케어뿐만 아니라 외래진료 예약, 진료 상담을 연계해주며, 이후 투약 방법 교육 및 체크도 진행한다. 노인 복지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품격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더 클래식 500의 메리트다.
아파트에 사는 것이 꿈인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도시의 집값은 터무니없이 오르고 그나마 있던 매력을 잃은 지도 오래다. 그런 틈새를 노려 생겨난 것이 바로 도심형 전원마을이다. 말로만 듣던 ‘전원마을’에 ‘도심형’이 붙어 멀리 가지 않아도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다. 말로만 하면 뭐하겠는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직접 가봤다. 도심형 전원마을에 막연한 관심이 있던 독자들에게 살짝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도심형 전원마을 두 곳을 소개한다.
단독주택, 꼭 넒어야 한다는 편견을 없애라
하우개마을
하우개 마을은 파주 황룡산 앞에 세워진 도심형 전원마을이다. 하우개 마을은 작은 땅에 효율적인 집을 짓기 위해 집집마다 지하에 차 2대가 들어갈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차고 위에 정원을 조성하고 2층과 다락방을 올려 이용 공간을 넓혔다.
다락방 천창으로 바라다보이는 하늘이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평온함까지 준다. 4년 전만 해도 전원주택은 330m²(100평) 이상 큰 평수대로 지어져왔다. 지금은 젊은 30~40대나 은퇴를 앞둔 50~60대가 살 수 있는 99.2~132m²(30~40평) 형대의 전원주택이 건설되고 있다. 집값이 안 오를 바에는 넓고 편한 집에서 살아보겠다는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다.
남의현(南議鉉·61)씨와 김경주(金庚珠·60)씨는 하우개 마을 첫 입주자로 2014년 9월 문패를 달았다. 점심시간 조금 넘어 방문했을 때는 바깥주인인 남의현씨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작년 말 공기업을 정년퇴직하고 장애인 봉사를 하며 은퇴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다. “우선 공기가 좋다는 게 마을의 최고 매력입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아침마다 머리가 아팠는데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남씨는 마을에서 최고 연장자고 오랫동안 산 사람이지만 동생 격인 주민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중이다. 현재 남씨 부부를 제외하고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게 살고 있다. 다른 주민들 입주가 시작되고 친해지다 보니까 매일 만나 밤새 술을 마시기도 했다.
“요즘에는 날씨가 추워서 자주 못 만나는데 날씨 좋을 때는 정말 거의 매일 만났던 것 같아요. 함께 삼겹살 파티를 하면 정말 좋습니다. 맛이 달라요.”
부인 김경주씨는 홀트일산복지타운 원장이다. 사무실이 근처라 주위 아파트를 찾아보다 하우개마을을 알게 됐다.
“그때는 벌건 흙밖에 없었어요. 간이 크다고 하겠지만 조감도만 보고 집을 계약했어요. 누가 여기 들어오나 했는데 그게 바로 우리 부부였습니다.”
입주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도우미를 자청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결정을 못하고 그럴 때 우리 집을 보여줬어요. 아마 여기 입주민은 우리집 한 번쯤 왔을 겁니다.”
집은 지상 2층에 다락까지 공간이 꽤 되는데 연료비나 전기료 부담이 없다.
“도시가스비가 제일 많이 나왔던 게 14만원이었어요. 전기료도 두 식구밖에 안 되니까 얼마 안 나와요. 아파트에선 관리비를 30만원씩 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창뿐만 아니라 집 구석구석에 쓴 히노키 나무가 마음에 듭니다. 나무집은 습기가 차면 나무가 팽창해서 습기 들어오는 걸 막고 더울 때는 마르면서 통풍이 된다던데 정말 그렇더군요.”
퇴근해서 집에 올 때면 나무 냄새 등자연의 향을 맡을 수 있어서 좋다. 새소리는 도시에서 느낄 수 없었다.
전원생활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시와도 가깝고 또 공기까지 좋아서 도심형 전원주택으로 오기를 잘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소한의 대지에서 최대한의 공간을 활용한다
도시농부 타운하우스
파주 운정 신도시를 지나다 보면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알록달록한 집들을 볼 수 있다. 바로 도시농부 타운하우스(이하 도시농부) 1, 2차 단지다. 오솔길처럼 낸 길을 따라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다. 곳곳에 도시농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텃밭도 보였다. 현재 5단지까지 분양 완료 됐는데 가격은 3억원 대로 알려져 있다.
도시농부의 특이점은 빌라형이면서 독채로 사용하는 것이다. 도시 대부분이 평면을 넓혀 단층(1층)을 높이 쌓아서 집을 지었다면 도시농부는 가로가 아닌 세로로 집을 잘라 구분했다. 박닥은 좁은데 천장이 높고 2층에 다락방까지 있다. 지금까지 봐온 도시 주택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됐다.
6년 전 지어진 도시농부 1, 2차 단지의 경우, 설계를 담당한 도시농부 최용덕(崔龍德·57) 대표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내와 실외의 융합을 노린 듯 층마다 텃밭이 있다. 면적은 좁지만 그안에 층을 만들어 공간 활용을 했다. 그런데 최 대표는 그런 실험이 사실상 실패라고 말했다. 실내와 실외의 융합을 위해 준실내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그렇게 보완해 설계한 것이 최근 지어진 도시농부 미니멀하우스다. 이 집도 역시 세로로 집을 구분한 독채 빌라형이다. 1,2차 단지에 비해 옆으로도 꽤 넓고, 높다. 여러 군데 창이 있어 내부가 도시 집에 비해 상당히 밝은 것도 이 집의 장점이다.
조인관(趙寅官·71)씨는 딸의 권유로 당산동에서 파주 도시농부로 이사 왔다. 최근 간 이식수술을 한 부인이 공기 맑은 곳에서 살기를 바랐다. 가격에 비해 집안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조씨의 집은 1층 응접실과 주방, 2층 부부의 방, 3층을 손님들이 묵고 갈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3층 공간을 조금 나눠 드레스룸을 만들었다. 드레스룸 안, 높은 천장 위를 가로로 분리해 창고로 만들었다. 2층은 통째로 부부의 방으로 꾸몄다.
“부부 단 둘이 살기 때문에 공간을 쪼개서 방을 많이 만들 필요는 없었어요. 대신 계단 옆에 뭐든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계단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살아보니까 적응돼 괜찮습니다.”
인테리어는 조씨가 직접 했다. 조씨가 집안 내부를 인테리어에 직접 개입한 것은 ‘마이너스 옵션제’로 분양 받았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옵션제란 익스테리어(건물외관, 창호, 전기, 보일러, 정원)는 회사측이, 내부공사는 입주자가 하는 방식.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시행하고 있고 도시농부와 하우개마을도 마이너스 옵션제를 시행하고 있다.
조씨는 집 앞 마당 가꾸는 것이 취미다. 봄을 맞아 마당 주위에 꽃도 심었다.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이곳에서 시골 생활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짜장면이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던 시절, 졸업식 날이면 학교 인근 중국집마다 짜장 볶는 내음과 사람들로 가득했다. 입술을 새까맣게 범벅해가며 짜장면을 흡입했던 날들도 빙긋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때 그 시절의 향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 있다. 70년 동안 3대에 걸쳐 추억이 고픈 이들에게 변함없는 짜장 맛을 선사하는 인천의 ‘신성루’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그 시절 최고의 외식 메뉴, 짜장면
오래된 중국집 하면 인천 차이나타운의 몇 곳이 유명하지만, 그곳과는 조금 떨어진 인천 중구에는 신생동의 작은 차이나타운 신성루(新盛樓)가 있다. 1947년 문을 연 이곳은 식당 외관부터 내부 곳곳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중국 산둥(山東)성 출신 주인장 장덕영(57)씨가 그의 아버지에게 전수받은 본토의 정통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다. 현재는 주인장과 함께 그의 아들이 신성루 요리의 맥을 이어간다.
사람으로 치면 칠순에 가까운 신성루에는 또래의 고객들이 옛 추억을 떠올리며 찾곤 한다. 80세를 바라보는 50년 단골이 있는가 하면, 아버지와 손잡고 오던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 손주의 손을 잡고 짜장면을 먹으러 온다. 흔히 간편하게 짜장면을 먹는 요즘이지만, 신성루를 찾는 이들은 저마다 묵직한 추억을 가지고 발걸음을 한다. 그런 이들을 위해 앞치마를 둘렀을 때가 가장 뿌듯하고 행복한 주인장이다. 그는 “지금 중·장년층이 어린 시절에는 짜장면이 최고의 외식메뉴였어요. 그래서 생일이나 졸업식 등 특별한 날에 별식으로 즐기곤 했죠. 1970~1980년대에만 해도 짜장면 한 그릇에 500원 정도(현재 5000원)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메뉴와 맛에는 큰 차이가 없어요. 인테리어도 거의 그대로고요”라며 앞으로도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는 데 힘쓸 것이라 말했다.
요즘처럼 카페나 레스토랑 등이 많지 않았던 30~40년 전에는 신성루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도 많았다. 돈이 넉넉하지 못한 청춘남녀에겐 짜장면 한 그릇에 엽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중국집이 최적의 장소였던 것. 어려웠던 그 시절, 짜장면 한 그릇을 먹고는 돈이 없어 식당 2층에서 몰래 뛰어내려 도망가는 이들도 있었다고.
신성루의 외관을 보면 오래된 작은 중식당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다. 2층짜리 낮은 벽돌 건물에 낡은 간판, 투박한 입구까지. 푸근한 분위기를 풍길 것이라 예상하고 들어선 식당은 그야말로 엄마 품처럼 넓고 아늑했다. 생각보다 넓은 실내에 놀라는 이들이 대부분. 30석 규모의 1층 홀을 지나면 기다란 복도 양옆으로 10~30명이 들어가는 룸이 6개 있다. 빨간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1층 만한 크기의 홀이 한눈에 들어온다. 붉은색에 가까운 분홍 벽지와 중국 전통 인형들, 사람만 한 도자기, 화려한 그림 액자 등은 여느 중국집처럼 독특한 인상을 주는 요소들이지만 세월의 옷을 입어 온화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 외에도 빛바랜 테이블, 낡은 식초병, 오래된 공중전화, 2층에 음식을 올려주는 옛날식 도르래 등은 신성루의 역사이자 모두의 추억이다.
짜장면과 더불어 단골들이 자주 찾는 신성루 인기 메뉴들이 있다. 짬뽕, 짜춘권, 그리고 군만두다. 짬뽕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달인의 요리로 소개했을 정도로 유명한데, 무말랭이를 우려 만든 육수가 시원하고 깊은 맛을 낸다. 짜춘권은 중국식 계란말이라 비유할 수 있는데,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메뉴이지만 신성루에서는 탕수육처럼 친숙한 요리로 통한다. 군만두도 이곳에서는 특별하게 주문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물만두를 튀겨달라’하는 것인데, 매장에서 직접 빚은 물만두를 군만두처럼 튀겨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특징이다. 물론 물만두로 먹어도 맛있다.
주소 인천광역시 중구 신생동 9-12
영업시간 11:00~22:00, 매월 첫째, 셋째 월요일 휴무
문의 032-772-4463, 032-761-4463, 032-762-6340
추억의 앨범을 뒤적거리다 보면 바짝 마른 네잎클로버나 장미꽃잎 등을 발견하곤 한다. 촉촉한 생화가 주는 싱그러움도 좋지만, 건조하고 빛바랜 마른 꽃잎 특유의 따뜻함도 매력적이다. 선물 받은 꽃을 말려도 보고, 말린 꽃을 선물로도 활용해보자.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사진 하우투드라이 꾸까(www.how-to-dry-kukka.kr) 제공
제작 김보림 플로리스트
< Self 인테리어 소품 >
# LED 드라이플라워 보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데는 조명이 빠질 수 없다. 트리 등에 사용하는 LED조명을 알맞은 크기의 병에 넣어주고, 목화나 시나몬 스틱 등 겨울 소재들을 꽂으면 된다. 사용하는 병의 디자인이나 드라이플라워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 솔방울 트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솔방울을 이용해 미니 트리를 만들어보자.
천일홍, 버질리아 등 컬러풀하면서 잘 마르는 소재가 적합하다. 솔방울에 원하는 소재들을 글루건이나 본드 등을 사용해 붙여주면 된다. 크기별로 다양한 솔방울 트리를 만들어도 좋다.
# 드라이플라워 Q&A
Q. 드라이플라워란?
A. 꽃과 열매 등 다양한 자연의 소재를 건조한 것을 말한다. 가을에 예쁜 낙엽을 주워 두꺼운 책 속에 꽂아 말려 두던 것도 드라이플라워인 셈이다.
Q. 집에서 드라이플라워를 만들려면?
A. 생화를 직사광선이 없고 환기가 잘 되는 곳에 거꾸로 걸어 두면 자연스럽게 건조할 수 있다. 선물 받은 꽃이 있다면 포장을 풀어 적당히 나눠 걸어야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대부분의 장미 종류도 예쁘게 잘 마르지만 화형이 작은 꽃(안개, 스타티스, 미스티블루 등)이나 잎 소재(유칼립투스 등)를 말리는 것이 좋다.
Q. 드라이플라워 구입 방법
A. 최근 드라이플라워가 각광받으면서 생화만 취급하던 플라워 브랜드들도 드라이플라워를 함께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남은 꽃을 말려 둔 것과 싱싱할 때 말린 꽃은 차이가 있으니 드라이플라워 전문점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다.
Q. 드라이플라워 관리
A. 드라이플라워는 직사광선과 습기에 약하다. 직사광선을 받는다면 금세 변색할 수 있고 화장실이나 부엌의 싱크대 근처에 두면 습기가 많아 변형될 위험이 있다. 위치나 습도를 잘 조절하면 3~4개월 정도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즐길 수 있다.
김훈의 산문 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추위와 시장기는 서로를 충동질해서 결핍의 고통을 극대화한다. 짙은 김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 콱 쏘는 조미료의 기운이 목구멍을 따라가며 전율을 일으키고, 추위에 꼬인 창자가 녹는다.’ 과장했다고 느낄지라도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라면의 맛을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잘 차린 진수성찬보다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끓인 라면 한 그릇이 더 간절할 때도 있다. 오늘 점심에는 라면을 먹으며 저마다 있을 라면에 얽힌 추억 한 가닥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두 번 먹어도 맛있는 ‘첫번째라면’
진한 조개 육수를 사용해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특징인 곳이다. 모든 라면 메뉴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수프를 쓰는데 매콤한 향이 침샘을 자극한다. 모든 메뉴에 1000원만 추가하면 라면과 잘 어울리는 멸치아몬드 주먹밥(2개)을 즐길 수 있다(공깃밥으로 선택도 가능).
기본 라면은 조개라면(5000원)이고 그에 올라가는 재료에 따라 새우라면(6000원), 꼬치어묵라면(6000원), 전복라면(8000원) 등으로 나눈다(조개는 모두 들어감). 황태를 우려낸 육수로 맛을 낸 황태라면(5000원)은 인근 회사원들 사이에서 해장라면으로도 잘 알려졌다고 한다. 칼칼한 부대찌개에 라면사리를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김치부대라면(5000원)을 추천한다. 부대찌개 한 그릇 못지않게 들어간 햄과 소시지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낮에는 라면을 찾는 손님이 대부분이지만 해가 지고 나면 모둠 조개찜(3만 원)에 술을 곁들이러 오는 경우가 많다. 조개찜을 다 먹고 나면 남은 육수에 라면사리를 넣어 먹을 것을 권한다. 빨간 국물의 조개라면과는 또 다른 맑은 조개라면의 맛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조개두루치기(2만 원), 조개계란말이(1만 원), 조개 파전(1만5000원) 등 조개를 주재료로 한 안주 메뉴가 준비돼 있다.
주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37 아일렉스상가 지하12호
운영 시간 (평일) 10:00~23:00 (주말/공휴일) 11:00~17:00
문의 02-786-2080
서울식 라멘 ‘한성문고(漢城文庫)’
2004년 서울 마포구 상수동 극동방송국 옆 작은 골목길에서 시작한 라멘 전문점 ‘하카다분코’의 분점이다. ‘문화의 창고[文庫]’라는 뜻의 ‘하카다분코’가 일본 문화만을 전파하는 것처럼 왜곡되는 점에 아쉬움을 느낀 주인장이 새로운 서울의 문화를 꿈꾸며 서울 가로수길에 ‘한성문고’를 열게 된 것. 한성문고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서울라면(1만 원)은 그가 생각하는 오늘날의 서울을 표현한 라면이라고 한다. 서울라면은 지금의 모습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의 생각을 담아 변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돼지 사골, 닭, 채소, 가다랑어, 고등어를 우려낸 육수에 일반 라면보다 굵은 면을 사용하고 있다. 고명으로는 돼지고기 장조림, 챠슈, 청경채와 대파가 올라간다. 한성문고와 하카다분코 두 곳 모두 판매하고 있는 인(印)라멘(8000원)과 한(漢)라멘(1만 원)은 2일 동안 우려낸 돼지 뼈 육수를 사용해 걸쭉하고 진한 맛을 낸다.
한성문고의 라면은 간이 살짝 짜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싱겁게 먹기를 원하면 주문을 할 때 미리 말해 두는 것이 좋다. 육수 기름의 양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 취향에 따라 많게 또는 적게 주문한다. 단, 기름을 너무 많이 빼면 특유의 풍미도 감소한다는 점을 유의해야겠다. 두꺼운 면을 사용하는 서울라면과 한라멘은 익힘 정도도 고를 수 있는데, 조금 덜 익혀 먹을 것을 권한다.
조금 느끼하다고 생각한다면 다진 마늘을 넣어 먹을 것을 추천한다. 처음부터 마늘을 넣어 먹으면 국물 본연의 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맛을 보다가 첨가하는 것이 좋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통마늘을 도구를 사용해 즉석에서 다져 넣기 때문에 마늘의 향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 그릇에 마늘 2~3알 정도면 적당하다.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2-3, 2층
운영 시간 11:30~22:30
문의 02-543-7901
라면 장인의 손맛 ‘이재현 55번지라면’
서울 종로구 화동 55-1번지에 있는 ‘이재현 55번지라면’. 삼청동 골목의 한옥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 있는 맛집이다. 이재현 셰프가 다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시킨 육수와 양념장으로 인스턴트 라면이 따라올 수 없는 풍미를 자랑한다.
모든 라면에 사용되는 육수는 소뼈를 고아 만든다. 일반적으로는 뽀얗게 우러난 사골 육수를 사용하는 것이 맛있으리라 생각하겠지만, 실제 사용하는 육수는 맑은 편이다. 너무 진한 육수를 사용하면 점성이 강해 오히려 텁텁하기 때문에 적절히 우러난 맑은 육수를 사용해야 그 맛이 깔끔해진다고 한다. 육수 농도를 맞추기 위해 계속 펄펄 끓이는 것이 아니라 불 조절을 해가며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오징어, 바지락, 새우, 버섯과 각종 야채로 맛을 낸 오짬라면(7700원)은 특유의 쫄깃한 오징어와 얼큰한 국물 맛으로 인기다. 이보다 덜 맵고 하얀 국물의 55백뽕(8800원)과 더 맵게 끓여낸 맵다면(8800원)도 있으니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된장을 기본으로 한 소스에 시래기와 두부 등이 들어간 토장라면(7700원)은 들깻가루와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그 외에 육개라면(8800원), 부대라면(8800원), 순두부라면(7700원), 불고기라면(9900원)도 제대로 만든 육개장, 부대찌개, 순두부찌개, 뚝배기 불고기를 먹는 것처럼 깊은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면을 먹고 공깃밥을 시켜 남은 국물에 말아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라면을 끓이는 시간은 5분 내외이지만 각각의 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 소뼈 육수를 사용해 불고기 양념을 재는 등 세심한 노력이 깊은 맛을 내는 노하우라 할 수 있겠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기름지고 자극적인 봉지라면 대신 건강한 재료로 담백한 맛을 낸 55번지라면이 어떤가. 된장으로 맛을 낸 토장라면이나 달달한 소고기가 넉넉하게 들어간 불고기라면은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다.
주소 서울 종로구 화동 55-1
운영 시간 11:00~21:00
문의 02-722-2997
필자의 ‘버킷리스트 여행지’ 중의 한 곳은 영국의 ‘리버풀’이었다. 리버풀엔 ‘비틀스’가 있기 때문이다. 통기타로 번안 곡들을 들으며 젊은 시대를 보낸 사람들. 소위 말하는 ‘팝송 세대’들은 여전히 올드 팝을 들으면서 스멀스멀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감성에 젖곤 한다. 젊을 적 추억은 팝송 음률에 남아 첫사랑을 그리워하듯, 명치끝을 아프게 꼭꼭 찌른다. 비틀스 노래를 들으며 ‘지역 맥주’를 마시던 ‘캐번 바’를 내 어찌 잊으리오.
◇ 매튜 골목에서 만나는 비틀스 첫 무대 캐번 클럽
영국 북서부의 맨체스터(Manchester), 리버풀(liverpool)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은 축구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명 축구선수들이 이 도시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리버풀은 맨체스터를 거쳐 가게 된다. 리버풀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Liverpool and Manchester Railway) 주변의 대로변 옆으로는 오래된 건축물들이 열 지어 있다. 세인트 조지 홀(St. George's Hall)을 비롯해 엠파이어 극장, 아트 갤러리, 도서관 등.
특히 빅토리아 여왕(1819~1901년)의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인트 조지 홀의 규모(51m 길이, 22m 넓이)가 커서 눈길을 잡아끈다. 1838년에 초석을 마련해 1854년에야 완공된 최초의 네오클래식 건물은 법정과 콘서트홀이라는 목적으로 지어졌다. 건물 정면에는 빅토리아 여왕과 부군인 앨버트 공의 동상과 참전 기념비가 서 있다. 이 건물들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활황을 기억케 한다. 실내에는 영국에서 가장 큰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1871년)과 12개의 동상이 있다. 현재는 각종 전시회, 연회, 축제 등의 행사장으로 이용된다.
무엇보다 리버풀을 찾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게 하는 곳은 ‘비틀스(The Beatles)’에 대한 흔적이다. 도심 곳곳에서 비틀스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존 레논의 이름을 딴 공항, 폴 매카트니가 살았던 집(20 Forthlin Road), 애비 로드와 스트로베리 필드 등 그들 노래에 영감을 준 장소들, ‘비틀스 스토리(www.beatlesstory.com)’를 비롯한 여러 기념관들. 그중에서 여행자들이 ‘비틀스 일번지’로 찾는 곳은 매튜거리(Mathew street)다. 매튜 골목에는 5~6개의 퍼브와 클럽이 뒤섞여 있다.
숨은 그림 찾듯이 비틀스를 기념하는 조형물들을 찾아내면서 걷다 보면 골목 끝자락에 비스듬히 서 있는 존 레논 동상을 만난다. 비틀스가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는 캐번 1클럽(The Cavern Club) 앞이다. 리버풀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네 명의 청년이 만들어 낸 비틀스. 존 레논(John W. Lennon 1940~1980), 폴 매카트니(James Paul McCartney 1942~),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1943~2001), 링고 스타(Ringo Starr 본명 Richard Starkey 1940~) 등. 비틀스는 이곳에서 근 2년간(1961년~63년) 292회 공연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분위기는 약간 다르다. 첫 번째 클럽이 클래식하다면, 동굴 형태로 된 제 2클럽은 춤이 함께 어우러져 더 왁자하다.
◇ 매일 클럽에서 울려 퍼지는 비틀스 음악
먼저 비틀스가 첫 무대에 올랐다는 캐번 1클럽의 지하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온통 비틀스의 흔적으로 장식한 인테리어. 실내에는 작은 무대가 있고 한쪽에는 바 카운터와 초라한 의자들이 놓여 있다. 유행 지난 촌스러움, 칙칙함, 퀴퀴함이 함께 아우러진다. 대낮부터 찾아온 손님들은 가볍게 잔술을 마신다. 신 맛과 정제되지 않은 맛을 내는 지역 생맥주는 마실수록 묘하게 매력적이다. 해가 어둑해지면 어김없이 통기타를 두드리는 무명 가수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진다.
퇴색한 컨트리 가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의 주인공인 제프 브리지스(Jeff Bridges)를 닮은 듯한 무명 가수가 이미 귀에 익숙한 팝송을 부른다. ‘렛 잇 비(Let It Be)’, ‘러브 미 두(Love Me Do)’, ‘이매진(Imagine)’ 등등. 가수는 힘겨운지 간간이 맥주로 목을 축이면서 노래를 불러 젖힌다. 흥에 겨운 손님들은 무대에 나가 음률에 맞춰 막춤을 춘다. 술에 취하고 음악에 취하는 매튜거리의 밤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새겨진다.
무수한 사연과 이야기를 남긴 비틀스 멤버 네 사람의 삶을 일일이 조명할 수는 없다. 단 놀라운 것은 이들은 악보를 볼 수 없는 문맹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수한 히트곡을 만들어 낸 신화 같은 존재. 그들을 더 이해하려면 바닷가 근처에 있는 ‘비틀스 스토리’를 찾으면 된다. 애비로드 스튜디오와 캐번클럽, 스타클럽 등의 명소들을 재현해 놓았다. 또 비틀스가 출연했던 뮤직 비디오 등의 영상자료를 비디오로 볼 수 있다. 비틀스의 오리지널 무대 의상과 존 레논이 연주했던 피아노, 그들이 출연했던 영화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세기의 뮤지션 비틀스는 리버풀을 늘 빛내고 있다. ‘리버풀의 비틀스’가 아니라, ‘비틀스의 리버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도시 곳곳에는 이 전설적인 밴드의 흔적들이 새겨져 있다.
영화 를 보면 좋다. 13명의 배우들이 영화 스토리에 걸맞게 비틀스 음악을 잘 매치해 놓았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여배우의 전 애인으로도 알려진 짐 스터게스의 첫 출연작이기도 하다. 또 ‘비긴즈-노 웨어 보이(Begins-Nowhere boy, 2009)’에서는 존 레논의 삶을 조명해주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비틀스, 오노 요코 등과의 관계를 이해하게 한다. 올해 5월, 73세의 노장 폴 매카트니는 내한공연을 했다. 비록 공연은 보지 못했지만 그의 전설은 이어졌다. 이구동성으로 ‘판타스틱’을 외쳐댔다. 라는 다큐영화를 보면 2년 전의 폴 매카트니가 출연해 녹음하는 장면이 나온다. 비틀스라는 그룹은 오래전에 흩어졌지만 단 한 명의 뮤지션이 남아 그 전설을 이어가고 있음에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리버풀 클럽에서 만취하는 것은 절대 금기사항이다. 클럽 앞에는 술 취한 사람들을 정리, 통제하는 지킴이들이 있다. 그들은 ‘필자처럼 좋은 사람(?)’만 클럽을 이용할 수 있다고 내게 말했다.
◇ 해양 무역도시의 옛 잔상들, 노예 거래
리버풀은 바닷가가 있는 항구 도시다. 오래전부터 해양 무역 도시였고 20세기 초, ‘대영 제국 제2의 도시’로 불렸다. 그러다 제1, 2차 세계대전으로 심히 파괴되었다. 특히 리버풀은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영국 내 다른 어떤 도시보다 심한 폭격을 받았으나 전쟁 이후 재건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래서 항구 주변은 휘황한 현대적인 건물이 대부분이다. 그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버트 독(Albert Dock)이 있다. 이 건물에는 머시사이드 해양 박물관(Merseyside Maritime Museum), 국제 노예박물관(International Slavery Museum), 테이트 리버풀(Tate Liverpool) 등의 명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국제 노예박물관이 관심을 끈다. 흑인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던 오래전, 이 항구에는 가나, 자메이카 인 등 무수한 노예들의 거래가 이뤄졌었다. 빅토리아 여왕 시절이다. 국제노예박물관을 둘러보면, 죄의식조차 없던 그 시절의 영국민들의 잔인함이 떠올려진다.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역사의 흔적들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영국은 1807년 노예무역을 폐지했다. 관련된 많은 영화, 다큐들이 있지만 최신작이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보면 그때의 잔인성과 몰인간적인 영국 귀족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영화에 출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라는 현재 유명 배우의 출연 계기가 독특하다. ‘컴버배치’라는 성씨는 카리브 해 섬나라에서 노예를 부렸던 조상의 흔적이었다. 당시 바베이도스에서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하며 노예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에이브러햄 컴버배치(1726~1785년)가 그의 조상이다. 베네딕트의 어머니인 여배우 완다 벤담은 노예제 보상 피소를 우려해 본명으로 배우활동을 하지 말라고 권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속죄하는 의미를 담아 이 영화에 적극 출연했다. 에서는 선량한 백인 윌리엄 포드로 분했다.
또 영화로 익숙한 타이타닉호도 리버풀과 무관치 않다. 타이타닉 호는 영국 사우스햄튼(1912년 4월 10일)에서 출발해 뉴욕으로 항해하다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초대형 여객선. 대서양 횡단여행의 시대를 개척하기 위해 건조된 이 배의 공식항구는 리버풀이었고, 승무원과 승객의 상당수도 리버풀 사람들이었다. 타이타닉호의 탄생과 침몰 및 각종 배의 모형을 전시한 곳이 해양박물관이다. 해질 무렵, 리버풀 대성당(Liverpool Cathedral)을 향한다. 영국 국교회의 성당으로는 세계 최대의 크기다. 20세기에 만들어진 건축물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탑 위로 올라가 바라본 리버풀 도심은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 성냥갑처럼 작아 보이는 건물들. 그곳에서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을까? 리버풀을 떠나면 다시 오기 어려운 것을 알기에 그날 바라본 낙조는 유난히 쓸쓸했다.
◇ Travel Tip
- 현지 교통 정보 런던에서 지방 이동은 특급기차나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서 익스프레스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기차는 예약하지 않으면 버스보다 가격이 몇 배나 비싸다.
영국 대표 음식들 영국의 아침 식사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양이나 메뉴가 풍성하다. 영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으로는 샌드위치와 피시 앤드 칩스를 들 수 있다. 카드놀이를 좋아했던 샌드위치 백작이 카드놀이를 하면서도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고안해 냈다는 샌드위치는 영국인의 일반적인 점심 메뉴다.
시차 우리나라보다 9시간 늦다. 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는 서머타임으로 8시간 느리다.
전압 다른 유럽권역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꼭 어댑터가 필요하다. 표준전압은 230/240V, 50㎐. 플러그는 발이 3개 달린 BF 타입.
화폐 단위 파운드를 이용한다.
연계 도시 여행 시작을 런던에서 했다면 리버풀을 거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glasgow) ~ 에든버러(Edinburgh)로 가면 된다. 글래스고는 공업도시이고 에든버러는 옛 향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고도(古都)다. 특히 에든버러는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주 멋진 도시다.
추천 스코틀랜드 산 스카치위스키(Scotch whisky) : 스카치위스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술. 그중 오직 맥아의 과정을 거친 보리 한 가지로 만들어지며 동일한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싱글몰트위스키(Single Malt Whisky)가 최고다. 현지인에게 추천 받은 브랜드로는 Glenfiddich, Jura, Talisker가 있다. 특히 탈리스커는 한국인 술 마니아에게 큰 인기다. 맥주는 이니스 앤 건스(innis & gunns)가 맛있다.
>> 이신화 여행작가
이립(而立)에 여행작가로 시작해 어언 지천명(知天命)에 다다랐다.
그동안 ‘걸어서 상쾌한 사계절 트레킹’, ‘대한민국 100배 즐기기’, ‘on the camino’ 등
여행서 총 14권을 출간했다. ‘인생이 짧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 지난해 홀로 197일간 30개국의 유럽 배낭 여행을 했다. ‘살아 있을 때 떠나자’가 삶의 모토다.